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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한-아세안 해양협력, 블루외교로의 전략적 전환
등록일
2026-06-30
조회수
29

[기획자 註]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며 ASEAN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한국은 지난 2024년, 아세안과의 관계를 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CSP)로 격상하며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본고는 ASEAN과의 협력의 폭과 깊이를 높이는 방안으로 해양 분야에서의 포괄적인 블루외교(Blue DIplomacy)를 추구해야하는 필요성을 탐구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요약

아세안이 블루이코노미(Blue Economy)를 역내 핵심 발전전략으로 채택함에 따라, 한–아세안 해양협력의 위상은 외교·경제·기후·기술이 결합된 전략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해양을 국부 창출과 안보의 핵심 기반으로 인식하며, 해양을 공동 번영·상호호혜·규범·지속가능성의 가치로 연결하는 블루외교(Blue Diplomacy)를 통해 협력 프레임을 고도화해야 한다. 블루외교는 디지털·기후·안보·지식 협력을 하나의 구조적 틀로 묶어 해양경제 성장, 공급망 안정, 기후·환경 대응을 동시에 추진하는 새로운 해양외교 프레임이다.
 

이러한 블루외교의 실현을 위해 한국은 디지털 기반 해양경제 협력, 공급망 안정성 중심 해양안보 강화, 외교적 자율성 확대라는 세 가지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실행 전략으로는 아세안의 스마트항만·디지털 물류·해양재생에너지 수요와 한국의 기술·데이터 역량을 결합한 디지털 블루이코노미 이니셔티브(DBEI) 및 AI 기반 해상연계성 이니셔티브(AIMCI)를 추진해 실질적 협력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기후·환경 협력에서는 한–아세안 블루카본 및 해양순환경제 파트너십(BCOCP)을 구축해 탄소중립과 연안 회복력을 강화하는 공동의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협력의 지속성과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블루외교 포럼을 정례화하고, 한–아세안 해양거버넌스 아카데미(AKMGA)를 설립해 차세대 해양 리더와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 협력체계는 한국이 해양을 매개로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핵심 전략 기반이 될 것이다.

 

1. 블루외교(Blue Diplomacy) 전환의 중요성

 

21세기 국제질서는 해양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다극화의 확산, 기술패권 경쟁, 기후위기와 해양오염의 가중,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복합다중위기의 시대에, 해양은 안보·경제·기후·기술·규범이 중첩되는 지정학적 전략공간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국제질서의 협력과 갈등은 바다에서 먼저 발현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가 가장 밀도 있게 진행되는 지역이 바로 아세안이다. 아세안 해역은 세계 해상교역의 필수 회랑이자 해운·항만·수산·관광 등 해양경제의 집적지이며, 동시에 연안침식·폭염·홍수·해양오염 등 기후·생태 위기가 급증하는 공간이다. 즉, 아세안은 해양성장의 기회와 해양위기의 위험이 교차하는 전략적 핵심공간이며, 이 지역의 안정은 곧 국제 해양질서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한국은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CSP)로 격상했다. 이는 한국이 아세안의 중심성(ASEAN Centrality)과 아세안 인도-태평양 관점(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 AOIP)을 지지하며, 경제·사회 협력을 기반으로 전통안보·비전통안보·기후변화 대응·미래 발전 등 으로 협력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2025년 7월 채택된 「2026–2030 한–아세안 행동계획(PoA 2026–2030)」은 CSP의 실질적 이행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책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현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글로벌 사우스 협력 강화 기조와도 긴밀하게 연계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세안은 한국 외교의 지평을 확장하고 실질 협력을

심화하는 데 핵심적인 전략 파트너이다.


한편 아세안의 해양협력 의제는 블루이코노미, 해양쓰레기 대응 및 생태복원,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해상 사이버 위협 등으로 구체화되며 실천적 대응이 필요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아세안 해양협력의 전략적 강화는 양측의 공동 해양이익을 실현하고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아세안 해양협력은 부문별·사업별 협력 방식에서, 해양을 안보·경제·환경·기후·기술·규범이 상호 연계된 통합정책 영역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의 핵심이 바로 블루외교(Blue Diplomacy)이다. 블루외교는 해양을 공동의 번영과 상호호혜적 이익 증진을 위한 협력 플랫폼으로 설정하는 새로운 외교 프레임으로, 특히 블루이코노미 기반 실용 협력을 중심축으로 삼아 정책–기술–재정–데이터–지식이 결합된 실행가능한 해양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접근이다.


