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3-18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초록] 최근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영향력 공작이다.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법 당국이 이를 조사·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는 상태인 점이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고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우리에 대한 ‘맞춤형’ 영향력 공작의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에 대한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들어가면서1)

2010년대에 들어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이 영향력 확대 공작을 개진하면서 이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가 2022년 9월에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54개국 110곳에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라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2) 물론 이에 관한 정황적 의구심이 제기된 것은 이보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에 미국 내에서도 유수한 언론매체에서 이른바 ‘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기승하는 보도가 전해졌다. 그 이전이었던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막대한 기부금이 중국 측으로부터 전달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태가 밝혀진 바 있었다.3)

이후 중국에서 1999년에 발간된 『초한전(超限戰, 영문명 ‘Unrestricted Warfare’, 이른바 ‘무제한 전쟁’)』은 이런 정황적 의구심을 해소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일조했다. 이 책에서 세계를 향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물론 행위 자체에 대한 정당성과 합리성을 또한 이론적으로, 원칙적으로 제공하면서 국제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중국 공산당에서 이와 같은 해외 공작을 통일전선전략의 일부로 채택한 후 세계는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구에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으로 초한전이 적극 전개되면서 이에 대한 탐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결과 서구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서적이 대량으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서 자유롭다고 여겨졌던 대한민국이기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스페인의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보고서를 발표한 후 석달 뒤인 12월에 이른바 ‘왕하이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 사실이라고 믿어질 정도의 정황적 증거들이 제시되었다.4) 그러면서 우리 사회와 국민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잠실 선착장에서 ‘동방명주’라는 중국 식당을 운영한 이가 이른바 ‘비밀경찰’을 운영한 이로 의심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불거졌다. 이후 ‘동방명주’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작업을 우리 사법당국과 언론이 적극 전개했다. 정황적으로나 심증적으로 그렇게 의심을 제기했었으나 실제로 명확한 증거를 밝히는 데는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심증적이고 정황적인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서구의 상황과 견주어 보았을 때 별반 차이가 없다는 현실 또한 드러나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심증적으로나, 정황적으로 의심을 가질만한 소지가 충분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파헤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지원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동방명주’ 식당에 대한 조사는 소방법, 위생법 등의 혐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가능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가능성과 의구심이 가는 문제에 대해 우리 사법 당국이 조사,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보다 실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당위성과 논리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중국의 우리에 대한 ‘맞춤형’ 영향력 공작의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우리에 대한 중국의 맞춤형영향력 공작이란

전세계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연구 결과물은 상당히 많다. 특히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수많은 보고서를 출간하기 이전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에 대한 영향력 공작 관련 서적, 연구보고서 등이 범람했다. 대표적인 서적으로는 클라이브 해밀턴의 『중공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China’s Influence in Australia)』’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Hidden Hand)』 로버트 스팔딩의 『스텔스 워(Stealth War: How China Took Over While America’s Elite Sleep)』, 조너선 맨소프의 『판다의 발톱(Claws of the Panda)』, 짐 슈쿠토의 『그림자 전쟁(The Shadow War: Inside Russia’s and China’s Secret Operations to Defeat America)』, 량치아오, 스콧 폴락의 『미국에 대한 중국의 초한전(Unrestricted Warfare: China’s Master Plan to Destroy America)』 등이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 의회 산하 기관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nited State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혹은 the U.S.–China Commission (USCC))가 2018년 발표한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Background and Implications for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출간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국가 차원에서 공표한 바 있다.5)

