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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일본 정치 변화와 대일 의원외교의 강화
등록일
2026-06-30
조회수
31

[기획자 註]
 

기획자 한일 관계에 있어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오랜 과제이다. 전향적인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최근 급변하는 국제정세, 그리고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이후 긴밀하고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고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한일 협력을 위한 상호 의원외교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I. 대일 의원외교의 중요성
 

지난 6월에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기조 위에 대일외교의 목표를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도모’로 설정하고,2)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인 일본과 성숙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의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여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로써 신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대일외교가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3)


이재명 정부가 대일외교에서 명분보다 실용을 중시한 데는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상승한 국격에 맞게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한일협력이 불가결하다는 인식이 있다. 한일협력은 원활한 한미관계는 물론 대북한 공조, 중국 및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화,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 등 소다자 협력과 지역 및 글로벌 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정부에 의한 관세 및 방위비 압박, 미중 간의 전략경쟁과 연동된 경제 블록화와 보호무역주의의 고조에 대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중요해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세기에 지배와 피지배, 선진국과 개도국의 관계였던 한일관계는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면서 그 기본 성격이 바뀌었다 양국은 과거사 문제 외에 저출산 고령화 . , 외국인 노동자, 지방 소멸, 농업, 재해 방지, 인프라 노후화, 사회복지 문제를 공통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대일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유도하여 한일 간에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관여와 소통을 통해 상생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에 우호적이었던 이시바 내각이 사퇴하고 10월에 다카이치사나에(高市早苗) 내각이 출범하면서 일본 정치지형의 불확실성이 증가하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계승자를 자처하면서 ‘강한 일본’의 재건을 공약한 다카이치의 당선은 일본 사회의 보수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소·아베·니카이 계열의 자민당 보수우파의 지지를 받는 다카이치는 방위력 증강, 외국인 규제 강화, 긴급사태조항을 포함한 헌법 개정 등을 제시하며 보수층 결집을 시도했고, 이것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엄중한 국제정세를 고려하여 미일동맹과 함께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이지만, 그의 보수적인 역사관은 한일관계에 리스크 요인으로 다가온다. 다카이치 총리 외에 관방장관, 방위대신 등을 포함하여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을 가진 인사들이 내각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바, 한일관계에서 과거사나 독도 문제와 같은 갈등 요인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다당화에 따른 일본 정치의 불확실성 증가는 한일협력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호응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와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의 패배로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여소야대의 상황이 되었다. 다카이치 내각에서 자민당은 공명당이 아닌 유신회와 연립정권을 구성하였지만, 안정적인 자민당 장기집권의 시대가 저물고 다당화한 정당 구도 속에서 일본 정치는 불안정하게 전개될 전망이다.4) 일본 중의원이 해산되고 총선에 들어갈 경우 자민당 중심의 내각이 지속될지 비(非)자민 연립 정권이 출현할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내각의 정권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민감한 과거사 문제가 포함된 한일협력에서 일본 총리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만약 역사 수정주의 색채의 내각이 출현한다면 우리의 대일 여론이 강경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일 간에 역사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바, 셔틀외교 활성화를 통한 정상 간의 신뢰를 다지고 대외정책 담당하는 내각관방, NSC, 외무성 및 방위성 등의 고위 당국자와 원활한 소통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카이치의 정치적 후원자인 아소 타로(麻生太郞) 전 총리와 자민당 지도부는 물론 참정당 등 신흥 정당과 전통 야당의 정치지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여 한일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양국 정계의 세대교체와 정치환경의 변화로 인해 지한파와 지일파 정치인이 줄어들고 소통 채널이 약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특히 한일/일한의원연맹을 활성화하여 대일 의원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II. 대일 의원외교의 현황

 

