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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후: 아프리카 외교의 발전형 국가 모델
    저자
    김수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 조교수)
    발간호
    2024-07
    [기획자 註] 본고는 지난 6월 초에 개최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로 만들어진 모멘텀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본다. 한국은 2022년에 발표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외교적 지평과 영향력을 아프리카까지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수립한 바 있으며,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對아프리카 외교는 타지역, 그리고 강대국을 대상으로 한 외교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며, 본고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djpark@jpi.or.kr)]  서론: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종료하였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를 주제로 열린 2024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와 최초로 진행한 다자정상회의였다. 한국 언론은 “아프리카 54개국 중 쿠데타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약을 받고 있지 않은 나라 48개국 모두 참석하였으며, 이 중 25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날씨마저 도왔다,” “아프리카 대통령과 배우자가 한국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다,” 등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흥행’을 중심으로 보도하였다.  물론, 참석자의 수를 성공적 개최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번 정상회의는 성공적이었다.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일대다(一對多) 형식의 외교 행사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잃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다자외교가 이탈리아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때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이런 형식의 외교에 반감을 표시하면서 당시 본인은 이탈리아와 지척에 있는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석한 정상급 인사의 숫자만으로 아프리카가 다른 나라보다 한국과의 협력에 더 적극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정상급 인사가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상대국과의 협력에 더 적극적이거나 혹은 소극적이거나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아프리카 국내정세를 포함한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G20의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이며 국제정치 무대에서 아프리카를 대변하는 중요한 국가이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입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입 대상국이며, 우리의 대아프리카 주요 수출 대상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유치’하는 데 실패하였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일주일 전에 총선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즉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우리와의 협력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참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벌어지는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것이고, 이는 다른 여러 나라의 대표들이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비슷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분명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외교관계자 뿐 아니라, 학계, 기업 등의 전방위적 노력의 결과다. 또한, 이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긍정적이고 진심이 담긴 민간 교류의 결실이기도 하다. 더불어 한국의 기술력, 문화상품,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은 아프리카 각국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한국에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보편적인 아프리카 사람뿐 아니라 아프리카 정치 엘리트들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1)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 정부는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선 협력 분야로 △교역 및 투자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 △지속가능한 인프라 △직업훈련 및 교육 △디지털 전환 및 과학기술 △상호 이해 및 교류 증진 △평화·안보 등 7개 분야를 선정하였다. 농업을 중심으로 한 식량 분야협력, 디지털 협력, 핵심광물 협력, 무역과 투자의 확대, 학자간 교류 및 기술 협력을 통한 인적자본에의 투자와 교류 등 전략적 분야를 명확히 하고 협력 분야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나아가,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한국 외교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시작으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정기적인 모임이 제도화되었다. 그리고 이번 2024 회의를 ‘특별’ 회의로 격상시키겠다고 한 것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한국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약속하였고, 그해 12월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다. 이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따르겠다는 외교적 방향을 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영국, 호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인도-태평양 전략 보유한 다른 국가들과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한국의 인도-태평양은 특이성을 갖는데, 그것은 한국이 인식하는 지역적 범위에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리적 범위를 아세안과 인도를 중심으로 설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범위를 동일하게 설정하고 있지 않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인가?’라는 외교적 지도는 개별 국가의 외교적 상황과 목적 따라 다르다. 그리고 이는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아프리카 포함 여부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부 아프리카 및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들은 인도양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프리카까지 확장되어 있는지는 인도-태평양 전략 국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프리카를 언급하지 않는다. 해양안보,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그리고 기후변화를 이유로 아프리카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호주의 공식적인 인도-태평양 전략 또한 아프리카를 포함하지 않는다. 영국 역시 2022년 ‘인도 태평양 중시 정책(Indo-Pacific Tilt)’를 발표하면서, ASEAN, 호주 등의 국가와 협력을 더욱 강조하고 중국의 공격적 외교를 제지할 의향이 있음을 보였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다. 이는 경제력 및 군사력의 약화로 유럽의 지역 중견국으로 격하된 영국의 현실에 맞춰 외교력을 유럽-아시아 지역으로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2)  반면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설정에는 아프리카가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부 아프리카와 남부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접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10개국(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모잠비크, 남아공,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코모로, 세이셸)을 포함한다. 외교 관계자는 이 10개국으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 10개 나라를 관문(gateway)으로 활용하여 아프리카 전체를 우리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한국의 외교적 지평을 아프리카까지 넓히고 이 지역까지 외교적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한국 외교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이러한 한국 외교의 방향성과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공동선언문과 아프리카 외교의 방향성 이러한 외교 방향성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채택되어 발표된 공동선언문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공동선언문은 “1950년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6.25 전쟁 당시 소중한 참전과 지원을 계기로 시작된 한-아프리카 관계가 호혜적 협력관계로 발전해 왔음을 높이 평가한다. 선언문은 “우리는 상호 신뢰, 연대 및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양측간 파트너십의 특별함에 기반하여 한국과 아프리카가 새로운 차원의 전략적 협력을 구축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로 시작한다. 이는 한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정체성, 그리고 차별성을 보여준다. 과거 아프리카는 한국을 먼저 도와줬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의 아프리카 기여 외교를 호혜적으로 만든다. 이는 한국과 아프리카 모두 식민주의를 겪은 역사적 남반구라는 공통적 정체성에 기인하는데, 이는 한국 외교의 차별성과 철학을 명시하는 좋은 시작이다.  공동선언문에서 ‘기후변화, 식량 불안정, 분쟁, 보건 위기, 에너지 위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우선 과제를 언급한 것은 향후 한국-아프리카 외교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제에 중점적으로 외교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국가의 여러 정책간 정합성을 높이고, 효과적 외교활동을 항상성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공동선언문 내용은 주제인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체화되어 있으며, 선언문은 2030년까지 약 140억 불의 수출금융을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게 제공하고, 아프리카 ODA 규모를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함께, 2026년 한-아프리카 외교장관 회의에서 차기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한다.  선언문은 향후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속적인 외교적 의지를 표명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아프리카와 일대 다자간 외교협의체를 가장 먼저 시작한 일본의 경우, 이러한 선언문을 통해 공약(commitment)과 자국의 아프리카 정책방향을 전반적으로 제시하고, 각 정부 기관이 이 청사진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54개국에 조화롭고 통일성 있는 외교를 효율적이고 지속성 있게 진행한다는 강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구체화된 공동선언문을 통해서 한국 아프리카외교의 효율성, 효과성, 지속성을 추구해야 한다.  아프리카 무역 비중이 아직 낮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외교의 중요성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아프리카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1.4% 수입 1.2%로 높지 않다.3) 그리고 그 구조는 아프리카의 자원과 한국의 기술 집약적 제조 역량을 활용한 상품간 교환으로 교역의 보완구조가 뚜렷하다. 우리의 아프리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자본재이고 수입의 절반 이상이 1차 산품이다. 최근 아프리카의 교역 대상국은 지속적으로 다변화되는 추세이다. 기존 전통적인 교역 대상국인 중국, 프랑스, 미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아랍에미리트(UAE)나 한국과 같은 새로운 교역 대상국들과의 교역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은 역내 무역 파트너를 제외하면 17번째 큰 수출 대상국이며 13번째로 큰 수입 대상국이다. 현재 교역량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아프리카와의 교역의 중요성은 크다. 중국은 핵심 광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인데,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 자원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프리카 경제의 지속적 성장, 아프리카의 젊은 인구 등의 요인도 아프리카와의 교역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감안해야 하는 요인들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모로코, 탄자니아, 케냐 3국과 경제동반자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EPA)을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경제동반자협정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과 같은 시장개방을 포함한 공동번영과 협력을 강조하는 통상협정으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는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의 로비토 회랑(Lobito Corridor)은 좋은 예이다. 로비토 회랑은 대서양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와의 국경에서 시작하여 앙골라를 횡단하는 1,300km의 철도 노선이다. 녹색 및 청정 에너지 기술, 특히 EV 배터리 가치 사슬 제품과 관련된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면서 미국은 2023년 로비토 회랑을 건설하기 위해 관련 아프리카 국가에서 다양한 양해각서(MoU)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간 미국과 유럽에서 외면하던 아프리카의 인프라 구축은 오랫동안 중국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로비토 회랑을 통해 미국이 다시 아프리카의 인프라 개발에 참여한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로비토 회랑 프로젝트는 현재 난관에 봉착하였다. 2024년 타당성조사 결과, 로비토 회랑이 지나가는 길에 위치하는 광산의 대부분이 이미 중국의 소유나 관리하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70년대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이어주는 타자라(TAZARA) 철도를 건설하였으며, 이를 통해 내륙 국가인 잠비아는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구리 생산 및 수출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 철로는 최근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의 주요 수출 경로이다. 중국은 철도를 건설함으로써 자국이 필요한 구리나 코발트 등 원자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프리카는 이를 통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중국은 또한 현재 일대일로 핵심 사업의 일환으로 인도양 연안과 내륙의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새로운 표준궤 철도로 연결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과 핵심 산업의 많은 부분이 겹치는 한국의 경우, 이 핵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광물 확보가 중요하다. 로비토 회랑의 교훈이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이다. 발전형 국가 모델 기반 아프리카 외교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제도와 행정은 발전형 국가(developmental state) 모델의 습성이 남아있다. 강력한 컨트롤타워 혹은 파일럿 에이전시(pilot agency)가 중심이 되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며, 재원을 분배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발전형 국가 모델은 성공적으로 한국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모델이다.4) 그러나 이와 같은 발전형 국가 모델은 제품생산 위주의 산업 구조에서 지식산업, 창조산업의 역할이 증가하는 오늘 한국의 산업 구조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다고 여겨진다.  발전형 국가 모델은 비단 산업구조 변화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데, 특히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에서는 효율적이며 효과적일 것이다. 아프리카는 54개국의 다양한 나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평가들은 ‘아프리카는 국가가 아니라 대륙이므로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외교에서 아프리카 54개국을 개별적으로 상대할 재정적, 제도적, 인적 역량은 부족하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아프리카 외교로써 개발 협력이 추진되고 있지만 개발협력 역시 유상과 무상 개발 협력의 분절화, 그리고 정부기관 및 부처별 프로그램의 분절화가 큰 것이 제약으로 작용한다.5)  보다 근본적으로, 아프리카 외교의 주제는 다양할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강대국 외교와 상이하다. 난민, 개발 협력, 식량안보 협력, 기후변화 대응, 해적 등의 문제는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특수한 프레임워크(framework)를 통해 이해해야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 분야 협력은 한국과 아프리카 간에 더 보편적인 무역 협력, 지하자원 협력, 국제기구 안에서의 협력의 근본이 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외교는 한국 전체 국가 이익의 정합성이라는 큰 관점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더욱 요구된다.  한국 발전형 국가 모델에서 경제기획원은 파일럿 에이전시의 역할을 하는 핵심이었다. 이처럼, 아프리카 외교에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외교 주제와 외교 주체를 총괄하고, 조율하며, 이를 위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여 하나의 아프리카 외교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아프리카 외교를 위한 파일럿 에이전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파일럿 에이전시는 지역에 대한 이해, 경쟁국가들의 아프리카 외교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 산업의 경쟁구조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가 처한 국제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을 어우를 수 있도록 옛 경제기획원보다 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UN 총회 투표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아프리카 대륙과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는 중요하다. 한국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인 북한은 1970년대 당시 UN 무대에서 남한을 제치고 북한이 한반도의 정통성 있는 국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6) 북한의 아프리카 외교가 뚝배기 외교였다면, 한국은 냄비 아프리카 외교였다. 줄곧 투표 직전 이벤트성 외교에 급급했던 한국은 국제기구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앞으로도 한국-북한, 한국-일본, 한국-중국 간에 영토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이슈들이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회부될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안정적인 신뢰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은 아프리카 외교에서 후발주자이며, 경험이 많은 국가들에게 배울 부분도 많다. 일본은 그 대표적인 나라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만의 강점을 활용하여 접근해야 한다. 과거 식민 경험의 동질성 그리고 현재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막강한 소프트 파워는 한국 아프리카 외교의 엄청난 자산이다. 54개국을 바라보면서 분절화된 아프리카 외교 전략을 하나의 방향으로 아우를 수 있는 한국 아프리카 외교의 발전형 국가 모델을 제안하는 이유이다.    ---------------------------------------------------------------------------------------- 1) 김수원. 2024. “아프리카에서 누가 한국을 매력적으로 보는가?” 『아프리카 위클리 2024-25호』 한-아프리카 재단. 2024년 5월 29일, https://www.k-af.or.kr/load.asp?subPage=731.View&searchValue=%EC%8A%A4%ED%83%80%ED%8A%B8%EC%97%85&searchType=content&page=1&idx=8300. 2) James Crabtree, “Britain’s Surprisingly Enduring Tilt to Asia.” Foreign Policy, April 11, 2023, https://foreignpolicy.com/2023/04/11/uk-britain-tilt-indo-pacific-asia-strategy-review-aukus-cptpp-geopolitics/. 3) 양지원, 김나율, 허슬비. “Trade Focus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기념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한국무역협회(KITA), 2024년 5월 29일, https://www.kita.net/researchTrade/report/tradeFocus/tradeFocusDetail.do;JSESSIONID_KITA=08BC3F87FDA5840FCFAE3ABFA27A175F.Hyper?no=2601. 4) Suweon Kim, “Aggressive yet Benign: Korea’s Engagement in Creative Industries in Africa,”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olicy 26, no. 7 (2020), pp. 929-941. 5) Suweon Kim, “The Misadventure of Korea Aid: Developmental Soft Power and the Troubling Motives of an Emerging Donor.” Third World Quarterly 40, no. 11 (2019), pp. 2052-2070. 6) Suweon Kim, “Dynamics of Korea-Africa cultural engagements,” in Y Chang eds., South Korea's Engagement with Africa: A History of the Relationship in Multiple Aspects (Singapore: Palgrave Macmillan, 2020), pp. 133-158.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김수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 조교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웹스터 대학교 아크라 캠퍼스에서 국제관계학을 강의하였으며, 202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에 재직 중이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 아프리카 아시아 연구센터 공동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국제정치경제, 아프리카-아시아 외교 관계, 문화를 활용한 개발협력과 공공외교 등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한다. 지구 남반구의 디지털 격차를 남남 연대감과 짜증이라는 감정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 Almost South-South solidarity: The frustration of K-pop fans (but not true fans) in South Africa,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 26(5): 518-535 을 최근 출판하였다.
  • [JPI PeaceNet] 한국의 다자안보협의체 추진전략:  제32차 NEACD와 제21차 샹그리라대화에 다녀와서
    저자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발간호
    2024-06
    [기획자 註] 본고는 최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NEACD,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샹그리라대화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제2차 냉전시대’적 상황에서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갖는 의의를 도출하며, 이를 토대로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이 제주포럼과 서울안보대화와 같은 트랙 1.5 레벨의 다자국제회의를 적극 활용하는 등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획: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장(yhkang@jpi.or.kr)]  필자는 지난 5월과 6월, 도쿄와 싱가포르에서 각각 개최된 아태지역의 중요 다자안보회의에 참석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5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2차 동북아안보협력회의(Northeast Asia Cooperation Dialogue: 이하 NEACD)에 참석하였고, 6월 1일부터 2일까지 2일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이하 샹그리라대화)에 참가하였다. 후술하듯이 NEACD와 샹그리라대화는 탈냉전기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트랙 1.5 혹은 트랙 1 레벨의 다자간 안보회의체들이다. 필자는 그동안 연구서나 자료들을 통해 이 다자회의체의 의의와 역할에 대해 숙지는 하고 있었으나 직접 참가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우리 나라도 ‘글로벌 중추국가’ 구현의 관점에서 제주포럼이나 서울안보대화(Seoul Defense Dialogue, SDD) 등 다자간 국제회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참고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기로 한다.  제32차 동북아안보협력회의(NEACD): 5월8일-10일, 일본 도쿄 NEACD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분교의 세계분쟁 및 협력연구소(Institute on Global Conflict and Cooperation, IGCC)가 1993년부터 미 국무부의 지원을 받아 남북한 및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외교와 국방 당국자, 그리고 민간 연구자를 초빙하여 주로 북한 핵문제 등 동북아의 안보현안을 논의해온 트랙 1.5 레벨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이다. 매년 개최 장소를 달리해온 NEACD는 올해의 경우 주최측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테픈 해거드(Stephan Haggard) 교수 등이 일본 게이오대학의 진보 켄(Jimbo Ken) 교수 등과 협력하여 도쿄 롯본기의 국제문화회관을 회의장으로 삼아 개최되었다. 1.5 트랙의 안보대화답게 올해에도 미국에서는 국무부의 동아태 부차관보와 한반도 담당 국장,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부사령관 등이 참석하였고, 중국에서는 외교부의 한반도 담당 특별대표, 칭화대학 국제안보전략연구소 소장 등이, 일본에서는 외무성의 아태지역 담당 심의관과 방위성의 국제정책국장이, 한국에서도 외교부의 담당 국장 등이 각국 민간 연구자들과 함께 회의 기간 내내 발표와 토론에 적극 참가하였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루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정부 관료들은 불참하였으나 민간 연구자들이 현장에 참석하거나 모스크바와 연결된 화상을 통해 참가하기도 하였다. 다만, 2002년의 제13차 회의 때부터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이 줄곧 참석했다고 하는 북한은 언제부터인가 대표단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런 때문인지 회의 기간 내내 각국 참가자들은 지금은 북한 외상이 된 최선희 당시 외무성 국장에 관한 기억들을 소환하기도 하였다.  NEACD는 본회의(Plenary Meeting)와 국방정보공유회의(Defense Information Sharing Meeting)로 구성된다. 첫날 오전에 개최된 국방정보공유회의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로 각국 정부 인사들이 참가하여, 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방정책에 관한 중요 현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하였다고 전해진다. 우리 국방부는 별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으나, 외교부의 담당 국장이나 국방연구원 출신 연구자들이 한국 국방정책의 개요를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 일행은 첫날 오후에 개최된 본회의부터 참석하였다. 첫날 본회의는 2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각각 미일동맹 및 한미일 협력, 중국의 국방정책 등에 대한 패널리스트들의 발표와 그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둘째 날인 5월 9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된 본회의에서도 주최국 일본의 안보정책, 글로벌 안보질서 변화와 동북아 안보질서에의 영향, 경제안보 이슈 등의 주제로 세션별 패널리스트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셋째 날인 5월 10일 오전에도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본회의 세션들이 진행되었다. 채텀하우스 규칙(Chatham House Rule)에 따라 발표자들의 구체적인 성명은 밝힐 수 없으나, 미국측 참가자들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안보확보를 위해 쿼드를 결성하였고, 아세안 국가들의 안보를 지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안보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주일미군 사령부 관계자도 참석하여 미일동맹의 지휘구조와 주일미군의 일본내 역할을 부연 설명하기도 하였다.  일본 참가자들은 2022년에 책정된 일본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서 내용들을 소개하면서, 이같은 전략기조에 따라 자위대 통합사령부 신설이 추진되고 있고, 미일동맹 간에도 새로운 지휘구조가 논의되고 있음을 소개하였다. 미일동맹이 우주 및 사이버 영역에까지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미일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미일호, 미일필 등 소다자 안보협력이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측 발표자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이 추진되면서 미사일 방어나 정보공유, 우주 및 사이버 분야에서의 협력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분야에서도 3국간 협력이 추진되고 있음을 소개하였다. 