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주춤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명과 암
등록일
2019-10-20
조회수
7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는 ‘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带)’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를 합친 새로운 개념으로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2013년 9월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순방 중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일대일로로 연결되는 이들 지역은 대략 60여 개 국, 세계 인구 63%에 이르는 44억 명, 세계 GDP 30%에 달하는 21조 달러 규모의 경제권으로 이는 기존 중국이 동부 연해지역 위주의 대외개방 전략에서 벗어나 유라시아대륙 국가들과 육·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지역 통합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유럽을 포괄하는 거대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과거 2000여 년 전 중국인들이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오가며 이어온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2015년 3월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상무부가 공동으로 일대일로 추진 방향 및 원칙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실크로드 경제벨트 및 21세기해상실크로드 공동 건설 계획(推动共建丝绸之路经济带和21世纪海上丝绸之路的愿景与行动)』을 발표하면서 일대일로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중국-몽골-러시아 △유럽-아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중남반도 지역을 잇는 ‘6대 경제회랑’을 건설을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일대일로의 실질적인 추진과 연선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 및 자금집행을 위한 기구로 2016년 1월 중국정부가 주도하여 아시아 34개국, 유럽 18개국, 오세아니아 2개국, 남미 1개국, 아프리카 2개국 등 창립회원국 총57개국과 함께 자본금 1,0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를 출범시켰다는 점이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일대일로 추진이 세계경제 번영을 위한 것으로 유럽과 아시아 간 경제공동체 건설의 당위성을 경제적 측면에서 부각하여 대외적으로 널리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말라카 해협과 순다 해협, 페르시아만(灣), 홍해 항만 등에 대한 개발협력은 경제성이 결여되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공동건설과 협력이라는 취지보다는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군사적, 전략적 목적이 더 크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는 일대일로를 당장(黨章)에 포함시키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대외 경제협력의 중점으로 삼아 장기적으로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2017년 5월과 2019년 4월에 각각 ‘일대일로 건설의 협력 추진(携手推进“一带一路”建设)’ 및 ‘일대일로 공동건설과 아름다운 미래 창조(共建“一带一路”,开创美好未来)’라는 주제로 일대일로 연선국가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을 초청해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 포럼’을 개최하면서 상호연계를 강화하고, 일대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중국경제가 세계경제 저성장 및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인해 국내경기를 부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며, 결국 중국 내 경제성장 동력확보와 지역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대외 영향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외교는 크게 두 가지 속성을 갖는다. 하나는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경제조직에 가입하거나 특정 국가와의 외교적 협력을 통한 대외무역 발전 및 투자 유치 등이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에 해당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 및 투자 증대, 국제문제에서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개발도상국에 도로, 항만, 철도 등 SOC 건설 지원 등은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경제외교는 개발도상국의 투자와 합작 등을 통한 자원확보 및 시장진출, 다자기구 또는 특정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자국 중심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제기구의 출연금 확대를 통한 개발도상국의 이익 대변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과거 중국의 WTO 가입이 세계경제 체제로의 편입을 의미한다면 일대일로는 주변국 외교, 다자협력, 자원외교 등 그동안 중국이 추진해 온 다양한 경제외교가 모두 응집된 중국 경제외교의 새로운 혁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중국이 독자적인 스탠더드를 갖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이처럼 일대일로는 단순한 경제정책에 그치지 않고 전형적인 경제외교의 속성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부터 중국의 안전을 지키며, 주변국을 정치적 우방으로 유지하기 위한 시진핑 시대의 경제외교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외교의 두 번째 속성인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이용하는 즉, 인프라 개발과 무역 증대를 통한 연선국가 간 연계를 강화하고, 중국 내 개혁개방 심화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인 일대일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천명한 일대일로 협력 방향인 정책소통(政策沟通), 인프라연결(设施联通), 무역원활화(贸易畅通), 자금융통(资金融通), 민심상통(民心相通) 등 ‘5통(五通)’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대일로 참여국들과의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먼저, 일대일로 최대 수혜국이자 친중 국가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경우 최근 부채로 인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규모를 축소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최대도시인 남부 항구 카라치부터 북부 도시 페샤와르까지 1,872㎞ 구간 철도 개조 사업은 중국이 세계에 선보일 일대일로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지목되어 왔지만 사업 규모를 기존 82억 달러에서 62억 달러로 줄였고, 향후 20억 달러를 더 줄이는 등 사업 내용을 재검토해 목표를 재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 46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비롯해 62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사업은 파키스탄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초대형 투자로 결국 2019년 5월 IMF로부터 39개월 간 6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더욱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인근 태국 접경지역 툰바트에서 말레이시아 서부 말라카 해협 인근 클랑항(港)까지 총 688㎞를 연결하는 총 225억 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과 함께 말레이시아 서부 연안에 600㎞ 송유관과 시바주에 662㎞의 가스관 건설 사업을 중단시키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 시절인 2016년에 추진한 사업이었지만 2018년 5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집권하면서 중국 관련 사업비가 부풀려지고 수익성이 의심되는 등 불공정계약 논란에 휩싸이자 사업 중단 및 재검토를 선언하게 되었다. 특히, 마하티르 총리는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 시공을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中国交通建设)’이 맡고, 사업비의 85%를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빌려오는 구조를 문제 삼으며,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개발도상국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을 정면 비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과 말레이시아 당국은 협상 끝에 기존 사업비의 3분의 1을 삭감한 150억 달러로 합의한 후 올해 7월 25일 재개되며 귀추가 주목된다.

