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전체 28

  • [JPI PeaceNet] 코로나 19 팬데믹과 미중관계
    저자
    강수정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발간호
    2020-18
    1.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미중관계의 변화1)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40년간 유지되었던 ‘키신저 질서’ 하에서 대중국 ‘관여(engagement)’와 미·중 간 ‘협력(cooperation)’에 중점을 두었던 미국의 대중국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했다. 1970년대 초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관계를 중재했던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른바 ‘키신저 질서(Kissinger order)’는 197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의 종식과 미국과 중국의 화해로 형성된 아시아에서의 미·중 간 협력 체제를 의미한다. 키신저 질서의 기본 전제는 미·중 간 협력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며,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하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용인했고, 중국은 그 질서 속에서 혜택을 누리며 경제적 발전을 이루는 대가로 미국이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군사동맹을 맺고 미군을 주둔시키며 역내 지배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미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의 부상을 용인하고 심지어 촉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편입시켜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이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가 되도록 독려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적 믿음과 중국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최대 수혜자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질서를 전복하려할 이유가 없으며 미국과 중국의 상대적인 국력의 차이에서 미국의 우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인식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인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대중국 정책의 전환을 추동했다. 아시아에서 키신저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이 이미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에 도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쟁’의 개념을 미중관계의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보고서는 이러한 대중국 인식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었다.2) 이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경쟁의 신(新)시대가 도래하였다고 보고, 중국을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국제질서를 형성하기를 원하는 ‘현상변경 세력(revisionist power)’이자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미·중 간 국력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점진적으로 커져온 미국 사회의 대중국 위협인식을 투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국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경쟁’에 초점을 맞춰 대중국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했고, 무역전쟁을 기점으로 일련의 실질적 조치들을 통해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마찰은 지난 40여 년간 유지되어온 ‘키신저 질서’가 해체되고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20년 1월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발발 18개월 만에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하면서 일단 휴전 상태로 접어들긴 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1단계 합의가 미·중 갈등 봉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며, 미·중 간 갈등의 쟁점들은 2, 3단계에서 더욱 치열하게 다뤄질 것으로 진단한다. 2. 코로나 19(COVID-19)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대응 이처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COVID-19) 팬데믹(pandemic, 전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도전은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인 중국의 국가적 위기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국제적 리더쉽을 검증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중관계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작년 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코로나 19가 최초로 발병한지 2달여 만에 중국에서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감염자 수가 8만 명을 넘어섰고,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는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포한데 이어 3월 11일에는 코로나 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강력한 봉쇄 및 통제 조치를 실행한 결과 3월에 들어서면서 중국 내 코로나 19 확산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에, 미국에서는 지역사회로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였다(과 참조). 미국은 3월 26일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된 데 이어, 4월 11일에는 미국의 코로나 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이탈리아를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국가가 되었다.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 수 코로나 19 누적 사망자 수 중국과 미국은 모두 코로나 19에 대한 초기 대응에 있어서 오점을 드러냈다. 중국은 발생 초기에 코로나 19가 사람 간 전염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관련 정보의 공개를 차단하고 통제함으로써 전염병 확산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흡한 초기 대응으로 인해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급속하게 확산되자 다급해진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서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1월 23일 우한시에 대한 전면적인 도시 봉쇄를 시작으로 후베이성 외에도 14개 성·시에서 통행금지, 대중교통 운행중지, 학교·직장 폐쇄 조치 등 봉쇄 또는 봉쇄에 준하는 폐쇄적 관리 조치에 들어갔다.3) 이러한 조치들이 더 이상의 급격한 확산을 막는 데에 효과를 발휘하면서 중국 정부는 서둘러 자국의 방역 경험을 ‘성공’으로 포장하기 시작했지만,4) 인권과 자유,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의 측면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코로나 19 대응 모델로 평가받기에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발생 초기 방역 실패로 감염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정보 은폐 및 부실 대응에 대한 대내외적인 논란과 비판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국내적 안정을 회복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서유럽 등 서구 선진국들도 초기 방역에 실패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여 그 수가 중국을 넘어서면서 중국이 일정 부분 상대적인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는 측면이 있다. 다른 한편, 미국은 중국에서의 최초 발병 이후 2달여간 미국 내 지역사회로의 확산에 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증 확산의 심각성을 경시한 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초기 방역 실패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늑장 대응 논란에 관한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마다 제출되는 미 정보기관의 ‘대통령 일일 보고’(President's Daily Brief)5)가 1월과 2월에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그 심각성을 평가절하했다고 보도했다.6)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반박하고 나섰지만, 추후에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초기 대응 실패의 원인이 주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 양국은 이처럼 코로나 19의 확산에 따른 국가적 보건 위기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내부적 취약성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보건 안보 위기에 대응하여 국제 협력을 이끄는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도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여지없이 나타나면서, 국제공조가 필요한 사안에 주도적으로 나서 각국의 협조를 끌어내던 이전 미 행정부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유럽 내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미국이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유럽발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유럽연합의 비판을 받았다.7)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WHO가 마련한 코로나 19 백신의 평등한 분배를 위한 국제정상회의에 불참한데 이어, 중국 편향성 등의 이유를 들어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하였다.8) 뿐만 아니라, 같은 달 24일 코로나 19의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공평한 분배를 보장하기 위해 WHO의 주도로 프랑스·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이 참가하여 출범한 국제 이니셔티브에도 미국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9) 지난 5월 4일에는 EU 집행위원회의 주도로 코로나 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모금 행사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는데, 40여 개국이 참석해 자금 지원을 약속한 데 반해 미국은 이유를 밝히지 않고 불참했다.10)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보건 안보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제공조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이러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백신 개발과 분배를 둘러싼 경쟁에서 글로벌 쟁탈전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11) 반면에, 중국 정부는 코로나 19의 중국 내 확산이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자국의 방역 경험을 다른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의료 협력과 지원을 약속하는 등 활발한 보건 외교를 전개하면서 코로나 19 진원지 논란과 초기 대응 실패로 훼손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고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틈타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은 WHO에 2,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전 세계 13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 의료용 마스크, 방호복, 진단 키트 등의 의료 물자를 제공했으며, 이탈리아, 이란, 이라크,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등에 의료 지원팀도 파견했다. 하지만 중국이 지원하거나 수출한 마스크와 진단 키트 등의 의료 물품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대량 반품 사태가 벌어지면서, 오히려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고 중국산 물품에 대한 보이콧과 반중 정서가 확산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3. 코로나 19 확산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간 여론전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미·중 양국은 전 세계적인 보건 안보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국제적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보다는 오히려 코로나 19의 진원지와 책임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는데 치중하면서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대규모의 인명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19의 최초 발원지와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 동시에 발생 초기 그 위험성과 전염성에 대한 은폐 및 축소, 부실 대응에 대한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에 대한 ‘책임론’과 국제적인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책임론을 제기하며 연일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에 코로나 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12)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에 금전적 징벌을 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뿐 아니라 새로운 비관세 장벽 또는 경제제재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13)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 19 확산의 책임을 중국에게 돌림으로써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을 분산시키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미국 내 여론조사(2020.03.03.-29)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코로나 19의 미국 내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3월 3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면,14)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응답자의 비율이 전체의 66%로 이 기관이 2005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에,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6%로 2년 연속 최저치를 보였다(참조). 민주당원과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 중에서는 62%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한 반면에,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7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참조). 수전 손턴(Susan Thornton)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중국 때리기는 워싱턴 정가에서 언제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전술이었다며,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정치권에서 이러한 미국 내 ‘반중 정서’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중국책임론은 중국 체제의 위기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개방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포함하고 있어, 중국 체제에 대한 외부적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며 애국주의를 부추겨온 중국 지도부로서는 자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국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즉, 중국 지도부는 국내정치적으로 체제 정당성을 유지하고 외부적 도전에 대항하여 국내 여론을 결집시키기 위해 코로나 19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은 중국 정부가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음으로써 국제사회가 전염병을 방제할 시간을 벌어줬지만 미국 정부가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으로 인한 초기 방역 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함으로써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코로나 19의 진원지와 확산의 책임을 놓고 미국과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15) 이러한 코로나 19 발원과 확산의 책임을 둘러싼 미중 간의 신경전은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응하여 유엔과 같은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국제적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도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유엔은 그동안 보건 안보 이슈와 관련된 국제적 논의와 대응을 주도해왔으며, 2013-15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에볼라 위기 시에도 유엔 안보리가 선두에 서서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주도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코로나 19 위기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는 아직까지 어떠한 결의안이나 의장 성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이 코로나 19의 진원지로서 중국을 적시하는 문안이 결의안 또는 의장 성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미중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안보리 내 합의를 이루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보리 내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중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안보리 차원에서 별도의 결의나 조치 등이 논의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16) 이처럼 미·중 간 심화된 경쟁과 갈등 속에서 국제 공조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쉽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이러한 국제적 현상에 대해 “코로나 19에 대응하여 싸우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세계가 한데 뭉쳐야하는 상황인데도 국제사회는 분열되어있고 국제 공조를 이끌 지도자가 없어 리더십 부재와 결여 현상이 명백하다”고 지적한다.17) 4. 향후 미중관계 전망 이처럼 미·중 양국 지도부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 하에서 전개되고 있는 코로나 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간 여론전은 상호 간의 불신과 적대감을 고조시키면서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중심으로 중국이 코로나 19의 발원지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발생 초기 그 전염성과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확산을 촉진시켰다는 중국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중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증대되었다( &;;;;;;; 참조).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중국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초기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게 떠넘기려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에 대한 불신과 극단적인 반미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18)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첨예한 상호 공방 속에서 양국 간 체제·가치·이념의 이질성이 보다 명확히 드러나면서 불신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결국 이러한 상호 간의 불신과 반목은 미중 간 세력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더 나아가 양국 간의 체제·이데올로기 경쟁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인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 자료 출처: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미국 내 여론조사(2020.03.03.-29) 설문 문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문제와 관련해 바람직한 일을 하고 있다고 신뢰하는가? 미국은 이미 동맹국들 및 우방국들과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대한 중국책임론과 관련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반중 기류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19) 독일,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책임론에 가세하여 코로나 19의 발생 원인과 관련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중국에 요구하면서 국제적 조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하고 있으며,20) 유럽연합(EU)도 5월 18∼19일 열리는 WHO 총회에서 코로나 19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독립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중국은 러시아와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과 관련한 양국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중국책임론’에 맞서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21) 이처럼 코로나 19 발생과 확산의 책임을 놓고 미국과 그 우방국들을 중심으로 중국책임론과 반중 기류가 강화되고 이에 중국이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며 맞대응에 나서면서, 신냉전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관계 전망에 있어서 미·중 간 경쟁을 넘어서 ‘대립 시나리오(confrontational scenario)’들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이 지난 40여 년간의 평화와 안정 속 성장과 번영의 시대를 뒤로하고 글로벌 패권을 놓고 공개적으로 경쟁하면서, 전 세계가 글로벌 가치사슬체계의 양분화, 이데올로기와 가치의 진영화, 군비 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신냉전(New Cold War)” 혹은 “냉전 2.0”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부는 미·중 간 갈등이 통상 문제를 넘어 글로벌 가치사슬, 군사안보, 체제·이데올로기 영역으로까지 비화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정치·경제·안보 영역에서 미·중 간 편 가르기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지역 국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정책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점차 양쪽으로 나뉘어 진영화되는 신냉전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미·중 간 ‘협력’과 ‘협업’ 중심의 낙관적 전망이 단기간에 부활할 가능성은 낮고, 향후 미·중 간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경쟁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미중관계의 긴장이 빈번하게 고조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는 미٠중 간 전략적 경쟁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미·중 간 경쟁이 점차 표면화되고 격화될수록, 한국은 미·중으로부터 각종 외교·안보적 현안들에서 지속적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전략적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러한 선택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내실화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수호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전략적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질서와 안보구조의 지각 변동을 추동하고 있는 미중관계의 변화와 그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여 이에 대비한 한국의 장기적인 지역전략과 보다 정교한 생존방정식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이 부분은 강수정, “미중 관계와 동아시아 안보정세 전망,” 『성균차이나브리프』, 제8권 제2호(2020), pp.83-88의 일부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임 2)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Washington DC: The White House, December 2017: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17/12/NSS-Final-12-18-2017-0905-2.pdf 3) “十四个省市启动突发公共卫生事件一级响应,” 『北京青年报』, 2020.01.24. 4) “세계 팬데믹 와중에 중국 코로나19 예방 퇴치 성공 경험 만방에 과시,” 『뉴스핌』, 2020.03.12. 5) '대통령 일일 보고'(President's Daily Brief)는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기밀 일일 국제정세 보고서로, 주요 국제정세 및 안보 위협 사안을 담고 있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DNI)이 보고서 작성을 총괄하고 있다. 6) “President’s intelligence briefing book repeatedly cited virus threat,” The Washington Post, 2020.04.27. 7) “EU, 트럼프 '유럽발 입국 금지'에 "일방적 조치" 비판,” 『연합뉴스』, 2020.03.12. 8) “트럼프, WHO 자금지원 중단…"기본책무 실패 반드시 책임물어야",” 『연합뉴스』, 2020.04.15. 9) “백신회의 빠지고 유엔 결의 막고…리더십 버린 미국에 동맹 좌절,” 『매일경제』, 2020.05.10. 10)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에 코로나19 백신 쟁탈전 우려,” 『연합뉴스』, 2020.05.05. 11) Nahal Toosi and Natasha Bertrand, “Fears rise that Trump will incite a global vaccine brawl,” Politico, 2020.05.03. 12) “트럼프 "중국 우한 실험실이 발원지"…코로나관세 부과 검토,” 『매일경제』, 2020.05.01. 13) Keith Johnson, “As If Things Aren’t Bad Enough, Trump Mulls Fresh Trade War With China,” Foreign Policy, 2020.05.04. 14)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여론조사는 18세 이상의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3월 3일∼29일에 진행되었고, 표본오차는 ±3.7%이다. Kat Devlin, Laura Silver, and Chiristine Huang, “U.S. Views of China Increasingly Negative Amid Coronavirus Outbreak,” April 21, 2020: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0/04/21/u-s-views-of-china-increasingly-negative-amid-coronavirus-outbreak/ 15) “화춘잉, 美 일각 코로나19 발발 중국 책임론 주장에 “책임 떠넘기지 마라,” 『인민망』 2020.04.01. 16) 오영주, “코로나 19 시대: 글로벌 거버넌스와 다자주의의 역할” IFANS Focus, 2020.04.08. 17) "유엔 사무총장 "국제사회 이끌 리더십 없다,” 『파이낸셜 뉴스』, 2020.05.02. 18) “중국 온건파 지식인들, 코로나19에 반미정서 거세지자 자제 촉구,” 『연합뉴스』, 2020.04.16. 19) "美, '中 책임론'에 동맹국 동참 압박…EU도 '국제 조사' 촉구,” 『연합뉴스』, 2020.05.06. 20) “美·英·佛 책임론 압박 속…메르켈 "中, 코로나 원인 공개해야,” 『중앙일보』 2020.04.21.; “중국, 호주의 코로나 근원조사 언급에 발끈…'경제보복' 경고,” 『연합뉴스』, 2020.04.29. 21) “중러 정상, 美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제기에 공동 대응,” 『연합뉴스』, 2020.04.17.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現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전공으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영국 노팅험대학교(University of Nottingham)에서 중국정치외교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정치와 국제관계이고, 주요 논문으로는 “Domestic Bureaucratic Politics and Chinese Foreign Policy,”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2014), “중국인들의 민주(民主)에 대한 인식,” (2019) , "불간섭 정책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논쟁과 실용주의적 접근," (2019) 등이 있음
  • [JPI PeaceNet] 중국의 새로운 경기부양책 ‘신인프라(新基建)’: 국면 전환에 성공할 것인가?
