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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및 안정성에 대한 이론적 고찰
    저자
    조성민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 센터(APCSS) 교수)
    발간호
    2023-15
    [초록] 시진핑 정권은 2022년 당대회를 통해 안정적으로 3기 집권을 시작했지만, 곧 학생들의 ‘백지 시위,’ 외교부장 및 국방부장 등 갑작스런 인사 경질 문제로 불확실성도 높아진 것 같다. 그러나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이렇게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에 대하여 혼란스런 신호가 난무할 때, 외부 관찰자들의 내부 상황 추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본 소고는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의 중국정치 동향에 대하여 정치학 이론과 역사적 패턴에 기반한 추론을 제시한다. (1) 현대화 이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와 정당성 유지 전략을 살펴보고, (2) 정치통제 완화-재강화의 주기를 통해 시진핑 정권의 등장과 쇠퇴 가능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해 본다. 이러한 분석은 장차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및 안정성 여부를 평가할 때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   1. 서론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은 예상대로 최고 지도자 지위를 유지하며 3기 집권을 시작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산당 상무위원회 위원들이 시진핑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발탁되었으며, 따라서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할 파벌 형성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정권의 권위주의적 국내 정치와 민족주의적 외교 정책도 큰 변화 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정권의 통제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로 코로나’ 정책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오랜 국가의 통제에 지친 중국 시민들, 특히 학생들이 여기에 반발하고, 놀랍게도 제로 코로나 정책은 바로 중단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게 한번 시작된 학생 시위가 체제에 도전하는 더욱 큰 저항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혼란스러운 신호 속에 과연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변화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본 소고는 이론적-역사적 분석을 통해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regime legitimacy) 문제를 고찰한다. 권위주의 정권 특성상 시진핑 정권이 제공하는 정보는 불투명하고 외부에서 공산당 내부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근본적인 연구의 어려움이 있다. 결국 외부의 관찰자 모두 어느 정도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일반 정치학 이론과 역사적 패턴이 제공하는 정보는 체계적인 분석을 하는데 유용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소고는 먼저 현대화 이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를 설명한다. 다음으로 중국 정치의 통제 완화/재강화의 역사적 패턴으로 후진타오-시진핑 정권 사이 전환기를 설명한다. 그 연장선에서 앞으로 중국 정치가 겪게 될 변화의 방향을 탐색해본다.1)  2. 현대화 이론과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 위기 현대화 이론 (modernization theory)은 경제 개혁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현대화 이론을 옹호하는 학자들은 한 국가의 경제 발전은 정치적 민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2) 정치학자 래리 다이아몬드의 설명에 따르면, 경제 발전은 정치적 결정권을 다양한 행위자에 재분배함으로써 특정 인물 또는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산층의 확대, 교육 수준의 발전, 도시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구성원의 자유-민주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수도 있다.3) 물론 아담 쉐보르스키처럼 현대화 이론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경제발전이 자동적으로 체제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통계적으로 증명했다.4) 이처럼 학술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화 이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분석하는 데에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그림 1> 현대화 이론과 중국 공산당의 정권 유지를 위한 반전략(Counter-strategy)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탈냉전 이후 미국은 현대화 이론의 가설에 기반하여 중국의 경제 개혁-개방 프로그램을 환영하고 지원했다. 클린턴 정부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을 지지하며 중국의 경제발전이 궁극적으로 “더욱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로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5) 물론 이러한 변화를 기대하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중국 지도부가 모를 리 없었다. 경제발전으로부터 정치적 변화로 이어지는 인과적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공산당은 현대화 이론에 대한 반전략(counter-strategy)을 개발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일련의 거버넌스 개혁을 시행함으로써 공산당의 “성과에 기반한 정당성(performance legitimacy)”을 주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현대화 이론이 예측한 것처럼 공산당의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개발 자체가 공산당의 지도력과 안정성 덕분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받아들이게 된다.6) 또한 경제개발에 따라 교육수준이 높아졌지만, 애국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학생들은 자유주의적 가치관보다 민족주의적 관점을 더욱 체계적으로 교육받게 되었다.7)  후진타오 정부는 특히 1기 집권 시기(2002-2007) 동안 법제 개혁, 행정 개혁, 언론 및 학계의 검열 완화 등 일련의 자율화 조치를 통해 공산당의 정당성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8) 류샤오보와 같이 체제에 도전하는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은 이어졌지만, 시스템 내에서 정치 개혁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는 광범위하게 허용되었다.9) 예를 들어, 북경대 교수 판웨이는 체재 내 법치(rule of law)의 확대를 통해서, 당내 이론가였던 위커핑은 당내 민주화 (intraparty democracy)라는 개념을 통해 정치개혁의 심화를 주장하였다.10) 그 결과 중국 인민들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공산당의 성과와 더불어, 과거에 비해 자신들의 불만과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확대된 것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었다. 이 시기 아시아 바로미터(Asia Barometer), 세계 가치관 서베이(World Value Survey) 그리고 브루스 딕슨과 같은 중국정치 전문가들의 연구는 일관되게 중국인들 사이 공산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었다.11)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사회 내 공산당 정권에 대한 비판도 확대되어갔다. 이에 관한 여러 연구는 중국 인민들의 불만 및 비판이 주로 중앙 정부보다 지방 수준에 머물러 있는 패턴을 보여주었다.12) 소수 지식인 집단을 제외하면 아직 공산당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공산당 지도부가 안심하기엔 사회 곳곳에서 너무 많은 적신호가 켜졌다. 환경보호, 부정부패, 여성권리, 퇴역군인들의 복지문제 등 다양한 이슈로 연일 집단시위가 늘어나는 추세가 분명해진 것이다.13) 공산당 내부에선 후진타오 정권이 과도하게 자율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필요시 이를 통제할 역량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확산되었다.14)  <그림 2> 중국 공산당 정당성에 대한 벨 커브 개념도 위의 <그림2>는 후진타오 2기 (2007-2012) 동안 공산당이 직면한 딜레마를 도식으로 보여준다. 자율화 조치가 확대되던 시기 인민들의 지지와 더불어 공산당의 정당성이 강해졌지만, 그만큼 늘어난 시민들의 문제 제기와 불만은 공산당의 정당성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이 통제할 수 없이 하락하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지도부 내에선 다시 중앙의 권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15) 이는 중국 사회 내 ‘가치관의 혼란’을 바로잡고 모든 문제의 근원인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역사적 임무’를 강조하면서 시진핑 정권의 권위주의 시대로 ‘유턴’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3. '팡-쇼우' 사이클과 시진핑 정권의 딜레마 사실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권위주의 등장은 놀라운 일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중국 현대정치의 역사가 보여준 패턴과 일치한다. 리챠드 바움, 수잔 셔크, 데이비드 솀보우 등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정치 전문가들은 ‘팡-쇼우’ 개념을 통해 중국 정치가 보여준 공산당 통제 강화와 완화의 순환 패턴을 설명해왔다.16) 정치 통제가 완화되는 때를 중국 정치가 ‘팡(放: fang)’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다시 통제가 강화되는 시기를 ‘쇼우(收: Shou)’ 시기라고 구분하는 것이다. 1949년 건국 후 중국정치는 (1) 경제 개혁 프로그램의 확장과 축소, (2) 이데올로기 교육, 검열의 완화와 재강화, (3) 행정 통제의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와 재중앙화(re-centralization)가 주기적으로 교차되어 온 패턴을 보여주었다. 밑의 표1이 보여주는 것처럼, 후진타오에서 시진핑 정권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정치적 통제가 완화되었던 ‘팡’ 시기에서 다시 강력한 통제를 추구하는 ‘ 쇼우’ 시기로 전환되는 과정이라 설명할 수 있다.17)  <표 1> 중국의 정치적 동향 1949-2023 중국 정치의 이러한 팡-쇼우 사이클 개념은 정확하게 어떤 날짜 또는 월 단위로, 아니면 어떤 특정 사건을 전후로 구분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확실히 팡-쇼우 개념은 과학적 엄밀성은 부족하지만, 대신 특정 시기의 대략적인 정치적 기조와 분위기를 파악하는 가설로서 유용하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전문가 리챠드 바움은 팡-쇼우 사이클로 1980년대 등소평 정책의 변화를 설명하고, 데이비드 솀보우 역시 팡-쇼우 사이클로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통제 완화 과정을 설명했다.18) 특히 솀보우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직후 중앙 정부의 강력한 사회 통제를 신전체주의 정권의 등장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재개를 강조한 1992년 이후 1997년까지의 기간은 장쩌민 치하 강성 권위주의 기간이지만 이전 신전체주의 상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통제가 완화된 시기로서 팡, 즉 통제 완화의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UC샌디에고의 정치학자 수잔 셔크는 후진타오 2기의 집권시기 중 다시 통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솀보우도 이러한 관찰에 동의한다.19) 그렇다면 대략 2009년부터 중국 정치는 다시 쇼우, 즉 정치 통제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3> ‘팡-쇼우’사이클과 파벌정치의 논리 그렇다면 팡-쇼우 사이클은 어떻게,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당내 파벌정치의 순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UC버클리의 중국학자 디트머는 경기 순환에 따라 당내 개혁파와 보수파 간 파벌정치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였다. 위의 <그림3>은 디트머의 분석모델에 팡-쇼우 사이클의 개념을 덧붙인 것이다.20) <그림3>의 개념도에 따르면,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 장쩌민 정부와 후진타오 1기 정부는 개혁파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후진타오 정부의 집단 지도체제와 자율화 정책은 중국 사회 내 각종 시위와 소요 사태로 이어졌다. 당내 보수파들은 정치개혁의 확대를 통해 시민사회의 불만을 해소하기보다 권력을 다시 중앙에 집중하여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이는 시진핑의 강력한 통치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21) 일단 권력을 잡고 나자 시진핑은 언론 및 학계 검열 강화, 사기업 탄압, 이데올로기 교육 강화, 신장 등 소수민족의 중국화 정책, 홍콩의 특별 보안법 시행 등 통제 강화 정책을 확대했다.  만약 시진핑 정권의 통제 강화가 팡-쇼우 사이클의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면, 장차 중국 정치가 겪게 될 변화 또한 팡-쇼우 사이클을 통해 예상해 볼 수 있다. 팡-쇼우 사이클은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정치적 통제가 결국 경제적 비효율성으로 이어져 당내 그리고 인민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결국 정책 또는 정권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 조짐, 청년 실업률 악화, 국가부채 증가, 빈부격차 악화 등 여러 지표에서 위기 징조를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힘든 상황에서 인민들의 불만이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2년 12월 초 중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중국 학생들의 ‘백지 시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전조로 볼 수 있다. 그 해 10월 20차 당대회 이후에도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이자 청년 세대가 먼저 불만을 표현하고 나선 것이다.  4. 파벌정치 패턴과 시진핑 정권의 미래 물론 산발적인 학생 시위는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시위 중 몇몇 학생들이 ‘시진핑 타도’의 구호를 외치긴 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과도한 코로나 통제 정책의 완화를 요구하였을 뿐 체제 변화를 외치거나 직접적으로 시진핑 권위에 대한 도전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았다.22) 하버드대 왕위화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군중 시위는 어차피 중국의 정권 교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적이 없다.23) 정권 교체는 엘리트 집단 내 통치세력이 도전세력과의 파벌 투쟁에서 패배할 때에 비로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진핑의 당권 장악은 너무 견고해서 과연 당내 도전세력이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팡-쇼우 사이클 개념은 시진핑의 강권 통치가 다시 통제 완화의 시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역사적-구조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예측하지만, 그런 변화를 실행해야 할 개혁파 또는 반대세력이 부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20기 공산당 상무위원회의의 6인 위원 모두 시진핑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발탁되어 애초에 도전세력이 형성될 여지가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통치자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는 인물들로 권력집단을 구성하는 방법을 UC샌디에고의 정치학자 빅터 쉬는 “약자의 연합(coalition of the weak)” 전략이라고 개념화하였다.24)  문제는 “약자의 연합” 전략으로도 “독재자의 딜레마(dictator’s dilemma)”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모든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근본적으로 자신의 부하들 그리고 대중의 지지를 믿을 수 없는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억압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자신의 부하 그리고 대중의 지지가 진심인지, 아니면 공포심에서 비롯된 흉내인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25) 따라서 독재자는 끊임없이 주변인들의 충성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빅터 쉬는 이러한 분석틀을 통해 마오쩌동 시대 당내 권력투쟁을 재조명했다.  마오쩌동은 당내 경쟁 구도에 있던 2인자 류샤오치를 문화대혁명을 통해 축출하고 대신 류샤오치의 지도력과 카리스마에는 한창 못 미치지만 자신에게 충성스러웠던 “약한 지도자”로서 린뱌오를 후계자로 지명한다. 그러나 심복이었던 린뱌오가 마오쩌동에게 충성하기 위해 정치 세력을 동원하던 중 자연스럽게 린뱌오를 추종하는 세력이 형성되자, 마오쩌동은 린뱌오의 변절을 미리 의심하기 시작했다. 빅터 쉬의 분석에 따르면, 린뱌오가 과연 언제 마오쩌동에 대한 투쟁을 결심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 별개로 마오쩌동의 의심과 경계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물질적 생존을 위해서도 투쟁을 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26) 그런 와중 린뱌오의 아들이었던 린궈궈가 적극적으로 마오쩌동의 암살을 기도하다 실패로 돌아가고, 린뱌오는 마오쩌동의 복수를 피해 소련으로 도피하려다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학계와 언론에선 시진핑이 덩샤오핑이 구축했던 집단 지도체제를 허물고 다시 마오쩌동과 같은 1인 지배 체제로 전환하며 개인숭배를 추구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시진핑이 권위는 여전히 대일전쟁, 국공내전, 한국전쟁을 치르며 구축한 마오쩌동의 키라스마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권위의 정당성은 기껏해야 혁명 원로였던 시중쉰의 아들이라는 태자당의 배경에서 시작되었을 뿐이다.27)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는 마오쩌동조차 당내 도전자의 출현을 끊임없이 걱정하며 류샤오치, 덩샤오핑, 린뱌오 등 숙청의 연속으로 정치를 하였는데, 하물며 시진핑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 반부패 캠패인을 통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더니 최근엔 외교부장 친강, 국방부장 리상푸 등 자신이 직접 선발한 부하들까지 갑작스럽게 해임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진핑 3기 정권의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곧 파벌투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친강이나 리상푸는 시진핑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부정부패 혐의로 경질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당내 파벌정치를 연구해 온 스탠포드의 정치학자 우궈광은 시진핑 정권에서도 새로운 파벌 간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28) 시진핑 정권은 정치적 통제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데, 상호 충돌하는 두 목표를 시행하는 정책 집단이 파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당내 서열 2위 리챵 (李强), 그리고 정치 및 선전 분야를 담당하는 당내 서열 5위 차이치(蔡奇) 사이 알력 싸움이 파벌 정치로 비화할 수 있다.29) 이러한 주장은 아직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앞서 설명한 팡-쇼우 사이클의 논리와도 일맥상통한다. 팡-쇼우 사이클에 따르면 경제 발전을 위해 정치 통제를 완화해야 하지만, 시진핑의 통제에 대한 편집증은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인다. 최근 인사 경질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과정과 불예측성은 지도부 내 불안감과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5. 결론 이상 이론적-역사적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추론할 수 있다. (1) ‘현대화 이론’과 팡-쇼우 사이클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중국 사회는 물론 당내에서도 시진핑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누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2) 파벌정치의 순환논리, ‘약자의 연합’과 ‘독재자의 딜레마’의 개념을 적용하면 시진핑 본인도 당내 잠재 도전세력에 대한 의심 때문에 상시 불안감(insecurity)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오쩌동-린뱌오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시진핑에게 아무리 충성을 맹세한 부하라도 갑작스럽게 의심과 경계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물리적 생존을 위해 시진핑에게 저항을 결심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현재 시진핑 정권 내에 잠재적 도전자로 보이는 인물은 없으며, 미국과 한국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여기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모두가 시진핑의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에 잠재적 도전세력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는, 모두가 마오의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에 린뱌오, 그리고 그 전에 펑더화이, 이후에 덩샤오핑 등 마오의 정책을 비판했던 내부인들을 예측하지 못했던 오인(mispercep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위의 분석이 최소한으로 시사하는 바는, 시진핑 정권 내부의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불확실성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내에서 시진핑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불확실한만큼, 시진핑 정권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 또한 불확실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공평하다.  최근 미국의 중국정치 전문가들 사이 회자되는 흥미로운 담론 중 하나는 시진핑 정권 이후의 중국 정치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라이언 하스는 시진핑의 올해 나이가 70으로 앞으로 얼마나 집권을 할 수 있을 지 예측할 수 없지만 결국엔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고, 일단 시진핑이 권력의 중심에서 사라지면 중국 정치는 시진핑의 집권 시기와 정반대 방향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30) 그러한 예측의 근거로 하스는 정확히 팡-쇼우 사이클과 같은 역사적 패턴을 언급하는데, 미시건 대학의 정치학자 댄 슬레이터는 한발짝 더 나아가 중국 정치의 민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슬레이터는 사실 후진타오 집권 시기 공산당은 경제 성장의 가속화, 거버넌스 개혁의 초기 성과에 따른 인민들의 지지에 자신감을 갖고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후진타오가 개혁세력을 조직적으로 규합하여 당내 헤게모니를 잡지 못한 것은 ‘잃어버린 기회(missed opportunity)’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자신감에 근거한 민주화 과정’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필자가 중국 북경대에서 유학하던 시기 학내 토론 중 북경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개진하던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일치한다. 당장 대만이나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혁명을 원하진 않지만, 먼저 싱가폴과 같은 혼합 체제를 거쳐 궁극적으로 일본의 자민당처럼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거대 정당으로 공산당이 생존하는 점진적 민주화 과정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물론 중국 지식인들의 이러한 자유주의적 비전은 시진핑 정권의 탄압과 미-중 경쟁 속 중화 민족주의의 발화로 현재 영향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치에 대한 이론적 고찰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시진핑 정권 이면의 정치적 동향, 그리고 중국 정치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중국의 국내정치 동향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한국의 분석가들은 중국 정치의 불확실성과 다양한 발전의 경로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  1) 본 소고는 저자가 그 동안 국제 학술지에 영어로 발표한 논문과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핵심 내용을 요약 및 정리하여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 문제를 살펴보고 있음. Sungmin Cho, “Does China’s Case Falsify Modernization Theory? Interim Assessment.”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32 (144) (June 2023) 1034-1052 ; Sungmin Cho, “The U.S.-China Power Transition: An assessment of China’s internal view.” Melbourne Asia Review, Edition 9 (March 2022); Sungmin Cho, “Why Non-democracy Engages with Western Democracy Promotion Programs: the China Model,” World Politics, 73(4) (October 2021): 774-817.; Sungmin Cho, “Chapter 18: The Fang-Shou Cycle in Chinese Politics,” in Alexander Vuving ed. Hindsight, Insight, Foresight: Thinking about Security in the Indo-Pacific. (Hawaii: DKI APCSS, 2019): 269-282. 2) Seymour Martin Lipset, Political Man: The Social Bases of Politics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81) 3) Amichai Magen ed., ‘Evaluating External Influence on Democratic Development: Transition’ (2009) CDDRL Working Papers. 6, Available at https://cddrl.fsi.stanford.edu/zh-ch/node/209352. 4) Adam Przeworski and Fernando Limongi, ‘Modernization: Theories and Facts’, World Politics 49, (1997), p. 155. 5) “Full Text of Clinton's Speech on China Trade Bill,” The New York Times, March 9 2000. Available at https://archive.nytimes.com/www.nytimes.com/library/world/asia/030900clinton-china-text.html 6) 딕슨과 천은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중산층이 ‘민주화 요원 (agents of democratization)’이 아니라 ‘국가의 동맹(allies of state)’이 되었다고 표현하였음. Jie Chen and Bruce J Dickson, ‘Allies of the State: Democratic Support and Regime Support among China’s Private Entrepreneurs*’ (2008) 196 The China Quarterly, p.780. 