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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시진핑(習近平) 집권 3기와 한중관계: 명실상부한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구축하자
    저자
    주장환 (한신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발간호
    2022-18
    [기획자 註]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 번째 연임이 시작되었다. 중국은 시진핑의 핵심 지위와 공산당 중앙의 영도를 바탕으로 한 단결을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정치국이 시진핑과 밀접한 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시진핑 주석은 막강한 정책 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정치 변화가 향후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3기 집권 시기 한중 관계에 대한 중국의 시각을 다룬 데 이어서, 한중 관계에 대한 한국 전문가의 분석과 정책 제언을 다룬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시진핑 최고지도자 직위 3연임에 가려진 중국의 고민 중국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제20차 당 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어서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이하‘제20기 1중 전회’)도 폐회하면서 이른바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됐다. 여기에서 집권이라는 의미는 중국 체제는 당이 국가를 사실상 대체하는 당-국가 체제이고, 법률상 유일한 집권당인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 직위를 시진핑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직에 선출되었다. 이로써 당권과 군권을 차지했고, 국가 주석직은 내년 3월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미 사전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이 시진핑의 최고지도자 직위 3연임이라는 사건은 그 휘발성이 매우 컸다. 마치 다른 주요 이슈들을 덮어버린 느낌이다. 사실 중국에서 적어도 1980년대 이후인 개혁·개방기에‘엄밀한 의미’의 최고 지도자 연임의 예는 후진타오(胡錦濤)가 유일하다. 최고지도자가 관례적으로 연임만하다가 3연임하게 된 것은 중요한 변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찌 보면 또 그리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중국의 고민과 의도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  시진핑 집권 3기: 동일한 목표, 변화된 전술과 포메이션 시진핑이 제20차 당 대회에서 행한 보고인 “중국특색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들어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위해 단결 투쟁하자”와 동 대회에서 수정한 공산당 당헌 개정안 등은 위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하는 데 일정한 단초를 제공한다.[1] 먼저,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목표에는 변화가 없었다. 1980년대 설정하고 이후 더욱 정교화된 사회주의 초급 단계론에 입각한 중국특색사회주의 건설이 최종 목표이고, 현재 3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즉 이 구상을 설계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원바오(溫飽), 샤오캉(小康), 다퉁(大同) 중 다퉁 단계에 진입했고, 이 단계의 목표는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이다. 이로써 초급 단계의 사회주의는 완성된다. 시진핑은 바로 이 3단계 즉 따퉁 사회를 추진하고 사회주의 초급 단계를 마무리 지을 지도자인 셈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이 점을 자축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자는 자기 격려의 의미가 있었다. 참고로 제19차 당 대회에서 당헌의 총강 지도상에 삽입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에서 언급된 신시대의 의미는 바로 이 다퉁 건설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상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전술이 다소 변화했다. 이 변화된 전술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개념은 이번 당 대회 보고에서 처음으로 공식화된 ‘중국식 현대화’이다. 이 개념은 거대 인구,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 사람과 자연의 공생, 평화 발전이라는 중국적 특성을 반영한 현대화라고 당 대회 보고는 밝히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이전 중국이 주장하던 사회주의 현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굳이 사회주의를 빼고 중국식이라는 말을 집어넣었을까? 다음의 예에서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당 대회 보고에서는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 진영화, 탈동조화, 독단적 제재” 등을 반대한다고 명시하면서, 또 중국식 현대화는 “경제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많은 국가에 새로운 선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시진핑은 지난 당 대회 직후인 11월 3일 중국을 방문한 사미아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현대화는 서구화의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사회주의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구체적이고 특수한 중국식이라는 말을 집어넣은 것은 더욱 분명하게 중국은 서구식이 아닌 자국의 길을 가겠으며, 이를 매개로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을 규합할 것이며, 동시에 서구와 체제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 개혁·개방기의 전반적인 대외 전략에서의 수세, 소극에서 공세, 적극으로 그 전술을 변경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기 전술을 운용할 지도부의 구성과 배치 즉 포메이션이 변화했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분산보다는 집중되고 강력한 리더십 구축을 단행한 것이다. 시진핑의 최고지도자 직위 3연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 당헌 개정안에는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을 의미하는‘두 개의 확립(兩個確立)’과 ‘두 개의 수호(兩個維護)’ 등이 명기되었다. 두 개의 확립은 시진핑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의 당 중앙위원회뿐만 아니라 전체당에서의 핵심 지위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뜻한다. 두 개의 수호는 시진핑 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의 권위와 집중 통일 영도를 수호한다는 의미이다. 또 이를 반영하듯,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과 그 상무위원회에서 다양성보다는 통일성이 강조되는 라인업을 짰다. 즉 정치국원 24인과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단 1인도 다른 정치 파벌 인사가 없다. 거의 모두가 시진핑 계열 인사이다. 물론 아직까지 기존의‘집단지도체제’에서 시진핑의 개인의 ‘1인 독재’ 체제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보기에는 이론 및 실재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원톱’ 포메이션을 갖춘 것이다.  전술과 포메이션을 바꾼 대내외적 요인 그렇다면 중국은 왜 전술과 포메이션을 바꾼 것인가? 시진핑 계열 인사들의 정치 전략과 프로파간다의 뛰어남 등의 주체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대내외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요인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먼저, 대내적 요인이다. 가장 영향을 크게 준 사건은 이른바 2012년 세상에 밝혀진 ‘반(反) 시진핑 쿠데타’이다. 당시 차기 최고 지도자로 사실상 낙점을 받은 시진핑 대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위원회 서기로 대체하기 위해, 저우융캉(周永康), 링지화(令計劃), 쉬차이허우(徐才厚) 등이 쿠데타를 모의하다 적발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도부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파벌 간 경쟁과 타협으로 작동하던 개혁·개방기 중국 엘리트 정치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중국 공산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위의 4인은 중국의 주요 정치 파벌인 태자당(太子黨), 상하이방(上海幫) 그리고 퇀파이(團派)의 주요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중국식 과두제인 이른바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변화가 시대적 요구이자 대세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 변화의 방향은 중국 공산당의 영구 집권당 지위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권력의 분산보다는 집중으로 귀결되었다. 시진핑은 이런 당내의 기류를 기반으로, 반부패 투쟁과 결합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동안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은 유력 파벌의 지도자들에 대한 숙청 작업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갔고, 그 결과 기존 파벌의 쇠락을 초래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공산당 내에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해나갔다. 이전 개혁·개방기의 기존 정치 관례들을 파괴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지위를‘동급자 중의 최고(first among equals)’가 아닌‘원톱’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그의 독주를 견제할만한 주요 정치 파벌의 쇠락과 궤를 같이 했고 동시에 공산당 내의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과 이에 대한 극복의 필요성 등과 관련된 일종의 합의에 기반했기에 커다란 어려움은 없었다.  다음으로 대외적 요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의 변화이다. 미국은 2010년경부터‘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전략을 필두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시화했다. 미국으로서는 너무나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더 이상 탈냉전기의 주요 특징인 자국 중심으로 단극질서가 붕괴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하에, 중국을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이후 도널드 트럼프, 현재의 조 바이든까지 정당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기조는 더욱 더 강화되고 있다. 즉 그동안 중국이 현상 유지 혹은 변경세력인가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후자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바로 토니 블링컨 현 미국 국무장관이 규정하듯이, 중국을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초기에는 도광양회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국의 부상은 국제질서의 변경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진타오 집권기의 대외전략 노선이 평화‘굴기’에서 평화발전으로 수정된 이유로 바로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고, 견제에서 압박으로 경쟁에서 봉쇄로 차츰 그 강도를 높여가는 것에 대해서 일정한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과의 전반적인 협력 하에서의 부분적인 경쟁이라는 기존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불필요한 국력의 소비 없이 순조롭게 21세기 중엽에는 최소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능가할 수 있는 국력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시기로 보면 2012년 시진핑 첫번째 집권과 겹치는 그 시점에서 중국은 전략적 목표를 수정할 것인가 아니면 전술 기조를 달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행했고, 그 결과 후자로 선택한 것이다. 이미 시진핑 집권과 함께, 대외전략의 기조가 기존 도광양회,‘유소작위(有所作爲)’에서‘주동진취(主動進取)’,‘분발유위(奮發有爲)’로 변경된 것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번 당 대회 보고에서 강조된 글로벌 차원에서 체제 경쟁 불사 의지를 나타낸 ‘중국식 현대화’, 미국의 봉쇄 전략에 대한 맞대응으로써의‘경제안전’그리고 장기전의 포석으로써 공동부유와 자국 내수시장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신발전구도’등으로 더욱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제20차 당 대회와 제20기 1중 전회에서 나타난 동일한 목표, 변화된 전술과 포메이션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다. 한때 강호를 호령하던 무림의 고수가 심각한 내상을 입고 동굴로 들어가서 폐관수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폐관수련의 효과로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자, 동굴이 있는 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에 현재 무림의 패자가 이를 간파했다. 완전히 기력을 회복하기 전에 동굴을 포위해서 제압하기로 결심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동굴 속의 무림 고수는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극강의 무공을 다시 가질 수 있겠지만, 그 아쉬움은 뒤로하고, 기다리다가 당하느니 싸워보겠다는 각오로 동굴 밖으로 나오기로 결정한 격이다.  이 달라진 전술과 이를 구사할 포메이션을 갖춘 중국의 입장은 이번 제17차 G20 정상회의 전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편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도 이 정상회담에서 서로의‘레드라인’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타이완, 경제, 인권 등의 문제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양 정상은 분명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이 의제들이 상호 간 갈등의 주된 영역이 될 것이라는 분명히 한 것이다.  ‘새로운’ 중국과 한국은 어떤 관계로 발전해야 하나? 그렇다면, 이런 변화된 전술과 포메이션을 갖춘 새로운 중국에 대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은 한국의 지위와 이와 연동된 관점 변화의 필요성이다. 매체들과 지표들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현재 한국의 종합국력은 10위권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선진국의 일원으로써 국제 정세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고 또 투사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5일 한중정상회담이‘전격적’으로 성사된 것도 이를 방증하는 예 중 하나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제 사회에서의 현재 지위는 이제 고민의 초점을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아니라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봤을 때, 현재의 갈등과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 그리고 이로 인한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소극적으로 고래싸움에 등이 터질 것을 걱정하는 새우처럼 누구의 편에 서야 할 것인가가 고민의 초점이서는 안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과정에 대한 한국 국익 증진 입장에서의 판단에 입각한 행보를 통해 국제질서의 재편을 주도해야 한다.  다음으로, 상기 고민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두 가지 지점에 대한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첫째, 1990년대 이후 진행된 탈냉전기에 대한 평가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냉전의 해체와 함께 찾아온 이 시기의 국제정치경제 상황이 국익 증진에 유리 혹은 불리했느냐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유리했다면 한국은 탈냉전기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와 유사한 성격의 국제정치경제 체제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불리했다면 적극적으로 이 체제의 붕괴를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러했을 때, ‘노선과 원칙 없는 외교’라는 비판을 비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런 분석 하에서 전술과 포메이션에 변화를 준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동시에 구체적으로 그 협력과 갈등의 영역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상기 평가와 연동되어야 하겠지만, 다소 별개의 문제로 1992년 수교 이후 현재까지 한중관계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여러 차원에서의 평가가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전략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여전히 버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게 북한의 사실상의 후견국이고, 따라서 일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의 역사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제한적이며, 일반적으로 국력의 차이가 나는 동맹국 간 비대칭적 관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의 이를 방증하는 사례는 2018년 시진핑은 김정은과의 제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급속한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이다. 즉 중국이 자제를 요청할 정도로 북한은 독자적으로 북미 관계 개선에 속도를 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반면 중국은 한국에게 미국의 동맹국이고 국력 수준에서 비대칭적이므로 그 관계의 일방향성에 대해 계속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기 한국이 보여준 실제 행동들과 모습은 그 의구심이 기우라는 것을 일정하게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한국은 때로는 일방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추종하고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사례는 매우 많다. 이런 양국이 상대국이 가진 막연한 기대와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새로운 관계 정립의 인식적 차원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제 남은 것은 제도적 차원에서 다른 국가와의 관계성 속에서가 아닌 한국과 중국만의 특수한 양국 관계의 형성과 구축이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독자적인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자율성을 가진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 정립과 구축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미 양국이 맺고 있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실질화시키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관계는 경제와 통상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그리고 지역 문제에 대한 부분까지도 논의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국익 증진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존재이다. 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협력뿐만 아니라 갈등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특히 체제 요인으로 인해 변화보다는 지속의 속성이 강하던 중국이 일정하게 새로워졌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새로운 관계 설정의 출발점에 서있다고도 볼 수 있다.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것. 이것이 새로운 한중관계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짧게 열린 이번 한중정상회담이지만 양국 정상이 동감했듯이, 이것이 첫 단추가 되어 양국의 이익과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정식화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공통점을 넓히고 차이점은 줄이는 방향에서 다양한 수준의 전략 대화들이 조속하고도 빈번하게 개최되었으면 한다.  [1] 新華社, “習近平:高舉中國特色社會主義偉大旗幟 爲全面建設社會主義現代化國家而團結奮鬥——在中國共產黨第二十次全國代表大會上的報告,” http://www.gov.cn/xinwen/2022-10/25/content_5721685.htm(검색일: 2022년 11월 16일); 中國共產黨第二十次全國代表大會,“中國共產黨黨章,”https://www.12371.cn/special/zggcdzc/(검색일: 2022년 11월 16일).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서연 인턴 주장환 (한신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주장환 교수는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 대학교 정부관리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중산대, 동서대 등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재) 사회과학원 이사, 사) 한국 유라시아 학회 회장,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엘리트 정치 이론과 비교 연구, 중국 정치경제, 동북아 국제관계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중러 엘리트 정치 구조 비교 연구” (Analyses & Alternatives, 2022, 제1저자), “북중관계 동학에 관한 연구” (국가안보와 전략, 2022), “한중관계를 바라보는 주요 관점에 대한 메타 이론적 분석” (아시아문화연구, 2022) 등의 논문과 ‘한중 수교 30주년: 성찰과 대안’ (한신대 유라시아 연구소, 2022, 공저) 등의 저작이 있다. 현재 한신대 중국학과에 재직하면서 ‘한신대 유라시아 연구소(HEI)’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 [JPI PeaceNet]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럽연합(EU)의 탈러시아 에너지 전략
    저자
    강유덕 (한국외국어대학교 Language and Trade 학부)
    발간호
    2022-17
