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3-15
조성민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 센터(APCSS) 교수)

[초록] 시진핑 정권은 2022년 당대회를 통해 안정적으로 3기 집권을 시작했지만, 곧 학생들의 ‘백지 시위,’ 외교부장 및 국방부장 등 갑작스런 인사 경질 문제로 불확실성도 높아진 것 같다. 그러나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이렇게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에 대하여 혼란스런 신호가 난무할 때, 외부 관찰자들의 내부 상황 추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본 소고는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의 중국정치 동향에 대하여 정치학 이론과 역사적 패턴에 기반한 추론을 제시한다. (1) 현대화 이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와 정당성 유지 전략을 살펴보고, (2) 정치통제 완화-재강화의 주기를 통해 시진핑 정권의 등장과 쇠퇴 가능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해 본다. 이러한 분석은 장차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및 안정성 여부를 평가할 때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 


1. 서론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은 예상대로 최고 지도자 지위를 유지하며 3기 집권을 시작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산당 상무위원회 위원들이 시진핑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발탁되었으며, 따라서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할 파벌 형성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정권의 권위주의적 국내 정치와 민족주의적 외교 정책도 큰 변화 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정권의 통제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로 코로나’ 정책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오랜 국가의 통제에 지친 중국 시민들, 특히 학생들이 여기에 반발하고, 놀랍게도 제로 코로나 정책은 바로 중단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게 한번 시작된 학생 시위가 체제에 도전하는 더욱 큰 저항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혼란스러운 신호 속에 과연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변화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본 소고는 이론적-역사적 분석을 통해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regime legitimacy) 문제를 고찰한다. 권위주의 정권 특성상 시진핑 정권이 제공하는 정보는 불투명하고 외부에서 공산당 내부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근본적인 연구의 어려움이 있다. 결국 외부의 관찰자 모두 어느 정도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일반 정치학 이론과 역사적 패턴이 제공하는 정보는 체계적인 분석을 하는데 유용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소고는 먼저 현대화 이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를 설명한다. 다음으로 중국 정치의 통제 완화/재강화의 역사적 패턴으로 후진타오-시진핑 정권 사이 전환기를 설명한다. 그 연장선에서 앞으로 중국 정치가 겪게 될 변화의 방향을 탐색해본다.1)

2. 현대화 이론과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 위기

현대화 이론 (modernization theory)은 경제 개혁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현대화 이론을 옹호하는 학자들은 한 국가의 경제 발전은 정치적 민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2) 정치학자 래리 다이아몬드의 설명에 따르면, 경제 발전은 정치적 결정권을 다양한 행위자에 재분배함으로써 특정 인물 또는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산층의 확대, 교육 수준의 발전, 도시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구성원의 자유-민주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수도 있다.3) 물론 아담 쉐보르스키처럼 현대화 이론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경제발전이 자동적으로 체제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통계적으로 증명했다.4) 이처럼 학술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화 이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분석하는 데에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그림 1> 현대화 이론과 중국 공산당의 정권 유지를 위한 반전략(Counter-strategy)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탈냉전 이후 미국은 현대화 이론의 가설에 기반하여 중국의 경제 개혁-개방 프로그램을 환영하고 지원했다. 클린턴 정부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을 지지하며 중국의 경제발전이 궁극적으로 “더욱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로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5) 물론 이러한 변화를 기대하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중국 지도부가 모를 리 없었다. 경제발전으로부터 정치적 변화로 이어지는 인과적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공산당은 현대화 이론에 대한 반전략(counter-strategy)을 개발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일련의 거버넌스 개혁을 시행함으로써 공산당의 “성과에 기반한 정당성(performance legitimacy)”을 주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현대화 이론이 예측한 것처럼 공산당의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개발 자체가 공산당의 지도력과 안정성 덕분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받아들이게 된다.6) 또한 경제개발에 따라 교육수준이 높아졌지만, 애국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학생들은 자유주의적 가치관보다 민족주의적 관점을 더욱 체계적으로 교육받게 되었다.7)

