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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트럼프 정상회담 이후 대북 및 대중정책의 공조 전망
    저자
    손현진 (히로시마시립대학교 히로시마평화연구소 부교수)
    발간호
    2017-75
      2017년 1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 출범 이후 일본을 시작으로 한 아시아 순방은 트럼프 정권의 대북정책을 포함한 아시아 정책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순방지인 일본은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이루어지는 미일 정상회담으로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미일 간 통상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발사 문제가 주를 이루었다. 트럼프 대통령 일본 방문 2주전, 2017년 10월 총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아베 정권은 2021년 9월까지 정권이 유지된다면 사상 최장기 수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연일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상황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은 일본 내 개헌 논의 및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안보법제의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과 일본 방문이 북한 문제를 염두에 둔 견고한 동맹외교로서의 성과를 거둔 것에 비해, 중국 및 동남아시아연합(ASEAN) 방문은 전략과 이념을 결핍한 ‘미국 제일주의’ 외교로 마쳤다고 총괄할 수 있다. 보편적 가치와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경제 시스템을 중시해 온 오바마 전 대통령의 기본정책과 달리 트럼프 외교는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는 가치가 아니라,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중장기적인 전략보다 단기적인 딜(거래)을 우선시 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 방문 다음 순방지로 한국과 중국을 차례로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언급하며, “북한이 협상의 테이블로 나와 협상을 타결하는 게 좋다”는 대화 가능성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중국에서는 북한문제에 대해 미중협력 강화를 우선과제로 삼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 합의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전면 이행을 강조하였다. 특히, 미국 기업과 2500억 달러 투자·무역 합의를 한 것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중국은 증대하는 경제력을 외교카드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과의 대등한 대국관계 구축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일강체제(一強体制)」를 기반으로 한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一帯一路)」를 추진하며, 중국주도의 지역질서 구축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서 미일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을 표명하며, 법의 지배와 항행의 자유 등을 언급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정하고 호혜적인” 2국 간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국익을 우선시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도쿄아프리카회의(TICAD: Tokyo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frica Development)에서 아베 총리가 제시한,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은 미국과 일본이 인도, 호주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질서 구축에 앞장서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일본이 남·동 중국해 지역에서 세력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증대 및 해상 영향력 강화를 자국 안보의 주요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 의존 심화와 북한 문제 등 지역 질서 안정화를 위한 협력 필요성을 감안하여 일중관계의 개선 및 안정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입장 또한 유지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 성명에서 미국은 일본이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열도(尖閣列島)(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전보장 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 하는 등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강화와 더불어 미일동맹의 재확인을 하였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조정된 전략적 회담이라 볼 수 있다. 즉, 일본은 일본의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포함한 대미투자 증대를 제안하는 등 경제적 기여를 통해 미국의 지원을 얻어 헌법 개정과 적극적 평화주의 추진의 동력을 얻는 반면, 미국은 일본의 군사적 보통국가화와 역할 확대를 통해 미국의 안보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 이익을 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문제에 대해서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언급하며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있도록 미·일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 등 모든 수단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 높여나가는 동시에 '한미일 3개국의 연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제시하였다. 미국 또한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고 미사일을 일본 영공을 향해 발사하는 등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 인내는 끝나다”고 강조하며, 군사적 타격을 포함한 다양한 카드로 압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에 여러 가지 현실적 장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중국과 한국은 사드(THAAD) 배치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위안부 문제로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대화와 군사적 조치’를 동시에 표명하고 있는 미국과 두 차례에 걸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를 분명히 밝히며, 북핵 문제의 해결은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한국의 대북정책 사이에서 한·미간 완전한 신뢰가 형성되기에는 미비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방한, 방일로 인해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 등 한국과 일본의 방위력의 질적·양적 증강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외교적 경험이 적고 불확실성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북한 문제를 비롯한 아시아 문제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의 입장에서 현상분석과 외교·안전보장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 정상간 신뢰관계 구축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시진핑 주석 또한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제재결의의 전면적이고 엄격한 이행’을 계속하며, 북한의 비핵화에는 찬성하나 석유 금수조치 등 북한 붕괴를 촉진하는 제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화를 중시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중지와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중지라고 하는 「쌍방중지」가 현시점에서 최대 실현 가능하고, 현명한 대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미정상회담 이후, ‘모든 선택사항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일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군사 옵션에 대해서는 북한의 반격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선택사항으로는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북한의 장거리포와 로켓의 사정범위에 있는 서울에 일본인이 1만 명 이상 장기체류하고 있으며, 여행객을 포함한 자국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군사옵션은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미정상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까지 올린다’는 것에 일치된 의견이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순간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 하고 있으며, 미 본토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핵탄두탑재 ICBM을 완성시켜 실전배치 시키기까지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번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일본 방문의 의미에 대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과 장기정권 유지의 기반을 다진 일본 수상이 언제 어디서든 의사소통이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일미동맹의 신뢰성과 억지력 향상에 이어질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안전에도 이바지하였다고 평가하였다. 내년은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 되는 해인 동시에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본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원하기 위해 유상자금협력(통칭, 엔차관), 무상자금협력, 기술협력으로 이루어진 정부개발원조(ODA) 등 총 누적 3조 6천억엔 이상 공여해 왔다. 중국 또한 일본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해외진출 일본기업의 약 45%에 해당하는 3만 2000개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정치·안전보장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 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이바지하는 외교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일의 3국간 공조가 군사적 협조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북한이 핵 개발을 비롯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나아가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3국은 북한에 대해 최대한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관계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가 필요한 만큼 3국은 정보공유에 보다 협조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최대한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자극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조체제 분위기 조성이야 말로 한반도 지역의 평화정착을 도모하는 동시에 나아가 경제적 공동체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상호 균형 잡힌 전략적인 외교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現 히로시마시립대학교 히로시마평화연구소 부교수.
  • 한중관계의 복원과 제주의 대응 방안
    저자
    신금미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발간호
    2017-74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하여 14일에는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10월 31일 한중 양국의 사드 합의문 발표와 11월 11일 베트남 다낭에서의 한중 정상회담에 이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한층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한중 양국의 입장 차이로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을 보면 사드 갈등으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가 완전히 녹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사드 보복 결산 지난해 7월 우리 정부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사드 배치 철회 요구가 있었지만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중국 정부는 한류, 관광, 수출 등을 볼모로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사드 보복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였으며 정부의 무지가 그 피해 규모를 더욱 키웠다. 그 당시의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피해가 없을 것이라며 사드로 인한 후폭풍을 안일하게 대처하였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되면 경제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보복을 가한 전례가 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중국에 대한 조금의 이해만 있었더라도 중국의 사드 보복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으로 결코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의 몫이 되었다. 그렇다고 중국의 보복이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된 것은 아니다. 사드 보복 중에도 반도체, 정밀기계 등의 하이테크 품목과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 중간재의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자국의 산업에 큰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드 보복을 진행한 것이다. 이렇게 치밀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부분이 관광산업과 숙박업 및 면세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정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중국인 방문객 감소로 국내 관광업과 숙박업의 매출이 약 7조 4,500억 원 감소하였고 이중 98%가 제주와 서울이라고 한다. 제주의 피해가 결코 적지 않다. 제주의 피해 규모 그렇다면 제주의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제주관광공사에 의하면 2016년도에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의 수가 1,224만 9,959명(77%), 외국인의 수가 360만 3,021명(23%)으로 이중 약 85%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의 수가 중국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제주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2016년도 1인당 소비 지출 규모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이 626,350원으로 내국인의 274,293원보다 월등히 크다. 이 점이 제주도에 있어 중국인 관광객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된다. 1인당 소비 지출을 세분화해서 살펴보자. 역시 제주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참고하였다. 보고서는 관광 관련 주요 업종을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업, 도소매서비스업, 육상운송서비스업, 사업관련 전문서비스업, 문화서비스업, 스포츠 및 오락서비스업으로 구분한 후 내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 규모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소비 지출 규모가 큰 부분이 도소매서비스업으로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 규모가 425,096원으로 내국인의 60,277원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크다. 이에 따라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여행업과 도소매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도소매서비스업 중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의 기여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제주 면세점의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도소매서비스업 이외의 부분은 내국인의 소비가 많은 만큼 역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효과를 톡톡히 보았을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 제주 관광의 다변화가 필요 결국 제주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사드와 같은 외부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도소매서비스업을 이용하는 관광객을 중국인 단체관광객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전적으로 의지하다 보니 이로 인한 병폐도 심각하다. 중국 여행사가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한 후 송객할 때 중국 여행사가 한국 여행사에 송객 수수료를 지급한 것이 정상적이나 제주의 경우 거꾸로 한국 여행사가 중국 여행사에 송객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제주가 지나치게 중국인 단체관광객만을 의지하고 있다는 점과 중국 여행사가 ‘외국 여행사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아웃바운드 여행을 위한 모객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중국 법을 악용하면서 생겨난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관광객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국은 소비력이 높고 인구가 많아 매력적인 시장으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사드 갈등 봉합으로 한중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목멜 것이 아니라 중국인 개별관광객에 초점을 맞추자. 사실 이는 오래전부터 나온 내용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주가 중국인 개별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언론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주를 찾는 중국인 개별관광객이 많지 않으므로 재차 언급하고자 한다. 2014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 객 중 약 60%가 개별 관광객이었고 이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한 대표적인 국가 일본이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하여 중국의 보복을 기회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벌일 당시 자국민의 일본 단체관광을 금지시켰다. 이에 일본은 중국인 개별관광객을 대상으로 일본여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시키는 마케팅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방일 중국인 관광객이 보복 이전보다 증가하는 쾌거를 얻었다. 일본 못지않게 풍부한 관광 자원을 갖고 있는 제주다. 제주가 안 될 이유가 없다. 관광 다변화를 위해 중국인 개별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제주에 자리 잡고 있는 반중 정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도민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내국인에게도 반중 정서가 짙어졌다. 따라서 제주의 관광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주 도청, 관광산업 및 도소매서비스업 관계자는 책임감을 갖고 반중 정서를 해소하고 중국인 관광객, 제주 도민,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공존할 수 있는 관광시장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現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중국인민대학교 재정금융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 新型 中韓 관계를 위한 제언