향후에는 한일간 군수지원협정의 체결이나 역사 및 영토문제에 대한 갈등 극복이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추가되었다.  중국측 참가자들은 미국과는 다른 관점에서 아태지역 안보정세와 자국 안보정책에 대해 설명하였다. 중국측은 아태지역 안보정세가 유럽의 나토동맹과 같은 미국 중심의 안보체제 구축, 그리고 군사훈련 증대 등에 의해 블럭화가 대두하고 있고, 제2차 냉전적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중국은 일관되게 평화주의적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미국과도 상호존중이나 평화공존의 원칙에 따라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중국측 발표에 대해 미국측 민간 참석자들로부터는 미중관계 경색이 미국의 국익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며, 미중 상호 간에 위협론 불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러시아측 참석자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미국측 참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 증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필자도 러시아측 참가자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벨라루스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단행하거나 미국과 체결하였던 뉴스타트 조약을(New START Treaty) 탈퇴하는 등의 움직임이 국제 핵질서를 불안케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 참석자는 자신들은 나토의 공격 가능성에 대응하여 전술핵을 재배치한 것 뿐이며, 공격적 핵전략의 논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기존 핵전략의 변화는 없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북한 대표가 직접 참석하지 않았으나 중국과 러시아 참석자들은 나름대로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려 하였다. 러시아측 참석자는 평양에 신도시가 건설되는 등 나름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과 한국의 동맹 강화에 반응하여 북한이 공세적 대남정책과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중국측 참석자도 북한이 신냉전 인식 하에 현재 국제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측 참석자로부터 북한에 대한 관여 정책을 미 행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는 부연 설명이 제시되기도 했다. 도쿄에서 개최된 NEACD 회의에 대해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회의 기간 내내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의 담당 국장들이 참석하여 발표와 토론에 임하였고, 둘째 날 전체회의 점심 시간에는 외무성의 후나코시 다케히로(Funakoshi Takehiro) 사무차관이 일본식 도시락으로 오찬을 제공하면서 일본 외교에 대한 기조연설을 행했다. 후나고시 사무차관은 자신도 국장 시절 NEACD에 몇 번인가 참가하여 발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회의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개인적 소회를 밝히기도 하였다. 회의 종료 이후에는 외무성의 정무관으로 재임하고 있는 후카자와 요이치(Yoichi Fukazawa) 일본 중의원 의원이 참가자 전원을 외무성의 이이쿠라 공관으로 초대하여 만찬을 제공해 주었다.  NEACD 회의의 각국별 정부측 참가자들은 직책 변화에 따라 매년 달라질 수 있으나, 민간 참가자들은 큰 변화없이 같은 멤버들이 지속적으로 참석한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국적을 떠나 상호 간에 우정이 생기게 되고, 발표와 토론에서도 격의 없는 의견 교환이 가능해진다고 하였다. 민간 주도의 NEACD가 30여 년간 지속되면서 각국 간의 솔직한 의견교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이유가 이런 점들에 있지 않았을까 한다.  제21차 샹그리라 대화(Shangri-La Dialogue): 6월1일-2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 약칭 샹그리라 대화는 2002년부터 매년 각국 국방장관급 인사들의 참석 하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되고 있는 트랙 1 레벨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이다. 개최 장소인 샹그리라 호텔명을 따라 샹그리라 대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샹그리라 대화는 영국의 대표적인 국제안보분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IISS)의 존 치프먼(John Chipman) 이사장의 착상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1994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태동한 아세안지역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이 주로 각국 외교장관들의 참석하에 개최되고 있는 것을 관찰하면서, ARF 회원국들의 국방분야 각료들이 참석하는 다자간 협의체의 새로운 창설을 구상하였다. 이같은 구상을 당시 싱가포르 정부가 적극 수용하면서, 2002년부터 제1회 아시아안보회의가 샹그리라 호텔에서 개최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중국 국방부도 대표단을 파견하기 시작하여,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샹그리라 대화는 매년 미국과 중국의 국방부 수장이 상호 협의를 나누는 무대가 되어 왔다. 국방장관급 인사 뿐만 아니라 2009년의 호주 케빈 러드(Kevin Rudd) 수상을 비롯하여, 2010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2014년 일본의 아베 신조(Shinzo Abe) 수상 등이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하는 등 샹그리라 대화는 각국 정상들도 빈번하게 찾는 아태지역 대표적인 트랙 1의 다자안보협의체로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5월 31일부터 개최된 제21회 샹그리라 대화에서도 본회의, 특별회의, 그리고 참가국간 양자 및 소다자간 회의 등이 3일 동안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첫날 본회의에서 필리핀의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였고, 둘째 날 본회의에서는 미국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III) 국방장관 및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국방상 겸 대통령 당선자의 단독 패널 등이 한국, 프랑스, 캄보디아, 일본, 카타르, 리투아니아 국방장관들의 참가 패널과 같이 개최되었다. 셋째 날 회의에서는 중국 동준(Dong Jun) 국방부장의 단독 패널이 개최되었고, 뉴질랜드, 타일랜드, 캐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패널들이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세션에서는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이 직접 참가하여 연설하기도 하였다. 그 밖에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해양경비대 수상들이 참가하는 해양안보 특별회의도 개최되었다. 본 회의장 내에는 200여 명 이상의 각국 안보전문가들이 운집하여 각국 국방장관들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기도 하였다. 각국 국방장관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모니터링하다보니,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체적인 안보지형이 파악되는 듯이 보였다. 미국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중국 등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이나 오커스 등의 태세를 구축하였고, 향후에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과의 해양안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첫날 기조연설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필리핀 대통령을 비롯하여 한국의 신원식 장관, 일본의 기하라 미노루(Minoru Kihara) 방위상, 뉴질랜드와 캐나다의 국방장관 등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같은 인식을 보였다. 특히 신원식 장관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여 한미간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갖고 대화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명언하였다.  최근 중국 국방부장에 취임한 동준 해군 제독은 둘째 날 패널 발표를 통해 최근 국제정세가 패권경쟁 및 강대국간 권력정치의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방어적 국방정책 하에 포괄적 협력안보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 기조에서 미국에 대해서도 교류와 협력을 추구하고 대립을 회피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대만은 중국의 핵심적 이익에 속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아태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자율성 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장의 발표에 대해서는 플로어에서 비판적 질문들이 제기되었다. 미국 카네기 연구소의 이정민 박사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이나 인권침해 등의 행동은 국방부장이 표명한 말과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의 공식적 입장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론하였다.  한편 인도네시아 수비안토 국방장관은 차기 대통령 당선자이기도 해서 단독 패널에서의 프리젠테이션 기회가 부여되었다. 그는 대화와 협력은 중요한 안보의 수단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러한 기조에서 인도네시아가 비동맹 정책을 견지하면서 주변국들과 양호한 관계를 구축할 것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대해서도 외교적 대화 추진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말레이시아 국방장관도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 국면에서 자신들은 특정 국가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싱가포르 국방장관도 대화가 중요한 안보정책임을 강조하면서, 싱가포르는 미국과 맺은 조약은 유지하지만,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 과정에서 2만 여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납치되었음을 밝히면서 상대적 약소국의 입장에서 강대국과 전쟁을 치루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였다. 그러면서 스위스에서 개최예정인 국제평화회의에서 각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플로어를 가득 채운 각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뜨거운 박수로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성원의 뜻을 밝히는 가운데, 샹그리라 대화가 역사적인 막을 내렸다.  ‘제2차 냉전시대’적 상황에서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갖는 의의 국제안보문제 연구자들은 크게 현실주의 성향과 자유주의 성향, 혹은 전통적 성향과 비전통적 성향의 연구자들로 대별된다. 현실주의 혹은 전통적 성향의 연구자들은 적대국들에 대응하여 자국의 군사력 증강이나 동맹 체결을 중요한 안보정책 수단으로 간주한다. 반면 자유주의적 혹은 비전통적 성향의 안보연구자들은 잠재적 적대국까지 포함한 다자적 제도의 형성과 규범 창출을 중요한 안보정책 수단으로 인식해 왔다.1)  이번에 필자가 참가한 NEACD와 샹그리라 대화 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는 특히 자유주의 혹은 비전통적 성향의 국제안보 연구자들이 공동안보 또는 협력안보 개념을 제기하면서 중시해온 안보정책의 수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다자적 안보협의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형성된 것은 미소 간의 냉전적 대립이 해소된 1990년대 이후의 일이다. 미소 냉전체제가 해체된 이후 아시아의 정치가들과 연구자들은 냉전기의 미소 대립 완화에 큰 역할을 하였던 유럽안보협력회의(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CSCE)와 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동아시아 및 아태지역에는 부재한 현실에 주목하였다. 냉전기에 유럽의 나토(NATO) 조약 소속 국가들과 바르샤바 조약(Warsaw Pact) 가맹 국가들이 함께 참가하여 상호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신뢰구축을 도모하였던 CSCE와 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도 설치되어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남북한 간의 상호 불신과 대립 가능성을 낮추고 신뢰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2)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1994년 아태지역 주요 국가들의 외교부처 장관들이 정례적으로 참가하는 아세안지역포럼(ARF)이 트랙 1의 다자간 안보협의체로 결성되었고, 같은 시기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트랙 1.5 레벨의 다자간 안보협의체로서 NEACD가 태동한 것이다. 그리고 2002년부터는 각국 국방 관련 장차관급 다자간 협의체로서 ‘샹그리라대화’가 발족되었다. 이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는 비슷한 시기에 가동되기 시작한 아세안+3 회의체, APEC, CSCAP 등과 더불어 탈냉전의 시대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각국들이 공동으로 참가하여 상호 정책방향과 인식을 공유하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상호협력을 도모하는 제도적 토대가 되어 왔다. 1990년대 초반, 미소 냉전체제의 와해와 더불어 전개된 탈냉전기의 시대에 영토와 역사, 지정학적 측면에서 대립의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던 역내 국가들이 그나마 상호 대립을 회피하고 안정된 질서를 형성하게 된 근저에는 이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들의 존재와 역할이 어느 정도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 국면이 전개되고, 특히 2014년의 크림 반도 침공과 2022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 간에도 군사적 대립이 노정되면서, 국제질서가 제2차 냉전의 구도로 긴장 국면을 재조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3) 이같은 제2차 냉전시대적 상황 하에서 개별 국가들은 잠재적 적대국들을 포함한 다자안보협의체에서의 대화보다는, 직접적 군사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나 유사입장국가(like-minded countries)들과의 네트워크 확대를 안보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선택하게 된다. 이같은 안보정책 선택이 불가피한 점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제공할 수 있는 안보정책적 효과를 도외시해선 안될 것이다.  제2차 냉전시대적 상황에서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에서는 이번의 NEACD 회의나 샹그리라 대화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전략적 경쟁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에 전략적 상황에 대한 이견도 노출되고, 여타 국가들도 불가피하게 선택을 강요당하는 국면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적대국들과도 상호 대화를 지속하고 협력의 채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안보상황의 파국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잠재적 적대국들이 이같은 다자간 안보협의체 참가 없이 상호 고립으로 치닫고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이 안보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4)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은 국제정세의 불안정화, 그리고 북한의 핵전략 증대와 공세적 전략 노골화 속에서도 다자간 안보협의체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지속할 필요가 있고, 북한 등의 참가를 인내심 있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가 추구해야 할 다자간 안보대화 전략 한국도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갖는 안보적, 외교적 의의에 대해 인식하면서, 타국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적극 참가해 왔을 뿐 아니라, 우리 나름의 다자간 안보협의체 플렛폼도 구축해 왔다. 2001년부터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고 있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그리고 2012년부터 국방부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는 서울안보대화(SDD)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샹그리라 대화 등이 국제안정의 중재자로서 싱가포르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듯이, 한반도 및 인태지역 평화와 안정의 주도국가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필자가 NEACD나 샹그리라 대화에 직접 참여한 소감을 바탕으로 볼 때, 이러한 플랫폼들이 지역 안보의 공공재로써 보다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려 사항들이 필요할 듯 하다. 첫째, 한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이 어떠한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가에 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논리의 틀이 필요하다. NEACD나 샹그리라대화에서 접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발표는, 타국의 공감을 얻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비교적 일관된 논리체계에 입각해 있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패권을 추구하고 있지 않고, 대외적으로 평화공존의 원칙을 지향하지만, 핵심 이익은 견지할 것이라고 하는 메시지가 도쿄에서나 싱가포르에서나 일관되게 발신되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도 수년 전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 현지 당국자들로부터 들었던 설명이나, 이번 샹그리라 대화에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행한 프리젠테이션이 비교적 일관된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미중 전략적 경쟁 국면에서 자신들은 어느 한편에 가담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통해 주변국들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한다고 하는 외교정책적 입장이 수미일관되게 표명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우리의 경우에는 정권의 변화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안보나 외교정책에 대한 설명이 일관성을 갖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예컨대 올해 샹그리라대화에서 신원식 국방장관의 프리젠테이션은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으나, 이전 정부의 시기에는 동맹국 미국과의 차이점도 적지 않게 드러난 바가 있었다고 전해진다.5) 따라서 글로벌 중추국가 위상을 가진 한국의 외교와 안보정책이 정권의 변화에 무관하게 대외적으로 일관성 있는 원칙 하에 추진되고 있음을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노력이 경주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자간 안보협의체에의 적극 참가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우리의 대외정책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책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외교와 국방당국, 나아가 대통령실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올해 NEACD 회의의 경우 일본은 외무성과 방위성이 적극 참가했을 뿐 아니라, 오찬과 만찬을 준비해 주었다. 샹그리라대화의 경우에 싱가포르 국방장관 뿐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참가자들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우리의 경우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인지, 정책당국에 따라 참가가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한 만큼 부처를 가리지 않고 국제회의에서의 발신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5년 샹그리라 대화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한국의 안보 및 국방정책을 각국 주요 각료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이 최근 수년 동안 NEACD나 ARF 국방대 총장회의 등 역내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사실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사례에서 보듯, 개별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고립될 경우, 예측 곤란한 대외정책을 선택할 위험성이 적지 않다. 공세적 대외정책을 전개하는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국제무대와 다자간 회의체제에 유도하려는 다각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내에서 개최되는 제주 포럼과 서울안보대화가 여타 다자안보협의체 이상으로 한국 외교안보정책 추진에 중요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정부나 지자체가 공동으로 인식해야 한다. 체제나 이념을 달리하는 국가들에게도 폭넓게 문호를 개방하고, 상호 추진하는 정책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회의의 의제 설정이나 진행 방식 등에서 우리의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려는 다각적인 접근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  1) 이신화, “비전통안보와 동북아 지역협력,” 『한국정치학회보』 제42집 2호 (2008), pp. 411-434 참조. 山本吉宣,「地域統合理論と東アジア共同体」毛里和子 編『東アジア共同体の構築1:新たな地域形成』(岩波書店,2007)도 참조. 2) 이에 관한 당시 한국 연구로는 홍규덕,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관련국들의 전략과 대응책”,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한국전략문제연구소, 1994), 일본 연구로는 西原正「アジア․太平洋地域と多國間安全保障協力の椊組み:ASEAN地域フォーラムを中心に」 『國際問題』 415 (1994) 참조. 3)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음 논문들 참조. “미중간 전략적 경쟁과 한반도 주변지역 군사분쟁 전망,” 『국가전략』 제28권 1호 (2022), pp. 33-5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 안보질서에의 영향: 제2차 냉전시대의 서막,” 『원광 군사논단』 제17호 (2022). 4) 그런 점에서 북한이 NEACD 등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에서 이탈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박영준, “남북 무합의 시대의 안보전략”. 『세계일보』 2024년 6월 9일,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609507476. 5) 정은숙 박사는 2019년 샹그리라 대화에서 한국 국방장관이 북한 핵문제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아, 미국의 그것과 차이를 드러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은숙, “제18차 샹그릴라대화: 미중 갈등과 아시아 안보,” 『정세와 정책』 2019년 제9호 (2019년 6월 18일).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현재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겸 부설 국가안보문제연구소 소장. 일본 도쿄대학에서 박사 학위 취득 이후 국방대학교 교수에 임용되어 국가안보론, 일본군사론, 동북아 국제관계, 전쟁과 평화 등의 주제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해 왔고, 미국 하버드대학의 Progam on US-Japan Relations의 방문학자로서 미일동맹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했다. 박사논문을 번역한 『해군의 탄생과 근대 일본』 (2014)을 포함해 『제3의 일본』 (2008), 『한국 국가안보전략의 전개와 과제』 (2017), 『제국 일본의 전쟁, 1868-1945』 (2021) 등의 단독저서와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하였다. 매일경제, 중앙선데이,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세계일보, 문화일보 등에 국제안보관련 칼럼을 집필해 왔으며, 대통령실 국가안보회의, 외교부, 국방부의 정책자문위원, 통일부의 통일미래기획위원,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JPI PeaceNet]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일호 국방협력의 동향과 시사점
    저자
    이수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발간호
    2024-05
    [기획자 註] 본고는 지난 5월 2일,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제13회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의 주요 내용과 의의를 살펴봄으로써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추구하고 있는 격자형(lattice-like) 안보 아키텍처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 등 3국간 국방협력의 역할과 동향을 파악함으로써, 이러한 흐름과 변화가 한국의 국방안보 전략에 어떠한 함의를 지니는지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제언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1. 서론 지난 5월 2일 미국 하와이에서 제13회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었다. 이 회담은 국내 뉴스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첫째, 미일호 협력은 미국이 최근 추구하고 있는 격자형(lattice-like) 안보 아키텍처에서, 한미일 협력에 이은 새로운 격자이다.1)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의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협력에 있어 일본은 ‘상수’라고 공식화했다. 또한 미일호 3국 국방장관은 “미일호 국방협력은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둘째, 이번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은 미국과 일본 간 ‘국방통합’을 예고한 미일 정상회담 이후 개최되었다. 그래서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지난 2년과 비교해 3국간 국방협력에 관한 실질적인 진전계획을 담고 있다. 셋째, 미일호 국방장관은 필리핀 국방장관과 함께 제2회 미일호필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면서, 남중국해에서의 4자 국방협력 심화 방침을 선언하였다. 이들은 4월 7일 필리핀 EEZ에서 4개국이 처음으로 실시한 실전적인 연합연습(‘Maritime Cooperation Activity’)에 주목하면서, 국방협력을 위한 정보공유 및 조율 절차를 발전하기로 하였다.2)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된 이 글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내용과 함의를 고찰한다. 둘째,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일호 국방협력의 역할과 동향을 이해한다. 글은 다음 순서로 전개된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 개념이 제기된 배경과 작동원리를 설명한다. 이어 2024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 결과에 비추어 3자 국방협력의 동향을 검토한다. 그리고 향후 주목해야 할 3자 국방협력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국방정책에 참고해야 할 시사점을 도출한다.  2.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목적과 등장 배경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기반한 지난 70여년 간의 지역 안보 아키텍처를 변환하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인태 지역의 전략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양자 동맹체제(hub-and-spoke system)가 조정의 대상이다.3)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기존의 양자 동맹을 현대화하고, 각기 특별한 목적을 가진 소다자협력체를 만들고 엮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소다자협력체는 참여국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형성되며, 형성과 운영에 있어 유연하다.4)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각 구성요소는 “강하고, 회복력을 갖추고 있으며, 상호강화적인 관계로 협력”하는 것을 상정한다. 대수학에 기원을 둔 ‘격자형’이라는 개념은 상호보완을 통한 우선순위의 구조, (이를 통한) 조합의 최적화, 규칙적인 연결성과 배열성, (이를 통한) 구조적 완결성과 기능의 향상을 추구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5 (파이브 아이즈), 4 (쿼드), 3 (오커스), 2 (양자동맹)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규정한 바 있는데, 미국으로서는 이들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핵심이다.5)  미국이 이러한 변화를 도모하는 일차적 목적은 ‘민주주의’가 인간안보와 세계안보를 위한 보다 유능한 체제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있다.6) 즉, 미국은 자국의 우세(primacy)를 유지할 수 있는, ‘현대화된’ 규칙 기반의 질서를 형성하고 지탱하고자 한다.7)  이러한 개념을 국가안보전략에 도입한 이는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이다. 그는 2021년 11월 호주 Lowy 연구소와 가진 화상강연에서 격자형(“latticework”) 안보 구상을 처음으로 언급하였다. 이 개념은 이후 백악관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2022년 2월),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2022년 10월)을 통해 공식화되었다.8)  바이든 행정부가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 개념을 도입한 배경은 전략환경 인식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향후 ‘결정적 10년’ 동안, 미국의 리더십 재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도전으로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 의한 국제질서 변경 도전’과 ‘초국가적 위협’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9)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이러한 양대 전략적 도전에 대응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증진하는 접근법으로 제시되었다. 구체적으로 첫째, 바이든 행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권위주의 국가를 비롯한 모든 국가와 협력하는 한편, “민주주의 국가, 그리고 유사입장국(like-minded states)과 협력을 심화”하겠다고 선언하였다.10) 그러므로 격자형 안보협력의 구성국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고, 정치 체제에 관계없이 미국과 뜻을 함께하는 국가이다.  둘째,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인태 지역의 역내외에서 “연결성을 형성하고”, “집합적 역량을 키우고”, “집합적 힘을 모아서 행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부연하면 격자형 안보협력은 집단적 행동을 전제로 하며, 주된 공간적 범위는 지정학적 중심지인 인태 지역이다. 