아세안은 한국의 블루외교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최적의 해양전략적 공간이다. 아세안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직면한 기후·수산·해양오염·디지털 격차 등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자, 한국 협력모델을 시험하고 확장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testbed)이다. 또한 해양은 기후·식량·연결성·재난 대응·규범 등 초국경적 이슈를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한국 외교의 위기 대응력·정책역량·국제 기여도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아세안 해양협력은 블루외교로의 전략적 전환을 요구하는 국가적 과제로 자리하며, 본고는 그 전략적 전환을 뒷받침할 분석과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아세안 블루이코노미의 부상과 한–아세안 협력의 확장
 

 

아세안은 블루이코노미(Blue Economy)를 역내 해양경제·기후대응·기술혁신을 결합한 새로운 발전모델로 정립해 나가고 있다. 이는 해양을 경제·환경·기후·기술이 교차하는 전략 공간으로 인식하는 정책적 전환과 맞물려, 관련 제도와 정책체계가 더욱 정교하게 구축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의 해양협력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블루이코노미를 중심으로 구조적 확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양측은 기존의 해양안보 중심 협력에서 해양경제–기후·환경–기술전환을 포괄하는 새로운 협력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세안은 블루이코노미를 ‘미래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규정하며, 바다·해양·담수 자원을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해 가치와 가치사슬을 창출하는 해양경제발전체계로 정의한다.1) 이 체계는 해양재생에너지, 바이오테크, 해양데이터 등 신흥 해양경제 분야까지 아우르는 부문 간 연계와 주체 간 협력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기술혁신·생태회복력·포용성장·지속가능한 가치창출을 결합한 미래지향적 해양경제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아세안 블루이코노미는 경제·기후·기술전환이 동시적으로 전개되는 구조 속에서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항만, 디지털 물류망, 해양영역인식(Maritime Domain Awareness, MDA), 해양 예측시스템 등 디지털 해양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블루카본 생태계는 2050년까지 연간 959억 달러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된다.2) 또한 에너지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목표가 동시에 부과되면서 해상풍력·조력·파력·해수온도차 발전 등 해양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해양 생명공학·순환양식·해조류 기반 기후 솔루션 등 블루푸드 산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해역은 전 세계 해양 표면적의 2.5%에 불과하지만 세계 산호초의 30% 이상과 해초류의 절반이 서식하는 높은 생물다양성은 연안 주민의 생태적 혜택을 확대하고, 탄소흡수·어장 보전·해양 생태계 안정성 등 글로벌 생태계 서비스 제공에 기여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3)


아세안은 UNCLOS(1982)를 해양협력의 규범 기반으로 삼고, 2021년 제38·39차 정상회의에서「블루이코노미 선언(ASEAN Leaders’ Declaration on the Blue Economy)」을 채택해 블루이코노미를 공식 의제로 설정하였다. 이어 2023년 제43차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블루이코노미 프레임워크(ASEAN Blue Economy Framework)」가 최종 채택되면서 블루이코노미는 역내 해양협력의 실천적 전략체계로 확정되었다. 프레임워크는 탄소중립 지향 해양활동, 오염방지·생태계 보전, 재해 및 기후위협 대응, 디지털 전환과 해양데이터 기반 정책, 투명한 공급망 구축, 해운·관광·해양에너지·수산양식 등 전략산업 육성 등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며, 해양을 복합적 전략공간으로 설정하는 아세안의 정책적 전환을 보여준다.