    저자
    曹世功 (중국 아주태평양학회 조선반도연구회 위원)
    발간호
    2017-73
    [편집자 註] 그동안 경색되었던 한중관계가 조속히 복원될 수 있도록 JPI PeaceNet은 양국간 이해와 소통을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첫 시도로 한중관계의 해빙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신형 한중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중국 아주태평양학회 조선반도연구회 曹 世 功 위원의 제언을 소개한다. JPI PeaceNet을 통하여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한 한중의 솔직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안되기를 기대하며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관계 개선의 첫 걸음 지난 10월 31일 중한 양국은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동시에 발표하여 양국관계가 조속하게 정상적인 발전궤도에 회귀하는 것을 선포하였다. 뒤이어 11월 11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이 각 영역에서의 교류협력을 정상궤도로 복원하도록 추진할 것을 공식 확인하였다. 이것은 그동안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로 동결된 중한관계가 풀리기 시작하고 양국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관계정상화를 실현하여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며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중한 양국은 지정학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공통의 이익을 가진 협력의 동반자이다. 수교 25주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두 나라가 협력하면 쌍방에 다 이로우며, 갈라지면 다 같이 손해를 본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전에 손해를 주고 양국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파괴하여 쌍방관계의 악화를 초래하였는데 이것은 굳게 명심해야 할 심각한 교훈이다. 지금 세계와 지역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불안정하며 여러 가지 도전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중한 양국은 각자가 국가발전이라는 어렵고도 방대한 과제를 직면하고 있고 전쟁을 방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긴박한 과제도 당면하고 있다. 중한관계를 조속히 개선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과 국민의 염원에 부합하고 지역 평화, 안정, 번영에도 유리하다. 양국 최고 정책당국이 대국적 견지에서 장애물을 제거하고 미래를 내다 보며 양국관계를 회복 발전하자는 중대한 결단을 하였다. 이것은 깊고 큰 의의가 있어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다. 중한관계의 복원과 재출발은 양국의 끈질긴 노력과 높은 정치적 지혜의 발휘를 떠나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한국정부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양국관계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3불" (사드 추가배치 않음,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들어가지 않음, 한미일군사동맹 발전 않음)"이라는 입장 표명과 양국 군사당국 채널의 소통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자는 약속까지 정중히 하였다. 중국 측은 한국 측이 보여준 성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적극적인 호응을 해 주기로 하였다. 중국 측은 사드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중한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기존의 입장에서부터 문제 해결과 관계 복원을 병행하자는 것으로 입장을 조정하였다. 이번 중한관계 개선에 관한 합의는 사실상 사드 배치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한국 측이 중국에 대한 전략적 위협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사드 문제를 나중에 해결할 것을 조건으로 중한관계의 조속한 해빙을 치환(置換)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중대한 전략적인 결단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중한 양국이 쌍무관계의 개선에서 다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이 작지 않은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사드 배치가 이미 완성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중국의 전략적 안전에 대한 우려는 아직 현안으로 남아 있다. 언제, 그리고 어떻게 문제를 풀 수 있을지 확실한 보장이 없다. 특히 강조해야 할 것은 사드라는 장애물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중한관계의 완전한 회복 발전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일시 개선하였다 해도 "상처 봉합"에 불과한 것이지 진정한 "병환 완쾌"가 아니다. 병환의 근원이 상존해서 향후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가 없다. 양국관계의 개선방향은 이미 명확하고 "해빙"작업도 시작하였다. 그런데 "석자 얼음이 하루 추위에 언 게 아니듯"이 사드 배치로 발생한 심각한 후유증을 해소하고 중한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은 절대로 일거에 성사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 사드 배치 문제의 완전한 해결뿐만 아니라, 한국 측에서 약속한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과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손상 안한다"는 것 가운데, 어느 하나도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며 수많은 변수들이 남아 있다. 우선 미국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세계적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국을 억제하는 미국의 기본 전략의 중요한 일환으로, 미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미 수많은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국가안보상 고도로 미국을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의 압력과 가능할 수 있는 보복적 조치를 견디어 낼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다. 한국 국내 요소도 등한시 할 수 없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지난 정부는 이미 물러났지만 뿌리가 깊은 한국 보수 세력이 있는데다가 장기간 형성된 친미성향의 정치적 사회풍토도 쉽게 변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문제 해결에 관한 정책 결정들이 강한 반발과 배척을 받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중한 외교부문의 소통 결과가 공포되자 한국 보수 여론은 문재인 정부를 "지나친 양보와 타협", "국격 내놓은 저자세 " 라고 비난하고 야당 측에서 심지어 "굴욕적 외교"라고 공격하였다. 보수 세력의 반발과 방해는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다. 동시에 현행 헌법에 따라 한국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실시하여 문재인이 연임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만약 다음 대선에서 보수정당이 다시 집권하면 사드 문제에 관한 현 정부의 정책과 결정들을 계속 실행할 수 있을지 확언을 못한다. 베트남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회담이 보여주듯이 중한 양국 사이의 단단한 얼음이 이미 깨지고 항로가 일단 개통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항로에 아직 격랑과 험난한 여울이 있을 것이어서 양국은 마음과 힘을 합쳐 여러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여 중한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적극적이고 점진적 해결책 중한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사드 문제를 심각한 교훈으로 삼고 역사와 시대의 대세에 순응하며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과 지역 평화, 안정, 번영의 대국에 입각하여 당면 현실문제와 미래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다스린다는 원칙을 따라 하루속히 사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기초 위에서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신형 관계를 근본적이고 제도적으로 구축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사드 문제의 해결을 서둘러 중한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의 장애물을 조속히 제거해야 할 것이다. 한국 일각에서는 중국이 19차 당대표대회 직후 모든 힘을 현대화 건설의 웅대한 목표 달성에 집중하기 위해 안정적 주변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여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므로 사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단하였다. 이것은 철두철미 오판이고 주관적 염원이다.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은 사드 배치가 지역 내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제3국, 특히 중국의 전략적인 안전을 위협하여 이런 중대한 원칙적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절대로 타협할 수 없고 쓴 열매를 삼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배치가 중대한 이해(利害)적인 문제라고 재차 강조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역사의 검증을 견디어낼 수 있는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분명한 것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이 확고부동하여 한국 측이 사드 배치 문제를 방치하거나 돌아서 피하는 그 어떤 생각도 현실에 동떨어진 환상에 불과하다. 양국에 가장 좋은 방안은 한국 측이 하루빨리 사드 시스템을 철수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측의 사드 배치에 대한 인식에는 아직 본질적 변화가 없고 어려운 내외적 처지에 있어서 당장 속히 명확한 결단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여 "사드문제 해결과 관계개선이 병행"하는 방침을 따라 단계를 밟아서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 단계에서 한국 측은 이미 밝힌 입장과 약속을 실천에 옮기도록 확정적으로 서둘러야 한다. 쌍방은 이미 달성한 합의에 따라 될수록 조속히 양국 군사당국 대화 채널을 시동하고 사드 시스템이 "중국을 겨냥하지 않고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문제부터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면 중국 측의 전략적 우려가 해소되고 쌍방의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여 양국관계의 지속적인 개선과 정상적인 발전의 추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초 위에서 계속 사드 문제의 깨끗한 해결을 하루속히 실현하도록 계속 노력하여 중한관계를 완전한 회복과 건전한 발전의 궤도에 올려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양국은 이번의 경험과 교훈을 총결산하고 고위층 간의 소통과 협상을 강화하여 미래지향적 신형 중한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한 고위층의 상호 왕래와 소통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쌍무관계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지도적 역할을 지니고 있다"며 쌍방이 "다음 단계 양국관계를 발전하기 위한 총체적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향후 중한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여 주었다. 미래지향적 신형 중한관계를 발전하는 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 웅대한 과제를 달성하는 데에는 일련의 여건을 필요로 한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들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쌍방 고위층 간의 상호 왕래 소통과 지도적 역할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양국 정상 간의 상호 방문과 회담이며 이와 동시에 쌍방 담당부문의 고위층 사이의 소통과 상담도 강화해야한다. 이것이 외부 정세의 변화에 관계없이 제도화되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양국관계의 전반적 국면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고리의 장악이다. 즉, 시대발전의 대세에 순응하고 참답게 양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 대외 정책과 안보 정책을 실행하고 상대방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여 정치적 상호 신뢰를 수호, 증진시켜야 한다. 셋째, 양국 간의 실리적이고 호혜적인 전방위 교류 협력을 지속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 국가안전, 국제무대와 지역문제 영역에서의 협력은 물론, 무역 투자 및 과학기술 협력 등을 모두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양국관계의 안전판을 구축하기 위해 경제 무역 관계의 지속적 확대 발전을 특별히 중시해야 하고 보다 큰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넷째, 양국의 민간 교류를 고도로 중시하고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양국 국민간의 친선 유대를 강화하여 양국관계의 국민적 기초를 공고히 해야 한다. 다루어야 할 핵심적 문제 앞서 언급한 중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관한 제언이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상대방의 핵심적인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고 정치적 호상 신뢰를 수호하자"는 것이다. 중한관계 발전에 치명적 충격을 안겨 준 사드 문제에서 보여주듯이 정치적 신뢰는 상대방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해치는 행위로 파괴된 후에는 다른 모든 것들은 더 말할 의미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 사항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중한관계 재출발의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적인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상호 존중하고 정치적 상호 신뢰를 수호하는데 관련하여, 수교 이래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인 안전 이익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중국의 한반도에 관한 정책 가운데 어느 한 조항도 한국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 없다. 한국이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해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최소한도의 정당한 요구로 한국 측이 내버려두고 상관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필자는 한국 측이 지난 정부의 교훈을 명심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가 사드 배치에 관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한 원인이 많지만 안보적으로 대미의 지나친 의존과 시대에 뒤떨어진 "대미 기축외교"를 고수하는 것이 기본적 원인이다. 한편으로 안보적 명맥을 미국에 맡기고 다른 한편 중국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자 중미 사이에서 소위 "선 고른다(選邊)"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만약 이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 撥亂返正하지 않고 계속해, 시대에 뒤떨어진 "대미 기축외교"의 틀에 갇히면 설사 이번 중한관계가 위기를 일시 넘는다 해도 향후 일단 정세가 급변하면 한국 측이 지병(持病)재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고 양국관계가 다시 후퇴하는 역사가 재연될 것이다. 종합적 국력이 신속히 증강함에 따라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도 증가하여 현시점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와 건설적인 역할이 없다면 북핵 문제를 포함한 모든 중대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이 만약 중국을 계속 자국 경제 발전의 촉진제로만 삼고 소위 "안보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적으로 중국에 힘을 빌다"는 옛 길을 고수한다면 필연코 역사적 과오를 범할 것이다. 시대적 변화와 역사적 대세를 명확히 인식하고 객관적 정세와 한국의 근본적 이익에 알맞은 신형 외교 전략과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의 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한미동맹을 포기하라는 것을 절대로 의미하지 않는다. 현 단계 한국은 안보적으로 미국의 지원이 없어서는 안 되는 실정이기 때문에 "자주적이고 실무적인 외교 노선"을 실시할 여건을 아직 갖추지 않고 있다. 이와 동시 실력과 영향력 등 요소의 제한으로 현 국제정치 환경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 중미 양 대국간 진정한 의미상의 "균형 외교"를 추진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 중미 사이 "균형자 외교"를 추진한데 좌절을 당하였다는 것은 이미 보여 주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현 단계 한국이 응당히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것은 국가 종합적인 실력을 증강하는 기초 위에 점진적으로 자립적 국방과 안보를 강화하고 외교의 자주성과 평형성을 증진해 나가는 것이다. 핵심 문제는 중한관계의 전략적 위상을 정확히 인식하고 중미 양 대국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중한관계가 한미관계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대 중국 외교를 보다 더 실질적으로 중시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견해대로 한다면 한국 측이 중미 양 대국과의 관계를 처리함에 있어 중국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손상하지 않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역시 "3불"이란 것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첫째, 한미동맹의 기능을 반도 밖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둘째, 중미간의 전략적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셋째, 중미 사이 어느 한 쪽을 골라서 편향적 지지를 안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중한 사이에서 정치적인 상호 신뢰의 기초가 세워질 수 있고 미래지향적 중한 신형 관계의 발전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정부가 전쟁 재발을 반대하는 명확한 입장을 재차 표명하고 미국이 계획한 한미일 항모 공동연습을 거절하며 미국이 제안한 "인도양, 태평양 전략"에 신중한 태도를 표시하는 등 일련의 행보들은 한국 외교의 방향감각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이것은 한국 신형 외교의 시발점과 전주곡이 될 것인지 주목할 만한 일이다. 11월22일 중한 외교 장관은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관계의 회복 발전에 대한 일련의 공동 인식을 달성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였다. 이번의 중요한 방문을 통해서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속도를 붙이고 중한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고 보다 더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궤도에 오르길 간절히 바란다. 現 중국 아주태평양학회 조선반도연구회 위원, 前 중국경제일보 서울 상주 특파원.
  • 하와이는 왜 핵공격 대피훈련을 하는가?