7) Suisheng Zhao, “A State-Led Nationalism: The Patriotic Education Campaign in Post-Tiananmen China,” Communist and Post-Communist Studies 31, no. 3 (1998): 287–302. 8) 자율화 및 제도화 조치의 권위주의 정당화 논리에 대해선 다음을 참조. Nathan, Andrew J. 2003. China’s Changing of the Guard: Authoritarian Resilience. Journal of Democracy 14 (1): 6–17. 9) ‘Democracy? Hu Needs It’ The Economist. June 28, 2007. Available at https://www.economist.com/asia/2007/06/28/democracy-hu-needs-it 10) Pan, Wei. 2003. “Toward a Consultative Rule of Law Regime in China.”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12 (34): 3–43; Wang, Qinghua, and Gang Guo. 2015. “Yu Keping and Chinese Intellectual Discourse on Good Governance.” The China Quarterly (224): 985–1005. 11) 이상 서베이 자료에 대한 분석은 필자의 다음 논문을 참조. Sungmin Cho, “Does China’s Case Falsify Modernization Theory? Interim Assessment.”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32 (144) (June 2023) 1034-1052. 딕슨의 연구는 다음 책을 참조. Bruce J. Dickson, The Dictator’s Dilemma: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Strategy for Survival, Illustrated edition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16). 12) Ernan Cui and others, ‘How Do Land Takings Affect Political Trust in Rural China?’ (2015) 63 Political Studies 91; Tony Saich, ‘How China’s Citizens View the Quality of Governance under Xi Jinping’ (2016) 1 Journal of Chinese Governance 1. 13) ‘Why Protests Are so Common in China’ [2018] The Economist. October 4, 2018. Available at https://www.economist.com/china/2018/10/04/why-protests-are-so-common-in-china. 14) Susan L. Shirk, Overreach: How China Derailed Its Peaceful Rise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22). p.95, 101. 15) 이러한 논리의 공산당 내부 담론에 대한 문헌 분석에 대해선 다음 논문을 참조. Nimrod Baranovitch, “A Strong Leader for A Time of Crisis: Xi Jinping’s Strongman Politics as A Collective Response to Regime Weakness,”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July 13, 2020, 1–17. 16) David Shambaugh, China’s Future (MA: Polity Press, 2016), p. 98 Richard Baum, “The Road to Tiananmen: Chinese politics in the 1980s,” in Roderick MacFarquhar, ed., The Politics of China: Sixty Yea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3 edition (Cambridge ;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p.338.; Shirk, Overreach.p.23. 17) 팡-쇼우 개념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필자의 다음 글을 참조. Sungmin Cho, “Chapter 18. The Fang-Shou Cycle in Chinese Politics,” in Alexander Vuving ed. Hindsight, Insight, Foresight: Thinking about Security in the Indo-Pacific. (Hawaii: DKI APCSS, 2019): pp.269-282. 18) Baum, “The Road to Tiananmen: Chinese politics in the 1980s,” p.338.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팡-쇼우’ 시기 구분은 미국의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솀보우의 분석을 따랐음. Shambaugh, China’s Future. p.99. 19) Shirk, Overreach. pp.27-30.; Shambaugh, China’s Future, pp.2-5. 20) Lowell Dittmer and Yu-Shan Wu, “The Modernization of Factionalism in Chinese Politics,” World Politics 47, no. 4 (1995): 467–94. 21) Baranovitch, “A Strong Leader for A Time of Crisis: Xi Jinping’s Strongman Politics as A Collective Response to Regime Weakness,” 22) Yuen Yuen Ang, “The Problem With Zero: How Xi’s Pandemic Policy Created a Crisis for the Regime,” Foreign Affairs. December 2, 2022. Available at https://www.foreignaffairs.com/china/problem-zero-xi-pandemic-policy-crisis 23) 역사적으로 중국 왕조들이 무너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외세의 침입 또는 군중의 반란이 아니라, 권력 내부 엘리트 집단의 반발이었다. Wang Yuhua, “Can the Chinese Communist Party Learn From Chinese Emperors?”, in Jennifer Rudolph and Michael Szonyi, eds., The China Questions: Critical Insights into a Rising Power, Reprint edi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2019). p.60, 63. 24) Victor C. Shih, Coalitions of the Weak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2). 25) 합리적 선택 이론의 관점에서 독재자의 딜레마를 설명한 저서로 다음을 참조. Ronald Wintrobe, The Political Economy of Dictatorship, 1 edition (Cambridge, UK; New York,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26) Shih, Coalitions of the Weak. p.102. 27) 시진핑의 등장과 권위의 형성과정에 대해선 다음 책을 참조. Kerry Brown, CEO, China: The Rise of Xi Jinping, Reprint edition (London New York: I.B. Tauris, 2017). 28) Wu Guaguang, “Li Qiang Versus Cai Qi in the Xi Jinping Leadership: Checks and Balances with CCP Characteristics?” China Leadership Monitor. Issue 77. 2023 September. pp.1-12. 29) 신경진, “경제 리창 vs 안보 차이치…시진핑 3기 진짜 2인자는 누구?” 중앙일보. 2022년 9월 24일. 30) Ryan Hass, “What America Wants From China: A Strategy to Keep Beijing Entangled in the World Order,” Foreign Affairs, November/December 2023. Available at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what-america-wants-china-hass?utm_medium=social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조성민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 센터(APCSS) 교수) 조성민 박사는 미국 국방부 산하 아시아-태평양 안보 연구소의 교수로 하와이에 근무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및 국방부 직원, 영관급 이상 장교단을 대상으로 중국 정치와 동아시아 지정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미-중 전략경쟁, 중국 국내정치, 중국 외교정책의 국내정치적 요소, 중국-한반도 관계이다. World Politics, The China Journal,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Asian Security, Journal of Asian Security and International Affairs 등 해외유명 학술지에 단독저자로 논문을 출판했다. Foreign Affairs, Washington Quarterly 등 정책 저널에도 글을 출판하였다. Brookings, CSIS, Atlantic Council 등 미국 싱크탱크의 요청으로 미-중 관계 및 대만문제에 대한 분석을 기고하였다. 대한민국 육군 정보장교(통역 특기)로 3년 3개월간 복무했으며, 그 중 7개월은 이라크의 자이툰 사단 지휘부 통역장교로 파병을 다녀왔다. 조성민 박사는 고려대학교에서 학사를, 북경대학교에서 석사를,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 [JPI PeaceNet] 2024년 미국대선과 한국
    저자
    김아람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23-14
    [초록] 2024년 대선에서 현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의 재선이 담보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겪어가는 동안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전쟁지원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레토릭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글은 2024년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결정적 요인들이 무엇인지 검토해본다.  1. 서론 2024년 11월에 치루어 지는 미국 대선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2023년 여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지지율 (approval rate) 은 40.6%인 반면, 반대율(disapproval rate)은 50%를 웃도는 54.7%이다.1) 2024년 선거에서 바이든이 안정적인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024년 1월 아이오와 (Iowa) 코커스 (Caucus) 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60대 미국 대선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24년 대선에 대한 관심은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은 취임 첫날부터 17개의 행정명령, 성명서, 메모랜덤을 통해 전 트럼프 행정부의 대내외적 행보로부터의 전면적 변화를 선언한 바 있다.2) 따라서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인지, 트럼프 혹은 트럼프 노선을 계승하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것인지 여부에 따라 미국 행정부가 보일 궤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북한에 인접해 있으며, 동북아 내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에 민감한 국가이다. 본 글은 최근 미국에서 이루어진 여론조사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미국의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들을 점검해본다.  2. 미국 여론 1)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대외원조 러시아의 도발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은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았지만, 무기와 군사 훈련을 위한 재원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해왔으며, 2023년 5월까지 그 금액은 768억 달러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편, 2023년 여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55%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하여,3) 내년 선거를 앞둔 미국의 지속적인 전쟁 원조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한 찬반은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 간의 차이로 두드러지고 있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의 71%가 앞으로의 전쟁원조에 반대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62%가 전쟁원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은 지역구 지지기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미국 양당 정치인들 간 갈등이 선거가 가까워지며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여론을 통해 대중 외교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공화당 핵심 지지자층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라는 2016년 트럼프의 슬로건을 지지하는 이들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 반대 역시 MAGA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트럼프는 과거 미국 행정부들의 국제주의적 외교노선과 외부원조를 비판하고, 미국의 고립주의, 미국의 우선주의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의 정치논리를 전개하였는데,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 정책법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중국 본토의 간섭에 반대하는 시위 이후, 중국은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였다. 중국과 대만의 긴장도가 급속도로 높아지는 계기였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군이 참전하지 않자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은 강해졌다. 이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움직임은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뒤를 잇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조하는 대만 정책안의 통과였으며,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9월 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대만을 방어하겠냐’는 질문에 답변을 유보하며, 지난 5월 ‘대만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개입은 우리의 약속’이라는 답변을 한 바이든 대통령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다수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와 같은 대중노선은 다시금 이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2) 대선후보 현재까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세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3월 여배우에 대한 성추문을 감추기 위해 공식 기록을 위조한 혐의 (뉴욕주) 를 받았으며, 6월에는 재임시절 국가기밀문서를 반출한 혐의 (플로리다주) 를 받았다. 가장 최근인8월에는 2020년 대선 이후 미국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폭동을 모의하고 투표권을 방해한 혐의 (워싱턴DC)로 기소된 바 있다.  미국 전 대통령의 기소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는 54%의 지지율을 보이며, 그 뒤를 따르는 디샌티스의 17% 지지율과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동 여론조사에서 전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41%가 트럼프에 대해 호감을, 55%가 비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주가 제한적 예비선거 제도를 가지며 (당원으로 등록한 유권자만 경선 혹은 코커스에 참여할 수 있음), 트럼프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유권자들이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사법적인 근거로 출마 자격이 발탁되지 않는 이상 현 대통령 바이든에 대한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은 39%, 반대율은 54%에 달하고 있다. 또한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이 65% 였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지지율은 64%로,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가 교체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현재 미국의 여론은 바이든의 본선에서의 승리를 담보하고 있지는 않다.  대선 본선이 트럼프와 바이든의 경쟁으로 확정될 경우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은 모두 43%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이 경우 투표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6%, 기타는 8%였다. 흥미롭게도, 이번 조사의 답변자들 중 29%가 민주당 지지자, 27%가 공화당 지지자, 34%가 무당파 인 것으로 응답하였다. 즉, 현재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층의 상당부분이 부동층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3. 2024년 미국 대선의 주요 변수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 투표제 (Electoral College) 로 유권자 전체 여론이 선거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특성을 가진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서 인구수가 많은 주의 의사가 지나치게 투영되는 것을 우려하여, 각 주 단위로 유권자 직접 투표 결과를 반영하여 선거인단을 선정하여 간접투표를 하는 대통령 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다.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의 수를 합산한 값이다. 각 주의 하원의원 수는 인구수에 비례하는 반면, 상원의원의 수는 2명으로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는 사실상 인구수가 적은 주에 거주하는 유권자의 의사가 과대표 (over-represented) 된다.  현재 미국은 지역적으로 캘리포니아 (선거인단 55명) 와 뉴욕 (선거인단 29명) 과 같이 인구밀집도가 높은 주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와이오밍 (선거인단 3명)과 같이 인구수가 적은 주에서는 공화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인구수가 적은 주가 과대표 되는 미국의 선거인단 투표제는 최근의 미국 정치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은 유권자 전체 투표에서 트럼프보다 약 2% (286만 표) 앞섰으나, 선거인단 확보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에게 227대 304로 밀려 대통령 당선에 실패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2024년 미국 대선의 추이를 살피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대한 사법적 조치들이다. 9월 뉴욕타임즈 기사에 의하면,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 9명은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에게 트럼프 출마의 적법성 심사를 요청하였다. 주 정부의 국무장관은 법적으로 특정 후보의 이름을 투표용지에서 제외시키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다 결정적으로 2020년 대선 이후 미국 국회의사당 점령을 주도하고 선거의 결과를 번복하고자 한 시도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인지, 이에 따라 트럼프의 선거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지 여부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올해 안으로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사법적 조치는 트럼프 지지층의 강한 반발에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MAGA 지지자들은 미국국회의사당을 점령하고, 전 하원의원장인 낸시 펠로시의 배우자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등 폭력성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에 맞서는 상황을 달갑게 여길 정치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지지층이 집결할 수록, 사법적 처분의 더 큰 난행이 예상된다.  둘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대한 사법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 스윙주 (swing state)에서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접전을 주시해야 한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와 바이든의 득표율이 3% 미만으로 접전을 보였던 주는 네바다, 아리조나,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니아, 노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주였으며, 이 중 노스 캘로라이나를 제외한 6개의 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며 선거인단 303명을 확보하여 (트럼프 232명) 당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2020년 트럼프의 지지 기반이 현재까지 견고하다는 가정4)하에, 38명의 선거인단만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접전 주 였던 펜실베니아, 조지아, 위스콘신은 각각 선거인단 16명, 19명, 10명이 배정되어 있는 주들로, 만일 트럼프가 내년 선거에서 이 세 개의 주에서만 선전하더라도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재임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선거의 결과를 분석해 보면, 위의 접전 주들 중 바이든이 승리했던 아리조나 (선거인단 11명), 위스콘신 (선거인단 10명), 펜실베니아 (선거인단 19명), 조지아 (선거인단 16명)에서 공화당이 확실한 우위를 점령하였다. 2024년 이들 주에서 또다시 공화당이 선전하는 경우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2024년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루어지는 미국의 상하원의원 선거 결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가 재당선되는 경우, 상원과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수가 미국의 정책적 행보가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크게 벗어날 지 여부를 판가름 짓는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석 222석을, 민주당이 의석 214석을 확보하면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최근 극보수로 평가받는 공화당 소속 루이지애나 하원의원 마이크 존슨 (Mike Johnson)이 아젠다 세팅 등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 하원의장이 되었다. 현재 MAGA 지지자들의 높은 집결 상황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이든 낮은 지지율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공화당의 하원 장악은 2024년선거에서도 연속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상원 의원 선거는 2년에 한 번, 총 100개의 의석 중 1/3개의 의석에 대해서만 치루어진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에서 51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여 기존의 분점상황 (50대 50) 에서 벗어나 상원 다수당이 되었다. 미국의 정책 입안은 하원, 상원, 대통령 모두의 승인을 요하기 때문에, 공화당의 하원 장악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미국의회가 제약을 걸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2024년 상원의원 선거는 33개의 의석을 두고 치루어질 예정이며, 이 중 23개를 현재 민주당이 확보하고 있다. 선거의 관건은 민주당이 이 23개의 의석 방어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즉, 2024년 민주당이 23개 혹은 그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경우, 현재의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트럼프가 당선에 성공하더라도 민주당에서 입법적 제약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방어해야 하는 23명의 민주당 의원 중 3명이 2016년과 2020년 트럼프가 선전했던 몬타나, 오하이오, 웨스트 버지니아의 의원들이다.5) 트럼프 지지층 집결이 강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 동시 선거에서의 옷자락 효과 (coattail effect, 유력한 대선 후보자와 같은 당 소속 의원이 동시선거에서 우위를 가짐을 의미) 를 고려하였을 때, 트럼프 출마에 대한 사법적 제재가 없을 경우, 현직자 우위 (incumbency advantage, 현직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 경우 선거에서 도전자보다 유리한 입지를 가짐을 의미) 를 고려하더라도 이 3석에 대한 민주당 우위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4. 결론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에서의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군사적인 측면에서 억지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희박하고, 자주적 핵무장은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에게 주요한 북한 억지 수단이다. 반면 미국의 고립주의와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MAGA 노선은 필연적으로 동맹국들에 대한 지원 감축을 동반할 것이다. 이것은 이미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원하는 공화당 지지층의 여론과 상보적이기도 하다. 한국의 외교정책은 주요 동맹국인 미국의 외교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미국 외교 정책의 변화는 한국의 외교 노선 변화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선거 결과에 따른 잠재적 정책 변화의 폭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는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대비한 다양한 정책 대안들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내 여론변화를 추적하고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국내 학계와 정책 집행자들의 협업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1) 출처: FiveThirtyEight (https://projects.fivethirtyeight.com/biden-approval-rating/) 2) 바이든의 초기 행정명령 및 정책 패키지들은 트럼프의 코로나 관련 정책, 환경문제에 대한 아젠다, 이민자 정책, 국제조약 탈퇴 등의 이슈 영역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꾀하였다. 3) https://edition.cnn.com/2023/08/04/politics/cnn-poll-ukraine/index.html 4) 2020년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5) 이들이 치른 지난 선거는 2018년 트럼프 임기 중 치루어진 중간선거로, 야당이 우위를 가지는 선거였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김아람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김아람 연구위원은 로체스터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선거제도와 민주주의, 유권자 행태, 정당정치, 민주주의 대표성, 미국정치, 불평등 등이 주요 연구분야이다. 주요저작은 “Effect of Income Inequality on Party Positions in OECD Countries”(Korea Observer), “How Progressive is the Most Popular Tax Scheme?: The Case of South Korea” (Hitotsubashi Journal of Economics), “Inequality and Political Parties in US”(사회과학연구) 등이 있다.