후진타오 정부는 특히 1기 집권 시기(2002-2007) 동안 법제 개혁, 행정 개혁, 언론 및 학계의 검열 완화 등 일련의 자율화 조치를 통해 공산당의 정당성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8) 류샤오보와 같이 체제에 도전하는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은 이어졌지만, 시스템 내에서 정치 개혁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는 광범위하게 허용되었다.9) 예를 들어, 북경대 교수 판웨이는 체재 내 법치(rule of law)의 확대를 통해서, 당내 이론가였던 위커핑은 당내 민주화 (intraparty democracy)라는 개념을 통해 정치개혁의 심화를 주장하였다.10) 그 결과 중국 인민들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공산당의 성과와 더불어, 과거에 비해 자신들의 불만과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확대된 것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었다. 이 시기 아시아 바로미터(Asia Barometer), 세계 가치관 서베이(World Value Survey) 그리고 브루스 딕슨과 같은 중국정치 전문가들의 연구는 일관되게 중국인들 사이 공산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었다.11)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사회 내 공산당 정권에 대한 비판도 확대되어갔다. 이에 관한 여러 연구는 중국 인민들의 불만 및 비판이 주로 중앙 정부보다 지방 수준에 머물러 있는 패턴을 보여주었다.12) 소수 지식인 집단을 제외하면 아직 공산당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공산당 지도부가 안심하기엔 사회 곳곳에서 너무 많은 적신호가 켜졌다. 환경보호, 부정부패, 여성권리, 퇴역군인들의 복지문제 등 다양한 이슈로 연일 집단시위가 늘어나는 추세가 분명해진 것이다.13) 공산당 내부에선 후진타오 정권이 과도하게 자율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필요시 이를 통제할 역량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확산되었다.14)

<그림 2> 중국 공산당 정당성에 대한 벨 커브 개념도

위의 <그림2>는 후진타오 2기 (2007-2012) 동안 공산당이 직면한 딜레마를 도식으로 보여준다. 자율화 조치가 확대되던 시기 인민들의 지지와 더불어 공산당의 정당성이 강해졌지만, 그만큼 늘어난 시민들의 문제 제기와 불만은 공산당의 정당성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이 통제할 수 없이 하락하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지도부 내에선 다시 중앙의 권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15) 이는 중국 사회 내 ‘가치관의 혼란’을 바로잡고 모든 문제의 근원인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역사적 임무’를 강조하면서 시진핑 정권의 권위주의 시대로 ‘유턴’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3. ‘쇼우’ 사이클과 시진핑 정권의 딜레마

사실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권위주의 등장은 놀라운 일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중국 현대정치의 역사가 보여준 패턴과 일치한다. 리챠드 바움, 수잔 셔크, 데이비드 솀보우 등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정치 전문가들은 ‘팡-쇼우’ 개념을 통해 중국 정치가 보여준 공산당 통제 강화와 완화의 순환 패턴을 설명해왔다.16) 정치 통제가 완화되는 때를 중국 정치가 ‘팡(放: fang)’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다시 통제가 강화되는 시기를 ‘쇼우(收: Shou)’ 시기라고 구분하는 것이다. 1949년 건국 후 중국정치는 (1) 경제 개혁 프로그램의 확장과 축소, (2) 이데올로기 교육, 검열의 완화와 재강화, (3) 행정 통제의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와 재중앙화(re-centralization)가 주기적으로 교차되어 온 패턴을 보여주었다. 밑의 표1이 보여주는 것처럼, 후진타오에서 시진핑 정권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정치적 통제가 완화되었던 ‘팡’ 시기에서 다시 강력한 통제를 추구하는 ‘ 쇼우’ 시기로 전환되는 과정이라 설명할 수 있다.17)

<표 1> 중국의 정치적 동향 1949-2023

중국 정치의 이러한 팡-쇼우 사이클 개념은 정확하게 어떤 날짜 또는 월 단위로, 아니면 어떤 특정 사건을 전후로 구분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확실히 팡-쇼우 개념은 과학적 엄밀성은 부족하지만, 대신 특정 시기의 대략적인 정치적 기조와 분위기를 파악하는 가설로서 유용하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전문가 리챠드 바움은 팡-쇼우 사이클로 1980년대 등소평 정책의 변화를 설명하고, 데이비드 솀보우 역시 팡-쇼우 사이클로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통제 완화 과정을 설명했다.18) 특히 솀보우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직후 중앙 정부의 강력한 사회 통제를 신전체주의 정권의 등장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재개를 강조한 1992년 이후 1997년까지의 기간은 장쩌민 치하 강성 권위주의 기간이지만 이전 신전체주의 상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통제가 완화된 시기로서 팡, 즉 통제 완화의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UC샌디에고의 정치학자 수잔 셔크는 후진타오 2기의 집권시기 중 다시 통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솀보우도 이러한 관찰에 동의한다.19) 그렇다면 대략 2009년부터 중국 정치는 다시 쇼우, 즉 정치 통제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3> ‘팡-쇼우’사이클과 파벌정치의 논리

