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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새로운 도전국면
    저자
    Fulton ARMSTRONG (아메리칸대학교 교수)
    발간호
    2016-28
      지난 달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과 카스트로 의장의 7차 공산당 전당대회 연설은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를 위한 정부 간 후속조치에서 정점을 찍었다.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는 2014년 12월 17일, 양국 정상이 워싱턴과 아바나에서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최근 연설은 대체로 안정적인 정치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수단을 통해 쿠바의 변화를 도모하는 정책을 확실히 밝힌 반면, 카스트로 의장은 다른 수단을 통해 쿠바혁명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정책임을 명확히 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사안들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관계 회복의 돌파구를 원천 봉쇄하려는 듯했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들은 서로의 의도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국 정상의 연설은 국교 정상화 과정의 숨 고르기를 의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 쿠바가 관계 개선을 위한 향후 노력을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양국 정상은 정부 차원의 관계 정상화에 기여해 왔다. 대사관 재개설, 관계 접촉을 위한 양국 위원회 개설, 장관급 상호 방문, 군사문제를 포함한 안보문제의 협력 제고,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정상회담 등은 역사적인 행보였다. 사상 처음으로 양국은 원칙적으로나마 상호 존중과 이익을 바탕으로 외교채널을 개설했다. 양국은 관계 유지를 위해 강력하고 유능한 인재로 구성된 외교채널 팀을 조직하였다. 양국이 관계 확대와 ‘정상화’를 촉진하고 이를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분야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비정부기구 참여에 관한 미국의 수많은 정책 및 법적 제약들1)로 인해 정상화의 속도와 범위가 제한되고 있다. 무역과 투자에는 여전히 엄격한 제한선이 존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국민들에게 미래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2) 오바마 행정부는 ‘민주주의 촉진’ 프로그램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쿠바의 주요 부문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행보가 새로운 형태의 쿠바 정권 교체 정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상화 과정에서의 신뢰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 쿠바 정치체제의 정통주의(orthodox currents), 구시대적 규제, 경색된 제도, 열악한 물리적 기반시설도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다. 복수 통화의 계속적 사용, 정부의 고용 독점, 견실한 금융기관의 부족, 기초 서비스 부족 등은 미국의 규제와 맞물려 미국 기업들의 교역 및 투자 의지를 꺾는 문제점들이다. 지난 달에 열린 공산당 전당대회에서도 새롭고 대담한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중소 민간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언급과 같이 의미 있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전에 마련된 개혁안을 재확인하는 차원에 그쳤으며 확실한 기간도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16개월 동안 양국 관계에서 극적인 변화들이 발생한 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행보는 활력을 잃고 있다. 그러나 호혜적 관계 구축 및 확대를 열망하는 비정부기구들은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적인 민간교류, 기업 간 거래, 기타 교류활동은 신뢰 구축, 상호 이익 극대화, 규제 및 법적 변화 촉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관계 정상화를 ‘비가역적(irreversible)’으로 규정하려 했지만, 지난 수년간 양국을 멀어지게 만들었던 전략적 목표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방문 중에 되풀이하여 말했던 것과 같이 쿠바가 미국식 민주주의를 따르기를 원하고 있다. 한편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재의 쿠바 정치체제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원하고 있으며, 미국이 더 이상 미국 가치에 부합하는 정치체제로 쿠바가 적응하도록 감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는 1년, 카스트로는 의장의 임기는 2년이 남아 있는데, 이들의 임기 만료 후 양국 관계는 확실치 않다. 지금까지의 개선된 관계는 이론적으로는 ‘비가역적(irreversible)’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전과 동일한 법적 틀 내에서 정책을 변경하여 행정조치를 취했다. 원칙적으로 후임자는 이러한 조치들 중 상당 부분을 무효화할 수 있다. 대사관이 ‘이익대표부(Interests Sections)’로 격하되지는 않겠지만 대표의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상원은 한두 명의 의원이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더라도 대사 인준을 거부할 뜻을 시사했으며, 이는 현재 교착상태인 워싱턴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정부 차원의 관계 개선에서 정점을 찍었지만, 이제부터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을 담보하는 것은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비정부 차원의 견실한 교류 확대이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장담할 수는 없다. 양국 정부는 비정부 차원의 협력 확대를 허용하고 있지만 그러한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과제가 많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전에 발표된 패키지를 포함하여 몇 번에 걸친 미국 규제의 변화로 인해, 여행 규제 완화, 사업 기회 확대, 양국 관계에 대한 미 행정부의 새로운 방향 설정 등 금수조치가 상당 수준 완화 되었다. 그러나 금수조치법은 여전히 건재하며, 미 행정부는 규제 변화를 위한 정치적∙법적 해결과제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이행하는 것에 대하여 미국이 열성적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로 인해 정책 혼선이 유발되어 수출 방편이 없는 쿠바 민간 부문으로부터 수입은 허용되고 무역을 원하는 국영 기업들로부터의 수입은 차단되고 있다.   쿠바는 미국이 취하는 제스처에 대부분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일련의 신규 계약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였지만 경제적∙제도적 제약3)이 남아 있다. 미국 경제사절단에 따르면 쿠바 협상자들은 거래를 열망하고 있으며 몇몇 중요한 계약이 성사되었지만, 쿠바 법률과 규제의 간극 및 경직성으로 인해 호혜적 구도를 만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1)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상 오바마 대통령이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는 일부 영역이 포함됨. 2)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배척을 암시. 3)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 "Cuba's Limited Absorptive Capacity Will Slow Normalization," Policy Brief. No. 3,  http://www.american.edu/clals/cuba_initiative-policy_briefs.cfm 現 미국 아메리칸대학교(American University) 교수 및 동대학 라틴아메리카연구소(Center for Latin American and Latino Studies) 연구위원
  • 한-이란 협력의 잠재성과 기회
    저자
    Mostafa DOLATYAR (이란 정치국제문제연구소 고문 겸 선임연구위원)
    발간호
    2016-27
    [편집자 註] 이란 핵협상의 타결과 경제제재의 해제를 계기로 제주평화연구원은 이란 외교부 산하 정치국제문제연구소(IPIS)와 공동으로 "새로운 발전과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다. 주 이란 대한민국 대사관의 후원 아래 2016년 5월 31일 테헤란 현지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아산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제주평화연구원과 함께 공동주최기관으로 참여하였다. 이날 회의에서 발표된 Ziba FARZINNIA IPIS 동아시아 연구부장의 발제 요지문에 이어서 Mostafa DOLATYAR 전(前) IPIS 소장의 발제 요지문을 국문으로 번역하여 JPI PeaceNet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란의 시각에서 한-이란 협력을 어떻게 보고,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일반적으로 특정 국가의 경제규모를 평가할 때, 인구 등 몇몇 요소들을 기초로 한다. 이란의 시장규모는 8,000만 명이나 다음 요소들을 감안하면 이란은 사실 6억 명이 교차하는 시장이며, 개발도상국 경제권에서 한국에게 완벽히 부합하는 파트너이다.   이란의 지전략적(geo-strategic) 위치: 이란은 교류가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이웃국가들이 15개국이나 된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고, 그 인구는 5억 명이 넘는다. 이러한 이웃국가들 중 일부는 다른 나라들과 접촉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내륙국들이다. 이들에게 이란은 가장 좋은 파트너이며, 일부 국가들에게는 필요한 운송체계와 재수출 기회를 제공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란의 인구학적 특징: 높은 교육수준을 지닌 8,000만 명의 젊은이들은 이란의 큰 자산이다. 이란은 한 세대 동안 의욕적이고 우수한 과학자와 연구원들을 교육해 양성해 왔다. 또한, 이란에는 뜻이 맞고 신뢰도가 높은 파트너와 기꺼이 상호호혜적인 관계와 협력을 구축할 의지와 능력을 보유한, 준비된 기업가들도 있다. 이란의 지경학적 특징: 이란은 천연가스와 석유라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고속 성장 및 개발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 돋보이는 과학적 성취와 기술적 성장 덕분에 이란은 매력적인 시장, 한국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부유한 파트너가 되었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고속성장 국가인 한국은 사회∙경제∙과학∙기술의 성장 및 발전에서 값진 성과를 일구어냈다. 또한, 한국은 훌륭한 ‘사회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란과 한국의 접촉 및 협력을 촉진하는 매우 값진 자산이다. 이러한 환경은 양국이 무역과 금융∙투자∙과학∙기술∙농업∙의료∙교육∙예술∙관광 등 종합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협력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조성한다. 이란과 한국이 상호호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에너지  석유, 가스, 정유, 수력∙풍력∙지열∙태양열∙원자력에너지 등은 이란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성과를 일구어낸 산업들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분야들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양국은 중요한 활동을 협력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2. 산업 및 인프라 역량   이란은 5개년 개발계획을 통해 광범위한 도로 및 철도망 건설, 관개시설, 농업발전, 수자원관리 역량, 석유화학산업 개발, 자동차산업 개발, 주택개발체계, 기타 인프라 개발 등의 분야에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해당 산업부문들에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란이 목표를 달성하고 이익과 경험, 사회적 자본을 추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적극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과학적 역량   이란은 최근 나노∙바이오∙IT∙원자력∙생명과학∙약리학∙줄기세포 등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일구어냈으며 한국도 이와 유사한 성과를 이룩하였다. 이는 양국, 더 나아가 전체 인류의 이익에 도움을 주는 양국 간의 과학협력과 상호 관계 강화에 필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이란과 한국 내의 고등교육을 받은 열정적인 학자들 및 대학과 연구소는 과학적 발전과 성취를 앞당길 수 있는 바탕이다. 양국의 학생들과 연구원들 간 교류 활동 촉진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4. 예술과 문화   이란과 한국 모두 평화와 우호에 기반을 둔 관계, 문화적인 교류라는 바람직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역사로 그치지 않는다. 두 나라는 예술과 문화, 인적교류 및 협력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과 폭넓은 역량을 갖고 있다. 수공예∙미술∙음악∙영화∙교육, 문화적 가치, 삶의 지혜는 모두 양국의 관광과 상호 교류 및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공동의 이익'을 축적해 나간다면 양국의 사회적 자산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서로의 신뢰도와 연결성, 친근감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제고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과 한국이 지역 및 국제사회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안보문제를 포함한 협력활동에 참여할 길도 생겨날 것이다.   양국의 협력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이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란 정치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for Political and International Studies) 고문 겸 선임연구위원 / 전(前) IPIS 소장
