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 및 청문회에서 던진 메시지는 언뜻 상이한 두 개의 축으로 갈라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군사 전산망의 보안과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체계에 대한 기술적 경고이고, 다른 하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군사적, 정치적 조건론이다. 전작권 전환은 표면적으로는 단일한 국가적 과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검증 기준과 존재론을 지닌 네 가지 층위의 질문이 중첩된 복합 방정식이다. 절차적으로 준비되었는가, 기술적으로 연결을 신뢰할 수 있는가, 인식적으로 정보 주권을 확보했는가, 그리고 전략적·정치적으로 환경이 성숙했는가. 이 질문들은 각기 다른 학문과 실무의 언어로 작동하며, 어느 하나의 문법으로 전체를 환원하려 할 때마다 동맹 내부에는 치명적인 오해와 가짜 합의가 형성된다.
첫 번째 영역인 군사 운용의 언어에서 전작권 전환은 정량화된 체크리스트의 형태를 띤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미래연합군사령부는 기본운용능력 검증을 거쳐 완전운용능력 검증, 그리고 최종적인 완전임무수행능력 평가라는 명확한 단계를 밟아왔다. 연합임무수행목록에 포함된 130여 개 세부 과업에서 70퍼센트에서 90퍼센트 이상의 조건을 달성했는가를 따지는 이 방식은 관료제와 야전 군사학이 공유하는 전형적인 문턱 모델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절차적 상호운용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 것도 이 닫힌 검증 체계 안에서는 타당하다. 그러나 체크리스트형 검증은 중대한 맹점을 지닌다. 사전에 통제된 연합연습 시나리오 속에서 정해진 절차를 통과했는지는 측정할 수 있지만, 전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순간 데이터가 실제로 어떤 경로로 흐르는지, 그 연결망이 적의 비대칭적 침투 속에서도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평가 항목 바깥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번째 영역인 정보공학과 사이버 보안의 언어가 개입하며 군사적 체크리스트의 한계를 폭로한다. 브런슨 사령관이 핵심 과제로 지목한 제로 트러스트 아키텍처는 내부망에 진입한 주체라 할지라도 동맹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결코 자동 승인하지 않으며, 모든 접근마다 신원과 기기 보안성을 지속해서 재 입증하라는 컴퓨터 과학의 원칙이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사령부 내부에서도 네트워크 관리가 취약해졌음을 시인했다. 제로 트러스트의 세계관에서 보안은 한 번 달성하면 유지되는 정적 합격증이 아니라, 밀리초 단위로 갱신되어야 하는 동적 상태다. 군사학이 130개 항목의 충족률을 세며 고지를 향해 전진하는 선형적 진폭을 상정한다면, 사이버 시스템 공학은 네트워크 접속의 매 순간을 영구적인 불신과 재검증의 상태로 파악한다. 정량적 조건을 채웠다는 군사적 보고서와 네트워크를 상시로 믿을 수 없다는 시스템 엔지니어의 경고가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절차적 통과를 곧 기술적 신뢰의 완성으로 착각하는 순간, 연합 지휘통제망은 적의 기만과 침투에 치명적으로 노출된다.
세 번째 영역은 감시정찰 자산과 센서 공학이 지배하는 정보 생성의 역량, 즉 인식적 주권의 문제다. 현대전은 센서가 표적을 식별하고 타격 자산이 이를 파괴하기까지의 순환 주기를 얼마나 단축하는가에 승패가 걸려 있다. 한국군이 정찰위성과 고고도 무인기를 확충하며 독자적 자산을 늘려가고 있으나, 조기 경보위성망과 고신뢰 전자정찰자산 등 전략적 원천 데이터를 생산하는 물리적 기반은 여전히 미군의 자산에 깊게 종속되어 있다. 여기서 네트워크 보안과 정보 생산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제로 트러스트가 구축되어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출입구가 완벽히 방어된다 한들, 그 파이프라인 속을 흐르는 표적 정보 자체가 타국의 위성에서 내려오는 것이라면 지휘권의 주체는 파이프라인의 관리인에 머무를 뿐 정보의 주권자가 될 수 없다.
