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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유럽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도전과 과제
    저자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발간호
    2020-11
    1. 지금 유럽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아시아의 먼 곳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던 유럽도 코로나 19(COVID-19) 문제를 이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23일(CET 6:00-10:00)기준으로, 유럽(EU, EEA, 영국)의 확진자는 160,233명에 달하고 있고 사망자는 8,622명에 이른다. 같은 날 기준 전 세계 확진자 338,307명의 47%, 전 세계 사망자 14,602명의 60%를 차지하고 있다.1) 그렇다면 지금 유럽의 모습은 어떨까? 벨기에의 브뤼셀 자유대학(ULB)은 3월 18일부터 4월 5일까지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원격 수업 혹은 원격 업무(l’enseignement à distance et le télétravail)를 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구성원들에게 전화 또는 화상으로 심리 상담을 해주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형 서점 프낙(Fnac)이 저명한 바이러스 전문가의 손을 빌어 『코로나 바이러스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50개의 문답-』(CORONAVIRUS Comment Se Protéger?, 50 Questions-Réponses)을 신간으로 내놓았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초강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약국, 은행, 소형 식료품점을 제외한 모든 학교, 박물관, 극장, 유흥업소, 식당이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 남성들의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축구도 멈췄다. 업무상 이유가 아니면 모든 개인이 집 밖을 나서서는 안 된다. 확진자가 많이 나온 롬바르디아의 경우 어느새 부고(訃告)란에 이름 올리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조르지오 파루(Giorgio Palù) 전 유럽바이러스학회장은 이탈리아 방역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병원에서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다른 나라에 충고하자면) 확진자라 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경증일 경우면 (병원에 가기보다) 되도록 집에 있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그는 덧붙여 “병원에서조차 마스크와 산소 호흡기가 부족하다”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병원이 오히려 확산의 근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두 개의 야전병원을 만들어서 군 의료진이 진료를 돕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였다.2)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힘을 늘리는 정치인도 있다. 10년 이상 총리직(이전 총리직 까지 합치면 14년)을 지키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헝가리 총리는 3월 20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하여 무기한 지속 가능한 특수 법령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번 법령안에 담긴 특수 권한을 살펴보면, “특정 법률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고, 일부 법률의 효력을 중지시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경제 안정을 위해서, 그리고 시민들의 생활, 보건, 사적, 물리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특수 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3) 구체적으로 이번 법안에 따르자면, ‘공중위생의 성공적인 방어’와 관련된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하거나 퍼뜨리면 3-5년에 이르는 징역을 살수도 있다. 또한 선거와 국민투표(referendums)도 무기한 연기하도록 하였다. 극단적인 경우 코로나19로 국회의원이 사망하더라도 보궐선거 등은 언제 열릴 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이 법안은 국가의 비상사태가 무기한 지속되어도 의원들의 승인이 필요 없어서 오르반 총리의 권한을 보다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가 유럽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마린 르펜 국민연합 총재,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그는 민족주의자(nationalist)이자 유럽회의주의자( Euroscepticism), 그리고 포퓰리스트로 의심받고 있다. 2011년, 그는 총리직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언론 보도를 제한하고, 사법권과 중앙은행의 독립을 저해하는 헌법 개정으로 이미 국제사회에서 많은 지탄을 받으바 있다. 그래서 이번 조치를 더 의심하게한다. 2. 녹색 월경지대(Green Lane Borders Crossings) 이런 가운데 EU의 각 기관(institutions)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일 브뤼셀에 있는 EU 각료 이사회 사무국의 공무원이 코로나19의 첫 확진자로 확인된 후, 23일에는 유럽의회의 40대 기술직 직원이 첫 사망자로 기록되었다.4) 그 사이 EU의 각 기관은 각종 회의와 만남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3월 둘째 주, 스트라스부르그의 유럽의회 총회에는 705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보좌관들이 북적거릴 예정이었지만 핵심인사만 참여하는 회의로 크게 축소되었다. 또한 6-7천 명 정도의 참여가 예상된 130여 건의 각종 의회 행사가 모두 취소되었다, 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 의료진 같은 바이러스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단체 관광객의 역내 진입을 향후 30일간 금지하기로 하였다. 이로 인해 EU 기구가 포진한 브뤼셀의 관광 수입도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브뤼셀 호텔 연합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예약 취소 등으로 입은 손해는 1천만 유로(약 135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편, 집행위원회는 물류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경제 침체가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음을 주목하여 국경지대에서의 물류 이동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이 지침에 따르면 먼저 회원국들은 ‘환 유럽 이동망(Trans-European Transport Network: TEN-T)’이 닿는 역내의 한 지점에 국경 검문소를 설치하고 이곳에 ‘녹색 월경지대(green lane borders crossings)’를 두어야 한다. 녹색 월경지대는 어떤 종류의 화물을 실었건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화물차가 이용할 수 있으며 각종 서류 및 위생 검사에 15분을 넘길 수 없다. 따라서 이곳을 통해 국경을 넘는 절차는 최소한으로 간소화된다. 화물기사는 화물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고 ID카드와 운전면허, 경우에 따라 고용인의 간단한 서신만 있으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 전자 단말기에 서류를 담아 제시해도 된다. 이는 화물기사의 국적이나 차고지, 화물의 출발지와 목적지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된다. 