참여 국가는 인태 지역의 동맹국과 뜻을 함께하는 국가는 물론, 유럽연합/NATO 회원국도 포함한다.11)  셋째,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과 국제기구, 그리고 규칙을 ‘현대화(update)’해야 할 필요성을 반영한다.12) 즉, 바이든 행정부는 “전 영역(all-domain)에서의, 또는 어떠한 형태의 침략도 격퇴”하고, 강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동맹의 능력을 현대화하여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를 달성하고자 한다.13) 여기서 추론할 수 있는 가정은 통합억제는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가 목적대로 작동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이다.  3.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와 통합억제 그렇다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각 구성요소는 어떻게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통합억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 또한 상호강화적인(mutually reinforcing) 협력은 어떠한 논리로 가능하며, 어떻게 구현되는가?  동맹 능력 현대화와 관련하여, 바이든 행정부는 “통합되고, (상황에 맞는) 기동력을 갖추고(maneuverable), 상호운용 가능한(interoperable)” 능력을 형성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14) 이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은 △ 동맹국과 첨단기술 및 방위산업 기반을 연결하고, △ 핵심기술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생산하고 수출하며, △ 국방기획의 매 단계에 동맹국을 참여시키는 것이다.15) 상호운용성 제고를 위한 연합연습과 정보·첩보 공유는 이러한 국방협력 체계에 자연히 뒤따른다.  아키텍처의 구성요소들 간 상호강화적인 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호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과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확대하는 미국의 관여가 요구된다. 다시 말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양자 동맹체제에 기반한 기존의 안보 아키텍처에 비해, 국익을 보호하고 보다 많은 공동선(common good)을 창출할 수 있는 미국의 유능한 리더십을 요구한다.16)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능력의 현대화와 더불어, 현상변경적(revisionist) 강대국의 경제적 강압을 차단할 수 있도록 동맹국 간 국방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첨단기술 공동개발·이전, 분업 생산 및 조기양산은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에 직결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방법은 상호강화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이익분배금이 되는 셈이다.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는 공공재 영역(사이버, 우주, 해양)에서 신기술 사용 규칙을 만들 것을 선도하여 국가주권을 보호하고, 유사시에는 신기술을 적시에 전장에 배치할 것을 약속한다.17) 이에 대해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다른 국가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을 강하고 보다 안전하게 만든다”면서 미국의 입장에서 상호이익의 함의를 부연한 바 있다.18)  다만, 이러한 공약은 미국의 동원가능한 국내 자원에 비해 국제적 평판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요구된다. 따라서 미국이 의도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참여국들 간 역할분담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전략적 가치와 능력의 측면에서) 참여국들의 ‘상호보완적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19) 또한 지역국가가 역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동안 그러한 역할을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공약한다.20) 그 구체적인 결과는 2024년 4월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타났다.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전략적 수준에서 국방기획을 일체화할 것과 지휘통제 및 작전능력을 통합할 것을 선언하고, 일본의 무기 수출 및 반격능력 확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였다. 지난 5월의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은 이러한 맥락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눈여겨봐야 한다.  4.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일호 국방협력의 역할과 동향 그렇다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에서 미일호 국방협력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아키텍처를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우세를 유지하기 위한, 미일호 국방협력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단서는 ‘격자형 동맹’ 협력이라는 개념을 학계에 처음으로 도입한 Heignbotham과 Samuels의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호주가 2016년에 프랑스 잠수함 구매 결정 계획을 발표하자 미국이 아시아 지역내 양자동맹체제를 격자형 동맹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당시 이러한 형태로 아시아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21) 이후 나타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모습은 이들의 정책제언과 상당 부분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잘 들어맞는 격자가 미일호 국방협력이다. 첫째, 미일호 국방협력은 아키텍처의 취지와 같이, 미국이 동맹국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동맹국이 서로 작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22) 그러므로 미일호 국방협력은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로의 진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첨단기술 및 방위산업 기반을 연결하는 미일호 방산협력은 경제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인태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23) 이를 방증하듯, 미국은 2024년 국방수권법을 통해 호주를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에서 규정하는 ‘국내기업(domestic source)’으로 지정하였고, 일본과는 2023년에 공급안보협정(Security of Supply Arrangement, SOSA)을 체결하였다. 일본과 호주는 다양한 사회·경제·군사적 파급효과를 가진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여, 국력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24)  셋째, 서태평양 전구를 방어하는 데 있어 미일호 국방협력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은 1도련선과 2도련선, 호주는 2도련선과 3도련선에 걸쳐있다. 미국으로서는 2도련선의 괌, 3도련선의 하와이를 방어해야 하는 사활적인 국익이 달려 있다. 미국이 미드웨이 해전(1942년)에서 판세를 뒤집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미국에 있어 일본과 호주는 전략적 종심을 형성하는 요체이다.25)  여기서 특기할 키워드가 ‘군도방위(Archipelagic Defense)’라는 작전개념이다. 2023년 8월, 미 합참은 향후 30년의 전략환경을 반영한 합동전투개념 3.0 (JP-1)을 발표했다.26) 2024년 5월 현재까지 동 작전개념은 전투실험 단계에 있다.27) 이 합동전투개념의 발전 과정에 혁신적인 기여를 한 연구가 바로 미국 국방부 총괄평가국이 수행한 군도방위 프로젝트이다. 미국 국방장관에 대한 자문기구인 총괄평가국(Office of Net Assessment)은 서태평양 전구 자체를 방어하는 합동작전개념이 없다는 국방장관의 지적에 따라, 2014년부터 대만 방어를 포함한 서태평양에서의 합동작전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기 연구결과를 발표한 2015년부터 일본 정부의 큰 반향을 얻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군도방위 개념은 중국이 침략할 경우, 일본과 호주는 즉각적으로 미국과 함께 싸울 수 있는 동맹이라 가정한다.28)  군도방위는 중국을 상대로, 1도련선을 따라 동맹국 및 우방국들이 방어가 가능한 군사력 균형을 달성할 것을 요구한다. 억제가 실패하면, 침략을 격퇴하고 전쟁을 단기에 종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1도련선 깊숙이 전개하여 후속전투에 유리한 작전환경을 조성하는 지상전력(육군, 해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동형 중장거리 미사일과 단거리 이륙/수직착륙(STOVL) 항공기로 무장한 지상군은 중국의 타격체계와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중국의 전력투사를 제약한다. 해군은 수상과 공중의 원거리에서 화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생존성 확보를 위해 유무인체계로 겹겹이 분산 전개하여 1도련선을 따라 방어선을 공고히 한다. 일본과 괌에서 출격한 공중전력은 제공권을 확보하고, 중국의 전략적 종심 확보를 저지한다.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내용을 근거로, 2024년 국방장관회담의 공동성명 내용을 △ 전력태세 발전과 △ 능력 현대화로 범주화할 수 있다. 그리고 전력태세 발전을 위한 3자 국방협력의 주안점은 다시 △ 연합연습, △ 자산보호임무(Asset Protection Mission, APM), △ 3자훈련, △ 조율, △ 파트너십 관여로 세분화할 수 있다. 능력 현대화를 위한 국방협력의 내용은 △ 다영역작전 능력 발전, △ 연구개발 및 시험평가(RDT&E)로 나눌 수 있다.  전력태세 발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군도방위 작전개념이 제언한 바와 같이, 일본·호주와 함께 전방 기반의 순환형 분산태세(forward-based and rotational distributed force posture)를 구축하여 전투개념을 실험하고 있다.29) 미일호는 4개 클러스터에 걸쳐 분산태세를 훈련하고 있는데, 한국을 포함한 일본 클러스터, 필리핀 클러스터, 괌을 비롯한 미크로네시아 클러스터, 호주 클러스터가 그것이다.30)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2024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의 결과를 검토하기로 한다. 먼저 2022~2024년 기간 동안 미일호 국방장관회담 결과의 진전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1. 미일호 국방협력의 진전 (2022~2024)] 연합연습과 관련, 미일호는 2023년부터 호주 북부에서 고강도 첨단 재래식 복합분쟁(complex and high-end conflict)에 대비한 연습(Southern Jackaroo)을 지속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2012년부터 호주 북부의 다윈(Darwin)에 순환배치하고 있는 미 해병대, 일본 육상자위대, 호주 육군이 참여한다. 미국과 호주는 공동투자 방식으로 2021년부터 호주 북부의 4개 구역에 사거리 실험시설(Ranges Upgrades), 훈련시설, 항공시설, 전투지원/유지보수시설 등을 대규모로 건설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사거리 실험시설에서는 새로운 중장거리 무기체계의 사거리를 시뮬레이션하고 실전훈련을 실시한다. 훈련시설에서는 시가전 훈련을 비롯하여 하이브리드전 대비태세를 강화한다. 호주 북부에서는 5,000km 이상의 원거리(중국이 개발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DF-27의 사정거리)에 위치한 일본/필리핀 클러스터에 다영역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31) 동시에 호주/미크로네시아 클러스터에 신속하게 대규모로 전방전개할 수 있다.  자산보호임무(APM)의 경우, 미일호 국방장관은 자산보호임무를 정례화하기로 하였다. 일본자위대는 2017년에는 미군, 2021년에는 호주군에 각각 자산보호임무를 시작했다. 이후 미일호는 2022년에 처음으로 3자훈련을 실시하였고, 이번 회의에서 자산보호임무를 3자 국방협력 임무로 규정한 것이다. 자산보호임무는 2015년 미일 신방위협력지침과 자위대법 제95조 2항에 근거한다.32) 이에 따라 일본자위대는 미국과 호주가 일본 방위에 기여하는, 즉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하는 활동을 할 때 생명 보호 및 무기 방호를 목적으로 제한적인 선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단, 미군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실제 전투지역에서의 활동은 제외된다. 자위대법 제95조 2항이 규정하는 ‘일본 방위에 기여하는 활동’은 △ 탄도 미사일 경보를 포함한 정보·감시·정찰(ISR) 활동, △ 수송 및 보급 활동, △ 연합/합동훈련 등이다.33) 방위성은 자산보호임무 결과를 공시하게 되어 있는데, 2021년의 경우 22회(미군 대상 21회, 호주군 대상 1회), 2023년에는 27회(미군 대상 22회, 호주군 대상 5회)를 실시하였다.  한편, 미일호 국방장관은 향후 우방국과 남중국해를 통과(transit)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일호는 지난 4~5월, 중국의 해상·공중 순찰(빈도와 강압의 수준 증가)에 대응하여 필리핀 EEZ에서 선박 폭침, 섬 탈환 등을 포함한 실전적인 연합연습(발리카탄 연습, Exercise Balikatan)을 실시하였다. 올해 발리카탄 연습의 경우, 한국 등 14개국이 옵저버로 참여한 가운데, 총 16,700명이 참여하였다.  3자훈련과 관련, 미일호는 상호접근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 RAA)을 활용하여 2025-2026년간 ‘모든’ 국가에서 F-35 합동타격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동맹국의 능력을 통합한 대규모 편대를 분산전개하여 신속 대응하고, 생존성을 확보하는 미 공군의 신속전투준비배치(Agile Combat Employment, ACE) 작전개념을 실험하는 것이다. 그간 일본과 호주는 2023년 8월 발효된 상호접근협정에 근거해 처음으로 각국의 F-35를 상대국에 상호배치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다. 일본과 호주는 일본에서 진행한 Exercise Bushido Guardian에서 능력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의 매 단계에서 전술·테크닉·절차(TTPs)를 숙달하였다. 이후 일본은 2023년에 처음으로 호주에서 대공/대함 미사일을 발사하였고, 미일호는 호주 북부의 장거리 무기체계 시험 훈련장에서 진전을 보았다. 한편, 호주는 2025년까지 75대의 F-35를 전력화할 계획이고, 일본은 F-35A에 탑재하는 합동타격미사일(JSM)을 2025년까지 전력화하여 스탠드오프 방위능력을 증강하게 된다.34) 이러한 미일호 F-35 합동타격 훈련은 3국간 능력통합은 물론, 급유·상호군수·정비 등을 포함한 F-35 공급망 생태계를 예고한다.  조율과 관련, 미일호 국방장관은 3자 정보공유를 가속화하고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정보감시정찰(ISR) 협력의 복잡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ISR의 복잡성을 형성하는 전 단계(데이터 수집–실시간 융합–분석–안전한 네트워크를 통한 전파–작전에의 통합)에서의 협력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3년 11월 미일호는 일본의 공해역에서 각국의 대잠초계기를 이용한 ISR 공조 훈련을 실시하였다. ISR 협력 고도화는 궁극적으로 신속한 지휘통제(C2)를 위한 것이다. 미일호 국방장관은 지휘소연습(command post exercise)인 킨 엣지(Keen Edge)에 호주의 참여를 환영하면서, 작전공조 협력을 발전시키기로 하였다.  파트너십과 관련, 지난 3년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 결과는 3국이 관여하는 국가의 우선순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략환경의 변화(중국-솔로몬 제도 안보협정,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와 지역 국가와의 협력의 진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의 경우, 파트너십 관여 순서는 [유럽–유사입장국-동맹] 순이었고 2023년에는 [‘아세안–태평양도서국(이하 태도국)’–유럽–유사입장국–동맹] 순이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아세안–태도국–유럽–‘인도–한국’–유사입장국–동맹] 순으로 관여 순서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다영역작전 능력 발전 및 연구개발의 경우, 미일호는 중국에 대한 우위 영역으로 통합대공미사일방어(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IAMD), ISR, 해저전 능력 발전을 강조해왔다. 2024년 들어서는 통합대공미사일방어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은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인태 지역의 통합대공미사일 방어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필요성은 ‘홍해 사태’를 계기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35) 미일호는 2027년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에서 처음으로 합동/연합 실사격 연습을 실시할 계획이다.  호주 정부가 2023년 「국방전략검토(DSR)」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호주는 통합대공미사일방어 체계와 능력 개발이 긴요하다. 이에 따라 2024년 5월 미일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체(GPI)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미일호는 오커스 필러 2(AUKUS Pillar 2)를 통한 통합대공미사일방어 능력 개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일호의 ISR 작전공조 및 지휘통제 협력 노선에 따라 우주 기반의 미사일 조기 경보, 탐지 및 추적을 위한 연구개발 협력과 훈련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호주는 물론, 영국 정부는 일본의 오커스 필러 2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36)  5. 한국 국방에의 시사점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전략서(National Defense Strategy, NDS)」는 미군 증원 전력이 뒷받침하더라도 ‘한국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우선 요구한다. 또한 미국의 싱크탱크 보고서는 역내 위기 시 한국이 한반도 방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만 또는 남중국해에서 무력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에 기대되는 역할은 한반도 근역으로 제한적이다. 이는 북한이 동시에 전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 때문인데, 양면전쟁(two-front war)은 미국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다.37)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국방은 ‘연합방위 주도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인태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상호보완적 기여’를 창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4개의 클러스터(일본, 필리핀, 호주, 미크로네시아)에서 전개되는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협력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 클러스터에서의 사태 전개와 안정성은 다른 클러스터의 그것에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일호 국방협력의 키워드에 착안하여 한국 국방에의 시사점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합대공미사일방어(IAMD)이다. 우리 국방당국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 따라, 한국형 3축체계 운용개념과 작전수행체계를 발전 중이다.38) 신규전력을 전력화할 때까지 작전수행체계의 전 단계에서 역량구축과 상호운용성 제고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군은 지역국가와 함께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가 운영하는 태평양 통합대공미사일방어센터(PIC)에서 교육교류 협력을 하고 있으며, 실전적인 연합연습인 탈리스만 세이버와 림팩(RIMPAC)에 참여하고 있다.39) 한편 조기경보 및 정보공유와 관련하여, 한미일 협력에서 우주가 새로운 의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주한미군 우주군을 모델로 주일미군 우주군 창설을 준비 중이다.  둘째, 지휘통제 협력이다. 일본의 통합작전사령부 설치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합동군본부(Joint Force Headquarters, JFHQ) 창설(예정)을 계기로, 인태 전구에서 미일호 간 전영역 지휘통제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40) 미일호 지휘통제 협력의 동향과 전략적 함의, 필리핀을 비롯한 지역국가들의 협력 수준과 범위를 주시해야겠다.  셋째, 정보보안을 강조하는 인도태평양 미션 네트워크(USINDOPACOM Mission Network, IMM)이다. 지휘소 연습인 킨 엣지(Keen Edge Exercise)에서 미일호는 제로 트러스트 보안 네트워크를 시험하였다. 미국 국방부는 2027년까지 네트워크 모델을 개발하고, 동맹국 참여 범위를 확대하여 전력에 통합하고, 림팩(RIMPAC)과 같은 연합훈련에 적용할 계획이다.41)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서 추진하는 우리 군의 합동 전영역지휘통제(JADC2) 체계42)와 미국이 제로 트러스트 기반으로 동맹국과 운용하고자 하는 Combined JADC2 간 상호운용성이 요구된다.43)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요구하는 IMM은 방산협력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IMM의 확장성을 유의깊게 관찰해야겠다.  넷째, 자산보호임무(APM)이다. 자위대의 자산보호임무는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경보, 일본의 반격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2024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에서 미측은 일본의 반격능력 도입 진전에 주목하면서, 일본이 능력을 도입하면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미일 협력에서 정보공유와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섯째, 상호접근협정(RAA)이다. 상호접근협정은 전진 기반의 분산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근거로 쓰이고 있다. 향후 상호접근협정이 국방협력의 클럽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상호접근협정이 가진 기회와 위험 양가적인 함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태도국에 대한 기여이다. 2024년 미일호 국방장관회담 공동성명에서 파트너십 관여 국가로 한국을 직접 언급한 만큼, 한국은 태도국에 대한 안보 기여 요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 태도국에 대한 기여를 공약하였다. 운용 가능한 해군전력을 고려하면, 대양주 항로에서의 해양안보 협력은 제약이 있다. 한편 특기할 사실은 태도국에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발생한 지뢰·불발탄이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미일호 국방장관은 태도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발탄 제거 지원을 발표했는데, 미국이 거의 전담하고 있다. 한국은 다년간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를 통해 강점을 가진 지뢰·불발탄 제거, 해양쓰레기 제거, 군·경찰을 대상으로 한 폭발물 제거(EOD) 교육훈련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 1) 후술할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의 내용에 비추어볼 때 또 다른 잠재적인 격자는 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된 ‘한국-미국-인도’ 3자협력이다. 2024년 3월 12일 한국·미국·인도 정부는 서울에서 한미인 핵심신흥기술대화를 개최하였다. 2) 연합지휘통제(C2) 일체화 수준은 분리(deconflicted)-조율(coordinated)-통합(integrated)-통일(unified)로 심화된다. 3) 정태적이고 조직화된 형태를 가리키는 체계(system)와 달리, 아키텍처는 외부환경-구성요소-구성요소 간 관계-작동원리 등의 역학관계를 반영하는 동태적인 개념이다. 4) Lowy Institute, “2021 Lowy Lecture — Jake Sullivan, US National Security Adviser,” November 11, 2021, https://www.lowyinstitute.org/news-and-media/multimedia/video/2021-lowy-lecture-jake-sullivan-us-national-security-adviser. 5) “US trying to create Asian NATO with Blocs to 'suppress' China: FM Wang Yi,” Business Standard, March 7, 2022, https://www.business-standard.com/article/international/us-trying-to-create-asian-nato-with-blocs-to-suppress-china-fm-wang-yi-122030701343_1.html. 6) Jake Sul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Foreign Affairs, October 24, 2023,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sources-american-power-biden-jake-sullivan;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ctober, 2022), p. 12. 7)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17; p. 32. 8)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Foreign Affairs 기고문(2023년 10월)에서 “latticework of cooperation”, 그리고 미일 정상회의 사전 브리핑(2024년 4월)에서는 “multilateral lattice-like strategic architecture”을 언급하였다. 또한 램 임마뉴엘(Rahm Emanuel) 주일 미국대사는 미일 정상회담 이후 “lattice-like structure”를, 그리고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연설(2024년 6월)에서 “a new convergence quite different from hub-and-spokes model”를 언급하는 등, 격자형 개념은 미국이 추구하는 협력의 방식·국제 구도·아키텍처 등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이 개념은 바이든 행정부의 설명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용어로 자리 잡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근미래에 인-태 지역에서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가 등장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아키텍처로 개념화하고자 한다.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경우, 호주 총리와의 대담에서 AUKUS에 대한 공식적인 찬성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후보의 정책공약집으로 알려진 「Project 2025」는 대중억제를 위한 공세적인 외교를 주문하고 있으며, ‘QUAD 플러스’, ‘Five Eyes 플러스’를 예고한다. 또한 트럼프 캠프의 백악관 안보보좌관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는 그의 저서 The Strategy of Denial (2021)에서 “반패권연합은 일부 양자 및 소다자동맹을 포함하는 한편, 비공식적이거나 준공식적인 연합”으로 운용할 것을 제언한다. 9)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p. 6-10. 10)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12; Sul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2023). 11)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17; The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United States (February, 2022), pp. 9-10. 12) Sul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2023). 13) 통합억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현상변경 도발과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개념이다. 통합억제를 구현하는 방법은 △ 전 전장영역(domain), △ 지역전구(theater), △ 분쟁의 전 스펙트럼, △ 미국 국력의 제 요소, △ 동맹과 우방국(능력·태세·대외정책)에 걸쳐, 국가와 상황 맞춤별로 요구되는 능력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p. 20-22; The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United States (2022), p. 12; U.S. Department of Defense, National Defense Strategy (October, 2022), p. 1. 14)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격자형 안보협력은 서로 다른 구조와 내용의 조합이라고 비유한다. 이렇게 보면,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수행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능력을 갖춘 상호호환 가능한 단위체들이 레고 블록처럼 상황과 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조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15)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p. 20-21; The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United States (2022), p. 13. 16) Sul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2023). 17)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p. 21; p. 33. 18) US Department of Defense, “Speech: 'The New Convergence in the Indo-Pacific': Remarks by Secretary of Defense Lloyd J. Austin III at the 2024 Shangri-La Dialogue, June 1, 2024, https://www.defense.gov/News/Speeches/Speech/Article/3793580/the-new-convergence-in-the-indo-pacific-remarks-by-secretary-of-defense-lloyd-j/. 19) US Department of Defense, National Defense Strategy (2022). p. 2. 20) The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United States (2022), p. 9. 21) Eric Heginbotham and Richard J. Samuels, “Poor Substitute,” Foreign Affairs, May 3, 2016,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australia/2016-05-03/poor-substitute; “What's next? Challenges ahead for President Biden,” MIT Center for International Studies Magazine (Fall, 2021), https://cis.mit.edu/publications/magazine/what-next-challenges-ahead-president-biden. 22) Heginbotham and Samuels, “Poor Substitute” (2016). 미국은 2022년 10월 국방전략서(NDS)를 발간했고, 곧이어 일본은 12월에 국가방위전략을 발표했다. 호주는 2023년 4과 2024년 4월에 국가 국방전략 검토서와 국방전략서를 각각 발표했다. 3국은 공통적으로 국방전략서에서 통합억제를 주요하게 다룬다. 23) Heginbotham and Samuels, “Poor Substitute” (2016); Michael J. Green, “Multipolarity in the Indo-Pacific: Lessons for Australia from the Past and Present” United States Studies Centre, February 29. 2024, https://www.ussc.edu.au/multipolarity-in-the-indo-pacific-lessons-for-australia-from-the-past-and-present. 