그렇다면 팡-쇼우 사이클은 어떻게,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당내 파벌정치의 순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UC버클리의 중국학자 디트머는 경기 순환에 따라 당내 개혁파와 보수파 간 파벌정치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였다. 위의 <그림3>은 디트머의 분석모델에 팡-쇼우 사이클의 개념을 덧붙인 것이다.20) <그림3>의 개념도에 따르면,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 장쩌민 정부와 후진타오 1기 정부는 개혁파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후진타오 정부의 집단 지도체제와 자율화 정책은 중국 사회 내 각종 시위와 소요 사태로 이어졌다. 당내 보수파들은 정치개혁의 확대를 통해 시민사회의 불만을 해소하기보다 권력을 다시 중앙에 집중하여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이는 시진핑의 강력한 통치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21) 일단 권력을 잡고 나자 시진핑은 언론 및 학계 검열 강화, 사기업 탄압, 이데올로기 교육 강화, 신장 등 소수민족의 중국화 정책, 홍콩의 특별 보안법 시행 등 통제 강화 정책을 확대했다.

만약 시진핑 정권의 통제 강화가 팡-쇼우 사이클의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면, 장차 중국 정치가 겪게 될 변화 또한 팡-쇼우 사이클을 통해 예상해 볼 수 있다. 팡-쇼우 사이클은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정치적 통제가 결국 경제적 비효율성으로 이어져 당내 그리고 인민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결국 정책 또는 정권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 조짐, 청년 실업률 악화, 국가부채 증가, 빈부격차 악화 등 여러 지표에서 위기 징조를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힘든 상황에서 인민들의 불만이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2년 12월 초 중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중국 학생들의 ‘백지 시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전조로 볼 수 있다. 그 해 10월 20차 당대회 이후에도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이자 청년 세대가 먼저 불만을 표현하고 나선 것이다.

4. 파벌정치 패턴과 시진핑 정권의 미래

물론 산발적인 학생 시위는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시위 중 몇몇 학생들이 ‘시진핑 타도’의 구호를 외치긴 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과도한 코로나 통제 정책의 완화를 요구하였을 뿐 체제 변화를 외치거나 직접적으로 시진핑 권위에 대한 도전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았다.22) 하버드대 왕위화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군중 시위는 어차피 중국의 정권 교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적이 없다.23) 정권 교체는 엘리트 집단 내 통치세력이 도전세력과의 파벌 투쟁에서 패배할 때에 비로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진핑의 당권 장악은 너무 견고해서 과연 당내 도전세력이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팡-쇼우 사이클 개념은 시진핑의 강권 통치가 다시 통제 완화의 시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역사적-구조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예측하지만, 그런 변화를 실행해야 할 개혁파 또는 반대세력이 부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20기 공산당 상무위원회의의 6인 위원 모두 시진핑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발탁되어 애초에 도전세력이 형성될 여지가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통치자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는 인물들로 권력집단을 구성하는 방법을 UC샌디에고의 정치학자 빅터 쉬는 “약자의 연합(coalition of the weak)” 전략이라고 개념화하였다.24)

문제는 “약자의 연합” 전략으로도 “독재자의 딜레마(dictator’s dilemma)”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모든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근본적으로 자신의 부하들 그리고 대중의 지지를 믿을 수 없는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억압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자신의 부하 그리고 대중의 지지가 진심인지, 아니면 공포심에서 비롯된 흉내인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25) 따라서 독재자는 끊임없이 주변인들의 충성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빅터 쉬는 이러한 분석틀을 통해 마오쩌동 시대 당내 권력투쟁을 재조명했다.