더불어 회원국들은 의료진, 관련 종사자 등을 태운 일반 운전자나 동승한 승객들이 목적지가 어디든 TEN-T망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안전 통로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회원국은 본국 송환자들과 국제 구호 항공기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어도 하나의 공항은 확보해두고 있어야 한다. 3. 사생활 보호의 문제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간과되어서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다. 디지털권(Digital Rights)이 어느 곳보다 잘 정비되어 있는 유럽의 옹호론자들은 코로나 19의 확산에 따라 정부가 응급상황을 이유로 개인 정보를 함부로 다룰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담아두고 있는 스마트폰 위치 추적 데이터가 문제다. 지금과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기에 보건 위생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정보가 남용될 수도 있다. EU 차원에서는 디지털 보호 규정이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지만, 회원국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3월 초 이미 감염병의 창궐기에 개인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관한 정비 법안을 발빠르게 추가하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더 많다. 폴란드는 자가 격리 앱을 개발하여 자가 격리된 사람들이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6개월 동안 통화내역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도이치 텔레콤, 이탈리아에서는 보다 폰 등이 특정지역에서 인구의 이동을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한 자료를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반드시 옳은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유럽사법법원이 국가안보를 빙자한 이 같은 빅 브라더 식 정보 수집이 타당한지 심리 중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데이터 수집의 목적이 분명하고 일시적이며 임박한 위협이 있을 때만 정당하다고 보고 있지만, 적용과 검증이 문제다.5) 4. 우리가 얻을 함의 한편, 아직 아주 작긴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보(Vò)는 코로나19 발발의 주범이었다. 인구 3천여 명의 이 작은 도시에서 2월 21일 처음 두 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 출발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튿날 그 중 한 사람(78세)이 사망하였다. 이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나온 첫 사례였다. 그러자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보를 격리지역으로 지정하였고 어느 누구도 특별허가가 없으면 보를 떠나거나 들어갈 수 없었다. 이곳의 대책은 오로지 ‘격리와 검사’였고 인구의 97%가 진단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일주일 새 인구의 3%가 양성으로 – 이곳을 아우르는 베니토(Veneto) 전 지역에서 151명이 확진자로 판명- 로 확인되었다. 확진자 중 미증상자는 자가격리, 증상자는 지정된 보건소로 직접 방문하였다. 그러자 3월초 확진자의 수는 1%로 떨어졌고 3월 23일에는 드디어 신규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6) 지금 보는 이탈리아에서 모범 사례-그들은 이를 Vò Model로 부른다-로 연구되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우리가 얻을 함의는 있다. 첫째, 격리와 검사는 우리나라나 유럽이나 똑같이 가장 중요한 대처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감염병의 특성상 지금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이다. 보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은 엄격한 격리였다. 둘째, 그러나 격리는 사회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경제가 침체되고 인간은 소외된다. 사회적으로 외톨이가 된다. 주목할 것은 유럽이 경제 부양 못지않게 격리된 자(혹은 확진자)에 대한 심리적 도움과 사회적 연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리적 격리 못지않게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어루만져줄 심리적 도움이 필요하다. 뜻하지 않게 생이별을 해야 하는 가족들에 대한 도움도 꼭 필요하다. 셋째, 감염병이니 만큼 위험 전파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개인-사회-기업(데이터 수집업체)-국가 등이 모두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여럿이 연계된 이런 묶음에서 오로지 국가가 독점적으로 개인의 사생활 공개의 범위를 결정해도 되는 지 의문을 낳는다. 보다 더 큰 범주의 협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유럽에서는 사회적, 정치적, 법률적 차원에서 이에 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다. 넷째, 응급상황이고 위기가 임박한 만큼 수많은 정책과 법령이 쏟아지고 있다. 기술적 능률과 정치적 독재가 혼동될 수도 있는 시기이다.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의 합법화된 독재는 바로 이런 논리 속에서 점차 확장되어 왔다. 경계할 부분이다. 5. 단절과 차단이 아닌 점과 선으로 이어진 녹색 지대로 이제 우리에게도 희망을 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류이동의 단절과 생산 차질로 경제는 마비되었다. 감염의 책임 소재를 두고 인종차별과 이웃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격리는 지금 최선의 예방책이지만 이로 인해 개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사회를 전반적으로 우울하게 만든다. 77억의 지구인이 확진자 46만 7천명(3월 37일 기준)- 약 0.006%-으로 인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확진자가 퍼진 붉은 지대에 겁먹지 말고 아직도 건강한 녹색 지대를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은 ‘녹색 월경지대’를 마련하여 국가 간 물류의 순환이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웃 국가들과 연계하여 녹색 월경지대를 만들면 어떨까? 지금까지는 무조건 차단과 단절을 최선의 방책으로 삼았다. 이는 격리와는 다른 것이다. 타의에 의한 차단과 단절은 결국 모든 이동을 불가능하게 한다. 오히려 엄격하게 관리되는 청정지대를 만들어 점과 선으로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공항 중 한 곳을 바이러스 없는 청정 지대로 만들어 외국의 같은 환경을 가진 청정 공항과 최소한의 물류라도 빠르고 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작더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작은 구역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그곳만이라도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자유롭게 다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에서는 일부 안심 존을 공지하고 있지만 이는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은 곳을 표시하는 수세적인 시각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좀더 발전시켜 보자. 사람에게는 따뜻한 태양 밑에서 봄꽃 향기를 느낄 자유가 있다. 