    [기획자 註]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였다. 당시 러시아의 침공은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하였지만 그와 달리 러시아는 아직도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그 여파는 유럽전역에 미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수요의 상당부분을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유럽국가들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가하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에너지 공급을 제한하자 유럽국가들은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국가들은 지금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리고 유럽국가들이 보이는 행보가 (마찬가지로 에너지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이번 JPI PeaceNet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유덕 교수의 글을 통해 유럽연합의 탈러시아 에너지 전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기획: 정승철 부연구위원(scchung@jpi.or.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여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넓은 동유럽 지역에는 본래 지정학적 긴장 관계가 얽혀있다. 발칸반도는 다양한 민족 간의 갈등과 통합, 해체가 거듭된 공간이며, 흑해 지역은 유럽과 구 러시아의 영향력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진행된 세계화는 국가 간 두터운 의존관계를 만들어냈다. 수면 아래 있는 긴장 관계 속에서도 경제적 교류는 끊임없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제 유럽-러시아 관계, 더 나아가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지정학적 긴장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공식적인 이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의 외연이 우크라이나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점점 러시아 방향으로 영역을 확장해 오는 서방 국가들에 대해 특수한 안보 인식을 가진 러시아가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 행동은 NATO와 EU의 동진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침공당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EU에 가입신청을 했고 불과 4개월 만에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70년 이상 유지해온 외교적 중립노선을 포기하고, 5월에 NATO 가입을 신청했다. 현재 대부분의 EU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발트 3국과 중립국 전통의 북유럽 국가들은 서슴지 않고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불과 1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유럽과 러시아 간의 전면적인 대립은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유럽은 본래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지역이다. 노르웨이, 영국 등이 북해에서 원유를 생산하지만, 유럽 전체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EU는 총에너지 수요(Energy mix)의 25% 정도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왔다. 한국의 총에너지 수요에서 중동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다. 유럽연합(EU)은 현재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대폭 축소하고, 수년 내에 아예 의존도를 없애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다.  EU와 러시아: 에너지의 수요-공급자 관계 EU의 에너지 의존율을 장기적으로 57~58% 수준이다. 즉 전체 에너지 수요의 40% 이상을 외부로부터 수입한다. 오랜 기간 러시아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해 왔는데, 그 비중은 2019년 천연가스가 41%, 석유가 27%, 석탄은 47%에 달한다. 이 중 실질적인 의존도가 가장 높은 에너지원은 천연가스이다. 가스관 등 운송시설을 고려할 때 경로의존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는 러시아의 에너지 없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들다. 이러한 물량을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수입원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로서도 유럽은 대체가 어려운 시장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석유는 49%, 천연가스는 74%에 이른다. 이러한 불가분의 수요-공급자 관계는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경제 관계가 유지되는 배경이 되었다.  EU-러시아 무역이 에너지 수입 위주의 구조를 갖게 된 것은 동서 냉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과 이념적, 군사적으로 대립했던 미국과 달리 지리적으로 소련 및 그 위성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서유럽은 유연한 대응이 필요했다. 서유럽의 정부들은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에서 소련과 협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1] 마침 등장한 소련의 천연가스는 동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이 되었고, 1960년대 말부터 소련과 서유럽 국가 간에 가스 공급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 협상은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시작된 것만은 아니었다. 1970년대에 소련의 천연가스는 노르웨이산 천연가스에 비해 저렴했고, 중동 및 북아프리카산 에너지원보다는 정치적 위험도 적었다. 마침 외화획득이 필요한 소련은 서유럽에 천연가스 수출을 희망했다. 이에 가스 매장지역에 대한 개발과 국내 신규 파이프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초기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가스전을 활용했으나, 이후 서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을 추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낮은 기술력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산 파이프와 승압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냉전 기간 중 소련이 정치‧외교적 목적으로 서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줄인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2] 공급이 차질을 빚은 경우는 소련 내의 기술적 문제가 대부분 원인이었다. 반면에 구소련이 붕괴한 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이 독립하고, 이 지역의 역학적 관계가 변하면서 ‘경유국 리스크’가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경제적 상황이 악화된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스 대금 체불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Gazprom)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반면에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의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급 조치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 대한 공급 차질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로서는 체불 조치에 대한 대응이지만, 에너지 안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 이 조치는 러시아의 정치적 압박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다. 경유국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독일은 아예 러시아-독일 간의 직통 가스관인 노드스트림을 설치했고, 러시아 위험 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은 냉전 시기부터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에 반대했다. 구소련 그리고 러시아가 정치‧외교적 목적으로 유럽을 압박하고, 그 결과 대서양 동맹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노드스트림 1 계획에 반대했고, 오바마 행정부도 노드스트림 2 계획에 반대를 표시했다. 폴란드와 발트 3국도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프로젝트는 독일이 이 국가들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EU의 탈러시아 에너지 전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강력하게 비판했다. EU 탈퇴 후 2년 차에 접어든 영국은 더 적극적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EU는 총 6차례에 걸쳐 대러시아 제재를 발표했다.[3] 주목할 점은 이 제재의 일부로 포함된 탈러시아 에너지 계획이다. 2022년 3월 8일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 ‘REPowerEU’를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EU는 2022년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와 석탄 수입을 중단하고, 늦어도 2030년까지는 천연가스 수입조차 중단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공급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중동, 미국 등으로 수입처를 전환한다. 중기적으로는 풍력, 태양광, 바이오 메탄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린다. 아직 적극적인 계획은 없지만 원자력 발전을 늘릴 수도 있다. 또한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고자 하는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거나, 고통을 감내하고 화석연료 소비량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EU의 탈러시아 에너지 전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과 2주 후에 발표된 것이다. 따라서 급조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상당 부분의 계획은 EU가 추진하는 유럽 그린딜의 연장선에 있다. EU의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1990년 5% 미만이었지만, 2020년에는 22.1%까지 증가했다.[4]  <표 1> EU의 에너지 의존도 완화계획(REPowerEU)  주: bcm은 천연가스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10억 입방미터를 의미함. 출처: European Commission (2022), p. 6; 강유덕, 「새로운 냉전체제 우려 속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 계획」, 『통하는 세상 통상』, 제122호 (2022), p.26. REPowerEU는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중단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경제적 효율성(비용)을 배제하고 안보적 요인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정치적 결단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불과 보름 만에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서둘러서 준비된 것이다. 이러한 급박함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에 대해 회의적인 기존의 응축된 시각이 표출된 것이다. 반면에 EU가 추진해 온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점도 있다. 첫째, REPowerEU는 2021년 10월에 EU 집행위가 발표한 에너지 가격에 대한 입법안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 당시의 입법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활동의 재개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수급 문제, 빈곤층 지원 등 회원국의 국내외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제로 2021년 10월에 발표된 에너지동맹에 대한 6차 보고서는 에너지 가격에 관한 입법안을 언급하고 있다.[5] 둘째, REPowerEU는 유럽 그린딜을 구체화한 탄소 감축 입법안 ‘Fit for 55’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사실상 탄소 감축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즉 EU는 러시아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하고,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기후 대응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REPowerEU는 기존에 제시되었던 에너지 정책과는 큰 차별점이 있다. 기존의 정책은 그 목적이 기후변화 대응(환경), 에너지 효율 증대(비용), 에너지 빈곤 축소(포용) 등 복합적인 목적을 가졌던데 반해, REPowerEU는 에너지 안보의 관점에서 수립된 계획이다.  EU-러시아 에너지 관계의 급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제 겨울에 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의 에너지 수급 현황은 어떠한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U는 REPowerEU의 후속 조치로 다양한 에너지 대책을 발표했다. 가령 지난 3월 23일 ‘가스 저장 규정(Gas Storage Regulation)’을 통해 11월 1일까지 각 회원국이 가스 저장 용량의 80%를 채울 것을 정한 바 있다. 또한 가스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EU 에너지 플랫폼(EU Energy Platform)’을 통해 EU 차원의 공동구매를 제안했고, 가스 사용을 15% 감축하는 방안(Save Gas for a Safe Winter)을 발표했다. 전력에 대해서도 사용량을 최소 10% 감소하기 위해 각 회원국이 가격을 조정하도록 제안했고,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관련 기업의 초과 수입을 환수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했다. 러시아산 PNG를 대체하기 위해 LNG 터미널 구축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EU는 코로나19 팬데믹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경제회복기금 8,069억 유로(한화 1,119조 원) 중 상당 부분을 에너지/기후변화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정했고, 각 회원국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별도로 6,740억 유로(한화 935조 원)를 지원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EU의 대러시아 제재 이후 러시아는 EU 회원국 중 13개국에 대해 가스공급의 중단 또는 축소했다. 5개국(불가리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핀란드)에 대해서는 아예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EU는 2022년 10월 중순까지 에너지 저장용량의 91%를 확보했다. 본래 목표였던 11월 1일까지 80% 달성을 상회한 상태이다.[6]  화석연료별로 살펴보면 2022년 3월부터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은 급감하는 추세를보였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을 고려하여 수량(무게) 단위로 살펴보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모두 수입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2022년 3~8월까지 기간 중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29.1%, 11.5%, 36.4%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 8월에는 석탄과 석유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2.5%와 38.2% 감소했다. 반면에 러시아를 대신해서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했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과거 대러시아 수입의 1/3에 못 미쳤지만 가파르게 증가하여 2022년 5월부터는 대러시아 수입량을 상회하게 되었다. 노르웨이와 영국으로부터의 수입도 급증하면서, 거의 대러시아 수입 물량에 육박하고 있고, 조만간 대러시아 수입량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은 2021년 총수입 중 41%에서 2022년 9월에는 9%까지 감소했다. 비중이 작았던 LNG 가스는 이제 32%를 차지해 가스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7] <그림 1> EU의 에너지 수입 현황 추이(단위: 백만 톤)  주: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는 HS 4단위 기준으로 각각 2701, 2710, 2711을 의미함. 출처: Eurostat. https://ec.europa.eu/eurostat/data/database (검색일: 2022. 10. 30)  EU의 대러시아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러시아에 있어 EU는 1위의 무역 상대국이다. 러시아 총무역은 35.9%가 EU와의 무역인데, 2위인 대중국 무역의 2배 규모이다. EU의 대러시아 수입이 에너지 중심으로 급감했다면, 대러시아 수출은 제조업 분야에서 감소세가 확연하다. 2022년 3~8월(6개월) 기간 중 EU의 대러시아 수출은 전년도 동기간 대비 48.3% 감소했다. 모든 품목군에서 감소하였지만, 특히 EU의 대러시아 수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기계 및 운수장비(SITC 7)’는 수출이 70.5% 감소했다. 거의 모든 회원국에서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EU의 대러시아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독일의 수출은 감소 폭이 더 크다. 독일의 대러시아 수출은 54.4%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간의 절반 이내로 줄었다. 독일의 기계 및 운수장비 수출은 74.5억 유로에서 19.0억 유로로 74.4% 감소했다. <그림 2> EU와 독일의 대러시아 무역 추이(백만 유로)  주: 품목 구분은 SITC 1단위임. 출처: Eurostat. https://ec.europa.eu/eurostat/data/database (검색일: 2022. 10. 30)  이처럼 EU-러시아 경제 관계의 급변은 양측에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음이 자명하다. 유로지역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9월에는 최초로 두 자리 숫자인 10%를 기록했다. 식량과 에너지에 있어 외부 의존도가 높은 발트 3국에서는 이미 7월부터 물가상승률이 20%를 넘어섰고, 폴란드와 체코 등 다른 중동부유럽에서도 물가상승률은 15%를 넘어섰다. 전례 없는 고물가 현상은 과잉 수요가 아닌, 공급충격에 의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협소하다. 주요 전망기관들은 유럽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했다. 모든 국가의 상황이 비슷하지만, 독일의 성장률 하락 폭이 가장 크다. 2022년 2분기 독일의 분기별 성장률은 0.0%를 기록했고, 에너지 공급과 물가 여부에 따라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영국은 아예 –0.1% 성장을 기록했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는 취임 직후 대규모의 감세를 바탕으로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급락과 영국국채 투매 현상 등 경제충격에 직면했다. 결국 취임 6주 만에 사임하면서 영국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 IMF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21.3%에 도달했고, 3.4%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8] 2023년에도 –2.3% 성장을 기록하면서 1990년대 이후 최초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산 장비 및 소재 수입의 급감한 점은 장기간에 걸쳐 러시아 산업 전반에 걸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대한 시사점 유럽-러시아 관계의 급변과 EU의 에너지 전환계획은 한국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유럽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서 러시아가 갖는 역할 때문이다. EU의 탈러시아 에너지 계획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에너지를 중심으로 구축되었던 유럽-러시아 관계가 급변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에너지 안보에 관한 관심은 당분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대외무역과 에너지 해외 의존에 있어 독일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른 EU 회원국에 비해 독일의 경제성장률 하락이 더 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급과 수요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을 통해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고, 대외적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주요 에너지 수출국과 상호 필요에 의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외환경의 급변에 대비해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긴급 확보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유사 입장국과 에너지 공급 안보를 위한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안보가 부각된 점은 최근 수년간 심화하고 있는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소지가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 중이며, EU도 전략적 자율성을 표방하면서 역내에 산업생태계 조성을 시도 중이다. 물론 이와 같은 공급망의 내재화가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와 같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문제가 부각될 경우 많은 국가들은 공급망 취약성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로드맵과 정책 의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여러 층으로 구성된 복합적인 산업통상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유럽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는 방안으로 기존의 기후변화 대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규제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EU 대외정책의 패턴을 감안할 때 통상정책 등을 통해 제3국이 따르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내 경제구조의 저탄소화는 미룰 수 없는 추세이며, 생산과 소비에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효율성을 증진하게 시키는 방안으로 에너지 소비의 효율화를 높여야 한다. 넷째, 국제 에너지 시장의 혼란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신흥국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공급충격의 장기화 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수입 의존형 개발도상국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대외채무가 증가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다변화를 위해 신흥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한국 기업으로써는 국가 단위의 거시경제 위험에도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1] 이성규‧최영림, 「냉전시기 소련-서유럽 간 가스교역 추진 배경과 시사점」, 『세계에너지현안 인사이트』 (2015), p. 2. [2]이성규‧최영림(2015), pp. 23-24. [3] European Commission, REPowerEU: Joint European Action for More Affordable, Secure and Sustainable Energy, COM(2022) 108 final, March 8, 2022 (2022). [4] European Commission, State of the Energy Union 2022, COM(2022) 547 final, October 18, 2022 (2022). p. 3. [5] European Commission, State of the Energy Union 2021. Contributing to the European Green Deal and the Union’s Recovery, COM(2021) 950 final, October 26, 2021 (2021). [6] European Commission (2022). p. 2. [7] European Commission (2022). p. 3. [8]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orld Economic Outlook: Countering the Cost-Living Crisis, October (2022).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서연 인턴 강유덕 (한국외국어대학교 Language and Trade 학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유럽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Language and Trade 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22~23년의 기간에는 미국 앤아버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의 유럽학 연구센터(Center for European Studies)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제무역, 개발경제, 유럽연합(EU)의 경제정책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통상정책, 경제통합 및 유럽경제에 관한 비교연구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자문 활동을 해 왔으며, 현재 국제학술지 Asia-Pacific Journal of EU Studies의 편집인을 맡고 있다.
