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PI PeaceNet]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에 주는 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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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註]
2023년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0을 기록하였다. 이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2020년의 0.837과 2021년의 0.808 보다 하락한 수치이다 (<그림 1>). 이처럼 낮은 한국의 출산율은 외신에서도 주목할 정도이다. 반면에 한국의 고령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OECD(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90년 5.1%에서 2008년 10.20%, 그리고 2022년에는 17.5%를 기록하였다 (<그림 1>). 이처럼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짐에 따라 한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정부와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출산율은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출산율 저하는 전 세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지나치게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구 고령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가는 이웃국과의 갈등과 분쟁을 피하고 평화로운 성향을 드러내게 되는가 하면 반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1) 우선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에 의하면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성향을 평화롭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 사회가 갈등회피 성향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의 생산성과 성장률을 낮춘다. 또한, 고령인구가 증가할수록 이들은 (한정된) 국가예산이 국방과 같은 다른 분야 보다는 노인층을 위한 복지에 사용되길 바란다. 노령계층이 곧 유권자이기도 하므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Haas 2007, 119-123). 물론 비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도 정권지지율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인 복지예산을 함부로 삭감할 수는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처럼 국방예산 삭감은 곧 군대의 약화로 이어진다. 한편, 출산율 감소는 부모가 아이 하나하나에 대해 보다 높은 애착을 느끼게 만들고 이로 인해 국민은 (다수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는) 전쟁과 같은 국가정책을 지지하지 않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72-73). 인구 고령화는 또한 군대강화보다는 군대 유지를 위해 더 큰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불러온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희소성이 높아진 젊은 노동력을 (사기업과 같은 민간직장이 아닌) 군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고가(高價)의 첨단 무기를 수입 혹은 개발하는데 필요한 예산의 감소로 이어진다 (Haas 2017, 4). 그리고 인구 고령화는 군대의 고령화로 이어지며 이는 국방비 상승이 군대의 발전보다는 군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을 높이기 위함으로 이어진다 (Haas 2017, 4).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예측은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와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 여부에 의해 나누어진다 (Haas 2017, 5-6). 세력전이 이론에 의하면 부상하는 신흥강대국과 기존 패권국 간에 세력전이가 발생할 때 둘 사이에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세력전이에 맞서 국가가 예방전쟁을 일으킬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의 창이 어떤 상황인지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달렸다. 즉,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력이 정점을 찍는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국가가 공격적으로 행동할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고령화를 겪고 있거나 고령화가 곧 다가올 국가가 패권국일 경우 군사력의 쇠퇴가 시작되기 전에 신흥국에 대한 예방전쟁을 치르기로 결정할 수 있다. 반대로 고령화를 겪고 있거나 고령화가 곧 다가올 국가가 신흥 강대국일 경우 국력이 정점을 찍었다고 간주되는 시점에 (아직 패권국의 국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겨지더라도)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여러 국가에서 인구 고령화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에는 국가들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쇠퇴하고 기회의 창도 닫힐 것이고 국가 간에는 결국 “노쇠화로 인한 평화(Geriatric peace)”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Haas 2007). 3. 인구 고령화가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모두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동아시아에서는 인구 고령화, 이로 인한 각국의 군사력 감퇴 등으로 인해 동아시아에서도 “인구통계학적 평화(demographic peace)”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Sheen 2013). 인구 고령화를 가장 먼저 겪기 시작한 일본은 여러 정황이 맞물려 199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경제불황을 겪고 있다. 그 와중에 2010년에는 중국에게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자리를 내주고 현재는 3위 자리마저 독일에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도 1970, 1980년대 시작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당시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막았으나 그로 인해 이제는 인구 고령화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중단하였으나 출생률 반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1980년대부터 중국은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노동집약산업에 집중하고 수출을 늘림으로써 세계 최대 무역국이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중국은 차차 노동인구 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한창 부상하고 있던 와중에 인구 고령화라는 장애물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즉,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견줄 만큼 성장하더라도 곧 고령화라는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미중 간 세력전이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87). 러시아 역시 인구수가 1994년에 정점(1억4천9백만)을 찍었지만 2021년에는 감소(1억4천5백만)하였다.2) 다만 러시아의 경우 인구 고령화보다는 낮은 출산율과 기대수명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징집을 피하기 위해 젊은 남성들이 해외 도피를 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 국가들이 인구 관련 문제로 국력이 점차 쇠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대국 중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장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이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도 있다 (Haas 2007, 126-128). 비록 미국이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민자들을 꾸준히 받아들이는 등 노동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에 미국은 꾸준히 경제성장 동력을 유지할 것이고 군비지출 규모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 등과 비교하여 인구 고령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미국은 결국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동맹국이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력이 빠르게 쇠퇴할 경우 각종 위협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국 미국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heen 2013, 316;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91-93). 