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트럼프의 경제적 국수주의와 한미관계의 미래
등록일
2016-05-04
조회수
7

  미국 현지시각으로 5월 3일 저녁, 인디애나 주의 공화당 경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면서 그동안 트럼프의 유일한 상대로 여겨졌던 크루즈 상원의원이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한국식의 후보 단일화까지 시도했던 인디애나 주에서 트럼프가 60%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승리하자, 더 이상 경선을 이끌어갈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의 승리를 선언했으며,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었던 공화당 내부도 트럼프를 후보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트럼프에 대한 말을 아끼고, 소위 중재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던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인디애나 경선이 끝나면서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인정하면서, 그에게 단결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트럼프가 올해 초까지의 예상을 깨고 공화당 경선의 선두주자로 떠오르자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수는 있겠지만, 본선에서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그러한 예측을 하던 사람들이 언급한 바를 번복해야 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적어도 트럼프가 후보가 되면 당연히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은 초반부터 상당한 흥미를 유발하면서 한국의 선거 못지않게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충격적인 재미의 선두에는 트럼프가 있었다. 각종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유명세를 쌓은 트럼프의 경이로운 언행은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그가 다른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두에 서면서 그가 가진 외교관이 우리로 하여금 흥미의 수준을 넘어 관심을 갖게 하였다.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하여 소개된 그의 외교안보관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한미동맹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체계에 대한 그의 발언은 미국의 주류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그의 견해는 그의 선거전략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인 경제적 국수주의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국이 대차대조표 상 현금의 흐름에서 이익을 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비용의 관점에서 현재의 동맹체계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트럼프의 핵심주장이다. 그러나 트럼프식 대차대조표는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현금의 흐름만을 중시한다. 왜 동맹이 형성되었는지, 동맹관계를 통하여 미국이 획득하고 있는 전략적 이익은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현재의 국제질서가 유지되면서 얻고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그 질서가 불안정해질 경우 미국이 감수해야 할 비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많은 글들을 통해서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한국의 방위 무임승차론에만 우리의 논의를 한정하다 보면 이번 미국의 선거과정이 우리에게 미치게 될 영향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트럼프는 11월 선거에서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토대를 이미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트럼프의 이러한 정책관이 압도하고 있는 미국의 선거과정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장, 단기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가 이러한 경제적 국수주의에 기초한 정책을 표방하게 된 배경에 대한 분석, 향후 민주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클린턴과의 본선 선거과정이 진행될 방향에 대한 분석, 마지막으로 이 과정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하도록 한다. 트럼프의 정책 배경 정치권의 주류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던 트럼프가 후보에 가까워지면서 그의 정책관에 대한 비판이 미국 내외를 막론하고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민자들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 그의 정책들은 미국 사회의 주된 기조와는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특히 그의 외교안보에 대한 기본 방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만큼 그의 언행은 '기이'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철저히 표를 획득하여 승리하기 위한 과정으로 선거에 접근하면 다른 분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미국의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정책들은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서 미국 대중의 여론이 이미 그가 그러한 정책을 표방하기 이전부터 그와 같은 방향을 지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4월 퓨리서치(Pew Research)1)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여론은 2013년에 이미 미국의 해외 개입에 대해 50% 이상이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 당시의 수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같은 항목의 조사가 시행된 1964년 이래 최고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기초 위에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을 선거전략으로 삼으면서 그 불만에 대한 책임을 해외 동맹국, 무역, 그리고 이민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표심 확보의 방향을 설정한 것이 그의 성공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잇겠지만 향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미국 여론이 트럼프의 외교안보관과 유사한 방향으로의 정책을 위해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선거과정의 방향 예전 미국의 선거과정을 살펴보면, 당내 경선과정에서는 선명성 경쟁을 하면서 중도에서 벗어난 정책들이 제시되었고, 이 정책들은 본선과 당선을 거치면서 중도로 많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과거의 정책방향 이동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첫째, 트럼프가 경선에서 승리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공화당 경선 참여율은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을 달성할 정도였다. 그동안 트럼프가 강조해 온 것처럼 트럼프를 통한 투표율 증가가 본선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트럼프로 하여금 현재의 정책방향을 유지하게 할 것이다. 둘째, 미국의 선거과정이 점점 유권자 설득보다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실제로 투표하게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다시 말해, 중도 혹은 부동층을 공략하는 선거전략을 구사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고정 지지층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 선거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책방향을 중도로 옮기는 것보다 선명한 정책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표 계산에서 효과적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정책방향은 본선까지 현재의 방향을 유지하게 될 것이며, 11월 선거까지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학습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미칠 영향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이 될 경우, 우리에게 골치 아픈 많은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가 선거과정에서 이렇게 경제적 국수주의에 기초한 정책들을 표방하더라도 실제로 정책화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정치의 견제와 균형, 미국의 관료제, 그리고 국제정치의 엄연한 현실적 상황이 그의 말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트럼프의 주장과 관련된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무역에 관한 부분이다. 전통적으로 선거과정에서 공화당은 자유무역을 옹호해 왔고, 민주당이 보호무역에 가까운 주장을 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민주당의 영역에 가까운 반 자유무역 정책을 표방함으로써 민주당의 클린턴은 그에 상응하거나 그보다 강한 무역정책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노동조합과 그들의 반자유무역적 성향보다 훨씬 강한 트럼프의 정책에 맞서기 위해서는 클린턴 역시 그에 못지않은 정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크게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트럼프와 상관없이 현재도 미국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환율, 반기업적 환경, 관세 등의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선거과정에서 나오는 논의들과 맞물리게 되면, 자연히 미국 대중들이 우리에게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의 방위 분담금 협상, 미국의 대(對)한국 투자 및 사업환경, 그리고 환율 등에 관한 문제들이 우리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복잡한 국제정치의 현실보다 트럼프가 던진 "왜 미국에 많은 수출을 하는 한국을 우리가 보호해야 하느냐" 하는 말만이 대중에게 기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________ 1) http://www.pewresearch.org/fact-tank/2014/04/01/americans-disengaged-feeling-less-respected-but-still-see-u-s-as-worlds-military-superpower/

現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사무소장.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Georgetown University에서 정책학 석사학위,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at Milwaukee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한국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주요 연구분야는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여론문제, 제3국의 내전 무력개입에 관한 국제분쟁 등.
파일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