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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미 대선 이후 한일 안보협력 방향
    저자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발간호
    2024-11
    [기획자 註] 한일 관계 개선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외교 목표이자 성과로 꼽힌다.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 그리고 2023년 8월에 개최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일 협력을 크게 강화하는 데에 기여했다. 이러한 모멘텀을 미국 대통령 선거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당선 이후 유지시키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평화연구원은 국방대 국가안전보 장문제연구소(RINSA) 주최 에서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을 JPI PeaceNet으로 아래와 같이 발간한다.1) [기획: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yhkang@jpi.or.kr)] I. 배경 한국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시작하면서 이전 정부와는 대비되는 대외정책이 강조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대일정책, 즉 한일관계이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사건은 역사, 경제,국방,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었고, 그 기간도 지난 10년 이상을 거슬러가고 있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순환되며 어느 한쪽이 먼저 끊어낼 동인을 갖지 못했다. 다시 말해 관계를 개선하거나 정상화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게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비용,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비용이 컸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한미관계와 함께 냉전기부터 한국의 대외정책 및 안보협력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해왔다. 탈냉전과 중국의 부상 그리고 미중 경쟁 시대를 거치면서 한일 간에는 북핵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이 실질적으로 제기되었고, 중국의 공세적 부상이 지역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필요가 있었다. 이는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차원에서 한일 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존재해왔다고 이해할 수 있다.2) 한편 한국의 입장에서 한일관계는 다른 대외관계와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역사는 한국이 일본을 관념과 국내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바라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양국이 논의해야 하는 의제에 따라서는 비합리성이나 제한된 합리성이 작동해서협력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존재했다.3) 이러한 한일관계의 양면적 특징은 한일 안보협력도다양한 안보협력 중 하나의 사례라기보다는 관계적 특수성이 강조되도록 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의 대일정책은 한일 간 특수성을 완화하고 보편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3월 3.1절 기념식 축사에서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습니다.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한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있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라고 언급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4) 윤 대통령은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군국주의 침략자는 한일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이 반영된 일본에 대한 규정이라면, 협력 파트너는 국가이익과 전략에 따라 협력이 가능한 대상 중 하나로 일본을 재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한일관계의 정체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로도 읽히는데 실제로 3.1절 기념식 축사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관계가 이전 정부의 정책적 방향에서 전환하는 것을 보여주는 기점이 되었다.5)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고,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2011년 이래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한일 정상회의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입니다.”라고 발언했다.6) 3.1절 기념식 축사와 동일한 인식에 기반한 발언으로 일본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부각시키는 언급이었다. 이후 5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방한이 성사되면서 셔틀외교가 복원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로써 한일 양국은 갈등이 상시화된 국면을 전환해서 고위급 인사가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II. 한일 안보관계의 변화 거시적 관점에서 한일관계의 전반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대로 상당한 부침을 겪다가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이해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앵글을 바꿔서 , 안보 분야에 특정해서 한일관계를 살펴본다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한일 안보관계는 탈냉전 이후 본격화되었다. 냉전기 공식적인 한일 안보관계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에 따른 국교정상화 이후 시작되었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한일 안보관계는 한국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일본에 위치해 있던 미 극동군사령부의 군사활동을 일본이 지원하면서부터 간접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에 유엔군 사령부가 창설되고, 한국전쟁 이후 정전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한국으로 본부를 옮기고 일본에는 유엔군 사령부 후방기지를 설치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미국을 매개로 방공협력을 추구하는 안보관계가 형성되었다. 1970년을 전후해 미국이 오키나와 시정권을 일본에 반환하고 아시아 전략을 변화시키며 미일간 한반도 유사에 대한 일정 합의(‘한국조항’)가 이루어지고,7) 1980년대 일본의 대한 경제원조가 실현되면서 경제협력으로 한일관계가 강화되었다.8) 냉전기 반공논리를 매개로 협력을 강조한 한일 안보관계는 탈냉전에 들어 민주화의 물결을 거치며 새로운 전개를 맞이했다. 민주화와 세계화는 한일 간 정치경제체제의 유사성을 돋보이게 했으며, 양국이 보다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는 시대적 배경이 되었다.9) 이러한 변화는 최근 윤석열-기시다 시기 한일관계의 협력적 측면이 강조된 것과 유사하다. 한국은『1992-93 국방백서』에서, 일본은 『1991 방위백서』에서 한일 안보협력을 발전시켜나가는 정책방향을 설명했고, 1994년 4월 한국 이병태 국방장관과 일본 아이치 가즈오 방위청 장관이 첫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고 국방교류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한국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양국 간 안보정책협의회 및 각급차원의 방위교류를 환영하고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한일안보협력의 기본원칙을 정했는데 첫째, 한일 안보협의체를 운영하고, 둘째, 국방교류를 증진하며, 셋째, 대북정책에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한다는 것이다.10)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이루어졌지만 이후 한일 안보관계의 전개를 돌이켜보면 선언의 내용이 실현되었다기 보다는 여전히 그러한 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2000년대에 한일 간 국방인사 . 교류, 부대교류, 정례적 정보교환, 공동훈련 실시 등 낮은 수준의 안보협력이 진행되었고, 2009년 한일국방장관 회담에서 「한일 국방 교류에 관한 의향서」가 서명되었다. 의향서 교환으로 제도화된 한일 안보협력을 논의하고자 했지만 2010년 이후 한일 안보관계는 상당한 부침을 겪게 되었다. 나아가 한일관계의 특수성인 역사 문제에 대한 양국 간 갈등이 외교적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분야로 영향을 미치며 전반적으로 한일관계가 침체에 빠지게 되었다. 이러한 한일관계 침체에 있어 주목할 만한 사례가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체결부터 연장종료 결정까지의 과정이다. GSOMIA를 사례로 본 한일 안보관계는 크게 세 가지 시기로 나눌 수 있다.11) 첫 번째는 GSOMIA 체결 실패 시기이다. 한일 국방장관은 2011년 회담에서 GSOMIA를 체결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2012년 6월 체결을 목표로 협의에 들어갔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안보협력에 부정적인 한국 여론이 강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GSOMIA 체결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이를 국무회의에서 상정해서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회 내 협의를 건너뛰고 정부 간 협약으로 체결하고자 했던 초기의 시도는 밀실 추진이라는 반대에 부딪쳐 체결을 연기하고 결국 협정 자체가 무산되었다. 대신 이러한 정보 공유의 부재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정보 공유를 중간에서 연결하는 약정을 추진했다. 2014년 12월 한미일 국방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삼자 정보 공유 약정(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greement, TISA)」를 체결했다. 이는 한미 정보공유협정과 미일 정보공유협정에 각각 기반해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미국을 중개로 상호 공유한다는 삼자 관계의 구축을 의미했다. 또한, 약정국에 어떠한 법적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 느슨한 형태의 제도화였기 때문에 역사 문제로 인한 갈등을 일정 부분 단절할 수 있는 우회적 방안이기도 했다. 둘째, GSOMIA의 재등장 시기이다. 2016년 1월 북한이 네 번째 핵실험을 하면서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적 압박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위협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일 안보관계의 재설정을 유도했다. 2016년 3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자 협력이 강화돼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고 북한의 핵확산과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 제시되었다. 같은 해 9월 라오스에서 개최된 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간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GSOMIA 체결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실무회의를 거쳐 11월 한국 국방부에서 한일 간 GSOMIA 체결이 완료되었다. 2012년과 마찬가지로 국회 논의는 거치지 않았는데 2016년은 국정농단 문제로 국내 관심이 몰리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GSOMIA 체결에 국내 여론이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셋째 갈등 확대 시기이다 체결을 계기로 , GSOMIA . GSOMIA 한일 정보 공유는 제도화되었는데 이와는 별개로 한일관계는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2015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타결되었지만 잘못된 협상 과정이 문제가 되어 오히려 한일 간 외교적 갈등을 부추기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 내용에 대한 재검토 및 회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했다. 그리고 2018년 10월 한국 사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확정 판결하면서 일본 정부가 반발함에 따라 한일관계는 교착에 빠졌다. 외교적 갈등은 군사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같은 해 11월 제주 국제관함식에 초청되었던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게양하고 입항하려고 하자 이는 곤란하다는 해군의 입장 전달에 따라 관함식에 불참하게 되었다. 그리고 12월부터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저공비행으로 한국 해군 군함을 위협하는 사건이 4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던 중 2019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특정 3개 품목에 대한 대한 수출규제를 조치하고 한국의 수출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신뢰 훼손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응한 한국 정부는 신뢰 훼손과 GSOMIA 연장 여부를 연계시켜, 신뢰가 결여된 국가와의 정보 공유는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같은 해 8월 GSOMIA 연장 종료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의 발표에 일본은 크게 반발했고, 미국도 고위급 인사들이 인터뷰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 한일 GSOMIA 연장 종료가 갖는 의미는 한일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한미 및 한미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맥락이었다. 2019년 11월 당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방한 및 ASEAN 확대국방장관회의 참석, 미 상원의 GSOMIA 연장 촉구 결의 채택 등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관여를 통한 한일 갈등이 봉합되었다. 이와 같이 GSOMIA 사례는 한일 안보관계의 10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인데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내용을 실현하는게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는 안보협의체를 운영하고 국방교류를 증진하며 한미일 간 대북정책 공조를 강화한다는 세 가지 원칙이 포함되었다. 세 가지 원칙이 단순해 보이지만 정부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해서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제도화를 통해 협의를 계속하는 게 현실정치에서 지도자들에게 부담과 비용으로 작용한 것을 알 수 있다. GSOMIA는 정례적인 안보협의를 위해서는 양국이 정보를 공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으로서 기능하는데 이러한 기능적 접근도 한일관계가 갈등 국면에 있을 때는 유지하는 비용보다 철회하는 비용이 낮다고 판단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둘째, 한일 안보관계에 국내여론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이다. GSOMIA 사례를 보면 2012년과 2016년 모두 체결에 반대하는 여론이 존재했는데 2012년에는 체결에 실패하고, 2016년에는 체결에 이르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청중비용이 중요한데, 청중비용에도 시기와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동아시아 연구원 과 겐론 가 (EAI) NPO(言論NPO)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의 결과에서도 비슷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데, 추계적으로 보면 한일 안보관계에서 대립하는 이슈가 존재하더라도 안보협력은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한일 간 외교적으로 대립하는 이슈에 대해 국내 여론의 관심은 높지만 정부의 정책방향에 어떤 식으로 의견을 표출할지에 대해서는 시기에 따라 혹은 다른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론이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책은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12) 따라서 한일안보관계에 있어 여론의 지지를 얻는 대국민 소통이나 공공외교 등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한일 안보관계에서의 미국 요인이다.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한미일 간 대북 공조를 강화한다는 원칙이 담겼었다. 미국이 1990년대 초 북핵 1차 위기를 계기로 동아시아 동맹국 간 정책 공조를 강조했었고, 미국의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페리 보고서(Perry report)가 작성되었다. 미국은 1997년 일본과의 방위협력지침(Guidelines for the U.S.-Japan defense cooperation)을 개정했는데 개정된 지침에서 일본이 주변지역에서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후방지역 지원이 포함되었다. 또한 미국이 주도해서 한미일 3국 간 대북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대북정책조정기구(Trilateral Coordination and Oversight Group, TCOG)가 설치되고 1999년 4월 첫 협의가 하와이에서 개최되었다. 이러한 흐름과 병렬적으로 1998년 한일 양국 간 한미일 3자에 의한 정책협의가 논의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일 안보협력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조건으로도 기능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16년 GSOMIA 체결 및 2019년 GSOMIA 종료 결정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관여로도 드러난다. 따라서 한일 안보협력은 미국 요인이 어떻게 기능을 하는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으며, 한일 양국 차원의 협력이 지역 안보에서 미국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을 알 수 있다. III. 트럼프의 재당선과 한일 안보관계의 향방 이러한 배경에서 한일 안보관계에서 미국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학술적, 정책적 연구의 대상이었다. 대표적으로 빅터 차(Victor Cha)의 연구는 한일 안보관계는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구축해온 양자 동맹체제인 바큇살(hub-and-spoke) 모델을 구성하는 일부로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공통의 동맹국인 만큼 한일 간 동맹은 맺지 않았지만 안보적으로 연계된 유사 동맹(quasi-alliance)과 같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한일 안보관계가 미국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한미일 관계도 미국의 관여 여부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정책은 한일 양국에 우려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일본 아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아시아 관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전략을 미일 간 공동비전으로 발전시켰다. 일본은 미국과의 양자관계를 중심으로 안보협력을 재구성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미일이 중심이 되어 미일 플러스 형태로 소다자 협력을 구성하고 여러 형태가 중첩되도록 했다. 한편, 한국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는데 집중했다. 한국의 지역구상에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형태로 한반도가 중심이 된 전략이 중요했다. 이러한 한일 간 지역 전략의 비동조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정책과 맞물리면서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체로 이어졌다.13) 그리고 미국은 관여하기보다는 관망하는 태도를 취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정책의 재검토를 의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계승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동맹협력을 강조한 것이다.14) 특히, 미국과 동맹국 간의 양자협력에 더해 둘 이상의 동맹국을 연계하는 격자형 안보협력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이 재평가되었다.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3자 안보협력을 재가동하기 위한 한미일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15) 3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공조하고 억제 강화를 위해 안보협력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1990년대 대북 공조를 위한 한미일 협력의 원형을 복원하는 의미와 유사했다. 그리고 2023년 8월 한미일 3국은 처음으로 단독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캠프 데이비드 원칙 및 정신’을 발표했다.16)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3국 안보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2024년 7월 한미일 국방장관은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Framework, TSCF)’ 협력각서에 서명하고 국방장관회담을 포함한 고위급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는데 합의했다.17) 이는 정례적인 안보협의를 제도화하는 것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조약 수준의 구속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지속성 확보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는 단정짓기 어렵다.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 행정부는 민주당 정권에서 공화당 정권으로 변화할 것이다. 앞서 언급된 한미일 안보협력의 제도화는 주로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집중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은 정책 계승보다는 정책 단절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전개는 정책이 계승되면서 일부 수정되는 것이겠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전개는 정책이 단절되어 제도화된 협력이 중단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전개를 고려한 현 시점에서 우리 정부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첫째,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의 제도화가 동시에 진행되었던 지난 2년여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은 미국 대선의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안보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이다. 일본의 경우 이시바 정부가 기시다 정부의 대외정책을 계승한다면 대한 정책에서는 온건적 성향을 보이겠지만 미국의 아시아정책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이다. 즉, 국내정치를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적극적 협력을 계속할 수 있을지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도한 격자형 안보협력의 지속여부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구상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정 부분 계승하면서 동맹협력을 강조하는 변화를 두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협력은 미국의 안보공약을 강화하기 보다는 동맹의 부담분담을 추진하면서 동맹의 기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실현되고 있었다. 즉, 트럼프 시기부터 미국은 대외개입을 축소하고 있었는데, 바이든 시기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 기조는 유지되었다. 그렇게 보면 차기 행정부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의 대외개입이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경로의존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202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해가 되는 만큼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이 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성(policy sustainability)을 가질 수 있도록 한일 간 정책협의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1) 본고는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RINSA) 주최 발표를 위해 작성된 원고를 바탕으로 수정보완된 것임을 밝힙니다. 2) Eunil Cho. 2022. “Regional Security Order and South Korea-Japan Relations.” Korea Journal of Defense Analysis 34(4), 531-553; 박영준. 2024. “국제안보질서의 동요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방향.” 『국가전략』 30(3), 5-33; 최희식. 2013.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동과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개.” 『일본연구논총』 37, 5-36. 3) 신욱희. 2018. “한일관계의 양면 안보딜레마: 이명박 정부의 사례.” 『아시아리뷰』 8(1), 155-154; 박명희. 2023. “한국과 일본의 여론과 외교정책: 국민의 역사 인식, 정치적 환경, 프레이밍을 중심으로.” 『일본공간』 34, 67-99. 4) 대한민국 대통령실. 2023. “대통령의 말과 글: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계승하여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3.1.)  https://www.president.go.kr/president/speeches/u9KzF591(검색일: 2024.10.31.). 5) 윤석열 정부는 3월 6일, 2018년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에 제3자 변제방식으로 배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판결에 승소한 원고 15명 중 일부는 제3자 변제 거부 등 정부 배상방식에 반대했는데, 2024년 10월 현재 13명이 제3자 변제방식을 수용하고, 고인 2명에 대한 유족들만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이상현. 2024. “일 징용피해 이춘식 할아버지도 정부 제3자 변제 방안 수용.” 『연합뉴스』(10.30.). 6) 대한민국 대통령실. 2023. “대통령의 말과 글: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3.16.) https://www.president.go.kr/president/speeches/qBjKQLZX(검색일: 2024.10.31.). 7) 1969년 1월 미국 닉슨 대통령과 일본 사토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안전은 일본 자신의 안전에 있어 긴요한 것이다”라는 한국조항이 포함되었고, 1972년 11월 정상회담에서 “(사토) 총리대신은 한반도의 평화 유지를 위한 유엔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의 안전이 일본 자신의 안전에 긴요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되었다. 츠치야마 지츠오. 2007. “미일동맹과 한미 안보 협력.” 문정인, 오하타 히데키 편. 『한일 국제정치학의 신지평: 안전보장과 국제협력』 서울: 아연출판부. 8) 조양현. 2017. “제5공화국 대일외교와 한·일안보경협: 안보경협안의 기원에 대한 실증분석.” 『국제정치논총』 57(2), 169-205. 9) 기미야 다다시. 2006. “한일관계의 역학과 전망: 냉전기의 다이너미즘과 탈냉전기에서의 구조변용.” 김영작, 이원덕 편. 『일본은 한국에게 무엇인가』 파주: 한울아카데미. 10) 조은일. 2021. “한일 안보전략의 비동조화와 한미일 협력의 재구축.” 최희식 편.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일본의 대한국 협력방안』 서울: 통일연구원. 11) GSOMIA 관련 내용은 다음 졸저를 참고로 한다. 조은일. 2021. “미중 전략 경쟁 시대의 한일 안보관계.” 『국제지역연구』 30(2). 12) 조은일. 2023. “여론조사로 읽은 한일 안보관계: 한일관계에서 안보는 중요할까?” EAI 워킹페이퍼(12.27.) https://www.eai.or.kr/new/ko/project/view.asp?intSeq=22284&board=kor_workingpaper(검색일: 2024.11.4.). 13) Eric Heginbtham and Richard J. Samuels. 2021. “Vulnerable US Alliances in Northeast Asia: The Nuclear Implications.” The Washington Quarterly 44, 157-175; Lee Seong-hyon. 2019. “Where is Washington? The Missing Mediator between Seoul and Tokyo.” The Washington Quarterly 42, 89-110. 14) Kurt M. Campbell and Rush Doshi. 2021. “How America Can Shore Up Asian Order: A Strategy for Restoring Balance and Legitimacy.” Foreign Affairs (January 12). 15) 공식명칭은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Phnom Penh Statement on US-Japan-Republic of Korea Trilateral Parnership for the Indo-Pacific)’이다. 외교부. 2022. “주요문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2022.11.13.).” https://down.mofa.go.kr/www/brd/m_3973/view.do?seq=367946&page=2(검색일: 2024.11.4.). 16) 대한민국 대통령실. 2023. “보도자료: 캠프 데이비드 정신.” (8.18) https://www.president.go.kr/newsroom/press/yeE9qWlT(검색일: 2024.11.4.). 17) 김지헌. 2024. “한미일 국방장관,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서명...훈련 정례화.” 『연합뉴스』(7.28.). 기획자: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 정치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국제학 석사학위 및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국제안보 및 신흥군사기술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으며, 미일동맹 및 일본의 안보방위정책에 전문성을 갖고 다수 연구를 수행함. 주요 논문으로 "비전투원 철수작전과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국제정치논총), "신기술은 어떻게 국제안보를 변화시키는가"(국제지역연구), "Regional Security Order and South Korea-Japan relations"(Korea Journal of Defense Analysis), "미중 전략 경쟁 시대의 한일 안보관계"(국제지역연구) 등이 있음.