24) Australian Government, “US Congress progresses AUKUS,” December 18, 2023, https://www.minister.defence.gov.au/statements/2023-12-18/us-congress-progresses-aukus.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의 구체적인 예는 고용 창출, 소득 증가, 수출 증가, 물류연계 가속화를 통한 연계산업 발전 및 교역 증가, 기술혁신을 통한 성장기반 확충 등이다. 25) 오커스 결성에 관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결정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오커스 결성을 이해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오커스 결심에 대해서는 Lowy Institute, “2021 Lowy Lecture — Jake Sullivan” (2021)를 참고. 26) 기밀로 분류된 합동전투개념 3.0(JP-1)은 정보우위, 지휘통제, 합동화력, 경쟁적 군수, 사이버영역과 우주영역을 통한 확장기동(expanded maneveur)을 전투 필수요소로 담고 있다. 27) “DoD’s Warfighting Concept with the Vice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May 1, 2024, https://www.csis.org/events/dods-warfighting-concept. 28) Andrew F. Krepinevich Jr., Archpelagic Defense 2.0 (Hudson Institute, September 14, 2023), p. 73. https://www.hudson.org/archipelagic-defense-2-taiwan-china-japan-australia-deterrence-us-navy-andrew-krepinevich-jr. 29) Statement of Admiral John C. John C. Aquilino, U.S, Navy Commander, U.S. INDOPACOM Command, “U.S. Indo-Pacific Command Posture,” March 20, 2024, https://armedservices.house.gov/sites/republicans.armedservices.house.gov/files/2023%20INDOPACOM%20Statement%20for%20the%20Record.pdf. 30) 4개 클러스터를 설정한 논리에 대해서는 엘브리지 콜비의 논의를 참조할 수 있다. Elbridge A. Colby 지음, 오준혁 옮김 「거부전략」 (서울: 박영사, 2023), pp. 285-286. 31) Josh Rogin, “The most Shocking Intel Leak reveals new Chinese Military Advances,” The Washington Post, April 13, 2023,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3/04/13/china-hypersonic-missile-intelligence-leak/. 32)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에 앞서 ‘해석 개헌(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유 및 행사)’을 적용한 셈이다. 김숙현 외, 「[INSS 국가행동분석-일본] ‘행동하는 국가’ 일본의 전략구상과 실천」(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2년 8월), p. 6. 33) 일본 방위에 기여하는 활동인지, 자위대의 자산 보호가 필요한지 여부는 일본 정부가 판단한다. Japan Minstry of Defense, Defense of Japan 2019 (September 2019), https://www.mod.go.jp/en/publ/w_paper/wp2019/pdf/DOJ2019_Full.pdf, p. 265-267; 세계법제정보센터, “자위대법,” https://world.moleg.go.kr/web/wli/lgslInfoReadPage.do?CTS_SEQ=51064&AST_SEQ=157&nationReadYn=Y&ETC=5&searchNtnl=JP. 34) 일본은 총 147대의 F-35(항공모함 탑재가능한 STOVL F-35A 42대, F-35B 42대 포함) 구매계획을 신청하고 미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35) ‘홍해 사태’는 지난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예멘의 후티(Houthi) 반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홍해 지역의 위기가 고조된 것을 지칭한다. 함대공 미사일 SM-2로 무장한 미국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카니호(USS Carney)는 군집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섞어 발사하는 후티 반군을 상대로 6개월간 51차례 교전하였다. 미 해군성에 따르면, 이러한 교전 수준은 제2차 세계대전에 버금간다. US Navy, “USS Carney Returns Home from Historic Deployment,” May 21, 2024, https://www.navy.mil/Press-Office/News-Stories/Article/3782470/uss-carney-returns-home-from-historic-deployment/. 36) Government of UK, “AUKUS Partnership to Consult with other Nations including Japan on Military Capability Collaboration,” April 8, 2024, https://www.gov.uk/government/news/aukus-partnership-to-consult-with-other-nations-including-japan-on-military-capability-collaboration. 37) Michael J. Mazarr et al, U.S. Major Combat Operations in the Indo-Pacific: Partner and Ally Views (CA: RAND, 2023); Krepinevich, Archpelagic Defense 2.0 (2023) p. 100. 38) 국방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발표,” 『정책브리핑』2023년 3월 3일,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555632#pressRelease. 39) Col. Lynn Savage, Capt. Pat Connelly, “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Security Cooperation in the Indo-Pacific,” Military Review, May, 2024, https://www.armyupress.army.mil/Journals/Military-Review/English-Edition-Archives/March-2024/Security-Cooperation/. 40) Montgomery, “A C2 Structure for a Strong U.S.-Japan Allianc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June 21, 2023, https://www.csis.org/analysis/c2-structure-strong-us-japan-alliance; Mark Montgomery, “Baker’s Dozen: Thirteen Recommendations to Improve Deterrence in the Western Pacific,” 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 April 26, 2023, https://www.fdd.org/analysis/2023/04/26/bakers-dozen-thirteen-recommendations-to-improve-deterrence-in-the-western-pacific/. 41) 미국 국방부의 계획은 정보·기술보안에 근간을 둔 파이브 아이즈와 오커스의 확장성을 암시한다. 우리 정부는 이들 회원국들과 양자관계에서 사이버안보 공급망을 구축 중이고, 군사·정보·경제 분야에서 다면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안용수, 이동환, “한·영, 안보·경제협력 역대최고 수준 격상…'다우닝가 합의' 체결”, 「연합뉴스」2023년 11월 23일,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2173800001. 42) 국방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발표 (2023). 43) Charles Lyons-Burt, “INDOPACOM Building Unified Network Aligned With CJADC2, Zero Trust," GovConWire, February 2, 2024, https://www.govconwire.com/2024/02/indopacom-building-unified-network-aligned-with-cjadc2-zero-trust/.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이수진(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現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전략팀장이며, 고려대학교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리비아 군사개입 결정과정 및 유엔 '임무변형'(mission creep) 원인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연구 분야는 국방전략, 해양안보, 아세안, 외교정책결정과정이며, 주요 논문과 저서로는 "Achievements of ROK-Indonesia Defense Cooperation and Ways Forward”(2023), "Achievements of ROK-Vietnam Defense Cooperation and Ways Forward based on Issue-linkage Strategy” (2022), "Post-American World에서 미국 예외주의의 다양성”(공저, 2020), "외교정책결정자의 개인적 특성과 미국의 군사적 개입격차: 오바마 대통령의 크림반도 및 남중국해 대응 비교”(공저, 2019) 등이 있다. 해군본부 미래해양전연구센터 전문위원, 해양경찰청 해양영역인식(MDA)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 [JPI PeaceNet] 미국의 대중국 관세 장벽 강화와 중국의 대응, 한국에의 시사점
    저자
    박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
    발간호
    2024-04
    [기획자 註] 본고는 미국이 지난 5월 13일에 발표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인상 조치의 내용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그리고 한국에 미치는 정책적 함의를 분석한다. 미국의 이번 관세와 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양국 모두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며, 한국 또한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1. 6년 전과 달라진 분위기 미국은 지난 5월 13일(현지 시각)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 분야가 대상이다. 반도체와 태양전지의 중국산 수입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올렸다.1) 컨테이너 크레인은 0%에서 50%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7.5%에서 25%로 각각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된 품목은 전기 자동차로, 25%에서 100%로 4배나 올렸다. 인상 시기는 품목별로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쳐 진행된다. [표1.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 * 주: 2024년 5월 14일(EST) 백악관 관세 인상 발표 내용을 토대로 저자가 직접 작성. 이번 조치는 6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와 비교해보면 전체 규모는 작다. 하지만 ‘더 표적화하고 더 극적(more targeted and more dramatic)’이다.2) 트럼프 의 관세는 대부분 25%의 세율이고 당시 기준으로 총 3,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되었다. 반면, 바이든의 관세 부과 조치의 경우, 대상 품목은 2023년 실적 기준으로 약 180억 달러 상당인데 같은 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총금액(4,270억 달러)의 4.2% 비중이다. 연도를 고려하지 않고 절댓값만 따진다면 트럼프 관세 부과 상품의 5% 수준이다. 하지만 개별 품목별 적용 세율 측면을 본다면 바이든의 관세가 트럼프 때보다 훨씬 높고 강하다. 트럼프가 다수 품목에 대해 일률적으로 고관세를 부과했다면 바이든은 특정 품목에 초고관세를 부과한 것이 특징적이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관세 인상의 배경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흔히 ‘슈퍼 301조’로 불리는 미국 무역법 ‘섹션 301(Section 301)’ 조사를 기준으로 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탈취해 피해를 줬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구제책 차원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의 무역 흐름에 대한 영향이 아니라 미래의 잠재력 충격 측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3) 예를 들어, 현재 유럽은 중국산 자동차(서구 및 중국 브랜드 모두 포함)에 상대적으로 낮은 10%의 관세가 부과하고 있는데, 그 결과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이미 25%에 이를 정도로 높다.  미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현재 미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는 거의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앞으로 발생할 상황에 대해 선제 대응 차원의 색채가 짙다. 이와 관련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NEC)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미래 핵심 산업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강제적인 기술 이전 요구,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탈취 등 불공정한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대표의 4년간의 검토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4)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핵심 산업의 생산 체계를 미국 내 구축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러스트 벨트를 비롯해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이미 공장이 건설되고 있지만 정상 가동되기까지는 최소한 수 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인상 조치는 미국이 주요 핵심 산업의 생산 설비를 갖추기 전까지 초고율 관세율을 동원해 중국산으로부터 자국 내수시장을 지키는 시간을 벌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초고율 관세는 앞으로도 최소 수년간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 대중국 고관세를 부과했을 때와는 달리 기업계를 포함한 미국 사회 전반의 대중 관세에 대한 비판이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6년 전의 경우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시장의 가능성을 매력적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중국 기업들의 도전이 워낙 거세지면서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제 뉴욕 월가나 워싱턴 정가에서 중국과의 자유 무역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다.  2. 미국의 압박은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차원 ‘100퍼센트 조치(100% manoeuvre)’라고 불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초고율 관세(ultra-high tariffs)는 중국과의 디커플링 차원의 조치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그보다는 위험 제거 즉 디리스킹(De-risking) 대책에 가깝다. 이는 미·중 정치경제 관계에서 매우 주목할 부분이다.5) 흔히 디커플링이 중국과의 관계는 적을수록 미국의 경제 및 안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에 따른 것으로 이해되는 반면, 디리스킹은 중국과의 모든 경제적 관계를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현재 미국이 구사하고 있는 디리스킹 정책은 대개 세 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 첫째, 수출 통제다. 이 정책은 과거 냉전 시기에 구소련이 이중 용도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다가 그 이후 수십년간 사용되지 않았으나 현재 중국의 기술 발전을 늦추려는 미국 정책의 중요 부분을 이루고 있다.  둘째, 산업정책이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 정책에 초점을 맞춘 3,69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은 미국 경제 정책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투자를 모두 통제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우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핵심 산업 분야 투자를 유인하는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막는 방향으로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있다.  셋째, 파트너 국가와의 정책 공조 강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은 과거와 달리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위험 제거와 중국의 발전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동맹국과의 핵심광물협정, 미·EU 무역 및 기술 협의회(Trade and Technology Council, TTC)를 포함한 이니셔티브를 대폭 확대했는데 TTC의 주요 의제는 AI와 기술 표준이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디리스킹을 위해 어느 분야에 더 노력을 집중할 것인가도 살펴야 할 문제다. 현재까지 워싱턴이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정보 기술, 에너지, 생명공학으로 볼 수 있다. 정보 기술(IT) 분야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이 핵심이다. 이 분야는 민간 및 군사 목적 등 이른바 ‘이중 용도’ 품목으로 분류돼 안보 리스크가 큰 분야이다. 에너지는 특히 리튬, 전기 자동차 배터리, 태양전지 패널 등 공급망의 안전 확보가 긴요한 품목이 포함된다. 생명공학은 데이터의 이전을 동반해 어떤 측면에서는 IT보다 더 중요한 분야다. 하지만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3가지 제약 요인이 따른다.6)  첫째, 중국과 디커플링하기에는 중국 경제의 비중이 너무 크다. 중국은 미국, 독일, 일본의 모든 공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 생산량을 가진 세계 최대의 상품 제조공장이다. 중국과 관계를 끊는 디커플링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에 상품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수 있다. 식기세척기, 컴퓨터, 완구 등은 중국이 생산량 측면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협하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핵심적인 분야가 아니라면 중국과의 관계를 끊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둘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 지형의 분열을 가속할 수 있다. 디커플링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 수 있다. 이는 결코 미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며 중국도 원하지 않는 경우다. 또한 현실적으로 중국은 세계 대다수 국가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며, 많은 신흥 경제국은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결국 디커플링은 많은 국가가 미국과 멀어지게 해서 미국으로서는 오히려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하는 역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셋째,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는다면 유사시에 미국이 베이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 영역도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디커플링 상황이라면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도 미국은 무역 및 금융 조치를 포함한 대중국 경제 제재의 수단마저 놓치게 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두 강대국 간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득이 된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3. 중국의 대응 중국은 즉각 보복을 천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양국 간 최근 화해 및 협력 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빈(王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백악관이 2023년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칙을 어겼다”며 취소를 촉구했다.8) 왕 대변인은 또한 “미국이 국내 정치적 고려에 따라 301조(슈퍼 301조) 추가 관세에 대한 검토 절차를 남용하고 일부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301조 관세를 더욱 인상했으며 경제 및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도구화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은 미국이 301조 관세를 인상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발전을 억압하거나 견제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관계를 분리하고 단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양국 협력 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첨단 분야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구조 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탈중국화’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이를 가속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산업 체인의 구조 조정은 중국 경제 발전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은 거대 규모 내수시장, 산업 시스템 및 우수한 국제 물류 기반 등 이점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조건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많은 다국적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중국+N' 전략과 복수의 공급망 시스템은 다국적 기업이 중국을 떠나거나 배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중국은 인식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은 몇 가지 측면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제조업의 중간재 무역을 활발히 발전시켜 무역의 지속적이고 빠른 발전을 뒷받침해 나가려고 할 것이다. 제조 공정의 중간재는 최종 제품만큼 서방의 공격이 많이 노출되지 않고, 상대국도 제조를 위해서는 중국산 중간재가 필요하므로 무역 보호 조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전체 수출액의 약 절반가량을 중간재로 수출하고 있다. 최근 대외 무역 증가에 대한 중간재의 기여도는 60%에 육박한다.  둘째, 산업 전환과 업그레이드를 가속해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새로운 우위를 만들어가려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신에너지 차량, 태양광 제품 및 리튬 배터리의 국제 시장 점유율이 세계 2위이며 통신 장비, 철도 운송 장비 및 전력 장비 등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한다. 항공 우주 장비, 해양 공학 장비 및 하이테크 선박도 세계 일류 수준이다. 중국은 이제 다음 단계로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신에너지, 조선 등 영역에서 첨단기술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셋째, 외국인 투자 유치는 비록 최근 실적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 접근에 대한 네거티브 리스트를 지속해서 줄여나가고, 외국인 투자의 시장 접근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는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은 중국의 정책 대응을 깊이 관찰해야 한다.  4. 한국에 대한 정책적 의미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폭탄을 던졌다는 헤드라인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사 이익 공간이 생긴다면 단기 성과에 머물 수 있고, 현실은 다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우선 미국의 조치가 실제 중국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대상 품목이 2023년 수입액 기준으로 미국의 대중국 총수입액의 4% 남짓에 불과하고 핵심 광물에 대해선 관세 도입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또 관세 인상 폭이 25%에서 100%가 되면서 4배나 오른 전기차의 경우 미국 전체 전기차 수입액의 2%에 그친다. 결국 중국 산업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장래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선제적으로 제한하는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렇다면 전혀 다른 측면의 우려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시장 내 판매가 급증 조짐을 보이는 한국산 전기차도 언제라도 고관세 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항상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전기차 등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공급과잉 품목은 EU와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각국은 경쟁적으로 대중 관세 장벽을 쌓으면서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이 대미 수출이 막힌 공급과잉 품목을 EU나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로 헐값에 '밀어내기' 함으로써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할 수 있는 상황에 미리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당장 구사할 수 있는 방어 대책으로 반덤핑, 상계 관세 등 무역 구제 조치가 있다. 과잉생산에 따른 초과 공급 품목을 막아내려면 이 같은 단기 수단보다는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급변하고 복잡한 글로벌 지경학적 상황에서는 더 다차원적이고 더 넓고 깊게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  1) “I won’t allow American towns and workers to be hurt by China’s unfair trade practices that flood our markets with cheap products. That’s what these new tariffs are all about.” The White House, “Remarks by President Biden on His Actions to Protect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es from China’s Unfair Trade Practices,” May 14, 2024,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peeches-remarks/2024/05/14/remarks-by-president-biden-remarks-by-president-biden-on-his-actions-to-protect-american-workers-and-businesses-from-chinas-unfair-trade-practices/ (accessed May 14, 2024) 2) “Biden outdoes Trump with Ultra-high China Tariffs,” The Economist, May 15, 2024, https://www.economist.com/finance-and-economics/2024/05/14/biden-outdoes-trump-with-ultra-high-china-tariffs (accessed May 17, 2024). 3) 백악관은 “중국의 값싼 제품들로 세계 시장이 넘쳐나고 있다”며 “용납할 수 없는 위험(unacceptable risks)”이라고 지적했고,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의 지식 재산을 탈취하려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이번 관세가 정당하다”고 말했다. 4) The White House,“Background Press Call by National Economic Advisor Lael Brainard and Senior Administration Officials on President Biden’s Actions to Protect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es from China’s Unfair Trade Practices,” May 13, 2024,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press-briefings/2024/05/13/background-press-call-by-national-economic-advisor-lael-brainard-and-senior-administration-officials-on-president-bidens-actions-to-protect-american-workers-and-businesses (accessed May 14, 2024). 5) 디커플링(De-coupling)은 급격한 분리를 의미하는 반면, 디리스크(De-risking)은 완전한 단절을 피하면서 위험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금융 부문에서 유래한 용어다. 6) Agathe Demarais, “What Does ‘De-Risking Actually Mean?” Foreign Policy, August 23, 2023. https://foreignpolicy.com/2023/08/23/derisking-us-china-biden-decoupling-technology-supply-chains-semiconductors-chips-ira-trade/ (accessed May 18, 2024); Alex Capri, “China Decoupling versus De-risking: What’s the Difference?” hinrich foundation, December 12, 2023, https://www.hinrichfoundation.com/research/article/trade-and-geopolitics/china-decoupling-vs-de-risking (accessed May 18, 2024). 7) 미·중 양국은 2023년 11월 15일 APEC 정상회담 기간에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지역 및 국제 의제에 대화와 협의를 유지하자는데 합의했다. Alexandra Sharp, “World Brief: Biden announces New Tariffs on Chinese Imports,” Foreign Policy, May 14, 2024. https://foreignpolicy.com/2024/05/14/biden-tariffs-china-imports-trump-trade-war-georgia-foreign-agents-law (accessed May 16, 2024). 8) 商务部新闻发言人就美方发布对华加征301关税四年期复审结果发表谈话, 中国商务部新闻办公室, 2024.5.14., http://www.mofcom.gov.cn/article/xwfb/xwfyrth/202405/20240503509566.shtml (검색일: 2024년 5월 15일).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한진 교수는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기술·통상 전문 싱크탱크 “Tech&Trade연구원” 집행이사로 활동 중이며 World OKTA 통상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이다. 중국 푸단대학에서 기업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OTRA 중국지역본부장으로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 21개 무역관을 총괄했고 존스홉킨스대학 방문학자,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지역통상, 다국적 기업 해외 현지화 경영, 중국 거시경제와 내수시장, 한·중 경제 관계 등이며 《프레너미-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관계》 《10년 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등 20여 권의 저서 및 감수 서적이 있다.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교관으로 근무했다. FTA 전략 수립에 기여해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2013)을 받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무역 유공 표창을 3회 수여했다. 푸단대학에서 한중 경제교류 증진 공헌상(2017)을 수여했다.
