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3-02
이재준(제주평화연구원)

[기획자 註]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1주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정치에서 재래식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를 돌이켜보고, 국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1.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

우크라이나 전쟁이 1주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러시아가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군사력 대국이며, 육군력에선 미국이나 중국에 필적하는 국가였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과거 소련에 속해 있었다가 독립한 취약한 국가였다. 그런데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는 러시아군에 함락 직전까지 갔었지만, 1년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에 밀려나 우크라이나 동부 일부 지역에서 고전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1년 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이 기간 러시아군은 탱크와 장갑차 4500대를 잃었다. 또 군함 12척, 고정익기 63대, 회전익기 70대 등을 상실했다. 특히 러시아는 탱크 2300대를 잃었는데, 이는 러시아군의 전체 전차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러시아 병력은 개전 초기 수주 동안 사상자가 5만여명을 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개전 초기 투입 병력의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수백만명의 징집 자원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징집 대상자 약 50만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1)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은 2013년 11월 21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유로마이단(Euromaidan, Євромайдан, 유럽 광장이라는 뜻) 혁명’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당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군의 주둔 기한을 연장하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을 중단하는 등 친러 정책을 펴왔던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우크라이나어에는 서툴렀다.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는 2014년 2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합병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코사크 민병대2)등 준군사조직을 투입, 도네츠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장악, 친러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014년 2월 러시아로 망명한 후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친서방 성향의 기업가 출신 페트로 포로센코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8년 선거에서 부패 청산을 내걸었던 방송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속적인 친서방 움직임을 보였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에 반대한다”면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대대적으로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건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 전쟁은 자유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전선의 한 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진영 간 대결이라는 것이다. 권위주의 독재국가인 중국은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후 전세계에서 전개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대결, 혹은 신냉전의 서막일지도 모른다.3) 한편,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한 반면, 독재국가인 북한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에게 하나의 교훈이 되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에 손쉽게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 풀이할 수 있다. 먼저 민주주의 국가가 방어전에서 군사안보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음 권위주의 국가의 군은 전쟁 수행에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2. 민주주의 체제와 군사력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military effectiveness)의 관계에서 경험적 연구들이 이뤄져왔다.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 간에 높은 상관 관계가 개인적 차원과 조직적 차원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4) 첫째, 병사 개인적 차원이다. 민주주의 정부는 국민들의 동의를 중시한다. 따라서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사 징집은 높은 수준의 국민적 동의를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징집한 병사들은 국가에 대한 강한 충성도를 갖게 된다. 이는 전투에서 병사들의 전투 의지로 연결된다고 한다.5)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군대는 하늘을 찌르는(stratospheric) 사기를 구가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탱크, 미사일을 압도하는 충격을 가했다. 러시아 군대가 스스로 진지를 포기하는 상황에서, 수천 명의 외국인이 새로 창설된 우크라이나의 국제연합군에 합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정의로운 반면, 러시아의 싸움은 부정의하다”면서, “푸틴은 예비군과 징집병을 전쟁이라는 지옥에 밀어넣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군 지휘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병사들을 전쟁에 동원했다. 러시아 의회에선 러시아군 일부 병사들을 강제로 자원 입대하도록 하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무선 통신을 감청한 결과, 러시아군 일부 병사들이 진지를 버리고 도주하거나 지휘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실패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전투 의지가 없고 준비가 안 된 병사로 지적되었다.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자원 입대에 줄을 잇는 모습과 대조된다.6)

둘째, 조직적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은 높은 상관성을 갖는다.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대를 가장 큰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하기 쉽다. 반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으로부터 오는 정치적 위협에서 자유롭다. 군 지위부를 충성도보다는 능력에 따라 기용할 수 있다. 게다가 합동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용이한 일원적 지휘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용이하다.7)

