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남북 군사력의 실체
등록일
2015-03-31
조회수
8

  최근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남북 군사력이 2:11로 한국에 매우 불리하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국방부가 2년 주기로 발간하는 「국방백서」의 자료를 근거로 장비와 인력의 양적 측면에서 헬리콥터와 장갑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한국에 비해 열등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혹자는 그동안 막대한 전력증강비용을 지출했음에도 한국의 전력이 여전히 열세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또 일부에서는 그동안 북한 군사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미국이 남북한의 군사력을 과장하여 자국의 방산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이 우리의 최대 안보위협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우려할 사항이다. 그러나 미국의 개인 재단의 연구원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자료로 인해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국방백서는 국방정책에 대한 국민적 안보 공감대 형성과 국방정책의 투명성을 확보, 그리고 국민들에게 군사 대비태세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된다. 이 때문에 기밀사항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공개되는 자료의 단순한 비교만으로는 남북 군사력의 함의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백서에도 관련사항에 대한 해설을 첨부한다. 본고에서는 남북 군사력 평가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을 소개함으로써 현존하는 남북 군사력의 실체와 위협수준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남북 평시 재래식 군사력의 비교

 국방백서에 나타났듯이 양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이 한국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적인 측면만으로 군사력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우선 무기의 성능을 고려한 질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무기체계의 양적 요소와 질적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정량적인 지수로 산출한 것이 ‘전력지수’이다. 전력지수의 관점에서 보면 남북한의 군사력은 양적 측면에서 유리한 북한이 조금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월등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전력을 증강시켜 현대전에서 중요한 공군력과 해군력에서 북한을 앞지르고 있다. 반면 북한은 지속적인 경제위기로 전력 개선에 투자하지 못하였다. 육군에서의 우월한 능력을 기반으로 부족한 해군과 공군전력을 비대칭전력인 미사일, 잠수함, 특수부대 등을 중심으로 강화해왔다.

 남북한 전시 군사력 비교

 ‘전력지수’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지만 전면전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전쟁수행능력일 것이다. 전쟁수행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무기의 성능 외에도 전쟁발발 상황, 전쟁지속능력, 전쟁지원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남북한의 평시 재래식 군사력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선제공격을 통해 기습의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고 비대칭 전력을 통해 한국의 공군과 해군력을 극도로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수도권 이북지역에서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전선이 고착화되어 장기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기전이 될 경우 전쟁수행능력인 전쟁물자 생산능력과 물자 비축능력 그리고 비군사적인 측면이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전쟁물자 생산능력과 탄약비축능력에서 앞선 북한이 유리할 것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평시 전쟁물자 생산능력에서는 한국이 북한을 앞서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체제가 전쟁중심으로 구성된 병영국가의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전시 최대생산능력에서는 한국을 앞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해외로부터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물자의 반입과 지원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을 상정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핵무기의 대량파괴능력은 한국군 병력의 막대한 손실과 정밀 무기체계에 심대한 영항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한국군의 전쟁수행능력과 전쟁지속능력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공군 및 주요 전략지역에 핵 공격을 감행한다면 군사력의 균형추가 급속히 한국에 불리하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강화와 타격능력 개선 필요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다음의 두 가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다. 한국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표가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하고 긴장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이북에서 장기적인 재래식 전면전이 발생한다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고,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초반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해 조기종결 짓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미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군사자산이 활용될 경우 북한의 선제공격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정보자산을 가짐으로서 북한의 선제공격을 차단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도 미국의 핵우산을 통해 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쟁물자 지원으로 인해 전쟁수행능력을 개선하여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 경우 전쟁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북한이 쉽게 도발하지 못하는 억지효과도 얻을 수 있다.

 둘째, 북한의 핵무기 사용 여부가 전면전 발생시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될 때 북한의 핵운반 및 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최근 국방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DA)와 북한의 공격을 사전에 분쇄할 수 있는 킬체인(Kill Chain)의 조속한 전력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4세대 전쟁에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남북한 간의 향후 전쟁이 “제4세대 전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제4세대 전쟁은 기존 전쟁과는 달리 전쟁을 수행하려는 의지 또는 승리하려는 의지의 대결로 요약된다. 즉 전쟁이 정치체제들 간의 갈등이고 승리하려는 의지가 강한 국가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양상은 과거 베트남전, 모택동의 혁명전쟁뿐만 아니라 최근 이라크전과 리비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제4세대 전쟁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승전의지를 강화하고, 적국의 승전의지를 약화시켜야 한다.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화력, 그리고 군사자산을 활용하여 상대 지도부를 조기 무력화시키고, 적의 중요 군사시설을 신속히 파괴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공포를 심어 줄 수 있다. 또한 정밀타격 능력을 활용하여 전쟁지도부와 병사들 간의 격리를 도모하고, 회유와 심리전을 통한 내분을 조장하여 전쟁수행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한국이 북한보다는 취약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사상적으로 주체사상에 세뇌된 주민들이 결사 항전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동맹국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를 조성하거나, 선제공격과 다양한 비대칭 능력을 활용하여 우리의 동원능력을 마비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북한의 의도가 성공한다면 우리 국민들의 승리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결국 승리에 대한 의지도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결집되어 독재정권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들도 민주주의 체제가 그 특성상 전쟁 초기에 극심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전쟁이 개시된 상황에서도 평화주의자들의 준동으로 정치적 갈등이 야기되고, 적의 사주를 받은 세력들에 의해 사회적 혼란이 극대화된다면 한국의 응전 의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도시 게릴라와 북한 특수부대의 파괴활동으로 사회가 극심한 공포에 휩싸일 경우 전쟁에서 승리해서 국가를 지키겠다는 의지보다는 가족의 안정을 우선하려는 가족 이기주의가 등장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의 대응 능력은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결론을 대신하여

한국은 이미 북한의 선제 기습도발로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던 시기가 있었다. 이후 꾸준한 전력증강으로 이제 평시 전력에서는 북한과 대응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 여기에 한미동맹의 자산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평화의 시기에 전쟁을 준비해야만 전쟁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스스로의 자주국방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자산을 충분히 확고하는 것이 전쟁에서 이기는 길일 뿐만 아니라 전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국민의 총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가 아니다.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안보적 기반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전력증강의 노력이 일부에 의해서 폄하되거나, 북한의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도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에서 우리의 군사력의 실상에 대한 공감대를 공유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평화를 지키는 최적의 방법일 것이다.

現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미국 테네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극동문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인하대 연세대 연구교수를 역임. 주요 연구 분야는 국가안보전락 및 협상전략 연구임.
파일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