    저자
    Steven Kim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발간호
    2017-72
      냉전 말기에 미국은 핵 공격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냉전 기간 중 미국과 소련이 전면적인 핵전쟁을 벌이게 될 경우 수백, 수천 개의 핵탄두가 터질 것이기 때문에 지하 대피소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하와이 주 정부는 미국의 주 가운데는 처음으로 북한의 핵 공격의 대비책을 수립하고 대피훈련을 실시하였다. 하와이는 미국의 주 가운데에서 북한에 제일 가깝고, 미국 아태 지역의 군사 본부인 태평양 사령부가 위치하고 있으며, 진주만에는 수십 척의 군함이, 그리고 주요 육군, 공군, 해병대 기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북핵 문제가 군사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하와이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북한에 의한 핵 공격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더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고도화되고 북한의 의도가 불확실한 것을 감안해 핵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 때와는 달리 지금 하와이의 주 정부가 핵 공격 대피훈련을 하는 이유는, 그러한 훈련이 실제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이나 소련처럼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핵 공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제한적 핵 공격 아래서는 핵탄두가 터졌을 때 실내로 신속한 대피만 이루어진다면 방사성 노출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핵탄두가 터진 첫 날에 방사능 수준이 80% 이하로 감소하기 때문에 핵탄두가 터진 후 24시간만 실내에 대피해 있어도 방사능에 대한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반복된 훈련을 통해 핵 공격 시, 즉각 실내에 대피하게 되면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하와이 주 정부 당국의 핵 재난 대비책의 취지이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 호놀룰루 상공에서 핵탄두가 터지게 되면 1만8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5만에서 15만 명의 부상자가 나올 수 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핵미사일이 하와이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약 20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주민들이 약 8분에서 12분 사이에 신속하게 실내로 대피해야만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재난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해야하는 임무를 맡은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 (Hawaii Emergency Management Agency: HEMA)은 자연 재해의 준비태세와 같은 선상에서 7월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행 가능한 핵 공습의 대피 요령을 만들어 배포했다. 15 킬로톤 (kiloton) 핵탄두가 호놀룰루 1000피트 상공에서 터져 반경 8마일에 있는 주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최악의 경우를 가상하고 주민들한테 홍보한 대응 수칙을 요약하자면, 주민들은 2주 정도의 필요한 비상식량을 비치하고, 미사일 공격 사이렌이 울리면 신속하게 실내로 들어가 14일 동안 대피소에 머물면서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만약 야외에서 실내로 대피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땅 바닥에 몸을 바짝 엎드리고 머리를 가려야하며 섬광을 절대로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 방침은 가장 과학적인 최신 정보를 근거로 마련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화성-15형 발사 이전에 기획된 것이지만 12월부터는 매월 1일에 주 전역에 사이렌을 울려 대피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주민들이 신속한 대처 방법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다. 대피 훈련을 반복하면 대피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와이 주 정부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핵 공습의 대비책을 수립하는 데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관광업계는 하와이 비상관리국의 조치가 관광객들의 북한 핵 공습의 두려움을 부추겨 하와이로 여행하는 것을 주저하게 함으로써 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하와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핵 재난에 대비하려는 하와이 정부의 노력이 미국이 북한 핵 공습을 막을 수 있는 자신이 없다는 그릇된 신호를 북한한테 보낸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실제 북한 핵 위험에 비해 과잉 대응이란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하와이 비상관리국은 주민들의 불안을 조성하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 핵 공격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는 한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되며, 핵 재난에 대해 자연 재난과 똑같이 취급해 사전에 준비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정부 당국의 책무라고 밝혔다. 잠정적 사거리가 늘어난 화성-15형 미사일 시험 발사로 인해 미국 본토에 있는 주 정부들도 하와이의 핵 재난 대비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핵 위기가 앞으로 더욱 고조될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주 정부들도 불가피하게 하와이와 같은 핵 재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 실제 핵 공격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하와이 주 정부의 조치는 냉전 이후 잠잠했던 핵공격의 주민 대피 훈련이 전국적으로 주 정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도 주민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를 TV를 통해 홍보를 시작했으며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정부가 국민들한테 어떻게 임박한 미사일 공습을 사전에 알릴 것이며 국민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3월에서 8월 사이에 전국적으로 12개 자치단체들이 북한 미사일이 7분에서 8분 사이에 일본에 도착한다는 것을 가상해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중앙 정부가 도시들과의 재난 통신망을 강화해 보다 신속하게 비상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고 자치단체들은 중앙 정부가 이들 단체들과 효율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세부 방침을 요청한 상태이다. 미국 영토인 괌도 8월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괌 정부가 주민들한테 미사일 공격에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개시했다. 괌에 미군 병사 7천명과 주요 공군, 해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으므로 이 섬을 미군 사령관들은 영구적 항공모함이라고 부를 정도로 괌은 군사 전략 요충지다. 미국 및 일본과 더불어 한국도 북한 핵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당사자로서 북한의 핵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국가와는 달리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가 미비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북한의 연쇄 도발에 대해 이미 깊은 우려를 하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나아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협상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 되고 있는 가운데에서 북한의 핵위협은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핵탄두 등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역설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도 있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미국 국방부 소속 Asia-Pacific Center for Security Studies 부교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역임. Univ.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정치학 학사학위,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학위, Univ.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관심분야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치와 안보, 동아시아 지정학과 다자주의, 소프트 파워 등임.
  • 국제화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 중앙-지방정부의 관계설정과 국제화사업 전략
    저자
    차재권 (부경대학교 부교수)
    발간호
    2017-71
      먼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국제화의 개념부터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화는 국민국가 간의 교류가 단순히 늘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 세계화(globalization)란 개념이다. 하비(David Harvey)에 따르면, 세계화는 국제화가 보여주는 단순한 양적 교류의 확대를 넘어서 근대적인 사회생활이 새롭게 재구성됨으로써 세계사회가 독자적인 차원을 획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글에서 사용하게 될 국제화의 개념은 후자인 세계화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제화와 세계화의 용어를 혼용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세계가 지금과 같은 세계화·국제화를 경험하게 되기까지에는 거의 350여년이 넘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했다. 알려진 대로 1648년 기나긴 30년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웨스트팔리아 조약(Peace of Westphalia)은 근대 국민국가 시대의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를 만들어 냈다. 1648년 이전의 시기는 교황의 교권이 세속의 왕권을 압도하던(물론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인해 많이 약화되어 가고 있긴 했지만) 시대였다. 하지만 30년 전쟁에서 개신교 동맹국들의 승리에 힘입어 새롭게 시작된 시대는 영국,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강대국들이 전쟁에서 패한 신성로마제국의 권위를 딛고 새롭게 국제질서의 강자로 부상하는 시기였다. 바야흐로 최초의 근대적 외교회의를 통해 탄생한 웨스트팔리아 체제로 인해 국가주권의 개념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35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의 거센 흐름 속에 또 다른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근대적인 국민국가의 주권이 국가 간 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국제질서는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다국적(multinational companies: MNCs) 혹은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mpanies: TNCs)의 존재는 이제 더 이상 기업이 국민경제의 좁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수동적 주체가 아니라 경제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였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본주의의 기준을 세계에 강요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입각한 경제와 금융의 세계화는 정치, 문화 등 다른 영역에서 마저 서구적 기준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유사한 생활의 가치와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새로운 글로벌 공동체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정치, 경제, 군사, 안보,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친 변화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 하에서 대외적으로는 독립된 주권행사의 거의 유일한 주체였던 국가, 즉 중앙정부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세계화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현상의 하나인 지방화(localization)가 동시에 진전되면서 세방화(glocalization)라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세방화의 시대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양자 간의 관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세계화·국제화의 진전으로 인해 국가 주권이란 두꺼운 당구공의 외피가 벗겨져 나간 탓에 중앙정부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그 공백을 지방정부가 메워가는 힘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전 세계 후진·개발도상국을 무섭게 휘몰아쳤던 민주화의 물결이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통한 지방화의 움직임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일컬어 혹자는 ‘신중세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절대적 주권에 의존하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에 기반한 웨스트팔리아적 국제관계의 질서는 형해화 되었고 각 주권국가 내부의 지방정부들은 그 무덤 위에 새로운 지방주권의 영토를 확인하는 플래그십(flagship)을 세워나가고 있다. 주권국가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자치능력을 지닌 지방정부는 이제 더 이상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대외적인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국제화가 진전되기 이전에는 외교에 관한 권한이 주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국제적인 교류협력은 국가 간 외교를 통해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세계화·국제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 외교의 무대에는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이들 간의 교류협력의 방법과 내용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국제교류(international exchange),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외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외교(local diplomacy)나 자치외교를 통한 국제관계는 보다 공식적이고 정태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그에 반해 국제교류는 주로 문화적 활동이나 민간차원의 관계 형성을 의미하고, 국제협력은 협력 주체들 간의 사업이나 활동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 지방자치가 중앙집권적 전통에 의해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한 국가의 경우 국제관계 차원의 지방정부의 대외관계 형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의 수준이 아무리 높은 국가라 하더라도 중앙정부는 외교나 군사, 치안 등의 기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위임사무)나 지방정부 스스로 결정한 사무(자치사무)를 수행하게 된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는 확실한 역할 구분이 따르며, 이는 지방자치의 수준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켜지는 준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화가 아무리 급속히 진전된다 하더라도 지방정부가 국가, 즉 중앙정부의 고유한 사무라 할 수 있는 외교나 군사, 치안 등과 같은 영역에서 다른 국가와 대등한 행위자로 행세할 수는 없다. 아무리 지방자치가 발달하고 또 세계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이 외교, 군사, 안보의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세계화·국제화의 시대라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권한 위임에 대한 요구가 지나칠 때 중앙정부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최근 스페인 카탈루니아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사태에서 드러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악화는 그 대표적 사례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어떤 영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지방정부에게 위임되거나 이양된 국제교류협력의 영역인 것인가?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는 지방과 지방 간의 교류협력은 너무도 당연히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협력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의 수준이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교류협력의 내용을 교류형태별로 살펴보면 시민·기업 협력형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협정-선언형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가장 흔히 시도되고 있는 국제교류협력의 형식은 자매결연 및 우호도시 교류이다. 지방정부는 자매결연이나 우호도시 교류라는 비교적 쉬운 국제교류협력사업을 통해 외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정보를 교환하거나, 우호친선을 다지거나, 경제교류, 통상,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그와 같은 국제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은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는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의 변화 추이를 나타낸 자료인데 196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에 국제교류협력은 1980년대와 비교해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는 4.5배 이상,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는 8배 가량 폭증하였다. 2000년대 역시 1990년대와 비교해 큰 폭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현재를 기준으로 볼 때, 세종특별시를 제외한 우리나라 16개 광역시도들이 73개국 1,118개 도시와 1,459건에 이르는 자매결연이나 우호교류협력 등 국제교류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교류협력 대부분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을 상대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589건, 일본 201건, 미국이 163건, 러시아 47건, 베트남 47건, 필리핀 40건, 몽골 36건, 호주 25건, 멕시코 18건, 독일 17건, 대만 16건의 순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이 대부분 중국, 일본, 미국에 집중되고 있고 독일 등 서유럽 국가와의 교류협력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 또한 교류협력 대상의 다양화란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심화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마련된 다층적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의 주요한 행위주체로 다양한 지방외교나 국제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긍정적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급증하는 외국인 이주민들로 인해 새롭게 형성된 다문화사회를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동화시켜 내어야 하는 정책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즉 지방정부에게 있어 세계화·국제화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 또한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화·국제화 시대에 성공적인 지방자치를 이룩하기 위해 지방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시대적 흐름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몇 가지 사항에서 지방정부가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화가 동시에 진전되는 상황에서 누가 그 주도권을 갖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방화는 지방분권이라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적 요구로부터 분출된 것이기에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에서 얻게 되는 공통된 결론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최근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관이 주도하는 형태”로 변질되어 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세방화가 지닌 원래의 의도가 희석되지 않도록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기 어려운 관 주도보다 국제교류의 궁극적인 주체와 수혜자인 지역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능동적 참여를 관에서 뒷받침하는 민간주도의 방식이 바람직하다. 