그렇다면 민주주의 군대는 언제나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8)에서 “자유민의 군대가 해외에서 싸우는 게 유리할까, 아니면 자국의 영토에서 싸우는 게 유리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키아벨리는 자유민으로 이뤄진 군대는 자국의 영토 안에서 싸울 때 불굴의 힘을 발휘한다고 적시했다. 자유민의 덕성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할 때 강력하다는 이유에서다. 자유민은 외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해 자신의 땅과 가족을 지킬 때 싸우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민의 군대는 원정 전투에선 전투 의지가 약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군의 병사들은 전투 의지가 약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왜 싸워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국민의 동의 없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그 순간부터 전쟁에서 패했다는 것이다. 공산 베트남은 미국의 군사력에 비해 10분의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공산 베트남군에 패배했던 요인은 국가적 의지(national will)의 부족이라고 했다. 도덕적 명분이라는 정신적 요소가 갖는 힘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간과했다는 것이다. 공산 베트남군은 프랑스와의 전쟁 경험을 통해 미군의 사기는 가장 약한 고리임을 간파했다. 국가적 의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점은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가장 큰 전략적 실패라고 했다.9) 민주주의 국가도 원정 전쟁에서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패배할 수 있다. 다만, 공격을 당했을 경우 이러한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는 일이 보다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민주주의 국가에게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요인일 수 있다. 자율무기는 자국의 영토 방위에 효과적일 수 있다. 분산된 소형 자율무기는 적의 탱크나 장갑차 등 대형 무기체계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저비용의 자율무기는 비록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국가라고 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비대칭 무기라고 할 수 있다.10) 지난 3월 우크라이나군 드론 부대는 64km 정도 이어져 키이우를 향하던 러시아 탱크, 장갑차, 수송차를 파괴했다. 러시아군에 큰 승리를 거둔 우크라이나 IT 특수부대는 아마추어 드론 매니아들로 이뤄진 부대였다.11)

휴대용 무기의 발전 역시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가 방어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Javelin)은 러시아의 막강한 탱크에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재블린은 한 명의 병사가 휴대할 수 있으며, 3km 밖에서 발사하면 자동으로 탱크나 장갑차 표적을 추적 파괴하는 무기이다. 재블린은 작동 방식이 간단하고, 조작법을 학습하는 걸리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전시에 징집된 우크라이나 병사가 손쉽게 러시아 탱크, 장갑차를 파괴할 수 있었다.12)

3. 권위주의 체제에서 군의 취약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 지휘 체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보급에 실패했다. 탱크가 연료 보급 문제로 전장에서 버려지고, 병사들이 식량을 보급 받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료 및 식량이 정확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군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선이 지나친 확대됨에 따라 보급선이 길어졌다는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이는 러시아 군 지휘부가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예상 가능한 난관이었다. 또한 러시아 군은 작전에서 육군과 공군의 통합성이 발휘되지 못하면서, 지휘통제 체계의 부실을 드러냈다.13)

러시아군은 실전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 현대전에서는 탱크, 보병, 포병, 공군력이 통합적인 작전을 수행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탱크는 보병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시가전에 투입되었다. 러시아 탱크는 자국 보병의 정찰 지원을 받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보병의 손쉬운 타격 목표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보병은 파괴된 건물의 잔해에 분산해 매복하다가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군 탱크를 파괴했다. 러시아군 내에선 현대전의 필수 요소인 합동성, 통합성을 위한 효율적인 지휘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14)

지휘체계의 비효율성은 권위주의 체제의 군이 갖는 구조적 성격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독재자는 군을 통제하는 데 실패해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위주의 체제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았고, 언제든 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복될 수 있다. 실증적인 연구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08년까지 205명의 독재자가 쿠데타로 권력을 상실했다. 이는 축출된 독재자들의 68%이다. 반대로 대중 봉기에 의해 물러난 독재자의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따라서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군에 대한 통제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15)

군의 충성은 독재자의 집권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 독재자는 군에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 대부분 전문 군인들은 군의 생존과 효율성을 선호한다.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고, 인사와 훈련을 비롯한 군의 업무에 대해선 자율성을 보장받길 원한다. 다른 국가 기관이 군 조직에 관여하는 일을 극히 꺼린다.16) 군 지휘체계의 효율성을 위해 다른 국가 조직의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군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특권, 강압 수단 사용에 대한 면책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군의 자율성과 독립적인 지휘체계가 강화할수록, 군이 정치에 행사하는 영향력도 강력해진다는 점이다. 군의 쿠데타를 막기도 어려워진다. 군에 대한 유인 제공과 함께 군을 통제해야만 독재자는 집권을 유지할 수 있다. 독재자가 군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분열(fragmentation) 수준을 높이는 전략이다. 군 내부와 외부에서 경쟁을 유발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군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다.