  • [JPI PeaceNet] 2024년 미국 대선과 인도-태평양 전략
    저자
    김아람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24-03
    [초록] 2024년 5월 현재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팽팽하게 맞서며, 2024년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다수의 다자협력체와 국가간 양자 협력을 강화하며 팽창적 인도-대평양 전략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은 국제사회 내 미국의 활동 축소를 선호함이 보여지고 있다. 이 글은 여론조사에 나타나고 있는 미국 유권층의 대외정책 선호 양극화와 트럼프의 대중영합주의(populism)를 토대로 2024년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변화 추이를 예측해본다. [기획: 김아람 연구위원(akim@jpi.or.kr)]  1. 서론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인도-태평양전략 (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의 발표 이후, 한미일 삼자 협력, US-ASEAN, Quad, PBP (Partners in the Blue Pacific), 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등의 다자협력체를 강화시키는 한편 한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국가들과의 양자협력을 다지며, 미국 대외정책의 외연을 확장해 왔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주변 각 국은 미국의 인태전략과 상보적인 인도-태평양 전략들을 앞다투어 발표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급격히 재정렬 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두 건의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중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미국의 대외정책 활동력 증가에 비례하여 미행정부의 정책기조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증대되었다. 따라서 2024년 11월 치루어 지는 미국의 대선은 미국 행정부의 작은 정책 변화도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시점에 치루어지는 결정적 선거이다. 더 나아가 출마하는 두 예비후보의 대외정책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2024년 11월 대선의 결과는 국제질서가 현상유지를 하게 될 것인지 혹은 다시금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를 가름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2024년 11월 대선은 현재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선거이다. 트럼프 출마 선언 이후, 여배우 성추문, 국가기밀문서 반출, 폭동 모의 및 투표권 방해 혐의 등 2024년 5월 현재까지 트럼프와 관련된 8건의 주요 소송들이 제기 되었다. 이에 트럼프 출마의 사법적 제지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낙관이 상당 기간 주류 여론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난 3월 연방대법원은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를 결정적으로 제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콜로라도주 대법 판결1)을 파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방법원의 이와같은 결정은 오히려 트럼프 지지세력을 더욱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트럼프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일찌감치 정당후보가 될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하여 대선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로 지명될 예정인 트럼프의 지지율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활발한 대외활동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파트너 국가들의 대외정책 간의 상호보완성(complementarities)을 높였다. 예를 들어, 현 한국의 인태전략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강화된 한미 협력 및 다자 협력들을 주요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때 불투명한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은 현재 진행중인 주요 국가간 협력체들이 2024년 대선 이후에도 작동할 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는 트럼프 재선이라는 시나리오에서, 차기 행정부의 정책적 행보가 현 행정부로부터 크게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대외정책의 국제적 영향력이 급격히 고조된 시점에 미국 행정부의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현 미국 및 주변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본 글은 2024년 미국 내 여론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2024년 미국 대선 이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망해 본다.  2.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미국의 현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중관계를 최상위에 둔 상호 보완적 세부 전략들의 집합으로 볼 수 있다. 즉,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중국에 대한 선별적 봉쇄를 위해 다층적 외교채널과 견제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팽창적 외교를 추구하는 전략체계이다.2)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형성하게 된 요인으로는 (1) 국내 정치환경의 변화와 (2) 팬데믹이라는 외생적 충격이 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2016년 당선될 수 있었던 국내 정치적 환경은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 출현의 촉진요인이었다. 2016년 트럼프는 국제사회에 “지나치게” 개입 해 온 과거의 미국 행정부와 중국을 동시에 비판하는 레토릭으로 MAGA라는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하였다. MAGA 형성의 배경에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미국 내 경제적 양극화와 이로 인해 백인 저소득층 계층 사이에 팽배해진 박탈감이라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있다. 당선 후 트럼프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를 3.1%에서 21% 까지 인상하였고, 이와 같은 대중영합주의적 (populist) 정책은 트럼프가 재임 중 풀뿌리 지지기반을 다지는데 큰 기여를 한다.  트럼프 재임 중 발현한 코로나 (COVID-19)는 마스크 대란을 야기 하였다. 마스크 대란은 미국 각 지역의 정치인들과 유권자들 모두 미국의 중국 생산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절감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트럼프는 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이라는 레토릭을 앞세워 2020년 재임 선거 유세 중 상당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2020년 선거에서 승리한 바이든은 취임 첫날 17개의 행정명령, 성명서, 메모랜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의 전면적 변화를 선언한다. 민주당 지지기반의 주를 이루는 유색인종 및 중산층의 선호가 반영된 조치들이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여론의 인지도가 이미 높아져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대중정책은 바이든 행중부에서도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으로 자리잡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정책을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확대해 간다.3)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전략인 디리스킹이 추구하는 중국과의 선별적 단절은 디커플링이 목표로 한 포괄적 단절과 달리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과 활동 증대를 요하였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생산공장 건설 및 운영에 제동을 걸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여 고립주의적 대중정책을 추구한다. 트럼프는 재임기간 동안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주한미군 축소 및 철수의 의지를 밝히는 등 중국 외 국가들에 대한 대외활동마저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을 끊임없이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중국과의 선별적 단절은 무역, 기후변화 등의 부문에서는 협력을, 군사, 기술 등의 부문에서는 봉쇄를 동시에 추구함을 의미한다. 중국에 대한 협력과 견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미협력, 미일협력과 같은 다수의 양국협력과 QUAD, IPEF와 같은 다자협력 등 다층적 수단들이 확대 되어야 했다.  3. 2024년 미국 여론의 양극화 2024년 5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후보 선출이 확실시 됨에 따라, 2024년의 대선은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이 재선을 겨루는 이례적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는 2024년 대선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움을 보인다. <그림 1>은 ANES (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ies) 2024년 3월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바이든과 트럼프 두 예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비교한다.4) 만약 오늘 선거가 치루어 진다면 바이든과 트럼프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바이든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45%,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46%로 11월 대선 두 예비후보 간 접전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림1. 2024년 대선 예비 후보 지지율] 이 가운데 두 예비후보 지지자 집단의 정책적 선호는 양극화 되어 있다.5) <그림 2>는 설문 응답자의 정당정체성 및 이념성향과 지지후보의 높은 상관성을 보여준다. 2023년 ANES 설문의 응답자 중 32%가 공화당, 38%가 민주당을 지지하며, 30%가 무당파인 것으로 집계 된 가운데, 공화당 지지자 중 트럼프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비율(전체응답자의 30% 대 2%)과 민주당 지지자 중 바이든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비율(전체응답자의 35% 대 3%)이 각각 압도적으로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 절대적 다수가, 그리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 절대적 다수가 각각 트럼프와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림2. 유권자 정당정체성 및 이념적 성향과 지지후보의 상관성] 이념성향과 지지후보의 상관관계 역시 명확하다. 1~5 의 값을 가지는 이념적 보수성에 대한 문항에6) 스스로 이념적 보수성이 높다고 답한 응답자들 (이념적보수성 4 이상) 중 압도적인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며(전체응답자의 31% 대 4%), 이념적 보수성이 낮다고 답한 응답자들 (이념적보수성 2 이하) 중 다수가 바이든을 지지함(전체응답자의 28% 대 3%)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보수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진보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은 바이든을 지지한다.7)  [그림3. 유권자가 인지하는 대외 및 대내 이슈의 중요도와 지지후보] <그림 3>은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대외정책이 다름을 보인다. 1~5 의 값을 가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이슈의 중요도에8) 대한 문항에, 바이든 지지자들은 3.54, 트럼프 지지자들은 3.02 라고 응답하였다.9)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바이든 지지자들은 3.73, 트럼프 지지자들은 2.78 이라고 응답하였다. 반면 멕시코와 인접해 있는 국경 수비의 강화에 대해서는, 바이든 지지자들은 2.71, 트럼프 지지자들은 4.34 라고 응답하는 차이를 보였다. 즉, 바이든의 지지층은 이스라엘-하마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대외이슈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 등을 상대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반면, 트럼프의 지지층은 국경 수비와 같은 직접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내적 이슈들을 더 주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4. 트럼프 재선 시나리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의 다자협력체를 강화하는 한 편, IPEF와 같은 새로운 다자협력체를 구성하는 등 팽창적 대외정책을 지향해 왔다. 지난 2년간 다수의 국가들이 미국의 인태전략과 상호 보완적인 대외정책을 앞다투어 펴왔기 때문에 현 시점에 일어나는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는 큰 국제적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이루어진 일련의 여론조사들은 2024년 대선 도전자인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음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고조되고 있는 미국 내 양극화는 트럼프의 재선의 부산물인 정책 변화의 폭이 심지어 작지 않을 것임으로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재선 시나리오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있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성이 크게 축소될 것이다. 앞서 2024년 ANES 조사결과를 토대로 분석해 보았듯,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같은 대외활동보다 국경수비와 같이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우선시 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력이 사실상 MAGA를 중심으로 하는 풀뿌리 지지층에 대한 대중영합주의(populism)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의 교체는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축소를 동반할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둘째, 미국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로 교체되는 경우, 미국의 대중정책은 과거 트럼프의 “디커플링”에 보다 가까운 전략으로 회귀할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이것은 현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에 있는 중국에 대한 선별적 견제 기조인 “디리스킹”이 소극적인 대외협력활동으로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풀뿌리 지지세력이 요구하는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축소는 미국 대중정책의 변화를 필히 수반할 것이다.  셋째, 대중정책의 전환과 맞물려 다자협력체들의 중요도 역시 감소할 것이다. MAGA를 집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트럼프는 한국 등 동맹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감축 혹은 철수시키고, 대내정책에 재정을 집중하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동맹국 혹은 협정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협력이 축소되는 경우, 상대국가들의 양국 혹은 다자협력체에 대한 헌신(commitment) 역시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다자간 협력은 서로의 헌신에 대한 신뢰(trust)를 기초로 존속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지역 다자협력체들 대부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 대외정책과 관련된 미국 내 양극화는 선거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레토릭은 실제 정책 논쟁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이다. 현재 트럼프와 바이든 두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세력의 대립은 민주당과 공화당 두 정당간 대립의 양상이 매우 강하다. 2024년 ANES 조사결과를 통해 살펴보았듯,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에 대한 지지를 중심으로 한 미국 내 두 정당의 이념적 정렬의 정도(민주당은 진보적 이념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집합으로, 공화당은 보수정 이념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집합으로 정렬되고 있음을 의미)는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와 같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 유권자 및 정치 엘리트들의 양극화 정도가 높다는 것은. 현재 고조되어 있는 대외정책 이슈가 지속적으로 양당간 갈등의 요인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즉, 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정당 엘리트들 간의 정책 논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섯째, 대외정책과 관련된 선거 캠페인 논쟁이 실질적 정책 논쟁으로 지속된다는 것은 행정 수장으로서 트럼프가 MAGA를 비롯한 트럼프 및 공화당 지지 여론을 염두에 둔 대중영합주의적 (populist) 유세 캠페인을 실행에 옮길 것임을 의미한다. 길지 않은 정치 이력을 가진 트럼프가 공화당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장악력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은 MAGA의 동원력이다. 따라서 정당 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트럼프의 미국 고립과 우선주의 정책들에 대한 집요함이 지속될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재편과 관련된 대외정책은 한편 트럼프 재임시, 더욱 공격적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공급망 재편을 위해 2022년 발휘된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The Chips and Science Act) 은 상하원 내 초당적 지원으로 통화된 법안으로 미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가진다는 점에서 MAGA 및 공화당 정치 엘리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미 받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대한 의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의 재임시, 초당적 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이 될 것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5. 정책적 시사점 2024년 미국대선의 양상은 당장 벌어질 수 있는 미국 행정부의 교체와 수반되는 대외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단기적 함의를 넘어 중장기적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선거 경쟁에서 보여지고 있는 여론의 양극화와 그에 상응하는 후보간 정책적 플랫폼의 양극화는 미국에 국한되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주기적 선거와 정책 결정자들의 교체를 근간에 두고 있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정치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선거가 치루어지고, 행정부와 의회를 주도하는 정치세력이 교체되는 경우, 정책적 지향점에 큰 변화가 초래됨을 시사한다. 주도적 정치세력이 교체되어 나타나는 정책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행정수장의 재량(discretionary power)이 큰 대외정책 분야에서 더욱 크고 신속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민주국가들 간의 교류와 협력이 두드러지는 현대 국제사회에서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각 국의 대내적 정치 양극화는, 트럼프 재선이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는 국제적 파급효과에서 보여지듯, 국제사회 질서의 변동성(volatility)을 높일 것이다. 2024년 현재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팽창적 인도-태평양 전략의 존폐 여부를 넘어, 급격한 변동의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는 국제 환경에 장기적 시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 강화(전문인 자문집단의 확대 등)의 필요성을 목도하고 있다.  ----------------------------------------------------------------------------------------  1) 2023년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내란 선동을 이유로 트럼프를 2024년 투표용지에서 제외하는 판결을 내렸다. 2) Gerwitz, Paul,“Words and Policies: ”De-risking“ and China Policy”, Brookings Institution. https://www.brookings.edu/articles/words-and-policies-de-risking-and-china-policy/. 3) 바이든은 재임 초기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을 추구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디커플링 (de-coupling) 기조를 유지하였으나, 2023년 중국에 대한 견제를 기술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디리스킹 (de-risking) 으로의 변화를 보인다. 4) 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ies (ANES) 는 1948년부터 대선 기간 실시되는 미국의 대표적 국가 단위 (national sample) 여론조사로, 투표, 여론, 정치 참여 등 선거와 관련된 광범위한 질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대면인터뷰, 전화설문, 인터넷 설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사가 이루어진다. https://electionstudies.org/ 5) 이것은 미국과 같이 다수결 선거제와 두 정당이 존재하는 경우 유사한 정책적 플랫폼을 가지는 두 후보간 접전이라는 고전적 민주주의 모델들의 예측에서 벗어난다. 6) 이념적 보수성의 스케일은 다음과 같다 - 1 Very liberal (매우 진보적); 2 Liberal (진보적); 3 Moderate (중도적); 4 Conservative (보수적); 5 Very Conservative (매우 보수적). 7) 이 때, 조사에서 측정된 이념적 보수성은 응답자 스스로의 인식에 기초하기 때문에, 실질적 정책 선호와 괴리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8) 중요도의 스케일은 다음과 같다 - 1 Not at all important (전혀중요하지않다); 2 Slightly important (조금중요하다); 3 Moderately important (중요한편이다); 4 Very important (상당히중요하다); 5 Extremely important (매우중요하다). 9) 각 값은 각 후보 (트럼프, 바이든) 지지자들의 이슈중요도에 대한 응답 1~5 의 평균치이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김아람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로체스터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선거제도, 유권자 정당정체성, 정당정치, 민주주의 대표성, 미국정치, 불평등 등이 주요 연구분야이다. 주요저작은 “Effect of Income Inequality on Party Positions in OECD Countries” (Korea Observer), “How Progressive is the Most Popular Tax Scheme?: The Case of South Korea” (Hitotsubashi Journal of Economics), “Inequality and Political Parties in US” (사회과학연구)가 있다.
  • [JPI PeaceNet] Dealing with North Korea through Trilateral Cooperation: The View from Japan
    저자
    Ryo Hinata-Yamaguchi (University of Tokyo)
    발간호
    2024-02
    [기획자 註]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과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제주평화연구원은 일본의 위협 인식에 대해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이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일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Developments in North Korea’s Capabilities Since the 1960s, North Korea has worked to strengthen the KPA under the military planning doctrine “line of self-reliant defense” which consists of four principles: building a cadre-based military; modernizing the entire forces; arming all citizens; and nationwide fortification. The “line of self-reliant defense” aims to strengthen the KPA’s readiness while also ensuring the loyalty of the military to the regime, remaining to serve as the fundamental doctrine that has shaped the KPA’s structure, readiness, and management.1)  Under the “line of self-reliant defense,” North Korea’s military “modernization” was much about quantitatively boosting the KPA despite being behind the technological curve. But since the late 2010s, North Korea’s efforts began to bear fruit, and some significant developments have come under the “five-year plan for the development of the defense science and the weapon system” issued in January 2021. Recent weapons tests and drills, as well as military parades, have demonstrated the capabilities of North Korea’s new arsenals, including ballistic and cruise missiles; missile launch vehicles; unmanned systems; ground combat vehicles; cyber warfare systems; surface vessels and submarines; and reconnaissance satellite systems. Moreover, North Korea is also working to upgrade their command and control systems to carry out strategic and tactical strikes.2)  Indeed, the developments and range of weapons unveiled do not reflect the KPA’s actual state of readiness. Despite heavy devotion of resources to the military sector, there are severe shortages in logistics and supplies, education and training, as well as personnel. Taken together, North Korea is still disadvantaged compared to the US, the ROK, and Japan in military readiness, and can only be effective under specific conditions. Yet while the KPA’s readiness may be far from perfect, the reality is that the North Korean military threat is far greater than those of the past and should not be treated as “business as usual.”  Threats to Japan North Korea poses several growing threats to Japan’s security. From the North Korean viewpoint, Japan is a target not simply out of historical animosity, but because of Japan’s defense readiness and the US Forces Japan (USFJ) that could be employed against North Korea. For Japan, other than the concerns that come from the possession of lethal assets by an adversarial state, the actual threats posed by North Korea are two-fold. Direct attacks by North Korea against Japan are not limited to a direct war between the two, but also as measures by the former to neutralize the Japanese and USFJ capabilities that would act in case of a war on the Korean Peninsula. Second and relatedly, North Korea seeks to use its assets to achieve escalation dominance through its nuclear missiles and other assets in order to deter intervention by Japan in any potential conflict with the ROK, thereby restricting Japan’s ability to cooperate with the ROK militarily.  Taken together, the implications for Japan and the ROK of the threats posed by North Korea are intertwined. At the same time, the nature of the threats need to be contextualized. The ROK faces threats from a greater variety of conventional weapons an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via all domains, while the threats faced by Japan are more focused on missiles, cyber-attacks, and disruptive operations in the air and maritime domains.  Still, even if the ROK faces a more complex and larger threat, the risks for Japan are nonetheless acute. The North Korean nuclear missile threat is greater than ever before given the regime’s broader range of ballistic and cruise missiles. Furthermore, a significant portion of North Korea’s arsenal of missiles are capable of flying in a maneuverable trajectory that can penetrate existing missile defense systems. The risks are not simply the destruction of cities, critical infrastructures, and defense assets, but also major disruptions caused by electronic magnetic pulses (EMP).  It is also important to note that the threats posed by North Korea to Japan’s security are not limited to those directed at the Japanese archipelago. For instance, while it is the intermediate and medium-range ballistic missiles that are designed to strike Japan and the US forces based in Japan, the short-range ballistic missiles and other weapons targeting the ROK and the USFK, and the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that target the US have severe indirect implications as they degrade the collective capabilities of the US, Japan, and the ROK to deal with North Korea.  North Korea’s cyber warfare capabilities also pose significant threats to Japan, not only by potentially inflicting damage and disruption to critical infrastructures and forces but also through espionage and illicit financial activities. North Korea’s cyber capabilities are also closely linked to its nuclear missile capabilities; Pyongyang could execute cyber and electronic attacks to disrupt the opponent’s C4ISR systems to undermine their missile defense and response capabilities.  The major problem for Japan is that it simultaneously faces neighboring threats from three nuclear actors – China, North Korea, and Russia – consequently creating defense planning and readiness problems in defending against them effectively and efficiently. In particular, Japan, together with the US has to be conscious about the risks of simultaneous conflicts in the Taiwan Strait, Korean Peninsula, East China Sea, as well as the South China Sea. Hence, although one could posit that North Korea is merely one of the threats, the growing nature of the threat creates greater dilemmas for Tokyo to ensure the nation’s security.  Japan’s Measures The growing nature of the North Korean military threat since the 1990s has catalyzed developments in Japan’s defense readiness over the years. Still, the enhancements in the JSDF’s readiness were incremental, seldom keeping pace with the developments in the capabilities and threats posed by the KPA. The most significant development came in December 2022 when the Japanese government issued the new 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the National Defense Strategy (NDS), and the Defense Buildup Program (DBP) that made robust changes to Japan’s defense plans and posture while sticking to the pacifist constitution.  The 2022 NDS outlined seven key areas to strengthen the JSDF’s readiness, including: “stand-off defense capabilities:” “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capabilities;” “unmanned defense capabilities;” “cross-domain operation capabilities;” “command and control and intelligence-related functions;” “mobile deployment capabilities and civil protection;” and “sustainability and resiliency.”3) All seven areas are vital to better responding to threats and operating under war conditions, particularly as Japan faces multifaceted threats from China, North Korea, and Russia.  With regards to defending against the North Korean nuclear threat, Japan has worked on enhancing its air and missile defense capabilities since the 1980s, but it was North Korea’s missile tests in the 1990s that led to significant developments. Today, Japan’s missile defense system consists of the Aegis-guided SM-3 and the Patriot PAC-3 systems with the former to be soon replaced by the SM-6. Given the significant developments in North Korea’s missile capabilities, Japan is also working on more advanced early warning and interception systems to better detect and track launches. Still, issues remain on how Japan can better defend against swarm attacks and maneuverable missiles – an aspect North Korea has been making some progress in recent years.  Japan is also building counterstrike capabilities as a means of degrading the opponent’s ability to execute subsequent strikes. At this stage, Japan’s counterstrike capabilities will include the extended range Type 12 surface-to-ship missiles and Tomahawk cruise missiles. Japan is also working to develop two types of hypersonic weapons — hypersonic cruise missiles (HCM) and hypersonic glide vehicles (HVGP). Additionally, there are even debates in Japan over the plausibility of fielding medium-range ballistic missiles.  But while Japan is making progress in acquiring counterstrike capabilities, there is still much that needs to be done in completing the counterstrike effect chain. In particular, Japan will need to develop and establish the right C4ISR systems to acquire the targets. The problem, however, is that even if such systems are established, North Korea’s strike assets are mobile and well concealed, creating challenges in detecting and acquiring them.  Japan is also working to further enhance other capabilities such as anti-submarine warfare and cyber defense that are vital in defending against North Korea. Together with enhanced missile defense, counterstrike, C4ISR, hardened facilities, and joint operations readiness, Japan will be better positioned to defend against the North Korean nuclear threat. The question is, however, whether Japan can implement the contents of the NSS, NDS, and DBP as planned.  Importance of US-Japan-ROK Trilateral Cooperation To deal with the threats posed by North Korea, US-Japan-ROK trilateral efforts are critical. While trilateral coordination and cooperation have been disrupted on various occasions over the years, there have been positive developments over the past couple of years with proactive efforts by the Kishida and Yoon administrations.  The Camp David trilateral summit in August 2023 was a step forward, particularly in aligning and institutionalizing the security visions of the US, Japan, and the ROK. The US, Japan, and the ROK have institutionalized trilateral cooperation in the past, with initiatives such as the Trilateral Coordination and Oversight Group (1999~2003), the Defense Trilateral Talks (2008~), and many others. The problem, however, has been that despite success in converging interests and procedures at the operational level, these efforts have often been disrupted and undermined by political agendas and issues – particularly between Seoul and Tokyo. Thus, even with the various defense exchanges and dialogues, exercises, and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the fact of the matter is that Japan-ROK defense relations have not lived up to their potential.  The crux of the problem, therefore, is about the sustainability of US-Japan-ROK trilateral coordination and cooperation, particularly with the delicate nature of Japan-ROK relations. While the three countries are working to institutionalize the framework and produce outcomes to prove the benefits of trilateral coordination and cooperation, there are still concerns about reversals by revisionist administrations in the future.  Broader challenges beyond periodic political frictions between Japan and the ROK also remain. The foremost questions lie in defining what the trilateral framework is for, and how to shape the sustainable framework to execute the strategies. In recent years, a consensus has emerged that the US-Japan-ROK cooperation is vital to dealing with not only North Korea but also China, particularly considering the risks of simultaneous contingencies in the region.4) For example, at the Camp David summit, the three countries agreed to work together on various traditional and non-traditional security issues beyond the Korean peninsula, expressing common interests concerning the Taiwan Strait, Southeast Asia, and the Pacific Islands. However, although US-Japan-ROK cooperation to deal with the myriad issues in the Indo-Pacific is certainly encouraging, the risk that this may potentially dilute much needed attention on the threats posed by North Korea needs to be addressed.  In this context, the US, Japan, and the ROK should consider further institutionalizing trilateral cooperation. While there is no need to establish a trilateral combined command, the three countries should establish platforms to discuss and connect their defense strategies, operations, and readiness. Last April, the US and the ROK established the 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to coordinate their deterrence against North Korean nuclear attacks. While the NCG is exclusively bilateral at this point, the three countries could establish a separate trilateral group to discuss matters relating to nuclear strategies and extended deterrence.  The US, Japan, and the ROK will also need to take a more holistic approach to dealing with North Korea by expanding their operations. On top of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missile defense, search and rescue, and anti-submarine warfare, the three countries should also enhance their partnership in areas such as naval mine warfare, cyber and electronic warfare, outer space, evacuation of citizens, illegal trafficking, and logistics. Enhancing capabilities in these areas would require coordination of defense, but also law enforcement, and other security and economic institutions.  The practical aspects of US-Japan-ROK trilateral efforts also need further work, particularly in terms of interoperability.5) Despite improving levels of bilateral interoperability in the US-Japan and US-ROK partnerships, there are still gaps between the Japanese and ROK forces. Improvements are underway through greater communication, exercises, and real-time sharing of information. Still, much more needs to be done, particularly in bridging the procedural and structural differences, especially between Japan and the ROK. Exchanges and exercises, as well as the dispatchment of liaison officers are just a couple of measures that may lead to tangible short-term enhancements in this domain. While achieving the above are far from easy, there are strong demands for Japan, the US, and the ROK to pursue those improvements to better defend against the threats and risks that undermine security in the Indo-Pacific region.   ----------------------------------------------------------------------------------------  1) Ryo Hinata-Yamaguchi, Defense Planning and Readiness of North Korea: Armed to Rule (Oxfordshire, UK and New York, NY: Routledge, 2021). 2) Ryo Hinata-Yamaguchi, "North Korean Missile Volley Shows a New Level of Command and Control Complexity,” NKPro, November 3, 2023, https://www.nknews.org/pro/north-korean-missile-volley-shows-a-new-level-of-command-and-control-complexity/. 3) Japan Ministry of Defense, National Defense Strategy (December 16, 2022). 4) Markus Garlauskas,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Must Be Ready to Deter a Two-front War and Nuclear Attacks in East Asia." Atlantic Council Report, August 16, 2023, https://www.atlanticcouncil.org/in-depth-research-reports/report/the-united-states-and-its-allies-must-be-ready-to-deter-a-two-front-war-and-nuclear-attacks-in-east-asia/. 5) Ryo Hinata-Yamaguchi, "Why Interoperability Remains a Hurdle for Trilateral Cooperation on North Korea." NKPro, September 20, 2023, https://www.nknews.org/pro/why-interoperability-remains-a-hurdle-for-trilateral-cooperation-on-north-korea/.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Ryo Hinata-Yamaguchi (University of Tokyo) 現 도쿄대학교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RCAST) 특임조교이며, 현재 미국 Atlantic Council의 Scowcroft Center for Strategy and Security 및 Indo-Pacific Security Initiative, 그리고 Pacific Forum 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Canberr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하였으며, 관심 연구분야는 국방계획, 군사전략, 교통부문정책, 인도태평양 안보 등임. 최근 주요 논문 및 저서로는 Defense Planning and Readiness of North Korea: Armed to Rule (Routledge, 2021), “Optimizing Joint Operational Readiness: Lessons for Japan (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 Command and Staff College Review), 등이 있음. 과거 부산대학교 객원교수(2014-2021), Universitas Muhammadiyah Malang 객원강사(2013), Pacific Forum의 Lloyd and Lilian Vasey 방문 펠로우(2012-2013) 등으로 재직한 바 있음.