녹색지역이 점과 선으로 점차 늘어날 때 우리는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물리적 격리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차단이나 단절이 되어 모든 흐름을 끊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1) 유럽 질병 예방 통제센터(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 https://www.ecdc.europa.eu/en/novel-coronavirus-china 2) “Coronavirus: Lessons from Italy”, EUobserver, 17 March, 2020 3) “Hungary’s Orban seeks indefinite power in virus bill”, EUobserver, 20 March, 2020 https://euobserver.com/coronavirus/147834 4) “First coronavirus cases hit EU institutions”, EUobserver, 05 March, 2020 5) “Privacy issues arise as governments track virus”. EUobserver, 23 March, 2020, https://euobserver.com/coronavirus/147828 6) “Vò – the Italian town that defeated coronavirus”, EUobserver, 23 March, 2020, https://euobserver.com/coronavirus/147848?utm_source=euobs&;;;;;;utm_medium=email 기획: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vc_column_text]
  • [JPI PeaceNet]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과 한일갈등의 변곡점
    저자
    이창민(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발간호
    2020-10
    1. 코로나19와 한일갈등 지난 3월 11일 WHO가 결국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팬데믹’ 선언을 했다. 최근 2주 사이에 중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확진자가 13배 늘어나고, 피해국도 3배 이상 증가하면서, WHO는 공식적으로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팬데믹 선언 전까지 WHO는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빠른 한국, 이탈리아, 이란 세 나라를 예의주시하였다. 특히, 한국은 3월 8일까지도 중국을 제외하고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였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앞다투어 한국인 또는 한국을 경유한 여행자에 대해 경쟁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일본 정부는 3월 5일에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지정하는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입국제한 강화 조치를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의 발표를 접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순수한 방역 목적으로 볼 수 없는 비우호적인 조치를 단행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다음날 바로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금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 정지, 특별입국절차 적용, 여행경보 2단계로 상향 등의 보복조치를 발표하였다. 일본이 이번 조치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힌 반면, 한국은 종료 시한도 제시하지 않았다. 양국의 충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기에 앞서서 이미 상세한 내용을 한국측에 알렸다고 반박하였고, 한국 정부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일본 정부의 해명에 대해 재반박을 하면서 논란은 한일 양국 간 진실게임의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언론에서는 작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부터 촉발된 한일갈등이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었다며 앞다투어 보도하였다.   2. 거꾸로 가는 한일관계 이 시점에서 WHO의 팬데믹 선언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팬데믹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WHO는 감염병의 위험 수준에 따라 1~6단계의 경보 단계를 설정하는데, 팬데믹은 이중 최고 단계인 6단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팬데믹 선언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방역체계나 행정절차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뜻은 아니다. 팬데믹 선언 이전에 각국별로 이미 세부적인 이동 자제 권고 등이 발령되어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우리가 느끼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다만 팬데믹 선언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지역감염이 시작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도 유럽 등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역유입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한편, 지역사회에서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없는 집단감염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 단계에서 지역사회 감염의 확산을 막고 궁극적으로 코로나 19의 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국가 간의 입국제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이미 주요 발병지역들에 대해서는 입국제한 조치가 내려져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국 간의 방역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의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백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본 정부의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는 결코 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감정적 맞대응 역시 방역효과 측면에서도 그렇고,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생각하면 결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할 수 없다.   3. 종교인과 법률가의 싸움에서 아이들 싸움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 후쿠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학 교수는 작년 7월 수출규제가 촉발한 한일갈등에 대해 “한쪽은 감정과 정의, 다른 한쪽은 법밖에 없는 지금의 이 갈등은 마치 종교인과 법률가의 싸움처럼 출발점부터 접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수출규제의 배경을 둘러싸고 한국은 이 모든 것이 감정과 정의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에 대해 일본은 법과 원칙으로 맞서고 있다는 표현이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 협정 이후 발생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일본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대응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한일 양국 정부 간에 타결된 합의에서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종결’되었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반드시 삽입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동안 ‘골대가 움직이는 상황’을 수차례 겪어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정부 차원에서 다짐을 받고 싶다는 의사가 분명히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2년 뒤인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였다. 