  • [JPI PeaceNet] 미·중 전략경쟁 시대 한국-대만 협력과제
    저자
    이상수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발간호
    2024-10
    [기획자 註]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교정책 노선으로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동북아시아 지역이 불안정해질 수 있음은 물론, 한국과 대만과 같이 미중 양국 사이에 “낀”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중 전략경쟁 시대 속에서 한국과 대만이 협력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본고를 통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기획: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yhkang@jpi.or.kr)] [초록] 최근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함에 따라 미·중 관계는 대만 문제, 남중국해, 글로벌 공급망 등 다양한 이슈를 둘러싸고 격렬한 긴장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의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60%에서 추가로 10% 인상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망 통제도 더욱 강화할 태세이다. 이러한 미·중의 전략 경쟁상황 하에 본 고의 목적은 한국과 대만의 협력과제를 경제, 외교, 안보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본 후 한국-대만 간 협력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국가 핵심이익론으로 미국과 대만 관계 중국과 대만 관계를 분석한 후 한국과 대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협력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I. 서론 미·중 관계는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되면서 양국간 전략적 경쟁과 협력이 상존하는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공화당은 중국을 적성국으로 보지만 민주당은 협력파트너로 간주하는 경향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임기 중 마지막 유엔 연설에서 미·중 경쟁이 갈등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면서 인도·태평양에서 동맹과 파트너를 계속 강화할 것을 강조하며 개방적이고 안전한 인도·태평양 유지를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을 지속하는 상황은 한국과 대만의 협력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하지만, 대만에 대한 현상 변경을 반대하며 대만에 대한 방어능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GDP는 최근 미국의 70% 수준에 이르렀고 중국의 군사력은 서태평양에서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의 대만에 대한 통일전선 전략과 군사적 위협은 미국의 인태전략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만약, 이 지역의 역외 균형자(offshore balancer)인 미국의 위상이 흔들릴 경우, 대만이나 한국의 안보가 위태해질 수 있다. 중국의 이웃국가 특히 일본과 한국, 인도, 호주는 남중국해가 중국의 소유물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대만이 홍콩의 전철을 밟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1) 양안 위기 시 주한미군의 역할은 한국의 안보와 직접 연동이 되어 있어 한국의 연루가 불가피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한국과 대만 협력과제를 경제, 외교, 안보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데 있다. 본 연구는 국가핵심이익론으로 미국과 대만 관계, 중국과 대만 관계를 분석한 후 한국과 대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협력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제2장에서는 미중 전략경쟁의 배경과 현황을 살펴볼 것이다. 제3장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외교 및 경제 관계를 살펴보고, 제4장에서는 미중 전략경쟁이 한국과 대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제5장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협력 잠재 분야 및 사례 및 교훈을 도출하고자 한다. 제6장은 한국-대만 협력을 위한 정책 대안을 간략히 제언하고자 한다. II. 미중 전략경쟁의 배경과 현황 냉전 이후 미국은 단일 초강대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했지만, 1978년 이후, 중국은 개혁과 개방 정책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시진핑은 민족주의 감정을 품고 2050년까지 중국을 세계적인 강대국, 즉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발전시킨다는 국가발전목표를 제시했다.2)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경쟁이 심화되었다. 중국은 군사적 현대화를 통해 대만해협에서 위협행위와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주장으로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정치체제와 이념의 차이는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미중 정상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유입을 차단하고, 양국 군간 소통개선, 인공지능(AI) 리스크 문제에 상호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최근 미중은 군사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등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단절되었던 각종 대화와 소통을 재개하면서 서로 관리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경제무역  과학기술 압박을 반대하며 커넥티드카에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국가 안보차원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미중 간의 주요 쟁점이슈는 대만해협, 남중국해 그리고 러-우전쟁 가운데 중국의 대러 군사적 지원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 정치, 그리고 군사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경제적 영향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고, 관세인상과 무역장벽은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미중은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미국은 고성능 반도체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둘째, 군사적 측면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지역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며, 주변국들도 군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 침공이나 봉쇄를 단행한다면 수조달러규모의 해양무역이 막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만약 대만 침공으로 미중 간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위기에 따른 GDP 감소는 세계 GDP의 10.2%에 달하는 10조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대만 봉쇄의 경우, 세계 GDP의 5%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동북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할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들고 있다. 한국은 수출의 30.33%, 수입의 22.6%가 대만해협을 거치는데 2022년 기준으로 그 액수가 3,574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 수출의 32.8%, 수입의 25.3% 총무역액 4,439억 달러를 대만해협에 의존한다.3)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서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있으며 쿼드, 오커스 등 격자형 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셋째, 정치적 측면에서 미중은 국제기구에서 서로 영향력과 발언권을 강화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규칙과 규범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미중의 외교적 갈등으로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은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외교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논문은 국가핵심이익론을 중심으로 미중관계의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미중 전략경쟁이 한국과 대만의 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국가이익은 크게 핵심이익, 전략적 이익 그리고 부차적 이익으로 분류할 수 있다.4) 첫째, 국가핵심이익을 결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지정학적-전략적 요소들과 다른 국가들과의 역사적, 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관계 그리고 국가지도자의 정책행위와 성명이다. 국가핵심이익은 생존에 치명적인 요소임으로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한다. 둘째, 국가의 존망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않는 국가이익을 부차적 이익이라 하며 이는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다. 셋째, 그 다음 부차적 국가이익이 3차적 국가 이익으로 분류된다. 국가핵심이익 분류의 객관적 기준으로 본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 그리고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는 아래표와 같다(아래 [표 1], [표 2] 참조). [표 1. 국가핵심이익 분류의 객관적 기준으로 본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 [표 2. 국가핵심이익 분류의 객관적 기준으로 본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 비록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방어 공약을 공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인민 해방군이 타이완에 상륙한다면 미국이 정말 타이완을 방어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5) III. 한국과 대만의 외교 및 경제 관계 한국과 대만은 20세기 초반부터 서로 중요한 동맹국이었고 한국전쟁 이후 대만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만은 1971년에 유엔에서 퇴출당하고 1979년 미국과 단교하면서 외교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한국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199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과 대만은 공식적인 외교 관계는 없지만, 경제적 문화적 교류는 지속하고 있다. 양측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산업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대만과의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무역을 하고 있고, 특히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6) 대만에 대한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2015년 11억 3,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3년 33억 9,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해의 경우 상반기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면 연 8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1] 참조). [그림 1.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 추이] 출처: 나상현, “韓→대만 메모리반도체 수출 225% 급증…"HBM 시장 확대 속 호조,"『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 (검색일: 2024. 8. 11). 2024년 대만 경제부가 발간한 국제무역서에 따르면 2024년 1~9월 기준 대만이 수입한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규모는 122억 달러(약 16조 8,200억원)에 달한다.7) 대만 기업들은 한국의 첨단 기술과 산업에 관심이 있고, 한국 기업들도 대만의 기술력과 시장을 활용하고 있다. 양측의 문화와 관광교류는 문화적 이해를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 사이 인적 교류는 2023년 기준 총 170 만명으로 대만 방문 한국인이 75 만명, 한국 방문 대만인이 95만 명에 달한다.8) 특히 K-POP, 드라마, 영화 등 한국의 대중문화는 대만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대만의 문화행사와 축제도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국은 국제정세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양안 관계와 대만의 정치적 변화는 한국의 외교·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전자제품, IT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미국 주도로 강화되는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 한국과 대만은 Chip-4 동맹 회원국으로 대중 기술 견제를 통해 경제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IV. 미·중 전략경쟁이 한국과 대만에 미치는 영향 지난 10여 년간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제해권 유지를 위해 대만은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며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막는 주요 길목이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서 미국의 공급망재편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해지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져 대만의 경제와 안보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회색지대 전략과 통일전략전술로 대만을 통일하고자 시도하고 있다([표 3] 참조). [표 3. 대만과 중국 간 가상의 레드라인] 한국의 경우 미·중 전략경쟁은 경제안보와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양안의 위기는 한반도 안보와 연결되어 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해 한국의 연루가 불가피해진다.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은 한국의 해상교통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한국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표 4] 참조). [표 4. 한국과 중국 간 가상의 레드라인] 따라서 한국은 대중무역 의존도를 고려하여 신중한 외교정책을 펼쳐야 한다. 중국의 대한국경제적 제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자재 수입 다변화를 통한 대중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 대중 수출 금지와 같은 대중 수출제한은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V. 한국과 대만의 협력 필요성 및 가능성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협력하면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대만은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발전량의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의 해상풍력 기술은 대만의 재생에너지 생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value chain(터빈, 타워, 하부 구조물, 해저케이블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국가는 중국 이외에 한국이 유일하고 한국의 SK Ocean Plant, LS Cable & System 등은 이미 대만의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하고 있다.9) 이와 함께 한·대만 간 투자보장약정(BIT) 체결은 해외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하여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한국과 대만과 경제협력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몇 가지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대만의 정치적 지위와 양안 관계는 불안정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대만과의 장기적인 협력에 제한요소이다. 둘째,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되어 있고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되어 있어 협력의 시너지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셋째, 양측 간의 기술 및 인력교류는 활발하지만,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협력이 제한된다. 넷째, 대만의 시장 규모가 작아 한국 기업이 대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한계가 드러난다. 한국과 대만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를 들자면 제너시스BBQ 그룹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제너시스 BBQ는 2017년 대만에 진출하여 타이베이, 타이중, 그리고 가오슝 등 주요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너시스 BBQ는 한국과 대만의 경제협력위원회에서 글로벌 진출 성공사례를 발표하며 K- 푸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협력위원회는 1968년부터 운영되어 온 한국과 대만의 최대의 경제협력 기구로 양측 간의 경제협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있다. 이 분야 외에도 식음료, 이커머스, 물류, 그리고 관광 등 여러 산업에서 성공적인 협력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은 칩-4 동맹에 참여하고 있어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하여 양측 간에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협정을 통해 양측 기업에 대한 중복 과세를 피하고 세 부담을 줄여 상호투자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대만해협의 안정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매우 중요하며, 대만해협은 보호해야 할 에너지 수송 루트이다. 한국과 대만은 민주주의, 자유, 그리고 인권 가치를 공유하며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목표 추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의 긴밀한 협력은 양측 경제발전에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Chip-4 동맹을 점진적으로 중국의 현상 변경을 견제하는 경제안보 협력체로 발전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통일전선 전략과 회색지대 전략 실행은 중국이 한국에게도 적용하는 전략이므로 한·대만 간 정보교환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대만의 항복을 강요하기 위해 경제전쟁과 사이버 전쟁을 이용할 수 있다.10) VI. 결론 중국의 군사력이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대만은 미국의 중요한 군사적 거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이 인태지역의 제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만을 수호해야 한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달성되도록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은 미국을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지만, 양안관계의 현상 변경을 방지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확대하고 있고, 대만 연안 경비를 미국과 공동으로 실행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한국과 대만의 협력과제는 다음 네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은 혼자 서태평양 제해권 확보를 위해 남중국해, 대만 해협을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일본, 대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만해협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으므로 한국은‘하나의 중국원칙’을 존중하면서 미국과 협력하여 양안 관계에 있어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견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둘째, 한국과 대만은 경제협력을 확대하여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상호이익을 극대화하고, 대중의존도를 줄여 중국의 경제적 강압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AI 시대에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상호 경쟁 관계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에 대비해 한국-대만-일본 간 반도체 산업 R&D부문에 있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협력이 요청된다. 셋째, 중국은 외교적으로 대만고립을 시도하고 있으므로 한국은 미국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대만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여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우회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중국의 대만 사이버공격과 경제적 강압에 대해 대응 전략을 공유하고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대만과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고 있고 이러한 가치의 보존과 유지는 양자 간 공동의 핵심 이익으로 평가된다. 넷째, 한국은 대만과 인적교류를 통해 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양자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미래 세대가 지속해서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교류 협력을 통해 중국의 대대만 회색지대 전략과 통일전선 전술의 행태를 공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중국의 대한국 초한전에 대응하여 적실성 있는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과 대만은 자강 정책을 지속해서 추구하며 Chip-4 동맹을 점진적으로 경제 안보 협력체로 격상하여 격자형 동맹(lattice-like alliance)의 일원으로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에 대응해야 한다. 현재 미중 전략경쟁은 미중 간 경쟁과 협력이 상존함으로 한국도 이데올로기를 떠나 중국과의 교류와 상호주의 무역을 통해 지정학적 안보 이익과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는데 대중국 실사구시 정책을 실행할 때이다. 1) 로버트 스팔딩, 『미중전쟁은 시작됐다』, 김영남(역), (서울: 케이씨펙, 2023), p. 237. 2) 정덕구, 강준영, 장영희, 변정아, 유대인, 시진핑 신시대 한·미·중 삼각관계의 복합성과 새로운 균형모색, 연구보고서 23-37, (서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4), p. 34. 3) 최유식. “세계 GDP 10%날아간다...‘중 대만침공’ 시뮬레이션 해보니,” 『조선일보』 2024년 10월 20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4/10/20/B3GMIIB2PBF6HBK53JVYPZI7II. 4) 곽태환, “국가의 핵심 이익론 시각에서 본 한반도,” 『통일뉴스』 2023년 11월 21일,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477. 5) 그랜트 뉴썸, 『타이완침공』, 김영남(역), (서울: 케이씨펙, 2014), p. 41. 6) 심서현, “대만+일본 ‘반도체 밀착’…. 한국과 전략적 R&D 친구될까[신 반도체 삼국지], 『중앙일보』 2024년 3월 26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7814. 7) 김현일, “SK하이닉스·TSMC·엔비디아 정말 끈끈하네” 대만 경제부의 ‘놀라운 숫자’[비즈 360],“ 『헤랄드 경제』, 2024년 11월 2일, https://v.daum.net/v/20241102130847319. 8) 외교부, 국가/지역 검색, 2024년 12월 2일, https://overseas.mofa.go.kr/www/nation/m_3458/view.do?seq=2&titleNm=%EA%B5%AD%EA%B0%80%EC%A0%95%EB%B3%B4(%EB%8C%80%EB%A7%8C). 9) 강영훈, “한·대만 경제협력,” 타이페이-서울포럼 발표문, 2024년 7월 1-2, p. 7. 10) Graig Singleton, Mark Montgomery, Benjamin Jensen. “Targeting Taiwan: Beijing’s Playbook for Economic and Cyber Warfare,” Report FDD, pp. 2-32. 기획자: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이상수 (제주평화연구원) 이상수 박사는 현재 제주평화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치학박사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북한 인권, 한반도 비핵화, 미국의 대한반도정책 등 동북아 주요 안보 이슈이다. 현재 J-Institute 학회 국제 일반 영문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Terrorism & National Security의 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 『한반도 문제 해법: 새로운 모색 』 곽태환·이승우 외 공저, 한국학술정보(주), 2024. 논문: Lee Sangsoo, The Trump Administration’s Negotiation Strategy Towards the North Korean Nuclear Crisis: South Korea’s Response. “International Journal of Terrorism & National Security” J-Institute, Vol. 6 (No.1) 2021.
  • [JPI PeaceNet] A Roadmap to Peace, Freedom and Prosperity in the Indo-Pacific Amid the Strategic Fluidity and Uncertainty
    저자
    신각수 (NEAR 재단 부이사장 / 前 주일대사)
    발간호
    2024-09
    [기획자 註]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자유, 그리고 번영은 역내 국가들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들이 바라는 요소입니다. 유럽 각국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사활적 국익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유럽 각국의 관심 또한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고려하여 신각수 NEAR 재단 부이사장(前 주일대사)은 2024년 블레드전략포럼(Bled Strategic Forum) 참석 계기에 Bled Strategic Times에 기고문을 기고하였으며, 이를 제주평화연구원에서 번역하여 아래와 같이 발간합니다. [기획: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yhkang@jpi.or.kr)]  The rampaging two wars in Europe and the Middle East are a stark reminder of the advent of the post-post-Cold War era in disarray. The strategic terrain of this uncertain era has been undergoing several profound changes. Primarily, the relative decline of the US, combined with the rapid rise of China as a systemic challenger, has sapped the primacy the US has held as the sole superpower during the post-Cold War era. It is fair to say that we would not see the US hold overriding sway over international politics within the foreseeable future again. 유럽과 중동에서 난폭하게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은 혼돈에 빠진 포스트 탈냉전시대의 도래를 극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시대의 전략지형은 여러 가지 커다란 변 화를 겪고 있다. 우선, 미국의 상대적 쇠퇴는 중국의 체제 도전자로서 급속한 부상과 함께 탈냉전시대에 미국이 유지해 왔던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우위를 약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미국이 국제정치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다시 행사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옳을 것이다.  On a closely related development, the foundations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hat had buttressed global peace, freedom and prosperity are being seriously undermined by diverse centrifugal and centripetal forces. The most significant centrifugal force is China’s ambition to shape its own alternative international order. China has assisted and banded together with Russia and pariah states like Iran, North Korea and Venezuela that share hostility to, and ceaselessly disrupt,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he emerging and developing states of the Global South which, like China, have been the beneficiaries of globalization under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are forming the third pivot on the world stage, though they lack a common ideology or program and tend to seek cherry-picking in the Global West-Global East confrontation. 이와 밀접히 관련되어 전개되는 것은 세계 평화와 자유, 번영을 지탱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기반이 다양한 원심력 및 구심력에 의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원심력은 중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대체하는 자신만의 국제질서를 형성하려는 야망이다. 중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적대적이고 이를 끊임없이 교란하려는 러시아와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와 같은 부랑자 국가를 지원하거나 함께 뭉치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세계화의 혜택을 누려온 글로벌 사우스의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도 공통의 이념이나 프로그램이 있지는 않지만, 글로벌 웨스트와 글로벌 이스트의 대립에서선택적 이익을 취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제3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At the same time, the centripetal forces for the maintenance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are weakening due to the rise of isolationism and America First-ism in the US, its main architect. The world with an introvert America will be left wanting for global public goods in a Kindleberger trap. The socio-economic downturn of Europe and Japan, America’s allies and the traditional champions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is also exacerbating this trend.  이와 함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구심력도 이를 설계한 미국에서 고립주의 및 “미국 우선주의”가 부상하면서 약화하고 있다. 미국이 내향적으로 변하면서 세계는 킨들버거 함정에 빠져 글로벌 공공재의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동맹이자 자유주의국제질서의 전통적 옹호자들인 유럽과 일본이 사회경제적 침체를 겪으면서 이런 경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Simultaneously, we are experiencing multiple mega changes that are closely interconnected with each other. The Covid-19 has already wreaked havoc on an unfathomable scale, and may portend the increasing frequency and gravity of similar pandemics. Global boiling requires a joint global action to reduce the greenhouse gas emission by transitioning from fossil fuels to green energy, which entails profound impact upon energy geopolitics.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driven by digital transformation is altering the contour of geo-economics to underscore the significance of emerging technologies in economic competition and their deepening nexus with security. The shrinking population of developed and, increasingly, developing states will be another source of long-term power shift.  동시에 우리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복수의 대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엄청난 피해를 입혔는데, 유사한 팬데믹의 발생빈도와 심각성의 증가를 예고하는지 모른다. 지구온난화는 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지구차원의 공동행동을 요구하는데, 이런 전환은 에너지 지정학에 심대한 충격을 줄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의해 촉진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지경학의 경계를 변경하여 경제경쟁에서 신기술의 중요성과 함께 신기술과 안보의 심화된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과 점점 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인구감소는 장기적인 권력이동의 또 다른 원천이 될 것이다.  The strategic landscape is further compounded by a spate of complex poly-crisis in the form of black swans or gray rhinos. We therefore find ourselves in a murky, volatile and rudderless international community. The features and factors of the post-post-Cold War era have meant a return of geopolitics, a fragmented global order and a hyper-connected world.  전략환경은 검은 백조(black swan)나 회색코뿔소(gray rhino) 형태의 복합 다중위기가 이어지 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높으며 조타수를 잃은 국 제사회에 살게 되었다. 포스트탈냉전시대의 특징들과 요소들은 결국 지정학의 귀환, 파편화 된 글로벌 질서, 그리고 초연결 세계를 의미한다.  In the post-post-Cold War era, the Indo-Pacific has become the pivotal region thanks to its rising economic and geostrategic weight in the global power constellation. During the last two decades, this region has emerged as the epicenter of the global manufacturing and consumption, generating several great powers with economic prowess and military muscle. Asia’s GDP share in the world economy is projected to increase from 48 percent today to 58 percent in 2030.  포스트탈냉전시대에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권력구도에서 경제적 및 지전략적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중심지역이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은 세계 제조 및 소비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여러 강대국을 배출하였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GDP 비율은 현재 48%에서 2030년에는 5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There are several characteristics of the Indo-Pacific worth mentioning when discussing the prospect for peace, freedom and prosperity of the region. First and foremost is China’s economic dominance and outstanding military muscle, as demonstrated by its GDP share in Asia reaching 55.6 percent in 2022 and overwhelming military outlays being the world’s second largest, which outweigh the rest of Asia combined. It makes the intra-regional balance of power à la Europe well-nigh impossible. As the rest of Asia alone cannot check Beijing’s ambition to turn the entire region into its sphere of influence, a continued US presence and engagement is essential for preserving balance of power in the Indo-Pacific.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자유, 번영 전망을 논의할 때 꼭 생각해야 할 여러 특징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경제적 지배와 뛰어난 군사력이다. 2022년 아시아에서 중국의 GDP 비율은 55.6%에 달하고, 압도적 군사비 지출은 나머지 아시아들의 합계를 능가하여 세계 2위다. 이는 유럽과 같은 역내 세력균형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아시아의 나머지 국가들만으로는 이 지역 전체를 중국의 영향권에 두려는 베이징의 야망을 저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미국 의 존재와 관여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다.  In global terms, the Indo-Pacific is most crucial in determining the future course of the US-China rivalry. Beijing’s strategic goal is to drive out the US military footprint from the first and second island chains by employing an Anti-Access Area Denial (A2AD) strategy. In the western Pacific, the specter of the “Thucydides Trap” looms over as China’s rapidly growing military force with the advantage of geographical proximity is assessed to have already reached parity with the US. Along this geopolitical fault line lie the Korean peninsula, the Taiwan Strait and the South China Sea, where China has made the legally dubious “Nine-dash line”.  글로벌 관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중 경쟁의 미래 경로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다. 베이징의 전략적 목표는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을 사용하여 제1 도련선과 제2 도련선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를 몰아내는 것이다. 중국의 급성장하는 군사력이 지리적 근접성의 이점을 바탕으로 이미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서태평양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의 망령이 어른거리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단층선을 따라 한반도, 대만해협 그리고 중국이 법적으로 논란이 있는 “구단선”을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가 위치해 있다.  The Indo-Pacific is also a laggard in terms of regional integration and collective security arrangement. There is nothing comparable to the EU or NATO in the region owing to the absence of a region-wide historical, cultural, linguistic, or religious heritage and a weak regional identity. In a bid to bridge the gap, particularly in the security field, the US recently created a host of lattice-type mini-lateral groupings by connecting many spokes under its bilateral alliance system in the Indo-Pacific. The examples include Quad, AUKUS, Korea-US-Japan trilateral framework and other trilateral networks of similar kind.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은 지역통합 및 집단안보체제 측면에서 뒤처져 있다. 이 지역에는 범지역 차원의 역사적, 문화적, 언어적, 종교적 유산이 없고, 지역 정체성이 약하기 때문에 EU나 NATO에 비견할만한 지역협력체가 없다. 미국은 이 격차, 특히 안보 분야에서 격차를 메우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양자 동맹체제하의 여러 부채살을 연결하는 격자형 소다자 그룹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쿼드, 오커스, 한미일 삼자 협력체제 및 유사한 다른 삼자 네트워크가 있다.  Moreover, the nuclear threat in the Indo-Pacific is growing conspicuously due to the near completion of the North Korean nuclear and missile program and China’s plan to triple its nuclear warheads by the mid-2030s. Amid the nuclear parity between the US and Russia, the addition of Chinese and North Korean nuclear capability will pose a grave danger to the strategic stability, and risk triggering a nuclear domino effect in Northeast Asia. Especially worrying is North Korea’s aggressive nuclear posture which does not explicitly rule out first use and even codified the development and possession of nuclear weapons in its Constitution, as it might lead to the lowered threshold for the use of nuclear weapons.  더욱이, 거의 완성단계인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2030년까지 핵탄두를 세 배로 늘리려는 중국의 계획으로 인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 위협은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미.