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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있어서 ‘중국 요소’
    저자
    이성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발간호
    2018-28
      북미 회담이 ‘취소’의 우여곡절을 겪고 드디어 열린다. 최근 북미 회담을 둘러싼 담론에서 유독 관심을 끈 것은 ‘중국 요소’(China factor)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듯하자, ‘차이나 패싱’ 담론이 등장했다. 과연 그런 듯했다. 그러다가 중국은 마치 ‘새치기’를 하듯 이미 예정되어 있는 남북 회담, 북미 회담 전에 김정은과 전격적인 회담을 가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불과 40여일 후 다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중국의 휴양도시 다롄을 방문하여 시진핑과 제2차 회담을 가졌다. 다롄 회담이 왜 열렸고, 무엇이 논의됐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 둘의 만남 후 북한의 강경해진 태도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과 김정은이 다롄에서 모임을 가진 직후임을 지적하였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북미 회담 속도를 ‘늦추라(slow down)’고 종용했을 것이라고 했다(2018.5.24.). ‘워싱턴 프리 비콘 (Washington Free Beacon)’ 매튜 콘티네티(Matthew Continetti) 편집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재방중 시점은 북한이 세 명의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하여 북미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협상이 동력을 얻는 시기였음을 지적하며, 빠른 북미 간 관계 향상을 원치 않는 중국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특히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시진핑과 김정은의 2차 회담 직후 북한의 협상 태도가 “훨씬 더 적대적이 되었다(became much more belligerent)”라고 했다(2018.5.27.). 다롄 회담은 북중 관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단기간 내 두 차례 방중이다. (1차 방중: 3월 25~28일 / 2차 방중: 5월 7~8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이 불과 43일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다시 만난 것은 그 의도와 의미가 심장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재방중 의제는 크게 세 가지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첫째, 미국의 비핵화 관련, 높은 요구사항에 대해 시진핑에게 조언 구하기. 둘째,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중국의 지지 확보. 셋째, 싱가포르 회담에 대비한 테스트 비행의 목적으로, 이 중 가장 중요한 의제는 첫 번째, 미국의 높은 수준의 요구에 대해 압력을 느낀 북한이 중국에 ‘긴급 상담’ 신호를 보낸 것으로 중국 측 인사들은 보고 있다. 미국 쪽은 기존의 북한 비핵화 방법론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의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자가 ‘포괄성’에 방점을 둔 것이라면 후자는 향후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불가역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더불어 미국은 협상의 본래 비핵화 의제를 확대하여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 심지어 북한의 인권 문제 등도 의제에 포함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 의제는 첫 번째와 연동되어 있다. 만약 최악의 경우 북미 협상이 실패할 경우 중국이라는 ‘안전핀’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다. 세 번째인 싱가포르까지 ‘비행 테스트’는 본질적이라기보다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3월 북중 회담의 성격이, 소원했던 북중 양국 ‘관계의 회복’이라면, 두 번째인 5월의 북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북한에게 북미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중국이라는 기댈 언덕이 있다는 ‘보험’을 준 것이다.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한 북중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의 주도권과 개입권을 다시 확보했다고 본다. 더불어 항간의 ‘차이나 패싱론’을 불식시켰다. 미국에게 주는 신호도 있다. 중국은 트럼프가 3월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킨 것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괴한 것이라고 본다. 기습적인 북중 정상회담은 거기에 대한 보복 차원이기도 하다. 중국은 만약 북미 회담이 실패하여 군사 옵션을 포함하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으로 미국이 회귀하더라도 중국이 완강히 반대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편 미국과 달리 중국은 스스로의 ‘옵션’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때 중국이 방관할 것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도 중국이 참전하지 않을 줄로 예상했다. 중국은 그 예상을 뒤집었다. 개전 3개월 만에 100만 인민해방군을 인민해방군이라 지칭하지 않고 ‘조선 인민들을 가엾이 여겨 스스로 지원한 자원병’이라고 선전하며 투입하였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차이나 패싱’ 최근 북미 협상을 보도하는 ‘담론 시장(market place for ideas)’에서 ‘차이나 패싱’은 넓게 유통되었다. ‘차이나 패싱’은 그 실체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킨 것이 분명한 듯 보인다. 지난 수년간 서로 얼굴도 보지 않았던 북중 양국이 마치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의 관계를 ‘세상에서 유일무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등 매우 과장된 애정 퍼포먼스를 통해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배후에는 위에서 짚어본 상호 간의 이익관계가 맞아 떨어진 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차이나 패싱’에도 예민하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를 꺼낸 것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한국에서 정부에 조언을 한다고 알려진 일부 학자들이 공개 세미나 등에서 중국이 비핵화 논의에 ‘숟가락을 놓으려고 한다’고 중국에 대해서 경계감을 표시하는 것 역시 못마땅하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 정부의 생각을 은연히 대변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중국 언론 중 거친 언사를 사용하기로 잘 알려진 환구시보(環球時報)는 5월 29일 사설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하자는 논조가 요즘에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특별히 가소롭다(尤其可笑)”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5월 31일, 중국외교부 화춘잉(华春莹) 대변인 역시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이른바 3자만 참여하는 종전 선언 가능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으로서 계속해서 응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作为半岛问题重要当事方和当年《停战协定》缔约方,中方一直并将继续为此发挥应有作用)”라고 강조했다. 한국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언급을 한 것에 대해 중국 측과 모종의 양해를 받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큰 틀에서 보면,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선언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의 ‘패싱’ 불안감을 자극한 시발점이 되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는 중국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North Korea is China’s problem to fix)”라고 했던 사람이다. 마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북핵 문제는 중국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고 ‘중국책임론’을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더 이상 중국이 필요 없고 미국이 북한과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격이다. 이럴 경우 한반도 지정학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큰 외부 변수였던 중국의 지분은 자연히 추락하게 된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단행한 것은 북핵 문제가 한국과 미국의 주도에 의해 현상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북한에 대한 ‘비핵화’와 ‘한반도 영향력’ 확보 중에서 후자 쪽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더 둔 것이다. 이러한 전술적 미시 조정은 심화하는 미중 갈등 과정에서 전략적 조정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만약 북미 회담이 실패하고 미국이 다시 중국에게 ‘최대의 압박’, 즉 대북 제재를 해달라고 요청해도 중국은 이를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년간의 북중 갈등을 막 회복한 중국은 미국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또다시 희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미 회담과 그 이후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국 요소’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해주지 못할 경우 중국은 그것을 자기가 제공해주겠다고 ‘중국 방안(中國方案)’을 북한에 제시할 수 있다. 現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실장. 미국 그리넬대학에서 학사,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 그리고 중국 칭화대학에서 박사학위 (정치커뮤니케이션) 취득. 스탠포드대학교 아태연구소 팬텍펠로우 (Pantech Fellow, 2013-2014), 잘츠부르크 펠로우 (Salzburg Global Fellow, 2013), 베이징대 한반도 연구센터 선임 연구위원 (비상주)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 연구로, “미중 갈등과 ‘리더십 부재’의 국제질서” (계간 외교), "역사적 시각에서 본 중국의 대북정책 임계점" (Asian Perspective) 등 다수임.
  • 협상론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중재외교’
    저자
    이동휘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발간호
    2018-27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간의 교환해법을 모색하는 일련의 협상 과정이 탄력을 받게 됨에 따라,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기간 경험했던 고도의 불안정성과 긴장 상태를 상기해 보면, 짧은 기간 내에 매우 심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반전에는 한국정부의 한반도 평화, 번영 그리고 통일을 추구하는 구상과 노력들이 ‘중재외교’라는 이름으로 발현되어 기여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앞으로 있을 북ㆍ미 정상회담 한 번으로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긴 협상 과정이 시작될 것이고, 이 프로세스가 종국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중재외교’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은 명백한 일이다. 이 글은 향후 한국의 역할을 더욱 제고시켜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국의 ‘중재’ 노력에 대해 협상론에 입각하여 세 가지 관점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째, ‘중재’ 개념의 명확화와 세분화의 필요성이다. 협상론에서는 양 당사자 사이에서 협상타결을 위해 노력하는 제3의 행위자를 중재자가 아닌 중개자(mediator)로 부르고, 이를 다시 역할수준에 따라 개념적으로 세분화 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분은 소극적인 역할인 편의 제공자(good office)로부터 시작하여 소통자(communicator), 화해자(harmonizer), 촉진자(facilitator), 조정자(coordinator) 및 중재자(arbitrator)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협상론에서 ‘중재’는 ‘arbitration’, 즉, 협상 당사자 간의 이견 해소를 위하여 가능한 한 중립적인 제3자가 조정안을 직접 고안하여 제시하고, 당사자들은 이를 수용해야 하는 현실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최고 수준의 관여 경우를 의미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중재’외교라는 용어를 우선 ‘중개’외교로 바꾸어 씀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북ㆍ미 간에 작동되고 있는 한국외교에 신중한 고려 없이 중재 개념을 부여할 경우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는 특정한 의미의 중재(arbitration) 개념과 혼동될 가능성이 크고, 자칫 과잉기대를 초래함으로써 오히려 혼란의 소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술한 다양한 수준의 협력적 절충 노력 중 어떤 역할을 의미하는지 정확한 파악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재외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에, “한국이 중개자(mediator)로서 전개하는 외교적 노력은 소통자(communicator)로 시작하여 촉진자(facilitator) 또는 조정자(coordinator)로 이행하는 중개외교이다”라는 식으로 조금 더 명백히 개념을 규정하고 기능을 세분화 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둘째, 전술한 이유로 ‘중재자’로부터 ‘중개자’로 재명명되어야 할 외교적 역할과 관련된 중립성의 문제이다. 중개자에게 우선 요구되는 덕목으로는 진정성과 함께 공평성이 거론되고 있고 일반적으로 공평성은 중립성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론에서의 주요 사례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중개자(mediator)가 반드시 중립적인 입장에서 타협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1974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에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였던 키신저는 이스라엘의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을 대표하여 성공적인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즉, 중개자가 분쟁 당사자들 중 어느 일방과 목적과 인식을 같이한다 하더라도 진정성과 공평성을 유지하는 한 중개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립성이 초래할 수 있는 모호함의 함정을 피해 명확한 입장에 서서 중개노력을 함으로써 협상의 효율성을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예를 참조한다면, 한국은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을 공유하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입장을 취하더라도 중개자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명목상의 중립성을 추구하는데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아도 됨을 알 수 있다. 셋째, 목표 간 상충 가능성에 대한 주의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동맹국으로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재규정한다면, 한국과 미국 양국 간에 목적의 상이성에서 야기될 수 있는 목표상충(goal conflicts)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신뢰구축, 남ㆍ북 협력에 이어 비핵화가 언급됨으로써, 한국이 비핵화에 부여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비추어지고 이에 따라 목표상충 현상이 나타날 경우 미국과의 공조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부 존재하고 있다. 미ㆍ북 협상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인 비핵화의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에는 체제보장과 경제보상이 수반되어야 함으로, 남ㆍ북한 간의 신뢰구축이나 협력 증진도 기능적인 연관성 차원에서는 비핵화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진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중개외교를 추진하는 한국으로서는 한ㆍ미 간의 협상목표가 상충될 수 있는 소지를 최소화 해 나가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고려는 향후 전개될 일련의 북ㆍ미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규모와 성격의 변화를 포함하는 한미동맹 관련 사항들이 논의될 경우 한ㆍ미 간의 인식 차이에 기인하는 안보상의 불확실성 증대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얼마 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역사적인 북ㆍ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지닐 뿐,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는 앞으로의 도정에는 지난한 협상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중개외교는 목적의식을 조금 더 명확히 하고 중개의 개념을 더욱 정치하게 가다듬는 동시에 유용한 협상 전략과 전술을 구비해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만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 과정에서 협력적 ‘중개자’의 위치를 넘어서서 주도적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現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 한국협상학회 회장 등을 역임.