  • [JPI PeaceNet]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최근 전황과 특징
    저자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발간호
    2024-01
    [기획자 註]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년째를 맞이하여 본고는 전쟁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최근 전황을 분석한다. 최근 러우 전쟁에서 소모전과 교착 상태의 고착화, 국내정치적 요소의 중요성 부각, 그리고 EU의 對러시아 대응 강화 등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를 토대로 2024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나타날 양상을 예측해보고, 러우 전쟁이 한국에 지닌 함의를 살펴본다. [기획: 박동준 연구실장(djpark@jpi.or.kr)]  1. 서론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은 지난 2년 동안 치열하게 전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2023년 말에 미국 의회에 제출한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유지하고 있던 지상군 병력의 약 87%를 잃었으며 보유하고 있던 전차의 약 2/3를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CIA는 러시아 국방력 손실을 추산하면서 약 315,000명의 현역병이 전사하고 전차 2,200대가 파괴되었으며 그 외 보병전투차 및 병력수송장갑차 4,400대 또한 파괴된 것으로 보고하였다.1) 우크라이나의 병력 손실도 막대하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에 따른 국방력 손실을 국가 비밀로 취급하여 정확한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한 우크라이나 시민 단체는 약 3만 명의 군인이 전사한 것으로 최근 주장하였고, 뉴욕 타임즈는 이미 지난 8월에 전사자 수가 7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2) 민간인 피해도 누적되고 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CR)는 지난 11월, 민간인 사망자의 수가 만 명을 초과하였다고 발표하였다.3)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또한 상당하다. 우크라이나의 국가총생산(GDP)은 전쟁 첫 해인 2022년 한 해만에 30~35% 정도가 손실되었으며,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빈곤율은 전쟁 이전 5.5%에서 2022년에 24.2%로 급증하였다.4) 러시아의 경우, GDP가 2022년에 약 2~3% 정도 손실된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전쟁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의 2022년 GDP 성장률이 약 5%로 예측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 GDP가 약 7~9% 감소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5) 러우 전쟁의 경제적 여파는 두 참전국 외에 전세계적으로도 확산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약 5%로 예측되었던 2022년 세계 GDP 성장률은 이후 2~3%로 하락하였으며, 유럽의 경우에는 2023년에 1% 성장도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6) 이처럼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지만, 러우 전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종전 혹은 정전에 대한 기대나 희망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러우 전쟁은 1년전과 비교하여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7)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러우 전쟁 3년째를 맞이하여 우선 전쟁의 전황을 간략히 정리한 다음, 이를 토대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러우 전쟁의 주요 특징과 핵심 쟁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러우 전쟁이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를 논의한다.  2. 러우 전쟁의 전개와 최근 전황 현재까지 진행된 러우 전쟁은 다음과 같은 국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국면은 러시아의 대대적 침공이었다. 2022년 2월에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이 개시되면서 러시아군은 전쟁 첫 6개월 동안 도네츠크(Donetsk)주와 루한스크주(Luhansk)주 등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군은 넓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게 되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지난 2022년 9월 30일,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를 비롯해 헤르손(Kherson)주와 자포리자(Zaporizhzhia)주에 대한 합병을 선언하였다.8) 두 번째 국면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1차 반격(counteroffensive)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서방 진영은 미국을 필두로 신속히 대응하였다. 서방 진영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경제 제재를 다양하게 부과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도 빠르게 제공하였다. 미국 하원은 지난 2022년 4월 28일에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2022년 무기대여법(Ukraine Democracy Defense Lend-Lease Act of 2022)’을 채택하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와는 별도로 대통령 집행 권한(Presidential Drawdown Authority, PDA)을 통해 5월 6일에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였다.9)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여름부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으며, 하르키우(Kharkiv)시를 재탈환하는 등의 성과를 달성하였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9월 초 매일 평균 7킬로미터 이상을 진격하며 러시아군이 수 개월에 걸쳐 점령한 지역을 단 몇 주 만에 수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10) 이후 소강 상태를 맞이했던 러우 전쟁은 2023년 여름에 펼쳐진 우크라이나군의 2차 반격으로 이어지며 세 번째 국면을 맞이하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차 반격을 통해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 통로를 차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상정하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우크라이나군의 2차 반격은 2023년 가을과 겨울쯤 정체되면서 실패로 평가받았다. 한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수 천명의 병력을 잃고 미국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수 십억 달러 상당의 군사 장비를 투입하고도 약 500 제곱킬로미터의 영토를 되찾는데 그치고 말았으며, 이는 2022년 반격 당시 약 22,000 제곱킬로미터를 수복하였던 성과와 극명히 대비된다.11)  우크라이나의 2차 반격이 실패한 이유로 다음과 같은 요인이 제기되고 있다.12) 첫째,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여러 차례 지연되었다. 우크라이나는 2023년 초부터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반격 전략을 수립하였고, 미군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충분히 대비하기 전에 반격을 개시할 것을 거듭 권고하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병력 손실과 장비 부족에 대한 우려로 여름까지 반격을 미루었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우려 모두 유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염려대로 반격이 지연되면서 러시아는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병력을 충원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한편,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대다수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전장에 투입되는 상황이 초래됨으로써 준비 부족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걱정 또한 현실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반격 시기뿐 아니라 군사 전략에 대해서도 대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래 그림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군은 우크라이나가 멜리토폴(Melitopol)시 방면으로 전개되는 자포리아주 축(axis)에 병력 대부분을 집중해야 반격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남부 전선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러시아가 하르키우시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을 재차 공략할 것을 우려하여 세 개의 축으로 반격할 것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이와 같은 결정은 결국 전투력이 분산되어 반격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림1. 우크라이나 2차 반격 계획(2023)] 출처: Washington Post Staff, “Miscalculations, Divisions marked Offensive Planning by U.S., Ukraine,”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4, 2023. 분석 내용은 저자가 직접 번역함.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방어 태세 강화가 우크라이나 2차 반격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세 번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022년 우크라이나 반격 당시 후퇴한 경험을 교훈 삼아, 러시아는 군 지휘부를 교체하는 한편, 새로운 영토를 점령하는 것보다 이미 점령한 영토를 방어하는 데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군사 전략을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은 2023년 초에 형성된 전선에 걸쳐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한편 대인 및 대전차 지뢰를 대거 매설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 FPV) 드론을 전장에서 적극 활용하는 등 변화하는 전투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우 전쟁은 현재 네 번째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2차 반격 이후, 2023년 10월경부터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에 위치한 아우디이우카(Avdiivka)시와 같은 주요 거점 도시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최근까지 도네츠크주 마린카(Marinka)시와 차시브 야르(Chasiv Yar) 등 거점 지역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공세는 특히 앞선 시기와 비교하여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즉, 단숨에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는 초기 전쟁 목표와는 달리, 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이후 협상 국면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의 장기화가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러시아의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러시아의 이번 공세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영토 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러시아의 이번 공세가 2024년 봄 즈음에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우크라이나 또한 전쟁이 교착 상태(stalemate)에 접어들고 있다는 인식 또한 분명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당시 총사령관은 지난 2023년 말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 이상 상당하고 아름다운 돌파구(deep and beautiful breakthrough)는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정한 바 있다.13)  이처럼 현재 러우 전쟁 상황은 전선이 점차 고착화되는 가운데 양측이 소모전을 지속하는 장기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양국 모두 전선에서의 성과를 추구하는 한편, 동시에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상대방의 자원이나 의지를 약화하기 위해 노력에도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몇 달 동안 키이우(Kiev)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공습과 폭격을 지속하였다. 우크라이나 또한 지난 3월 초부터 러시아의 경제적 기반을 타격하기 위해 주요 정유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3월 15일에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 도시 오데사를 폭격한 바 있다.14) 앞선 국면처럼 전선의 급격한 변화는 없더라도 러우 전쟁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3. 러우 전쟁의 최근 특징 앞서 요약한 러우 전쟁의 전개 과정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연관된 특징과 쟁점들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첫째, 전통적인 전쟁 양상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처음 러우 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사이버전(cyber warfare), 그리고 인지전(cognitive warfare) 등 새로운 전투 방식에 의한 이른바 미래전(future warfare)의 등장에 주목하였다.15) 그리고 미래전 양상은 여전히 러우 전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러우 전쟁은 인터넷과 위성통신에 기반한 네트워크전, 그리고 지상,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 전자 등 여러 영역에서 작전이 복합적으로 수행되는 다영역작전(multi-domain warfare)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상 첫 번째 전쟁으로써 많은 함의와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물론 서방 국가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국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기 위해 러시아가 거짓 정보(misinformation)와 가짜 뉴스(fake news)를 대대적으로 유포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3년째를 맞이한 지금은 러우 전쟁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호전과 비교되는 등 전통적인 전쟁 양상이 강조되는 형국이다.16) 전쟁이 장기화되고 인적 및 물적 자원의 소모가 심화됨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전시 체제로의 경제적 및 사회적 전환에 매진하고 있다. 양국은 필요한 군수 문자를 충분히 생산하고 손실된 병력을 보충할 수 있는 모병 체제를 개선하는 한편, 부족한 무기를 우방국으로부터 적시에 지원받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드론의 활용은 미래전 양상을 드러내는 한 측면인 동시에, 양국이 재래식 무기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값싼 대체재로 인식하고 소모전(war of attrition)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17) 또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폭격 또한 자국의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적대국을 굴복시키려는 과거 전략과 일치한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18) 둘째, 2024년에는 관련국들의 국내 정치 상황이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유독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참전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물론 미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선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살펴보면, 원래 2024년에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은 전쟁 중에는 선거를 시행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전시 상황을 감안하면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결정은 소수의 서방 진영 정치인들로부터 ‘비민주주의적 결정’으로 비판받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국의 지원을 중단하기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쟁점으로 변질될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19)  이와 관련하여 잘루즈니 총사령관 해임 결정에 따른 여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해임 가능성은 지난 1월부터 제기되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심 끝에 지난 2월 8일에 총사령관 교체를 공식 발표했다. 추가 병력 동원 문제와 2차 반격 실패 등이 표면적 원인으로 보이지만,20) 전쟁을 바라보는 두 지도자의 관점 차이가 근본적인 이유로 관측된다. 즉, 전쟁을 교착 상태로 규정한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평가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한 수복과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처벌 등을 궁극적인 목표로 고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과 상충한 것이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이미 ‘부서지지 않는 철의 장군’이라고 불리우며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피로도가 높아질수록 전황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지지는 더욱 높아질 수 있고,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21)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총사령관 교체는 단순한 군 지도부 변화가 아니라 앞으로 전쟁에 관한 우크라이나 여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분기점이 될 소지도 있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3월 초에 대통령 선거를 치렀으며, 모두가 예상한 바와 같이 푸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였다. 결과가 이미 예정된 것과 다름이 없었던 러시아 선거가 중요했던 이유는 이번 선거가 러우 전쟁에 대한 국민 투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두 역대 최고치에 해당하는 투표율 77%과 득표율 87%로 압도적으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러우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국내 지지기반을 공고히 다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22)  하지만 푸틴 대통령도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이전보다 훨씬 강압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전방위적으로 유권자들을 동원하고 감시한 결과 독재 국가보다도 높은 투표율과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권위주의적 집권을 점차 노골적으로 비치고 있는 푸틴의 통치 체제는 미국과 유럽 등 민주주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분명한 명분을 제공한다. 또한, 형사 처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표장에서 방화 등 극단적인 반대 시위가 발생하는 등 러시아 내에서 반전 여론도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푸틴의 정치적 압박감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23)  마지막으로, 오는 2024년 11월에 예정되어 있는 미국 대선은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지속될지를 판가름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 그리고 심지어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이 러우 전쟁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2월에 미국을 방문하였을 당시 우크라이나를 “우리가 할 수 있을 때까지(as long as we can)” 지원하겠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는 그 동안 “필요할 때까지(as long as it takes)” 지원하겠다는 것과 대비된다.24) 전략적 관점에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공격보다는 방어가 우세한 것으로 판단되는 현재 전황과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재선 여부 등으로 인해 러우 전쟁에 대한 정책을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것에서 현재 전선을 고수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25) 이와 같은 전략적 변화는 현실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여전히 완전한 영토 수복을 추구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견을 좁혀야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셋째, 유럽은 이러한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1일, 우크라이나에 향후 4년간 총 72조원(500억 유로)를 지원하는 지원안을 통과시켰다.26) EU는 이에 앞서 2023년 7월, 비슷한 규모의 ‘우크라이나 기금(Ukraine Facility)’ 설치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에 있어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평가된다.27) 정치적 관점에서도 EU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우크라이나의 EU 회원 가입에 관한 협상을 개시하였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문제 또한 적극 검토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협조가 부재한 상황에서 유럽의 노력만으로 우크라이나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며, 특히 탄약 등 당장 필요한 군수물자를 유럽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28)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이나 NATO에 가입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여러 난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협상과 절차 또한 수 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의 최근 행보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가 유럽의 안보관이 러우 전쟁을 계기로 크게 변했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러우 전쟁 발발과 이로 인해 파생된 에너지 공급 위기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이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유럽 국가들을 단결시켰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러시아에 자체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29) 실제로,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국방비 지출을 증대해왔으며, 2024년에는 31개 NATO 회원국 중 역대 가장 많은 18개 회원국이 GDP의 2%를 방위비에 지출할 예정이다.30) 보다 넓은 관점에서, EU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증가는 러우 전쟁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비하는 성격도 강하다. NATO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을 이미 지난 임기 동안 경험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최근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의 독자적인 역할을 제고하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EU의 정책적 방향성은 러우 전쟁 이후, 그리고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31)  4. 2024년 전망 러우 전쟁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이는 이미 2023년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하반기에 전개된 우크라이나 2차 반격 실패로 더욱 명확해졌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Oleksandr Syrsky)를 신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전쟁, 동원 및 모병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천명했으며, 곧 대대적인 추가 징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32) 그러나 일부 언론 보도에서 예측한 것처럼 최대 50만 명의 추가 병력이 충원되더라도 이들을 충분히 훈련시키고 보급해서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미 점령한 영토를 방어하는 데에 주력하고 우크라이나 전력을 소모시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을 고려하면 양국간 전선은 2024년에 크게 바뀌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쟁이 교착 상태로 장기화될수록 정전이나 종전 협상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2022년 4월 이후 중단된 양국간 협상이 단기간 내에 재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두 참전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이해당사자들의 손익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오는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현재까지 고수해온 입장간 간극이 넓다는 점이 협상 개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1월에 “10개 항의 평화협상 조건(10-Point Peace Plan)”을 발표한 이후 이를 꾸준히 주창하고 있다.33) 이는 러시아군의 철수, 1991년 당시 우크라이나의 국경 회복, 그리고 정의 실현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러시아가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정전 협상에 응할 의사를 밝혔으며,34) 실제로 2023년 말과 2024년 초에 미국에 정전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35)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지배적인 가운데, 최소한 지난 2014년 이후 합병을선언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전제로 협상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부정하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러우 전쟁의 장기화는 우크라이나에 더욱 불리하다. 양국간 규모 및 국력 차이,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이 제공하는 지원의 한계 때문이다. 전선이 고착화되고 전황이 불리하게 전개됨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한 수복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구 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민은 2024년에 더욱 깊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비공식적으로 종용해온 러시아와의 협상에 마지 못해 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5. 결론: 한국에의 함의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러우 전쟁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낮아진 상태이지만, 여전히 주목해야할 여러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군사적 관점에서 러우 전쟁은 네트워크전과 다양역작전 등 미래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재래식 전투력과 이를 장기전에서 유지하는 병참 능력(logistics)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 또한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전쟁의 양상이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드론과 사이버 공격 등 저비용 고효율 무기 체계가 등장함에 따라 안보를 완전히 보장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silver bullet)은 존재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포괄적인 국방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지역적 차원에서, 전쟁으로 인해 긴밀해지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간 관계를 면밀히 관찰해야한다. 2023년 9월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 관계 강화가 한반도 상황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여러 분석이 제기되었다.36)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북한이 제공한 포탄의 상당수가 불량품이라는 점을 밝히기도 하였으나,37)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무기들은 여전히 러우 전쟁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러시아에 대한 지원의 대가로 북한이 어떠한 정치적 및 군사적 보상을 받는지 파악하고, 이에 대해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지난 2023년 11월에 시도한 제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러시아의 기술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미 지적된 바 있다.38) 또한, 러시아는 지난 12월 말부터 북한의 ‘화성-11가’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폭격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데, 북한 미사일의 실전 사용은 중요한 기술 및 군사 정보를 북한에 제공하는 동시에 북한으로 하여금 해외 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미사일 수출에 더욱 적극 나서도록 할 수 있다.39) 한편, 러시아는 지난 3월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하였다.40) 이러한 추세를 면밀히 관찰하여 한미일 공조 강화는 물론, 북러 관계 강화를 유심히 지켜보며 경계하기도 하는 중국과의 협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41)  마지막으로, 한국은 러우 전쟁이 마무리된 이후 재편될 세계 질서를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러우 전쟁은 물론, 지난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평화를 관리해온 UN 중심의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보다 복잡해지고 있는 한국은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외교 전략을 수립해나가야 한다.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세계 질서의 변화 혹은 개혁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때론 이를 선도할 수 있는 보다 능동적인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  1) Katie Bo Lillis, “Russia has lost 87% of troops it had prior to Start of Ukraine War, according to US Intelligence Assessment,” CNN, December 13, 2023, https://edition.cnn.com/2023/12/12/politics/russia-troop-losses-us-intelligence-assessment/index.html. 2) Reuters, “Ukrainian Group says more than 30,000 Troops have died in Russia's Invasion,” Reuters, November 16, 2023,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ukrainian-group-says-more-than-30000-troops-have-died-russias-invasion-2023-11-15/; Helene Cooper, Thomas Gibbons-Neff, Eric Schmitt and Julian E. Barnes, “Troop Deaths and Injuries in Ukraine War Near 500,000, U.S. Officials Say,” The New York Times, August 18, 2023, https://www.nytimes.com/2023/08/18/us/politics/ukraine-russia-war-casualties.html. 3) UN, “Press Release: Civilian Deaths In Ukraine War Top 10,000, UN Says,” November 21, 2023, https://ukraine.un.org/en/253322-civilian-deaths-ukraine-war-top-10000-un-says#:~:text=At%20least%2010,000%20civilians,%20including,Ukraine%20(HRMMU)%20said%20today. 4) Michelle Kilfoyle, “Ukraine: What’s the Global Economic Impact of Russia’s Invasion?” Economics Observatory, October 24, 2024, https://www.economicsobservatory.com/ukraine-whats-the-global-economic-impact-of-russias-invasion. 5) Richard Disney, “What is the current State of the Russian Economy under Sanctions?” Economics Observatory, April 27, 2023, https://www.economicsobservatory.com/what-is-the-current-state-of-the-russian-economy-under-sanctions. 6) Richard Disney, “What is the current State of the Russian Economy under Sanctions?” Economics Observatory, April 27, 2023, https://www.economicsobservatory.com/what-is-the-current-state-of-the-russian-economy-under-sanctions. 7) 예를 들어, 2023년 2월 당시 여러 분석들은 러시아군이 당시 겪고 있었던 여러 어려움에 초점을 두기도 하였다. 이재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민주주의와 평화,” JPI PeaceNet 2023-02, 2023년 2월 23일, http://jpi.or.kr/?p=21348. 8) 정철환, “푸틴 “핵무기는 美가 먼저 쓴 전례있다”... 점령지 합병 선언하며 核위협,“ 『조선일보』 2022년 9월 30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9/30/42BKWF34PVACPD6BGB6VRX62JE/. 9) 오종수, “미, 우크라이나에 1억5천만 달러 추가 군수지원 ...푸틴 전 비서관 "전승절에 뭔가 일어날 것," 『VOA』 2022년 5월 8일, https://www.voakorea.com/a/6561913.html. 10) Seth G. Jones, Riley McCabe and Alexander Palmer, “Seizing the Initiative in Ukraine: Waging War in a Defense Dominant World,”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October 12, 2023, https://www.csis.org/analysis/seizing-initiative-ukraine-waging-war-defense-dominant-world. 11) Washington Post Staff, “In Ukraine, a War of Incremental Gains as Counteroffensive Stalls,”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4, 2023,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3/12/04/ukraine-counteroffensive-stalled-russia-war-defenses/. 