한국과 아세안의 해양협력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양안보 중심의 협력에서 해양경제·환경·기후 대응을 포괄하는 다층적 구조로 발전하였다.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해양경제 개발’이 공식 의제로 도입된 이후, 블루이코노미는 한-아세안 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KASI)과 2026–2030 행동계획(PoA)에 반영되며 협력 방향이 제도적으로 확립되었다. 수산·양식 분야의 기술 보급, 항만·물류 분야의 스마트·친환경 항만 구축과 디지털 물류망 협력, MDA·해사안전·사이버 위협 대응, IUU 정보 공유 등 다양한 협력 성과가 축적되었고, 블루카본, 해양오염 저감, 해양재생에너지, 스마트양식 등 블루이코노미 관련 협력이 확대되면서 해양경제–기후·환경–기술전환을 연계하는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협력 성과는 블루이코노미 분야에서 구조적 확장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수산·양식·해양안전·항만 분야에서 축적된 역량은 스마트양식, 항만 디지털화, 친환경 수산물 인증, MDA–사이버 연계체계 등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블루카본·연안복원·해양재생에너지와 같은 기후·환경 분야는 한국의 기술·데이터·정책역량과의 연계 잠재력이 크다. 해양신산업 육성, 항만·물류·디지털 인프라 고도화, 역내 해양 연결성 강화는 블루이코노미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고 공급망 회복력과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은 일자리 창출, 기업 간 교류, 투자 확대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며, 한국–아세안 협력이 해양경제–기후대응–생태회복력–기술혁신을 아우르는 다차원적 협력체계로 발전할 전략적 기반을 형성한다.
 

이러한 발전 잠재력은 한국과 아세안이 공유하는 해양경제·기후·환경·기술전환 과제를 실질적 성과로 전환하기 위해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전문화된(specialized) 실천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블루이코노미를 중심으로 한 협력은 경제성장·기후 대응·생태회복력·연결성 강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하므로, 향후 한–아세안 해양협력에는 해양을 복합적 정책영역으로 설계하는 블루외교 전환이 요구된다.


3. 한-아세안 블루외교 전환 방향과 과제

 

아세안이 블루이코노미를 역내 핵심 발전전략으로 채택하면서, 한국–아세안 해양협력은 외교·경제·기후·기술 협력이 결합된 전략적 협력 구조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블루이코노미는 해양경제 성장, 기후대응, 생태회복력, 기술혁신, 지역 연결성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정책영역이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일관된 방향 설정과 지속적 사업 추진, 실질적 성과 창출을 뒷받침하는 구조적 협력 프레임워크가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이 해양을 외교·경제·기후·기술 분야의 전략공간으로 인식하고, 기존 협력 체계를 블루이코노미 기반의 블루외교로 재편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블루외교는 해양을 공동 번영·상호호혜·규범·지속가능성의 원칙으로 연결하는 외교 프레임이며, 우리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아세안이 추구하는 중심성(ASEAN Centrality), 역내 연계성(Connectivity) 강화, 공동 번영의 가치와 정합성을 이루는 점에서 전략적 기반을 갖춘다.


한국은 해양을 국부 창출과 안보의 기반으로 삼는 해양국가로서, 안정적인 해양질서와 해양 경제 혁신, 건강한 해양환경과 기후 회복력, 해양 디지털 전환을 국가의 핵심 해양이익으로 설정하고 있다. 아세안은 이러한 해양이익을 공유하며 기술·정책·데이터 기반 협력이 실질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이자,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 협력 모델을 발전시키고 외교적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지역이다. 이에 따라 한–아세안 블루외교는 양측의 공동 번영을 실현하고 한국의 해양경제 경쟁력을 높이며, 해양·경제안보 기반과 기후·환경 대응력을 강화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 전략으로 기능한다. 한–아세안 해양협력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로의 격상이라는 강점(Strength)과 아세안의 블루이코노미 전환이라는 기회(Opportunity)가 결합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아세안 블루외교 전환의 방향은 세 가지 방향으로 제안한다.
 

첫째, 블루외교는 한국의 해양경제영토를 확장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실질적 경제전략이다. 아세안은 스마트항만, 디지털 물류망, 해양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역동적 시장이며, 해양산업의 디지털·친환경 전환은 우리 기업에게 기술·자본·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블루이코노미 이니셔티브(Digital Blue Economy Initiative, DBEI)’는 아세안의 해양경제 발전을 지원함과 동시에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현지 가치사슬에 안정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된 상호호혜적 구조다. 이는 아세안의 해양경제 성장과 연계해 한국의 수출시장 고도화와 연관 산업 확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안보 효과를 창출한다.