  • [JPI PeaceNet]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이후 한중 협력 방안
    저자
    공커위 (상해국제문제연구원)
    발간호
    2022-16
    [기획자 註]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 번째 연임이 시작되었다. 중국은 시진핑의 핵심 지위와 공산당 중앙의 영도를 바탕으로 한 단결을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정치국이 시진핑과 밀접한 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시진핑 주석은 막강한 정책 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정치 변화가 향후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한중 관계에 대한 중국 전문가의 전망과 해법을 다룬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1. 한중관계의 배경 지금 세계는 ‘VUCA’ 시대에 처했다. 이 말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의 시대라는 뜻이다. 전 세계에서는 많은 변화가 발생하여 예측하기 어렵다. 한반도 정세와 한중 관계 발전 또한 다음과 같은 외부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첫째, 중미 전략경쟁이다. 바이든 정부는 한편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어받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며, 글로벌 무역 및 생산 분야에서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관을 강조하며,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나누고 동맹체제의 복원 및 강화를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시하여 중국에 맞서고 있다. 한반도 입장에서는 중미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어, 중미협력이 북핵 문제 해결이 요원해졌다. 한반도는 양국 충돌의 각축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둘째, 코로나 사태이다. 2019년 시작된 COVID-19 대유행으로 전세계 6억명 이상의 감염자와 65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1918년 치명적이었던 독감 유행 이후 최악의 대유행으로 기록됐다. 특히 전염병은 한때 모든 국제무역과 관광을 중단시키면서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남북 격차, 일상 회복의 차이, 발전 지체, 기술 격차 등의 문제가 두드러졌다. 코로나 판데믹에 대응해, 북한은 엄격한 봉쇄 정책을 취했다. 각국은 경제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로벌 공급망, 가치 사슬 교란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겪어야 했다.  셋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군사행동은 1945년 이후 유럽 내 최대 규모의 전쟁을 초래했다. 나토는 러시아에 전례 없는 제재를 가하는데 일치단결하였으며, 동시에 이로 인해 전세계 에너지 및 식량 공급에 급격한 불안현상이 나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파급효과로 전세계의 대립이 동북아 안보 구도와 질서에 직접 투영되어 진영화 · 블록화 추세가 나타남으로써 한반도가 냉전 시기 남-북방 삼각동맹의 대국 게임 구도로 회귀할 수도 있다.  넷째, 북한의 군사력 증강이다. 최근 몇 년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끊임없이 고도화되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LBM,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등 올해만 이미 20여 차례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에게 비핵국가가 핵개발까지 포기하면 미래가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관계 개선에 거의 모든 외교력을 집중하였지만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북한은 ‘국제 제재’, ‘코로나 19’, ‘기근과 홍수’라는 3대 시련에 직면했고, 한반도 역시 ‘북-미 비핵화 협상 중단’, ‘남북관계 정체’, ‘북한 고립 자초’ 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자세 또한 남북관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민감하게 만든다.  2. 한중관계의 현황과 문제 한중 양국은 1992년 8월 24일 수교 이후 각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1994년 ‘우호협력관계’에서 1998년 ‘21세기를 향한 협력파트너 관계’로 격상되었고, 그 다음 2003년 ‘전면적 협력파트너 관계’로, 그리고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까지 격상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현재, 한중 양국은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로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한중 양국 학자들은 이미 수많은 연구와 논의를 진행했다. 일부 중국 측 학자들은 한중관계에는 ‘미국 정책과 중미관계 발전의 제약, 북중관계와 한반도 남북 관계의 제약, 한국 정세 변화의 제약’이라는 삼중 제약이 존재한다고 한다. 또한 일부 학자는 한중 문제는 ‘북한 문제, 역사 인식 문제, 무역 마찰 및 해양 권익등 네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학자는 한중갈등에는 ‘경제무역분쟁, 역사문화분쟁, 어업 및 이어도 등 영유권 분쟁’을 언급했다. 한국 측 학자들은 역사분쟁, 경제무역, 규범과 가치관, 북한 문제, 한미동맹, 해역 분쟁, 한반도 통일, 상호 인식이라는 한중 간 8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일부 학자들은 체제와 이념, 핵심 이익, 한반도 문제해결 방식, 한미동맹, 남중국해, 다자간 협력 등을 한중 논의 쟁점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현재 한중 사이에는 주요 문제들이 일곱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북한(북핵)에 대한 태도, 미국(한미동맹)에 대한 인식, 경제 마찰, 역사문화 인식의 차이(고구려 문제 등), 영토 분쟁(이어도, 간도 등), 서로 다른 사회제도와 가치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태도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안으로 남겨져 있어 어느 하나라도 언제든지 격화되어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더 나아가 한중 관계 전체적인 국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3. 제20차 전당대회를 통해 살펴보는 중국내 정치 및 외교 2022년 10월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었고, 대회의 주제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깃발을 내걸고,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하고, 위대한 창당 정신을 발전시키며, 자신자강(自信自强)하며, 올바른 혁신을 이루고, 일어나 용감하게 전진하여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단결하고 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시진핑 주석은 전당대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깃발을 내걸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분투하자”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전문은 3만2000여자이며, 다음에서 제시하는 몇 개의 키워드와 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중국의 대내외 정세를 대략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  첫째, ‘갈림길’라는 말이다. 제20차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세계의 변화, 시대의 변화, 역사의 변화는 유래 없던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평화, 발전, 협력, 상생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막을 수 없으며, 대중이 지향하는 바와 보편적인 흐름은 인류의 미래가 결국에는 밝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강자의 힘을 내세워 약자를 괴롭히며, 착취하고 약탈하는 패권주의, 횡포, 따돌림행위 등으로 인해 그 위해가 심각하고, 평화 훼손, 발전 훼손, 안보 훼손, 거버넌스 훼손가 심화되어, 인류사회는 전대미문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는 또 한번 역사의 기로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는 각국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제 20차 전당대회 보고서의 내용에는 ‘평화와 발전은 현시대의 두 가지 큰 주제’라는 표현이 없다. 이는 현재 정세에 대한 중국의 견해이다. 하지만 중국은 “평화발전의 길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고 인류 운명공동체 구성을 추진할 것이다.”  둘째, ‘중국식 현대화’이다. 제20차 전당대회 보고서에는 ‘지금부터 중국 공산당의 핵심 임무는 전국 각 민족의 인민들을 단합하고 인솔하여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고, 두번째 100년의 목표를 실현하며,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나온다. 현대화의 길은 고정된 형태가 없고, 자국 실정에 맞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현대화이며, 이는 각국 현대화의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자국의 국정, 역사문화,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식 현대화는 인구 규모의 확대,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 평화 발전이라는 5가지 특징을 포함한다.  셋째, ‘신발전구도’이다. 제20차 전당대회 보고서에서는 ‘신발전 이념을 온전하고 정확하고,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하며, 사회주의 시장 경제 개혁방향과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유지하고, 국내 대순환을 중심으로 국내외 쌍순환을 상호 촉진하는 신발전구도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제 글로벌화의 조류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므로, 중국도 대외개방의 문을 닫지 않을 것이며, 문을 닫을 경우 경제 건설에 참여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일대일로’의 고품질 발전을 함께 추진해나가고, 다양하고 안정적인 글로벌 경제구도와 경제무역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중국과 경제무역협력을 강화하고 호혜상생을 실현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중국 외교의 몇 가지 기본 원칙과 방향은 변화가 없다. 예를 들면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 외교 정책’, ‘평화 공존 5원칙’, ‘신형 국제관계, ‘인류 운명공동체’, ‘친성혜용(親誠惠容: 주변국과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나누고 포용한다), 선린·우호관계 및 이웃을 파트너로 하는 주변 외교 방침 유지’,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등은 모두 제20차 전당대회 보고서에 기술된 것이며, 이는 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하여 성실하게 일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보다 안정되고 번영하며 발전된 중국은 중국과 중국인민에게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며,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며, 세계 각국에게 더 나은 발전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4. 중한 관계에 대한 기대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으로, 양국 관계는 이미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 서 있으며, 새로운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한중 양국은 역사 발전의 대세에 순응하여 양국과 양국 국민들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에서 출발하여 양국 관계의 올바른 방향을 확고히 해야 한다.  한중 양국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한중 양국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상대국의 국익과 정책적 입장을 고려하여 상호간 입장을 배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부 문제는 글로벌 정세와 지역 정세의 변화로 야기된 것이며, 한중 양국은 정세를 잘 살펴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자신의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어떤 문제들은 한국의 지도자 교체로 인해 나타난 것으로, 한중 양측 고위층은 다양한 차원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교류와 소통을 해야 하고 변화에 조속히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전략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한국과 한중 관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줄곧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중 양국은 ‘공동 발전을 실현하는 파트너, 지역 평화를 수호하는 파트너, 손을 맞잡고 아시아를 진흥 시키는 파트너,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22년 3월25일 시진핑 주석은 전화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중은 이동할 수 없는 영원한 이웃이자 떨어질 수 없는 협력파트너이다’,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양국은 이를 계기로 상호존중하고, 정치적 신뢰를 강화하며 민간 우호를 증진하여 한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은 양국 관계 발전의 역사적 경험을 총결하고, 양국의 호혜협력의 밝은 비전을 함께 계획해야 할 것이다. 한중 관계가 다음과 같은 ‘4가지 모범’이 되어,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가고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한중관계는 새로운 국제관계의 모범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한때 중미 신형 대국 관계 구축에 관한 구상을 제안하여, 양국은 충돌·대립하지 않을 것이며,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여 공동의 승리를 이루자고 강조했었다.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점차 ‘신형대국관계’라는 개념이 형성되었고, 중미 관계가 기타 국가와의 관계로 확대되어 한중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구상은 윤석열 정부의 ‘상호존중에 기초한’ 대중국 정책과 일치하므로,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하고, 각자의 발전 경로와 핵심 이익과 문화, 전통, 관습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의 길이다.  특히 한중 관계가 진정으로 이데올로기를 초월하고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진영의 대립을 뛰어넘는다면 양국은 건전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공정하고 평등하며 안정적이고 민주적이며 건설적인 국가 간의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단지 이론이나 사상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실천 가능한 현실임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2) 한중관계는 인류 운명공동체의 모범의 될 수 있다.  중국은 2013년 인류 운명공동체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데 이어 아시아 운명공동체, 책임공동체, 이익공동체, 핵안보 공동체 등 다양한 주장을 제시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중 운명공동체’를 언급했다.  한중 양국은 동고동락하는 운명공동체이며, 유구한 교류의 역사와 상통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양국 간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 유지, 경제발전 협력 촉진, 지역 번영 추진, 한반도 비핵화 실현, 대량살상무기 및 핵무기 확산 방지, 협상과 대화 등 외교적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흐름에 대한 반대 등 많은 공동의 이익이 있다. 한중 간에 ‘구존동이(求存同異)’, ‘화이부동(和而不同)’,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于人)’ 등은 동아시아의 전통적 이념으로 서양의 ‘보편적 가치관’을 뛰어넘고 이를 대체한다면 양국의 발전과 미래는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다. 3) 한중관계는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의 모범이 될 수 있다.  2022년 4월 중국은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6가지 지켜야 할 내용이 담겨있는데, 특히 그중 ‘공동, 종합, 협력, 지속가능한 안보관을 견지하여 세계 평화와 안보 공동 수호’,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준수, 냉전적 사고 배척, 일방주의 반대, 집단정치 및 진영대결 반대’, ‘대화와 협상 등 평화로운 방식을 통한 국가간 이견과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 견지, 평화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든 노력 지지, 이중 잣대 적용 배제, 일방적인 제재 및 원거리 관할 남용 반대’등 내용은 중국과 한국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중 모두 세계 평화 수호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이다. 양국 모두 오랫동안 열강의 핍박과 모욕을 겪은 경험이 있고, 미국식 식민통치, 침략의 역사를 숨기려는 언론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고 한다.  한중 양국의 안보 문제에 관한 협력은 양측이 이견과 갈등을 피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의 비전통적인 안보 분야인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생물 안보 등의 문제도 함께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지역 안보의 어려움을 함께 대처하는 것은 북핵 문제를 빠른 시일 에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4) 한중 관계는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의 모범이 될 수 있다.  2013년 9월과 10월에 중국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잇달아 제안했고, 연이어 ‘일대일로’라는 일련의 주요협력 프로젝트를 착수하여 세계 각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최근 한국도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협력 이니셔티브’, ‘한반도 신경제 구상’ 등 지역 협력 발전을 추진하는 구상을 많이 내놓고 있다.  2021년 9월 중국은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는데, 발전우선, 인민 중심, 보편적인 포용, 혁신적인 동력, 사람과 자연의 공존, 활동 지향적 태도 등을 견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심 국가’라는 외교구상에서 한중 양국의 발전전략이 효과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면, 각자의 장점으로 상호 보완하고, 상호 연결하고 소통하며,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발전을 위한 지역 협력 플랫폼 형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양국은 국가의 이익과 장기적인 발전의 관점에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상호존중과 협력상생의 정신을 간직하며, 양국 국민의 복지 증진은 물론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한중 관계는 더욱 건전하고 성숙하며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가 될 것이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서연 인턴 공커위 (상해국제문제연구원)  공커위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상해국제문제연구소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상해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국 상해국제문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주임 겸 북핵 프로그램 담당자를 역임하고 있다.
  • [JPI PeaceNet] 빈곤과 평화: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국제협력
    저자
    문경연 (전북대학교 국제인문사회학부 부교수)
    발간호
    2022-15
    [기획자 註]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세계가 식량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세계 주요 밀 생산 지역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세계 각 지역에서 식량 위기 상황이 심각해지기도 했다. 지난 8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식량과 연료비가 급등하며 식량 부족 인구는 4700만명 증가했다. 전세계에서 3억4500만명의 인구가 식량 불안 상태로 추정된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남수단, 예멘, 아프가니스탄에선 이미 9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기아와 죽음에 직면해 있다. 이는 2019년보다 10배 수준이다. 식량 부족을 비롯한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 협력이 그 어느 때 절실하다. 글로벌 식량 위기 상황에서, 제주평화연구원은 저개발국가에 대한 식량 원조 등 공적 개발 원조(ODA)에 대한 정책적 접근 방안을 다룬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I. 지구촌 빈곤 문제와 공적 원조 두 번째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국제사회는 식량, 교육, 보건, 젠더 분야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빈곤문제들을 종식시키기 위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를 수립하였고, 그 종료시점인 2015년 극빈 인구수를 절반으로 낮추는데 있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2015년, 2030년까지를 목표 시한으로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0년 12월 세계빈곤연구소(World Poverty Map)가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세계 극빈 인구수는 약 7억 2천 7백만명(2020년 12월 기준)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인구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수치는 떨어지기는커녕 초침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데, 이러한 빠른 극빈 인구수 증가는 COVID-19이 빈곤국가들에게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1]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1986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법 공포를 시작으로 유상원조를 그리고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설치를 시작으로 무상원조를 본격적으로 실시하였고, 2010년 원조 선진국 그룹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 회원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명실상부 원조 선진국 그룹이 되었다. 이후 2021년 해외원조 예산은 4조 793억 원으로 절대규모로 29개 DAC회원국 중에서 15위 수준을 기록할 만큼 성장하였다. 특히 SDGs의 채택과정에서 과거 MDGs 수립과는 다른 위상과 역할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국제사회의 국제개발협력 주요 논의에 참여하며 규범 및 의제 선도 국가로서 위상과 기여를 강화해 왔다. 또한 SDGs 채택과 함께 인도적지원과 개발지원 유기적 연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넘어 이 두 요소와 평화구축이라는 요소를 접목한‘인도주의-개발-평화(Humanitarian-Development-Peace Nexus, HDP Nexus)’접근법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분단 상황 속에서 평화 이슈에 민감한 우리 정부는‘평화 ODA’를 국제협력에서 주요 사업 모델로 채택하였다.  이러한 최근의 논의에 대한 학습과 함께 짧은 기간 빠르게 성장한 한국 대외원조의 양적, 질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업 유형, 전달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관찰되는 주요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빈곤의 원인에 대한 이해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 어떠한 원조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주요 원조 정책결정 및 집행에 참여하는 행위자와 기관의 접근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실제로 외교적 관점에서는 원조는 글로벌 공공재이자 소프트파워로써 외교의 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며, 경제적 관점에서는 공여국의 수출 시장 개척 및 기업의 대 개도국 진출을 위한 마중물 같이 경제적 이익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II. 빈곤의 원인과 해결 수단으로써 원조에 대한 인식 그렇다면 빈곤과 원조 이슈가 국제정치 무대의 주요 이슈로 등장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빈곤의 근원적인 이유는 무엇이며,[2]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프리 D. 삭스(Jeffrey D. Sachs)는 2005년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을[3] 통해 빈곤의 원인을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근저에 배태된 혹은 외부에 의해 주입・형성된 복합적 결과물로 분석한 가운데,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된 원조마저도 불완전했기 때문에 지금의 빈곤이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과감하고 새로운 형태의 원조를 주장하였다.  반면 삭스의 ‘빈곤의 종말’ 출판된 지 4년 후인 2009년, 담비사 모요(Dambisa Moyo)는 ‘죽은 원조(Dead Aid)’를[4] 통해 삭스와 다른 빈곤의 원인과 해결책, 즉,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이 ‘원조’ 자체에 있다고 보고 이 원조를 끊는‘충격요법’을 통해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 하였다. 