  • 한-이란 관계의 새로운 장
    저자
    Ziba FARZINNIA (이란 정치국제문제연구소 동아시아 연구부장)
    발간호
    2016-26
    [편집자 註] 이란 핵협상의 타결과 경제제재의 해제를 계기로 제주평화연구원은 이란 외교부 산하 정치국제문제연구소(IPIS)와 공동으로 "새로운 발전과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다. 주 이란 대한민국 대사관의 후원 아래 2016년 5월 31일 테헤란 현지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아산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제주평화연구원과 함께 공동주최기관으로 참여하였다. 이날 회의에서 발표된 IPIS의 Ziba FARZINNIA 동아시아 연구부장의 발제 요지문을 국문으로 번역하여 JPI PeaceNet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란의 시각에서 한-이란 협력을 어떻게 보고,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아시아 발전의 흐름과 향후 전망은 최근 수 년간 국제정치 논의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오늘날 아시아는 세계에서 특별한 중요성을 지니며,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이란은 자국의 역량과 경제계획을 고려해 볼 때, 아시아 국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란은 일부 아시아 국가와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공통성이 상당하기에, 이를 바탕으로 유대 관계를 확대할 수 있다. 남아시아의 인도를 포함하여, 중국∙일본∙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수요가 높으며, 이들은 에너지 수요의 일부를 충당하고자 이란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또한 특수한 지리적 입지 덕택에 이란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그리고 서아시아를 중동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2차 지역 국가들은 저마다 주목할 만한 경제적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아시아 국가 간 협력 확대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틀 안에서 이란은 아시아 개발의 근간 중 하나인 에너지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란은 페르시아 만 및 카스피 해와 인접하여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원유 및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며, 에너지 부문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남부, 동부 및 북동부에 위치한 유전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보낼 수 있다. 올해 초 국제 제재조치가 해제된 후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이란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것은 동아시아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1월에 이란을 방문하였고, 일본은 제재조치 해제 한 달 뒤 이란과 투자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란은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에 이란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한국 또한 이란과의 관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대미 및 대중 의존도가 커서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국은 급속히 변화하는 글로벌 교역 환경에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해야 하며, 지역경제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박 대통령은 또한 한국이 수출품목을 다양화하고 국내시장을 지향하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수출과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해당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날 논의에서는 한국에 가장 많은 편익이 돌아갈 수 있는 부문으로 건설, 자동차, 석유화학 및 인프라 부문이 언급되었으며, 이란과의 관계 강화로 약 6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었다.1) 이란은 에너지 외에도 다양하고도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상호 필요를 바탕으로 양국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아시아 안보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호혜적 작용을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2016년 5월, 박 대통령은 이란과 한국의 유대 강화를 위해 이란에 방문하였고, 양국 대통령들은 1962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최초의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2)   이번 성명은 국제 제재조치가 단행된 기간 동안 다소 소원해진 양자관계를 회복함과 동시에 경제와 문화∙교육∙관광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표와 로드맵의 틀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이란 협력 촉진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양국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구축한다는 목표에 합의하고 핵확산금지조약과 비핵화 이행을 약속하였으며, 이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양국은 핵개발이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어 함을 강조하였다. 한국 국민들의 한반도 평화통일 염원에 대한 이란의 지지   이외에도, 공동성명에는 연례 외무장관회의와 경제위원회 합동회의 개최, 양국 교역 확대를 위한 공동 노력, 금융 협력 촉진, 2017년 ‘한-이란 상호 문화교류의 해’ 지정 및 사법 공조 등이 포함되어 있다.3) 이번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의 세부사항은 아래와 같다. 1. 정치 문제에 관한 협력 2. 경제 협력 3. 문화 협력 4. 교육과 관광 협력 5. 한반도와 중동에서의 지역적 협력 6. 사법 공조 및 안보 협력​   교역 규모와 관련하여, 로하니 대통령은 양국이 5년 내에 교역 규모를 3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란의 합작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250억 달러 상당의 금융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다른 국가에 제공한 지원 패키지 중 최대 규모이다.4)   또한 박 대통령은 다양한 부문의 관계 확대를 위해, 의료∙정보통신기술(ICT)∙신에너지산업도 아우를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양국이 전기자동차, 농업 기계, 쓰레기 처리 및 오수 처리 시스템과 같은 영역에서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양국이 전기 자동차에 더하여 친환경에너지타운과 해수 담수화에서도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번 국빈 방문에는 이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236명의 재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하였으며, 경제 부문에서 42조 원, 즉 371억 달러에 상당하는 계약을 유발할 수 있는 MOU를 포함해 총 66건의 MOU를 체결하여 최대 규모의 경제 외교 성과를 거두었다.5) 결론   박 대통령은 1962년 양국 외교관계 수립 이후 이란을 방문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은 세계 경제 침체로 악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 경제에 전환점이 될 것이며, 이란 내 개발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좋은 기회이다. 박 대통령은 귀국회견에서 "이란이 여러 한국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제2의 중동 붐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6)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과 1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한다. 한편, 오늘날에는 이란이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였기에, 과거에 비해 다양한 부문의 한국 기업이 이란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과거 석유 부문에 적용된 낡은 방식으로는 사업 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 지금은 이란이 여러 부문에서 자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이란을 더 이상 상품의 최종 소비자로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 주목하여 박 대통령의 언급을 고려해 볼 때, 한국은 이란의 새로운 정책에 동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또한 이에 맞게 행동할 것이다.7)   이란은 나노 기술 및 바이오 기술과 같은 과학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고, 양국은 이 부문에서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이란은 국제 제재조치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이란은 투자 및 마케팅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한국과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란에서 한국은 애플을 앞지르고 있는 삼성, 그리고 일본 토요타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대∙기아와 같은 브랜드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이전의 이란과의 교역 경험에 더하여 일본과의 경쟁 때문에 이란과의 무역 및 경제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란의 석유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활동을 펼쳤다. 특히, 이란의 다운스트림 및 업스트림 석유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구가한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것으로서, 한국이 유지∙발전시킬 위대한 사회자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송웅엽 전(前) 주 이란 대사의 최근 발언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대이란 개방의 중요 측면은 금융 부문에 있다. 송 대사는 "양국 간의 금융 상호작용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의 경제교류가 확대되었다"고 언급하였다.8)   다시 말해, 이러한 관계는 양국의 입장에서 보면 윈윈게임(win-win game)이라고 할 수 있다. 1) "Iran Deals Will Spur Economy: Park," The Korea Times, May 11, 2016. 2) "Korea-Iran Relations: 1974 and 2016," The Korea Times, May 6, 2016. 3) Tehran Times, May 5, 2016. 4) "S. Korea to invest $25b in Iran," Tehran Times, May 2, 2016. 5) IRNA, May 1-2, 2016. 6) 박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급성장을 위한 발판이 된 1970년대 및 1980년대에 한국 기업들이 따낸 대규모 건설 수주를 언급했다. 상세내용은 다음을 참조: "Iran is Land of Opportunity: Park," The Korea Times, May 4, 2016. 7)  IRNA, May 4, 2016. 8) "South Korea’s New Opening To Iran," Iran Review, May 2, 2016. 이란 정치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for Political and International Studies) 동아시아 연구부장