  • EU의 선도후보 선출 과정(Spitzenkandidaten Process) 논란이 의미하는 것은?
    저자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발간호
    2018-26
      1. 차기 EU 집행위원장 선출 준비 2. 선도후보 선출 과정(Spitzenkandidaten process) 논란 3. 향후 전개 방향   1. 차기 EU 집행위원장 선출 준비 올해 EU가 치러야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는 집행위원장(Président de la Commission européenne)을 새로 선임하는 것이다. 2014년에 선임된 5년 임기의 현 집행위원장은 오는 11월 초에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재신임을 묻거나 새로운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작년에 이미, “연임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Il ne briguerait pas de deuxième mandat)”1)고 밝혔기 때문에 후임자를 새로 물색해야 한다. 집행위원장은 EU의 법안을 제안하고, 연간 1천 6백억 유로(2018년 기준)2)에 달하는 EU의 예산과 법률을 집행하는 집행위원회의 수장임은 물론, 부위원장과 집행위원을 지명하고 해임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 외적으로는 무역 관련 업무나 인도주의 원조에 관해 EU회원국들을 대변하며, 내적으로는 회원국들과의 관계에서 EU기관을 대표하는 역할이 부여된다. 따라서 집행위원장은 정상회담(Le Conseil européen)의 상임의장이나 유럽의회 의장보다 실질적인 권한이 훨씬 크다. 그러나 사실 지금 보다 주목받고 있고 또한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누가 집행위원장에 선임될 것인가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선임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EU의 거버넌스에 향후 어떤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인가이다. 물론, EU는 집행위원장을 선임하기 위한 규정과 절차를 이미 마련해 두고 있다. 여기에는 형식과 내용에 따라 두 가지가 포함되는데, 리스본 조약 등에서 정한 법적 규정과 지난 60년간 관습적으로 유지되어 온 회원국 정상들 간 합의에 따른 정치적 타협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새삼 무엇이 문제가 된 것일까?   2. 선도후보 선출 과정(Spitzenkandidaten process) 논란 1) 집행위원장 선임과정 지난 1월 23일, 유럽의회 헌정위원회(Constitutional affairs committee of European Parliament)는 찬성 17, 반대 6으로 “선도후보 선출은 거스를 수 없는 원칙”임을 선언한 바 있다.3) 이이서 2월 7일에는 유럽의회 역시 당파를 초월하여 이 점을 분명히 밝히는 합의문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하였다.4) 여기서 헌정위원회가 언급한 ‘선도후보 선출’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집행위원장은 여태껏 EU 회원국 정상들 간의 조율에 의해 지명되었다. 이른바 회원국 중심의 정치적 타협에 의한 선임이었다. 정상회담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일부 주요국들에 의한 집행위원장 선임은 그동안 늘 말썽이 되어왔다. 1965년 유럽경제공동체의 발터 할스타인(Walter Hallstein) 집행위원장의 공동농업정책 개혁과 이에 반대하는 프랑스 대통령 드골 간의 대립은 집행위원장을 회원국이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숙제를 던져 주었다. 회원국이 주도하던 집행위원장 선임은, 1993년에 마스트리트 조약이 발효되면서 약간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유럽의회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집행위원장 지명에 의회가 간여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회원국 정부는 유럽의회와 협의(consulting)를 거친 후 공동합의(common accord)에 의하여 집행위원장을 지명하도록 법적 규정이 도입된 것이다.5) 이 내용은 이후 리스본 조약 내 EU에 관한 조약(TUE) 17조 7항에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었다. ...정상회담(le Conseil européen)은 가중 다수결에 의하여 집행위원장 후보를 유럽의회에 제안한다. 이때 유럽의회의 선거 결과를 고려해야 하며(En tenant compte des élections au Parlement européen) 적절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유럽의회는 다수결에 따라 집행위원장을 결정해야한다. 만약 다수결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정상회담은 한 달 이내에 새로운 후보자를 제안해야 하며 나머지 절차는 동일하다... 선도후보 선출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대목은 ‘유럽의회의 선거결과를 고려하여...’라는 부분과 ‘정상회담이... 후보를 제안한다.’는 부분이다. 여기서 이미 암시되어 있지만 이른바 ‘선도후보 선출’이란 유럽의회 선거에 앞서 의회의 각 주요 정파가 집행위원장 후보를 1인씩 사전에 지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선거에 앞서 각 정파를 대변하여 선거운동에 나선다. 이는 암묵적으로 회원국 정상들 간의 합의에 따른 집행위원장 선출과는 충돌하는 면이 있다. 사실, 2004년 이전까지는 EU 핵심 국가인 프랑스-독일과 가까운 몇몇 핵심 국가에서 집행위원장이 배출되었고, 가끔은 영국의 거부권이 발동되기도 하였다. 1958년에서 2004년까지 46년 동안 프랑스, 룩셈부르크, 이탈리아에서 각 2명,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등에서 각 1명씩 집행위원장이 배출되었는데, 이들 3국의 합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6) 이런 가운데 2004년, 당시 유럽의회의 최대 정파였던 유럽인민당(EPP)이 이런 암묵적인 전통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정상회담이 집행위원장 선임을 논의하기 전에 미리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내세운 후보를 발표한 것이다. 유럽의 변방 포르투갈 총리였던 주제 마누엘 바로수(José Manuel Barroso)는 프랑스와 독일의 지지를 받던 기 베르호프스타트(Guy Verhofstadt) 벨기에 총리를 제치고 그렇게 집행위원장에 선임되었다. 물론,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던 베르호프스타트를 거부한 영국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였다. 이후, 2014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인민당, 사회민주당 등 주요 정파가 모두 선도후보를 선출하였고 다수정파인 유럽인민당의 장-클로드 융커가 집행위원장에 선임되었다. 2) 유럽의회 권한의 강화? 선도후보 선출이 논란이 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유럽의회가 정상회담을 대신하여 실질적으로 집행위원장 후보를 제안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동시에 갖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선도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의회의 각 정파라는 것은 결국 유럽의회와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의회의 권한이 대폭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집행위원장 선임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리스본 조약에 유럽의회가 집행위원장 후보를 제안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의회는 다만, 승인권과 거부권만 있을 뿐이다. 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그 주체는 회원국으로 구성된 정상회담이다. 때문에 선도후보 선출이 법적인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조약의 관련 규정이 정비되어야 한다. 한 가지 공교로운 점은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결과에서 유럽의회 다수 정파와 정상회담이 추천한 집행위원장이 같은 정치 노선을 가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레 선거 결과가 고려된 선임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2009년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보수중도우파 성향의 유럽인민당이 다수 정파를 형성하였고, 주제 마누엘 바로수 역시 같은 정파 소속이었다. 지금의 유럽의회를 구성한 2014년 선거에서도 유럽인민당이 다수정파를 유지하였고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도 유럽인민당 소속이다. 그러나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1994년 선거에서는 유럽사회주의자 그룹(PES)이 승리했으나 집행위원장은 유럽인민당 소속의 자크 상테(Jacques Santer)였다. 1999년 선거에서는 유럽인민당-유럽민주주의자(ED) 연합정파가 승리하였으나 자유주의 성향의 유럽자유민주주의개혁정당(ELDR) 소속의 로마노 프로디가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바 있다.7) 문제는 집행위원장이 의회 다수 정파와 같은 정치적 이념을 갖고 있느냐, 혹은 정치권력이 정상회담에 있느냐, 의회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EU의 정책 입안과 집행과정에서 EU 시민의 입장을 보다 잘 대변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느냐에 있다. 3) 찬성과 반대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을 비롯하여 아일랜드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선도후보 선출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파들 간의 정책 경쟁을 활성화시켜서 갈수록 무관심해지는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을 높이고, 의회-집행위원회 간의 긴밀성을 강화시켜 EU의 신뢰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찬성론은 그동안 지적되었던 관료주의에 빠진 집행위원회에 유럽인들의 투표 결과가 투영되어 집행위원회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프레트 베버(Manfred Weber) 유럽인민당 의장이, 선도후보 선출이 “오로지 투명성과 민주주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더 나아가 리오 버라드커(Leo Vradakar) 아일랜드 총리는, “선도후보 선출 체제가 항구화되어 EU내의 다른 주요 보직 후보도 선출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8) 반대 입장도 분명하다. 앞서 언급된 법적인 부분이 그것이다. 선도후보 선출 절차가 집행위원장 선임을 규정한 리스본 조약 내 EU에 관한 조약(TUE) 17조 7항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행위원장 선임을 유럽의회의 선거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 기존에 규정하고 있는 정상회담의 집행위원장 선임은 있으나마나한 조항이 될 것이다. 또한 기술적인 비판도 있다. 2014년에 선도후보 선출이 본격적으로 시도되었고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름의 이슈화가 되었지만, 찬성론자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투표율 회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소하기는 하지만, 2009년 선거보다 오히려 투표율은 떨어졌다.   3. 향후 전개 방향 현 유럽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3개 정파 (유럽인민당-EPP, 유럽사회민주주의당-PES, 유럽자유민주주의연합-ALDE) 등은 선도후보 선출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반면, 회원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상회담은 선도후보 선출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하여, 체크, 헝가리,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등은 선도후보 선출에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이다.9) 마크롱 대통령은 EU 선거 이슈가 여전히 범유럽화되어 있지 못하고 있고, 거대 몇몇 정파에 의해 의회가 나뉜 현실에서 선도후보 선출 과정이 EU 차원의 의제 개발과 민주주의 도약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10) 유럽인민당 출신의 도널드 투스크 정상회담 상임의장은 선도후보가 막상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될 때 반드시 유럽의회의 지지를 약속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묻는다. 실제로 2014년 융커 집행위원장 선출 시에 정상회담은 찬성 대 반대가 26대 2였으나 오히려 유럽의회에서는 729표 중 422표만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수 정파에 의한 선도후보가 반드시 유럽의회의 내부 투표에서도 호응도가 높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선거결과→다수정파→의회→집행위원장 지지→EU의 신뢰성 회복이라는 당초의 연결 논리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정치평론지 폴리티코(Politico)는 만약 반(反) EU통합 정파가 의회 다수를 구성하게 되거나 연합정파를 형성하여 영향력을 크게 높일 경우를 우려한다. 이때 정상회담과 유럽의회는 선택의 여지없이 반(反) EU 통합론자를 집행위원장에 선임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11) 영국의 전 유럽 담당 장관 데니스 맥쉐인(Denis MacShane)은 선도후보 선출 과정이 유권자들의 정책 선택을 좌우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면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장-클로드 융커와 마틴 슐츠(Martin Schulz)가 우파와 좌파를 대표하여 선도후보로서 대결을 벌였지만, 결국 독일의 유권자들은 융커의 얼굴이 아닌 같은 우파를 대표하는 메르켈을 보고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즉, 자신들의 삶에서 멀리 떨어진 EU의 집행원장 후보보다는 우파든 좌파든 자국의 정치지도자들의 성과와 평가만이 중요한 선택의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12) 한편, 많은 이들은 여전히 신중한 반응이다. 2014년 선도후보 선출이 집행위원장 선임까지 이어진 후 여러 전문가들이 유럽의회 내 정파들 간의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선도후보 선출 과정을 통해 개별국 이슈가 아닌 범 EU적 이슈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았고, 기관들 간의 힘의 분배와 정책의 투명성에 새로운 기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13)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선도후보 선출이 EU와 EU 시민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밀접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비판한다.14) EU는 현재 민주주의의 결핍(democratic deficit)이라는 시민 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고, 브렉시트 같은 분열과 갈등의 위기 속에서 역량 있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는 두 가지 길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에 직면해 있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선도후보 선출 과정은 이제 집행위원장 선임에서 중요한 절차가 된 것은 틀림없다. 