물론 위안부 합의가 처음부터 잉태하고 있던 본질적인 문제점들도 많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합의에 앞서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뜻을 묻지도 않고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입장에서는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한국 정부를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합의의 내용이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로서 부족하며, 정의롭지 못한 외교적 타협이기에 파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비록 이전 정부가 합의를 주도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국가 간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여기까지는 1965년 이후 50년 넘게 반복되어 온 종교인과 법률가의 싸움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전개양상은 단지 종교인과 법률가의 싸움으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더 노골적이고 거친 싸움, 즉 정부 간의 상호비방전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종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싸움을 걸어온 것은 일본이었다. 2017년 12월 위안부 합의의 파기 이후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르는 물처럼 양국 간의 충돌이 잦아졌다.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에서 아베 총리가 사전 통보 없이 리셉션 장소에 늦게 나타나 청와대가 불쾌감을 드러내었고, 세 달 뒤인 5월에는 도쿄의 총리 공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선물한 취임 1주년 기념 케이크에 문재인 대통령이 끝내 입을 대지 않아 일본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해 10월에는 수출규제의 직접적인 트리거가 되었던 강제징용 판결이 내려지면서 일본 국내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였다. 아베 총리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체결한 위안부 합의가 2년 만에 파기된 데 이어, 한국 대법원의 판결로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이 매각돼 현금화할 가능성마저 농후해지자 일본 국민은 분노, 실망, 배신감을 표현했고, 일본 정부 또한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고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프레임을 확산시켰다. 2018년 12월에는 한국의 해군 함정과 일본의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이에 저공위협 비행과 레이더 조사의 진실공방으로 양국이 충돌했다. 급기야 2019년 3월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시사하였고, 7월 1일에는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함으로서 위안부 합의 파기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한일갈등이 정점을 찍었다. 2019년 7월 1일 일본의 対한국 수출규제 발표, 8월 7일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 배제, 그리고 이를 둘러싼 양국 정부의 상호비방은 한국의 반일감정과 일본의 혐한(嫌韓)감정을 동시에 고양시켰다. 그동안 한국에게 당할 만큼 당했으며, 이제는 완전히 신뢰가 붕괴되었다는 일본 국민의 분노와 일본의 보복조치로 세계기술을 선도해 온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한국 국민의 분노가 충돌하면서, 양국의 여론은 실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보다는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조치에 더욱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일본경제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70%를 넘었는데, 양국 교류가 활발해진 2000년대 이후, 특정 사안에 대해 이 정도까지 압도적인 혐한 인식을 드러낸 여론조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반일감정이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번져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몇몇 특정 기업들의 제품이 불매운동의 희생양이 되었다. 8월 22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를 결정하면서, 한일 간의 역사 갈등이 경제문제로 비화되고 다시 그 불이 안보문제로까지 옮겨붙는 형국이 되었다. 작년 7월 이후 한일갈등은 명분도 실리도 실종된 채로, 내가 상처를 입더라도 상대방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싸움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4. 일본의 액션과 한국의 리액션 한일간의 역사 인식을 둘러 싼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매뉴얼대로 움직이며 전례 없는 일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종래 일본의 대응방식을 생각하면, 작년 7월 수출규제 조치는 대단히 ‘일본답지 않은’ 이례적인 행동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정부가 밝히고 있는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를 살펴보면, 그것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출규제의 이유 중 하나는 양국 간의 신뢰가 붕괴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양국 간의 신뢰가 붕괴되었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것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부족했다고 하면서도 명확히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하고 있다. 단지 전략물자가 북한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직접적인 연관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처음부터 수출규제를 하기 위해 두 가지 명분을 찾아서 끼워 맞추다보니 논리적인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거나 GSOMIA 종료를 기대하고 수출규제를 실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한국 정부 내지는 한국 국민의 반응에 일본 정부는 적잖이 당황한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의도했던 바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미래성장산업을 견제함으로써 한국의 선진국 진입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반도체 소재 3품목의 수출을 옥죄면 일본 수출기업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뿐더러 장기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대체 수입국을 찾거나 국산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과의 무역마찰로 인해 한국이 선진국 진입을 못 할 정도로 한국경제가 허약한 단계에 있지는 않다. 