12) 이하 분석은 다음을 참고하여 작성됨. Washington Post Staff, “Miscalculations, Divisions marked Offensive Planning by U.S., Ukraine,”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4, 2023,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3/12/04/ukraine-counteroffensive-us-planning-russia-war/; Washington Post Staff, “In Ukraine, a War of Incremental Gains as Counteroffensive Stalls,”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4, 2023. 13) The Economist, “Ukraine’s Commander-in-Chief on the Breakthrough he needs to Beat Russia,” The Economist, November 1, 2023, https://www.economist.com/europe/2023/11/01/ukraines-commander-in-chief-on-the-breakthrough-he-needs-to-beat-russia. 14) 연합뉴스, “러 대선 마지막 날 우크라 드론 공세…러, 오데사 공격(종합2보),” 『한국경제』 2024년 3월 17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176141Y. 15) 우태영, “러우 전쟁이 보여준 미래전의 모습들,” 『주간조선』 2023년 4월 21일,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5756; 강신욱, “인지전 개념과 한국 국방에 대한 함의: 러우 전쟁을 중심으로,” 『국방정책연구』 39권 제1호 (2023), pp. 179-212. 16) Ishaan Tharoor, “Ukraine’s war of attrition draws parallels to World War I,” The Washington Post, August 14, 2023,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3/08/14/ukraine-world-war-one-two-historical-comparison-parallel-trench/. 한편, 제1차 세계대전과의 비교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Raphael S. Cohen, “Stop Comparing Ukraine to World War I,” Foreign Policy, July 18, 2023, https://foreignpolicy.com/2023/07/18/ukraine-counteroffensive-world-war-i-ii-western-front-normandy-trench-warfare-strategy-history/. 17) Ellie Cook, “Ukraine's Cheap FPV Drones 'More Efficient' Than Prized Artillery,” Newsweek, December 20, 2023, https://www.newsweek.com/ukraine-fpv-drones-mykhailo-fedorov-russia-avdiivka-1853646. 18) Alexander B. Downes, “Putin‘s War against Ukrainian Civilians is not New — Nor will it Work,” The Hill, March 26, 2022, https://thehill.com/opinion/international/599866-putins-war-against-ukrainian-civilians-is-not-new-nor-will-it-work/; Alexander B. Downes, "Desperate Times, Desperate Measures: The Causes of Civilian Victimization in War,“ International Security 30, no. 4 (2006), pp. 152-195. 19) Elena Davlikanova, “Wartime Ukraine’s Election Dilemma,” Wilson Center, February 1, 2024, https://www.wilsoncenter.org/blog-post/wartime-ukraines-election-dilemma. 20) 강병철, "젤렌스키, 美에 잘루즈니 우크라 총사령관 해임 방침 통보," 『연합뉴스』 2024년 2월 3일, https://www.yna.co.kr/view/AKR20240203007700071. 21) 권윤희, ““잘루즈니를 대통령으로” 삼중고 젤렌스키…총사령관 경질 배경 셋,“ 『서울신문』 2024년 2월 13일,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40213500103. 22) 곽상은, “[현장] 푸틴 '30년 집권' 성공…87% 득표율 배경과 전망,” 『SBS』 2024년 3월 18일,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576959. 23) Mikhail Komin, “Win Big, Lose Bigger: Why Russia’s Sham Election Result could become Putin’s Mistake,” 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March 20, 2024, https://ecfr.eu/article/win-big-lose-bigger-why-russias-sham-election-result-could-become-putins-mistake/. 24) White House, “Remarks by President Biden and President Zelenskyy of Ukraine in Joint Press Conference,” December 13, 2023; Michael Hirsh, “The Biden Administration Is Quietly Shifting Its Strategy in Ukraine,” Politico, December 27, 2023, https://www.politico.com/news/magazine/2023/12/27/biden-endgame-ukraine-00133211. 25) Seth G. Jones, Riley McCabe, and Alexander Palmer, “Seizing the Initiative in Ukraine: Waging War in a Defense Dominant World,”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October 12, 2023. 26) 이동우, “유럽 연합, 우크라이나 72조 추가 지원안 극적 타결,” 『YTN』 2024년 2월 2일, https://www.ytn.co.kr/_ln/0104_202402021236417900. 27) KIEL Institute for the World Economy, “Ukraine Support Tracker: Europe clearly overtakes US, with Total Commitments now Twice as Large,” September 7, 2023, https://www.ifw-kiel.de/publications/news/ukraine-support-tracker-europe-clearly-overtakes-us-with-total-commitments-now-twice-as-large/. 28) Gregorio Sorgi, “The EU’s €50B for Ukraine is basically nothing,” Politico, February 6, 2024, https://www.politico.eu/article/eu-ukraine-aid-war-50-billion/; Laura Kayali, Joshua Posaner, Jacopo Barigazzi, “EU to Ukraine: You’ll get half the ammo we promised by March,” Politico, January 31, 2024, https://www.politico.eu/article/eu-to-ukraine-half-is-better-than-nothing-when-it-comes-to-ammunition/. 29) Mitchell Orenstein, “Can Europe Hold the Line on Ukraine,” 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 (FPRI), February 13, 2024, https://www.fpri.org/article/2024/02/can-europe-hold-the-line-on-ukraine/. 30) 정운영, “나토 사무총장 "올해 GDP 2% 방위비 회원국 18개국 예상"…작년 比 11개국 ↑,” 『뉴스1』 2024년 2월 14일, https://www.news1.kr/articles/?5320898. 란드가 2014년에 비해 국방비 지출을 2배 이상 증대하는 등(1.9%→3.9%),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일수록 국방비 지출이 높은 경향이 있다. Hanne Cokelaere, “NATO: Who are the Biggest Defense Spenders in Europe?“ Politico, February 13, 2024, https://www.politico.eu/article/russia-nato-spending-ukraine-war-donald-trump/. 31) Sylvie Kauffmann, “Strategic Autonomy is both in Macron's European DNA and his most Divisive Battle,” Le Monde, April 12, 2023, https://www.lemonde.fr/en/opinion/article/2023/04/12/strategic-autonomy-is-both-in-macron-s-european-dna-and-his-most-divisive-battle_6022645_23.html; Patrick Wintour, “EU must Defend Ukraine even if US reduces Military Support, Macron says,” The Guardian, January 30, 2024,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4/jan/30/eu-defend-ukraine-if-us-reduces-military-support-emmanuel-macron-says. 32) Orysia Lutsevych, “Will Zelenskyy’s New Commander-in-Chief change Ukraine’s Fortunes on the Battlefield?” Chatham House, February 12, 2024, https://www.chathamhouse.org/2024/02/will-zelenskyys-new-commander-chief-change-ukraines-fortunes-battlefield. 33) Orysia Lutsevych, “Will Zelenskyy’s New Commander-in-Chief change Ukraine’s Fortunes on the Battlefield?” Chatham House, February 12, 2024, https://www.chathamhouse.org/2024/02/will-zelenskyys-new-commander-chief-change-ukraines-fortunes-battlefield. 34) 조준형, “푸틴 "협상 통한 해결 원해…러-우크라, 조만간 합의 도달할것",” 『연합뉴스』 2024년 2월 9일, https://www.yna.co.kr/view/AKR20240209017251071. 35)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동의하지 않는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거절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미국과 러시아 정부 이와 같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Blaise Malley, “Diplomacy Watch: Putin's Ceasefire Suggestion turned down,” Responsible Statecraft, February 16, 2024, https://responsiblestatecraft.org/putin-ceasefire-ukraine/. 36) 장세호, 김성배, 최용환, “러-우 전쟁 이후 북러 밀착: 현황과 전망,” 『INSS 전략보고』 220호, 2023년 9월 8일, https://www.inss.re.kr/publication/bbs/js_view.do?nttId=41036959&bbsId=js&page=1&searchCnd=0&searchWr. 37) 연합뉴스, “우크라 "북한이 러시아 보낸 포탄 150만발 중 절반은 못쓰는 것," 『연합뉴스』 2024년 3월 7일, https://www.yna.co.kr/view/AKR20240307136400704. 38) 김경희, “美전문가 "北정찰위성 발사, 러시아발 지원의 직접적 결과" 『연합뉴스』 2023년 11월 23일,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3002400071. 39) Kelsey Davenport, “Russia Uses North Korean Missiles Against Ukraine,” Arms Control Today, March 2024, https://www.armscontrol.org/act/2024-03/news/russia-uses-north-korean-missiles-against-ukraine. 40) 김종우, “러시아 반대에…北 제재 감시하던 유엔 전문가패널 사라진다” 『한국경제』 2024년 3월 29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284615i. 41) 김성한, “북·러 위험한 거래, 한·미·일과 한·중·일로 막아야” 『조선일보』 2024년 3월 1일,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03/01/JHIP5NROIVEWBDS2SAUOP5BOO4/.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이며 Georgetown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하였음. 관심 분야는 안보이론, 동아시아 국제관계, 동맹 관계, 정치심리학 등이며, 주요 논문 및 저서로는 “Improving State Reputation through the UN: The Case of North Korea (공저)” (Routledge 편저 챕터), “평판에 대한 고려가 분쟁시 위기결정에 미치는 영향: 1950년대 제1-2차 양안분쟁을 중심으로” (국제정치연구) 등이 있음. 과거 East-West Center의 POSCO 펠로우(2023),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CAMPUS Asia 연구교수(2023),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2021-2023), Institute for Security and Conflict Studies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방문학자(2020-2021), 그리고 Pacific Forum의 James A. Kelly 방문 펠로우(2011-2012) 등으로 재직한 바 있음.
  • [JPI PeaceNet] 중국의 한국 맞춤형 영향력 확대 공작 실상
    저자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발간호
    2023-18
    [초록] 최근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영향력 공작이다.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법 당국이 이를 조사·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는 상태인 점이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고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우리에 대한 ‘맞춤형’ 영향력 공작의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에 대한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들어가면서1) 2010년대에 들어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이 영향력 확대 공작을 개진하면서 이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가 2022년 9월에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54개국 110곳에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라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2) 물론 이에 관한 정황적 의구심이 제기된 것은 이보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에 미국 내에서도 유수한 언론매체에서 이른바 ‘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기승하는 보도가 전해졌다. 그 이전이었던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막대한 기부금이 중국 측으로부터 전달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태가 밝혀진 바 있었다.3)  이후 중국에서 1999년에 발간된 『초한전(超限戰, 영문명 ‘Unrestricted Warfare’, 이른바 ‘무제한 전쟁’)』은 이런 정황적 의구심을 해소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일조했다. 이 책에서 세계를 향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물론 행위 자체에 대한 정당성과 합리성을 또한 이론적으로, 원칙적으로 제공하면서 국제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중국 공산당에서 이와 같은 해외 공작을 통일전선전략의 일부로 채택한 후 세계는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구에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으로 초한전이 적극 전개되면서 이에 대한 탐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결과 서구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서적이 대량으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서 자유롭다고 여겨졌던 대한민국이기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스페인의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보고서를 발표한 후 석달 뒤인 12월에 이른바 ‘왕하이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 사실이라고 믿어질 정도의 정황적 증거들이 제시되었다.4) 그러면서 우리 사회와 국민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잠실 선착장에서 ‘동방명주’라는 중국 식당을 운영한 이가 이른바 ‘비밀경찰’을 운영한 이로 의심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불거졌다. 이후 ‘동방명주’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작업을 우리 사법당국과 언론이 적극 전개했다. 정황적으로나 심증적으로 그렇게 의심을 제기했었으나 실제로 명확한 증거를 밝히는 데는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심증적이고 정황적인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서구의 상황과 견주어 보았을 때 별반 차이가 없다는 현실 또한 드러나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심증적으로나, 정황적으로 의심을 가질만한 소지가 충분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파헤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지원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동방명주’ 식당에 대한 조사는 소방법, 위생법 등의 혐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가능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가능성과 의구심이 가는 문제에 대해 우리 사법 당국이 조사,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보다 실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당위성과 논리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중국의 우리에 대한 ‘맞춤형’ 영향력 공작의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우리에 대한 중국의 ‘맞춤형’ 영향력 공작이란 전세계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연구 결과물은 상당히 많다. 특히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수많은 보고서를 출간하기 이전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에 대한 영향력 공작 관련 서적, 연구보고서 등이 범람했다. 대표적인 서적으로는 클라이브 해밀턴의 『중공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China's Influence in Australia)』’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Hidden Hand)』 로버트 스팔딩의 『스텔스 워(Stealth War: How China Took Over While America's Elite Sleep)』, 조너선 맨소프의 『판다의 발톱(Claws of the Panda)』, 짐 슈쿠토의 『그림자 전쟁(The Shadow War: Inside Russia's and China's Secret Operations to Defeat America)』, 량치아오, 스콧 폴락의 『미국에 대한 중국의 초한전(Unrestricted Warfare: China's Master Plan to Destroy America)』 등이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 의회 산하 기관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nited State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혹은 the U.S.–China Commission (USCC))가 2018년 발표한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Background and Implications for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출간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국가 차원에서 공표한 바 있다.5)  서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목표가 영향력 확산을 통해 중국이 원하는 세상을 조성하기 위해 선진 서구 국가를 무력화(無力化)하는데 있다. 그 무력화의 목표가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이 이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와 목적을 단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이 국제질서를 창출하고 이의 유지를 견인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출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중국이 최소한 자신의 주변 지역에서 자국 중심의 지역 질서를 창출하고 유지하려는 시도는 여러 방면에서 포착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남중국해의 80% 이상을 자국의 영해로 규정하고, 이를 방어하는 최후 방어선으로 제1열도선을 지목하면서 군비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변국과 다자협의체를 구성하여 외세가 중국 주변지역을 통해 침투하는 것을 사전에 억지할 수 있는 완충지역으로 전환하는 전략에서도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이 서구 사회에 대한 영향력 발휘를 통해 얻으려는 바는 이들의 국력, 기술, 가치 등의 힘을 취약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이 설정한 국정 목표가 사회주의 현대화의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으로, 이는 자본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이 이들을 압도하는 위치에 올라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합국력의 증강뿐 아니라 가치, 체제, 과학기술, 빅데이터(정보) 등의 방면에서 우위를 점해야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고, 이 동원 작업을 ‘영향력 공작’으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다양한 이유에서 서구 사회에서 추진되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이른바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의 국가적인 상황(‘국정(國情)’)과 특징에 맞춰 영향력 공작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중국의 영향력 공작 대상의 서구의 것과 다르며, 이런 차이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공작을 통해 추구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 공작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한반도를 중국의 영향력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이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즉, 지정학적 전략 관점에서 한반도가 중국의 최후 방어선 내에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기 때문이다.  제1열도선은 중국의 최후 방어선이자 중국 주변지역의 범위를 획정하는 경계선의 뜻도 가지고 있다. 이런 중대한 지리적 전략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는 제1열도선 그 내부 중심에 핵심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데 1950년 1월에 획정된 ‘애치슨 라인(Acheson Line)’과 유사한 범위와 경로를 공유한다. 애치슨 라인, 즉 미국의 동아시아 최전선 방어선에 한반도가 포함되지 않았고 당시에는 한반도에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침할 수 있는 빌미를 북한에 제공했다.  미국의 애치슨 라인과 중국의 제1열도선간 공통분모는, 오늘날 제1열도선을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신의 최전선 방어선과 최후 방어선으로 규정한 상황속에서, 한반도가 미국의 최전선 방어 지역에서 배제되었고, 중국의 최후 방어 지역 내에 포함된 것이다. 반대로, 두 지정학적 전략이 다른 지점은 오늘날 한반도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6.25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기를 외교 목표로서, 대한반도 정책 목표로서 관철되어야하는 입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를 목표로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공작을 펼친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기는 우리를 예속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중화권 질서와 영향권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우리에 대한 영향력 공작의 전략 및 접근 방식도 서구와 다르다. 목표가 다를 뿐 아니라 이를 달성하는데 중국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전략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화교사회를 이용하지 않는다. 서구 사회에서 영향력 공작을 위해 중국이 제일 의존하는 자원은 화교의 인맥 네트워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화교사회는 서구와 같이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화교 인구(19,000명 정도)도 작다 보니 우리 주류사회에 진출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화교는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오늘날 약 100만 명 이상 우리 사회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주 역사가 한중수교 이후 약 30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중에 우리의 주류사회에 진출한 인사 역시 극히 드물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두터운 친중 세력이 존재한다. 이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우리 국민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친중 세력 역시 한중수교 이후에 형성되었다. 이들 대부분이 이념과 사상적으로 반미, 반일 입장과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내에 친북, 종북 세력과 결탁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들 세력이 결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원인은 우리의 정당정치의 특성과 우리나라에 만연한 지역주의 정치문화에 있다. 지역주의 정치로 우리 사회와 국민은 많은 정치 현안에서 양극화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이런 양극화의 구조에서 특정 정당, 특정 정당 인사 및 정치인, 특정 정당의 정권은 중국 영향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이들을 공략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역주의 정치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중국은 통일전선전략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통일전선전략은 중국공산당이 1921년 창당 전후에 채택한 영향력 공작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6) 이 전략이 오늘날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모태이고, 아직도 유효하다. 통일전선전략 역시 중국의 국정(國情)과 인구 및 산업 구조적 상황에 맞춰 고안된 전략이다.  구소련 또한 통일전선전략으로 공산혁명에 성공해 이를 중국 공산당 창당 때 수용할 것을 강요한 바 있었다. 공산주의 확산과 공산혁명의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 도시의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가 부르주아(유산계급)를 척결하고 정권을 잡아 농촌(지방)을 장악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은 이와 같은 전략이 근대화를 경험하지 않은 농촌사회였던 중국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신 농촌에서 도시를 포위 및 장악하는 전략을 고수했고 이에 성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우리의 지역주의 정치문화의 특성을 이용하다 보면 특정 정당의 거점 지역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이 경제 및 재정적인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침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국은 이러한 우리의 인구학적, 정치학적 특성과 특징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실상의 핵심이다. 3. 결론을 대신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공작은 서구와 다르게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의 ‘맞춤형’ 공작에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의 대비책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외국인 간첩 활동을 방지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의존해왔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의 간첩 활동이나 북한 찬양 등 ‘이적’ 행위에 국한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어 왔다. ‘이적’ 행위만 놓고 보면 국가보안법으로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간첩 의심 활동을 저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이적’ 행위의 개념이 적국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정의해야만 가능하다는 데 있다. 가령, 북한 외에 그 어떤 나라를 감히 ‘적국’으로 정의하지 못했다.  그나마 북한도 정권에 따라 주적이 되고 주적이 안 되는 경우를 허다없이 보아 왔다. 하물며 ‘중국 포비아’에 빠진 우리의 엘리트 계층에서 중국을 ‘적국’으로 정의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외국인 간첩행위를 규정하고, 정의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요구된다. 즉, 국가와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의 국익을 위해(危害)하고, 우리 국익에 반(反)하는 모든 이들의 모든 행위 포괄해야 한다. 이제는 ‘이적’이라는 협의적인 정의 범위를 초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주관적인 인식과 판단으로 적국을 정의하고 명명하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둘째, 상기한 법의 집행을 위한 기관의 재정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즉,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원상복귀시켜야 한다. 대공수사권은 북한의 간첩행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중국의 공작 활동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활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보수집에서부터 감찰, 조사,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의 경찰 당국과의 협업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해외정보 수집과 업무 경험이 부족한 경찰 당국이 독립적으로 이를 이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이 지난 정권에서 조정되면서 경찰 당국이 외국의 국내 영향력 공작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는 국내 사건, 사고 조사의 진행 속도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특히 2008년과 2019년에 경찰 당국이 우리 학생과 국민에 대한 보호와 중국인이라는 외국인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방증한다. 경찰 당국은 산하의 해양경찰 업무에 대신 집중해야 한다. 중국의 불법조업과 밀수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셋째, 법무 당국은 중국인의 국내 활동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들이 발급 받은 비자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모든 활동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제적 활동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유학생 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에서 학위 취득을 위해 수학하는 행위를 엄격히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 당국과 학교 당국 간의 견고하고 긴밀한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학교측 입장에서는 중국인 주재원의 입학은 수익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범법행위이다. 비자 확인은 반드시 필요한 공식 사전 절차이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이를 모를리 없다. 우리나라 주재원 자녀들이 중국 대학에서 입학과 수학이 어려워진 이유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중국에 대한 우리 엘리트층, 주류 세력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중국을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중국 포비아에서 벗어나 저자세 외교를 탈피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중국의 한반도 통일 지지와 북한 비핵화, 그리고 중국 시장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우리도 적응하고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외교가 실용적이고 국익 중심적으로, 그리고 유연하게 잠재적인 능력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외교는 생물이고 그 생물은 판세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우리도 이에 적응하고 변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저자세 외교와 중국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우리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응할 수 있는 첫 방패가 될 것이다.    ----------------------------------------------------------------------------------------  1) 본 원고는 저자의 최근 저술 및 연구내용을 재정리하여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공작 추이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음. 2) 2010년대에 들어 중국에 관한 화두(花頭) 중 하나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이 영향력 확대 공작을 개진하면서 이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가 2022년 9월에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54개국 110곳에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라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3) James Bennet, “Clinton Says Chinese Money Did Not Influence U.S. Policy,” The New York Times, May 18, 1998, https://www.nytimes.com/1998/05/18/us/clinton-says-chinese-money-did-not-influence-us-policy.html. 4) 이동훈, “‘中대사관 넘버2′ 설도 돌았다... 비밀경찰서 총수 의혹 왕하이쥔은 누구,” 『주간조선』 2023년 1월 1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2023/01/01/LCFSS7MYLJEDTCSZUTHAOMAPDY/ 5)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Background and Implications for the United States,” August 24, 2018, https://www.uscc.gov/research/chinas-overseas-united-front-work-background-and-implications-united-states. 6) 배정호, “중국대륙을 장악한 공산당의 통일전선에 대한 재인식,” 『전략연구』 제27권, 3호 (2020), pp. 51-85.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주재우 교수는 현재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웨슬리안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미국 관계, 중국-북한 관계, 한국중국관계이다. 현재 한국세계지역학회 회장, 한중사회과학회 회장, 한국유엔체제학회 부회장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저서《북미 관계, 그 숙명의 역사》를 출간했다.
