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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분쟁의 과학적 이해와 이성적 대응
등록일
2014-02-28
조회수
7

영유권 분쟁과 국력의 함수

  국력의 변화에 따른 외교적 위상의 불일치는 국제관계에서 군사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국제관계에서 국력 또는 국가의 이익을 절대적 개념(absolute power)에서가 아니라 상대적 개념(relative power)에서 인식하는 현실주의자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국력이라는 자원은 유한한 반면, 이를 경쟁적으로 축적해야 하는 국제관계의 본질과 국가가 상호관계를 지속하는 과정 자체는 상대방의 행위를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변화시켜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대방 보다 우월한 지위가 중요한 변수이다. 외교적 위상도 한 국가가 가지는 국력의 일부이며 이와 동시에 국력이 투사되어 나타나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에 반영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력이 그 자체가 목적이며 수단이라는 특성은 국제관계의 외교력에서 가장 단적으로 나타난다.

  동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영유권 분쟁 그리고 군사적 경쟁관계와 같은 복잡한 역학관계를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력 특히 외교력의 상호관계의 측면에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2000년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국제관계를 논의할 때 상투적으로 “동아시아의 약소국” 그리고 “주변 4강 사이에서”와 같은 수식어를 반복하면서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논의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질서를 주도하는 양극체제의 핵심세력이었고, 특히 미국은 우리의 후견 국가임을 자타가 공인했다. 중국은 첨단 군사력을 포함하여 국가 규모 면에서 그리고 일본은 경제력이라는 기준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주변국이었다. 동아시아의 기존질서로 인정되어 오던 4강 체제가 변화했다고 생각된 것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 그리고 경제 규모 면에서 중국의 일본 추월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인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의 변화이다.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새로운 핵심 변수로 부상한 것은 바로 도서지역에 대한 영유권 경쟁과 이에 따른 분쟁의 현재화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전은 강도와 빈도에 있어서 최근 들어 더욱 격화되고 있으며, 2013년 초 출범한 아베 정권의 對한국외교관계는 영토문제가 역사문제와 결합된 민족주의의 대결 양상을 띠면서 한일관계는 악화의 길을 가고 있다. 일본의 역사인식 도발로 인해 한중관계는 상대적으로 긴밀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서해에서 한·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설정 그리고 이와 연계된 이어도 문제는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관련, 한·일, 한·중, 그리고 중·일 사이에 나타난 각국의 입장 충돌은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잠재되어 있는 갈등이 언제라도 현재화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새로운 위상과 영유권 분쟁

  독도, 이어도, 서해의 배타적 경제수역설정과 같은 국가의 핵심적 이익과 관련해 현재까지 전개되고 있는 중국 및 일본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며, 향후 갈등의 격화가 예상된다는 전제하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유권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일 간 센카쿠 문제 그리고 러·일 간 쿠릴열도 문제에 있어서 실효적 지배 근거 및 영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대상국에 대해 영유권을 획득하려고 대항하는 도전국의 관계라는 점에서, 중·일 간의 문제에는 일본을 지지해야하고 러·일 간의 문제에는 러시아를 지지해야 하는 미묘한 상황이다. 한국은 독도문제에 있어서나 이어도 문제에 있어서, 현시점에서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대상국의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도전국의 다양한 논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은 1905년 2월 22일 시마네현 고시로 독도를 일방적으로 편입한 이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독도가 빠져있음을 근거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총리 직속의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을 설치하여 독도영유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중국도 서해안의 EEZ경계획정과 관련하여 국제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중간선 원칙을 무시하고, 해안선 길이의 비례 또는 자연지형의 연장선과 같은 불합리한 근거를 내세워 한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의 전후처리 과정과 관련된 독도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미국은 일방적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 군사적 동맹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한·중 간의 해양 영유권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중국에 반하여 한국을 지지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은 국제연합국사령관에게 귀속되며 이는 사실상 미군사령관의 권한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이 관련되는 영유권 분쟁은 당사국가 이외에 미국이 개입되는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응과 과학적 분석의 필요성

  영토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의미하는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은 본질적으로 민족주의와 쉽게 결합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서구의 기준으로 영토주권의 개념이 확립된 것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민족국가의 등장에 따라 형성되고, 자연국경개념에 기초하여 동일한 민족구성원이 거주하는 영토에 대한 권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형성되었다.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에서 영토와 민족의 결합은 유럽에 비해서 훨씬 단선적이며 확고한 내부적 동질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형성되어 왔다.