마오쩌동은 당내 경쟁 구도에 있던 2인자 류샤오치를 문화대혁명을 통해 축출하고 대신 류샤오치의 지도력과 카리스마에는 한창 못 미치지만 자신에게 충성스러웠던 “약한 지도자”로서 린뱌오를 후계자로 지명한다. 그러나 심복이었던 린뱌오가 마오쩌동에게 충성하기 위해 정치 세력을 동원하던 중 자연스럽게 린뱌오를 추종하는 세력이 형성되자, 마오쩌동은 린뱌오의 변절을 미리 의심하기 시작했다. 빅터 쉬의 분석에 따르면, 린뱌오가 과연 언제 마오쩌동에 대한 투쟁을 결심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 별개로 마오쩌동의 의심과 경계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물질적 생존을 위해서도 투쟁을 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26) 그런 와중 린뱌오의 아들이었던 린궈궈가 적극적으로 마오쩌동의 암살을 기도하다 실패로 돌아가고, 린뱌오는 마오쩌동의 복수를 피해 소련으로 도피하려다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학계와 언론에선 시진핑이 덩샤오핑이 구축했던 집단 지도체제를 허물고 다시 마오쩌동과 같은 1인 지배 체제로 전환하며 개인숭배를 추구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시진핑이 권위는 여전히 대일전쟁, 국공내전, 한국전쟁을 치르며 구축한 마오쩌동의 키라스마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권위의 정당성은 기껏해야 혁명 원로였던 시중쉰의 아들이라는 태자당의 배경에서 시작되었을 뿐이다.27)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는 마오쩌동조차 당내 도전자의 출현을 끊임없이 걱정하며 류샤오치, 덩샤오핑, 린뱌오 등 숙청의 연속으로 정치를 하였는데, 하물며 시진핑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 반부패 캠패인을 통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더니 최근엔 외교부장 친강, 국방부장 리상푸 등 자신이 직접 선발한 부하들까지 갑작스럽게 해임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진핑 3기 정권의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곧 파벌투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친강이나 리상푸는 시진핑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부정부패 혐의로 경질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당내 파벌정치를 연구해 온 스탠포드의 정치학자 우궈광은 시진핑 정권에서도 새로운 파벌 간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28) 시진핑 정권은 정치적 통제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데, 상호 충돌하는 두 목표를 시행하는 정책 집단이 파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당내 서열 2위 리챵 (李强), 그리고 정치 및 선전 분야를 담당하는 당내 서열 5위 차이치(蔡奇) 사이 알력 싸움이 파벌 정치로 비화할 수 있다.29) 이러한 주장은 아직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앞서 설명한 팡-쇼우 사이클의 논리와도 일맥상통한다. 팡-쇼우 사이클에 따르면 경제 발전을 위해 정치 통제를 완화해야 하지만, 시진핑의 통제에 대한 편집증은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인다. 최근 인사 경질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과정과 불예측성은 지도부 내 불안감과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5. 결론

이상 이론적-역사적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추론할 수 있다. (1) ‘현대화 이론’과 팡-쇼우 사이클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중국 사회는 물론 당내에서도 시진핑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누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2) 파벌정치의 순환논리, ‘약자의 연합’과 ‘독재자의 딜레마’의 개념을 적용하면 시진핑 본인도 당내 잠재 도전세력에 대한 의심 때문에 상시 불안감(insecurity)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오쩌동-린뱌오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시진핑에게 아무리 충성을 맹세한 부하라도 갑작스럽게 의심과 경계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물리적 생존을 위해 시진핑에게 저항을 결심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현재 시진핑 정권 내에 잠재적 도전자로 보이는 인물은 없으며, 미국과 한국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여기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모두가 시진핑의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에 잠재적 도전세력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는, 모두가 마오의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에 린뱌오, 그리고 그 전에 펑더화이, 이후에 덩샤오핑 등 마오의 정책을 비판했던 내부인들을 예측하지 못했던 오인(mispercep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위의 분석이 최소한으로 시사하는 바는, 시진핑 정권 내부의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불확실성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내에서 시진핑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불확실한만큼, 시진핑 정권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 또한 불확실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공평하다.