이는 의회의 역할이 갈수록 확대되는 EU의 실천 활동에 따른 것이다. 다만, 그것이 의회와 정상회담 간의 힘겨루기가 아닌 EU 시민들의 정책 참여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은 유보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몇 차례의 시행착오는 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Le Monde, “Le chef de la Commission européenne, étale son pessimisme”, Feb. 22. 2017, http://www.lemonde.fr/europe/article/2017/02/12/les-doutes-du-president-de-la-commission-europeenne-jean-claude-juncker_5078583_3214.html#0AOIs6P7h2ot8Vdp.99 2) European Commission, “2018 EU Budget”, http://ec.europa.eu/budget/library/biblio/publications/2017/EUbudget-factsheet-2018_en.pdf 3) Euobserver, “Spitzenkandidat system here to stay, MEPs warn capitals”, Brussels, Jan. 23, 2018, https://euobserver.com/institutional/140656 4) European Parliament, “Spitzenkandidaten process cannot be overturned, say MEPs”, Feb. 07, 2018, http://www.europarl.europa.eu/news/en/press-room/20180202IPR97026/spitzenkandidaten-process-cannot-be-overturned-say-meps 5) Maastricht Treaty(Eng) 삽입버전 158조 2항. 6) 자크 상테 스캔들 이후 임시로 직무를 맡은 스페인의 마누엘 마린 제외. 7) 로마노 프로디가 속한 이탈리아의 민주당(I Democratici)은 사회민주주의 계열정당이었으나, 유럽의회에서는 자유주의 중도 개혁 그룹인 ELDR 정파에 합류하였다. 8) Politico, “Commission’s Spitzenkandidat process at risk”, Jan. 01 2018, https://www.politico.eu/article/spitzenkandidat-jean-claude-juncker-race-with-no-rules-eu-leaders-brace-for-clash-over-2019-elections/ 9) Politico, “Commission’s Spitzenkandidat process at risk”, Jan. 01 2018, https://www.politico.eu/article/spitzenkandidat-jean-claude-juncker-race-with-no-rules-eu-leaders-brace-for-clash-over-2019-elections/ 10) Reuters, “Juncker jabs at Macron as EU jobs race heats up”, Feb.14, 2018. 11) Politico, “Commission’s Spitzenkandidat process at risk”, Jan. 01 2018, https://www.politico.eu/article/spitzenkandidat-jean-claude-juncker-race-with-no-rules-eu-leaders-brace-for-clash-over-2019-elections/ 12) Politico,“Time for the Spitencandidat to die”, July. 11 2017, https://www.politico.eu/article/eu-commission-top-job-jean-claude-juncker-time-for-the-spitzenkandidat-to-die/ 13) Roberto Baldoli, Stefan Gänzle, Michael Shackleton, “Overthrowing Secrecy: The Spitzenkandidaten experiment and a new chance for a European party system”, CEPS COMMENTARY, Aug. 04 2014; Marco Incerti, “Never mind the Spitzenkandidaten: It’s all about politics”, CEPS COMMENTARY, Jun. 06 2014. 14) Sophia Russack, “The problem with the Spitzenkandidaten system”, CEPS COMMENTARY, Feb. 21, 2018.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 평창올림픽 사이버 공격: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저자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18-25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오상진 정보통신국장은 지난 5월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정보보호 세미나에 참석하여,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에 조직위원회 내부 시스템의 대부분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며, 52종의 서비스가 중단되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였다. 조직위원회 정보통신국장의 발표를 통해서, 그동안 외신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어온 평창올림픽 중 사이버 공격의 발생사실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조직위원회의 발표가 없었더라면 이번 공격은 “잊혀진 공격”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격자들은 피해자에게 더 큰 피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지만, 서비스 장애만을 유발시켜서 올림픽의 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게 하였다. 공격에 의해 중단된 서비스는 신속히 복구되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평창올림픽 개막일 즈음에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해자는 사이버 공격을 당하고도 거의 3달이 지나서야 사이버 공격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였으며, 그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공격자가 보여준 고도의 절제(self-restraint)나 피해자의 조용한(low-profile) 대응은 공격자의 신원이나 의도, 그리고 피해자의 대응전략에 대한 궁금증을 가중시킨다. 올림픽을 전후해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때에도 해커들이 세계도핑방지기구 (WADA: World Anti-Doping Agency)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여 유명 운동선수의 의료정보를 포함한 기밀정보를 탈취하여 인터넷에 유출한 경우가 있었다. 러시아가 국가 차원에서 올림픽 선수들에 대한 금지약물투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사실이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밝혀져서 러시아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 대거 출전 금지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었다. 따라서 리우올림픽 때 해킹은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가 금지된 데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표시로 추정되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상황은 비슷하였다. 러시아의 도핑 때문에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국가대표의 자격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들 (OAR: Olympic Athlete from Russia)”의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만이 허락되었다. 따라서 평창올림픽 중 발생한 사이버 공격도 리우올림픽 중 발생한 해킹처럼 러시아의 올림픽 참가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서구 언론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배적이다. 올림픽과는 관련이 없지만, 러시아 정부가 미국의 선거에 개입하고 영국에서는 독가스를 사용한 암살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러시아 정부에 대한 의혹이 최근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의 배후를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발각되었을 때 파장이 큰 해킹은 러시아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국가권력과 가까운 민간인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평창올림픽 중 사이버 공격이 ‘러시아’라는 국가가 일으킨 것이라고 명확하게 결론 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공격자가 상당한 ‘자제’를 발휘하여 피해가 심각하지 않았고, 공격자의 신원이 정확하게 파악될 수 없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난 이 시점에서 이번 공격에 대해 강력하게 응징해야 할 필요성이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보인다. 특히 이번 공격에서 조직위원회의 컴퓨터가 공격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를 타깃으로 하였다고 보기 힘들다. 러시아의 국가 출전을 금지하거나 도핑을 조사하는 주체는 한국이 아니라 IOC와 WADA이고,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IOC와 WADA와 타깃으로 한 공격에 우리나라가 2차적 피해 (collateral damage)를 입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한편, 공격을 당한 후 아무런 응징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사이버 공간은 국경이 없지만, 피해를 입은 컴퓨터들은 엄연히 우리나라의 영토 안에 있었기 때문에 주권수호의 차원에서 보면 ‘무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공격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국가를 지목하여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만약 여러 가지 정황을 근거로 러시아 정부한테 책임을 묻기로 결정한다면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보다는 조용하게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고 그들의 사과와 향후 반복이 없을 거라는 약속을 받아내는 데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러시아에게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기로 한다면, 우리가 앞장을 서는 것보다는 IOC, WADA가 일선에 서고, 우리는 미국 및 유럽 등과 연대하여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2차적 타깃이었으며, 단독으로 대응을 할 경우 발생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한다면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국제공조: 영국 내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가 독살되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영국뿐만 아니라 20여 개국이 러시아의 외교관을 추방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격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조치는 우리 단독으로 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공조하여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효과적. - Name and Shame: 만약 공격자를 확정할 수 있다면 공격자, 그리고 공격자가 소속되어 있는 기관이나 국가를 공개적으로 거명하여 국제여론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 (Name and Shame 전략은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서 의외로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되었음.) - "Name and No Game": 만약 공격자를 확정할 수 있다면 공격자, 그리고 공격자가 소속되어 있는 기관이나 국가에 대해 경기출전이나 경기개최를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나아가 규정으로 명문화. 만약 IOC뿐만 아니라 FIFA 등 다른 국제스포츠기구들도 연대하여 참가할 수 있으면 이상적. 특히 러시아는 2018년 월드컵의 개최국이기 때문에 경기개최 제한조치에 대해 매우 취약. 사이버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서 공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고 물리적 또는 법적 대응도 용이하지 않은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빈발하는 저강도 사이버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전략과 억지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정부와 민간의 커다란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방어도 억지도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평창올림픽 사이버 공격과 그에 대한 대응은 우리에게 중요한 학습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우월한 탐지능력을 가진 우호적인 국가들이 우리와 정보공유 등을 통하여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탐지능력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국익이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연구실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同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UC, Berkeley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UC, Davis, University of Washington,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에서 강의. 핵전략, 안보협력, 공공외교가 주요 관심분야이며,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 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 등의 저술이 있음.