  • [JPI PeaceNet] 대만사태 시 군사적 시나리오와 한국의 대응방향
    저자
    배학영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군사전략연구센터장)
    발간호
    2023-13
    [초록] 미국의 관료 및 학자들이 대만사태가 실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일이 현실화 된다면 우리나라에게는 해상교통로의 사용 뿐아니라 미국으로부터 동맹으로서 역할을 종용받는 연루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으로 영향이 많은 대만 사태에 대해 보다 유심히 분석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1. 서론 2022년 12월에 우리나라는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괄적인 지역전략으로 해양을 중심으로 한 지전략이다.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는 바다를 통한 무역으로 지금의 번영을 이루어 왔다. 어쩌면 지금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늦은감이 있어 보일 정도로 우리가 바다에 의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 논문에서 재차 우리에게 바다(인도태평양)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반복하지 않겠다. 반대로, 이렇게 중요한 바다가 주변의 분쟁(대만사태)에 의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그 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  이 글은 대만사태의 시나리오를 5단계로 나누고 각각이 어떠한 형식으로 전개가 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논의 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대만사태가 일어나면 해상교통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이 우리에게 동맹국으로서 각각의 단계에서 군사적이든 외교적이든 일정한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바로 연루의 위험이다. 이때 대만사태의 주도적 플레이어가 아닌 종속 플레이어로서 어떠한 상황에 대면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은 미리 준비하는 정책수립에 매우 중요하다. 본 글이 그러한 정책 수립에 사전연구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 대만사태 시나리오 만약 중국이 실제 대만을 공격한다면 어떠한 형태가 될까? 미중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분석은 많이 있지만 실제 군사적 수준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5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한다. 앞서 분석된 4개의 미국의 권위있는 연구소의 중국의 대만침공 시나리오에 관한 보고서1)를 토대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정책 전개 및 전략적 접근을 탐색한다.  첫째, 외교적 강압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1국가 2체제"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시나리오로, 중국에 외교적 및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국가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국제적 반발로, 미국 및 동맹국들의 해상 연합훈련 등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타이완 해상봉쇄는 중국이 대만 주변을 항공기 및 잠수함을 이용하여 기뢰를 부설하여 봉쇄하고, 대만 근해 항해를 금지하는 시나리오로, 이는 중국의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대만의 외부 도움을 차단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대만 및 일본에 대한 유도탄 타격은 중국이 대만과 일본을 대상으로 미사일 공격을 진행하는 시나리오로, 이는 중국이 군사적 위협으로 대만 통합을 추진하는 경우로 예상된다.  넷째, 대만 상륙이다. 중국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통해 대만을 점령하려는 시나리오로,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의 양안통일 목표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대만주변 해상 전술핵 투하이다. 중국이 전술핵을 이용하여 대만 주변 해상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로, 이는 중국이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대만의 독립을 막고, 자신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접근을 반영하며, 그 중 어느 하나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들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논문의 목표는 이러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통해,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더 깊고 폭넓은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응을 예측하여 대만사태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첫째, 시나리오 #1(외교적 강압)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1국가 2체제'를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이 선언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흔들림 없는 통합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과감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대다수의 국가들이 이를 지지하며, 이는 중국의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과 그것이 행사하는 외교적 압박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은 그의 동맹국들과 함께 이러한 일방적인 외교 압박에 대응해 조치를 취하는데 합의했다. 우선 그들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무력현시의 방법으로 대만 해협 주변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 연합훈련은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대만의 안정을 지지하고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이 해상 연합훈련에 동참한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확고히 하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중국은 이러한 대응에 대해 다양한 위협 연습을 실시한다. 그러나 양국은 이 이상의 무력현시는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양국, 세계의 국가들의 우려 속에 양보를 위한 회담을 개최하고 합의함으로써 위기는 일단락된다. 이는 양국의 미묘한 외교 교활을 보여주며, 중국의 과도한 행동이 어떻게 미국을 중심으로한 동맹국들의 집단적 무력행위로 나타나게 될지 보여준다.  이 사건은 중국의 대만 정책과 그에 따른 국제적 반응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과 그것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적 반응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시나리오이다.  둘째, 시나리오 #2(중국의 타이완 해상봉쇄)이다. 중국의 항공기 및 잠수함을 통한 기뢰 부설, 지대함 미사일 배치 및 대만근해의 타격 경고, 그리고 미국의 필수 물자수송에 대한 대응 조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 주변에 항공기 및 잠수함을 이용한 기뢰를 부설하는 등 봉쇄 시도를 시행한다. 이러한 조치는 대만 주변의 해상교통을 제한하고 안전을 위협하여 섬나라인 대만으로 물자가 이동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할 것이다. 또한 중국은 대만 근해에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하여 대만에 대한 항해금지를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타격 경고를 진행할 것이다.  그나마 미국은 급히 중국의 제한된 제공권을 이용해 공중으로 대만에 필수 물자수송을 시작한다. 미국은 중국의 제한적인 제공권을 이용하여 대만에 필수 물자를 공급함으로써 대만의 물자부족으로 인한 소요를 방지하고 대중국 작전의 지속능력을 보장하여 대만이 중국의 적대적 행위에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 작전을 시행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대만 포함)은 대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고 대량의 물자수송을 준비하기 위해 동부 해역에서 무인 소해작전을 실시한다. 대만은 동부 해역에 무인 소해 장비를 배치하여 해상 교통의 안전을 유지하고 대량 물자의 수송을 준비한다. 이러한 조치는 대만의 안보를 강화하고 안전한 수송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봉쇄 시도와 대만 근해의 타격 경고는 대만을 압박하여 최소의 군사작전으로 원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려있다. 이에 대응하여 우선 미국은 중국의 제한된 제공권을 이용해 대만에 필수 물자를 공급하는 조치를 취하고 동맹국과 함께 무인 소해작전을 통해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고 대량 물자수송을 준비한다.  셋째, 시나리오 #3(대만 및 일본에 대한 유도탄 타격)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발생한 군사 충돌 및 이에 따른 미국의 대응 조치에 대해 시나리오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선언 하자 일본은 중국의 일방적인 군사작전을 저지하려는 미국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중국은 대만 침공의 군사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일본을 공격 대상으로 선언한다. 일본에 대한 공격 선언은 중국이 일본을 점령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공격 선언은 일본에 대한 것 뿐만아니라 다른 미국의 동맹국에게도 미국의 군사작전에 동참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경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은 자국을 방어하는 다양한 군사적 기제(탄도탄 방어 등)를 작동하여 중국의 공격에 대응하고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공격에 대한 무력 시위로 유령함대를 전개한다. 유령함대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위치에 배치된 미국의 해군 함대이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의 도발에 대한 결단력을 보여주며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중국과 일본 간의 군사 충돌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안고 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공격 선언과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 선언은 지역 안보 상황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위해 군사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있으며,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넷째, 시나리오 #4(대만 상륙)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포격과 공중공격을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주, 사이버, 전자전 등 다양한 전술이 활용되었다. 중국은 대만 주변을 봉쇄하고, 대만 및 일본에 대한 타격을 통해 제공권 및 제해권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은 대규모 상륙작전을 실시하고, 교두보를 확보하여 내륙으로의 진격을 하는 시나리오이다.  다섯째, 시나리오 #5(대만주변 해상 전술핵 투하)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시작하였다. 이에 미국은 유령함대를 전개하여 이를 저지하였다. 중국이 지대함과 공대함 공격을 시도하였으나, 미국의 함대방공능력으로 피해를 저지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유령함대가 밀집된 지역에 전술핵을 발사하여 인근 함정을 파괴하려 시도하는 시나리오이다.  3. 결론 미국의 고위장성들의 연일 이어지는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과 미국의 유수의 싱크탱크들의 중국의 대만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리포트들은 대만사태가 실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일이 현실화 된다면 우리나라에게는 해상교통로의 사용 뿐아니라 미국으로부터 동맹으로서 역할을 종용받는 연루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으로 영향이 많은 대만 사태에 대해 보다 유심히 분석하고 사전에 대비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겠다. 첫째, 각 단계별 미국의 대응에 있어서 우리의 입장은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 사전에 검토가 필요하다. 위에서 보았듯이 각 단계별 미국의 대응의 방향이 다르고 그 때마다 우리에게 요청하게 될 능력, 지원 등이 달라 지게 된다. 그러한 다양한 요청들에 지원여부, 지원수위 등에 대해 사전 검토 및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외교적 파장까지 고려가 필요하다.  둘째, 전략물자에 대한 대안적 수송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전략원료(희토류 등)를 동중국해의 수송로가 막히거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수출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대안이 있는지 사전에 검토가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략자원에 대해 수입선의 다변화 등을 평시부터 준비하고 있지만 특히 대만사태에 대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북한의 움직임에 예의 주시해야한다. 대만의 학자들과 토론을 해 보면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다. 북한이 도발해 미국이 한반도에 고착되면 중국이 그 기회의 창을 이용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 반대의 상황은 한국의 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대만의 사태를 북한이 기회의 창으로 인식하고 어떠한 도발이나 무력사용을 할지 유의깊게 봐야 한다.  대만사태는 여러 가지로 한반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한반도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아니라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사전에 준비 해야 한다.  ---------------------------------------------------------------------------------------- 1) Mark F. Cancian etc., 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 Wargaming a Chinese Invasion of Taiwan, CSIS Report, 2023. 1. Stacie Pettyjohn, Becca Wasser and Chris Dougherty, Dangerous Straits: Wargaming a Future Conflict over Taiwan, CNAS, 2022. 6. Michael E. O’Hanlon, CAN CHINA TAKE TAIWAN?: WHY NO ONE REALLY KNOWS, Brookings Report, 2022. 8. Joel Wuthnow etc., CROSSING THE STRAIT: China’s Military Prepares for War with Taiwan, National Defense University Press, 2022.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배학영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군사전략연구센터장) 저자는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국제관계 석사 학위를 국방대학교에서, 그리고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해군사관학교에서 취득하였다. 현재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의 군사전략연구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며,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의 야간석사 및 주말박사과정 주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충청남도 해양공간활용 위원회의 자문위원과 해군본부 미래해양전센터의 위원이다. 저자의 주요 저서로는 『우주전장시대 해양 우주력』, 『21세기 해양안보와 국제관계』, 그리고 영문 저서 "WAR AND CONFLICT MANAGEMENT BETWEEN THE TWO KOREAS"가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그 중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래전: 인도-태평양 지역 및 한반도에 대한 함의", "해양기반 기동형 3축체계", "한국형 유령함대(무인원격함대) 운용개념 및 전력 발전방향", "우주상황인식을 위한 해상기반 국방우주력 발전방향" 등의 주요 논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 [JPI PeaceNet] 태국 경제의 저성장과 새 정부의 정책
    저자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23-12
    [초록] 5월 총선 이후 혼란기를 거쳐 태국의 신정부가 출범했다. 태국경제는 경기부진과 지난 정부의 유산인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세타 수상은 태국경제를 환자로 비유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긴급경제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중장기적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농가부채유예, 전자지갑제도를 도입하고, 중기적으로 재조업 부문에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 FTA 네트워크 확장과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1. 새정부가 직면한 경제상황 지난 8월 하순에 취임한 세타(Srettha Thavisin) 수상은 9월 11일 의회에서 처음으로 시정 연설을 했다. 그는 태국 경제를 환자(sick person)라고 진단하면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가 발발했던 2020년 -6.1%이었고, 2021년에는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1.5%의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경제성장률은 2.6% 였는데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민간소비가 6.3% 증가했고, 상품과 서비스 수출도 6.8% 성장한 결과였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는 살아나지 않아 상반기 성장률은 2.2%로 더 낮아졌다. 상반기에 투자가 1.7%,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1.4% 증가하는데 그쳐 6.8% 성장한 민간소비가 경제를 지탱했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GDP의 90% 이상에 이르기 때문에 민간소비가 계속 증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타 수상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재 당면한 경기부진만이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임 프라윳(Prayut Chan-o-cha) 정부가 남긴 구조적인 유산을 해결해야 한다. 한 때 동남아에서 가장 경제적 역동성이 높았던 국가였던 태국은 프라윳 정부 9년 동안 저성장, 수출 부진, 외국인 투자 유입 부진, 가계와 정부의 높은 부채, 수도 방콕과 지방 간의 경제적 격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교육제도는 열악하고, 농업의 근간이었던 미작 농업의 낮은 생산성이 고착되고 있다. 태국은 장기간 중소득국에 머물러 있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  태국이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0년부터 찬오차의 쿠데타 직전인 2013년까지 달러표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이었다. 이는 말레이시아 5.1%, 인도네시아 5.5% 그리고 베트남의 6.4%에 비해서 다소 낮기는 했지만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쿠데타 이후 군부가 정부를 운영한 2014-2022년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7%에 불과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의 4.0%, 인도네시아의 4.1%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특히 동남아에서 경제적 역동성이 강한 베트남의 6.1%에 비해서는 훨씬 더 낮은 것이었다. 이 시기를 두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보면 2013-2018년 기간 태국 성장률은 다른 국가의 성장률에 비해서 낮았지만 그래도 3.2% 성장했다. 그러나 2019-2022년 기간 성장률은 -0.0%로 성장이 완전히 멈추었다. 이 같은 성장 중단은 코로나 등 국제경제환경의 악화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태국을 제외하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2% 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베트남 5.2%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태국 경제가 다른 문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남아 주요국의 기간별 성장률 추이 주: 성장률은 2015년 달러 표시 가격 기준이며, 각 기간은 시작연도부터 최종년도의 복리 평균 성장률이다. 자료: 세계은행 자료 이용 필자 계산  2. 수출 경쟁력 하락은 저성장의 원인 태국경제 부진의 1차적인 요인은 수출경쟁력 하락에 있다.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 주요국은 모두 수출주도형 공업화로 성장했다. 태국의 상품 수출의 GDP 대비 비율은 2022년 58.0%로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보다는 낮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비해서는 더 높다. 수출의존도가 높다고 알려진 우리나라의 41.1%에 비해서도 높으니 태국 경제의 성과는 수출부문의 성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수출이 이렇게 중요한 가운데, 프라윳 정부가 출범한 2014년 2,275억 달러였던 수출은 2022년 2,871억 달러로 600억 달러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4년부터 2022년 기간 태국의 상품 수출은 연평균 2.6% 증가했는데 이는 이 기간 베트남의 12.2%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고 말레이시아 4.9%, 인도네시아 5.4%, 필리핀 3.7%에 비해 모두 뒤진 실적이다. 태국의 수출경쟁력이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은 농수산물, 농수산물 가공제품,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수출제품이 다각화되어 있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가 전자산업 특히 반도체 의존도가 높고,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이 아직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자랑할 만한 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농수산물 수출은 2018년 188억 달러에서 2022년 214억 달러로 증가했으나 올해 8월 말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미세하나마 감소했다. 태국의 오래된 속담 “(강)물에는 고기가 있고, 들에는 쌀이 있다”는 표현처럼 쌀 농사는 태국을 상징하는 산업이었지만 쌀 수출은 지난 수년 동안 부진해, 2018년의 57억 달러에서 2022년 40억 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1차 자원을 가공한 농수산물 가공제품 수출은 2018년 327억 달러에서 2022년 393억 달러로 증가하여 농수산업 종사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올해는 8월말까지 5.4% 감소했다. 태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지체되어 중소득국 답지 않게 2021년 전체 고용의 31% 정도가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태국보다 1인당 소득이 훨씬 더 낮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그리고 심지어는 베트남에 비해서도 더 높은 것이어서 농수산물 부문의 수출부진은 저소득층에게 큰 타격이 되었고 농가는 막대한 채무를 안고 있다.  동남아 주요국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2014-2022) 자료: 세계은행  일반 공산품 수출도 부진했다. 전기전자 제품의 수출은 2018년 509억 달러에서 2022년 606억 달러로 호조를 보였지만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훨씬 더 취약하고 올해 들어서는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한 때 세계 컴퓨터하드디스크(HDD) 생산의 중심국이었던 태국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컴퓨터 수요가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 수출도 지난 5년 동안 7.3% 증가하는데 그쳤고 특히 승용차 수출은 2018년 111억 달러에서 2022년 63억 달러로 대폭 감소했고, 태국이 자랑하는 픽업트럭 수출도 2018년 79억 달러에서 76억 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섬유 및 신발제품 수출도 2018년에서 2022년까지 2.6% 감소했는데 올해는 8월까지 13% 이상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수출부진, 즉 수출경쟁력 하락은 무엇 때문일까? 수출상품의 품질을 제고하지 못했고 동시에 수출구조를 고도화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는 바로 태국의 산업계 나아가 국민적 혁신역량의 부족 때문이다. 한 국민경제의 성장은 생산요소, 즉 노동과 자본의 축적과 총요소생산성의 상승으로 가능해진다. 선진국이 될수록 인구 증가율이 낮아지고 투자를 통해 축적되는 자본은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태국의 인구 증가율은 동남아에서 가장 낮은 편이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투자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 직접투자가 둔화되었다. 따라서 총요소생산성의 상승이 중요하지만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사회적 생명력이 부족하다.  태국은 입헌 군주제이지만 국왕의 권력이 강한 나라로 왕실과 군부 출신의 관료가 협력하여 국가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방을 통해서 수혜계층으로 등장한 방콕 중심의 중산층이 이 지배구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체제는 매우 굳건하여 정치경제사회는 경직적이고, 사회적 유동성은 낮았다. 그 결과 농민과 노동자의 권익은 보호되지 못했고 부와 소득의 격차가 개선되지 못했다. 나아가 경제적 격차는 인적자원 개발 지체라는 중요한 부작용을 낳았다. 세계지적재산권협회(WIPO)가 매년 조사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혁신능력 순위에서 태국은 2023년 세계 132국 중 43위이다. 혁신 역량은 다양한 지표로 평가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인적자본과 연구역량이다. 태국은 이 부문에서 74위이다. 다국적기업들은 태국에서 숙련 기능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인적자본과 R&D 역량이 취약한 국가에서 첨단기업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태국의 주요 산업에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태국경제의 주요한 구조적 문제이다. 태국은 1960년대 경제개발에 관심을 가질 당시 수입대체형 공업화를 선택했다. 외화절약을 위해 수입공산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자는 것이었다. 국내 생산은 태국 기업인이 담당해야 하지만 태국경제를 장악하고 있던 화교기업은 주로 서비스 산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수입대체를 위해 일부 제조업 분야에 진출할 때도 외국기업과 합작을 했다. 수출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태국에 진출한 다국적 제조기업은 내수 시장을 장악했다. 소비재에서는 서구 기업이 그리고 전기전자와 자동차의 경우 일본 기업이 태국의 산업지형을 결정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경제발전의 이륙단계에서는 필요한 조건이 되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국내시장이 작은 도시국가가 아닌 한, 일정한 발전 단계에 이르러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이 산업 주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이들의 전략이 태국 경제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예컨대 태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는 세계 전략 속에서 태국에서 생산할 차종을 결정한다.  태국 내 다국적기업은 끊임없이 투자환경 개선을 요구한다.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이 그 하나이다. 이 때문에 태국은 최저임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세타 수상도 지적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태국의 최저임금은 하루 300바트에서 337바트로 12% 인상되는데 그쳤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태국의 인적자본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국적기업의 기술이전은 쉽지 않다. 자동차 산업이나 전기전자 산업에서 다국적기업은 태국의 지원산업의 기반 취약을 들어 자국의 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한다. 이 때문에 다국적기업의 기술은 다국적기업과 관계회사들 내부에서 순환한다. 태국이 스타트업을 강조하지만 국제 금융시장 분석기관인 CB Insight에 따르면 2023년 10월 현재 태국에는 시장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3개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 16개, 인도네시아 8개 등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계속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자, 자동차 부문을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문에서 투자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투자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양호한 투자환경에는 당연히 인프라 개선이나 저임의 노동력이 포함된다. 문제는 태국보다 투자환경이 더 양호한 국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3. 세타 정부의 정책적 노력 태국 경제를 ‘환자’ 라고 진단한 세타 수상은 시정연설에서 단기정책과 중장기정책을 제시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 16세 이상 전국민에게 1인당 10,000바트를 지급한다는 전자지갑제도는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과 카자흐스탄에 대해 내년 2월말까지 비자면제 조치를 취했다. 또한 긴급히 국민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디젤과 LPG 가스 요금을 동결하고 전기료를 인하했으며, 방콕에 최근 개통한 전철노선 두개에 대해 거리와 관계없이 20바트의 단일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농민 200만명 이상에 대해 10월 1일부터 원리금을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그가 시행하기로 한 농가부채 유예, 전자지갑제도 등에 대해서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주사한다” 거나 재정조달에 문제가 많을 것이고 포퓰리스트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세타 정부의 경기 대책 자료: Bangkok post 다수 기사에서 발췌  중장기적으로는 세타수상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경제 구조조정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잡고 있다. 특히 첨단 제조업 부문과 녹색산업에 투자를 유치하여 태국을 FDI의 허브로 만들어 중장기적 역동성을 제고할 생각이다. 세타 수상은 “태국은 투자유치에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밖으로 나가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해외 순방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인들을 만나고 있다. UN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 가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화상면담을 했고 구글과 아마존 관계자와도 면담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9월 24일 그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로부터 50억 달러의 투자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현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영업사원(salesman)이 되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가서는 중국을 “형님”이라고 표현하며 환심을 사기에 바빴고, 일대일로(BRI) 포럼에서 연설하면서 태국 남부의 크라지협의 태국만과 안다만해에 심해항을 건설하여 양 항구를 연결하는 90킬로미터의 랜드 브리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태국 경제가 성장하여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야 투자를 할 것이다. 