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심리 통합으로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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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 '차세대의 목소리'는 젊은 세대들의 신선한 시각을 통해 평화와 안보문제를 살펴보고, 갈등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는 JPI PeaceNet의 기획 시리즈입니다. 긴박했던 43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지난 8월 25일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무박 4일이라는 긴 마라톤협상은 여전히 남북 간의 의견 차가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차이를 극복한 남북한 통합 준비가 필요하다. 독일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정치나 경제 통합보다는 멘탈리티 즉, 내적 통합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 동서독 간의 다른 역사, 다른 성장과정 등이 있었고, 문화적 편견 등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사라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독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북한 통합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심리 통합’ 문제이다. 통일 후 남북한 주민들은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로잡을 것인가? 우리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문화가 오랜 시간 접촉함으로써 변하는 ‘문화접변’ 현상을 접할 수 있다. 미국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잃어버리고, 백인문화에 흡수한 ‘문화동화’ 사례나, 멕시코의 토착 인디언들의 전통과 에스파냐 정복자들의 문화가 혼합되어 나타난 메스티소라는 독특한 ‘문화 융합’의 사례 등 문화접변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통일한국의 문화접변 현상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까?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잃어버리고 남한의 문화에 흡수될까? 아니면 남한의 문화와 북한의 문화가 혼합되어 새로운 ‘문화융합’ 사례를 창출할까? 이러한 문화접변으로 인한 남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갈등은 통일 이후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자리 잡을 것이다. 영화 ‘코리아’를 통해 본 남북한 정서적 갈등 영화 ‘코리아’는 1991년 41회 세계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결성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 팀이 된 선수들은 생활방식, 연습방식, 언어 등 서로 다른 이질감으로 인해 사사건건 갈등이 발생한다.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 간의 어떠한 심리적 갈등이 발생할 것인가를 영화 ‘코리아’를 통해 예상할 수 있다. 영화 ‘코리아’에서는 남북한 선수들 간의 문화적 차이, 정치사상 교육의 차이 등으로 인한 심리적 갈등이 잘 나타난다. 예컨대 남한 선수들의 가벼운 농담을 북한 선수들이 희롱으로 받아들인다거나,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화 교육이 지나치게 심해 이로 인한 갈등이 생긴다거나, 사회주의 이념과 체제의 강조로 인해 남한이 아무리 잘 산다고 하더라도 남한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언급 등을 통해서 우리는 통일 후 남북 주민들 간의 심리적 갈등이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통일 후 남북 주민들 간의 어떠한 심리적 갈등을 예상할 수 있을까? 첫째, 북한 주민들은 명분을 중시하고 집단의식, 책임감, 의무감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성장하였다. 따라서 통일 이후 그들은 남한 주민들보다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믿으면서 자아정체성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둘째, 영화 속에서도 나타났듯이 남한 주민들의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은 북한 주민들의 강한 심리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예상된다. 셋째, 문화적 차이로 인한 심리적 갈등을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북한 청소년들은 남한 학생들의 자유분방한 모습,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과 너무 거침없는 농담을 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사고방식에서의 차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심리적 갈등을 겪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넷째,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한 북한 사람들의 심리적 혼란을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북한 헌법 제89조에 일반·직접·평등·비밀선거 규정이 있으나, 실제 비밀선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1991년에 제정된 가족법에 양성평등을 위한 남녀평등권 법령이 존재하나, 실제로는 양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등 북한에서는 법과 현실의 괴리가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일 후, 북한 사람들은 남한의 준법정신을 이해하기 어려워 할 것이고, 이로 인한 심리적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은 이러한 심리적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동서포럼>이다. 동서포럼은 매월 1회, 2박 3일간 진행되는 동서독인 대화 모임으로 1998년부터 현재까지 약 2천명 이상의 동서독인들 참여하고 있다. 동서포럼 외에도, 독일 정부는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여전히 마음의 장벽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교훈을 바탕으로 남북 심리 통합의 장애요소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단기적으로 ‘인식적 차원의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실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목표 지향적 정책’과 ‘이러한 정책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인식적 차원의 준비와 대비’는 통일 전에 심리 통합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며, ‘현실적 차원의 노력’은 통일 전후의 시기를 고려하여, 마지막으로 ‘제도 확립의 노력’은 통일 후를 상상하며 준비해야 할 것이다. 