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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중국의 한국 맞춤형 영향력 확대 공작 실상
    저자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발간호
    2023-18
    [초록] 최근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영향력 공작이다.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법 당국이 이를 조사·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는 상태인 점이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고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우리에 대한 ‘맞춤형’ 영향력 공작의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에 대한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들어가면서1) 2010년대에 들어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이 영향력 확대 공작을 개진하면서 이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가 2022년 9월에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54개국 110곳에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라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2) 물론 이에 관한 정황적 의구심이 제기된 것은 이보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에 미국 내에서도 유수한 언론매체에서 이른바 ‘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기승하는 보도가 전해졌다. 그 이전이었던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막대한 기부금이 중국 측으로부터 전달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태가 밝혀진 바 있었다.3)  이후 중국에서 1999년에 발간된 『초한전(超限戰, 영문명 ‘Unrestricted Warfare’, 이른바 ‘무제한 전쟁’)』은 이런 정황적 의구심을 해소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일조했다. 이 책에서 세계를 향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물론 행위 자체에 대한 정당성과 합리성을 또한 이론적으로, 원칙적으로 제공하면서 국제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중국 공산당에서 이와 같은 해외 공작을 통일전선전략의 일부로 채택한 후 세계는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구에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으로 초한전이 적극 전개되면서 이에 대한 탐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결과 서구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서적이 대량으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서 자유롭다고 여겨졌던 대한민국이기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스페인의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보고서를 발표한 후 석달 뒤인 12월에 이른바 ‘왕하이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 사실이라고 믿어질 정도의 정황적 증거들이 제시되었다.4) 그러면서 우리 사회와 국민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잠실 선착장에서 ‘동방명주’라는 중국 식당을 운영한 이가 이른바 ‘비밀경찰’을 운영한 이로 의심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불거졌다. 이후 ‘동방명주’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작업을 우리 사법당국과 언론이 적극 전개했다. 정황적으로나 심증적으로 그렇게 의심을 제기했었으나 실제로 명확한 증거를 밝히는 데는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심증적이고 정황적인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서구의 상황과 견주어 보았을 때 별반 차이가 없다는 현실 또한 드러나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심증적으로나, 정황적으로 의심을 가질만한 소지가 충분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파헤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지원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동방명주’ 식당에 대한 조사는 소방법, 위생법 등의 혐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가능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가능성과 의구심이 가는 문제에 대해 우리 사법 당국이 조사,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보다 실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당위성과 논리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중국의 우리에 대한 ‘맞춤형’ 영향력 공작의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우리에 대한 중국의 ‘맞춤형’ 영향력 공작이란 전세계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연구 결과물은 상당히 많다. 특히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수많은 보고서를 출간하기 이전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에 대한 영향력 공작 관련 서적, 연구보고서 등이 범람했다. 대표적인 서적으로는 클라이브 해밀턴의 『중공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China's Influence in Australia)』’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Hidden Hand)』 로버트 스팔딩의 『스텔스 워(Stealth War: How China Took Over While America's Elite Sleep)』, 조너선 맨소프의 『판다의 발톱(Claws of the Panda)』, 짐 슈쿠토의 『그림자 전쟁(The Shadow War: Inside Russia's and China's Secret Operations to Defeat America)』, 량치아오, 스콧 폴락의 『미국에 대한 중국의 초한전(Unrestricted Warfare: China's Master Plan to Destroy America)』 등이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 의회 산하 기관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nited State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혹은 the U.S.–China Commission (USCC))가 2018년 발표한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Background and Implications for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출간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국가 차원에서 공표한 바 있다.5)  서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목표가 영향력 확산을 통해 중국이 원하는 세상을 조성하기 위해 선진 서구 국가를 무력화(無力化)하는데 있다. 그 무력화의 목표가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이 이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와 목적을 단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이 국제질서를 창출하고 이의 유지를 견인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출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중국이 최소한 자신의 주변 지역에서 자국 중심의 지역 질서를 창출하고 유지하려는 시도는 여러 방면에서 포착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남중국해의 80% 이상을 자국의 영해로 규정하고, 이를 방어하는 최후 방어선으로 제1열도선을 지목하면서 군비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변국과 다자협의체를 구성하여 외세가 중국 주변지역을 통해 침투하는 것을 사전에 억지할 수 있는 완충지역으로 전환하는 전략에서도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이 서구 사회에 대한 영향력 발휘를 통해 얻으려는 바는 이들의 국력, 기술, 가치 등의 힘을 취약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이 설정한 국정 목표가 사회주의 현대화의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으로, 이는 자본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이 이들을 압도하는 위치에 올라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합국력의 증강뿐 아니라 가치, 체제, 과학기술, 빅데이터(정보) 등의 방면에서 우위를 점해야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고, 이 동원 작업을 ‘영향력 공작’으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다양한 이유에서 서구 사회에서 추진되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이른바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의 국가적인 상황(‘국정(國情)’)과 특징에 맞춰 영향력 공작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중국의 영향력 공작 대상의 서구의 것과 다르며, 이런 차이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공작을 통해 추구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 공작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한반도를 중국의 영향력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이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즉, 지정학적 전략 관점에서 한반도가 중국의 최후 방어선 내에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기 때문이다.  제1열도선은 중국의 최후 방어선이자 중국 주변지역의 범위를 획정하는 경계선의 뜻도 가지고 있다. 이런 중대한 지리적 전략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는 제1열도선 그 내부 중심에 핵심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데 1950년 1월에 획정된 ‘애치슨 라인(Acheson Line)’과 유사한 범위와 경로를 공유한다. 애치슨 라인, 즉 미국의 동아시아 최전선 방어선에 한반도가 포함되지 않았고 당시에는 한반도에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침할 수 있는 빌미를 북한에 제공했다.  미국의 애치슨 라인과 중국의 제1열도선간 공통분모는, 오늘날 제1열도선을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신의 최전선 방어선과 최후 방어선으로 규정한 상황속에서, 한반도가 미국의 최전선 방어 지역에서 배제되었고, 중국의 최후 방어 지역 내에 포함된 것이다. 반대로, 두 지정학적 전략이 다른 지점은 오늘날 한반도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6.25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기를 외교 목표로서, 대한반도 정책 목표로서 관철되어야하는 입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를 목표로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공작을 펼친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기는 우리를 예속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중화권 질서와 영향권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우리에 대한 영향력 공작의 전략 및 접근 방식도 서구와 다르다. 목표가 다를 뿐 아니라 이를 달성하는데 중국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전략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화교사회를 이용하지 않는다. 서구 사회에서 영향력 공작을 위해 중국이 제일 의존하는 자원은 화교의 인맥 네트워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화교사회는 서구와 같이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화교 인구(19,000명 정도)도 작다 보니 우리 주류사회에 진출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화교는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오늘날 약 100만 명 이상 우리 사회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주 역사가 한중수교 이후 약 30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중에 우리의 주류사회에 진출한 인사 역시 극히 드물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두터운 친중 세력이 존재한다. 이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우리 국민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친중 세력 역시 한중수교 이후에 형성되었다. 이들 대부분이 이념과 사상적으로 반미, 반일 입장과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내에 친북, 종북 세력과 결탁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들 세력이 결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원인은 우리의 정당정치의 특성과 우리나라에 만연한 지역주의 정치문화에 있다. 지역주의 정치로 우리 사회와 국민은 많은 정치 현안에서 양극화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이런 양극화의 구조에서 특정 정당, 특정 정당 인사 및 정치인, 특정 정당의 정권은 중국 영향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이들을 공략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역주의 정치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중국은 통일전선전략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통일전선전략은 중국공산당이 1921년 창당 전후에 채택한 영향력 공작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6) 이 전략이 오늘날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모태이고, 아직도 유효하다. 통일전선전략 역시 중국의 국정(國情)과 인구 및 산업 구조적 상황에 맞춰 고안된 전략이다.  구소련 또한 통일전선전략으로 공산혁명에 성공해 이를 중국 공산당 창당 때 수용할 것을 강요한 바 있었다. 공산주의 확산과 공산혁명의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 도시의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가 부르주아(유산계급)를 척결하고 정권을 잡아 농촌(지방)을 장악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은 이와 같은 전략이 근대화를 경험하지 않은 농촌사회였던 중국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신 농촌에서 도시를 포위 및 장악하는 전략을 고수했고 이에 성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우리의 지역주의 정치문화의 특성을 이용하다 보면 특정 정당의 거점 지역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이 경제 및 재정적인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침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국은 이러한 우리의 인구학적, 정치학적 특성과 특징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실상의 핵심이다. 3. 결론을 대신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공작은 서구와 다르게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의 ‘맞춤형’ 공작에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의 대비책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외국인 간첩 활동을 방지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의존해왔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의 간첩 활동이나 북한 찬양 등 ‘이적’ 행위에 국한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어 왔다. ‘이적’ 행위만 놓고 보면 국가보안법으로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간첩 의심 활동을 저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이적’ 행위의 개념이 적국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정의해야만 가능하다는 데 있다. 가령, 북한 외에 그 어떤 나라를 감히 ‘적국’으로 정의하지 못했다.  그나마 북한도 정권에 따라 주적이 되고 주적이 안 되는 경우를 허다없이 보아 왔다. 하물며 ‘중국 포비아’에 빠진 우리의 엘리트 계층에서 중국을 ‘적국’으로 정의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외국인 간첩행위를 규정하고, 정의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요구된다. 즉, 국가와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의 국익을 위해(危害)하고, 우리 국익에 반(反)하는 모든 이들의 모든 행위 포괄해야 한다. 이제는 ‘이적’이라는 협의적인 정의 범위를 초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주관적인 인식과 판단으로 적국을 정의하고 명명하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둘째, 상기한 법의 집행을 위한 기관의 재정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즉,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원상복귀시켜야 한다. 대공수사권은 북한의 간첩행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중국의 공작 활동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활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보수집에서부터 감찰, 조사,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의 경찰 당국과의 협업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해외정보 수집과 업무 경험이 부족한 경찰 당국이 독립적으로 이를 이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이 지난 정권에서 조정되면서 경찰 당국이 외국의 국내 영향력 공작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는 국내 사건, 사고 조사의 진행 속도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특히 2008년과 2019년에 경찰 당국이 우리 학생과 국민에 대한 보호와 중국인이라는 외국인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방증한다. 경찰 당국은 산하의 해양경찰 업무에 대신 집중해야 한다. 중국의 불법조업과 밀수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셋째, 법무 당국은 중국인의 국내 활동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들이 발급 받은 비자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모든 활동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제적 활동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유학생 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에서 학위 취득을 위해 수학하는 행위를 엄격히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 당국과 학교 당국 간의 견고하고 긴밀한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학교측 입장에서는 중국인 주재원의 입학은 수익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범법행위이다. 비자 확인은 반드시 필요한 공식 사전 절차이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이를 모를리 없다. 우리나라 주재원 자녀들이 중국 대학에서 입학과 수학이 어려워진 이유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중국에 대한 우리 엘리트층, 주류 세력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중국을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중국 포비아에서 벗어나 저자세 외교를 탈피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중국의 한반도 통일 지지와 북한 비핵화, 그리고 중국 시장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우리도 적응하고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외교가 실용적이고 국익 중심적으로, 그리고 유연하게 잠재적인 능력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외교는 생물이고 그 생물은 판세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우리도 이에 적응하고 변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저자세 외교와 중국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우리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응할 수 있는 첫 방패가 될 것이다.    ----------------------------------------------------------------------------------------  1) 본 원고는 저자의 최근 저술 및 연구내용을 재정리하여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공작 추이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음. 2) 2010년대에 들어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이 영향력 확대 공작을 개진하면서 이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가 2022년 9월에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54개국 110곳에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라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3) James Bennet, “Clinton Says Chinese Money Did Not Influence U.S. Policy,” The New York Times, May 18, 1998, https://www.nytimes.com/1998/05/18/us/clinton-says-chinese-money-did-not-influence-us-policy.html. 4) 이동훈, “‘中대사관 넘버2′ 설도 돌았다... 비밀경찰서 총수 의혹 왕하이쥔은 누구,” 『주간조선』 2023년 1월 1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2023/01/01/LCFSS7MYLJEDTCSZUTHAOMAPDY/ 5)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Background and Implications for the United States,” August 24, 2018, https://www.uscc.gov/research/chinas-overseas-united-front-work-background-and-implications-united-states. 6) 배정호, “중국대륙을 장악한 공산당의 통일전선에 대한 재인식,” 『전략연구』 제27권, 3호 (2020), pp. 51-85.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주재우 교수는 현재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웨슬리안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미국 관계, 중국-북한 관계, 한국중국관계이다. 현재 한국세계지역학회 회장, 한중사회과학회 회장, 한국유엔체제학회 부회장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저서《북미 관계, 그 숙명의 역사》를 출간했다.
  • [JPI PeaceNet] Election Polls and Forecasting Models: Lessons for the 2024 US Presidential Election
    저자
    Brandon Beomseob Park (Soongsil University)
    발간호
    2023-17
    [Abstract] This paper presents several forecasting models for election outcomes, with a focus on the political economy, voter intention, and citizen forecasting models. The political economy model relies on popularity and macroeconomic conditions. The voter intention model involves surveys querying voters about their intended vote. Meanwhile, the citizen forecasting model also employs surveys but emphasizes respondents' expectations regarding the anticipated election winner rather than their personal voting intentions.  1. The significance of election forecasting 1) Why do we need election forecasting? lection forecasting plays a pivotal role in serving various critical purposes within the political landscape. Primarily, it offers invaluable insights into potential election outcomes, shedding light on probable winners, trends among candidates, and the performance of political parties. These insights are instrumental in shaping public policies, refining political strategies, and enhancing comprehension of voter behavior, thereby aiding in creating more effective governance structures.  Moreover, election forecasting contributes significantly to fostering informed discussions within society. By predicting potential voting results, it facilitates a deeper understanding of the political landscape, enabling individuals and groups to engage in meaningful discourse about the implications of different electoral scenarios. This heightened understanding contributes to a more informed and engaged citizenry.  A critical challenge in subsequent election forecasts involves minimizing polling errors. Most forecasting methods rely on accurately estimating the vote share, employing a two-step process: initially estimating the party's vote share and then converting this estimation into a seat share, ultimately determining the winning party based on the highest seat share. This procedural approach introduces potential errors stemming from two sources: the estimate of vote intentions and the subsequent transformation of that estimate into seats.  In a recent compilation of existing forecasting studies investigating the 2015 election, the majority of academic teams followed the two-step process of estimating vote shares before converting them into seat shares. However, there was an exception where only one forecasted seats directly. This deviation from the usual methodology resulted in relatively more precise seat share predictions for the Conservative and Labour parties, as indicated in the work by Fisher and Lewis-Beck (2016) and Murr (2016). This shift in approach highlights the potential for increased accuracy in seat share predictions when bypassing the intermediate step of estimating vote shares separately (Murr 2021).  2) What are the main issues?  When engaging in the art of forecasting, several critical factors must be considered for an effective prediction. Accuracy stands as a pivotal benchmark, signifying the proximity of the forecast to the eventual outcome, whether it's in terms of seat allocation or vote shares. A forecast's credibility increases with its proximity to reality. The temporal aspect, encapsulated by the lead time, also plays a crucial role, where forecasts made farther in advance tend to offer a more comprehensive view of potential outcomes. Parsimony acts as another guiding principle, advocating for simplicity by favoring models with fewer predictors or streamlined methodologies, as they often yield clearer insights. Additionally, the principle of reproducibility comes into play, emphasizing the importance of cost-effective methods that allow for easy replication, enhancing the reliability and trustworthiness of forecasts over time. These factors collectively form the bedrock of effective forecasting, providing a framework for informed and reliable predictions.  2. Various Models in Election Forecasting 1) Political Economy Model One of the earliest political science forecasting methods, dating back several decades, revolves around a theory-driven approach deeply rooted in fundamental political and economic issues. This method relies on analyzing historical data, societal trends, and core political and economic indicators to generate forecasts. By considering factors such as incumbent popularity, economic indicators like GDP growth or unemployment rates, and geopolitical circumstances, this approach estimates election outcomes well in advance of the actual voting day. By intertwining theoretical underpinnings with empirical data, this method strives to provide an insightful and predictive understanding of election results, making it a pioneering and enduring technique in political science forecasting. Figure 1 presents the bivariate relationships between the economy and vote share, and between the popularity and the vote share, indicating a strong and positive association. Incumbent Vote = Presidential Popularity + Economic Growth + e Figure 1: Bivariate Associations between Votes and Economy and Approval When scholars make election forecasting, there are two important factors: presidential approval rate and the economic situation of the country. If we take a look at the U.S. national conditions for the 2024 Presidential Election, Biden’s job approval rate is decreasing, and it is not creating a favorable outlook. His approval rate started with 56% right after he began his job in the office, but as of December 2023, his approval rate is fluctuating around 40%. Regarding the U.S. economy, major indexes are improving but the electorates are not seeing the economic recovery, yet.  2) Vote Intention Model  Vote intentions represent an individual's understanding and stance on their personal preferences regarding a particular election. On the other hand, voter expectations, also known as citizen forecasting, inquire about an individual's perception of who they believe will win the upcoming general election, regardless of their own voting inclinations. This perspective reflects not only personal opinions but also incorporates insights garnered from the broader community, gathered from sources such as family, friends, casual discussions in public places like pubs or while commuting on a bus (as noted by King et al. in 2001).  3) Vote Expectation Model (Citizen Forecasting)  Vote intentions represent an individual's understanding and stance on their personal preferences regarding a particular election. On the other hand, voter expectations, also known as citizen forecasting, inquire about an individual's perception of who they believe will win the upcoming general election, regardless of their own voting inclinations. This perspective reflects not only personal opinions but also incorporates insights garnered from the broader community, gathered from sources such as family, friends, casual discussions in public places like pubs or while commuting on a bus (as noted by King et al. in 2001).  According to research by Leiter et al. (2018), citizens' social networks play a pivotal role in election forecasting. This is because voter expectations capture information not just from the respondent but also reflect the collective knowledge and opinions within their social circle. Unlike vote intentions that solely focus on the individual respondent, citizen forecasting considers the broader perspectives and discussions circulating within the community, providing a nuanced understanding of the prevailing sentiments and expectations about the election outcome. 4) Vote Intention vs Vote Expectation  A set of empirical evidence shows that vote expectation models predict better compared to vote intention models. Why might vote expectations be more accurate predictors compared to vote intentions? According to Murr (2017) and Leiter et al. (2018), a significant factor contributing to this difference lies in the incorporation of information from citizens’ social networks within vote expectations. The inquiry, "who will win?" allows individuals to relay information gathered from their interactions with family, friends, and even casual settings like social gatherings or public transportation (as noted by King, Wybrow, and Gallup in 2001: 1f).  Leiter et al. (2018), through a German survey, discovered that attributes of citizens’ social networks such as size, political inclinations, and the frequency of political discussions, stand among the most influential variables when predicting election outcomes. It stands to reason that inquiries regarding vote expectations tend to provide more accurate predictions for election results. This is because such questions capture information not only about the respondent but also encompass insights from their social network, in contrast to vote intentions that solely focus on the respondent's individual stance (Murr 2021).   Source: Murr et al. 2021(64) When looking at British General Elections results, forecasting accuracy of voter expectation models outperformed voter intention models. Among all elections between 1987 and 2017, voter expectations model predicted correctly for 80% of the time whereas the best voter intentions model yielded correct prediction of winner for about 73% and the worst model for 50%. Lead TimeThe tension between proximity to the election and forecast accuracy is a common challenge in forecasting models. Generally, conventional wisdom suggests that forecasts closer to the election tend to be more accurate. Table 2 presents accuracy measures for forecasting models across the four years leading up to the election, with the year before the election divided into quarters.   Source: Murr (2021:65) The data in Table 2 illustrates a consistent trend: as the years until the election decrease, forecasts tend to become more accurate. However, it's noted that when the forecast occurs right before the election, its accuracy might be considered trivial. The lead time significantly impacts the quality of the forecast, as mentioned by Lewis-Beck in 2005, stating that providing a substantial horizon of six months to a year leads to impressive forecast performance. Interestingly, upon analyzing the results one year before the election, quarter by quarter, the trend of accuracy ceases to exhibit a straightforward decline. Specifically, for the critical dependent variable, CPW, two models achieve perfect scores: Q1 for EXP and Q3 for LIN, showcasing exceptions to the general trend and highlighting instances where accuracy remains notably high despite the decreasing lead time to the election. 3. The 2024 U.S. Presidential Election ForecastingScholars expect that the results of the 2024 U.S. presidential election will be determined by the state of the U.S. economy in the first half of next year. Whether and how much U.S. voters' perceptions of the Biden administration's economic performance can improve during the first half of 2024 will play a vital role in shaping the outcome of next year's election. For example, if the U.S. inflation situation gradually improves over the first half of next year, and the U.S. electorate sees this change, along with a rise in President Biden's job approval ratings, the presidential election outcome will be formed in his favor. Otherwise, the tide will turn in favor of the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Assuming a rematch between Mr. Biden and Mr. Trump in the 2024 presidential election, it is expected that forecasting using the data in the second half of next year will produce more accurate on predicting which candidate will emerge victorious.
