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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전문가(Track 2) 외교의 재조명
등록일
2014-12-18
조회수
7

  ASEAN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협의회(ASEAN ISIS)는 동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민간전문가(Track 2) 단체이다. 약 25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비공식 설립된 ASEAN ISIS는 1988년 6월 29일 싱가포르에서 정관이 서명되면서 공식적으로 발족됐다. 현재 ASEAN ISIS는 ASEAN 헌장 Chapter V, Article 16, Annex 2에서 인정하고 있는 “ASEAN 관련 기관” 중 유일한 Track 2 단체이다.

  아시아 태평양 안보협력이사회(Council for Security Cooperation in the Asia Pacific: CSCAP)는 ASEAN ISIS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싱크탱크들과 맺은 유대관계의 가장 큰 혜택을 본 Track 2 단체이다. CSCAP는 발리, 도쿄, 호놀룰루, 롬복 섬, 서울, 쿠알라룸푸르 등 여러 장소에서 Track 2 회의를 가진 이후, ASEAN Regional Forum(ARF) 설립에 대비해 1993년 6월 발족됐다. ARF는 CSCAP의 주된 Track 1 파트너 기관이다. 훗날 CSCAP은 최초 발족에 참여한 국가들을 넘어 유럽연합까지 포함하여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외연을 확대했다. ASEAN을 위해 여러 제안서(Memorandum)를 제출한 ASEAN ISIS처럼, CSCAP은 ARF에서 중시하는 여러 사안에 관한 25여 건의 문건을 작성했으며, ARF에 앞서서 선행적인 연구 및 조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CSCAP가 가장 최근 발표한 제안서는 지역 안보 질서(Regional Security Architecture RSA)에 관한 것이다. 또 매년 아태 지역이 직면한 안보 정책 문제를 다루는 CSCAP 지역 안보 전망(Regional Security Outlook: CRSO)을 제작해 발간하고 있다.

  이들 두 Track 2 단체가 지역 안보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세스와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에 걸쳐, 정부 밖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신뢰를 촉진하는 활동을 통해서,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예를 들어, ASEAN의 외무 및 국방 장관들이 참가하는 특별 고위급 회담(Senior Officials Meeting: SOM) 도입,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SEAN Free Trade Area: AFTA)를 통해 경제 협력을 넘어서 경제 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결정, ARF 설립 등은 ASEAN ISIS가 1992년 ASEAN 회원국 정부에 제출한 'A Time for Initative'이라는 제안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ASEAN ISIS는 또 중국과 미얀마 등 이질적인 국가들과도 건설적인 관계도 구축했다. 그리고 CSCAP위원회에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정부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직 외교관, 방위/군사 전문가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서, 안보 문제에 관한 CSCAP의 토론, 대화, 생각 등은 Track 1 관계자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또 Track 2 토론에 참가하는 다른 Track 이해관계자들이 증가하는 것은 지식의 구축, 협력 및 우호관계의 발전, 그리고 지역 내 국가들 간 존재하는 불신 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프로세스이다. 이러한 국가들에는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대한민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열강과 중견 국가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Track 2 외교에는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가 있다. ASEAN ISIS 및 CSCAP 회원 등이 이런 도전 과제를 여러 차례 분석한 바 있다. 이런 도전 과제 중 하나는 Track 2 단체 구성원의 성격이다. 예를 들어, ASEAN ISIS는 정부나 학계로부터 독립된 기관, 대학 관련 기관, 전문 단체, 정부 관련 기관, 정부 소유/통제 기관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혼합체이다. 이런 구성원의 다양성은 ASEAN에는 힘을 주지만, 국가 주권에는 도전이 되는 제안을 내어놓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ASEAN ISIS의 원로 회원들은 보다 나은 성과를 낳기 위해서 ASEAN ISIS 내부에서, 또는 이를 넘어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싱크탱크와 안보 정책 문제를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는 가장 느린 구성원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시도이며 ASEAN의 일부 공식 네트워크에서 이미 도입해 실천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또 다른 도전 과제는 재정 안정성이다. Track 2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로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했을 때 Track 2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런데 독립성은 거버넌스(지배) 기관의 개혁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혁신과 창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세대교체도 극복해야 할 도전 과제이다. 젊은 세대가 이들 기관의 설립 이념과 근거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Track 2 프로세스 및 단체 설립자들은 이미 그들의 커리어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커리어 발전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Track 2 활동 참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치'를 누렸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이런 '사치'를 누릴 형편이 못 된다.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Track 2 멤버십을 커리어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런 Track 2 경험과 ASEAN ISIS 및 CSCAP의 도전 과제를 고려할 때, 과연 이런 경험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다. 과거에 Track 2가 다른 지역의 안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또 과거에 동남아시아에서 개발된 Track 2 외교를 남아시아의 싱크탱크에 노출시키려는 진지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재원이 끊기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동북아시아는 이 아이디어를 도입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결단력과 지혜, 그리고 운이 있으면 성공시킬 수도 있다.

Carolina G. Hernandez 교수는 Institute for Strategic and Development Studies (ISDS Philippines)의 설립자이며 소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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