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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평화를 위한 통합적 접근: 인도주의-발전-평화 넥서스
등록일
2022-03-23
조회수
7
러시아의 침공으로 삼백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발생하면서 인간안보의 위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의 지구적 위기는 평화의 회복과 지속을 위해서 전쟁의 중단을 넘어선 다층적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무력충돌을 종식하고 새로운 분쟁을 방지하는 동시에, 취약층의 인권을 보호하고 빈곤을 개선하는 것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에게도 이와 같은 접근법은 높은 함의를 지닌다. 이번 JPI PeaceNet에서는 문경연 교수의 글을 통해 인도주의-발전-평화 넥서스에 관한 국제사회의 논의를 고찰하고, 이것이 우리 정부의 국제 개발협력 및 북한 문제에 주는 함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keryu@jpi.or.kr)]



1.
들어가며

국제사회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도주의 위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분쟁이 빈번하며, 이러한 상황이 발전과 평화 구축을 저해하는 악순환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인도적 지원-발전-평화 넥서스(Humanitarian-Development-Peace Nexus, 이하‘HDP Nexus’)’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 하였다. 국내에서 HDP Nexus의 적용은 문재인 정부의 무상원조 분야 국제개발협력 정책에서 외교부와 KOICA(한국국제협력단)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도 유의미한 함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통일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주제였으며, 대북지원 민간단체 역시 동 개념에 대한 학습에 열정을 보였다.

북한 역시도 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공표하는 등 경제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 및 대북제재로 경제성장이 장기간 정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북한의 인도주의 문제, 발전 문제, 평화 문제를 저해하는 요소로 코로나19와 대북제재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 역시 HDP Nexus 맥락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의제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의 경제 발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도주의 상황 해결과 인권증진,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함께 도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대선 이후 수립된 차기 정부는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인도적 협력을 분기점으로 경제협력, 나아가 평화협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대북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사회의 HDP Nexus 논의는 차기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분야와 한반도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어젠다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HDP Nexus의 구조를 이해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도주의, 발전, 평화 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본고는 국제사회의 HDP Nexus 논의를 분석하고, 우리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및 북한 문제 영역에서 이 접근법이 어떻게 반영 및 논의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차기 정부가 이러한 국제적 논의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공유하고자 한다.  
2. 국제사회의 HDP 논의1)

HDP Nexus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Humanitarian)·발전(Development)·평화(Peace)의 통합적 접근법을 의미한다. HDP Nexus는 국제사회가 지난 10년 간 인도적 지원과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비용을 늘려왔으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인도주의 위기가 발생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UN의 SDGs 달성을 위한 전략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HDP Nexus는 인도주의, 발전, 평화 영역의 분야별 상이한 접근법, 정책, 사업 방식을 연계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인도주의, 발전, 평화에 대한 통합적 접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HDP Nexus 용어는 2016년 5월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orld Humanitarian Summit)에서 UN사무총장이 제출한 ‘One Humanity, Shared Responsibility’ 보고서를 통해 처음 등장하였으며, 동 정상회의를 계기로 UN 시스템 내 인도주의·발전·평화 간 연계를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후 2016년 12월 세계은행의 국제개발협회(International Development Association, 이하 ‘IDA’)는 HDP Nexus 이행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최빈개도국 지원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750억 달러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UN과의 협업을 위한 ‘인도주의·발전·평화 이니셔티브(Humanitarian-Development-Peace Initiative)’를 출범시키며 개발현장에서 인도주의·개발·평화 분야 간 연계 활동을 본격화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2019년 2월 OECD DAC 고위급회의에서 HDP Nexus에 관한 OECD DAC 권고안이 채택되었고, 이를 통해 DAC 회원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분쟁 및 취약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 개발, 평화의 연계된 활동을 구현할 할 수 있는 포괄적인 틀이 마련되었다.2)
1) ‘2. 국제사회의 HDP 논의’ 파트는 문경연, 홍석훈, 조욱래, “발전이 인권과 평화에 미치는 상관관계에 대한 이론적 탐구” (평화학연구, 제 22권 1호, 2021) 를 바탕으로 재작성된 것임을 밝힘.
2) 한국국제협력단, 『한국 ODA 이행에 있어 인도적 지원-개발-평화간 연계(HDP Nexus) 실행 방안 연구』,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2020), 1.
 