Typically, when an incumbent president seeks re-election, the electoral environment is more favorable to the incumbent, as they have an incumbency advantage, meaning they have access to campaign resources, the ability to raise money for the campaign and so on. In the case of next year's presidential election, the incumbency advantage for Mr. Biden is unlikely to be significant, as Mr. Trump, who has just finished his term, is running. In addition polling results for both candidates show support for both candidates fluctuating within the margin of error, making it difficult to say which candidate is ahead at the moment. In conclusion, election forecasting has demonstrated its effectiveness even at considerable lead times before an election. In the realm of polling, there's an interesting trend where Voter Expectations tend to outperform voter intentions in terms of predictive accuracy. For instance, asking individuals, "Who do you think will win the 2024 U.S. presidential election?" rather than inquiring about their personal voting intentions, can yield compelling insights. In an experiment conducted at the end of April, serving as an initial gauge for the 2024 election, the results indicated a highly competitive race between Biden and Trump, provided these findings are consistent and hold true over time. This approach taps into citizen forecasting or Voter Expectations, which often incorporates a broader scope of information gleaned from social circles and prevailing sentiments within communities. These early indicators suggesting a tight contest between the mentioned candidates emphasize the potential reliability and relevance of Voter Expectations as an effective tool for forecasting election outcomes even at an early stage of the electoral cycle. ----------------------------------------------------------------------------------------  Fisher SD and Lewis-Beck MS (2016) Forecasting the 2015 British general election: the 1992 debacle all over again? Electoral Studies 41(1), 225–229 King A, Wybrow RJ and Gallup A (2001) British Political Opinion, 1937–2000: The Gallup Polls. London: Politico’s Publishing. Leiter D et al. (2018) Social networks and citizen election forecasting: the more friends the better. International Journal of Forecasting 34(2), 235–248. Murr, Andreas, Mary Stegmaier, and Michael S. Lewis-Beck. 2021. ‘Vote Expectations versus Vote Intentions: Rival Forecasting Strategies,’ 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51:60-67. Murr AE (2016) The wisdom of crowds: what do citizens forecast for the 2015 British general election? Electoral Studies 41 (1), 283–288 Murr AE (2017) Wisdom of crowds. In Arzheimer K, Evans J and Lewis-Beck M (eds), The Sage Handbook of Electoral Behaviour. London: Sage, pp. 835–860.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범섭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범섭 교수는 숭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동대학교에서 학사를 취득 한 후,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베를린경제대(BSE)에서 국제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뒤,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비교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뉴저지주립대(The College of New Jersey), 영국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에서 가르치다가 2022년 숭실대로 왔다. 주 연구분야는 선거이다.
  • [JPI PeaceNet] 격변기의 중동: 바람직한 한-중동 협력관계
    저자
    송웅엽 (조선대학교 아랍어과 객원교수)
    발간호
    2023-16
    [초록] 시진핑 정권은 2022년 당대회를 통해 안정적으로 3기 집권을 시작했지만, 곧 학생들의 ‘백지 시위,’ 외교부장 및 국방부장 등 갑작스런 인사 경질 문제로 불확실성도 높아진 것 같다. 그러나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이렇게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에 대하여 혼란스런 신호가 난무할 때, 외부 관찰자들의 내부 상황 추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본 소고는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의 중국정치 동향에 대하여 정치학 이론과 역사적 패턴에 기반한 추론을 제시한다. (1) 현대화 이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와 정당성 유지 전략을 살펴보고, (2) 정치통제 완화-재강화의 주기를 통해 시진핑 정권의 등장과 쇠퇴 가능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해 본다. 이러한 분석은 장차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및 안정성 여부를 평가할 때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   1. 서론 최근 중동지역 정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동의 정치 지형도 변하기 시작했다. 열강들의 갈등 속에서 등거리 전략을 취하고, 중동 국가 간 화해를 통해 역내 불안정을 해소하며, 탈석유 산업 다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0년 9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을 통해 UAE·바레인·모로코·수단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2021년 1월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가 카타르와 외교관계를 재개함으로써 3년 넘게 지속되던 갈등을 해소했으며, 2023년 3월 사우디와 이란이 7년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외교관계 재개에 합의했다.  미국 주도 ‘중동 데탕트’ 정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수립 추진에 대하여 이란 최고지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1)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인질 석방을 위한 7일 동안의 임시휴전 후 12월 1일 재개되었다.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이 타결되면 중동정세의 틀을 바꾸는 획기적 사건이 될 것이며,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던 팔레스타인 문제는 국지적 사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출구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을 감수하면서 기습공격을 통해 팔레스타인 대의(Palestinian Cause)를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되살리고자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제2의 중동 붐’이 우리 경제계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탈석유 산업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는 중동 산유국과의 협력 확대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정세 전망 및 바람직한 한-중동 협력관계에 대한 제언이다.  2. 한-중동 교류 역사 실크로드를 통한 한반도와 중동의 교류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아랍 문헌에는 신라 거주 아랍인들의 삶과 아랍인들이 바라본 신라의 자연환경 및 생활상 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당시 중동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우리의 유물과 유적으로는 경주 황남대총 유리잔, 계림로 고분 장식 보검, 흥덕왕릉과 원성왕릉의 무인상, 용강동 돌방무덤 토용, 연주문 양식,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파르티안 샷,2) 쌍영총 무덤의 천장 축조 양식, 고구려 산성-평지성 연계 도성,3)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통일신라와 중동의 교류를 보여주는 대표적 자료로 「쿠쉬나메」를 들 수 있다. 쿠쉬나메는 7세기 중엽 통일신라 전후의 신라를 다룬 페르시아의 구전 서사시다. 신라와 사산조 페르시아의 정치 상황 등 한반도와 이슬람 초기 서아시아 관련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쿠쉬나메는 신라가 ‘열린 세상’이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경주는 장안(당나라), 바그다드(압바스 제국), 콘스탄티노플(비잔틴 제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4)  쿠쉬나메에는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 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실려있다. “7세기 중엽 페르시아 제국이 새로이 일어난 아랍 이슬람 제국에 멸망한다. 페르시아 왕자(아비틴) 일행은 중국을 거쳐 유토피아로 알려진 신라에 도착한다. 왕자는 난관을 뚫고 한눈에 반한 신라 공주(프라랑)와 결혼한다. 그들은 신라 뱃사람의 안내로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페르시아로 가는 도중 아들(파리둔)을 낳는다. 파리둔은 조상의 원수를 갚고 새 역사를 만든다.”5)  고려시대 들어 한-중동 교류는 더욱 확대되었다. 개성에 아랍인들의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아랍인이 정부 관리로 임명되었다. 고려는 중동과의 교류를 통해 유럽에 알려졌으며, ‘Korea’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이름이 되었다.  중동의 과학과 문화는 조선시대 초기 과학기술과 공예품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중·후기에는 중국의 폐쇄정책과 보수적인 유교문화의 정착으로 공백기를 맞이했다. 그 후 조선 말기 개화 물결에 따른 문호 개방과 오스만 터키제국의 적극적인 동방 정책으로 한-중동 교류가 재개되었다.  1920년대 튀르키예 이슬람교도의 정착에 이어 튀르키예의 한국전쟁 참전을 계기로 국내에 무슬림 1세대가 형성되었다. 이어서 1955년 ‘한국이슬람협회’ 설립, 1961년 국내 대학 최초 아랍어과 개설, 1976년 최초 이슬람 사원 건립 등이 이루어졌다.  3. 중동지역의 새로운 정치이념 : 주체적 실용주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제국이 무너지고 중동지역에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정치이념은 아랍민족주의였다. 아랍민족주의는 1952년 이집트 가말 압델 나세르의 자유장교단 혁명과 1956년 수에즈운하 국유화 성공으로 정점에 달했으며,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패배와 1970년 나세르의 사망 이후 쇠퇴했다.  한편, 1928년 이집트에서 태동한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을 통해 전파된 이슬람주의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을 계기로 중동지역의 지배적 정치이념으로 등장했다. 2011년 아랍의 봄(Arab Spring)을 통해 이슬람주의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집권 정당의 이념이 되었으며,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Islamic State) 수립의 바탕이 되었다.  아랍의 봄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으나, 국가정체성 및 정치적 대안세력 부재와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으로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시리아·리비아·예멘에서는 내전을 촉발했고, 대규모 난민 유입에 따라 유럽 국가들의 배타적 이민정책과 고립주의를 초래했다. 이집트와 튀니지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민주화 실패로 귀결되었고, IS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격으로 종말을 고했다.  비록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아랍의 봄은 중동지역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고, 국민의 욕구(needs)에 대한 집권 세력의 각성을 촉구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GCC(Gulf Cooperation Council)6) 왕정 국가들은 탈석유 산업 다변화 전략을 통한 경제 발전과 국민의 복지 증진을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 2016년 4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이 대표적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사우디 비전 2030’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안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이슬람 전통을 타파하고,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민간 부문 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슬람주의가 풍미하던 시절 중동 국가들은 종족과 종파에 따라 서로 대립하면서 열강 가운데 한 나라에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의존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열강의 대립 구도가 바뀌고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동의 정치 지형도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갈등 속에서 등거리 전략을 취하고, 중동 국가간 타협과 화해를 통해 역내 불안정을 해소하며, 탈석유 산업다변화 정책 추진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2020년 9월 이스라엘-UAE·바레인·모로코·수단 외교관계 수립, 2021년 1월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카타르 외교관계 복원을 거쳐 2023년 3월 사우디-이란 외교관계 재개 합의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2023년 5월 시리아의 아랍연맹 정상회의 복귀에 이어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및 예멘 내전 종식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동안 갈등 관계를 보여온 이란-이집트, 이란-바레인, 튀르키에-이집트 등도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중동지역 데탕트가 미-중·러 갈등에 매몰되지 않고, 중동 국가들의 주체적 선택에 따라 직접 또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중재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슬람주의를 대체하는 ‘주체적 실용주의’가 중동지역의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4.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정세 중동지역 데탕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추진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후 동 협상은 중단되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지역 데탕트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복잡한 중동정세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우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머지않아 종료될 것이며, 아래 고려 사항에 비추어 중동지역 데탕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재정립을 포함하여 더욱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첫째,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를 위해 적극 노력해 왔으나,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무산되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일방적 이스라엘 지지로 국내외적 비판에 직면했다. 따라서, 내년 재선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및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에 입각한 중동평화안 도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퇴임 가능성이다. 그동안 부정부패 의혹 및 무리한 사법부 개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따른 사상 초유의 참변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기 정권은 좀 더 온건한 입장에서 사우디와의 수교 및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아랍 국가들의 변화된 입장이다. 그동안 아랍 국가들은 서안지구 자치정부의 무능력과 가자지구 하마스의 강경노선에 대한 실망과 피로감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과도한 대응으로 폭발한 아랍 민중의 반미·이스라엘 정서를 반영하여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사우디 등 GCC 산유국들의 입장이다. ‘사우디 비전 2030’ 등 탈석유 산업 다변화 정책의 성공은 외국 자본의 투자 여부에 달려 있으며,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동지역 데탕트를 통한 정세 안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조만간 종료될 것이며, 머지않아 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제1차 걸프전 종료 후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개최되었던 1991년 마드리드 회담과 1993년 오슬로 회담은 적절한 전례가 될 것이다. 또한 국제회의 개최를 계기로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 바람직한 한-중동 협력관계 1973년 우리 건설회사의 사우디 진출 계기로 이루어진 ‘제1의 중동 붐’은 토목공사 중심의 인프라 건설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담당했다. 이제 ‘제2의 중동 붐’은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바탕으로 첨단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수소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원전, 디지털, 스마트팜(Smart Farm), 스마트시티를 비롯한 첨단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신뢰를 토대로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제2의 중동 붐’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랍족을 비롯한 셈족은 종교를 계약의 개념으로 받아들였으며, 특히 이슬람은 ‘상인의 도덕’을 강조하여 신의와 성실을 중시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잠시 주춤해진 중동지역 데탕트는 머지않아 더욱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 데탕트 시기를 맞이하여 한국과 중동은 그동안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우디 등 산유국의 탈석유 산업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와 더불어 전쟁과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재건과 개발을 위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우호 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우디는 최근 2030 세계박람회의 리야드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사우디 비전 2030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야드 도심에는 여의도 16배 규모의 세계 최대 생태 공원이 만들어지고, 2030년까지 사우디 전역에 3조 3000억 달러(약 4300조원)를 투자하며, 이 중 78억 달러(약 10조 1000억원)를 엑스포를 위해 쓸 예정이다.7)  사우디 비전 2030의 대표적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지역 서울의 44배 면적에 길이 170㎞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더 라인’ 프로젝트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무성하다. 기존의 건축 기술과 건축 자재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이 새로운 기술과 자재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향후 일부 계획 변경이 불가피할지라도, 동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자재가 개발될 것이며, 이는 미래 건축의 새로운 지평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동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여 미래의 건축 기술과 건축 자재 개발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1) 연합뉴스(2023.10.4.) https://www.yna.co.kr/view/AKR20231004116500009?input=1195m (검색일 : 2023.11.29.) 2) 파르티안 샷(Parthian Shot) : 말을 달리며 허리를 돌려 추격해 오는 적군을 향해 활을 쏘는 파르티아 왕국의 활쏘기 방법 3) 산성-평지성 연계 도성 : 산성과 평지의 성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 도성을 방어하는 페르시아 방식의 건축법 4)「외교」, 제146호 (2023.7) “한-이란 관계 현황 및 개선 방안” pp.80-81 5) 송웅엽, <글로벌 에세이>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 (문화일보, 2013.10.23.) 6) GCC :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및 오만 등 걸프 지역 6개 왕정 아랍 산유국들이 결성한 지역협력기구 7)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1129_0002538910&cID=10101&pID=10100 (뉴시스 2023.11.29./검색일 : 2023.11.29.)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송웅엽 (조선대학교 아랍어과 객원교수) 송웅엽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아랍어, 경제학) 및 석사(경영학)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부에 입부했으며, 외교부에 재직하는 동안 주아프가니스탄 대사, 아프리카·중동국장, 주이란 대사, 국회의장 외교특임대사 및 주이라크 대사를 역임했다. 외교부 퇴임 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상임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글로벌인문대학 객원교수, 경찰청 외사자문협의회 위원, 한국외교협회 공공외교위원회 위원 및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JPI PeaceNet]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및 안정성에 대한 이론적 고찰
    저자
    조성민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 센터(APCSS) 교수)
    발간호
    2023-15
