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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신정부의 과제와 전망
등록일
2013-08-02
조회수
7

  8월 중으로 예정된 이란의 로하니(Hassan Rowhani)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적인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2009년의 보수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의 재선과는 달리 온건 개혁파로 분류되며 전 핵협상 대표였던 로하니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내적인 점진적 개혁과 대외적으로는 건설적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2005년 이후 8년간 집권하여온 보수강경파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종교적 신앙심이 투철한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강경 이슬람 민족주의 노선을 추진한 결과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였다. 오히려 그의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추진은 경제의 비효율적인 운영과 더불어 이란을 국제적인 고립에 처하게 만들었다.
 

  이란이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대내적인 문제는 경제악화이다. 이란 경제의 비효율적인 구조적인 문제도 있기는 하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서방측 즉 미국과 EU측의 경제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란 외화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원유 수출도 2011년 대비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며, 투자여건 악화로 대 이란 해외 투자도 기피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다 보니 생필품 품귀현상과 공장의 폐쇄 등 실업 문제는 이란 체제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 당선자는 이란의 인플레이션이 실제로는 42%에 달하며 지난 2년 간 이란 경제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성장에 머물렀음을 지적하면서 지난 정부의 경제운영을 비판하였다. 또한 그는 교육받은 청년실업자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조만간 대학졸업 실업자가 450만에 달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인터넷 등을 통한 서구문화의 유입 등으로 이란 젊은 세대의 삶의 질에 대한 기대와 서구사회에 대한 동경심은 폭발성을 내포한 것으로서, 현 이슬람체제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의 출산 장려 정책으로 30세 이하가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란 핵문제는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 단체에 의한 이란 내 핵개발과 관련된 2개의 IAEA 미신고 시설의 존재사실 폭로로 국제사회에 대두되고 난 후 지난 8년간 보수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재임기간 중 미국과 EU 등 서방측과의 대립구도 속에서 첨예하게 대립되어온 사안이다.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대 이란 제재란 이후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거부함에 따라 2006년 이후 부과된 안보리의 제재와 미국 및 EU의 일방적 제재, 그리고 미국의 개별교섭에 의한 우방국들의 대 이란 제재 등으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가장 엄격한 제재는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 및 EU의 금융제재로 이란의 석유수출에 대한 제약은 물론 노후한 석유시설에 대한 외부의 투자기피 등 매우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이란 대 P5 (미, 영, 러, 중, 프) + 1(독일)의 형태로 협상이 진행되어 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어온 상황이다.

  미 정보당국에 의하면, 이란은 아메디네자드 대통령 시절 핵무기 개발을 적극화, 앞으로 1년이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고, 아울러 장거리 미사일(Shahab-3)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소형화기술을 가속화 해 나갈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다른 핵무기 원료인 플로토늄의 양도 내년 말쯤이면 확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저런 상황에 비추어 이란은 로하니 대통령의 출범을 계기로 핵 협상을 비롯한 대 서방 관계개선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요소를 고려할 때 이란 핵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란은 지역 강국 및 지역 안정자로서의 역할을 계속 자처해 왔으며 이런 전략적 입장을 계속 강화해 나가고자 할 것이다. 이란은 역내 강국인 이스라엘에 대응(counter balancing)할 수 있는 유일의 지역강국임을 자처, 반 이스라엘 대결 구도를 구축해 왔으며 핵을 가진 이스라엘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핵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주장해 왔다. 특히 근래 중동의 제반 사태 진전과 관련, 이란은 과거 어느때보다도 자신들의 전략적 위상이 강화되어 가고 있다고 자칫 판단할 수가 있다. 즉,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미국이 수행한 미완의 전쟁으로 이란이 접하고 있는 좌우 세력의 약화, 현재 진전중인 이집트와 시리아의 불안정 사태 등 이란은 자신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계기로 판단할 수가 있다.

  둘째, 이란은 이미 상당량의 핵물질을 개발, 비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농축 우라늄의 경우 20% 농축된 중준위(MEU: Medium Enriched Uranium)우라늄을 근 250kg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자로를 통한 3-5%의 저농축도 병행함으로써 플로토늄의 생산도 아울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핵시설을 거대한 암벽 사이 등 전국 각지의 10여개의 장소에 분산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는 외부 공격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IAEA 등의 사찰에 대비하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로하니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이란의 체제가 바뀌는 것이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란은 신정체제(theocracy)로서 신의 대리자인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가 중요한 국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며 혁명수비대 등 권력기관이 최고지도자를 보위하고 있다. 물론 로하니 대통령이 과거부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고지도자로서 신정정치의 정당성과도 연계된다고 여기는 핵무기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이란이 핵협상을 통하여 완전 비핵화의 길을 간다는 것은 상정하기가 곤란해 보인다. 대선과정에서 로하니는 핵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겠지만 이란의 핵농축권리 또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그는 이 상반되는 두가지 문제에 어떻게 균형을 취할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결국  어느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지느냐의 문제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제반 핵시설들에 대한 IAEA의 특별사찰 수용, 우라늄 농축의 5%대 제한, 20%이상 농축된 비축 우라늄의 해외 이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 권리 자체는 인정되어야 하며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와 석유 수출 제한 조치가 즉각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양측의 협상 입장에 비추어, 이란 핵문제 협상은 상생(win/win)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란으로서는 이란의 핵물질 보유는 인정을 받되 무기화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선에서 타협을 시도하고자 할지 모른다. 즉 상황에 따라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에서 동결하고자 하는 것이나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용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양측의 입장이 어느 선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하느냐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갈등상황에 있는 양측이 타협이라는 좁은 맥락에서 또 다시 지리한 협상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중동지역의 안정과 세력균형이라는 보다 큰 맥락에서 상호 포용하는 전략 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란의 핵문제는 북한핵문제와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고 본다. 4강에 둘러싸인 동북아에서의 북한의 핵문제는 4강세력의 개입 등 어느 정도 억지가 가능하다고 보나, 이란의 문제는 중동지역 전체의 세력균형과 안정이라는 보다 큰 전략적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로하니의 정부의 출범으로 핵협상에 타결에 대한 서방측의 기대감이 고조된 것이라면 그 기대감에 걸맞게 신정체제의 대통령이 운신을 할 수 있는 폭을 만들어 주는 것은 서방측의 몫이 되어야 한다.

이상철 前 주 이란 대사 現 계명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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