시간적 측면에서 보면 삭스가 원조를 늘려야 한다는‘빈곤의 종말’이 읽은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 모요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삭스가 주장한 원조의 확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삭스는 규모와 원조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며 대안적 원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삭스는 모요와 달리 차관은 부채의 문제를 일으켜 경제발전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게 한다고 보고 무상원조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수치적으로 엄밀히 분석하여 실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가 너무 미미했다고 보며, 이에 대한 부국과 잘못된 발전 정책 처방을 내린 IMF, 세계은행의 원조 정책을 신랄히 비판한다. 결론적으로 삭스는 부국과 국제금융기구가 원조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 혹은 최소한 부국이 GNI 대비 0.7%까지 확대하기로 한 약속 이행을 통해 빈곤국가들로 하여금 ‘경제발전 사다리’의 첫 단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부국의 사명이라고 주장한다.  삭스가 빈곤의 원인을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지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자고 했다면, 모요는 작금의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에 원조가 있다는 돌직구 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또한 부패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차관과 무상원조를 사실상 같은 것으로 보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 지금의 빈곤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고 보고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시킨다. 모요도 삭스와 같이 ‘경제발전 사다리’ 개념을 사용하나, 아프리카로 하여금 경제발전의 사다리를 못 오르게 만든 것이 원조라고 주장한다. 모요는 수치상의 아프리카 원조규모에 대해서 엄밀한 분석을 통해 발표된 원조 수치와 달리 실제로 이 원조가 아프리카나 빈곤국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삭스와 달리, 해당 수치상의 원조를 그대로 받아들여 막대한 원조가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원조가 아프리카를 병들게 했다고 보고, 이러한 원조를 중단하는 ‘충격요법’이 있어야만 비로소 아프리카가 스스로 발전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5]  III. 평화 ODA 2.0 구상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삭스와 모요는 둘 다 이론가를 넘어서 매우 열정적인 실천가이다. 때문에 이 두 저서는 책의 말미에 다르지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들 메시지의 이행을 위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삭스는 양질의 대규모 원조가 필요하며 국제사회는 약속한 0.7% ODA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모요는 아프리카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원조를 중단하고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기반한 대안적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최근 2025년 까지 우리 정부의 해외원조 방향성을 결정짓는‘제3차 국제개발협력기본 계획’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 원조 계획인 만큼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모요의 주장에 반하는 연구에 참여한 것이 되겠으나, 모요는 원조 보다는 개도국의 무역 촉진과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점에서 원조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3차 기본계획에서 우리 정부는 향후 10년간 경제력에 맞게 ODA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OECD DAC 평균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포함하였다.[6]  이 목표만 놓고 보면 삭스는 경제적 부국들이 GNI 0.7%를 달성해야 빈곤의 종말이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정작 2030년까지 우리의 목표는 OECD DAC 평균인 0.3%에 맞추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우리 정부의 ODA 규모를 현재 수준(0.16%)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 과정이었는지 알기 때문에 삭스 앞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싶다. 하지만 인류 인구의 6분의 1이 극빈계층의 삶을 사고 있는 현실 가운데 부국은 0.7%를 원조에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데도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삭스의 따가운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주요 공여국이 보여준 위선적 모습을‘그림자 연극’에 비유한 것처럼, 우리는 UN 무대에서 SDGs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우리의 이익과 현실을 이유로 자기합리화적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않은지 자문해 보게 된다.  아울러 원조 중단이라는 충격요법을 주장한 모요의 정책은 현실 세계에서는 이행되기 어려운 제안처럼 들린다. 하지만 후발 원조 국가로서 원조 정책의 양적, 질적 발전을 꾀하고 있는 우리에게 모요가 주장하는 원조의 효과와 폐해에 대한 반성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요의 관점에서 우리의 원조가 수원국의 빈곤문제를 더욱 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관성에 젖어 효과 없는 원조에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원조가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무엇이 문제이며, 이러한 제반 평가를 바탕으로 우리의 원조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성을 재설정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모요의 연구는 관성에 젖어 있는 원조정책 연구자, 정책가 그리고 원조기관에 새로운 성찰의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하다.  특히 모요가 원조의 대안으로 제시한 자본시장, FDI, 무역, 송금, 저축, 소액금융, 발전 지향적 정부 등의 어젠다는 원조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우리 정부 부처들의 끊임없는 논쟁의 핵심 주제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히 논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외원조 정책에서‘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접근법에 기반하여 다양한 유형의 사업으로 개도국의 무역 역량강화를 위한 원조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개도국 이주노동자의 송금 장애물 완화(온라인 송금 앱 개발) 및 수수료 완화, NGOs 등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소액금융 관련 사업 그리고 개도국의 발전 역량강화를 위한 지식컨설팅(KSP, DEEP 사업 등) 사업 등은 모요의 진단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대외원조 정책은 삭스와 모요의 접근법을 둘 다 준용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적지원과 개발지원에 초점을 맞춘 삭스와 모요의 논쟁 이후, SDGs의 채택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HDP Nexus 접근법 또한 국제사회의 주요 아젠다이다. 우리 정부도 HDP Nexus 논의에 편승하여 베트남 등 과거 분쟁지역에서 평화활동의 일환으로 대인지뢰를 제거하고, 지뢰 피해자에 대한 인도적지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농가소득 창출을 지원하는‘평화 ODA’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역재건 위주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PKO(평화유지군) 역시 대표적인 HDP Nexus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원조 규모 15위로 우뚝 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원조 공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개발, 평화 관련 논의에 있어 글로벌 국제협력 선도국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더욱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사업모델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즉 베트남의 대인지뢰 사업이‘평화 ODA 1.0’이라면 새롭고 발전된‘평화 ODA 2.0’모델 발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 World Data Lab, https://worlddata.io (검색일: 2020.12.01.).  [2] 빈곤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필독서로써 동 비교서평의 저자인 제프리 삭스와 담비사 모요 외에 최소한 두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더 있다.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김원기 옮김 (서울: 갈라파고스, 2013)/Amarty Sen, Development as Freedom (New York: Anchor Books, 1999);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이순희 옮김 (서울: 생각연구소, 2012)/Abhijit V. Banerjee & Esther Duflo, Poor Economics (New Yok: Public Affairs, 2011). [3] 제프리 D. 삭스, 『빈곤의 종말』, 김현구 옮김 (서울: 21세기 북스, 2006)/Jeffrey D. Sachs, The End of Poverty: Economic Possibility for Our Time (London: Penguin Group, 2005). [4] 담비사 모요, 『죽은 원조』, 김진경 옮김(서울: 알마, 2012)/Dambisa Moyo, Dead Aid: Why Aid Is not Working and How There Is Another Way for Africa (London: Penguin Books, 2009). [5] 문경연.“‘빈곤의 종말’vs ‘죽은 원조’: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지식인들의 논쟁,”『국제정치논총』 60권 4호 (2020), 461-498. [6] 정부가 원조 규모를 정권 임기 안에 국력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서연 인턴 문경연 (전북대학교 국제인문사회학부 부교수, 캠브리지대학교 중앙아포럼 방문교수)  문경연은 현재 전북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국제인문사회학부 부교수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과 영국 크랜필드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제개발협력 및 북한개발협력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 [JPI PeaceNet] 기시다 내각 출범 1년 평가: 일본의 민주주의, 가치외교, 그리고 한일관계
    저자
    오승희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연구교수)
    발간호
    2022-14
    [기획자 註] 한일관계 회복은 현 정부의 중요한 외교과제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동아시아 안보문제 있어 한미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해오고 있으며, 기시다 일본 총리 또한 최근 “현재의 전략환경에서 한일, 미일 협력의 진전이 지금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지 1년이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일 간 소통의 현황과 한계, 전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제주평화연구원에서는 ‘한일관계 현황과 전망’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그 첫 번째로 서울대 일본연구소의 오승희 박사의 글을 통해 일본 기시다 내각이 가지고 있는 국내 정치적 어려움과 일본 가치외교의 향방, 이것이 한국에 갖는 함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keryu@jpi.or.kr)]   기시다 내각 출범 1년 평가  2021년 10월 4일 출범한 기시다 내각이 1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지지율은 내각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 9월 조사 기준으로는 ‘지지한다’ 29%, ‘지지하지 않는다’ 64%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고[1], NHK 10월 조사 기준 ‘지지한다’가 38%, ‘지지하지 않는다’가 43%[2], 교도통신 10월 조사 기준 ‘지지한다’ 35%, ‘지지하지 않는다’ 48.3%[3], 아사히 신문 10월 조사 기준 ‘지지한다’ 40%, ‘지지하지 않는다’ 50%로 나타났다.[4] 조사기관마다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NHK 10월 조사 기준, 자유민주당(自由民主党)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36.9%로, 차순위인 입헌민주당(立憲民主党) 5.6%에 비해 6배 정도 높아 자민당 우위는 여전하다. 다만, ‘지지정당 없음’이 38.4%로 9월 34.9%에서 3.5%p 상승하며 자민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야당의 약세가 계속되고 자민당 우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자민당 내부의 정치 역학이 계속 우선시될 것이다.  기시다 내각 1년의 활동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NHK 조사 기준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39%, 부정적인 평가가 56%로 나타났다.[5] 기시다 내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항목은 ‘신형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 긍정적이라는 응답(59%)이 부정적인 응답(35%) 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시다 내각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과 자민당의 유착관계에 대한 대응 부족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국장(國葬) 문제가 거론된다. 여기에 기시다 총리가 정권 1년을 맞이하며 장남 기시다 쇼타로(翔太郞)를 정무담당 총리 비서관으로 임용하겠다고 밝혀 일본 정치의 후계자 문제, 세습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내각 출범 1년의 시점에서 일본의 국내외 민주주의 가치를 둘러싼 쟁점을 확인하고 한일관계에 대한 함의를 살펴본다.  아베 전 총리의 죽음과 일본 민주주의 올해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7월 8일, 아베 전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하였다. 참의원 선거에서 이미 자민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었으나 아베 전 총리 사망으로 애도표가 더해져 예상보다 높은 지지를 받으며 압승하였다.[6] 그런데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황금기를 맞이할 것으로 여겨졌던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결정하는 과정과 국장 강행이 문제가 된 것이다.  아사히 신문이 9월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국장에 대한 반대가 56%, 찬성이 38%로 나타났고[7], 마이니치신문이 9월 17~18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반대가 62%로 찬성한다는 27%보다 2배 이상 많았다.[8] 국장에 반대하는 의견으로는 아베 총리의 자격논란, 불투명한 결정과 설명 논란, 고비용과 세금 문제가 언급되었다.[9]  우선, 아베 총리의 국장 자격 논란이 존재한다. 2017년~2018년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학원 스캔들, 2019년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 등이 해결되지 않았고, 여기에 통일교 스캔들까지 더해져 정치자금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었다. 아베에 앞서 국장이 거행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하고 일본의 주권을 회복했다는 점을 공적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대부분의 총리들이 내각과 자민당의 합동장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아베 총리에 대한 국장 결정이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두 번째는 독단적이고 성급하고 불투명한 결정 과정에 대한 불만이다. 7월 8일 아베 총리의 사망 이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7월 14일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으로 아베 총리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내각부 설치법에 근거하여 각의 결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10] 국장에 대한 설명이나 정확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기시다 총리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원래 내각·자민당 합동장례식을 검토했으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가 국장을 압박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세 번째는 국장에 들어가는 세금 문제다. 내각·자민당 합동장례식의 경우, 내각과 자민당이 장례식 비용을 분담하지만, 국장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초반에 약 2억 5천만 엔(약 25억 원)이 필요하다고 알려졌을 때도 반발이 있었으나, 결국에는 약 7배에 달하는 16억 6천만엔(약 166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혀져 더 큰 반발을 샀다.  국장에 반대하는 서명이 이루어지고, 국회 앞에서 분신(焚身)을 시도한 시민도 있었으며, 일부 시민단체는 각의 결정과 예산집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도쿄 지방법원에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다.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반대 여론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왔지만, 9월 27일 2시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예정대로 아베 총리의 국장이 진행되었다. 도쿄 각지에 검문소와 보안이 강화되어 경비가 삼엄했고, 약 2만 명의 경찰 인력과 자위대 약 1,400명이 동원되었다. 헌화대가 마련된 구단시타(九段下) 공원에서는 헌화하기 위한 시민들이 3㎞ 이상 줄을 서기도 했고, 한편에서는 <국장 반대!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 공동행동> 집회에는 약 30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 국회 앞에서 개최된 <아베 전 총리 국장에 반대하는 실행위원회> 집회에는 약 1만 5천명이 참석했으며, 정권 연장을 위해 법적 근거도 없이 조의를 시민에게 강제한 것은 헌법 위반이고 일본 국민이 사실상 애도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날 오키나와(沖縄) 현과 가와사키(川崎) 시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조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아베 국장을 둘러싼 논란은 일본의 민주주의에 대한 현황과 쟁점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근거 규정 제시와 적용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 총리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민당과의 관계, 세금 사용처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 제기, 그리고 다양한 반대의 방법과 방식, 그리고 바뀌지 않는 결정, 내각과 정당 지지율로 나타나는 결과 등 일본 정치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항상 경청하는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던 기시다 총리의 ‘듣는 힘(聞く力)’이 무색할 만큼 국장 결정 과정에서는 듣는 과정이 짧았고 이에 대해 ‘설명하는 힘’도 부족했다. 국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설명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자민당 내 아베파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반대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듯하다. 아베 국장 이후 최근 발표한 소신표명연설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엄격한 의견을 듣는 자세야말로, 정치가 기시다 후미오의 원점’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제2차 기시다 내각은 ‘신뢰와 공감’의 정치를 향해 겸허히 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11] 그러나 기시다 총리의 듣는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불충분한 설명과 듣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실망과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일본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기시다 총리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일본 사회는 기시다 총리에게 ‘듣는 힘’보다 ‘설명하는 힘’ 그리고 ‘설득하는 힘’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민주주의 가치 외교 국장 결정 당시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아베 전 총리의 공적은 ‘8년 8개월의 긴 총리 재직 기간의 외교적 성과’였다. 밝혀지지 않은 각종 스캔들 등으로 공과 과가 모두 존재하는 만큼 업적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였지만,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오랜 재임기간 동안 해외의 많은 국가수반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은 아베 총리의 사망 직후 고인에 대한 애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주미일본대사관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하여 조문하였고,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국무장관이 직접 일본을 방문하여 조문하고, 미국의 모든 공공기관은 조기를 게양하였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아베 전 총리는 미국에 특별한 동반자였고, 위대한 비전을 가진 훌륭한 지도자였다”며 “그의 죽음은 일본의 손실이자 세계의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인도는 7월 8일 관공서 등에 조기를 걸고 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정했다. 대만은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7월 11일 바로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고, 7월 11일에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결정으로 정부청사와 관공서 및 공립학교에 조기를 게양하였다. 타이베이101에 아베 총리는 대만의 영원한 친구이며, 대만을 지지하고 우의를 지켜주어 감사하다는 추모 메시지를 게시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7월 9일 “아베 전 총리가 총리 재임 중 중국과 일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유익한 공헌을 했다. 갑자기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개인 명의 조전을 보냈다.  기시다 총리는 국장과 함께 행해지는 각국 정상들과의 조문 외교를 통해 일본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영국 엘리자베스 2세(Elizabeth II) 여왕의 국장과 비교되면서 일본의 조문 외교가 무색해졌다. 결국 아베 국장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의 참석이 무산되었고, 국가 정상으로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가 참석하는 가운데 한국 한덕수 국무총리,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미국 부통령, 완강(萬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 700여 명을 포함한 약 4,3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알바니스 총리는 “일본, 미국, 호주, 인도 네 나라의 틀인 쿼드(Quad) 대화는 아베 총리의 지도력 없이는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모디 총리는 아베 총리를 영원히 기억하겠으며 기시다 내각에서도 일본과 인도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 해리스 부통령은 아베 총리가 ‘탁월한 세계적 지도자이자 흔들림 없는 미일동맹의 옹호자’였다고 평가하고, 기시다 총리는 아베 총리의 유지를 이어받아 미일동맹의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 실현을 위해 미일 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12]  아베 전 총리의 대표적인 외교적 성과로 평가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개념은 아베 제1기 내각에서부터 등장하였다. 지정학적 인식에 기반한 가치 외교는 2006년 11월 제1차 아베 내각의 아소 외무상이 제시한 ‘자유와 번영의 호(自由と繁栄の弧, arc of freedom and prosperity)’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2007년 아베 총리가 인도를 방문하여 국회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 개념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연설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제2차 아베 내각에서 본격적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이 등장하였다. 2016년 8월 제6회 아프리카 개발 회의(TICAD VI)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제시되었다. 일본은 2019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전략에서 비전으로 격상하며 구체화해나갔다. 아베 2기내각에서 기시다 수상은 2012년 12월부터 4년 넘게 외상을 역임했다.[13]  일본이 적극적으로 주도하여 개념화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이제는 미국, 유럽, 아세안 등의 외교정책과 연계되어 확산되었으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오커스(AUKUS), 쿼드 등 동지국가(like-minded countries)들과의 다자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네트워크를 중첩 및 확장해나가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최대의 해양 민주주의 자유자본주의 국가’이며 ‘세계 최대의 해양 세력이자 경제대국인 미국’과 함께 자유롭고 열린 바다를 만들어가며 인도, 호주,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법의 지배와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를 뿌리 내리는 것’을 강조한다. 미래를 만드는 5원칙으로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 보편적 가치를 부각하고, 힘이 아닌 법과 규칙(rule)이 지배하는 바다, 자유롭고, 열린, 연결된 경제 네트워크, 문화 유대, 세대 교류를 제시하고 있다.