세타 수상은 몇 가지 측면에서 태국의 투자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 그 첫째는 FTA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국제 생산 체제에서 태국의 입지 우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세타 수상은 과거 10년 동안 태국이 어느 국가와도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는 무역과 투자의 확대에 부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태국은 아세안의 일원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와 다자 FTA를 채결했고, 일본, 칠레, 페루, 뉴질랜드 등과 양자 FTA를 체결했다. 미국, EU 등과 논의를 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향후 미국, 중국, 한국 등과 FTA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투자와 관련된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을 만나 중국-라오스- 태국 방콕의 고속철도 부설을 가속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태국의 열악한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랜드 브리지는 과거 운하를 건설하여 인도양에서 오는 선박이 말레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태국만으로 운송하여 남중국해로 북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아이디어 대신, 육상으로 철도, 도로,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인도양에서 말레카해협을 남하하는 수송로에 일대 변화를 일으켜 중동이나 인도 시장을 겨냥한 중국기업을 이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세타수상은 이 프로젝트가 “세계 최대의 메가프로젝트 중의 하나이고, 태국을 매력적인 투자대상지역으로 만들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셋째는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것이다. 퓨어타이당은 5년 내에 최저임금을 하루 600바트 정도로 인상한다는 선거공약을 제시했고, 수상 취임 후 세타 수상은 여러 차례 이를 강조했다. 당연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는데, 수상은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다국적기업들이 태국을 건너 뛰고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계획 때문이 아니고 인프라와 FTA 부족 때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타 수상의 최저임금에 대한 강조는 해외 태국 노동자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과정에 태국 노동자들이 3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20여명이 납치된 상태인데, 이스라엘에 있는 약 1만영의 노동자들이 정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태국내 저임금 때문에 귀국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최저임금의 점진적 인상은 태국에 진출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기술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임금이 높을수록 그 임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고급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타 수상의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태국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정치사회적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정부의 기능을 규제자에서 실행자로 바꾸며, 징병제 대신 모병제로 바꾸고, 법의 지배를 확립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태국의 정치경제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난 5월 선거에서 기존 체제에 불만을 품은 방콕의 젊은 층과 동북부 주민들은 전진당과 퓨어타이당을 각각 1,2 당으로 만들었으나 군부 기득권층의 저지로 1당이었던 전진당은 집권에 실패하고, 제2당인 퓨어타이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한 군부지지 정당 등 11개 정당이 참여하는 연립정권을 출범시켰다. 이 때문에 개혁은 유보되지 않을 수 없고 사회적 역동성은 제고되기 어렵다. 예컨대 집권에 실패한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폐지 등 개혁 정책에 대해서 세타정부는 극히 소극적이다. 더구나 연립정권에 참여한 일부 정당이 세타 수상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4. 시사점 태국은 아세안의 2위 경제국이지만 무역과 투자협력에서 우리와 태국의 관계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밀리고 있다. 우리의 대태국 수출은 2014년 76억 달러로 아세안 수출의 9.0%를 차지했으나 2022년 수출은 86억 달러로 그 비중은 6.9%로 하락했다. 수출의 부진은 우리 기업의 대태국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태국의 주요산업을 일본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은 태국에 진출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태국 수출확대는 우리 투자가 얼마나 활성화되는가에 달려 있다. 세타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은 다시 한번 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태국이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인데 우리도 여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는데, 그 중요한 이유는 태국의 높은 농수산물 경쟁력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세안 전체와 FTA를 체결한 것과 별개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와 FTA를 체결하였고, 필리핀과는 협상을 타결한 상태이다.  아세안 2위 경제국인 태국과도 FTA를 체결하여 상대적으로 부진한 무역과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경제운용에 태국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태국의 저성장은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지 못한데서 출발했고 수출경쟁력 하락은 경제 사회적 혁신역량을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혁신 능력은 정치경제의 지배구조 개선, 소득격차의 완화, 인적자본의 개발 등 다양한 불균형의 해소를 통해서 개발될 수 있다. 우리는 인적자원 개발로 경제성장을 해 왔다. 앞으로도 인적 자원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점점 악화되는 경제사회적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사회적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정치 경제의 지배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태국은 아세안의 중요한 일원이다. 우리는 미중 갈등의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미국은 자국시장을 보호하고 있고, 우리의 최대시장인 중국은 고성장의 시대에서 중성장 시대로 들어섰다.  우리는 한 때 중국에 최대의 무역흑자를 냈지만 중국의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올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안정적인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지난 정부에서는 신남방정책으로 현재 정부는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중요한 점은 아세안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야만 우리의 대아세안 정책이 의미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세안 제2위 경제국이면서도 아세안의 지진아로 변한 태국도 계속 성장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태국경제의 회복과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태국에 대한 인적자원 개발, 기술제고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 퇴임 - 현재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 주요저서: 아세안의 시간, 하나의 동아시아 등 다수
  • [JPI PeaceNet] 공여국내 난민 ODA와 난민보호의 책임분담
    저자
    최원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발간호
    2023-11
    [초록] 2022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의 난민과 기타 강제이주 피해자는 사상 최초로 1억명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앞으로도 난민문제의 심각성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팬데믹과 전쟁을 거치며 주요 선진국들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22년 주요 공여국들의 ODA 금액은 2,040억 달러로 세계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주요 공여국들의 ODA가 증가하게 된 데에는 그동안 ODA 통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여국내 난민 ODA(in-donor refugee cost ODA)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했다. 그렇다면 공여국내 난민 ODA는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공여국 내 난민 ODA는 선진 공여국에 유입된 난민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보호를 위한 비용을 ODA로 분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여국내 난민 ODA는 난민보호의 고통분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수혜의 대상자가 분쟁지역 출신의 난민이라는 점과 개발협력을 통한 분쟁 예방의 실패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정당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공여국내 난민 ODA를 체계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난민보호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과 더불어 향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난민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관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1. 서론 2023년 6월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2022 글로벌 트렌드(Global Trends: Forced Displacement in 2022)』보고서는 전 세계의 강제이주민 피해자가 사상 최초로 1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혀 큰 충격을 주었다.1) 난민을 비롯한 강제이주민이 1억 명을 돌파한 데에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1,0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국을 탈출했고, 본국으로 귀환한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6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럽 각국 및 러시아에 수용되어 있다. 또한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분쟁은 지난 80여년 간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 난민문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난민위기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Figure 1. OECD DAC 국가들의 ODA 합계 (출처: https://public.flourish.studio/story/1882344/)  한편 OECD DAC는 지난 4월 소속 국가들의 공식적인 ODA 통계를 공개하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주요 공여국들의 ODA 금액은 2,040억 달러로 세계최대치를 기록하였다.2)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ODA가 위축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과 달리 ODA 총액이 2021년에 비해 13.6% 증가하였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주요 공여국들의 ODA가 증가하게 된 데에는 그동안 ODA 통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여국내 난민 ODA(in-donor refugee cost ODA)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했다. 2022년 말 기준 공여국내 난민 ODA는 총 293억 달러로 전체의 14.4% 차지하였으며, 이는 지금까지 공여국내 난민 ODA가 최대를 기록하였던 2016년의 160억 달러에 비해서 2배에 약간 못 미치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렇게 공여국내 난민 ODA가 크게 증가한 데에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들과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국가들이 유럽의 주요 공여국들이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평가된다.   유럽 선진국들이 시리아 난민에 이어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는 데에도 공여국내 난민 ODA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정작 공여국내 난민 ODA에 대한 국내외의 학문적 관심이나 정책적 분석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공여국내 난민 ODA의 개념과 이를 둘러싼 몇 가지 논쟁들을 소개하며, 앞으로 공여국내 난민 ODA에 대한 학문적·정책적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2. 공여국내 난민 ODA의 개념과 조건 OECD DAC 국가들의 공여국 내 난민 ODA의 규모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집계되기 시작했다. 2001년 20억 달러 정도의 규모였던 공여국 내 난민 ODA는 증감을 반복하다가 2009년 3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공여국 내 난민 ODA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시리아 난민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부터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난민의 유입과 더불어 공여국 내 난민 ODA 규모가 40억 달러가 넘어섰고, 난민 위기가 정점을 이뤘던 2015년은 125억 달러에 이어 2016년은 167억 달러로 급증하였다.3) 2021년 93억 달러로 감소한 공여국 내 난민 ODA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급격하게 늘어나 293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 대규모로 난민을 수용했던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 네덜란드 등이 각각 10억 달러 이상을 공여국 내 난민 ODA로 지출하였다. 공여국 내 난민 ODA는 선진국/공여국에 유입된 난민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보호를 위한 비용을 ODA로 분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식적으로 주요 공여국들이 자국 내의 난민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지원을 위해 ODA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원칙을 공식화한 것은 1988년 OECD DAC의 가이드라인에 기원을 두고 있다.4) 이에 따라, OECD DAC 소속 국가들은 “기타 공여국 내 지출”이라는 형태를 통해 공여국 내 난민에 대한 ODA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서 OECD DAC는 2017년 “공여국 내 난민” 비용을 ODA로 적용하기 위한 다섯 가지 기준을 확정하였다.5) 첫 번째로 공여국 내 난민에 대한 보호의 책임은 해당 국가의 국제법적 책임이며, 보호에 따른 비용은 인도적 지원의 형태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난민신청자와 난민인정자가 포함되는데, 그 기준이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1951년 난민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12개월 원칙(The 12-month rule)”으로, ODA로 인정될 수 있는 기간은 첫 12개월까지이며, 이후의 지원은 각국이 국내의 예산 등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ODA로 해당될 수 있는 품목들로, 구체적으로는 식료품, 임시 주거, 교육 및 훈련 등은 ODA에 해당하지만, 공여국 사회 및 경제에 통합하기 위한 비용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ODA 비용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이다. 정리하자면, 공여국 내 난민 ODA로 인정되는 것은 현행 국제난민법에 의해 인정되는 난민과 난민신청자 등에 해당하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긴급구호, 임시주거, 초중등 교육, 보건 등) 가운데 첫 12개월에 해당하는 비용만 인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난민 등의 사회적 통합에 필요한 직업교육, 고등교육 등이나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은 인원의 본국귀환 비용 등은 원칙적으로 공여국 내 난민 ODA로 인정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합의에 그치고 있으며, 실제로 공여국 내 난민 ODA 제도를 운용하는 OECD DAC 회원국들의 행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먼저 공여국 내 난민 ODA 대상자의 경우 대부분 국가가 OECD DAC의 원칙에 따라 난민신청자 및 난민인정자와 더불어 난민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재난, 질병, 분쟁, 인도적 위기 등의 이유로 보호를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도적 보호 대상자(persons granted temporary or subsidiary protection)”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와 영국 등은 부모와 떨어진 미동반 아동(unaccompanied minors)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밖에 여러 국가가 “가족결합의 원칙(principle of family unification)”에 따라 난민인정자 등의 가족에 대한 지원 역시 포함하고 있다. 다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난민인정자나 외국이나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뒤 재정착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하는 경우 별도의 기준에 따르는 경우들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난민인정자에 대한 지원은 ODA에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이후 4개월까지 제공되는 지원에 대해서만 ODA로 포함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난민인정자에 대한 지원은 지방정부의 책임인 관계로 난민 지위 인정 후 이관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기간에 제공되는 비용에 대해서만 ODA로 포함한다. 이렇게 난민인정자에 대한 지원이 ODA에서 제외되거나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그에 대한 보호의 책임이 수용국 정부에게 주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공여국 내 난민 ODA에 포함되는 기간의 경우 모든 국가가 OECD DAC의 권고 기간인 12개월을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공여국 내 난민 ODA에 대해 12개월 기준이 적용 가능한 것은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난민 지위를 심사하는 난민지위인정(Refugee Status Determination: RSD) 절차가 일반적으로 12개월 이내에 종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여국 내 난민 ODA 적용 기간에 있어서 몇 가지 쟁점이 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먼저 앞서 언급한 “12개월 원칙”의 기준을 입국 일자로부터 계산할 것인지 아니면 난민신청을 한 접수일 기준으로 할 것인지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리고 ODA 적용 종료일은 난민신청이 불허된 직후로 할 것인지(스웨덴, 이탈리아), 일부 유예기간을 부여할 것인지(네덜란드, 영국)도 일부 차이가 존재한다.   공여국 내 난민 ODA에 해당하는 내용 역시 대부분 국가들이 유사하다. 역시 OECD DAC의 원칙에 따라 대부분 임시 주거, 식량, 보건 및 의료, 법률 및 통·번역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문화 및 언어 등 사회통합 교육과 생계비(현금) 등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일부 국가의 경우 난민(신청자)의 자발적 본국귀환(노르웨이, 오스트리아)이나 해상구조 비용(스페인)을 ODA로 포함하는 반면, 스웨덴은 명시적으로 ODA에서 제외하는 경우와 같은 차이점이 발견된다.  공여국내 난민 ODA의 활용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Petitjean et al.(2022)는 OECD DAC 국가들 공여국 내 난민 ODA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에 따라 우크라이나 난민위기의 여파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다.6) 양자간 ODA 예산에서 공여국 내 난민 ODA 예산을 배정하는 북유럽 국가들(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과 네덜란드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공여국내 난민 ODA가 증가하는 만큼 기타 양자간 ODA 및 인도적 지원 예산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스웨덴 정부는 최소 12억 달러에서 36억 달러, 노르웨이는 4억 1,600만 달러, 덴마크는 3억 달러의 ODA 예산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여국 내 난민 ODA로 변경하기로 하였다.7) 반면 독일의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300억 달러 이상의 기금을 조성하면서 에이즈(AIDS/HIV)나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와 같은 여타 ODA 예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여국 내 난민 ODA는 별도의 연방정부의 복지예산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Petitjean et al. 2022). 그 외에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가들 역시 공여국 내 난민 ODA를 별도의 예산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여국내 난민 ODA 증가가 다른 ODA나 개발협력 예산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주변국 뿐만 아니라 서유럽의 선진국 등에 비교적 고르게 수용되어 보호를 제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보며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불과 10년 전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될 당시 난민의 수용을 거부하며 들끓었던 유럽 각국 정부의 대응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사태 당시 대부분의 서구 언론이 유럽의 위기를 부각하며 난민들이 선진국에 몰려드는 것처럼 묘사한 것과 달리, 터키나 요르단과 같은 인접한 개발도상국들이 훨씬 많은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는 부담을 짊어진 바 있다. 실제로 2022년 말을 기준으로 모든 난민 등 강제이주 피해자들의 76%는 저개발국가 또는 개발도상국에 수요되어 있으며, 선진국들은 불과 24%의 난민만을 수용하고 있다.8) 이렇게 북반구의 선진국들은 난민의 수용을 외면하면서, 대부분의 난민들이 남반구 저개발국가에 수용되어 있는 남북간 격차와 선진국의 고통전가(burden shifting)는 국제사회 난민보호의 근본적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70여년 전 국제난민레짐이 형성되던 당시 공유되었던 고통분담(burden sharing)의 원칙은 이미 색이 바랜지 오래일 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저개발국가에 제공되어야 할 난민 관련 ODA를 자국 내의 난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고통전가를 더 심화 시킬 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3. 공여국내 난민 ODA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난민에 대한 ODA는 일반적으로 주로 난민을 일차적 또는 일시적으로 수용한 수원국의 법률 및 제도, 경제적 기반시설, 교육이나 인식 등 사회적 측면의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난민의 대다수가 저개발국가에 수용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난민에 대한 ODA는 주로 북반구의 공여국으로부터 남반구의 수원국으로 제공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공여국 내 난민 ODA는 특정 공여국의 ODA 자원을 자국 내의 난민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ODA의 내수화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즉, 난민에 대한 보호는 난민협약 등에 가입한 국가의 의무인데, 난민보호를 위한 예산 부족을 ODA 자원으로 충당함으로써 난민보호와 국제개발협력 양측의 책임을 모두 회피하는 방식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공여국 내 난민 ODA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에 대한 ODA를 통해 난민보호의 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ODA의 대상 국가가 저개발 국가이건 선진국이건 상관없이 동일한 맥락 속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9) 즉, 본국을 탈출해 인접국에 머무는 난민을 ODA를 통해 지원하는 것과 선진국으로 이동한 난민을 지원하는 것은 논리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난민 지위의 법률적 특수성은 공여국 내 난민에 대한 ODA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1951년 난민협약에 따라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으면 보호를 제공하는 국가의 내국인과 유사한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난민지위인정절차(Refugee Status Determination Procedure)가 진행되는 동안 난민신청자(asylum-seekers)는 그 법률적 지위와 권리가 모호한 회색지대에 남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즉 난민신청자는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거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적 보호가 필요하지만,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체류하고 있는 국가의 정부에게도 보호의 책임이 모호한 상태로 남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여국 내 난민신청자는 비록 신체적으로는 공여국 내에 체류하고 있더라도, 그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자원은 당사자의 국적국 또는 국제사회에 대한 ODA로 해석할 여지가 남겨진다. 예를 들어, 난민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공되는 임시주거, 생계지원, 교육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권리의 보장을 위해 제공되는 재정적 지원이나 현물 등은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등 ODA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Knoll과 Sherriff(2017)는 유럽 등 주요 공여국들의 난민에 대한 ODA의 성격이 변화해 온 맥락을 강조한다.10) 주요 선진국들은 난민 발생의 원인(root causes)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발협력과의 연계를 강조해왔다. 난민이 발생하게 되는 내전, 인권침해, 종교 및 젠더에 대한 박해, 재난 등을 예방하거나 분쟁 및 재난이 발생했을 때 조기에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협력 의제를 활용해 온 것이다. 그러나 난민의 대규모 발생과 유럽 등 공여국으로의 유입은 이들 국가의 개발협력을 통한 난민위기의 예방이 실패하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과 보완의 차원에서 대규모로 유입된 난민에 대한 ODA 활용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4. 나가며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난민보호에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선도하는 국가로 난민보호에도 더 많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청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1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면서 국제난민법의 내재화를 선도하는 국가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2018년 제주 예멘난민 사태를 거치며 오히려 난민정책이 배타적으로 후퇴하는 과정을 겪어 왔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입국을 계기로 난민의 수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정부의 난민수용에서 가장 많은 비판이 가해지는 지점은 난민과 난민신청자 등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경제·사회적 지원의 미비이다. 그러나 막상 우리나라가 해외의 난민캠프 등에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과 난민 관련 ODA의 규모는 막대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공여국내 난민 ODA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제도적 정비는 향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변사태와 이로 인한 난민의 유입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  1) UNHCR. 2023. “Global Trends: Forced Displacement in 2022.”(June 2023). https://www.unhcr.org/sites/default/files/2023-06/global-trends-report-2022.pdf (검색일: 2023. 6. 26). 2) OECD. 2023. ODA Levels in 2022 – preliminary data (April 12, 2023). Available at: https://www.oecd.org/dac/financing-sustainable-development/ODA-2022-summary.pdf (졉속일: 2023. 9. 22). 3) OECD (2022). ODA Levels in 2021 Preliminary data. https://www.oecd.org/dac/financing-sustainable-development/development-finance-standards/ODA-2021-summary.pdf; Petitjean, H. & West, M. (2022). “Ukraine Crisis and Refugee Costs.” https://donortracker.org/publications/ukraine-crisis-and-refugee-costs-initial-assessment-impacts-development-assistance 4) 조영희, 김성규. (2019). 「난민정책과 ODA 정책의 연계」. 이민정책연구원 정책보고서 시리즈, No. 2019-07. 이민정책연구원. 5) OECD DAC (2017). Clarifications to the Statistical Reporting Directives on In-Donor Refugee Costs (DCD/DAC(2017)35/FINAL) (31 October 2017). Available at https://one.oecd.org/document/DCD/DAC(2017)35/FINAL/en/pdf 6) Petitjean, H. & West, M. (2022). “Ukraine Crisis and Refugee Costs.” https://donortracker.org/publications/ukraine-crisis-and-refugee-costs-initial-assessment-impacts-development-assistance 7) Ibid. 8) OECD DAC (2017). 9) Staur, Carsten. 2023. "The elephant in the room: In-donor refugee costs." https://oecd-development-matters.org/2023/05/11/the-elephant-in-the-room-in-donor-refugee-costs/ 10) Knoll, A., & Sherriff, A. (2017). Making Waves: Implications of the irregular migration and refugee situation on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spending and practices in Europe. Expert Group for Aid Studies [Online]. Available at https://ecdpm.org/wp-content/uploads/ECDPM-EBA-Making-Waves-Migration-Refugee-ODA-Europe-2017.pdf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최원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최원근 교수는 2023년 3월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노어, 정치외교 전공, 2007) 및 석사(정치학, 2009)를 거쳐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 at Manoa)에서 정치학 박사(2020) 학위를 취득했다. 난민인권센터(NANCE)의 설립자 중 한 명이며, 아시아태평양 난민권리네트워크(APRRN) 상임위원(2010-2012)을 역임하였다. 박사학위 취득 이후 경희대학교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역임하였다. 난민, 인권,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이민학회 총무이사, 한국인권학회 대외협력이사를 맡고 있다.
