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15-01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문제의 제기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에 남북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상회담이 통일대박론을 완성하는 데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상회담에 도달하는 방안으로 실무회담에서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고위급 그리고 최고위의 정상회담으로 발전하는 방법과 일괄타결을 전제로 측근의 막후접촉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이다.

  어떤 형태로든 남북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남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시작되고 있는데 2014년 말, 한 민간 단체가 북한에 고구마 20t을 북한에 전달하였고 이 밖에도 어린이의 영양식과 의약품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통일부의 승인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곡물지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의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를 하고 있다. 평화적 남북관계의 진전은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현상으로 적극 환영해야할 상황임에 틀림없지만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이것이 가능할지의 여부와 정상회담이 아무 일 없듯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과연 현재의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유도하는 데 바람직한 방법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출범으로 시작된 비핵개방 3000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단절된 남북한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 관계가 평화, 화해, 그리고 협력으로 나가기 위한 조건과 전망에 대해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남북관계의 현실

현재의 남북관계를 진단하면, 남북한 모두 형식적 양보를 제시하면서 상대방의 통 큰 양보를 남북관계 개선의 잣대로 제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남한은 북한에 대해서 소규모 인도적 지원을 계기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그 과정에 북한의 비핵화에 의미 있는 진전, 북한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통한 압박과 같은 굵직한 양보를 통해 한반도 통일대박론을 추구하겠다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공식매체에서 남한에 대한 비방을 중단하는 작은 양보를 통해서 남한 정부에 대해 북한을 상대로 한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 대북전단 살포 중단, 5.24조치의 해제와 금강산 관광재개와 같은 굵직한 양보를 요구하면서 남한의 통일대박론을 “흡수통일”의 음모라고 비난하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 주변 정세를 포함한 대외관계에 있어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인식하는 근거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통과, 북중관계의 악화에 따른 북러관계의 새로운 모색이 이를 반증한다. 북한은 대외관계의 위기 속에서 대남평화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핵 억제력을 핵심으로 국방력 강화와 선군정치 및 병진노선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정책의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북한은 경제정책에 있어서 인민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경공업 진흥, 기간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 산림복구 정책, 그리고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인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아니라 고답적인 구호성 발언에 그치고 있다. 북한은 대외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들을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인민의 삶의 질 향상보다는 외화획득을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남한은 한반도 주변 정세를 포함한 대외관계가 북한을 압박하는 구도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수준에서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강온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서울 사무소 설치와 함께 북한 삐라살포는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려는 이중 시그널이다. 본질적으로 한국은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의 의미 있는 전진을 이야기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한미군사훈련 중지에 대해서는 전제 조건 없는 회담을 주장하고 있다.

  남한의 인식은 남북관계를 무정부 상태에서 상호 불신하는 정상적인 국가가 상호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죄수의 딜레마게임 상황에서 TFT의 유도). 북한의 인식은 남북관계를 무정부 상태에서 상호 불신하는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이 상호협력이라는 전략을 통해 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북한의 억압 및 말상 책동으로 판단하고 있다(남한이 협력을 유도하면 상황에 따라 조응하지만 결국은 체제유지를 위해 상호협력을 지속할 수 없다.).

전망과 우리의 대응

2015년 신년사에 나타난 남북한의 평화공세가 위에서 설명하는 남북한관계의 본질적 변화를 나타내는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미국과 중국으로 요약되는 주변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중요한 정책적 전환의 가능성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서 조심스럽게 시작되는 평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적절한 방법으로는 믿을 만한 측근의 접촉을 통한 전격적인 정상회담 합의가 현 상황에 더 가능성이 높으며 한반도 상황의 고착을 타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