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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북한의 핵 무력 강화를 둘러싼 협상 노선 변화
등록일
2022-12-29
조회수
7

[기획자 註] 지난 12월 7일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로드맵 구축'을 제목으로 한 결의안 61호가 통과되었다. 이 중 제10항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북한의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북한이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고 있는 핵무력 법제화는 북한의 협상 노선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JPI PeaceNet에서는 건국대학교 박형준 교수의 글을 통해 북한의 핵 무력 강화를 둘러싼 협상 노선 변화의 내용과 그 안에 담긴 북한의 의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keryu@jpi.or.kr)]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및 북미 간 냉각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 미(未)조성을 이유로,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들어 수십 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전개하며 전술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등 더욱 공세적으로 전환했다. 북한은 제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점목표달성’의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는 한편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여 선제적 핵공격까지 시사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점진적으로 비핵화 협상의 문턱을 높여나가는 동시에, 반대로 핵 사용 문턱은 낮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과거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체제 안전과 보장을 위해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했지만, 미국의 합의 불이행으로 불신(不信)이 가중되자, 중단된 대화의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폐기와 ‘이중 기준’ 적용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국이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한·미가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나가자,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을 법제화한 ‘핵무력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1. 비핵화 협상을 통한 체제 안전보장 실패와 협상 프레임 전환

북한 입장에서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 사항인 체제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의 우려 사항인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하는 ‘안보 vs 안보’ 교환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즉 양 정상 간의 첫 만남이었던 만큼 대북 제재 완화, 정전협정의 종결 등 실질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비핵화 의지 표명과 평화 체제 논의 등을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 확약에 중점을 두었다.[1]

하지만 북미 간 대화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그해 10월 스톡홀롬에서 개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당시 조성된 경색 국면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러자 북한은 2019년 연말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즉 “현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돌파전을 벌릴 것이며,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준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북미 교착상태와 대북 제재 장기화를 전제로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및 자강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합의 사항 불이행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들의 선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보상 없이 여전히 대북 적대시 정책을 지속하면서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신뢰구축을 위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선제적인 중대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 차례나 벌려놓고 첨단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하여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였으며 십여 차례의 단독 제재조치를 취하여 자신들을 압박했다”고 비난했다.[2] 이는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협상 의도에 대해 ‘시간 끌기’를 통한 자국의 체제 위협으로 규정한 것으로, 대북 제재 유지와 관련하여 북미 합의 위반의 강한 비난과 협박성 선언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북한의 대화 재개 선결 조건: ‘적대시 정책폐기 및 이중 기준철회

북한은 체제 안전과 보장을 위한 최대 당면 과제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계속해서 주장해오고 있다. 즉 ‘대미 정책=적대시 정책 폐기’를 공식화하며 미국의 근본적인 정책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임을 밝혔다.[3] 한편 미국식 협상 셈법에 실망한 북한은 미국 측이 다시 대화 재개의 뜻을 내 비추자, 협상의 주도권 확보 및 실질적인 안전보장을 담보 받기 위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비핵화 협상 프레임을 전환했다.[4] 즉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요구가 과거 트럼프-김정은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기되는 것이었다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중단된 대화의 ‘재개 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핵화 협상 노선의 변화 기류는 2020년 발표된 북한의 고위급 외교실무자들의 담화를 통해 지속적・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5] 특히 김여정 부부장의 2020년 7월 10일, 대미 담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김여정은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6] 이처럼 북한은 북미대화 중단이 장기화됨에 따라 비핵화 조치 협상 단계에서의 대북 제재 해제가, 아닌 적대시 정책 철회와 대화 재개를 동일선상에 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7]

이에 따라 북한은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불변을 재확인하는 한편 이에 대한 철회를 주장했다. 즉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변하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인식하에 북한은 대미 ‘강 대 강, 선 대 선’ 노선을 수립하는 한편 중국 및 러시아와의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여 연대를 강화해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향후 바이든 행정부 시기 북미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 또한, ‘적대시 정책 폐기’임을 명확히 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북미 대화 재개 및 선(先)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중 기준’ 또한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이중 기준의 요지는 북한의 무기 실험만을 ‘도발’로 규정하는 행위에 대해 “비논리적이며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이중 기준’ 철회 주장은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의 이중 기준 철회 주장은 국가방위력 강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리로 활용하며, 제8차 당대회 결정을 집행하기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의 첫해 중점과제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임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실시한 수십 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 또한 국방력 강화 차원 외에도 한·미의 확장억제력 강화에 대한 대응 조치의 성격이 짙다.

