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註]
중국은 증강된 군사력을 주변해역을 중심으로 투사하고 초강대국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해양군사력을 공세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외교전략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정치·경제는 물론 과학기술·경제·법률·심리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하여 전개되는 초한전(超限战)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해양군사전략을 군사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법적 관점에서도 평가하고 대응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기획: 강영훈 원장(yhkang@jpi.or.kr)].
중국의 군사적 굴기가 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근년 들어 중국의 해군력의 신장은 괄목할만한 것이어서 특히, 건함 속도 및 규모에서 미국 등 서방권을압도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에 의한 주변 해양 및 원양으로의 군사력 투사가 주는 전략적 함의를 생각하게 한다. 해양이라는 지리적 공간은 수상ㆍ수중 및 상부공역의 입체적 점유, 이용 및 지배, 무역 및 수송을 위한 교통, 자원을 포함한 경제적 개발과 활용 등 그 사용이 무궁무진하여 오히려 육상보다 더 가치가 높은 곳이라 볼 수 있다. 바다로부터 소외된 내륙국들이 겪는 심각한 어려움을 본다면 해양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다. 해양을 확보하고 지배하기 위해 국가들은 군사력이라는 폭력을 사용하여 왔고 이와 관련한 군사전략과 군사교리를 발전시켜 적용해왔다. 중국은 해양군사전략의 측면에서 보면 사회주의 국가 수립 직후 취약한 해군력으로 인하여 수세적인 전략을 실행해 왔었으나, 개혁개방 이후 현격하게 발전된 경제력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증강된 군사력을 주변해역을 중심으로 투사하고 초강대국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해양군사력을 공세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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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중국에 있어 소위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최인접국인 관계로 중국의 해양군사전략이 국방의 측면을 넘어 심대한 의미와 영향을 가진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중국은 핵전력 등 비대칭 전력과 공군력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양적으로 수상함과 잠수함을 주축으로 하는 해군력에서 우리나라를 3-4배의 규모로 압도한다. 중국은 미증유의 초강대국 미국과 사실상 건함 경쟁에 돌입할 수준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군사적 측면에서 타개책을 모색하는 것은 일정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해양군사력 및 그 사용과 관련하여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국제법규범을 가지고 평가해 보고 가능한 제어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것도 유용할 것이라고 본다.
바다의 헌장으로 불리는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이하 UNCLOS)은 1982년 유엔을 통하여 지구상 모든 국가가 참여한 협상에서 최종 성안되기까지 숱한 이슈들이 제기되고 반영되었다. 그 가운데 특히, 군함의 영해무해통항, 군함 및 군용기의 국제해협 통항 방식,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과 외국의 군사활동의 관계 등 해양의 군사적 이용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협상되었다. 당시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을 위시해 국제사회에 거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중국 등 강대국의 주요 관심은 이 보편적 해양법규범이 자국의 해양군사전략과 실행에 어떠한 함의와 제약을 가져올지에 집중되었고 이를 조정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협상하였다. 그 결과, 비록 해양군사활동 관련 규율에 있어서는 다소 모호하고 공백도 있지만 오늘날 국제사회의 보편적 법규범으로 수립되어 적용되고 있다.1) 해양의 군사적 측면에 관한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법적 판단이 반영된 UNCLOS를 중심으로 국제법 원칙에 입각하여 중국이 견지하는 해양군사전략을 비판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은 자뭇 의미가 있다고 본다.