  • 유럽연합 반(反)테러리즘의 제도적 기초
    저자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발간호
    2016-25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 입법 계기 2001년 발생한 9/11이 미국의 반테러리즘 전략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면, 유럽에게 그와 같은 사건은 2004년 3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이다.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발생한 이 폭탄 공격으로 191명이 사망하고 2,050명의 민간인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2주일 후인 3월 25일, 유럽연합의 정상들(European Council)은 이른바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하였다. 이 선언에서는 유명무실했던 ‘유럽안보방위정책(ESDP)’이 구체적인 활동을 하도록 촉구하였고, 각 회원국에게는 그동안 지체되었던 유럽영장제도, 유럽합동수사팀 구성, 돈 세탁 방지,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 설립 등 반테러리즘 입법에 관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유럽경찰국(Europol)의 역할 강화를 위해 회원국이 범죄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였고, 유럽경찰국은 이를 토대로 정보관리를 체계화하기로 하였다. 집행위원회에게는 개인의 DNA, 지문, 비자관련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였고, 특히 여권과 비자에는 여행객의 생체 특성을 삽입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유럽의 국경 관리를 위하여 유럽국경감시청(European Borders Agency)의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선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반테러리즘 조치는 ‘대테러대책조정관(Counter-Terrorism Coordinator)’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대테러대책조정관에게 유럽정상회의(The European Council) 관할에 속하면서 유럽연합이 수립한 정책이 제대로 수행되는지를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였다. 리스본 조약에서 반테러리즘   2009년 12월 1일, 유럽연합은 통합의 새로운 제도적 기반인 ‘리스본조약’을 발효하게 되었다. 이 조약에서도 테러리즘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특정 사안을 회의나 선언이 아닌 제도적 근간에서 직접 다룬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조약에서는 테러리즘을 크게 ‘공동 외교 및 안보 정책 차원(TEU 43조 1항)’과 ‘내부 및 사법 차원(TFEU 75, 83조 1항, 88조 1항)’에서 모두 언급하고 있다.   먼저 공동외교안보정책에서는 테러리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역내의 민군(民軍)을 막론하여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TEU 43조 1항), 아울러 제3국과의 공조도 명시하였다. 내무·사법 정책에서는 테러리즘과 관련된 자금동결 입법 절차를 명시하였고(TFEU 75조), 국경을 넘어서는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 조치에 인신매매, 여성 및 어린이 착취·유린, 자금 세탁, 부패, 지불수단의 위조, 컴퓨터 범죄, 조직범죄 등과 더불어 테러리즘을 포함시켰다(83조 1항). 또한 회원국 간 경찰 협력과 관련하여 유럽경찰국의 임무를 명시하였는데, 두 개 이상의 회원국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범죄, 즉 테러리즘과 기타 공동의 이익에 반하는 범죄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88조 1항).   이처럼 리스본 조약은 테러리즘에 대하여 대외정책 측면에서 무력수단을 포함한 국제 공조를 지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내의 자유와 안전, 정의를 위하여 테러리스트들의 자산 제한 조치도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들은 일반 법률 제정 절차를 따르도록 하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유럽연합의 초국가적 정책은 사실 회원국 간 연대(solidarity)를 바탕에 두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연합은 테러리즘과 자연재해(disaster)를 회원국 간 연대의식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리스본 조약은 테러리즘 예방은 물론, 테러리스트에게 공격을 당한 회원국에 대한 타 회원국들의 구호 조치를 명시하고, 유럽이사회와 유럽의회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제도적 조치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명문화하였다(TFEU 222조 1-4항).   반테러리즘 전략: 초국가적 원칙과 개별 회원국의 입법 유럽연합은 2004년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하였고, 이 선언에 의해 도입된 ‘대테러조정관’은 2005년 11월 30일,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 전략(The European Counter-Terrorism Strategy)”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는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에 관한 실무적·기술적 토대가 되었다. 이 전략문서는 반테러리즘의 궁극적 목적을 “인권에 대한 존중과 (유럽의) 시민들(citizens)이 자유, 안전, 정의가 실현되는 지대(area)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인류 보편이 수긍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여 향후 전개될 구체적 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반테러리즘 전략의 원칙은 크게 ‘예방’, ‘보호’, ‘추적’, ‘대응’ 등 네 가지 차원에서 전개된다. 테러리즘의 발생 요소를 차단하고(예방), 테러리즘의 취약지대를 찾아 시민과 사회적 기반시설을 안전하게 확보하며(보호), 초국경적 테러 지원 요인을 탐색 색출하여 사법처리하며(추적), 테러리즘이 발생하였을 경우 희생자와의 연대감을 고취함으로서 불법적인 폭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대응)는 뜻이다. 그러나 반테러리즘 전략은 안보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원국의 주권이 존중되는 가운데 추구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오로지 초국가적인 전략만을 현실 속에서 일방적으로 실천할 수는 없다. 때문에 반테러리즘의 1차적인 대응은 회원국 차원에서 진행하되 유럽연합은 회원국의 책임을 가치(value)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정보와 지식의 수렴지로서 회원국의 반테러리즘 능력을 제고시키고, 각 회원국 간 또는 회원국과 유럽연합 기관 간 협력을 조율한다, 또한 유럽연합 고유의 자체기관을 개발하여 집단적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며 밖으로는 유럽을 대표하여 UN 등 국제적인 주요 기관, 국가들과 안보협력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러한 노력들은 이미 언급한 예방, 보호, 추적, 대응 등의 원칙에 교차 공헌하는 실천적 노력의 핵심이 된다.   실천적 측면에서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 활동은 크게 관련 집행기관의 설치, 회원국의 개별 입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대테러조정관’은 유럽연합의 집행기관인 집행위원회가 아닌 유럽이사회의 관할 아래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임명권자는 고등외교대표(High Representative)이며, 유럽정보국(EUINTCEN)과 유럽경찰국의 정보를 취합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출하며, 유럽연합 차원에서 추진되는 반테러리즘 활동을 모니터한다. 이런 가운데 구체적인 전략의 수립의 순간에는 이사회, 집행위원회, 고등외교대표 사이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전략이 추진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외교대표와의 업무 중복과 테러리즘의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업무 영역의 모호함으로 인해 활동력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요 업무도 반테러리즘 전략의 모니터링에 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2005년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리즘은 유럽연합으로 하여금 테러방지 활동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게 하였고 그 예방법의 하나로 첩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럽연합은 ‘EU 공동상황센터(SitCen)’를 모태로 2009년 이후부터는 유럽대외관계청(EEAS)에 ‘EU첩보분석센터(EUINTCEN)’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의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첩보분석센터는 자체적인 정보 획득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못하고 오로지 소극적인 정보 분석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업무 수행에 한계가 따른다. 때문에 2013년, 집행위원회는 2020년까지 해외첩보역량을 강화한 첩보국을 둘 것을 제안한 바 있으나, 책임 소재의 모호함, 국가 중심의 전통적인 첩보 개념 등으로 인해 반대에 부딪혀있다. 당분간은 인터폴이나 유럽경찰국, 유럽사법협력기구 등 다른 사법기관들과 공조하면서 정보 공유의 폭을 확대하고 분석역량을 높이는 데 더 중점을 기울일 것으로 판단된다. 회원국의 개별 입법 차원에서 보면, 최근 몇 년간 헝가리,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에서 테러리즘 관련 입법을 새로 내놓거나 개정하였다. 예컨대, 오스트리아는 테러리스트들에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는 입법을 강화하였고, 벨기에는 테러리스트 양성을 위해 인력을 모집하거나 이들을 훈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국내외에서 테러리스트 양성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심지어 테러리즘 관련 메시지나 선전물을 옮기거나 배포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자는 최소 벌금 100유로에서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헝가리는 2013년 테러리즘을 “무기를 이용하여 공공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범죄적 공격 및 개인에 대한 폭력적 범죄”로 규정하고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반테러리즘 제도의 진행 방향: 정보공유와 인권보호의 양립 문제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은 제도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완비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언급된 원칙과 대응 전략 외에도, 유럽경찰국, 유럽사법협력기구, 국경감시청 등의 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그러나 테러리즘은 발생 후 대응보다 예방과 보호가 더욱 중요하다. 최근 벨기에 자벤텀 공항의 테러리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보공유가 제한적이고 이를 처리할 경찰 조직이 파편화되어 있다면, 테러리즘의 예방과 보호에는 많은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유럽정보국의 강화 및 역할 개편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주요 회원국들이 운용하고 있는 기존 정보국의 압력을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보의 접근과 공유가 인권문제와 양립할 수 있는 정치적 원리도 재발견되어야 첩보 활동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유럽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으로서의 개인정보 보호와 안보의 양립 문제, 미국과 협상 중인 개인정보 공유·보유·파기 관련 논의가 가닥을 잡을 경우 첩보 활동을 포함하여 예방 차원의 반테러리즘 입법은 더욱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저자