[14]  일본은 공유된 비전과 뜻을 같이하는 동지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규칙제정자로서 전 지구적 문제를 관할하는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하는 국제사회 주도국으로 위상을 강화해나가고 있다.[15] 다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갈등과 분열을 더 촉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글로벌 가치 외교와 한일관계 그렇다면 한국은 일본에게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국인가? 일본 총리의 소신표명연설에서 나타나는 한국에 대한 인식 표현을 살펴보면, 2014년에는 분명 한국은 ‘기본적인 가치나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였지만, 2016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 가치 공유 부분이 삭제되었다. 2017년, 2018년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고, 2019년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 2020년 ‘매우 중요한 나라’, 2021년 ‘중요한 이웃나라’로 표현되었다. 2022년 10월 3일의 소신표명연설에서는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에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국가입니다. 국교정상화 이래 쌓아온 우호협력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으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입니다.”라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16]  2022년 발간된 외교청서에서도 한국에 대해 “한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대북 대응을 비롯한 지역 안정을 위해 한일, 한미일 간의 연계는 불가결하다.”고 강조하면서 강제 동원과 위안부 문제 등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으며 국제법에 따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한국이 거듭된 국제법 위반의 상태’를 시정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에 대해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즉시 강구하도록 재차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17] 일본은 법의 지배와 국제법 준수라는 가치를 내세워 한국을 일본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일본의 국가이익에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원용하고, 이와 상충되는 경우 법의 지배와 규칙 준수를 강조하며 동지국가에서 배제하는 방식이 작동하는 것을 가치외교의 한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국방력 강화, 헌법 개정의 근거와 필요성, 북한위협에 대한 한미일 협력 강화, 경제외교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글로벌 위상 강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가치외교의 흐름은 모두 아베 시기에 그 기반이 만들어졌다. 아베 없는 일본이지만, 이후 총리가 누가 되더라도 일본이 전후로부터 벗어나 국제사회 주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유롭고 열린 비전과 구상을 마련해두었다. 일본은 패전국 정체성과 전후 레짐으로부터 탈각하여 방위력을 강화해나가고, 안보리 개혁을 선도하고 2023년 G7 히로시마 서밋을 개최하며 국제사회에서 국제 규범과 규칙을 설정해나가고자 할 것이다. 불안정한 국제 환경과 다차원적 안보 강화의 국제정세 속에서 새로운 일본에 대응하는 한일관계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1] 毎日新聞. 2022.9.18. ‘岸田内閣支持29% 7ポイント減、3割割る 毎日新聞世論調査’ https://mainichi.jp/articles/20220918/k00/00m/010/143000c (검색일: 2022.10.12.) [2] NHK. 2022.10.11. ‘内閣支持率’ https://www.nhk.or.jp/senkyo/shijiritsu/ (검색일: 2022.10.12.) [3]日本経済新聞. 2022.10.9. ‘岸田内閣支持率5ポイント減35% 共同通信世論調査’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A0920Z0Z01C22A0000000/ (검색일: 2022.10.12.) [4] ‘岸田内閣、不支持50% 支持横ばい40% 朝日新聞社世論調査.’ https://www.asahi.com/articles/DA3S15433892.html (검색일: 2022.10.12.) [5] 참고로 기시다 내각에 앞서 약 1년 만에 퇴진했던 스가 내각의 경우 출범 초기 62%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였으나, 1년 후 30%를 기록하여 32%p나 하락하였다. NHK. 2022.10.11. ‘内閣支持率’ https://www.nhk.or.jp/senkyo/shijiritsu/ (검색일: 2022.10.12.) [6] 오승희. 2022.8.1.‘[글로컬 오디세이] 포스트 아베, 기시다의 '조율의 리더십' 성공할까’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92208 (검색일: 2022.10.12.) [7] 朝日新聞. 2022.9.11. ‘内閣支持続落41%、過去最低に並ぶ 不支持が逆転 朝日世論調査’ https://www.asahi.com/articles/ASQ9C7SFXQ98UZPS004.html (검색일: 2022.10.12.) [8] 毎日新聞. 2022.9.22. ‘安倍晋三元首相の国葬、どう思う? 反対する三つの理由’ https://mainichi.jp/articles/20220921/k00/00m/040/212000c (검색일: 2022.10.12.) [9] 毎日新聞. 2022.9.22. ‘安倍晋三元首相の国葬、どう思う? 反対する三つの理由’ https://mainichi.jp/articles/20220921/k00/00m/040/212000c (검색일: 2022.10.12.) [10] 内閣府. 2022. ‘故安倍晋三国葬儀について.’ https://www.cao.go.jp/kokusougi/kokusougi.html [11] 岸田文雄. 2022.10.3. ‘第210回国会における岸田内閣総理大臣所信表明演説.’ https://kishida.gr.jp/activity/8390 (검색일: 2022.10.12.) [12] 外務省. 2022.9.26. ‘ハリス米国副大統領による岸田総理大臣表敬及び岸田総理大臣と米国代表団との夕食会’ https://www.mofa.go.jp/mofaj/na/na1/us/page6_000754.html (검색일: 2022.10.12.) [13] 오승희. 2022. “일본의 가치지향 외교 네트워크-인정투쟁, 가치 네트워크, 외교적 위선.” 『일본연구』91, 53-61. [14] 오승희. 2022. “일본의 가치지향 외교 네트워크-인정투쟁, 가치 네트워크, 외교적 위선.” 『일본연구』91, 58-59. [15] 오승희. 2022. “일본의 가치지향 외교 네트워크-인정투쟁, 가치 네트워크, 외교적 위선.” 『일본연구』91, 47-76. [16] 岸田文雄. 2022.10.3. ‘第210回国会における岸田内閣総理大臣所信表明演説.’ https://kishida.gr.jp/activity/8390 (검색일: 2022.10.12.) [17] 外務省. 2022.9.30. ‘外交青書2022’ https://www.mofa.go.jp/mofaj/gaiko/bluebook/2022/pdf/index.html (검색일: 2022.10.12.)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신지영 인턴 오승희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연구교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동아시아학을 공부하고,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와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방문연구를 수행하였다. 전공분야는 중일관계, 일본 외교정책이며, 주요 연구로 “일본의 가치지향 외교 네트워크: 인정투쟁, 가치 네트워크, 외교적 위선”(일본연구, 2022), “한일국교정상화와 중일국교정상화의 외교전략: 미뤄두기, 쌓아가기, 경계짓기, 다중해석”(일본연구논총, 2022), “과거사를 둘러싼 인정투쟁: 일본 수상담화의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국제정치논총, 2021), 『전후 중일관계 70년: 마오쩌둥-요시다 시기부터 시진핑-아베 시기까지』(공저, 2019) 등이 있다.
  • [JPI PeaceNet] 중국식 탈세계화의 모색: 폐관쇄국(闭关锁国) 대 자주한관(自主限关)
    저자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간호
    2022-13
    [기획자 註] 미국과 중국 간 탈동조화(decoupling)가 가속화되고 있다. 8월에 미국 상원을 통과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반도체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중국에 시설을 짓거나 신설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붙여 중국을 견제하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또한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나 핵심광물을 사용하지 않은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도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네트워크(Chip4 동맹)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탈중국화 정책에 중국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가. 이번 JPI PeaceNet에서는 아주대학교 이왕휘 교수의 글을 통해 중국식 탈세계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 (keryu@jpi.or.kr)]   중국은 세계화의 전성기에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탈동조화를 통해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독자적인 탈세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역사연구원 과제조의 ‘명청시대 폐관쇄국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탐구’에서 논의한 ‘자주한관’과 ‘폐관쇄국’은 중국의 전략에 대한 역사적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탈동조화 전략에 흔들리는 중국의 세계화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세계화를 꾸준하게 지지해왔다. 1990년대 후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중국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 입장은 무역전쟁 발발 이후에도 유지되어 왔다.  중국의 보호주의를 비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년 1월 시진핑 주석은 다보스 포럼에 직접 참석해서 세계화를 옹호하였다. “싫던 좋건, 글로벌 경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큰 대양입니다. 국가들 사이의 자본, 기술, 제품, 산업 및 인적 교류를 차단하고 대양의 물을 고립된 호수로 흘려보내려는 어떤 시도는 결코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것은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것입니다.”[1]  미중 사이의 탈동조화가 확연해진 올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도 시 주석은 이 입장을 고수하였다. “그 과정에서 역류와 위험한 모래톱에도 불구하고, 경제 세계화는 결코 항로를 이탈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 각국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옹호해야 합니다. 우리는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을 없애야 합니다. 문을 열어야지 닫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탈동조화가 아니라 통합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열린 세계 경제를 건설하는 길입니다.”[2]  중국이 세계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중국의 국가이익과 경제성장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20년 32.9%에서 1950년까지 4.6%까지 추락하였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18년까지 4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이 약 9.5% 성장하여 경제 규모가 무려 155배 성장하였다. 그 결과 2021년 중국의 비중은 17.8%로 미국(약 23%)의 70% 수준까지 근접하였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2030년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이 세계화를 유지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편에서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축소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 조치를 도입하는 동시에 유례없는 산업정책을 추진하였다.[3] 더 나아가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을 통해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앨라이쇼어링(allyshoring)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 유럽연합(EU)도 대중정책의 기조를 재고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엄격한 봉쇄 정책은 중국의 대외 교류를 심각하게 축소시켰다. 주요 국가들이 작년 말부터 검사와 방역 기준을 완화하는 공존(与病毒共存) 정책으로 전환한 반면, 중국은 역동적 제로 코로나(動態淸零)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몇몇 대도시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 해외입국자에 대한 엄격한 검사와 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 조치로 피해를 본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과 역할이 예전보다 저하될 것이다.  대내외의 상황 변화 때문에 중국은 이제 더 이상 탈세계화를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대내적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개혁개방에서 정치사회적 안정으로 이동하면서, 일대일로 구상과 같은 대외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탈동조화가 진전되면, 중국은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진영과 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려워진다.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을 지지하거나 선호하는 국가들의 국제적 위상과 평판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G7을 중심으로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의 선택지는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소수의 권위주의 국가로 한정되어 있다. 민주주의 진영에 있는 국가들과 관계를 확대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냉전 시대 소련처럼 권위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국가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중국식 탈세계화의 두 가지 방법 :‘폐관쇄국’(闭关锁国) 대 ‘자주한관’(自主限关)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고민은 중국 역사연구원 과제조가 『역사연구』에 발표한 ‘명청시대 폐관쇄국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탐구’에 반영되어 있다. 올해 6월 말에 발간되었을 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논문은 8월 말 역사연구원의 위챗계정에 이 전문이 공개된 후 큰 주목을 받았다. 역사논문이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명청시대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 현재를 깨우치는 차고유금(借古喩今)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명청 시대 대외관계를 ‘폐관쇄국’(闭关锁国)이 아니라 ‘자주한관’(自主限关)으로 재해석하였다. 그동안 서구학계에서 주류로 군림해온 ‘폐관쇄국’은 명청이 대외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대외교류를 차단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해석이다. 사실 이 개념에는 서구 중심주의에 내재된 봉쇄와 개방 및 야만과 문명의 이분법이 내재되어 있다. 존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와 알랭 페르피트(Alain Peyrefitte)가 주장한 이 이분법은 명청 시대에 중국은 서구와는 다른 형태의 근대 문명을 발전시켰으며 대외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이분법은 근대를 선취했던 서구가 중국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중국 학계에서는 ‘폐관쇄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이유는 이 개념이 개혁개방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명청시대 대외교류를 제한한 해금 정책이 중국의 근대화와 자본주의 발전을 방해했다는 교훈이 개혁개방의 역사적 정당성의 근거로 활용되었다. 즉 개혁개방을 철저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세계사의 조류에 역행하여 또 다시 치욕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가 그것이다.  반면, ‘자주한관’은 영토와 문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자기 보호책략’(防御性自我保护策略)을 의미한다. “‘자주한관’ 정책은 국가주권을 수호하고, 서방의 식민 침략을 방비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4] 이 책략은 외부세력의 강압에 굴복한 결과가 아니라 명청이 능동적으로 선택한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명청시대 해금정책(海禁)은 '폐관쇄국'이 가정하는 것과 달리 대외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 명대 초기 해금정책의 목적은 왜구의 침략을 제어하기 위해 연해질서를 통제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해외 각국과 정상적인 상거래는 중단되지 않았다. 왜구가 평정된 이후에는 명은 마카오를 개방하여 외국상인의 해상무역을 허용하였다. 청대 초기 금해(禁海)- 또는 천해(迁海) -정책 역시 정성공이 주도하는 항청 세력을 막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였다. 대만을 점령한 후 강희제는 금해정책을 폐기하여 해상무역을 재개하였다. 해금정책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이기보다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이었다는 점에서, 명청의 대외정책은 '폐관쇄국'보다 ‘자주한관’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자주한관’의 의의는 개방과 쇄국의 이분법을 회피하는 데 있다. 이 이분법을 우회하면, ‘개방이 선이고 쇄국은 악이다’ 또는 ‘개방이 악이고 쇄국이 선이다’라는 양극단을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즉 최선의 정책은 개방과 쇄국이라는 양극단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에 있다. 이 균형점을 결정하는 주체는 대외세력이 아니라 중국이다.  “오늘날의 각도에서 보면, 개방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떻게 개방할 것인가, 개방범위는 얼마나 크게 할 것인가는 국가주권의 범위에 속한다. 국내외의 일부 학자들이 간단하게 이를 '낙후'하다고 일축하면서 '야만'스럽다고 비난하고, 심지어 소위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5]  ‘자주한관’(또는 부분적 탈세계화)의 한계 이러한 역사 재해석을 세계화 논쟁에 투영해보면, 현재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전면적 탈세계화와 부분적 탈세계화로 나눠진다. 물론 공식적으로 중국이 세계화로부터 후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제조 2025’와 ‘쌍순환’(双循环) 은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탈동조화를 밀어 붙이는 한 중국이 독자적으로 세계화를 전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면적 탈세계화는 ‘폐관쇄국’의 논리적 연장이다. 소극적 차원에서는 대외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외교류를 차단하는 것이다.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관문을 폐쇄하고 남방으로 진출한 서방세력의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 항구에서 교역을 제한하는 것처럼, 미국과 교류를 중단하는 것이다. 적극적 차원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무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청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건륭제는 1792년 조지 매카트니(George Macartney)가 전달한 영국왕 조지 3세(George III)의 친서에 “천조는 물산이 풍부하여 없는 것이 없어 원래 밖의 오랑캐 물건을 수입하여 교환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홍색공급망((红色供应链)을 구축하여 국내대순환(国内大循环)에 성공하게 되면, 중국의 대외 의존도는 미국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경제교류를 단절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중국의 선택은 부분적 탈세계화로 한정된다. ‘자주한관’은 탈세계화를 미국의 압박에 떠밀린 결과가 아니라 중국의 자주적 결정으로 미화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분적 세계화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직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첨단 분야에서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무역전쟁 이후에도 계속 세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자주한관’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책이라기보다는 일시적으로만 효과가 있는 미봉책이라고 할 수 없다.  “비록 명청 정부의 '자주한관' 정책은 외래 침략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중외 교류의 흐름을 차단하는 측면도 없으나, 이 정책이 전적으로 정확했다는 것은 아니다. 반면 그 한계는 분명한데. 주로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한편으로는 소극적 방어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명청 대외관계에서 중국은 피동적 지위에 처하여 대응이 고달팠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의 선진 과학기술에 대해 무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군사와 과학기술의 낙후를 심화시켰다.[6]  중국의 코로나 19 위기 대응은 ‘자주한관’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엄격한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제외하면, 중국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1월 이후 2022년 9월까지 해외를 방문하지 않아, 정상외교도 32개월 동안 동면하였다. 2022년 4월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 부채 위기에 직면하면서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중국의 세계화는 상당히 후퇴하면서, 현 상황이 ‘자주한관’보다 ‘폐관쇄국’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제기되었다.[7]  미국은 첨단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에서 중국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탈동조화의 범위와 강도는 중국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이런 점에서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자주적이기보다는 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탈취하기 전까지 ‘자주한관’에서 강조점은 ‘자주’보다는 ‘한관’에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관’이 이 격차를 축소하는 데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따라서 ‘자주한관’은 정치적 수사로서는 유용하겠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선택지는 ‘자주한관’과 ‘폐관쇄국’으로 축소된다. 탈동조화의 압박이 본격화되면, 중국은 ‘자주한관’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폐관쇄국’이 중국에게 남겨진 유일한 대안이 되는 것이다. ‘폐관쇄국’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달성한 많은 성과들을 무효화시킬 위험이 다분하다. 중국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외협력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은 미국이 의도한 대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 Jointly Shoulder Responsibility of Our Times, Promote Global Growth: Keynote Speech by H.E. Xi Jinping President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t the Opening Session of the 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 2017 (Davos, 17 January 2017) [2] Forge Ahead with Confidence and Fortitude to Jointly Create a Better Post-COVID World, Special Address by H.E. Xi Jinping, President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t the 2022 World Economic Forum Virtual Session (17 January 2022) [3] Anthea Roberts and Nicholas Lamp, Six Faces of Globalization: Who Wins, Who Loses, and Why It Matter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21); Christopher S. Chivvis and Ethan B. Kapstein, U.S. Strategy and Economic Statecraft: Understanding the Tradeoffs (Washington DC: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2022) [4] 中国历史研究院课题组, 明清时期“闭关锁国”问题新探,《历史研究》 2022年 第3期, p.17. [5] 앞의 글, p.17. [6] 앞의 글, p.17. [7] BBC News 中文, 中共二十大前夕 一篇「閉關鎖國」研究文章如何引發爭議, 2022年9月6日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신지영 인턴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런던정경대(LSE) 국제정치학박사)는 2006년부터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국제정치경제를 가르쳐왔으며,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과기정통부에 경제안보 문제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연구주제는 동아시아정치경제와 미중 전략경쟁이다. 주요 연구업적으로는 『바이든 시기 중국의 다자외교전망』, 『세계선도 국가와 정의로운 전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의 국정방향』(공저), 『강대국 경쟁과 관련국의 대응: 역사적 사례와 시사점』(공저), 『미중 갈등 시대에 대외 여건의 구조변화와 대응 방안』(공저), 『미중 전략경쟁 시대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공저)등이 있다.
