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註]
최근 국제정세는 소용돌이 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트럼프 2기행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2025년에 나타난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떠한 특징들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 할 때 어떤 함의들이 있는지 도출해보고 이를 토대로 한국 외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I.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정책 소인수 분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취임 이후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내걸었고 2기 행정부에서는 이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는 대내 정책적 요소와 대외정책적 요소가 공히 포함되어 있지만 본고에서는 대외정책적 요소를 중심으로 ‘미국 우선주의’ 또는 ‘트럼프주의(Trumpism)’로 지칭되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특색을 규명해보고자 한다.
‘트럼프 대외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미국의 대외정책의 기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로 등장하면서 전세계 질서를 미국이 만든 청사진에 따라 구축하였고 국제기구 등도 미국의 설계에 따라 설립되었다. 이러한 2차 세계대전 후 국제체제를 ‘미국 패권체제(Pax-Americana)’라고 하며 그 두 기둥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유엔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자주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패권체제를 운영하는 방식(modus vivendi)은 ‘법에 기반한 질서(rule based order)’로 국가간에 이견이 있을 경우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해결방식은 국제법이나 규범에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유세 때부터 이러한 기존 질서들을 비판하고 이 질서를 옹호하는 엘리트들과 이들로 이루어진 ‘기성세력(establishment)’들을 혐오하였다. 그는 이들의 잘못된 관념과 정책이 미국을 해롭게 하고 오히려 미국의 경쟁국들을 더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미국민들에게 전파하였다. 이 점은 이번 12월 초에 발간된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에서도 명백히 드러났다.
그는 1기 행정부 취임 초기부터 지난 70년간 유지되면서 국제질서를 지탱해 온 이러한 기둥들을 허물고 그만의 색다른 방식의 대외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는데, 2기 행정부 들어 이런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의 대외정책들은 잘 정리된 국제정치 이론에 입각하지도 않으며 ‘미국 우선주의’라는 틀에서 보아도 각 정책들간의 상호 정합성도 떨어져 서로 상충되는 모순을 보이기도 한다.1) 그리고 일부 정책들은 미국의 장기적 국익과 상충되는 현상도 보여 미국 우선주의라는 포괄적 개념을 액면대로 받아들여 설명하기도 곤란하다. 또한 그는 다른 이론가나 정책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대외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그 자신의 직감(gut feeling)에 의존하여 즉흥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기에 그의 대외정책을 하나의 분석틀로 파악하고
이해하기가 지난하다.
그의 이러한 경향은 2기 행정부 들어 더 심해지는데 그나마 1기 행정부에서는 소위 ‘원로의 축(axis of elders)’이라는 ‘어른’들이 그의 내각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결정을 제지하거나 최소한 연기시키며 일종의 여과, 완충장치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2기 내각 거의 모든 구성원을 트럼프주의를 추종하는 인사, 즉 ‘예스맨(yesman)’들로 충원하였다. 그래서 1기 행정부보다 더욱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판단이 미국 대외정책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전례 없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그의 대외정책을 하나의 분석틀은 아니지만 미국 우선주의 범주 밑에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세부 분석틀로 나누어 들여다 보면, 즉 소인수 분해를 해보면 더 잘 이해가 된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자: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이백순 (前 주호주 대사)
직업외교관으로 외교부에서 35년 근무 후 은퇴. 현재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또한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활동. 서울대 독문학, 외교학을 복수전공하고 동 대학원 외교학과 수료,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취득. 외교부에서 재직 중 주 미얀마와 주 호주 대사직을 수임하였고 북미국장과 대통령실 선임 행정관으로도 근무. 국제관계 분야에 관한 저서를 ‘21세기 북스사’를 통해 3권 발간. ‘신세계 질서와 한국(2007)’, ‘대변환 시대의 한국 외교(2020)’, ‘격변기 외교의 새길 찾기(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