    [초록] 시진핑 정권은 2022년 당대회를 통해 안정적으로 3기 집권을 시작했지만, 곧 학생들의 ‘백지 시위,’ 외교부장 및 국방부장 등 갑작스런 인사 경질 문제로 불확실성도 높아진 것 같다. 그러나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이렇게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에 대하여 혼란스런 신호가 난무할 때, 외부 관찰자들의 내부 상황 추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본 소고는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의 중국정치 동향에 대하여 정치학 이론과 역사적 패턴에 기반한 추론을 제시한다. (1) 현대화 이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와 정당성 유지 전략을 살펴보고, (2) 정치통제 완화-재강화의 주기를 통해 시진핑 정권의 등장과 쇠퇴 가능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해 본다. 이러한 분석은 장차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및 안정성 여부를 평가할 때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   1. 서론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은 예상대로 최고 지도자 지위를 유지하며 3기 집권을 시작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산당 상무위원회 위원들이 시진핑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발탁되었으며, 따라서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할 파벌 형성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정권의 권위주의적 국내 정치와 민족주의적 외교 정책도 큰 변화 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정권의 통제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로 코로나’ 정책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오랜 국가의 통제에 지친 중국 시민들, 특히 학생들이 여기에 반발하고, 놀랍게도 제로 코로나 정책은 바로 중단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게 한번 시작된 학생 시위가 체제에 도전하는 더욱 큰 저항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혼란스러운 신호 속에 과연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변화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본 소고는 이론적-역사적 분석을 통해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regime legitimacy) 문제를 고찰한다. 권위주의 정권 특성상 시진핑 정권이 제공하는 정보는 불투명하고 외부에서 공산당 내부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근본적인 연구의 어려움이 있다. 결국 외부의 관찰자 모두 어느 정도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일반 정치학 이론과 역사적 패턴이 제공하는 정보는 체계적인 분석을 하는데 유용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소고는 먼저 현대화 이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를 설명한다. 다음으로 중국 정치의 통제 완화/재강화의 역사적 패턴으로 후진타오-시진핑 정권 사이 전환기를 설명한다. 그 연장선에서 앞으로 중국 정치가 겪게 될 변화의 방향을 탐색해본다.1)  2. 현대화 이론과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 위기 현대화 이론 (modernization theory)은 경제 개혁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현대화 이론을 옹호하는 학자들은 한 국가의 경제 발전은 정치적 민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2) 정치학자 래리 다이아몬드의 설명에 따르면, 경제 발전은 정치적 결정권을 다양한 행위자에 재분배함으로써 특정 인물 또는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산층의 확대, 교육 수준의 발전, 도시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구성원의 자유-민주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수도 있다.3) 물론 아담 쉐보르스키처럼 현대화 이론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경제발전이 자동적으로 체제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통계적으로 증명했다.4) 이처럼 학술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화 이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분석하는 데에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그림 1> 현대화 이론과 중국 공산당의 정권 유지를 위한 반전략(Counter-strategy)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탈냉전 이후 미국은 현대화 이론의 가설에 기반하여 중국의 경제 개혁-개방 프로그램을 환영하고 지원했다. 클린턴 정부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을 지지하며 중국의 경제발전이 궁극적으로 “더욱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로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5) 물론 이러한 변화를 기대하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중국 지도부가 모를 리 없었다. 경제발전으로부터 정치적 변화로 이어지는 인과적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공산당은 현대화 이론에 대한 반전략(counter-strategy)을 개발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일련의 거버넌스 개혁을 시행함으로써 공산당의 “성과에 기반한 정당성(performance legitimacy)”을 주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현대화 이론이 예측한 것처럼 공산당의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개발 자체가 공산당의 지도력과 안정성 덕분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받아들이게 된다.6) 또한 경제개발에 따라 교육수준이 높아졌지만, 애국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학생들은 자유주의적 가치관보다 민족주의적 관점을 더욱 체계적으로 교육받게 되었다.7)  후진타오 정부는 특히 1기 집권 시기(2002-2007) 동안 법제 개혁, 행정 개혁, 언론 및 학계의 검열 완화 등 일련의 자율화 조치를 통해 공산당의 정당성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8) 류샤오보와 같이 체제에 도전하는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은 이어졌지만, 시스템 내에서 정치 개혁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는 광범위하게 허용되었다.9) 예를 들어, 북경대 교수 판웨이는 체재 내 법치(rule of law)의 확대를 통해서, 당내 이론가였던 위커핑은 당내 민주화 (intraparty democracy)라는 개념을 통해 정치개혁의 심화를 주장하였다.10) 그 결과 중국 인민들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공산당의 성과와 더불어, 과거에 비해 자신들의 불만과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확대된 것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었다. 이 시기 아시아 바로미터(Asia Barometer), 세계 가치관 서베이(World Value Survey) 그리고 브루스 딕슨과 같은 중국정치 전문가들의 연구는 일관되게 중국인들 사이 공산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었다.11)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사회 내 공산당 정권에 대한 비판도 확대되어갔다. 이에 관한 여러 연구는 중국 인민들의 불만 및 비판이 주로 중앙 정부보다 지방 수준에 머물러 있는 패턴을 보여주었다.12) 소수 지식인 집단을 제외하면 아직 공산당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공산당 지도부가 안심하기엔 사회 곳곳에서 너무 많은 적신호가 켜졌다. 환경보호, 부정부패, 여성권리, 퇴역군인들의 복지문제 등 다양한 이슈로 연일 집단시위가 늘어나는 추세가 분명해진 것이다.13) 공산당 내부에선 후진타오 정권이 과도하게 자율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필요시 이를 통제할 역량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확산되었다.14)  <그림 2> 중국 공산당 정당성에 대한 벨 커브 개념도 위의 <그림2>는 후진타오 2기 (2007-2012) 동안 공산당이 직면한 딜레마를 도식으로 보여준다. 자율화 조치가 확대되던 시기 인민들의 지지와 더불어 공산당의 정당성이 강해졌지만, 그만큼 늘어난 시민들의 문제 제기와 불만은 공산당의 정당성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이 통제할 수 없이 하락하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지도부 내에선 다시 중앙의 권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15) 이는 중국 사회 내 ‘가치관의 혼란’을 바로잡고 모든 문제의 근원인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역사적 임무’를 강조하면서 시진핑 정권의 권위주의 시대로 ‘유턴’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3. '팡-쇼우' 사이클과 시진핑 정권의 딜레마 사실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권위주의 등장은 놀라운 일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중국 현대정치의 역사가 보여준 패턴과 일치한다. 리챠드 바움, 수잔 셔크, 데이비드 솀보우 등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정치 전문가들은 ‘팡-쇼우’ 개념을 통해 중국 정치가 보여준 공산당 통제 강화와 완화의 순환 패턴을 설명해왔다.16) 정치 통제가 완화되는 때를 중국 정치가 ‘팡(放: fang)’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다시 통제가 강화되는 시기를 ‘쇼우(收: Shou)’ 시기라고 구분하는 것이다. 1949년 건국 후 중국정치는 (1) 경제 개혁 프로그램의 확장과 축소, (2) 이데올로기 교육, 검열의 완화와 재강화, (3) 행정 통제의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와 재중앙화(re-centralization)가 주기적으로 교차되어 온 패턴을 보여주었다. 밑의 표1이 보여주는 것처럼, 후진타오에서 시진핑 정권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정치적 통제가 완화되었던 ‘팡’ 시기에서 다시 강력한 통제를 추구하는 ‘ 쇼우’ 시기로 전환되는 과정이라 설명할 수 있다.17)  <표 1> 중국의 정치적 동향 1949-2023 중국 정치의 이러한 팡-쇼우 사이클 개념은 정확하게 어떤 날짜 또는 월 단위로, 아니면 어떤 특정 사건을 전후로 구분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확실히 팡-쇼우 개념은 과학적 엄밀성은 부족하지만, 대신 특정 시기의 대략적인 정치적 기조와 분위기를 파악하는 가설로서 유용하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전문가 리챠드 바움은 팡-쇼우 사이클로 1980년대 등소평 정책의 변화를 설명하고, 데이비드 솀보우 역시 팡-쇼우 사이클로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통제 완화 과정을 설명했다.18) 특히 솀보우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직후 중앙 정부의 강력한 사회 통제를 신전체주의 정권의 등장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재개를 강조한 1992년 이후 1997년까지의 기간은 장쩌민 치하 강성 권위주의 기간이지만 이전 신전체주의 상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통제가 완화된 시기로서 팡, 즉 통제 완화의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UC샌디에고의 정치학자 수잔 셔크는 후진타오 2기의 집권시기 중 다시 통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솀보우도 이러한 관찰에 동의한다.19) 그렇다면 대략 2009년부터 중국 정치는 다시 쇼우, 즉 정치 통제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3> ‘팡-쇼우’사이클과 파벌정치의 논리 그렇다면 팡-쇼우 사이클은 어떻게,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당내 파벌정치의 순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UC버클리의 중국학자 디트머는 경기 순환에 따라 당내 개혁파와 보수파 간 파벌정치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였다. 위의 <그림3>은 디트머의 분석모델에 팡-쇼우 사이클의 개념을 덧붙인 것이다.20) <그림3>의 개념도에 따르면,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 장쩌민 정부와 후진타오 1기 정부는 개혁파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후진타오 정부의 집단 지도체제와 자율화 정책은 중국 사회 내 각종 시위와 소요 사태로 이어졌다. 당내 보수파들은 정치개혁의 확대를 통해 시민사회의 불만을 해소하기보다 권력을 다시 중앙에 집중하여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이는 시진핑의 강력한 통치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21) 일단 권력을 잡고 나자 시진핑은 언론 및 학계 검열 강화, 사기업 탄압, 이데올로기 교육 강화, 신장 등 소수민족의 중국화 정책, 홍콩의 특별 보안법 시행 등 통제 강화 정책을 확대했다.  만약 시진핑 정권의 통제 강화가 팡-쇼우 사이클의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면, 장차 중국 정치가 겪게 될 변화 또한 팡-쇼우 사이클을 통해 예상해 볼 수 있다. 팡-쇼우 사이클은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정치적 통제가 결국 경제적 비효율성으로 이어져 당내 그리고 인민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결국 정책 또는 정권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 조짐, 청년 실업률 악화, 국가부채 증가, 빈부격차 악화 등 여러 지표에서 위기 징조를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힘든 상황에서 인민들의 불만이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2년 12월 초 중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중국 학생들의 ‘백지 시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전조로 볼 수 있다. 그 해 10월 20차 당대회 이후에도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이자 청년 세대가 먼저 불만을 표현하고 나선 것이다.  4. 파벌정치 패턴과 시진핑 정권의 미래 물론 산발적인 학생 시위는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시위 중 몇몇 학생들이 ‘시진핑 타도’의 구호를 외치긴 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과도한 코로나 통제 정책의 완화를 요구하였을 뿐 체제 변화를 외치거나 직접적으로 시진핑 권위에 대한 도전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았다.22) 하버드대 왕위화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군중 시위는 어차피 중국의 정권 교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적이 없다.23) 정권 교체는 엘리트 집단 내 통치세력이 도전세력과의 파벌 투쟁에서 패배할 때에 비로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진핑의 당권 장악은 너무 견고해서 과연 당내 도전세력이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팡-쇼우 사이클 개념은 시진핑의 강권 통치가 다시 통제 완화의 시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역사적-구조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예측하지만, 그런 변화를 실행해야 할 개혁파 또는 반대세력이 부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20기 공산당 상무위원회의의 6인 위원 모두 시진핑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발탁되어 애초에 도전세력이 형성될 여지가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통치자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는 인물들로 권력집단을 구성하는 방법을 UC샌디에고의 정치학자 빅터 쉬는 “약자의 연합(coalition of the weak)” 전략이라고 개념화하였다.24)  문제는 “약자의 연합” 전략으로도 “독재자의 딜레마(dictator’s dilemma)”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모든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근본적으로 자신의 부하들 그리고 대중의 지지를 믿을 수 없는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억압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자신의 부하 그리고 대중의 지지가 진심인지, 아니면 공포심에서 비롯된 흉내인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25) 따라서 독재자는 끊임없이 주변인들의 충성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빅터 쉬는 이러한 분석틀을 통해 마오쩌동 시대 당내 권력투쟁을 재조명했다.  마오쩌동은 당내 경쟁 구도에 있던 2인자 류샤오치를 문화대혁명을 통해 축출하고 대신 류샤오치의 지도력과 카리스마에는 한창 못 미치지만 자신에게 충성스러웠던 “약한 지도자”로서 린뱌오를 후계자로 지명한다. 그러나 심복이었던 린뱌오가 마오쩌동에게 충성하기 위해 정치 세력을 동원하던 중 자연스럽게 린뱌오를 추종하는 세력이 형성되자, 마오쩌동은 린뱌오의 변절을 미리 의심하기 시작했다. 빅터 쉬의 분석에 따르면, 린뱌오가 과연 언제 마오쩌동에 대한 투쟁을 결심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 별개로 마오쩌동의 의심과 경계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물질적 생존을 위해서도 투쟁을 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26) 그런 와중 린뱌오의 아들이었던 린궈궈가 적극적으로 마오쩌동의 암살을 기도하다 실패로 돌아가고, 린뱌오는 마오쩌동의 복수를 피해 소련으로 도피하려다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학계와 언론에선 시진핑이 덩샤오핑이 구축했던 집단 지도체제를 허물고 다시 마오쩌동과 같은 1인 지배 체제로 전환하며 개인숭배를 추구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시진핑이 권위는 여전히 대일전쟁, 국공내전, 한국전쟁을 치르며 구축한 마오쩌동의 키라스마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권위의 정당성은 기껏해야 혁명 원로였던 시중쉰의 아들이라는 태자당의 배경에서 시작되었을 뿐이다.27)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는 마오쩌동조차 당내 도전자의 출현을 끊임없이 걱정하며 류샤오치, 덩샤오핑, 린뱌오 등 숙청의 연속으로 정치를 하였는데, 하물며 시진핑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 반부패 캠패인을 통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더니 최근엔 외교부장 친강, 국방부장 리상푸 등 자신이 직접 선발한 부하들까지 갑작스럽게 해임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진핑 3기 정권의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곧 파벌투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친강이나 리상푸는 시진핑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부정부패 혐의로 경질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당내 파벌정치를 연구해 온 스탠포드의 정치학자 우궈광은 시진핑 정권에서도 새로운 파벌 간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28) 시진핑 정권은 정치적 통제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데, 상호 충돌하는 두 목표를 시행하는 정책 집단이 파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당내 서열 2위 리챵 (李强), 그리고 정치 및 선전 분야를 담당하는 당내 서열 5위 차이치(蔡奇) 사이 알력 싸움이 파벌 정치로 비화할 수 있다.29) 이러한 주장은 아직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앞서 설명한 팡-쇼우 사이클의 논리와도 일맥상통한다. 팡-쇼우 사이클에 따르면 경제 발전을 위해 정치 통제를 완화해야 하지만, 시진핑의 통제에 대한 편집증은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인다. 최근 인사 경질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과정과 불예측성은 지도부 내 불안감과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5. 결론 이상 이론적-역사적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추론할 수 있다. (1) ‘현대화 이론’과 팡-쇼우 사이클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중국 사회는 물론 당내에서도 시진핑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누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2) 파벌정치의 순환논리, ‘약자의 연합’과 ‘독재자의 딜레마’의 개념을 적용하면 시진핑 본인도 당내 잠재 도전세력에 대한 의심 때문에 상시 불안감(insecurity)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오쩌동-린뱌오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시진핑에게 아무리 충성을 맹세한 부하라도 갑작스럽게 의심과 경계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물리적 생존을 위해 시진핑에게 저항을 결심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현재 시진핑 정권 내에 잠재적 도전자로 보이는 인물은 없으며, 미국과 한국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여기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모두가 시진핑의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에 잠재적 도전세력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는, 모두가 마오의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에 린뱌오, 그리고 그 전에 펑더화이, 이후에 덩샤오핑 등 마오의 정책을 비판했던 내부인들을 예측하지 못했던 오인(mispercep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위의 분석이 최소한으로 시사하는 바는, 시진핑 정권 내부의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불확실성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내에서 시진핑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불확실한만큼, 시진핑 정권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 또한 불확실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공평하다.  최근 미국의 중국정치 전문가들 사이 회자되는 흥미로운 담론 중 하나는 시진핑 정권 이후의 중국 정치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라이언 하스는 시진핑의 올해 나이가 70으로 앞으로 얼마나 집권을 할 수 있을 지 예측할 수 없지만 결국엔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고, 일단 시진핑이 권력의 중심에서 사라지면 중국 정치는 시진핑의 집권 시기와 정반대 방향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30) 그러한 예측의 근거로 하스는 정확히 팡-쇼우 사이클과 같은 역사적 패턴을 언급하는데, 미시건 대학의 정치학자 댄 슬레이터는 한발짝 더 나아가 중국 정치의 민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슬레이터는 사실 후진타오 집권 시기 공산당은 경제 성장의 가속화, 거버넌스 개혁의 초기 성과에 따른 인민들의 지지에 자신감을 갖고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후진타오가 개혁세력을 조직적으로 규합하여 당내 헤게모니를 잡지 못한 것은 ‘잃어버린 기회(missed opportunity)’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자신감에 근거한 민주화 과정’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필자가 중국 북경대에서 유학하던 시기 학내 토론 중 북경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개진하던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일치한다. 당장 대만이나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혁명을 원하진 않지만, 먼저 싱가폴과 같은 혼합 체제를 거쳐 궁극적으로 일본의 자민당처럼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거대 정당으로 공산당이 생존하는 점진적 민주화 과정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물론 중국 지식인들의 이러한 자유주의적 비전은 시진핑 정권의 탄압과 미-중 경쟁 속 중화 민족주의의 발화로 현재 영향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치에 대한 이론적 고찰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시진핑 정권 이면의 정치적 동향, 그리고 중국 정치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중국의 국내정치 동향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한국의 분석가들은 중국 정치의 불확실성과 다양한 발전의 경로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  1) 본 소고는 저자가 그 동안 국제 학술지에 영어로 발표한 논문과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핵심 내용을 요약 및 정리하여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문제를 살펴보고 있음. Sungmin Cho, “Does China’s Case Falsify Modernization Theory? Interim Assessment.”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32 (144) (June 2023) 1034-1052 ; Sungmin Cho, “The U.S.-China Power Transition: An assessment of China’s internal view.” Melbourne Asia Review, Edition 9 (March 2022); Sungmin Cho, “Why Non-democracy Engages with Western Democracy Promotion Programs: the China Model,” World Politics, 73(4) (October 2021): 774-817.; Sungmin Cho, “Chapter 18: The Fang-Shou Cycle in Chinese Politics,” in Alexander Vuving ed. Hindsight, Insight, Foresight: Thinking about Security in the Indo-Pacific. (Hawaii: DKI APCSS, 2019): 269-282. 2) Seymour Martin Lipset, Political Man: The Social Bases of Politics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81) 3) Amichai Magen ed., ‘Evaluating External Influence on Democratic Development: Transition’ (2009) CDDRL Working Papers. 6, Available at https://cddrl.fsi.stanford.edu/zh-ch/node/209352. 4) Adam Przeworski and Fernando Limongi, ‘Modernization: Theories and Facts’, World Politics 49, (1997), p. 155. 5) “Full Text of Clinton's Speech on China Trade Bill,” The New York Times, March 9 2000. Available at https://archive.nytimes.com/www.nytimes.com/library/world/asia/030900clinton-china-text.html 6) 딕슨과 천은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중산층이 ‘민주화 요원 (agents of democratization)’이 아니라 ‘국가의 동맹(allies of state)’이 되었다고 표현하였음. Jie Chen and Bruce J Dickson, ‘Allies of the State: Democratic Support and Regime Support among China’s Private Entrepreneurs*’ (2008) 196 The China Quarterly, p.780. 7) Suisheng Zhao, “A State-Led Nationalism: The Patriotic Education Campaign in Post-Tiananmen China,” Communist and Post-Communist Studies 31, no. 3 (1998): 287–302. 8) 자율화 및 제도화 조치의 권위주의 정당화 논리에 대해선 다음을 참조. Nathan, Andrew J. 2003. China’s Changing of the Guard: Authoritarian Resilience. Journal of Democracy 14 (1): 6–17. 9) ‘Democracy? Hu Needs It’ The Economist. June 28, 2007. Available at https://www.economist.com/asia/2007/06/28/democracy-hu-needs-it 10) Pan, Wei. 2003. “Toward a Consultative Rule of Law Regime in China.”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12 (34): 3–43; Wang, Qinghua, and Gang Guo. 2015. “Yu Keping and Chinese Intellectual Discourse on Good Governance.” The China Quarterly (224): 985–1005. 11) 이상 서베이 자료에 대한 분석은 필자의 다음 논문을 참조. Sungmin Cho, “Does China’s Case Falsify Modernization Theory? Interim Assessment.”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32 (144) (June 2023) 1034-1052. 