러간 핵 전력이 동등한 가운데 중국과 북한의 핵능력이 추가되는 것은 전략적 안정성에 심각한 위험을 제기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핵 도미노 효과를 촉발할 위험을 증가시킨다. 특히 우려스러운점은 북한의 공격적인 핵태세인데, 명시적으로 선제적 핵 사용을 배제하지 않으며 헌법에 핵무기 개발.보유를 규정하고 있어서 핵무기의 사용기준을 낮추고 있다.  The Indo-Pacific is also replete with many potential conflicts arising from historical animosity, territorial and maritime disputes, nationalism and egregious human rights violations. The region is currently mired in fluid and unstable strategic landscape, absent the genuine historical reconciliation about the unfortunate history. Unbridled nationalism coupled with rampant populism could wane the dynamism that this region has relished during the last several decades.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은 역사적 적대감 영토 및 , 해양 분쟁, 민족주의, 그리고 극심한 인권 침해로 인한 많은 잠재적 갈등을 가득 안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전략환경에 빠져 있으며, 불행한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역사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억제되지 않은 민족주의와 만연한 포퓰리즘은 이 지역이 지난 수십년 동안 누려온 역동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What can be done to secure the peace and prosperity in the Indo-Pacific amid the myriad risks and challenges ahead? There certainly is no panacea to address these complex vectors neatly, yet there are some valuable efforts that could contribute toward a thriving, just and peaceful Indo-Pacific. The most important priority is to prevent the strategic competition between Washington and Beijing from degenerating into a spiral of suspicion and escalationleading to open war. The two countries must spare no efforts to manage their bilateral relations by setting up guard rails, and sustain strategic communications to avoid unintended collision and conflicts.  그렇다면 무수히 많은 위험과 도전 앞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기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확실히 이런 복잡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없지만, 번영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인도태평양 지역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몇 가지 가치있는 노력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전략적 경쟁이 의심과 에스컬레이션의 소용돌이에 빠져 전쟁개시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양국은 우발적인 충돌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가드레일을 설정하고 전략적 소통을 지속함으로써 양국관계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The Biden-Xi summit in San Francisco last November was a right move in this direction but domestic politics in the two countries can unnecessarily ramp up the confrontation in rhetoric if not in substance. Many countries in the region are mindful that when the elephants fight, the grass gets trampled. The US and Chinese leaders would also do well to remember that a war between them could precipitate a nuclear Armageddon.  작년 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시 주석 11 - 정상회담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올바른 움직임이었지만, 양국의 국내정치가 실질적 대립은 아닐지라도 수사적 대립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킬 수 있다. 역내의 많은 국가들은 코끼리들이 싸울 때 풀이 짓밟힌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도 양국간 전쟁이 종말적 핵전쟁을 초래할 수 있음을기억해야 할 것이다.  All major stakeholders in the region must join hands to work out a minimum code of conduct to safeguard peace, freedom and prosperity in the region. The minimum common denominators like the United Nations Charter, international law, the rule of law and the respect for human rights should guide and constrain the conduct of all states in the region. To ensure continued dialogue and communication even amid strained relations, it would be desirable to create an all-inclusive platform on dialogue and rule-setting in the Indo-Pacific, as Europe did with the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CSCE) during the Cold War. As the Helsinki process underlined the importance of human rights in their quest for peace and security in Europe, the Indo-Pacific should give priority to the promotion of human rights in the region.The sustained joint efforts to secure minimum common denominators, create regional architecture and motivate regional rule-making can facilitate a peaceful change and eventually establish a Pax Consortis regional order. The proliferation of regional and global issues of transnational nature also calls for close collaboration despite competition and confrontation among major powers.  역내의 모든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평화, 자유 및 번영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강령을 마련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유엔헌장, 국제법, 법치주의, 인권 존중과 같은 최소공약수가 역내 모든 국가의 행동을 이끌고 제약해야 한다. 긴장관계 속에서도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보장하기 위해, 유럽이 냉전시기에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통해 그러했던것처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화 및 규칙설정에 관한 포괄적인 플랫폼을 창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헬싱키 프로세스가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추구하면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이 지역에서도 인권 증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The sustained joint efforts to secure minimum common denominators, create regional architecture and motivate regional rule-making can facilitate a peaceful change and eventually establish a Pax Consortis regional order. The proliferation of regional and global issues of transnational nature also calls for close collaboration despite competition and confrontation among major powers.  최소공약수를 확보하고 지역구조를 만들며 지역규칙 , , 제정을 독려하는 공동의 노력을 지속하게 되면 평화로운 변화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합의에 기초한 “팍스 콘소르티스(Pax Consortis)” 지역질서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초국가적 성격의 지역 및 글로벌 문제의 확산은 주요 강대국 간의 경쟁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긴밀한 협력을 요구한다.  In this long and challenging process, the role of middle powers such as South Korea, Japan, Australia, Canada, Indonesia and New Zealand is crucial in playing the balancing role for the maintenance of a sound and stable regional order in the Indo-Pacific. Sharing common values and driven by common interests to protect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hey should create a forum at which they seek close collaboration to bolster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and engage the Global South whose voice assumes growing weight in global governance.  이런 길고 도전적인 과정에서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 중견국가들의 역할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건전하고 안정적인 지역질서 유지를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하는데 중요하다.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보호하려는 공동 이익에의해 움직이는 그들은 포럼을 창설하여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추 구하고,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비중이 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에 관여해 가야 합니다.  Close cooperation and linkage between the Indo-Pacific and Europe are necessary to deter the axis of disruption in Eurasia. The grave threat to the security of Northeast Asia and Europe posed by the Russo-North Korean strategic convergence highlights the urgency for cooperation. Beyond mere recognition of their security indivisibility, the two regions should move to take joint actions to stabilize Eurasia in the face of rising menace.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의 긴밀한 협력과 연계는 유라시아에서 “교란의 축”을 억지하는데 필요하다. 러시아-북한간 전략적 융합이 동북아시아와 유럽의 안보에 미치는 중대한 위협은 협력의 시급성을 강조해 주고 있다. 두 지역은 단순히 안보의 불가분성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증가하는 위협에 직면한 유라시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동행동을 취해야 한다.  It is welcoming to see many new initiatives in this veinintensify recently. The regular meeting between NATO and the AP4 countries in the Indo-Pacific, namely Australia, Japan, New Zealand and South Korea, is a good example of such joint efforts. The increased number of joint naval and air exercises, the conclusions of reciprocal access agreements between states in the two regions, the joint surveillance activities against North Korea's sanctions violations and Germany’s recent accession to the United Nations Command can further partnership.  이런 맥락에서 최근 많은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강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NATO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AP4 국가들(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의 정기회의는 그런 공동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증가하는 해.공군 합동훈련, 두 지역의 국가간 상호접근협정 체결,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합동 감시활동, 그리고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동반자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Lastly, states in the Indo-Pacific should do their utmost to maintain their economic vitality from diverse headwinds. Today, we are witnessing increasing number of adverse forces trying to undermine the free trade system. While eliminating non-level playing fields to make international trade fairer is important, this should not be a license for protectionism or preferential industrial policy. Excessive securitization of trade, fragmentation of supply chain, and creeping encroachment upon free trade by exploiting gray zones in the fields of labor,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 must be inimical to regional thriving.  마지막으로,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다양한 역풍 속에서도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자유무역체제를 약화시키려는 반대세력의 증가를 목격하고 있다. 국제무역을 더욱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없애는 일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보호주의 또는 특혜적 산업정책에 대한 면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역의 과도한 안보화, 공급망의 파편화, 노동, 기후변화, 환경 분야의 회색지대를 악용한 자유무역의 잠식은 지역 번영에 해롭다.  The defunct WTO regime must be resuscitated at an early date to play the role of rule-setter and dispute settlement mechanism. In the arena of de-risking for economic security, objectivity and transparency should be guaranteed to minimize its adverse impact upon international trade and investment and prevent its misuse or overuse.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WTO 체제는 조기에 소생되어 규칙 제정자 및 분쟁해결 메커니즘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안보를 위한 디리스킹(de-risking) 영역에서는 객관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어 국제무역과 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그것의 남용이나 과도한 사용을 방지해야 한다.  Various hurdles are ahead on the road to peace, freedom and prosperity of the Indo-Pacific. The current strategic environment in flux is not favorable for the region to weather them. We must return to the time whe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first conceived and created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from the ruins of the Second World War. In the spirit of progress, human dignity, solidarity and collaboration, we in the Indo-Pacific, together with the other parts of the global community, should strive to prevent wars and sustain economic dynamism.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자유 및 번영으로 가는 길에는 , 여러 장애가 놓여 있다. 최근의 유동적인 전략환경은 이 지역이 그런 장애를 넘기에 유리하지 않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처음 구상하고 창출했던 시기로 되돌아가야 한다. 진보, 인간 존엄성, 연대, 협동의 정신으로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글로벌 공동 체의 다른 지역들과 함께, 전쟁을 방지하고 경제적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자: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신각수 (NEAR 재단 부이사장 / 前 주일대사)  신각수 대사는 정통 직업외교관의 길을 밟아왔으며 2013년 은퇴 후에는 대학 강의, 외부 강연, 언론기고, NGO 활동, 공익단체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77년 외교부에 입부하여 36년간 일본과장, 차관·장관 보좌관, 조약국장, 주유엔 차석대사, 주이스라엘·일본 대사, 1·2차관 등을 역임하였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국제법으로 석사·박 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스탠포드·도쿄·게이오·베이징 대학에서 수학하였다.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복무하였으며 서강대, 서울대 국제대학원, 울산대에서 강의하였다. 현재 NEAR재단, 북한인권시민연합, TJWG, THINK, 한반도미래재단,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등에서 부이사장·이사·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 [JPI PeaceNet] 국제 다중분쟁에 대응하는 미국의 리더십 양상과 전망
    저자
    정승철 (국립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발간호
    2024-08
    [기획자 註]  본고는 동유럽과 중동에서 진행 중인 갈등과 전쟁, 그리고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안정성과 경쟁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쟁에 대응하여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며 규칙 기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전략을 분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본고는 동맹국과 유사입장국에 보다 많은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와, 그에 따른 정책적 함의, 그리고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djpark@jpi.or.kr)] 초록 오늘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외에도 중국-대만 관계, 남북관계, 북한 핵, 이란 핵, 이스라엘-이란 관계, 홍해 지역 해적 문제 등 세계 곳곳에서 다수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1990년대부터 세계 단일패권국에 등극했던 미국은 2000년대, 2010년대를 겪으며 그 국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반면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경쟁국들은 같은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하며 미국이 구축, 운영해 온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현 바이든 정부는 동맹, 유사입장국(like-minded)과의 연대를 통해 현 국제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 즉, 미국은 자신이 여전히 자유주의 진영의 리더 역할은 맡되 역할과 부담은 동맹국과 분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동맹, 유사입장국들의 경제성장과 군비지출 규모가 정체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연 미국이 바라는대로 이들과의 부담 분담이 가능할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이는 동맹, 유사입장국과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부담을 분담하고 싶으나 현실적으로 미국이 계속해서 가장 큰 기여를 해야하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또한, 동맹, 유사입장국들이 미국의 리더십에 동조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경쟁국(중국, 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리더십과 안보공약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경우 동맹, 유사입장국은 자신의 안보를 위해 자조(self-help)를 택할 것이고 이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저해하는 선제 도발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미국은 동맹, 유사입장국들과 부담은 분담하되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서론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다수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2023년 10월부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한 분쟁 외에도 중국-대만 관계, 남북관계, 북한 핵·미사일, 이란 핵, 이스라엘-이란 관계, 홍해 지역 해적 문제 등 여러 지역에서 현재적, 잠재적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냉전의 종식 이후 1990년대부터 세계 단일패권국에 등극,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주도하여 왔다. 물론 오랜 기간 지속될 것 같았던 미국의 전성기는 미국이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와 각각 전쟁을 시작하면서 기울기 시작하였다. 중동에서의 두 전쟁으로 막대한 전비를 소모한 미국은 거대한 규모의 적자재정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나아가 2008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됨으로써 미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정부부채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BRICS(Brazil, Russia, India, China, South Africa) 국가들의 빠른 성장으로 (GDP 기준) 세계 경제 규모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였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성공적으로 극복한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2010년대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가 시작했다고 평가된다. 이에 대해 미국으로서도 그간 미국이 중심이 되어 구축, 운영해 온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바이든 정부는 동맹, 유사입장국(like-minded)과의 연대를 통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유지하고자 한다. 즉, 미국은 자신이 여전히 자유주의 진영의 리더 역할은 맡되 역할과 부담은 동맹국과 분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측면에서 봤을 때) 미국 패권의 상대적 쇠퇴로 인해 미국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그리고 중국,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의 팽창에 홀로 대응할 수 없는, 과다팽창(overstretch)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동맹, 유사입장국들의 경제성장과 군비지출 규모가 정체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연 미국이 바라는대로 이들과의 부담 분담이 가능할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또한, 동맹, 유사입장국들이 미국의 리더십에 동조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리더십과 안보공약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경우 동맹, 유사입장국은 자신의 안보를 위해 자조(self-help)를 택할 것이고 이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저해하는 선제 도발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미국은 동맹, 유사입장국들과 부담은 분담하되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결국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경쟁국의 팽창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현상유지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맹, 유사입장국과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부담을 분담하고 싶으나 현실적으로 미국이 계속해서 가장 큰 기여를 해야하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4년 현재 미국이 대응 중인 국제 다중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견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만-중국 갈등과 중국 견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미국은 2024년 4월까지 약 2년간 약 1070억 달러 상당의 지원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공하였다.1) 이 가운데 약 698억 달러는 무기 지원, 342억 달러는 정부재정 지원, 290억 달러는 인도적 지원으로 제공하였다. 나아가 미국은 NATO 회원국 외에도 한국과 같은 아시아 동맹국에게도 우크라이나를 더욱 지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우방국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재정적 부담과 피로(fatigue)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기에 미국과 우방국들이 언제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승리가 최악의 시나리오이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3년 10월에는 팔레스타인 하마스(Hamas)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시작하였다. 선제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이후 반격을 가하고 현재 가자지구(Gaza Strip)를 봉쇄하였다. 미국은 이란 등의 개입과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제럴드 포드(Gerald Ford)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항공모함 전단을 동지중해로 파견하였다. 2024년 4월에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중동에서의 갈등은 고조되는 듯 보였다. 이에 미국은 지중해에 파견했던 항모전단을 2024년 1월에 철수했었으나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발생함에 따라 이번에는 이지스함을 급파하여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확전을 막고자 하였다. 다만 양측 모두 확전을 원치는 않기에 군사행동을 자제하면서 이란-이스라엘 충돌은 일단락 되었다. 2024년 4월 미국 하원은 우크라이나에 610억 달러, 이스라엘에 264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2) 동시에 미국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에 동의할 것을 압박하고 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안들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충돌 외에도 현재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것 외에도) 유라시아 대륙,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글로벌 첨단기술 공급망으로부터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다.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에 집중하는 동안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지 못했기에3) 미국은 2010년대 후반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더 이상 중국의 부상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경각심을 갖고 이를 행동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발간한 2017년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에서 중국이 “미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몰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지역질서를 재편하고자 한다(seeks to displace the United States in the Indo-Pacific region...and reorder the region in its favor)”고 언급하였으며4) 이어서 바이든 행정부 시기 발간한 2022년 국가안보전략(NSS)에서는 중국이 “국제질서를 재편할 의도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지닌 유일한 (미국의) 경쟁자”라고 평가하였다.5)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 갈등, 북핵문제와 한반도, 센카쿠/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 등이 잠재적으로 미중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양안 갈등은 대만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며 친미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2016년 민진당 정권이 들어서고 중국은 시진핑 정권 2기가 시작하면서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국가주석 3연임을 달성한 시진핑 주석은 1인 권력체제를 더욱 공고화하고 있으며 ‘중국몽’ 실현의 일환으로 양안통일을 내세우며 대만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미중 전략·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대만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자, 그리고 이로 인해 미국이 대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자 이에 대한 반발·경계·우려 차원에서 중국은 대만을 향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6) 최근 미국은 정보기관과 군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 시기 관련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게다가 2024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당선되고 2024년 5월 대만 총통에 취임함에 따라 민진당 정권이 최소 4년 더 이어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양안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게 있어 대만은 여러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이다. 미국의 ‘불침항모'(不沈航母)’라는 지리적 유용성과 더불어 대만은 현재 반도체 제조·생산국으로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이다. 이에 최근 CHIP4 동맹을 추진하는 등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만 방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 외에도 대만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상징성이 있으며 나아가 미국이 민주주의이자 유사입장을 지닌 동맹(혹은 동맹에 준하는) 국가에게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이들의 안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대만은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7) 국제 다중분쟁과 경쟁국에 대응하는 미국의 정책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다중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동맹, 유사입장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부담을 분담(burden sharing)하려 한다. 이를 위해 동맹국과의 양자 관계 강화 외에도 다자기구,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를 결성 및 활성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관계와 미일 관계를 강화하였다. 나아가 한국에 윤석열 정부가 2022년에 들어선 이래 한일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2023년 8월 미국 Camp David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3국 간 연대를 강화하였다. 이는 그동안 한미일 관계에서 약한 고리(weak link)로 여겨지던 한일관계가 연결되었기에 가능했다. 이외에도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와 2007년 처음 결성하였던 쿼드(Quad)를 2017년에 재결성하여 2021년부터 매년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 호주와 같은 동맹, 유사입장국에게 쿼드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영국, 호주와 2021년 오커스(AUKUS)를 결성하고 기존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 운영하는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 안보 분야 소다자주의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나아가 미국은 NATO 정상회의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AP4 (Asia-Pacific Four) 국가를 초청하며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과 유럽 동맹국(NATO 회원국) 간의 연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NATO는 러시아(소련) 견제,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중국 견제”와 같이 미국은 지역별로 각각 다른 동맹, 유사입장국 집단과 협력하였다면 이제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이 러시아를 견제하는데, 미국의 유럽 동맹국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동맹국들과의 연대강화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미국의 이익은 유럽 동맹국들이 인도태평양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때,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유럽 동맹국들과 협력할 때 달성된다고 언급하였다.8)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보면 NATO와 AP4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는 유럽국가들 뿐만 아니라 (NATO의 실질적인 최대 주주인) 미국이 추구하는 바라고 볼 수 있다. NATO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와의 협력 강화에 대한 NATO 측의 언급은 2021년 브뤼셀 공동성명부터 등장하였으며 2022년 마드리드 NATO 정상회의에서 최초로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과 같은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국가들이 정식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 간의 협력과 연대는 2023년 리투아니아 빌뉴스 정상회의에도 이어졌으며 2024년 7월 워싱턴DC 정상회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NATO의 이런 움직임은 오늘날 국제안보질서가 한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만큼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말해 주며, 각종 이슈와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럽대서양 국가 외에도 타지역 유사입장국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되어 있다. 즉, 북한의 핵무기와 이로부터 비롯되는 핵확산에 대한 염려는 한반도와 동북아 뿐만 아니라 미국과 NATO 회원국의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기에 이제는 NATO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의 안보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행동‧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들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동맹, 유사입장국들이 자유주의 질서 유지를 위한 역할 분담에 나서되, 이들에게도 각 국가가 속한 지역 외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개입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다중분쟁과 경쟁국에 대응하는 미국의 국력상황 이처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 유사입장국들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 자유주의,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는 (세계 GDP 규모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미국 패권이 쇠퇴하고 있기에, 더 이상 냉전시기 또는 1990년대 단극체제 시기와 같이 미국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쟁을 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인식한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바람과 달리 미국의 동맹, 유사입장국들이 앞으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부담을 분담할 수 있을지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림 1. Quad, NATO, 중국과 러시아 세력의 GDP 규모 변화 양상] [그림 1]은 1990년부터 2022년까지 Quad 회원국 전체(파란색), NATO 회원국 전체(녹색선),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세력(주황색)의 GDP 규모 변화 양상을 나타낸다.9) [그림 1]을 보면 미국과 그 동맹국, 유사입장국이 속한 다자안보기구가 GDP 규모 측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합한 GDP 규모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Quad와 NATO의 전체 GDP를 보다 자세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림 2. 미국, (미국을 제외한) NATO 전체 29개 회원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한국의 GDP 규모 변화 양상 (1990-2022)] [그림 2]는 199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미국을 제외한 NATO 29개 회원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한국의 GDP 규모 변화 양상을 나타낸다.10) [그림 2]에 나타나듯 미국의 GDP(파란색)는 1990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다만 같은 기간 중국의 GDP(녹색)는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보다 더욱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였다. (2022년 현재 중국의 GDP는 미국의 80% 수준까지 따라왔다.) 한편, 미국을 제외한 NATO 29개 회원국의 GDP 총합 변화 양상(주황색)을 살펴보면 미국이 과연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해 NATO와 부담 분담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미국을 제외한 NATO 29개 회원국 GDP 규모는 2000년대 후반 이후 2022년까지 정체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부터는 미국의 GDP가 미국을 제외한 NATO 29개 회원국을 앞지르기 시작하였다. 이는 (캐나다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미국의 동맹이자 유사입장을 지닌 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정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그림 1]을 보면 NATO 회원국 전체의 GDP 규모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를 이끈 것은 (미국을 제외한 29개 회원국이 아닌) 미국의 GDP 성장이었음 알 수 있다. 더불어 아시아에서는 일본(보라색)의 경제성장 역시 지난 약 30년간 정체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분홍색)의 경우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여 2022년 현재 GDP 규모 세계 5위에 올랐으나, 그 규모는 아직 미국의 13.6%, 중국의 19.0% 수준이다. 다만 2022년 현재 러시아의 GDP(2조 달러)(빨간색)는 한국의 GDP(1.7조 달러)(갈색)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함과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여러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 유사입장국과 그 부담을 분담하고자 하는 미국의 바람과는 달리 유럽 국가와 일본의 GDP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점은 미국이 앞으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보다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림 3. (미국을 제외한) NATO 29개 회원국, 미국, 중국, 한국, 일본, 인도의 연도별 군비지출 규모 변화 양상 (1990-2022)] [그림 3]은 미국을 제외한 NATO 29개 회원국, 미국, 중국, 한국, 일본, 인도의 연도별 군비지출 규모 변화 양상을 나타낸다.11) 연도별 군비지출 규모의 경우 (GDP와 달리) 미국(주황색)이 2022년 현재 여전히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녹색) 역시 지난 30여 년간 군비지출 규모를 급격하게 늘려왔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NATO 29개 회원국의 연도별 군비지출(파란색) 양상을 살펴보면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큰 증가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는 GDP 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경제성장의 정체로 (캐나다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이 군비지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물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응으로 NATO의 유럽 회원국들도 군비지출을 각자 GDP의 2% 수준까지 올리기로 약속한 상황이다. 