분열 전략은 군을 여러 조직으로 분할하며 통제하는 방식이다. 군 조직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거나, 군과 별개로 국내 안보 조직을 따로 조직하는 것이다. 이라크의 경우 군과 함께 국내 안보를 담당하는 경찰, 준군사조직, 공화국수비대를 따로 두었다. 다수의 군, 정보 조직을 운영하면서, 상호 중첩적인 기능을 갖도록 하기도 한다. 상호 감시, 견제를 통해 군이 집단적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군의 효율성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것이다. 독재자는 군의 쿠데타를 차단하기 위해 지휘체계의 효율성 저하를 대가로 치르는 것이다.17)

독재자가 취하는 분열 전략은 군의 이반을 방지하는 데엔 효과적이지만, 군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미국 육군 대령 노르벨 아트킨은(Norvell Atkine)은 중동에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아랍 독재 국가들의 군대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권위주의 국가에선 다수의 중첩적인 군 조직들을 두면서도 이를 조정하는 기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휘체계를 분열시키고자 하는 의도이다. 중동의 권위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는 군에 대한 권위를 조직 사이의 권력 균형을 통해 추구한다. 조직 간 경쟁을 부추기고, 조직 간 업무가 중첩되도록 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군 전체를 총괄하는 합동사령부는 서류상 존재할 뿐이다. 합동 훈련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 합동 훈련이나 합동사령부가 있으면, 군 조직들 사이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강화되고, 이는 지도자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육군이 공수 훈련을 위해 공군의 항공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국방부 장관이나 최고지도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육로 호송의 경우도 여러 군 조직들 사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18) 이러한 지휘체계의 비효율성은 독재 국가의 군대가 취약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권위주의 국가에선 능력 있는 지휘관보다는 독재자를 위협하지 않는 군 인사를 중용한다. 군은 독재자에게 가장 큰 정치적 위협이기 때문에, 능력보다는 충성을 확보하는 일이 독재자에게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19) 미국 백악관은 2022년 3월 이례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 내용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 수뇌부, 푸틴의 보좌진들이 감히 푸틴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징집병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규모로 희생된 사실을 푸틴이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푸틴이 ‘예스맨(yes-man)’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유럽 정보기관들의 판단과도 일치했다.20)

4. 민주적 가치에 대한 존중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관계사의 이정표인 사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에게는 의미 있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해서 승리하기 위해서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교훈은 권위주의 국가의 군사력 동원을 억지하는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민주주의가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는 명제이다.

권위주의 국가는 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독재자는 군이 가장 강력한 정치적 위협이기 때문에, 군의 지휘체계를 의도적으로 분열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군의 보급이 혼선을 빚고,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의 위협에서 자유롭다. 군 지휘체계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정부를 지지하는 징집병의 전투 의지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권위주의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해 승리하기 어렵다. 더구나 드론과 같은 군사 기술은 급조된 아마추어 시민군 부대가 강력한 기갑 부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조건을 형성했다. 휴대용 대전차 무기의 발전은 탱크의 효용성을 저하시켰다.21)

중국은 유사시 대만에 대한 군사력 동원을 염두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찰하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은 드론의 역할과 효과이다. 젤렌스키의 심리전에 관심을 기울였고, 개전 초기 적의 사이버전을 무력화하기 위한 발전·통신 시설 파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안보 싱크탱크들은 사단에서 대대전술단으로의 러시아 군 편제 개혁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무엇보다 중국이 얻은 중요한 교훈은 단기간 전쟁을 끝내기 어려운 불가예측성이라고 한다.22)

민주주의의 확산은 평화적 국제질서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유산이었다. 칸트는 영구평화론23)에서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시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국가가 전쟁에 나서는 데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갖게 되고, 따라서 전쟁을 나서길 꺼린다고 했다. 칸트의 유산은 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거의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민주적 평화론의 명제로 발전했다. 권위주의 국가는 전쟁에 나서는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는 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전쟁보다는 평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24) 지난 200여년 동안 민주주의 국가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전쟁을 벌인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25) 문제는 민주적 평화론이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사이의 평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보여준다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전쟁 억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러시아를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와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를 지지하는 외교적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 가치에 대한 존중은 향후 권위주의 국가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억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Max Seddon, Anastasia Stognei, Polina Ivanova, Chris Campbell, Dan Clark, Sam Joiner and Caroline Nevitt. “how long can Russia keep fighting the war in Ukraine?,” The Financial Times, 21 February, 2023. https://ig.ft.com/russias-war-in-ukraine/

2) 러시아 남부 코사크족은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전투를 치르며 단련된 기마 민족이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의 코사크 기병이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3) Michael Hirsh. “2022: The Year the Good Guys Struck Back,” Foreign policy, 19 December, 2022. https://foreignpolicy.com/2022/12/19/russia-ukraine-war-democracy-2022-authoritarianism-xenophobia/

4) Reiter, Dan, and Allan C. Stam III. “Democracy and battlefield military effectiveness.”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vol. 42, no. 3, 1998, 259-277.