딕슨의 연구는 다음 책을 참조. Bruce J. Dickson, The Dictator’s Dilemma: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Strategy for Survival, Illustrated edition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16). 12) Ernan Cui and others, ‘How Do Land Takings Affect Political Trust in Rural China?’ (2015) 63 Political Studies 91; Tony Saich, ‘How China’s Citizens View the Quality of Governance under Xi Jinping’ (2016) 1 Journal of Chinese Governance 1. 13) ‘Why Protests Are so Common in China’ [2018] The Economist. October 4, 2018. Available at https://www.economist.com/china/2018/10/04/why-protests-are-so-common-in-china. 14) Susan L. Shirk, Overreach: How China Derailed Its Peaceful Rise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22). p.95, 101. 15) 이러한 논리의 공산당 내부 담론에 대한 문헌 분석에 대해선 다음 논문을 참조. Nimrod Baranovitch, “A Strong Leader for A Time of Crisis: Xi Jinping’s Strongman Politics as A Collective Response to Regime Weakness,”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July 13, 2020, 1–17. 16) David Shambaugh, China’s Future (MA: Polity Press, 2016), p. 98 Richard Baum, “The Road to Tiananmen: Chinese politics in the 1980s,” in Roderick MacFarquhar, ed., The Politics of China: Sixty Yea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3 edition (Cambridge ;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p.338.; Shirk, Overreach.p.23. 17) 팡-쇼우 개념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필자의 다음 글을 참조. Sungmin Cho, “Chapter 18. The Fang-Shou Cycle in Chinese Politics,” in Alexander Vuving ed. Hindsight, Insight, Foresight: Thinking about Security in the Indo-Pacific. (Hawaii: DKI APCSS, 2019): pp.269-282. 18) Baum, “The Road to Tiananmen: Chinese politics in the 1980s,” p.338.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팡-쇼우’ 시기 구분은 미국의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솀보우의 분석을 따랐음. Shambaugh, China’s Future. p.99. 19) Shirk, Overreach. pp.27-30.; Shambaugh, China’s Future, pp.2-5. 20) Lowell Dittmer and Yu-Shan Wu, “The Modernization of Factionalism in Chinese Politics,” World Politics 47, no. 4 (1995): 467–94. 21) Baranovitch, “A Strong Leader for A Time of Crisis: Xi Jinping’s Strongman Politics as A Collective Response to Regime Weakness,” 22) Yuen Yuen Ang, “The Problem With Zero: How Xi’s Pandemic Policy Created a Crisis for the Regime,” Foreign Affairs. December 2, 2022. Available at https://www.foreignaffairs.com/china/problem-zero-xi-pandemic-policy-crisis 23) 역사적으로 중국 왕조들이 무너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외세의 침입 또는 군중의 반란이 아니라, 권력 내부 엘리트 집단의 반발이었다. Wang Yuhua, “Can the Chinese Communist Party Learn From Chinese Emperors?”, in Jennifer Rudolph and Michael Szonyi, eds., The China Questions: Critical Insights into a Rising Power, Reprint edi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2019). p.60, 63. 24) Victor C. Shih, Coalitions of the Weak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2). 25) 합리적 선택 이론의 관점에서 독재자의 딜레마를 설명한 저서로 다음을 참조. Ronald Wintrobe, The Political Economy of Dictatorship, 1 edition (Cambridge, UK; New York,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26) Shih, Coalitions of the Weak. p.102. 27) 시진핑의 등장과 권위의 형성과정에 대해선 다음 책을 참조. Kerry Brown, CEO, China: The Rise of Xi Jinping, Reprint edition (London New York: I.B. Tauris, 2017). 28) Wu Guaguang, “Li Qiang Versus Cai Qi in the Xi Jinping Leadership: Checks and Balances with CCP Characteristics?” China Leadership Monitor. Issue 77. 2023 September. pp.1-12. 29) 신경진, “경제 리창 vs 안보 차이치…시진핑 3기 진짜 2인자는 누구?” 중앙일보. 2022년 9월 24일. 30) Ryan Hass, “What America Wants From China: A Strategy to Keep Beijing Entangled in the World Order,” Foreign Affairs, November/December 2023. Available at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what-america-wants-china-hass?utm_medium=social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조성민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 센터(APCSS) 교수) 조성민 박사는 미국 국방부 산하 아시아-태평양 안보 연구소의 교수로 하와이에 근무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및 국방부 직원, 영관급 이상 장교단을 대상으로 중국 정치와 동아시아 지정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미-중 전략경쟁, 중국 국내정치, 중국 외교정책의 국내정치적 요소, 중국-한반도 관계이다. World Politics, The China Journal,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Asian Security, Journal of Asian Security and International Affairs 등 해외유명 학술지에 단독저자로 논문을 출판했다. Foreign Affairs, Washington Quarterly 등 정책 저널에도 글을 출판하였다. Brookings, CSIS, Atlantic Council 등 미국 싱크탱크의 요청으로 미-중 관계 및 대만문제에 대한 분석을 기고하였다. 대한민국 육군 정보장교(통역 특기)로 3년 3개월간 복무했으며, 그 중 7개월은 이라크의 자이툰 사단 지휘부 통역장교로 파병을 다녀왔다. 조성민 박사는 고려대학교에서 학사를, 북경대학교에서 석사를,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 [JPI PeaceNet] 2024년 미국대선과 한국
    저자
    김아람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23-14
    [초록] 2024년 대선에서 현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의 재선이 담보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겪어가는 동안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전쟁지원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레토릭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글은 2024년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결정적 요인들이 무엇인지 검토해본다.  1. 서론 2024년 11월에 치루어 지는 미국 대선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2023년 여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지지율 (approval rate) 은 40.6%인 반면, 반대율(disapproval rate)은 50%를 웃도는 54.7%이다.1) 2024년 선거에서 바이든이 안정적인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024년 1월 아이오와 (Iowa) 코커스 (Caucus) 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60대 미국 대선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24년 대선에 대한 관심은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은 취임 첫날부터 17개의 행정명령, 성명서, 메모랜덤을 통해 전 트럼프 행정부의 대내외적 행보로부터의 전면적 변화를 선언한 바 있다.2) 따라서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인지, 트럼프 혹은 트럼프 노선을 계승하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것인지 여부에 따라 미국 행정부가 보일 궤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북한에 인접해 있으며, 동북아 내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에 민감한 국가이다. 본 글은 최근 미국에서 이루어진 여론조사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미국의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들을 점검해본다.  2. 미국 여론 1)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대외원조 러시아의 도발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은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았지만, 무기와 군사 훈련을 위한 재원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해왔으며, 2023년 5월까지 그 금액은 768억 달러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편, 2023년 여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55%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하여,3) 내년 선거를 앞둔 미국의 지속적인 전쟁 원조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한 찬반은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 간의 차이로 두드러지고 있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의 71%가 앞으로의 전쟁원조에 반대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62%가 전쟁원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은 지역구 지지기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미국 양당 정치인들 간 갈등이 선거가 가까워지며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여론을 통해 대중 외교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공화당 핵심 지지자층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라는 2016년 트럼프의 슬로건을 지지하는 이들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 반대 역시 MAGA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트럼프는 과거 미국 행정부들의 국제주의적 외교노선과 외부원조를 비판하고, 미국의 고립주의, 미국의 우선주의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의 정치논리를 전개하였는데,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 정책법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중국 본토의 간섭에 반대하는 시위 이후, 중국은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였다. 중국과 대만의 긴장도가 급속도로 높아지는 계기였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군이 참전하지 않자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은 강해졌다. 이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움직임은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뒤를 잇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조하는 대만 정책안의 통과였으며,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9월 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대만을 방어하겠냐’는 질문에 답변을 유보하며, 지난 5월 ‘대만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개입은 우리의 약속’이라는 답변을 한 바이든 대통령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다수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와 같은 대중노선은 다시금 이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2) 대선후보 현재까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세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3월 여배우에 대한 성추문을 감추기 위해 공식 기록을 위조한 혐의 (뉴욕주) 를 받았으며, 6월에는 재임시절 국가기밀문서를 반출한 혐의 (플로리다주) 를 받았다. 가장 최근인8월에는 2020년 대선 이후 미국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폭동을 모의하고 투표권을 방해한 혐의 (워싱턴DC)로 기소된 바 있다.  미국 전 대통령의 기소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는 54%의 지지율을 보이며, 그 뒤를 따르는 디샌티스의 17% 지지율과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동 여론조사에서 전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41%가 트럼프에 대해 호감을, 55%가 비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주가 제한적 예비선거 제도를 가지며 (당원으로 등록한 유권자만 경선 혹은 코커스에 참여할 수 있음), 트럼프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유권자들이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사법적인 근거로 출마 자격이 발탁되지 않는 이상 현 대통령 바이든에 대한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은 39%, 반대율은 54%에 달하고 있다. 또한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이 65% 였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지지율은 64%로,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가 교체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현재 미국의 여론은 바이든의 본선에서의 승리를 담보하고 있지는 않다.  대선 본선이 트럼프와 바이든의 경쟁으로 확정될 경우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은 모두 43%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이 경우 투표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6%, 기타는 8%였다. 흥미롭게도, 이번 조사의 답변자들 중 29%가 민주당 지지자, 27%가 공화당 지지자, 34%가 무당파 인 것으로 응답하였다. 즉, 현재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층의 상당부분이 부동층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3. 2024년 미국 대선의 주요 변수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 투표제 (Electoral College) 로 유권자 전체 여론이 선거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특성을 가진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서 인구수가 많은 주의 의사가 지나치게 투영되는 것을 우려하여, 각 주 단위로 유권자 직접 투표 결과를 반영하여 선거인단을 선정하여 간접투표를 하는 대통령 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다.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의 수를 합산한 값이다. 각 주의 하원의원 수는 인구수에 비례하는 반면, 상원의원의 수는 2명으로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는 사실상 인구수가 적은 주에 거주하는 유권자의 의사가 과대표 (over-represented) 된다.  현재 미국은 지역적으로 캘리포니아 (선거인단 55명) 와 뉴욕 (선거인단 29명) 과 같이 인구밀집도가 높은 주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와이오밍 (선거인단 3명)과 같이 인구수가 적은 주에서는 공화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인구수가 적은 주가 과대표 되는 미국의 선거인단 투표제는 최근의 미국 정치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은 유권자 전체 투표에서 트럼프보다 약 2% (286만 표) 앞섰으나, 선거인단 확보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에게 227대 304로 밀려 대통령 당선에 실패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2024년 미국 대선의 추이를 살피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대한 사법적 조치들이다. 9월 뉴욕타임즈 기사에 의하면,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 9명은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에게 트럼프 출마의 적법성 심사를 요청하였다. 주 정부의 국무장관은 법적으로 특정 후보의 이름을 투표용지에서 제외시키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다 결정적으로 2020년 대선 이후 미국 국회의사당 점령을 주도하고 선거의 결과를 번복하고자 한 시도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인지, 이에 따라 트럼프의 선거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지 여부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올해 안으로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사법적 조치는 트럼프 지지층의 강한 반발에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MAGA 지지자들은 미국국회의사당을 점령하고, 전 하원의원장인 낸시 펠로시의 배우자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등 폭력성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에 맞서는 상황을 달갑게 여길 정치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지지층이 집결할 수록, 사법적 처분의 더 큰 난행이 예상된다.  둘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대한 사법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 스윙주 (swing state)에서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접전을 주시해야 한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와 바이든의 득표율이 3% 미만으로 접전을 보였던 주는 네바다, 아리조나,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니아, 노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주였으며, 이 중 노스 캘로라이나를 제외한 6개의 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며 선거인단 303명을 확보하여 (트럼프 232명) 당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2020년 트럼프의 지지 기반이 현재까지 견고하다는 가정4)하에, 38명의 선거인단만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접전 주 였던 펜실베니아, 조지아, 위스콘신은 각각 선거인단 16명, 19명, 10명이 배정되어 있는 주들로, 만일 트럼프가 내년 선거에서 이 세 개의 주에서만 선전하더라도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재임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선거의 결과를 분석해 보면, 위의 접전 주들 중 바이든이 승리했던 아리조나 (선거인단 11명), 위스콘신 (선거인단 10명), 펜실베니아 (선거인단 19명), 조지아 (선거인단 16명)에서 공화당이 확실한 우위를 점령하였다. 2024년 이들 주에서 또다시 공화당이 선전하는 경우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2024년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루어지는 미국의 상하원의원 선거 결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가 재당선되는 경우, 상원과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수가 미국의 정책적 행보가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크게 벗어날 지 여부를 판가름 짓는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석 222석을, 민주당이 의석 214석을 확보하면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최근 극보수로 평가받는 공화당 소속 루이지애나 하원의원 마이크 존슨 (Mike Johnson)이 아젠다 세팅 등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 하원의장이 되었다. 현재 MAGA 지지자들의 높은 집결 상황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이든 낮은 지지율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공화당의 하원 장악은 2024년선거에서도 연속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상원 의원 선거는 2년에 한 번, 총 100개의 의석 중 1/3개의 의석에 대해서만 치루어진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에서 51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여 기존의 분점상황 (50대 50) 에서 벗어나 상원 다수당이 되었다. 미국의 정책 입안은 하원, 상원, 대통령 모두의 승인을 요하기 때문에, 공화당의 하원 장악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미국의회가 제약을 걸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2024년 상원의원 선거는 33개의 의석을 두고 치루어질 예정이며, 이 중 23개를 현재 민주당이 확보하고 있다. 선거의 관건은 민주당이 이 23개의 의석 방어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즉, 2024년 민주당이 23개 혹은 그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경우, 현재의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트럼프가 당선에 성공하더라도 민주당에서 입법적 제약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방어해야 하는 23명의 민주당 의원 중 3명이 2016년과 2020년 트럼프가 선전했던 몬타나, 오하이오, 웨스트 버지니아의 의원들이다.5) 트럼프 지지층 집결이 강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 동시 선거에서의 옷자락 효과 (coattail effect, 유력한 대선 후보자와 같은 당 소속 의원이 동시선거에서 우위를 가짐을 의미) 를 고려하였을 때, 트럼프 출마에 대한 사법적 제재가 없을 경우, 현직자 우위 (incumbency advantage, 현직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 경우 선거에서 도전자보다 유리한 입지를 가짐을 의미) 를 고려하더라도 이 3석에 대한 민주당 우위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4. 결론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에서의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군사적인 측면에서 억지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희박하고, 자주적 핵무장은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에게 주요한 북한 억지 수단이다. 반면 미국의 고립주의와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MAGA 노선은 필연적으로 동맹국들에 대한 지원 감축을 동반할 것이다. 이것은 이미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원하는 공화당 지지층의 여론과 상보적이기도 하다. 한국의 외교정책은 주요 동맹국인 미국의 외교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미국 외교 정책의 변화는 한국의 외교 노선 변화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선거 결과에 따른 잠재적 정책 변화의 폭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는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대비한 다양한 정책 대안들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내 여론변화를 추적하고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국내 학계와 정책 집행자들의 협업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1) 출처: FiveThirtyEight (https://projects.fivethirtyeight.com/biden-approval-rating/) 2) 바이든의 초기 행정명령 및 정책 패키지들은 트럼프의 코로나 관련 정책, 환경문제에 대한 아젠다, 이민자 정책, 국제조약 탈퇴 등의 이슈 영역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꾀하였다. 3) https://edition.cnn.com/2023/08/04/politics/cnn-poll-ukraine/index.html 4) 2020년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5) 이들이 치른 지난 선거는 2018년 트럼프 임기 중 치루어진 중간선거로, 야당이 우위를 가지는 선거였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김아람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김아람 연구위원은 로체스터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선거제도와 민주주의, 유권자 행태, 정당정치, 민주주의 대표성, 미국정치, 불평등 등이 주요 연구분야이다. 주요저작은 “Effect of Income Inequality on Party Positions in OECD Countries”(Korea Observer), “How Progressive is the Most Popular Tax Scheme?: The Case of South Korea” (Hitotsubashi Journal of Economics), “Inequality and Political Parties in US”(사회과학연구) 등이 있다.