둘째, 지나치게 의욕만 앞선 형식적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보다는 지역특성과 현실에 뿌리를 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추진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자치단체들이 보여준 바와 같은 선심성, 전시행정적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은 이미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프로그램들은 그것이 지닌 비효율성으로 인해 지자체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보다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의 추진에 있어 그것이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냉철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세방화의 개념은 중앙정부와의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이해와 협력을 전제하는 것이며 중앙과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세계화·국제화는 성공할 수 없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이해와 협력의 부재는 추진 중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물론 중앙정부가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에 대한 가능한 지원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진 않는다는 이른바 팔길이의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또한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넘어 국가·지방 경제의 동시 성장이라는 대의의 실현을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중앙정부를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정부가 국제교류협력에 직접 나섰을 때, 제대로 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류 및 협력 당사자 간에 상당한 정도의 신뢰가 전제로 되어야만 한다. 문제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가 형식적인 몇 번의 교류협력으로 쌓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은 신뢰에 바탕을 두어 매우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되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섣부르고, 단기적이며, 형식적인 지방정부의 교류협력 사업이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국가 간 관계까지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화·국제화의 결과이기도 한 다문화 이주민 사회의 중요성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오랜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우리나라는 이제 30만 다문화 가족 인구, 2백만 등록 외국인수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다문화 국가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국제교류협력에 앞서 이들 ‘집토끼’부터 먼저 제대로 관리해서 지방정부의 세계화·국제화의 우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現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Kansas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전공분야는 비교정치이며 (국제)정치경제, 지방정치, IT정치, 여성, 환경 등이 주요 관심분야임. 대표논문으로는 “의회정치에서의 다양한 계층제(hierarchy)의 작동 메커니즘: 4개국 중앙-지방의회 관계 유형 분석을 중심으로”(『세계지역연구논총』 2017), “지방거버넌스의 체제능력 연구: 지역발전적 시각의 적용.”(『시민사회와 NGO』 2015), “수도권·비수도권 간 지역갈등이 통일 및 대북인식에 미친 영향 분석.”(『한국동북아논총』2017) 등이 있으며, 대표저서로는 『지역발전과 지방정치』(세종문화사, 2015),『정치학으로의 산책』(한울아카데미, 2014), 『지방정치학으로의 산책』(한울아카데미, 2012) 등 다수임.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의미와 전망
    저자
    조성권 (한성대학교 교수)
    발간호
    2017-70
    1. 기원과 역사 테러지원국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기원은 1978년 G-7의 본(Bonn) 정상회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회담에서 G-7 국가들은 당시 유행했던 항공기 납치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국제테러를 지원한다고 판단하는 국가들에게 테러지원국이라 명명하고 각종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은 1979년 처음으로 반미국가들인 쿠바와 이란을 지정했다. 북한은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이후 이듬해 처음으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국제테러리즘의 추세는 국가지원 테러에서 테러조직의 독자적 결정에 의해 실행되는 변화를 보였다. 이런 변화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테러정책인 테러조직의 배후라고 판단하는 테러지원국에 대한 제재조치의 강화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더구나 테러지원국들과 교역하려는 EU 국가들과 미국의 갈등은 테러관련 국제공조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1993년 이래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대한 경제제재조치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테러지원국 지정을 추가하지 않고 있었다. 거시적 차원에서 이런 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2008년 북한이 스스로 영변 핵 시설 냉각탑을 폭파했고, 핵 검증의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이 지정을 해제했다. 이런 의미에서 2017년 11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의 재지정은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다. 2. 의미 재지정에 대한 의미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강자의 논리이다. 이것은 먼저 테러의 개념적 정의에서 파생된다. 테러는 그것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관계없이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며 양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는 애국자이며 저격행위를 테러행위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에서 그는 일본 최고의 외교관을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치부할 수 있다. 이런 테러의 이중성으로 인해, 1972년 뮌헨 올림픽 대회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인질로 삼고 살해한 '검은 9월단(Black September)’의 수장이었던 아라파트(Yasser Arafat)가 1993년 이스라엘과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이듬해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테러개념의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1979년 이래 나타난 각종 국제테러행위를 객관적 입장에서 판단하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을까? 아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전형적인 강자의 논리이다. 하나의 사례는 1986년 미국인 하센퍼스(Eugene Hasenfus)가 탑승한 세스나기(일명 "Contra Craft") 격추사건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979년 오르테가(Daniel Ortega)가 이끈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은 당시 소모사 친미독재정권(1937∽1979)을 붕괴시키고 니카라과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미국은 즉시 소모사 독재정권의 잔당을 모아 니카라과 반군(Contras)을 결성하고 비밀리에 무기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좌파건 우파건 게릴라 조직에 대한 무기지원을 금지하는 당시 미국 국내법(1985년의 The Boland Amendment)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였다. 이런 행위의 결정판이 CIA소속의 세스나기 격추사건이다. 이것은 니카라과 반군에게 무기를 공수하고 귀환하는 길에 니카라과 정부군의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면서 후에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확산됐다. 또 다른 사례는 위의 사례와 연관된 이란-콘트라 스캔들이다. 1979년 이란 회교혁명 후 이란주재 美대사관 직원 인질사건(1979/11∽1981/01)을 계기로 미국은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스캔들의 핵심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이란에 비밀리에 그리고 불법적으로 무기를 지원한 것이다(BBC News, 2004/06/06). 구체적으로 말하면, 1980년 미국 대선과정에서 레이건 진영의 선거캠프는 이스라엘을 통해 이란 인질사태에 대한 비밀협상을 추진했다. 협상의 핵심내용은 인질을 석방하는 대신 당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이란에 이스라엘을 통해 미국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원래 팔레비(Mohammad Pahlavi: 재위 1953∽1979) 친미독재정권 동안 이란의 무기체계는 미국제였기 때문에 이란은 당시 고전 중이었던 이라크와의 전쟁(1980∽1988)에서 미국제 무기지원이 절실했던 것이다. 판매방식은 우선 이스라엘이 보유한 미국제 무기를 불법적으로 이란에게 제공하고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합법적으로 무기를 다시 제공하는 간접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에 무기를 비싸게 팔고 남은 이득의 일부분을 레이건 행정부는 콘트라스 반군에 불법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알제리에서 인질협상(Algiers Accords)은 성공하여 미국인 인질을 일찍 석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건 선거캠프는 이란 혁명정부에게 1981년 1월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인질을 석방하도록 요청했다.1) 한편 1985년 말부터 NSC의 노스(Oliver North) 중령은 테러지원국인 이란에 대한 불법 무기지원을 이스라엘을 통한 간접방식보다 이란에게 직접 미국제 무기를 팔고 그 대금의 일부분을 콘트라스 반군에게 지원하는 직접방식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이란-이라크 전쟁의 8년 동안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라크를 지원했고 비공식적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이란을 지원했다.2) 결국 레이건 행정부(1981~1988)는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No deal with terrorists)"는 미국 대테러정책의 제1원칙을 공공연히 천명했지만 이를 위반하고 테러지원국인 이란은 물론 테러단체인 콘트라스에게 미국제 무기를 제공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국내법을 위반하면서 테러지원국과 테러조직을 지원했으니 미국은 스스로 테러지원국에 지정됐어야 했다. 둘째, 강자의 논리는 정치적 논리로 유도된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지정과 해제는 기본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재량사항이다. 북한에 대한 재지정 이슈는 2008년 해제된 이후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런 실험들은 미국 국무부도 인정했듯이 재지정을 위한 법적 근거를 충족하지 못한다. 2017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핵심적 이유의 하나로 “북한은 해외 암살 등 국제테러 범죄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소니사 해킹사건과 김정남 암살사건을 염두에 둔 듯하다. 만일 이런 이유로 테러지원국을 지정한다면 1988년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영공에서 미 해군의 미사일 공격에 의한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결국 미국의 숨은 의도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래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핵무장의 해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정치적 논리로 귀결된다. 또한 이 때문에 국무부 대테러조정관이었던 쉬핸(Michael Sheehan)은 테러지원국 리스트의 융통성을 제기하면서 명단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음을 시인했다(USA Today, 2000/04/13). 셋째, 정치적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범죄적 논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살인정권(murderous regime)’이라고 명명했다. 이것은 지극히 미국적 사고이다. 미국은 90년대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대미 테러공격을 범죄행위와 동일시 해왔다. 왜냐하면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쟁을 유발하는 테러 개념의 이중성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테러는 정치적 행위와 범죄적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 두 가지의 이중적 의미에서 필요에 따라 정치적 행위를 없애고 범죄적 행위만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를 기초로 미국은 북한을 포함한 테러지원국을 ‘나쁜 국가,’ ‘악의 국가,’ 혹은 살인정권으로 묘사하고 강조함으로써 누구라도 혐오하는 인류의 공적으로 낙인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범죄적 논리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논리와 연계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범죄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국가와 경제적 교류를 하는 국가도 마찬가지로 범죄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범죄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의 상관관계는 미국의 테러지원국에 대한 거의 모든 제재들이 바로 경제적 제재라는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테러지원국은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적성국교역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등에 따라 무기판매 및 수출 금지, 엄격한 수출 통제, 경제원조 금지, 차관 제공 금지 등 각종 경제적 규제를 받는다. 이와 같은 미국의 경제적 제재조치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게 미국의 경제적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향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잇달아 북한과 경제적 단절을 추진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위의 네 가지 논리들이 함축된 의도라고 평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존스(Mark Jones) 박사가 “美외교정책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美국익에 위반하는 국가들에 대해 취하는 소위 ‘제재중독증’이다”라고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한 지적이다.3)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핵심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대외정책의 도구라는 사실이다. 3. 전망 재지정에 대한 향후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제재의 효과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을 포함한 한국의 많은 학자들이 지적했듯이 제재의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수차례의 핵 및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유엔안보리의 각종 결의안들(1998년 UNSCR 1214, 1999년 1267 & 1269, 2000년 1333, 2001년 1363 & 1368)을 통해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8년 해제이후에 북한의 지속적인 핵 및 미사일 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난 10년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재지정이 문재인 정부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내의 일부 반발을 봉쇄하고, 장래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사전에 견제하며, 중국의 대북한 지원을 가능한 차단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이다. 한마디로 재지정은 대북정책에서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의 노선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선택의 폭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고 있었던 김대중 정부(1998~2002)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의 일환으로 북미수교와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척되었다. 이 때문에 클린턴 행정부(1993~2000)는 김대중 정부의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대북 햇볕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 사업이나 개성공단이 등장하면서 남북관계는 상당히 호전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2001~2008)가 등장하면서 비록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지만 대외정책의 초점은 글로벌 차원의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2003~2007)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진척되면서 남북관계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외적인 상황은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대북 유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획기적인 대북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냉각기가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평창 올림픽 대회에 비록 북한이 참가하는 비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하더라고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여 일본이나 미국을 위협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배제하고 독자적인 군사행동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재지정은 장래 대북 군사적 공격의 사전조치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인이 역임하는 국방장관에 매티스(James “Mad Dog” Mattis)를 임명했다. 비록 매티스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는 2013년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중부군사령관으로 재직했을 때 이란 핵협상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유화적인 태도를 비난하면서 해임되었던 강경파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 군사행동의 가능성은 김정은 개인의 제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군사적 수단의 사례는 1986년 레이건 행정부(1981~1988)에서 실행된 항공모함의 전투기를 동원한 리비아 기습공습이다. 미국은 '테러계획에 대한 사전 예방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시 리비아 국가 원수였던 카다피(Muammar al- Qaddafi: 1942~2011)에 대한 살해 기도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언제든지 외교적 수단의 하나로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이다. ----- 1) Rod Lenahan, Crippled Eagle: A Historical Perspective Of U.S. Special Operations 1976-1996. Narwhal Press, 1988, pp.183∽184. 2)반공정책에 종속된 레이건 행정부의 비극은 결국 스캔들을 조사할 대통령위원회(The Presidential Commission: 소위 "Tower Commission")가 결성되고 스캔들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국가안보보좌관 포인덱스터(John Poindexter: 재임 1985∽1986), 국방장관 와인버거(Caspar Weinberger: 재임 1981∽1987), CIA 국장 케이시(William Casey: 1987년 조사 직전 사망), 그리고 대통령직속기관인 NSC의 임원인 노스 중령 등이 기소되며 막을 내렸다. 3)Mark Jones, “The Certification Process and the Drug War,”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Organized Crime 13-1, http://oicj.acsp.uic.edu/spearmint/public/pubs/oc/co130119.cfm 現 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 미국 Univ. of New Mexico 석사 및 박사 취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선임연구원, 주요 저서로는 『세계화와 인간안보』(2005, 공저), 『초국가적 조직범죄와 통합안보』(2011), 『마약의 역사』(2012) 그리고 최근 논문으로는 “21세기 전염병과 보건안보”(2015), “21세기 생물테러와 복합안보”(2016) 등이 있음.