특히 2024년에는 (각각 2023, 2024년 새로 가입한 핀란드와 스웨덴을 추가하여) NATO 32개 회원국 가운데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이탈리아, 캐나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슬로베니아, 스페인을 제외한) 23개국이 각자 GDP의 2% 이상 수준으로 군비지출 규모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12)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경제성장이 정체된 유럽 국가들이 과연 이를 얼마나 실행에 옮기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13) 인도의 군비지출(갈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2022년 현재 미국의 9%, 중국의 28% 수준이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군비지출 규모를 꾸준히 증가시켜 왔으나 일본은 군비지출 규모가 2022년 현재 500억 달러로 이는 2011년 607억 달러에서 많아 감소한 수치이다.14) 일본 역시 국방비를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지난 2022년 발표하였다.15) 하지만 선진국 가운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24년 현재 250% 이상으로) 최악 수준인 일본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국방비를 증액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처럼 미국의 동맹, 유사입장국들의 군비지출 규모는 (GDP 성장 양상처럼) 최근에 그 성장세가 정체 되어있다. 즉, 이 경우 빠르게 군비지출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바람과는 달리) 미국이 계속해서 군비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유럽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의 서진(西進)을 견제하는 역할과 이를 위한 부담 역시 미국이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물론 미국도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군비지출을 늘리며 홀로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미 미국은 과다개입, 과다팽창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해서 동맹과 유사입장국에게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을, 군비지출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그래프에서 보았듯이 동맹과 유사입장국들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부담을 분담할 능력이 한정되어 있다. 이로 인해 오늘날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양안 관계 등 분쟁과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미국은 중국(그리고 러시아)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글로벌 첨단기술 공급망(대표적으로 반도체)에서 배제하고 중국의 첨단 산업(인공지능, 양자컴퓨터, 6G 등) 성장을 억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군사력 측면에서도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을 견제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충돌은 원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은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자국 영토를 방어할 수 있는 수준만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을뿐 그 이상의 공격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주저한다. 대만을 지원함에 있어서도 미 항모전단을 대만 근처로 파견하고 일부 무기지원을 약속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대만을 지원하여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할때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를 방어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을 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의 과도한 공격성은 제어함으로써 중동에서의 분쟁이 확산되는 것은 막고자 한다. 즉, 오늘날 미국은 세계 곳곳의 분쟁에서 미국의 유사입장국들의 방어는 돕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상황까지는 만들지 않는, 큰 틀에서는 현상유지를 바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전망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오늘날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개입하는 등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여전히 자신이 앞장서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 유사입장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동맹, 유사입장국들은 군사적 측면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거나 미국이 앞장서길 바라는 가운데 중국,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경제정책에는 선뜻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기조를 내세우고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부터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으로 기조를 수정하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 정책에 대해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한 회의감,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경제적 타격에 대한 고려 등)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16)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하였는데 이로 인해 한국의 전기차 산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한국에서는 우려하였다.17) 즉,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과정에서 동맹, 유사입장국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수적 피해를 줄이고 이들이 미국의 정책과 리더십을 따르도록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군사안보 측면에서 동맹, 유사입장국들이 미국의 리더십에 동조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 미국은 안보 공약(commitment)에 대한 신뢰(credibility)를 확보‧유지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현 정부 들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핵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현재 미국이 과연 한국을 돕는 과정에서 미국 도시가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확장억제 제공이라는 안보공약을 지킬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전문가들도 다수 있다.18) 이에 한국 내에서는 더 이상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19) 또한, 미국으로서는 대만과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이자 주요 무역 파트너이기에 이들을 위협으로부터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기도 하지만, 이들을 방기할 경우 여타 동맹, 유사입장국들이 미국의 안보공약을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진영이 붕괴될 수도 있다. 이는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에 대해 또한 계속해서 지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동맹, 유사입장국이더라도 그들 사이에서의) 핵확산 방지,20)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 유지를 위해서도 미국은 동맹, 유사입장국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앞서 설명하였듯이 미국이 동맹, 유사입장국들과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부담을 분담하고 싶어하는 바람과는 달리 이들의 경제성장이 정체되어 있다는 점, 미국의 정부부채 규모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미국이 (냉전시기처럼) 이들을 무한정 지원할 수는 없기에 각 지역의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의 지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무엇보다도 동맹, 유사입장국(특히,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과 같은 국가들)이 과도하게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자제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4년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시각 2024년 7월 21일부로 바이든은 재선 도전을 포기한 상황이다. 만약 카멀라 해리스 현 미국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혹은 해리스가 아니더라도 민주당이 정권 유지에 성공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물론 아직 새로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릴 2024년 8월 19-22일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하여 고립주의를 내세울 경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의 동맹, 유사입장국들이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더 이상 미국의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경우 각자의 안보를 위한 자구책을 준비할 것이고, 이는 국제질서의 안정과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다. --------------------------------------------------------------------------------------- 1) Jonathan Masters and Will Merrow. “How Much U.S. Aid Is Going to Ukrain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May 9, 2024, https://www.cfr.org/article/how-much-us-aid-going-ukraine. 2) Maria Kostenko, Andrew Carey, Frederik Pleitgen, Tamar Michaelis, Samantha Waldenberg and Daria Tarasova-Markina. “‘Thank You America!’: Ukraine’s Zelensky and Israel’s Netanyahu hail House passage of $95 billion foreign aid package.” CNN. April 20, 2024, https://edition.cnn.com/2024/04/20/world/foreign-aid-bill-ukraine-israel-thank-you-intl-latam/index.html. 3) Elliot Ackerman. “Winning Ugly: What the War on Terror Cost America.” Foreign Affairs. August 24, 2021,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united-states/winning-ugly-war-on-terror-elliot-ackerman. 4)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17), p. 25. 5) 원문은 다음과 같음. “The PRC...is the only competitor with both the intent to reshape the international order and, increasingly, the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advance that objective.”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8. 6) 신상진, “시진핑 신시대 중국의 대만정책과 양안관계의 변화: ‘평화발전’에서 ‘평화통일’로의 이행,” 『중소연구』 제43권 3호 (2017), pp. 47-79. 7) Luke P. Bellocchi, “The Strategic Importance of Taiwan to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Part One,” Parameters 53, no. 2 (2023), pp. 61-77. 8) 원문은 다음과 같음. “U.S. interests are best served when our European allies and partners play an active role in the Indo-Pacific ... we want our Indo-Pacific allies to be engaged cooperatively with our European allies on shaping the order to which we all aspire...”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17. 9) GDP 데이터는 World Bank 데이터를 활용하였음. World Bank, “GDP (current US$),”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NY.GDP.MKTP.CD?view=chart. 10) GDP 데이터는 World Bank 데이터 활용하였음. World Bank, “GDP (current US$),”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NY.GDP.MKTP.CD?view=chart. 11) 군비지출 규모 데이터는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 데이터 활용하였음. SIPRI, “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https://www.sipri.org/databases/milex. 12) The Economist, “Trump and other populists will haunt NATO’s 75th birthday party.” July 4, 2024, https://www.economist.com/international/2024/07/04/trump-and-other-populists-will-haunt-natos-75th-birthday-party.  13) 실제로 영국 언론 Financial Times와 독일 Ifo Institute는 NATO 유럽 회원국들이 GDP의 2% 수준으로 군비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연간 추가로 560억 유로가 필요한데 이미 거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이들이 과연 이를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였다. Martin Arnold, Paola Tamma, and Henry Foy, “Europe faces €56bn Nato Defence Spending Hole,” Financial Times, March 16. 2024, https://www.ft.com/content/99facdd9-bb1d-4ed3-93ef-d059acf4b0ce. 14) 달러 가치 기준 일본의 군비지출 감소는 엔화약세 정책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군비지출 규모는 SIPRI 데이터에 결측치가 많은 관계로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15) Nikkei Asia, “Japan set to increase defense budget to 2% of GDP in 2027,” November 28. 2022, https://asia.nikkei.com/Politics/Japan-set-to-increase-defense-budget-to-2-of-GDP-in-2027. 16) 민정훈,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의 의미와 함의,” IFANS FOCUS 2023-22K (2023년 6월). 17) 이효영,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의미와 쟁점 및 대응방안,” IFANS FOCUS 2022-22K (2022년 8월) 18) Hwee-rhak Park, “The South Korea-US Alliance under the North Korean Nuclear Threat: A Reluctant Return to the “Autonomy-Security Trade-Off”.” Pacific Focus 34, no. 3 (2019), pp. 447-472: Min-hyung Kim, “Why Nuclear? Explaining North Korea’s Strategic Choice of Going Nuclear and Its Implications for East Asian Security,” Journal of Asian and African Studies 56, no. 7 (2021), pp. 1488-1502. 19) 최종현 학술원, “제2차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갤럽 여론조사 결과 공개.”2024년 2월 6일, https://www.chey.org/Kor/Event/eventView.aspx?seq=186&V_SEQ=143. 20) 미국은 동맹, 유사입장국 사이에서의 핵확산은 막되 이들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는 부담을 분담하기 위해 군비지출 확대, 즉 재래식 전략 강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 정승철 (국립부경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現 국립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 관심분야는 국제안보,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Journal of Asian and African Studies), “The Impact of the US and China on ROK-DPRK Relations, 1993-2019: An Empirical Analysis using Event Data” (Asian Survey), “China–DPRK Relations, China’s Rise, and DPRK Aggressions toward the ROK–U.S., 1990–2021” (Asian Survey), “A Power Distribution Shift between the ROK–U.S. and China–DPRK Blocs and Its Impact on Inter-Korean Relations, 1990–2021”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The Effect of Partisan Identity on Individual’s Economic and Political Attitudes: An Empirical Analysis on the South Korean Case” (Korea Observer) 등이 있음.
  • [JPI PeaceNet] 2024-8 국제 다중분쟁에 대응하는 미국의 리더십 양상과 전망
    저자
    김수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 조교수)
    발간호
    2024-07
    편집 : 김수연 연구원 김수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 조교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웹스터 대학교 아크라 캠퍼스에서 국제관계학을 강의하였으며, 202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에 재직 중이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 아프리카 아시아 연구센터 공동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국제정치경제, 아프리카-아시아 외교 관계, 문화를 활용한 개발협력과 공공외교 등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한다. 지구 남반구의 디지털 격차를 남남 연대감과 짜증이라는 감정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 Almost South-South solidarity: The frustration of K-pop fans (but not true fans) in South Africa,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 26(5): 518-535 을 최근 출판하였다.
  • [JPI PeaceNet]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후: 아프리카 외교의 발전형 국가 모델
    저자
    김수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 조교수)
    발간호
    2024-07
    [기획자 註] 본고는 지난 6월 초에 개최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로 만들어진 모멘텀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본다. 한국은 2022년에 발표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외교적 지평과 영향력을 아프리카까지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수립한 바 있으며,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對아프리카 외교는 타지역, 그리고 강대국을 대상으로 한 외교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며, 본고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djpark@jpi.or.kr)]  서론: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종료하였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를 주제로 열린 2024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와 최초로 진행한 다자정상회의였다. 한국 언론은 “아프리카 54개국 중 쿠데타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약을 받고 있지 않은 나라 48개국 모두 참석하였으며, 이 중 25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날씨마저 도왔다,” “아프리카 대통령과 배우자가 한국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다,” 등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흥행’을 중심으로 보도하였다.  물론, 참석자의 수를 성공적 개최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번 정상회의는 성공적이었다.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일대다(一對多) 형식의 외교 행사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잃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다자외교가 이탈리아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때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이런 형식의 외교에 반감을 표시하면서 당시 본인은 이탈리아와 지척에 있는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석한 정상급 인사의 숫자만으로 아프리카가 다른 나라보다 한국과의 협력에 더 적극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정상급 인사가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상대국과의 협력에 더 적극적이거나 혹은 소극적이거나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아프리카 국내정세를 포함한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G20의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이며 국제정치 무대에서 아프리카를 대변하는 중요한 국가이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입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입 대상국이며, 우리의 대아프리카 주요 수출 대상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유치’하는 데 실패하였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일주일 전에 총선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즉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우리와의 협력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참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벌어지는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것이고, 이는 다른 여러 나라의 대표들이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비슷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분명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외교관계자 뿐 아니라, 학계, 기업 등의 전방위적 노력의 결과다. 또한, 이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긍정적이고 진심이 담긴 민간 교류의 결실이기도 하다. 더불어 한국의 기술력, 문화상품,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은 아프리카 각국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한국에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보편적인 아프리카 사람뿐 아니라 아프리카 정치 엘리트들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1)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 정부는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선 협력 분야로 △교역 및 투자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 △지속가능한 인프라 △직업훈련 및 교육 △디지털 전환 및 과학기술 △상호 이해 및 교류 증진 △평화·안보 등 7개 분야를 선정하였다. 농업을 중심으로 한 식량 분야협력, 디지털 협력, 핵심광물 협력, 무역과 투자의 확대, 학자간 교류 및 기술 협력을 통한 인적자본에의 투자와 교류 등 전략적 분야를 명확히 하고 협력 분야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나아가,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한국 외교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시작으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정기적인 모임이 제도화되었다. 그리고 이번 2024 회의를 ‘특별’ 회의로 격상시키겠다고 한 것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한국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약속하였고, 그해 12월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다. 이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따르겠다는 외교적 방향을 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영국, 호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인도-태평양 전략 보유한 다른 국가들과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한국의 인도-태평양은 특이성을 갖는데, 그것은 한국이 인식하는 지역적 범위에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리적 범위를 아세안과 인도를 중심으로 설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범위를 동일하게 설정하고 있지 않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인가?’라는 외교적 지도는 개별 국가의 외교적 상황과 목적 따라 다르다. 그리고 이는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아프리카 포함 여부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부 아프리카 및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들은 인도양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프리카까지 확장되어 있는지는 인도-태평양 전략 국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프리카를 언급하지 않는다. 해양안보,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그리고 기후변화를 이유로 아프리카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호주의 공식적인 인도-태평양 전략 또한 아프리카를 포함하지 않는다. 영국 역시 2022년 ‘인도 태평양 중시 정책(Indo-Pacific Tilt)’를 발표하면서, ASEAN, 호주 등의 국가와 협력을 더욱 강조하고 중국의 공격적 외교를 제지할 의향이 있음을 보였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다. 이는 경제력 및 군사력의 약화로 유럽의 지역 중견국으로 격하된 영국의 현실에 맞춰 외교력을 유럽-아시아 지역으로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2)  반면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설정에는 아프리카가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부 아프리카와 남부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접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10개국(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모잠비크, 남아공,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코모로, 세이셸)을 포함한다. 외교 관계자는 이 10개국으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 10개 나라를 관문(gateway)으로 활용하여 아프리카 전체를 우리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한국의 외교적 지평을 아프리카까지 넓히고 이 지역까지 외교적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한국 외교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이러한 한국 외교의 방향성과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공동선언문과 아프리카 외교의 방향성 이러한 외교 방향성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채택되어 발표된 공동선언문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공동선언문은 “1950년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6.25 전쟁 당시 소중한 참전과 지원을 계기로 시작된 한-아프리카 관계가 호혜적 협력관계로 발전해 왔음을 높이 평가한다. 선언문은 “우리는 상호 신뢰, 연대 및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양측간 파트너십의 특별함에 기반하여 한국과 아프리카가 새로운 차원의 전략적 협력을 구축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로 시작한다. 이는 한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정체성, 그리고 차별성을 보여준다. 과거 아프리카는 한국을 먼저 도와줬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의 아프리카 기여 외교를 호혜적으로 만든다. 이는 한국과 아프리카 모두 식민주의를 겪은 역사적 남반구라는 공통적 정체성에 기인하는데, 이는 한국 외교의 차별성과 철학을 명시하는 좋은 시작이다.  공동선언문에서 ‘기후변화, 식량 불안정, 분쟁, 보건 위기, 에너지 위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우선 과제를 언급한 것은 향후 한국-아프리카 외교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제에 중점적으로 외교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국가의 여러 정책간 정합성을 높이고, 효과적 외교활동을 항상성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공동선언문 내용은 주제인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체화되어 있으며, 선언문은 2030년까지 약 140억 불의 수출금융을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게 제공하고, 아프리카 ODA 규모를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함께, 2026년 한-아프리카 외교장관 회의에서 차기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한다.  선언문은 향후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속적인 외교적 의지를 표명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아프리카와 일대 다자간 외교협의체를 가장 먼저 시작한 일본의 경우, 이러한 선언문을 통해 공약(commitment)과 자국의 아프리카 정책방향을 전반적으로 제시하고, 각 정부 기관이 이 청사진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54개국에 조화롭고 통일성 있는 외교를 효율적이고 지속성 있게 진행한다는 강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구체화된 공동선언문을 통해서 한국 아프리카외교의 효율성, 효과성, 지속성을 추구해야 한다.  아프리카 무역 비중이 아직 낮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외교의 중요성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아프리카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1.4% 수입 1.2%로 높지 않다.3) 그리고 그 구조는 아프리카의 자원과 한국의 기술 집약적 제조 역량을 활용한 상품간 교환으로 교역의 보완구조가 뚜렷하다. 우리의 아프리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자본재이고 수입의 절반 이상이 1차 산품이다. 최근 아프리카의 교역 대상국은 지속적으로 다변화되는 추세이다. 기존 전통적인 교역 대상국인 중국, 프랑스, 미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아랍에미리트(UAE)나 한국과 같은 새로운 교역 대상국들과의 교역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은 역내 무역 파트너를 제외하면 17번째 큰 수출 대상국이며 13번째로 큰 수입 대상국이다. 현재 교역량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아프리카와의 교역의 중요성은 크다. 중국은 핵심 광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인데,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 자원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프리카 경제의 지속적 성장, 아프리카의 젊은 인구 등의 요인도 아프리카와의 교역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감안해야 하는 요인들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모로코, 탄자니아, 케냐 3국과 경제동반자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EPA)을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경제동반자협정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과 같은 시장개방을 포함한 공동번영과 협력을 강조하는 통상협정으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는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의 로비토 회랑(Lobito Corridor)은 좋은 예이다. 로비토 회랑은 대서양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와의 국경에서 시작하여 앙골라를 횡단하는 1,300km의 철도 노선이다. 녹색 및 청정 에너지 기술, 특히 EV 배터리 가치 사슬 제품과 관련된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면서 미국은 2023년 로비토 회랑을 건설하기 위해 관련 아프리카 국가에서 다양한 양해각서(MoU)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간 미국과 유럽에서 외면하던 아프리카의 인프라 구축은 오랫동안 중국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로비토 회랑을 통해 미국이 다시 아프리카의 인프라 개발에 참여한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로비토 회랑 프로젝트는 현재 난관에 봉착하였다. 2024년 타당성조사 결과, 로비토 회랑이 지나가는 길에 위치하는 광산의 대부분이 이미 중국의 소유나 관리하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70년대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이어주는 타자라(TAZARA) 철도를 건설하였으며, 이를 통해 내륙 국가인 잠비아는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구리 생산 및 수출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 철로는 최근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의 주요 수출 경로이다. 중국은 철도를 건설함으로써 자국이 필요한 구리나 코발트 등 원자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프리카는 이를 통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중국은 또한 현재 일대일로 핵심 사업의 일환으로 인도양 연안과 내륙의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새로운 표준궤 철도로 연결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과 핵심 산업의 많은 부분이 겹치는 한국의 경우, 이 핵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광물 확보가 중요하다. 로비토 회랑의 교훈이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이다. 발전형 국가 모델 기반 아프리카 외교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제도와 행정은 발전형 국가(developmental state) 모델의 습성이 남아있다. 강력한 컨트롤타워 혹은 파일럿 에이전시(pilot agency)가 중심이 되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며, 재원을 분배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발전형 국가 모델은 성공적으로 한국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모델이다.4) 그러나 이와 같은 발전형 국가 모델은 제품생산 위주의 산업 구조에서 지식산업, 창조산업의 역할이 증가하는 오늘 한국의 산업 구조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다고 여겨진다.  발전형 국가 모델은 비단 산업구조 변화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데, 특히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에서는 효율적이며 효과적일 것이다. 아프리카는 54개국의 다양한 나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평가들은 ‘아프리카는 국가가 아니라 대륙이므로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외교에서 아프리카 54개국을 개별적으로 상대할 재정적, 제도적, 인적 역량은 부족하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아프리카 외교로써 개발 협력이 추진되고 있지만 개발협력 역시 유상과 무상 개발 협력의 분절화, 그리고 정부기관 및 부처별 프로그램의 분절화가 큰 것이 제약으로 작용한다.5)  보다 근본적으로, 아프리카 외교의 주제는 다양할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강대국 외교와 상이하다. 난민, 개발 협력, 식량안보 협력, 기후변화 대응, 해적 등의 문제는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특수한 프레임워크(framework)를 통해 이해해야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 분야 협력은 한국과 아프리카 간에 더 보편적인 무역 협력, 지하자원 협력, 국제기구 안에서의 협력의 근본이 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외교는 한국 전체 국가 이익의 정합성이라는 큰 관점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더욱 요구된다.  한국 발전형 국가 모델에서 경제기획원은 파일럿 에이전시의 역할을 하는 핵심이었다. 이처럼, 아프리카 외교에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외교 주제와 외교 주체를 총괄하고, 조율하며, 이를 위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여 하나의 아프리카 외교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아프리카 외교를 위한 파일럿 에이전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파일럿 에이전시는 지역에 대한 이해, 경쟁국가들의 아프리카 외교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 산업의 경쟁구조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가 처한 국제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을 어우를 수 있도록 옛 경제기획원보다 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UN 총회 투표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아프리카 대륙과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는 중요하다. 한국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인 북한은 1970년대 당시 UN 무대에서 남한을 제치고 북한이 한반도의 정통성 있는 국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6) 북한의 아프리카 외교가 뚝배기 외교였다면, 한국은 냄비 아프리카 외교였다. 줄곧 투표 직전 이벤트성 외교에 급급했던 한국은 국제기구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앞으로도 한국-북한, 한국-일본, 한국-중국 간에 영토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이슈들이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회부될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안정적인 신뢰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은 아프리카 외교에서 후발주자이며, 경험이 많은 국가들에게 배울 부분도 많다. 일본은 그 대표적인 나라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만의 강점을 활용하여 접근해야 한다. 과거 식민 경험의 동질성 그리고 현재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막강한 소프트 파워는 한국 아프리카 외교의 엄청난 자산이다. 54개국을 바라보면서 분절화된 아프리카 외교 전략을 하나의 방향으로 아우를 수 있는 한국 아프리카 외교의 발전형 국가 모델을 제안하는 이유이다.    ---------------------------------------------------------------------------------------- 1) 김수원. 2024. “아프리카에서 누가 한국을 매력적으로 보는가?” 『아프리카 위클리 2024-25호』 한-아프리카 재단. 2024년 5월 29일, https://www.k-af.or.kr/load.asp?subPage=731.View&searchValue=%EC%8A%A4%ED%83%80%ED%8A%B8%EC%97%85&searchType=content&page=1&idx=8300. 2) James Crabtree, “Britain’s Surprisingly Enduring Tilt to Asia.” Foreign Policy, April 11, 2023, https://foreignpolicy.com/2023/04/11/uk-britain-tilt-indo-pacific-asia-strategy-review-aukus-cptpp-geopolitics/. 3) 양지원, 김나율, 허슬비. “Trade Focus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기념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한국무역협회(KITA), 2024년 5월 29일, https://www.kita.net/researchTrade/report/tradeFocus/tradeFocusDetail.do;JSESSIONID_KITA=08BC3F87FDA5840FCFAE3ABFA27A175F.Hyper?no=2601. 4) Suweon Kim, “Aggressive yet Benign: Korea’s Engagement in Creative Industries in Africa,”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olicy 26, no. 7 (2020), pp. 929-941. 5) Suweon Kim, “The Misadventure of Korea Aid: Developmental Soft Power and the Troubling Motives of an Emerging Donor.” Third World Quarterly 40, no. 11 (2019), pp. 2052-2070. 6) Suweon Kim, “Dynamics of Korea-Africa cultural engagements,” in Y Chang eds., South Korea's Engagement with Africa: A History of the Relationship in Multiple Aspects (Singapore: Palgrave Macmillan, 2020), pp. 133-158.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김수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 조교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웹스터 대학교 아크라 캠퍼스에서 국제관계학을 강의하였으며, 202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에 재직 중이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 아프리카 아시아 연구센터 공동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국제정치경제, 아프리카-아시아 외교 관계, 문화를 활용한 개발협력과 공공외교 등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한다. 지구 남반구의 디지털 격차를 남남 연대감과 짜증이라는 감정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 Almost South-South solidarity: The frustration of K-pop fans (but not true fans) in South Africa,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 26(5): 518-535 을 최근 출판하였다.