  • [JPI PeaceNet] 대만사태 시 군사적 시나리오와 한국의 대응방향
    저자
    배학영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군사전략연구센터장)
    발간호
    2023-13
    [초록] 미국의 관료 및 학자들이 대만사태가 실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일이 현실화 된다면 우리나라에게는 해상교통로의 사용 뿐아니라 미국으로부터 동맹으로서 역할을 종용받는 연루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으로 영향이 많은 대만 사태에 대해 보다 유심히 분석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1. 서론 2022년 12월에 우리나라는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괄적인 지역전략으로 해양을 중심으로 한 지전략이다.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는 바다를 통한 무역으로 지금의 번영을 이루어 왔다. 어쩌면 지금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늦은감이 있어 보일 정도로 우리가 바다에 의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 논문에서 재차 우리에게 바다(인도태평양)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반복하지 않겠다. 반대로, 이렇게 중요한 바다가 주변의 분쟁(대만사태)에 의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그 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  이 글은 대만사태의 시나리오를 5단계로 나누고 각각이 어떠한 형식으로 전개가 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논의 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대만사태가 일어나면 해상교통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이 우리에게 동맹국으로서 각각의 단계에서 군사적이든 외교적이든 일정한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바로 연루의 위험이다. 이때 대만사태의 주도적 플레이어가 아닌 종속 플레이어로서 어떠한 상황에 대면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은 미리 준비하는 정책수립에 매우 중요하다. 본 글이 그러한 정책 수립에 사전연구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 대만사태 시나리오 만약 중국이 실제 대만을 공격한다면 어떠한 형태가 될까? 미중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분석은 많이 있지만 실제 군사적 수준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5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한다. 앞서 분석된 4개의 미국의 권위있는 연구소의 중국의 대만침공 시나리오에 관한 보고서1)를 토대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정책 전개 및 전략적 접근을 탐색한다.  첫째, 외교적 강압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1국가 2체제"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시나리오로, 중국에 외교적 및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국가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국제적 반발로, 미국 및 동맹국들의 해상 연합훈련 등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타이완 해상봉쇄는 중국이 대만 주변을 항공기 및 잠수함을 이용하여 기뢰를 부설하여 봉쇄하고, 대만 근해 항해를 금지하는 시나리오로, 이는 중국의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대만의 외부 도움을 차단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대만 및 일본에 대한 유도탄 타격은 중국이 대만과 일본을 대상으로 미사일 공격을 진행하는 시나리오로, 이는 중국이 군사적 위협으로 대만 통합을 추진하는 경우로 예상된다.  넷째, 대만 상륙이다. 중국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통해 대만을 점령하려는 시나리오로,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의 양안통일 목표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대만주변 해상 전술핵 투하이다. 중국이 전술핵을 이용하여 대만 주변 해상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로, 이는 중국이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대만의 독립을 막고, 자신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접근을 반영하며, 그 중 어느 하나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들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논문의 목표는 이러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통해,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더 깊고 폭넓은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응을 예측하여 대만사태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첫째, 시나리오 #1(외교적 강압)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1국가 2체제'를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이 선언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흔들림 없는 통합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과감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대다수의 국가들이 이를 지지하며, 이는 중국의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과 그것이 행사하는 외교적 압박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은 그의 동맹국들과 함께 이러한 일방적인 외교 압박에 대응해 조치를 취하는데 합의했다. 우선 그들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무력현시의 방법으로 대만 해협 주변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 연합훈련은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대만의 안정을 지지하고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이 해상 연합훈련에 동참한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확고히 하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중국은 이러한 대응에 대해 다양한 위협 연습을 실시한다. 그러나 양국은 이 이상의 무력현시는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양국, 세계의 국가들의 우려 속에 양보를 위한 회담을 개최하고 합의함으로써 위기는 일단락된다. 이는 양국의 미묘한 외교 교활을 보여주며, 중국의 과도한 행동이 어떻게 미국을 중심으로한 동맹국들의 집단적 무력행위로 나타나게 될지 보여준다.  이 사건은 중국의 대만 정책과 그에 따른 국제적 반응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과 그것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적 반응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시나리오이다.  둘째, 시나리오 #2(중국의 타이완 해상봉쇄)이다. 중국의 항공기 및 잠수함을 통한 기뢰 부설, 지대함 미사일 배치 및 대만근해의 타격 경고, 그리고 미국의 필수 물자수송에 대한 대응 조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 주변에 항공기 및 잠수함을 이용한 기뢰를 부설하는 등 봉쇄 시도를 시행한다. 이러한 조치는 대만 주변의 해상교통을 제한하고 안전을 위협하여 섬나라인 대만으로 물자가 이동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할 것이다. 또한 중국은 대만 근해에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하여 대만에 대한 항해금지를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타격 경고를 진행할 것이다.  그나마 미국은 급히 중국의 제한된 제공권을 이용해 공중으로 대만에 필수 물자수송을 시작한다. 미국은 중국의 제한적인 제공권을 이용하여 대만에 필수 물자를 공급함으로써 대만의 물자부족으로 인한 소요를 방지하고 대중국 작전의 지속능력을 보장하여 대만이 중국의 적대적 행위에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 작전을 시행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대만 포함)은 대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고 대량의 물자수송을 준비하기 위해 동부 해역에서 무인 소해작전을 실시한다. 대만은 동부 해역에 무인 소해 장비를 배치하여 해상 교통의 안전을 유지하고 대량 물자의 수송을 준비한다. 이러한 조치는 대만의 안보를 강화하고 안전한 수송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봉쇄 시도와 대만 근해의 타격 경고는 대만을 압박하여 최소의 군사작전으로 원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려있다. 이에 대응하여 우선 미국은 중국의 제한된 제공권을 이용해 대만에 필수 물자를 공급하는 조치를 취하고 동맹국과 함께 무인 소해작전을 통해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고 대량 물자수송을 준비한다.  셋째, 시나리오 #3(대만 및 일본에 대한 유도탄 타격)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발생한 군사 충돌 및 이에 따른 미국의 대응 조치에 대해 시나리오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선언 하자 일본은 중국의 일방적인 군사작전을 저지하려는 미국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중국은 대만 침공의 군사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일본을 공격 대상으로 선언한다. 일본에 대한 공격 선언은 중국이 일본을 점령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공격 선언은 일본에 대한 것 뿐만아니라 다른 미국의 동맹국에게도 미국의 군사작전에 동참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경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은 자국을 방어하는 다양한 군사적 기제(탄도탄 방어 등)를 작동하여 중국의 공격에 대응하고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공격에 대한 무력 시위로 유령함대를 전개한다. 유령함대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위치에 배치된 미국의 해군 함대이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의 도발에 대한 결단력을 보여주며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중국과 일본 간의 군사 충돌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안고 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공격 선언과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 선언은 지역 안보 상황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위해 군사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있으며,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넷째, 시나리오 #4(대만 상륙)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포격과 공중공격을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주, 사이버, 전자전 등 다양한 전술이 활용되었다. 중국은 대만 주변을 봉쇄하고, 대만 및 일본에 대한 타격을 통해 제공권 및 제해권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은 대규모 상륙작전을 실시하고, 교두보를 확보하여 내륙으로의 진격을 하는 시나리오이다.  다섯째, 시나리오 #5(대만주변 해상 전술핵 투하)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시작하였다. 이에 미국은 유령함대를 전개하여 이를 저지하였다. 중국이 지대함과 공대함 공격을 시도하였으나, 미국의 함대방공능력으로 피해를 저지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유령함대가 밀집된 지역에 전술핵을 발사하여 인근 함정을 파괴하려 시도하는 시나리오이다.  3. 결론 미국의 고위장성들의 연일 이어지는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과 미국의 유수의 싱크탱크들의 중국의 대만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리포트들은 대만사태가 실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일이 현실화 된다면 우리나라에게는 해상교통로의 사용 뿐아니라 미국으로부터 동맹으로서 역할을 종용받는 연루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으로 영향이 많은 대만 사태에 대해 보다 유심히 분석하고 사전에 대비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겠다. 첫째, 각 단계별 미국의 대응에 있어서 우리의 입장은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 사전에 검토가 필요하다. 위에서 보았듯이 각 단계별 미국의 대응의 방향이 다르고 그 때마다 우리에게 요청하게 될 능력, 지원 등이 달라 지게 된다. 그러한 다양한 요청들에 지원여부, 지원수위 등에 대해 사전 검토 및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외교적 파장까지 고려가 필요하다.  둘째, 전략물자에 대한 대안적 수송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전략원료(희토류 등)를 동중국해의 수송로가 막히거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수출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대안이 있는지 사전에 검토가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략자원에 대해 수입선의 다변화 등을 평시부터 준비하고 있지만 특히 대만사태에 대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북한의 움직임에 예의 주시해야한다. 대만의 학자들과 토론을 해 보면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다. 북한이 도발해 미국이 한반도에 고착되면 중국이 그 기회의 창을 이용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 반대의 상황은 한국의 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대만의 사태를 북한이 기회의 창으로 인식하고 어떠한 도발이나 무력사용을 할지 유의깊게 봐야 한다.  대만사태는 여러 가지로 한반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한반도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아니라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사전에 준비 해야 한다.  ---------------------------------------------------------------------------------------- 1) Mark F. Cancian etc., 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 Wargaming a Chinese Invasion of Taiwan, CSIS Report, 2023. 1. Stacie Pettyjohn, Becca Wasser and Chris Dougherty, Dangerous Straits: Wargaming a Future Conflict over Taiwan, CNAS, 2022. 6. Michael E. O’Hanlon, CAN CHINA TAKE TAIWAN?: WHY NO ONE REALLY KNOWS, Brookings Report, 2022. 8. Joel Wuthnow etc., CROSSING THE STRAIT: China’s Military Prepares for War with Taiwan, National Defense University Press, 2022.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배학영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군사전략연구센터장) 저자는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국제관계 석사 학위를 국방대학교에서, 그리고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해군사관학교에서 취득하였다. 현재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의 군사전략연구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며,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의 야간석사 및 주말박사과정 주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충청남도 해양공간활용 위원회의 자문위원과 해군본부 미래해양전센터의 위원이다. 저자의 주요 저서로는 『우주전장시대 해양 우주력』, 『21세기 해양안보와 국제관계』, 그리고 영문 저서 "WAR AND CONFLICT MANAGEMENT BETWEEN THE TWO KOREAS"가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그 중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래전: 인도-태평양 지역 및 한반도에 대한 함의", "해양기반 기동형 3축체계", "한국형 유령함대(무인원격함대) 운용개념 및 전력 발전방향", "우주상황인식을 위한 해상기반 국방우주력 발전방향" 등의 주요 논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 [JPI PeaceNet] 태국 경제의 저성장과 새 정부의 정책
    저자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23-12
    [초록] 5월 총선 이후 혼란기를 거쳐 태국의 신정부가 출범했다. 태국경제는 경기부진과 지난 정부의 유산인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세타 수상은 태국경제를 환자로 비유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긴급경제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중장기적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농가부채유예, 전자지갑제도를 도입하고, 중기적으로 재조업 부문에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 FTA 네트워크 확장과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1. 새정부가 직면한 경제상황 지난 8월 하순에 취임한 세타(Srettha Thavisin) 수상은 9월 11일 의회에서 처음으로 시정 연설을 했다. 그는 태국 경제를 환자(sick person)라고 진단하면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가 발발했던 2020년 -6.1%이었고, 2021년에는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1.5%의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경제성장률은 2.6% 였는데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민간소비가 6.3% 증가했고, 상품과 서비스 수출도 6.8% 성장한 결과였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는 살아나지 않아 상반기 성장률은 2.2%로 더 낮아졌다. 상반기에 투자가 1.7%,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1.4% 증가하는데 그쳐 6.8% 성장한 민간소비가 경제를 지탱했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GDP의 90% 이상에 이르기 때문에 민간소비가 계속 증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타 수상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재 당면한 경기부진만이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임 프라윳(Prayut Chan-o-cha) 정부가 남긴 구조적인 유산을 해결해야 한다. 한 때 동남아에서 가장 경제적 역동성이 높았던 국가였던 태국은 프라윳 정부 9년 동안 저성장, 수출 부진, 외국인 투자 유입 부진, 가계와 정부의 높은 부채, 수도 방콕과 지방 간의 경제적 격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교육제도는 열악하고, 농업의 근간이었던 미작 농업의 낮은 생산성이 고착되고 있다. 태국은 장기간 중소득국에 머물러 있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  태국이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0년부터 찬오차의 쿠데타 직전인 2013년까지 달러표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이었다. 이는 말레이시아 5.1%, 인도네시아 5.5% 그리고 베트남의 6.4%에 비해서 다소 낮기는 했지만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쿠데타 이후 군부가 정부를 운영한 2014-2022년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7%에 불과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의 4.0%, 인도네시아의 4.1%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특히 동남아에서 경제적 역동성이 강한 베트남의 6.1%에 비해서는 훨씬 더 낮은 것이었다. 이 시기를 두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보면 2013-2018년 기간 태국 성장률은 다른 국가의 성장률에 비해서 낮았지만 그래도 3.2% 성장했다. 그러나 2019-2022년 기간 성장률은 -0.0%로 성장이 완전히 멈추었다. 이 같은 성장 중단은 코로나 등 국제경제환경의 악화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태국을 제외하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2% 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베트남 5.2%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태국 경제가 다른 문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남아 주요국의 기간별 성장률 추이 주: 성장률은 2015년 달러 표시 가격 기준이며, 각 기간은 시작연도부터 최종년도의 복리 평균 성장률이다. 자료: 세계은행 자료 이용 필자 계산  2. 수출 경쟁력 하락은 저성장의 원인 태국경제 부진의 1차적인 요인은 수출경쟁력 하락에 있다.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 주요국은 모두 수출주도형 공업화로 성장했다. 태국의 상품 수출의 GDP 대비 비율은 2022년 58.0%로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보다는 낮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비해서는 더 높다. 수출의존도가 높다고 알려진 우리나라의 41.1%에 비해서도 높으니 태국 경제의 성과는 수출부문의 성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수출이 이렇게 중요한 가운데, 프라윳 정부가 출범한 2014년 2,275억 달러였던 수출은 2022년 2,871억 달러로 600억 달러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4년부터 2022년 기간 태국의 상품 수출은 연평균 2.6% 증가했는데 이는 이 기간 베트남의 12.2%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고 말레이시아 4.9%, 인도네시아 5.4%, 필리핀 3.7%에 비해 모두 뒤진 실적이다. 태국의 수출경쟁력이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은 농수산물, 농수산물 가공제품,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수출제품이 다각화되어 있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가 전자산업 특히 반도체 의존도가 높고,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이 아직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자랑할 만한 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농수산물 수출은 2018년 188억 달러에서 2022년 214억 달러로 증가했으나 올해 8월 말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미세하나마 감소했다. 태국의 오래된 속담 “(강)물에는 고기가 있고, 들에는 쌀이 있다”는 표현처럼 쌀 농사는 태국을 상징하는 산업이었지만 쌀 수출은 지난 수년 동안 부진해, 2018년의 57억 달러에서 2022년 40억 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1차 자원을 가공한 농수산물 가공제품 수출은 2018년 327억 달러에서 2022년 393억 달러로 증가하여 농수산업 종사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올해는 8월말까지 5.4% 감소했다. 태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지체되어 중소득국 답지 않게 2021년 전체 고용의 31% 정도가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태국보다 1인당 소득이 훨씬 더 낮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그리고 심지어는 베트남에 비해서도 더 높은 것이어서 농수산물 부문의 수출부진은 저소득층에게 큰 타격이 되었고 농가는 막대한 채무를 안고 있다.  동남아 주요국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2014-2022) 자료: 세계은행  일반 공산품 수출도 부진했다. 전기전자 제품의 수출은 2018년 509억 달러에서 2022년 606억 달러로 호조를 보였지만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훨씬 더 취약하고 올해 들어서는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한 때 세계 컴퓨터하드디스크(HDD) 생산의 중심국이었던 태국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컴퓨터 수요가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 수출도 지난 5년 동안 7.3% 증가하는데 그쳤고 특히 승용차 수출은 2018년 111억 달러에서 2022년 63억 달러로 대폭 감소했고, 태국이 자랑하는 픽업트럭 수출도 2018년 79억 달러에서 76억 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섬유 및 신발제품 수출도 2018년에서 2022년까지 2.6% 감소했는데 올해는 8월까지 13% 이상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수출부진, 즉 수출경쟁력 하락은 무엇 때문일까? 수출상품의 품질을 제고하지 못했고 동시에 수출구조를 고도화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는 바로 태국의 산업계 나아가 국민적 혁신역량의 부족 때문이다. 한 국민경제의 성장은 생산요소, 즉 노동과 자본의 축적과 총요소생산성의 상승으로 가능해진다. 선진국이 될수록 인구 증가율이 낮아지고 투자를 통해 축적되는 자본은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태국의 인구 증가율은 동남아에서 가장 낮은 편이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투자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 직접투자가 둔화되었다. 따라서 총요소생산성의 상승이 중요하지만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사회적 생명력이 부족하다.  태국은 입헌 군주제이지만 국왕의 권력이 강한 나라로 왕실과 군부 출신의 관료가 협력하여 국가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방을 통해서 수혜계층으로 등장한 방콕 중심의 중산층이 이 지배구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체제는 매우 굳건하여 정치경제사회는 경직적이고, 사회적 유동성은 낮았다. 그 결과 농민과 노동자의 권익은 보호되지 못했고 부와 소득의 격차가 개선되지 못했다. 나아가 경제적 격차는 인적자원 개발 지체라는 중요한 부작용을 낳았다. 세계지적재산권협회(WIPO)가 매년 조사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혁신능력 순위에서 태국은 2023년 세계 132국 중 43위이다. 혁신 역량은 다양한 지표로 평가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인적자본과 연구역량이다. 태국은 이 부문에서 74위이다. 다국적기업들은 태국에서 숙련 기능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인적자본과 R&D 역량이 취약한 국가에서 첨단기업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태국의 주요 산업에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태국경제의 주요한 구조적 문제이다. 태국은 1960년대 경제개발에 관심을 가질 당시 수입대체형 공업화를 선택했다. 외화절약을 위해 수입공산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자는 것이었다. 국내 생산은 태국 기업인이 담당해야 하지만 태국경제를 장악하고 있던 화교기업은 주로 서비스 산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수입대체를 위해 일부 제조업 분야에 진출할 때도 외국기업과 합작을 했다. 수출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태국에 진출한 다국적 제조기업은 내수 시장을 장악했다. 