    저자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발간호
    2020-17
    지난 3월 4일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코로나 예방과 통제 및 경제사회 운영 안정화 방안’을 주제로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투자항목을 잘 결정해 인프라시설 투자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중국 당국과 관영 언론에서 ‘신인프라(新基建)’가 계속 언급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를 보이자 중국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로 투자와 내수, 수출 모두 큰 타격을 받으면서 막대한 자금 투입으로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한 대책이다. 또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마오쩌둥(毛泽东) 시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3%에 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중국이 자신들이 키우려는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해당 업종의 성장을 촉진하는 한편, 침체된 경기까지 활성화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과거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 우리돈 약 670조 원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시행해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침체된 세계경제 회복세에 크게 기여하며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해냈고, 중국경제 또한 위기를 넘어 한차례 더 도약하고 있지만 끊이지 않는 중국위기론을 야기시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산업 과잉생산, 부동산 거품, 지방정부 부채, 은행 부실채권, 그림자 금융, 기업 부채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고, 여전히 중국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처럼 존재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 벌어진 미중 무역분쟁에서 최근 ‘1단계 합의’를 통해 관세전쟁이 잠시 보류된 상태지만 미국이 제기하는 불공정 경쟁과 강제기술 이전, 지재권 침해, 환율조작 행위 문제 등 중국의 구조적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코로나19와 더불어 중국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제일 먼저 확산한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 고비를 맞으며 전례 없는 타격을 입자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 속에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잡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신인프라’ 개념을 내놓았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혁신하이테크발전국 우하오(伍浩) 국장은 경제금융 전문매체 ‘차이신(财新)’ 인터뷰를 통해 ‘신인프라’를 정보통신망을 기초로 디지털 전환, 스마트 업그레이드, 융합 혁신 등 서비스를 위한 기초시설이라고 정의하였으며, 산둥(山东), 푸젠(福建), 윈난(云南) 등 13개 성(省)에 △5G 기지국 △데이터센터 △초고압(UHV) 송전망 △전기차 △고속철도 △인공지능 △산업용 인터넷 등 총 7개 분야, 우리돈 5,800조 원 규모인 34조 위안을 순차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농촌의 도시화를 위한 고속도로와 철도, 공항 등 토건산업 위주였다면 이제는 토건산업이 아닌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미래 기술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추며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과거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정책에 의한 발전으로 중진국 수준에 머물다 I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IT 인프라를 잘 갖추었기 때문인데, 덕분에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거의 항상 세계 1위를 차지해 왔었고, 지난해 5G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성과를 이루었다. 즉, 인프라와 법체계가 잘 갖추어져야만 그 나라 국민들이 그 안에서 자신들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음을 중국도 잘 알기에 이러한 분야에 34조 위안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중국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해 공식 발표한 ‘신인프라’의 각 분야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분야는 5G 기지국 건설이다. 5G 이동통신은 ICT 타산업과의 융합을 주도하고,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핵심 산업으로 AR과 VR, 드론, 스마트공장, 재난안전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중국기업은 통신 단말기와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해 왔으나 3G, 4G의 글로벌 기술표준은 장악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5G 기술표준만큼은 먼저 장악하기 위해 2015년부터 추진한 ‘중국제조 2025’를 통해 5G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지정하였고, 가격경쟁력과 막강한 R&;D 투자를 앞세워 5G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무선통신 보급률은 82%로 유럽 86%, 미국 81.7%와 비교해도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이며, 현재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5G시대를 여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신인프라’를 통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중국정부의 의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분야는 데이터센터 구축이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연결의 핵심이 되는 서버를 한군데 모아둔 시설 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개념으로 서버호텔이라고도 불리며,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 건물에 모아 24시간 365일 운용하고 통합 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특히,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요체인 동시에 중국이 지닌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중국정부는 빅데이터를 국가전략 자원이자 기술혁신을 위한 핵심요소로 인식하여 빅데이터 관련 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최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매 순간 디지털 기기를 통해 끊임없이 생성하는 데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데이터 대국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니즈도 점점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데이터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5G시대와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와는 달리 훨씬 규모가 크고, 유기적인 구조를 가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는 빅데이터 시대의 전략무기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분야는 초고압(UHV) 송전망 건설이다. 중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지적되어 왔으며, 최근까지도 이로 인한 미세먼지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중국은 전력산업을 개편하여 신재생에너지 및 스마트그리드 등과 같은 신기술을 통해 전력산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는데, 중국의 전력 사용이 대부분 동부 연해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전력 생산시설은 중서부지역에 몰려있어 초고압 송전망을 통해 도시 간 전력을 서로 이어주면서 자원이용률을 높인다는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초고압 송전망 건설은 중국국가에너지국이 지난 2018년 9월에 발표한 『송·변전 중점 사업 추진 가속화에 관한 통지(关于加快进一步输变电重点工程规划建设工作的通知)』를 발표한 이후 대규모로 초고압 송전망 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신인프라’ 추진으로 인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네 번째 분야는 전기차 충전기 구축이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200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으나 기술적으로는 아직도 선진국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만큼 원유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석유자원을 수입하는 것보다 수력발전 및 풍력발전, 태양력 등을 사용하여 만든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전기차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신스따이(新时代)증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전기차 보유량은 약 2,000만 대로 전 세계 45%의 점유율을 보이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내 전기차 생태계도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전기차에 필수적인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해 2018년 12월 ‘차량 1대당 충전스탠드 1대 보급’이라는 목표를 제시하였고, 공공충전소 및 공공충전기도 확충할 것을 예고하면서 향후 중국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섯 번째 분야는 고속철도 건설이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정부는 4조 위안 규모의 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었다. 당시 인프라 사업에는 고속철도가 중심이었고, ‘고속철 굴기(堀起: 우뚝섬)’를 외치며 구간을 확장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고속철의 3분의 2 규모, 세계 최대 고속철 구간거리인 3만㎞가 넘는 고속철도를 건설하였으며, 이를 통해 중국의 고속철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며 도시화율 또한 현저하게 상승하는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이처럼 고속철도 건설은 중국정부가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이나 ‘신인프라’ 영역에 이례적으로 포함시키면서 고속철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2019년 말 기준 40개 도시에 걸쳐 건설한 고속철 노선 규모가 6,730㎞고, 올해 완공될 예정인 노선은 14개의 약 1,000㎞임을 감안할 때, 중국의 거시경제가 좋지 않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안정을 위한 도구 가운데 하나로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오는 2025년까지 전체 구간거리를 4만㎞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분야는 인공지능과 산업용 인터넷 구축이다. 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중국에서 인공지능은 신산업 창출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요소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중국정부는 인공지능을 차세대 혁신분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창업 등의 분야와 맞물려 중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높은 중국에서 임금상승과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구조 전환이 요구되면서 기존의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고, 인공지능이 고용구조 전환이나 차세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중국정부는 인공지능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를 포함한 플랫폼 및 보안시스템 등의 산업용 인터넷은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5G 통신망 사업과 함께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중국국가통계국은 지난 달 17일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0조 6,504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 6.0%와 비교하면 12%p 이상 급락한 것으로 분기별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수치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지난해부터 분기별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6%대까지 하락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연간 경제성장률을 봐도 2010년에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인 10.6%를 기록한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1%를 기록했다. 애초 중국은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6%대의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여겼지만 코로나19 충격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급속한 성장 둔화는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공산당 지도부에 심각한 도전일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에 이어 경제마저 붕괴하면 시진핑 정권에 정치적 위기가 불거질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시 주석이 천명한 2020년 말까지 2010년 GDP의 2배를 달성하겠다는 ‘샤오캉(小康)사회’를 실현하려면 올해 적어도 5.6% 이상의 성장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중국정부는 현재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보다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인 ‘신인프라’를 발표하였고, 34조 위안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올해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반기 중국경제 성장을 자극할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산업활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V자 반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고 하더라도 유럽과 미국 등은 아직도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창궐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전 세계에 혼란과 불안을 가져다 주었지만 이제 중국은 큰 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우고, 이번 기회를 통해 ‘신인프라’ 추진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패권을 잡으려는 방향성을 확고히 하면서 속도를 내는 듯 해 보인다. 더욱이 매년 3월 중국의 최대 정치이벤트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두 달 이상 순연된 이달 21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양회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오히려 중국경제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신인프라’를 포함한 다양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제시하며 사회분위기 쇄신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난카이(南开) 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2019년 중국인민(人民)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 연구원 및 베이징(北京) 소재 중앙민족(民族)대학교 강사로 활동함. 주요 논문은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중국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 연구』 및 『중국과 베트남 개방정책이 북한에 주는 함의와 당위성 연구』 등이 있음
  • [JPI PeaceNet] 중국의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 및 전략의 변화와 시진핑 정부의 강국화 전략
    저자
    이동률(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발간호
    2020-16
    탈냉전 30년 중국의 외교 담론,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 및 전략의 진화1) 전후 국제체제의 저항국이었던 중국은 개혁개방과 탈냉전 30년을 거치면서 국제체제 주도국의 위치에 올라섰고 이제는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개혁(全球治理体系变革)’을 주창하면서 기존 국제규범과 질서의 변혁을 모색하는 초강대국의 문턱에 진입하였다. 중국 외교는 다양한 화두와 담론을 제시하고 활용하는데 능하다. 그동안 중국의 외교 담론은 국력증강, 국제적 위상의 변화와 일정한 보조를 맞추며 진화해 왔으며 중국의 국제체제와 질서에 대한 인식과 전략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즉 건국이후 줄곧 ‘반패권주의’를 기치로 제3세계의 리더로서 저항국가의 역할을 자임해왔던 중국은 1980년대 ‘독립자주외교(独立自主外交)’, 1990년대 ‘책임대국론(负责任的大国)’, 그리고 21세기 ‘평화굴기(和平崛起)’와 ‘평화발전(和平发展)’론을 거쳐 시진핑 시기에 와서는 ‘중국특색의 대국외교(中国特色的大国外交)’를 제시하는 진화를 거듭해왔다. 특히 중국은 1990년대 초반 탈냉전과 천안문 사태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 개방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국제환경이 제공한 전략적 기회를 효과적으로 포착하여 ‘상대적 부상’을 성취하였다. 즉 지난 30여년 중국이 부상을 실현한 주요한 역사적 변곡점에는 기성 패권국인 미국의 공백과 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사건,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에게는 위기와 도전이었으며 역설적으로 중국에게는 경제성장, 그리고 국제 위상과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시, 공간을 제공하였다. 중국은 각 ‘역사적 기회’ 시기 마다 그 시점에 적합한 외교 담론을 제시하고 기존 국제체제에서의 역할과 활동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중국은 ‘중국위협론’에 대응하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담론, 이른바 ‘책임대국론’을 들고 나왔다. 중국은 실제로 ARF와 CTBT 등 안보와 인권영역의 국제기구로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기존의 국제경제기구에서 이익만 추구하는 무임승차국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책임대국의 위상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 이면에 중국은 탈냉전 초기 미국의 단극질서 구축과 중국의 상대적 전략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에 중국은 국제체제의 다극화를 주창하면서 1990년대 중반이후 이른바 ‘일초다강(一超多强)’론을 통해 ‘일초(一超)’인 미국의 “패권적 행위”를 견제하는데 공동의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상정되는 ‘다강(多强)’들 특히 러시아, 프랑스, 인도, 아세안(ASEAN)과의 관계 발전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단극체제를 견제하고자 했다. 중국은 1997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도 미국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책임대국의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했다. 2001년은 일반적으로 9.11사건으로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준 해로 기억되지만 중국에서는 ‘세계화의 해’로 일컬어지고 있다. 중국은 국제기구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에서 소극적 참여, 적극적 참여를 넘어 급기야 주도적 참여국가로 극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 특히 2001년 9.11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매몰된 시점을 전후하여 중국은 역내 다자체제를 주도하려는 행보를 구체화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WTO 가입을 통해 국제체제의 전면적 참여를 실현하는 한편, 상하이협력기구(SCO) 창설, 북핵 6자회담 주최, 보아오 포럼 개최, ASEAN과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 등을 통해 역내 국제기구에서 주도국으로서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중국은 기존 국제 체제의 수혜자임을 인정하는 한편, 후발참여국으로서 기존의 제도와 규범은 사실상 중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것이며,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인식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자바오(温家宝)총리는 2006년 4월 호주 방문시 “중국은 국제체제의 참여자, 옹호자, 그리고 건설자”라고 언급하여 중국이 국제체제에 대해 갖고 있는 복잡 미묘한 속내를 보여주었다.2) 그리고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중국이 국제체제와 질서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새로운 변화를 야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중국은 국제경제 질서를 주도하던 서방 경제 강국들이 2008년 경제 위기의 충격으로 쇠퇴하고 있는 반면에 일부 개도국들이 신흥시장(the emerging market)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 특히 2008년 G20 정상회의 출범을 기존 국제경제체제의 중대한 변화의 징후로 해석하고 기대감을 표명했다.3) 세계경제위기는 미중 양국관계에서 유지되어 왔던 ‘미국 주도와 중국의 전략적 수용과 대응’이라는 기존의 관성으로 부터 미묘한 변화를 초래하였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실패와 미국 힘의 상대적 쇠퇴를 반증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전략적 호기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4) 특히 중국은 그동안 국제정치 경제질서의 개혁에 대해 공정, 합리 평등, 호혜, 조화 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담론을 제시하는 단계에 있었다면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이 보다 명료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G20 회의의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인민은행장은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였고, 중국 국무원은 2020년 전에 상하이에 세계 무역 및 해운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 기념비적 국제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중화민족의 부흥’을 공공연히 주창하기에 이르렀고, 부상에 대한 자긍심과 기대감이 중국인들 사이에 한껏 고양되었다.   시진핑 정부의 강국화 담론과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 중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기회로 아시아에서의 위상을 제고해왔고, 2001년 9.11 테러 사건과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경과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빠른 상대적 부상을 성취하게 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흐름에 연동하여 중국 부상에 대한 의지를 연속적으로 외교 담론에 담아서 제시해왔으며 국제체제에서 주도국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병행했다. 그런데 연이은 외생변수의 효과에 따른 예상보다 빠른 부상은 시진핑 정부에게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도전으로 다가왔다. 중국 외교 담론은 시진핑 정부 등장 이전까지는 대체로 부상 일정과 로드맵에 적합한 논리를 제공했고, 실제로 그에 부합하는 국제체제에서의 역할과 위상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병행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앞선 언급한대로 기성 패권국인 미국의 상대적 약화라는 역사적 기회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진핑 정부는 2013년 집권과 함께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국가 비전, 담론, 전략들을 동시 다발로 쏟아내면서 강국화(强起来)의지를 대내외에 표출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이례적으로 이른바 ‘중국 핵심어(中国关键辞, key words to understand china)’ 라는 일종의 담론 해설서를 출판할 정도로 수사(修辭)와 전략의 경계가 모호한 다양하고 복잡한 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5) 이 해설서에 외교영역에 10개의 핵심어를 선별하여 제시하고 있다. 즉 ‘중국특색의 대국외교(2014년)’를 필두로 ‘운명공동체(命运共同体 2013년)’, ‘신형국제관계(新型国際关係 2017년)’, ‘글로벌 동반자관계(全球伙伴关係 2017년)’, ‘의리관(义利观 2012년)’, ‘진,실,친,성 이념(眞,实,亲,诚 理念 2013년)’, ‘친,성,혜,용 이념(亲,诚,惠,容 理念 2013년)’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全球治理 2014년)’ 까지 7개가 제시되어 있고, 나머지 3개는 ‘일대일로(一带一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기금(丝路基金)’으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제도, 구상에 관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에서는 외교 담론이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그 자체가 중요한 외교 비전과 전략으로 자리 잡은 이른바 '담론 외교'가 활성화되고 있다. 