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JPI PeaceNet] 바이오안보: 새로운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
등록일
2026-06-30
조회수
38

[기획자 註]
 

바이오산업은 21세기의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으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많은 과학기술이 그러하듯, 특정 행위자들에 의해 기술이 악용될 위험이 존재하며, 그 잠재적인 파괴력은 COVID-19 팬데믹 당시 간접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또한, 바이오산업과 기술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며 급속하게 발전·진화하고 있고 세계 각국이 바이오산업을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한국이 ‘바이오안보’의 시각에서 전략을 수립해야할 필요성을 논의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초록
 

첨단 생명공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인공지능의 결합은 바이오를 보건·산업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시키고 있다. 특히 COVID-19 팬데믹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생물학적 위협이 군사적 충돌 없이도 국가 시스템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바이오안보를 비전통 안보의 핵심 의제로 재정의 하도록 촉발하였다. 본 원고에서는 생물안전과 바이오안보의 개념적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기술로서의 생물학(Biology as Technology)’ 시대에 확대되는 이중용도 위험과 바이오 데이터, 공급망을 둘러싼 안보 이슈를 분석한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제 바이오 질서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제도적 취약성과 전략적 과제를 진단하고, 사고 대응 중심의 관리 체계를 넘어 기술·데이터·공급망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바이오안보 접근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바이오안보를 위험 통제의 문제가 아닌,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국가 전략 역량으로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1. 서론: 바이오, 안보의 언어로까지 확장

 

바이오(Bio, 생물학)는 더 이상 단순한 보건이나 기초과학의 영역을 넘어, 국가 안전과 생존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거나 변화시키는 전략적 영역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첨단 생명 공학 기술의 놀라운 혁신과 이로 인해 발생한 예측 불가능한 위험의 확산, 그리고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맥락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가. 생명공학 혁신에 대한 기대와 불안의 공존
 

생물학(Biology as a Technology)' 시대, 즉 '황금기(Golden Era)'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시대에는 DNA, RNA, 세포와 같은 생명체의 기본 요소를 분석하고, 설계하고, 프로그래밍하여, 새로운 치료법, 진단, 신소재 및 청정 연료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발현됩니다.1) 특히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첨단 기술의 발전은 생물학적 시스템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인간 게놈(Genome)을 분석하는 비용이 무어의 법칙(Moore's Law)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기술적 진보의 속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2)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주는 기대만큼이나 위협 또한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와 기술이 악의적인 행위자에 의해 해를 입히는 목적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이른바 ‘이중용도 딜레마(Dual-use dilemma)’가 그것입니다. 위험한 병원체를 이해하여 대응책을 개발하려는 연구는 의도치 않게 악의적인 행위자가 해당 병원체를 더 치명적이거나 전염성이 높게 만들도록 오용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합성생물학의 융합과 같은 기술적 진보는 한때 고도로 숙련된 연구실에만 국한되었던 위험한 생물학적 물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3) 이러한 능력의 대중적 확산은 궁극적으로 바이오안보(Biosecurity) 환경의 불안정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나. 보건·산업을 넘어 안보로 이동한 바이오


COVID-19 팬데믹은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했습니다. 이 팬데믹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이 인류와 경제에 미치는 극심한 피해를 분명히 보여주었으며, 팬데믹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은 사고로 인한 병원체 유출 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심각한 위협으로 대중의 초점을 옮겨 놓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생물안전(Biosafety) 및 바이오안보 시스템에 존재하는 치명적인 취약성을 노출시켰으며, 감염병이 군사적 침략 없이도 대규모 인적, 물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21세기의 새로운 형태의 비전통 안보 위협임을 국제사회가 인식하게 했습니다.4)
 

이제 바이오기술은 단순한 공중 보건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번영에 필수적인 전략자산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습니다.


첫째, 국가안보의 핵심입니다. 생명공학 기술은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생물학적 탄력성, 신속한 진단, 그리고 대항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입니다.5)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포함된 것은 바이오기술이 이미 국방 및 국가 안보의 중심적인 영역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6)


둘째, 경제 패권 경쟁의 핵심입니다. 세계 경제와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강화되면서, 바이오기술의 주도권 확보는 ‘경제를 위한 안보’를 넘어 ‘안보를 위한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안보 개념의 핵심이 되었습니다.7)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를 넘어 첨단 바이오 부문으로 확대되면서, 양국은 기술 유출 통제 및 유전체 정보의 해외 이전 문제를 국가 안보적 사안으로 다루는 등 바이오기술은 기술 주권과 국가 경쟁력확보의 핵심 요소로 자리 매김했습니다.

 

2. 본론: 바이오안보, 새로운 이슈 

 

가. 바이오안보는 생물안전의 확장이 아니다.


바이오안보와 생물안전은 생명 시스템과 관련된 위험을 다루지만, 그 초점과 관리하는 위험의 유형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를 갖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두 개념을 혼동할 경우 정책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생물안전은 살아있는 시스템과 관련된 예상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며, 예를 들어 실험실 사고를 예방하거나 이에 대응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반면 바이오안보는 해를 유발하는 생물학적 제제의 자연적인 출현(공중 보건) 또는 고의적인 방출(생물 방어)에 대비하는 것을 포함합니다.8) 이를 좀더 구체적인 관리의 초점에서 보면, 생물안전은 주로 병원체에 대한 우발적인 방출이나 노출 위험을 줄이고 연구자와 주변 환경을 보호하는 조치에 중점을 둡니다. 반면 바이오안보는 병원체에 대한 접근 통제와 더불어, 접근 권한을 가진 과학자의 신뢰성(의도적인 유출 감소) 및 병원체의 독성, 숙주의 범위 등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에 중점을 둡니다.9)


필자는 생물안전과 바이오안보를 정책적으로 다른 관점의 초점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생물안전이 실험실 시설과 장비, 등급체계 등 물리적 기반을 둔 문제라면, 바이오안보는 그 시스템을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정보가 공유되는지 그리고 그 사용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 점에서 생물안전은 하드웨어, 바이오안보는 소프트웨어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정교해도 소프트웨어가 설계되지 않으면 시스템은 안전하게 작동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정책이 이 두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채, 생물안전에 머물러 왔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자: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김현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정책개발실장)

 

저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정책개발실장이다. 충북대학교에서 법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입사한 이래 바이오 정책·법제 연구 및 정부 전략 수립을 수행해 왔다.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 등 주요 국가 전략·계획 수립에 참여했으며, 「생명공학육성법」, 「합성생물학육성법」 등 바이오 분야 법령의 제·개정 과정에도 참여하였다. 또한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원을 역임했으며, 법무법인 청율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이오정책 이슈 확산을 위해 다양한 세미나에서 발표를 이어가고, KCI 및 SCI 등 학술지에 관련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파일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