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JPI PeaceNet] 바이든 정부의 대중동정책: 핵심 이슈와 전망
등록일
2021-03-29
조회수
7
[편집자 註] 트럼프가 뒤흔든 중동정세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바이든 정부의 등장으로 미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대전략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 정부가 파기한 이란 핵합의는 순조롭게 복원될 것인가? 아브라함 협정의 성과는 어떻게 유지, 변화될 것인가? JPI PeaceNet은 아산정책연구원 장지향 선임연구위원의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 중동정책의 핵심과 전망, 그것이 가지는 한국 대중동정책에의 함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 유기은 박사후 연구원(keryu@jpi.or.kr)]
바이든 정부의 중동정책은 트럼프 정부가 파기한 이란 핵합의(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복원, 민주주의와 인권 및 동맹 가치 강조, 아브라함 협정과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지지를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그 실행 과정이 순조롭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첫째, 2015년 오바마 정부가 핵합의를 주도했을 때와 달리 현재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강경파는 핵개발 포기와 제재 완화를 통한 이란의 정상국가화가 아닌 반미 이슬람 혁명의 역내 수출과 핵개발을 고려한다. 둘째, 중동 동맹국 가운데 민주주의 모범국은 거의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 중동에서 국가의 실패를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이 부활할 경우 미국엔 연합전선을 함께 조직할 동맹국의 역할이 절실하고 이때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의 기준은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셋째, 2020년 말 트럼프 정부의 중재로 성사된 아브라함 협정은 팔레스타인 이슈를 우선순위로 다루지 않지만 역내 갈등 일변도의 관성을 깬 외교적 성과였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새로운 데탕트 지지의 일환으로 예루살렘으로 옮긴 미국 대사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팔레스타인의 반발과 저항을 감내할 것이다. 이에 더해 역내 미 동맹체제의 이완, 러시아의 영향력 부상, 러시아-중국-이란-터키의 반미연대 강화 역시 바이든 정부 중동정책의 걸림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포퓰리스트 대외정책을 남발하자 중동 내 미 동맹·우방국의 불안감은 높아갔고 이합집산이 시작됐다. 동맹국 터키와 카타르는 친러, 친이란 일탈 행보를 보였고 트럼프 정부는 이를 방관했다. 미국의 신뢰도가 추락한 사이 러시아는 후원국 시리아의 정상국가 복귀를 위한 종전협상을 주도했고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분쟁도 중재하며 외교력을 과시했다. 미국의 역내 입지가 빠르게 약화하자 미 동맹국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켰다. 중국은 터키, 이란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는 중동 내 미국의 역할을 점차 줄이고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새로운 중동정책의 효과적 실행을 위해 전력투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핵합의 복원 2021년 1월 출범한 바이든 미 민주당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파기한 이란 핵합의 복원을 중동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오바마 정부 주도로 주요 6개국(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및 유럽연합이 이란과 어렵게 체결한 다자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고강도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당시 핵합의가 이란의 핵개발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지지층의 결속을 노리며 개인 의지를 밀어붙였다. 2020년 12월 바이든 당선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안정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이란 핵합의 복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을 2015년 이란 핵합의 주역들로 꾸렸다. 블링컨 국무장관,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말리 이란 특사 모두 과거 핵합의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2021년 1월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평화연구소 주최 화상회의에서 이란 핵합의 복원이 바이든 정부 초기의 중대한 우선순위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이란 핵합의 복원 과정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최대 압박 정책으로 인해 미국과의 핵합의를 지지한 이란 온건 개혁파의 입지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강경 보수파의 장악력이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이란 강경파의 이해관계는 제재 완화를 통한 정상국가화가 아닌 반미 구호를 앞세운 이슬람 혁명의 역내 수출 및 팽창주의 전략 확대와 밀접하다. 이란 이슬람법학자 체제의 군조직 혁명수비대는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가자지구 하마스를 친이란 프록시 조직으로 육성해왔다. 