대략적으로 중국의 해양군사전략을 말하자면, 먼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개척의 명분으로 아프리카 지부티 등에 원해 해군군사기지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원양 해군전략을 주목할 만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발해만, 서해 및 동중국해,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주변해역의 적극방어 전략을 갖고 해군력을 전폭적으로 강화하면서, 그 일환으로 미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차단/거부하기 위해 중국이 실행하고 있는 소위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2)이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근해로 볼 수 있는 대만 해역 봉쇄 및 침공, 서해 및 동중국해의 내해화 전략, 동남아 역내국들과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군사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러한 기본전략 하에 하나의 해양군사교리로서 자국 근해를 중심으로 미국 및 그 동맹국의 군사력 진입을 차단하려는 소위 도련선(island chain)을 설정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중국의 근해 적극방어 전략에 따라 설정된 해상방위선으로 일본열도와 대만 외곽 해상을 거쳐 필리핀 근해와 남중국해를 감싸면서 말래카 해협에 이르는 제1도련선과 그 외곽의 광대한 서태평양 해역을 대상으로 제2ㆍ3도련선이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해양 관련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최종선으로서 제1도련선은 당연히 대만이 그 속에 포함 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도 일본의 좌측에 있는 사정으로 우리 영해와 EEZ가 속한 한반도 주변 해역이 그 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공간전략을 중심으로 서해, 대만 등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해양군사전략을 해양법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의거하여 살펴본다면 상당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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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군사전략과 국제법은 상호 그렇게 친한 관계가 아니다. 군사문제와 관련하여 군비축소를 국제조약으로 규정하거나, 침략행위 등 평화에 반한 국제범죄를 국제사법기관을 통하여 단죄하고, 무력충돌시 교전행위를 국제인도법에 따라 규율하고 있지만, 무력행사에 이르지 아니한 군사전략에 대한 국제법의 적용은 다소 생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군사전략과 그에 입각한 군사교리는 무력충돌시 나타날 수 있는 적대행위(hostilities)의 예비이기 때문에 그러한 전략이 국제법상 어떤 법적 의미를 지니며 타당한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군사전략과 그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와 상황이 타국의 국제법상 권리와 이익을 침해한다면 당연히 국제법상의 평가 대상이 되는데 문제가 없다.
비록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래하면서 국가간 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정하고 조정하여야 하는 국제법의 무력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여전히 국제법은 국제관계에 관한 담론을 지배하는 메타담론의 핵심이라 믿는다.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정치학설 중의 하나인 구성주의 이론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국제관계의 동인인 국가이익과 정체성이라는 요소는 항상 변증법적 규정을 받아 변화, 발전한다고 보며, 국제법은 그 총체성과 구체성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주권, 영토 등 국가의 기본요소, 나아가 영해, EEZ, 대륙붕 등과 같은 국가의 해양 관련 기본 범주적 개념과 형성은 국제법이 부여하는 것이고, 해양에 관련되는 제 개념과 권익도 국제법이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
독특하게도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해양권익과 관련하여 국제법 규범을 과도하게 자기에게 유리하게 주장하는 국가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3) 국제법상 인정되는 해양권익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전략도 자국 중심의 국제법 해석과 적용에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이 견지하고 있는 해양군사전략은 당연히 보편타당한 국제법의 원리에 따라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해 비판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이 해양에 대한 자국의 군사적 전략이 추구하는 목표, 방법 및 실행이 당연히 국제법에 의해 타당하게 설명되어야 하며 그릇된 측면이 있다면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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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살펴볼 것은 중국의 서해 및 동중국해의 내해화(內海化) 전략이다. 해양군사전략가들이 지적하는 중국의 내해화 전략에서 말하는 ‘내해’는 정확한 국제법상의 용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4) 이와 유사한 국제법상 개념으로는 ‘내수’(內水, internal waters)가 있다. 