  • Liberal International Order under Strain and Regionalism in East Asia
    저자
    Jinwoo Choi (Professor of Hanyang University)
    발간호
    2017-69
      Is liberal international order (defined as an open economic system and multilateral governance) in retreat? Is the spectre of the 1930s coming back to haunt the world again? Such apprehensions are reinforced by the perception that nationalism, protectionism, isolationism, and unilateralism are on the rise in different parts of the world, as epitomized by the Brexit referendum, election of Donald Trump as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worrisome strides by far-right populist parties in Europe.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was a political product underpinned by the American hegemony, which was supported by the Western alliance during the Cold War period and extended to rest of the world in the post-Cold War era. Hegemony involves at least three elements: capacity, willingness, and common social purposes. It is a legitimate question to ask whether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is coming to an end, now that, first, the American hegemony is in decline (while the power of China is on the surge, for example), and second, America itself, the hegemon of the day, is turning away from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Then, will the trend of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as a complement to it, be reversed? Globalization means overall increase in the freedom of movement of goods, services, capital, labor, ideas, and culture assisted by the development of transport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whereas regionalism is a part of, and a reaction to, globalization at the same time. One can say that regionalism is globalization on a small scale. What is going to happen to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Maybe it is a mere wishful thinking, but my hunch is that the return of the 1930s is unlikely, and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will stay here not only in the long run, and if managed carefully and prudently, it could also gain some steam in the short run. First, on the structural level, I would like to point out two factors that work in favor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he biggest difference between now and the 1930s is the level of institutionalization. Unlike in the 1930s, dense networks of cooperation among nations underpinned by myriad of institutional mechanism are deeply entrenched not only on the global level but also on the regional and bilateral level in various areas such as trade, finance, security, technology, environment, and migration. As pointed by Robert Keohane, while the existence of a hegemon is necessary to create an open economic system, once in place, the institutional arrangements and the habits of cooperation it spawns stick there even if the hegemon is not operative. Second, while it is true that China is rapidly becoming a challenger to hegemonic America, it is doubtful that China at the moment really aspires to take the status of global hegemony and reverse the trend of globalization. For the moment, China seems more interested in being as a regional hegemon in East Asia, which the US is not yet keen to acknowledge. Moreover, China is also the biggest beneficiary of globalization. There were several occasions wherein the talk of the decline of American power was in vogue: the launch of Sputnik by the Soviet Union in 1957; the breakdown of the Brettonwoods system and the breakout of Watergate scandal in the 1970s; and the rise of Japan in the 1980s. The US bounced back every time and still remains as the preponderant power although a feeling of fatigue about the role of world police may be settling in. It therefore seems premature to predict that the US is in an irreparable course of decline. As long as the US hegemony persists,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will not easily recede. Furthermore, even if the US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recoils from liberal international order, it would not lead other countries to follow suit. Rather, it would give other countries an incentive to preserve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more vigorously because that is in their interests. Even Britain made its determination public that it would become a “global UK” rather than retreat into isolation from Europe and the rest of the world. However, the survival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cannot be taken for granted. These days, issues of globalization and regional integration tend to be highly politicized in domestic politics, as recently shown in Europe, the US, and Korea. Regional integration is getting increasingly difficult because it enters the realm of mass politics, while in the past it was largely an elite affair. The reasons for the intensified politicization seem to be twofold: distribution and emotion. There is a perception that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as its little brother, are the culprits for the worsening of wealth distribution. Many countries in the world are experiencing prolonged economic recession or “growth without employment,” resulting in high unemployment rate and polarization in income and employment. True or not (because technological development is also responsible for radical reorganization of industrial structure), the distributional issues should be addressed in earnest. Maybe it is time for regionalism 3.0. European integration in the 1950s and 1960s and the attempts of the countries and regions in other parts of the globe that followed suit was regionalism 1.0, and regionalism in the 1980s and 1990s, characterized by the “relaunch of Europe” and renewed efforts for regionalism in various parts of the world in lieu of the end of the Cold War was regionalism 2.0. Regional integration is in nature market friendly, so the phenomenon of market failure is very likely, worsening of inequality being one of the thorniest issues. Regionalism 3.0 should take redistribution seriously and must be equipped with an adequate compensation mechanism. Otherwise, popular dissent is likely. To confine the scope of discussion to East Asia, the biggest challenge for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would be the nationalist sentiments. Even in Europe, where nationalism was believed to be almost moribund, it is coming back. In East Asia, nationalism has always been well and alive and remains as a cherished political ideology due to the colonial past many countries in this region experienced, with historical memory being reproduced and reinforced. In East Asia, the notion of nationalism is almost equivalent to sovereignty and national autonomy, which is not very conducive for regionalism because regionalism involves transfer of sovereignty and limits on autonomy. Then, the question is, how do we tame nationalism in East Asia. It is a daunting task, given the eagerness of politicians to use them as a convenient tool for raising their political standing. To avoid nationalism as an obstacle to regionalism, East Asian countries should first concentrate on highly technical issues as stipulated in the functionalist logic, which worked pretty well in Europe for some time. Furthermore, it is necessary to build a bi-partisan support and make the issue politically less divisive, as broad consensus on European integration among major political parties in EU member countries helped greatly the integration project go along. In addition, a logic that reconciles the alleged contradiction between nationalism and regionalism is required, as in the case of Europe wherein regional integration was an effort to “rescue nation-states” (regionalism as an extension of nationalism or two norms as mutually reinforcing). Above all, it is important to keep discourses on regional integration going, no matter how gloomy the prospects for regionalism turn to be. Just as nation-states are “imagined communities” in the first place, a regional community could come into reality only when it is imagined, debated, and attempted. Hence, more occasions like today’s gathering will be helpful. Jinwoo Choi joined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Hanyang University in 1999 and has been the Dean of the College of Social Sciences from 2014 to 2016. He was the president of the Kore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in 2015, and also served as the president of the Korean Society for Contemporary European Studies in 2010. As a specialist in international relations and European affairs, he published numerous works on theories of regional integration, policies of the EU, EU’s foreign relations, comparison of regional integration in Europe and East Asia, and etc. Currently he leads a research project fund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focusing on politics of culture encompassing such issues as otherness, identity, nationalism, multiculturalism, migration, and etc.
  • EU는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을 할 수 있을까?
    저자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발간호
    2017-68
                                        1. 미-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2. 예비적 조건 3.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 4. 마무리 1. 미-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장-자크 루소의 표현을 빗대자면 한반도는 지금, 비록 ‘전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전쟁 상태’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1) 지난 8월 5일 미국의 맥 마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사흘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계속될 경우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맞서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2) 그러자 북한은 같은 날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륙 간 탄도 미사일 화성 12호로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괌 주변에 포위사격을 할 수도 있다고 맞대응하였다. 그리고 9월 3일, 마침내 북한은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같은 달 19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을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군사 옵션이 있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였고,3) 트럼프 대통령은 UN총회 연설에서 “우리 스스로와 동맹국의 안전을 위해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totally destroy North Korea)”고 발언하였다.4) 9월 23일 미국의 전략 폭격기 B-1B랜서가 F-15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동해안 국제 공역을 비행하자, 이틀 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UN플라자 호텔에서 “트럼프의 행동은 선전 포고”라고 분개하였다.5) 격하게 주고받던 양측의 설전은 11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북한의 도발이 잠잠해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선 듯하지만, 같은 시기 미국 항공모함들이 동해에서 동맹국들과 해상 훈련을 함으로써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6) 한반도 주변 4강이 북한의 도발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들 못지않은 강력한 힘과 의지를 가진 EU의 태도다. EU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이슈와는 성격이 다른 안보 문제 — 테러리즘, 북아프리카 및 중동 불안, 난민, 분리·독립 — 에 직면해 있다. 또한 지정학적 거리감으로 북한발 핵위기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EU는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위기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8월에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미국의 대북군사옵션’에 대한 입장 발언이 있었고,7) 9월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이란과의 협상 경험을 인용하였다.8) EU 수준에서 볼 때, 2017년 8월~11월 중순 기준 대외관계청(EEAS)이 발표한 성명 및 언론 보도자료 중에서 북한이 언급된 공식 문건만 23건에 이른다. EU는 북한의 핵실험 및 핵확산 위협에 대하여 수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인권 탄압을 주시하고 있으며 경제 제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EU는 한반도 위기에 관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북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외교적 해법은 충분히 구사하고 있는가? 