  • 한반도에 대한 중국인의 역사의식과 중국의 현실적 대한반도 정책
    저자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간호
    2018-24
      최근, 여러 학회나 세미나에서 중국학자들이 큰 소리로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조용하게 양국관계를 토론하던 중국인들이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 때부터 자국의 입장에 대해 큰 소리를 내더니,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와 북미회담 등의 진행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중국과 한반도라는 입장에서 중국인의 감정을 빌려 중국정부의 입장을 큰 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나서 말하는 중국인들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얘기를 하는 경우는 그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경우이거나, 어떠한 흐름이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흐르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 논고에서는 중국인들의 한반도에 대한 일반적인 역사적 사고나 현 중국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을 개인적 견해로 분석해 보았다. 이러한 시도는 한중관계의 중요성 및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 아래 우리나라도 주변국과의 마찰보다는 협력을 기초로 우리의 국익에 맞는 정책을 과묵하게 실천하며 주변국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최근, 북미회담이 다가오면서, 중국의 북한 포용하기와 한국에 대한 적절한 견제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흐름인데, 여기에는 미국과의 대국관계와 중국의 주변안전이란 정책이 있는 듯하다. 중국인은 역사적으로 은나라의 후예가 한반도에 정착했다는 기자조선(箕子朝鮮)에 관한 주장과 동북지역 한사군(漢四郡)에 관한 내용에서 시작하여 근세 청(淸)왕조와 조선의 관계 및 일제(日帝) 한반도 강점기 항일(抗日)전쟁의 관계를 나열하며 역사적 협력관계인 지정학적 한중관계를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주장하는 중국과 한반도 국가 간 협력관계란 중국을 대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국가는 중국의 주변국의 입장에서 서로 대립과 교류의 주종관계, 혹은 서로 협력하는 국가 간 대등한 관계라는 이중적 사고를 내포하는 듯 하다. 한반도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분리 독립된 후에 중화민국정부와 1949년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정부는 각기 남북한에 대해 ‘국가 대 국가’의 개념을 나타냈는데, 이는 양안(중국과 대만)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에서 남북한을 자국의 전략우방으로 판단했던 경쟁과 관련이 있고, 강대국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냉전체제에 따라 북한을 우방으로 한국을 적대적 개념으로 파악하는 한반도에 대한 전략을 유지하여 온 것이고,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여 북한을 원조한다는 ‘항미원조(抗美援朝)’의 구호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면서 동북아는 중국•구소련•북한 대 한국•미국•연합국의 냉전 대립구도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구소련이 해체되고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는 시기까지도 이어졌지만, 지금까지 그 근본이 바뀐 것은 아니다. 즉,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과 전략은 중국의 전통적 역사의식, 냉전체제의 잔재 의식, 한국전쟁을 통해 나타난 미국과의 경쟁의식 그리고 북한의 중국과 구소련을 향한 줄타기 외교 및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며 북중관계와 한중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중국 전략의 핵심은 중국 수도와 가까이 있는 동북아지역에서의 중국의 안보 문제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고, 중국인들의 한반도에 대한 정서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중국인들이 중국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에 상응하는 반응을 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과 역사의식이 국민정서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예로 중월(중국과 베트남)관계를 보면, 두 나라도 역사적 유대가 있고 베트남은 사회주의국가로 통일을 이루었지만 중국과 대립하는 전쟁도 치렀고 현재 남중국해 영토분쟁을 하고 있으나 이 지역을 통해 제3세력의 영향력이 강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점에서 양국관계는 중국과 한반도 남북한 관계와 다르다. 즉,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양자관계가 주 원인이라면 분단된 한반도는 통일 전 베트남과 같은 중국과의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중국인들의 베트남에 대해 사고나 중국정부의 전략은 한반도와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즉, 중국인과 중국정부가 한반도에 대해 갖는 국민정서 및 정책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역사와 지정학적 안보 및 미국과 일본이라는 세력이 이 지역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바로 진행될 북미회담을 통해 외부세력이 한반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중국정부와 중국인의 북한과 한국에 대한 전략이 분리되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중국은 한반도에서 안보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가한 이유와 북중관계를 기초로 자국의 지분을 찾으려고 할 것이며,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및 한반도 남북한의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문제를 미중관계라는 틀에서 고려할 개연성도 상당히 높다. 작년 말 사드 갈등 문제가 봉합 되었다고 하지만, 한중 간에 전면적 교류가 복원되지 못하는 이유도 중국인들의 한반도에 대한 전통적 사고와 안보환경에 대한 정부정책 그리고 북미관계의 미묘함 외에 북미회담을 앞에 두고 나타날 북한의 변화에 중국정부의 전략적 우려(憂慮)가 상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아직도 역사적으로 단절이 없었던 이웃관계이자 전쟁을 함께한 혈맹의 관계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은 순망치한의 관계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북중관계가 소강기에 접어든 적은 있지만, 지정학적 입장과 국가전략적 입장에서 서로 안보와 경제적 보완관계를 유지하는 관계가 북중관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러한 북중관계는 중국정부의 입장에서 중국의 안보이익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두 차례나 이루어진 북한 지도자의 중국 방문과 중국 지도자의 영접은 이러한 양국관계를 고려하며 양국의 안보 및 국익을 서로 고려하는 협력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양국의 협력 내용이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클 경우, 북중관계는 미중경쟁관계와 북한의 국익이라는 입장에서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회담에 중국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경우에는 북미회담과 관련된 회담으로 동북아에 새로운 국제관계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북중관계의 소강 상태나 전통적 협력이란, 중소관계의 마찰과 협력의 역사와 같이, 양국관계 요소 외에 북한과 제3자와의 협상결과에 따라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게 되는데, 북중관계의 특성상 지정학적 안보관과 국가이익이 양국관계의 주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북미회담을 통해 어떠한 결과를 얻고, 어떠한 정책적 변화를 하느냐에 따라 이 순망치한의 북중관계의 안보관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가령, 북미관계가 정상화 단계로 들어가고 북일관계에도 변화가 생기며 남북한의 교류가 활성화된다면 중국은 수도 북경과 가까우며 전략 요충지인 중국 동북지역과 북한이라는 완충지대에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동북 해안을 통해 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충하려는 중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중국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일은 최근 중국 항공기의 한국과 일본의 항공식별구역 비행으로 그 의미를 나타내는 듯 하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 사고와 현대적 전략이 중복되어 한반도에 나타나는 것은 중국대륙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관계, 한반도 분단의 냉전의식과 중국의 안보관 및 미중 경쟁이 주 원인인 것이다. 한중관계에서 나타나는 무역과 어업권 등의 마찰 중에서 양국 간의 마찰이 아닌 남북한 문제 및 미국, 일본과 연관된 안보문제에서 중국이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생각하며 북한에 부정하기 어려운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이러한 중국의 역사관과 지정학적 전략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한중 마찰에서 ‘천암함 사건’과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서 나타난 한중관계의 마찰은 이러한 중국정부의 판단에 기인하는 것이고, 중국의 대국 관계인 미중관계와 지역 패권의 관계인 중일관계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중국이 양안관계에 대해 통일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미중관계와 중일관계는 중국과 한반도 특히 북중관계라는 고리에서 새로운 도전도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미관계와 미국과 한반도, 즉 북미관계가 중요한 의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미중관계가 무역, 금융 외에 양안문제 및 남중국해 등의 문제에서 복잡하게 서로 마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그리고 남북한 관계 및 한일, 한러관계는 우리가 동북아국제관계에서 안보와 국익을 지킬 수 있는 핵심 대외관계라고 본다. 특히, 한중관계도 역사적 유대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일부러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미안보의 틀로 우리의 안보에 중점을 두면서 동북아국제관계에서 국가이익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現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990년 홍콩 주해대학 중국문사연구소에서 중국 근대사(홍콩 근현대사)로 석사학위를 받고, 1998년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동북아국제관계와 한국 외교’로 박사학위 취득. 이어 대만 정치대학 국제관계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였으며, 2003년 귀국하여 단국대학교에서 중국 정치와 동북아국제관계를 연구하고 있음.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의 대외정책, 양안관계 및 중국 공산당 사상과 정책임.