내수는 영해보다도 더 연안국의 주권이 적용되는 곳으로 거의 영토와 동일시되는 영해 내측의 만(灣)이나 항구 주변과 같은 해역을 말한다. 아마도 ‘내해화’라고 할 때 마치 내수와 같이 중국이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해역이 되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법규범적 의미보다는 사실력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타국의 권익에 우선하여 지배 전유(專有) 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 지배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서해와 동중국해는 한국과 일본의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이 미치는 수역이어서 거의 공해(公海)가 없다. 특히, 준국가적 실체인 대만이 위치하는 곳이므로 단순하게 볼 수 만은 없는 곳이다. 이러한 내해화 전략의 공간적 한계선은 현재로선 상기한 제1도련선으로 볼 수 있다. 과연 중국의 이러한 군사적 성격의 폐쇄해를 유지하는 것이 어떤 법적 함의를 가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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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일랜드 체인(Island chain)’ 전략이라고 하는 도련선 개념은 일찍이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의해 소련과 중국의 봉쇄를 염두에 두고 설정된 것으로 쿠릴열도, 대만, 북부필리핀 및 보르네오해로 연결되는 전략방어선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5)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해양 포위전략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도련선을 역으로 원용하여 재편성하게 되는데, 1982년 당시 류화칭(柳華淸) 중국 해군사령관이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 및 3 도련선은 아직 현실화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제1도련선은 중국의 절대 해상방어선으로 미국 및 동맹국의 군사력 투사와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공간적 한계선으로 설정되어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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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해양을 나누어 열강의 이익 내지 영향력을 구획하는 행태는 종종 목격되곤 하였다. 예를 들면 1494년 스페인과 포르투갈 간에 체결된 토르데시야스(Tordesillas)조약은 대서양에 그어진 선으로 당시 제국주의 선두주자였던 두 국가 간에 거의 비유럽권 세계를 양분하는 해양이익선으로 유명하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동서냉전의 사례에서 보듯 영향권(sphere of influence)라고 하여 공간적 분할을 추구한 바가 있었다. 중국이 추구하는 제3도련선은 하와 이제도 근처에 선을 그어 미국과 태평양을 반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영향권이나 세력권을 형성하려는 발로로 보이나, 현행 국제법의 시각에서 보면 세력권을 나눠 특정 국가를 특정 지역의 지배적 국가로 인정하는 행위는 유엔헌장에서 금하는 제3국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행태로서 정당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제1도련선은 이와 달리 절대사수의 군사적 해양구획선으로 볼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한국전쟁, 월남전, 포클랜드전쟁, 걸프전쟁을 거치면서 관계국들은 여러 형태의 전쟁수역(war zone)과 같은 군사적 목적의 수역을 다양한 형태로 설정하여 사용한 바가 있다. 해상봉쇄 등 군사적 성격의 수역에 관하여 1909년 해전에 관한 런던 선언6)(London Declaration concerning the Laws of Naval War) 이래 1994년 산레모 지침(San Remo Manual on International Law Applicable to Armed Conflicts at Sea)7)에 이르기까지 국제법규범으로 규칙화하는 노력이 이루어져 왔지만 포괄적이고 명확한 원칙이 성립되었다고는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중국의 도련선 설정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운용과 관련해서는 국제법적 관점에서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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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제1도련선은 법적으로 표현한다면 일종의 정지조건부 전쟁수역, 작전수역 등의 성격을 가지는 군사수역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 등과 해상 적대상태에 돌입한다면, 이 수역은 바로 중국의 최종 군사방어선이자 작전구역으로서 적대국은 물론 제3국의 항해 및 비행을 통제하는 구역으로 변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주변 수역에는 중국이 예전에 발해만과 양자강 어귀에 군사수역을 유지한 바가 있으며, 북한도 자신의 연안 50해리에 군사경계수역을 설정하여 외국의 통항을 제한하고 있는 등 군사적 성격을 갖는 수역이 낯선 것은 아니다. 상기한 런던 선언이나 산레모 지침 등 국제규범의 관점에서 보면 군사적 성격의 수역의 설정 및 운용은 기본적으로 군사적 필요성 및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비적대국의 항행, 안전 등 권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날 UNCLOS 체제 하에 200해리 EEZ가 일반화된 시대에 있어서 완전한 항행의 자유를 향유하는 공해는 좁아진 가운데 대략적으로 보아도 중국이 설정한 제1도련선내 해역은 동아시아 각국의 영해와 EEZ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주변국들의 권익 즉, 그 주권, 관할권, 항행 등 이용, 자원 및 환경에 대한 침해, 방해 및 위협은 용납되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유사시 제1도련선을 침파하는 미항모부대에 대해 전술핵을 탑재한 DF-21 미사일 등을 사용하는 경우에 광범위하게 자원과 환경에 대한 영구적이고 치명적이며 무분별한 피해를 야기 할 것이다.8)