    고촉통 (前 싱가포르 총리)
    발간호
    2016-24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우리는 이제 태평양의 세기라 불리는 21세기의 20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40%, 세계 생산성 증가분의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가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세계 경제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적응할 수 있다면, 2050년이면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에서 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계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하루에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세계 절대빈곤계층에 속하는 아시아 인구는 1981년 16억에서 오늘날에는 7억으로 절반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역사적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난제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사의 질곡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라는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고, 이 공동선을 위해 난제를 함께 극복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지닌 현명하고 굳건하며, 선견지명을 가진 지도력을 필요로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에서의 리더십 협력적 리더십이란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대부분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마다 발휘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의 30년 전쟁 후 1648년에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은 오늘날의 외교정책과 국제관계의 기반이 되는 통치권, 그리고 영토 보전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오늘날 역동적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분열과 불안정한 상태 속에서 격동의 시기를 거쳐 왔습니다. 탈식민지화는 아시아에서 수많은 신생 독립국을 출현시켰습니다. 공산주의자는 동남아시아를 갈라놓았고, 이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간 대립의 시기로 이어졌습니다. 한반도는 휴전체제 하에서 여전히 분단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는 힘든 시기였지만 각국 정부는 차이를 극복하고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평화를 이루어냈습니다. 미국의 안보우산은 아시아가 경제발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 지역을 안정시켰습니다. 이는 일본의 경제기적과 한국‧싱가포르‧홍콩‧대만이라는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가 등장하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고, 10년 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위한 발전과 번영을 지도의 원칙으로 삼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유산에서 기인하는 상호 신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상생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왔습니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압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기술발전과 용이한 통신수단으로 빠른 변화를 보이는 국제흐름은 사회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유례없는 혼란을 초래해 왔습니다. 지도자와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에 대한 반응으로, 때로는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여러 문제를 표면화하거나 문제해결의 시간만을 벌고자 하는 유혹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문제해결을 미루는 것은 미래세대에 더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미래세대에게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역사의 유산마저 처리해야 하는 짐을 지우게 됩니다. 아시아인들은 평화와 안정을 원합니다. 이들은 여전히 인생에서 더 높은 성취를 원합니다. 지도자들은 단순히 제로섬의 논리로 국가이익만을 수호하기보다는, 비전과 정치적 용기를 가지고 이들의 보편적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지역 내 기반을 건설할 수 있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시각 조그만 섬 제주도조차도 싱가포르 전체 면적의 2.6배입니다. 우리에게 필수적인 물과 식량안보는 국가지도자들을 밤낮없이 긴장하게 만드는 매일 매일의 관심사입니다. 조그만 도시국가로서 우리는 선택지가 거의 없으며, 실수를 용납할 만한 여지도 없습니다. 우리의 생존은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제도와 호의적 외부환경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와 갈라설 수 없는 처지입니다. 지역 내 지정학적 긴장과 고조된 테러의 위협은 싱가포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1965년 독립 이후, 우리는 능동적 외교정책을 추구해왔습니다. 우리는 지역 내 협력 기구를 창조해왔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창설국이자 UN의 작은 나라들의 포럼을 창설했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의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 모든 포럼 및 국제기구들은 회원국들 간의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967년 ASEAN의 출범은 국가들을 응집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자간기구의 좋은 예입니다. ASEAN을 통해 과거의 적대국들은 협력적 동반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ASEAN은 싱가포르 외교정책의 주춧돌입니다. 10개 회원국은 영토나 인구의 크기, 경제사회구조, 통치체제에서 서로 다르지만 빈곤 퇴치, 발전격차의 해소, 그리고 국민복지의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ASEAN 조각그림 퍼즐’처럼 제각기 다른 회원국들을 결합시킵니다. 2015년 12월, 우리는 2조 6천억 달러 규모이자 6억 2천만 인구를 가진 거대한 시장인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켰습니다. 또한 아세안경제공동체의 2025년 청사진은 국가 간 연계를 증진하고 경쟁력 있고, 혁신적이면서도 역동적인 ASEAN을 창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ASEAN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회원국들이 과거의 수렁에서 탈피하기로 결심함으로써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입니다. ASEAN은 또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같은 기구를 통해 주요 강대국을 이 지역에 참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성과의 하나는 한·중·일 3자간 협력으로, 이는 1999년 마닐라에서 열린 ASEAN+3 회의에 부수된 한국, 중국, 일본 지도자들 간 역사적 조찬모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한·중·일 3자간 협력구조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첫 단계였습니다. 2008년 이후로 이들 3국은 ASEAN+3 회의와 별도로 모임을 가졌고, 싱가포르는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최근의 3자간 정상회담과 같은 모임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조각그림 퍼즐이 ASEAN과 마찬가지로 관련 당사국들에게도 들어맞아,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집단적 지혜 크기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양국 모두 주변국가와 비교하면 매우 작은 나라입니다. 한국만이 갖는 독특한 지정학적 과제, 즉 북한의 적대적 정권, 중국의 전략적‧ 경제적 비중의 증대 및 한일관계에 미치는 역사적 앙금이 한국의 목전에 놓여 있습니다. 한반도나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다면, 한국은 당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긴장관계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미국의 안보우산이 중요하긴 하지만, 오로지 그것에만 의지할 수 있을까요? 이는 현재와 미래의 한국의 지도자들이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질문입니다. 역사는 집단적 지혜와 개방적 리더십이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선 세대의 지도자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역사의 짐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지도자들은 너무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거나 자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것이 올바른 행위였는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한 과감한 지도력을 보여주는 최근의 예는 지난 12월 한국과 일본 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입니다. 이는 감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양국은 역사의 페이지를 넘겨 신뢰와 화해를 구축하려는 훌륭한 결단과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과 협력을 증진시킬 것입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아시아에 강력한 지도자들이 있지만 이들이 더 넓은 지역적 시야를 가지지 못하고 자국 내에서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힘 있는 국가 지도자만 있고 국가 간 협력적 리더십이 약화된다면 이는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 될 것입니다. ‘태평양의 세기’와 평화롭고 번영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팔을 벌리고 역사의 구속을 넘어서 미래세대가 조화롭고 번영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시아 지역이 이러한 비전을 함께 구현하는 것이 싱가포르가 희망하는 바입니다.​ 고촉통(前 싱가포르 총리),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저자
    Jim BOLGER (前 뉴질랜드 총리)
    발간호
    2016-23