그뿐 아니라 군사적 옵션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그만한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만약 그들이 군사 전략을 사용할 경우 그 가능성은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 2. 예비적 조건 대외정책에서 군사작전은 최후의 선택지이다. 하물며 단일 국가가 아닌 EU가 한반도 유사시에 군사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검토해야 할 조건들이 훨씬 많다. 첫째, 군사적 수단은 외교적/경제적 수단 이후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EU는 명확히 알고 있다. 평화유지활동이든, 경찰력이든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사전에 외교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예비 조치들이 충분히, 적절하게 취해졌는지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어떤 규범적 조치도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없애거나 줄이는 데 무의미하며 오직 군사적 수단만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안정을 위한 해법이라는 총의(consensus)가 따라야 한다. 둘째, 군사적 수단을 고려할 때, EU는 다시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하나는, EU가 충분한 군사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여기에는 물질적 조건(예산, 병력의 구성, 그리고 지휘 및 작전 수행 매뉴얼)과 비물질적 조건(원칙, 정치적 의지)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내부 조건(실무적 관리 능력)과 외부 조건(국제사회에서의 정당성 확보와 지지)으로 다시 세분화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EU의 군사적 수단이 채택 가능해졌을 경우라도 이를 실천으로 옮기려는 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EU의 작전 수행 경험, 한국이나 미국 등 관련국과의 협력 수준, 그리고 제3국과의 협력 가능성, 정치 지도력 등에 따라 변수를 낳게 된다. 또한 군사작전 완료 후의 손익 계산과 작전 이후 예측되는 명성효과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3.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 1) EU의 대북 외교: 징벌적 접근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EU의 공식적인 대북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UN에서 취해진 대북 결의안(1718) 및 그 후속 결의안들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역시 UN에서 취해지는 대북 인권 조치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먼저, EU는 UN이 취하고 있는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자동 실천 조치(autonomous measures)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UN안보리 결의는 EU에 자동 적용된다. EU의 대북정책 중에서 적어도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해서만큼은, ‘UN화(UN-ization)’되어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EU는 2007, 2013,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각료 이사회(The Council) 수준의 대북 제재 조치(2차례의 결정, 1차례의 규칙 제정)를 취하여 UN의 조치를 보다 구체화하였다. 이들 조치는 크게 수출입 품목 제한, 금융거래 제한, 이동 수단(transport)의 제한 등으로 구분되며,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 및 북한인들의 거주 등도 제한하고 있다.9) 한편, EU는 2005년 이후 매년 일본과 함께 UN에 대북 인권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게다가 2013년부터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단순히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권고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등 관찰과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EU 대북 외교 조치가 성공적인지는 의문이다. 2006년 이후 EU의 대북외교는 UN의 결의로 수렴되거나 혹은 UN을 통한 접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즉, 창의적 접근은 안보인다. 앞서 언급된 조치들을 고려해 볼 때 규범적 수준에서 EU는 충분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오로지 징벌적 성격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EU의 제재와 인권 개선 요구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규범 행위자로서 적절할지 모르나, 외교의 내용이 그것만으로 채워져 있다면 그것으로 외교적 수단이 충분히 구사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징벌적 접근은 정의(正義)관에 입각해 판단될 수는 있으나, 한편으로는 외교의 폭과 미래 전략을 스스로 제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범적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는 여전히 선택의 공간에 남아 있다. 예컨대, 1997년 KEDO의 경수로 사업 참여와 2001년 이후 봇물처럼 시작된 북한과의 수교처럼 교류와 대화의 외교가 주었던 경험이 어떤 조건 속에서 등장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U에게는 그들과는 다른 지역의 “특수한 지리적, 주제별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주는 길잡이(pathfinder)로서의 책임이 필요하다.10) 그러한 책임은 정치적 감각과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향후 EU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규범적 책무와 더불어 정치적 책무를 어떻게 외교력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는 그동안 EU의 외교가 규범적으로 충분했던 것을 넘어 정치적으로 충분함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조건이 된다. 2) 군사적 수단의 고려 외교적 해법의 빈 공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EU가 군사적 선택을 전혀 고려치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단언할 수는 없다. EU는 국제사회에서 경제, 사회, 문화뿐 아니라 정치와 군사 부분에서도 이미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U는 이미 2000년 이후 수많은 평화유지 활동 임무와 군사작전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EU가 아무런 군사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관심하기보다 그들이 국제사회에서 안보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기대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물질적/비물직전 조건을 먼저 살펴보고, 이어서 이행 가능성의 조건들을 구분하여 살펴본다. (1) 물질적 조건 물질적 조건은 방위 예산, 병력의 구성, 그리고 작전 단계 등에서 EU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따라 가늠된다. 더구나 EU는 단일 국가가 아니라 통합 과정이 진행 중인 지구상의 유일한 특수정치공동체다. 따라서 글로벌 단일 행위자로서 자리매김하려는 브뤼셀의 관리들은 그들의 존재감을 재현시키면서 이에 대한 평가를 끊임없이 내놓는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는 그들의 실천적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첫째, 유럽은 예산상으로나 기술적으로 지구상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버금가는 군사 역량을 가진 행위자다. 금액으로 보자면, 2016년 기준 EU 주요 7개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액은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러시아나 일본을 훨씬 앞선다. 세계 2위 방위비 지출국인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 세계 국가 중 군사비 지출이 의미 있게 늘고 있는 곳 역시 미국, 중국과 더불어 유럽을 꼽는다.11) 보다 의미 있는 것은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중 유럽 국가가 5개국(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거래량을 모두 합쳤을 경우 세계 무기 거래량의 25.5%를 차지하여 미국(30%)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에 이른다.12) 둘째, 글로벌 행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EU는 통합 군사력의 구축을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EU가 군사 옵션을 실제 가능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 혹은 장롱 속 설계도에 불과한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EU는 리스본 조약 TEU 42조 6항에 따라 상설군사 조직을 구축 중이다. 대표적으로 2007년에 창설된 각 1,500명으로 구성된 18개의 ‘EU전투단(EU Battlegroup)’은 상비군을 예비하는 시험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통합군 창설과 운영은 향후 전개될 미래의 도전 — 테러리즘, 중동 및 아프리카 위기 — 에 대한 준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핵, 장거리 미사일, 화학무기 등 북한발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이 글로벌 차원의 도전으로 판단될 경우, 이는 EU가 외교안보 및 군사정책을 재점검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NATO의 예산 편성 논란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는 EU는 최근 독자적인 방위군 운영에 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개 EU 회원국 중 23개국은 11월 13일 브뤼셀에서 모여 공동군대(European Army) 창설에 합의하고 2020년 이후 매년 5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여 군대의 해외 훈련 허브를 구축하고 최첨단 무기 구입을 지원하기로 하였다.13) 셋째, 예산과 편제에도 불구하고 EU가 군사력에 대해 의심받는 것은 실전에서 전투단보다는 개별 프로그램에 따라 설치된 특별군이 군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EU는 특별군을 일관되게 운영할 조직과 지침을 두고 있어 효율성 누수를 막고 있다. EU의 임무 추진 매뉴얼에 따르면, 우선, 각료 이사회와 모든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군의 활동(missions and operations) 개시에 관한 결정이 내려진다. 이어서 그 결정에 따라 모든 병력과 병참은 회원국들이 제공한다.14) 그리고 그 임무는 각료 이사회와 외교 대표의 권한 아래 두되 각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정치안보위원회가 구성되어 단계별 작전을 통제하며 전략 방향을 정한다. 작전과 활동은 단일 지휘체계에 따르지만, 특별군인 만큼 각 임무마다 사령관은 별도로 정해진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다음 절에서 보듯이 EU의 군사활동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2) 비물질적 조건 만약, EU가 북한의 핵위협을 유럽의 외교안보 이슈로 진지하게 다루고자 한다면, 그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첫째, 가장 거시적으로 보자면 우선 리스본 조약의 TEU 29조에서 찾을 것이다.15) 동 조약은 EU가 안보 차원에서 ‘지역적 혹은 주제별 특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고, 회원국들은 EU의 입장(positions)을 따를 것(conform)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동아시아의 한반도 위기는 지역적 조건이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실험 및 확산 위협은 특수 문제로서 충분한 검토 대상이 된다. 둘째, 중범위 혹은 미시적으로 보면, EU는 공동 안보 방위정책과 관련하여 다룰 수 있는 분야를 정책 아젠다로 제시하고 있다. 목표는 유럽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외부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인도주의적 구조, 분쟁 예방 및 평화유지, 위기관리를 위한 병력파견, 공동군축, 군사교관 제고, 분쟁 이후 안정화 조치 등으로 드러난다.16) 말하자면, 군사력이 단지 전투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억지를 위한 평화유지 등 다양한 활동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도 EU의 대북정책은 인권 개선 요구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에 집중되어 있다. EU의 군사력이 한반도에 사용될 경우 그것은 전투 행위가 아닌 다양한 분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U는 평화유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가장 많이 한 행위자이기도 하다. 2003년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첫 경찰력을 투입한 이후 EU는 지난 15년간 공동안보 및 방위정책(CSDP)을 실현하기 위해 3개 대륙에서 34개의 작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중에서 민간 작전이 아닌 순수 군 작전은 11개에 달하며 6개 작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17) 한반도 유사시 EU의 역할이 드러날 수 있는 예(例)가 된다. 셋째, EU의 제3국과의 협력의지가 중요하다. 다만, 이는 상대와 어떤 협력적 관계인지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변이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느냐, 책임 분담의 여력은 어디까지 나눌 것인가에 따라 다르다. EU는 그들의 군사활동에 제3국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EU가 18개국과 맺은 ‘참여협정(Framework Participation Agreement: FPA)’은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한 공동의 협력을 의미한다. 2014년에 체결(2016년 발효)된 ‘한국-EU 간 위기관리활동협정(agreement of crisis management operations)’도 이 중의 하나다. 이는 리스본 조약 TEU 21조에 따른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위하여 제3국과의 협력을 규정한 조항에 의거한 활동이다. 여기에는 또한 안전보장(2항 a)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안보에 관한 해석이 폭넓게 해석될 경우, 지역 안보 수호에 관한 양측의 협력이 가능해지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위기관리 협정은 EU의 활동에 한국이 참여하는 형식을 띠고 있으므로18) 한국은 보조자에 머문다. 실제로 동협정은 EU가 주도하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한국의 참여가 주된 원인이었고 문건의 내용도 공동작전 시 재원 분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EU가 수행하는 군사작전을 양측이 함께 할 여지를 두었다는 것은 안보분야에서 공통의 눈높이를 가지고 있으며, 다음 단계의 군사적 협력을 보다 쉽게 하는 지지대가 됨을 의미한다. 3) 실천의지 만약 EU가 한반도를 안보위협의 중요대상으로 보고 군사작전을 수행할 자원과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실천의지가 없다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실천의지는 경험을 통한 자신감에서 많은 것을 얻으므로 EU가 한반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경우 어떤 경험을 토대로 전략을 짤 것인지도 선택의 관건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관계의 당사자인 미국과의 연합훈련을 한 특수한 경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제3국에서 평화유지 등 작전을 수행한 일반적 경험이다. (1) 연합훈련 EU 회원국 중 22개국은 동시에 NATO 회원국이기도 하다. 때문에 EU 회원국과 NATO의 중심국인 미국과의 연합훈련은 드물지 않게 열리는 데 〈표 2〉와 같다. 이들 훈련의 대부분은 유사시 혹은 대(對)러시아 방어를 위한 중동부 유럽 국가의 전력 증강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반도 유사시와 같은 원거리 지역에 대한 군사력 파견과는 큰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연합훈련은 장비와 지휘체계에서 군사적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을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공동작전에 대한 경험과 실천의지를 높인다. 예컨대 매년 실시되는 콤바인트 엔데버(Combined Endeavor) 훈련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상호호환성을 점검하는 훈련이다. 여기에는 지휘—전달—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 등 협력과 관련된 모든 수단들이 훈련의 대상이 된다. 올해 3월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실시된 얼라이드 스피리트(Allied Spirit) 7차 훈련은 NATO 회원국과 협력국가 등 총 15개국에서 3,000명 이상의 자원이 훈련에 참여하였는데, 이 훈련의 목적 역시 야전 운영에서 상호호환성의 점검이었다. (2) 몇 가지 사례 〈그림 1〉에서 본 것처럼 2000년대 이후 EU의 해외 군사작전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이 중에서 비교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EU의 작전은, 2003년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일명 Artemis 작전)이다. 2차 내전이 끝난 콩고는 우간다군이 물러난 북서부 지역에서 군벌들이 이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민간인을 비롯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되었다. UN은 결의안 1484호를 채택하여 이 지역의 난민 캠프와 공항 등을 방어하기 위해 다국적군의 편성을 요청하였다. EU는 프랑스의 지휘 아래 6월 12일 2,000명의 병력을 콩고의 북동쪽 부니아(Bunia)에 파견하여 사태를 수습하였고 동년 9월 후속 임무를 UN에 이양하였다. 무엇보다 이 작전이 의미를 갖는 것은 ‘인도주의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의 성공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또한 EU가 미국 및 NATO의 자원에 의지하지 않고 전적으로 자신들만의 힘으로 군사 개입 작전을 펼쳤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EU의 군사활동에 관한 예산 편성, 지휘부 구성, 작전 운용 등에서 큰 경험적 성과를 안겨 주었다.19)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유럽과 한국도 최근 연합훈련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20) 2017년 2월, 아덴만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의 4천4백 톤급 최영함이 소말리아 해안에서 EU의 NAVFOR와 작전(작전명 Atlanta)을 수행한 것이다.21) 이 작전은 UN안보리 결의 1373, 1838, 1846, 1851 등에 따라 2008~18년 동안 실시되는 해적소탕 작전의 일부였다. 