<그림 1> HDP Nexus 프레임워크


출처: Alfonso Medinilla, Lidet Tadesse Shiferw and Paulin Veron,“Think local. Governance, humanitarian aid, development and peacebuilding in Somalia,”ECDPM 246 (2019), 2.를 바탕으로 저자 작성.
 

  HDP Nexus의 연계 방안을 살펴보면, HDP Nexus는 위기의 전 과정에서 주민들의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일관되게 추진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인도적 지원, 개발, 평화구축 등 각 분야 간의 상이한 활동 및 재원조달 방식으로 인해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가 충족되기 어려운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HDP Nexus의 연계 구조를 살펴보면, HDP Nexus는 기본적으로 인도적 지원, 발전, 평화의 세 부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통합적 목표를 위한 연계를 강조한다. 즉, 인도적 지원은 개발의 선행조건으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여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새로운 분쟁에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반대로 발전을 위한 개발지원 및 협력은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기반으로 발전을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평화는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평화적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인도적 지원은 평화구축을 위해 필요한 기초적 조건을 충족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평화구축 활동은 인도주의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발전과 문제 상황의 항구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발전을 위한 개발협력과 함께 평화구축 및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HDP Nexus는 인도적 지원, 개발협력 및 평화유지 활동이 순차적인 과정이 아니라 동시에 설계되어 이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3)
3) 한국국제협력단,『한국 ODA 이행에 있어 인도적 지원-개발-평화 간 연계(HDP Nexus) 실행 방안 연구』, p. 12.
  3. 한국의 국제개별협력 분야 HDP Nexus 논의 내재화와 과제

북한의 핵개발 및 무력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았던 시기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평화 이슈를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였고, 이에 무상원조 주무기관인 외교부와 KOICA도 국제개발협력의 비전에 3P, 즉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를 핵심으로 하는 사업 방향을 수립하였다. 소위 평화 ODA 개념이 한국의 원조 사업에 포함되게 된 것인데, 여기서 구분되어야 할 것은 사실상 우리 정부는 평화유지군(PKO)을 개도국 분쟁지역에 파견하여 왔으며, 우리 PKO는 사실상 전투병 중심보다 재건활동에 초점을 맞춘 공병 및 의료지원단이 주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평화 ODA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ODA 개념 상 군사활동은 ODA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PKO는 국제개발협력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4) 따라서 사실상 평화 ODA라고 명명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은 KOICA가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첫 사업으로 KOICA가 베트남 지역주민들의 안전 보장과 생활환경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고안한 ‘지뢰 및 불발탄 통합대응 역량강화사업’(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00만불 규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이후 캄보디아 등 메콩강 일대 분쟁 국가들로 확대되었으며, 2022년 현재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사업 대상 국가와 규모를 계속 확대하며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KOICA는 2021년 3월 캄보디아 지뢰 제거청·UNDP(유엔개발계획)와 협력해 캄보디아에서 ‘캄보디아 북서부 3개주 지뢰 제거를 통한 평화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동 사업은 1960년~1970년대 베트남 전쟁과 크메르 루즈 내전을 겪은 이후로 지뢰로 고통 받아온 캄보디아 북서부의 지뢰 오염지대를 평화마을로 조성하는 지뢰 제거 사업으로, KOICA는 메콩지역 국가에서 ‘지뢰제거-피해자지원-농촌개발’ 지원 내용을 연계하여 평화롭고 포용적인 농촌마을을 만들어가기 위해 추진 중인 ‘메콩 미래 평화공동체 조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프레이밍 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단순히 지뢰를 제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지역 내 지뢰피해자들에 대한 재활 지원을 실시함으로써 인도주의 정신을 구현하며, 지뢰가 제거된 지역에 주민들의 소득창출을 위한 지역개발 활동을 겸함으로써 인도적 지원, 개발, 평화를 조화시키는 사업으로 프레임 되었고, 외교부와 KOICA는 동 사업을 대표적인 한국의 HDP Nexus 사업으로 소개하였다.
4) 하지만 2015년 SDGs의 채택과 함께 ODA 기준에 대한 재정의 작업이 이루어졌고, 군사적 목적의 무기 및 장비지원과 예산 지원은 여전히 ODA에 불포함되나, 인도적 지원 및 개발지원에 사용된 군사 활동도 ODA로 계상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OECD, “The ODA coefficient for UN peacekeeping operations shall increase to 15%,” June 2017.
  4. 對 북한 HDP Nexus 논의 동향과 과제