최근 미국의 중국정치 전문가들 사이 회자되는 흥미로운 담론 중 하나는 시진핑 정권 이후의 중국 정치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라이언 하스는 시진핑의 올해 나이가 70으로 앞으로 얼마나 집권을 할 수 있을 지 예측할 수 없지만 결국엔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고, 일단 시진핑이 권력의 중심에서 사라지면 중국 정치는 시진핑의 집권 시기와 정반대 방향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30) 그러한 예측의 근거로 하스는 정확히 팡-쇼우 사이클과 같은 역사적 패턴을 언급하는데, 미시건 대학의 정치학자 댄 슬레이터는 한발짝 더 나아가 중국 정치의 민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슬레이터는 사실 후진타오 집권 시기 공산당은 경제 성장의 가속화, 거버넌스 개혁의 초기 성과에 따른 인민들의 지지에 자신감을 갖고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후진타오가 개혁세력을 조직적으로 규합하여 당내 헤게모니를 잡지 못한 것은 ‘잃어버린 기회(missed opportunity)’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자신감에 근거한 민주화 과정’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필자가 중국 북경대에서 유학하던 시기 학내 토론 중 북경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개진하던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일치한다. 당장 대만이나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혁명을 원하진 않지만, 먼저 싱가폴과 같은 혼합 체제를 거쳐 궁극적으로 일본의 자민당처럼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거대 정당으로 공산당이 생존하는 점진적 민주화 과정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물론 중국 지식인들의 이러한 자유주의적 비전은 시진핑 정권의 탄압과 미-중 경쟁 속 중화 민족주의의 발화로 현재 영향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치에 대한 이론적 고찰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시진핑 정권 이면의 정치적 동향, 그리고 중국 정치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중국의 국내정치 동향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한국의 분석가들은 중국 정치의 불확실성과 다양한 발전의 경로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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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소고는 저자가 그 동안 국제 학술지에 영어로 발표한 논문과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핵심 내용을 요약 및 정리하여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문제를 살펴보고 있음. Sungmin Cho, “Does China’s Case Falsify Modernization Theory? Interim Assessment.”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32 (144) (June 2023) 1034-1052 ; Sungmin Cho, “The U.S.-China Power Transition: An assessment of China’s internal view.” Melbourne Asia Review, Edition 9 (March 2022); Sungmin Cho, “Why Non-democracy Engages with Western Democracy Promotion Programs: the China Model,” World Politics, 73(4) (October 2021): 774-817.; Sungmin Cho, “Chapter 18: The Fang-Shou Cycle in Chinese Politics,” in Alexander Vuving ed. Hindsight, Insight, Foresight: Thinking about Security in the Indo-Pacific. (Hawaii: DKI APCSS, 2019): 269-282.

2) Seymour Martin Lipset, Political Man: The Social Bases of Politics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81)

3) Amichai Magen ed., ‘Evaluating External Influence on Democratic Development: Transition’ (2009) CDDRL Working Papers. 6, Available at https://cddrl.fsi.stanford.edu/zh-ch/node/209352.

4) Adam Przeworski and Fernando Limongi, ‘Modernization: Theories and Facts’, World Politics 49, (1997), p. 155.

5) “Full Text of Clinton’s Speech on China Trade Bill,” The New York Times, March 9 2000. Available at https://archive.nytimes.com/www.nytimes.com/library/world/asia/030900clinton-china-text.html

6) 딕슨과 천은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중산층이 ‘민주화 요원 (agents of democratization)’이 아니라 ‘국가의 동맹(allies of state)’이 되었다고 표현하였음. Jie Chen and Bruce J Dickson, ‘Allies of the State: Democratic Support and Regime Support among China’s Private Entrepreneurs*’ (2008) 196 The China Quarterly, p.780.

7) Suisheng Zhao, “A State-Led Nationalism: The Patriotic Education Campaign in Post-Tiananmen China,” Communist and Post-Communist Studies 31, no. 3 (1998): 287–302.

8) 자율화 및 제도화 조치의 권위주의 정당화 논리에 대해선 다음을 참조. Nathan, Andrew J. 2003. China’s Changing of the Guard: Authoritarian Resilience. Journal of Democracy 14 (1): 6–17.

9) ‘Democracy? Hu Needs It’ The Economist. June 28, 2007. Available at https://www.economist.com/asia/2007/06/28/democracy-hu-needs-it

10) Pan, Wei. 2003. “Toward a Consultative Rule of Law Regime in China.”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12 (34): 3–43; Wang, Qinghua, and Gang Guo. 2015. “Yu Keping and Chinese Intellectual Discourse on Good Governance.” The China Quarterly (224): 985–1005.

11) 이상 서베이 자료에 대한 분석은 필자의 다음 논문을 참조. Sungmin Cho, “Does China’s Case Falsify Modernization Theory? Interim Assessment.”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32 (144) (June 2023) 1034-1052. 딕슨의 연구는 다음 책을 참조. Bruce J. Dickson, The Dictator’s Dilemma: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Strategy for Survival, Illustrated edition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16).

12) Ernan Cui and others, ‘How Do Land Takings Affect Political Trust in Rural China?’ (2015) 63 Political Studies 91; Tony Saich, ‘How China’s Citizens View the Quality of Governance under Xi Jinping’ (2016) 1 Journal of Chinese Governance 1.

13) ‘Why Protests Are so Common in China’ [2018] The Economist. October 4, 2018. Available at https://www.economist.com/china/2018/10/04/why-protests-are-so-common-in-china.

14) Susan L. Shirk, Overreach: How China Derailed Its Peaceful Rise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22). p.95, 101.

