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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급변사태를 통일의 기회로
등록일
2015-08-18
조회수
7

  지난 6월 말 북경 칭화 대학에서 제 4차 세계평화포럼이 열렸다. 전 외교 담당 국무위원 탕자쉬안 회장이 주재하는 연례 국제회의로 세계 각국의 총리와 외교부 장관, 대사를 역임한 관료와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였다. 필자는 동북아 갈등과 안보협력 분과에 참석했었다. 이 분과에 참석한 미국 부시 정부 때 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 박사는 ‘북한 급변사태와 안보적 고려’라는 주제로 장차 북한의 내부 문제가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해들리 박사는 북한 엘리트의 분열로 인한 무력 분쟁 가능성, 내정의 안정화, 난민 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 핵무기 통제 문제 등으로 주변국 간의 갈등과 대립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주변국들은 북한 위기관리에 전향적 태도로 협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어느 한 곳에도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기회를 언급하지 않았다.

  북 핵 폐기와 안정화 문제 분리 대응해야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주변국의 최대 관심은 북한 내부 혼란의 조기 안정과 대량살상무기의 통제와 폐기에 모아질 수 있다. 내부 혼란이 주변국으로 확대돼 주변국들 간에 관계가 악화 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위기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한 난민의 봉쇄와 인도적 지원, 특정 국가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제협의체 구성을 서두를 수 있다. 북한 문제가 국제 관리로 되면 될수록 핵무기 제거를 제외한 한반도 문제에 우리의 발언권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한 위기 관리를 남북한 내부 문제와 국제 관리 분야로 구분해 주변국 및 북한의 신생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 핵 통제와 폐기는 국제 관리로, 북한 위기의 안정화 문제는 남북한 내부 문제로 분리해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 북한 내정 안정, 후 핵 폐기 순이 돼야 한다. 핵 폐기를 앞세울 때 외세 개입으로 북한 안정화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개혁, 개방 노선을 택하는 북한의 신생 정부가 들어선다면 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생정부는 미, 중을 비롯한 주변국들로부터 주권과 영토 보전의 보장을 받은 후 핵을 포기했던 1994년의 우크라이나 모델을 선호할 수 있다.

  북중 국경으로의 대량난민 이탈이 중국의 군사개입의 빌미가 된다고 미리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2009년 미얀마 코캉(한족)난민들의 운남성으로 대거 탈출한 사건은 중국군의 개입을 촉발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운남성 국경지대에 난민 캠프를 설치해 월경한 군대와 난민 3만 여명을 수용하고 미얀마 사태가 진정된 후 돌려보냈다. 미얀마 정부도 이를 사전 약속했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능력

  우리 외교의 첫 과제는 주변국으로부터 북한 관할권을 인정받는 문제이다. 정부의 태생이 한반도 남쪽에서만 합법 정부였고 현재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해 북한은 국가성을 국제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 말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우리 국방장관이 일본 국방상에게 만약 일본이 미국 지원을 위해 북한을 무력 공격 시 우리와 사전 협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일 국방상은 답변을 회피했다. 이 문제는 외세의 개입을 저지하는 방향에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난민대책을 우리가 주도하면 주변국 간 발생할 수 있는 긴장이나 부담을 덜어주어 주변국 이익이 된다고 설득해야 한다. 중국이 갖는 우려는 한미중 협의체를 통해 통일 후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의 주둔 및 역할 변화를 논의, 해소해야 한다. 통일 한국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 및 경제 번영에 기여한다는 구상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북한 위기관리의 주도권을 가진다 하여도 북한에 구세력이 참여하는 신정부 수립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큰 문제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 역량이 풍부하지 못하다. 당이 군을 통제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당내의 ‘누가’ 군을 통제하는가? 대북 공작은 ‘선 당심 확보, 후 군심 해체’의 방향으로 나가야 희생과 비용을 줄이고 위기를 조기에 마무리 할 수 있다. 실시간 변동이 심한 북 엘리트의 권력투쟁 내부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내부 정세에 대한 귀와 눈이 많이 필요한 이유이다.

  최악의 사태는 북한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안정화 전망이 불확실할 때이다. 북 엘리트의 분열로 어느 종파가 중국이나 남한 정부에 개입을 요청할 수 있다. 중국이 바라는 정치세력의 집권을 위해 군사개입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주변국과 공조로 막아야 한다. 우리는 단독 군사 개입의 명분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화 작전의 목표와 방향을 잘 세우고 이를 실수 없이 실행해야 한다. 저항집단의 진압과 북한 주민에 대한 선무공작을 동시에 펼쳐야 한다. 북 신생 정부와 사회·경제 통합과 평화통일 문제의 협상 시 북한 주민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안정화 작전의 70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사회, 심리면의 선무공작의 문제로, 나머지 30은 군사작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북한에도 돈벌이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300만 명 이상의 장마당 세대가 존재한다. 남한에는 탈북자 3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선발된 인원을 선무공작대로 앞세울 수 있다. 탈북자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민들의 삶을 부러워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 때문이라도 남북 주민 간 인적·물적 교류 및 협력은 끊임없이 실시,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평화통일 기반 조성의 핵심이다.

現 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받은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함. 노무현 정부 시 국방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국제정치학회 회장(1995년)을 역임함. 주요 저서로는 ‘신 중국군사론’, ‘한국 안보의 영역, 쟁점, 정책’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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