  • 북한의 협상태도 변화를 통해본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전망
    저자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발간호
    2018-23
      4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은 2000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지난 2차례 회담과 다른 점은, 북측이 먼저 제의했고, 비록 판문점이지만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번 회담이 열리기까지 보여준 북한의 협상태도가 변화되었다는 점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북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인가? 이 글은 북한의 협상태도가 과연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평가해 보고, 이런 변화가 회담결과와 북한의 비핵화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전망해 보려는 것이다.   북한의 협상태도 변화에 대한 평가 먼저 북한 협상태도의 변화된 점을 살펴본다. 첫째, 적극적인 의지이다. 2000년대 우리 정부가 소위 햇볕정책을 추진할 당시, 북한은 남북회담이나 교류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우리 측은 회담이나 교류를 적극 추진하려 한 반면, 북측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이하 김정은이라 함)의 육성신년사에서 “2018년을 남북관계 발전의 사변적인 해로 만들자”고 언급한 이후 달라졌다. 둘째, 조건 없는 수용이다. 1월 1일 신년사가 나온 직후 우리 측은 그동안 단절되었던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 그런데 북한은 아무런 이의 없이 우리 측 제의(날짜와 장소 등)를 전격 수용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이라 함) 리선권 위원장(이하 리선권이라 함)은 직접 회견을 열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그동안 단절되었던 판문점 연락채널과 경의선 군 통신선의 개통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북측은 우리 측 제의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측면이다. 셋째, 파격적인 행보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바대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메시지에 따라 선수단 22명을 비롯하여 예술단과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을 비롯하여 500명이 넘는 인원이 남측을 다녀갔다. 강릉과 서울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으로 구성된 북측 예술단의 공연이 있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평창올림픽 대표단의 일원으로 김여정 북한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보냈다. 백두혈통이 우리 측을 방문한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김정은의 구두메시지와 함께 친서를 전달했다. 이후 우리 측은 3월 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을 평양으로 파견하여 3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확인, 북한의 핵미사일과 재래식 무기는 남측을 향해 불사용 등 주요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어 우리 특사단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여 북한의 비핵화협상 의지를 전달하고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도출해 냈다. 이 같은 북한 협상태도의 변화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은 점도 발견된다. 첫째, 합의사항의 일방적 취소나 변경 이후 이렇다 할 해명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0일 예술단 방남공연을 앞두고 현장 실사를 하기로 한 사전점검단의 방남일정을 돌연 하루 연기한다고 통보해 왔다. 별다른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1월 30일 금강산에서 남북합동문화공연을 가지기로 합의했었지만, 하루 전인 1월 29일 밤 10시에 돌연 취소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북측이 밝힌 이유를 보면 어이가 없다. “남측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다.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에 시비를 나선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북한이 보여 왔던 상투적 행태의 반복이 아닐 수 없다. 2001년 2월 초 남과 북은 철도·도로 연결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합의서를 교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북측은 직전에 행정상의 이유로 교환할 수 없다면서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2000년 11월 북측에서 개최하기로 한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을 우리 측의 국방백서 내용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둘째, 대남도발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일, 김영철은 남측기자단을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며 자기를 소개한 일이 있다. 실제 천안함 피격 당시 정찰총국장이며 천안함을 어뢰 공격한 연어급 잠수정이 정찰총국 편제라는 점에서 그가 주책임자임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를 농담처럼 눙치려 한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야 할 책임자가 과거 자기들의 군사도발로 인해 희생된 우리 장병들을 모독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정부는 2018 남북정상회담 표어로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정했다고 한다. 평화로운 한반도, 새로운 남북관계의 시작이 되려면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용어혼란 전술이다. 우리 특사가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와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언급을 했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한 후 발표된 내용을 보면, 한미가 북한의 선의에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고 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선대의 유훈 운운했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는 비핵화는 북한 핵에 대한 폐기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대의 유훈이라는 비핵화는 조선반도의 비핵화, 즉,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연습시, 그리고 수시로 전개되는 미군의 전략자산을 말하는 것이다. 같은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 해석과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이런 용어혼란전술은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상투적인 협상전술이다. 북측이 남북관계 획기적인 개선 운운하면서 종래의 행태에 변함이 없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북한 비핵화 전망 지금까지 살펴본 북한 협상태도를 기초로 본다면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동시에 가능하다. 우선, 변화된 모습을 통해 본다면,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결과 도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시한을 못 박아, 빠른 시간 내 핵과 미사일의 완전한 폐기(CVID :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와, 이에 따라 제재 해제와 미국, 일본과 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을 합의하고 구체적인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양하는 합의 도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하여 이산가족 문제와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로서 천안함피격, 연평포격 등 과거 잘못된 도발을 바로잡고 충돌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합의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회담과 교류에 대한 내용 합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달라지지 않은 협상태도를 기초로 본다면, 기대 이하의 결과가 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천적 조치를 도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북핵문제는 남북 간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 1월 9일 남북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북측 리선권은 우리 측이 비핵화 관련 언급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정도의 원론적 합의만 하고, 나머지 문제는 미국과 해결할 테니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보장을 거론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연합연습의 중단 등 수용 곤란한 요구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고집한다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확고한 입장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한 목소리를 내고 북한이 이에 호응해 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現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예비역 육군준장이며 정치학박사로서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겸임교수. 국방부 군비통제차장, 북한정책과장, 남북국방장관회담 대표 및 대변인, 장성급군사회담 차석대표,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또한 제네바에서 개최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4자회담의 대한민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음. 전역 이후 KBS 객원해설위원, 국방FM 진행자 등 안보 및 남북관계 분야 전문패널로서 왕성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음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의 장애물과 전제조건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8-2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남북한을 지칭하여 "그들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언급한 것은 정전체제를 종식할 종전선언 문제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미리 공개함으로써 정상회담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한반도의 관계진전으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남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로 안착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의 공식화와 제도화를 위한 대안으로 언급되어 오던 한반도 평화체제는 전쟁의 법적인 종결과 전쟁의 재발 방지, 그리고 평화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위한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 상호적대를 종결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정착을 남북한 당사자와 국제사회가 확인하는 두 가지의 단계로 규정할 수 있다. 1단계는 국제법적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며 2단계는 군사적 적대관계의 실질적 해소와 미·북관계정상화를 포함하는 평화의 현실화를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이었고 남한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였다. 현실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가장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북한 핵의 폐기를 평화협정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은 동일한 논리적 연장선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평화협정의 전제조건으로 각각 주장하고 있다. 냉전시기 공산권의 붕괴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몰렸던 북한은 주한미군이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철수가 한반도평화체제를 위한 출발점이며 평화협정의 당사자도 미국으로 특정하였다. 이에 반해서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는 분단의 휴전상태이지만 남북한이 무력충돌 없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자체가 평화라고 인식하고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최우선 과제로 주장해왔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완성하는 방법론에서도 큰 인식차이를 보여주었다. 한국은 비핵화를 우선 완성하고 마지막 단계에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한 반면에 북한은 체제보장이 우선되고 나서, 모든 상황이 체제의 생존에 안전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마지막 단계에 핵 폐기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현 시점에 남북한 간의 인식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에 대한 언급이 가지는 긍정적 의미와 함께 종전선언의 당사자는 남북한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휴전협정의 당사자 문제로 대한민국을 배제하려고 했던 북한의 통미봉남정책의 중단을 의미하며, 이는 남북관계의 진전에 중요한 출발이다. 현실적으로 남북한에 추가하여 미국 또는 중국이 포함되는 3자 또는 4자 간 합의의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대한민국이 직접 당사자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용어에 있어서도 “종전선언”이 최종적으로 선택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제도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을 회담의 걸림돌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협상의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전환과 태도변화는 평화적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는 표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여전히 남아있는 의견 차이는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완전 포기와 국교정상화 등을 일괄 합의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으나, 북한은 대가를 얻으면서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길 바라고 있다. 이는 남북한 또는 미북 사이에 신뢰의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구축은 불필요한 전술적 고려가 본질을 대치하는 오류를 반복하여 왔다. 현재 전개되는 정상회담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나 남한의 배제와 같은 전술적 차원의 장애물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담보하겠다는 의지가 교환될 수 있는 긍정적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협상분석 틀을 통해 본 한반도 대화국면
    저자
    이동휘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발간호