3.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 요구와 핵 독트린

지난 9월 8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정책의 법령을 공표하며 법제화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목적이 북한 핵 자체를 제거해 버리자는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열세하게 만들어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9] 이는 현재 북한이 미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제화는 ‘적대시 정책’ 폐기와 ‘이중 기준’ 철회를 관철시키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제8차 당대회까지만 하더라도 핵무력의 사용을 ‘방어적・자위적’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 번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제화는 상황이 다르다. 핵무력 정책은 1조부터 11조까지 핵무력의 사명, 핵무력의 구성,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핵무기 사용 결정의 집행, 핵무기의 사용 원칙, 핵무기의 사용 조건, 핵무력의 경상적인 동원태세, 핵무기의 안전한 유지관리 및 보호,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와 갱신, 전파방지, 기타 등으로 구성됐다. 즉 핵무력을 어떤 경우에,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을 규정하고, 공격적으로 소형화한 전술핵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를 자위적・방어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경우 자의적・공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 노선 변화에 있어 한층 강화한 업그레이드된 조치를 들고나온 것이다. 즉 ‘적대시 정책’ 폐기와 ‘이중 기준’ 철회를 한반도 정세변화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하는 한편,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거나,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천명했다. 그리고 핵무력정책의 법령 공표를 통해 ‘적대세력의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라고 명시함으로써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고강도 대미 선전 포고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일반적인 선언 차원의 협박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한 법제화의 추진은 북한이 최대의 역량을 집중하여 상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1] 유기홍, “김정은의 정상회담 전략 연구,” 『현대북한연구』 22권 2호(2019), p. 173.

[2]『조선중앙통신』, 2020년 1월 1일.

[3] 북한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관련하여 북한은 구체적인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미 담화’, ‘제8차 당대회 대외관계 사업총화보고’ 등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인권 문제, 핵 전략자산을 활용한 핵 위협, 대북 제재,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임을 일부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김여정은 담화(2020. 7. 10)를 통해, “최근에 미국이 대조선제재와 관련한 대통령행정명령들을 1년간 더 연장하는가 하면 조미관계개선에 앞서 《인권문제》가 《해결》되여야 한다고 떠들어대면서 우리의 《인권실태》에 대해 걸고들기도 하고 우리 나라를 《최악의 인신매매국가》로,《테로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우리를 사사건건 겨냥하고 건드리고있는데 이것만 보아도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결코 철회될수는 없다는것을 잘 알수 있다”고 밝혔다.

[4] 박형준, “북한의 대미 담화 연구: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후를 중심으로,” ?평화학연구? 제21권 4호(2020), p. 222.

[5] 이에 대해서는 김계관, “김계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고문 담화,” 『조선중앙통신』, 2020년 1월 11일.; 리선권,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 『조선중앙통신』, 2020년 6월 12일.; 최선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조선중앙통신』, 2020년 7월 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조선중앙통신』, 2020년 7월 10일. 등 참조. 박형준, “북한의 대미 담화 연구: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후를 중심으로,” p. 222.

[6]『조선중앙통신』, 2020년 7월 10일.

[7] 박형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대외정책: 대외관계 사업총화보고를 중심으로,”『북한학연구』 제17권 제1호(2021), p. 153.

[8] 박형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이후 북한의 대미 담화 연구,” 『한국동북아논총』 제27집 제1호(2022), p. 109.

[9]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조선중앙통신』, 2022년 9월 9일.

편집 : 김서연 인턴

박형준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 동국대학교 북한학박사.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DMZ평화센터 일반연구원과 조선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Post-doc)을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GLOCAL 캠퍼스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 주요 연구 분야는 북한의 대외관계(북・미, 북・중), 대미 담화, 남북관계, 통일정책, 외교・안보 등이다. 저서로는 <북한학 박사가 쓴 북한학 개론(공저)>, <남북한 군사충돌로 본 분단 70년사(공저)>, <한국학과 조선학, 그 쟁점과 코리아학2(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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