      뉴질랜드 토착민 마오리족의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이다. 그것은 사람이다. 그것은 사람이다.”라는 말입니다. 제가 마오리족의 속담을 소개한 이유는 우리 논의의 초점을 부각시키고, 이 자리가 최신 기술이나 외계의 장엄하고 신비로운 현상을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평화와 안보가 보장된 삶에 대한 염원을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마오리족은 지난 수 세기 동안 거의 1000년에 걸쳐 거대한 태평양을 건너 뉴질랜드에 도착했고, 폴리네시아인들은 대만 원주민의 먼 후손들입니다. 대한민국을 방문할 때마다 저는 이 나라와 한국인들의 역동성에 감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72년간 이어진 이 나라의 고통스런 분단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제 부모님이 아일랜드 출신이기 때문에 저 역시 분단 상태가 초래하는 고통에 공감합니다. 아일랜드의 경우 분단의 원인은 식민지화와 종교였고, 한국의 경우는 세계정치를 좌우하는 이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어떠한 상황도 서로 같은 것은 없고, 아일랜드와 한반도의 역사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38선 이북의 한국인들도 지금의 대한민국과 같은 개방되고 번영된 사회를 원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북한의 정책을 규탄하는 것은 쉬운 일이고 기존의 규탄 목소리에 당연히 동조할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의의 주제인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에 따라 과거에 여러 번 논의된 문제를 되풀이하기보다는,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북한의 핵개발과 비핵화: 뉴질랜드의 사례 저는 1998년 아일랜드에서 협상을 통해 이루어진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과 같은 해결책을 추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깊이 경색된 교착상태를 벗어나 전진하는 길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협상이야말로 진전을 이루는 길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한반도문제의 관련 당사자들 모두 평화적 협력이라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고, 이는 한반도의 통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71년 전인 1945년 UN이 설정한 목표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1921년 아일랜드의 분단에서 1998년의 협정까지는 77년이 걸렸습니다.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인한 심각한 위협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협력적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위협에 대한 해결책을 보다 폭넓은 비핵화의 맥락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독일과 함께 UN의 5개 상임이사국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이란의 핵무기 폐기 협정이 나타내듯이, 또 다른 접근방법의 하나인 협상을 통해 진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이란에서 이루어낸 진전에 고무되어, 북한과도 유사한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핵무기 반대 입장을 취해왔고, 이는 때로는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시기에 축적해 온 핵무기의 감축을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나라는 여전히 전 세계 핵무기의 9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핵무기 반대 역사를 고려한다면, 제가 현재의 모든 핵무기 보유국들이 더 빠르게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와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자의 핵무기 성능과 추진장치를 향상시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본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성능 개발 비용은 미국의 경우 1조 달러를 상회하고, 러시아도 비슷한 규모의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저는 이것이 전 세계에 던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제는 "세계가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핵무기의 숫자는 0"이라는 또 다른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현재 세계는 핵의 위협에 놓여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단 한 명이 수백만, 수천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상할 수 있는 핵무기의 발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는 이 냉엄한 사실을 고찰해야 합니다. 이 포럼의 목표인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75억 인구는 핵무기 보유국들이 협력하여 핵무기를 남김없이 제거하는 계획을 만들어내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협력은 또한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되어가고 있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복합적 문제를 예방하는데도 필수적입니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이유에서도, 무기에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합니다. 경제협력의 조건 경제협력은 균형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이루어집니다. 저는 대한민국과 아시아가 이 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많은 자유무역협정들이 아시아 경제권을 세계와 연결시키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진전을 환영합니다. 뉴질랜드도 그와 같은 수많은 협정을 체결했으며, 그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한 예로, 뉴질랜드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최초의 선진국입니다. 아시아와 세계의 협력은 국제사회의 번영을 이끌고 2008-2009년의 금융 붕괴 이후 경제동력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저는 평화와 안보가 보장된 세계에 대한 바람을 말해왔지만 우리는 또한 모두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의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기업 활동의 조정을 위해 시장의 힘에 의존하는 것과 기업 활동이 국가에 대한 책무에 부합하도록 적절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유출된 파나마 페이퍼는 각국 정부에 대기업과 부유층의 탈세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당 국가에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전 세계의 세법을 악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에, 각국은 세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국제 세법이 정직하게 시행될 수 있게 하는 데에도 국가 간 협조는 필수적입니다. 난민과 기후변화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불공평한 경제정책에 질려있다는 점은 영국의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이나 미국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같은 비주류 정치인들이 가진 호소력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불공평한 정책으로 인한 대다수의 희생으로 소수가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는 매우 역동적이지만 그러한 역동성조차도 금융 붕괴의 충격을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창의성은 사회가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지만 그것 역시 한 국가의 사회구조와 법률이 조건을 마련해주어야 가능해집니다. 용기 있는 지도력은 그러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또 제공해야만 합니다. 소수 세력은 공포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세계 공동체 내의 다양성과 신념의 차이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당화되어서는 안 되고, 또한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세계를 괴롭히는 인종 간, 종교 간 분쟁이 야기하는 공포는 우리가 매일 목격하는 난민대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20세기 중반 서구문명을 갈가리 찢어놓은 인종적 편견과 유사한 사태에 또 다시 직면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비극입니다. 인종주의적 시각이 21세기의 세계에도 떠돌고 있고, 몇몇 예외적 사례를 제외하면 세계는 이러한 사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난민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난민만을 받아들이는 현실로 인해 비극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인종 간 갈등은 그것이 종교 때문이든 아니든 간에, 공동체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망쳐 놓았습니다, 또 문제가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가 방치될 경우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하여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야 하는 수백만 명의 난민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의 파리 기후변화회의는 전 세계의 국가들을 불러 모아 긴급 행동을 취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모든 국가들이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범위 이내로 억제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취할까요? 섭씨 2도의 상승만으로도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가 살고 있는 해안지역의 침수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그 효과는 궤멸적일 것입니다. 이는 인구의 대량 이주를 의미하며, 오늘날 난민사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수많은 인구를 이주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제입니다. 따라서 모든 국가들이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5년 이후 석유, 디젤 자동차 구매를 불법화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네덜란드나 가격 경쟁력을 위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을 감면한 노르웨이처럼 몇몇 나라들은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또한 전기자동차를 대중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 다른 조치로 중국과 몇몇 나라들처럼 오염이 심한 석탄 발전의 수요를 제한하기 위해 태양열에 투자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요점은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동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며, 이는 미래의 어느 날로 미뤄둘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 역사에서 많은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한 아시아는 이제 탄소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접근방법을 앞장서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중차대한 도전과제를 살펴보았습니다. 반면, 이와 대조적인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세계는 지식의 급속한 성장을 통해 보기 드문 가능성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더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하고, 인종, 피부색,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개인을 고유한 존재로 인정하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인식 역시 확산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성취한다면,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Jim BOLGER(前 뉴질랜드 총리),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저자
    무라야마 도미이치 (前 일본 총리)
    발간호
    2016-21