일본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수출규제 조치가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수출규제 전후에 문제가 된 반도체 소재 3품목(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불화수소)의 수출입 변화를 살펴보면 수출규제 카드의 숨겨진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도체 소재 3품목 중에서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이미드는 수출규제 직후 수입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났다.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이미드는 일본으로부터 수입의존도가 높고, 국산화율이 낮은 품목이라 말 그대로 수출이 규제된다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소재이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적인 보복조치를 단행했다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출규제의 영향력은 미미해 보인다. 다만 불화수소의 수입량은 수출규제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그래서 불화수소는 일본의 수출규제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우리나라 언론이 자주 언급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화수소는 앞선 두 소재들과 비교했을 때 국산화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일본 이외의 대체 수입국도 존재하며, 상대적으로 재고도 충분한 편이다. 실제로 불화수소 수입량이 0이 되었을 때도 한국 산업계에서 우려할 만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나마도 작년 12월부터 불화수소의 수입이 재개되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소재 3품목 모두 수출규제 이후에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심스럽지만 일본 정부의 의도를 추측해보면, 일본이 말하는 수출관리 강화(수출규제)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가 아닌,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하지만 한국경제에 치명적이지 않은) 카드였을 가능성이 높다. 압박의 내용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삼권분립의 원칙만 내세우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 정부는 답답함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섬세하지 못하고 설익은 액션은 한국 정부 내지는 한국 국민의 거친 리액션으로 돌아왔고, 사태는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 것이다.   5.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계기 우리에게 있어서 일본과의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세 번째 수입국이자 다섯 번째 수출국이다. 한일 기업들을 포함한 글로벌 밸류 체인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혹자는 이 기회에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자는 주장을 하지만 지금이 중상주의 시대도 아닌 마당에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기업들이 자본이 부족해서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못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이 없어서 국산화를 안 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저임금으로 극일해 보겠다던 1980년대 사고방식과 많이 닮아있다.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갈등이 외교, 안보,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은 분명 전 세계적으로 불행한 사건이기는 하나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코로나19는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더 치명적이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고령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올해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위해서라도 누구보다도 방역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마침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조금 빨리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진단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전 세계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만약 한일관계가 정상적이었다면 일본은 가장 먼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고, 한국도 호의를 가지고 필요한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우리 국민은 실의에 빠진 이웃 나라 국민을 응원하고 성금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계기는 마련되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 이창민 교수는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에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대학(東京大学)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공업대학, 후쿠오카현립대학 등에서 근무하였고 히토쯔바시대학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戦前期東アジアの情報化と経済発展(전전기 동아시아의 정보화와 경제발전)』(도쿄대학교출판부, 2015), 『제도와 조직의 경제사』(역서)(한울, 2017), 『아베시대 일본의 국가전략』(공저)(서울대출판문화원, 2018) 등을 펴냈다.
  • [JPI PeaceNet] 전염병과 사회적 도덕: 전염병을 마주한 인간에 대한 소고
    저자
    박규현(성균관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초빙교수)발간일: 2020년 3월 30일
    발간호
    2020-09
    들어가며 이웃나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국내로 유입되어 지역으로 전파되자 한국 도시의 풍경은 확연히 달라졌다. 낮 동안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장, 상점, 카페, 쇼핑몰, 음식점들은 한산해졌고 저녁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유흥가나 술집들도 인적이 훨씬 드물어졌다. 사람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끼고 조심스럽게 직장으로 향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옆 사람과 조금이라도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없는 청명한 날에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탓에 약국이나 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매장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게 되었고, 이제 일주일에 1인당 2매씩 배급 방식의 구매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긴장된 일상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뉴스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 많은 교류를 나누는 이웃 나라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추이를 지켜봄과 동시에 검역을 강화했음에도, 한두 명씩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졌고 대구 지역 병원 장례식장에서의 집단 감염은 신천지라는 종교집단과 연관되어 이제는 확진자 수가 수천 명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것은 시작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팬데믹 상태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많아진 이탈리아는 북부 롬바르디아주를 포함한 15개 주(인구 1600만 명 정도)에 대한 봉쇄 조치를 단행했고 급기야 국가 전체에 대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프랑스, 미국, 독일도 급속히 확진자 수가 늘었다. 