  • [JPI PeaceNet] 중국식 탈세계화의 모색: 폐관쇄국(闭关锁国) 대 자주한관(自主限关)
    저자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간호
    2022-13
    [기획자 註] 미국과 중국 간 탈동조화(decoupling)가 가속화되고 있다. 8월에 미국 상원을 통과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반도체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중국에 시설을 짓거나 신설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붙여 중국을 견제하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또한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나 핵심광물을 사용하지 않은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도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네트워크(Chip4 동맹)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탈중국화 정책에 중국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가. 이번 JPI PeaceNet에서는 아주대학교 이왕휘 교수의 글을 통해 중국식 탈세계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 (keryu@jpi.or.kr)]   중국은 세계화의 전성기에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탈동조화를 통해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독자적인 탈세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역사연구원 과제조의 ‘명청시대 폐관쇄국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탐구’에서 논의한 ‘자주한관’과 ‘폐관쇄국’은 중국의 전략에 대한 역사적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탈동조화 전략에 흔들리는 중국의 세계화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세계화를 꾸준하게 지지해왔다. 1990년대 후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중국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 입장은 무역전쟁 발발 이후에도 유지되어 왔다.  중국의 보호주의를 비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년 1월 시진핑 주석은 다보스 포럼에 직접 참석해서 세계화를 옹호하였다. “싫던 좋건, 글로벌 경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큰 대양입니다. 국가들 사이의 자본, 기술, 제품, 산업 및 인적 교류를 차단하고 대양의 물을 고립된 호수로 흘려보내려는 어떤 시도는 결코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것은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것입니다.”[1]  미중 사이의 탈동조화가 확연해진 올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도 시 주석은 이 입장을 고수하였다. “그 과정에서 역류와 위험한 모래톱에도 불구하고, 경제 세계화는 결코 항로를 이탈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 각국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옹호해야 합니다. 우리는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을 없애야 합니다. 문을 열어야지 닫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탈동조화가 아니라 통합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열린 세계 경제를 건설하는 길입니다.”[2]  중국이 세계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중국의 국가이익과 경제성장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20년 32.9%에서 1950년까지 4.6%까지 추락하였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18년까지 4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이 약 9.5% 성장하여 경제 규모가 무려 155배 성장하였다. 그 결과 2021년 중국의 비중은 17.8%로 미국(약 23%)의 70% 수준까지 근접하였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2030년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이 세계화를 유지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편에서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축소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 조치를 도입하는 동시에 유례없는 산업정책을 추진하였다.[3] 더 나아가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을 통해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앨라이쇼어링(allyshoring)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 유럽연합(EU)도 대중정책의 기조를 재고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엄격한 봉쇄 정책은 중국의 대외 교류를 심각하게 축소시켰다. 주요 국가들이 작년 말부터 검사와 방역 기준을 완화하는 공존(与病毒共存) 정책으로 전환한 반면, 중국은 역동적 제로 코로나(動態淸零)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몇몇 대도시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 해외입국자에 대한 엄격한 검사와 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 조치로 피해를 본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과 역할이 예전보다 저하될 것이다.  대내외의 상황 변화 때문에 중국은 이제 더 이상 탈세계화를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대내적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개혁개방에서 정치사회적 안정으로 이동하면서, 일대일로 구상과 같은 대외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탈동조화가 진전되면, 중국은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진영과 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려워진다.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을 지지하거나 선호하는 국가들의 국제적 위상과 평판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G7을 중심으로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의 선택지는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소수의 권위주의 국가로 한정되어 있다. 민주주의 진영에 있는 국가들과 관계를 확대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냉전 시대 소련처럼 권위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국가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중국식 탈세계화의 두 가지 방법 :‘폐관쇄국’(闭关锁国) 대 ‘자주한관’(自主限关)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고민은 중국 역사연구원 과제조가 『역사연구』에 발표한 ‘명청시대 폐관쇄국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탐구’에 반영되어 있다. 올해 6월 말에 발간되었을 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논문은 8월 말 역사연구원의 위챗계정에 이 전문이 공개된 후 큰 주목을 받았다. 역사논문이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명청시대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 현재를 깨우치는 차고유금(借古喩今)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명청 시대 대외관계를 ‘폐관쇄국’(闭关锁国)이 아니라 ‘자주한관’(自主限关)으로 재해석하였다. 그동안 서구학계에서 주류로 군림해온 ‘폐관쇄국’은 명청이 대외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대외교류를 차단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해석이다. 사실 이 개념에는 서구 중심주의에 내재된 봉쇄와 개방 및 야만과 문명의 이분법이 내재되어 있다. 존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와 알랭 페르피트(Alain Peyrefitte)가 주장한 이 이분법은 명청 시대에 중국은 서구와는 다른 형태의 근대 문명을 발전시켰으며 대외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이분법은 근대를 선취했던 서구가 중국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중국 학계에서는 ‘폐관쇄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이유는 이 개념이 개혁개방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명청시대 대외교류를 제한한 해금 정책이 중국의 근대화와 자본주의 발전을 방해했다는 교훈이 개혁개방의 역사적 정당성의 근거로 활용되었다. 즉 개혁개방을 철저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세계사의 조류에 역행하여 또 다시 치욕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가 그것이다.  반면, ‘자주한관’은 영토와 문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자기 보호책략’(防御性自我保护策略)을 의미한다. “‘자주한관’ 정책은 국가주권을 수호하고, 서방의 식민 침략을 방비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4] 이 책략은 외부세력의 강압에 굴복한 결과가 아니라 명청이 능동적으로 선택한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명청시대 해금정책(海禁)은 '폐관쇄국'이 가정하는 것과 달리 대외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 명대 초기 해금정책의 목적은 왜구의 침략을 제어하기 위해 연해질서를 통제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해외 각국과 정상적인 상거래는 중단되지 않았다. 왜구가 평정된 이후에는 명은 마카오를 개방하여 외국상인의 해상무역을 허용하였다. 청대 초기 금해(禁海)- 또는 천해(迁海) -정책 역시 정성공이 주도하는 항청 세력을 막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였다. 대만을 점령한 후 강희제는 금해정책을 폐기하여 해상무역을 재개하였다. 해금정책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이기보다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이었다는 점에서, 명청의 대외정책은 '폐관쇄국'보다 ‘자주한관’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자주한관’의 의의는 개방과 쇄국의 이분법을 회피하는 데 있다. 이 이분법을 우회하면, ‘개방이 선이고 쇄국은 악이다’ 또는 ‘개방이 악이고 쇄국이 선이다’라는 양극단을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즉 최선의 정책은 개방과 쇄국이라는 양극단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에 있다. 이 균형점을 결정하는 주체는 대외세력이 아니라 중국이다.  “오늘날의 각도에서 보면, 개방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떻게 개방할 것인가, 개방범위는 얼마나 크게 할 것인가는 국가주권의 범위에 속한다. 국내외의 일부 학자들이 간단하게 이를 '낙후'하다고 일축하면서 '야만'스럽다고 비난하고, 심지어 소위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5]  ‘자주한관’(또는 부분적 탈세계화)의 한계 이러한 역사 재해석을 세계화 논쟁에 투영해보면, 현재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전면적 탈세계화와 부분적 탈세계화로 나눠진다. 물론 공식적으로 중국이 세계화로부터 후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제조 2025’와 ‘쌍순환’(双循环) 은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탈동조화를 밀어 붙이는 한 중국이 독자적으로 세계화를 전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면적 탈세계화는 ‘폐관쇄국’의 논리적 연장이다. 소극적 차원에서는 대외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외교류를 차단하는 것이다.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관문을 폐쇄하고 남방으로 진출한 서방세력의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 항구에서 교역을 제한하는 것처럼, 미국과 교류를 중단하는 것이다. 적극적 차원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무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청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건륭제는 1792년 조지 매카트니(George Macartney)가 전달한 영국왕 조지 3세(George III)의 친서에 “천조는 물산이 풍부하여 없는 것이 없어 원래 밖의 오랑캐 물건을 수입하여 교환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홍색공급망((红色供应链)을 구축하여 국내대순환(国内大循环)에 성공하게 되면, 중국의 대외 의존도는 미국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경제교류를 단절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중국의 선택은 부분적 탈세계화로 한정된다. ‘자주한관’은 탈세계화를 미국의 압박에 떠밀린 결과가 아니라 중국의 자주적 결정으로 미화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분적 세계화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직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첨단 분야에서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무역전쟁 이후에도 계속 세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자주한관’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책이라기보다는 일시적으로만 효과가 있는 미봉책이라고 할 수 없다.  “비록 명청 정부의 '자주한관' 정책은 외래 침략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중외 교류의 흐름을 차단하는 측면도 없으나, 이 정책이 전적으로 정확했다는 것은 아니다. 반면 그 한계는 분명한데. 주로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한편으로는 소극적 방어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명청 대외관계에서 중국은 피동적 지위에 처하여 대응이 고달팠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의 선진 과학기술에 대해 무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군사와 과학기술의 낙후를 심화시켰다.[6]  중국의 코로나 19 위기 대응은 ‘자주한관’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엄격한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제외하면, 중국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1월 이후 2022년 9월까지 해외를 방문하지 않아, 정상외교도 32개월 동안 동면하였다. 2022년 4월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 부채 위기에 직면하면서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중국의 세계화는 상당히 후퇴하면서, 현 상황이 ‘자주한관’보다 ‘폐관쇄국’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제기되었다.[7]  미국은 첨단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에서 중국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탈동조화의 범위와 강도는 중국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이런 점에서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자주적이기보다는 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탈취하기 전까지 ‘자주한관’에서 강조점은 ‘자주’보다는 ‘한관’에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관’이 이 격차를 축소하는 데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따라서 ‘자주한관’은 정치적 수사로서는 유용하겠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선택지는 ‘자주한관’과 ‘폐관쇄국’으로 축소된다. 탈동조화의 압박이 본격화되면, 중국은 ‘자주한관’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폐관쇄국’이 중국에게 남겨진 유일한 대안이 되는 것이다. ‘폐관쇄국’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달성한 많은 성과들을 무효화시킬 위험이 다분하다. 중국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외협력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은 미국이 의도한 대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 Jointly Shoulder Responsibility of Our Times, Promote Global Growth: Keynote Speech by H.E. Xi Jinping President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t the Opening Session of the 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 2017 (Davos, 17 January 2017) [2] Forge Ahead with Confidence and Fortitude to Jointly Create a Better Post-COVID World, Special Address by H.E. Xi Jinping, President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t the 2022 World Economic Forum Virtual Session (17 January 2022) [3] Anthea Roberts and Nicholas Lamp, Six Faces of Globalization: Who Wins, Who Loses, and Why It Matter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21); Christopher S. Chivvis and Ethan B. Kapstein, U.S. Strategy and Economic Statecraft: Understanding the Tradeoffs (Washington DC: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2022) [4] 中国历史研究院课题组, 明清时期“闭关锁国”问题新探,《历史研究》 2022年 第3期, p.17. [5] 앞의 글, p.17. [6] 앞의 글, p.17. [7] BBC News 中文, 中共二十大前夕 一篇「閉關鎖國」研究文章如何引發爭議, 2022年9月6日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신지영 인턴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런던정경대(LSE) 국제정치학박사)는 2006년부터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국제정치경제를 가르쳐왔으며,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과기정통부에 경제안보 문제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연구주제는 동아시아정치경제와 미중 전략경쟁이다. 주요 연구업적으로는 『바이든 시기 중국의 다자외교전망』, 『세계선도 국가와 정의로운 전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의 국정방향』(공저), 『강대국 경쟁과 관련국의 대응: 역사적 사례와 시사점』(공저), 『미중 갈등 시대에 대외 여건의 구조변화와 대응 방안』(공저), 『미중 전략경쟁 시대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공저)등이 있다.