네 번째 층위는 국제정치학과 동맹 전략의 거시적 언어다. 브런슨 사령관은 시간 또한 하나의 조건이라고 언급하며, 국가통수권자가 명령한다면 전작권을 즉각 전환하되 그에 따르는 군사적 위험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전작권 전환이 궁극적으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선 고도의 정치적 결단임을 명시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 정치적 결단이 내려져야 할 전략 환경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궤도로 진입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으로 유라시아 대륙 배후가 연결되었고, 서해와 비무장지대 일대에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 교란과 전자기 간섭이 일상화되었으며, 미군은 인도태평양 전역을 하나의 전구로 통합하는 지휘통제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 한반도 전구에 국한되었던 군사 작전의 경계가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적 이해관계 속으로 강제 흡수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의지가 전작권 전환의 속도를 결정할 수는 있어도, 복합화된 안보 환경이 요구하는 위험 부담의 총량을 스스로 지워낼 수는 없다.
전작권 전환 논의를 관통하는 핵심 기표는 단연 신뢰다. 그러나 이 신뢰라는 가치는 단일한 덩어리가 아니라, 대상과 메커니즘을 달리하는 다층적 개념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군사학적 차원의 신뢰가 연합군사령부의 표준운용절차(SOP) 및 지휘관의 권한 위임 구조에 대한 제도적 확신이라면, 시스템 공학적 신뢰는 암호학적 인증과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검증을 통과한 데이터 패킷에 대한 기술적 확실성에 기초한다. 나아가 정보학적 신뢰는 자국 자산으로 독자 획득·분석한 첩보의 정확성에 대한 주권적 판단이며, 국제정치학적 신뢰는 결정적 위기 국면에서 상호방위조약의 약속이 이행될 것이라는 신뢰에 해당한다. 이처럼 상이한 신뢰의 차원들을 하나의 층위로 환원하여 동맹의 우호성 여부라는 단선적 서사로 덮어버릴 경우, 연합 방위 체제의 실제적 결함 지점을 진단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요체는 서로 다른 학문 및 실무 영역의 시각을 무리하게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간극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 있다. 전작권 문제를 지휘 절차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경우 평가 조건의 완료가 임박한 것으로 인식되기 쉽고, 정치적 프레임에 갇힐 경우 양국 최고 통수권자의 단호한 결단만이 남은 과제로 오인된다. 반면 Cyber-C4I 보안 체계의 시각에서 전작권은 영구적인 검증과 감사의 대상에 불과하며, ISR 융합 공학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미완성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네 가지 진단은 상호 배척하는 모순이 아니라, 전작권이라는 거대한 연합 통제 구조의 입체적 단면을 각각 반영하는 진실이다.
따라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 프레임워크는 정형화된 체크리스트의 기계적 충족을 넘어, 동적·유기적 체계통합(Systemic Integration)의 과정으로 전면 재구성되어야 한다. 130여 개에 달하는 검증 항목을 형식적으로 이행했다 할지라도, 제로 트러스트 환경에서 정밀 표적 데이터(Sensor-to-Shooter)를 안전하게 교환할 공동의 상호 운용성 표준이 부재하거나 독자적 ISR 자산에 기반한 연합 지휘 능력이 미비하다면, 지휘권의 이전은 명목상의 간판 교체에 그칠 뿐이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이 갖는 정책적 함의 역시 전환의 시기 상조론이 아닌, 차원 간의 정밀한 '기술적·전략적 번역'을 요구하는 경고로 해석되어야 한다.
절차적 형식주의, 기술적 검증의 엄밀성, 정보 생산의 비대칭성, 그리고 동북아 지정학의 변동성이 만드는 균열을 실질적인 군사 역량과 제도적 장치로 메워나가는 것만이, 가짜 합의의 착시를 털어내고 안보 주권과 동맹의 내구성을 동시 확보하는 현실적 대안이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