따라서 대량파괴무기에 기반한 전략과 군사교리는 해역의 특성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이 원칙은 교전상태에서만이 아니라 평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미 남중국해 및 대만주변 해역에서 미중 양국의 해공군은 군사적 대치상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법률상 적대상태의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중국과 미국은 사실상 해상 적대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9) 전쟁을 부인하는 오늘날의 국제법은 평시/전시라는 고전적 방식의 이분법적 구별로 적용법규를 달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현재에도 중국은 타국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위협하는 방식으로 도련선을 운용할 수 없으며 당연히 그 도련선 선 및 내부 수역에 대한 , 여하한 국제법상 권원(title)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내외의 통제가 달라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제1도련선으로 설정되는 수역에 대해 중국에게 권원이 인정되는 수역을 제외하고서는 어떤 우월한 법률적, 군사적 권익도 부여할 수 없으며, 타국의 권익을 침해해서 안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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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제1도련선에서 키 포인트는 대만이다. 사실상 본토 중국과 분리되어 자치를 향유하는 대만은 이 도련선의 소위 '부족한 연결고리(missing link)'이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중국은 대만을 합병하기를 원한다. 2030년까지 무력침공으로 합병하겠다는 중국의 시나리오가 운위되고 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거나 이미 수차 실행된 바 있는 대만 해역을 포위하는 군사훈련과 같은 무력위협은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 것일까?
대만은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의 실효적 지배를 받은 바 없이 현재까지 고도의 자치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정치적 실체임이 분명하다. 대만의 국제법상 지위는 국제사회 다수 국가들이 중국의 일부로 인정하기 때문에 비록 일부 소수 국가가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독립된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는 그 누구도 특정 정치적 실체의 지위를 일의적이고 보편적으로 결정할 중앙기구가 없다. 1971년 중국 대표권 문제로 유엔총회 결의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대만 당국을 대체했지만 이것은 유엔 내부의 문제를 다룬 것이지 유엔이 전체 국제사회를 대표해 대만의 국가성 여부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즉 국가성의 문제는 국가별로 상대적인 것으로 각국은 이 문제에 관한 재량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과 대다수 국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나 정책에 따라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대체로 중국 지방 정부의 수준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로 합류하든, 아니면 분리독립을 하든, 그것은 일차적으로 대만 주민들의 정치적 미래에 관한 것으로 국제법상으로 자결권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논리상으로 자결권의 행사가 국가의 영토적 일체성을 침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대체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대만과 같이 일정한 정치적 단위의 주민들이 자결권을 가진다고 별도 국가로 분리해 나갈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결권은 대만 주민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기본적 인권10)이므로 이를 억압하거나 그 행사를 방해하는 무력 사용이나 위협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 의한 대만 무력사용과 이와 관련된 해양군사전략은 일정 정도 제약된다고 보아야 한다. 도리어 군사력을 사용해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대만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억압하며 그들의 사회경제적 기반을 파괴한다면, 중국정부가 엄청나게 반발하겠지만, 이것이야 말로 대만이 분리독립할 수 있는 합법적 이유를 구성해 줄 소지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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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핵심이익으로 지목된 남중국해 상황은 미중간 군사적 대치, 영유권 및 도서군의 지위 등 법률문제, 역내 국가들의 권익이 엉킨 곳으로 복잡다단하다. 