  • [JPI PeaceNet] 신냉전기 미중관계 현주소 진단 : 경쟁과 디리스킹의 딜레마
    저자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발간호
    2023-10
    [기획자 註] 오늘날 미중 간 전략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듯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냉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일컫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미중 두 강대국 간 대립과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경쟁자일뿐 국제정세를 신냉전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국제정세가 어떠한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이를 신냉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과연 신냉전 구도는 앞으로 강해질 것인가. 과연 신냉전 구도하에서 미중 간 디리스킹은 가능할 것인가. 신냉전 구도하에서 한국은 국익을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제주평화연구원은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님의 JPI PeaceNet 기고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실장(scchung@jpi.or.kr)]  Ⅰ. 서론 : 복잡한 신냉전 방정식 다자무대는 불편한 관계에 있는 두 국가가 회담을 이어가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교두보를 마련해주는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결구도가 강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게 다자무대는 양자관계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자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은 디리스킹(De-risking) 담론을 주도하며 중국과 완전히 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 행보를 보인 상황에서 다자무대 계기 디리스킹 기조를 이어가는 외교적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2023년 9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미국측은 아세안 관련 회의에는 해리슨 부통령이 참가하고 G20 정상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참가했지만 중국측은 이 두 차례에서 다자외교 무대에 시진핑 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참가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동계기에 시진핑 주석이 참가하여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었지만 이번에는 이런 구도가 펼쳐지지 못했다. 나아가 이어서 개최된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참가하지 않음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의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복잡한 신냉전 방정식에 기인한다. 신냉전 특징 중 하나는 냉전처럼 ‘블록화’는 아니더라도 ‘진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1)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이 양분화되면서 모든 이슈에서 대결이 펼쳐지는 구도가 강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 진영의 결속력이 강화되면 이를 강하게 견제하고 심지어 자기 진영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인식하는 수준으로 격화되는 양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다자무대에 정상이 직접 참여할지를 따져보는 판단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8월 18일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강도 높은 정상 간 협력을 진행한 후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이끄는 핵심 3개국이 이러한 결속력을 보인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시진핑 주석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나 G20에 참여하고 이 계기에 한중 정상회담까지 하는 것은 한미일 협력체를 축하해주는 것처럼 의도치 않은 신호를 발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 이 단적인 예가 복잡한 신냉전 방정식의 작동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단지 한미일 협력체만의 사안이라기보다는 미중 전략적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작용한 판단이라는 해석이 합리적이다.  미국이 디리스킹 담론을 정책화하면서 중국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단호한 거부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적극적이지도 않은 모습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그러면서 미중 간 소통의 계기가 좀처럼 조성되지 않고 있다. 2023년 9월 유엔총회에 중국측 대표로 시진핑 주석이 오지 않은 것을 넘어 왕이 외교부장도 아니고 한정 국가부주석이 참가하면서 미국으로서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시진핑 주석이 참가하여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2) 이는 외교무대에서 미중 간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어려움을 잘 풀어내고 APEC 계기에 미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디리스킹 기조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냉전 구도는 강해지기만 할 것인가? 과연 신냉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하에서 디리스킹이 가능한 것이기는 할까? 이러한 퍼즐을 해결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다.  Ⅱ. 신냉전, 어디까지 왔나? 신냉전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신냉전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미중 전략적 경쟁을 제일 먼저 꼽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신냉전은 본질적으로 국제체제를 규정하는 모습이고 국제체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 간 상호작용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미중 전략적 경쟁을 추동시킨 구조적 요인은 중국의 성장으로 국제무대에서 세력 재배분 기제가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국가의 능력 성장만으로 경쟁구도가 바로 심화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힘이 성장하면 되레 책임 있는 역할에 나서며 협력구도가 조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창출은 구조적 요인이라는 심지에 불을 붙인 촉발적 요인도 살펴보아야 한다.  중국의 힘의 성장이 ‘구조적’ 요인이라면 중국의 행태변화는 ‘촉발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진핑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게 된 2012년부터 중국은 중국몽, 일대일로, 신형대국관계 요구, 신형국제관계 강압 등 일련의 현상변경정책을 쏟아내었다.3) 따라서 신냉전 부상의 기점이자 모멘텀은 2012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신냉전 구도 조성은 중국의 성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현상변경 시도라는 촉발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런데 2022년 신냉전 구도가 강해지는 또 다른 촉발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힘으로 상대국의 주권과 자유를 강탈하려는 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후 지속되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기반 질서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었다. 따라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신냉전 구도가 ‘1.0’에서 ‘2.0’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4)  이처럼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신냉전 구도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중국이기에 지정학적 중심 1지대는 여전히 인도-태평양지역이고, 유라시아는 지정학적 중심 2지대로 가동되고 있다. 한편 미중 전략적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담론도 형성되고 있다. 중국이 이제 성장의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5) 피크 차이나는 중국이 과거 냉전시절 소련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 여부와 관련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냉전기 소련은 미국의 경제력에 최대 57%까지 추격했으나 그 이후 정점을 지난 쇠락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무리하게 군사력 신장과 팽창을 이어가 내부 폭발로 붕괴했다는 시각과 연계지어 중국도 그렇게 될 것인지 전망하는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다.6)  하지만 피크 차이나 담론이 어느 정도 적실성을 가지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련과 달리 중국은 2022년에 이미 GDP 기준으로 미국의 80%에 도달하며 격차를 좁힌 상태다.7) 지속되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항공모함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군사력 현대화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신냉전은 이제 이미 10년 차를 넘어서는 가운데 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신냉전이 냉전보다 지속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상도 가능하다. 따라서 신냉전 그 자체는 우발적 군사충돌의 개연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이러한 기제를 완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한 숙제도 던지고 있다. 이런 틈새에서 디리스킹 담론이 제시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Ⅲ. 경쟁과 디리스킹의 딜레마란? 주지하다시피 미중 전략적 경쟁은 신냉전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속성이다. 소위 경쟁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여기서 경쟁은 대결의 순화된 표현일뿐 선의의 경쟁과는 거리가 있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등 핵심영역에서 대리전이 펼쳐지는 상황이 이러한 경쟁의 성격을 방증한다. 한편 미국이 주도하고 서방진영에 합류한 디리스킹 담론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하에 중국발 위기를 관리하되 중국과 단절되지 않는 절충점을 찾겠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경쟁’은 국제정치의 현실이고, ‘디리스킹’은 이 현실에 대한 대응이자 해법인 셈이다.  그런데 경쟁 심화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디리스킹 정책화가 공허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당한 경제적 강압을 시도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집단적 경제안보로 대응하겠다는 해법이 미국 등 서방진영을 중심으로 정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리스킹이 실행가능하기 어렵다는 충돌의 지점이 있는 것이다. 경쟁을 강조하면 디리스킹이 요원해지고, 디리스킹을 강조하면 경쟁의 주도권을 놓치게 되는 딜레마에 직면하는 것이다. 디리스킹 담론이 정책화되려면 미국과 중국이 다양한 외교를 통해 최소한의 협력분야를 찾아내고 이를 계기로 우발적 충돌을 차단하는 기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경쟁이 강화되는 구도 속에서는 디리스킹 정책화가 이상주의적 해법으로 전락될 수 있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미중이 ‘경쟁-디리스킹 딜레마’를 푸는 데 공동의 노력을 하는 것은 국제정치 전반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미국이 디리스킹 담론을 제시한 것은 중국과의 대화와 소통에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평가를 외면하면서 이마저도 대중국견제라는 사고와 주장만을 반복하고 이러한 태도를 일관하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이 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다면 신냉전 구도 완화와 미중관계 개선에 매우 유의미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Ⅳ.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이 국익을 담보하는 지략은? 집권 2년 차 한국 정부의 대외전략도 바로 이 디리스킹 담론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이 담론과 기조를 한국의 입장에서 주도할 방법을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략적 명확성’ 기조에 따라 정부는 혁신과 변화를 추동하는 역대급 문서들을 쏟아내었다. 2022년 12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간했고, 2023년 6월에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 공개본을 내놓았다. 나아가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로 구성된 최초의 정상 소다자 기구인 한미일 협력체를 설계하고 출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방향성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자유를 지키고 번영을 이룩한 한국이 이제는 이에 보답하는 기여외교를 추진한다는 목표하에 일관적인 방향성을 갖고 정책화되고 있다. 즉 한국의 국가이익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 확산과 번영을 위해 한국이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상대이익으로 점철된 신냉전의 국제정치에서 절대이익에도 일부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한국은 대외전략에서 신냉전 ‘조장’이 아니라 신냉전 ‘완화’라는 선순환을 주도한다는 메시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협력체도 국제정치에서 대중국견제 등 진영 대결의 주도권을 잡는 문제가 아니라 북핵이라는 절박한 위협에 대응하고 나아가 본질적으로는 인류 모두가 직면한 글로벌 도전에 대처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은 한미일뿐 아니라 한일중 정상회담을 정교하게 추진하면서 새로운 소다자 협력체 설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외교적 레버리지를 높이고 장기적인 국익도 담보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해법일 것이다.   ----------------------------------------------------------------------------------------  1) 반길주, “냉전과 신냉전 역학비교 : 미·중 패권경쟁의 내재적 역학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와 전략』 제21권 제1호(2021), p. 34. 2) 이지헌, ““이달 유엔총회에 中 왕이 불참…11월 미중 정상회담 불투명”,” 『연합뉴스』, 2023.9.10., https://www.yna.co.kr/view/AKR20230910000400072?input=1195m(검색일: 2023.9.10.). 3) 반길주, “미중 패권전쟁의 충분조건 분석 : 결정론적 구조주의 한계 보완을 위한 행위적 촉발요인 추적,” 『국제정치논총』, 제60집 제2호(2020), pp. 17-20. 4) 반길주, “다윗과 골리앗의 신안보딜레마: 강대국 정치 시대에 급부상한 게릴라 전술의 정치·군사 역학 분석,” 『동북아연구』, 제38권 제2호(2023), p. 27. 5) William A. Galston, “Is China Past Its Peak?” WSJ, 15 August 2023, https://www.wsj.com/articles/china-past-peak-demographic-bomb-aging-youth-unemployment-grad-recession-taiwan-34fda75f(검색일: 2023.9.10.). 6) 반길주, “냉전과 신냉전 역학비교 : 미·중 패권경쟁의 내재적 역학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와 전략』 제21권 제1호(2021), p. 15. 7) 류지영, “중국 GDP, 미국의 80%까지 추격… 1년 만에 격차 10% 줄였다,” 『서울신문』, 2022.1.20.,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120012022(검색일: 2023.9.10.).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교수는 현재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이자 국제기구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장,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다. 유엔사·합참 등 안보 관련 정책부서에 근무한 경력이 있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서 외교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연구분야는 국제안보, 미중경쟁, 외교전략, 군사전략, 북핵, 동맹, 해양안보 등이다. 단행본(단독)으로는 『거역 : 정의붕괴시대 거역 프로젝트』 (2021) 등 4권이 있으며, 최근(2020∼현재) 학술논문으로는 SSCI급 6편, SCOPUS 6편, 등재(후보)지 33편 등 45편을 집필했다.