전염병은 이처럼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마을과 도시, 국가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재앙으로 인식된다. 게다가 국경을 넘는 인적 교류가 일상화된 글로벌한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더 그 위력을 드러낸다. 바이러스의 공격은 개인을 일상생활을 넘어 도시, 국가 공동체의 작동을 위협하고, 마침내는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그런데 다시 돌이켜보면 이러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며칠이나 걸린 것일까. 되도록 집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이렇게 움츠러든 생활을 한 지가 얼마나 된 것일까.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2019년 10월에 전염병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하나, 공식적으로는 12월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언론에 오르내리다 1월 하순 경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고 우한 의료진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되자 중국이 전 세계에 코로나-19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불과 1, 2개월 전이다. 한 두 달 만에 사람들은 사회적 격리라는 윤리적 의무를 이행하며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국가들은 전염병 환자가 많은 나라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한다. 그 어느 정치·경제적 사건도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사람들의 생활과 심리를 뒤흔들 수는 없다. 아마도 전쟁 외에는 말이다. 대대로 전승되는 DNA가 인간의 무의식에 있다면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는 전쟁의 끝없는 반복이었듯이 전염병의 반복이었음을. 전쟁처럼 그것은 ‘나’와 ‘너’의 죽음, ‘우리’의 죽음을 가져왔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또다시 가져오리라는 것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전염병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무수히 있었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우리 인간을 공격해올 것이다.   죽음을 들이마시는 숨과 고립된 개인 프로이트의 말대로 인간의 내면에 파괴 본능 즉 죽음 본능이 잠재되어 있다면 그것은 죽음에의 공포와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1938년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하자 영국으로 피신했던 유대인인 프로이트는 그 자신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인간의 야만적 폭력성을 성찰했다.1) 전쟁은 우리가 나중에 얻어 입은 문명의 옷을 발가벗기고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원시적 야만성을 노출시켜 낯선 사람을 적으로 낙인찍고 그 적을 죽이거나 적의 죽음을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적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이쪽에서 적을 죽이지 않으면 상대방 쪽에 의해 죽게 되므로 양쪽 모두 항상 죽음의 공포를 껴안고 있어야만 한다. 전염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관계는 매우 불균형적이다. 바이러스인 적은 공포를 결코 내보이지 않으며 일반 시민으로서의 개인들은 적을 공격할 무기가 전혀 없고 사회적 격리라는 방어태세를 갖추고 집구석에 처박혀 고립된 채로 있어야 한다. 물론 바이러스를 퇴치할 치료제를 개발 중인 극소수의 사람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크건 작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껴안은 채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각자의 내면엔 갑자기 닥쳐온 죽음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류보다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한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아 호시탐탐 인간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그다지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왜냐하면 너무나 작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기에 쉽게 망각하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쩔 줄 모르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12년간 개미의 세계를 실제로 관찰하며 개미의 사회와 인간의 사회를 비교하며 소설 『개미』2)를 써서 아주 작은 개미의 시선으로 인간사회의 모습과 그 한계를 보여주고자 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계를 상상한다면 어떤 내용일까. 그는 소설 『나무』3)에서 안락버스를 탈출하여 산 속에 공동체를 만들어 저항하는 노인들에게 헬리콥터로 독감 바이러스를 살포하여 죽음으로 이끄는 모습을 통해 바이러스를 생화학무기로 그려낸 바 있다. 다시 말해 과학이 최고로 발달한 미래 사회에 있어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최상의 무기로 바이러스를 상정한 것이다. 백신이 없다면, 인간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서 인간은 아무런 저항도 못해본 채 죽을 수밖에 없다. 예전부터 가장 큰 재앙을 불러온 전염병들은 대체로 물과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콜레라는 물을 통해, 페스트, 인플루엔자4), 메르스, 코로나-19 등 다른 대부분의 전염병은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그리하여 물은 전염병 예방을 위해 위생활동이 집중되는 대상이었고, 이와 더불어 신선한 공기가 강조되었다. 숨을 쉬지 않는 순간 인간은 죽는다. 숨 쉬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활동임에도 우리는 일상적으로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 가장 기본적인 것이 힘들어질 때 파괴되는 것은 바로 일상생활이다. 마치 사진 속의 물체에는 변화가 없는데 색조만 바뀌어 칼라 사진이 흑백 사진으로 변해버린 것과 같다. 갑작스러운 격리 상태, 텅 빈 거리, 방호복을 입고 방역을 하는 사람들과 방역 차량들, 뭔가 그것은 재난 영화에서 본 장면처럼 잿빛 세상처럼 다가온다. 전염병은 예측불허의 재난이 진보한 과학 기술의 발달을 통해 갖춘 안전관리통제시스템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가장 잘 보여준다. 백신의 개발은 요원하고, 항원 대변이를 거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매일 전 세계의 대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전해지고, 사람들은 더욱 더 집안 깊숙이 고립된 상태로 살아야 한다면, 어딘가 그것은 종말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세상일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전염병은 전쟁보다 더 강렬하게 종말론에 대한 생각에 불을 지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전 세계인을 하나의 심리로 묶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게다가 너무 조용하게 찾아오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세계인을 삶에 대한 기쁨과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하나로 묶는다. 