소비재에서는 서구 기업이 그리고 전기전자와 자동차의 경우 일본 기업이 태국의 산업지형을 결정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경제발전의 이륙단계에서는 필요한 조건이 되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국내시장이 작은 도시국가가 아닌 한, 일정한 발전 단계에 이르러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이 산업 주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이들의 전략이 태국 경제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예컨대 태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는 세계 전략 속에서 태국에서 생산할 차종을 결정한다.  태국 내 다국적기업은 끊임없이 투자환경 개선을 요구한다.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이 그 하나이다. 이 때문에 태국은 최저임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세타 수상도 지적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태국의 최저임금은 하루 300바트에서 337바트로 12% 인상되는데 그쳤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태국의 인적자본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국적기업의 기술이전은 쉽지 않다. 자동차 산업이나 전기전자 산업에서 다국적기업은 태국의 지원산업의 기반 취약을 들어 자국의 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한다. 이 때문에 다국적기업의 기술은 다국적기업과 관계회사들 내부에서 순환한다. 태국이 스타트업을 강조하지만 국제 금융시장 분석기관인 CB Insight에 따르면 2023년 10월 현재 태국에는 시장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3개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 16개, 인도네시아 8개 등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계속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자, 자동차 부문을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문에서 투자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투자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양호한 투자환경에는 당연히 인프라 개선이나 저임의 노동력이 포함된다. 문제는 태국보다 투자환경이 더 양호한 국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3. 세타 정부의 정책적 노력 태국 경제를 ‘환자’ 라고 진단한 세타 수상은 시정연설에서 단기정책과 중장기정책을 제시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 16세 이상 전국민에게 1인당 10,000바트를 지급한다는 전자지갑제도는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과 카자흐스탄에 대해 내년 2월말까지 비자면제 조치를 취했다. 또한 긴급히 국민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디젤과 LPG 가스 요금을 동결하고 전기료를 인하했으며, 방콕에 최근 개통한 전철노선 두개에 대해 거리와 관계없이 20바트의 단일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농민 200만명 이상에 대해 10월 1일부터 원리금을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그가 시행하기로 한 농가부채 유예, 전자지갑제도 등에 대해서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주사한다” 거나 재정조달에 문제가 많을 것이고 포퓰리스트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세타 정부의 경기 대책 자료: Bangkok post 다수 기사에서 발췌  중장기적으로는 세타수상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경제 구조조정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잡고 있다. 특히 첨단 제조업 부문과 녹색산업에 투자를 유치하여 태국을 FDI의 허브로 만들어 중장기적 역동성을 제고할 생각이다. 세타 수상은 “태국은 투자유치에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밖으로 나가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해외 순방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인들을 만나고 있다. UN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 가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화상면담을 했고 구글과 아마존 관계자와도 면담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9월 24일 그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로부터 50억 달러의 투자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현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영업사원(salesman)이 되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가서는 중국을 “형님”이라고 표현하며 환심을 사기에 바빴고, 일대일로(BRI) 포럼에서 연설하면서 태국 남부의 크라지협의 태국만과 안다만해에 심해항을 건설하여 양 항구를 연결하는 90킬로미터의 랜드 브리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태국 경제가 성장하여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야 투자를 할 것이다. 세타 수상은 몇 가지 측면에서 태국의 투자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 그 첫째는 FTA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국제 생산 체제에서 태국의 입지 우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세타 수상은 과거 10년 동안 태국이 어느 국가와도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는 무역과 투자의 확대에 부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태국은 아세안의 일원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와 다자 FTA를 채결했고, 일본, 칠레, 페루, 뉴질랜드 등과 양자 FTA를 체결했다. 미국, EU 등과 논의를 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향후 미국, 중국, 한국 등과 FTA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투자와 관련된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을 만나 중국-라오스- 태국 방콕의 고속철도 부설을 가속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태국의 열악한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랜드 브리지는 과거 운하를 건설하여 인도양에서 오는 선박이 말레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태국만으로 운송하여 남중국해로 북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아이디어 대신, 육상으로 철도, 도로,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인도양에서 말레카해협을 남하하는 수송로에 일대 변화를 일으켜 중동이나 인도 시장을 겨냥한 중국기업을 이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세타수상은 이 프로젝트가 “세계 최대의 메가프로젝트 중의 하나이고, 태국을 매력적인 투자대상지역으로 만들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셋째는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것이다. 퓨어타이당은 5년 내에 최저임금을 하루 600바트 정도로 인상한다는 선거공약을 제시했고, 수상 취임 후 세타 수상은 여러 차례 이를 강조했다. 당연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는데, 수상은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다국적기업들이 태국을 건너 뛰고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계획 때문이 아니고 인프라와 FTA 부족 때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타 수상의 최저임금에 대한 강조는 해외 태국 노동자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과정에 태국 노동자들이 3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20여명이 납치된 상태인데, 이스라엘에 있는 약 1만영의 노동자들이 정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태국내 저임금 때문에 귀국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최저임금의 점진적 인상은 태국에 진출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기술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임금이 높을수록 그 임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고급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타 수상의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태국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정치사회적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정부의 기능을 규제자에서 실행자로 바꾸며, 징병제 대신 모병제로 바꾸고, 법의 지배를 확립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태국의 정치경제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난 5월 선거에서 기존 체제에 불만을 품은 방콕의 젊은 층과 동북부 주민들은 전진당과 퓨어타이당을 각각 1,2 당으로 만들었으나 군부 기득권층의 저지로 1당이었던 전진당은 집권에 실패하고, 제2당인 퓨어타이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한 군부지지 정당 등 11개 정당이 참여하는 연립정권을 출범시켰다. 이 때문에 개혁은 유보되지 않을 수 없고 사회적 역동성은 제고되기 어렵다. 예컨대 집권에 실패한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폐지 등 개혁 정책에 대해서 세타정부는 극히 소극적이다. 더구나 연립정권에 참여한 일부 정당이 세타 수상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4. 시사점 태국은 아세안의 2위 경제국이지만 무역과 투자협력에서 우리와 태국의 관계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밀리고 있다. 우리의 대태국 수출은 2014년 76억 달러로 아세안 수출의 9.0%를 차지했으나 2022년 수출은 86억 달러로 그 비중은 6.9%로 하락했다. 수출의 부진은 우리 기업의 대태국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태국의 주요산업을 일본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은 태국에 진출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태국 수출확대는 우리 투자가 얼마나 활성화되는가에 달려 있다. 세타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은 다시 한번 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태국이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인데 우리도 여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는데, 그 중요한 이유는 태국의 높은 농수산물 경쟁력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세안 전체와 FTA를 체결한 것과 별개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와 FTA를 체결하였고, 필리핀과는 협상을 타결한 상태이다.  아세안 2위 경제국인 태국과도 FTA를 체결하여 상대적으로 부진한 무역과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경제운용에 태국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태국의 저성장은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지 못한데서 출발했고 수출경쟁력 하락은 경제 사회적 혁신역량을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혁신 능력은 정치경제의 지배구조 개선, 소득격차의 완화, 인적자본의 개발 등 다양한 불균형의 해소를 통해서 개발될 수 있다. 우리는 인적자원 개발로 경제성장을 해 왔다. 앞으로도 인적 자원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점점 악화되는 경제사회적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사회적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정치 경제의 지배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태국은 아세안의 중요한 일원이다. 우리는 미중 갈등의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미국은 자국시장을 보호하고 있고, 우리의 최대시장인 중국은 고성장의 시대에서 중성장 시대로 들어섰다.  우리는 한 때 중국에 최대의 무역흑자를 냈지만 중국의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올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안정적인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지난 정부에서는 신남방정책으로 현재 정부는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중요한 점은 아세안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야만 우리의 대아세안 정책이 의미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세안 제2위 경제국이면서도 아세안의 지진아로 변한 태국도 계속 성장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태국경제의 회복과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태국에 대한 인적자원 개발, 기술제고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 퇴임 - 현재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 주요저서: 아세안의 시간, 하나의 동아시아 등 다수
  • [JPI PeaceNet] 공여국내 난민 ODA와 난민보호의 책임분담
    저자
    최원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발간호
    2023-11
    [초록] 2022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의 난민과 기타 강제이주 피해자는 사상 최초로 1억명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앞으로도 난민문제의 심각성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팬데믹과 전쟁을 거치며 주요 선진국들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22년 주요 공여국들의 ODA 금액은 2,040억 달러로 세계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주요 공여국들의 ODA가 증가하게 된 데에는 그동안 ODA 통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여국내 난민 ODA(in-donor refugee cost ODA)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했다. 그렇다면 공여국내 난민 ODA는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공여국 내 난민 ODA는 선진 공여국에 유입된 난민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보호를 위한 비용을 ODA로 분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여국내 난민 ODA는 난민보호의 고통분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수혜의 대상자가 분쟁지역 출신의 난민이라는 점과 개발협력을 통한 분쟁 예방의 실패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정당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공여국내 난민 ODA를 체계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난민보호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과 더불어 향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난민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관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1. 서론 2023년 6월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2022 글로벌 트렌드(Global Trends: Forced Displacement in 2022)』보고서는 전 세계의 강제이주민 피해자가 사상 최초로 1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혀 큰 충격을 주었다.1) 난민을 비롯한 강제이주민이 1억 명을 돌파한 데에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1,0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국을 탈출했고, 본국으로 귀환한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6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럽 각국 및 러시아에 수용되어 있다. 또한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분쟁은 지난 80여년 간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 난민문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난민위기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Figure 1. OECD DAC 국가들의 ODA 합계 (출처: https://public.flourish.studio/story/1882344/)  한편 OECD DAC는 지난 4월 소속 국가들의 공식적인 ODA 통계를 공개하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주요 공여국들의 ODA 금액은 2,040억 달러로 세계최대치를 기록하였다.2)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ODA가 위축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과 달리 ODA 총액이 2021년에 비해 13.6% 증가하였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주요 공여국들의 ODA가 증가하게 된 데에는 그동안 ODA 통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여국내 난민 ODA(in-donor refugee cost ODA)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했다. 2022년 말 기준 공여국내 난민 ODA는 총 293억 달러로 전체의 14.4% 차지하였으며, 이는 지금까지 공여국내 난민 ODA가 최대를 기록하였던 2016년의 160억 달러에 비해서 2배에 약간 못 미치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렇게 공여국내 난민 ODA가 크게 증가한 데에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들과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국가들이 유럽의 주요 공여국들이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평가된다.   유럽 선진국들이 시리아 난민에 이어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는 데에도 공여국내 난민 ODA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정작 공여국내 난민 ODA에 대한 국내외의 학문적 관심이나 정책적 분석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공여국내 난민 ODA의 개념과 이를 둘러싼 몇 가지 논쟁들을 소개하며, 앞으로 공여국내 난민 ODA에 대한 학문적·정책적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2. 공여국내 난민 ODA의 개념과 조건 OECD DAC 국가들의 공여국 내 난민 ODA의 규모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집계되기 시작했다. 2001년 20억 달러 정도의 규모였던 공여국 내 난민 ODA는 증감을 반복하다가 2009년 3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공여국 내 난민 ODA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시리아 난민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부터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난민의 유입과 더불어 공여국 내 난민 ODA 규모가 40억 달러가 넘어섰고, 난민 위기가 정점을 이뤘던 2015년은 125억 달러에 이어 2016년은 167억 달러로 급증하였다.3) 2021년 93억 달러로 감소한 공여국 내 난민 ODA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급격하게 늘어나 293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 대규모로 난민을 수용했던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 네덜란드 등이 각각 10억 달러 이상을 공여국 내 난민 ODA로 지출하였다. 공여국 내 난민 ODA는 선진국/공여국에 유입된 난민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보호를 위한 비용을 ODA로 분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식적으로 주요 공여국들이 자국 내의 난민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지원을 위해 ODA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원칙을 공식화한 것은 1988년 OECD DAC의 가이드라인에 기원을 두고 있다.4) 이에 따라, OECD DAC 소속 국가들은 “기타 공여국 내 지출”이라는 형태를 통해 공여국 내 난민에 대한 ODA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서 OECD DAC는 2017년 “공여국 내 난민” 비용을 ODA로 적용하기 위한 다섯 가지 기준을 확정하였다.5) 첫 번째로 공여국 내 난민에 대한 보호의 책임은 해당 국가의 국제법적 책임이며, 보호에 따른 비용은 인도적 지원의 형태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난민신청자와 난민인정자가 포함되는데, 그 기준이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1951년 난민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12개월 원칙(The 12-month rule)”으로, ODA로 인정될 수 있는 기간은 첫 12개월까지이며, 이후의 지원은 각국이 국내의 예산 등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ODA로 해당될 수 있는 품목들로, 구체적으로는 식료품, 임시 주거, 교육 및 훈련 등은 ODA에 해당하지만, 공여국 사회 및 경제에 통합하기 위한 비용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ODA 비용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이다. 정리하자면, 공여국 내 난민 ODA로 인정되는 것은 현행 국제난민법에 의해 인정되는 난민과 난민신청자 등에 해당하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긴급구호, 임시주거, 초중등 교육, 보건 등) 가운데 첫 12개월에 해당하는 비용만 인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난민 등의 사회적 통합에 필요한 직업교육, 고등교육 등이나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은 인원의 본국귀환 비용 등은 원칙적으로 공여국 내 난민 ODA로 인정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합의에 그치고 있으며, 실제로 공여국 내 난민 ODA 제도를 운용하는 OECD DAC 회원국들의 행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먼저 공여국 내 난민 ODA 대상자의 경우 대부분 국가가 OECD DAC의 원칙에 따라 난민신청자 및 난민인정자와 더불어 난민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재난, 질병, 분쟁, 인도적 위기 등의 이유로 보호를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도적 보호 대상자(persons granted temporary or subsidiary protection)”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와 영국 등은 부모와 떨어진 미동반 아동(unaccompanied minors)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밖에 여러 국가가 “가족결합의 원칙(principle of family unification)”에 따라 난민인정자 등의 가족에 대한 지원 역시 포함하고 있다. 다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난민인정자나 외국이나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뒤 재정착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하는 경우 별도의 기준에 따르는 경우들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난민인정자에 대한 지원은 ODA에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이후 4개월까지 제공되는 지원에 대해서만 ODA로 포함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난민인정자에 대한 지원은 지방정부의 책임인 관계로 난민 지위 인정 후 이관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기간에 제공되는 비용에 대해서만 ODA로 포함한다. 이렇게 난민인정자에 대한 지원이 ODA에서 제외되거나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그에 대한 보호의 책임이 수용국 정부에게 주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공여국 내 난민 ODA에 포함되는 기간의 경우 모든 국가가 OECD DAC의 권고 기간인 12개월을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공여국 내 난민 ODA에 대해 12개월 기준이 적용 가능한 것은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난민 지위를 심사하는 난민지위인정(Refugee Status Determination: RSD) 절차가 일반적으로 12개월 이내에 종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여국 내 난민 ODA 적용 기간에 있어서 몇 가지 쟁점이 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먼저 앞서 언급한 “12개월 원칙”의 기준을 입국 일자로부터 계산할 것인지 아니면 난민신청을 한 접수일 기준으로 할 것인지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리고 ODA 적용 종료일은 난민신청이 불허된 직후로 할 것인지(스웨덴, 이탈리아), 일부 유예기간을 부여할 것인지(네덜란드, 영국)도 일부 차이가 존재한다.   공여국 내 난민 ODA에 해당하는 내용 역시 대부분 국가들이 유사하다. 역시 OECD DAC의 원칙에 따라 대부분 임시 주거, 식량, 보건 및 의료, 법률 및 통·번역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문화 및 언어 등 사회통합 교육과 생계비(현금) 등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일부 국가의 경우 난민(신청자)의 자발적 본국귀환(노르웨이, 오스트리아)이나 해상구조 비용(스페인)을 ODA로 포함하는 반면, 스웨덴은 명시적으로 ODA에서 제외하는 경우와 같은 차이점이 발견된다.  공여국내 난민 ODA의 활용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Petitjean et al.(2022)는 OECD DAC 국가들 공여국 내 난민 ODA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에 따라 우크라이나 난민위기의 여파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다.6) 양자간 ODA 예산에서 공여국 내 난민 ODA 예산을 배정하는 북유럽 국가들(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과 네덜란드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공여국내 난민 ODA가 증가하는 만큼 기타 양자간 ODA 및 인도적 지원 예산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스웨덴 정부는 최소 12억 달러에서 36억 달러, 노르웨이는 4억 1,600만 달러, 덴마크는 3억 달러의 ODA 예산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여국 내 난민 ODA로 변경하기로 하였다.7) 반면 독일의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300억 달러 이상의 기금을 조성하면서 에이즈(AIDS/HIV)나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와 같은 여타 ODA 예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여국 내 난민 ODA는 별도의 연방정부의 복지예산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Petitjean et al. 2022). 그 외에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가들 역시 공여국 내 난민 ODA를 별도의 예산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여국내 난민 ODA 증가가 다른 ODA나 개발협력 예산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주변국 뿐만 아니라 서유럽의 선진국 등에 비교적 고르게 수용되어 보호를 제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보며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불과 10년 전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될 당시 난민의 수용을 거부하며 들끓었던 유럽 각국 정부의 대응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사태 당시 대부분의 서구 언론이 유럽의 위기를 부각하며 난민들이 선진국에 몰려드는 것처럼 묘사한 것과 달리, 터키나 요르단과 같은 인접한 개발도상국들이 훨씬 많은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는 부담을 짊어진 바 있다. 