  • [JPI PeaceNet] 무역기대이론으로 살펴본 미중 관계 전망 그리고 한국에 주는 함의
    저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발간호
    2023-09
    [기획자 註] 미중 간 무역・전략・패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2022년 미중 간 무역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중 양국 둘다 상대방을 배제한 독자적인 (특히 신기술 관련) 공급망을 구축하며 디커플링(decoupling) 혹은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상반기까지의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미중 간 무역량은 전년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JPI PeaceNet은 국가 간 관계는 현재의 경제적 상호의존도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 양국 간 무역량과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증가할 것인지 감소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무역기대이론을 통해 미중관계를 전망하고 본 이론이 한국에 주는 함의도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실장(scchung@jpi.or.kr)]  * 본 JPI PeaceNet은 저자의 JPI 정책포럼 <무역기대이론(Theory of Trade Expectation)으로 살펴본 미중 관계 전망 그리고 한국에 주는 함의>를 수정·요약하였음. Ⅰ. 서론 오늘날 미중 간에는 점차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록 경제성장세가 최근 몇년간 둔화되기는 하였으나 중국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제규모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점점 치열해지는 미중 간 경쟁으로 인해 신냉전(New Cold War)이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1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이든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왔던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 받아 계속해서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에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중국이 국제질서를 변경할 의지와 힘을 동시에 지닌 유일한 경쟁국(only competitor)이며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 중 하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out-competing China)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서 발행 이전부터 중국과의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양자 컴퓨팅 등 신기술 분야)디커플링을 통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여왔다. 이에 중국 역시 2013년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2015년 ‘중국제조 2025’ 정책, 2020년 쌍순환 전략 등을 발표하며 내수시장 발전 및 공급망 재편을 통해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각자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규모만 놓고보면 미중 간 무역량은 2022년에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1)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미국과 중국 경제가 국가안보 논리를 내세우며 필요에 따라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디커플링(decoupling)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결국 자유주의 이론에 따라 높은 무역량과 경제적 의존도가 형성되어 있는 미국과 중국은 경쟁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것을 피하고 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Ⅱ. 무역기대이론 (Theory of Trade Expectation)과 미중 간 무역갈등 전개양상 및 추세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국가 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무력분쟁 발생의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무력분쟁 가능성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경제적 상호의존도의 증가가 국가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지 감소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존재하지만 각 연구에 따라 경제적 상호의존도와 국가 간 갈등 사이의 상관관계는 다르게 나타난다.  반면 Copeland(1996, 2014)는 수시로 변동하는 현시점에서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아닌, 앞으로 양국 간 무역량이 증가할 것인가 감소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 인식이 국가 간 갈등에 영향을 준다는 무역기대이론(theory of trade expectation)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Copeland의 주장은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국가 간 갈등의 증가 혹은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현시점에서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은지 낮은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 무역량이 미래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아지고 현재 양국 간 무역량이 높아도 앞으로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 상대방의 비용과 편익 계산에 따라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현재 양국 간 무역량과 상호의존도가 낮더라도 앞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 이는 양국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전쟁발발 가능성이 낮아진다고도 Copeland는 주장한다. 즉, 국가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은 현재의 무역량과 상호의존도가 아니라 앞으로의 상승 혹은 하락이 예상, 기대되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2)  Ⅲ. 미중 간 무역갈등 전개양상 미중 간 무역량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에 가입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UN Comtrade 데이터에 따르면 2001년 약 1214억 USD였던 미중 간 무역량은 2022년 약 7295억 USD로 대략 6배 증가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대미 수출량(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2001년 약 1023억 USD에서 2022년 약 5757억 USD로 약 5.63배 증가한데 기인한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입량(미국의 대중 수출량) 역시 약 191억 USD에서 약 1538억 USD로 약 8배 증가하였다. 다만 여전히 중국의 대미 수출량(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중국의 대미 수입량(미국의 대중 수출량)보다 약 3.7배 많은 수준이다.  WTO에 가입하여 세계무역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수출 주도전략을 통해 매년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2010년대에는 마침내 세계최대무역국가로 성장하였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특히 대미 수출증가를 통해 자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양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었고 미중 경제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Ferguson and Schularick 2007).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대중국 무역 적자 상승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타났으며 미국 기업이 인건비 낮고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미국내 제조업 공동화,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노동자 계층의 불만이 증가하였다. 나아가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저부가가치 공산품을 생산, 수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 고도화를 통해 점점 더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따라 과거부터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문제 삼았던 중국의 기술 탈취,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기술 탈취 의혹 외에도 계속되는 중국의 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환율조작 의혹, 쌓여만 가는 대중 무역적자 역시 미국이 더이상 상황을 좌시할 수 없게 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7년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미국은 2017년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내쫓고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경쟁자로 규정하였고 2018년 마침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2020년 1월에는 마침내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발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되는듯 하였으나 미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함으로 인해 미중 갈등은 계속되었다. 이어서 중국이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자 트럼프는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고, 중국기업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과 ‘위쳇(WeChat)’의 사용을 미국 내에서 금지하는 등 미중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나아가, 트럼프는 2020년 7월 “미국 지적재산권과 미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하였고 이에 중국도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통해 맞섬으로써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한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기조는 2021년 출범한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조 바이든(Joe Biden)은 트럼프의 America First 정책의 연장선으로 Buy American 정책을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였고 나아가 차세대 첨단기술인 인공지능, 바이오, 5G, 반도체, 전기차, 에너지, 양자컴퓨터 등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미국은 이 분야에 있어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은 유사입장국(like-minded)과 함께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민주주의 기술동맹(Techno-Democracies)’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유현정 2021).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이자 반도체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과 CHIP4 동맹을 결성하려고 한다. 점점 고조되고 있는 양안갈등 역시 미중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 미국 경제에도 불확실성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질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그동안 해외로 나간(offshoring)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혹은 국내복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미국과 유사한 입장을 지닌,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로 공장을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을 통해 신뢰가치사슬(Trusted Value Chain)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같은 경쟁국을 첨단기술 관련 공급망에서 배제, 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우방국과의 결속력은 강화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한편, 중국 역시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자신만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2013년 중국은 일대일로(BRI) 구상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함으로써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구축하려고 노력중이다. 나아가 2015년에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여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의 자급자족률을 높이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유진 2022, 26). 2020년에는 쌍순환 전략을 발표하여 “국내순환(내수)과 국제순환(수출)”을 동시에 추구하여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통해 핵심부품의 자체 개발을 위한 첨단기술력 제고를 통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내수시장을 발전시켜 경제 자립도를 강화하고자 한다 (KIEP 북경사무소 2020; 이유진 2022, 26). 궁극적으로 중국은 각종 부품과 소재, 그리고 완성품 모두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생산하고 공급하는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찬우 2022). 또한 중국은 2023년 7월, 자신이 전 세계 수요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생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와 같은 희귀금속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하며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움직임에 맞서려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2023).  다만 최근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한다며 그 표현을 교체하였다. 구체적으로, 2023년 4월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 2023년 6월 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국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for de-risking and diversifying, not decoupling이라고 발언하였다(The White House 2023; US Department of State 2023). 2023년 7월 중국을 방문한 미국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은 디커플링이 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므로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발언하였다(Shalal 2023).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디리스킹으로 대중 방침을 바꾼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 정책에 대해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한 회의감,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경제적 타격에 대한 고려 등)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민정훈 2023). 이에 따라 미국은 이들의 불만과 불안을 수용, 디리스킹으로 그 기조를 변화하였다. 디리스킹 정책을 통해 미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계속해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및 핵심분야를 보호, 미국 내 생산역량 확충, 탄력적 공급망 확보 등을 추구하되 이것이 보다 큰 경쟁, 갈등,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중 관계를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민정훈 2023).  Ⅳ. 미중 간 무역 추세 변화 앞서 언급하였듯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분쟁과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면서 주춤했던 미중 간 무역이 2021, 2022년 들어 다시 증가하였다. 무엇보다도 미중 간 전략․무역경쟁, 디커플링 논의에도 불구하고 2022년 두 국가 간 무역량은 약 7295억 USD로 역대 최고치, 특히 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이 정치권의 레토릭(rhetoric)일뿐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 간 무역이 처해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중 무역이 미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2017년 16.59%로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나 2022년에는 13.42%로 하락하였다. 미국의 대중 수입이 미국의 총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국의 대중 수출이 미국의 총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각각 2017년 21.86%와 2020년 8.72%에서 2022년에는 각각 17.07%과 7.46%으로 하락하였다.  대미 무역이 중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이후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이다. 대미무역은 2016년 중국의 충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20%였으나 2022년에는 11.56%로 감소하였다. 중국의 대미 수입은 2016년 중국의 총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8%였으나 2022년에는 5.66%로 하락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17년 중국 총 수출량의 23.23%를 차지하였으나 2022년에는 16.02%만을 차지하였다. 이처럼 미중 간 무역이 각 자의 전체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한 2018년을 전후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무역량으로만 살펴보면 2022년 미국과 중국은 역대최고치를 기록하였지만 2023년 상반기(1월~6월)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전년 대비 23.7%, 수입량은 전년 대비 4.1%, 대미 무역흑자량 역시 전년 대비 3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과 이로 인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등에서 기인한다 (Soo 2023).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미국 전체 무역량(특히 수입량)이 증가하였기에 미중 무역의 절대량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그동안 미국 기업들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을 고려해 무역상대를 유럽, 멕시코, 그리고 인도,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로 다각화하는 등 무역전환(trade diversion)이 발생하였다(Hufford and DeBarros 2023). 실제로 2022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가 각각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제1, 2 무역상대국으로 등극하였다(Torres 2023). 나아가 미중 간에는 칩(chip) 기술 관련 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2023년 6월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 관련 칩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또한 보였다(Fitch, Hayashi, and McKinnon 2023). 즉, 하반기 결과까지 포함한 2023년 미중 간 총 무역량은 2022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높아보인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Copeland의 무역기대이론에 의하면 국가 간의 갈등과 분쟁은 현재 그들 간의 무역량과 경제적 상호의존도 수준이 아니라 그에 대한 미래 전망이 밝은가 어두운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현재는 미중 간 전략․무역경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서로가 상대방의 총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즉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는 추세 또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미중 간 총 무역량의 절대수치는 2022년까지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이 역시 2023년에는 감소할 징후가 보이고 있다. 이는 두 강대국이 앞으로도 미중 무역에 대해 어둡게 전망하고 미중 관계가 더욱더 악화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Ⅴ. 무역기대이론이 한국에 주는 함의 미중 무역과 마찬가지로 한중 무역과 한미 무역도 2021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대중 무역이 대미 무역보다 한국에게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021년 들어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와 대중무역 흑자는 비슷해져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는 226.4억 USD, 대중무역 흑자는 243억 USD를 기록하였다. 나아가, 2022년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는 12억 USD로 급감하였으며 2023년 4월까지 대중 무역 누적적자가 100억 USD 수준을 기록하였다(현대경제연구원 2023). 이는 최근 5~10년 사이 대중 수출량보다 대중 수입량이 더 빠르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비교우위를 보였던 저위기술 제조업 부문에서의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증가, 중위․고위기술 제조업 부문에서는 대중 경쟁력 하락, 대중 수입 증가, 대중 무역흑자 감소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현대경제연구원 2023).  특히 2020년 한국 대중 수출의 31.2%를 반도체가 차지할 만큼 한국은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며(김선진․이윤정 2021)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는 많은 부분 반도체가 견인해 왔다. 즉, ‘반도체 착시’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대중무역은 이미 2021년에 적자로 전환된 상태인 것이다(황건강 2023). 나아가 2023년 1분기에도 글로벌 IT(Information Technology) 경기둔화로 인해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었으며 그 와중에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4.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상훈 외 2023).  중국은 기술발전을 통해 중・고위기술 제조업 경쟁력에서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그동안은 한중 무역은 한국이 고위기술 제조업 분야, 중국이 저위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각각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 상호보완적 무역관계를 형성하였지만 최근 중국의 기술발전을 통해 이제 한중은 경쟁적 무역관계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는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 감소로 이어졌다.  한편, 중국이 쌍순환 전략 등과 같이 자체 기술력 향상 및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을 계속해서 추구한다면 세계무역시장 점유율을 놓고 한국과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KIEP 북경사무소 2020). 이처럼 대중 무역 흑자가 감소하고 세계시장에서 양국의 상품이 경쟁하는 수출경합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의 입장에서 대중무역에 대한 무역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하고 이는 앞으로의 한중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를 이끌어왔던 반도체의 대중 수출마저 계속해서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 무역에 대한 기대는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이처럼 최근 무역 추세를 살펴보면 한중 무역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한미 무역은 (한중 무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중 간에도 상호 간 무역에 대한 부정적 기대가 증가하고 있는데 무역기대이론에 따르면 이는 앞으로의 두 강대국 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이 경우 두 강대국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치・외교・군사적으로도 협력해야할 한국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즉, 한국도 무역기대이론에 따라 한미와 한중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Ⅵ. 나가며 미중 간 무역갈등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두 강대국은 독자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통해 세계경제를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경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 간 무역량은 2022년까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으며 이는 그만큼 미중 경제가 여전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하지만 무역기대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결과만 보고 (자유주의 이론에 따라) 미중이 현재의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고려하여 갈등을 피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들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계속해서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무역을 제한하려는 각종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중 무역에 대한 서로의 기대가 더욱더 부정적으로 변하고 이는 양국 간 정치・외교・군사적 갈등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미중 관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상황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미국과의 정치・외교관계가 긍정적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대미 무역흑자도 증가한만큼 향후 대미무역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반면 중국과의 정치・외교관계는 크게 부정적이지 않더라도 대중 무역 흑자 감소, 적자전환 가능성 등이 향후 대중무역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무역기대이론은 향후 자국의 상황, 국제정세에 대한 국가의 인식이 국가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는 점에 주의사항이 있다. 향후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곧 국가의 행동, 국가 간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므로 무역에 대한 기대만으로 국가 간의 관계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책결정자들은 향후 무역관계에 대한 전망이 국가 간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성은 있다.  미중이 서로를 계속해서 경쟁자로 인식하고 디커플링 혹은 디리스킹을 추구할 경우 이로 인해 국가 간 관계는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가 간 잠재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무역상황에 대한 지도자의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Copeland 1996, 40). 또한, 두 강대국은 경쟁의 속도 및 정도를 조절하며 상호 간 무역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 ----------------------------------------------------------------------------------------  1) 본고에서 언급하는 모든 무역 관련 수치의 출처는 UN Comtrade Database임 (https://comtradeplus.un.org/). 2) 그 예로 Copeland (1996, 2014)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독일, 제2차 세계대전 발발과 독일, 그리고 태평양 전쟁 발발과 일본을 사례로 제시하였다.    참고문헌 김상훈*, 남석모, 이승호, 이지은, 이준영, 최창원, 이영재. 2023. “BOK 이슈노트: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한국은행. 김선진・이윤정. 2021. “BOK 이슈노트: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한국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 “중국 「쌍순환(双循环) 전략」의 주요 내용 및 평가.” KIEP 북경사무소 브리핑 22(2). (12월 30일). 민정훈. 2023.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의 의미와 함의.” IFANS FOCUS (6월 27일). 유현정. 2021. “INSS 전략보고: 미중 글로벌 공급망 경쟁의 전략적 함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유진. 2022. “미-중 무역전쟁 4년 경과 및 전망 – 양국 무역비중 및 탈동조화 검토.” KITA 통상 리포트 8. 이찬우. 2022. “중국 홍색공급망의 형성과 글로벌 가치사슬(GVC) 구조 변화.” 중국학연구 100권, 523-552. 한국무역협회. 2023. “Trade Brief No.10” (5월 17일). 현대경제연구원. 2023. “경제주평: 對 중국 교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23-08 (통권 948호). 황건강. 2023. “[한국 수출 긴급 진단] 반도체 빼면 대중 무역 수지 작년 이미 적자로 돌아서, 수출 고도화 ‘골든 타임’ 놓쳤다.” (9월 3일). Accessed at: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9148#home. Copeland, D. 1996.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War: A Theory of Trade Expectations. International Security, 20(4), 5-41. Copeland, D. 2014.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War.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Ferguson, N., and Schularick, M. 2007. “‘Chimerica’ and the Global Asset Market Boom.” International Finance, 10(3), 215-239. Fitch, Asa, Yuka Hayashi, Joh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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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ed at: https://www.state.gov/secretary-of-state-antony-j-blinkens-press-availability/.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편집 : 김수연 연구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 관심분야는 국제안보,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Journal of Asian and African Studies), The Impact of the US and China on ROK-DPRK Relations, 1993-2019: An Empirical Analysis using Event Data (Asian Survey), China–DPRK Relations, China’s Rise, and DPRK Aggressions toward the ROK–U.S., 1990–2021 (Asian Survey), A Power Distribution Shift between the ROK–U.S. and China–DPRK Blocs and Its Impact on Inter-Korean Relations, 1990–2021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The Effect of Partisan Identity on Individual’s Economic and Political Attitudes: An Empirical Analysis on the South Korean Case (Korea Observer) 등이 있음.
