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 안보와 미중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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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보구조는 패권국과 도전국의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패권적 질서를 담당하는 국가가 도전국가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기존의 패권국과 도전국의 관계가 전쟁을 통해 재조정되는 경우가 패권전쟁이고, 미소 냉전은 다른 형태의 패권경쟁 구도였다. 미소 냉전은 과거와 같은 강대국간 직접적인 무력충돌을 피하였고 경제협력도 미미했던 장기적인 평화체제 기간이었다. 핵무기는 미국과 소련의 두 초강대국이 전쟁을 통해 우위를 가르기에는 공멸의 결과를 초래하는 파괴력 때문에 냉전체제의 핵심적 요소였다. 소련 해체이후 중국은 미국의 위상에 가장 빠르게 위협하고 있는 도전국이다. 중국은 경제 규모면에서 근접하고 있다지만 미국의 국제경제 지배력에 아직은 밀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외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만큼 중국의 위상이 높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협력이 서로의 이익을 높인다는 점에서 갈등적인 대결보다는 협력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미국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한 격차 줄이기 전략이 필요하다. 군사력도 중국이 미국에 비해 한참 열세이다. 중국은 국제규범을 지키고 미국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미국의 국력과 세력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규칙도 없는 게임에서 반칙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이버 공간이라는 제대로 된 규칙이 없는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은 양국의 세력판도를 조정할 기선을 잡기 위한 적극적인 탐색전에 돌입했다. 이런 미국과 중국의 위상과 전략적 목표가 다른 상황에서 양국은 초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핵테러의 위협을 제외하면, 사이버 공격은 미국이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위협이다. 그 중에서도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사이버 위협이 전략적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여긴 듯하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사이버 위협을 양국의 외교적 현안이 아닌 비공식적으로 조용하게 다루어왔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열세에 놓인 산업기술, 통상전략, 무기체계 등 기밀을 사이버 스파이를 통해 수집할 필요성이 강했고, 그런 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였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사이버 안보가 의제로 설정될 만큼 미국의 위기의식은 컸지만, 미국과 중국은 사이버 공격세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크게 좁히지 못했다. 결론은 예상했던 수순을 밟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사이버 위협이 미중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시진핑 주석을 강하게 압박했다. 반면에 중국은 사이버 공격으로 중국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미중관계에서 사이버 안보는 어떤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첫째, 중국과 미국의 사이버 전략을 통제할 수 있는 국제규범이 없다. 두 초강대국은 사이버 공간을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제도나 레짐을 공식 혹은 비공식으로 합의한 과정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공간을 윤곽이 불분명한 영역이라고 언급하였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협은 전통적인 안보 수단이나 위협의 수준과 전혀 다르다. 전통적인 무력공격이나 무기에 관한 국제규범들은 국가의 행위를 제어하고 통제하는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은 국제안보구조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국제법과 레짐을 조성하려고 꾸준히 노력했다. 사이버 위협은 사이버범죄 혹은 사이버테러 수준을 넘어서 적대국가가 상대국의 국익과 안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안보 영역에서 상대방의 위협을 억제하거나 안보 공조의 틀을 자국에 유리하도록 제도화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둘째, 사이버 안보는 전통적 군사안보와 비군사적 안보의 성격을 모두 지닌 복합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사이버무기는 핵무기 혹은 미사일처럼 군사적 목적의 수단이 되지만, 경제적 혹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의 한 공식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에서 2,000억 달러 이상의 지적재산권 정보를 매년 절취하고 있고, 이는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또 다른 보고서는 지난 수년간 중국은 미국의 최첨단 군사기술을 훔쳤고, 결과적으로 수천 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 미국 무기체계의 허점이 드러나고 중국의 개량된 대응무기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역사상 최대의 부 이동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이 유지하고 있는 경제의 창의성과 경제력의 규모는 국부의 근간이다. 따라서 미국은 사이버 공격으로 유출되고 있는 기밀이 중국의 군사 및 경제적 경쟁력을 매우 빠르게 신장시키고 있고, 이런 정도의 위협이 계속된다면 군사적 우위와 경제적 지배력이 급격하게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의 최우선적 의제로 사이버 안보를 설정했던 것은 그 만큼 중국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미국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셋째, 사이버 위협 혹은 사이버 공격은 전략적 의미가 다른 유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사이버 전복, 사이버 스파이, 사이버전은 성격과 전략적 목적이 다르다. 사이버 전복은 상대방 정부의 정당성과 통치를 약화시키기 위한 사이버 공격이다. 사이버 스파이는 상대방의 기밀을 절취하는 것이 목적이고, 사이버전은 상대방의 시설을 파괴하려는 사이버 공격이다. 국가기간 시설에 대한 파괴를 목적으로 사이버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군사공격과 유사한 파괴력과 인명 피해를 예상할 수 있다. 반면에 사이버 스파이는 군사 혹은 산업 기밀을 은밀하게 절취하는 사이버 공격으로 피해가 직접적인 시설파괴와 인명 살상의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사이버 안보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입장은 사이버 공격의 유형에서 다르다. 미국은 최강의 사이버전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사이버전 공격력은 효과적인 사이버 방어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미국이 중국의 해킹 시도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이다. 아무리 미국의 사이버 무기가 위력적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의 해킹을 무력화하는데 아직은 제한적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이 사이버 안보의 국제규범을 발전시키는데 협조하고 준수하도록 전략적인 유인이 필요하다. 넷째, 사이버 안보는 전통적인 안보와 달리 국가의 통제가 훨씬 느슨하다. 다양한 행위자가 사이버 공격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안보위협은 국가가 중심 위치에 있다. 