다양한 담론들을 복잡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갈등, 대립보다는 협력과 윈-윈을 역설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2049년 ‘중국의 꿈’ 실현을 향해 유리한 국제환경와 조건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즉 중국특색의 대국외교를 중심에 놓고 이를 뒷받침하는 두 개의 지지 기반(两个构建)으로, ‘신형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를 제시하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신형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으로 일대일로, AIIB, 실크로드 기금이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국은 동반자 관계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여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가 중국의 부상을 압박하는 것을 견제하고, 기존 국제체제의 변혁을 통해 중국 부상에 유리한 국제체제와 질서를 조성하고자 한다. 시진핑 정부의 외교 담론 역시 중국이 평화적으로 부상하는 것을 대내외에 설득하고 과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에서는 이전과 유사하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담론의 제안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담론과 전략의 내용이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설득하는 차원을 넘어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도국으로서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제시하는 차원으로 진화되고 있다. 그리고 담론의 역할이 정책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거나 설득하는 형식이 아닌 선제적으로 비전으로 제시되고 전략을 만들고 전개해가는 형태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시진핑 체제의 권력 강화를 도모하고 본격적인 ‘시진핑 신시대’를 선언한 2017년 집권 2기에서 외교 담론과 전략은 그 대상을 지역을 넘어서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였다. 18차 전국대표대(2012)회 이후 제시되었던 ‘신형대국관계’, ‘친,성,혜,용(亲,诚,惠,容 理念 2013년)’의 ‘아시아 운명공동체’는 19차 전국대표대회(2017)를 계기로 ‘신형국제관계(新型国际关係)’, ‘인류운명공동체’, ‘글로벌 동반자관계(全球伙伴关係 2017년)’,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 등으로 진화해 갔다.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신형대국관계가 국제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신형국제관계’로 확장되었다. 신형국제관계는 중국의 부상이 결코 강대국간 충돌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는 ‘신형대국관계’를 형성할 것임을 국제사회를 향하여 역설하려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 부상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국제사회 전체를 향해 설득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봉쇄의 연대를 저지하고 부상에 유리한 상황과 조건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운명공동체론도 2013년에는 ‘친, 성, 혜, 용’을 강조하면서 주변국과의 우호협력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에는 ‘인류 운명 공동체’로 진화하면서 주변 국가를 넘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담론으로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인류운명공동체는 협력 대상을 전 세계로 확대해가고 있는 일대일로에 대한 참여와 지지를 유도하는 담론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강국화 담론의 과잉은 중국의 가파른 부상과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미국 중심의 국제체제와 질서에 대한 도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탈냉전 30년간 지속적으로 기존 국제체제와 질서에의 참여를 확대해오면서, 다른 한편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현재 국제체제의 주도국의 위치를 확보한 상황에서 ‘변혁’ 의지는 향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기존 국제질서의 ‘전복’, 또는 새로운 국제 질서의 ‘창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실제 시진핑 정부의 외교 담론에서도 새로운 국제체제와 질서에 대한 청사진이나 비전은 발견되지 않고 여전히 기존 국제 질서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직면한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한 2030까지는 이 기조를 견지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시진핑 외교의 특징과 딜레마 시진핑 정부는 중국 부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담론 과잉의 부작용과 혼선을 초래하고 있으며, 초강대국 진입 문턱에서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 2016년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중국에게는 부상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신형국제관계와 일대일로 구상을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 의지로 해석하고 중국을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에 대한 공세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였다. 주변국 또한 미중간의 조기 세력경쟁이 초래할 파장에 대한 우려와 경계가 고조되면서 중국은 예기치 않은 안보딜레마에 직면하면서 부상 실현의 국제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시진핑 정부는 고도성장의 신화가 깨지는 상황에서 공산당 일당체제의 새로운 정당성의 근거를 생성해야 하는 등 복잡한 국내 정치경제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홍콩 사태에 이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의 부상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산당 체제 안정에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산당 일당체제와 시진핑 권력 강화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이라는 중국의 꿈 실현에 대한 인민들의 고양된 기대를 어떻게 조정해 갈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중국 외교는 건국이후 지난 7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일관되게 안보와 발전이라는 기본 국익 증진에 몰두 해왔다. 그리고 21세기, 특히 2008년 이후 중국은 점차 안보와 발전이라는 기본 국익을 넘어서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증진에 주목하게 되면서 외교 전략 또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은 강대국 위상에 걸맞는 외교 목표의 변화가 있어야 함에도 여전히 안보, 주권, 발전이라는 기본 국익 확보 역시 중요시 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다. 중국은 급격히 강대국으로 부상했음에도 미국과의 국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경제발전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타이완, 홍콩, 티베트 문제 등 국가와 영토의 통합이라는 기본적인 국가과제도 안고 있다. 중국은 강대국으로서 새로운 국제 표준과 가치를 제시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새로운 외교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여전히 이와 상충될 개연성이 있는 안보와 발전이라는 현실적 물질 국익을 병행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 정부가 이른바 일대일로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기여를 부각시키며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자 하지만 인접국들과 주권, 영토 등 핵심이익과 관련된 분쟁이 재차 발생할 경우 중국 인민들의 고양된 기대와 국제사회의 경계를 여하히 조율해 가는냐 하는 딜레마에서 혼선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통합의 과제를 안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과도한 강대국화 비전과 담론의 제시는 주권 및 영토문제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제약케 한다. 그 결과 중국은 해양 영유권 분쟁에서 강경일변도를 견지하게 되면서 ‘강경한 중국’이라는 공세에 직면하게 되었고 기존의 운명공동체 등 평화 발전 담론의 효과를 상쇄시켰다. 이러한 내우외환의 국면에서 중국은 최소한 2035년까지는 가능한 패권 추구 의지를 공식화하지는 않을 가성이 높으며 미국과의 갈등도 불가피하지만 불필요하게 확장하지 않으면서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 강화할 경우 체제의 취약성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이를 여하히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무리하게 권력집중을 시도하면서 ‘애국주의’를 동원하고 있는 시진핑 체제의 입장에서 스스로 주권 및 영토 문제라고 주장한 이슈인 타이완, 홍콩 등 문제에 대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고강도의 개입을 지속할 경우, 그리고 미국의 공세가 공산당 체제 자체를 위협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중국 정부가 인식하는 경우에는 시진핑 정부는 정권의 취약성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대립을 우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현재 시진핑 정부는 ‘공산당의 영도’의 강화를 주창하면서 사실상 권력을 집중하고 사회통제를 강화하는 등 체제의 경직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의 도전과 위기가 불거질 경우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합리성과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따라서 중국 대외전략의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발전전략의 성취 추이와 국내정치의 유동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그리고 미국의 공세에 대한 중국 고위 지도자들의 인식, 판단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이 부분은 이동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현대중국』 제21권 제1호 (2019), pp.1-42의 일부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임. 2) 호주 방문시 연설 전문은 温家宝总理在霍华德欢迎宴会上的演讲 http://news.xinhuanet.com/newscenter/2006-04/03/content_4379268.htm(검색일: 2007/3/15) 3) 高祖贵,魏宗雷,刘钰, 「新兴经济体的崛起及其影响」,『国际资料信息』, 第8期(2009). pp. 1-6. 4) 张家栋, 「力量对比变化, 中美关係面临新局面」,『解放日报』(2009/3/3); 陈玉刚, 「金融危机, 美国衰落与国际关係格局扁平化」, 『世界经济与政治』 , 5期 (2009). 5) 中国外门出版发行事业局, 『中国关键辞, key words to understand china』, (北京: 新世界出版社, 2019).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이동률 교수는 1997년부터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96년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대중국학회장(2018년)을 역임했다.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미관계, 한중관계, 중국의 민족주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2019), (명인문화사 2018),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2017) 등이 있다.
  • [JPI PeaceNet] 코로나19의 팬데믹, 중국에게 전화위복이 될 것인가?
    저자
    이동규(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센터 연구위원)
    발간호
    2020-15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말 우한에서 최초로 발병한 이후,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서 중국은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하였다. 특히, 당시 중국 정부는 정보 은폐나 언론 통제와 같은 비민주적 행태를 보여주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3월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격히 확산되었고, 그것은 국내 코로나 사태를 어느 정도 진화시킨 중국에게 전화위복의 기회를 제공했다. 코로나19의 발생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자국의 방역 경험과 막대한 의료물품을 세계 각국에 지원하며 전염병 방역을 주도하는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 기회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그 피해가 누적된다면 중국의 책임론이 다시 대두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조기 종식과 세계경제의 회복,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추진하며 책임 있는 대국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1.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직면한 대외적 어려움 2019년 12월 말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환자가 보고되었지만, 우한시 정부는 성급(省級)· 시급(市級) 양회 개최와 춘제(春節, 중국 설 명절) 기간 지역 경기 활성화 등의 이유로 관련 보고를 유언비어로 치부하였고, 오히려 역학조사 결과 사람 간 간염의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0년 1월 9일 WHO가 원인불명의 폐렴 병원체를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로 규정하고 사람 간 간염이 확인되면서 중국 정부는 1월 23일을 기점으로 우한시를 비롯한 후베이성의 주요 도시를 완전 봉쇄하고, 국내외 여행 금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전염병 대응조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결국 전염병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 표면적 이유는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이다. 2003년 사스(SARS) 사태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코로나19에 대한 방역협력이 아니라, 중국 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 통제, 인권 침해 등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난하는 데에 집중되었음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에 중국에 대한 비난이 고조된 것에는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첫째, 미중경쟁구도가 가치와 규범을 둘러싼 체제 대립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서 물리적인 견제 뿐 아니라 비민주적 정치사회체제, 즉 일당독재, 인권 침해, 언론 통제 등을 빌미로 중국공산당의 통치정당성을 공격하여 왔다. 2019년 홍콩시위 문제에 대해서 미국 의회가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법(Hong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과 ‘홍콩보호법(Protect Hongkong Act)’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서 중국공산당은 민주, 자유,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를 서구의 가치로 폄훼하고 중국 특색의 길을 강조하여 왔다. 개혁개방 이후 유입되는 서구문물에 대항하여 중국공산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고 집권당으로서의 통치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런 모습은 시진핑 시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9호 문건’을 통해서 서구식 헌정민주주의,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 서구식 언론의 자유 등을 경계하였을 뿐 아니라, 2018년 양회 보고에서 19세기 중국을 침략했던 서구 국가들을 ‘극악무도한 침략자’로 묘사하며 민주,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가 중국을 침략한 국가들의 주장일 뿐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정보 은폐, 언론 통제, 인권 침해 등의 행위로 인하여 미국을 위시한 민주주의 국가와 중국 간의 체제 대립이 더욱 가시화되었다. 일례로,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이 정보를 은폐하여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1) 다시 말해서, 중국 정부는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권위주의 정권이기 때문에 정보 은폐와 언론 통제를 자행하였고, 그 결과 전염병 방역에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정치체제를 공격함으로써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드러내려 한 것이다. 또한, 미국은 2월 19일 CGTN,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5개의 언론매체를 ‘외국 사절단(foreign missions)’으로 지정했다. 중국의 언론매체가 정부기관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언론 통제를 비난한 것이다. 중국은 이에 대해서 월스트리트 기자 3명을 추방하며 응수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가치 충돌로 인해서 중국의 권위주의적 특성이 부각되었고,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둘째,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하여 세계 각국의 상호의존도가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코로나19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2003년의 사스와 비교할 수가 없다. 중국 내 코로나 확산, 그리고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대응조치는 글로벌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전격적인 봉쇄와 이동제한 조치로 ‘세계의 공장’으로 전 세계 제조업의 1/3을 차지하는 중국 내 제조공장들이 갑작스럽게 폐쇄되었으며, 그것은 자동차, 스마트폰 등의 공급망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일례로 우한 내 공장이 폐쇄되면서 한국 내에 있는 현대자동차 제조공장이 와이어링 하니스의 재고 부족으로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이밖에도 관광산업, 영화산업 등 서비스산업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중국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일수록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입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그 원인을 제공한 중국 정부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발병 이후 중국 정부는 공산당 통치에 대한 내부적 도전 외에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신형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를 제기하며 글로벌 거버넌스를 확대하려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켰으며, 중국인 혐오로까지 이어졌다. 2.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중국의 협력공간 확대와 그 함의 중국은 도시 봉쇄, 이동 제한, 군대의 방역현장 투입 등 강력한 사회통제와 전국적 동원에 기반하여 국내 코로나 사태에 대응했다. 이는 코로나 방역을 빠른 시일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초기 대응 실패로 중국 정부가 직면한 국내외적 도전을 불식시키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는 안정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내 후베이성 외 신규 확진자수는 후베이성을 봉쇄한 지 약 1달이 지난 2월 18일에 100명 이하로 떨어졌고,2) 3월 7일에는 후베이성을 포함해 중국의 전체 신규 확진자수가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3)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통제 하에 있다고 판단하고 대응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각 지역의 공장과 사업체들이 재가동되기 시작했고, 우한시를 제외한 후베이성 지역은 3월 25일부터 봉쇄를 풀고 주민들의 왕래를 허용하였다. 코로나가 최초로 발생한 우한시도 4월 8일 봉쇄를 철회했다.4) 그러나 중국 내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전 세계,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속도로 증가하였고, 결국 지난 3월 11일 WHO는 코로나19에 대해서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했다. 3월 30일을 기준으로 감염국이 206개국에 이르고 전 세계 확진자수가 70만 명을 넘어섰는데, 특히 미국과 이탈리아의 확진자수(각각 약 13만9천 명, 9만7천 명)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사망자수(각각 약 1만 명, 6천5백 명)가 중국 내 확진자수(약 8만1천 명)와 사망자수(약 3천3백 명)를 초과하였다.5)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사재기 등 사회적 공황 상태가 발생하였고, 각국 정부도 전염병이라는 비전통안보 위협에 대해서 국제사회 차원의 협력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대신, 일방적으로 입국제한조치 등을 실시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최초로 발생하였던 중국에게 방역부분에서 타국과의 협력공간을 확대하는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의 급격한 확산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의료물품이 부족한 국가들은 공격적인 방역경험과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막대한 의료물품 생산이 가능한 중국과의 방역협력이 절실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을 지원하며 방역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중국 정부는 WHO에 2천만 달러를 지원하고, WHO의 코로나19 세계 방역사업에 협력하며, 개도국을 도와 공중보건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밝혔다. 이어서 중국은 파키스탄에 살균제,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70톤의 의료물품을 전달하고, 이탈리아에는 의료진과 함께 호흡기, 내시경 등 30톤의 의료물품을 보냈다. 3월말 중국은 전 세계 89개국과 4개의 국제기구의 코로나방역을 지원하고 있다.6) 전염병의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하여 일방적인 입국 금지와 이동 제한이 시행되고 국가 간 협력이 제한되고 있는 시점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세계 각국과의 방역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을 때에 코로나19에 대한 방역협력을 강화하고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안일하게 대응하였고 결국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각국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게다가, 현재 각국이 자국의 코로나19 사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사회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제3세계 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에 대대적인 방역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중국의 방역경험과 임상경험 외에도 전 세계의 의료물품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력 때문이다. 개도국 뿐 아니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까지 중국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중국의 지원을 환영하고 있는 상황은 중국이 세계 보건을 수호하는 책임 있는 대국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매우 유리할 것이다. 둘째, 미중관계가 대립에서 협력으로 재조정되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완화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확진자수는 13만 명을 넘어 세계 최다 확진자를 기록했고, 뉴욕의 경우 확진자수가 3만 명을 넘으며 지역 내 의료체제가 붕괴되고 있다. 이런 국내 상황 때문에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국내외적 상황은 11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이 미국의 대중정책에 하나의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서, 코로나19라는 초국가적 재앙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시적으로나마 중국과의 대립이 아닌 협력으로 선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그것을 계기로 미국의 견제를 완화시키고 무역 갈등과 같은 미국과의 경쟁구도에서 자국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가려 할 것이다. 