의원외교(parliamentary diplomacy)는 국가의 대외정책과 외교활동을 주관하는 정부를 보완하고 지원하는 비공식 외교 채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국회는 국내적으로는 입법 활동을 통해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대외적으로는 의원외교를 통해 정부의 공식 외교를 보완하며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로서 외교적 중개자 기능을 수행한다. 정치가의 대외활동은 정부 외교와 민간 외교의 중간적 성격을 지니며,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현대 외교에서 의원외교는 정부 간 외교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메우는 대표적인 비공식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대일 의원외교의 핵심 채널은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연맹’이다. 이 두 연맹은 1972년 창립된 ‘한일·일한의원간친회’를 계승하여 1975년에 출범하였으며, 규약에 따라 양국 각각 1명의 회장과 간사장을 두고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를 운영한다.6) 양측은 매년 번갈아 합동간사회와 총회를 개최하며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면서 한일 간에 과거사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비공식 채널로서 기능하였다. 1982년 교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과서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일본 교과서 검정 기준에 ‘근린제국조항’을 도입하도록 측면 지원하였다. 또한 1999년 신어업협정의 체결과 2010-12년 조선의궤의 반환과 관련해서도 중재자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한일 간에 ‘전후 최악의 한일관계’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의원연맹의 중재 기능은 약화되었다. 2012년 이후 약 10년간 위안부 및 강제동원 문제 등 과거사 갈등이 상시화하면서 경제·안보·민간교류 등 분야의 갈등으로 확산되었고, 양국 정상의 상대국 단독 방문이 중단되었다. 양국에서 반일과 혐한의 국민감정이 고조되자 정치권에서도 의원외교 차원의 개입을 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시기에도 한일/일한의원연맹은 합동총회를 꾸준히 개최하면서 비공식 외교 채널로서 최소한의 기능은 유지하였지만, 동 총회에서 위안부나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같은 과거사 관련 현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의원연맹 자체의 지반 침하도 눈에 띠게 진행되었다.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 연맹의 상호 관심은 줄어들고 양 단체의 정치력과 영향력도 약화되었다. 이전에는 60%대였던 한일의원연맹의 회원 비율은 2012년 이후 50%대로 하락하였다가, 2024년에 60%대를 회복하였다. 반면 일한의원연맹은 같은 기간 40%에서 34.6%로 더 큰 감소세를 보였다. 일한의원연맹의 상대적 쇠퇴가 두드러진 것은 한국에 대한 일본 정계의 관심 저하 외에 예산 및 인력 면에서 제약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일의원연맹은 국회 보조금을 지원받아 활동하는 국회 소관 법인인 반면, 일한의원연맹은 임의단체로서 국회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의원들의 회비로운영되고 있다 자민당 주도로 운영되던 일한의원연맹에 . 대한 야당 의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 민주당 정부 때(2009-12년) 연맹에 대한 보조금이 중지되었고, 2012년 자민당 정권이 복귀한 후에도 보조금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III. 고려사항 및 제언 

 

양국 의회 의석의 변화와 의원의 세대교체 및 국제정세의 변화를 반영한 초당파적인 의원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5년에 일본 정치는 자민당 중심의 1강 체제가 막을 내리고 다당제적 경쟁이 본격화하였다. 자민당의 의석이 줄어들고, 연립 내각의 구성 세력이 변화하였다. 국민민주당과 참정당 등 신흥 보수 정당이 약진하여 보수 세력내의 경쟁과 분화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종교·노조·이익단체 기반의 조직표에 의존하던 자민당, 공명당, 공산당, 입헌민주당 등이 선거에서 고전한 반면,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감세나 사회보험료 삭감 등 특정 이슈에 특화한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 보수 성향의 신흥 정당이 약진하였다. 대일 의원외교 채널을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 변화를 의원 연맹의 구성에 반영하고, 정당, 정책, 세대, 지역 차원의 다양한 교류 플랫폼을 도입하여 신흥 정당, 야당 인사와의 정기적 교류 및 방한 초청을 확대하여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유도하는 것이중요하다.