여기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철학과 세계관이 설 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단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이것에서 빠져나가려는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이토록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지점에서 한 개인의 몸과 마음이 인류라는 ‘몸들’의 그것과 가장 하나로 된다는 점이며, 이것이 살아있는, 생생한 욕망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출구로서의 공동체와 남겨진 것 주디스 버틀러는 슬픔이 자아를 구성하는 사회성, 즉 복잡한 질서를 가진 정치 공동체를 사유할 기반을 드러낸다고 하면서 슬픔을 ‘나’라는, 한 개인으로서의 주체를 우리 모두와 연대할 수 있는 끈이라고 말했다.5) 그렇다면 전염병으로 인한 재난의 상황은 결코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게 된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고립 속에서 기이하게도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느낀다. 다름 아닌 인간 존재로서의 연대감이다. 그것을 달리 표현한다면 ‘세계에의-존재로서의 몸’의 인식이 아닐까.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우리들 각자가 사랑이니 야망이니 하는 특수한 환경에 들어설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적인 세계에 속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의 유기체는 세계의 일반적인 형식에 선인칭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익명적이고 일반적인 실존이다. 이러한 나의 유기체는 나의 인칭적인 삶 아래서 타고난 복합체의 역할을 한다. 즉 일반세계라 불리는 비인칭적인 실존의 여백으로서 인칭적인 실존을 나름의 일반적이고 비인칭적인 리듬들로 휘감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비인칭적인 리듬들을 통해 타인들과의 삶을 공유한다. 선인칭적으로 연속해서 일어나는 일반세계와 내 몸과의 연결은 나에게 비인칭적인 실존을 마련해준다. 그래서 진정한 ‘나’는 비인칭적인 실존과 인칭적인 실존이 결합되어 있는 장소이자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메를로 퐁티는 이것을 ‘세계에의-존재로서의 몸’이라고 칭했다. 개인은 일상의 행동에 있어서도 습관적인 몸의 층위와 현실적인 몸의 층위가 때로는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충돌하면서 지각하고 실천하며 살아간다. 즉 현실적으로 수행되는 대자적이고 인칭적인 몸뿐만 아니라 습관적으로 수행되는 즉자적이고 비인칭적인 몸이 함께 활동하기 때문이다.6) 전염병으로 어쩔 수 없이 고립된 개인들은 비인칭적 실존의 결핍을 통해 더욱 뚜렷이 그것의 존재를 인식한다. 다시 말해 나의 몸은 세계에의 몸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공동체 의식이다. 이제까지의 ‘나’라는 한 개인의 일상생활에 항상 타인과 함께 했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전염병을 물리치고 난 후 우리에게 긍정적인 것은 집안에 고립되어 있다 밖으로 나와 세상의 환희를 전과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깥의 소중함을 좀 더 소중하게 인식하고, 이전의 시계추 같던 우리의 일상을 새삼 소중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전염병의 확산이 가져온 공포심은 이전보다 존재의 소중함, 세계에의-존재로서의 몸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전염병이라는 재난의 경험 앞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물음은 이전과 동일할 수 없다. 전염병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질문을 바꾼다. 전염병이 사라진 이후의 눈앞의 세계는 이전과 동일한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욱 재난에 있어 윤리적, 도덕적, 사회적 책임이 많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염병을 불러온 우리 세계, 우리 인간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수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더욱 더 위험한 나락으로 떨어뜨릴 강력한 바이러스가 다시금 공격해올 것이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 말미에 보면, 페스트가 오랑 시에서 완전히 물러나 창문마다 다시 인기척이 나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서 환호하기 시작했으나, 주인공인 의사 리유는 이 현상을 잠시 중단된 유보적인 상황으로 본다. “시내에서 올라오는 환희의 외침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리유는 그러한 환희가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이 모르고 있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을 수십 년 동안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가지고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7) 리유는 페스트균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 잠겨 있다가 인간이 한때 방만해진 틈을 타 다시 공격할 것임을 뚜렷이 인식한다. 카뮈의 이 소설은 전염병으로서의 페스트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페스트라는 전염병은 은유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서 부조리한 전체성, 인간본성이 지닌 폭력성의 표출로서의 독일의 나치즘, 소련의 공산주의, 미국의 자본주의까지 우려하며 쓴 작품이다. 그에게 전염병이 확산된 세계와 부조리한 전체성이 지배하는 세계는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은 모두 인간을 부조리한 죽음에 직면하게 만드는 상황들이다. 까뮈는 그러한 부조리한 죽음에 직면하여 그것에 반항함으로써 잠자던 의식이 깨어나고 그 의식이 깨어 있는 한 인간은 살아 있다고 말한다.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후 남겨진 것, 남아 있어야 할 것은 인간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깨어있는 의식이다. 그것이 언젠가 다시 인간을 공격해올지 모르는 또 다른 전염병에 대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1) 프로이트, 김석희 옮김, 『문명 속의 불만』, 열린책들, 2003. 2)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이세욱 역, 열린책들, 2001. 3)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 이세욱 역, 열린책들, 2008. 4) 1918년 인플루엔자로 인한 전 세계의 사망 인구는 2,000만 명에서 많게는 세계 인구의 5프로 이상인 1억 명에 달했으며, 당시 식민지 상황이었던 한국에서도 15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5) 주디스 버틀러, 『젠더 허물기』, 조현준 역, 문학과지성사, 2015. 6) 조광제, 『몸의 세계, 세계의 몸』, 이학사, 2004, 115쪽. 7) 알베르 카뮈, 페스트, 김화영 역, 책세상, 1991, 410쪽. 기획: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 박규현 교수는 성균관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파리8대학에서 현대불문학 비평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수원대, 성균관대에서 근무하였고, 성균관대 프랑스어권 연구소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한불외교자료 I, II, III』(2018, 선인), 『유럽문명의 아프리카 기원』(2015, 지식을 만드는 지식), 『동과 서 마주보다』(2011, 성균관대출판부), 『몸과 문화』(2009, 성균관대출판부) 등을 펴냈다.