셋째, 중국 내 정치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을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중국공산당 통치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여 왔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꿈(中國夢)’을 제기하며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이 세계의 강대국이 될 것이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실현될 것을 강조하였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그 여파로 중국공산당 통치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누적되고 있는 국내정치 상황 속에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타 국가들, 특히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서구 국가들과 자국의 상황을 비교하며 자신의 위기관리능력과 정치체제의 우월성을 홍보하고, 그들 국가들을 지원하는 강대국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준다면, 국내의 정치적 불만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고 통치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3. 중국에게 남겨진 과제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월 26일 G20 화상회의에서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들을 지원하여 세계 경제안정에 공헌할 것을 언급하며, 인류운명공동체 개념을 재차 강조하였다. ‘인류운명공동체’는 테러, 전염병, 기후 변화 등 비전통안보 위협이 커지는 국제 정세를 반영한 개념으로, 비전통안보 위협이 초국가적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그러한 위협에 대해서 국가 단위가 아니라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대응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인류운명공동체라는 개념이 전염병이라는 재앙에 대응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하는 작금의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렇다면, 보건협력이 절실한 지금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 차원의 방역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인류운명공동체를 추진할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확언하기에는 중국에게 남겨진 과제가 너무나 크다. 그 과제는 코로나19 사태 해결과 경제회복, 그리고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에게 찾아온 기회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안일한 대응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형국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그 인적·경제적 피해가 누적될수록 중국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치도 좁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먼저 중국은 자국의 코로나 사태를 통제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세계 각국의 방역을 지원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코로나의 발생지일 뿐 발원지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국가에 대해서 일방적인 제한조치를 취하는 모습은 국내정치적으로 국민의 단결과 지지를 유도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불신을 깊게 할 뿐이다. 다음으로, 방역협력을 경제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입장에서도 중국의 국내 경제는 물론, 일대일로 추진에서 있어서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밸류체인의 탈중국화 현상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밸류체인이 긴밀하게 연결된 현재, 각국이 계속해서 빗장을 걸어잠근다면, 경제성장은커녕 회복도 어려울 것이다. 이미 중국은 경제활동을 재기하고 타국과의 방역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방역협력을 경제협력으로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서 자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체제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정보 은폐 등으로 인한 체제의 불투명성은 중국 내 통계나 방역성과에 대한 불신과 방역협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을 야기하고 있다. 법치와 제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방역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중국 내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진행 중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세계질서와 세계경제에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중국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다. 1) “Pompeo: Chinese Communist Party responsible for coronavirus suffering at home and in US”, Washington Examiner, 2020.03.17., https://www.washingtonexaminer.com/policy/defense-national-security/pompeo-chinese-communist-party-responsible-for-coronavirus-suffering-at-home-and-in-us. 2) “A Decisive Stage for China’s Fight against COVID-19 Epidemic”, Shanghai Institutes for international Studies, 2020.02., p. 2. 3) “중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00명 아래로 떨어져, 세계는 10만 돌파”, 파이낸셜뉴스, 2020.03.07., https://www.fnnews.com/news/202003071544467135. 4) “우한 봉쇄 4월 8일 풀린다…후베이성은 25일부터 자유 왕래”, 중앙일보, 2020.03.24., https://news.joins.com/article/23737878. 5)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홈페이지, http://ncov.mohw.go.kr/. 6) “Beijing gives aid to 89 countries”, China Daily, 2020.03.27., https://www.chinadaily.com.cn/a/202003/27/WS5e7d3b3ca310128217282570.html.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이동규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안보협력센터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외교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
  • [JPI PeaceNet] 코로나바이러스, 트럼프, 그리고 미국 대선
    저자
    유혜영(뉴욕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발간호
    2020-14
    코로나19 확진자가 3월 말 기준 20만 명을 넘어서면서 미국은 이제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되었다. 4월 1일 하루에만 천 명 넘는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졌고, 누적 사망자도 5천 명이 넘었다. 백악관은 최근 “모두가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등 최선을 다해도”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전례 없는 전 세계적 보건 위기 상황은 우연히도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 미국을 강타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제적, 사회적 여파는 올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 실업률이나 소득 성장과 같은 지표는 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성적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 경제 지표로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유리한 국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 2016년 11월에 미국 전체 실업률은 4.7%였는데, 2020년 초에 실업률은 지난 50년 사이 가장 낮은 3.5%까지 낮아졌다. 주식 시장의 호황도 이어졌다. 경제 성장 = 주가 상승이라는 공식을 굳건히 믿는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왔고, 세금 면제와 같은 정책도 “선거를 앞두고 주가를 띄워 득을 보려는 노림수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지난 2월 19일 “역대 본 적 없는 호황을 기록 중인 주식시장!”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호기로운 트윗은 허망할 만큼 초라해졌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숫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실업 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이 일주일 동안 100만 명이 넘지 않았다. 지난 15년간 실업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34만 5천 명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3월 셋째 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를 권하고 사회적,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숫자는 순식간에 3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잃었고, 바이러스의 확산이 뉴욕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면서 미국의 노동 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3월 마지막 주에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숫자는 660만 명을 넘어섰다.1) 코로나19가 오기 전 주간 집계를 보면 미국에서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82년으로 그 수는 69만 5천 명이었다. 지난주에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수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가장 최악이던 주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과 리더십 중국과 아시아, 그리고 유럽 국가들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때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절 독감과 비슷하다거나 바이러스가 미칠 보건, 경제,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서 낙관적 전망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실업자 수가 급증하자 연방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0%로 내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2조 2천억 달러 (한화 약 2700조 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경기부양 법안에 서명을 했다. 최근까지도 경제가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며,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오는 12일 부활절에 경제 활동을 재개해 교회가 가득 차는 미국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코로나TF가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하에서도 미국인 1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자 한발 물러섰다. 4월 말까지는 더 철저히 거리두기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대응에서 전문가들과 엇박자를 내고 현장에서 직접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주지사나 시장과 같은 다른 정치적 지도자를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미국 주요 언론은 매일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며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많은 모델에서 경제 지표가 현직 대통령의 재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급속히 나빠진 경제 사정은 분명 트럼프의 재선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대통령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 여파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대통령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면 유권자들은 최초의 원인이 뭐든 문제를 현직 대통령 탓으로 생각하고 이를 투표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2) 하지만 정말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트럼프의 재선을 가로막을 만큼 큰 문제가 될까?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는 트럼프에게 “위기이자 기회” 첫째, 전쟁이나 테러리스트 공격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현직 대통령이나 리더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Rally round the flag effect”라고 한다. 말 그대로 국난이 발생하면 깃발을 들고 여기에 앞장서서 대처하는 리더에 대한 지지율이 자연히 오른다는 뜻이다. 외부의 적이 있을 때는 내부적으로 단합하게 되고 이 위기 상황에서 정책을 제안하고 정부를 이끄는 지도자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한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한 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실제로 최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3) 국가적 재난 상황은 현직 대통령의 언론 노출을 증가시키고 따라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기회가 많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매일 백악관 브리핑을 열고 미국 내 바이러스 확산 상황이나 정부 정책을 직접 설명한다. 전문가들도 있지만, 브리핑의 중심에는 항상 대통령이 있다. 브리핑이 끝나기 무섭게 트럼프 대통령이 방금 한 말이 데이터가 뭐가 틀렸고,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한 처사이며, 정부 부처 관계자가 직접 사실과 다르다고 서둘러 해명하기 일쑤지만, 정보의 정확성과는 별개로 백악관 브리핑은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본인도 이를 인식한 듯 최근 백악관 브리핑 시청률이 미국의 인기 리얼리티 TV쇼 “배츨러(Bachelors)” 최종회와 비슷한 시청률을 보인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로 케이블 뉴스 채널인 폭스(Fox) 뉴스, CNN, 그리고 MSNBC를 통해서 백악관 브리핑을 시청하는 사람의 수는 평균 8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시청하는 사람 수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든 선거 유세가 중단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을 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어마어마한 미디어 노출 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 선거에서 돈이 많이 드는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TV에 내는 정치 광고가 비싸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자금도 아끼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각인시키고 있는 셈이다. 2016년 선거 과정에서도 언론이 트럼프에 대한 기사를 매일 쏟아내면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누린 공짜 언론 노출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20억 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올해 대선에서는 백악관 브리핑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4) 둘째,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정치적 양극화 덕분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무책임하게 이야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이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최소화됐다. 최근 미국 방송사 CBS와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YouGov)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나뉜다. 공화당 지지자의 92%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2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전달하는 정보에 대해서도 공화당 지지자의 90%는 그 정보를 신뢰한다고 말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86%는 트럼프의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바이러스는 정당이 없지만, 팬데믹을 살아가는 미국인들은 지지 정당에 따라 상황을 완전히 달리 바라보고 있다. 케이블 뉴스 채널 중 시청률이 가장 높은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 없이 내보내면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오바마 대통령의 신종플루(H1N1) ‘늑장 대처’보다 어떤 점에서 왜 더 훌륭한지 설명하는 데 많은 품을 들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는 폭스 뉴스를 가장 신뢰하고 가장 열심히 시청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대처, 근거 없는 주장은 폭스 뉴스에 실리지 않으므로, 유권자들은 그런 정보를 접할 기회조차 없다. 셋째,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과 이에 대한 평가가 ‘공중 보건의 위기’인데도 ‘정치적 사안’으로 인식돼 당파적인 관점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어떤 사안을 당파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사람들은 이 이슈에 대한 태도와 의견을 정할 때 지지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의 발언을 따르곤 한다. 이민자 문제나 기후 변화가 미국 정치에서 대표적인 당파적 관점에 따라 소비되는 ‘정치적 사안’이다. 코로나19도 지금 그 방향으로 흘러 이미 그렇게 굳어져 버렸다.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서 같은 주에 살더라도 코로나19를 우려하고 경계하는 정도가 크게 다르다. 실제 이런 태도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행동으로 이어진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했던 지역일수록 “손 세정제”와 같은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비율이 낮았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여행을 취소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대비하는 행동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Chinese Virus)”라고 부른 것도 이번 사태를 정치적 사안으로 만든 원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재난의 원인을 중국이나 외국인 등 외부로 돌렸다. 2016년에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 기여한 요인들을 살펴보면 왜 트럼프가 이러한 전략을 쓰는지 명확해진다. MIT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오터 (David Autor) 교수는 공저자들과 2013년에 출판한 논문에서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던 미국 제조업이 타격을 받았고, “차이나 쇼크(China Shock)”를 받은 지역에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5) 이어 최근 논문에서는 이러한 “차이나 쇼크”가 경제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도 보여준다.6)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정치학자 다이애나 머츠 (Diana Mutz) 교수도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글로벌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설명한다.7) 이러한 연구를 종합해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19의 원흉으로 중국을 지목한 데는 공중 보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려는 노림수도 있다. 멈춰버린 민주당 경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중단된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호재다.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언론 노출 효과와 존재감을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존재감은 대단히 미미하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아직 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을 대표해서 대국민 연설을 하거나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동시에 선거 유세 자체가 중단되면서 바이든 후보는 선거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선이 진행되고 후보들끼리 토론을 하고 언론에 자주 노출이 되어야 선거 자금도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현재는 모든 정치적 활동이 중단된 상태고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자금 격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렇게 선거 자금과 언론 노출 격차가 계속 커진다면 상황이 나아져서 선거 유세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민주당 후보가 정치 자금 모금액에서 이미 저만치 달아난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1월, 유권자들이 매긴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까? 팬데믹으로 경제가 주저앉은 상황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11월에 어떤 선택을 할까? 경제적으로는 실업자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4월 말이 되면 상황이 좀 더 안정될지, 또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3월 말 이후에 민주당 경선을 치르기로 돼 있던 많은 주가 경선을 6월로 미루면서 7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낮은 실업률과 기록적인 호황 속 주식시장을 등에 업고 재선을 낙관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공중 보건 위기 상황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살펴본 것처럼 국가 재난 상황에서 현 지도자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는 상황, 미국의 정치 양극화, 그리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려는 트럼프의 정치적 전략 덕분에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가고 있지만, 트럼프가 치르게 될 정치적 비용은 경제적 손실과 비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 Bui, Quoctrung. April 1, 2020. “Jobless Claims Hit 3.3. Million in the Last Report: This Week’s Will Probability Be Worse.” The New York Times. https://nyti.ms/2UVffN8 2) Achen, Christopher, and Larry Bartels. 2017. Democracy for Realists: Why Elections Do Not Produce Responsive Government.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3) https://news.gallup.com/poll/203207/trump-job-approval-weekly.aspx 4) Confessore, Nicholas, and Karen Yourish. March 15, 2016, “$2 Billion Worth of Free Media for Donald Trump.” The New York Times. https://nyti.ms/22ir8te 5) Autor, David, David Dorn, and Gordon Hanson. 2013. “The China Syndrome: Local Labor Market Effects of Import Competition in the United States.” American Economic Review 103(6): 2121-2168. 6) Autor, David, David Dorn, Gordon Hanson, and Kaveh Majlesi. 2020. “Importing Political Polarization? The Electoral Consequences of Rising Trade Exposure.” American Economic Review (forthcoming). 7) Mutz, Diana. 2018. “Status Threat, Not Economic Hardship, Explains the 2016 Presidential Vote,” PNAS 115 (119).     기획: 손정욱(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유혜영 교수는 뉴욕대학교 (New York University)에서 미국 정치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로 “이익집단이 선거 자금과 로비를 통해서 어떻게 정치인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있으며,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Journal of Politics와 같은 저널에 논문을 출판했다. 현재는 외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에 어떻게 로비하는지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2014년에 정치경제학 (Political Economy & Government) 박사 학위를 받았다.