      우리가 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서 서로 평화롭게 협력하며 지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과거의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청산하고 화해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1945년 패전을 통해서 전쟁 국가에서 평화 국가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에 걸맞은 역사 인식을 확립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전후 50년이 되던 해에 저는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무라야마 담화’로 알려진 총리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담화의 내용 중에서 “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 국책을 잘못 펼쳐 전쟁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 여러 국가의 사람들에게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라는 역사 인식을 표명하였습니다. 일본이 대만을 청나라에서 빼앗은 것은 1894년부터 1895년까지 벌어진 청일전쟁의 결과이며, 한국을 점령하고 강제적으로 병합한 것은 1904-1905년 러일전쟁의 결과이기 때문에, 무라야마 담화의 반성은 이 두 전쟁으로부터 시작되는 50년간의 일본의 전쟁 시대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라야마 담화는 제가 총리를 사임한 후 일본의 국시(國是)로서 자유민주당의 역대 총리들에 의해 계승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국 병합 100년의 총리 담화를 발표하여 식민지 지배 반성을 한층 더 깊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말 총리가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의 재검토 목표를 표방하며 등장하여 국내외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매우 우려스러웠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아베 총리도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표명하기에 이르러, 작년 8월에 전후 70년 아베 담화를 발표하였습니다. 아베 담화는 무라야마 담화보다 훨씬 길며 복잡합니다. 아베 담화는 “세계 대공황 이후에 세계의 대세를 따라잡지 못한 일본은 만주 사변 이후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되어 갔다. 진로를 잘못 잡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갔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만주사변 이후의 15년 전쟁에 대한 반성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아베 담화는 러일전쟁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웠다고 평가하는 한편, 청일전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여 이 두 전쟁에 대한 반성을 거부한 것이므로, 대만,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 사죄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아베 담화는 무라야마 담화의 내용을 절반 정도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한국 및 한반도 사람들에 대한 배려 부족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를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라야마 담화는 계속해서 일본의 국시로서 그 생명력을 이어나갈 것이므로 이에 대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역사에 대한 반성은 원칙적인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속죄 노력을 통해서 나타나야만 합니다. 이러한 점에 있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지난 25년간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져 해결이 촉구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2012년 총재선거 때 “강제성이 있다고 하는 오해를 풀 수 있도록 고노 담화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를 낼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출마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미국과 한국으로부터의 강한 비판을 받았으며, 한일관계가 붕괴위기에 처하는 심각한 대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마침내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 사죄하고 10억 엔을 한국 정부에 기탁하는 것으로 하여, 작년 12월 말의 한일 외무장관 합의 발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것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 합의가 확실히 실행되어 한국의 피해자 및 운동 단체에 받아 들여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의 화해를 위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12월 28일 외무장관 회담 합의 발표로 표현된 아베 총리의 사죄 의지를 편지로 작성하여, 위안부 피해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총리였던 시절 내각에서 마련했으나 유감스럽게도 한국 피해자 대부분이 거부한 아시아여성기금에서도 하시모토(橋本), 오부치(小渕), 모리(森), 고이즈미(小泉) 총리가 자필로 서명한 ‘사과의 편지’를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낸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총리의 사죄 의지를 표현한 편지를 주한대사를 통해 보내어 고령으로 상당수 병상에 계신 피해자 분들의 가슴을 울리는 사죄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일전에 저는 키시다(岸田) 외무대신을 방문하여 이러한 취지를 이야기하고 왔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내에서의 논의와 양국 정부 협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평화롭게 서로 도우며 살기 위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50년 전쟁이 심각한 상흔을 남긴 이 지역에서는 그 후에도 약 30년간 중국 내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이 계속되었습니다.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40년이 지난 지금 동북아시아에서는 북한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과 인공위성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된 UN 안보리의 제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은 자꾸 악화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더욱 강해지고 있으나, 사태는 계속 악화되고 북한의 핵병기는 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판단 착오를 범할 경우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일본에도 미사일이 날아오게 되어 있어 자동적으로 일본도 전쟁에 참가하게 됩니다. 이 경우, 한국·북한·일본이 치명적인 파국을 맞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인 충돌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 및 일본과 국교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에게 있어서 북한은 국교가 없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일본은 북한과 식민지 지배 청산을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는 무관하게, 일본은 이웃나라와 대립한 채로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지혜를 내어 북한과의 관계를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장래 핵개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선 국교를 맺고 선린(善隣)관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북·일 간 무역이 완전히 차단되어 선박의 왕래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실로 적대관계에 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반면, 이를 극복하여 일본과 북한이 관계를 강화하게 된다면 남·북의 진정한 교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또 하나의 문제는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진정된 상태이지만, 중국과 일본은 이 섬 주위에서 상당한 긴장 상태를 경험했습니다. 일본 자위대에는 도서(島嶼)방위라는 방침이 주어져 아베 정부는 유사시에 미군의 협조 약속을 얻어 내고자 노력 중입니다. 이 섬에 대해서는 서로의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서로가 각각 할 말이 있는 만큼 영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일본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평화 국가가 되었을 때에 일본이 행한 것은 일중부전(日中不戰)의 서약이었습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국과의 무력 충돌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양국이 센카쿠 열도를 공동 개발하여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문제를 중심으로 제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소감을 말씀 드렸습니다. 이러한 방침과 생각은 일본 헌법이 가리키는 방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후 70년 동안 일본은 전쟁을 지양하는 길을 걸어 왔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평화의 길을 관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발언을 둘러싸고 심한 대립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평화의 길은 용이한 길, 평탄한 길이 아닙니다. 각국의 이해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는 작년 말에 북경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었습니다. 그 때 천안문 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은 저에게 중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패권을 원하지는 않으며, 할 수 있다면 일본과 협력하여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는 이에 매우 강력하게 공감하였으며, 이 포럼에 참가하신 여러분과 힘을 합쳐 평화를 위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前 일본 총리),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저자
    Enrico LETTA (前 이탈리아 총리)
    발간호
    2016-22
      이탈리아인이자 유럽인으로서 제가 가진 ‘유럽연합의 성장과 통합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평화와 안정의 시대를 가져온 과정을 지켜보고 경험한 이의 관점에서 ‘새로운 세계질서 속의 협력적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지난 10년간 유럽을 뒤흔든 세 가지 중대 위기의 영향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그 세 가지 사건이란 바로 금융경제위기, 난민위기, 그리고 IS와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테러위기입니다. 이 세 가지 위기가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소위 말하는 “아시아의 세기”에 거는 기대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데에 있어서, 저는 한 가지를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저의 시각과 여러분의 시각 사이에 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단지 지리적 거리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유럽문명과 아시아문명은 모두 1000여 년간의 진화의 산물이자 고귀한 철학적·문화적 전통의 산물이며, 두 문명 사이에는 국가 간 평화와 대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존재합니다. 이 목표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국제문제의 지속가능한 공동 관리 방안을 구하기 위해 끈기있게 추구해 온 목표와 같은 것입니다. 이 목표 자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사람들 간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으로, 이 포럼의 주최국이자 세계적 기술혁명의 선두에 있는 대한민국의 성공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암흑 시대’의 3대 위기: 유럽연합은 왜 협력적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가 이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두운 시기였던 지난 10년간 유럽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봅시다. 첫째, 심각한 경제위기는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부채를 가져왔고, 이어 유로화와 기업, 그리고 고용환경에 충격을 가했습니다. 경제위기는 우리사회를 심각하게 뒤흔들어 놓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의 창출 모델과 사회보장 모델을 파괴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 지도부는 이러한 광풍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권위 있는 대응책이 나온 것은 2012년입니다. 그 해에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 발언을 기점으로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와 유럽의 경제 회복에 있어 가장 취약한 부문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졌습니다. 요컨대, 협력적 리더십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은 초국가 기관이자, 가장 실질적 권한을 갖춘 유럽중앙은행만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극적인 난민위기입니다. 