둘째, 블루외교는 우리의 핵심 해상교통로(Sea Lines of Communication, SLOC) 안전과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안보 전략이다. 한국은 에너지·원자재의 대부분을 해상에서 확보하는 해양국가이며, 아세안 해역은 이러한 전략자원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교통로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기후위기, 해양오염, 불법어업(IUU), 미·중 전략경쟁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중첩된 공간이다. ‘AI 기반 해상연계성 이니셔티브(AI-based Maritime Connectivity Initiative, AIMCI)’와 해양법 집행 역량 강화 협력은 아세안의 해양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역내 바다의 안전성을 높여, 한국 선박의 항행 안전과 공급망 안정성을 보호하는 안보 효과를 제공한다.
 

셋째, 블루외교는 다극질서의 재편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지렛대다. 현재 아세안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외교적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지지하고 보완해 줄 신뢰 가능한 협력 파트너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해양 기후위기 대응, 생태계 회복, 블루푸드, 해양쓰레기 대응과 같은 연성 의제는 한국이 아세안의 신흥 해양협력 수요를 충족시키며 신뢰 기반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다. 이러한 정합성은 회원국별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협력 모델’로 구체화되며, 이는 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고 한국이 아세안 내에서 신뢰 기반의 영향력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된다.


종합하면, 한–아세안 블루외교 전환은 디지털 혁신 기반의 해양경제협력, 공급망 안정성 중심의 해양안보 협력, 외교적 자율성 확대를 위한 전략협력이라는 세 가지 전환방향을 통해 양측이 공유하는 해양협력 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블루외교가 2026–2030 한–아세안행동계획(PoA)의 핵심 이행틀로 반영될 때 협력의 지속성과 실효성이 확보된다. 이러한 전환은 아세안의 블루이코노미 전략을 뒷받침함과 동시에 한국의 해양경제 경쟁력, 해양·경제안보 기반,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구조적 효과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협력체계는 한국–아세안 해양협력이 지역 안정과 지속가능한 해양질서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4. 블루외교 전환 행동을 위한 제언
 

한–아세안 해양협력의 블루외교 전환은 구체적인 이니셔티브와 실행 가능한 행동전략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한국이 아세안의 블루이코노미 전환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 이익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재정·규범을 아우르는 다층적 실행전략이 필요하다. 본 고에서는 한–아세안 블루외교의 실질적 전환을 위해 필요한 핵심 행동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블루이코노미의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은 디지털 전환이며, 그 중심에는 AI 기반 해양·물류 기술이 있다. 아세안은 스마트항만 구축, e-Navigation, 실시간 물류 관리, 데이터 표준화 등에서 높은 수요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항만 운영 최적화, 화물 흐름 예측, 운항 경로 분석에서 AI 적용 필요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위성·AIS·IoT 기반 센싱 기술은 물론 AI 물류 예측, 항로 최적화, 디지털트윈 항만 운영에서 협력 역량을 갖춘 파트너다. 스마트항만 전환과 항만–해상 연계 디지털 체계에 AI 의사결정 시스템을 적용하면 블루이코노미 전반이 예측형(anticipatory)·고도화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 나아가 아세안과 공동으로 해양데이터 허브(Ocean Data Hub)를 구축해 AI 분석 기반을 마련하고, 디지털·AI 해양인력 양성체계를 운영하면 산업·기술 협력의 지속성과 구조화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블루외교의 핵심은 아세안 해역의 안정적 해양질서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공급망과 항행 안전을 보호하는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다. 아세안 해역은 한국의 전략물자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교통로이며, 기후위기, 오염사고, 불법어업(IUU), 지정학적 경쟁이 겹치며 긴장도가 높은 해역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AI 기반 해상연계성은 해양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선박 위치·기상·해양환경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위험 징후를 조기 파악하고, 항로 선택과 운항 결정을 지원하며, 재난 발생 시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면 아세안의 해양관리 역량과 한국의 SLOC 안정성이 함께 강화된다. 정치적 부담이 낮으면서도 실질적 효과가 큰 기술 기반 협력은 블루외교가 추구하는 실용적 협력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기후·환경 협력은 한–아세안이 글로벌 핵심 현안에 공동 대응함으로써 블루외교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분야다. 아세안은 블루카본 복원, 연안재해 대응, 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에서 구조적 수요가 높으며, 한국은 탄소배출 감축 측정(MRV) 기반 기술, 자연기반해법(NbS), 순환경제 정책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이 이러한 역량을 토대로 ‘한–아세안 블루카본 및 해양순환경제 파트너십(ROK–ASEAN Blue Carbon and Ocean Circular Partnership, BCOCP)’을 구축해 블루카본과 해양순환경제를 연계한 회복력 협력체계를 마련한다면, 이는 아세안의 기후·환경 대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와 해양오염 저감이라는 국제적 과제 해결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협력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공공·민간·다자기구 재원을 결합한 블루파이낸스 생태계를 조성하면 지역 단위를 넘어서 국제적 기후·환경 재원을 확장하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되고, 아세안의 회복력 강화와 한국 기업의 기후 금융시장 참여 확대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이러한 기술·안보·기후 협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규범·교육을 아우르는 협력 거버넌스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위급–실무급–전문가를 연결하는 블루외교 포럼의 정례화는 정책 교류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해양법·정책·데이터 기반 전문교육을 제공하는 한–아세안 해양거버넌스 아카데미(ASEAN–Korea Maritime Governance Academy, AKMGA)는 협력의 장기적 기반을 강화하는 핵심 장치가 될 수 있다. 더불어 해양, 외교, 과학기술, 수산 등 다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한–아세안 해양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조직해 공동연구, 정책자문, 해양데이터 분석을 수행한다면, 한–아세안 해양협력은 단기적 프로젝트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 지식·정책·과학 기반의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