내년에도 한국군의 참여 가능성이 높으며,22) 또한 양국 간 맺어진 위기관리 협정 발효 후 실전 적용 사례이기도 하다. 이 작전의 평가 결과에 따라 EU와 한국군 간의 향후 과제도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한국군-EU군의 군사훈련이 시도되었다는 것은 해적소탕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EU가 아시아에서 위기관리 협정(FPA)을 맺고 싶어하는 가장 적극적인 국가가 한국 외에 일본이라는 사실이다.23) 오히려 일본이 FPA 체결에 소극적이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아프리카의 해적소탕 작전에 수차례 참여하여 EU와의 군사협력에서 큰 장점을 찾지 못할 뿐 아니라, 자위대의 성격에 비추어 EU와의 군사협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24) 그러나 일본의 안보 관심사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해양안보라는 점은 EU와의 관심사와 일치하므로 주시해야 한다. 4. 마무리 EU의 대북정책은 제제와 압박을 기조로 하되, 외교적 해법을 가장 최우선의 정책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향후 한반도 위기의 전개에 따라 외교적 선택뿐 아니라 군사적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군사적 선택이 가능해지더라도 공세적 접근보다는 안정화에 주목할 것이다. EU의 외교적 선택과 군사적 선택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11월 7일 워싱턴 DC를 방문한 모게리니 EU고등외교 대표는 NATO가 주목해야 할 협력의 범위로 사이버 안보, 복합형 위협(hybrid threats), 해양안보, 시리아 위기를 언급하면서, 마지막에는 북한의 핵위협에 깊은 우려를 표하였다. 물론,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대북정책에서 EU의 외교적 해법이 실천적으로 무엇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오로지 징벌적 접근으로 단선화되지 않는 정치적 접근이 필요하다. EU는 지난 2015년 6월 평양에서 제14차 정치대화를 진행한 바 있다. 대화 내용이 상세히 무엇인지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지속적인 접근은 EU외교의 빈 공간을 채우는 노력으로 향후 지속될 필요가 있다. 둘째, EU의 외교안보 지침은 철저하게 UN과 공유하고 있다. 즉, 평화유지 활동 및 인도주의적 개입을 포함한 EU의 글로벌 안보 전략은 UN의 결정과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UN을 통한 정당성 확보는 EU의 외교적/군사적 선택의 중요한 잣대다. 셋째, 글로벌 차원에서 EU의 외교안보 역량과 개입 범위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는 자원, 지휘체계, 경험과 성과, 실천의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착되고 있다. EU는 이미 아프리카 및 중동의 안보 위기에서 평화유지자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가와의 상호호환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위기뿐 아니라 동아시아 및 기타 지역의 정세불안이 글로벌 차원의 안정에 도전이 된다고 생각할 경우, EU는 자신의 책임을 그곳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넷째, EU가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는 전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 및 확대와 관련이 있다. 2016년 6월에 발표한 “외교안보에 관한 EU의 글로벌 전략”에서는 한반도 위기를 ‘핵확산의 금지(non-proliferation)’로 간명하게 표현한바 있다.25) 바꿔 말하면, WMD와 관련된 것이라면 계속 주시하면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무기의 개발과 도입은 그 주체가 한국일 경우라도 EU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는 핵을 이용한 억지력 증강 논란이 실천될 경우, EU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섯째, 한반도 위기와 관련하여 군사작전을 적극적으로 미리 고려하는 EU의 지도자는 아직 없다. 모게리니 고등외교 대표는 NATO와의 관계 재설정에 집중하면서 EU의 독자적 방위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한반도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다. EU 지도자들의 현재 분위기는 이란 핵 협정을 북한에 준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EU는 규범적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과는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한반도에서 군사임무를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반도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먼저 감지되면 EU는 평화유지 활동을 비롯한 보다 다양한 군사활동을 고려할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규범적인 자기 제한 영역을 둘 것이다. 물론 그러한 군사적 선택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외교적 해법의 빈 공간을 채워야 하고, UN 등 국제 사회의 결의, 자원 확보, 지휘체계의 구성, 연합훈련의 완숙도 그리고 미국 및 한국 등 관련국들과의 협력 합의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과 단계를 모두 거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것은 한반도 위기 해소가 그러한 조건의 완숙보다 앞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 1) 루소의 ‘전쟁’ 및 ‘전쟁 상태’ 개념에 대한 비교는 다음 참조. Jean-Jacques Rousseau, L’état de guerre (Arles: Actes Sud, 2000); 김용구, 『영구평화를 위한 외로운 산책자의 꿈』(원, 2001). 2) The New York Times, “Trump Threatens North Korea With ‘Fire and Fury’,” https://www.nytimes.com/video/us/politics/100000005346140/north-korea-trump-threat-fire-fury.html 3) Reuters, “Mattis hints at military options on North Korea but offers no details,” Sep. 19, 2017. 4) NBCNews, “Trump: U.S. May Have No Choice But to ‘Totally Destroy North Korea,” Sep. 19, 2017. 5) The New York Times(by Reuters), “North Korea Says U.S. ‘Declared War,’ Warns It Could Shoot Down U.S. Bombers,” Sep. 25, 2017. https://www.nytimes.com/reuters/2017/09/25/world/asia/25reuters-northkorea-missiles.html?mcubz=3 6) 중앙일보, “미 항공모함 3척, 한반도 해역서 사상 첫 연합훈련,” 2017년 11월 9일. 7) JTBC, “독일 "미국 지지하지 않을 수도"…대북 군사옵션 경계,”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511916 8) Le Monde “ONU : Macron défend une vision du monde aux antipodes de celle de Trump,” 19.09.2017; CNN, “North Korea, Macron calls on Trump to honor Iran nuclear deal,” http://edition.cnn.com/2017/09/19/world/macron-north-korea-iran-amanpour-interview/index.html 9) EEAS, “EU-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relations,” Brussels, 27 Feb.2017. 10) EU가 북한의 핵위협을 외교안보 이슈로 다룰 수 있는 근거는 ‘특수한 지리적, 주제별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규정한 리스본 조약 TEU 29조에 있다. 11) SIPRI, “전 세계 군사비 지출: 미국과 유럽은 증가, 원유 수출국은 감소,” Press Release 24 April 2017. 12)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16,” SIPRI Fact Sheet, February 2017. 13) EEAS Press, “Defence cooperation: 23 member states sign joint notification on the 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 (PESCO),” 11 Nov. 2017. 14) 민간의 활동은 EU의 외교안보(CFSP) 예산에서 지출 되나, 군사활동은 각 회원국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15) The Council Decision, concerning restrictive measures against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nd repealing Decision 2010/800/CFSP, 22 April 2013. 16) EU Battlegroup, https://eeas.europa.eu/headquarters/headquarters-homepage/33557/eu-battlegroups_en 17) EU Missions and Operations: As part of the EU’s Common Security and Defence Policy, https://eeas.europa.eu/sites/eeas/files/csdp_missions_and_operations_factsheet.pdf 18) 원문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The Republic of Korea may accept the invitation by the Union and offer its contribution...,” Office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L 166/3, 5 June, 2014. 19) Catherine Gegout, “Causes and Consequences of the EU’s Military Intervene in the DRC: A Realist Explanation,” European Foreign Affairs Review, 10, 427-443, 2005. 20) EU Navfor, “The European Union Welcomes Contribution of Republic of Korea Warship Choi Young to EU Naval Force’s Counter-Piracy Operation in the Gulf of Aden,” http://eunavfor.eu/the-european-union-welcomes-contribution-of-republic-of-korea-warship-choi-young-to-eu-naval-forces-counter-piracy-operation-in-the-gulf-of-aden/ 21) 국방일보, “청해부대, EU 대해적작전 첫 참가,” 2017년 3월 5일. 22) 국방일보, “아덴만 철벽 수호, 1100여 선박 안전 호송 180일,” 2017년 7월 10일. 23) The Council, EU-Japan Summit –State of play of preparations, 27 June 2017. 24) Pierre Minard, “The EU, Japan and SOuth Korea: Mutual Recognition between Different Partners,” GRIP, Brussels, 18 Sep. 2014. 25) EEAS, “Shared Vision, Common Action: A Stronger Europe-A Global Strategy for the EU’s Foreign and Security Policy,” June, 2016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 2017 일본총선 이후 한일관계와 동북아질서
    저자
    전진호 (광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발간호
    2017-67
                                        1. 2017 일본총선 분석 2. 총선 이후 한일관계 전망 3. G2의 대립과 동북아질서의 재편 1. 2017 일본총선 분석 지난 10월 치러진 일본총선(중의원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체의석 465석 중 284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연립정권을 구성중인 공명당의 의석(29석)을 더하면 여당은 헌법 개정이 가능한 전체의석의 3분의 2 의석인 310석을 넘은 313석을 확보했다.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55석을,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제2야당인 희망의 당은 50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중의원 해산 직후 야당의 통합이 추진되면서 자민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를 한때 위협하기도 했지만, 야당의 통합이 무산되며 자민당은 무난히 절대안정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이후 치러진 5차례의 국정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으며,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3선에 성공할 경우 2021년까지 총리를 계속할 수 있는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야당의 분열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전체 298개 소선거구 중 야당후보가 2명 이상인 야당분열구가 226개 선거구에 달했으며, 여야가 1:1로 격돌한 선거구는 57개 선거구에 불과했다. 고이케 도쿄 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과 민주당에서 독자적인 세력으로 독립한 입헌민주당의 대립은 자민당의 단독과반수 획득에 기여했다. 야당의 분열로 자민당에 대한 반대표가 분산되어 자민당은 소선거구의 4분의 3 이상에서 당선자를 냈다. 자민당의 압승은 선거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이미 예측되었으며, 열세로 예상되었던 도쿄와 도호쿠(東北)에서도 승리했다. 야당의 분열에 더해 아베노믹스의 성과 등 아베 정권에 대한 좋은 평가와 북한의 핵실험 등에 의한 북풍이 자민당의 압승에 기여했다. 총선 이후 자민당은 총선 직전과 비슷한 의석을 확보했지만,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급등했다. 아베 총리와 부인의 사학법인과의 유착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년 3월 53%였던 내각 지지율이 35%까지 급락했다. 지지율 하락에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총선거로 응수했고, 총선 후 지지율은 다시 50%대를 회복했다. 지지율 회복으로 아베 총리는 추진 중이었던 개헌을 밀어붙일 동력을 다시 얻었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라는 승부에서 아베 총리는 승리했다. 2. 총선 이후 한일관계 전망 자민당의 압승으로 선거는 끝났지만 당분간 한일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일본 국내 정치적인 이유에서다. 향후 1-2년 헌법 개정이 일본정치의 중심에 위치할 것이며, 특히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재가 재선임 된다면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헌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한국의 입장에서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2015년의 위안부 합의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고 천명하였고, 위안부 합의를 검증하는 태스크포스(TF)를 외교부에 설치하였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양국의 국내문제로 한국도 일본도 관계개선을 시도할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 중국방문을 발표했고, 내년 방일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 한중일 정상회의도 추진되고 있어 문 대통령이 언제 방일할 것인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늦어도 평창 올림픽을 전후해서는 방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의 방일 이전에 어떠한 형태로든 위안부 합의에 대한 검증이 끝나 우리의 대응방안이 확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2018년은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공동선언은 양국 간 대화채널의 확충, 국제사회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협력, 경제분야에서의 협력관계 강화,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 국민교류 및 문화교류의 증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한일관계가 냉각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자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이 어떠한 미래가치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새로운 버전의 공동선언이 가능할 것이다. 위안부 합의 문제, 북핵 및 대북정책 등에 대해 양국이 합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내용을 새로운 공동선언에 담는 작업은 결코 용이해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현 아키히토(明仁) 천황이 2019년 3월(혹은 4월) 말에 퇴위하고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황위를 계승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며, 퇴위하는 아키히토 천황을 방한하게 하여 과거사 문제해결에 기여하게 하자는 주장도 있다. 아키히토 천황은 방한을 희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아키히토 천황이 퇴위하기 전에 방한하는 카드를 어떻게 양국관계 발전에 활용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다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천황의 방한 이전에 한일의 미래가치에 대한 양국의 합의가 선행돼야하기 때문에 천황의 방한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3. G2의 대립과 동북아질서의 재편 2017년은 한반도 주변국가의 리더십이 변화하는 해였다. 1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으며, 5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중국에서는 10월에 1기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시진핑 2기가 시작되었으며, 아베 총리는 총선에서 압승하며 11월 4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렇듯 강력해진 국내 지지기반을 배경으로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가 모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먼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일관계를 보면, 아베 총리는 트럼트 대통령과의 친밀한 정상간 관계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군사적 역할을 증대시키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 역시 미일동맹의 강화를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며,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는 미일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중일이 대립하는 기본구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일관계는 일정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양국은 갈등관계의 지속이 양국 모두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 정상의 상호방문을 통해 관계정상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1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맞이하여 아베 총리의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방일이 모색되고 있다. 