특히 2020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드론으로 살해한 후 이란 내에선 대미 복수를 천명한 급진파가 득세했다. 이후 내부 권력 구도에서 보혁 경쟁은 사라졌고 혁명수비대 계열 강경파와 울라마 그룹 원리주의파 간 보수 경쟁이 자리 잡았다. 같은 해 2월 총선에서 군부 강경파가 원리주의자파에 승리했고 혁명수비대는 내부 숙청작업을 끝낸 후 대미 강경 대응의 전열을 갖췄다. 12월 급진 강경파가 장악한 의회는 20% 우라늄 농축 재개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2021년 1월 이란 당국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1주기에 맞춰 포르도 농축시설에서 20% 농축 재개를 선언했다. 같은 달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환경오염을 이유로 우리 선박을 나포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한국의 원유 수출 대금 동결을 비난하며 한-이란 관계를 경색시켰다. 이란 강경파는 이미 트럼프 정부의 핵합의 파기와 고강도 제재로 인한 금전적 피해 보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바이든 정부와의 핵합의 복원 협상을 앞두고 주도권 선점의 기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2021년 6월 실시될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 계열의 당선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2015년 오바마 정부가 핵합의를 주도했을 때 이란엔 온건파 계열 대통령, 외무장관, 대도시 국회의원 다수가 존재했으나 현재 권력층은 강경파 일색이다. 2020년 2월 이란 총선은 강경 보수파의 압승, 온건 개혁파의 참패로 끝났다. 전체 290석 가운데 보수파가 230석, 개혁파는 20석을 차지했고 35석은 무소속, 5석은 소수종교에 돌아갔다. 2016년 선거에서는 개혁파가 121석, 보수파는 83석을 얻었고 2013년 대선에선 온건 개혁파 로하니 후보가 당선됐다. 2021년 유력한 대선 주자는 2020년 총선을 통해 테헤란에서 압도적 1위로 승리한 갈리바프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이다. 이란 핵합의 복원에 대한 중동 지역 내 반대도 커졌다. 오바마 정부 주도의 핵합의 과정에서 배제됐던 수니파 대표국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번 핵합의 복원 과정에 아랍 걸프국의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 이란의 핵무장을 우려하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과학자 암살, 핵시설 파괴 등 다양한 비밀작전 지속을 공언하고 있다. 2020년 11월 이란 핵개발의 대부 파흐리자데가 테헤란 인근에서 살해당했고 이스라엘 정보국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이란 핵합의 복원이 순탄치 않으리라고 전망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신정부 외교정책의 중점 지역이 인도-태평양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밑그림으로 삼는 오바마 정부의 중동정책 역시 역외균형 기조와 ‘뒤에서 이끄는’ 방식을 택했고 아시아 중시 전략에 집중했다. 이란 핵합의를 성사시켜 온건 개혁파에 힘을 실어주고 강경 보수파를 견제한 다음 나아가 중동 내 힘의 균형까지 끌어낸다는 계산이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참전으로 인한 피로감과 여론 악화, 셰일 에너지 개발에 따른 중동 의존도 감소로 인해 중국 견제의 이해관계가 우선순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미 행정부는 중동 내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지양할 것이고 이란과의 협상에 전력을 쏟지 못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동에서 발 빼기’를 선언하며 이란 핵합의의 독단적 파기, 급작스러운 미군 철수와 우방 쿠르드 배신, 편파적 친이스라엘 행보, 대NATO 방위분담금 증액의 일방적 요구를 강행했다. 바이든 정부는 대안을 제시해가며 단계적으로 ‘중동 떠나기’를 실행하고 중국 견제를 내세운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할 것이다. 신정부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으나 조기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핵합의 장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중동 민주주의와 동맹 가치 강조 다음으로 바이든 정부의 중동정책은 민주주의와 인권 및 동맹 가치를 강조할 것이다. 터키와 이집트에 권위주의 퇴행을 지적하고 사우디에 인권 개선을 압박하며 최근 후퇴하는 이스라엘 민주주의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터키의 민주주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일인체제와 철권통치 강화로 인해 추락했다. 전 세계 민주주의를 측정하는 프리덤 하우스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의 민주주의 지수는 중동의 대표적 독재 국가 알제리보다 낮았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터프가이’ 친구라며 적극 감쌌다. 2018년 터키 당국의 브런슨 복음주의 종단 목사 수감에 제재를 취한 경우를 제외하고 트럼프 정부는 터키의 러시아제 S-400 시스템 도입, 이란 당국과 돈세탁 공모에 대한 의회의 초당적 제재 요구를 끝내 막았다. 이집트에서는 2013년 엘시시 현 대통령이자 당시 국방장관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쿠데타로 몰아낸 이래 심각한 수준의 권위주의 회귀가 일어났다. 2019년 엘시시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통해 2030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같은 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집트 정상회담에서 엘시시 대통령에게 ‘제일 좋아하는 독재자’라며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2013년 엘시시 국방장관 주도의 쿠데타 발발 당시 오바마-바이든 정부는 대이집트 원조를 즉각 중단했고 사우디가 수십억 달러 투자를 제공해 이집트의 재정 공백을 메워줬다. 