바다는 모든 지구 생명의 근원이자 인류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거대한 연결망이다. 해양은 기후위기 극복, 생태 회복, 지속가능한 자원 활용 등 글로벌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며, 동시에 미래 세대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다. 블루외교는 이러한 해양 철학을 기반으로 바다를 세계가 공유하는 연결성과 교류의 장으로 인식하고, 디지털·기후·안보·지식체계를 하나의 연계된 구조로 설계하는 외교적 접근이다. 이 구조는 아세안의 블루이코노미 전환을 지원함과 동시에 한국의 해양경제 혁신, 해양·경제안보 강화, 기후·환경 대응력 확대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철학을 현실의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 제시된 디지털 기반 해양경제 협력, AI 중심의 해상연계성 강화, 기후·환경 회복력 협력, 제도·규범·교육 기반의 협력 거버넌스 구축은 블루외교의 이념을 실질적 행동체계로 전환하는 핵심 요소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한국과 아세안은 해양경제의 성장 기회를 확장하고 안정적 해양질서 유지에 기여하며 기후·환경 리스크에 공동 대응하는 협력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양측의 해양협력 역량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지역적 지속가능성과 전략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은 블루외교를 통해 외교의 지평을 해양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다층적 협력을 체계화하는 새로운 외교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다. 해양을 매개로 한 실질적 협력이 확대될수록 한국 외교의 전략적 영향력은 보다 입체적으로 강화되고,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가적 위상을 안정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바다와 인류가 공존·번영하기 위한 실천적 해양 리더십으로 이어지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연결(connectivity)과 조정(coordination)의 기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해양질서 형성에 기여하는 데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자: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최지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경희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22년 2월부터 2025년 5월까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비상임이사, 국립해양과학관 비상임이사, 해양수산부 중앙연안관리심의회 위원, 여수엑스포사후활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10차 Our Ocean Conference(OOC) 및 제4차 UN Ocean Conference(UNOC) 개최를 위한 사전기획 용역(2023), 글로벌 해양중추국가 도약을 위한 해양수산 이니셔티브 수립 연구(2025) 등 주요 국가 해양정책 연구를 수행해 왔다. 주요 연구 분야는 연안경제, 연안·해양협력, 글로벌 해양 거버넌스, 국제협력 등이며, 다수의 연안·해양 관련 국가계획 수립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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