  • [JPI PeaceNet] 해양안보를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 국제해양안보건설(IMSC) 활동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
    저자
    장성일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발간호
    2023-08
    [기획자 註] 오늘날 전 세계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무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한다. 국가 간 무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상품은 주로 해상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해상 교통로에서의 항행의 자유 확보는 각 국의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해양안보는 많은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다. 미국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국제해양안보건설(IMSC)’이라는 다자 해양안보 연합체를 주도하며 중동 지역 해역에서 선박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IMSC는 어떤 조직이며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IMCS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활동이 한국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제주평화연구원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장성일 박사님의 JPI PeaceNet 기고문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실장(scchung@jpi.or.kr)]  서론 2019년 5월과 6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Gulf of Oman) 해역에서 유조선들이 잇달아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성명을 발표하면서 유조선에 대한 공격은 이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1) 유조선에 대한 공격 이후 원유 가격은 약 3% 이상 상승했다.2) 이후 발생한 사건은 미국과 이란을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몰고 갔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월 20일, 이란이 미국의 무인 정찰 드론을 격추하자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이란 레이더 및 미사일 부대 등을 공격하기 직전에 이를 취소한 것이다.3) 다행히 미국과 이란은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않았으나 이상에서 언급한 일련의 사건은 해상수송로 문제, 더 나아가 해양안보가 국가 간 무력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림-1] 미국의 정찰 드론 및 유조선들이 공격당한 지점4)  이 글은 2019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발생한 이후의 해양안보를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인 ‘국제해양안보건설(IMSC: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이하 IMSC)’에 주목한다. 이 글은 IMSC의 시작과 주요 활동, 그리고 미국의 해양안보를 위한 외교정책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미국 주도 해양안보 협력체 IMSC의 시작 ‘국제해양안보건설(IMSC)’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적인 해양안보 연합체(coalition)로, 중동 지역 해역에서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 호주 등이 참여하는 다자해양안보 프로그램이다. 이 연합체는 국제해양안보건설, 국제해양안보구상, 국제호송연합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 또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2019년 7월에 공식 출범한 IMSC에는 2023년 6월 현재 미국, 영국, 알바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세이셸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5) 2019년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이후 미국과의 갈등이 IMSC의 창설에 기여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자국의 무인 정찰 드론을 격추시킨 후, 페르시아만 인근에서 이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을 감시하고 위협 발생 시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페르시아만 지역 항행 선박들에게 감시 장비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미국은 이란의 위협적인 행동을 억지하고자 한 것인데, 영국, 바레인 및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안보 연합체에 동참하기로 했다.6) 이 프로그램의 출현 초기에는 Sentinel program 또는 Operation Sentinel이라 명명되었는데, 이러한 다자적인 해양안보 협력은 미국이 혼자서 페르시아만과 인근 해역의 해상수송로에 대한 안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해양안보 제공의 부담을 나누어 가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7) 2019년 7월 IMSC가 출범하였을 때 미국, 영국과 호주만이 이 연합체에 참여하였는데, 8월에는 바레인이,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바니아가 IMSC에 합류했다. 2020년 3월에 리투아니아, 10월에는 에스토니아도 IMSC에 참여하기 시작했다.8)  IMSC의 목적 및 작전 지역 IMSC는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국제법 및 ‘자유로운 상업적인 흐름(free flow of commerce)’을 유지하여 지역의 안정 및 해양안보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9년 11월 7일에 IMSC는 실질적인 해양안보 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인 ‘Coalition Task Force (CTF) Sentinel(이하 CTF Sentinel)’을 만들었다. 이 조직의 임무는 상업적인 해운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IMSC의 작전지역에서 국가 행위자의 지원을 받는 악의적인 활동(state sponsored malign activity)을 억지하는 것이다.9)  IMSC가 해양안보 작전을 수행하는 지역은 아라비아만(Arabian Gulf) 또는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및 오만만(Gulf of Oman)을 통과하여 아덴만(Gulf of Aden), 그리고 밥 엘-만답(Bab el-Mandab) 해협을 통과하여 홍해(Red Sea) 남부 지역까지의 공해(international waters)이다. IMSC가 해양안보 작전을 수행하는 지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지점(choke point)이 위치하고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과 밥 엘-만답 해협이 그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하고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및 아라비아해를 이어주는 해협으로, 연간 42,000척 이상의 선박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에너지 자원의 수송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choke point) 중 하나라 할 수 있다.10) 2018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2,100만 배럴의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21%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동 연도를 기준으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1/4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2018년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물량의 76%가 아시아 시장으로 갔는데,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싱가포르가 대부분의 물량을 수입하는 고객이었다.11) 다음으로 밥 엘-만답 해협은 중동 지역을 수에즈 운하로 연결하는 해협으로 연간 17,000척 이상의 선박이 통과한다. 만약 이 해협이 봉쇄되는 경우 선박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서 항행해야 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과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협이다. 2018년 하루 평균 620만 배럴의 석유가 밥 엘-만답 해협을 통과하여 유럽, 미국 및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했다.12) IMSC의 주요 활동 2019년 1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 IMSC의 CTF Sentinel은 호르무즈 해협과 밥 엘-만답 해협을 통과하는 IMSC 가입 회원국 소속 1,100척 이상의 상선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했고, 상선이 동 태스크포스(CTF)가 해양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도록 하기 위해 거의 10,000번의 해양인식소통(maritime awareness calls)을 실시했다.  IMSC의 작전지역 정찰을 위해 해양순찰과 정찰용 항공기가 13,000시간 이상을 비행했다. IMSC의 태스크포스(CTF)는 바레인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Sentinel’과 ‘Sentry’로 이루어져 있다. 호위함(frigate), 구축함(destroyer)과 같은 대형 해군 군함을 ‘Sentinel’이라 칭하고, ‘Sentinel’은 핵심적인 구간(choke point)인 호르무즈 해협과 밥 엘-만답 해협에서 감시 활동을 실시한다. ‘Sentry’는 초계함(patrol craft 또는 corvette)과 같은 소형 해군 군함을 지칭하며, 앞서 언급한 두 해협 사이에 있는 핵심적인 항로(transit lane)를 순찰한다. IMSC의 태스크포스(CTF)는 가장 위험도가 높은 구간을 통과하는 통행량을 관찰하기 위해 항공정찰자산도 추가적으로 활용한다.  IMSC의 CTF Sentinel이 작전 지역에서 벌이는 해상수송로 안보 또는 해양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자에 대한 감시 활동으로 2020년에 발생한 Wila호 사건을 들 수 있다. 2020년 8월 12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의 공해 상에서 이란이 군사력을 사용하여 IMSC의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유조선인 Wila호에 승선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Sentinel 선박이 이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당시 이란군은 헬리콥터 한 대와 두 척의 선박을 동원했으며, 이러한 행위는 항행의 자유와 자유로운 상업의 흐름을 저해하는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페르시아만, 오만만 해역에서 2019년 말부터 CTF Sentinel의 작전이 시작됨에 따라 Wila호 사건처럼 해당 지역에서 국가 행위자의 지원을 받는 악의적인 활동이 감소했고, CTF Sentinel의 작전 개시 이후 2019~2020년 동안 IMSC 회원국 선박에 대한 공격도 없었다고 IMSC는 전하고 있다.13) 미국의 해양안보 외교정책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호르무즈 해협 해양안보를 위한 미국 주도의 다자 협력체인 IMSC의 활동이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여전히 중요한 핵심구간(choke point)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해상수송로 안보는 언제든지 군사력의 사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는 안보 문제다.14) 비롯한 에너지 자원 및 물류의 해상수송 비중을 고려할 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로부터 핵심구간(choke point)을 비롯한 해상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력 사용(해군력의 투사)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9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이후 미국과의 갈등이 IMSC의 출범을 촉발한 것과 같이,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에게 핵심 이해관계가 있는 핵심구간(choke point)이나 해상수송로가 위협받는 경우 해양안보 확보를 위해 미국은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IMSC의 사례가 보여주듯 최근 미국은 독자적인 군사력 사용 대신 여러 국가의 참여를 요구하는 다자적인 개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 한국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참여나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미중 경쟁의 격화로 대만해협을 비롯한 남중국해에서의 해양안보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남중국해나 동중국해는 미국 뿐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 경제의 생명줄이다. 2022년 미국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중국이 대만을 둘러싸고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한 사례만 보더라도, 미중 경쟁의 양상에 따라 한국 경제에 핵심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해상수송로 또는 해상교통로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소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 미국에게 경도된 한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거나 한국의 외교정책 변화를 목적으로 중국이 한국 선박의 대만해협 또는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통행을 막거나 방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핵심적인 국가이익이 걸려 있는 해상수송로에 대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 및 다자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실제로 미국은 2019년 7월 IMSC 출범 초기 한국에게 참여를 요구한 적이 있다.15) 미국의 요청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 주도 IMSC 참여 대신 한국의 독자적 작전수행 방식을 선택했다. 2020년 초 한국은 청해부대의 파견을 결정했으며, 이후 청해부대의 임무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했다.16) 이란을 포함하여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IMSC에 회원국으로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부담이될 수 있으나,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이 미국 주도 해양안보 활동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에서도 해양안보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하며, 동시에 중국이 한국의 행동을 자신에 대한 공격적인 행위로 오인하지 않도록 신중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  1) Mark Landler, Julian E. Barnes, and Eric Schmitt, “U.S. Puts Iran on Notice and Weighs Response to Attack on Oil Tankers,” The New York Times (June 14, 2019). 2) Edward Wong, “Pompeo Says Intelligence Points to Iran in Tanker Attack in Gulf of Oman,” The New York Times (June 13, 2019). 3) Weiyi Cai, Denise Lu, and Anjali Singhvi, “Three Attacks in the World’s Oil Choke Point,” The New York Times (June 21, 2019). 4) Weiyi Cai, Denise Lu, and Anjali Singhvi, “Three Attacks in the World’s Oil Choke Point,” The New York Times (June 21, 2019). 5)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https://www.imscsentinel.com/ (검색일: 2023년 6월 26일). 6) Benjamin Mueller, “U.K. Joins U.S.-Led Effort to Protect Ships in Strait of Hormuz,” The New York Times (August 5, 2019); Jamie Tarabay, “Australia Is Third Country to Join U.S. in Patrolling Strait of Hormuz,” The New York Times (August 21, 2019). 7) Edward Wong, “Trump Imposes New Economic Sanctions on Iran, Adding to Tensions,” The New York Times (June 24, 2019). 8) https://www.imscsentinel.com/news/s9tdvzvbyiicxzxorg1tn4wu2hpdn6 (검색일: 2023년 6월 28일). 9)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https://www.imscsentinel.com/ (검색일: 2023년 6월 26일). 10)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은 ‘choke point(chokepoint)’를 “널리 사용되는 해로를 따라 있는 좁은 해협(narrow channels along widely used global sea routes)”으로 정의하고 있다.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World Oil Transit Chokepoints (July 25, 2017). ‘choke point(chokepoint)’는 한국어로 해상요충지, 병목지점, 관문, 요충지, 전략적 해협, 급소지역 등으로 번역되어 사용되며 아직 합의된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11)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39932 (검색일: 2023년 6월 26일). 12)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41073 (검색일: 2023년 6월 26일); https://www.imscsentinel.com/news/s9tdvzvbyiicxzxorg1tn4wu2hpdn6 (검색일: 2023년 6월 28일). 13) The U.S. Navy, https://www.navy.mil/Press-Office/Press-Releases/display-pressreleases/Article/2311913/international-maritime-security-construct-statement-on-incident-with-motor-tank/ (검색일: 2023년 6월 28일). 14) 장성일, “위기 시 미국 외교정책 결정의 통합적인 분석: 페르시아만 해상 수송로 위기에서 군사적 대응 결정,” 『한국정치학회보』 제54집 제2호 (2020년 6월), p. 233. 15) 유지혜·이유정, “미국, 한국 분담금 목표는 현금+호르무즈·남중국해 동참,” 『중앙일보』 (2019년 8월 21일). 16) 장연제, “정부, 호르무즈에 청해부대 파병키로…파견지역 확대 방식,” 『동아일보』 (2020년 1월 21일); 김성진, “정부, 호르무즈에 청해부대 독자 파병…“美·이란과 사전 협의”,” 『뉴시스』 (2020년 1월 21일); 윤상호, “美연합체 참여않고 호르무즈 독자 파병,” 『동아일보』 (2020년 1월 22일).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장성일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장성일 박사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를 역임,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재직중이며,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을 지냈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19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서 냉전기 미국 외교정책 결정에 대한 아카이브 연구로 외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분야는 미국 외교정책의 제도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교정책 이론, 해양안보 및 에너지 안보 등이다. 대표적인 연구로 단독 저서는 『해양안보와 미국의 외교정책』 (도서출판 이조, 2023), 논문으로는 “위기 시 미국 외교정책 결정의 통합적인 분석: 페르시아만 해상 수송로 위기에서 군사적 대응 결정,”(한국정치학회보, 2020), “외교정책 연구에서 ‘정책결정(Decision-making)’ 관점 재조명: 1967년 티란 해협 수송로 안보 위기 시 미국의 무대응 분석,”(국제정치논총, 2020), “미국 국가안보 제도의 기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 과정에서 관료 조직 간 정치,”(평화연구, 2021) 등이 있다.
  • [JPI PeaceNet] 확장억지 강화의 오랜 노력과 성과: 새 부대에 담긴 명품 술을 위하여
    저자
    이근욱 (서강대학교)
    발간호
    2023-07
    [기획자 註] 지난 4월말 한미정상회담은 군사안보측면에서 차관보급 핵전략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했다는 점에서 한미 간 핵 관련 협력의 역사에서 핵 관련 논의에 특화된 첫 고위급 상설협의체를 출범시켰다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의 역사에서 대북 확장억지가 갖는 의미와 현재 주소,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 볼 시기가 되었다. 이에 JPI 피스넷은 서강대학교 이근욱 교수의 기고를 통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조치의 역사와 그 변화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서론 2023년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5박7일 동안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였다. 이번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확장억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대북 확장억지를 강화하였고,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를 주관하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까지도 수행하였다. 또한 미 국방부에서 미군 수뇌부로부터 정세브리핑을 직접 받았으며, 하버드 대학의 정치연구소(Institute of Politics) 행사에서 연설하였다. 이러한 접촉을 통해, 한국과 미국 관계는 양국 정상의 인간적인 관계와 함께 더욱 강화되었다.  12년 만의 국빈방문을 통해, 한미 동맹은 한반도에 국한된 지역 동맹에서 전 세계를 포괄하는 그리고 군사문제를 넘어 사이버와 우주 그리고 환경 문제까지 다루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하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이전까지 미국이 제공하던 대북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한국형 확장억지”의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미국 핵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보장하고, 차관보급 핵전략 협의체인 핵협의 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하여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협의체를 출범시키었다.  또한 한미 동맹을 첨단기술 동맹으로 발전시키면서, 한미 공동의 첨단기술 개발과 공급망 강화 등에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기술표준을 마련하고 한미 반도체 포럼을 창설하면서 가치동맹으로 신뢰할 수 있는 미국과 한층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하였다. 환경 부분에서 한미 양국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행동을 촉진하기로 약속하였다.  이와 같은 외교적 성과는 분명 긍정적이며,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고 한미동맹의 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건설적인 성과는 획기적인 것인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이전까지와는 다른 내용의 발전이며, 새로운 내용의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개선인가? 만약 새 술이 아니라면 이전까지의 확장억지의 내용물이었던 헌 술과 확장억지의 제도이었던 헌 부대는 어떠하였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한 부분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평가하고자 한다.  워싱턴 선언과 대북 확장억지의 강화 대북 확장억지는 1953년 이후 한미동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한미동맹을 통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대북 확장억지력은 지난 70년 동안 북한의 또 다른 전면침공을 효과적으로 방지하였으며, 좁게는 한반도와 넓게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면서, 냉전 이후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동시에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위한 군사적인 수단을 추구하였다. 이에 한미동맹은 이전과는 다른 군사적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전까지 미국의 핵독점이 북한의 한국에 대한 재래식 공격을 억지하였다면, 이제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핵독점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대북 확장억지력을 약화시킨다고 한다. 이제 워싱턴 선언과 NCG 등으로 미국의 대북 확장억지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평가는 새로운 내용이며, 이것을 새로운 제도적 장치로 발전시킨 것인가? 즉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은 것인가? 일단 미국은 냉전 기간에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였다. 1953년 이후 미국의 핵우산은 암묵적으로 작동하였지만, 1978년 11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에서 핵우산은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명시되었다. 당시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과 그에 따른 박정희 정권의 독자 핵무기 개발 노력은 한미동맹에 상당한 파열음을 촉발시키었고, 결국 미국은 한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이전까지 묵시적으로 상정되었던 미국의 핵우산을 SCM 합의문에 명시하였다. 1978년 7월 11차 SCM 최종 합의문은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재확인”하였다.1)  이후 SCM 및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 등에서 핵우산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이 한반도에 작동한다는 것은 사실상 상식적인 사항이었고, 이에 대한 의구심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미국은 해당 사안을 다시 언급하였다. 2006년 10월 38차 SCM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억지의 지속을 포함하여,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굳건한 공약과 신속한 지원을 보장”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를 통해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였고, 한국에 대해서는 안보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이후 미국의 대북 확장억지력은 제도화되기 시작하였다.  2009년 6월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public of Korea)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의 연합방위태세를 강조하면서,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지력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continuing commitment of extended deterrence, including the U.S. nuclear umbrella)”을 다시 선언하였다.2) 이후 2009년 10월 41차 SCM에서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명기되었다.  2010년 10월 42차 SCM의 문구는 기본적으로 2009년 SCM 합의문과 동일하지만, 한미 양국은 확장억지정책위원회(EDPC, Extended Deterrence Policy Committee)의 구성에 합의하였다. 이에 따르면 EDPC의 역할은 “확장억지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협력 메커니즘”으로 규정되었고, 핵우산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논의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였다. 2011년 3월 EDPC 1차 본회의가 그리고 9월에 2차 회의가 개최되어, 한국과 미국은 북핵 위협을 공동으로 평가하고 확장억지 수단에 대한 운용연습(TTX, "table-top" exercise) 실시를 논의하였다. 11월 EDPC 주관으로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참석한 가운데, 해당 운용연습을 실시하였다.  2011년 10월 43차 SCM에서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가 신설되었고, 2012년 3월 EDPC 3차 회의는 KIDD 고위급 회담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한국 국방부의 정책실장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의 회의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EDPC/KIDD는 NATO 이외의 국가에서 작동하는 최초의 확장억지 관련 협력기구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에 전성훈은 “일본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미일 양국은 EDPC와 같은 기구가 없이도 미국의 對일본 핵우산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는 자신감을 표명했다고 지적하였다.3) 확장억지전략협의체(EDSCG)의 등장과 발전 EDPC/KIDD는 이후 더욱 강화되었고, 제도적 형태 또한 진화하였다. 2015년 4월 억지전략위원회(DSC, Deterrence Strategy Committee)가 추가되어 차관보급 협의를 강화하였다. 특히 2016년 10월 한미외교+국방장관 회담 및 48차 SCM에서 양국은 확장억지전략협의체(EDSCG, 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를 출범하는데 합의하였다.4) EDSCG는 차관보급 협의체인 EDPC/KIDD에서 외교/국방부 차관급 협의체로 격상된 제도이었으며, 2016년 12월 워싱턴에서 1차 회의를 개최하였다. 회의 공동언론보도문에 따르면, 미국은 “핵우산, 재래식 타격,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지를 한국에게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하고, 이와 함께 “동맹국들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격퇴될 것이며, 그 어떤 핵무기 사용의 경우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미국의 오랜 정책을 재확인”하였다. 특히, 미국은 이러한 “지속적인(enduring) 공약의 이행과 한국에 대한 즉각적인(immediate) 지원 제공에 있어 계속 확고할 것임을 강조”하였다.5)  2017년 북한은 핵 및 미사일 실험 등으로 도발을 계속하자, 한미 양국 정부는 2017년 6월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으며, 양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공약”을 확고히 하였다. 이러한 對한방위공약을 다시 확인하는 일환으로, EDSCG의 정례화가 최종 확인되었다.6) 이를 통해 “모든 국가 역량을 활용하여 확장억지력을 강화”한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는 또 다시 확인되었다.  이어 2018년 1월 워싱턴에서 EDSCG 2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양국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한 EDSCG 결과, 미국은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활용한 확고한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하였으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한, 美 전략자산의 한국 및 주변지역에 대한 순환배치를 계속”해 나가는데 합의하였다. 동시에 “확고한 대북 억지 유지를 통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을 유도해 나간다는 공동의 목표”를 인정하고, 이를 위한 “고위급 협의 메커니즘으로서 EDSCG의 유용성을 평가하고, 한미간 확장억지 공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하였다.7)  하지만 2018/19년 남북 화해무드에서 EDSCG 자체는 오랜 기간 개최되지 않았다. 4년 8개월이 지난 2022년 9월 EDSCG 3차 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되어, 양국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하였다. 그 회의 결과는 공동성명의 형태로 공개되었으며, 이것은 2016년 공동언론보도문과 2018년 보도자료의 형식과 차별성을 보였다. 여기서 양국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강화, 북한의 공세적 행위에 대한 억지력 강화, 그리고 보다 넓게는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적, 정보적, 군사적, 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특히 미국은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하면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어 2018년 1월 워싱턴에서 EDSCG 2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양국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한 EDSCG 결과, 미국은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활용한 확고한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하였으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한, 美 전략자산의 한국 및 주변지역에 대한 순환배치를 계속”해 나가는데 합의하였다. 동시에 “확고한 대북 억지 유지를 통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을 유도해 나간다는 공동의 목표”를 인정하고, 이를 위한 “고위급 협의 메커니즘으로서 EDSCG의 유용성을 평가하고, 한미간 확장억지 공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하였다.7)  하지만 2018/19년 남북 화해무드에서 EDSCG 자체는 오랜 기간 개최되지 않았다. 4년 8개월이 지난 2022년 9월 EDSCG 3차 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되어, 양국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하였다. 그 회의 결과는 공동성명의 형태로 공개되었으며, 이것은 2016년 공동언론보도문과 2018년 보도자료의 형식과 차별성을 보였다. 여기서 양국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강화, 북한의 공세적 행위에 대한 억지력 강화, 그리고 보다 넓게는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적, 정보적, 군사적, 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특히 미국은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하면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8)  핵협의 그룹(NCG),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인가? 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미국과의 확장억지를 논의하는 메카니즘은 상당 기간 동안 발전하였다. 핵우산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45년 되었으며, 확장억지를 강화하려는 한미 양국의 제도적인 협의체 또한 15년 이상 존재하였다.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이러한 메카니즘은 지속적으로 변화하였고, 점차 고위직 당국자들이 협의체에 참가하였다. 논의되는 사안 또한 점차 강화되면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조치는 지속적으로 그 강도가 상승하였다.  