국제개발협력 분야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상황에서 HDP Nexus 접근법에 대한 관심이 확대 되었다. 즉, 비핵화 논의와 연결된 평화구축 어젠다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개발 지원 연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에 대한 통일부 및 대북지원 민간단체와 학계의 관심이 확대된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개발협력을 연구해온 학자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강조하고 있는 HDP Nexus 개념이 연구자들 사이에 소개되었고, 이 접근법이 한반도 상황에도 유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통일부는 관련 연구를 2020년 시작하였으며, 통일연구원 역시 2021년 HDP Nexus를 응용한 ‘인권·발전·평화 트라이앵글’ 접근법을 고안하여 다년도 연구에 돌입하였다. 이들 연구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개발지원이 비핵화 문제로 대표되며, 선 비핵화 후 지원이라는 기존의 정책기조에 대한 대안적 접근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즉, 비핵화 협상의 타결로 인한 평화기반 조성이 북한의 인도적 문제 및 개발문제 해결을 위한 선제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개발지원이 비핵화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음을 강조하며, HDP Nexus 접근법은 ‘선 평화, 후 인도 및 개발지원’ 이라는 국제사회 및 우리 정부 입장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리로 활용 되고 있다.  

5. 마치며

본고는 인도적 지원, 개발지원, 평화구축을 분리 접근해온 기존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며 국제사회가 제시한 HDP Nexus는 무엇이며, 이 접근법이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정책 그리고 한반도 상황에 어떻게 소개되고, 논의되고 있으며, 정책화되어 왔는지 살펴보았다. 사람과 사회, 지구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5P(People, Planet, Prosperity, Peace, Partnership)로 대표되는 SDGs의 성격을 고려할 때 HDP Nexus에 대한 논의와 동 접근법에 기반한 국제개발협력 사업 발굴 노력은 지속되고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무상원조 대표기관인 KOICA는 발 빠르게 동 HDP Nexus에 기반한 사업을 발굴하며 그 대상 국가와 규모, 협력기관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KOICA의 지뢰제거 및 통합개발 사업을 HDP Nexus 1세대형 사업이라고 평가한다면, 이제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2세대형, 3세대형 평화 ODA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끝으로, 한반도 상황에서 HDP Nexus 접근법의 유용성에 대한 학계 및 연구자들의 논의는 활발하나 정책으로는 연결되지 못하였다.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지원이 對 북한 제재의 효과를 약화 시킬 수 있다는 현실주의적 패러다임이 매우 공고하기 때문이다. HDP Nexus는 북한이 지난 해 문재인정부와 유지해온 대화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이유가 북한의 입장에서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평화(비핵화)만 강조한 나머지 북한이 정작 필요했던 인도적 지원과 개발지원이라는 보상기제를 제시하지 못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정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합리적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프레임워크라고 하겠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 유기은 박사후연구원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문경연 (전북대학교)

문경연은 현재 전북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국제인문사회학부 부교수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과 영국 크랜필드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제개발협력 및 북한개발협력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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