바이든 정부는 2018년 사우디 정보국 요원들이 살해한 반정부 언론인 카슈끄지 사건의 책임을 사우디 정부에 묻고 여권 운동 탄압 중지도 압박할 것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2월 취임 후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전선의 예멘 내전 개입 지원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사우디는 아랍연합전선을 조직해 유엔이 정통성을 인정한 하디 정부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본토 공격을 본격화하자 사우디는 예멘 내 모든 항구를 봉쇄했고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했다. 미국은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전선의 공중 급유와 민간인 오폭을 막기 위한 군사기술을 지원해왔다. 중동 내 유일한 공고화된 민주주의 국가 이스라엘은 2018년 7월 의회에서 유대민족국가법이 통과된 이후 빠른 민주주의 후퇴를 경험했다.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이스라엘인이 2등 시민으로 전락하고 서안의 유대인 불법 정착촌은 묵인되면서다. 네타냐후 총리는 폐쇄적 유대 민족주의와 안보 포퓰리즘을 효과적으로 선동해왔고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강조하는 중도·진보 연합은 분열되어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과 평화로운 공존을 지지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약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동에서도 권위주의 심화 현상이 나타났다. 중동 권위주의 정권은 국가의 감시가 허용된 틈을 타 방역 명목 아래 집회를 금지했고 정적을 잡아들였다. 2019년 레바논, 이라크, 알제리, 수단, 이란, 이집트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반정부, 반부정부패 시위도 동력을 잃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취약국가 레바논과 이라크, 신흥 민주주의 튀니지에 재정지원을 고려해야 하고 알제리와 수단의 민주화 시위대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 반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국제연합전선에서 핵심 지상군으로 싸웠으나 트럼프 정부에 철저히 배신당한 시리아계 쿠르드를 다시 지원해야 하며 트럼프 정부가 중단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지원도 재개해야 한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 시기 국가의 실패를 틈타 ISIS와 같은 극단주의 테러조직이 부활할 경우 바이든 정부는 동맹·우방국과 함께 연합전선을 조직해야 한다. 전염병의 혼란이 지나간 후 권위주의 정권이 민생고와 불평등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고 사회 저항과 정권 탄압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폭력적 극단주의 테러가 재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동맹의 중요성을 앞세운 바이든 정부에 함께 격퇴전을 조직할 역내 동맹·우방국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민주주의 모범국이 거의 없는 중동에서 민주주의 원칙과 기준을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와 비슷하게 역내 내전과 분쟁 개입을 자제하고 대테러전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동맹국과 조직한 연합전선의 힘을 빌릴 것이라고 밝혔다. 즉 지상군이 아닌 특수부대 파병과 무기 제공, 공습 지원에 중점을 두고 동맹국과 고통을 분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신정부는 대테러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할 급박한 상황 앞에서 민주주의 원칙과 타협할 수밖에 없고 가치 연대의 틀은 희석될 것이다.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지지 바이든 정부는 비록 트럼프 정부의 유산이지만 역내 갈등 해소에 이바지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성과를 지지할 것이다. 2020년 8월 UAE와 이스라엘은 미국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국교 정상화를 이뤘고 이후 바레인, 수단, 모로코도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했다. UAE와 이스라엘은 첨단기술과 정보 분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고 특히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 합병 중단을 밝혔다. 아브라함 협정은 아랍-이스라엘 갈등의 핵심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우선 과제로 다루지 않지만 중동 내 갈등 일변도의 오랜 관성을 깨는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UAE와 아랍 국가는 지금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같은 민족이자 이스라엘보다 약자인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시민사회 탄압과 원조금 횡령을 묵인해왔으나 이러한 구시대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난 것이다. 최근 UAE와 사우디는 여성 인재 등용, 보조금 폐지, 첨단산업 육성으로 석유 의존과 보수 이슬람 탈피 개혁을 시행해왔다. 