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선거의 평가: 기대와 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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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이란 전역에서 제10대 국회의원과 제5대 전문가회의(The Assembly of Experts) 선거가 동시에 시행되어 60%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하며 마무리되었다. 사전에 헌법수호위원회의 자격 심사를 통해 개혁 성향의 후보자가 다수 탈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선거 모두 중도-개혁파 연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1) 2017년에 있을 차기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는 중요한 시점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테헤란 지역구 30석을 모두 중도-개혁파 후보가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2차 투표가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성향을 밝히지 않은 무소속을 제외하고도 중도-개혁파는 보수파와 대등한 수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2) 차기 최고종교지도자를 선출하는 전문가회의 선거에서도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로하니 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파가 약진하여 하메네이 최고종교지도자 사후 강경보수 성향의 지도자 등극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졌다. 중도파의 약진과 기대감 이번 선거 결과에는 2015년 7월 '역사적인' 핵협상 타결과 2016년 1월 경제제재 해제를 통한 이란 변화에 대한 희망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개혁∙개방∙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개방화 정책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정국 주도권을 잡은 로하니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해외 투자 유치와 협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내부적으로도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시장 자유화, 민영화 사업, 외국인 투자를 위한 규제 개혁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많은 나라들이 이란과의 협력과 통상 확대를 위해 테헤란으로 향하고 있다. 그 중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등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물밑작업을 통해 로하니 대통령 방문을 성사시켜 지난 1월 제재 해제 후 철도, 자동차, 항공기 등의 구매 및 송유관과 고속철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테헤란을 방문하여 고속철 건설을 포함한 17건의 대규모 투자 MOU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월 28일, 29일 양일간 주형환 산업통상부 장관을 필두로 4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이 이란을 방문하여 10년 만에 한-이란 경제공동위를 개최하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였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경기도 경제 사절단도 가즈빈 주와 지방자치단체 간 경제∙문화∙학술 협력 강화를 위해 같은 기간 방문하였다. 우리 항공사가 한국-이란 간 직항노선에 처음으로 취항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제재 해제와 함께 일어나고 있는 이란 특수를 선점하기 위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중동 평화 정착과 안정에 대한 기대감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대통령 당선 후 고립된 국제관계를 청산하고 모든 국가와의 협력을 주장했던 로하니 대통령은 경제회복을 위한 당면과제 중 하나로 역내 안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과 이에 대응해 이란 내 강경파들이 사우디 대사관과 영사관을 공격한 사건으로 이란-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교 관계 단절이라는 벼랑까지 갔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로하니 정부의 외교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양국 관계 회복에 이란 외교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후 “대결은 끝났다.” 라는 로하니의 발언 속에는 선거를 통한 국내정치 안에서의 대결만이 아니라 첨예한 갈등과 대립 관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화해라는 의미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시리아, 예멘,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이란이 개입되어 있는 중동의 갈등 관계에서도 로하니 대통령이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협력과 평화를 기조로 문제를 해결해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아있는 위협요소 이번 선거 결과는 서구와의 통상 확대를 통한 경제 회복과 국제협력을 통한 역내 평화 구축이라는 로하니 정부의 국정운영 방침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존재한다. 첫째, 헌법수호위원회의 자격 심사를 통해 개혁파 후보자를 대거 탈락시키고도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긴 보수파의 반격이다. 혁명수비대는 꾸준히 탄도미사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통해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보수파는 혁명수비대와 결탁하여 정치∙경제∙사회의 개방과 개혁의 변화를 막고 지속적으로 역내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다. 이미 보수파는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개혁적인 정부로 평가받는 하타미 정부(1997-2005)와 제6대 국회(2000-2004)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정부와 국회로 만든 경험이 있다. 그 결과 하타미 정부 차기 대통령으로 강경보수파 아흐마디네자드(2005-2013)가 당선되어 정치, 사회 모두 보수파 중심으로 바뀌었다. 둘째, 최고종교지도자의 변심이다. 하메네이는 경제제재 해제와 경제회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로하니를 지지해 주고 있지만 로하니의 권력과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즉, 다양한 권력기관과 개인 간의 세력 균형(Power Balance) 정책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하메네이가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로하니를 지속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메네이는 원하는 수준의 경제회복이 이루어질 경우, 로하니에 대한 견제를 시작할 것이다. 셋째, 중도-보수파 연합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로하니 정부 정책을 지지 여부이다. 정당정치가 없는 이란의 정치문화에서 중도-보수 연합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에는 과거 보수파로 활동한 전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있다. 현 국회의장 알리 라리자니도 하메네이의 측근인 보수파로 분류되던 인사였지만 지금은 중도-보수 연합세력으로 출마하였다. 이들이 로하니의 모든 개혁정책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낼 지는 의문점이다. 선거를 통해 얻은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란의 경제회복과 역내 패권국가로서의 역할을 회복해 가고 있는 중도파 로하니 정부지만, 여전히 최고권력을 가지고 있는 최고종교지도자 하메네이, 사법부와 헌법수호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적 성직자들, 그리고 군과 안보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혁명수비대가 건재하기 때문에 급격히 사회를 변화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의 대응 이란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8천만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 시장과 중동, 북카프카즈,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주변 시장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란은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백색 가전, 핸드폰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반면, 이란은 한국이 이란에 대해 독자적 경제제재를 취하고 인권 관련 유엔 안보리 표결에서 불리한 투표를 한 전력을 기억하고 있으며, 투자와 기술 이전, 합작 생산에는 인색하고 제품만 팔아 이윤을 가져간다는 부정적인 인식 또한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요소들도 남아 있다. 이는 이란을 향한 기대감에 감춰져 있는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이란 정치, 경제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상호 호혜적 협력방안 제시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이란과 관계를 맺어온 기업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보수파와 중도파를 아우르면서 모든 이란 사람들이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로 양국 관계가 발전해 나가야 할 때이다. ________ 1) 국회의원 선거에서 12,000명이 넘은 입후보자들 중 7,000명 이상의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개혁파 후보자들의 지도자인 호세인 마라쉬에 따르면 3,000명이 넘는 개혁파 후보자들 중에 1% 만 자격 심사를 통과하였다고 밝혔다. 전문가회의 선거에서도 800명이 넘는 후보 지원자들 중 개혁적인 후보자는 대부분 탈락하고, 20%가 조금 넘는 166명만 통과되었다. 중도-개혁 연대의 상징인 ‘희망의 명단’ 소속 출마자들은 개혁파라기보다 실용주의 중도파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맞다. 2) 1차 투표 결과는 중도파 83석, 보수파 78석, 무소속 60석, 소수종교 5석이며, 2차 투표 결과는 64석으로 집계되었다. (www.entekhab.ir 집계 발표) 現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SOAS), University of London 방문연구원.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중동지역학으로 석사 학위, 이란 이스파한 국립대학교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 "이란 에너지 산업 연구: 석유와 천연가스 중심으로," "A Study of Rural Development in Iran through the White Revolution: Comparing with South Korea’s Rural Development Program(Saemaul Undong)" 등의 논문과 『페르시아의 종교』, 『고대 페르시아의 역사』, 『이란의 역사』, 『에스파한』 등 다수의 저서가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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