  • [JPI PeaceNet] 중국식 탈세계화의 모색: 폐관쇄국(闭关锁国) 대 자주한관(自主限关)
    저자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간호
    2022-13
    [기획자 註] 미국과 중국 간 탈동조화(decoupling)가 가속화되고 있다. 8월에 미국 상원을 통과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반도체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중국에 시설을 짓거나 신설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붙여 중국을 견제하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또한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나 핵심광물을 사용하지 않은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도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네트워크(Chip4 동맹)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탈중국화 정책에 중국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가. 이번 JPI PeaceNet에서는 아주대학교 이왕휘 교수의 글을 통해 중국식 탈세계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 (keryu@jpi.or.kr)]   중국은 세계화의 전성기에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탈동조화를 통해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독자적인 탈세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역사연구원 과제조의 ‘명청시대 폐관쇄국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탐구’에서 논의한 ‘자주한관’과 ‘폐관쇄국’은 중국의 전략에 대한 역사적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탈동조화 전략에 흔들리는 중국의 세계화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세계화를 꾸준하게 지지해왔다. 1990년대 후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중국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 입장은 무역전쟁 발발 이후에도 유지되어 왔다.  중국의 보호주의를 비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년 1월 시진핑 주석은 다보스 포럼에 직접 참석해서 세계화를 옹호하였다. “싫던 좋건, 글로벌 경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큰 대양입니다. 국가들 사이의 자본, 기술, 제품, 산업 및 인적 교류를 차단하고 대양의 물을 고립된 호수로 흘려보내려는 어떤 시도는 결코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것은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것입니다.”[1]  미중 사이의 탈동조화가 확연해진 올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도 시 주석은 이 입장을 고수하였다. “그 과정에서 역류와 위험한 모래톱에도 불구하고, 경제 세계화는 결코 항로를 이탈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 각국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옹호해야 합니다. 우리는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을 없애야 합니다. 문을 열어야지 닫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탈동조화가 아니라 통합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열린 세계 경제를 건설하는 길입니다.”[2]  중국이 세계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중국의 국가이익과 경제성장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20년 32.9%에서 1950년까지 4.6%까지 추락하였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18년까지 4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이 약 9.5% 성장하여 경제 규모가 무려 155배 성장하였다. 그 결과 2021년 중국의 비중은 17.8%로 미국(약 23%)의 70% 수준까지 근접하였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2030년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이 세계화를 유지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편에서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축소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 조치를 도입하는 동시에 유례없는 산업정책을 추진하였다.[3] 더 나아가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을 통해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앨라이쇼어링(allyshoring)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 유럽연합(EU)도 대중정책의 기조를 재고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엄격한 봉쇄 정책은 중국의 대외 교류를 심각하게 축소시켰다. 주요 국가들이 작년 말부터 검사와 방역 기준을 완화하는 공존(与病毒共存) 정책으로 전환한 반면, 중국은 역동적 제로 코로나(動態淸零)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몇몇 대도시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 해외입국자에 대한 엄격한 검사와 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 조치로 피해를 본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과 역할이 예전보다 저하될 것이다.  대내외의 상황 변화 때문에 중국은 이제 더 이상 탈세계화를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대내적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개혁개방에서 정치사회적 안정으로 이동하면서, 일대일로 구상과 같은 대외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탈동조화가 진전되면, 중국은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진영과 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려워진다.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을 지지하거나 선호하는 국가들의 국제적 위상과 평판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G7을 중심으로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의 선택지는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소수의 권위주의 국가로 한정되어 있다. 민주주의 진영에 있는 국가들과 관계를 확대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냉전 시대 소련처럼 권위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국가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중국식 탈세계화의 두 가지 방법 :‘폐관쇄국’(闭关锁国) 대 ‘자주한관’(自主限关)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고민은 중국 역사연구원 과제조가 『역사연구』에 발표한 ‘명청시대 폐관쇄국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탐구’에 반영되어 있다. 올해 6월 말에 발간되었을 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논문은 8월 말 역사연구원의 위챗계정에 이 전문이 공개된 후 큰 주목을 받았다. 역사논문이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명청시대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 현재를 깨우치는 차고유금(借古喩今)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명청 시대 대외관계를 ‘폐관쇄국’(闭关锁国)이 아니라 ‘자주한관’(自主限关)으로 재해석하였다. 그동안 서구학계에서 주류로 군림해온 ‘폐관쇄국’은 명청이 대외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대외교류를 차단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해석이다. 사실 이 개념에는 서구 중심주의에 내재된 봉쇄와 개방 및 야만과 문명의 이분법이 내재되어 있다. 존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와 알랭 페르피트(Alain Peyrefitte)가 주장한 이 이분법은 명청 시대에 중국은 서구와는 다른 형태의 근대 문명을 발전시켰으며 대외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이분법은 근대를 선취했던 서구가 중국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중국 학계에서는 ‘폐관쇄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이유는 이 개념이 개혁개방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명청시대 대외교류를 제한한 해금 정책이 중국의 근대화와 자본주의 발전을 방해했다는 교훈이 개혁개방의 역사적 정당성의 근거로 활용되었다. 즉 개혁개방을 철저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세계사의 조류에 역행하여 또 다시 치욕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가 그것이다.  반면, ‘자주한관’은 영토와 문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자기 보호책략’(防御性自我保护策略)을 의미한다. “‘자주한관’ 정책은 국가주권을 수호하고, 서방의 식민 침략을 방비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4] 이 책략은 외부세력의 강압에 굴복한 결과가 아니라 명청이 능동적으로 선택한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명청시대 해금정책(海禁)은 '폐관쇄국'이 가정하는 것과 달리 대외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 명대 초기 해금정책의 목적은 왜구의 침략을 제어하기 위해 연해질서를 통제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해외 각국과 정상적인 상거래는 중단되지 않았다. 왜구가 평정된 이후에는 명은 마카오를 개방하여 외국상인의 해상무역을 허용하였다. 청대 초기 금해(禁海)- 또는 천해(迁海) -정책 역시 정성공이 주도하는 항청 세력을 막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였다. 대만을 점령한 후 강희제는 금해정책을 폐기하여 해상무역을 재개하였다. 해금정책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이기보다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이었다는 점에서, 명청의 대외정책은 '폐관쇄국'보다 ‘자주한관’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자주한관’의 의의는 개방과 쇄국의 이분법을 회피하는 데 있다. 이 이분법을 우회하면, ‘개방이 선이고 쇄국은 악이다’ 또는 ‘개방이 악이고 쇄국이 선이다’라는 양극단을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즉 최선의 정책은 개방과 쇄국이라는 양극단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에 있다. 이 균형점을 결정하는 주체는 대외세력이 아니라 중국이다.  “오늘날의 각도에서 보면, 개방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떻게 개방할 것인가, 개방범위는 얼마나 크게 할 것인가는 국가주권의 범위에 속한다. 국내외의 일부 학자들이 간단하게 이를 '낙후'하다고 일축하면서 '야만'스럽다고 비난하고, 심지어 소위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5]  ‘자주한관’(또는 부분적 탈세계화)의 한계 이러한 역사 재해석을 세계화 논쟁에 투영해보면, 현재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전면적 탈세계화와 부분적 탈세계화로 나눠진다. 물론 공식적으로 중국이 세계화로부터 후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제조 2025’와 ‘쌍순환’(双循环) 은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탈동조화를 밀어 붙이는 한 중국이 독자적으로 세계화를 전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면적 탈세계화는 ‘폐관쇄국’의 논리적 연장이다. 소극적 차원에서는 대외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외교류를 차단하는 것이다.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관문을 폐쇄하고 남방으로 진출한 서방세력의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 항구에서 교역을 제한하는 것처럼, 미국과 교류를 중단하는 것이다. 적극적 차원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무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청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건륭제는 1792년 조지 매카트니(George Macartney)가 전달한 영국왕 조지 3세(George III)의 친서에 “천조는 물산이 풍부하여 없는 것이 없어 원래 밖의 오랑캐 물건을 수입하여 교환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홍색공급망((红色供应链)을 구축하여 국내대순환(国内大循环)에 성공하게 되면, 중국의 대외 의존도는 미국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경제교류를 단절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중국의 선택은 부분적 탈세계화로 한정된다. ‘자주한관’은 탈세계화를 미국의 압박에 떠밀린 결과가 아니라 중국의 자주적 결정으로 미화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분적 세계화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직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첨단 분야에서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무역전쟁 이후에도 계속 세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자주한관’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책이라기보다는 일시적으로만 효과가 있는 미봉책이라고 할 수 없다.  “비록 명청 정부의 '자주한관' 정책은 외래 침략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중외 교류의 흐름을 차단하는 측면도 없으나, 이 정책이 전적으로 정확했다는 것은 아니다. 반면 그 한계는 분명한데. 주로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한편으로는 소극적 방어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명청 대외관계에서 중국은 피동적 지위에 처하여 대응이 고달팠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의 선진 과학기술에 대해 무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군사와 과학기술의 낙후를 심화시켰다.[6]  중국의 코로나 19 위기 대응은 ‘자주한관’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엄격한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제외하면, 중국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1월 이후 2022년 9월까지 해외를 방문하지 않아, 정상외교도 32개월 동안 동면하였다. 2022년 4월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 부채 위기에 직면하면서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중국의 세계화는 상당히 후퇴하면서, 현 상황이 ‘자주한관’보다 ‘폐관쇄국’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제기되었다.[7]  미국은 첨단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에서 중국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탈동조화의 범위와 강도는 중국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이런 점에서 탈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자주적이기보다는 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탈취하기 전까지 ‘자주한관’에서 강조점은 ‘자주’보다는 ‘한관’에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관’이 이 격차를 축소하는 데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따라서 ‘자주한관’은 정치적 수사로서는 유용하겠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선택지는 ‘자주한관’과 ‘폐관쇄국’으로 축소된다. 탈동조화의 압박이 본격화되면, 중국은 ‘자주한관’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폐관쇄국’이 중국에게 남겨진 유일한 대안이 되는 것이다. ‘폐관쇄국’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달성한 많은 성과들을 무효화시킬 위험이 다분하다. 중국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외협력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은 미국이 의도한 대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 Jointly Shoulder Responsibility of Our Times, Promote Global Growth: Keynote Speech by H.E. Xi Jinping President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t the Opening Session of the 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 2017 (Davos, 17 January 2017) [2] Forge Ahead with Confidence and Fortitude to Jointly Create a Better Post-COVID World, Special Address by H.E. Xi Jinping, President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t the 2022 World Economic Forum Virtual Session (17 January 2022) [3] Anthea Roberts and Nicholas Lamp, Six Faces of Globalization: Who Wins, Who Loses, and Why It Matter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21); Christopher S. Chivvis and Ethan B. Kapstein, U.S. Strategy and Economic Statecraft: Understanding the Tradeoffs (Washington DC: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2022) [4] 中国历史研究院课题组, 明清时期“闭关锁国”问题新探,《历史研究》 2022年 第3期, p.17. [5] 앞의 글, p.17. [6] 앞의 글, p.17. [7] BBC News 中文, 中共二十大前夕 一篇「閉關鎖國」研究文章如何引發爭議, 2022年9月6日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신지영 인턴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런던정경대(LSE) 국제정치학박사)는 2006년부터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국제정치경제를 가르쳐왔으며,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과기정통부에 경제안보 문제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연구주제는 동아시아정치경제와 미중 전략경쟁이다. 주요 연구업적으로는 『바이든 시기 중국의 다자외교전망』, 『세계선도 국가와 정의로운 전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의 국정방향』(공저), 『강대국 경쟁과 관련국의 대응: 역사적 사례와 시사점』(공저), 『미중 갈등 시대에 대외 여건의 구조변화와 대응 방안』(공저), 『미중 전략경쟁 시대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공저)등이 있다.
  • [JPI PeaceNet]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공동성명 평가와 과제
    저자
    박기철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발간호
    2022-12
    [기획자 註] 지난 2022년 9월 17일 한미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Consultation Group: EDSCG) 회의를 개체하였다. 4년 8개월 만에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 한미는 공동성명을 통해 “외교적, 정보적, 군사적, 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하여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였다. 오랜만에 한미가 EDSCG 회의를 재개하여 공동성명을 발표, 이를 통해 상호협력을 약속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지만 이번 회의는 새로운 과제를 남긴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제주평화연구원은 박기철 주한 미8군사령부 장차작전처 대량살상무기 대응계획 장교의 기고문을 통해 이번 공동성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추진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획: 정승철 부연구위원(scchung@jpi.or.kr)]  1. 4년 8개월만에 재개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한미의 맞춤형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지난 16일 워싱턴 미국무부 청사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소극적으로 다루어졌던 EDSCG가 4년 8개월 만에 개최된 것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북핵 위협 대응에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한미가 공동으로 채택한 공동성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동성명에는 한측은 외교부 1차관 조현동, 국방부 차관 신범철이, 미측에서는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이 참여하였으며 양측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강화, 북한의 공세적 행위에 대한 억제력 강화, 그리고 보다 넓게는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적, 정보적, 군사적, 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양측의 의지를 확인하였다.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으며, 북한의 핵실험이 강력하고 단호한 범정부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이번 공동성명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응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한미가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원칙적인 합의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 핵위협에 대한 근본적인 안보불안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2023년 전반기에 예정된 실무급 EDSCG에서 발전시켜야 할 네 가지 포인트가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사회가 북한 핵 위협에 관한 안보불안의 연원(淵源)과 현재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을 실무적으로 강화하는 네 가지 포인트에 대해 소개한다.  2. 북한 핵위협에 대한 한국사회의 안보불안의 연원(淵源) 북한 핵위협에 대한 한국사회의 안보불안의 연원(淵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NATO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억제전략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1960년대 NATO의 비핵국가(Non Nuclear Weapon States)들은 러시아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NPT체제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독자적인 핵무장을 포기하였고, 대신 미국의 전술핵을 공유하는데 합의하였다. 미국이 1999년, 2010년, 두 차례 NATO 회원국에 배치되어 있는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고자 하였을 때, 독일을 비롯한 NATO의 비핵회원국 등은 격렬히 반대하였고, 결국 미국은 NATO회원국의 안보불안을 감안하여 전술핵무기 철수계획을 철회하였다. (현재 NATO 회원국 5개국가에 100여기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다.)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핵은 핵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에 기초하면, 한반도에 배치된 전술핵의 일방적인 철수는 북한 지도자에게 핵 개발 및 고도화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다. 1990년대 초기에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된 전술핵에 대한 일방적인 철수를 결정할 때 우리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대북 핵 억제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시그널이 되었다. 한국사회 일각에서 NATO식 공유제를 요구하고 미국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프랑스처럼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례와 무관하지 않다. 두 번째 불안요소는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의지 문제다. 지난 1월 26일 미국의 민주당 하원의원 55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올해 개정을 앞둔 “핵 태세 보고서(NPR)”에 "No first Use" 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백악관으로 발송하였다.  미국이 핵전략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은 냉전 이후 러시아, 북한 등 잠재 적국들의 핵사용을 억제하는데 긴요한 역할을 해왔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No First Use" 정책을 채택한다면 러시아의 푸틴과 북한의 김정은에게 선제 핵사용이라는 오판의 여지를 제공하게 된다. 비록 현재까지 "No First Use" 정책이 채택 되었다는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으나, 워싱턴의 이러한 움직임에 동맹국들은 충격에 빠졌으며 깊은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3. 한미 확장억제전략합의체(EDSCG) 공동성명에 대한 평가와 추진 과제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유세에서 국민들에게 NATO식 핵공유제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한미 맞춤형억제전략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북한 핵에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과거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실험이 실시될 때마다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패턴을 보여 왔는데, 7차 핵실험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한미가 4년 8개월 만에 다시 만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미국이 NATO에 제공하는 핵공유제에 비하여 한반도에 제공하는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 (ROK-US TDS)이 실질적인 억제를 제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이 실질적인 억제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다가오는 EDSCG 실무급회의(2023년 전반기 실시 예정)에서는 다음의 네 가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핵 운용 기획과 관련하여 미국은 나토 국가들과 핵운용을 기획하는 NPG (Nulclear Planning Group) 이라는 상설기구를 통해 매년 정례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종 의사결정에 있어 실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사결정에 있어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동맹국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의 EDSCG는 요청시 소집되는 비상설기구로 정례적인 핵운용에 관한 협의가 보장되지 않는 구조다. 따라서 한미가 핵 운용에 대한 기획을 공동으로 참여하여 협의하는 상설기구 창설이 시급하다.  둘째, 전력배치에 있어서 미국은 나토국가들이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100여기의 비전략핵무기를 나토의 5개 회원국에 분산 배치하고 있고, 매년 탑재 훈련도 실시하여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에서는 유사시 전략 자산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고, 무엇보다 미국의 핵 전력이 전개되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협의 없이 미국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의 우려가 깊다. 예를 들면, 미국이 7차 북한의 핵실험을 억제하기 위해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 등의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 통보만을 받을 뿐이다. 따라서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절차와 시기에 대해서도 한미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긴밀히 협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핵 운용에 관한 훈련과 연습이 강화되어야 한다. NATO 국가들은 즉각적인 핵 운용이 가능하도록 매년 정례적인 실제훈련(FTX)와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에서는 실제연습 없이 TTX(Table Top Exercise)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마저 문제인 정부에서는 실시된 바가 없기 때문에 실제적인 억제력 상승에 기여할 지는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중단된 TTX를 재개 하는데 합의하였다는 것은 진일보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TTX를 넘어 실제훈련(FTX)이 실시되어야 실질적인 대응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단독으로 실시하고 있는 핵 준비태세 훈련인 “Global Thunder”, “Global Lightening” 훈련에 우리 군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의하는 문제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넷째, 핵 운용에 관한 협의 및 결정에 관하여 미국은 NATO동맹이 강력한 핵 동맹(Nuclear Alliance)라는 정치적 원칙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핵 운용의 기획 단계부터 미국과 동맹국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ROK-US) TDS는 한미 국가통수기기구, SCM, MCM, DSC등 국방협의체를 통해 확장억제 정책 및 전력운용에 관하여 협의하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현재까지 핵전력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는 진행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발전적 협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마무리 한미가 5년 만에 재개한 EDSCG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행에 대한 원칙을 재강조하고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 강화를 위한 실무급 회의를 지속해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하였다는 점에서 북핵 대응에 관한 안보불안을 해소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고 평가 할 수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근 열세를 보이고 있는 푸틴이 전술핵 사용을 암시하면서 미국에 대한 확장억제의 실효성 재고에 관한 동맹국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이 지난 9월 4일 아침에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면서 한국과 일본에게 공조를 추진하기 좋은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의 실질적인 북핵 억제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다가오는 2023년 한미 EDSCG 실무회의에서는 보다 철저한 준비와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서연 인턴 박기철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박기철 중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청와대, 국방부, 합참, 육군본부에서 대량살상무기 대응 담당으로 근무하였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에서 생물 무기 사찰담당으로 근무하면서 UN 제네바 군축사무소 주관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베이징 전문가회의 (2009), 마닐라 회의에서(2010)에서 정부대표로 활동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레짐이론, 레짐효과성,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대확산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레짐의 성패에 관한 연구: 강대국의 실행결정 요인을 중심으로" (동북아논총, 2021), "포스트 코로나19,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유엔체제의 역할과 책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21) 등 다수의 논문과 기고문이 있다. 현재 美 8군 사령부에서 대량살상무기대응 계획장교로 근무 중이며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국제관계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 [JPI PeaceNet] Costs of South Korea’s Shifts in Foreign Policy in the Increasing U.S.-China Rivalry