  • [JPI PeaceNet] 시진핑 시기 중국의 동북아 및 한반도 전략과 우리의 대응
    저자
    원동욱(동아대학교 교수)
    발간호
    2020-13
    중국의 동북아전략은 기본적으로 패권국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미일동맹을 축으로 동맹네트워크의 확산을 통한 미국의 반중 연대를 저지하고 중국의 강대국화를 위한 자국 주도의 우호적 협력환경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진핑 시기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 시기에도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추진이 자국의 대미 핵 억지력을 심각히 훼손하고 자국에 불리한 역내 안보 질서를 초래할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실제 대응에서는 위협의 정도와 핵심이익에 대한 우선순위를 고려하면서 한국에 대한 제재와 보복과 달리 미국과는 직접적 마찰을 회피하는 전략을 펴왔다. 따라서 중국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사드 배치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로 인해 한국이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완전히 귀속됨으로써 한국이 미일동맹의 하부로 편제되는 것에 있었다고 보인다.1) 한편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 바람을 타고 동반성장을 이룩해 왔으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安美經中)”이라는 다분히 이분법적인 외교행보를 취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드배치 갈등을 겪으면서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함께, 더 이상 미중 사이에서 ‘안미경중’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시기 대중정책은 국익과 실리를 기초로 하는 국제정치 현실을 도외시하고 대북 압박과 붕괴를 전제로 하는 한미동맹에 결속되어 균형감을 상실하였고, 이는 결국 사드배치 결정에 따른 한중관계의 파국을 낳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향후 미중간 국력 격차 축소와 전략적 불신 심화, 시진핑의 리더십 및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 등 변수들이 미중 양국간 전략적 경쟁을 조장하는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를 둘러싼 미중간 패권경쟁의 심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교량국가(linker state)’전략에 따른 주체적이고 균형감 있는 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중관계 2017년 12월 중국은 이미 한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및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용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 견지 ▲북한문제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등의 4대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또한 2018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그 안에서 이루어진 공동 합의에 대해 적극적인 이해와 지지를 표명하였다. 동년 6월에 개최된 북미정상회담과 정상간 합의문에 대해서도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합의문을 작성한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상호 동등하고 평등한 위치에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적극적인 환영과 지지의 공식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해결방식에 있어 상대방의 안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제로섬’ 방식이 아닌 북한의 안보적 우려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중국식 공동안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 입장과 궤를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안보적 우려의 해결은 물론이고 대북제재 해소 및 대규모 경제지원 등과 관련한 중국 등 주변 당사자들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국을 배제한 남북미 3자구도의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논의는 현실적이지도 그리고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면서 향후 북미대화에 적신호를 보이는 등 한반도 비핵화 평화프로세스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이해당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긍정적 요소로는 중국이 북핵문제와 관련해 기존의 방관 혹은 소극적 개입에서 벗어나 ‘이해당사자’로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완전한 비핵화 과정에서 수반되는 대북 경제지원 등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정전협정의 체결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역할의 목표가 ‘비핵화’보다는 북핵 협상을 통한 ‘한미 주도의 현상변경’ 혹은 ‘북한의 친미화’ 저지라고 한다면, 중국은 북핵 해결의 방해꾼으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핵협상의 구체적 성과가 미진한 가운데 그 책임에 대한 공방으로 ‘중국 배후설’이 제기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과거처럼 북한과 북핵문제를 분리하여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문제를 당면과제로 인식하여 적극적인 기여를 통해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비핵화 과정이 구조화되기 위해서는 비핵화 조치의 진행과 병행하여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으로의 연착륙,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 그리고 심지어는 한반도 통일까지도 긴밀히 연계성을 갖고 전개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한중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중국이 선호하는 남북미중 4자 대화 나아가 남북미중일러 6자 대화 등과 같은 동북아 다자간 협의체를 적극 추진해 나가는 과감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비록 2019년 2월 27-28일에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 도출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무역분쟁을 기화로 전개된 미중 간 갈등이 여전히 내재하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정체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주도적으로 펼쳐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과 함께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의 ‘책임대국’의 위상과 한반도 문제의 ‘이해당사자’라는 역할을 다자간의 틀 안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착 과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다자간의 합의에 중국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인식의 접근보다는 한국이 주도하는 다자간의 합의 틀에 중국을 참여시켜 합의사항을 지키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장기적으로 북한에 대한 보상과 자구의 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한중간 역할분담과 구조적 협력 기반을 순조롭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전략 대화와 협력기제를 내실화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드 봉합 이후에도 여전히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중 간 실질적 ‘전략적’ 관계를 조속히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최근의 위기상황을 역으로 활용하여 남북한 간 방역협력과 함께 한중 양국의 이니셔티브를 통한 동북아 차원의 방역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중 협력에서 남북중 협력으로: 한반도-중국 경제회랑 구축방안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권에서 단층과 공백현상을 보여왔던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은 이미 2015년 10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으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한중 간에는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정책을 연계하기로 하였으며, 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의 접점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동북3성 지역과 관련한 거점별 협력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정상 간 합의된 경의선, 동해선 연결사업은 물론이고 같은 해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은 남북을 H형으로 연계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일환으로 남북 간 철도연결을 통해 남북경제공동체 구축을 실현하는 핵심적 프로젝트이다. 또한 이 구상은 남북 연결을 넘어 중국 동북지역 및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협력의 공간을 확대함으로써 남북중, 남북러 3각협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몽골, 일본 외에도 역외국가이지만 동북아의 이해당사자인 미국을 끌어당겨 공동번영을 추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동북아의 냉전적 질서를 해체하고 평화안보공동체를 구축하는 장기적 비전이라 할 수 있다. 한중간, 그리고 남북중 3자간 경제협력의 모델로서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일대일로’의 연계협력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대북제재라는 객관적 환경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서는 한중 협력을 중심으로 ‘일대일로’ 사업의 동반진출을 통한 협력 경험을 축적하면서 동시에 북방 경제협력의 핵심거점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한반도와 맞닿은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경협거점을 확보하는 사업이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중국의 대북협력과 동북아협력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압록강 유역의 단둥-선양(-다롄)벨트(랴오닝연해경제벨트), 두만강유역의 훈춘-창춘벨트(창지투 벨트)가 이에 적합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시점에 와서는 이를 확대하여 남북접경지역(개성, 금강산)의 협력개발과 연동해서 단둥-신의주(황금평·위화도), 훈춘-나선 초국경 협력개발로 확대하여 남북중 3각협력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시점에서는 남북 접경지역과 북중 접경지역의 종축 벨트를 잇는 한반도-중국 경제회랑 구축을 통해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일대일로’의 정합적 연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동북아지역의 협력이 북핵 문제와 같은 안보딜레마로 인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최근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향후 비핵화의 진전 여하에 따라 한반도-중국 경제회랑은 한국의 ‘한반도신경제구상’과 중국의 ‘일대일로’의 협력을 현실화, 구체화할 수 있는 매우 유력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한중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따라 북중, 한중, 남북한 경제협력이 서로 연계 발전하는 선순환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극복을 위한 초국경 방역협력 차원에서 남북중 3국이 서로 동의한다면 곧바로 협력을 위한 초기 행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즉 초국경 방역협력을 계기로 협력의 초기 조건을 확보하면서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일대일로’ 두 구상 간의 연계협력을 위한 한중 간 공동연구가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남북 간에도 방역협력을 매개로 향후 북한이 참여하는 남북중 3자 협의체를 구성하여 구체적 사업을 협의하고 확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좌: 한반도 신경제구상 우: 한반도-중국, 한반도-러시아-중국 경제회랑 또한 한반도-중국 경제회랑은 북한의 ‘전면적 경제강국’ 건설 방침과도 서로 연계될 수 있다. 북한은 2013년 이후 ‘전면적 경제강국’ 건설의 역사적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였다고 자칭하며, ‘우리식의 경제관리개선방법’으로 경제의 고속성장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한반도-중국 경제회랑 건설은 이런 점에서 북한의 국가이익과 전략적 수요에도 부합하다고 판단된다. 북한의 개방전략은 ‘4점2선’으로 요약되는데, 남선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두 개의 중점으로 한국을 향해 있으며, 북선은 나선경제특구와 신의주(황금평, 위화도) 경제특구 두 개의 중점으로 중국, 러시아를 향해 있다. 이러한 북한의 개방전략 배치는 현재 남선과 북선이 각기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추진되고 있지만, 만일 한반도-중국 경제회랑이 현실화될 수 있다면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지역에서 벗어나 동북아 지역협력에 참여하여 북중, 북러, 남북한 나아가 동북아 차원의 교류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중국 경제회랑 건설은 또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신북방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며, 남북 간 운송회랑 구축을 중심으로 교통물류, 통신, 전력, 광케이블 등의 인프라 협력에서 나아가 남북경제공동체,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견인해가는 모멘텀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중국 경제회랑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가운데 대북제재의 해제를 통해 북한의 적극적 참여는 물론이고 주변 4강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초 위에 이와 관련한 다자간 협력 패키지 사업으로 전개되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동북아 다자간 협력체인 GTI 등이 주요한 협력기제로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경제회랑 구축을 위한 재정확보 차원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적극적 활용과 함께 미국, 일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국제개발(금융)기구의 발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중 경협사업이 자칫 미국, 일본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오해되거나 비핵화 프로세스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업에 따라 미국, 일본을 포함한 다국적 자본의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개방적 협력구조’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비핵화의 진전에 따른 사업의 전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보다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2)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을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중국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온 ‘일대일로’는 물론이고 앞서 제기한 한반도-중국 경제회랑과 같은 동북아 지역차원의 초국경협력 또한 심각한 장애에 부딪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은 국가간, 지역내 협력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그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현재 방역 기술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한 북한의 경우 부득이 국경봉쇄라는 강경책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방역차원의 국제적 협력은 물론 앞으로 경제적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 중국과의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한반도-중국 경제회랑은 기초 인프라의 연계 구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인력양성과 교육, 방역 기술과 시스템의 공유 등과 같은 소프트한 내용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과정에서 축적된 신뢰에 기초하여 그 협력의 지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정세변화와 연동하여 보다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 대해 각기 다른 대응을 보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정치적, 외교적 압박뿐만 아니라 군사적 대응조치의 실행을 거론하거나 경제적 보복을 행사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였을 뿐 실질적 대응은 자제하였다. 이러한 이중적 대응은 상대국의 힘의 크기에 따른 중국의 상이한 조치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드 배치 자체가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임박한 위협은 아니거나, 중국이 이미 자체적으로 사드의 한국배치 가능성을 상정하고 면밀히 대비해 왔다고도 추론할 수 있다. 2)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착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한국은 물론 역내 국가들의 ‘일대일로’ 참여에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견해도 있지만, 일본이 그동안 중국의 ‘일대일로’에 반대 의견을 보여 왔다가 2018년 10월 아베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일대일로에 공동 참여하기로 한 점 등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우리 주도의 한반도-중국 경제회랑을 적극 제안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저자원동욱은 현재 동아대학교 중국일본학부 중국학전공 책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 학사를 졸업한 뒤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하였다.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센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경제사회인문연구회 기획위원, 부산연구원 감사, 현대중국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로는 중국의 대외전략 및 정책, 북중관계, 중국 환경, 에너지, 물류 및 동북아협력 등이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 동북지역과 환동해지역의 연계성」(2017), 「신기후체제하 글로벌 에너지 질서 변동과 한국의 에너지 전략」(2016),「중국 일대일로 다이제스트」(2016),「국제운송회랑의 새로운 지정학: 유라시아 실크로드 공동구축을 위한 협력방안」(2015) 등이 있으며, “시진핑 시기 중국의 '강대국 외교(大國外交)'와 미중 무역분쟁”,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과 남아시아 권력구도의 변화 전망: 네트워크 권력이론에 기초한 분석”(2017), “중국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한중협력을 위한 제언”(2015)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JPI PeaceNet] 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소극적이었나?
    저자
    오승희 (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발간호
    2020-12