15) 이러한 논리의 공산당 내부 담론에 대한 문헌 분석에 대해선 다음 논문을 참조. Nimrod Baranovitch, “A Strong Leader for A Time of Crisis: Xi Jinping’s Strongman Politics as A Collective Response to Regime Weakness,”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July 13, 2020, 1–17.

16) David Shambaugh, China’s Future (MA: Polity Press, 2016), p. 98 Richard Baum, “The Road to Tiananmen: Chinese politics in the 1980s,” in Roderick MacFarquhar, ed., The Politics of China: Sixty Yea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3 edition (Cambridge ;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p.338.; Shirk, Overreach.p.23.

17) 팡-쇼우 개념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필자의 다음 글을 참조. Sungmin Cho, “Chapter 18. The Fang-Shou Cycle in Chinese Politics,” in Alexander Vuving ed. Hindsight, Insight, Foresight: Thinking about Security in the Indo-Pacific. (Hawaii: DKI APCSS, 2019): pp.269-282.

18) Baum, “The Road to Tiananmen: Chinese politics in the 1980s,” p.338.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팡-쇼우’ 시기 구분은 미국의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솀보우의 분석을 따랐음. Shambaugh, China’s Future. p.99.

19) Shirk, Overreach. pp.27-30.; Shambaugh, China’s Future, pp.2-5.

20) Lowell Dittmer and Yu-Shan Wu, “The Modernization of Factionalism in Chinese Politics,” World Politics 47, no. 4 (1995): 467–94.

21) Baranovitch, “A Strong Leader for A Time of Crisis: Xi Jinping’s Strongman Politics as A Collective Response to Regime Weakness,”

22) Yuen Yuen Ang, “The Problem With Zero: How Xi’s Pandemic Policy Created a Crisis for the Regime,” Foreign Affairs. December 2, 2022. Available at https://www.foreignaffairs.com/china/problem-zero-xi-pandemic-policy-crisis

23) 역사적으로 중국 왕조들이 무너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외세의 침입 또는 군중의 반란이 아니라, 권력 내부 엘리트 집단의 반발이었다. Wang Yuhua, “Can the Chinese Communist Party Learn From Chinese Emperors?”, in Jennifer Rudolph and Michael Szonyi, eds., The China Questions: Critical Insights into a Rising Power, Reprint edi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2019). p.60, 63.

24) Victor C. Shih, Coalitions of the Weak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2).

25) 합리적 선택 이론의 관점에서 독재자의 딜레마를 설명한 저서로 다음을 참조. Ronald Wintrobe, The Political Economy of Dictatorship, 1 edition (Cambridge, UK; New York,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26) Shih, Coalitions of the Weak. p.102.

27) 시진핑의 등장과 권위의 형성과정에 대해선 다음 책을 참조. Kerry Brown, CEO, China: The Rise of Xi Jinping, Reprint edition (London New York: I.B. Tauris, 2017).

28) Wu Guaguang, “Li Qiang Versus Cai Qi in the Xi Jinping Leadership: Checks and Balances with CCP Characteristics?” China Leadership Monitor. Issue 77. 2023 September. pp.1-12.

29) 신경진, “경제 리창 vs 안보 차이치…시진핑 3기 진짜 2인자는 누구?” 중앙일보. 2022년 9월 24일.

30) Ryan Hass, “What America Wants From China: A Strategy to Keep Beijing Entangled in the World Order,” Foreign Affairs, November/December 2023. Available at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what-america-wants-china-hass?utm_medium=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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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수연 연구원

조성민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 센터(APCSS) 교수)

조성민 박사는 미국 국방부 산하 아시아-태평양 안보 연구소의 교수로 하와이에 근무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및 국방부 직원, 영관급 이상 장교단을 대상으로 중국 정치와 동아시아 지정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미-중 전략경쟁, 중국 국내정치, 중국 외교정책의 국내정치적 요소, 중국-한반도 관계이다. World Politics, The China Journal,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Asian Security, Journal of Asian Security and International Affairs 등 해외유명 학술지에 단독저자로 논문을 출판했다. Foreign Affairs, Washington Quarterly 등 정책 저널에도 글을 출판하였다. Brookings, CSIS, Atlantic Council 등 미국 싱크탱크의 요청으로 미-중 관계 및 대만문제에 대한 분석을 기고하였다. 대한민국 육군 정보장교(통역 특기)로 3년 3개월간 복무했으며, 그 중 7개월은 이라크의 자이툰 사단 지휘부 통역장교로 파병을 다녀왔다. 조성민 박사는 고려대학교에서 학사를, 북경대학교에서 석사를,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