5) Margaret Levi. Consent, dissent, and patriotism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1997).

6) “The strange role of conscription in Ukraine’s war,” The Economist, 26 March, 2022. https://www.economist.com/europe/the-strange-role-of-conscription-in-ukraines-war/21808446

7) Gordon Tullock. Autocracy (Boston: Kluwer, 1987).

8)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 강정인김경희 역. 『로마사 논고』 (파주: 한길사, 2018).

9) Harry G. Summers. On strategy: A critical analysis of the Vietnam War (Random House, 1995).

10) Armin Krishnan. Killer robots: legality and ethicality of autonomous weapons (Routledge, 2016).

11) Charlie Parker. “Specialist Ukrainian drone unit picks off invading Russian forces as they sleep,” Time, March 18, 2022; Julian Borger. “The drone operators who halted Russian convoy headed for Kyiv,” The Guardian, 28 March, 2022.

12) Yaroslav Trofimov. “Ukrainian Forces Get Crash Course on Javelin Missiles From U.S. Volunteers,” The Wall Street Journal, 29 April, 2022.

13) Seth G. Jones. “Russia’s Ill-Fated Invasion of Ukraine,” CSIS Briefs June, 2022.

14) Russia’s Armed Force: Sorrow in battalion,” The Economist, 30 April 30, 2022, 15-18.

15) Milan W. Svolik. The politics of authoritarian rul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4-5.

16) Barbara Geddes, “What Do We Know About Democratization after Twenty Years?,”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vol. 2, no. 1, 1999; Eric A. Nordlinger, Soldiers in Politics: Military Coups and Governments (Prentice Hall, 1977), 65-66; Svolik 2012, 127-133.

17) Sheena Chestnut Greitens. Dictators and Their Secret Police: Coercive Institutions and State Viole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2016), 25.

18) Norvell B. De Atkine. “Why Arabs Lose Wars,” Middle East Quarterly, December, 1999.

19) Pollack, Kenneth M. “The influence of Arab culture on Arab military effectiveness,” Ph.D. diss.,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 1996.

20) Steve Holland and Andrea Shalal. “Putin misled by ‘yes men’ in military afraid to tell him the truth, White House and EU officials say,” Reuter, 3 March, 2022. https://www.reuters.com/world/putin-advisers-too-afraid-tell-him-truth-ukraine-us-official-2022-03-30/

21) John Stone. The Tank Debate: Armour and the Anglo-American Military Tradition (Routledge, 2018).

22) Minnie Chan. “Ukraine war, 1 year on: what lessons has China’s military learned?” The South China Morning Post, 22 February, 2023.

23) Immanuel Kant. “On the Disagreement between Morals and Politics in Relation to Perpetual Peace,” In Kant: Political Writings, Hans Reiss e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1), 116-124.

24) Michael Doyle. “Liberalism and world politic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80, no. 4, 1986, 1151-1169.

25) Michael Doyle. “Kant, Liberal Legacies, and Foreign Affairs.” Philosophy and Public Affairs, vol. 12, no. 3, 1983, 205-235.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이재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이재준 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전공분야는 중국 엘리트 정치, 중국 군사안보, 북중 관계이다. 관련 논문으로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안보딜레마, 한국정치연구” (2021), “6자회담 실패에 대한 제도주의적 분석, 통일정책연구” (2021),“중국 정치에서 권력승계의 불안정성, 한국정치학회보” (2021.03),“중국 시진핑 시기 엘리트 정치에서 권력구조 변화, 현대중국연구” (2022), “미국과 중국의 군사 기술 경쟁과 세력 전이 : 인공지능, 자율무기체계 군사 기술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2022), “중국의 지정학 담론과 북한의 외교적 영향력 : 미중 전략 경쟁과 중소 분쟁 시기 비교, 한국정치연구” (2022), “중국의 대(對) 일본 관계에서 역사 문제: 동북아 동맹 구조에 대한 함의를 중심으로, 한중사회과학연구” (2022)이 있다 이외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해군사관학교 객원초빙교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사,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