    2018-21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ㆍ북 간 그리고 북ㆍ미 간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됨에 따라, 그간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되어 왔던 한반도 위기국면은 일단 대화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열린 북ㆍ중 정상회담과 향후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북ㆍ러 및 북ㆍ일 정상회담들도 성사될 경우, 북핵문제의 해결 모색 과정이 중ㆍ장기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지형의 변화도 가져올 수 있음을 예견케 하고 있다. 최근의 상황 전개에 대해 수많은 분석과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이 정치적 해석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나 향후 일련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점차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게 될 것임을 고려해 본다면 최근의 상황전개를 협상론을 통해 조망해 볼 필요성도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견지에서 이 글은 다양한 협상분석 틀 중에서, (1) 협상국면으로의 전환 배경, (2) 한국의 협상 당사자로서의 입장 및 (3) 한국의 역할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 모색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세 가지의 관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대화국면이 전개 되고 일련의 정상회담이 계획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써 ‘협상 밖 선택지(alternative)’의 균형도달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하버드 협상프로그램(Program on Negotiation)에서는 협상을 하지 않고 추구할 수 있는 결과를 ‘협상 밖 선택지(alternative: 代案)’, 협상에 임하여 취할 수 있는 카드를 ‘협상 안 선택지(option: 對案)’로 구분하고, 협상에서 당사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협상 밖 선택지’는 강화하는 한편, 상대방의 선택지는 약화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때 본인에게 있어 최고의 ‘협상 밖 선택지’를 BATNA(Best Alternative Toward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주장에서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추론은 양측이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결과를 쟁취하기 위하여 각자의 BATNA를 상대방의 그것보다 강한 수준으로 올리는 경쟁적 노력을 하게 되나, 이러한 노력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는 수준, 즉 균형상태에 도달하게 되면 자연히 협상에 임하고 ‘협상 안의 선택지(option)’를 둘러싼 흥정, 즉 본격적인 협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북핵 문제에 대입해 보면, 북한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의 개발완성을 BATNA로써 주장해 왔으나, 국제제재의 강화와 점증되는 미국의 군사적 조치의 현실화 가능성 증대로 한계를 인식하게 된 한편, 미국도 코피작전을 포함한 선제적 군사공격을 BATNA로 활용하였으나 실질적으로 이를 실천하기에는 확전의 위험, 대중국 관계 악화 우려 등의 부담이 커지는 어려움을 인지하게 되어 ‘협상 밖 선택지’를 둘러싼 경쟁은 일단락되고 실질협상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남ㆍ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이끌어내고 이를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연결시킴으로써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입지를 평가해 보기 위해서는 양면게임(Two Level Game)을 원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양면게임에서 협상 당사자는 통상적 의미의 상대방과 협상(레벨1 협상)을 하는 한편, 이 협상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내부관계자와도 동시에 협상(레벨2 협상)을 해야 하는데, 양 상대방의 특성과 주장의 강도 등에 따라 협상 당사자의 협상수행능력(win-set)이 확장될 수도 있고, 반대로 위축될 수도 있다는 논지이다. 비록 내외의 구분이라는 점에서 적확한 응용은 아니겠으나, 작금의 미ㆍ북 사이의 ‘중재자’로서의 한국의 입장에 이 논지를 대입시켜 보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 원칙의 관철로 북핵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미국과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진행을 의도하는 북한이라는 양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의 win-set은 확장될 수도 있고 반대로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찰은 한국이 미국의 비핵화 의지를 기본토대로 북한을 설득하되, 북ㆍ중의 요구 사항도 동시에 미국에 전달하고 이를 협상안으로 담아낼 수 있는 해법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의 win-set이 양방향으로 확충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입장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는 창의적 선택지(creative option)의 창안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창의적 선택지란 양측의 ‘협상 밖 선택지’가 균형 상태에 도달함으로써 실질협상에 돌입하였을 때 협상에 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의 이익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협상 안 선택지(option)’를 고안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앞서 언급한 유사 양면게임의 상황에 처한 한국으로서 win-set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할 것이다. 현재 알려지고 있는 바로는 북한과 중국은 암묵리에 중국이 주장하여 온 소위 ‘쌍궤병행’인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진행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CVID에 입각하여 ‘일시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창조적 선택지의 하나로, 북ㆍ중의 소위 ‘쌍궤병행’의 대강을 원칙목표로 하여 협상구조를 형성하되, 미국의 ‘완전한 핵폐기’ 요구를 실천계획으로 하는 협상과정을 고안하여 이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실천계획으로는 미국이 그간 각국에 적용하여 왔던 ‘협력적위협감축조치(Cooperative Threat Reduction)’를 활용할 수 있는데, CTR은 완전한 폐기를 대전제로 하되, 각국에 신축적으로 적용되어 왔으므로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맞추어 최단시한을 설정하고 단계를 최소화하는 한편, 보상조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의 필요한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에 최적화 된 한반도형 협력적위협감축조치(KCTR)를 창안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원칙으로서의 비핵화’와 ‘과정으로서의 CTR’이 하나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시간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감소시키고 비핵화 실천의 가능성을 높여주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틀어 ‘한반도모델(Korean Model)’이라 명명해도 무방할 것이다. 협상에서의 최종승자는 힘의 우열과 협상과정의 주도력 등을 넘어서서, 결국 당사자에게 유리하면서도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는 ‘협상 안 선택지(option)’를 창의적으로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협상자라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한반도 대화국면이 전개되는 지금은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최상의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現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 한국협상학회 회장을 역임.
  • 미러 외교관 추방의 정책적 함의와 국제관계 전망
    저자
    고상두 (연세대학교 교수)
    발간호
    2018-20
      러시아와 서방의 외교 전쟁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체포되어 복역을 마친 러시아 출신 첩보원이 영국 영토에서 독살시도를 당했다. 이러한 암살의혹 사건에 대응하여 영국정부는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독살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러시아 군사당국이 개발하는 화학무기 물질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였다. 자국이 아닌 동맹국을 위해 미국이 타국의 외교관을 대규모로 추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영국과 미국의 주도적 행동에 약 30개 서방국가가 동참하였고, 도합 150여 명의 러시아 외교관이 추방되었다. 주로 나토 회원국인 이들 국가들은 독살사건을 동맹국에 대한 노골적인 화학무기 공격으로 간주하고 단합하여 대응하였다. 이러한 공동대응은 나토조약에 명시된 자동개입 조항의 정신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서방 외교관에 대한 동수추방의 조치를 취하였다. 그동안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에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적으로 벌어진 적은 없다. 따라서 냉전 이후 가장 심각한 외교 전쟁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신냉전이 도래했는가? 국내외 언론에서는 미러 간에 신냉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신냉전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냉전의 조건은 러시아의 강대화, 러시아 진영의 결속, 대안적 체제모델의 제시 등 3가지인데, 러시아의 현실은 이러한 조건과 거리가 있다. 첫째, 러시아 경제가 약화되고 있다. 서방제재와 유가하락의 이중영향으로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작년에 겨우 1.7%로 회복하였다. 그리고 과도한 에너지 의존 경제에서 탈피하겠다며 내세운 경제 현대화 정책은 실패하였다. 2000년 푸틴 집권 당시 러시아 경제의 자원의존도는 80%였고 현재는 83%이다. 둘째, 친러 성향의 구소련 공화국을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출범시킴으로써 경제적으로 진영을 구축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정치안보적 진영화에는 실패하였다. 원래 러시아는 유라시아연합을 출범시키려고 했지만, 카자흐스탄의 반대로 유라시아경제연합의 출범에 만족해야 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벨라루스는 크림합병 사태 이후 자국이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을 우려하고 경계하는 실정이다. 셋째, 러시아의 체제가 국제사회에서 주요 발전모델이 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발전모델의 경쟁에서 중국에게 뒤지고 있으며, 서구의 패권을 비판하면서 탈서구적 비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필요성을 함께 주창하였던 브릭스마저 크게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냉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하였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서방과의 대결 분위기는 푸틴에게 정치적인 이득을 주고 있다. 푸틴의 국내정치적 기반은 서방과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금년 3월 18일에 치러진 러시아 대선 직전에 일어난 외교관 맞추방 사건은 러시아 국민의 애국주의 정서를 자극하였고, 푸틴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박을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푸틴은 76.7%라는 역대 최다득표로 압승하면서, 자신의 최고 기록의 갱신하였고, 향후 2024년까지 장기 집권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푸틴은 선거기간 동안 미국의 MD를 뚫는 첨단무기의 개발을 공언하는 등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하고, 옛 소련에 대한 강한 향수로 국민을 결집함으로써, 러시아의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의 강한 러시아 건설 정책은 서방의 지속적인 제재로 인하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에 승리한 푸틴으로서는 이제 서방과의 화해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개선 전망 일련의 외교관 맞추방 사건에도 불구하고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와의 대화와 교류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금년 6월에 열리는 월드컵에 영국이 참가할 예정이고, 5월에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이 연례적으로 참석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 함께 동참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방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러 관계의 개선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관계의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은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관계 개선에 번번이 실패하였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관계 개선을 시도하였지만, 임기 후반에는 관계가 악화되는 경험을 되풀이하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러시아의 체제개혁을 지원하고, 옐친 대통령은 친 서방 외교로 화답하였지만 나토의 코소보 공습으로 양국관계는 악화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러시아를 방문하였고, 푸틴 대통령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적극 지원하였지만 미국이 구소련 지역의 색깔혁명을 지원하면서 다시 악화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러시아와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의미에서 리셋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최악의 관계가 되었다. 이처럼 그동안 3차례에 걸쳐 관계 개선에 실패하였다는 것은 양국 간에 근본적인 장애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의 대러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의회의 반러 정서이다. 미 의회는 러시아 정부의 언론통제, 인권탄압, 부정부패 등 권위주의적 통치 거버넌스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미 상원에서는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을 징벌하기 위해 야당인 민주당과 여당인 공화당이 함께 대러 제재를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행정부와 달리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조차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하겠다.   한반도에 대한 시사점 비록 미국과 러시아는 가치와 이익의 차이로 인하여 갈등을 빚고 있지만, 주요 국제문제의 타결을 위해 협력할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자이다. 러시아는 미국에게 공동협력의 이득이 큰 나라이며, 테러와의 전쟁, 전략핵 감축, 핵확산금지, 사이버 해킹방지 등에서 중요한 협력국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러 관계의 개선이 필요하고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핵에 대한 인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 위기 이슈가 서방의 관심을 러시아로부터 동방으로 돌리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둘째, 러시아는 평화적인 중재자로 나서기를 원한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 방안으로 대화와 제재를 함께 강조하되 대화에 방점을 둔다. 넷째, 과도한 비핵화 시도로 북한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가 북한, 시리아, 이란 등과 같은 독재국가를 지원하는 이유는 자국의 안보유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장 출신인 파트루세프 국가안보실장은 “서방이 권위주의 국가를 붕괴시키는 노력의 최종 목표는 러시아이다. 서방은 러시아의 자연자원을 탐내고 체제의 약화를 원한다”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러시아의 한반도 인식을 토대로 우리는 첫째, 중재자를 자임하는 러시아의 역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한은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체제보장을 원하는데, 미국 단독의 약속으로는 미흡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한반도 주변 4강의 국제협약 체결을 선도하는 역할을 러시아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북핵문제에서 성공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준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서도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 금년은 한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양국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해 동반자적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룩한다면 올해를 계기로 한러 관계는 질적으로 재도약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한국에게는 적극적인 조력국이 필요한 실정이고, 서방의 압박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우리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現 연세대학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연세대 미래사회통합연구센터 소장,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한국슬라브학회장, 세계정치학회 연구분과위원장, 프랑스 르아부르 대학교 초빙교수, 외교부 한독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음.