스리랑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일대일로가 채무의 함정으로 이어진다는 비판과 위험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인 함반토타 항구는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들여와 건설한 신항으로 개발 뒤에도 이용률이 저조해 경영이 힘들어지자 스리랑카 항만공사가 2016년 항구 지분 80%를 중국 국영항만기업인 ‘자오샹쥐(招商局)’에 매각하고, 99년 간 항구 운영권을 이전하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수도 콜롬보에서 추진하는 인공섬 프로젝트는 간척사업을 통해 2.7㎢에 달하는 인공섬을 만들어 이 일대를 남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고급 아파트와 호텔, 쇼핑몰, 공원 등이 들어서고, 8만 명의 거주민과 25만여 명이 출퇴근하는 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공섬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중국교통건설’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채무함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중국은 이미 스리랑카에 고속도로와 공항, 항만, 철도 건설 등을 통해 8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상당한 채무를 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섬 가운데 1.1㎢에 달하는 땅을 99년 간 임차하기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미얀마는 2018년 6월 서부 라카인 주에 위치한 90억 달러 규모의 차우크퓨 심해항구 건설 사업을 재검토한다고 선언하였다. 차우크퓨 항구는 일대일로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이 항구가 완공되고 나면 중국은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미얀마를 거쳐 인도양으로 곧장 나아갈 수 있으며, 최근 완공된 중국 윈난(云南)성 쿤밍(昆明)까지 이어지는 석유가스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미얀마 역사상 최대 인프라 사업인 차우크퓨 심해항구 건설 사업은 중국 국영투자회사인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中国国际信托投资公社)’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건설하기로 했지만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부채리스크가 높다는 우려를 사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국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점을 인식해서인지 미얀마 정부와 협상 끝에 기존 중국의 출자비율을 85%에서 70%, 사업비도 90억 달러에서 52억 달러로 낮추는 등 합의에 이끌어냈으며, 개발 사업도 전체를 4번의 기간으로 나누어 1기 사업을 마칠 때마다 사업을 재점검해 무모한 개발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미얀마 GDP의 3%에 달하는 20억 달려 규모의 부채가 예상되는 이 사업에 대해 중국이 ‘부채의 덫’을 놓고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대일로는 중국경제가 과거 투자와 수출, 노동력을 앞세운 경제성장 전략이 소비와 투자 간 불균형, 환경오염 등 구조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고속성장이 불가능해 ‘신창타이(新常态: New Normal)’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중고속 성장과 산업구조 전환, 신(新)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또한, 일대일로가 거시적이고 장기적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국제관계 구도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상당한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어 발전 전망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많은 비판 속에서도 중국과 관련국들이 일대일로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많은 프로젝트가 일대일로의 공식 출범 이전부터 필요에 따라 기획되었고, 재정 부족으로 실행을 기다리던 상황이었기에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의 제안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은 당장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중국이 요구하는 조건에 굴복하게 된다.

더욱이 대부분의 인프라 프로젝트는 완공 이후 수익을 통해 중국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형태인데, 참여국 중 상당수는 채산성 검토 노하우가 부족하고, 절차상 참여국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 은행의 손을 거쳐 대출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이 시공책임을 지는 구조로 내몰림에 따라 중국에 갈수록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줄곧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을 돕고 공동번영을 추구하며, ‘이익공동체’, ‘운명공동체’를 실현하자고 주창해 왔지만 급속한 성장으로 부를 축적한 중국의 지역패권주의, 중화사상의 부활 및 중국몽(中國夢)으로 인해 일대일로 구상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의 내수침체로 위기에 빠진 중국기업들이 일대일로를 기회의 발판으로 이용해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루트를 따라 진행되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철강과 시멘트를 비롯한 중국산업의 과잉생산과 유휴 노동력을 흡수하면서 중국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일대일로가 정말 성공하려면 원조를 받는 국가들이 중국과 교역을 증대하고, 중국과의 무역다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자체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일대일로를 통해 빠져나가고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결국 일대일로 참여국들은 부채의 늪에 빠져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라는 비판과 함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못하기 때문이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난카이(南开) 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2019년 중국인민(人民)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 연구원 및 베이징(北京) 소재 중앙민족(民族)대학교 강사로 활동함. 주요 논문은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중국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 연구』 및 『중국과 베트남 개방정책이 북한에 주는 함의와 당위성 연구』 등이 있음.
파일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