    오승희(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I. 일본의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은 왜 늦어졌을까? 도쿄올림픽이 결국 연기되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20년 3월 24일 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바흐(Thomas Bach) 위원장과의 전화 회담 후 세계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할 수 있고 모든 관객들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가 되기 위해 취소(中止)가 아닌 1년 정도 ‘연기(延期)’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개최하는데 동의했으며,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기 위해 바흐 회장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고, 일본은 개최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리하여 올해 7월 24일 개최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1년 후인 2021년 7월 23일 개최될 예정이다. 명칭은 그대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지하기로 했다. 2020년 1월 15일 일본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도쿄올림픽 연기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였다. 중국에 이어 한국, 유럽, 미국으로 확산되면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을 때에도 일본 정부는 “올림픽 연기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변함없는 개최 의지를 표명하였다.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에 이르기까지 일본 국내외로부터 많은 연기 요구가 있었다. 일본은 가능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하다 3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중 없이 개최하는 것보다는 연기를 검토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나타내자1)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은 3월 16일 G7 정상들과 긴급 화상 회의를 갖고 “완전한 형태(完全な形)”로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며 각국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음을 강조했다. 여전히 예정대로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완전한 형태임을 강조하면서 상황에 따른 연기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고 볼 수 있다. 3월 23일에는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보이콧도 이어졌다. 사실상 완전한 형태의 대회는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아베 총리는 결국 3월 24일 밤 올림픽 개최 연기를 ‘제안’하였고 바흐 IOC 위원장이 이에 100% 동의한다는 반응을 덧붙여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강조되지만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은 상황 변화에 뒤처진 수동적인 대응이었다고 평가된다. 올림픽 연기 발표 이후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불가피하고 상식적인 결정”이었으며 이를 반대할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2)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재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2년 연기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3) 아베 총리는 일본의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또한 2년 연기시 별개의 경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1년 연기라는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4) 그렇다면 왜 일본의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은 늦어졌는가? 도쿄올림픽에 걸었던 일본 정부의 기대와 연기로 인한 상황변경에의 대응 등 코로나바이러스 등장 초기부터 일본 아베 정부의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 직후까지 일본 정부의 대응 정책과 정책 변화요인을 살펴본다.   2.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 연기 2020년 1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했을 때 일본 정부는 다른 어떤 정부보다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아베 총리는 전세기를 보내 우한에 있는 일본인을 수송하였으며, 일본 내에서는 중국으로의 마스크 지원 및 따뜻한 응원 메시지로 일본과 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였다. 일본 민간에서 기증한 100만 개의 방역 마스크가 1월 26일 우한으로 보내졌다. 이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전 회장은 일본이 중국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답례로 100만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중국에 다녀온 일본 거주 중국인이 1월 15일 확진 판정을 받고,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홍콩인 감염자가 1월 25일 확인되어 2월 3일 요코하마에 긴급 정박한 이후 감염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탔던 유람선 ‘야카타부네’(屋形船)를 대절한 택시기사 신년회로 일본인 택시기사가 감염되고, 그 장모에게 전염되어 2월 13일 일본 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로 일본 내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본 국내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1) 중국인 관광객의 중요성, 2)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일본 방문, 3) 도쿄올림픽에 미치는 영향으로 설명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에 거는 기대가 매우 컸다는 점이 일본의 중국에 대한 정책 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아베 총리는 을 주요 외교성과의 하나로 강조해왔다. 2017년 중일국교정상화(1972) 45주년을 맞이하고, 2018년 중일평화우호조약(1978) 40주년을 기념하면서 중일관계는 협력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2010년 GDP 기준 세계 2위의 지위를 중국에 넘기고, 2012년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로 중일 간 마찰이 심화되었던 분위기를 반전하여 2018년에는 중일관계가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자평하였다.5) 2018년 5월 리커창(李克強) 총리가 일본을 방문하여 계기를 만들고, 아베 총리가 2018년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여 협력의 의지를 확인하였다. 2019년 시진핑 주석이 G20 오사카 회의에 참석하였고, 아베 총리의 초청으로 2020년 ‘벚꽃이 필 무렵’인 4월 초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 2019년 말에도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차 아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며 정상 간 교류를 지속하였다. 그리고 2020년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중일관계의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어 왔다. 1972년 9월 29일 , 1978년 8월 12일 , 1998년 11월 26일 , 2008년 5월 7일 을 잇는 “제5의 정치문서”가 발표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최근까지도 우호적인 중일관계를 바탕으로 중일 민간 교류 확대 및 인적교류가 증대되어 왔다. 의 일본정부관광국(JNTO) 기준 ‘일본 방문 외국인 수’를 살펴보면,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최악의 한일관계로 한국인 관광객이 약 195만 명 급감하였으나, 중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면서 121만 명 증가하였고, 전체 관광객 수는 2018년보다 69만 명 증가한 31,882,049명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춘절을 앞두고 일본으로 단체여행을 온 우한 사람은 1만 5000여명에 달했다.6) 일본 방문 외국인 수7) 일본 정부는 3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려로 원활한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을 연기하기로 공식 발표하였다.8)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장은 2월 28일 중국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정치국위원과 만나 시진핑 주석의 방문 건을 논의했다. 기타무라 국장은 “중요한 것은 10년에 1번 이루어지는 국빈방문에 걸맞은 성과를 얻는 것이다”라고 강조하였고, 양제츠 위원은 “방일은 적절한 시기와 환경과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일정 연기에 동의했다. 6월 예정된 미국에서의 G7 정상회의, 7월의 도쿄올림픽 이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G20 정상회의 이전의 가을쯤 방문을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3.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 결정 코로나19로 인한 시진핑 주석의 방문 연기를 발표한 3월 5일에도 7월의 도쿄올림픽 개최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고자 했으며, 결국 왜 연기하기로 결정했는가?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이 비용의 문제이다. 개최를 위해 준비했던 비용과 올림픽으로 얻게 될 이익 등이 올림픽 개최를 예정대로 추진하게 했다는 견해이다. 개최를 위해 직간접 비용으로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6,030억엔, 도쿄도 5,973억엔, 중앙정부 1천 500억엔 등 총 1조 3,503억엔이 소요되고9) 국내총생산(GDP)이 2조엔(약 22조 5천억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 등 불완전한 형태로 개최된다면 일본이 기대하는 이익의 측면도 상당 부분 감소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올림픽 연기 결정으로 적게는 6,400억 엔에서 많게는 약 4조 5천151억 엔에 달하는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10) 하지만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에는 비용보다 더 중요한 요인들이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도쿄올림픽은 저주받은 올림픽이다. 올림픽은 40년마다 문제가 생긴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80년 전인 1940년, 일본은 제12회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1940년 올림픽은 일본 건국 2,600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아 추진되었으나, 1937년 루거우차오(蘆構橋) 사건 이후 전개된 중일전쟁의 심화로 일본 정부는 1938년 7월 15일 올림픽 개최를 포기했고 결국 제12회 올림픽은 전쟁 중에 개최되지 못했다.11) 개최를 포기한 후 26년이 지난 1964년,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을 개최했다. 올림픽 개최를 바탕으로 일본은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루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다. 1964년 10월 10일부터 24일까지 제18회 올림픽으로 개최되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은 ‘세계는 하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아시아에서 열린 첫 번째 올림픽이었다. 93개국에서 5,151명의 선수가 참가했다.12) 다시 56년이 지나 개최되는 2020년 올림픽은 일본 ‘부흥’의 신호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를 재구축하기 위한 절실한 기회였다. 경제 활성화는 물론,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비롯한 주요 국제 이벤트들이 도쿄올림픽의 장에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했던 1938년의 경험과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1964년의 경험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취소의 두려움 그리고 부흥의 기대를 형성하였다. 또한 주목해야 할 요인은 아베 정권의 자기강화적 속성이다. 로이터 통신은 올림픽 취소가 아닌 연기가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당은 약하고 분열되어 있으며, 여당 내에서는 후계자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어 유권자들도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뉴욕타임즈는 아베 총리가 다른 정치인이라면 진작에 사임했어야 할 스캔들을 수차례 일으켰음에도 경기 부양, 올림픽 유치라는 성과에 힘입어 역대 최장수 총리로 재임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국민들의 불신 여론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전 총리도 아베 총리의 거짓말을 지적하며 총리로서의 자격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13) 문제는 아베 정권의 방역 대책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이다. 뉴욕타임즈는 아베 총리가 지난 1월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더디게 반응한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주었고, 2월에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검역에 실패하며 3,700여 명의 승객과 선원 사이에 바이러스가 퍼져 나갔다고 전했다.14)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3월 11일 트위터에서 “코로나19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간이 PCR 검사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싶다”며 100만명 분을 제공할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 시책과 상이하다며 비난받고 결국 철회하였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도쿄도는 그동안 올림픽 실현을 위해 감염자 수를 적게 보이고, 마치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있는 것처럼 엄격한 요청을 피해왔다"고 비판했다.15) 일별 일본 내 감염자수16) 도쿄올림픽 연기가 발표되고 나서야 일본인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4월 2일 오전 10시 반에 발표된 현황은 크루즈선 712명을 포함한 전체 확진자 3,222명, 사망 81명, 중증 70명, 퇴원 1,091명으로 집계되었다. 3월 31일 하루 만에 242명, 4월 1일 266명이 확진되었으며, 3월 25일부터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17) 많은 전문가와 언론 보도는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그동안 검사를 최소화하고 일본 내 감염 상황이 축소, 은폐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의 통계를 믿을 수 없으며 일본은 코로나19에 대해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불투명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2월 27일 아베 총리가 갑자기 발표한 3월 한 달간 전국 초·중·고 일제 휴교 요청은 담당 기관인 문부과학성이나 자민당과 논의 없이 발표된 것이었다.18) 아베 총리는 “휴교요청은 학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애끊는 결단”이었으며 “정치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 책임에서 도망갈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밝혔다.19)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결정에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20)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한 명으로 언급되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야당으로부터 아베 정권의 초동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정부 방침과 다른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다고 평가된다.21) 도쿄올림픽은 아베 총리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9월 이전인 2021년 7월 23일 개최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 말 중의원 해산 후 아베 4연임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등장하기 시작했다.22) 아베 정권의 지지도가 반대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포스트 아베 주자가 등장하지 않는 한 아베 독주 체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23) 앞으로 전개될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 등이 아베 정권의 연장 여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정부의 핵심 이익은 자기 강화적 성격을 통해 정책의 변화 속에서도 지속성을 유지해나간다. 아베 정권의 핵심이익은 여전히 유지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방일 연기나 도쿄올림픽 연기 등의 정책 변화가 조건부로 조정되며 나타나고 있다.   4. 예측불가능한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20년 초 등장한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에 대해 각 국가는 도시 봉쇄, 입국 금지, 마스크 배부, 긴급재난기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을 도입하고 기존의 정책들을 수정하며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과 도쿄올림픽 개최를 통해 국제적으로 일본의 위상을 높이고 중국과 함께 강한 국가로 자리매김하며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 침체된 일본 경제의 부흥을 위해 대대적인 계획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 변수로 인해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기존의 정책을 가능한 고수하고자 하는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축소하여 도쿄올림픽을 가능한 개최하고자 하였다. 대응 과정에서 배제와 은폐가 존재했고, 결정의 변화 속에서도 아베 정권의 핵심 이익은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정책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 연기 결정 이후 일본에서는 코로나19 방역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류에 닥친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해나가야 할지 정치적 이익 강화가 아닌 안전 우선의 연대의 지혜를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 이틀 전, 도쿄올림픽 연기요청이 빗발치자 IOC 바흐 위원장이 답했던 바와 같이, “사람의 생명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그리고 마침내 “올림픽의 '불꽃'은 어두운 터널의 끝에서 빛날 것이다”.24)   1) 共同通信. 2020.03.13. “東京五輪の1年延期提案.” https://this.kiji.is/610861632589333601?c=113147194022725109 2) WSJ. 2020.03.24. “Japan, IOC Agree to Postpone 2020 Tokyo Olympics by About One Year..” https://www.wsj.com/articles/japans-abe-agreed-with-ioc-to-delay-tokyo-olympics-by-about-one-year-11585052548. WSJ. 2020.03.27. “What the Postponement of the Olympics Means for Athletes.“ https://www.youtube.com/watch?v=Sw_kyDv-CE8 3) 朝日新聞. 2020.04.01. “森会長が語る舞台裏 「なぜ1年」問われ首相は断言した.” https://www.asahi.com/articles/ASN306X98N30UTQP01N.html 4) 毎日新聞. 2020.03.27. “オリンピック1年延期 首相「専門家助言なし、政治判断」参院予算委.” https://mainichi.jp/articles/20200327/k00/00m/010/104000c 5) 国会会議録検索システム.https://kokkai.ndl.go.jp/#/detail?minId=120105261X00520200203&;spkNum=10&;single 6) 중앙일보. 2020.02.09. “"집값 2년새 4배 폭등···우한 부동산 버블, 세계에 코로나 옮겼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01185 7) 일본정부관광국(JNTO) https://www.jnto.go.jp/jpn/statistics/visitor_trends/ 8) 朝日新聞. 2020.04.01. “日中の安倍外交も「誤算」 新型コロナで習氏訪日延期.” https://www.asahi.com/articles/ASN363PXMN35UTFK01C.html?iref=pc_ss_date 9) 중앙일보. 2020.03.03. “코로나19 전세계 확산에도 도쿄올림픽위 “취소 논의 안 해”https://news.joins.com/article/23720715 10) 연합뉴스. 2020.04.02. “40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저주? 도쿄 올림픽 연기 여파는.” https://www.yna.co.kr/view/AKR20200401171800797?input=1195m 11) 최은봉, 오승희. 2019. 『전후 중일관계 70년: 마오쩌둥-요시다 시기부터 시진핑-아베 시기까지 』 (공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12) The Organizing Committee for the Games of the XVIII Olympiad. 1966. The Games of the XVIII Olympiad, Tokyo 1964: the Official Report of the Organizing Committee I, II. Tokyo: Kyodo Printing Co. 13) 아베 발탁한 고이즈미 “거짓말해… 그만둬야”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01/100440484/1 14) 조선일보. NYT "도쿄 올림픽 취소되면 아베 日 총리 사임해야 할 수도".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6/2020030601507.html 15) KBS NEWS. 2020.03.28. “[특파원리포트] 올림픽 가니 코로나 왔다…日 도쿄 “일주일만 빨랐더라면”.“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12058&;ref=A 16) 日本国内の感染者数(NHKまとめ). 2020.04.02. https://www3.nhk.or.jp/news/special/coronavirus/ 17) 日本国内の感染者数(NHKまとめ). 2020.04.02. https://www3.nhk.or.jp/news/special/coronavirus/ 18) 日経ビジネス. 2020.03.02. 「小中高休校」の賭けに出た安倍首相、異例の政治決断の舞台裏. https://business.nikkei.com/atcl/gen/19/00002/030201117/?P=2 19) 중앙일보. “위기의 아베,코로나 와중 극우 작가 불러 만찬.” https://news.joins.com/article/23718944 20) 중앙일보. 2020.03.16 아베의 위기, '넘버2' 스가와 눈 마주치지 않으며 시작됐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30561 21) 時事通信. 2020.03.09. “新型コロナ「ポスト安倍」に試練 岸田氏アピール懸命、加藤氏苦境.” https://https://www.jiji.com/jc/article?k=2020030800261&;g=pol 22) 아베 발탁한 고이즈미 “거짓말해… 그만둬야”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01/100440484/1 23) テレビ朝日. “世論調査” 2020.03. https://www.tv-asahi.co.jp/hst/poll/202003/index.html 24) Tokyo 2020. 2020.03.24. IOC President: "The Olympic flame can become the light at the end of this dark tunnel" https://tokyo2020.org/en/news/ioc-president-the-olympic-flame-can-become-the-light-at-the-end-of-this-dark-tun.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 2019년부터 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가톨릭대 국제학부 강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근무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일본 외교정책, 중일관계, 동아시아 국제관계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2019), "강한 일본을 위한 아시아의 타자화" (2018), "중일 경쟁시대 일본의 중국 인식과 정책" (2017), “전후 일본의 인정투쟁과 중일국교정상화: 하나의 중국론에 대한 인정론적 접근” (2017) 등이 있다.