  • 동북아에서 지역 원자력 협력의 필요성과 한국의 역할
    저자
    조은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발간호
    2018-19
      1. 동아시아 원자력 협력의 필요성과 현황 2. 왜 동아시아에서는 원자력에서 지역 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했는가? 3. 동아시아에서 지역 협력이 시급한 원자력 부문은 무엇인가? 4. 결론: 탈원전 시대 원자력 협력의 중요성과 한국의 역할   1. 동아시아 원자력 협력의 필요성과 현황 동아시아는 어느 지역보다도 핵 감수성이 높은 지역이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원폭 피해 지역(region)일 뿐만 아니라,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방사능 난민이 2017년 1월 기준, 8만여 명에 이를 만큼 핵의 두려움과 방사능 오염의 폐해가 일상화된 지역이다 (김선엽 2017).2) 다른 한편으로 동아시아는 탈원전의 길을 걷고 있는 세계 원자력 동향에 역행해 제2의 원자력 부흥기를 맞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이 지역에서만 향후 100기 가량의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가 지어질 예정에 있을 정도로 원자력 산업이 부흥하고 있다 (윤병세 2015). 특히 동북아시아에는 몽골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원전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원자력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지대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북한, 대만). 그러나 정작 안전한 원자력 사용을 위한 논의가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개진되고 있지 못하다 (조은정 2005, 2014; 김종선, 서지영, 호사 2012). 원자력 안전을 위한 지역 협력의 플랫폼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2008년에 시작된 원자력안전고위규제자회의(TRM, Top Regulators Meeting)가 2011년부터는 차관급으로 격상되고 2013년부터는 역내 참여국들을 확대하여 TRM+ 회의로 발전되었다 (윤병세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안전강화 정책은 여전히 개별 국가 차원 이상으로 논의가 발전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 결과, 원자력의 수혜는 국경 안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국경을 넘는 폐해는 아무도 온전히 책임지지 않는 형국이 되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 지역 원자력 협력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부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2. 왜 동아시아에서는 원자력에서 지역 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했는가? (1) 일국 중심의 핵/원자력 민족주의 서유럽에서는 냉전 초기 미국 중심의 핵·원자력 거버넌스 질서가 형성되자 지역 차원에서 원자력 협력기구가 발족되었다 (예: EURATOM (European Atomic Energy Community), 1958~ ; ENEA (European Nuclear Energy Agency), 1958~ ). 이는 미국 중심의 핵·원자력 질서에 대항하기 보다는 일정 정도 서유럽의 지역적 자율성을 담보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핵 거버넌스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Cho 2012). 민감한 부문에서 이러한 초국적 협력이 약 70년 전에 이미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서유럽에서는 근대국민국가 모델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가 주권이라는 것은 배타적 소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공유될 수도 있다는 유연한 주권개념이 서유럽에서 민·군수 양용의 원자력과 핵물질에 대해서 공동생산, 공동소비, 공동관리가 가능하도록 기여하였다 (Cho 2012). 이에 반해, 동북아 어느 국가도 근대국민국가 모델에 부합하는 완전 주권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재성 2017), 베스트팔렌 모델에 입각해 상상하는 “완전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헌법과 역사, 국경선 변경과 같은 급진적인 현상변경을 꿈꾸거나 체제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 과학기술 경쟁처럼 불필요한 국가 간 신경전으로 말미암아 지역 협력의 동력이 소진되고 있다 (조은정 2017). 즉, 동북아에서 번성하고 있는 과학기술 민족주의는 불완전 주권국가로서 갖는 존재불안(ontological insecurity)의 보상 기제로서 작동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정치화로 핵은 전장(戰場)에서 보다 언설(言說)에서 실질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계속해서 핵 주권주의에 집착하여 ‘경쟁’을 계속한다면 갈등에 봉착할 것이지만, ‘협력’을 계속하면 해결 방법 모색이 가능해질 것이다. (2) 원자력 협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 흔한 질문 중 하나는 ‘탈냉전, 탈핵에도 불구하고 왜 원자력에 대한 연구 및 투자, 국제 협력이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가?’하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재등장한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선의의) 원자력 협력이 (악의적) 핵기술 개발의 기초를 제공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 Fuhrmann 2008, 2009a, 2009b; Kroenig 2009a, 2009b, 2010, 2013). 워싱턴의 이 같은 우려는 탈냉전과 9.11을 거치면서 미국의 핵(비)확산에 대한 통제력 방패는 무디어진 반면, 소위 ‘불량국가’라고 하는 미국에 비우호적 국가들의 핵보유를 위한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냉전시대(양극체제)에는 소련과 나누어 각 진영별 핵 통제력을 높일 수 있었지만, 탈냉전시대(단극체제)에는 미국이 단독으로 핵확산 저지를 위한 선봉에 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조은정 2016). 또한 탈냉전 이후 ‘적의 적은 나의 우방’이라는 전략적 계산 하에 미국이 협력국의 국내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원자력협력관계를 맺은 결과, 미국의 양자 원자력 협력체제의 불안정성이 증가하였다. 냉전시대 공산권과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유진영 국가들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수호 목적으로 원자력 기술 수출을 지원했다면, 탈냉전 시대, 핵 통제력이 약화되고 전략적 카드로서 원자력 협력의 효용성 및 명분이 줄어들었으므로 국제 원자력 협력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자력 협력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원자력 협력이 핵확산의 지름길이 되었는가? 첫째, 회의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핵확산이 이전시대 보다 오늘날이 더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9개의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들 중 7개국들이 냉전시기에 핵실험에 성공한 반면 (미국, 소련/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 인도), 탈 냉전기에는 2개국(파키스탄, 북한)만이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핵무기 개발 성공에 이른 경로를 살펴보면, 모두 처음부터 원자력 개발과는 별도의 트랙으로 핵무기 개발을 정부에서 추진한 공통점이 있다. 둘째, 원자력 협력회의주의자들은 연구에서 핵 비확산에서 규범의 역할에 대해 일관된 결론 도출에 실패하였다 (조은정 2016). 만일 원자력 협력 회의론의 주장처럼 오늘날 핵 확산이 원자력 협력 때문이라면, 핵연료 공급과 원자력 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어느 국가보다도 수많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 온 미국은 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과 원자력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조은정 2016). 오히려 미국과 양자 원자력 협정을 맺은 동맹국들이 핵 비확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자력 협력이 핵 비확산에 기여할 것이라는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은 현재로서는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3) 원자력 지역 협력 논의의 편협성 국제정치학의 이론적 편협성도 동북아에서 원자력 지역 협력의 걸림돌로 거론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질서 조직 원리의 하나로 힘의 균형 원리가 자주 회자되지만, 정작 핵과 원자력 질서의 구체적 성격에 대한 논의는 빈약하다. 가령, 핵·원자력 질서가 단일한 결로 조직되어 있다고 흔히 가정되지만 다양한 층위로 구성되어질 수 있으며, 핵·원자력 질서를 이루는 요소들이 서로 배타적 경쟁관계에 있다고 이해되지만 일견 모순적인 질서들이 포괄적이고 복합적으로 구성될 수도 있다는 점은 주류 국제정치학에서 흔히 간과되는 지점들이다. 즉, 동아시아에서 핵질서는 복합적이다. “무정부적(anarchical)”이면서, “위계적(hierarchical)”이고, “패권적(forced)”이면서, “규범적(normative, voluntary)”이며, “경쟁적(competitive)이면서 협력적인(cooperative)” 관계가 “수직적(vertical)”인 동시에 “수평적(horizontal)”으로 나타날 수 있다 (Cho 2017). 따라서 단순히 냉전적 관습을 답습한다면, 여전히 동아시아는 한·미, 미·일, 한·일 양자 관계에 매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아시아가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점에서 국제정치학 주류 이론에 내재된 지역협력의 소극적 속성을 인식하고 동아시아 지역 협력 논의를 활발히 개진할 수 있는 이론적 프레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3. 동아시아에서 지역 협력이 시급한 원자력 부문은 무엇인가? (1) 안전한 원전 운전을 위한 효율적 자원 운용 사고 시 지역 공동의 대응 프로토콜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안전한 원전 운영일 것이다. 원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원전 운전 경험의 공유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처럼 원전 선진국들은 신흥 원전국들에 검증된 원전 운전 노하우를 전수하고, 신흥 원전국들은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해 원전 연료의 확보와 제작, 운반, 장진, 제거, 냉각, 처분, 그리고 원전폐로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 관리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협력도 중요하다. 시뮬레이터 도입을 통해 운전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가장 효율적인 운전원의 복지 및 배치 방식(가령, 5조 3교대: 교육 1, 운전 3, 휴식 1)을 안착시키는 것과 같은 인적 개발에 대한 투자 역시 지역에서 공동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2) 원전사고에 대비한 손해배상제도 수립 원전사고의 대응방법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TRM+와 같은 한중일 삼국 원자력안전규제기관 간 협력 체제를 통해 논의되고 있으나 원전사고 후 처리 비용에 대한 논의는 공론화되고 있지 못하다. 국제적으로는 중대 사고에 대비한 배상협약과 기금이 운용되고 있다. 유럽 OECD 회원국들의 경우는 파리협약(1960)과 손해배상기금 조성을 위한 브뤼셀보충기금협약(1963)을 통해 일찍이 피해 보상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는 IAEA의 주도로 피해보상 협력조약(비엔나 협약 1963)이 체결되었으나 1997년에서야 비로소 손해배상기금조성을 위한 국제보충기금협약(CSC: Convention on Supplementary Compensation for Nuclear Damage)이 마련되었다. 이 같은 기금 조성은 사업자의 책임한도를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국제적으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다자 협약체에 의해 다각적으로 논의되고 제도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는 일본만 CSC에 가입되어 있고, 중국과 한국은 CSC에 미가입 상태이다 (2016년 기준). 