서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목표가 영향력 확산을 통해 중국이 원하는 세상을 조성하기 위해 선진 서구 국가를 무력화(無力化)하는데 있다. 그 무력화의 목표가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이 이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와 목적을 단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이 국제질서를 창출하고 이의 유지를 견인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출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중국이 최소한 자신의 주변 지역에서 자국 중심의 지역 질서를 창출하고 유지하려는 시도는 여러 방면에서 포착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남중국해의 80% 이상을 자국의 영해로 규정하고, 이를 방어하는 최후 방어선으로 제1열도선을 지목하면서 군비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변국과 다자협의체를 구성하여 외세가 중국 주변지역을 통해 침투하는 것을 사전에 억지할 수 있는 완충지역으로 전환하는 전략에서도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이 서구 사회에 대한 영향력 발휘를 통해 얻으려는 바는 이들의 국력, 기술, 가치 등의 힘을 취약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이 설정한 국정 목표가 사회주의 현대화의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으로, 이는 자본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이 이들을 압도하는 위치에 올라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합국력의 증강뿐 아니라 가치, 체제, 과학기술, 빅데이터(정보) 등의 방면에서 우위를 점해야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고, 이 동원 작업을 ‘영향력 공작’으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다양한 이유에서 서구 사회에서 추진되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이른바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의 국가적인 상황(‘국정(國情)’)과 특징에 맞춰 영향력 공작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중국의 영향력 공작 대상의 서구의 것과 다르며, 이런 차이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공작을 통해 추구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 공작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한반도를 중국의 영향력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이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즉, 지정학적 전략 관점에서 한반도가 중국의 최후 방어선 내에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기 때문이다.

제1열도선은 중국의 최후 방어선이자 중국 주변지역의 범위를 획정하는 경계선의 뜻도 가지고 있다. 이런 중대한 지리적 전략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는 제1열도선 그 내부 중심에 핵심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데 1950년 1월에 획정된 ‘애치슨 라인(Acheson Line)’과 유사한 범위와 경로를 공유한다. 애치슨 라인, 즉 미국의 동아시아 최전선 방어선에 한반도가 포함되지 않았고 당시에는 한반도에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침할 수 있는 빌미를 북한에 제공했다.

미국의 애치슨 라인과 중국의 제1열도선간 공통분모는, 오늘날 제1열도선을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신의 최전선 방어선과 최후 방어선으로 규정한 상황속에서, 한반도가 미국의 최전선 방어 지역에서 배제되었고, 중국의 최후 방어 지역 내에 포함된 것이다. 반대로, 두 지정학적 전략이 다른 지점은 오늘날 한반도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6.25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기를 외교 목표로서, 대한반도 정책 목표로서 관철되어야하는 입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를 목표로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공작을 펼친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기는 우리를 예속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중화권 질서와 영향권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우리에 대한 영향력 공작의 전략 및 접근 방식도 서구와 다르다. 목표가 다를 뿐 아니라 이를 달성하는데 중국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전략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화교사회를 이용하지 않는다. 서구 사회에서 영향력 공작을 위해 중국이 제일 의존하는 자원은 화교의 인맥 네트워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화교사회는 서구와 같이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화교 인구(19,000명 정도)도 작다 보니 우리 주류사회에 진출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화교는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오늘날 약 100만 명 이상 우리 사회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주 역사가 한중수교 이후 약 30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중에 우리의 주류사회에 진출한 인사 역시 극히 드물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두터운 친중 세력이 존재한다. 이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우리 국민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친중 세력 역시 한중수교 이후에 형성되었다. 이들 대부분이 이념과 사상적으로 반미, 반일 입장과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내에 친북, 종북 세력과 결탁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들 세력이 결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원인은 우리의 정당정치의 특성과 우리나라에 만연한 지역주의 정치문화에 있다. 지역주의 정치로 우리 사회와 국민은 많은 정치 현안에서 양극화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이런 양극화의 구조에서 특정 정당, 특정 정당 인사 및 정치인, 특정 정당의 정권은 중국 영향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이들을 공략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역주의 정치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중국은 통일전선전략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통일전선전략은 중국공산당이 1921년 창당 전후에 채택한 영향력 공작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6) 이 전략이 오늘날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모태이고, 아직도 유효하다. 통일전선전략 역시 중국의 국정(國情)과 인구 및 산업 구조적 상황에 맞춰 고안된 전략이다.

구소련 또한 통일전선전략으로 공산혁명에 성공해 이를 중국 공산당 창당 때 수용할 것을 강요한 바 있었다. 공산주의 확산과 공산혁명의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 도시의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가 부르주아(유산계급)를 척결하고 정권을 잡아 농촌(지방)을 장악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은 이와 같은 전략이 근대화를 경험하지 않은 농촌사회였던 중국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신 농촌에서 도시를 포위 및 장악하는 전략을 고수했고 이에 성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우리의 지역주의 정치문화의 특성을 이용하다 보면 특정 정당의 거점 지역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이 경제 및 재정적인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침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국은 이러한 우리의 인구학적, 정치학적 특성과 특징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실상의 핵심이다.