매일, 그리고 일 년 중 몇 달간은 매시간, 여성과 아이들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들은 시리아, 리비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전쟁과 기아로부터 탈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변방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불어 닥친 멈출 수 없는, 전례 없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유럽 전체는 단일한 지도력의 부재로 지금까지도 무력함만을 노출하거나, 이민 행렬에 대하여 형식적인 타협의 자세만 보여왔습니다. 유럽연합 국가 간 상호연대의 요구는 최소한에 그쳤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시대적 긴급사태에 대처하기보다는 확신에 찬 민족주의나, 기회주의적 민족주의에 굴복하여 장벽을 세우려는 유혹은 강해졌습니다. 이러한 경우, 지시적 지도력은 효용성이 없을뿐더러 인도적 차원에서 비극적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지막은 테러와 IS와의 전쟁으로 촉발된 위기입니다. 이는 유럽에서 폭탄공격으로 폐허화된 파리의 바타클랑 극장에서의 살육 행위로 상징될 수 있습니다. 주로 유럽 태생의 젊은이들이 또 다른 유럽 젊은이들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한 강렬한 메시지는 유럽의 사회통합 상태가 매우 취약하고 개혁이 필요한 상태라는 점을 노출시켰습니다. 또한 이 위기상황에서 유럽의 국가지도자들은 안보·정보·외교문제 및 유럽연합 자체의 정체성 재조정 문제에 대한 책임 공유와 의사결정에 있어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테러를 물리치기 위해 유럽연합은 스스로의 영혼을 되찾아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각국이 주권을 더욱 양보하고 정치를 공유할 수 있는 ‘협력적 지도력’이 마련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연합은 ‘공동의’ 장기적 비전을 찾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는 이러한 심각한 퇴보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파편화에 대한 세 가지 대응방안: 다자주의와 참여, 그리고 교육 세계가 유럽연합의 내파를 견뎌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파편화와 무질서만을 초래할 것입니다. 국제관계가 중심이 되는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동의 책임의식, 토론과 교류의 장, 그리고 가능한 한 폭넓은 다자간 의사결정의 형식을 필요로 합니다. 구체적 결과가 있었던 초기 상태로 회귀해야 하는 G20의 현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국제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배우의 중심 역할을 주목해 보십시오. 최근의 다자간, 양자간 무역협정을 생각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인간에 의한 파괴행위로부터의 자연보호 문제에 대한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만들어진 파리 기후변화회의의 훌륭한 성과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모범사례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정해진 규율 내에서의 합의를 통해서만 영향력을 지닌 규율이 극단적으로 파편화되어 국제적 무질서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는 또한 참여의 확대로 이해될 수 있는 과정입니다. 이는 국가 간의 관계에도 적용되고, 우리 사회의 내부문제에도 더욱 확실히 적용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삶에 혁명을 불러온 인터넷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지금 모든 대륙의 지도자들에게 공동체의 원리에 부합하는 권위와 능력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화를 두려워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아이디어의 전파, 경험의 공유, 그리고 참여의 요구가 지닌 엄청난 힘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변화를 진정한 기회로 인식하는 이들은 개방이 지닌 가능성과 국가 발전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두 번째 부류에 속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연합 창설국의 하나인 이탈리아의 전임 수상으로서, 저는 여기서 ‘유럽의 희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장벽과 다양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공유되는 통일적 비전만이 구대륙 국가들을 과거로부터 구원하고, 심지어 아시아의 역사와 운명에도 수많은 부정적 영향을 끼쳤던 과거의 분열과 갈등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입니다. 한편, 저는 파리의 시앙스포(Sciences Po) 국제관계대학 학장으로서, 전 세계의 대학 및 대학원과 매일 협력하는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들 대학과 대학원은 지배층이 형성되고 지도력이 길러지는 장소입니다. 이 중 최고 기관은 협동의 정신, 타인의 생각에 대한 이해와 개방과 변화의 자세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교육'입니다. 저는 최근 전 세계 각국에서 온 2천여 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한 모의 UN총회에서 이 점을 재확인할 기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다시 반복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도력을 논의하고 지도력이 발휘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과 아시아 어느 사회에서나 발전은 주로 문화와 학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 중 가장 우선시되는 것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협력적 지도력의 핵심은 교육입니다.​ Enrico LETTA(前 이탈리아 총리),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 Towards Peace through Dialogue: The 11th Jeju Forum for Peace and Prosperity
    저자
    Intaek HAN(Jeju Peace Institute)
    발간호
    2016-20
     The beauty of Jeju Island needs no explanation. Every year over 10 million tourists visit Jeju from home and abroad. Jeju is designated as a world natural heritage, a global geopark, and a biosphere by UNESCO. Recently, it was also voted as one of the new Seven Wonders of the World. Perhaps a lesser known but no less important fact is that it is also an “island of world peace,” and every spring, thousands of people gather to talk about peace and prosperity. This annual gathering, the Jeju Forum for Peace and Prosperity, is attended by some of the biggest names in Asia and around the world, including former and current heads of state, CEOs of global conglomerates, and renowned scholars. But it is also a gathering for everyone and anyone who cares about peace. Almost 30 years ago, when the Cold War was drawing to a close, then newly elected President of South Korea Roh Tae-woo introduced “Nordpolitik.” Under the new doctrine, South Korea would reach out to countries it had previously considered enemies. It would seek to normalize diplomatic relations with the Soviet and China. The ultimate target was, of course, North Korea. South Korea’s efforts paid off. In September 1990, South Korea and the Soviet normalized their relations. The following year, then Soviet President Mikhail Gorbachev was mindful of North Korea, and suggested that the summit be held away from Seoul and away from North Korea. As a result, Jeju was chosen. The Roh-Gorbachev summit not only contributed to ending the Cold War, it also started a community-wide movement to turn Jeju into an “island of peace.” In April 1996, former President Kim Young-sam and former U.S. President Bill Clinton had a summit in Jeju, followed by a summit between former President Kim and then Japanese Prime Minister Ryutaro Hashimoto. China’s former President Jiang Zemin also visited Jeju and famously played the piano there. The Jeju Forum for Peace and Prosperity, which began in 2001, aims to promote peace through dialogue and achieve prosperity through cooperation. In essence, the Jeju Forum continues and expands the tradition of summit meetings to discuss peace among friends and former adversaries. In 2005, the Korean government officially designated Jeju as an “Island of World Peace.” In this time of heightened tensions in the region, one may argue that “peace through dialogue” is too idealistic. But existing “realist” mechanisms in Northeast Asia are becoming increasingly costly and irrelevant. For instance, the ROK-US alliance is becoming irrelevant in deterring the North from cyber or nuclear attacks on the South or even on the United States. The North has already launched successful cyber attacks on South Korean and U.S. targets. A capable North Korean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or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that can reach a U.S. mainland target will cast doubt on the credibility of the U.S. nuclear umbrella and the essence of the alliance. Not only that, even an effective ROK-U.S. alliance is unable to force the North to denuclearize or provide an incentive to implement a regime change. On the contrary, past behavior by the North indicates that a stronger alliance is likely to harden its stance. In addition, efforts by the ROK-U.S. alliance against the North agitate China and deepen the security dilemma for the South. Indeed, it is time for fresh new approaches. This is where the Jeju Forum can come in. From its very origin as a regional, multilateral security dialogue, the forum has been serving as a venue where new ideas for peace and prosperity have been proposed, discussed, and shared. This year’s forum will also do just that. Thousands of participants from over 60 countries will gather and discuss Asia’s new order and disorder and explore ways to develop a cooperative leadership. May is a great month to visit Jeju. Come to Jeju for its beauty and also to find peace. Intaek HAN is Director of Research at the Jeju Peace Institute, which organizes the Jeju Forum for Peace and Prosperity.