  • [JPI PeaceNet] 한국의 다자안보협의체 추진전략:  제32차 NEACD와 제21차 샹그리라대화에 다녀와서
    저자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발간호
    2024-06
    [기획자 註] 본고는 최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NEACD,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샹그리라대화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제2차 냉전시대’적 상황에서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갖는 의의를 도출하며, 이를 토대로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이 제주포럼과 서울안보대화와 같은 트랙 1.5 레벨의 다자국제회의를 적극 활용하는 등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획: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장(yhkang@jpi.or.kr)]  필자는 지난 5월과 6월, 도쿄와 싱가포르에서 각각 개최된 아태지역의 중요 다자안보회의에 참석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5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2차 동북아안보협력회의(Northeast Asia Cooperation Dialogue: 이하 NEACD)에 참석하였고, 6월 1일부터 2일까지 2일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이하 샹그리라대화)에 참가하였다. 후술하듯이 NEACD와 샹그리라대화는 탈냉전기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트랙 1.5 혹은 트랙 1 레벨의 다자간 안보회의체들이다. 필자는 그동안 연구서나 자료들을 통해 이 다자회의체의 의의와 역할에 대해 숙지는 하고 있었으나 직접 참가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우리 나라도 ‘글로벌 중추국가’ 구현의 관점에서 제주포럼이나 서울안보대화(Seoul Defense Dialogue, SDD) 등 다자간 국제회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참고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기로 한다.  제32차 동북아안보협력회의(NEACD): 5월8일-10일, 일본 도쿄 NEACD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분교의 세계분쟁 및 협력연구소(Institute on Global Conflict and Cooperation, IGCC)가 1993년부터 미 국무부의 지원을 받아 남북한 및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외교와 국방 당국자, 그리고 민간 연구자를 초빙하여 주로 북한 핵문제 등 동북아의 안보현안을 논의해온 트랙 1.5 레벨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이다. 매년 개최 장소를 달리해온 NEACD는 올해의 경우 주최측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테픈 해거드(Stephan Haggard) 교수 등이 일본 게이오대학의 진보 켄(Jimbo Ken) 교수 등과 협력하여 도쿄 롯본기의 국제문화회관을 회의장으로 삼아 개최되었다. 1.5 트랙의 안보대화답게 올해에도 미국에서는 국무부의 동아태 부차관보와 한반도 담당 국장,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부사령관 등이 참석하였고, 중국에서는 외교부의 한반도 담당 특별대표, 칭화대학 국제안보전략연구소 소장 등이, 일본에서는 외무성의 아태지역 담당 심의관과 방위성의 국제정책국장이, 한국에서도 외교부의 담당 국장 등이 각국 민간 연구자들과 함께 회의 기간 내내 발표와 토론에 적극 참가하였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루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정부 관료들은 불참하였으나 민간 연구자들이 현장에 참석하거나 모스크바와 연결된 화상을 통해 참가하기도 하였다. 다만, 2002년의 제13차 회의 때부터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이 줄곧 참석했다고 하는 북한은 언제부터인가 대표단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런 때문인지 회의 기간 내내 각국 참가자들은 지금은 북한 외상이 된 최선희 당시 외무성 국장에 관한 기억들을 소환하기도 하였다.  NEACD는 본회의(Plenary Meeting)와 국방정보공유회의(Defense Information Sharing Meeting)로 구성된다. 첫날 오전에 개최된 국방정보공유회의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로 각국 정부 인사들이 참가하여, 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방정책에 관한 중요 현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하였다고 전해진다. 우리 국방부는 별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으나, 외교부의 담당 국장이나 국방연구원 출신 연구자들이 한국 국방정책의 개요를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 일행은 첫날 오후에 개최된 본회의부터 참석하였다. 첫날 본회의는 2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각각 미일동맹 및 한미일 협력, 중국의 국방정책 등에 대한 패널리스트들의 발표와 그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둘째 날인 5월 9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된 본회의에서도 주최국 일본의 안보정책, 글로벌 안보질서 변화와 동북아 안보질서에의 영향, 경제안보 이슈 등의 주제로 세션별 패널리스트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셋째 날인 5월 10일 오전에도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본회의 세션들이 진행되었다. 채텀하우스 규칙(Chatham House Rule)에 따라 발표자들의 구체적인 성명은 밝힐 수 없으나, 미국측 참가자들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안보확보를 위해 쿼드를 결성하였고, 아세안 국가들의 안보를 지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안보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주일미군 사령부 관계자도 참석하여 미일동맹의 지휘구조와 주일미군의 일본내 역할을 부연 설명하기도 하였다.  일본 참가자들은 2022년에 책정된 일본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서 내용들을 소개하면서, 이같은 전략기조에 따라 자위대 통합사령부 신설이 추진되고 있고, 미일동맹 간에도 새로운 지휘구조가 논의되고 있음을 소개하였다. 미일동맹이 우주 및 사이버 영역에까지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미일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미일호, 미일필 등 소다자 안보협력이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측 발표자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이 추진되면서 미사일 방어나 정보공유, 우주 및 사이버 분야에서의 협력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분야에서도 3국간 협력이 추진되고 있음을 소개하였다. 향후에는 한일간 군수지원협정의 체결이나 역사 및 영토문제에 대한 갈등 극복이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추가되었다.  중국측 참가자들은 미국과는 다른 관점에서 아태지역 안보정세와 자국 안보정책에 대해 설명하였다. 중국측은 아태지역 안보정세가 유럽의 나토동맹과 같은 미국 중심의 안보체제 구축, 그리고 군사훈련 증대 등에 의해 블럭화가 대두하고 있고, 제2차 냉전적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중국은 일관되게 평화주의적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미국과도 상호존중이나 평화공존의 원칙에 따라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중국측 발표에 대해 미국측 민간 참석자들로부터는 미중관계 경색이 미국의 국익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며, 미중 상호 간에 위협론 불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러시아측 참석자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미국측 참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 증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필자도 러시아측 참가자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벨라루스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단행하거나 미국과 체결하였던 뉴스타트 조약을(New START Treaty) 탈퇴하는 등의 움직임이 국제 핵질서를 불안케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 참석자는 자신들은 나토의 공격 가능성에 대응하여 전술핵을 재배치한 것 뿐이며, 공격적 핵전략의 논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기존 핵전략의 변화는 없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북한 대표가 직접 참석하지 않았으나 중국과 러시아 참석자들은 나름대로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려 하였다. 러시아측 참석자는 평양에 신도시가 건설되는 등 나름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과 한국의 동맹 강화에 반응하여 북한이 공세적 대남정책과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중국측 참석자도 북한이 신냉전 인식 하에 현재 국제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측 참석자로부터 북한에 대한 관여 정책을 미 행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는 부연 설명이 제시되기도 했다. 도쿄에서 개최된 NEACD 회의에 대해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회의 기간 내내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의 담당 국장들이 참석하여 발표와 토론에 임하였고, 둘째 날 전체회의 점심 시간에는 외무성의 후나코시 다케히로(Funakoshi Takehiro) 사무차관이 일본식 도시락으로 오찬을 제공하면서 일본 외교에 대한 기조연설을 행했다. 후나고시 사무차관은 자신도 국장 시절 NEACD에 몇 번인가 참가하여 발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회의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개인적 소회를 밝히기도 하였다. 회의 종료 이후에는 외무성의 정무관으로 재임하고 있는 후카자와 요이치(Yoichi Fukazawa) 일본 중의원 의원이 참가자 전원을 외무성의 이이쿠라 공관으로 초대하여 만찬을 제공해 주었다.  NEACD 회의의 각국별 정부측 참가자들은 직책 변화에 따라 매년 달라질 수 있으나, 민간 참가자들은 큰 변화없이 같은 멤버들이 지속적으로 참석한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국적을 떠나 상호 간에 우정이 생기게 되고, 발표와 토론에서도 격의 없는 의견 교환이 가능해진다고 하였다. 민간 주도의 NEACD가 30여 년간 지속되면서 각국 간의 솔직한 의견교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이유가 이런 점들에 있지 않았을까 한다.  제21차 샹그리라 대화(Shangri-La Dialogue): 6월1일-2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 약칭 샹그리라 대화는 2002년부터 매년 각국 국방장관급 인사들의 참석 하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되고 있는 트랙 1 레벨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이다. 개최 장소인 샹그리라 호텔명을 따라 샹그리라 대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샹그리라 대화는 영국의 대표적인 국제안보분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IISS)의 존 치프먼(John Chipman) 이사장의 착상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1994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태동한 아세안지역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이 주로 각국 외교장관들의 참석하에 개최되고 있는 것을 관찰하면서, ARF 회원국들의 국방분야 각료들이 참석하는 다자간 협의체의 새로운 창설을 구상하였다. 이같은 구상을 당시 싱가포르 정부가 적극 수용하면서, 2002년부터 제1회 아시아안보회의가 샹그리라 호텔에서 개최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중국 국방부도 대표단을 파견하기 시작하여,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샹그리라 대화는 매년 미국과 중국의 국방부 수장이 상호 협의를 나누는 무대가 되어 왔다. 국방장관급 인사 뿐만 아니라 2009년의 호주 케빈 러드(Kevin Rudd) 수상을 비롯하여, 2010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2014년 일본의 아베 신조(Shinzo Abe) 수상 등이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하는 등 샹그리라 대화는 각국 정상들도 빈번하게 찾는 아태지역 대표적인 트랙 1의 다자안보협의체로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5월 31일부터 개최된 제21회 샹그리라 대화에서도 본회의, 특별회의, 그리고 참가국간 양자 및 소다자간 회의 등이 3일 동안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첫날 본회의에서 필리핀의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였고, 둘째 날 본회의에서는 미국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III) 국방장관 및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국방상 겸 대통령 당선자의 단독 패널 등이 한국, 프랑스, 캄보디아, 일본, 카타르, 리투아니아 국방장관들의 참가 패널과 같이 개최되었다. 셋째 날 회의에서는 중국 동준(Dong Jun) 국방부장의 단독 패널이 개최되었고, 뉴질랜드, 타일랜드, 캐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패널들이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세션에서는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이 직접 참가하여 연설하기도 하였다. 그 밖에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해양경비대 수상들이 참가하는 해양안보 특별회의도 개최되었다. 본 회의장 내에는 200여 명 이상의 각국 안보전문가들이 운집하여 각국 국방장관들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기도 하였다. 각국 국방장관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모니터링하다보니,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체적인 안보지형이 파악되는 듯이 보였다. 미국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중국 등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이나 오커스 등의 태세를 구축하였고, 향후에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과의 해양안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첫날 기조연설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필리핀 대통령을 비롯하여 한국의 신원식 장관, 일본의 기하라 미노루(Minoru Kihara) 방위상, 뉴질랜드와 캐나다의 국방장관 등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같은 인식을 보였다. 특히 신원식 장관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여 한미간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갖고 대화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명언하였다.  최근 중국 국방부장에 취임한 동준 해군 제독은 둘째 날 패널 발표를 통해 최근 국제정세가 패권경쟁 및 강대국간 권력정치의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방어적 국방정책 하에 포괄적 협력안보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 기조에서 미국에 대해서도 교류와 협력을 추구하고 대립을 회피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대만은 중국의 핵심적 이익에 속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아태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자율성 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장의 발표에 대해서는 플로어에서 비판적 질문들이 제기되었다. 미국 카네기 연구소의 이정민 박사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이나 인권침해 등의 행동은 국방부장이 표명한 말과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의 공식적 입장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론하였다.  한편 인도네시아 수비안토 국방장관은 차기 대통령 당선자이기도 해서 단독 패널에서의 프리젠테이션 기회가 부여되었다. 그는 대화와 협력은 중요한 안보의 수단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러한 기조에서 인도네시아가 비동맹 정책을 견지하면서 주변국들과 양호한 관계를 구축할 것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대해서도 외교적 대화 추진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말레이시아 국방장관도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 국면에서 자신들은 특정 국가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싱가포르 국방장관도 대화가 중요한 안보정책임을 강조하면서, 싱가포르는 미국과 맺은 조약은 유지하지만,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 과정에서 2만 여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납치되었음을 밝히면서 상대적 약소국의 입장에서 강대국과 전쟁을 치루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였다. 그러면서 스위스에서 개최예정인 국제평화회의에서 각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플로어를 가득 채운 각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뜨거운 박수로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성원의 뜻을 밝히는 가운데, 샹그리라 대화가 역사적인 막을 내렸다.  ‘제2차 냉전시대’적 상황에서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갖는 의의 국제안보문제 연구자들은 크게 현실주의 성향과 자유주의 성향, 혹은 전통적 성향과 비전통적 성향의 연구자들로 대별된다. 현실주의 혹은 전통적 성향의 연구자들은 적대국들에 대응하여 자국의 군사력 증강이나 동맹 체결을 중요한 안보정책 수단으로 간주한다. 반면 자유주의적 혹은 비전통적 성향의 안보연구자들은 잠재적 적대국까지 포함한 다자적 제도의 형성과 규범 창출을 중요한 안보정책 수단으로 인식해 왔다.1)  이번에 필자가 참가한 NEACD와 샹그리라 대화 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는 특히 자유주의 혹은 비전통적 성향의 국제안보 연구자들이 공동안보 또는 협력안보 개념을 제기하면서 중시해온 안보정책의 수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다자적 안보협의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형성된 것은 미소 간의 냉전적 대립이 해소된 1990년대 이후의 일이다. 미소 냉전체제가 해체된 이후 아시아의 정치가들과 연구자들은 냉전기의 미소 대립 완화에 큰 역할을 하였던 유럽안보협력회의(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CSCE)와 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동아시아 및 아태지역에는 부재한 현실에 주목하였다. 냉전기에 유럽의 나토(NATO) 조약 소속 국가들과 바르샤바 조약(Warsaw Pact) 가맹 국가들이 함께 참가하여 상호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신뢰구축을 도모하였던 CSCE와 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도 설치되어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남북한 간의 상호 불신과 대립 가능성을 낮추고 신뢰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2)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1994년 아태지역 주요 국가들의 외교부처 장관들이 정례적으로 참가하는 아세안지역포럼(ARF)이 트랙 1의 다자간 안보협의체로 결성되었고, 같은 시기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트랙 1.5 레벨의 다자간 안보협의체로서 NEACD가 태동한 것이다. 그리고 2002년부터는 각국 국방 관련 장차관급 다자간 협의체로서 ‘샹그리라대화’가 발족되었다. 이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는 비슷한 시기에 가동되기 시작한 아세안+3 회의체, APEC, CSCAP 등과 더불어 탈냉전의 시대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각국들이 공동으로 참가하여 상호 정책방향과 인식을 공유하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상호협력을 도모하는 제도적 토대가 되어 왔다. 1990년대 초반, 미소 냉전체제의 와해와 더불어 전개된 탈냉전기의 시대에 영토와 역사, 지정학적 측면에서 대립의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던 역내 국가들이 그나마 상호 대립을 회피하고 안정된 질서를 형성하게 된 근저에는 이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들의 존재와 역할이 어느 정도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 국면이 전개되고, 특히 2014년의 크림 반도 침공과 2022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 간에도 군사적 대립이 노정되면서, 국제질서가 제2차 냉전의 구도로 긴장 국면을 재조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3) 이같은 제2차 냉전시대적 상황 하에서 개별 국가들은 잠재적 적대국들을 포함한 다자안보협의체에서의 대화보다는, 직접적 군사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나 유사입장국가(like-minded countries)들과의 네트워크 확대를 안보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선택하게 된다. 이같은 안보정책 선택이 불가피한 점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제공할 수 있는 안보정책적 효과를 도외시해선 안될 것이다.  제2차 냉전시대적 상황에서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에서는 이번의 NEACD 회의나 샹그리라 대화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전략적 경쟁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에 전략적 상황에 대한 이견도 노출되고, 여타 국가들도 불가피하게 선택을 강요당하는 국면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적대국들과도 상호 대화를 지속하고 협력의 채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안보상황의 파국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잠재적 적대국들이 이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 참가 없이 상호 고립으로 치닫고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이 안보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4)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은 국제정세의 불안정화, 그리고 북한의 핵전략 증대와 공세적 전략 노골화 속에서도 다자간 안보협의체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지속할 필요가 있고, 북한 등의 참가를 인내심 있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가 추구해야 할 다자간 안보대화 전략 한국도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갖는 안보적, 외교적 의의에 대해 인식하면서, 타국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적극 참가해 왔을 뿐 아니라, 우리 나름의 다자간 안보협의체 플렛폼도 구축해 왔다. 2001년부터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고 있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그리고 2012년부터 국방부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는 서울안보대화(SDD)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샹그리라 대화 등이 국제안정의 중재자로서 싱가포르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듯이, 한반도 및 인태지역 평화와 안정의 주도국가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필자가 NEACD나 샹그리라 대화에 직접 참여한 소감을 바탕으로 볼 때, 이러한 플랫폼들이 지역 안보의 공공재로써 보다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려 사항들이 필요할 듯 하다. 첫째, 한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이 어떠한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가에 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논리의 틀이 필요하다. NEACD나 샹그리라대화에서 접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발표는, 타국의 공감을 얻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비교적 일관된 논리체계에 입각해 있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패권을 추구하고 있지 않고, 대외적으로 평화공존의 원칙을 지향하지만, 핵심 이익은 견지할 것이라고 하는 메시지가 도쿄에서나 싱가포르에서나 일관되게 발신되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도 수년 전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 현지 당국자들로부터 들었던 설명이나, 이번 샹그리라 대화에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행한 프리젠테이션이 비교적 일관된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미중 전략적 경쟁 국면에서 자신들은 어느 한편에 가담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통해 주변국들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한다고 하는 외교정책적 입장이 수미일관되게 표명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우리의 경우에는 정권의 변화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안보나 외교정책에 대한 설명이 일관성을 갖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예컨대 올해 샹그리라대화에서 신원식 국방장관의 프리젠테이션은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으나, 이전 정부의 시기에는 동맹국 미국과의 차이점도 적지 않게 드러난 바가 있었다고 전해진다.5) 따라서 글로벌 중추국가 위상을 가진 한국의 외교와 안보정책이 정권의 변화에 무관하게 대외적으로 일관성 있는 원칙 하에 추진되고 있음을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노력이 경주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자간 안보협의체에의 적극 참가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우리의 대외정책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책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외교와 국방당국, 나아가 대통령실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올해 NEACD 회의의 경우 일본은 외무성과 방위성이 적극 참가했을 뿐 아니라, 오찬과 만찬을 준비해 주었다. 샹그리라대화의 경우에 싱가포르 국방장관 뿐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참가자들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우리의 경우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인지, 정책당국에 따라 참가가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한 만큼 부처를 가리지 않고 국제회의에서의 발신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5년 샹그리라 대화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한국의 안보 및 국방정책을 각국 주요 각료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이 최근 수년 동안 NEACD나 ARF 국방대 총장회의 등 역내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사실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사례에서 보듯, 개별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고립될 경우, 예측 곤란한 대외정책을 선택할 위험성이 적지 않다. 공세적 대외정책을 전개하는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국제무대와 다자간 회의체제에 유도하려는 다각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내에서 개최되는 제주 포럼과 서울안보대화가 여타 다자안보협의체 이상으로 한국 외교안보정책 추진에 중요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정부나 지자체가 공동으로 인식해야 한다. 체제나 이념을 달리하는 국가들에게도 폭넓게 문호를 개방하고, 상호 추진하는 정책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회의의 의제 설정이나 진행 방식 등에서 우리의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려는 다각적인 접근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  1) 이신화, “비전통안보와 동북아 지역협력,” 『한국정치학회보』 제42집 2호 (2008), pp. 411-434 참조. 山本吉宣,「地域統合理論と東アジア共同体」毛里和子 編『東アジア共同体の構築1:新たな地域形成』(岩波書店,2007)도 참조. 2) 이에 관한 당시 한국 연구로는 홍규덕,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관련국들의 전략과 대응책”,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한국전략문제연구소, 1994), 일본 연구로는 西原正「アジア․太平洋地域と多國間安全保障協力の椊組み:ASEAN地域フォーラムを中心に」 『國際問題』 415 (1994) 참조. 3)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음 논문들 참조. “미중간 전략적 경쟁과 한반도 주변지역 군사분쟁 전망,” 『국가전략』 제28권 1호 (2022), pp. 33-5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 안보질서에의 영향: 제2차 냉전시대의 서막,” 『원광 군사논단』 제17호 (2022). 4) 그런 점에서 북한이 NEACD 등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에서 이탈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박영준, “남북 무합의 시대의 안보전략”. 『세계일보』 2024년 6월 9일,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609507476. 5) 정은숙 박사는 2019년 샹그리라 대화에서 한국 국방장관이 북한 핵문제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아, 미국의 그것과 차이를 드러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은숙, “제18차 샹그릴라대화: 미중 갈등과 아시아 안보,” 『정세와 정책』 2019년 제9호 (2019년 6월 18일).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현재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겸 부설 국가안보문제연구소 소장. 일본 도쿄대학에서 박사 학위 취득 이후 국방대학교 교수에 임용되어 국가안보론, 일본군사론, 동북아 국제관계, 전쟁과 평화 등의 주제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해 왔고, 미국 하버드대학의 Progam on US-Japan Relations의 방문학자로서 미일동맹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했다. 박사논문을 번역한 『해군의 탄생과 근대 일본』 (2014)을 포함해 『제3의 일본』 (2008), 『한국 국가안보전략의 전개와 과제』 (2017), 『제국 일본의 전쟁, 1868-1945』 (2021) 등의 단독저서와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하였다. 매일경제, 중앙선데이,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세계일보, 문화일보 등에 국제안보관련 칼럼을 집필해 왔으며, 대통령실 국가안보회의, 외교부, 국방부의 정책자문위원, 통일부의 통일미래기획위원,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JPI PeaceNet]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일호 국방협력의 동향과 시사점
