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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등록일
2015-10-15
조회수
8

  한 차례 연기되었던 한미 정상회담이 내일로 다가왔다. 미국의 대선 일정상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두 정상 간 단독으로 갖는 마지막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6월 정상회담이 연기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6개월 안에 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는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양국 대통령의 빡빡한 일정을 조율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 일정에 이토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신속한 정상회담 일정 조율 여부가 동맹의 견고함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보는 대중 여론을 의식했던 양국 정부는 이로부터 오는 불필요한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일찍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함으로써 양국 정부는 여론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무엇을 논의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방향을 잘 못 잡게 되면 정상회담의 주요 결과물이 작은 현안들에 묻혀버릴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양국이 상호 긴박하게 다루어야 할 이슈가 없었기 때문에, 무엇을 놓고 의논할 것인가가 주요한 질문이었다. 즉, 특별히 정상회담을 통해 어떠한 정책적 성과가 도출될 것이란 기대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두고 지난 4월에 있었던 일본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과 어떤 차이를 갖는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기울여졌다. 그렇다면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곧 개최될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강조되어야 하는지와 양국 정상 간 무엇이 논의될 수 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양국 정부가 대답해야 할 주요 문제는 무엇인가?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안들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에 참여하는 12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의 TPP 가입 가능성, 록히드마틴사의 F-35 40대 도입과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기술 이전 문제, 그리고 일 년 이상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도입 가능성 등이 지금 논의될 수 있는 현안들이다. 물론 북한문제도 한미 정상 간 논의되어야 할 의제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미사일실험(인공위성 발사)과 같은 또 다른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정상회담이 단지 정책적 합의 도출이나 양국의 문제 해결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제3국의 역할이 한미 정상회담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지난 6월에는 4월에 있었던 아베 총리의 워싱턴 DC 방문이 거의 비교 기준처럼 여겨졌다. 아베 총리의 방문기간 동안 행적, 발언,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했던 일들과 박근혜 대통령이 6월에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교하는 논의가 지배적이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의 비교대상은 중국이다. 한미 양국에서 한국이 중국의 영향권에 흡수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9월 초에 열렸던 중국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워싱턴의 많은 전문가들이 눈살을 찌푸린 것은 사실이다. 이와 같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는 한국의 많은 이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해명이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사안이 되면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될 수 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도, 안보적으로도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할지라도 한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한미동맹을 진화시킬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동맹의 비전 제시에 집중해야

  이와 같은 배경을 전제로 필자는 이번 정상회담이 당면한 현안을 풀기 위한 장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양국 정상이 어떻게 한미동맹을 끌고 나갈지에 대한 비전 제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야말로 한국이 동맹 관리 차원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 논의되는 현안들은 대통령 간의 담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에서라도 그러한 현안에 대한 협상 여부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두 정상이 앞으로의 동맹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서로에게 확신을 주는 것이다.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에서 한국정책이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에 있어서 중국은 변함 없이 최우선순위이다. 또한 미국이 한국을 볼 때 미중관계의 틀 안에서 보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내일 열릴 정상회담을 맞이하는 워싱턴을 뒤덮고 있다.

  매우 냉소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워싱턴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를 만족시키거나 아니면 최소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수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한국의 수동적 접근을 보여주는 한 예가 한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으로 불거진 미국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떨쳐내려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가 해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에 집중하다 보면, 문제의 초점은 한국이 어떻게 미국 정부를 기쁘게 할 것인지로 연결되고, 이것은 다시 한국의 이런 태도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새로운 논의로 이어질 것이다. 사드 도입 관련 논의가 한국 안보 상황에 있어서의 필요성보다 오히려 미중 양국의 반응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이에 대한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에 한국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한 상황이며, 이는 아마도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반응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 수동적인 상황 접근이 아니라 우리의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러한 방향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파해야 한다. 중국경사론과 관련해서 한국 정부는 우리의 대외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는지 설명함으로써 그 부담을 덜 수 있다. 소위 한국의 중국경사론은 중국이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과 같은 작은 배는 중국과 같은 큰 배를 움직일 수 없고, 반대로 큰 배에 의해 끌려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한국이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는 않았고,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이 친중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동시에 중국의 한반도정책에도 실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이 중국 여론의 남북한 인식에 대한 변화의 기회를 창출했다는 점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은 한국의 대중국정책이 장기적으로 중국의 한반도정책 변화를 위해 구상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동의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중국의 정책 변화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이 한국의 대중국정책을 보다 큰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

  이를 위해서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이 한국과 미국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미국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미국에게 한미동맹이 굳건한 국제적 동반자관계임을 재확인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을 말로써 설득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을 내보임으로써 한미동맹의 가치가 견고함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이 수동적인 접근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을 담은 전략적 비전을 미국과 공유함으로써 목표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한국은 한미동맹이 전통적인 양자 간의 안보영역을 넘어 사이버안보와 우주안보와 같은 영역으로 계속하여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안보영역은 단순한 양자관계를 뛰어넘는 범위이고, 국제적 규범 및 규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반응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 즉, 이 이슈들은 중국에 관한 것이 아니고 국제규범의 문제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 지도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국제규범을 제정하고 준수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적극적 참여는 한국이 국제보건분야에서 이슈를 선점하여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한국이 국제적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은 일본과 지역안보를 위해 과감하게 협력할 수 있다. 워싱턴의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접근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길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들은 늘 한국이 역사문제와 다른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문제를 보는 일본 지도자들의 수정주의적 시각은 정치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영역은 이 문제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일본이 지역안보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인지한다면 한국의 중국경사론은 워싱턴에서 약해질 것이다. 현재 일본의 입장은 안보협력과 역사문제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한국이 과감하게 일본과 지역 협력을 추구한다면, 일본은 정치문제와 역사문제에 대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주도적 방향설정과 정책제시가 바람직

만약 한국의 입장을 수동적인 태도로 수사적으로 설명하고 규명하려고 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고래 싸움에 낀 새우와 같은 외교적 틀에 갇히게 것이다. 한국은 주도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에 걸맞은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양국의 지도자들이 한미동맹의 가치를 나누고 동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호 이해한다면 양국 간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現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사무소장.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Georgetown University에서 정책학 석사학위,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at Milwaukee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한국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주요 연구분야는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여론문제, 제3국의 내전 무력개입에 관한 국제분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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