그렇다면 NCG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작동하였던 또는 최근 들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는 않았던 EDPC/KIDD 그리고 EDSCG와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가? 현재 시점에서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였고 대북 확장억지 의지를 표명하였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고 확장억지전략을 논의하는 한미 회의체 또한 존재하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동시에, NCG 관련 합의가 1960년대 이후 미국이 NATO 동맹국들과 구축하였던 핵공유(Nuclear Sharing)와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평가하였지만 미국 당국자는 “이것은 핵공유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이후 대통령실 또한 “핵공유가 아니다”라는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였다. 때문에 아직 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NCG와 지금까지 작동하였던 EDPC/KIDD 그리고 EDSCG 등이 어떤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NCG는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은 아니다.  그러하지만 NCG가 확장억지를 강화한 것은 분명하다. 기존의 EDPC/KIDD 그리고 EDSCG 이상으로 한미동맹은 대북 핵억지와 확장억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며, 이후 차관보 수준에서의 핵억지력 사안을 논의하면서 대북 확장억지는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우산과 대북 확장억지는 1953년 이후 존재하였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사항이다. 이것은 새 술이 아니라 헌 술이다. 그리고 NCG 등은 헌 술을 새 부대에 담은 것이다. 이 부분을 과장해서는 아니된다.  동시에 헌 술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경우에 새 술이 필요하지는 않으며, 헌 술 자체는 필요하고 효과적이며 이미 증명된 정책수단일 수 있다. 특히 상황이 계속 변화하는 현실에서, 이 그 효과가 증명된 헌 술은 추후 변화에 대응할 정책수단을 절약한다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존 제도적 장치인 EDPC/KIDD 그리고 EDSCG 등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측면에서, NCG가 제도적 차원에서 새로운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그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새 부대일 뿐이다. 즉 새 술은 아니다. 단 그 새 부대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는 새 부대에 담긴 술이 어떤 것인가에 달려있으며, 그 술이 명품 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향후 한미 양국이 진행할 관련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가? 확장억지라는 헌 술을 – 매우 효과적이고 그 효과가 이미 증명되었고, 잘 작동하는 – NCG라는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러한 새 부대에 집중하면서 그 속에 담겨있는 내용물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는 아니 된다. 그 내용물은 매우 훌륭하며, 1953년 이후 70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성공적으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 내용물을 명품 술(名酒)이다. 이제 우리는 그 명품 술의 가치를 다시 분석하면서, 음미해야 한다.  우선 북한 군사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현재 확장억지에 회의적인 견해가 널리 수용되고 있으며, 이것은 한미동맹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것은 적절하지 않다. 북한 위협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과거 소련 및 현재 중국과 비교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확장억지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제고되어야 한다. 확장억지는 기본적으로 억지이며, 따라서 확실성은 담보될 수 없다. 모든 억지는 그리고 모든 확장억지는 “운(運)에 맡기는 위협(threat that leaves something to chance)”에 기초한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가의 문제이며, 따라서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면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안보공약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대결에서 한국이 그리고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에 따라서 확장억지가 작동한다.  셋째,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는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강대국 경쟁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재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가의 문제는 향후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만약 미국이 중국에 비해서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과의 대결에서 물러선다면, 향후 미국은 북한과는 비교불가능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중국과의 대결에서는 더욱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에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를 포기하고 안보공약을 철회한다면, 중국은 바로 동아시아에서 팽창을 시작할 것이며 대만 침공은 그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확장억지는 지금까지 잘 작동하였고, 지금도 잘 작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작동할 것이다. 이것은 명품 술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서 더욱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확장억지라는 명품 술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이며, 이를 통해 NCG 등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  ----------------------------------------------------------------------------------------  1) 전성훈, 『미국의 對韓 핵우산정책에 대한 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12), p. 131. 2) 해당 공동선언은 한미동맹 미래비전이라고 불린다. 공동성명문의 영어 원문은 다음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the-press-office/joint-vision-alliance-united-states-america-and-republic-korea (검색일: 2023년 5월 3일) 3) 전성훈, p. 239. 4)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1610200828001/?cr=zum 5)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174811 6)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38849 7)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68018&srchFr=&srchTo=&srchWord=&srchTp=&multi_itm_seq=0&itm_seq_1=0&itm_seq_2=0&company_cd=&company_nm=&page=1 8)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2757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이근욱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근욱 교수는 1970년생으로 2004년 3월 이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국제관계와 군사안보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국제정치이론과 군사동맹 문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분야는 국제정치이론과 군사력 사용이며, 냉전 기간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단행본 연구업적으로는 『왈츠 이후: 국제정치이론의 변화와 발전』 (2009년), 『냉전: 20세기 후반의 국제정치』 (201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냉전 기간 가장 위험한 순간』 (2013년), 『이라크 전쟁: 부시의 침공에서 오바마의 철군, 그리고 IS 전쟁까지』 (2011년 출간, 2021년 전면개정판), 『아프가니스탄 전쟁: 9·11 테러 이후 20년』 (2021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쿠바 미사일 위기』, 『이라크 전쟁』,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은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 [JPI PeaceNet] 한미동맹의 진화: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의 협력을 중심으로
    저자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발간호
    2023-06
    [기획자 註] 지난 4월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군사 안보측면에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창설을 통한 대북확장억제 강화라는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및 기후, 환경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기후와 환경 문제라는 전 지구적인 협력을 요하는 이슈에 관해 한미 간 협력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JPI 피스넷은 임은정 공주대 교수의 기고를 통해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에너지 및 기후 환경분야에서 합의된 내용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들어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1. 들어가며 한미동맹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말, 한국 대통령으로서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하였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고도화된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그리고 이른바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의 시대에 한국과 미국이 “동맹”으로서 어떤 협력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가이었다. 확장 억제와 관련해서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 사용을 포함한 확장 억제 강화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하고, 핵협의그룹(NCG)을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갈무리가 지어졌다. 경제 안보와 관련해서는 반도체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간의 의제가 폭넓게 다변화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라는 표현과 함께, 군사 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 및 기술 분야에의 협력들이 명시화되었다.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중 발표된 공동성명, 그리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과 발표한 공동성명의 내용을 계승 및 발전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문재인-바이든 공동성명에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포괄적 협력”이라는 부분에 신흥기술이나 기후변화 대응, 보건 협력, 우주 탐사와 같은 내용을 포함됐었고, 2022 윤석열-바이든 공동성명 역시 이런 기조를 이어갔으며, 이를 기반으로 이번 2023 공동성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동맹 협력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은 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 간 협력의 의제가 다양해진 지금, 에너지와 기후·환경 분야에서의 한미협력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고 국빈 방문을 전후로 이 분야에서의 한미협력이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 남겨진 과제들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한 뒤, 향후 정책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2.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 협력의 의미 우선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에서의 한미동맹 간 협력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본래 “동맹(alliance)”의 사전적인 의미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함께 대항하는 것1)이므로 이런 개념을 굳이 기후나 환경 문제와 같이 전 지구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분야에까지 적용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이미 주요국들의 산업정책과 무역정책이 함께 맞물려 부딪히는 치열한 경쟁의 장(arena)이 되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다른 시대의 흐름이 작동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석탄과 증기 기관, 2차 산업혁명이 석유와 전기로 대표되는 것이었다면, 3차 산업혁명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인터넷의 결합으로 대변된다.2)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달로 이른바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의 도래를 시사한다. 2차 산업혁명까지의 에너지 수급이 대형 화력 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전기를 생산하여 대규모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중앙집권적인 구조였다면 3차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에는 분산화된 전원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더욱 수평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은 지금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가게 하는 두 개의 바퀴와도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경쟁에서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국가가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표준을 세우게 될 것이다.3) 게다가 초연결사회에는 사이버 안보와 같은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위협이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흥기술(emerging technology)의 주도권을 누가 잡게 되느냐를 두고 주요 선진국들이 기술경쟁력을 안보 문제라는 프레임에 투영시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4) 따라서 당분간 4차 산업혁명 관련 및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술 분야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하는 주요 경제국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바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를 두고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느냐,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balancing)을 취하느냐, 헤징(hedging) 전략을 취하느냐, 그 선택지의 스펙트럼 사이에서 다양한 정책들이 제안된다. 물론 한국은 중견국이면서 동시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사이에 놓인 ‘중간국’이므로,5) 한국의 지전략적 위치를 활용하여 자율성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6)이 대체로 공감을 얻을 만한 주장이지만,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가 이미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technological hegemony)을 둘러싼 전장이 된 측면이 있으므로 현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경제 안보 동맹 강화를 기본 정책 기조로 삼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전략적 선명성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7)  3. 합의된 내용과 그에 대한 평가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정책 기조를 취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 간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하였는가와 함께 현재 한미 간 협력을 둘러싼 관련 쟁점들에 대해서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이번 공동성명에 명기된 내용과 백악관이 국빈 방문 중 게재한 팩트 시트(Fact Sheet)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양국 간 주요 합의 사항이자 성과로 정리될 수 있겠다.  첫째, 한·미는 파리협정에 기반을 두고 양국이 내건 국가별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재확인하였다. 이는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서 후퇴하는 행태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기후변화 대응에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이 곧 미국의 정책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정책 기조는 앞선 2021년, 2022년 정상회담의 공동성명과도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또한 양국 정상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력 생산 부문의 탈탄소화가 절실하다는 것에 인식을 공유하면서 재생 및 원자력에너지를 포함한 청정 전력 비중을 현저히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양국의 정책 기조가 탄소중립 목표 실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같은 향후 관련된 세부 정책이 수립되는 방향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위와 같은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한·미는 탄소 감축은 물론 재생에너지 및 수소 기술의 개발 및 보급에서 협력할 것과 산업, 건설 및 수송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강화하는 것에도 뜻을 모았다. 또한 청정 수소, 화석연료 부문에서의 메탄 감축, 녹색 해운과 함께 2030년까지 판매량의 최소 40%를 목표로 무배출경량차(ZEVs) 보급을 가속하기 위한 양자 협력 강화를 모색할 것도 합의하였다.8) 요컨대 향후 신재생에너지 부문과 함께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 기술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분야를 보아도 위와 같은 양국 간 합의가 구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은 조지아주 브라이언에 54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자동차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함께 켄터키주 글렌데일과 테네시주 스탠튼에 건설 중인 두 곳의 전기 배터리 공장에 11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였다. 또한 한화큐셀이 조지아주 달튼의 태양광 공장 확장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 등이 관련된 내용들이다.9)  또한 위의 내용과 관련하여 핵심 광물 공급망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향후 5년간 53억 달러를 제공하여 한국의 북미지역 중요 광물 및 배터리 제조 투자를 지원할 것이며, 한미 양국은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보다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하고 있다.10)  MSP의 중요성을 논함에 있어서 IRA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IRA가 통과되었을 때 이것이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엇갈렸다. 이 법이 한국 기업에 어느 정도 손해를 끼칠 것인지는 일반화하기 어려운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것은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 제조 능력을 보유할 수 있을 지라는 부분이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화솔루션과 같은 태양광 업체는 미국에 제조 시설을 가지고 있어, IRA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고려할 때 오히려 성장이 가속할 수 있는 데 반해, 전기차 업체는 현재 생산 구조상 세액 공제 대상이 되기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IRA가 최종 조립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광물 및 구성 요소 비율에 대해서도 요구 사항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공급업체들이 중국산 부품 및 소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느니만큼, IRA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망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 매우 큰 도전이 되어버렸던 것이다.11)  그런데, 미국이 2023년 3월 발표한 IRA 전기차 세액 공제와 관련하여 세부적인 원산지 규정에 따르면 양·음극재가 부품이 아니라 핵심 광물로 분류되게 되어 한국 기업들로서는 일단 숨통이 트인 상황이라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양·음극재 글로벌 생산의 대부분은 한국, 중국, 일본이 담당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한국이 유일하게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여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상기 세부 지침 발표 시 미국 재무부는 광물 협정을 새롭게 맺은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해서도 FTA 체결국과 같은 위치를 부여하기로 했기 때문에,12) 한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일정 부분 상쇄되리라 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상기 세부 지침이 한국 기업에는 일정 부분 시간을 벌어준 측면은 있다고 하겠다. 요컨대 이렇게 신에너지와 수송 부문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의 재편이 리쇼어링(reshoring), 니어쇼어링(near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앨라이쇼어링(allyshoring)의 방식을 빌어 가속화하고 있으므로, 한국은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협력하면서도 계속해서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양국이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중요한 요소로서 원자력에너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서로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면서 민간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한 부분이다. 양 정상은 재원 조달 수단을 활용하고, 수원국의 역량을 강화하며, 보다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민간 원자력의 책임 있는 개발과 배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하였다.13)  그러나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간의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다 보니 한미 원자력 협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빈 방문 일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4월 30일 웨스팅하우스의 패트릭 프래그먼(Patrick Fragman)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역시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폴란드의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한국 원전이 폴란드에 지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키웠던 것이다. 이에 한수원도 즉각 반발하며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동의 없이 APR1400을 폴란드에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반박 자료를 해당 매체에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 간 원자력 협력을 언급한 것과 대치된다거나 양국 공동성명에 서로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 결국은 웨스팅하우스에 유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에 산업통상부 측은 해당 문구는 지극히 원론적인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15)  이런 공방을 보면서 다시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기업 간의 충돌과 경쟁에 국가가 얼마나 깊게 개입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나라들이니만큼 아무리 정상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하향식으로 기업의 행동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웨스팅하우스 지분의 51%는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비즈니스의 자회사인 브룩필드 재생가능(Brookfield Renewable Partners)에, 49%는 캐나다의 우라늄 업체인 카메코(Cameco)에 매각된 상황이다.16) 웨스팅하우스를 과연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신흥국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자 하는 한국으로서는 한·미 기업 간 협의가 원활히 이루어지면서도 양측에게 모두 이익이 돌아가는 기제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4. 맺으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에서도 한미동맹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 합의되었다. 아울러 이번 국빈 방문 중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이 미국 에너지부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 장관과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을 열었고, 양 정상이 합의한 청정에너지 확산과 원자력 협력 강화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한 만큼,17) 앞으로도 한·미 주무 부처 간에 긴밀한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상 간의 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 방향이 설정되었긴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처럼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이해가 충돌할 소지는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권은 물론, 보조금, 세액 공제와 같은 혜택을 지급하는 기준 등에서도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우리 기업과 국내 생산라인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설득의 과정에서 다시금 강조해야 할 것이 다름 아닌 ‘동맹’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건재하고, 4차 산업혁명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분야에서도 선전하는 것이 미국이 추구하는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확보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국이 어렵게 되는 상황이야말로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된다는 설득의 논리를 펼쳐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성장이 미국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이해관계가 부합한다고 발언한 만큼,18) 양국에 모두 호혜적인 후속 조치들이 이어지기를 주문하는 바이다. ----------------------------------------------------------------------------------------  1) George Liska, 1962, Nations in Alliance: The Limits of Interdepedence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p.12. 2) Jeremy Rifkin, 2013, 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 How Lateral Power Is Transforming Energy, the Economy, and the World (New York: St. Martin's Griffin). 3) 임은정, 2023, “[특별 기고] 한미동맹, 기술 안보 분야에서 더욱 공고해져야,” 『에너지경제신문』 (5월1일). 4) 김상배, 2021,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이론적 분석틀의 모색,” 김상배 편,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미중 패권경쟁 사이의 한국』 (서울: 한울엠플러스), p.19. pp.19-55 5) 전봉근, 2019, 『미중 경쟁 시대 한국의 ‘중간국’ 외교전략 모색』 (서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6) 조비연, 2021, “미중 간 전략경쟁과 여타 중견국의 균형-편승 스펙트럼,” 『국제․지역연구』 30권 4호, pp. 69-110. 7) 임은정, 2023, “[EE칼럼]한미동맹, 에너지-그린테크 분야로 확대돼야,” 『에너지경제신문』 (4월26일). 8) 대통령실, 2023, “[전문]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 (4월27일),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4326 (검색일: 2023.05.05.). 9) White House, 2023, “FACT SHEET: Republic of Korea State Visit to the United States,”(April 26),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3/04/26/fact-sheet-republic-of-korea-state-visit-to-the-united-states/ (accessed: 2023.05.05.). 10) Ibid. 11) Eunjung Lim, 2022, “Green Technology Competition in the Era of Economic Security: Implications of Global Supply Chain Restructuring for Korea.” in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 Asia: Analysis of Carbon Reduction Plans in Southeast Asian NDCs. Sejong: Korea Environment Institute, p. 19. 4-25. 12) 정재호, 2023, “‘IRA 세부지침 발표’ 미국 “배터리 양·음극재, 핵심 광물로 정의”,” 『한국일보』 (3월31일),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33122570002331 (검색일: 2023.05.05.). 13) 대통령실 2023. 14) 김형민, 2023, “웨스팅하우스 CEO “韓원전, 폴란드에 지어질 일 없다”…한수원 즉각 반박,” 『동아일보』 (4월30일),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33122570002331 (검색일: 2023.05.05.). 15) 장덕수, 2023, “미국 원전회사 “한국 원전 폴란드에 지어질 수 없다”…한수원 반박,” 『KBS』 (5월1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64870 (검색일: 2023.05.05.). 16) 정세영, 2023, “웨스팅하우스, 새 주인 찾았다…‘신재생·핵연료’ 컨소시엄에 매각,” 『전기신문』 (10월13일),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9811 (검색일: 2023.05.05.). 17) 최일관, 2023, “美 에너지부와 원전 협력, 청정에너지 공조 강화 추진,” 『에너지데일리』 (4월28일),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573 (검색일: 2023.05.05.). 18) 『연합뉴스』, “[현장연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질의응답,” (2023년4월27일),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30427001000641 (검색일: 2023.05.08.). 참고문헌 김상배. 2021.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이론적 분석틀의 모색.” 김상배 편.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미중 패권경쟁 사이의 한국』 (서울: 한울엠플러스): pp. 19-55. 김형민. 2023. “웨스팅하우스 CEO “韓원전, 폴란드에 지어질 일 없다”…한수원 즉각 반박.” 『동아일보』 (4월30일),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33122570002331 (검색일: 2023.05.05.). 대통령실. 2023. “[전문]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 (4월27일),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4326 (검색일: 2023.05.05.). 『연합뉴스』. “[현장연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질의응답.” (2023년4월27일),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30427001000641 (검색일: 2023.05.08.). 임은정. 2023. “[EE칼럼]한미동맹, 에너지-그린테크 분야로 확대돼야.” 『에너지경제신문』 (4월26일). 임은정. 2023. “[특별기고] 한미동맹, 기술 안보 분야에서 더욱 공고해져야.” 『에너지경제신문』 (5월1일). 장덕수. 2023. “미국 원전회사 “한국 원전 폴란드에 지어질 수 없다”…한수원 반박.” 『KBS』 (5월1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64870 (검색일: 2023.05.05.). 전봉근. 2019. 『미중 경쟁 시대 한국의 ‘중간국’ 외교전략 모색』 (서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정세영. 2023. “웨스팅하우스, 새 주인 찾았다…‘신재생핵연료’ 컨소시엄에 매각.” 『전기신문』 (10월13일),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9811 (검색일: 2023.05.05.). 정재호. 2023. “‘IRA 세부지침 발표’ 미국 “배터리 양음극재, 핵심 광물로 정의”.” 『한국일보』 (3월31일),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33122570002331 (검색일: 2023.05.05.). 조비연. 2021. “미중 간 전략경쟁과 여타 중견국의 균형-편승 스펙트럼.” 『국제․지역연구』 30권 4호, pp. 69-110. 최일관. 2023. “美 에너지부와 원전 협력, 청정에너지 공조 강화 추진.” 『에너지데일리』 (4월28일),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573 (검색일: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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