    저자
    이수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발간호
    2024-05
    [기획자 註] 본고는 지난 5월 2일,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제13회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의 주요 내용과 의의를 살펴봄으로써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추구하고 있는 격자형(lattice-like) 안보 아키텍처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 등 3국간 국방협력의 역할과 동향을 파악함으로써, 이러한 흐름과 변화가 한국의 국방안보 전략에 어떠한 함의를 지니는지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제언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1. 서론 지난 5월 2일 미국 하와이에서 제13회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었다. 이 회담은 국내 뉴스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첫째, 미일호 협력은 미국이 최근 추구하고 있는 격자형(lattice-like) 안보 아키텍처에서, 한미일 협력에 이은 새로운 격자이다.1)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의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협력에 있어 일본은 ‘상수’라고 공식화했다. 또한 미일호 3국 국방장관은 “미일호 국방협력은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둘째, 이번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은 미국과 일본 간 ‘국방통합’을 예고한 미일 정상회담 이후 개최되었다. 그래서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지난 2년과 비교해 3국간 국방협력에 관한 실질적인 진전계획을 담고 있다. 셋째, 미일호 국방장관은 필리핀 국방장관과 함께 제2회 미일호필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면서, 남중국해에서의 4자 국방협력 심화 방침을 선언하였다. 이들은 4월 7일 필리핀 EEZ에서 4개국이 처음으로 실시한 실전적인 연합연습(‘Maritime Cooperation Activity’)에 주목하면서, 국방협력을 위한 정보공유 및 조율 절차를 발전하기로 하였다.2)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된 이 글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내용과 함의를 고찰한다. 둘째,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일호 국방협력의 역할과 동향을 이해한다. 글은 다음 순서로 전개된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 개념이 제기된 배경과 작동원리를 설명한다. 이어 2024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 결과에 비추어 3자 국방협력의 동향을 검토한다. 그리고 향후 주목해야 할 3자 국방협력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국방정책에 참고해야 할 시사점을 도출한다.  2.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목적과 등장 배경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기반한 지난 70여년 간의 지역 안보 아키텍처를 변환하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인태 지역의 전략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양자 동맹체제(hub-and-spoke system)가 조정의 대상이다.3)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기존의 양자 동맹을 현대화하고, 각기 특별한 목적을 가진 소다자협력체를 만들고 엮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소다자협력체는 참여국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형성되며, 형성과 운영에 있어 유연하다.4)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각 구성요소는 “강하고, 회복력을 갖추고 있으며, 상호강화적인 관계로 협력”하는 것을 상정한다. 대수학에 기원을 둔 ‘격자형’이라는 개념은 상호보완을 통한 우선순위의 구조, (이를 통한) 조합의 최적화, 규칙적인 연결성과 배열성, (이를 통한) 구조적 완결성과 기능의 향상을 추구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5 (파이브 아이즈), 4 (쿼드), 3 (오커스), 2 (양자동맹)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규정한 바 있는데, 미국으로서는 이들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핵심이다.5)  미국이 이러한 변화를 도모하는 일차적 목적은 ‘민주주의’가 인간안보와 세계안보를 위한 보다 유능한 체제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있다.6) 즉, 미국은 자국의 우세(primacy)를 유지할 수 있는, ‘현대화된’ 규칙 기반의 질서를 형성하고 지탱하고자 한다.7)  이러한 개념을 국가안보전략에 도입한 이는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이다. 그는 2021년 11월 호주 Lowy 연구소와 가진 화상강연에서 격자형(“latticework”) 안보 구상을 처음으로 언급하였다. 이 개념은 이후 백악관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2022년 2월),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2022년 10월)을 통해 공식화되었다.8)  바이든 행정부가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 개념을 도입한 배경은 전략환경 인식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향후 ‘결정적 10년’ 동안, 미국의 리더십 재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도전으로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 의한 국제질서 변경 도전’과 ‘초국가적 위협’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9)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이러한 양대 전략적 도전에 대응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증진하는 접근법으로 제시되었다. 구체적으로 첫째, 바이든 행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권위주의 국가를 비롯한 모든 국가와 협력하는 한편, “민주주의 국가, 그리고 유사입장국(like-minded states)과 협력을 심화”하겠다고 선언하였다.10) 그러므로 격자형 안보협력의 구성국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고, 정치 체제에 관계없이 미국과 뜻을 함께하는 국가이다.  둘째,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인태 지역의 역내외에서 “연결성을 형성하고”, “집합적 역량을 키우고”, “집합적 힘을 모아서 행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부연하면 격자형 안보협력은 집단적 행동을 전제로 하며, 주된 공간적 범위는 지정학적 중심지인 인태 지역이다. 참여 국가는 인태 지역의 동맹국과 뜻을 함께하는 국가는 물론, 유럽연합/NATO 회원국도 포함한다.11)  셋째,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과 국제기구, 그리고 규칙을 ‘현대화(update)’해야 할 필요성을 반영한다.12) 즉, 바이든 행정부는 “전 영역(all-domain)에서의, 또는 어떠한 형태의 침략도 격퇴”하고, 강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동맹의 능력을 현대화하여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를 달성하고자 한다.13) 여기서 추론할 수 있는 가정은 통합억제는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가 목적대로 작동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이다.  3.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와 통합억제 그렇다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각 구성요소는 어떻게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통합억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 또한 상호강화적인(mutually reinforcing) 협력은 어떠한 논리로 가능하며, 어떻게 구현되는가?  동맹 능력 현대화와 관련하여, 바이든 행정부는 “통합되고, (상황에 맞는) 기동력을 갖추고(maneuverable), 상호운용 가능한(interoperable)” 능력을 형성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14) 이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은 △ 동맹국과 첨단기술 및 방위산업 기반을 연결하고, △ 핵심기술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생산하고 수출하며, △ 국방기획의 매 단계에 동맹국을 참여시키는 것이다.15) 상호운용성 제고를 위한 연합연습과 정보·첩보 공유는 이러한 국방협력 체계에 자연히 뒤따른다.  아키텍처의 구성요소들 간 상호강화적인 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호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과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확대하는 미국의 관여가 요구된다. 다시 말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양자 동맹체제에 기반한 기존의 안보 아키텍처에 비해, 국익을 보호하고 보다 많은 공동선(common good)을 창출할 수 있는 미국의 유능한 리더십을 요구한다.16)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능력의 현대화와 더불어, 현상변경적(revisionist) 강대국의 경제적 강압을 차단할 수 있도록 동맹국 간 국방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첨단기술 공동개발·이전, 분업 생산 및 조기양산은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에 직결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방법은 상호강화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이익분배금이 되는 셈이다.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는 공공재 영역(사이버, 우주, 해양)에서 신기술 사용 규칙을 만들 것을 선도하여 국가주권을 보호하고, 유사시에는 신기술을 적시에 전장에 배치할 것을 약속한다.17) 이에 대해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다른 국가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을 강하고 보다 안전하게 만든다”면서 미국의 입장에서 상호이익의 함의를 부연한 바 있다.18)  다만, 이러한 공약은 미국의 동원가능한 국내 자원에 비해 국제적 평판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요구된다. 따라서 미국이 의도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참여국들 간 역할분담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전략적 가치와 능력의 측면에서) 참여국들의 ‘상호보완적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19) 또한 지역국가가 역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동안 그러한 역할을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공약한다.20) 그 구체적인 결과는 2024년 4월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타났다.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전략적 수준에서 국방기획을 일체화할 것과 지휘통제 및 작전능력을 통합할 것을 선언하고, 일본의 무기 수출 및 반격능력 확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였다. 지난 5월의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은 이러한 맥락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눈여겨봐야 한다.  4.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일호 국방협력의 역할과 동향 그렇다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일호 국방협력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아키텍처를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우세를 유지하기 위한, 미일호 국방협력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단서는 ‘격자형 동맹’ 협력이라는 개념을 학계에 처음으로 도입한 Heignbotham과 Samuels의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호주가 2016년에 프랑스 잠수함 구매 결정 계획을 발표하자 미국이 아시아 지역내 양자동맹체제를 격자형 동맹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당시 이러한 형태로 아시아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21) 이후 나타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모습은 이들의 정책제언과 상당 부분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잘 들어맞는 격자가 미일호 국방협력이다. 첫째, 미일호 국방협력은 아키텍처의 취지와 같이, 미국이 동맹국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동맹국이 서로 작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22) 그러므로 미일호 국방협력은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로의 진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첨단기술 및 방위산업 기반을 연결하는 미일호 방산협력은 경제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인태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23) 이를 방증하듯, 미국은 2024년 국방수권법을 통해 호주를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에서 규정하는 ‘국내기업(domestic source)’으로 지정하였고, 일본과는 2023년에 공급안보협정(Security of Supply Arrangement, SOSA)을 체결하였다. 일본과 호주는 다양한 사회·경제·군사적 파급효과를 가진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여, 국력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24)  셋째, 서태평양 전구를 방어하는 데 있어 미일호 국방협력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은 1도련선과 2도련선, 호주는 2도련선과 3도련선에 걸쳐있다. 미국으로서는 2도련선의 괌, 3도련선의 하와이를 방어해야 하는 사활적인 국익이 달려 있다. 미국이 미드웨이 해전(1942년)에서 판세를 뒤집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미국에 있어 일본과 호주는 전략적 종심을 형성하는 요체이다.25)  여기서 특기할 키워드가 ‘군도방위(Archipelagic Defense)’라는 작전개념이다. 2023년 8월, 미 합참은 향후 30년의 전략환경을 반영한 합동전투개념 3.0 (JP-1)을 발표했다.26) 2024년 5월 현재까지 동 작전개념은 전투실험 단계에 있다.27) 이 합동전투개념의 발전 과정에 혁신적인 기여를 한 연구가 바로 미국 국방부 총괄평가국이 수행한 군도방위 프로젝트이다. 미국 국방장관에 대한 자문기구인 총괄평가국(Office of Net Assessment)은 서태평양 전구 자체를 방어하는 합동작전개념이 없다는 국방장관의 지적에 따라, 2014년부터 대만 방어를 포함한 서태평양에서의 합동작전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기 연구결과를 발표한 2015년부터 일본 정부의 큰 반향을 얻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군도방위 개념은 중국이 침략할 경우, 일본과 호주는 즉각적으로 미국과 함께 싸울 수 있는 동맹이라 가정한다.28)  군도방위는 중국을 상대로, 1도련선을 따라 동맹국 및 우방국들이 방어가 가능한 군사력 균형을 달성할 것을 요구한다. 억제가 실패하면, 침략을 격퇴하고 전쟁을 단기에 종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1도련선 깊숙이 전개하여 후속전투에 유리한 작전환경을 조성하는 지상전력(육군, 해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동형 중장거리 미사일과 단거리 이륙/수직착륙(STOVL) 항공기로 무장한 지상군은 중국의 타격체계와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중국의 전력투사를 제약한다. 해군은 수상과 공중의 원거리에서 화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생존성 확보를 위해 유무인체계로 겹겹이 분산 전개하여 1도련선을 따라 방어선을 공고히 한다. 일본과 괌에서 출격한 공중전력은 제공권을 확보하고, 중국의 전략적 종심 확보를 저지한다.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내용을 근거로, 2024년 국방장관회담의 공동성명 내용을 △ 전력태세 발전과 △ 능력 현대화로 범주화할 수 있다. 그리고 전력태세 발전을 위한 3자 국방협력의 주안점은 다시 △ 연합연습, △ 자산보호임무(Asset Protection Mission, APM), △ 3자훈련, △ 조율, △ 파트너십 관여로 세분화할 수 있다. 능력 현대화를 위한 국방협력의 내용은 △ 다영역작전 능력 발전, △ 연구개발 및 시험평가(RDT&E)로 나눌 수 있다.  전력태세 발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군도방위 작전개념이 제언한 바와 같이, 일본·호주와 함께 전방 기반의 순환형 분산태세(forward-based and rotational distributed force posture)를 구축하여 전투개념을 실험하고 있다.29) 미일호는 4개 클러스터에 걸쳐 분산태세를 훈련하고 있는데, 한국을 포함한 일본 클러스터, 필리핀 클러스터, 괌을 비롯한 미크로네시아 클러스터, 호주 클러스터가 그것이다.30)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2024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의 결과를 검토하기로 한다. 먼저 2022~2024년 기간 동안 미일호 국방장관회담 결과의 진전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1. 미일호 국방협력의 진전 (2022~2024)] 연합연습과 관련, 미일호는 2023년부터 호주 북부에서 고강도 첨단 재래식 복합분쟁(complex and high-end conflict)에 대비한 연습(Southern Jackaroo)을 지속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2012년부터 호주 북부의 다윈(Darwin)에 순환배치하고 있는 미 해병대, 일본 육상자위대, 호주 육군이 참여한다. 미국과 호주는 공동투자 방식으로 2021년부터 호주 북부의 4개 구역에 사거리 실험시설(Ranges Upgrades), 훈련시설, 항공시설, 전투지원/유지보수시설 등을 대규모로 건설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사거리 실험시설에서는 새로운 중장거리 무기체계의 사거리를 시뮬레이션하고 실전훈련을 실시한다. 훈련시설에서는 시가전 훈련을 비롯하여 하이브리드전 대비태세를 강화한다. 호주 북부에서는 5,000km 이상의 원거리(중국이 개발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DF-27의 사정거리)에 위치한 일본/필리핀 클러스터에 다영역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31) 동시에 호주/미크로네시아 클러스터에 신속하게 대규모로 전방전개할 수 있다.  자산보호임무(APM)의 경우, 미일호 국방장관은 자산보호임무를 정례화하기로 하였다. 일본자위대는 2017년에는 미군, 2021년에는 호주군에 각각 자산보호임무를 시작했다. 이후 미일호는 2022년에 처음으로 3자훈련을 실시하였고, 이번 회의에서 자산보호임무를 3자 국방협력 임무로 규정한 것이다. 자산보호임무는 2015년 미일 신방위협력지침과 자위대법 제95조 2항에 근거한다.32) 이에 따라 일본자위대는 미국과 호주가 일본 방위에 기여하는, 즉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하는 활동을 할 때 생명 보호 및 무기 방호를 목적으로 제한적인 선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단, 미군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실제 전투지역에서의 활동은 제외된다. 자위대법 제95조 2항이 규정하는 ‘일본 방위에 기여하는 활동’은 △ 탄도 미사일 경보를 포함한 정보·감시·정찰(ISR) 활동, △ 수송 및 보급 활동, △ 연합/합동훈련 등이다.33) 방위성은 자산보호임무 결과를 공시하게 되어 있는데, 2021년의 경우 22회(미군 대상 21회, 호주군 대상 1회), 2023년에는 27회(미군 대상 22회, 호주군 대상 5회)를 실시하였다.  한편, 미일호 국방장관은 향후 우방국과 남중국해를 통과(transit)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일호는 지난 4~5월, 중국의 해상·공중 순찰(빈도와 강압의 수준 증가)에 대응하여 필리핀 EEZ에서 선박 폭침, 섬 탈환 등을 포함한 실전적인 연합연습(발리카탄 연습, Exercise Balikatan)을 실시하였다. 올해 발리카탄 연습의 경우, 한국 등 14개국이 옵저버로 참여한 가운데, 총 16,700명이 참여하였다.  3자훈련과 관련, 미일호는 상호접근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 RAA)을 활용하여 2025-2026년간 ‘모든’ 국가에서 F-35 합동타격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동맹국의 능력을 통합한 대규모 편대를 분산전개하여 신속 대응하고, 생존성을 확보하는 미 공군의 신속전투준비배치(Agile Combat Employment, ACE) 작전개념을 실험하는 것이다. 그간 일본과 호주는 2023년 8월 발효된 상호접근협정에 근거해 처음으로 각국의 F-35를 상대국에 상호배치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다. 일본과 호주는 일본에서 진행한 Exercise Bushido Guardian에서 능력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의 매 단계에서 전술·테크닉·절차(TTPs)를 숙달하였다. 이후 일본은 2023년에 처음으로 호주에서 대공/대함 미사일을 발사하였고, 미일호는 호주 북부의 장거리 무기체계 시험 훈련장에서 진전을 보았다. 한편, 호주는 2025년까지 75대의 F-35를 전력화할 계획이고, 일본은 F-35A에 탑재하는 합동타격미사일(JSM)을 2025년까지 전력화하여 스탠드오프 방위능력을 증강하게 된다.34) 이러한 미일호 F-35 합동타격 훈련은 3국간 능력통합은 물론, 급유·상호군수·정비 등을 포함한 F-35 공급망 생태계를 예고한다.  조율과 관련, 미일호 국방장관은 3자 정보공유를 가속화하고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정보감시정찰(ISR) 협력의 복잡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ISR의 복잡성을 형성하는 전 단계(데이터 수집–실시간 융합–분석–안전한 네트워크를 통한 전파–작전에의 통합)에서의 협력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3년 11월 미일호는 일본의 공해역에서 각국의 대잠초계기를 이용한 ISR 공조 훈련을 실시하였다. ISR 협력 고도화는 궁극적으로 신속한 지휘통제(C2)를 위한 것이다. 미일호 국방장관은 지휘소연습(command post exercise)인 킨 엣지(Keen Edge)에 호주의 참여를 환영하면서, 작전공조 협력을 발전시키기로 하였다.  파트너십과 관련, 지난 3년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 결과는 3국이 관여하는 국가의 우선순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략환경의 변화(중국-솔로몬 제도 안보협정,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와 지역 국가와의 협력의 진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의 경우, 파트너십 관여 순서는 [유럽–유사입장국-동맹] 순이었고 2023년에는 [‘아세안–태평양도서국(이하 태도국)’–유럽–유사입장국–동맹] 순이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아세안–태도국–유럽–‘인도–한국’–유사입장국–동맹] 순으로 관여 순서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다영역작전 능력 발전 및 연구개발의 경우, 미일호는 중국에 대한 우위 영역으로 통합대공미사일방어(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IAMD), ISR, 해저전 능력 발전을 강조해왔다. 2024년 들어서는 통합대공미사일방어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은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인태 지역의 통합대공미사일 방어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필요성은 ‘홍해 사태’를 계기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35) 미일호는 2027년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에서 처음으로 합동/연합 실사격 연습을 실시할 계획이다.  호주 정부가 2023년 「국방전략검토(DSR)」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호주는 통합대공미사일방어 체계와 능력 개발이 긴요하다. 이에 따라 2024년 5월 미일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체(GPI)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미일호는 오커스 필러 2(AUKUS Pillar 2)를 통한 통합대공미사일방어 능력 개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일호의 ISR 작전공조 및 지휘통제 협력 노선에 따라 우주 기반의 미사일 조기 경보, 탐지 및 추적을 위한 연구개발 협력과 훈련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호주는 물론, 영국 정부는 일본의 오커스 필러 2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36)  5. 한국 국방에의 시사점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전략서(National Defense Strategy, NDS)」는 미군 증원 전력이 뒷받침하더라도 ‘한국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우선 요구한다. 또한 미국의 싱크탱크 보고서는 역내 위기 시 한국이 한반도 방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만 또는 남중국해에서 무력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에 기대되는 역할은 한반도 근역으로 제한적이다. 이는 북한이 동시에 전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 때문인데, 양면전쟁(two-front war)은 미국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다.37)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국방은 ‘연합방위 주도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인태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상호보완적 기여’를 창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4개의 클러스터(일본, 필리핀, 호주, 미크로네시아)에서 전개되는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협력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 클러스터에서의 사태 전개와 안정성은 다른 클러스터의 그것에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일호 국방협력의 키워드에 착안하여 한국 국방에의 시사점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합대공미사일방어(IAMD)이다. 우리 국방당국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 따라, 한국형 3축체계 운용개념과 작전수행체계를 발전 중이다.38) 신규전력을 전력화할 때까지 작전수행체계의 전 단계에서 역량구축과 상호운용성 제고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군은 지역국가와 함께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가 운영하는 태평양 통합대공미사일방어센터(PIC)에서 교육교류 협력을 하고 있으며, 실전적인 연합연습인 탈리스만 세이버와 림팩(RIMPAC)에 참여하고 있다.39) 한편 조기경보 및 정보공유와 관련하여, 한미일 협력에서 우주가 새로운 의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주한미군 우주군을 모델로 주일미군 우주군 창설을 준비 중이다.  둘째, 지휘통제 협력이다. 일본의 통합작전사령부 설치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합동군본부(Joint Force Headquarters, JFHQ) 창설(예정)을 계기로, 인태 전구에서 미일호 간 전영역 지휘통제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40) 미일호 지휘통제 협력의 동향과 전략적 함의, 필리핀을 비롯한 지역국가들의 협력 수준과 범위를 주시해야겠다.  셋째, 정보보안을 강조하는 인도태평양 미션 네트워크(USINDOPACOM Mission Network, IMM)이다. 지휘소 연습인 킨 엣지(Keen Edge Exercise)에서 미일호는 제로 트러스트 보안 네트워크를 시험하였다. 미국 국방부는 2027년까지 네트워크 모델을 개발하고, 동맹국 참여 범위를 확대하여 전력에 통합하고, 림팩(RIMPAC)과 같은 연합훈련에 적용할 계획이다.41)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서 추진하는 우리 군의 합동 전영역지휘통제(JADC2) 체계42)와 미국이 제로 트러스트 기반으로 동맹국과 운용하고자 하는 Combined JADC2 간 상호운용성이 요구된다.43)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요구하는 IMM은 방산협력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IMM의 확장성을 유의깊게 관찰해야겠다.  넷째, 자산보호임무(APM)이다. 자위대의 자산보호임무는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경보, 일본의 반격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2024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에서 미측은 일본의 반격능력 도입 진전에 주목하면서, 일본이 능력을 도입하면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미일 협력에서 정보공유와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섯째, 상호접근협정(RAA)이다. 상호접근협정은 전진 기반의 분산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근거로 쓰이고 있다. 향후 상호접근협정이 국방협력의 클럽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상호접근협정이 가진 기회와 위험 양가적인 함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태도국에 대한 기여이다. 2024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 공동성명에서 파트너십 관여 국가로 한국을 직접 언급한 만큼, 한국은 태도국에 대한 안보 기여 요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 태도국에 대한 기여를 공약하였다. 운용 가능한 해군전력을 고려하면, 대양주 항로에서의 해양안보 협력은 제약이 있다. 한편 특기할 사실은 태도국에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발생한 지뢰·불발탄이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미일호 국방장관은 태도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발탄 제거 지원을 발표했는데, 미국이 거의 전담하고 있다. 한국은 다년간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를 통해 강점을 가진 지뢰·불발탄 제거, 해양쓰레기 제거, 군·경찰을 대상으로 한 폭발물 제거(EOD) 교육훈련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 1) 후술할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내용에 비추어볼 때 또 다른 잠재적인 격자는 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된 ‘한국-미국-인도’ 3자협력이다. 2024년 3월 12일 한국·미국·인도 정부는 서울에서 한미인 핵심신흥기술대화를 개최하였다. 2) 연합지휘통제(C2) 일체화 수준은 분리(deconflicted)-조율(coordinated)-통합(integrated)-통일(unified)로 심화된다. 3) 정태적이고 조직화된 형태를 가리키는 체계(system)와 달리, 아키텍처는 외부환경-구성요소-구성요소 간 관계-작동원리 등의 역학관계를 반영하는 동태적인 개념이다. 4) Lowy Institute, “2021 Lowy Lecture — Jake Sullivan, US National Security Adviser,” November 11, 2021, https://www.lowyinstitute.org/news-and-media/multimedia/video/2021-lowy-lecture-jake-sullivan-us-national-security-adviser. 