한중일 3국관계도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기로 되어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5년 11월의 서울회의 후, 한중 사드갈등과 한국의 탄핵정국 등으로 회의가 미뤄져 왔다. 2017년 시진핑 주석은 강력한 2기 집권을 시작했고, 아베 총리도 총선을 통해 국민의 재신임을 받았다.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까지 한중일 3국은 강력해진 국내적 지지기반 위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중일 3국관계의 안정은 북핵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일동맹의 강화가 ‘미일’ 대 ‘중러’라는 새로운 대립구도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와 연결한 ‘해양연대’를 구축하여 중국을 봉쇄하려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제국들과 연대한 ‘대륙연대’를 활용해 미일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구도가 고착화되면 가장 힘든 상항에 놓이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대립구도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복합외교, 균형외교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본 축으로 하고, 그 위에 한중일의 경제, 안보대화를 촉진하고, 더 나아가 북핵 및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한미중 회담이나 남북한과 중미의 4자회담과 같은 동북아의 중층적 다자체제를 추구해야 한다. 북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 다양한 다자 및 양자관계를 연결하는 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동북아질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1. 2017 일본총선 분석 2. 총선 이후 한일관계 전망 3. G2의 대립과 동북아질서의 재편 1. 2017 일본총선 분석 지난 10월 치러진 일본총선(중의원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체의석 465석 중 284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연립정권을 구성중인 공명당의 의석(29석)을 더하면 여당은 헌법 개정이 가능한 전체의석의 3분의 2 의석인 310석을 넘은 313석을 확보했다.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55석을,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제2야당인 희망의 당은 50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중의원 해산 직후 야당의 통합이 추진되면서 자민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를 한때 위협하기도 했지만, 야당의 통합이 무산되며 자민당은 무난히 절대안정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이후 치러진 5차례의 국정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으며,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3선에 성공할 경우 2021년까지 총리를 계속할 수 있는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야당의 분열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전체 298개 소선거구 중 야당후보가 2명 이상인 야당분열구가 226개 선거구에 달했으며, 여야가 1:1로 격돌한 선거구는 57개 선거구에 불과했다. 고이케 도쿄 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과 민주당에서 독자적인 세력으로 독립한 입헌민주당의 대립은 자민당의 단독과반수 획득에 기여했다. 야당의 분열로 자민당에 대한 반대표가 분산되어 자민당은 소선거구의 4분의 3 이상에서 당선자를 냈다. 자민당의 압승은 선거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이미 예측되었으며, 열세로 예상되었던 도쿄와 도호쿠(東北)에서도 승리했다. 야당의 분열에 더해 아베노믹스의 성과 등 아베 정권에 대한 좋은 평가와 북한의 핵실험 등에 의한 북풍이 자민당의 압승에 기여했다. 총선 이후 자민당은 총선 직전과 비슷한 의석을 확보했지만,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급등했다. 아베 총리와 부인의 사학법인과의 유착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년 3월 53%였던 내각 지지율이 35%까지 급락했다. 지지율 하락에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총선거로 응수했고, 총선 후 지지율은 다시 50%대를 회복했다. 지지율 회복으로 아베 총리는 추진 중이었던 개헌을 밀어붙일 동력을 다시 얻었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라는 승부에서 아베 총리는 승리했다. 2. 총선 이후 한일관계 전망 자민당의 압승으로 선거는 끝났지만 당분간 한일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일본 국내 정치적인 이유에서다. 향후 1-2년 헌법 개정이 일본정치의 중심에 위치할 것이며, 특히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재가 재선임 된다면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헌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한국의 입장에서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2015년의 위안부 합의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고 천명하였고, 위안부 합의를 검증하는 태스크포스(TF)를 외교부에 설치하였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양국의 국내문제로 한국도 일본도 관계개선을 시도할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 중국방문을 발표했고, 내년 방일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 한중일 정상회의도 추진되고 있어 문 대통령이 언제 방일할 것인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늦어도 평창 올림픽을 전후해서는 방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의 방일 이전에 어떠한 형태로든 위안부 합의에 대한 검증이 끝나 우리의 대응방안이 확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2018년은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공동선언은 양국 간 대화채널의 확충, 국제사회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협력, 경제분야에서의 협력관계 강화,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 국민교류 및 문화교류의 증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한일관계가 냉각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자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이 어떠한 미래가치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새로운 버전의 공동선언이 가능할 것이다. 위안부 합의 문제, 북핵 및 대북정책 등에 대해 양국이 합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내용을 새로운 공동선언에 담는 작업은 결코 용이해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현 아키히토(明仁) 천황이 2019년 3월(혹은 4월) 말에 퇴위하고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황위를 계승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며, 퇴위하는 아키히토 천황을 방한하게 하여 과거사 문제해결에 기여하게 하자는 주장도 있다. 아키히토 천황은 방한을 희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아키히토 천황이 퇴위하기 전에 방한하는 카드를 어떻게 양국관계 발전에 활용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다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천황의 방한 이전에 한일의 미래가치에 대한 양국의 합의가 선행돼야하기 때문에 천황의 방한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3. G2의 대립과 동북아질서의 재편 2017년은 한반도 주변국가의 리더십이 변화하는 해였다. 1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으며, 5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중국에서는 10월에 1기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시진핑 2기가 시작되었으며, 아베 총리는 총선에서 압승하며 11월 4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렇듯 강력해진 국내 지지기반을 배경으로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가 모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먼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일관계를 보면, 아베 총리는 트럼트 대통령과의 친밀한 정상간 관계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군사적 역할을 증대시키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 역시 미일동맹의 강화를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며,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는 미일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중일이 대립하는 기본구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일관계는 일정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양국은 갈등관계의 지속이 양국 모두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 정상의 상호방문을 통해 관계정상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1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맞이하여 아베 총리의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방일이 모색되고 있다. 한중일 3국관계도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기로 되어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5년 11월의 서울회의 후, 한중 사드갈등과 한국의 탄핵정국 등으로 회의가 미뤄져 왔다. 2017년 시진핑 주석은 강력한 2기 집권을 시작했고, 아베 총리도 총선을 통해 국민의 재신임을 받았다.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까지 한중일 3국은 강력해진 국내적 지지기반 위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중일 3국관계의 안정은 북핵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일동맹의 강화가 ‘미일’ 대 ‘중러’라는 새로운 대립구도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와 연결한 ‘해양연대’를 구축하여 중국을 봉쇄하려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제국들과 연대한 ‘대륙연대’를 활용해 미일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구도가 고착화되면 가장 힘든 상항에 놓이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대립구도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복합외교, 균형외교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본 축으로 하고, 그 위에 한중일의 경제, 안보대화를 촉진하고, 더 나아가 북핵 및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한미중 회담이나 남북한과 중미의 4자회담과 같은 동북아의 중층적 다자체제를 추구해야 한다. 북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 다양한 다자 및 양자관계를 연결하는 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동북아질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 동아시아 다자협력 구도의 변화: 중국의 공세와 미국의 후퇴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7-66
      국제정치에서 다자협의체의 구성은 ‘힘에 의한 질서’가 아니라 ‘규범과 협력에 의한 평화와 공존’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 또는 이상주의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관념에 기초해있다. 나아가서, 일국일표주의라는 국제사회에서는 국가의 국력이 아니라, 국가들 사이의 평등주의와 이에 기초한 대등한 대표권을 인정하는 의회주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우월성을 갖추고 있다. 다자협의체를 통한 국제질서가 가지는 이러한 장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공동체 구성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이제 동아시아에서도 그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실험하는 단계에 들어가 있다. 아시아에서 다자협의체 구상의 태동은 역사적으로 1960년대까지 올라가지만 실질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탈냉전 이후 동아시아에 새로운 협의체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면서이다. 동아시아에서 탈냉전 이후 지속적으로 다자협력이 추진되고 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다자협력을 공동의 선을 위한 다자협력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세력대결에 있어서 양국이 다자협력을 외교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멤버십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양자관계의 중복된 협력관계를 통해서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동아시아 다자협력체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을 중심으로 아시아라는 지리적 정체성에 기초한 폐쇄적 다자협력을 선호한다. 이에 반해서 미국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를 중심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이라는 확대된 정체성을 가진 포괄적 다자협력을 선호한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다자주의와 중국의 다자주의는 공동의 목표를 찾아가는 협력의 과정이 아니라 이익의 균형과 세력의 균형을 추구하는 외교정책의 수단에 불과하다. 미국은 동남아에서 미국의 포함과 협조를 강조하는 호주, 일본, 인도네시아를 협력 파트너로 다자주의 맴버십 게임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배제와 견제에 중점을 두는 말레이시아와 미얀마를 파트너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의 구도를 보여 왔던 측면이 있다. 미국이 배제된 형태로 추진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에 대하여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와 같은 미국에게 호의적인 나라들이 직접 나서서 역외국가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지배적 역할을 견제하였다. 동아시아 국가만으로 구성된 경제협의체인 (EAEG: East Asian Economic Group)와 이러한 배타성을 조정하여 회원국의 범위를 확대한 동아시아 경제협의체(EAEC: East Asia Economic Caucus)가 대표적인 동아시아 다자협력의 경쟁구도였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일어나는 미국의 봉쇄정책에 맞서 다자주의에 더욱 적극적인 형태로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오바마 흔적 지우기의 일환으로 2017년 1월 30일 미국이 주도해왔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TPP)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함에 따라 미국의 역할이 축소되고 중국은 주도적으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을 통해 역내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ASEAN 10개국에 추가하여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포함하여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APEC에서 일대일로(One Road One Belt) 전략을 발표하고 이를 위한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에 서유럽국가를 포함해서 세계의 47개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금융질서를 구축하여 미국 중심의 IMF의 지배구조를 개혁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최근에 나타나는 중국의 다자주의 공세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질서 형성은 물론 국제 금융질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할 뿐 아니라 국제질서 전반에 대하여 미국에 대한 주도권 경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읽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미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 등을 전제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참여해줄 것을 제안하는 새로운 대중국 다자협력구도를 제안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다자주의 제안이 회원국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G2의 패권경쟁을 위한 회원국의 동원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 미국은 세계의 질서를 담보하는 경찰국가라는 공감대를 얻어 현재 패권국의 역할을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중국은 AIIB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이 제시하는 다자주의가 회원국 사이에 회원국 공동의 이익을 위한 제도이며 중국이 “공동이익의 보증인”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동의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선별적인 파트너 관계를 설정하겠다던 한국의 선택이 복잡해지는 대목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