중국 동부 해안가에 예정된 신규원전의 규모로 봤을 때나 주변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인구 밀도 등을 고려했을 때, 비엔나 협약에서 보장하는 총 배상 조치액의 규모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CSC에 가입하지 않는 한 나머지 손실에 대해서는 한국, 일본 등의 피해당사자가 중국의 원전사업자에 별도의 소송을 통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하여야 하며, 법적으로 중국 정부에 비엔나협약 보장 초과분의 보상책임을 묻기 어렵다 (정동욱 2016, 55). 만일 한중일 삼국이 모두 CSC에 가입한다면, 원전사고 시 CSC 기금의 50%까지 피해 인접국에 우선적으로 피해 배상금이 지불될 수 있으므로 동북아 삼국은 약 297억 원을 분담하는 대신 약 1100억 원의 배상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정동욱 2016, 55). 그러나 한국만 가입하고 중국은 여전히 미가입시, 260억 원을 기금조성에 지불하지만, 사고 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중국과는 별도의 소송을 통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해야하므로 한국의 단독 가입은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정동욱 2016, 55-56). 따라서 현재로서는 중국의 대규모 신규 원전이 가동되기 전에 조속히 한국이 중국과 CSC 동반가입을 성사시키는 방안이 최선책으로 판단된다(박기갑 2010). 향후 TRM+회의에서는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공조 아래 한국과 중국의 CSC 공동 협약 체결안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논의를 개진할 필요가 있다. (3) 포괄적인 지역협력협의체의 제도적 보완: 에너지 소비와 수요의 공동 조절 원전 건설과 원자력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초국가적 논의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수요 예상의 실패로 인한 초과 생산 방지가 우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역내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균형 조절을 위한 지역적 차원에서의 협의가 시급하다. 현재 이러한 협의가 이루어질만한 플랫폼으로는 아시아지역포럼(ARF: Asian Regional Forum)과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있으나 에너지 전문기구인 IEA에는 중국이 미가입 상태이고, 지역체제인 ARF는 협상력이나 구속력 모두 중국을 포섭할만한 힘이 있는지 또한 강대국들이 과연 에너지 수급조절에 있어 자발적으로 리더쉽을 발휘할 것인지도 의문이다.3) 현존하는 협의체들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이 역외세력인 미국과의 양자관계에 지나치게 의존 혹은 편승하려고 하기 보다는 역내 다수 국가들과 보다 촘촘한 협력의 그물망 짜기를 다각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둘째, ARF가 외무 장관들 간의 회의체라고는 하지만, 유라톰의 예에서도 봤듯이 실제 그 협력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것은 장·차관급 정부 실무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었다. 동시에 6개국의 상이한 이해관계에도 협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유럽통합의 이상을 공유한 국가 정상들의 정치적 결단 덕분이었다. 이 점에서 정부 실무자급회의(Track I)와 민간 전문가들 회의(Track 1.5)뿐만 아니라 ASEAN+3 과 같은 국가정상들 간의 회의를 정례화하려는 노력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원자력안전을 위한 정상회의 조직에 핵안보정상회의(NSS: Nuclear Security Summit)가 유용한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4) 이 경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 한국의 경험이 지역협력체 조직에 유용한 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4. 결론: 탈원전 시대 원자력 협력의 중요성과 한국의 역할 왜 탈원전 시대에 원자력 협력을 논의해야 하는가? 첫째, 안전한 해체를 위해서 지역 협력은 필수적이다. 원자력 발전을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시작한 한국과 일본에서는 노후화된 원전의 폐기를 앞두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아직 해체 경험은 전무한 실정이다. 노후화된 원전의 해체는 당장 한일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신규 원전을 건설 중인 역내 후발 국가들에게도 닥칠 문제이기도 하다. 안전한 원전 해체를 위해서라도 공동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둘째, 원자력에서 지역 협력의 경험은 중요한 동아시아 지역 협력의 자산이 될 것이다. 특히 구성원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원자력 안전 문제는 향후 지역 협력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원자력 협력을 동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어느 국가보다도 한국의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원자력 기술자립국이면서, 또한 역내에서는 최초로 탈원전을 공포할 정도로 기술과 의식 모두에서 선도국이다. 내부적으로 원자력 사용의 명암을 직시하고 시민사회와 정부가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 국제정치적으로도 미중, 미일, 중일 관계에서 균형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한국이 원자력 협력에서 이니셔티브를 쥔다면 미국 주도의 주류 핵질서의 저항도 최소화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자율성을 논의할 장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지역 원자력 협력회의에서 한국이 다음의 사안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개진한다면 동아시아 지역의 공진과 한국의 중요한 외교적 자산 마련에 기여할 것이다. 첫째, 지역 공공재로서 원자력 사용을 원전보유국과 비원전보유국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와이파이와 방송수신위성처럼 사회 구성원 전체가 (원전사고의 폐해뿐만 아니라) 원자력 기술 개발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에너지 국경을 허물어야 한다. 둘째, 지역 원자력 협력의 범위는 원전 운영뿐만 아니라 원전 사고 시 원활한 손해배상과 복구를 위한 기금의 가입과 조성, 그리고 원전 해체 및 관리 부문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원자력 지역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국의 원자력/핵 기술의 지나친 정치적 도구화는 지양되어야한다. 동시에 주변국의 원자력 개발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신뢰 구축노력, 협력의 제도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종래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자 원자력협력관계의 프레임뿐만 아니라 다자 협력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해야한다. 한국은 핵안보정상회의와 TRM+ 등을 통해 축적된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 부문에서의 외교 경험으로부터 중일과 함께 아세안국가들, 핵개발야심국인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그리고 역내 에너지 부족국들을 포함하는 원자력안전 및 지역 에너지 수요·공급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상시적으로 논의할 지역 협력회의체 조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본 글의 논지는 본인이 몸담고 있는 기관과는 무관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2)1945년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피해와 2011년의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가 단순히 해당 지방이나 일본이라는 일국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단지 방사능 오염의 광역성과 주변국의 지리적 근접성 때문만은 아니다. 피폭당한 일본의 식민지인들은 전쟁의 참화를 입은 채 아시아에 흩어졌고 그들의 고통은 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나 지난 후에도 2세와 3세들에게 대물림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률 2008). 따라서 원자력안전의 문제는 일국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제이며, 동아시아에서는 과거나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문제이다. 3)현재 운영 중인 지역 에너지 수요와 공급 협의체와 관련하여 도움말을 주신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 김성진 박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4)총 4회에 걸친 핵안보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와 논의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의 연구 참조 (Cho 2016).   ▣ 참고문헌 김선엽. 2015. ““옆에 오지마 방사능 나와”...설움당하는 후쿠시마 난민”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1/2017032100300.html?Dep0=twitter&d=2017032100300 (검색일 2018. 3. 22.). 김종선, 서지영, 호사. 2012. 『동북아 원자력 안전을 위한 과학기술 국제협력 방안 모색』 세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형률. 2008.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원폭 2세 환우 김형률 평전』 서울: 휴머니스트. 박기갑. 2010. 『국제보충기금협약(Convention on Supplementary Compensation for Nuclear Damage, CSC) 가입에 따른 법적 문제점 검토』 외교부 정책연구과제. http://www.prism.go.kr/homepage/entire/retrieveEntireDetail.do;jsessionid=1D41651DA25EF4FEFD5E9F9020573613.node02?cond_research_name=&cond_research_start_date=&cond_research_end_date=&research_id=1260000-201000027&pageIndex=1196&leftMenuLevel=160 (검색일: 2018. 3. 26.). 윤병세. 2015. “동북아원자력안전협력회의 (제3차 TRM+) 개회사” (2015. 10. 22). 외교부 http://www.mofa.go.kr/www/brd/m_20140/view.do?seq=302388&srchFr=&srchTo=&srchWord=&srchTp=&multi_itm_seq=0&itm_seq_1=0&itm_seq_2=0&company_cd=&company_nm= (검색일 2018. 3. 22.). 전재성. 2017. “동북아의 불완전한 주권국가들과 복합적 무정부상태.”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편. 전재성 책임편집.『세계정치 26-복잡성과 복합성의 세계정치』서울: 사회평론. pp. 83-126. 정동욱. 2016. “원전 중대사고와 동북아 안전 협력 정책 방향.” 『제 5차 원자력 정책통합과정 자료집: 동북아시아 원자력의 미래/안전 및 한국의 역할』 (2016. 8. 16-17, 중앙대학교), pp.45-58. 조은정. 2005. 『핵을 둘러싼 유럽-미국 관계에서 유라톰의 역할: 대항규범의 형성 1945-1957』.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석사논문. 조은정. 2014. “유라톰 사례를 통해 본 ‘동북아의 원자력협력 필요와 가능성.” 국제정치학회하계학술대회 자료집 (2014. 8. 22, 속초). 조은정. 2016. “원자력 협력은 핵 확산을 부추기는가?: 미국양자원자력협정의 국제 핵 통제적 성격.” 『국제정치논총』 56:2. pp. 117-161. 조은정. 2017. “국제안보 개념의 21세기적 변용: 안보 ’과잉‘으로부터 안보불안과 일본의 안보국가화.”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편, 전재성 책임편집.『세계정치 26-복잡성과 복합성의 세계정치』서울: 사회평론. pp. 17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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