통합은 교육에서 시작하여 교육으로 완료되어야 구체적으로 통합은 교육에서 시작하여 교육으로 완료된다는 신념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일 전의 ‘심리 통합’을 위한 ‘교육’ 분야에서의 준비과정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 도덕교과서(5단원, 통일한국을 향하여)를 분석해본 결과, 통일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통일의 과정에 대해서는 교과서에 잘 정리되어 있지만, 남북한이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는 개인보다 전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남한 사람들은 개인의 능력과 일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등 굉장히 추상적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각 교과목 별로 다루어 학생들이 유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더불어 초중고교 교과서의 ‘통일’교육 내용을 전반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초등학교의 경우 도덕과 사회 교과목에, 중학교의 경우 도덕, 생활국어, 사회, 국사 교과목에, 고등학교의 경우 생활과 윤리, 한국지리, 한국사, 법과 정치 등의 교과목에 통일교육이 편성되어 있었다. ‘심리 통합’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상대방의 가치 및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도덕이나 사회교과목에 편중되어 있는 통일 교육을 전교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음악, 미술 교과에서의 통일교육은 남북한의 미술 작품이나 음악을 직접 감상해봄으로써 동질성과 이질성을 정서적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마음의 통합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남북한 심리갈등 축소를 위한 미디어콘텐츠 활용 통일 후, 남북 주민 간에 어떠한 심리적 갈등이 발생할 것인지를 미디어콘텐츠를 활용하여 보급하는 것도 남북 주민들 간의 심리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앞서 분석한 영화 ‘코리아’를 통해서 남북 주민들 간의 심리갈등을 예상할 수 있듯이 드라마나 예능, 영화를 통해 서로의 문화 및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미디어를 통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남북의 창’이나 ‘통일전망대’와 같은 프로그램도 물론 북한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독립적인 통일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남북한의 현실 및 문화, 가치관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애정통일 남남북녀’,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의 종편 프로그램에서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다루거나, 가상결혼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국민적 관심을 위해서는 기존의 지상파 프로그램에 북한을 이해하고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미디어콘텐츠를 녹여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올해는 분단된 지 70년이 된 해이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의 갈등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마음을 화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만큼 심리 통합은 통일한국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심리 통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남북 간의 의사소통 및 대화가 대등한 관계에서 출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갑을 관계가 되는 순간, 심리 통합은 더 어렵고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남북한의 통일 및 통합은 ‘1+1=2’가 아닌, 그보다 훨씬 더 큰 +α 만큼의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정치, 행정, 교육, 사법 통합이 ‘2+α’의 영향력을 가져온다면, 심리 통합은 ‘2+∞’의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다. 심리 통합이 그만큼 어렵기는 하지만 잘 이루어진다면 보다 강한 통일한국을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한 간의 교류를 강조해왔다. 즉, 교류가 이루어져야 통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줄곧 주장하였다. 남북 간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귀납적 방법이 아닌 연역적 방법으로 심리 통합을 위한 예상시나리오 및 대안을 먼저 제시하고, 심리 통합을 이루기 위한 여러 학계 간의 유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은 통일 20년이 지났지만 ‘마음의 통합’, ‘심리 통합’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통일 전 편지 교환 등 ‘교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심리 통합’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준다. 남북한 심리 통합에 있어서 남한은 나와 다른 것을 포용 할 줄 아는 열린 사회가 되어야 하며, 북한은 세계를 향한 보다 넓은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베를린 장벽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고 한다. “작은 마을의 작은 사람들이 세기를 바꿀 수 있다.” 통합은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것에서부터, 즉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됨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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