코로나19 시기 이들 걸프 산유왕정은 권위주의 시스템을 활용해 봉쇄와 격리를 일사불란하게 집행했고 대규모 추적 검사를 시행했으며 감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또 서남아 출신 이주 노동자에게도 무료 검사를 시행하고 의료용품을 나눠주면서 국가역량을 과시했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 감소, 청년 인구의 증가, 미국의 역내 입지 약화, 이란의 팽창정책 확산의 위기 앞에서 이들 걸프국에 개혁개방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스라엘의 기술 경쟁력은 왕정의 개혁 정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개방적 왕정인 UAE엔 이미 이스라엘계 스타트업 회사가 다수 진출해 있고 사우디의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에는 이스라엘 출신 자문단이 깊이 간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UAE,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만 사우디는 수니파 대표국이자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국이라는 위상을 고려하여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 대열에 아직 나서지는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UAE를 위시한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전략적 연합을 지지하면서 트럼프 정부 시기 예루살렘으로 옮긴 미국 대사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에 거세게 반발할 것이기에 신정부는 대신 트럼프 정부가 강행한 다른 이스라엘 편향 정책을 되돌려 놓을 것이다. 2018년 폐쇄한 워싱턴 주재 팔레스타인해방기구 대표부, 같은 해 중단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지원, 2019년 폐쇄한 팔레스타인 업무 담당 동예루살렘 주재 미국 영사관을 재개할 수 있다. 나아가 아브라함 협정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대신 데탕트의 아랍 당사자 UAE와 사우디에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을 강조할 것이다. 또한 팔레스타인에도 2021년 5월 예정인 총선, 7월 예정인 대선의 공정한 실시를 압박할 수 있다. 파타가 이끄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이후 15년간 선거를 시행하지 않은 채 권위주의 통치를 고수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 조건으로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다.   나가며 바이든 정부의 중동정책은 여러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다자주의, 민주주의, 인권 원칙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란 점에서 한국의 대중동정책에 긍정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중동 내 핵확산 금지, 민주주의 지지, 인권 보호를 핵심으로 삼는 중견국 외교를 강조해왔다. 국제사회 내 한국의 위상에 걸맞도록 경제 이익을 넘어선 국제규범, 다자주의,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중동정책 구축을 추진해왔다. 이는 한반도 의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협조와 윤리적 권위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정책이다. 나아가 바이든 시대 중동 민주주의와 인권 강조 정책은 우리의 대중동 중견국 외교와 같은 원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자 무대에서 한미 양국의 가치외교 협력을 꾀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미 공조는 현재 바이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이란 핵합의 복원 과정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2021년 2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말리 이란 특사에게 핵합의 복원 협상팀 구성을 지시했고 말리 특사는 내부 조직 구성과 함께 영국, 프랑스, 독일은 물론 이스라엘과 아랍 걸프국까지 접촉해 협의를 시작했다. 우리는 이란 핵개발 포기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복원 과정에서 관철되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란 핵합의가 북핵 협상에 주는 함의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중동 핵 비확산 원칙을 주장하는 우리의 중견국 외교를 활발히 펼치고 미국의 이란 핵문제 해결 움직임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한편 바이든 정부의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지지는 우리가 현재 진행 중인 UAE의 개혁개방 프로젝트 협력과 맥을 같이 할 수 있다.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UAE와 이스라엘 협력의 핵심은 UAE 산업 다변화에 이스라엘 첨단기술을 투입하는 것이다. 우리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국가이자 최초 원자력 발전소 수출국인 UAE는 최근 우리와 수소 경제 협력 MOU를 체결했다. 2020년 12월 한-이스라엘 FTA가 3년 만에 타결되어 2021년 초 발효를 앞둔 만큼 한국-이스라엘-UAE 3국 간 신산업 분야 협력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중동정책 기조가 역내 미국의 역할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라면 우리가 아랍-이스라엘의 전략적 연합을 지원하고 중동 안정에 이바지하면서 한미 공조를 다질 수 있다.  

기획 및 편집: 유기은 박사후연구원

저자소개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이자 중동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 법무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주의와 독재,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저서로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동으로 편집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파일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