  • 대북 ‘포괄적 제재’ 이후의 조건
    저자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발간호
    2016-19
    규범 위반국에 대한 ‘제재’   미국 정치 매거진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의 편집인 유리 프리드만(Uri Friedman)은 적국에 대한 봉쇄로 그들의 행위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제재의 개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제재를 ‘포괄적 제재(comprehensive sanction)’와 ‘스마트 제재(smart sanction), 또는 목적 제재(targeted sanction)’로 구분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국제무대에서 어느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제재(sanction)’를 취한 역사는 의외로 깊다. 과거의 제재는 거의 ‘포괄적 제재’의 성격을 지녔다.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는 기원전 432년에 이웃 국가 메가라에 무역금지조치(embargo)를 취한 적이 있다.1) 그러나 이 조치는 이후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도화선이 되어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패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대륙을 통일한 나폴레옹은 1806년 11월, 베를린에서 대륙봉쇄령(continental system)을 선포하였다. 이는 무차별적인 조치로, 정치적으로 영국을 고립시키고 산업면에서 프랑스가 대륙의 영향력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영국의 경제 불황이 프랑스의 동맹국들에게 큰 이득이 되지 못했고, 스웨덴, 포르투갈, 러시아 등의 국가들이 속속 이탈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1510년 조선조 중종 5년, 삼포왜란을 겪은 후 왜와 교역을 중단했다가 2년 뒤 임신약조로 제한적 교역을 재개했는데, 이 역시 왜에 대한 포괄적 제재의 성격을 띠었다. 즉, 왜인들이 삼포에 거주하는 것을 금지하고 조선이 대마도주에게 허락해주던 세견선 수를 50척에서 25척으로, 세사미두의 양은 쌀과 콩 200석에서 100석으로 줄인 것이다.2) 다만, 이 조치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후 사량진왜변(1544년), 을묘왜변(1555년) 등 왜의 침략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UN의 대북(對北) 포괄적 제재   2016년 3월 2일(뉴욕 시간),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결의안 2270호를 채택하였다. 이는 북한이 1월 6일 감행한 제4차 핵실험과 2월 7일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에 따른 조치이자 UN헌장 7장 41조의 비군사적 제재 규정에 근거한 결과이다. UN은 이미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결의안 1718호(2006), 2874호(2009), 2087호(2013), 2094호(2013) 등을 내놓은 바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이번 조치에 대하여 “...70년 유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이며, 거의 모든 조항이 의무화되어 있는 역사적인 결의”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기존의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집중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금번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WMD 개발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WMD 차원을 넘어서 북한 관련 제반 측면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재 조치들이 포괄적으로 망라되어 있다”3)고 설명하였다.4)   외교부가 평하였듯이 UN의 결의안은 매우 광범위할 뿐 아니라 세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결의안 2270호는 서문 외에 52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조항의 머리 구(句)에는 동사(動詞)를 사용하여 UN의 행동을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규탄한다(condemn)’, ‘확인/재확인한다(affirm/reaffirm)’, ‘상기한다(recall)’, ‘강조한다(underscore/underline/ emphasize)’, ‘주지한다(note)’ 및 ‘결정한다(decide)’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결정한다’에 해당하는 조항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25개에 달한다. 몇몇 조항은 2006년의 결의안 1718호에서 언급된 내용을 개인 및 기관(entity)으로 확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정을 내린’ 제재 조치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대·심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심에 따라 2008년 3월에 채택된 UN안보리 결의 1803호와 비교해 볼 때 더욱 분명하다. 1803호에서는 조문이 20개, 결정이 6개였으며, 그 후속 조치였던 2010년의 UN안보리 결의 1929호는 조문이 38개, 결정이 15개였다. 이에 비하면, 북한에 대한 이번 UN 결의는 훨씬 광범위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더구나 2010년의 대 이란 결의안은 찬성 12, 반대 2, 기권 1 등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다소 분산된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대북 결의안은 만장일치였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의 제재 이행을 요청하는 조항이 늘었다. 이는 북한에 대한 태도에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일관되게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결의안 2270호에서 제재와 관련된 결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떤 형태든 무기와 관련된 모든 물질, 금융거래, 기술훈련, 서비스 등이 북한으로 이전되는 것의 금지(6조), 회원국의 영토를 통한(특히 선박) 무기 관련 품목의 거래 금지(10,11조), 의심되는 화물에 대한 검문(18조), 북한에 대한 선박의 리스(lease), 수리, 선적, 취업, 연료 제공의 금지(19, 20, 22, 31조), 의심되는 북한 항공기의 이착륙 및 비행 금지(21조), 북한산 천연자원 판매 금지(29, 30조), 북한 해외 자산동결의 확대 및 북한과의 금융거래 금지(32, 33, 34, 35, 36조) 등이며 이들은 모두 주목할 만한 것들이다. 일부는 2006년 결의안 1718호의 적용 범위를 보다 넓힌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세밀한 항목까지 열거하며 적용하고 있다. 결정이 늘어났고, 세부사항이 자세히 열거되었다는 것은 이번 결의가 설득과 촉구보다는 집행과 징벌적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민간인 또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미묘하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들에 대한 조치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회원국의 북한 민간인 추방(14조), 핵개발과 관련된 전산·GPS·우주과학 등에 관한 훈련을 제공하지 못하게 한 조치(17조), 의심되는 화물을 소지한 개인에 대한 검문(18조) 등이 그러한 예이다. 물론 결의안은 이러한 조치들이 개별 회원국의 사법적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의료나 안전, 그리고 다른 인도주의적 목표에 미치는 영향력이 최소한에 그칠 것을 요망하고 있다. 대 이란 결의안 1803호(2008년)의 경우, 이란인의 UN 회원국 입국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핵확산과 관련된 활동에 관련된 자들로 매우 좁게 규정하고 있고(5조), 그나마 인도주의적 활동과 관련된 경우에는 예외로 두도록(6조) 하였다. 1929호(2010년)는 선박의 검문과 수색, 금융을 관리하는 분점의 개설 등을 회원국이 판단할 권고사항으로 두었다(15, 23조).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은 회원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쪽에 무게 중심이 놓였고, 범위는 핵·미사일과 관련된 사안에 한정되었다. 물론 북한에 대한 제재가 이란에 대한 제재와 같은 수준일 수는 없다. 북한은 이란과 달리 네 차례에 걸쳐 지하핵실험을 실시했고, IAEA 탈퇴를 언급하며 핵 보유국임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 제재’ 이후의 조건을 고민할 때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것은 이번 UN안보리 결의안 2270호가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의미 부여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스마트 제재’ 또는 ‘목적 제재’의 성격을 띤 반면, 북한에 대한 제재는 이보다 가혹한 ‘포괄적 제재’이기 때문이다.5) 최근 미국의 봉쇄가 풀린 쿠바, 이란을 비롯하여 아직도 지속되는 시리아, 러시아, 라이베리아, 수단, 코트디부아르 등에 대한 제재는 모두 ‘스마트 제재’, 혹은 ‘목적 제재’에 가깝다. 이러한 느슨한 제재는 비록 강도와 범위가 제한적이라 할 지라도, 규범 위반국에 대한 응징을 상징화하고 국제사회의 규범 수호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제재가 문제를 풀기 위한 과정일 뿐,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괄적 제재’는 ‘스마트 제재’와는 달리, 규범 수호를 위한 상징화를 넘어 대상국을 실천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전례 없이 강력한 것이라면 이를 벗어날 출구가 지나치게 경직되고 좁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설령 제재 대상국이 언젠가는 국제사회에 굴복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것이 그 국가의 주민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뒤에 오는 것이라면 이는 성공의 의미를 반감시킬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과제는 제재 대상국 정치지도자들의 신념과 행동을 바꾸는 데, 혹은 버티는 데 ‘포괄적 제재’가 어떤 변곡점인지를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포괄적 제재는 스마트 제재보다 사태 해결의 조건을 보다 단순화하고, 그 이후의 국면을 보다 정교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제재일수록 그 이후의 기대와 보상이 보다 크다는 것이 인식될 때, 행동의 변화를 유인하는 매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1) Uri Friedman, “Smart Sanctions: A Short History,”, Foreign Policy, April 23, 2012. 2) 『중종실록』, 7년 8월 20일 3) 외교부 군축비확산 담당관실 보도자료, 2016년 3월 3일. 4) 2006년에 UN이 김정일 등 북한 최고 지도자들이 선호하는 사치품의 거래를 금지한 제재는 논란의 여지없는 ‘스마트 제재(smart sanction) 또는 목표 제재(targeted sanction)에 해당할 것이다. 5) 어떤 전문가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포괄적 제재’라고 보기도 한다. 한편, 미국 재무성은 ‘스마트 제재’와 ‘포괄적 제재’를 따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