5) “US trying to create Asian NATO with Blocs to 'suppress' China: FM Wang Yi,” Business Standard, March 7, 2022, https://www.business-standard.com/article/international/us-trying-to-create-asian-nato-with-blocs-to-suppress-china-fm-wang-yi-122030701343_1.html. 6) Jake Sul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Foreign Affairs, October 24, 2023,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sources-american-power-biden-jake-sullivan;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ctober, 2022), p. 12. 7)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17; p. 32. 8)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Foreign Affairs 기고문(2023년 10월)에서 “latticework of cooperation”, 그리고 미일 정상회의 사전 브리핑(2024년 4월)에서는 “multilateral lattice-like strategic architecture”을 언급하였다. 또한 램 임마뉴엘(Rahm Emanuel) 주일 미국대사는 미일 정상회담 이후 “lattice-like structure”를, 그리고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연설(2024년 6월)에서 “a new convergence quite different from hub-and-spokes model”를 언급하는 등, 격자형 개념은 미국이 추구하는 협력의 방식·국제 구도·아키텍처 등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이 개념은 바이든 행정부의 설명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용어로 자리 잡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근미래에 인-태 지역에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가 등장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아키텍처로 개념화하고자 한다.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경우, 호주 총리와의 대담에서 AUKUS에 대한 공식적인 찬성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후보의 정책공약집으로 알려진 「Project 2025」는 대중억제를 위한 공세적인 외교를 주문하고 있으며, ‘QUAD 플러스’, ‘Five Eyes 플러스’를 예고한다. 또한 트럼프 캠프의 백악관 안보보좌관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는 그의 저서 The Strategy of Denial (2021)에서 “반패권연합은 일부 양자 및 소다자동맹을 포함하는 한편, 비공식적이거나 준공식적인 연합”으로 운용할 것을 제언한다. 9)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p. 6-10. 10)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12; Sul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2023). 11)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17; The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United States (February, 2022), pp. 9-10. 12) Sul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2023). 13) 통합억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현상변경 도발과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개념이다. 통합억제를 구현하는 방법은 △ 전 전장영역(domain), △ 지역전구(theater), △ 분쟁의 전 스펙트럼, △ 미국 국력의 제 요소, △ 동맹과 우방국(능력·태세·대외정책)에 걸쳐, 국가와 상황 맞춤별로 요구되는 능력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p. 20-22; The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United States (2022), p. 12; U.S. Department of Defense, National Defense Strategy (October, 2022), p. 1. 14)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격자형 안보협력은 서로 다른 구조와 내용의 조합이라고 비유한다. 이렇게 보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수행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능력을 갖춘 상호호환 가능한 단위체들이 레고 블록처럼 상황과 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조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15)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p. 20-21; The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United States (2022), p. 13. 16) Sul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2023). 17)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21; p. 33. 18) US Department of Defense, “Speech: 'The New Convergence in the Indo-Pacific': Remarks by Secretary of Defense Lloyd J. Austin III at the 2024 Shangri-La Dialogue, June 1, 2024, https://www.defense.gov/News/Speeches/Speech/Article/3793580/the-new-convergence-in-the-indo-pacific-remarks-by-secretary-of-defense-lloyd-j/. 19) US Department of Defense, National Defense Strategy (2022). p. 2. 20) The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United States (2022), p. 9. 21) Eric Heginbotham and Richard J. Samuels, “Poor Substitute,” Foreign Affairs, May 3, 2016,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australia/2016-05-03/poor-substitute; “What's next? Challenges ahead for President Biden,” MIT Center for International Studies Magazine (Fall, 2021), https://cis.mit.edu/publications/magazine/what-next-challenges-ahead-president-biden. 22) Heginbotham and Samuels, “Poor Substitute” (2016). 미국은 2022년 10월 국방전략서(NDS)를 발간했고, 곧이어 일본은 12월에 국가방위전략을 발표했다. 호주는 2023년 4과 2024년 4월에 국가 국방전략 검토서와 국방전략서를 각각 발표했다. 3국은 공통적으로 국방전략서에서 통합억제를 주요하게 다룬다. 23) Heginbotham and Samuels, “Poor Substitute” (2016); Michael J. Green, “Multipolarity in the Indo-Pacific: Lessons for Australia from the Past and Present” United States Studies Centre, February 29. 2024, https://www.ussc.edu.au/multipolarity-in-the-indo-pacific-lessons-for-australia-from-the-past-and-present. 24) Australian Government, “US Congress progresses AUKUS,” December 18, 2023, https://www.minister.defence.gov.au/statements/2023-12-18/us-congress-progresses-aukus.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의 구체적인 예는 고용 창출, 소득 증가, 수출 증가, 물류연계 가속화를 통한 연계산업 발전 및 교역 증가, 기술혁신을 통한 성장기반 확충 등이다. 25) 오커스 결성에 관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결정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오커스 결성을 이해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오커스 결심에 대해서는 Lowy Institute, “2021 Lowy Lecture — Jake Sullivan” (2021)를 참고. 26) 기밀로 분류된 합동전투개념 3.0(JP-1)은 정보우위, 지휘통제, 합동화력, 경쟁적 군수, 사이버영역과 우주영역을 통한 확장기동(expanded maneveur)을 전투 필수요소로 담고 있다. 27) “DoD’s Warfighting Concept with the Vice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May 1, 2024, https://www.csis.org/events/dods-warfighting-concept. 28) Andrew F. Krepinevich Jr., Archpelagic Defense 2.0 (Hudson Institute, September 14, 2023), p. 73. https://www.hudson.org/archipelagic-defense-2-taiwan-china-japan-australia-deterrence-us-navy-andrew-krepinevich-jr. 29) Statement of Admiral John C. John C. Aquilino, U.S, Navy Commander, U.S. INDOPACOM Command, “U.S. Indo-Pacific Command Posture,” March 20, 2024, https://armedservices.house.gov/sites/republicans.armedservices.house.gov/files/2023%20INDOPACOM%20Statement%20for%20the%20Record.pdf. 30) 4개 클러스터를 설정한 논리에 대해서는 엘브리지 콜비의 논의를 참조할 수 있다. Elbridge A. Colby 지음, 오준혁 옮김 「거부전략」 (서울: 박영사, 2023), pp. 285-286. 31) Josh Rogin, “The most Shocking Intel Leak reveals new Chinese Military Advances,” The Washington Post, April 13, 2023,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3/04/13/china-hypersonic-missile-intelligence-leak/. 32)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에 앞서 ‘해석 개헌(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유 및 행사)’을 적용한 셈이다. 김숙현 외, 「[INSS 국가행동분석-일본] ‘행동하는 국가’ 일본의 전략구상과 실천」(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2년 8월), p. 6. 33) 일본 방위에 기여하는 활동인지, 자위대의 자산 보호가 필요한지 여부는 일본 정부가 판단한다. Japan Minstry of Defense, Defense of Japan 2019 (September 2019), https://www.mod.go.jp/en/publ/w_paper/wp2019/pdf/DOJ2019_Full.pdf, p. 265-267; 세계법제정보센터, “자위대법,” https://world.moleg.go.kr/web/wli/lgslInfoReadPage.do?CTS_SEQ=51064&AST_SEQ=157&nationReadYn=Y&ETC=5&searchNtnl=JP. 34) 일본은 총 147대의 F-35(항공모함 탑재가능한 STOVL F-35A 42대, F-35B 42대 포함) 구매계획을 신청하고 미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35) ‘홍해 사태’는 지난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예멘의 후티(Houthi) 반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홍해 지역의 위기가 고조된 것을 지칭한다. 함대공 미사일 SM-2로 무장한 미국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카니호(USS Carney)는 군집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섞어 발사하는 후티 반군을 상대로 6개월간 51차례 교전하였다. 미 해군성에 따르면, 이러한 교전 수준은 제2차 세계대전에 버금간다. US Navy, “USS Carney Returns Home from Historic Deployment,” May 21, 2024, https://www.navy.mil/Press-Office/News-Stories/Article/3782470/uss-carney-returns-home-from-historic-deployment/. 36) Government of UK, “AUKUS Partnership to Consult with other Nations including Japan on Military Capability Collaboration,” April 8, 2024, https://www.gov.uk/government/news/aukus-partnership-to-consult-with-other-nations-including-japan-on-military-capability-collaboration. 37) Michael J. Mazarr et al, U.S. Major Combat Operations in the Indo-Pacific: Partner and Ally Views (CA: RAND, 2023); Krepinevich, Archpelagic Defense 2.0 (2023) p. 100. 38) 국방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발표,” 『정책브리핑』2023년 3월 3일,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555632#pressRelease. 39) Col. Lynn Savage, Capt. Pat Connelly, “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Security Cooperation in the Indo-Pacific,” Military Review, May, 2024, https://www.armyupress.army.mil/Journals/Military-Review/English-Edition-Archives/March-2024/Security-Cooperation/. 40) Montgomery, “A C2 Structure for a Strong U.S.-Japan Allianc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June 21, 2023, https://www.csis.org/analysis/c2-structure-strong-us-japan-alliance; Mark Montgomery, “Baker’s Dozen: Thirteen Recommendations to Improve Deterrence in the Western Pacific,” 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 April 26, 2023, https://www.fdd.org/analysis/2023/04/26/bakers-dozen-thirteen-recommendations-to-improve-deterrence-in-the-western-pacific/. 41) 미국 국방부의 계획은 정보·기술보안에 근간을 둔 파이브 아이즈와 오커스의 확장성을 암시한다. 우리 정부는 이들 회원국들과 양자관계에서 사이버안보 공급망을 구축 중이고, 군사·정보·경제 분야에서 다면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안용수, 이동환, “한·영, 안보·경제협력 역대최고 수준 격상…'다우닝가 합의' 체결”, 「연합뉴스」2023년 11월 23일,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2173800001. 42) 국방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발표 (2023). 43) Charles Lyons-Burt, “INDOPACOM Building Unified Network Aligned With CJADC2, Zero Trust," GovConWire, February 2, 2024, https://www.govconwire.com/2024/02/indopacom-building-unified-network-aligned-with-cjadc2-zero-trust/.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이수진(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現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전략팀장이며, 고려대학교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리비아 군사개입 결정과정 및 유엔 '임무변형'(mission creep) 원인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연구 분야는 국방전략, 해양안보, 아세안, 외교정책결정과정이며, 주요 논문과 저서로는 "Achievements of ROK-Indonesia Defense Cooperation and Ways Forward”(2023), "Achievements of ROK-Vietnam Defense Cooperation and Ways Forward based on Issue-linkage Strategy” (2022), "Post-American World에서 미국 예외주의의 다양성”(공저, 2020), "외교정책결정자의 개인적 특성과 미국의 군사적 개입격차: 오바마 대통령의 크림반도 및 남중국해 대응 비교”(공저, 2019) 등이 있다. 해군본부 미래해양전연구센터 전문위원, 해양경찰청 해양영역인식(MDA)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 [JPI PeaceNet] 미국의 대중국 관세 장벽 강화와 중국의 대응, 한국에의 시사점
    저자
    박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
    발간호
    2024-04
    [기획자 註] 본고는 미국이 지난 5월 13일에 발표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인상 조치의 내용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그리고 한국에 미치는 정책적 함의를 분석한다. 미국의 이번 관세와 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양국 모두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며, 한국 또한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1. 6년 전과 달라진 분위기 미국은 지난 5월 13일(현지 시각)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 분야가 대상이다. 반도체와 태양전지의 중국산 수입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올렸다.1) 컨테이너 크레인은 0%에서 50%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7.5%에서 25%로 각각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된 품목은 전기 자동차로, 25%에서 100%로 4배나 올렸다. 인상 시기는 품목별로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쳐 진행된다. [표1.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 * 주: 2024년 5월 14일(EST) 백악관 관세 인상 발표 내용을 토대로 저자가 직접 작성. 이번 조치는 6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와 비교해보면 전체 규모는 작다. 하지만 ‘더 표적화하고 더 극적(more targeted and more dramatic)’이다.2) 트럼프 의 관세는 대부분 25%의 세율이고 당시 기준으로 총 3,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되었다. 반면, 바이든의 관세 부과 조치의 경우, 대상 품목은 2023년 실적 기준으로 약 180억 달러 상당인데 같은 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총금액(4,270억 달러)의 4.2% 비중이다. 연도를 고려하지 않고 절댓값만 따진다면 트럼프 관세 부과 상품의 5% 수준이다. 하지만 개별 품목별 적용 세율 측면을 본다면 바이든의 관세가 트럼프 때보다 훨씬 높고 강하다. 트럼프가 다수 품목에 대해 일률적으로 고관세를 부과했다면 바이든은 특정 품목에 초고관세를 부과한 것이 특징적이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관세 인상의 배경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흔히 ‘슈퍼 301조’로 불리는 미국 무역법 ‘섹션 301(Section 301)’ 조사를 기준으로 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탈취해 피해를 줬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구제책 차원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의 무역 흐름에 대한 영향이 아니라 미래의 잠재력 충격 측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3) 예를 들어, 현재 유럽은 중국산 자동차(서구 및 중국 브랜드 모두 포함)에 상대적으로 낮은 10%의 관세가 부과하고 있는데, 그 결과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이미 25%에 이를 정도로 높다.  미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현재 미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는 거의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앞으로 발생할 상황에 대해 선제 대응 차원의 색채가 짙다. 이와 관련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NEC)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미래 핵심 산업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강제적인 기술 이전 요구,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탈취 등 불공정한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대표의 4년간의 검토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4)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핵심 산업의 생산 체계를 미국 내 구축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러스트 벨트를 비롯해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이미 공장이 건설되고 있지만 정상 가동되기까지는 최소한 수 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인상 조치는 미국이 주요 핵심 산업의 생산 설비를 갖추기 전까지 초고율 관세율을 동원해 중국산으로부터 자국 내수시장을 지키는 시간을 벌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초고율 관세는 앞으로도 최소 수년간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 대중국 고관세를 부과했을 때와는 달리 기업계를 포함한 미국 사회 전반의 대중 관세에 대한 비판이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6년 전의 경우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시장의 가능성을 매력적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중국 기업들의 도전이 워낙 거세지면서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제 뉴욕 월가나 워싱턴 정가에서 중국과의 자유 무역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다.  2. 미국의 압박은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차원 ‘100퍼센트 조치(100% manoeuvre)’라고 불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초고율 관세(ultra-high tariffs)는 중국과의 디커플링 차원의 조치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그보다는 위험 제거 즉 디리스킹(De-risking) 대책에 가깝다. 이는 미·중 정치경제 관계에서 매우 주목할 부분이다.5) 흔히 디커플링이 중국과의 관계는 적을수록 미국의 경제 및 안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에 따른 것으로 이해되는 반면, 디리스킹은 중국과의 모든 경제적 관계를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현재 미국이 구사하고 있는 디리스킹 정책은 대개 세 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 첫째, 수출 통제다. 이 정책은 과거 냉전 시기에 구소련이 이중 용도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다가 그 이후 수십년간 사용되지 않았으나 현재 중국의 기술 발전을 늦추려는 미국 정책의 중요 부분을 이루고 있다.  둘째, 산업정책이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 정책에 초점을 맞춘 3,69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은 미국 경제 정책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투자를 모두 통제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우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핵심 산업 분야 투자를 유인하는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막는 방향으로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있다.  셋째, 파트너 국가와의 정책 공조 강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은 과거와 달리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위험 제거와 중국의 발전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동맹국과의 핵심광물협정, 미·EU 무역 및 기술 협의회(Trade and Technology Council, TTC)를 포함한 이니셔티브를 대폭 확대했는데 TTC의 주요 의제는 AI와 기술 표준이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디리스킹을 위해 어느 분야에 더 노력을 집중할 것인가도 살펴야 할 문제다. 현재까지 워싱턴이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정보 기술, 에너지, 생명공학으로 볼 수 있다. 정보 기술(IT) 분야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이 핵심이다. 이 분야는 민간 및 군사 목적 등 이른바 ‘이중 용도’ 품목으로 분류돼 안보 리스크가 큰 분야이다. 에너지는 특히 리튬, 전기 자동차 배터리, 태양전지 패널 등 공급망의 안전 확보가 긴요한 품목이 포함된다. 생명공학은 데이터의 이전을 동반해 어떤 측면에서는 IT보다 더 중요한 분야다. 하지만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3가지 제약 요인이 따른다.6)  첫째, 중국과 디커플링하기에는 중국 경제의 비중이 너무 크다. 중국은 미국, 독일, 일본의 모든 공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 생산량을 가진 세계 최대의 상품 제조공장이다. 중국과 관계를 끊는 디커플링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에 상품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수 있다. 식기세척기, 컴퓨터, 완구 등은 중국이 생산량 측면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협하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핵심적인 분야가 아니라면 중국과의 관계를 끊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둘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 지형의 분열을 가속할 수 있다. 디커플링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 수 있다. 이는 결코 미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며 중국도 원하지 않는 경우다. 또한 현실적으로 중국은 세계 대다수 국가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며, 많은 신흥 경제국은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결국 디커플링은 많은 국가가 미국과 멀어지게 해서 미국으로서는 오히려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하는 역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셋째,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는다면 유사시에 미국이 베이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 영역도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디커플링 상황이라면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도 미국은 무역 및 금융 조치를 포함한 대중국 경제 제재의 수단마저 놓치게 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두 강대국 간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득이 된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3. 중국의 대응 중국은 즉각 보복을 천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양국 간 최근 화해 및 협력 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빈(王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백악관이 2023년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칙을 어겼다”며 취소를 촉구했다.8) 왕 대변인은 또한 “미국이 국내 정치적 고려에 따라 301조(슈퍼 301조) 추가 관세에 대한 검토 절차를 남용하고 일부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301조 관세를 더욱 인상했으며 경제 및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도구화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은 미국이 301조 관세를 인상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발전을 억압하거나 견제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관계를 분리하고 단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양국 협력 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첨단 분야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구조 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탈중국화’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이를 가속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산업 체인의 구조 조정은 중국 경제 발전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은 거대 규모 내수시장, 산업 시스템 및 우수한 국제 물류 기반 등 이점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조건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많은 다국적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중국+N' 전략과 복수의 공급망 시스템은 다국적 기업이 중국을 떠나거나 배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중국은 인식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은 몇 가지 측면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제조업의 중간재 무역을 활발히 발전시켜 무역의 지속적이고 빠른 발전을 뒷받침해 나가려고 할 것이다. 제조 공정의 중간재는 최종 제품만큼 서방의 공격이 많이 노출되지 않고, 상대국도 제조를 위해서는 중국산 중간재가 필요하므로 무역 보호 조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전체 수출액의 약 절반가량을 중간재로 수출하고 있다. 최근 대외 무역 증가에 대한 중간재의 기여도는 60%에 육박한다.  둘째, 산업 전환과 업그레이드를 가속해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새로운 우위를 만들어가려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신에너지 차량, 태양광 제품 및 리튬 배터리의 국제 시장 점유율이 세계 2위이며 통신 장비, 철도 운송 장비 및 전력 장비 등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한다. 항공 우주 장비, 해양 공학 장비 및 하이테크 선박도 세계 일류 수준이다. 중국은 이제 다음 단계로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신에너지, 조선 등 영역에서 첨단기술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셋째, 외국인 투자 유치는 비록 최근 실적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 접근에 대한 네거티브 리스트를 지속해서 줄여나가고, 외국인 투자의 시장 접근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는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은 중국의 정책 대응을 깊이 관찰해야 한다.  4. 한국에 대한 정책적 의미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폭탄을 던졌다는 헤드라인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사 이익 공간이 생긴다면 단기 성과에 머물 수 있고, 현실은 다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우선 미국의 조치가 실제 중국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대상 품목이 2023년 수입액 기준으로 미국의 대중국 총수입액의 4% 남짓에 불과하고 핵심 광물에 대해선 관세 도입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또 관세 인상 폭이 25%에서 100%가 되면서 4배나 오른 전기차의 경우 미국 전체 전기차 수입액의 2%에 그친다. 