  • [JPI PeaceNet] 브렉시트의 제2막: 구체적 협상의 단계
    저자
    조홍식(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발간일: 2020년 3월 30일
    발간호
    2020-08
    I 브렉시트의 의미와 현 단계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하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유럽통합에 가해진 철퇴(鐵鎚)다. 20세기 중반 시작된 유럽통합 운동은 가장 성공적인 지역통합의 사례였고, 21세기 들어서도 단일화폐 유로의 출범이나 중·동유럽으로의 확장 등 상당히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은 초유의 회원국 탈퇴라는 쓰라린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유럽통합을 세계화의 일환으로 보았기 때문에 브렉시트는 반(反) 세계화의 대표적인 저항운동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분석을 보면 대도시나 부유한 지역은 유럽 잔류를 지향했고, 반대로 소외된 빈곤 지역은 유럽 탈퇴를 선호했기에 이런 해석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1) 2016년 11월에는 미국에서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세계적 포퓰리즘의 부상이라는 의미가 더욱 부각되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영국은 더 이상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아니다. 2020년 1월 31일자로 영국이 유럽에서 공식 탈퇴하였고 유럽연합은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회원국이 줄었다. 그 과정의 우여곡절을 여기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영국은 국민투표를 추진했던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가 사임하고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총리가 역임했으며, 현재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까지 모두 3명의 정부 수반을 소모했다. 게다가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총선을 치러야 했다. 무엇보다 브렉시트 과정에서 영국이 전 세계에 보여준 모습은 국민의 결정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의회 민주주의의 무능한 마비 상태였다. 지난 해 12월 총선을 통해 존슨과 보수당은 대규모 승리를 거뒀고 ‘브렉시트 실행(Get Brexit done)’이라는 유권자의 명령을 위임 받았다고 할 수 있다.2) 선거가 끝나자마자 존슨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여 유럽연합 탈퇴를 공식화하였다. 언론의 관심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영국 정치에서 브렉시트의 쟁점은 이제 어젠다에서 사라져 버린 듯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브렉시트는 이제 그 첫 번째 막이 내린 것에 불과하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브렉시트의 대략적인 조건에 대해 합의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협상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혼의 비유를 이용하자면, 이혼을 한다는 원칙에 대해 합의했을 뿐 그 구체적인 조건은 지금부터 협상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따로 별거하면서 협상을 벌이기보다는 여전히 동거하면서 협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협상 기간에 영국과 유럽연합의 관계는 여전히 예전처럼 지속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는 이제 제2막에 돌입했다.   II 브렉시트의 주요 쟁점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영국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브렉시트를 되돌이키는 가능성을 꿈꿨다. 한 번 더 국민투표를 한다면 결과가 달리 나올 수도 있다는 계산에서 말이다. 하지만 12월 총선의 결과로 이런 희망은 사라져 버렸고 오히려 유럽과 단연한 결별을 의미하는 하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존슨 정부와 유럽연합이 벌이는 협상은 크게 보면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오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노르웨이 모델로 영국이 유럽연합의 규제체제를 거의 모두 받아들이고, 유럽의 예산에도 기여하면서 긴밀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3) 다른 하나는 영국과 유럽이 특수한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WTO(세계무역기구)의 회원국 사이에 존재하는 일반적 국제 관계로 멀어지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형식적으로 비회원국이지만 회원국과 유사한 긴밀한 관계라면, WTO 모델은 영국-유럽관계를 영국-중국관계의 차원으로 격하시키는 일이다. 이 둘 사이에는 캐나다 모델이 존재한다. 영국이 유럽연합과 원칙적으로 자유무역을 하면서도 규제에 있어서는 자율성을 유지하는 모델이다. 협상의 결과는 노르웨이 모델과 WTO 모델 사이에서 캐나다 모델의 한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노르웨이 모델은 사실상 현상유지에 가까운데, 영국의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이전과 비교했을 때 유럽 내부에서 목소리를 내는 회원국의 권리만 사라진 형태이기 때문에 기필코 피하려 할 것이다. WTO 모델은 유럽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영국의 입장에서 너무나 불리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 역시 낮다. 따라서 제2막 협상의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쟁점은 영국이 유럽의 규제체제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가에 있다. 유럽은 비회원국 영국이 환경, 노동, 세제 등에서 느슨한 규제로 유럽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하는 위험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이 시한을 지키는 ‘국제사회의 모범생’처럼 행동한다면 올 연말까지 미래의 관계를 규정하는 협상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고 내년 1월1일부터는 새로운 관계의 틀을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세기 가까이 관세동맹에서 단일시장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영국과 유럽연합의 역사를 단 10개월 만에 정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존슨 정부는 협상이 종결되지 않더라도 영국은 유럽과의 관계를 내년 초에는 정리해 버리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1막에서 줄곧 주장해온 ‘브렉시트 실행’의 전략을 제2막에서도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그래서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노딜 브렉시트’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III ‘템스 강의 싱가포르’ 제1막에서의 영국과 비교했을 때 존슨이 주도하는 제2막의 영국은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메이 총리가 2017년 총선 이후 과반수의 의석을 얻지 못해 취약한 상황이었던 데 반해 존슨 총리는 2019년 총선에서 절대 다수(365/650석)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선 전에 보수당의 친(親)유럽 세력을 축출하거나 약화시켰고, 정부 출범 이후에도 2월의 개각으로 ‘강한 브렉시트(Hard Brexit)’ 노선의 인물 중심으로 진용을 짰다. 존슨이 대표하는 보수당의 강한 브렉시트 세력이 추구하는 영국은 ‘템스 강의 싱가포르(Singapore on Thames)’4)라는 표현이 잘 상징한다. 싱가포르는 전(全)방위 자유주의 무역 및 서비스 정책으로 경제의 성공을 이룩한 경우다. 영국 역시 유럽연합과 같이 경제적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대륙이 아니라 세계에서 부상하는 주요 경제 세력과 자유롭게 긴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활기찬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 경제의 역동성을 대표하는 미국이나 중국이 영국의 대표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인도나 브라질, 남아공 등의 개도국도 영국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대양을 향해 나가는 지리적 개방성과 함께 유럽의 고리타분한 규제체제에서 벗어나야 혁신을 중시하는 새로운 경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동반한다. 이 같은 브렉시트 세력의 자유주의 전략은 몇 가지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5) 첫째, 지정학적으로 2020년의 세계는 브렉시트를 결정했던 2016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과거에 안정적이고 다자적인 국제환경에서는 세계를 향해 경제를 개방하는 전략이 다자주의를 통해 효과를 거두기 수월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바꿔 놓은 세계는 양자적 대립과 충돌을 통해 협상을 벌이는, 따라서 영국처럼 한 국가가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을 전개하기 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둘째, 영국의 경제 구조도 개방 전략에 그리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국 경제의 장점은 상품 수출보다는 금융이나 법률, 컨설팅 등의 서비스에 있고, 이런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은 유럽처럼 더 커다란 규제체제 속에서 비로써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셋째, 존슨 정부가 환경이나 노동 등에서 강력한 탈규제 정책을 펴는 것도 어렵다. 왜냐하면 영국 국민이 비록 브렉시트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환경이나 노동부문에서는 유럽 시민과 유사한 선호도를 보여줘 왔기 때문이다. 여론을 역행하는 극단적 탈규제 정책은 존슨 정부의 정치적 자본을 쉽게 와해시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처럼 존슨의 강한 브렉시트 전략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좋은 조건을 만나기는 했지만, 2020년대의 지정학, 경제구조, 정치조건 등을 감안했을 때 실현하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정치에서 브렉시트는 이제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정치적 계획으로 발전했고, 어떤 면에서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높였다.6) 다만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다고 하더라도 영국의 미래는 여전히 상당 부분 유럽과의 관계 설정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이제 유럽연합의 정치 상황을 살펴볼 차례다.   IV 유럽연합의 정치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은 역사적 충격과 상처를 입었고 실제 영국이 없는 유럽은 커다란 기둥이 하나 빠진 구조물처럼 취약한 모습이다. 영국은 유럽통합에 적극 동참하는 회원국은 아니었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EU의 빅4(Big 4)를 형성하는 축이었고, 프랑스와 같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가진 외교적 거인이었다. 아이러니는 브렉시트가 이런 부정적 효과와 동시에 유럽통합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기여를 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영국이 탈퇴를 결정한 이후 유럽연합 내부에서는 탈퇴를 주장하던 원심(遠心)적 목소리들이 오히려 약화되었다. 극우 또는 극좌 포퓰리즘 세력은 여전히 유럽통합을 비난했지만 연합에서 탈퇴하자는 주장은 잦아들었다. 영국이 경험하는 혼란과 잠재적 충격이 여론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정치의 붕괴 현상은 유럽 탈퇴가 갖는 파격적 성격을 일깨워 주었다. 브렉시트 제1막이 보여준 또 다른 현상은 유럽이 27개국의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통일된 협상 전선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통합의 배에서 내리려는 영국에 대해 기존의 회원국들은 분열을 피하면서 오히려 결속을 다진 측면이 있다. 유럽연합은 아마도 올해 제2막의 협상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1막에서 유럽연합을 대표해 협상을 이끌어왔던 미셸 바르니에(Michel Barnier)가 계속 같은 역할을 제2막의 협상에서도 담당하기에 지속성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측은 영국과 긴밀한 관계, 즉 자유무역과 서비스의 자유거래를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 이익이 된다고 여기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영국이 유럽의 규제체제를 수용하라고 꾸준히 주장할 것이다. 템스 강의 싱가포르보다는 노르웨이가 되라는 주장 말이다. 회원국 가운데는 프랑스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EU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지만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가 집권 말기로 돌입하면서 리더십을 크게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2022년까지 국내 정치에서 안정적 기반을 확보한 엠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에서 가장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관점에서 올 초 마크롱 대통령이 뮌헨 안보회의에서 브렉시트 영국의 성공을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준 것은 의미심장하다. 유럽의 배에서 뛰어내린 영국이 화려하게 성공한다면 유럽의 와해는 시간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의 경쟁자이자 극우 포퓰리즘의 마린 르펜(Marine Le Pen)은 브렉시트와 유사한 프렉시트(Frexit)를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존슨이 강한 브렉시트 전략을 들고 나오듯이, 유럽연합 측에서도 순순하게 영국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정치적 조건이다. 제1막은 어떤 점에서 취약한 메이 총리에게 강한 유럽이 조건을 강요하는 모습이었다면, 제2막은 영국과 유럽이 둘 다 강한 입장으로 크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V 세계 속의 유럽과 영국 영국과 유럽의 관계 설정은 고립된 채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틀 속에서 부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영국은 ‘템스 강의 싱가포르’ 전략에 따라 미국이나 중국 등 G2와 본격적으로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협상에 돌입할 것이다. 영국의 입장에서 미국 및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설정하면 할수록 일반적으로는 유럽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이나 중국, 또는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함으로써 유럽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이 영국과 제3국의 긴밀한 관계를 부정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면 영국은 종합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유럽에서 많이 논의되는 사례가 ‘염소(鹽素) 처리 닭’이다.7) 영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미국에서 염소로 처리한 닭이 영국에 수출될 것이고, 다시 이것이 유럽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다. 다만 유럽은 환경이나 위생 부문에서 미국보다 훨씬 규제가 강하고, 염소로 식품을 처리하는 것은 불법이다. 영국이 미국과 유익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오히려 유럽 시장을 닫게 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유럽까지 가지 않더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은 이미 영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존슨의 영국은 자유주의를 따르는 ‘템스 강의 싱가포르’ 모델에 따라 5G 네트워크에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부분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미국 측의 반발을 불러왔고, 미국과 영국의 특수한 관계가 위협에 처한 것은 물론 제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다.8) 애초부터 싱가포르와 같은 소규모 도시국가가 채택할 수 있는 전략과 영국처럼 지역적 강대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은 다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영국에서 지리적으로 먼 국가가 이처럼 영국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면 바로 옆에 있으면서 오랜 역사를 함께 나눠 온 유럽과의 관계 설정은 더더욱 제로섬의 상황이 다양하고 심각하게 등장하여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20세기 중반 유럽통합이 시작될 수 있었던 중요한 지정학적 원인은 미국과 소련이 경쟁하는 냉전 체제와 유럽 제국의 붕괴를 가져온 탈식민화 운동이었다. 소련의 위협을 막기 위해 유럽은 뭉칠 수밖에 없었고, 프랑스나 영국 제국의 붕괴는 이런 통합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브렉시트는 이런 유럽의 통합을 다시 붕괴시키는 하나의 사건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된 제1막과, 올해 눈앞에 둔 제2막 만으로 브렉시트의 진정한 의미를 가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 단계의 협상은 그야말로 결별의 시작일 뿐, 협상이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될지, 그 중·장기적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지, 그에 대한 정치적 조정과 반응을 어떨지, 각본 없는 무대의 연극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1) Harold Clarke, Matthew Goodwi, and Paul Whiteley. Brexit: Why Britain Voted to Leave the Europen Un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7. 2) “Boris Johnson’s big win”. The Economist. December 13th 2019. 3) "Norway for now-or never?”. The Economist. November 3rd 2018. 4) “If Britain became ‘Singapore on Thames’”. The Economist. July 13th 2017. 5) Jean Pisani-Ferry. “Ce qu’il faut à l’UE après le Brexit, c’est que l’Angleterre l’aiguillonne, la stimule”. Le Monde. Le 25 janvier 2020. 6) Sylvie Kauffmann. “Le Brexit n’est plus un slogan. C’est un projet politique, et mê̂me une idéologie”. Le Monde. Le 4 mars 2020. 7) “What is the flap about chlorinated chicken?”. The Economist. November 13th 2018. 8) “A weaker post-Brexit Britain looks to America”. The Economist. January 30th 2020. 기획: 손정욱(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 조홍식 교수는 숭실대 정치외교학과에 재직 중이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유럽통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세종연구소, 가톨릭대학교 등에서 근무하였고 미국 하버드대, 중국 베이징외국어대, 프랑스 소르본·팡테옹대 등의 객원 연구원 및 교수를 역임했다. 『유럽의 대일본정책』(서울대학교출판부, 1995), 『유럽 통합과 ‘민족’의 미래』(푸른길, 2006), 『문명의 그물: 유럽문화의 파노라마』(책과함께, 2018) 등을 펴냈고 현재 『세계일보』에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월간중앙』에 ‘조홍식의 부국굴기’를 연재하고 있다.
  • [JPI PeaceNet] 유럽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도전과 과제
    저자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발간호
    2020-11
    1. 지금 유럽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아시아의 먼 곳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던 유럽도 코로나 19(COVID-19) 문제를 이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23일(CET 6:00-10:00)기준으로, 유럽(EU, EEA, 영국)의 확진자는 160,233명에 달하고 있고 사망자는 8,622명에 이른다. 같은 날 기준 전 세계 확진자 338,307명의 47%, 전 세계 사망자 14,602명의 60%를 차지하고 있다.1) 그렇다면 지금 유럽의 모습은 어떨까? 벨기에의 브뤼셀 자유대학(ULB)은 3월 18일부터 4월 5일까지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원격 수업 혹은 원격 업무(l’enseignement à distance et le télétravail)를 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구성원들에게 전화 또는 화상으로 심리 상담을 해주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형 서점 프낙(Fnac)이 저명한 바이러스 전문가의 손을 빌어 『코로나 바이러스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50개의 문답-』(CORONAVIRUS Comment Se Protéger?, 50 Questions-Réponses)을 신간으로 내놓았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초강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약국, 은행, 소형 식료품점을 제외한 모든 학교, 박물관, 극장, 유흥업소, 식당이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 남성들의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축구도 멈췄다. 업무상 이유가 아니면 모든 개인이 집 밖을 나서서는 안 된다. 확진자가 많이 나온 롬바르디아의 경우 어느새 부고(訃告)란에 이름 올리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조르지오 파루(Giorgio Palù) 전 유럽바이러스학회장은 이탈리아 방역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병원에서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다른 나라에 충고하자면) 확진자라 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경증일 경우면 (병원에 가기보다) 되도록 집에 있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그는 덧붙여 “병원에서조차 마스크와 산소 호흡기가 부족하다”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병원이 오히려 확산의 근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두 개의 야전병원을 만들어서 군 의료진이 진료를 돕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였다.2)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힘을 늘리는 정치인도 있다. 10년 이상 총리직(이전 총리직 까지 합치면 14년)을 지키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헝가리 총리는 3월 20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하여 무기한 지속 가능한 특수 법령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번 법령안에 담긴 특수 권한을 살펴보면, “특정 법률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고, 일부 법률의 효력을 중지시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경제 안정을 위해서, 그리고 시민들의 생활, 보건, 사적, 물리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특수 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3) 구체적으로 이번 법안에 따르자면, ‘공중위생의 성공적인 방어’와 관련된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하거나 퍼뜨리면 3-5년에 이르는 징역을 살수도 있다. 또한 선거와 국민투표(referendums)도 무기한 연기하도록 하였다. 극단적인 경우 코로나19로 국회의원이 사망하더라도 보궐선거 등은 언제 열릴 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이 법안은 국가의 비상사태가 무기한 지속되어도 의원들의 승인이 필요 없어서 오르반 총리의 권한을 보다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가 유럽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마린 르펜 국민연합 총재,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그는 민족주의자(nationalist)이자 유럽회의주의자( Euroscepticism), 그리고 포퓰리스트로 의심받고 있다. 2011년, 그는 총리직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언론 보도를 제한하고, 사법권과 중앙은행의 독립을 저해하는 헌법 개정으로 이미 국제사회에서 많은 지탄을 받으바 있다. 그래서 이번 조치를 더 의심하게한다. 2. 녹색 월경지대(Green Lane Borders Crossings) 이런 가운데 EU의 각 기관(institutions)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일 브뤼셀에 있는 EU 각료 이사회 사무국의 공무원이 코로나19의 첫 확진자로 확인된 후, 23일에는 유럽의회의 40대 기술직 직원이 첫 사망자로 기록되었다.4) 그 사이 EU의 각 기관은 각종 회의와 만남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3월 둘째 주, 스트라스부르그의 유럽의회 총회에는 705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보좌관들이 북적거릴 예정이었지만 핵심인사만 참여하는 회의로 크게 축소되었다. 또한 6-7천 명 정도의 참여가 예상된 130여 건의 각종 의회 행사가 모두 취소되었다, 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 의료진 같은 바이러스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단체 관광객의 역내 진입을 향후 30일간 금지하기로 하였다. 이로 인해 EU 기구가 포진한 브뤼셀의 관광 수입도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브뤼셀 호텔 연합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예약 취소 등으로 입은 손해는 1천만 유로(약 135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편, 집행위원회는 물류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경제 침체가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음을 주목하여 국경지대에서의 물류 이동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이 지침에 따르면 먼저 회원국들은 ‘환 유럽 이동망(Trans-European Transport Network: TEN-T)’이 닿는 역내의 한 지점에 국경 검문소를 설치하고 이곳에 ‘녹색 월경지대(green lane borders crossings)’를 두어야 한다. 녹색 월경지대는 어떤 종류의 화물을 실었건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화물차가 이용할 수 있으며 각종 서류 및 위생 검사에 15분을 넘길 수 없다. 따라서 이곳을 통해 국경을 넘는 절차는 최소한으로 간소화된다. 화물기사는 화물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고 ID카드와 운전면허, 경우에 따라 고용인의 간단한 서신만 있으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 전자 단말기에 서류를 담아 제시해도 된다. 이는 화물기사의 국적이나 차고지, 화물의 출발지와 목적지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된다. 더불어 회원국들은 의료진, 관련 종사자 등을 태운 일반 운전자나 동승한 승객들이 목적지가 어디든 TEN-T망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안전 통로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회원국은 본국 송환자들과 국제 구호 항공기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어도 하나의 공항은 확보해두고 있어야 한다. 3. 사생활 보호의 문제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간과되어서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다. 