  민족과 결합된 영유권 문제는 민족감정(national sentiment), 그리고 정치이념으로서 민족주의(nationalism)와 관련되어 있다. 민족감정은 자신이 소속한 민족을 위해 공헌하고, 이익을 수호하고, 민족의 정치적 독립과 번영을 희망하는 것을 의미하며, 민족주의는 민족감정에서 생성된 열망을 구체화시키려는 이념이나 운동을 의미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이 구체적으로 수호하고자 하는 목표와 이익은 독도의 영토주권을 확보하는 것인데, 현실적인 대응은 민족감정과 민족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일본의 자극에 대해서 ‘조용한 외교’를 주장하면서 일본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해왔다. 이에 반해서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함으로써 독도 문제에 있어서 정부의 조용한 외교에서 적극적 대응으로 정책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은 이어도 문제와 서해의 배타적 경제수역 획정에 있어서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냉정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한편, 중국은 민족주의적 방식으로 대응하는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관영언론에 나타난 이어도에 대한 보도행태는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공세적 내용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유권과 관련된 분쟁은 영토주권에 수반하는 국익은 물론 외교적 위신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민족주의의 자극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어도는 수중암초라는 점에서 독도와 달리 영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이미 2003년 이어도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준공하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도와 이어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이 각각 현상을 변경하려고 분쟁지역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실효적 지배라는 현상적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도전국인 일본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동아시아에서 영토분쟁은 상당히 민족주의적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관영언론의 보도 행태가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것이며, 시민단체의 활동도 정부와의 교감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2008년까지 지속되는 중국언론의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보도행태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중국 정부의 전략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분쟁에서 다행인 것은 한국의 언론과 한국의 여론이 민족주의적 정서에 의존하는 보도행태와 반응양식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도 문제에 관한 한국의 대응은 법리적 측면에 중점을 두어 이어도가 국제분쟁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UN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에 대한 해석과 관련된 국제법적 대비, 다른 영토분쟁과 관련한 국제법 판례분석,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이어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역사적 그리고 문화적 근원과 권원에 대한 증거 수집과 분석에 중점을 두어 왔다. 이어도와 직접 관련된 문제는 아니지만, 서해안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한국해경에 대한 중국어선의 도발에 대해서도 한국의 여론은 비교적 차분한 대응을 하는 편이다. 중국이 이어도 인근해역에서 해양 측량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나, 중국 사회과학원의 욍찌엔싱의 이어도 관련 NGO 결성과 활동에 대해서도 한국 여론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여론의 관심에 밀려나 있다.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과 반대로 일본과의 분쟁에 있어 한국은 격렬한 민족주의적 정서가 지배적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한일관계에 있어서 일본이 영토 및 역사문제와 관련해서 제기하는 발언은 거의 예외 없이 한국의 언론과 여론에 망언으로 인식되어왔다. 독도가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는 다양한 주장을 중심으로 일본의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발언이 결합되면서 한국의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왔다.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여론은 물론이고 때로는 정부도 상당히 격앙된 형태로 나타났다. 한일관계에 대한 경험적 자료의 분석에 따르면 한일관계에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분쟁의 강도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분쟁의 강도보다 분석의 전체기간에 걸쳐서 약 1.5배 더 강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망언은 일회성의 성명이나 발언으로 분쟁의 강도가 낮은 반면, 이에 자극받은 한국의 대응은 동시 다발적이며 정부와 민간차원의 대사소환과 시위와 같은 강도가 높은 갈등행위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빈도와 강도 등 모든 면에서 갈등의 수위가 높아진다.

  현실적으로 일본의 유력인사가 망언을 하게 되면, 정부 내에서도 외교부와 주일대사의 유감표명으로 이어지고 국회의원들의 성명 그리고 시민단체의 반일 시위가 일정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반응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망언에 비해서 지속적인 비판과 비난을 제기한다. 역사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가 과거의 행적에 대한 반성보다는 무리한 정당화·자기합리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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