실제로 2022년 말을 기준으로 모든 난민 등 강제이주 피해자들의 76%는 저개발국가 또는 개발도상국에 수요되어 있으며, 선진국들은 불과 24%의 난민만을 수용하고 있다.8) 이렇게 북반구의 선진국들은 난민의 수용을 외면하면서, 대부분의 난민들이 남반구 저개발국가에 수용되어 있는 남북간 격차와 선진국의 고통전가(burden shifting)는 국제사회 난민보호의 근본적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70여년 전 국제난민레짐이 형성되던 당시 공유되었던 고통분담(burden sharing)의 원칙은 이미 색이 바랜지 오래일 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저개발국가에 제공되어야 할 난민 관련 ODA를 자국 내의 난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고통전가를 더 심화 시킬 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3. 공여국내 난민 ODA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난민에 대한 ODA는 일반적으로 주로 난민을 일차적 또는 일시적으로 수용한 수원국의 법률 및 제도, 경제적 기반시설, 교육이나 인식 등 사회적 측면의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난민의 대다수가 저개발국가에 수용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난민에 대한 ODA는 주로 북반구의 공여국으로부터 남반구의 수원국으로 제공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공여국 내 난민 ODA는 특정 공여국의 ODA 자원을 자국 내의 난민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ODA의 내수화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즉, 난민에 대한 보호는 난민협약 등에 가입한 국가의 의무인데, 난민보호를 위한 예산 부족을 ODA 자원으로 충당함으로써 난민보호와 국제개발협력 양측의 책임을 모두 회피하는 방식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공여국 내 난민 ODA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에 대한 ODA를 통해 난민보호의 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ODA의 대상 국가가 저개발 국가이건 선진국이건 상관없이 동일한 맥락 속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9) 즉, 본국을 탈출해 인접국에 머무는 난민을 ODA를 통해 지원하는 것과 선진국으로 이동한 난민을 지원하는 것은 논리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난민 지위의 법률적 특수성은 공여국 내 난민에 대한 ODA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1951년 난민협약에 따라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으면 보호를 제공하는 국가의 내국인과 유사한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난민지위인정절차(Refugee Status Determination Procedure)가 진행되는 동안 난민신청자(asylum-seekers)는 그 법률적 지위와 권리가 모호한 회색지대에 남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즉 난민신청자는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거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적 보호가 필요하지만,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체류하고 있는 국가의 정부에게도 보호의 책임이 모호한 상태로 남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여국 내 난민신청자는 비록 신체적으로는 공여국 내에 체류하고 있더라도, 그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자원은 당사자의 국적국 또는 국제사회에 대한 ODA로 해석할 여지가 남겨진다. 예를 들어, 난민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공되는 임시주거, 생계지원, 교육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권리의 보장을 위해 제공되는 재정적 지원이나 현물 등은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등 ODA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Knoll과 Sherriff(2017)는 유럽 등 주요 공여국들의 난민에 대한 ODA의 성격이 변화해 온 맥락을 강조한다.10) 주요 선진국들은 난민 발생의 원인(root causes)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발협력과의 연계를 강조해왔다. 난민이 발생하게 되는 내전, 인권침해, 종교 및 젠더에 대한 박해, 재난 등을 예방하거나 분쟁 및 재난이 발생했을 때 조기에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협력 의제를 활용해 온 것이다. 그러나 난민의 대규모 발생과 유럽 등 공여국으로의 유입은 이들 국가의 개발협력을 통한 난민위기의 예방이 실패하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과 보완의 차원에서 대규모로 유입된 난민에 대한 ODA 활용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4. 나가며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난민보호에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선도하는 국가로 난민보호에도 더 많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청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1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면서 국제난민법의 내재화를 선도하는 국가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2018년 제주 예멘난민 사태를 거치며 오히려 난민정책이 배타적으로 후퇴하는 과정을 겪어 왔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입국을 계기로 난민의 수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정부의 난민수용에서 가장 많은 비판이 가해지는 지점은 난민과 난민신청자 등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경제·사회적 지원의 미비이다. 그러나 막상 우리나라가 해외의 난민캠프 등에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과 난민 관련 ODA의 규모는 막대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공여국내 난민 ODA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제도적 정비는 향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변사태와 이로 인한 난민의 유입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  1) UNHCR. 2023. “Global Trends: Forced Displacement in 2022.”(June 2023). https://www.unhcr.org/sites/default/files/2023-06/global-trends-report-2022.pdf (검색일: 2023. 6. 26). 2) OECD. 2023. ODA Levels in 2022 – preliminary data (April 12, 2023). Available at: https://www.oecd.org/dac/financing-sustainable-development/ODA-2022-summary.pdf (졉속일: 2023. 9. 22). 3) OECD (2022). ODA Levels in 2021 Preliminary data. https://www.oecd.org/dac/financing-sustainable-development/development-finance-standards/ODA-2021-summary.pdf; Petitjean, H. & West, M. (2022). “Ukraine Crisis and Refugee Costs.” https://donortracker.org/publications/ukraine-crisis-and-refugee-costs-initial-assessment-impacts-development-assistance 4) 조영희, 김성규. (2019). 「난민정책과 ODA 정책의 연계」. 이민정책연구원 정책보고서 시리즈, No. 2019-07. 이민정책연구원. 5) OECD DAC (2017). Clarifications to the Statistical Reporting Directives on In-Donor Refugee Costs (DCD/DAC(2017)35/FINAL) (31 October 2017). Available at https://one.oecd.org/document/DCD/DAC(2017)35/FINAL/en/pdf 6) Petitjean, H. & West, M. (2022). “Ukraine Crisis and Refugee Costs.” https://donortracker.org/publications/ukraine-crisis-and-refugee-costs-initial-assessment-impacts-development-assistance 7) Ibid. 8) OECD DAC (2017). 9) Staur, Carsten. 2023. "The elephant in the room: In-donor refugee costs." https://oecd-development-matters.org/2023/05/11/the-elephant-in-the-room-in-donor-refugee-costs/ 10) Knoll, A., & Sherriff, A. (2017). Making Waves: Implications of the irregular migration and refugee situation on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spending and practices in Europe. Expert Group for Aid Studies [Online]. Available at https://ecdpm.org/wp-content/uploads/ECDPM-EBA-Making-Waves-Migration-Refugee-ODA-Europe-2017.pdf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최원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최원근 교수는 2023년 3월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노어, 정치외교 전공, 2007) 및 석사(정치학, 2009)를 거쳐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 at Manoa)에서 정치학 박사(2020) 학위를 취득했다. 난민인권센터(NANCE)의 설립자 중 한 명이며, 아시아태평양 난민권리네트워크(APRRN) 상임위원(2010-2012)을 역임하였다. 박사학위 취득 이후 경희대학교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역임하였다. 난민, 인권,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이민학회 총무이사, 한국인권학회 대외협력이사를 맡고 있다.
  • [JPI PeaceNet] 신냉전기 미중관계 현주소 진단 : 경쟁과 디리스킹의 딜레마
    저자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발간호
    2023-10
    [기획자 註] 오늘날 미중 간 전략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듯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냉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일컫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미중 두 강대국 간 대립과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경쟁자일뿐 국제정세를 신냉전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국제정세가 어떠한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이를 신냉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과연 신냉전 구도는 앞으로 강해질 것인가. 과연 신냉전 구도하에서 미중 간 디리스킹은 가능할 것인가. 신냉전 구도하에서 한국은 국익을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제주평화연구원은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님의 JPI PeaceNet 기고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실장(scchung@jpi.or.kr)]  Ⅰ. 서론 : 복잡한 신냉전 방정식 다자무대는 불편한 관계에 있는 두 국가가 회담을 이어가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교두보를 마련해주는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결구도가 강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게 다자무대는 양자관계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자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은 디리스킹(De-risking) 담론을 주도하며 중국과 완전히 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 행보를 보인 상황에서 다자무대 계기 디리스킹 기조를 이어가는 외교적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2023년 9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미국측은 아세안 관련 회의에는 해리슨 부통령이 참가하고 G20 정상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참가했지만 중국측은 이 두 차례에서 다자외교 무대에 시진핑 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참가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동계기에 시진핑 주석이 참가하여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었지만 이번에는 이런 구도가 펼쳐지지 못했다. 나아가 이어서 개최된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참가하지 않음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의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복잡한 신냉전 방정식에 기인한다. 신냉전 특징 중 하나는 냉전처럼 ‘블록화’는 아니더라도 ‘진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1)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이 양분화되면서 모든 이슈에서 대결이 펼쳐지는 구도가 강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 진영의 결속력이 강화되면 이를 강하게 견제하고 심지어 자기 진영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인식하는 수준으로 격화되는 양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다자무대에 정상이 직접 참여할지를 따져보는 판단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8월 18일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강도 높은 정상 간 협력을 진행한 후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이끄는 핵심 3개국이 이러한 결속력을 보인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시진핑 주석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나 G20에 참여하고 이 계기에 한중 정상회담까지 하는 것은 한미일 협력체를 축하해주는 것처럼 의도치 않은 신호를 발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 이 단적인 예가 복잡한 신냉전 방정식의 작동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단지 한미일 협력체만의 사안이라기보다는 미중 전략적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작용한 판단이라는 해석이 합리적이다.  미국이 디리스킹 담론을 정책화하면서 중국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단호한 거부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적극적이지도 않은 모습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그러면서 미중 간 소통의 계기가 좀처럼 조성되지 않고 있다. 2023년 9월 유엔총회에 중국측 대표로 시진핑 주석이 오지 않은 것을 넘어 왕이 외교부장도 아니고 한정 국가부주석이 참가하면서 미국으로서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시진핑 주석이 참가하여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2) 이는 외교무대에서 미중 간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어려움을 잘 풀어내고 APEC 계기에 미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디리스킹 기조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냉전 구도는 강해지기만 할 것인가? 과연 신냉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하에서 디리스킹이 가능한 것이기는 할까? 이러한 퍼즐을 해결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다.  Ⅱ. 신냉전, 어디까지 왔나? 신냉전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신냉전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미중 전략적 경쟁을 제일 먼저 꼽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신냉전은 본질적으로 국제체제를 규정하는 모습이고 국제체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 간 상호작용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미중 전략적 경쟁을 추동시킨 구조적 요인은 중국의 성장으로 국제무대에서 세력 재배분 기제가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국가의 능력 성장만으로 경쟁구도가 바로 심화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힘이 성장하면 되레 책임 있는 역할에 나서며 협력구도가 조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창출은 구조적 요인이라는 심지에 불을 붙인 촉발적 요인도 살펴보아야 한다.  중국의 힘의 성장이 ‘구조적’ 요인이라면 중국의 행태변화는 ‘촉발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진핑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게 된 2012년부터 중국은 중국몽, 일대일로, 신형대국관계 요구, 신형국제관계 강압 등 일련의 현상변경정책을 쏟아내었다.3) 따라서 신냉전 부상의 기점이자 모멘텀은 2012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신냉전 구도 조성은 중국의 성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현상변경 시도라는 촉발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런데 2022년 신냉전 구도가 강해지는 또 다른 촉발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힘으로 상대국의 주권과 자유를 강탈하려는 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후 지속되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기반 질서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었다. 따라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신냉전 구도가 ‘1.0’에서 ‘2.0’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4)  이처럼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신냉전 구도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중국이기에 지정학적 중심 1지대는 여전히 인도-태평양지역이고, 유라시아는 지정학적 중심 2지대로 가동되고 있다. 한편 미중 전략적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담론도 형성되고 있다. 중국이 이제 성장의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5) 피크 차이나는 중국이 과거 냉전시절 소련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 여부와 관련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냉전기 소련은 미국의 경제력에 최대 57%까지 추격했으나 그 이후 정점을 지난 쇠락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무리하게 군사력 신장과 팽창을 이어가 내부 폭발로 붕괴했다는 시각과 연계지어 중국도 그렇게 될 것인지 전망하는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다.6)  하지만 피크 차이나 담론이 어느 정도 적실성을 가지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련과 달리 중국은 2022년에 이미 GDP 기준으로 미국의 80%에 도달하며 격차를 좁힌 상태다.7) 지속되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항공모함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군사력 현대화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신냉전은 이제 이미 10년 차를 넘어서는 가운데 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신냉전이 냉전보다 지속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상도 가능하다. 따라서 신냉전 그 자체는 우발적 군사충돌의 개연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이러한 기제를 완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한 숙제도 던지고 있다. 이런 틈새에서 디리스킹 담론이 제시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Ⅲ. 경쟁과 디리스킹의 딜레마란? 주지하다시피 미중 전략적 경쟁은 신냉전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속성이다. 소위 경쟁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여기서 경쟁은 대결의 순화된 표현일뿐 선의의 경쟁과는 거리가 있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등 핵심영역에서 대리전이 펼쳐지는 상황이 이러한 경쟁의 성격을 방증한다. 한편 미국이 주도하고 서방진영에 합류한 디리스킹 담론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하에 중국발 위기를 관리하되 중국과 단절되지 않는 절충점을 찾겠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경쟁’은 국제정치의 현실이고, ‘디리스킹’은 이 현실에 대한 대응이자 해법인 셈이다.  그런데 경쟁 심화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디리스킹 정책화가 공허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당한 경제적 강압을 시도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집단적 경제안보로 대응하겠다는 해법이 미국 등 서방진영을 중심으로 정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리스킹이 실행가능하기 어렵다는 충돌의 지점이 있는 것이다. 경쟁을 강조하면 디리스킹이 요원해지고, 디리스킹을 강조하면 경쟁의 주도권을 놓치게 되는 딜레마에 직면하는 것이다. 디리스킹 담론이 정책화되려면 미국과 중국이 다양한 외교를 통해 최소한의 협력분야를 찾아내고 이를 계기로 우발적 충돌을 차단하는 기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경쟁이 강화되는 구도 속에서는 디리스킹 정책화가 이상주의적 해법으로 전락될 수 있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미중이 ‘경쟁-디리스킹 딜레마’를 푸는 데 공동의 노력을 하는 것은 국제정치 전반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미국이 디리스킹 담론을 제시한 것은 중국과의 대화와 소통에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평가를 외면하면서 이마저도 대중국견제라는 사고와 주장만을 반복하고 이러한 태도를 일관하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이 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다면 신냉전 구도 완화와 미중관계 개선에 매우 유의미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Ⅳ.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이 국익을 담보하는 지략은? 집권 2년 차 한국 정부의 대외전략도 바로 이 디리스킹 담론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이 담론과 기조를 한국의 입장에서 주도할 방법을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략적 명확성’ 기조에 따라 정부는 혁신과 변화를 추동하는 역대급 문서들을 쏟아내었다. 2022년 12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간했고, 2023년 6월에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 공개본을 내놓았다. 나아가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로 구성된 최초의 정상 소다자 기구인 한미일 협력체를 설계하고 출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방향성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자유를 지키고 번영을 이룩한 한국이 이제는 이에 보답하는 기여외교를 추진한다는 목표하에 일관적인 방향성을 갖고 정책화되고 있다. 즉 한국의 국가이익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 확산과 번영을 위해 한국이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상대이익으로 점철된 신냉전의 국제정치에서 절대이익에도 일부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한국은 대외전략에서 신냉전 ‘조장’이 아니라 신냉전 ‘완화’라는 선순환을 주도한다는 메시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협력체도 국제정치에서 대중국견제 등 진영 대결의 주도권을 잡는 문제가 아니라 북핵이라는 절박한 위협에 대응하고 나아가 본질적으로는 인류 모두가 직면한 글로벌 도전에 대처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은 한미일뿐 아니라 한일중 정상회담을 정교하게 추진하면서 새로운 소다자 협력체 설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외교적 레버리지를 높이고 장기적인 국익도 담보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해법일 것이다.   ----------------------------------------------------------------------------------------  1) 반길주, “냉전과 신냉전 역학비교 : 미·중 패권경쟁의 내재적 역학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와 전략』 제21권 제1호(2021), p. 34. 2) 이지헌, ““이달 유엔총회에 中 왕이 불참…11월 미중 정상회담 불투명”,” 『연합뉴스』, 2023.9.10., https://www.yna.co.kr/view/AKR20230910000400072?input=1195m(검색일: 2023.9.10.). 3) 반길주, “미중 패권전쟁의 충분조건 분석 : 결정론적 구조주의 한계 보완을 위한 행위적 촉발요인 추적,” 『국제정치논총』, 제60집 제2호(2020), pp. 17-20. 4) 반길주, “다윗과 골리앗의 신안보딜레마: 강대국 정치 시대에 급부상한 게릴라 전술의 정치·군사 역학 분석,” 『동북아연구』, 제38권 제2호(2023), p. 27. 5) William A. Galston, “Is China Past Its Peak?” WSJ, 15 August 2023, https://www.wsj.com/articles/china-past-peak-demographic-bomb-aging-youth-unemployment-grad-recession-taiwan-34fda75f(검색일: 2023.9.10.). 6) 반길주, “냉전과 신냉전 역학비교 : 미·중 패권경쟁의 내재적 역학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와 전략』 제21권 제1호(2021), p. 15. 7) 류지영, “중국 GDP, 미국의 80%까지 추격… 1년 만에 격차 10% 줄였다,” 『서울신문』, 2022.1.20.,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120012022(검색일: 2023.9.10.).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교수는 현재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이자 국제기구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장,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다. 유엔사·합참 등 안보 관련 정책부서에 근무한 경력이 있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서 외교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연구분야는 국제안보, 미중경쟁, 외교전략, 군사전략, 북핵, 동맹, 해양안보 등이다. 단행본(단독)으로는 『거역 : 정의붕괴시대 거역 프로젝트』 (2021) 등 4권이 있으며, 최근(2020∼현재) 학술논문으로는 SSCI급 6편, SCOPUS 6편, 등재(후보)지 33편 등 45편을 집필했다.