먼저 의회 의석 분포와 연립 구성의 변화를 반영하여 한일/일한의원연맹을 강화하여 초당적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일한의원연맹은 주로 자민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했지만, 자민당 의석 감소에 따라 연맹의 회원 수도 급감했다. 2012년에 자민당 소속의원은 전체 연맹 회원의 35.3%였던 반면, 2024년 10월에는 57.6%로 오히려 비중이 증가했다. 반면 민주당·입헌민주당 소속 회원 비율은 같은 기간 45%에서 15.9%로 크게 줄었다.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 이후에는 자민당 소속 의원 비율이 41%(101명)로 감소하고 입헌민주당 의원 비율이 25.6%까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12월 기준 일한의원연맹 회원 수는 전체 국회의원의 34.6%인 246명에 그쳤다. 정당별 회원 수를 보면 자민당 101명(41%), 입헌민주당63명(25.6%), 공명당 27명(10.9%) 순이다. 따라서 입헌민주당이나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 야당의원들의 적극적인 일한의원연맹 가입을 유도하여 전체 회원 수를 확대하고, 야당 의원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일한의원연맹에 대한 보조금을 부활시켜 연맹 사무국의 기능을 강화하도록 일본 측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한일의원연맹은 의회 보조금을 활용하여 사무실과 상설 스태프를 운영하고, 국회 입법관이 주재관 자격으로 동경 대사관에 상주하며 방일 의원들의 일정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일한의원연맹은 이러한 운영이 불가능하다. 일본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한다면, 보조금 부활을 위해서는 일본의 국가 전략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국격 상승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소통 채널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 . 국회의장 간 회동을 정례화하여 정부 차원의 공식 외교 채널 외에 입법부 최고위급 소통 체계를 추가로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틀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한일의회미래대화 등의 플랫폼을 정례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다양한 형태의 의원 교류 플랫폼을 개발해 한일·일한의원연맹 비소속 의원들 간에도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임위원회를 활용한 분야별 정책 교류, 젊은 의원 중심의 차세대 교류 활성화, 유사한 지역구 기반을 활용한 지역 차원의 교류 확대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지역 차원의 교류에서는 지역활성화 정책이나 관광상품 개발 사례 등 실질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방안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고향사랑 기부제, 지역 특산품 구매 프로그램, 지방 축제(마츠리) 등이 있다. 그리고 한국이 사무국을 맡고 있는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와 같은 다자 회의에서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교류의 장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정당 간 교류 또한 중요한데, 여당 간·야당 간 또는 정책 성향이 유사한 정당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면 당 차원의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된다.


정치인의 빠른 세대교체로 인한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보좌진 간 교류도 중요하다. 의원 보좌진은 정책 및 실무 지원뿐 아니라 장차 정치권에 진출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상호방문이나 정책대화를 활성화하면 의회외교의 기반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심 주제 내지는 의제 선정의 현실화이다. 국제정세 및 일본사회의 변화 그리고 한국의 국격 상승에 따라 한일관계의 구조가 바뀌고 있는 바 이에 맞는 다양한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2010년 이후 14년간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는 과거사 문제보다 재일한국인의 지방참정권, 인적 교류, 혐오발언(헤이트스피치, hate speech)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제가 중심이 되어 왔다. 우리 측 관심사만을 우선하기보다는 양국의 공통 관심사를 출발점으로 삼아 논의를 확대해 나가는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안보나 북한 문제처럼 입장 차이가 큰 하드 이슈보다는 공급망 안정, 과학기술, 인구 감소(저출산·고령화), 연금 재정 등 사회 복지, 인프라 유지·보수와 같은 연성 의제 중심의 지속적인 교류가 보다 현실적이다. 또한 일회성 논의가 아니라 전문성을 축적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자: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조양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부 교수 및 일본연구센터장)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부 교수 및 일본연구센터장으로 재직중.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하버드대학교 웨더헤드센터(Weatherhead Center For International Affairs) Academic Associate, 싱가폴 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East Asia Institute) Visiting Fellow 및 국립외교원 외교사연구센터장을 지냄. 주요연구 분야는 일본 정치외교, 동아시아국제관계 및 외교사. 주요 저서로는 『アジア地域主義とアメリカ』(東京大学出版会, 2009, 오히라 마사요시 기념상 수상), (공저)『한국의 대외관계와 외교사 현대 편』(동북아역사재단, 2019), (共著)『国境を越える危機』(東京大学出版会, 2020), (共著)『競合する歴史認識と歴史和解』(晃洋書房, 2020), (co-authored) The Political Economy of North Korea: Domestic, Regional, and Global Dynamics (Lynne Rienner Publishers, 2022), (공저)『한미일중 100년 II: 냉전 해체와 중국의 부상(1970-2023)』(일조각, 2023), (공저)『한국안보의 이해』(명인문화사, 202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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