다만 인구 고령화를 비롯한 복합적인 이유로 중국의 부상이 더뎌지면 장기적으로는 국제체제가 평화와 안정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전에 자신의 국력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 중국이 (국력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쇠퇴가 시작되기 전에) 국제체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Brands and Beckley 2022). 앞서 설명하였듯이 중국으로서는 국력의 쇠퇴가 시작되고 세계패권을 차지할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마지막 모험을 감행하려고 마음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구 고령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국방비를 증액하고자 하는 국가들도 있다. 일본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GDP의 200%를 넘는 정부의 부채규모)로 오랜 기간 경기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일본 정부는 그동안 GDP의 1%대로 유지해온 국방비를 2027년에는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3) 이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국방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가 제안하는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4)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동유럽의 상황이 독일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의 안보불안을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예산 증가, 노동가능 인구 감소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가들은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맞춰 국방비를 오히려 증액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가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지역에 평화를 가져다 줄지 몰라도 그 순간이 도래하기 전까지 국가는 당장의 자국 안보를 지켜야 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4. 인구고령화가 한국의 대외정책에 줄 수 있는 영향과 그 함의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주변의 동아시아 강국들이 인구 고령화로 향후 경제력과 군사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는 그들의 대외정책에도 변화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설명하였듯이 인구 고령화에 마주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평화로운 대외정책을 내세우기 시작한다면 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국력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국가들이 평화롭게 행동하기 전에 (아직 국제질서를 재편할 기회의 창이 열려있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마지막으로 공세를 펼치려는 국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들은 상대방이 공세를 취할 경우를 대비하고 이를 이겨내야만 장기평화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주변 강국들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이 경제·군사력 쇠퇴를 받아들이고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지 그 전에 공세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지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 역시 경제·군사력 쇠퇴를 받아들이고 주변국들과의 분쟁을 회피해나갈 것인지 국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국익중심의 외교를 펼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인구감소가 시작되기 전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보다 강경한 태도와 행동을 보여 북한을 압박할 것인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퇴하는 군사력을 받아들이고 평화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인구감소로 인한 군인 수의 감소는 최소의 인력만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다만 군사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군인이 여전히 필요하며 인구와 노동인구 감소는 경제발전을 저해, 첨단기술 무기를 개발 혹은 수입할 재원 또한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71-72).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출산율 상승을 통해 노동 가능 인구를 증가시키고 미래에도 경제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외적균형보다는 내적균형을 통해 한국의 경제·군사력 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 혹은 보다 높은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고령화를 막거나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이 어렵다면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한국의 대외정책 수립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의 대외정책과 관련된 장기계획을 보다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1) 인구 고령화와 달리 “청년팽창(youth bulge)”을 겪으며 젊은 층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의 경우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게 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이는 젊은 층이 많은 국가는 군대 규모를 쉽게 늘릴 수 있으며, (증가하는 젊은 층의 수에 맞춰 일자리를 창출해 내지 못하는 국가 내에서는)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한 좌절을 겪는 젊은 층의 증가는 국가 내 혼란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61-68). 이러한 이론적 논의 외에도 Urdal (2005), Urdal (2008)과 같이 통계분석을 통해 청년팽창은 국가 내 갈등과 폭력을 증폭시킨다는 결과를 도출한 경험적 연구도 있다. 2) The Economist. 2023.03.04. “Russia’s population nightmare is going to get even worse.” https://www.economist.com/europe/2023/03/04/russias-population-nightmare-is-going-to-get-even-worse. 3) 동아일보. 2022.11.28. “기시다, 일본 국방비 2027년도에 GDP 2%로 증액 지시.”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1128/116736190/1. 4) Bloomberg. 2023.02.15. “Germany to Hike Defense Budget by Up to €10 Billion in 2024.”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2-15/germany-to-lift-defense-spending-by-up-to-10-billion-next-year#xj4y7vzkg. 참고문헌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승철 박사는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이다.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하였다.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Effects of Trade Relations on South Korean Views of China,” “Economic Interest or Security Concerns? Which affected how individuals in five Asian countries viewed China in 2013?”,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East and Southeast Asians’ Views of China,”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Who Supports the US-led Global Order? An Empirical Analysis Using Survey Data”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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