  • [JPI PeaceNet] Election Polls and Forecasting Models: Lessons for the 2024 US Presidential Election
    저자
    Brandon Beomseob Park (Soongsil University)
    발간호
    2023-17
    [Abstract] This paper presents several forecasting models for election outcomes, with a focus on the political economy, voter intention, and citizen forecasting models. The political economy model relies on popularity and macroeconomic conditions. The voter intention model involves surveys querying voters about their intended vote. Meanwhile, the citizen forecasting model also employs surveys but emphasizes respondents' expectations regarding the anticipated election winner rather than their personal voting intentions.  1. The significance of election forecasting 1) Why do we need election forecasting? lection forecasting plays a pivotal role in serving various critical purposes within the political landscape. Primarily, it offers invaluable insights into potential election outcomes, shedding light on probable winners, trends among candidates, and the performance of political parties. These insights are instrumental in shaping public policies, refining political strategies, and enhancing comprehension of voter behavior, thereby aiding in creating more effective governance structures.  Moreover, election forecasting contributes significantly to fostering informed discussions within society. By predicting potential voting results, it facilitates a deeper understanding of the political landscape, enabling individuals and groups to engage in meaningful discourse about the implications of different electoral scenarios. This heightened understanding contributes to a more informed and engaged citizenry.  A critical challenge in subsequent election forecasts involves minimizing polling errors. Most forecasting methods rely on accurately estimating the vote share, employing a two-step process: initially estimating the party's vote share and then converting this estimation into a seat share, ultimately determining the winning party based on the highest seat share. This procedural approach introduces potential errors stemming from two sources: the estimate of vote intentions and the subsequent transformation of that estimate into seats.  In a recent compilation of existing forecasting studies investigating the 2015 election, the majority of academic teams followed the two-step process of estimating vote shares before converting them into seat shares. However, there was an exception where only one forecasted seats directly. This deviation from the usual methodology resulted in relatively more precise seat share predictions for the Conservative and Labour parties, as indicated in the work by Fisher and Lewis-Beck (2016) and Murr (2016). This shift in approach highlights the potential for increased accuracy in seat share predictions when bypassing the intermediate step of estimating vote shares separately (Murr 2021).  2) What are the main issues?  When engaging in the art of forecasting, several critical factors must be considered for an effective prediction. Accuracy stands as a pivotal benchmark, signifying the proximity of the forecast to the eventual outcome, whether it's in terms of seat allocation or vote shares. A forecast's credibility increases with its proximity to reality. The temporal aspect, encapsulated by the lead time, also plays a crucial role, where forecasts made farther in advance tend to offer a more comprehensive view of potential outcomes. Parsimony acts as another guiding principle, advocating for simplicity by favoring models with fewer predictors or streamlined methodologies, as they often yield clearer insights. Additionally, the principle of reproducibility comes into play, emphasizing the importance of cost-effective methods that allow for easy replication, enhancing the reliability and trustworthiness of forecasts over time. These factors collectively form the bedrock of effective forecasting, providing a framework for informed and reliable predictions.  2. Various Models in Election Forecasting 1) Political Economy Model One of the earliest political science forecasting methods, dating back several decades, revolves around a theory-driven approach deeply rooted in fundamental political and economic issues. This method relies on analyzing historical data, societal trends, and core political and economic indicators to generate forecasts. By considering factors such as incumbent popularity, economic indicators like GDP growth or unemployment rates, and geopolitical circumstances, this approach estimates election outcomes well in advance of the actual voting day. By intertwining theoretical underpinnings with empirical data, this method strives to provide an insightful and predictive understanding of election results, making it a pioneering and enduring technique in political science forecasting. Figure 1 presents the bivariate relationships between the economy and vote share, and between the popularity and the vote share, indicating a strong and positive association. Incumbent Vote = Presidential Popularity + Economic Growth + e Figure 1: Bivariate Associations between Votes and Economy and Approval When scholars make election forecasting, there are two important factors: presidential approval rate and the economic situation of the country. If we take a look at the U.S. national conditions for the 2024 Presidential Election, Biden’s job approval rate is decreasing, and it is not creating a favorable outlook. His approval rate started with 56% right after he began his job in the office, but as of December 2023, his approval rate is fluctuating around 40%. Regarding the U.S. economy, major indexes are improving but the electorates are not seeing the economic recovery, yet.  2) Vote Intention Model  Vote intentions represent an individual's understanding and stance on their personal preferences regarding a particular election. On the other hand, voter expectations, also known as citizen forecasting, inquire about an individual's perception of who they believe will win the upcoming general election, regardless of their own voting inclinations. This perspective reflects not only personal opinions but also incorporates insights garnered from the broader community, gathered from sources such as family, friends, casual discussions in public places like pubs or while commuting on a bus (as noted by King et al. in 2001).  3) Vote Expectation Model (Citizen Forecasting)  Vote intentions represent an individual's understanding and stance on their personal preferences regarding a particular election. On the other hand, voter expectations, also known as citizen forecasting, inquire about an individual's perception of who they believe will win the upcoming general election, regardless of their own voting inclinations. This perspective reflects not only personal opinions but also incorporates insights garnered from the broader community, gathered from sources such as family, friends, casual discussions in public places like pubs or while commuting on a bus (as noted by King et al. in 2001).  According to research by Leiter et al. (2018), citizens' social networks play a pivotal role in election forecasting. This is because voter expectations capture information not just from the respondent but also reflect the collective knowledge and opinions within their social circle. Unlike vote intentions that solely focus on the individual respondent, citizen forecasting considers the broader perspectives and discussions circulating within the community, providing a nuanced understanding of the prevailing sentiments and expectations about the election outcome. 4) Vote Intention vs Vote Expectation  A set of empirical evidence shows that vote expectation models predict better compared to vote intention models. Why might vote expectations be more accurate predictors compared to vote intentions? According to Murr (2017) and Leiter et al. (2018), a significant factor contributing to this difference lies in the incorporation of information from citizens’ social networks within vote expectations. The inquiry, "who will win?" allows individuals to relay information gathered from their interactions with family, friends, and even casual settings like social gatherings or public transportation (as noted by King, Wybrow, and Gallup in 2001: 1f).  Leiter et al. (2018), through a German survey, discovered that attributes of citizens’ social networks such as size, political inclinations, and the frequency of political discussions, stand among the most influential variables when predicting election outcomes. It stands to reason that inquiries regarding vote expectations tend to provide more accurate predictions for election results. This is because such questions capture information not only about the respondent but also encompass insights from their social network, in contrast to vote intentions that solely focus on the respondent's individual stance (Murr 2021).   Source: Murr et al. 2021(64) When looking at British General Elections results, forecasting accuracy of voter expectation models outperformed voter intention models. Among all elections between 1987 and 2017, voter expectations model predicted correctly for 80% of the time whereas the best voter intentions model yielded correct prediction of winner for about 73% and the worst model for 50%. Lead TimeThe tension between proximity to the election and forecast accuracy is a common challenge in forecasting models. Generally, conventional wisdom suggests that forecasts closer to the election tend to be more accurate. Table 2 presents accuracy measures for forecasting models across the four years leading up to the election, with the year before the election divided into quarters.   Source: Murr (2021:65) The data in Table 2 illustrates a consistent trend: as the years until the election decrease, forecasts tend to become more accurate. However, it's noted that when the forecast occurs right before the election, its accuracy might be considered trivial. The lead time significantly impacts the quality of the forecast, as mentioned by Lewis-Beck in 2005, stating that providing a substantial horizon of six months to a year leads to impressive forecast performance. Interestingly, upon analyzing the results one year before the election, quarter by quarter, the trend of accuracy ceases to exhibit a straightforward decline. Specifically, for the critical dependent variable, CPW, two models achieve perfect scores: Q1 for EXP and Q3 for LIN, showcasing exceptions to the general trend and highlighting instances where accuracy remains notably high despite the decreasing lead time to the election. 3. The 2024 U.S. Presidential Election ForecastingScholars expect that the results of the 2024 U.S. presidential election will be determined by the state of the U.S. economy in the first half of next year. Whether and how much U.S. voters' perceptions of the Biden administration's economic performance can improve during the first half of 2024 will play a vital role in shaping the outcome of next year's election. For example, if the U.S. inflation situation gradually improves over the first half of next year, and the U.S. electorate sees this change, along with a rise in President Biden's job approval ratings, the presidential election outcome will be formed in his favor. Otherwise, the tide will turn in favor of the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Assuming a rematch between Mr. Biden and Mr. Trump in the 2024 presidential election, it is expected that forecasting using the data in the second half of next year will produce more accurate on predicting which candidate will emerge victorious.
Typically, when an incumbent president seeks re-election, the electoral environment is more favorable to the incumbent, as they have an incumbency advantage, meaning they have access to campaign resources, the ability to raise money for the campaign and so on. In the case of next year's presidential election, the incumbency advantage for Mr. Biden is unlikely to be significant, as Mr. Trump, who has just finished his term, is running. In addition polling results for both candidates show support for both candidates fluctuating within the margin of error, making it difficult to say which candidate is ahead at the moment. In conclusion, election forecasting has demonstrated its effectiveness even at considerable lead times before an election. In the realm of polling, there's an interesting trend where Voter Expectations tend to outperform voter intentions in terms of predictive accuracy. For instance, asking individuals, "Who do you think will win the 2024 U.S. presidential election?" rather than inquiring about their personal voting intentions, can yield compelling insights. In an experiment conducted at the end of April, serving as an initial gauge for the 2024 election, the results indicated a highly competitive race between Biden and Trump, provided these findings are consistent and hold true over time. This approach taps into citizen forecasting or Voter Expectations, which often incorporates a broader scope of information gleaned from social circles and prevailing sentiments within communities. These early indicators suggesting a tight contest between the mentioned candidates emphasize the potential reliability and relevance of Voter Expectations as an effective tool for forecasting election outcomes even at an early stage of the electoral cycle. ----------------------------------------------------------------------------------------  Fisher SD and Lewis-Beck MS (2016) Forecasting the 2015 British general election: the 1992 debacle all over again? Electoral Studies 41(1), 225–229 King A, Wybrow RJ and Gallup A (2001) British Political Opinion, 1937–2000: The Gallup Polls. London: Politico’s Publishing. Leiter D et al. (2018) Social networks and citizen election forecasting: the more friends the better. International Journal of Forecasting 34(2), 235–248. Murr, Andreas, Mary Stegmaier, and Michael S. Lewis-Beck. 2021. ‘Vote Expectations versus Vote Intentions: Rival Forecasting Strategies,’ 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51:60-67. Murr AE (2016) The wisdom of crowds: what do citizens forecast for the 2015 British general election? Electoral Studies 41 (1), 283–288 Murr AE (2017) Wisdom of crowds. In Arzheimer K, Evans J and Lewis-Beck M (eds), The Sage Handbook of Electoral Behaviour. London: Sage, pp. 835–860.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범섭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범섭 교수는 숭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동대학교에서 학사를 취득 한 후,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베를린경제대(BSE)에서 국제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뒤,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비교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뉴저지주립대(The College of New Jersey), 영국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에서 가르치다가 2022년 숭실대로 왔다. 주 연구분야는 선거이다.
  • [JPI PeaceNet] 격변기의 중동: 바람직한 한-중동 협력관계
    저자
    송웅엽 (조선대학교 아랍어과 객원교수)
    발간호
    2023-16
    [초록] 시진핑 정권은 2022년 당대회를 통해 안정적으로 3기 집권을 시작했지만, 곧 학생들의 ‘백지 시위,’ 외교부장 및 국방부장 등 갑작스런 인사 경질 문제로 불확실성도 높아진 것 같다. 그러나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이렇게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에 대하여 혼란스런 신호가 난무할 때, 외부 관찰자들의 내부 상황 추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본 소고는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의 중국정치 동향에 대하여 정치학 이론과 역사적 패턴에 기반한 추론을 제시한다. (1) 현대화 이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와 정당성 유지 전략을 살펴보고, (2) 정치통제 완화-재강화의 주기를 통해 시진핑 정권의 등장과 쇠퇴 가능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해 본다. 이러한 분석은 장차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및 안정성 여부를 평가할 때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   1. 서론 최근 중동지역 정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동의 정치 지형도 변하기 시작했다. 열강들의 갈등 속에서 등거리 전략을 취하고, 중동 국가 간 화해를 통해 역내 불안정을 해소하며, 탈석유 산업 다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0년 9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을 통해 UAE·바레인·모로코·수단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2021년 1월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가 카타르와 외교관계를 재개함으로써 3년 넘게 지속되던 갈등을 해소했으며, 2023년 3월 사우디와 이란이 7년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외교관계 재개에 합의했다.  미국 주도 ‘중동 데탕트’ 정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수립 추진에 대하여 이란 최고지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1)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인질 석방을 위한 7일 동안의 임시휴전 후 12월 1일 재개되었다.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이 타결되면 중동정세의 틀을 바꾸는 획기적 사건이 될 것이며,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던 팔레스타인 문제는 국지적 사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출구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을 감수하면서 기습공격을 통해 팔레스타인 대의(Palestinian Cause)를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되살리고자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제2의 중동 붐’이 우리 경제계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탈석유 산업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는 중동 산유국과의 협력 확대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정세 전망 및 바람직한 한-중동 협력관계에 대한 제언이다.  2. 한-중동 교류 역사 실크로드를 통한 한반도와 중동의 교류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아랍 문헌에는 신라 거주 아랍인들의 삶과 아랍인들이 바라본 신라의 자연환경 및 생활상 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당시 중동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우리의 유물과 유적으로는 경주 황남대총 유리잔, 계림로 고분 장식 보검, 흥덕왕릉과 원성왕릉의 무인상, 용강동 돌방무덤 토용, 연주문 양식,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파르티안 샷,2) 쌍영총 무덤의 천장 축조 양식, 고구려 산성-평지성 연계 도성,3)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통일신라와 중동의 교류를 보여주는 대표적 자료로 「쿠쉬나메」를 들 수 있다. 쿠쉬나메는 7세기 중엽 통일신라 전후의 신라를 다룬 페르시아의 구전 서사시다. 신라와 사산조 페르시아의 정치 상황 등 한반도와 이슬람 초기 서아시아 관련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쿠쉬나메는 신라가 ‘열린 세상’이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경주는 장안(당나라), 바그다드(압바스 제국), 콘스탄티노플(비잔틴 제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4)  쿠쉬나메에는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 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실려있다. “7세기 중엽 페르시아 제국이 새로이 일어난 아랍 이슬람 제국에 멸망한다. 페르시아 왕자(아비틴) 일행은 중국을 거쳐 유토피아로 알려진 신라에 도착한다. 왕자는 난관을 뚫고 한눈에 반한 신라 공주(프라랑)와 결혼한다. 그들은 신라 뱃사람의 안내로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페르시아로 가는 도중 아들(파리둔)을 낳는다. 파리둔은 조상의 원수를 갚고 새 역사를 만든다.”5)  고려시대 들어 한-중동 교류는 더욱 확대되었다. 개성에 아랍인들의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아랍인이 정부 관리로 임명되었다. 고려는 중동과의 교류를 통해 유럽에 알려졌으며, ‘Korea’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이름이 되었다.  중동의 과학과 문화는 조선시대 초기 과학기술과 공예품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중·후기에는 중국의 폐쇄정책과 보수적인 유교문화의 정착으로 공백기를 맞이했다. 그 후 조선 말기 개화 물결에 따른 문호 개방과 오스만 터키제국의 적극적인 동방 정책으로 한-중동 교류가 재개되었다.  1920년대 튀르키예 이슬람교도의 정착에 이어 튀르키예의 한국전쟁 참전을 계기로 국내에 무슬림 1세대가 형성되었다. 이어서 1955년 ‘한국이슬람협회’ 설립, 1961년 국내 대학 최초 아랍어과 개설, 1976년 최초 이슬람 사원 건립 등이 이루어졌다.  3. 중동지역의 새로운 정치이념 : 주체적 실용주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제국이 무너지고 중동지역에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정치이념은 아랍민족주의였다. 아랍민족주의는 1952년 이집트 가말 압델 나세르의 자유장교단 혁명과 1956년 수에즈운하 국유화 성공으로 정점에 달했으며,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패배와 1970년 나세르의 사망 이후 쇠퇴했다.  한편, 1928년 이집트에서 태동한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을 통해 전파된 이슬람주의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을 계기로 중동지역의 지배적 정치이념으로 등장했다. 2011년 아랍의 봄(Arab Spring)을 통해 이슬람주의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집권 정당의 이념이 되었으며,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Islamic State) 수립의 바탕이 되었다.  아랍의 봄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으나, 국가정체성 및 정치적 대안세력 부재와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으로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시리아·리비아·예멘에서는 내전을 촉발했고, 대규모 난민 유입에 따라 유럽 국가들의 배타적 이민정책과 고립주의를 초래했다. 이집트와 튀니지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민주화 실패로 귀결되었고, IS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격으로 종말을 고했다.  비록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아랍의 봄은 중동지역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고, 국민의 욕구(needs)에 대한 집권 세력의 각성을 촉구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GCC(Gulf Cooperation Council)6) 왕정 국가들은 탈석유 산업 다변화 전략을 통한 경제 발전과 국민의 복지 증진을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 2016년 4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이 대표적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사우디 비전 2030’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안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이슬람 전통을 타파하고,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민간 부문 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슬람주의가 풍미하던 시절 중동 국가들은 종족과 종파에 따라 서로 대립하면서 열강 가운데 한 나라에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의존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열강의 대립 구도가 바뀌고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동의 정치 지형도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갈등 속에서 등거리 전략을 취하고, 중동 국가간 타협과 화해를 통해 역내 불안정을 해소하며, 탈석유 산업다변화 정책 추진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2020년 9월 이스라엘-UAE·바레인·모로코·수단 외교관계 수립, 2021년 1월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카타르 외교관계 복원을 거쳐 2023년 3월 사우디-이란 외교관계 재개 합의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2023년 5월 시리아의 아랍연맹 정상회의 복귀에 이어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및 예멘 내전 종식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동안 갈등 관계를 보여온 이란-이집트, 이란-바레인, 튀르키에-이집트 등도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중동지역 데탕트가 미-중·러 갈등에 매몰되지 않고, 중동 국가들의 주체적 선택에 따라 직접 또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중재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슬람주의를 대체하는 ‘주체적 실용주의’가 중동지역의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4.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정세 중동지역 데탕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추진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후 동 협상은 중단되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지역 데탕트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복잡한 중동정세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우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머지않아 종료될 것이며, 아래 고려 사항에 비추어 중동지역 데탕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재정립을 포함하여 더욱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첫째,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를 위해 적극 노력해 왔으나,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무산되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일방적 이스라엘 지지로 국내외적 비판에 직면했다. 따라서, 내년 재선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및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에 입각한 중동평화안 도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퇴임 가능성이다. 그동안 부정부패 의혹 및 무리한 사법부 개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따른 사상 초유의 참변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기 정권은 좀 더 온건한 입장에서 사우디와의 수교 및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아랍 국가들의 변화된 입장이다. 그동안 아랍 국가들은 서안지구 자치정부의 무능력과 가자지구 하마스의 강경노선에 대한 실망과 피로감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과도한 대응으로 폭발한 아랍 민중의 반미·이스라엘 정서를 반영하여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사우디 등 GCC 산유국들의 입장이다. ‘사우디 비전 2030’ 등 탈석유 산업 다변화 정책의 성공은 외국 자본의 투자 여부에 달려 있으며,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동지역 데탕트를 통한 정세 안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조만간 종료될 것이며, 머지않아 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제1차 걸프전 종료 후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개최되었던 1991년 마드리드 회담과 1993년 오슬로 회담은 적절한 전례가 될 것이다. 또한 국제회의 개최를 계기로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 바람직한 한-중동 협력관계 1973년 우리 건설회사의 사우디 진출 계기로 이루어진 ‘제1의 중동 붐’은 토목공사 중심의 인프라 건설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담당했다. 이제 ‘제2의 중동 붐’은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바탕으로 첨단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수소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원전, 디지털, 스마트팜(Smart Farm), 스마트시티를 비롯한 첨단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신뢰를 토대로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제2의 중동 붐’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랍족을 비롯한 셈족은 종교를 계약의 개념으로 받아들였으며, 특히 이슬람은 ‘상인의 도덕’을 강조하여 신의와 성실을 중시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잠시 주춤해진 중동지역 데탕트는 머지않아 더욱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 데탕트 시기를 맞이하여 한국과 중동은 그동안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우디 등 산유국의 탈석유 산업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와 더불어 전쟁과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재건과 개발을 위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우호 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우디는 최근 2030 세계박람회의 리야드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사우디 비전 2030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야드 도심에는 여의도 16배 규모의 세계 최대 생태 공원이 만들어지고, 2030년까지 사우디 전역에 3조 3000억 달러(약 4300조원)를 투자하며, 이 중 78억 달러(약 10조 1000억원)를 엑스포를 위해 쓸 예정이다.7)  사우디 비전 2030의 대표적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지역 서울의 44배 면적에 길이 170㎞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더 라인’ 프로젝트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무성하다. 기존의 건축 기술과 건축 자재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이 새로운 기술과 자재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향후 일부 계획 변경이 불가피할지라도, 동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자재가 개발될 것이며, 이는 미래 건축의 새로운 지평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동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여 미래의 건축 기술과 건축 자재 개발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1) 연합뉴스(2023.10.4.) https://www.yna.co.kr/view/AKR20231004116500009?input=1195m (검색일 : 2023.11.29.) 2) 파르티안 샷(Parthian Shot) : 말을 달리며 허리를 돌려 추격해 오는 적군을 향해 활을 쏘는 파르티아 왕국의 활쏘기 방법 3) 산성-평지성 연계 도성 : 산성과 평지의 성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 도성을 방어하는 페르시아 방식의 건축법 4)「외교」, 제146호 (2023.7) “한-이란 관계 현황 및 개선 방안” pp.80-81 5) 송웅엽, <글로벌 에세이>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 (문화일보, 2013.10.23.) 6) GCC :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및 오만 등 걸프 지역 6개 왕정 아랍 산유국들이 결성한 지역협력기구 7)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1129_0002538910&cID=10101&pID=10100 (뉴시스 2023.11.29./검색일 : 2023.11.29.)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송웅엽 (조선대학교 아랍어과 객원교수) 송웅엽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아랍어, 경제학) 및 석사(경영학)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부에 입부했으며, 외교부에 재직하는 동안 주아프가니스탄 대사, 아프리카·중동국장, 주이란 대사, 국회의장 외교특임대사 및 주이라크 대사를 역임했다. 외교부 퇴임 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상임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글로벌인문대학 객원교수, 경찰청 외사자문협의회 위원, 한국외교협회 공공외교위원회 위원 및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