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일본 보수세력의 반발과 한일관계의 과제
등록일
2016-03-04
조회수
7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은 양국의 최대 현안으로 존재해 온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전격적으로 합의하였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2015년을 넘기지 않고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것은 한일관계만이 아니라 동북아지역 안보체제와 관련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양국관계는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 양국 정상은 두 번에 걸쳐 전화회담 형태로 현안을 협의하였다. 그리고 지난 3.1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과는 다른 대일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아베 수상도 지난 1월 22일 중의원 시정연설에서 한국은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강조하였다.

  한편,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위안부 문제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도 위안부 문제 합의에 반하는 정치가의 발언이나 우익세력의 반발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월 16일에는 일본 외무성 심의관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정부가 조사한 자료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언함으로써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둘러싼 일본의 국내정치적 상황을 보수세력의 인식과 반발에 주목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합의를 계기로 향후 한일관계가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응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 정부는 그간 위안부 문제 해결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수용 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하였다. 이번 합의에서 일본 정부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이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죄하였다. 따라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심신을 치료하고 추모하기 위한 사업비로 정부 예산 10억 엔을 거출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합의는 한국과 일본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존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어떠한 합의안보다도 진전된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일본 보수세력에게 당시 군의 위안부 문제 관여, 정부의 책임 인정과 배상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었다. 정부의 배상과 사과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모두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12월, 위안부 문제 합의과정에서 아베 수상은 이러한 보수세력을 의식하여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자민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표출되었다. 지난 1월 14일, 자민당 외교·경제연대본부 합동회의에서 문부성 부대신을 역임한 사쿠라다(桜田) 의원이 위안부를 “직업 매춘부”로 폄하하는 망언을 했으며, 뒤를 이어 1월 26일에는 자민당 외교부회에서 소녀상의 조기 철거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여 아베 수상에게 전달하였다. 이 결의안이 채택된 배경은 이번 합의안에 대한 불만과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자민당 내 보수세력이 이번 합의안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쿠라다 의원의 발언에 대해 스가(菅) 관방장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면서 양국 간 합의에 노력할 뿐이라고 망언이 미칠 파장을 우려하였다. 또한, 자민당은 소녀상 조기 철거 요구 결의안에서 아베 수상이 성사시킨 위안부 합의안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반면, 일본 내 극단적인 우익세력은 아베 수상에게 실망을 표출하고 지지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우익보수세력이 2012년 아베 수상의 재등판을 용인한 이유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역사관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로잡겠다는 의도에서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합의에서 ‘군의 관여’를 인정한 점을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에 대하여 아베 수상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수용하면서 보수세력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인 설득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이번 합의안이 역대 정권에서 제시된 어떤 합의안보다도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995년 무라야마(村山) 정권, 2009년 이후 민주당 정권에서도 성사시키지 못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면서 보수세력을 설득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는 일본 정부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예산의 형태로 10억 엔을 지급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입장은 식민지 청산과 관련된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을 계기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편, 이번 합의로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10억 엔이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지는 반면, 배상금 또는 식민지 청산 관련 비용으로는 그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89년 한일 양국의 합의로 진행된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사업에 소용된 예산은 82조 엔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할린 동포들이 한국에 영주, 귀국할 경우 거처를 마련하기 위하여 32억 엔을 들여 안산시에 아파트를 건축했고, 사할린 현지의 기념관 건설 비용을 부담하였다.

  이번 합의가 가능하게 된 일본 내부 상황으로는 아베 수상의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이 존재함을 들 수 있다. 현재 자민당 내에 아베 수상을 대체할만한 유력한 정치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안부 합의 이후, 아베 수상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하였다. 여·야관계를 살펴보아도 자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월 NHK 여론조사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각각 40%, 8%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6년 7월 참의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현재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자민당과 공명당은 중의원에서 68.4%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2일, 아베 수상은 올해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나 연립여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면, 자신의 임기 중에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현재 상황으로는 참의원선거에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아베 수상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베 수상은 위안부 합의가 보수세력이 요구하는 전후체제의 종결과 식민지 지배의 부정적인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시도임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2015년 9월 안보법제 성립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미일 안보협력을 통한 대중 견제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해 온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보수세력을 설득하고 있다.

  향후 한일관계나 동북아안보협력 관련 대응방안을 생각해 보면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둘러싸고 일본에서는 구심력이 작용하고 있지만, 반대로 한국에서는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반대여론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 양국이 합의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 아직까지도 논쟁점으로 남아 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수사는 일반국민들에게 매우 생소한 표현이다. 이 표현은 이번 합의가 최종적인 해결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일본 측의 요청으로 명기되었다. 그러나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50년의 한일관계를 살펴볼 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문에도 명시되어 있다.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될 당시에도 양국 정부가 상대방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에는 과거사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져 왔다. 결국 최종적 해결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여론이 일본에서도 적지 않다. 향후 국제사회의 여론이나 가치관의 변화, 일본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 등의 상황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은 반복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은 일본이 약속한 사항을 성실하게 수행할 경우만 해당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치인들이 망언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한 어떠한 구속적인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정치가들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망언을 되풀이하거나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을 번복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 정부는 이 합의를 정치적, 법적 구속력이 강한 공동선언이나 조약의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북아지역의 안보협력과 관련하여 이번 위안부 문제 합의가 가지는 의의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같은 긴급사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한일, 한미일 공동안보협력체제 구축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동북아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안보협력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한일 간 현안 해결에 대한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위안부 문제는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의 실패로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합의가 이루어졌다. 현재 위안부 할머니들은 평균연령이 89세이며, 생존자도 44명에 불과하다. 이제 더 이상 현안에 대한 실패의 반복으로 그분들의 명예 회복과 치유가 지연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최근과 같이 동북아지역에서 군사안보적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現 선거연수원 교수. 2000년 일본 토호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함. 전공분야는 일본 국내정치이며, 관심분야는 주로 선거, 정당, 시민사회 등 정치과정. 최근 논문으로는 “일본자민당 파벌의 정책성향과 대한정책의 우경화 배경”(『일본평론』 2015. 12)과 대표 저서로서는『韓日政治制度比較』 (동경: 게이오대학출판회, 2015)등이 있음.
파일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