2016년에 국제중재재판정이 일차적으로 상당한 법률문제를 정리했음에도 중국은 이 판정을 원천적으로 부인하고 변함없이 자신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관련 권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11) 중국은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암초나 모래톱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활주로를 닦으며 미사일 등 각종 무기와 군사시설 및 군부대를 배치하는 군사기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중국해를 작전구역으로 삼아 접근을 통제하고 나아가 유사시 적대국의 군사력이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구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EEZ의 관할권을 확대해석하는데 특히, UNCLOS 제88조의 EEZ의 평화적 목적의 이용이라는 규정에 의거해 남중국해는 물론 대만해협상 중국의 EEZ에 대한 미군의 초계, 정찰 및 훈련 등 군사활동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오고 있다. 한편, 중국 영해관계법은 외국군함이 중국 영해를 무해통항하기 위해서는 사전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등 외국 군사력의 자국 연안 접근을 법률제도상으로도 제한하려 한다. 당연히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EEZ를 항행의 자유를 누리는 국제수역으로 간주해 EEZ내 군용기 및 군함의 작전을 제한하려는 중국의 주장을 무시하며 항행하고 있으며, 또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남중국해 중국 점유 도서에 설정된 영해 내를 사전허가 없이 통과하여 중국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근세 들어 해양의 이용에 관한 기본적 관점의 대립으로 나타난 국제법의 비조 그로티우스(H. Grotius)의 ‘자유해론’(Mare liberum)과 셀덴(J. Selden)의 ‘폐쇄해론’(Mare Clausum)이 개방되고 자유로운 해양질서를 선호하는 미국과 자국 연근해를 외국세력으로부터 차단하려는 중국의 입장으로 각각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립은 EEZ내 외국군사 활동의 제한 여부에 관한 UNCLOS 규정의 모호함에 따른 해석과 적용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지만,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확대하여 과도하게 주장하는 중국의 태도도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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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취한 군사적 성격의 조치들이 국제법상 정당화될 수 있을지 살펴보자. 중국은 스프래틀리(Spratly, 중국명 ‘난사’) 군도 등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도서를 점령하여 매립과 인공섬 조성을 통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미사일, 공군력 배치 등 장거리 군사력 투사를 완비하는 조치를 진행 중이다. 군사적 목적은 차치하더라도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이며, 구속력 있는 국제중재재판에서 그 권원 주장의 근거가 부인된 도서군의 형상을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평가하면 중국이 이런 방식으로 스프래틀리 군도를 군사화하는 행태는 국제법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12) 타국의 권익을 존중하고 해양환경을 보존하는 적법한 방향으로 전향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EEZ에 대한 외국 군함 및 군용기의 활동에 대해서도 UNCLOS가 항행에 관한 한 공해 자유의 원칙을 EEZ에서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러한 활동이 EEZ의 자원 및 환경에 대한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는 인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다만, 군함의 영해무해통항에 관해 상당수 국가들은 사전허가 내지 사전통보제를 통해 제약을 가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관행이 일치되는 것이 아니기 떄문에 반드시 중국의 입장이 틀리다고 볼 수 없다.13) 다만, 대양해군화에 따라 중국이 타국의 EEZ를 불가피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은 자가당착에 직면하게 되어 조만간 슬그머니 미국 등 서방국과 유사하게 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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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소위 ‘법률전’(lawfare)14)의 방식으로 자국의 해양권익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남중국해 분쟁 관련 중국의 행태는 그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그들은 국제관계에서 국제법을 대체할 수 있는 그 어떤 가치판단 체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유용성을 활용해 자신의 해양권익을 주장하고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상기 남중국해 중재재판에서 전면적으로 패배한 것은 중국에게는 엄청난 재앙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중국이 재판결과를 거부하더라도 이미 판결이 확정되어 국제법상 구속력이 발생했고, 이를 법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수단은 현재로선 가용치 않기 때문에, 중국은 법률전의 가장 중요한 일전에서 대패한 것이다. 