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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쿼드와 한미동맹: 한국의 선택
등록일
2021-05-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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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외교협의체인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가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의 쿼드 참여에 대한 관심과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가 안보기구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개방성과 유연성을 강조하며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쿼드가 우리 외교에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며 한국은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인가? 가톨릭대학교 마상윤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쿼드 논의의 등장과 발전,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의 정책적 입장이 어떠해야 할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편집: 유기은 (keryu@jpi.or.kr)]
최근 우리 외교와 관련해서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4개국 안보대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논제는 우리의 쿼드 참여 여부로서, 참여와 불참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외교의 선택지가 꼭 양단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쿼드라는 협의체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의 입장을 정립해 나간다면 현재 제시되는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창의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글에서는 먼저 쿼드 가입 문제가 대두된 배경과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그것이 갑작스레 등장한 정책 사안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아키텍처 경쟁과 깊이 관련된 문제임을 보여줄 것이다. 이어서 쿼드의 발전과 현황을 검토하면서 한국의 정책적 입장이 어떠해야 할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쿼드의 재등장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외교 협의체를 이른다. 네 나라는 2004년 인도양에서의 쓰나미 발생 이후 구호 차원에서 협력한 바 있는데, 2007년 8월 인도를 방문한 일본의 아베 총리가 ‘두 대양의 합류(Confluence of the Two Seas)라는 주제로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쿼드를 제안했다. 이런 점에서 쿼드는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의 산물로 시작되었다고 할만하다. 2007년 5월 아세안지역포럼(ARF) 마닐라 회의를 계기로 쿼드의 국장급 실무회의가 개최되었다. 같은 해 9월에는 미국과 인도의 연례적인 말라바(Malabar) 해상군사훈련에 일본과 호주가 동참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 사임했고, 호주에서도 같은 해 12월에 정부가 교체되면서 쿼드는 추동력을 상실하고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다. 사라졌던 쿼드는 2017년 재등장했다. 쿼드의 부활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등장한 인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개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012년 두 번째로 일본 총리직에 오른 아베 신조는 취임 직후 인도양과 태평양을 하나의 전략 공간으로 삼는 외교 구상을 다시 추진했다. 특히 트럼프행정부의 출범 직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구상을 마련하여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했다. 2017년 10월 틸러슨 국무장관이 인도와의 관계에 대한 공개연설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언급했다. 일본의 구상이 미국에 의해 수용되었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첫 순간이었다. 이어 11월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 건설을 위한 3원칙으로서 △법의 지배, 항행의 자유 등 근본적 가치의 보급과 정착, △연결성의 향상 등을 통한 경제적 번영 추구, △해양경찰 능력 배양 지원 등 평화와 안전을 위한 노력이 발표되었다. 같은 달 마닐라에서 쿼드 국장급 회의가 10년 만에 재개되었다. 의제에는 아시아의 규칙기반질서, 항행의 자유, 국제법 존중, 연계성 강화, 해양안보, 북한위협과 핵 비확산, 테러리즘 등이 포함되었으나, 실무급 회의여서 국제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2020년 하반기 트럼프 행정부가 쿼드 추진에 적극성을 강화하면서 국제적 관심도 고조되었다.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8월 쿼드를 통해 NATO나 EU 같은 다자구조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만들어갈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쿼드의 장관급 회의도 열렸다. 2019년 9월 유엔총회 계기에 뉴욕에서 쿼드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었던 데 이어, 2020년 10월 도쿄에서 두 번째 장관급 회의가 단독행사로 개최되었다. 다만 국가 간 이견 때문에 공식성명서나 합의문은 도출되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월 출범 직후부터 쿼드의 계승 및 발전을 표명해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에 대해 매우 비판적임에 비추어 볼 때 쿼드 계승 입장은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임명 직전 발간된 『포린 어페어즈』 공동기고문에서 쿼드를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창의적 접근으로 묘사했다.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은 1월 29일 열린 미국국제평화연구소 주최 화상토론회에서 쿼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정책을 구축해 나갈 기본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며 “쿼드의 형식과 작동 방식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쿼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이러한 말은 구체적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2월 18일 쿼드 외교장관 간 통화를 통해, 매년 장관급을 포함하여 각급에서의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더욱 중요한 진전으로서 3월 12일 쿼드 정상회의가 비록 화상으로지만 최초로 개최됨으로써 쿼드에 실리는 무게감이 더욱 커졌다.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강압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이라는 비전하에 포괄적 안보협력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명시적으로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아울러 동 회담을 통해 4개국은 백신 전문가 워킹그룹, 핵심 신기술 워킹그룹, 그리고 기후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또한 향후 연내에 대면 정상회의를 갖기로 하였다. 