3. 결론을 대신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공작은 서구와 다르게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의 ‘맞춤형’ 공작에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의 대비책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외국인 간첩 활동을 방지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의존해왔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의 간첩 활동이나 북한 찬양 등 ‘이적’ 행위에 국한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어 왔다. ‘이적’ 행위만 놓고 보면 국가보안법으로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간첩 의심 활동을 저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이적’ 행위의 개념이 적국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정의해야만 가능하다는 데 있다. 가령, 북한 외에 그 어떤 나라를 감히 ‘적국’으로 정의하지 못했다.

그나마 북한도 정권에 따라 주적이 되고 주적이 안 되는 경우를 허다없이 보아 왔다. 하물며 ‘중국 포비아’에 빠진 우리의 엘리트 계층에서 중국을 ‘적국’으로 정의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외국인 간첩행위를 규정하고, 정의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요구된다. 즉, 국가와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의 국익을 위해(危害)하고, 우리 국익에 반(反)하는 모든 이들의 모든 행위 포괄해야 한다. 이제는 ‘이적’이라는 협의적인 정의 범위를 초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주관적인 인식과 판단으로 적국을 정의하고 명명하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둘째, 상기한 법의 집행을 위한 기관의 재정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즉,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원상복귀시켜야 한다. 대공수사권은 북한의 간첩행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중국의 공작 활동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활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보수집에서부터 감찰, 조사,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의 경찰 당국과의 협업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해외정보 수집과 업무 경험이 부족한 경찰 당국이 독립적으로 이를 이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이 지난 정권에서 조정되면서 경찰 당국이 외국의 국내 영향력 공작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는 국내 사건, 사고 조사의 진행 속도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특히 2008년과 2019년에 경찰 당국이 우리 학생과 국민에 대한 보호와 중국인이라는 외국인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방증한다. 경찰 당국은 산하의 해양경찰 업무에 대신 집중해야 한다. 중국의 불법조업과 밀수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셋째, 법무 당국은 중국인의 국내 활동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들이 발급 받은 비자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모든 활동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제적 활동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유학생 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에서 학위 취득을 위해 수학하는 행위를 엄격히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 당국과 학교 당국 간의 견고하고 긴밀한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학교측 입장에서는 중국인 주재원의 입학은 수익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범법행위이다. 비자 확인은 반드시 필요한 공식 사전 절차이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이를 모를리 없다. 우리나라 주재원 자녀들이 중국 대학에서 입학과 수학이 어려워진 이유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중국에 대한 우리 엘리트층, 주류 세력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중국을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중국 포비아에서 벗어나 저자세 외교를 탈피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중국의 한반도 통일 지지와 북한 비핵화, 그리고 중국 시장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우리도 적응하고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외교가 실용적이고 국익 중심적으로, 그리고 유연하게 잠재적인 능력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외교는 생물이고 그 생물은 판세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우리도 이에 적응하고 변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저자세 외교와 중국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우리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응할 수 있는 첫 방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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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원고는 저자의 최근 저술 및 연구내용을 재정리하여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공작 추이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음.
2) 2010년대에 들어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이 영향력 확대 공작을 개진하면서 이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가 2022년 9월에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54개국 110곳에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라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3) James Bennet, “Clinton Says Chinese Money Did Not Influence U.S. Policy,” The New York Times, May 18, 1998, https://www.nytimes.com/1998/05/18/us/clinton-says-chinese-money-did-not-influence-us-policy.html.
4) 이동훈, “‘中대사관 넘버2′ 설도 돌았다… 비밀경찰서 총수 의혹 왕하이쥔은 누구,” 『주간조선』 2023년 1월 1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2023/01/01/LCFSS7MYLJEDTCSZUTHAOMAPDY/
5)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Background and Implications for the United States,” August 24, 2018, https://www.uscc.gov/research/chinas-overseas-united-front-work-background-and-implications-united-states.
6) 배정호, “중국대륙을 장악한 공산당의 통일전선에 대한 재인식,” 『전략연구』 제27권, 3호 (2020), pp. 51-85.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주재우 교수는 현재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웨슬리안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미국 관계, 중국-북한 관계, 한국중국관계이다. 현재 한국세계지역학회 회장, 한중사회과학회 회장, 한국유엔체제학회 부회장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저서《북미 관계, 그 숙명의 역사》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