국가처럼 초국가적 행위자들은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수단을 갖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방식이 사이버 공격이다. 에스토니아와 조지아의 사이버 공격에서 잘 드러났듯이,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해커조직들이 공격을 주도했다. 초국가적 행위자들의 사이버 공격은 상대국가의 안보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초국가적 행위자들의 사이버 위협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던 것이다. 이들은 자국 정부를 정치적 목적으로 공격할 수 있고, 범죄 목적에서도 사이버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발 사이버 공격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 이유는 중국인민해방군이 배후 세력이라는 여러 정황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사이버 스파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혐의는 중국 정부의 사이버 전략을 통제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미국이 판단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금년에 인터넷보안업체, 국방부, 정보기관, 의회, 민간 진상조사위원회 등 여러 기관들이 중국에서 시작된 사이버 공격의 주체, 공격 방식, 피해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함으로써 사이버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심각성을 중국에게 공개적으로 신호를 보냈다. 미국과 중국은 사이버 안보를 두고 어떤 전략을 펼쳐나갈까? 사이버 균형(cyber balance)을 이루고 싶은 중국과 사이버 우위(cyber primacy)를 유지하려는 미국은 사이버 공간에 대한 통제 레짐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두고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안보 수단의 등장은 국제안보질서의 구조에 충격을 가하기 때문에 기존 질서의 안정성을 원하는 국가들은 제도를 통해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비대칭적 위협에 처한 미국은 중국의 사이버 위협을 제어하기 위해 세 가지 방식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첫째, 미중 양자 협상 방식이다. 미국은 지난 해 중국 정부 대표들과 접촉에서 중국의 해킹에 대한 중국 내의 규제와 통제를 요구하였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전략 변화가 가시화된 것이다. 물론 미국은 중국의 해킹으로 엄청난 군사적, 경제적 손실의 피해를 입고 있고, 오바마 행정부의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는 보고서가 최근 계속해서 공개되고 있다. 특히 금년 초 Mandiant 보고서가 중국인민해방군(61398부대)의 배후를 명확하게 적시한 이후, 해킹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가 최근 재개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의 압박에도 일단은 정부 차원의 책임을 부인했다. 다만 미중은 사이버 안보 공조를 합의했고, 중국은 정상회담 이전에 사이버 안보 실무그룹을 신설하기로 함으로써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었다. 둘째, 미국의 사이버 안보전략 강화이다. 미국의 사이버 안보전략은 효과적인 방어와 억지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재래식 군사충돌이나 핵공격은 미국의 압도적인 전력 우위로 억지되고 있다. 아직까지 사이버 억지전략의 효과는 핵억지력 만큼 보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사이버 억지전략의 일환으로 사이버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과 사이버 부대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정책지침’을 통해 안보관련 부서가 갖추고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이버 선제공격의 전략과 전력을 갖추도록 지시하였다. 공격용 사이버 무기개발과 전략은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겠지만, 사이버 해킹과 기밀 수집활동에 대해서도 적용하겠다는 의지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미국의 사이버 사령부는 사이버 활동 범위를 군사 영역의 범위를 벗어나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포함해서 잠재적인 사이버 공격자들에 대한 억지효과를 기대하고, 나아가서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의 사이버 전략, 공격력 수준, 사이버 무기 등에 관한 정보가 아직 충분치 않기 때문에 억지전략의 실질적인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셋째, 국제적인 사이버 안보 통제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10여 년 전부터 사이버 위협에 공동대처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미국은 사이버 안보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중국은 참여하지 않지만 8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부다페스트협약(Budapest Convention on Cybercrime)이나 서구와 비서구 국가사이에 국제규범의 방향을 둘러싸고 입장 차이가 드러난 사이버스페이스총회(Conference on Cyberspace)에서 미국은 자국의 의중을 관철하기 위한 세규합에 열중하고 있다. 군사안보 수준에서 사이버 위협에 맞서려는 다자간 제도화는 아니지만, 치안과 범죄수준의 사이버 공격을 통제하려는 국제협약은 미국 정부와 기업이 추진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와 부합한다. 미국은 사이버 무기개발과 공격력을 강화하려는 사이버 무기경쟁을 통제하려는 의도이기보다는 자국의 사이버 공간과 기간시설을 보호하는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사이버 위협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국제범죄를 규제하려하려는 접근방식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및 주요 국가들이 참여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논의하는 것에 동의했다. 사이버 위협을 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직접 참여하려는 태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양극체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두 강대국은 패권전쟁과 냉전이 아닌 복합적인 상호의존성 속에서 협력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사이버 안보는 미중 양극체제의 신모델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보여줄 최적의 이슈이다. 국가 차원의 사이버 공격력을 강화하려는 양국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 어렵다. 미소 양국은 핵개발 초기 단계에서 핵감축과 통제를 협상하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이버 스파이는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게 비대칭적 취약성이 높다. 이런 사이버 위협의 억지는 미국의 외교 공세의 목표이고, 중국도 장기적으로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다. 문제는 미중의 갈등과 대립으로 한반도가 분화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사이버 공간의 분쟁 영역에 한국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을 통제하려는 국제규범은 자칫 한국의 사이버 방어력을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現 한라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주요 경력으로 국정홍보처 전문위원을 역임했음. 주요 저서로 『국가정보학(공저)』, 『테러리즘(공역)』 등이 있고, 논문으로 ?테러와 정보의 억지전략?, ?정보실패와 미 의회 정보감독의 정파성? 외 다수가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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