이렇듯 쿼드는 최근 들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핵심동맹국인 한국의 쿼드 참여에 대한 관심과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아 지정학과 아키텍처 경쟁   한국은 쿼드에 참여할 것인가? 그동안 우리 외교당국은 쿼드에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작년 9월 강경화 외교장관은 “다른 국가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협력체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쿼드 가입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표현했다. 금년 3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또 국제 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떤 지역 협력체와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원칙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도 “특정 국가를 배척하거나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배타적 지역구조는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역대 정부가 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의 이익에 비춰볼 때 쿼드가 최선의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최선은 유럽에서의 공동체 형성과 같이 지역 내 국가 간 협력을 활성화하고, 이에 기반을 둔 평화를 동북아 지역에 뿌리내리며, 그러는 가운데 한반도 분단과 대립의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동북아 국가들의 협력을 기초로 ‘공동의 집’을 건설하여 평화를 도모한다는 비전을 한국 외교는 탈냉전 이후 지속적으로 천명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북아시아를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지역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비전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동의 집’이 논의되던 당시에 비해 보더라도 현재 동아시아의 지역정세는 험악하기만 하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함께 지정학적 긴장과 대립이 빠르게 귀환하였다. 새로운 냉전의 도래라는 진단조차 점차 현실감 있게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쿼드라는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지역 아키텍처는 이러한 지정학적 추세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그러한 추세를 한층 가속화할 잠재성도 지닌다. 그것은 공생을 위한 집이라기보다는 경쟁을 기본 구도로 삼는 집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을 배경으로 지어진 건축물이어서 우리에게 불편하고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다. 중국의 거친 대내외 행보가 주변국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칫 대응이 과도할 경우 역내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질 위험도 있다. 한국에게는 특히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 약소국이며, 무엇보다도 핵무장한 북한이 제기하는 사활적 위협에 대응해야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쿼드는 인도태평양 전략 내지 구상을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일본의 적극적 역할이 있었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정학적 개념은 인도와 호주에서 오랫동안 거론되어왔으나, 그것을 현실의 정책과 움직임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협력체로서 쿼드를 제안했던 것은 일본의 아베총리이다. 일본은 부상하는 중국에 큰 위협을 느끼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으며, 이어서 호주와 인도도 강하게 당기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맞서기 위해 쿼드를 적극 활용하기로 하면서 일본이 제시한 지정학적 구상은 빠르게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이 쿼드에 관심을 갖고 외교적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하에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동북아지역 다자협력체 건설이라는 한국의 오랜 지역구상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에 인도태평양지역에는 미중경쟁을 위한 아키텍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북아정세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쿼드가 우리에게 아무리 불편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쿼드의 현황과 한국의 선택   쿼드가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의 핵심으로 급속히 부상하면서 한국의 참가에 대한 찬반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조속한 참가를 주장하는 입장은 우리의 동맹국이며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적으로도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첨단산업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유리하다고 본다. 반면 한국의 쿼드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우리의 대외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과 대북정책 차원에서의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거론한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의 반(反)중국연대로 인식되고 있는 쿼드에 가입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 우리 정부는 쿼드 가입과 관련하여 투명성, 개방성과 포용성의 원칙을 내세우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차관은 쿼드와 관련해 “특정 국가를 배척하거나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배타적 지역구조는 만들면 안 된다는 게 우리 정부가 추구해온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쿼드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참가 요청이 없었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 요청이 없었다 하더라도 한미 간에 쿼드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한국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사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한국과 같이 군사, 경제, 과학기술 등 여러 차원의 높은 수준의 능력을 골고루 갖춘 나라가 드물어서 한국의 참여는 미국이 추진하는 지역네트워크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미국은 한국정부의 현재 입장을 감안하여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대신 우선 한미일 삼각협력을 유도하고 점차적으로 쿼드와의 협력도 확대하도록 독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당국자들은 “쿼드에 관한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참여를 환영할 것”이라면서 쿼드에 대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고 지원하는 것에 관심을 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을 묶으려는 시도” 또는 “유사한 생각을 가진 나라들이 원칙적으로 코로나19·기후변화 등 공동문제를 논의하는 모임”라고 설명한다. “특정 국가를 배제하겠다는 방향성은 없다”고 하면서 쿼드가 반중국 연대라는 인식도 불식하려 한다. 