이를 계속 거부한다면 중국은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지속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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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중어업협정상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군사훈련 목적의 기한부 항행금지 수역을 지정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바 있다.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항행금지 수역은 서해에 있어서 한중 간 EEZ 가상중간선을 넘어 우리측 수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어업에 관한 한중협정의 문제를 넘어서는 사안으로 우리 EEZ의 잠재적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군사, 외교, 경제, 기술, 등 제 분야에서 열세에 처한 우리로서는 해양문제에 관해 정치하게 법률적으로 분석하여 정리된 입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해양 관련 주권,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침해하거나 그런 소지가 있는 군사활동은 제한되며, 주변 국제수역에서의 군사활동도 군사적 필요성과 항행안전 등 여타 법익을 형량하는 비례의 원칙에 입각해 제한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상이한 법익이 교차하는 주변수역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해양군사전략을 위한 특별한 우월적 지위나 대우를 부여할 소지가 있는 여하한 시도도 국제법의 논리로 견제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고찰 한 바와 같이, 중국의 해양군사전략의 내용을 보면 상당히 현행 국제법 규범과 상이하며, 타국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를 지양해 좀 더 국제법질서와 정합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중국과의 관계에서나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외교적 담론을 이끌어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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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해양질서는 UNCLOS 제301조에서 설파한대로 해양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대의에 따라야 할 것이다. 군사적 갈등과 대치가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동아시아의 해역을 지배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우리 주변해역을 전장화하고 황폐화하는 군사전략은 다수 역내 국가의 생명선이자 권익이 촘촘하게 들어찬 동아시아 해역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역사적 에피소드로 영국 청교도혁명 당시 왕당파와 의회파 군대간 결전을 앞둔 지역의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곳으로 전장을 옮겼다는 이야기에서 보듯 미중 쟁패의 해상 격돌과 이를 전제로 한 군사 전략과 교리는 역내와 국제사회의 권익이 고밀도로 집중된 동아시아 해역에서는 비례의 원칙상 회피되어야 한다.
구시대의 유물인 정치ㆍ군사 조합주의자들의 무분별한 군사전략과 실행은 발붙일 곳이 좁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로 야기된 엄청난 피해와 법적 책임과 관련하여 전쟁을 지속하여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성과로 고작 피로스의 승리에 불과할 푸틴의 러시아는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작금의 미중간 경쟁은 전쟁으로 패권국을 정한 고대나 근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미 러·우전쟁에서 입증되었듯이 상호확증파괴와 비대칭적이거나 효율적인 신기술의 확산으로 전쟁은 정치적 문제 해결의 능력이 예전과 달리 상실되어 가고 있다. 번영의 바다를 불모의 죽은 바다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해양군사전략은 유엔헌장의 정신대로 현상의 평화적 변경 원칙, 그리고 바다의 헌장인 UNCLOS의 기본 정신인 해양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원칙에 양보해야 할 것이다.
1) UNCLOS 체제 하에서 영해폭 확대, EEZ 제도 신설, 대륙붕의 광역화 등 연안국 관할권의 대폭 확대에 따라 종래 넓은 공해에서 향유하던 군사활동을 포함한 항행의 자유가 공간적으로 축소, 제한되고 군사활동도 변화된 해양공간구조에 의해 연안국의 권익과 조화되는 방향으로 규율해야 하는 과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2) 중국은 유사시 적군의 서태평양 지역 진입을 저지하여 서태평양 지역의 이익을 지키는 군사교리로 적극 방어(Active Defense) 또는 반(反) 관여(Counter-Intervention)라고 부르는데, 미국의 군사학자들은 이를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l denial) 전략이라고 칭한다.
3) 소위 9단선이라고 지칭되는 구역도를 제시하여 남중국해 도서와 해역을 전유하려 시도하고, 자국 연안에 과도한 직선기선을 설정하며, 파라셀군도 등 도서군에 군도수역(archipelagic zone)을 설정하여 본토 외에 주권적 성격을 가지는 수역을 주장하고, 발해만을 폐쇄하여 자국의 내수(內水)로 삼는 등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제법규범이 인정하는 합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과도한 주장(excessive claim)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4) 예를 들면, 이은수, “중국의 서해 내해화 전략과 한국의 대응방안”, KIMS(한국해양전략연구소) Periscope 178호(2022.6.13.)