결국 중국 산업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장래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선제적으로 제한하는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렇다면 전혀 다른 측면의 우려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시장 내 판매가 급증 조짐을 보이는 한국산 전기차도 언제라도 고관세 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항상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전기차 등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공급과잉 품목은 EU와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각국은 경쟁적으로 대중 관세 장벽을 쌓으면서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이 대미 수출이 막힌 공급과잉 품목을 EU나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로 헐값에 '밀어내기' 함으로써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할 수 있는 상황에 미리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당장 구사할 수 있는 방어 대책으로 반덤핑, 상계 관세 등 무역 구제 조치가 있다. 과잉생산에 따른 초과 공급 품목을 막아내려면 이 같은 단기 수단보다는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급변하고 복잡한 글로벌 지경학적 상황에서는 더 다차원적이고 더 넓고 깊게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  1) “I won’t allow American towns and workers to be hurt by China’s unfair trade practices that flood our markets with cheap products. That’s what these new tariffs are all about.” The White House, “Remarks by President Biden on His Actions to Protect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es from China’s Unfair Trade Practices,” May 14, 2024,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peeches-remarks/2024/05/14/remarks-by-president-biden-remarks-by-president-biden-on-his-actions-to-protect-american-workers-and-businesses-from-chinas-unfair-trade-practices/ (accessed May 14, 2024) 2) “Biden outdoes Trump with Ultra-high China Tariffs,” The Economist, May 15, 2024, https://www.economist.com/finance-and-economics/2024/05/14/biden-outdoes-trump-with-ultra-high-china-tariffs (accessed May 17, 2024). 3) 백악관은 “중국의 값싼 제품들로 세계 시장이 넘쳐나고 있다”며 “용납할 수 없는 위험(unacceptable risks)”이라고 지적했고,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의 지식 재산을 탈취하려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이번 관세가 정당하다”고 말했다. 4) The White House,“Background Press Call by National Economic Advisor Lael Brainard and Senior Administration Officials on President Biden’s Actions to Protect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es from China’s Unfair Trade Practices,” May 13, 2024,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press-briefings/2024/05/13/background-press-call-by-national-economic-advisor-lael-brainard-and-senior-administration-officials-on-president-bidens-actions-to-protect-american-workers-and-businesses (accessed May 14, 2024). 5) 디커플링(De-coupling)은 급격한 분리를 의미하는 반면, 디리스크(De-risking)은 완전한 단절을 피하면서 위험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금융 부문에서 유래한 용어다. 6) Agathe Demarais, “What Does ‘De-Risking Actually Mean?” Foreign Policy, August 23, 2023. https://foreignpolicy.com/2023/08/23/derisking-us-china-biden-decoupling-technology-supply-chains-semiconductors-chips-ira-trade/ (accessed May 18, 2024); Alex Capri, “China Decoupling versus De-risking: What’s the Difference?” hinrich foundation, December 12, 2023, https://www.hinrichfoundation.com/research/article/trade-and-geopolitics/china-decoupling-vs-de-risking (accessed May 18, 2024). 7) 미·중 양국은 2023년 11월 15일 APEC 정상회담 기간에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지역 및 국제 의제에 대화와 협의를 유지하자는데 합의했다. Alexandra Sharp, “World Brief: Biden announces New Tariffs on Chinese Imports,” Foreign Policy, May 14, 2024. https://foreignpolicy.com/2024/05/14/biden-tariffs-china-imports-trump-trade-war-georgia-foreign-agents-law (accessed May 16, 2024). 8) 商务部新闻发言人就美方发布对华加征301关税四年期复审结果发表谈话, 中国商务部新闻办公室, 2024.5.14., http://www.mofcom.gov.cn/article/xwfb/xwfyrth/202405/20240503509566.shtml (검색일: 2024년 5월 15일).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한진 교수는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기술·통상 전문 싱크탱크 “Tech&Trade연구원” 집행이사로 활동 중이며 World OKTA 통상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이다. 중국 푸단대학에서 기업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OTRA 중국지역본부장으로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 21개 무역관을 총괄했고 존스홉킨스대학 방문학자,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지역통상, 다국적 기업 해외 현지화 경영, 중국 거시경제와 내수시장, 한·중 경제 관계 등이며 《프레너미-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관계》 《10년 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등 20여 권의 저서 및 감수 서적이 있다.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교관으로 근무했다. FTA 전략 수립에 기여해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2013)을 받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무역 유공 표창을 3회 수여했다. 푸단대학에서 한중 경제교류 증진 공헌상(2017)을 수여했다.
  • [JPI PeaceNet] 2024년 미국 대선과 인도-태평양 전략
    저자
    김아람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24-03
    [초록] 2024년 5월 현재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팽팽하게 맞서며, 2024년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다수의 다자협력체와 국가간 양자 협력을 강화하며 팽창적 인도-대평양 전략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은 국제사회 내 미국의 활동 축소를 선호함이 보여지고 있다. 이 글은 여론조사에 나타나고 있는 미국 유권층의 대외정책 선호 양극화와 트럼프의 대중영합주의(populism)를 토대로 2024년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변화 추이를 예측해본다. [기획: 김아람 연구위원(akim@jpi.or.kr)]  1. 서론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인도-태평양전략 (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의 발표 이후, 한미일 삼자 협력, US-ASEAN, Quad, PBP (Partners in the Blue Pacific), 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등의 다자협력체를 강화시키는 한편 한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국가들과의 양자협력을 다지며, 미국 대외정책의 외연을 확장해 왔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주변 각 국은 미국의 인태전략과 상보적인 인도-태평양 전략들을 앞다투어 발표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급격히 재정렬 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두 건의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중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미국의 대외정책 활동력 증가에 비례하여 미행정부의 정책기조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증대되었다. 따라서 2024년 11월 치루어 지는 미국의 대선은 미국 행정부의 작은 정책 변화도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시점에 치루어지는 결정적 선거이다. 더 나아가 출마하는 두 예비후보의 대외정책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2024년 11월 대선의 결과는 국제질서가 현상유지를 하게 될 것인지 혹은 다시금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를 가름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2024년 11월 대선은 현재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선거이다. 트럼프 출마 선언 이후, 여배우 성추문, 국가기밀문서 반출, 폭동 모의 및 투표권 방해 혐의 등 2024년 5월 현재까지 트럼프와 관련된 8건의 주요 소송들이 제기 되었다. 이에 트럼프 출마의 사법적 제지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낙관이 상당 기간 주류 여론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난 3월 연방대법원은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를 결정적으로 제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콜로라도주 대법 판결1)을 파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방법원의 이와같은 결정은 오히려 트럼프 지지세력을 더욱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트럼프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일찌감치 정당후보가 될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하여 대선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로 지명될 예정인 트럼프의 지지율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활발한 대외활동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파트너 국가들의 대외정책 간의 상호보완성(complementarities)을 높였다. 예를 들어, 현 한국의 인태전략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강화된 한미 협력 및 다자 협력들을 주요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때 불투명한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은 현재 진행중인 주요 국가간 협력체들이 2024년 대선 이후에도 작동할 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는 트럼프 재선이라는 시나리오에서, 차기 행정부의 정책적 행보가 현 행정부로부터 크게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대외정책의 국제적 영향력이 급격히 고조된 시점에 미국 행정부의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현 미국 및 주변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본 글은 2024년 미국 내 여론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2024년 미국 대선 이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망해 본다.  2.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미국의 현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중관계를 최상위에 둔 상호 보완적 세부 전략들의 집합으로 볼 수 있다. 즉,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중국에 대한 선별적 봉쇄를 위해 다층적 외교채널과 견제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팽창적 외교를 추구하는 전략체계이다.2)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형성하게 된 요인으로는 (1) 국내 정치환경의 변화와 (2) 팬데믹이라는 외생적 충격이 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2016년 당선될 수 있었던 국내 정치적 환경은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 출현의 촉진요인이었다. 2016년 트럼프는 국제사회에 “지나치게” 개입 해 온 과거의 미국 행정부와 중국을 동시에 비판하는 레토릭으로 MAGA라는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하였다. MAGA 형성의 배경에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미국 내 경제적 양극화와 이로 인해 백인 저소득층 계층 사이에 팽배해진 박탈감이라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있다. 당선 후 트럼프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를 3.1%에서 21% 까지 인상하였고, 이와 같은 대중영합주의적 (populist) 정책은 트럼프가 재임 중 풀뿌리 지지기반을 다지는데 큰 기여를 한다.  트럼프 재임 중 발현한 코로나 (COVID-19)는 마스크 대란을 야기 하였다. 마스크 대란은 미국 각 지역의 정치인들과 유권자들 모두 미국의 중국 생산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절감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트럼프는 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이라는 레토릭을 앞세워 2020년 재임 선거 유세 중 상당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2020년 선거에서 승리한 바이든은 취임 첫날 17개의 행정명령, 성명서, 메모랜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의 전면적 변화를 선언한다. 민주당 지지기반의 주를 이루는 유색인종 및 중산층의 선호가 반영된 조치들이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여론의 인지도가 이미 높아져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대중정책은 바이든 행중부에서도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으로 자리잡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정책을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확대해 간다.3)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전략인 디리스킹이 추구하는 중국과의 선별적 단절은 디커플링이 목표로 한 포괄적 단절과 달리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과 활동 증대를 요하였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생산공장 건설 및 운영에 제동을 걸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여 고립주의적 대중정책을 추구한다. 트럼프는 재임기간 동안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주한미군 축소 및 철수의 의지를 밝히는 등 중국 외 국가들에 대한 대외활동마저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을 끊임없이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중국과의 선별적 단절은 무역, 기후변화 등의 부문에서는 협력을, 군사, 기술 등의 부문에서는 봉쇄를 동시에 추구함을 의미한다. 중국에 대한 협력과 견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미협력, 미일협력과 같은 다수의 양국협력과 QUAD, IPEF와 같은 다자협력 등 다층적 수단들이 확대 되어야 했다.  3. 2024년 미국 여론의 양극화 2024년 5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후보 선출이 확실시 됨에 따라, 2024년의 대선은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이 재선을 겨루는 이례적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는 2024년 대선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움을 보인다. <그림 1>은 ANES (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ies) 2024년 3월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바이든과 트럼프 두 예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비교한다.4) 만약 오늘 선거가 치루어 진다면 바이든과 트럼프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바이든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45%,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46%로 11월 대선 두 예비후보 간 접전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림1. 2024년 대선 예비 후보 지지율] 이 가운데 두 예비후보 지지자 집단의 정책적 선호는 양극화 되어 있다.5) <그림 2>는 설문 응답자의 정당정체성 및 이념성향과 지지후보의 높은 상관성을 보여준다. 2023년 ANES 설문의 응답자 중 32%가 공화당, 38%가 민주당을 지지하며, 30%가 무당파인 것으로 집계 된 가운데, 공화당 지지자 중 트럼프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비율(전체응답자의 30% 대 2%)과 민주당 지지자 중 바이든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비율(전체응답자의 35% 대 3%)이 각각 압도적으로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 절대적 다수가, 그리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 절대적 다수가 각각 트럼프와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림2. 유권자 정당정체성 및 이념적 성향과 지지후보의 상관성] 이념성향과 지지후보의 상관관계 역시 명확하다. 1~5 의 값을 가지는 이념적 보수성에 대한 문항에6) 스스로 이념적 보수성이 높다고 답한 응답자들 (이념적보수성 4 이상) 중 압도적인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며(전체응답자의 31% 대 4%), 이념적 보수성이 낮다고 답한 응답자들 (이념적보수성 2 이하) 중 다수가 바이든을 지지함(전체응답자의 28% 대 3%)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보수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진보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은 바이든을 지지한다.7)  [그림3. 유권자가 인지하는 대외 및 대내 이슈의 중요도와 지지후보] <그림 3>은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대외정책이 다름을 보인다. 1~5 의 값을 가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이슈의 중요도에8) 대한 문항에, 바이든 지지자들은 3.54, 트럼프 지지자들은 3.02 라고 응답하였다.9)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바이든 지지자들은 3.73, 트럼프 지지자들은 2.78 이라고 응답하였다. 반면 멕시코와 인접해 있는 국경 수비의 강화에 대해서는, 바이든 지지자들은 2.71, 트럼프 지지자들은 4.34 라고 응답하는 차이를 보였다. 즉, 바이든의 지지층은 이스라엘-하마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대외이슈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 등을 상대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반면, 트럼프의 지지층은 국경 수비와 같은 직접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내적 이슈들을 더 주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4. 트럼프 재선 시나리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의 다자협력체를 강화하는 한 편, IPEF와 같은 새로운 다자협력체를 구성하는 등 팽창적 대외정책을 지향해 왔다. 지난 2년간 다수의 국가들이 미국의 인태전략과 상호 보완적인 대외정책을 앞다투어 펴왔기 때문에 현 시점에 일어나는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는 큰 국제적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이루어진 일련의 여론조사들은 2024년 대선 도전자인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음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고조되고 있는 미국 내 양극화는 트럼프의 재선의 부산물인 정책 변화의 폭이 심지어 작지 않을 것임으로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재선 시나리오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있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성이 크게 축소될 것이다. 앞서 2024년 ANES 조사결과를 토대로 분석해 보았듯,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같은 대외활동보다 국경수비와 같이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우선시 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력이 사실상 MAGA를 중심으로 하는 풀뿌리 지지층에 대한 대중영합주의(populism)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의 교체는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축소를 동반할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둘째, 미국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로 교체되는 경우, 미국의 대중정책은 과거 트럼프의 “디커플링”에 보다 가까운 전략으로 회귀할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이것은 현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에 있는 중국에 대한 선별적 견제 기조인 “디리스킹”이 소극적인 대외협력활동으로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풀뿌리 지지세력이 요구하는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축소는 미국 대중정책의 변화를 필히 수반할 것이다.  셋째, 대중정책의 전환과 맞물려 다자협력체들의 중요도 역시 감소할 것이다. MAGA를 집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트럼프는 한국 등 동맹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감축 혹은 철수시키고, 대내정책에 재정을 집중하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동맹국 혹은 협정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협력이 축소되는 경우, 상대국가들의 양국 혹은 다자협력체에 대한 헌신(commitment) 역시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다자간 협력은 서로의 헌신에 대한 신뢰(trust)를 기초로 존속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지역 다자협력체들 대부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 대외정책과 관련된 미국 내 양극화는 선거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레토릭은 실제 정책 논쟁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이다. 현재 트럼프와 바이든 두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세력의 대립은 민주당과 공화당 두 정당간 대립의 양상이 매우 강하다. 2024년 ANES 조사결과를 통해 살펴보았듯,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에 대한 지지를 중심으로 한 미국 내 두 정당의 이념적 정렬의 정도(민주당은 진보적 이념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집합으로, 공화당은 보수정 이념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집합으로 정렬되고 있음을 의미)는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와 같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 유권자 및 정치 엘리트들의 양극화 정도가 높다는 것은. 현재 고조되어 있는 대외정책 이슈가 지속적으로 양당간 갈등의 요인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즉, 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정당 엘리트들 간의 정책 논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섯째, 대외정책과 관련된 선거 캠페인 논쟁이 실질적 정책 논쟁으로 지속된다는 것은 행정 수장으로서 트럼프가 MAGA를 비롯한 트럼프 및 공화당 지지 여론을 염두에 둔 대중영합주의적 (populist) 유세 캠페인을 실행에 옮길 것임을 의미한다. 길지 않은 정치 이력을 가진 트럼프가 공화당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장악력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은 MAGA의 동원력이다. 따라서 정당 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트럼프의 미국 고립과 우선주의 정책들에 대한 집요함이 지속될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재편과 관련된 대외정책은 한편 트럼프 재임시, 더욱 공격적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공급망 재편을 위해 2022년 발휘된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The Chips and Science Act) 은 상하원 내 초당적 지원으로 통화된 법안으로 미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가진다는 점에서 MAGA 및 공화당 정치 엘리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미 받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대한 의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의 재임시, 초당적 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이 될 것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5. 정책적 시사점 2024년 미국대선의 양상은 당장 벌어질 수 있는 미국 행정부의 교체와 수반되는 대외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단기적 함의를 넘어 중장기적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선거 경쟁에서 보여지고 있는 여론의 양극화와 그에 상응하는 후보간 정책적 플랫폼의 양극화는 미국에 국한되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주기적 선거와 정책 결정자들의 교체를 근간에 두고 있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정치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선거가 치루어지고, 행정부와 의회를 주도하는 정치세력이 교체되는 경우, 정책적 지향점에 큰 변화가 초래됨을 시사한다. 주도적 정치세력이 교체되어 나타나는 정책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행정수장의 재량(discretionary power)이 큰 대외정책 분야에서 더욱 크고 신속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민주국가들 간의 교류와 협력이 두드러지는 현대 국제사회에서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각 국의 대내적 정치 양극화는, 트럼프 재선이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는 국제적 파급효과에서 보여지듯, 국제사회 질서의 변동성(volatility)을 높일 것이다. 2024년 현재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팽창적 인도-태평양 전략의 존폐 여부를 넘어, 급격한 변동의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는 국제 환경에 장기적 시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 강화(전문인 자문집단의 확대 등)의 필요성을 목도하고 있다.  ----------------------------------------------------------------------------------------  1) 2023년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내란 선동을 이유로 트럼프를 2024년 투표용지에서 제외하는 판결을 내렸다. 2) Gerwitz, Paul,“Words and Policies: ”De-risking“ and China Policy”, Brookings Institution. https://www.brookings.edu/articles/words-and-policies-de-risking-and-china-policy/. 3) 바이든은 재임 초기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을 추구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디커플링 (de-coupling) 기조를 유지하였으나, 2023년 중국에 대한 견제를 기술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디리스킹 (de-risking) 으로의 변화를 보인다. 4) 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ies (ANES) 는 1948년부터 대선 기간 실시되는 미국의 대표적 국가 단위 (national sample) 여론조사로, 투표, 여론, 정치 참여 등 선거와 관련된 광범위한 질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대면인터뷰, 전화설문, 인터넷 설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사가 이루어진다. https://electionstudies.org/ 5) 이것은 미국과 같이 다수결 선거제와 두 정당이 존재하는 경우 유사한 정책적 플랫폼을 가지는 두 후보간 접전이라는 고전적 민주주의 모델들의 예측에서 벗어난다. 6) 이념적 보수성의 스케일은 다음과 같다 - 1 Very liberal (매우 진보적); 2 Liberal (진보적); 3 Moderate (중도적); 4 Conservative (보수적); 5 Very Conservative (매우 보수적). 7) 이 때, 조사에서 측정된 이념적 보수성은 응답자 스스로의 인식에 기초하기 때문에, 실질적 정책 선호와 괴리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8) 중요도의 스케일은 다음과 같다 - 1 Not at all important (전혀중요하지않다); 2 Slightly important (조금중요하다); 3 Moderately important (중요한편이다); 4 Very important (상당히중요하다); 5 Extremely important (매우중요하다). 9) 각 값은 각 후보 (트럼프, 바이든) 지지자들의 이슈중요도에 대한 응답 1~5 의 평균치이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김아람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로체스터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선거제도, 유권자 정당정체성, 정당정치, 민주주의 대표성, 미국정치, 불평등 등이 주요 연구분야이다. 주요저작은 “Effect of Income Inequality on Party Positions in OECD Countries” (Korea Observer), “How Progressive is the Most Popular Tax Scheme?: The Case of South Korea” (Hitotsubashi Journal of Economics), “Inequality and Political Parties in US” (사회과학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