또한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 공급 등 기술 분야 협력, 동남아시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같은 여러 의제에 공식 참여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쿼드의 방향에 관해서는 여전히 모호성이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적 측면이 될 것이다. 이는 물론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이다. 현재 미국은 쿼드가 비공식적 협의체라고 강조하고 있고, 협력 의제도 주로 방역, 기후변화, 공급망 같은 연성안보 사안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쿼드와 관련된 군사적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쿼드국가들의 말라바 해상연합훈련이 인도양에서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쿼드+α’의 형태로 쿼드 4개국과 프랑스는 지난 4월 5일부터 7일까지 인도 동부 벵골만에서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미국-인도(3.28-29, 인도양 동부), 일본-호주(3.29-31, 남중국해), 미국-일본(3.29, 동중국해) 등 쿼드 내 양자훈련도 활발히 실시되고 있으며, 쿼드 국가 중 일부와 동남아시아의 비쿼드 국가가 참여하는 형태의 연합군사훈련도 모색되고 있다. 이렇듯 쿼드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군사 활동은 쿼드가 갖는 군사적 의미를 배제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해양안보 그리고 대중 군사적 견제 등의 이슈가 지금은 회피되고 있지만 현재의 쿼드 참가국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는다면 쿼드는 별 의미 없는 협의체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앞으로 쿼드에서 이러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면 사안의 민감성으로 인해 한국으로서는 쉽게 쿼드에의 참여를 공식화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시점에서 한국으로서는 쿼드에 가입하는 것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처럼 쿼드에의 ‘가입’ 또는 ‘참여’ 여부를 논의하는 대신,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것인가로 검토의 주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쿼드는 아직도 움직이며 진화하고 있다. 핵심 질문은 쿼드의 성격인데, 특히 미중관계의 민감한 문제를 얼마나 건드릴 것이냐이다. 미국은 현재로서는 비공식적 협의체이며, 방역, 기후변화, 핵심 신기술 공급망의 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쿼드가 가입 절차를 밟아야하는 제도화된 공식 기구가 아니라면, 또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가 비교적 덜 민감한 연성안보에 집중되어 있다면 우리도 선택적으로 사안별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세계 모든 국가들이 협력해야하는 문제이며, 백신 공급도 우리 뿐 아니라 역내 모든 개발도상국들에게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우리의 쿼드와의 협력이 문제될 이유는 없다. 반도체 등 새로운 핵심 기술 공급망 문제는 미중 간 지경학적 대립 사안으로 빠르게 전화되고 있어서 예민한 문제이지만, 원천기술의 소재와 지속적인 기술 발전 필요성, 그리고 미래의 시장 전망 등을 고려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유지가 긴요하다. 물론 모든 사안에 대해 일괄적으로 협력해야하는 것은 아니며, 국익의 관점에서 상황을 고려하면서 협력의 대상을 차츰 확대해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쿼드 참여문제가 제기되는 중요한 이유는 미국과의 동맹관계이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동참의 압력이 직간접적으로 가해진다. 그러나 미국의 현재 관심은 한국의 쿼드 참여 자체라기보다는 인도태평양지역질서에 대한 한국의 정책 방향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지 모른다. 이는 쿼드에의 참여 또는 불참의 문제보다 더 큰 차원에 있어서의 한국의 지역외교 전략에 관한 문제이다. 쿼드와의 선택적 협력은 일단 지역질서에 대한 우리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시그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까지 지역질서형성에 대한 전략적 관심이 부족했다. 동북아 공동체 건설이라는 탈냉전 이후의 오랜 비전은 비전으로서만 존재할 뿐 현실적 추동력이 부족했고 이렇다 할 성과도 얻지 못했다. 지역전략의 사실상의 부재는 북핵문제에서 비롯하는 한반도 안보 현안의 시급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역전략에 대한 의도적 회피의 결과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쿼드에의 참여냐 불참이냐를 묻는 것은 좋은 질문이 아니다. 계속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때그때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전략적 비전과 방향성이다. 쿼드에 대해서는 사안별 선택적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급한 연성안보 사안을 중심으로 협력을 시작하되, 조심스럽게 협력 분야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쿼드 일부 국가와의 양자 또는 삼자 협력도 가능한 선택지이다. 쿼드와의 협력을 모색해가되,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지역질서에 대한 우리 나름의 분명한 전략적 계산과 원칙을 마련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과업이 되었다. 【끝】

기획 및 편집: 유기은(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

저자소개 마상윤 교수는 가톨릭대 국제학부에 재직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그 후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1960년대 미국의 대한(對韓)정책에 대한 논문으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의 주된 연구 관심사는 동아시아 국제정치, 미국의 대외정책, 한미관계, 냉전사 등이다. 2011~2012년에는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방문학자, 우드로윌슨 센터(Woodrow Wilson Center) 공공정책학 연구학자를 지낸바 있다. 2015년에는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였으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외교부 정책기획관/외교전략기획관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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