5) 미국측 도련선에도 여기서 언급된 제1도련선과 함께 서태평양 및 중부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제2, 3도련선을 두고 있었다. 이는 1953년 미국 국무장관 덜레스(J.F. Dulles)에 의해 입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6) 이 선언은 조약형태로 채택되었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 열강들이 서명했음에도 비준에 실패하여 발효하지 못했다. 해상포획의 범위에 관련된 영국, 일본 등의 불만이 그 실패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상봉쇄, 적화(敵貨), 중립 등 해전법규를 성문화한 공로가 인정된다.
7) 이 지침은 해상무력충돌에 적용되는 국제법에 관한 전문가 회의가 1988년 산레모에서 개최되어 논의된 결과, 해전규칙에 관한성문화된 형태로 채택되었다.
8)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96년 핵무기의 위법성 여부에 관한 권고적 의견에서 핵무기와 같은 무분별한 피해를 야기하는 무기의 사용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9)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계속적인 전유(專有) 및 군사화 시도에 대해 대응조치로서 워싱턴의 지시에 따라 미해군은 항행의 자유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 FONOP)을 2015년부터 실시하여 왔다. 이에 앞서 2001.4.1. 미군정찰기와 중공군기가 해남도 부근에서 충돌하여 각각 불시착 및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10) 자결권(right of self-determination)은 국제법상 보통 강행규범이 구비하는 대세적 효력을 가질 정도로 높은 수준의 법규범성을 구비한다고 1995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동티모르 사건을 통해 판시한 바 있다.
11) 2013년 필리핀이 UNCLOS의 강제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중국을 제소해 중재재판이 진행된 결과 중국이 점유한 도서의 지위 및 이와관련되는 주권적 권리 및 관할권의 범위와 한계에 관해 중국 측의 주장이 거부되는 방향으로 판정되었다.
12) 상기 남중국해 중재재판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 등의 행위가 해양환경 관련 국제법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판정한 바 있고, 1978년 국제사법재판소(ICJ)도 에게해 대륙붕 사건의 잠정조치 심리에서 분쟁 중인 해역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13) 우리나라는 영해법에서 외국 군함의 무해통항에 관해 사전통보제를 채택하고 있다.
14) 법률전은 전쟁의 무기로서 법의 사용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는 전술적 이점과 정치․군사적 목표 달성을 위하여 국가 내지 비국가행위자가 법을 활용하는 다양한 관행과 기술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용어는 1975년 Carlson & Yeoman의 “Whither Goeth the Law - Humanity or Barbarity?"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Charles J. Dunlap 등에 의해 본격적으로 그 개념과 양상에 관한 연구가 발전되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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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이용일 (前 주코트디부아르 대사)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법학석사를 졸업하고 박사과정(국제법 전공)을 수료하고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법학박사과정을 수학하였다. 법제처 법제연구담당관으로 공직을 시작하여(1990), 이후 외무부로 옮겨 국제법규과 및 국제협약과에서 실무자로 근무하였으며 외교통상부 국제협약과장(2004-2006)과 세종특별자치시 국제관계대사(2020-2022)를 역임하였다. 주요 재외공관 근무경력으로 주태국대사관 참사관 주루마니아대사관 공사참사관 및 주오스트리아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였고, 재외공관장으로 주코트디부아르대사(부르키나파소 및 니제르 겸임)로 봉직하였다(2015-2019). 외교부 근무시 주로 해양법 등 국제법 외교 분야에 종사하였으며, 아주대(1992), 및 이화여대(2002)에서 국제법을, 고려대(2024)에서 국제기구론을 강의 한 바가 있다. 외교부 정년퇴직 이후 대한변호사협회 국제특보(2023-2024), 고려대강사, 외교부 외교사료전문위원을 역임하였고, 서울국제법연구원 부원장으로 재임중에 있다. 저서로 ‘국제조약의 국내 직접적용에 관한 연구’(2014), ‘분단과 통일의 법’(2020) 등이 있으며, 국제법 관련 논문 수 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