  • [JPI PeaceNet] 무역기대이론으로 살펴본 미중 관계 전망 그리고 한국에 주는 함의
    저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발간호
    2023-09
    [기획자 註] 미중 간 무역・전략・패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2022년 미중 간 무역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중 양국 둘다 상대방을 배제한 독자적인 (특히 신기술 관련) 공급망을 구축하며 디커플링(decoupling) 혹은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상반기까지의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미중 간 무역량은 전년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JPI PeaceNet은 국가 간 관계는 현재의 경제적 상호의존도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 양국 간 무역량과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증가할 것인지 감소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무역기대이론을 통해 미중관계를 전망하고 본 이론이 한국에 주는 함의도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실장(scchung@jpi.or.kr)]  * 본 JPI PeaceNet은 저자의 JPI 정책포럼 <무역기대이론(Theory of Trade Expectation)으로 살펴본 미중 관계 전망 그리고 한국에 주는 함의>를 수정·요약하였음. Ⅰ. 서론 오늘날 미중 간에는 점차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록 경제성장세가 최근 몇년간 둔화되기는 하였으나 중국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제규모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점점 치열해지는 미중 간 경쟁으로 인해 신냉전(New Cold War)이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1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이든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왔던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 받아 계속해서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에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중국이 국제질서를 변경할 의지와 힘을 동시에 지닌 유일한 경쟁국(only competitor)이며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 중 하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out-competing China)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서 발행 이전부터 중국과의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양자 컴퓨팅 등 신기술 분야)디커플링을 통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여왔다. 이에 중국 역시 2013년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2015년 ‘중국제조 2025’ 정책, 2020년 쌍순환 전략 등을 발표하며 내수시장 발전 및 공급망 재편을 통해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각자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규모만 놓고보면 미중 간 무역량은 2022년에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1)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미국과 중국 경제가 국가안보 논리를 내세우며 필요에 따라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디커플링(decoupling)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결국 자유주의 이론에 따라 높은 무역량과 경제적 의존도가 형성되어 있는 미국과 중국은 경쟁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것을 피하고 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Ⅱ. 무역기대이론 (Theory of Trade Expectation)과 미중 간 무역갈등 전개양상 및 추세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국가 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무력분쟁 발생의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무력분쟁 가능성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경제적 상호의존도의 증가가 국가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지 감소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존재하지만 각 연구에 따라 경제적 상호의존도와 국가 간 갈등 사이의 상관관계는 다르게 나타난다.  반면 Copeland(1996, 2014)는 수시로 변동하는 현시점에서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아닌, 앞으로 양국 간 무역량이 증가할 것인가 감소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 인식이 국가 간 갈등에 영향을 준다는 무역기대이론(theory of trade expectation)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Copeland의 주장은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국가 간 갈등의 증가 혹은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현시점에서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은지 낮은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 무역량이 미래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아지고 현재 양국 간 무역량이 높아도 앞으로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 상대방의 비용과 편익 계산에 따라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현재 양국 간 무역량과 상호의존도가 낮더라도 앞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 이는 양국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전쟁발발 가능성이 낮아진다고도 Copeland는 주장한다. 즉, 국가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은 현재의 무역량과 상호의존도가 아니라 앞으로의 상승 혹은 하락이 예상, 기대되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2)  Ⅲ. 미중 간 무역갈등 전개양상 미중 간 무역량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에 가입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UN Comtrade 데이터에 따르면 2001년 약 1214억 USD였던 미중 간 무역량은 2022년 약 7295억 USD로 대략 6배 증가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대미 수출량(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2001년 약 1023억 USD에서 2022년 약 5757억 USD로 약 5.63배 증가한데 기인한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입량(미국의 대중 수출량) 역시 약 191억 USD에서 약 1538억 USD로 약 8배 증가하였다. 다만 여전히 중국의 대미 수출량(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중국의 대미 수입량(미국의 대중 수출량)보다 약 3.7배 많은 수준이다.  WTO에 가입하여 세계무역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수출 주도전략을 통해 매년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2010년대에는 마침내 세계최대무역국가로 성장하였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특히 대미 수출증가를 통해 자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양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었고 미중 경제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Ferguson and Schularick 2007).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대중국 무역 적자 상승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타났으며 미국 기업이 인건비 낮고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미국내 제조업 공동화,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노동자 계층의 불만이 증가하였다. 나아가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저부가가치 공산품을 생산, 수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 고도화를 통해 점점 더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따라 과거부터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문제 삼았던 중국의 기술 탈취,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기술 탈취 의혹 외에도 계속되는 중국의 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환율조작 의혹, 쌓여만 가는 대중 무역적자 역시 미국이 더이상 상황을 좌시할 수 없게 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7년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미국은 2017년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내쫓고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경쟁자로 규정하였고 2018년 마침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2020년 1월에는 마침내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발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되는듯 하였으나 미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함으로 인해 미중 갈등은 계속되었다. 이어서 중국이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자 트럼프는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고, 중국기업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과 ‘위쳇(WeChat)’의 사용을 미국 내에서 금지하는 등 미중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나아가, 트럼프는 2020년 7월 “미국 지적재산권과 미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하였고 이에 중국도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통해 맞섬으로써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한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기조는 2021년 출범한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조 바이든(Joe Biden)은 트럼프의 America First 정책의 연장선으로 Buy American 정책을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였고 나아가 차세대 첨단기술인 인공지능, 바이오, 5G, 반도체, 전기차, 에너지, 양자컴퓨터 등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미국은 이 분야에 있어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은 유사입장국(like-minded)과 함께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민주주의 기술동맹(Techno-Democracies)’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유현정 2021).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이자 반도체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과 CHIP4 동맹을 결성하려고 한다. 점점 고조되고 있는 양안갈등 역시 미중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 미국 경제에도 불확실성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질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그동안 해외로 나간(offshoring)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혹은 국내복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미국과 유사한 입장을 지닌,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로 공장을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을 통해 신뢰가치사슬(Trusted Value Chain)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같은 경쟁국을 첨단기술 관련 공급망에서 배제, 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우방국과의 결속력은 강화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한편, 중국 역시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자신만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2013년 중국은 일대일로(BRI) 구상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함으로써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구축하려고 노력중이다. 나아가 2015년에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여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의 자급자족률을 높이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유진 2022, 26). 2020년에는 쌍순환 전략을 발표하여 “국내순환(내수)과 국제순환(수출)”을 동시에 추구하여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통해 핵심부품의 자체 개발을 위한 첨단기술력 제고를 통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내수시장을 발전시켜 경제 자립도를 강화하고자 한다 (KIEP 북경사무소 2020; 이유진 2022, 26). 궁극적으로 중국은 각종 부품과 소재, 그리고 완성품 모두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생산하고 공급하는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찬우 2022). 또한 중국은 2023년 7월, 자신이 전 세계 수요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생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와 같은 희귀금속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하며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움직임에 맞서려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2023).  다만 최근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한다며 그 표현을 교체하였다. 구체적으로, 2023년 4월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 2023년 6월 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국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for de-risking and diversifying, not decoupling이라고 발언하였다(The White House 2023; US Department of State 2023). 2023년 7월 중국을 방문한 미국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은 디커플링이 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므로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발언하였다(Shalal 2023).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디리스킹으로 대중 방침을 바꾼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 정책에 대해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한 회의감,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경제적 타격에 대한 고려 등)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민정훈 2023). 이에 따라 미국은 이들의 불만과 불안을 수용, 디리스킹으로 그 기조를 변화하였다. 디리스킹 정책을 통해 미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계속해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및 핵심분야를 보호, 미국 내 생산역량 확충, 탄력적 공급망 확보 등을 추구하되 이것이 보다 큰 경쟁, 갈등,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중 관계를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민정훈 2023).  Ⅳ. 미중 간 무역 추세 변화 앞서 언급하였듯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분쟁과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면서 주춤했던 미중 간 무역이 2021, 2022년 들어 다시 증가하였다. 무엇보다도 미중 간 전략․무역경쟁, 디커플링 논의에도 불구하고 2022년 두 국가 간 무역량은 약 7295억 USD로 역대 최고치, 특히 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이 정치권의 레토릭(rhetoric)일뿐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 간 무역이 처해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중 무역이 미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2017년 16.59%로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나 2022년에는 13.42%로 하락하였다. 미국의 대중 수입이 미국의 총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국의 대중 수출이 미국의 총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각각 2017년 21.86%와 2020년 8.72%에서 2022년에는 각각 17.07%과 7.46%으로 하락하였다.  대미 무역이 중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이후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이다. 대미무역은 2016년 중국의 충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20%였으나 2022년에는 11.56%로 감소하였다. 중국의 대미 수입은 2016년 중국의 총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8%였으나 2022년에는 5.66%로 하락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17년 중국 총 수출량의 23.23%를 차지하였으나 2022년에는 16.02%만을 차지하였다. 이처럼 미중 간 무역이 각 자의 전체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한 2018년을 전후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무역량으로만 살펴보면 2022년 미국과 중국은 역대최고치를 기록하였지만 2023년 상반기(1월~6월)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전년 대비 23.7%, 수입량은 전년 대비 4.1%, 대미 무역흑자량 역시 전년 대비 3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과 이로 인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등에서 기인한다 (Soo 2023).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미국 전체 무역량(특히 수입량)이 증가하였기에 미중 무역의 절대량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그동안 미국 기업들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을 고려해 무역상대를 유럽, 멕시코, 그리고 인도,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로 다각화하는 등 무역전환(trade diversion)이 발생하였다(Hufford and DeBarros 2023). 실제로 2022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가 각각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제1, 2 무역상대국으로 등극하였다(Torres 2023). 나아가 미중 간에는 칩(chip) 기술 관련 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2023년 6월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 관련 칩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또한 보였다(Fitch, Hayashi, and McKinnon 2023). 즉, 하반기 결과까지 포함한 2023년 미중 간 총 무역량은 2022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높아보인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Copeland의 무역기대이론에 의하면 국가 간의 갈등과 분쟁은 현재 그들 간의 무역량과 경제적 상호의존도 수준이 아니라 그에 대한 미래 전망이 밝은가 어두운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현재는 미중 간 전략․무역경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서로가 상대방의 총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즉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는 추세 또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미중 간 총 무역량의 절대수치는 2022년까지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이 역시 2023년에는 감소할 징후가 보이고 있다. 이는 두 강대국이 앞으로도 미중 무역에 대해 어둡게 전망하고 미중 관계가 더욱더 악화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Ⅴ. 무역기대이론이 한국에 주는 함의 미중 무역과 마찬가지로 한중 무역과 한미 무역도 2021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대중 무역이 대미 무역보다 한국에게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021년 들어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와 대중무역 흑자는 비슷해져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는 226.4억 USD, 대중무역 흑자는 243억 USD를 기록하였다. 나아가, 2022년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는 12억 USD로 급감하였으며 2023년 4월까지 대중 무역 누적적자가 100억 USD 수준을 기록하였다(현대경제연구원 2023). 이는 최근 5~10년 사이 대중 수출량보다 대중 수입량이 더 빠르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비교우위를 보였던 저위기술 제조업 부문에서의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증가, 중위․고위기술 제조업 부문에서는 대중 경쟁력 하락, 대중 수입 증가, 대중 무역흑자 감소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현대경제연구원 2023).  특히 2020년 한국 대중 수출의 31.2%를 반도체가 차지할 만큼 한국은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며(김선진․이윤정 2021)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는 많은 부분 반도체가 견인해 왔다. 즉, ‘반도체 착시’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대중무역은 이미 2021년에 적자로 전환된 상태인 것이다(황건강 2023). 나아가 2023년 1분기에도 글로벌 IT(Information Technology) 경기둔화로 인해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었으며 그 와중에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4.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상훈 외 2023).  중국은 기술발전을 통해 중・고위기술 제조업 경쟁력에서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그동안은 한중 무역은 한국이 고위기술 제조업 분야, 중국이 저위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각각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 상호보완적 무역관계를 형성하였지만 최근 중국의 기술발전을 통해 이제 한중은 경쟁적 무역관계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는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 감소로 이어졌다.  한편, 중국이 쌍순환 전략 등과 같이 자체 기술력 향상 및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을 계속해서 추구한다면 세계무역시장 점유율을 놓고 한국과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KIEP 북경사무소 2020). 이처럼 대중 무역 흑자가 감소하고 세계시장에서 양국의 상품이 경쟁하는 수출경합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의 입장에서 대중무역에 대한 무역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하고 이는 앞으로의 한중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를 이끌어왔던 반도체의 대중 수출마저 계속해서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 무역에 대한 기대는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이처럼 최근 무역 추세를 살펴보면 한중 무역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한미 무역은 (한중 무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중 간에도 상호 간 무역에 대한 부정적 기대가 증가하고 있는데 무역기대이론에 따르면 이는 앞으로의 두 강대국 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이 경우 두 강대국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치・외교・군사적으로도 협력해야할 한국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즉, 한국도 무역기대이론에 따라 한미와 한중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Ⅵ. 나가며 미중 간 무역갈등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두 강대국은 독자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통해 세계경제를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경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 간 무역량은 2022년까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으며 이는 그만큼 미중 경제가 여전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하지만 무역기대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결과만 보고 (자유주의 이론에 따라) 미중이 현재의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고려하여 갈등을 피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들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계속해서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무역을 제한하려는 각종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중 무역에 대한 서로의 기대가 더욱더 부정적으로 변하고 이는 양국 간 정치・외교・군사적 갈등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미중 관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상황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미국과의 정치・외교관계가 긍정적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대미 무역흑자도 증가한만큼 향후 대미무역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반면 중국과의 정치・외교관계는 크게 부정적이지 않더라도 대중 무역 흑자 감소, 적자전환 가능성 등이 향후 대중무역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무역기대이론은 향후 자국의 상황, 국제정세에 대한 국가의 인식이 국가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는 점에 주의사항이 있다. 향후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곧 국가의 행동, 국가 간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므로 무역에 대한 기대만으로 국가 간의 관계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책결정자들은 향후 무역관계에 대한 전망이 국가 간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성은 있다.  미중이 서로를 계속해서 경쟁자로 인식하고 디커플링 혹은 디리스킹을 추구할 경우 이로 인해 국가 간 관계는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가 간 잠재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무역상황에 대한 지도자의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Copeland 1996, 40). 또한, 두 강대국은 경쟁의 속도 및 정도를 조절하며 상호 간 무역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 ----------------------------------------------------------------------------------------  1) 본고에서 언급하는 모든 무역 관련 수치의 출처는 UN Comtrade Database임 (https://comtradeplus.un.org/). 2) 그 예로 Copeland (1996, 2014)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독일, 제2차 세계대전 발발과 독일, 그리고 태평양 전쟁 발발과 일본을 사례로 제시하였다.    참고문헌 김상훈*, 남석모, 이승호, 이지은, 이준영, 최창원, 이영재. 2023. “BOK 이슈노트: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한국은행. 김선진・이윤정. 2021. “BOK 이슈노트: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한국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 “중국 「쌍순환(双循环) 전략」의 주요 내용 및 평가.” KIEP 북경사무소 브리핑 22(2). (12월 30일). 민정훈. 2023.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의 의미와 함의.” IFANS FOCUS (6월 27일). 유현정. 2021. “INSS 전략보고: 미중 글로벌 공급망 경쟁의 전략적 함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유진. 2022. “미-중 무역전쟁 4년 경과 및 전망 – 양국 무역비중 및 탈동조화 검토.” KITA 통상 리포트 8. 이찬우. 2022. “중국 홍색공급망의 형성과 글로벌 가치사슬(GVC) 구조 변화.” 중국학연구 100권, 523-552. 한국무역협회. 2023. “Trade Brief No.10” (5월 17일). 현대경제연구원. 2023. “경제주평: 對 중국 교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23-08 (통권 948호). 황건강. 2023. “[한국 수출 긴급 진단] 반도체 빼면 대중 무역 수지 작년 이미 적자로 돌아서, 수출 고도화 ‘골든 타임’ 놓쳤다.” (9월 3일). Accessed at: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9148#home. Copeland, D. 1996.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War: A Theory of Trade Expectations. International Security, 20(4), 5-41. Copeland, D. 2014.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War.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Ferguson, N., and Schularick, M. 2007. “‘Chimerica’ and the Global Asset Market Boom.” International Finance, 10(3), 215-239. Fitch, Asa, Yuka Hayashi, Joh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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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ed at: https://www.state.gov/secretary-of-state-antony-j-blinkens-press-availability/.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편집 : 김수연 연구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 관심분야는 국제안보,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Journal of Asian and African Studies), The Impact of the US and China on ROK-DPRK Relations, 1993-2019: An Empirical Analysis using Event Data (Asian Survey), China–DPRK Relations, China’s Rise, and DPRK Aggressions toward the ROK–U.S., 1990–2021 (Asian Survey), A Power Distribution Shift between the ROK–U.S. and China–DPRK Blocs and Its Impact on Inter-Korean Relations, 1990–2021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The Effect of Partisan Identity on Individual’s Economic and Political Attitudes: An Empirical Analysis on the South Korean Case (Korea Observer)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