디지털권(Digital Rights)이 어느 곳보다 잘 정비되어 있는 유럽의 옹호론자들은 코로나 19의 확산에 따라 정부가 응급상황을 이유로 개인 정보를 함부로 다룰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담아두고 있는 스마트폰 위치 추적 데이터가 문제다. 지금과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기에 보건 위생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정보가 남용될 수도 있다. EU 차원에서는 디지털 보호 규정이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지만, 회원국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3월 초 이미 감염병의 창궐기에 개인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관한 정비 법안을 발빠르게 추가하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더 많다. 폴란드는 자가 격리 앱을 개발하여 자가 격리된 사람들이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6개월 동안 통화내역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도이치 텔레콤, 이탈리아에서는 보다 폰 등이 특정지역에서 인구의 이동을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한 자료를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반드시 옳은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유럽사법법원이 국가안보를 빙자한 이 같은 빅 브라더 식 정보 수집이 타당한지 심리 중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데이터 수집의 목적이 분명하고 일시적이며 임박한 위협이 있을 때만 정당하다고 보고 있지만, 적용과 검증이 문제다.5) 4. 우리가 얻을 함의 한편, 아직 아주 작긴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보(Vò)는 코로나19 발발의 주범이었다. 인구 3천여 명의 이 작은 도시에서 2월 21일 처음 두 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 출발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튿날 그 중 한 사람(78세)이 사망하였다. 이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나온 첫 사례였다. 그러자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보를 격리지역으로 지정하였고 어느 누구도 특별허가가 없으면 보를 떠나거나 들어갈 수 없었다. 이곳의 대책은 오로지 ‘격리와 검사’였고 인구의 97%가 진단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일주일 새 인구의 3%가 양성으로 – 이곳을 아우르는 베니토(Veneto) 전 지역에서 151명이 확진자로 판명- 로 확인되었다. 확진자 중 미증상자는 자가격리, 증상자는 지정된 보건소로 직접 방문하였다. 그러자 3월초 확진자의 수는 1%로 떨어졌고 3월 23일에는 드디어 신규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6) 지금 보는 이탈리아에서 모범 사례-그들은 이를 Vò Model로 부른다-로 연구되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우리가 얻을 함의는 있다. 첫째, 격리와 검사는 우리나라나 유럽이나 똑같이 가장 중요한 대처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감염병의 특성상 지금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이다. 보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은 엄격한 격리였다. 둘째, 그러나 격리는 사회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경제가 침체되고 인간은 소외된다. 사회적으로 외톨이가 된다. 주목할 것은 유럽이 경제 부양 못지않게 격리된 자(혹은 확진자)에 대한 심리적 도움과 사회적 연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리적 격리 못지않게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어루만져줄 심리적 도움이 필요하다. 뜻하지 않게 생이별을 해야 하는 가족들에 대한 도움도 꼭 필요하다. 셋째, 감염병이니 만큼 위험 전파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개인-사회-기업(데이터 수집업체)-국가 등이 모두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여럿이 연계된 이런 묶음에서 오로지 국가가 독점적으로 개인의 사생활 공개의 범위를 결정해도 되는 지 의문을 낳는다. 보다 더 큰 범주의 협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유럽에서는 사회적, 정치적, 법률적 차원에서 이에 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다. 넷째, 응급상황이고 위기가 임박한 만큼 수많은 정책과 법령이 쏟아지고 있다. 기술적 능률과 정치적 독재가 혼동될 수도 있는 시기이다.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의 합법화된 독재는 바로 이런 논리 속에서 점차 확장되어 왔다. 경계할 부분이다. 5. 단절과 차단이 아닌 점과 선으로 이어진 녹색 지대로 이제 우리에게도 희망을 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류이동의 단절과 생산 차질로 경제는 마비되었다. 감염의 책임 소재를 두고 인종차별과 이웃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격리는 지금 최선의 예방책이지만 이로 인해 개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사회를 전반적으로 우울하게 만든다. 77억의 지구인이 확진자 46만 7천명(3월 37일 기준)- 약 0.006%-으로 인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확진자가 퍼진 붉은 지대에 겁먹지 말고 아직도 건강한 녹색 지대를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은 ‘녹색 월경지대’를 마련하여 국가 간 물류의 순환이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웃 국가들과 연계하여 녹색 월경지대를 만들면 어떨까? 지금까지는 무조건 차단과 단절을 최선의 방책으로 삼았다. 이는 격리와는 다른 것이다. 타의에 의한 차단과 단절은 결국 모든 이동을 불가능하게 한다. 오히려 엄격하게 관리되는 청정지대를 만들어 점과 선으로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공항 중 한 곳을 바이러스 없는 청정 지대로 만들어 외국의 같은 환경을 가진 청정 공항과 최소한의 물류라도 빠르고 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작더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작은 구역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그곳만이라도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자유롭게 다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에서는 일부 안심 존을 공지하고 있지만 이는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은 곳을 표시하는 수세적인 시각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좀더 발전시켜 보자. 사람에게는 따뜻한 태양 밑에서 봄꽃 향기를 느낄 자유가 있다. 녹색지역이 점과 선으로 점차 늘어날 때 우리는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물리적 격리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차단이나 단절이 되어 모든 흐름을 끊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1) 유럽 질병 예방 통제센터(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 https://www.ecdc.europa.eu/en/novel-coronavirus-china 2) “Coronavirus: Lessons from Italy”, EUobserver, 17 March, 2020 3) “Hungary’s Orban seeks indefinite power in virus bill”, EUobserver, 20 March, 2020 https://euobserver.com/coronavirus/147834 4) “First coronavirus cases hit EU institutions”, EUobserver, 05 March, 2020 5) “Privacy issues arise as governments track virus”. EUobserver, 23 March, 2020, https://euobserver.com/coronavirus/147828 6) “Vò – the Italian town that defeated coronavirus”, EUobserver, 23 March, 2020, https://euobserver.com/coronavirus/147848?utm_source=euobs&;;;;;;utm_medium=email 기획: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vc_column_text]
  • [JPI PeaceNet]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과 한일갈등의 변곡점
    저자
    이창민(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발간호
    2020-10
    1. 코로나19와 한일갈등 지난 3월 11일 WHO가 결국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팬데믹’ 선언을 했다. 최근 2주 사이에 중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확진자가 13배 늘어나고, 피해국도 3배 이상 증가하면서, WHO는 공식적으로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팬데믹 선언 전까지 WHO는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빠른 한국, 이탈리아, 이란 세 나라를 예의주시하였다. 특히, 한국은 3월 8일까지도 중국을 제외하고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였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앞다투어 한국인 또는 한국을 경유한 여행자에 대해 경쟁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일본 정부는 3월 5일에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지정하는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입국제한 강화 조치를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의 발표를 접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순수한 방역 목적으로 볼 수 없는 비우호적인 조치를 단행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다음날 바로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금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 정지, 특별입국절차 적용, 여행경보 2단계로 상향 등의 보복조치를 발표하였다. 일본이 이번 조치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힌 반면, 한국은 종료 시한도 제시하지 않았다. 양국의 충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기에 앞서서 이미 상세한 내용을 한국측에 알렸다고 반박하였고, 한국 정부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일본 정부의 해명에 대해 재반박을 하면서 논란은 한일 양국 간 진실게임의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언론에서는 작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부터 촉발된 한일갈등이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었다며 앞다투어 보도하였다.   2. 거꾸로 가는 한일관계 이 시점에서 WHO의 팬데믹 선언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팬데믹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WHO는 감염병의 위험 수준에 따라 1~6단계의 경보 단계를 설정하는데, 팬데믹은 이중 최고 단계인 6단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팬데믹 선언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방역체계나 행정절차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뜻은 아니다. 팬데믹 선언 이전에 각국별로 이미 세부적인 이동 자제 권고 등이 발령되어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우리가 느끼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다만 팬데믹 선언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지역감염이 시작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도 유럽 등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역유입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한편, 지역사회에서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없는 집단감염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 단계에서 지역사회 감염의 확산을 막고 궁극적으로 코로나 19의 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국가 간의 입국제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이미 주요 발병지역들에 대해서는 입국제한 조치가 내려져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국 간의 방역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의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백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본 정부의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는 결코 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감정적 맞대응 역시 방역효과 측면에서도 그렇고,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생각하면 결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할 수 없다.   3. 종교인과 법률가의 싸움에서 아이들 싸움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 후쿠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학 교수는 작년 7월 수출규제가 촉발한 한일갈등에 대해 “한쪽은 감정과 정의, 다른 한쪽은 법밖에 없는 지금의 이 갈등은 마치 종교인과 법률가의 싸움처럼 출발점부터 접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수출규제의 배경을 둘러싸고 한국은 이 모든 것이 감정과 정의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에 대해 일본은 법과 원칙으로 맞서고 있다는 표현이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 협정 이후 발생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일본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대응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한일 양국 정부 간에 타결된 합의에서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종결’되었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반드시 삽입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동안 ‘골대가 움직이는 상황’을 수차례 겪어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정부 차원에서 다짐을 받고 싶다는 의사가 분명히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2년 뒤인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였다. 물론 위안부 합의가 처음부터 잉태하고 있던 본질적인 문제점들도 많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합의에 앞서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뜻을 묻지도 않고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입장에서는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한국 정부를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합의의 내용이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로서 부족하며, 정의롭지 못한 외교적 타협이기에 파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비록 이전 정부가 합의를 주도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국가 간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여기까지는 1965년 이후 50년 넘게 반복되어 온 종교인과 법률가의 싸움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전개양상은 단지 종교인과 법률가의 싸움으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더 노골적이고 거친 싸움, 즉 정부 간의 상호비방전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종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싸움을 걸어온 것은 일본이었다. 2017년 12월 위안부 합의의 파기 이후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르는 물처럼 양국 간의 충돌이 잦아졌다.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에서 아베 총리가 사전 통보 없이 리셉션 장소에 늦게 나타나 청와대가 불쾌감을 드러내었고, 세 달 뒤인 5월에는 도쿄의 총리 공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선물한 취임 1주년 기념 케이크에 문재인 대통령이 끝내 입을 대지 않아 일본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해 10월에는 수출규제의 직접적인 트리거가 되었던 강제징용 판결이 내려지면서 일본 국내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였다. 아베 총리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체결한 위안부 합의가 2년 만에 파기된 데 이어, 한국 대법원의 판결로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이 매각돼 현금화할 가능성마저 농후해지자 일본 국민은 분노, 실망, 배신감을 표현했고, 일본 정부 또한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고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프레임을 확산시켰다. 2018년 12월에는 한국의 해군 함정과 일본의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이에 저공위협 비행과 레이더 조사의 진실공방으로 양국이 충돌했다. 급기야 2019년 3월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시사하였고, 7월 1일에는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함으로서 위안부 합의 파기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한일갈등이 정점을 찍었다. 2019년 7월 1일 일본의 対한국 수출규제 발표, 8월 7일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 배제, 그리고 이를 둘러싼 양국 정부의 상호비방은 한국의 반일감정과 일본의 혐한(嫌韓)감정을 동시에 고양시켰다. 그동안 한국에게 당할 만큼 당했으며, 이제는 완전히 신뢰가 붕괴되었다는 일본 국민의 분노와 일본의 보복조치로 세계기술을 선도해 온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한국 국민의 분노가 충돌하면서, 양국의 여론은 실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보다는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조치에 더욱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일본경제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70%를 넘었는데, 양국 교류가 활발해진 2000년대 이후, 특정 사안에 대해 이 정도까지 압도적인 혐한 인식을 드러낸 여론조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반일감정이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번져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몇몇 특정 기업들의 제품이 불매운동의 희생양이 되었다. 8월 22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를 결정하면서, 한일 간의 역사 갈등이 경제문제로 비화되고 다시 그 불이 안보문제로까지 옮겨붙는 형국이 되었다. 작년 7월 이후 한일갈등은 명분도 실리도 실종된 채로, 내가 상처를 입더라도 상대방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싸움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4. 일본의 액션과 한국의 리액션 한일간의 역사 인식을 둘러 싼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매뉴얼대로 움직이며 전례 없는 일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종래 일본의 대응방식을 생각하면, 작년 7월 수출규제 조치는 대단히 ‘일본답지 않은’ 이례적인 행동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정부가 밝히고 있는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를 살펴보면, 그것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출규제의 이유 중 하나는 양국 간의 신뢰가 붕괴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양국 간의 신뢰가 붕괴되었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것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부족했다고 하면서도 명확히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하고 있다. 단지 전략물자가 북한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직접적인 연관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처음부터 수출규제를 하기 위해 두 가지 명분을 찾아서 끼워 맞추다보니 논리적인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거나 GSOMIA 종료를 기대하고 수출규제를 실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한국 정부 내지는 한국 국민의 반응에 일본 정부는 적잖이 당황한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의도했던 바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미래성장산업을 견제함으로써 한국의 선진국 진입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반도체 소재 3품목의 수출을 옥죄면 일본 수출기업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뿐더러 장기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대체 수입국을 찾거나 국산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과의 무역마찰로 인해 한국이 선진국 진입을 못 할 정도로 한국경제가 허약한 단계에 있지는 않다. 일본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수출규제 조치가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수출규제 전후에 문제가 된 반도체 소재 3품목(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불화수소)의 수출입 변화를 살펴보면 수출규제 카드의 숨겨진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도체 소재 3품목 중에서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이미드는 수출규제 직후 수입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났다.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이미드는 일본으로부터 수입의존도가 높고, 국산화율이 낮은 품목이라 말 그대로 수출이 규제된다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소재이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적인 보복조치를 단행했다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출규제의 영향력은 미미해 보인다. 다만 불화수소의 수입량은 수출규제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그래서 불화수소는 일본의 수출규제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우리나라 언론이 자주 언급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화수소는 앞선 두 소재들과 비교했을 때 국산화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일본 이외의 대체 수입국도 존재하며, 상대적으로 재고도 충분한 편이다. 실제로 불화수소 수입량이 0이 되었을 때도 한국 산업계에서 우려할 만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나마도 작년 12월부터 불화수소의 수입이 재개되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소재 3품목 모두 수출규제 이후에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심스럽지만 일본 정부의 의도를 추측해보면, 일본이 말하는 수출관리 강화(수출규제)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가 아닌,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하지만 한국경제에 치명적이지 않은) 카드였을 가능성이 높다. 압박의 내용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삼권분립의 원칙만 내세우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 정부는 답답함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섬세하지 못하고 설익은 액션은 한국 정부 내지는 한국 국민의 거친 리액션으로 돌아왔고, 사태는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 것이다.   5.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계기 우리에게 있어서 일본과의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세 번째 수입국이자 다섯 번째 수출국이다. 한일 기업들을 포함한 글로벌 밸류 체인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혹자는 이 기회에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자는 주장을 하지만 지금이 중상주의 시대도 아닌 마당에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기업들이 자본이 부족해서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못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이 없어서 국산화를 안 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저임금으로 극일해 보겠다던 1980년대 사고방식과 많이 닮아있다.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갈등이 외교, 안보,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은 분명 전 세계적으로 불행한 사건이기는 하나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코로나19는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더 치명적이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고령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올해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위해서라도 누구보다도 방역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마침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조금 빨리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진단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전 세계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만약 한일관계가 정상적이었다면 일본은 가장 먼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고, 한국도 호의를 가지고 필요한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우리 국민은 실의에 빠진 이웃 나라 국민을 응원하고 성금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계기는 마련되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 이창민 교수는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에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대학(東京大学)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공업대학, 후쿠오카현립대학 등에서 근무하였고 히토쯔바시대학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戦前期東アジアの情報化と経済発展(전전기 동아시아의 정보화와 경제발전)』(도쿄대학교출판부, 2015), 『제도와 조직의 경제사』(역서)(한울, 2017), 『아베시대 일본의 국가전략』(공저)(서울대출판문화원, 2018)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