    저자
    Sojeong Lee, Krista E. Wiegand(University of Tennessee)
    발간호
    2022-11
    Since the Korea-U.S. summi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been promoting high-level strategic dialogue with the U.S. on economy, security and technology as well as political and military sectors. Through close ties with the United States, Korea will be able to expand its role in the Indo-Pacific cooperation. On the other hand, however, it remains an important and difficult task to maintain stable Korea-China relations without unnecessarily provoking China amid increasing power competition between the U.S. and China. In this JPI PeaceNet series, Sojeong Lee and Krista E. Wiegand (University of Tennessee) examine South Korea’s possible strategies to maximize the benefits of the Korea-U.S. alliance while minimizing the expected costs of relations between Korea and China. [Edited by Ki Eun Ryu, Postdoctoral research fellow (keryu@jpi.or.kr)]  Introduction On Wednesday, July 27, 2022, Chinese Foreign Ministry made a strong statement urging the Yoon Suk-yeol government to hold its steadfast policy of the “Three Nos” – no additional deployment of the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missile system batteries, no integration into a U.S.-led missile defense network, and no involvement in a trilateral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U.S.) and Japan. Specifically, Chinese Foreign Ministry Spokesperson Zhao Lijian noted that a “commitment made should be a commitment kept despite a change of government. When it comes to major sensitive issues concerning the security of its neighbors, the ROK (Republic of Korea) side needs to continue to act prudently and find a fundamental solution to the issues.”[1]  This Chinese statement is one good example depicting China’s concern about Seoul’s ostensible shift in its position moving closer toward the United States under South Korean President Yoon Suk-yeol. During his presidential election campaign, Yoon criticized the former president Moon Jae-in and his administration for its reluctance to stand firm with the United States and against China, which “has created an impression that South Korea has been tilting toward China and away from its longtime ally, the United States.”[2] President Yoon has clearly signaled a shift in South Korean foreign policy to strengthen the South Korea-U.S. alliance and stand firm on regional security more aligned with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even possibly taking a similar stance on a rising China. Signaling the shift, President Yoon attended the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Summit in Madrid, Spain in June 2022. The Yoon administration has also agreed to resume a live field joint military exercise with the United States in August.  The more conservative Yoon administration’s firm position of standing with the United States over many security and economic issues - especially with respect to China - indicates how President Yoon and his administration is different from the previous Moon administration. The more liberal Moon administration had been considered as “relatively silent and less active” in the game of power politic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in particular compared to the open criticism of China by other U.S. allies in East Asia and the Indo-Pacific, particularly Japan and Australia.[3] South Korea was considered as a country that could – and in some perspectives, should – join the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making it the Quad Plus, along with Australia, Japan, India, and the United States. However, South Korea has not joined forces with these four countries, who are clearly balancing against China even though balancing is not the primary purpose of the Quad partnerships. For the past five years, the Moon government purposely avoided joining the United States in balancing against China in any way, for fear of provoking China.  The Yoon administration’s strategic foreign policy shifts have moved Seoul toward a more hardline position against North Korea and have reinforced the South Korea-U.S. alliance and U.S. extended deterrence in the region. President Yoon’s new strategy involves enhancing South Korea’s role in regional security and strengthening strategic cooperation not only with the United States but also with Japan. Just in the first months of the Yoon administration,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already resumed a once-suspended joint military exercise with the United States and discussed more in-depth strategic trilateral cooperation with the United States and Japan. Washington has asked Seoul to help participate in addressing global supply chain challenges and working within the advanced technology alliance framework that is led by the United States. There is no question that all these efforts will help South Korea, as one of the most prominent U.S. allies in the region, to uphold its strong and firm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for its own national interests. At the same time, President Yoon should understand that Seoul’s shifts closer to the United States will likely incur costs for South Korea from China, and such costs may not be minimal. The very question that President Yoon should consider is, therefore, how to minimize expected costs to South Korea, while maximizing its own interests.  Costs of South Korea’s Shifts in Strategy in the U.S.-China Rivalry It is without question that the strengthened alliance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will benefit South Korean national interests and security. However, it is important to recognize that there will likely be potentially significant costs for South Korea if China perceives South Korea standing firm with the United States against China’s rise in power. This difficult position is not unique for South Korea; several other Asian states including Vietnam, Indonesia, and the Philippines are also concerned about provoking China too much when aligning with the United States and hedging in their relationships with the United States and China. South Korea finds itself between two major powers, one that has been strategically the most important, and one that has been economically the most important. The Yoon administration is now moving away from hedging and tilting closer to the United States.  The closer the Yoon administration becomes in its position toward the United States – as perceived by China as against China - the more likely South Korea should expect China to impose some forms of coercion or retaliation, which could lead to significant political and economic costs for South Korea. In particular, China can pursue costly retaliation through political or economic leverage in other important issues that are critical for South Korea’s national interests and security. What we call “issue linkage” in international relations occurs when a dissatisfied country links a disputed issue with other bilateral issues such as trade, investment, and territorial and maritime boundary that are crucial to a target country’s national interests.[4] China – a country with dissatisfaction – can use several inter-related issues between South Kore and China as means to retaliate and punish South Korea if it perceives South Korea’s engaging in balancing behavior with the United States against China.[5]  First, President Yoon’s strong pro-U.S. position can provoke China to continue or increase illegal fishing in the Yellow Sea. Chinese illegal fishing has been a major concern for South Korea as it wreaks significant costs for South Korean fishermen and sometime causes violent incidents between Chinese fishermen and the South Korean Coast Guard.[6] There have been intermittent tensions between China and South Korea regarding Chinese illegal fishing in the Yellow Sea and these could worsen. China has not made any attempts to escalate fishery issues into an actual maritime dispute against South Korea. Still, China can potentially use fishery issues in the Yellow Sea as a leverage or retaliation against South Korea by escalating illegal fishing and maritime claims.  Other possible issues of contention between South Korea and China that China could use as retaliation are issues over the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ADIZ) and Exclusive Economic Zone (EEZ) rights around Ieodo/Suyan Rock/Socotra Rock. There has been so far little imminent risk of interstate conflict between China and South Korea over Ieodo/Suyan Rock/Socotra Rock.[7] Yet, this does not mean that all issues are resolved. Rather, the issue has been latent and these latent maritime issues in the Yellow Sea provide fodder for China to punish South Korea for the Yoon administration’s strong U.S.-leaning stance. If President Yoon pursues a more aggressive position against China by siding with the United States, China could easily use these latent and seemingly unrelated bilateral issues as leverage to incur costly consequences to South Korea.  If South Korea antagonizes China in the context of the U.S.-China rivalry, China can easily use economic retaliation against South Korea. Given the strong trade ties between China and South Korea, such economic punishment could be significantly costly for South Korea. We have already seen this kind of Chinese punishment when South Korea as the U.S. ally agreed to the deployment of the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missile system on South Korean soil in 2016. Although the U.S.-deployed THAAD system was aimed at deterring North Korea, China perceived it as a means of containing China and threatening behavior by South Korea against China. China responded to this perceived provocation with huge economic retaliation against South Korea, which cost South Korea nearly $7.5 billion in economic losses due to cut imports and exports and suspended tourism.[8]  China’s aggressive resolve against the THAAD deployment serves as a precursor of potential economic and political punishment by China against South Korea under the Yoon administration. Given the increasing intensive power competi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in recent years, it is not difficult to expect similar, or even worse, costly consequences for South Korea if Yoon follows through with a clearer and stronger position with the United States that could be perceived as hostile to China. We are already witnessing potential economic costs that South Korea might pay in the context of semiconductor issues. The United States has made significant efforts to create the “Chip 4” technology alliance framework, to include South Korea, Japan, and Taiwan, in order to limit reliance on China for this important technology. South Korea’s interests in semiconductor and advanced technology are not new. Former president Moon and his administration worked to support the advanced semiconductor industry, but President Yoon has moved South Korea closer to such efforts. The United States has urged South Korea to decide whether to join the technology alliance by August.[9] Although not explicit, it is obvious that this semiconductor alliance targets China to decrease Chinese influence in the semiconductor industry and global supply chains. If South Korea decides to join this network with the United States, and Japan and Taiwan who have already agreed, China will likely perceive it as another hostile move by South Korea that could bring about Chinese retaliation. As South Korean manufacturers and industries have had huge profits in their businesses in China, China’s retaliation could be very painful to South Korean economy.  In addition to economic retaliation, China can easily utilize its influence over North Korea to make South Korea suffer as well. As one of the six-parties that managed security issues over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 Korea, and as one of the five permanent members of the UN Security Council, China has great leverage to influence North Korea regarding nuclear capabilities and related issues. If South Korea were to provoke China with its pro-U.S./anti-China foreign policy, it is likely that China would not cooperate with South Korea in dealing with North Korea. President Yoon and his administration have recognized the importance of China’s role in North Korean issues and a cooperative relationship between South Korea and China to manage the North Korean quagmire. Yet, Yoon’s stance in the U.S.-China rivalry and Seoul’s vivid support of the United States could have detrimental effect on China’s critical role in North Korea. As former U.S. Ambassador of South Korea and former Commander of the U.S. Pacific Command, Admiral Harry Harris commented, “(I) do believe that China uses North Korea to pressure the South (Korea) across a broad range of disciplines, including trade, the military, and position in the UN.”[10] It is likely that the North Korea issue would be a target of China’s issue linkage strategy that makes South Korea vulnerable to Chinese punishment. Conclusion All foreign policy strategies encompass some costs. For former president Moon and his administration, taking a middle road and being reluctant to take a bold stance in the U.S.-China rivalry brought on critiques of strategic ambiguity and questions of loyalty to the U.S. alliance and its liberal, democratic allies. For President Yoon, taking a clear stance with the United States in its rivalry with China and increasing South Korea’s role in the alliance network in the Indo-Pacific will provide ways to alleviate those critiques and increase trust with South Korea. However, it could also result in a rift with a disgruntled China and tangible costs for South Korea. South Korea must be prepared to face these costs or otherwise work to appease China to some degree in order to avoid significant costs such as maritime issues in the Yellow Sea, economic punishment, and undue influence over North Korea.  With no question, South Korea should keep its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strong and sound. South Korea should strategically focus on issues that are consistent with the rules-based order and common interests with like-minded states so it can continue and develop its role as an important U.S. ally and a globally responsible actor in improving peace and stability. At the same time, South Korea needs to work to figure out how to avoid unnecessarily provoking China, which would likely incur significant costs to South Korea. There would be no more middle ground left for South Korea to avoid in its engagement in the power politics gam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Instead, Seoul should seek its own position to minimize its potential costs while maximizing expected benefits. [1] “China Demands Korea Uphold ‘Three Nos’ Policy.” The Korea Herald (July 28, 2022) https://www.koreaherald.com/view.php?ud=20220728000666 (Accessed July 28, 2022) [2] “South Korea Needs to Step Up,” Foreign Affairs (February 8, 2022).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south-korea/2022-02-08/south-korea-needs-step (Accessed July 26, 2022). [3] Victor Cha. 2020. “Leading by Example: Two Different Responses to China’s Rise.” The Lowy Institute. (November 11, 2022) https://www.lowyinstitute.org/the-interpreter/leading-example-two-different-responses-chinas-rise (Accessed July 5, 2022). [4] Krista E. Wiegand. 2009. “China’s Strategy in the Senkaku/Diaoyu Islands Dispute: Issue linkage and Coercive Diplomacy.” Asian Security 5 (2): 170-193. [5] Ji-Young Lee. 2020. The Geopolitics of South Korea-China Relations: Implications for U.S. Policy in the Indo-Pacific. Santa Monica, CA: RAND Corporation. https://www.rand.org/pubs/perspectives/PEA524-1.html. [6] Young Kil Park. 2020. “The Role of Fishing Disputes in China-South Korea Relations.” Analysis from the Maritime Awareness Project. The 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 (https://www.nbr.org/publication/the-role-of-fishing-disputes-in-china-south-korea-relations/. (Accessed on July 24,2022) [7] “Will a Tiny, Submerged Rock Spark a New Crisis in the East China Sea?” The Atlantic (December 9, 2013) https://www.theatlantic.com/china/archive/2013/12/will-a-tiny-submerged-rock-spark-a-new-crisis-in-the-east-china-sea/282155/ (Accessed on July 24, 2022) [8] “In U.S.-China Dispute over Missile Defense System, Beijing Punishes South Korea by Restricting Tourism and Holding Trade Hostage.” Los Angeles Times (November 19, 2020). https://www.latimes.com/world-nation/story/2020-11-19/south-korea-china-beijing-economy-thaad-missile-interceptor (Accessed July 21, 2022). [9] “Seoul Expected to Join Washington-led ‘Chip 4’ Alliance.” The Korea Times (July 19, 2022). https://www.koreatimes.co.kr/www/tech/2022/07/129_332901.html (Accessed on July 21, 2022) [10] Sojeong Lee and Krista E. Wiegand. 2022. “South Korea’s Strategy in the Era of the U.S.-China Rivalry.” Working Paper.  Sojeong Lee(University of Tennessee) Dr. Sojeong Lee is a Global Security Post-Doctoral Research Fellow at the Howard H. Baker Jr. Center for Public Policy at 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 She has been also chosen for the 2022-2023 U.S.-Korea NextGen Scholars Program, an initiative by CSIS Korea Chair and USC Korean Studies Institute with support from The Korea Foundation. Her research interests consist of two areas: South Korea’s foreign policy and security in East Asia and the Indo-Pacific, and water and natural resources and international conflicts along with climate change and global environmental challenges. She is the Managing Editor of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the flagship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 Krista E. Wiegand(University of Tennessee) Dr. Krista E. Wiegand (Ph.D. Duke University) is Director of Global Security at the Howard H. Baker Jr. Center for Public Policy and Professor of Political Science at 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 Wiegand specializes in international conflict management and political violence, territorial and maritime disputes, and East Asian security. She has written three books – The Peaceful Resolution of Territorial and Maritime Disputes (2023), Enduring Territorial Disputes: Strategies of Bargaining, Coercive Diplomacy, & Settlement (2011), and Bombs and Ballots: Governance by Islamic Terrorist and Guerrilla Groups (2010) and many other publications. She is co-Editor-in-Chief of the journal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