  • [JPI PeaceNet] 시진핑 외교의 중간 평가
    저자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발간호
    2020-07
    I. 도입말 시진핑은 2012년 제18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당 총서기가 되었고, 2013년 3월 제12기 전국인민대표 대회를 통해 국가주석의 지위에 올랐다. 시진핑은 2007년 개최된 제17차 공산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 사실상 차기 지도자로 낙점되어 그간 지도자 훈련을 받아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전후 리더십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간은 덩샤오핑이 제안한 집단지도체제에 따라 경청하는 스타일의 통합·조정형 리더십은 시진핑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전례 없는 ‘패권형 리더십’으로 바뀌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급속한 발전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타난 국내 불안정의 위기와 중국 부상에 따른 외부의 견제라는 내외적인 위기 상황을 돌파하면서 중화민족 부흥을 달성한다는 ‘중궈멍(中國夢)’ 실현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공산당의 전면적 영도를 내세웠고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를 강화하였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구축해온 사전 후계구도 가시화 작업도 그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기약 없이 미뤘다. 사실상 1인 천하다.1) 시진핑 집권 이전 중국은 이미 2010년에 세계 제1의 제조업 국가로 부상하였고, 경제규모에 있어서도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제2의 경제 강국이 되었다. 2008~09년 미국 발 세계적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국이 가장 중요한 공헌자가 되었다. 미국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마득하게 보였던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국제적인 지위와 자신감은 크게 흔들렸고, 중국의 상대적 위상은 크게 제고되었다. 시진핑 집권 당시 중국이 부재한 국제문제의 논의는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중국의 예상보다 빠른 경제적 부상은 경제 최강국인 미국의 지위를 강하게 위협하게 되었다.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는 국제적 위상의 변화에 따른 그 DNA의 변화를 보여주었다.2)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의 DNA가 변하고 있다는 최초의 지적은 졸고, 후진타오 시기의 “발전도상국론” 적인 국가정체성을 넘어 “강대국”의 정체성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많은 내용적인 변화를 함유하고 있었다. 우선 중국 외교의 공간 개념이 동아시아 대륙을 넘어 유라시아와 해양으로 확대되었다. 중국은 이제 해륙국가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중국 주변 중심의 수세적인 지역전략을 넘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대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일대일로가 대표적이다. 세 번째로는 미국과는 대항보다는 협력, 충돌보다는 자제, 공세보다는 수세위주의 전략에서 점차 핵심이익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결 태도를 보여주고, 대항과 공세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넷째, 지경학과 지정학을 결합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즉, 경제를 안보나 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경제중심의 시각에서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하는 시각으로 전환하였다. 다섯째, 서방에서는 흔히 ‘소프트 파워’라고 하는 ‘매력공세를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는 일대일로의 전개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국가 대전략을 추진할 군사·기술 역량을 적극 배양하고 있다는 점이다.3) 이러한 시진핑 시기의 외교적 특징은 덩샤오핑 시기의 외교원칙이라 할 수 있었던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의 포기를 의미하였다. 대신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할 바를 하는 적극적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시대를 연 것이다. 이러한 시진핑의 외교는 사회주의 혁명외교를 했던 마오쩌동의 30년 외교, 개혁개방 추진의 수단이었던 덩샤오핑 식의 30년 외교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강국(强國)화 외교 30년의 서막을 여는 것이다.   II. 시진핑 외교의 내용4) 2017년 개최된 제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은 중국의 목표를 “두 가지 100년 분투: 兩個一白年奮鬪)”를 보다 분명한 시한을 가지고 제시하였다. 이는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중등 정도의 부유(소강) 수준에 이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번영하고, 강하며, 민주적이고, 높은 수준의 문화가 모두 조화를 이루는 세계적인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5) 이를 중화민족의 부흥, 즉, “중국의 꿈: 中國夢”이라 규정하였다. 중국은 2015년 5월 새로운 중국 특색의 국가산업경제발전 전략으로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에 기반한 제4차 산업혁명 전략을 공표하였다. 이 발전 전략에 의하면 2025년까지 ICT역량과 결합하여 제조업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고, 2035년까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2049년까지 세계 최고의 산업 강국이 된다는 계획이다. 시진핑은 이러한 목표의 추진을 현재 자신의 권력과 공산당의 정치적 정당성 기반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강국화 전략은 대단히 강한 민족주의 정서를 수반하고 있다. 시진핑이 가장 야심차게 추진한 프로젝트는 아마도 2013년 시진핑이 집권 초부터 시작한 ‘일대일로’ 전략일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과잉생산 적체를 해소하는 해외 투자 전략의 차원을 넘어서서, 보다 야심차고, 심원하며, 중국 중심의 가치사슬을 창조하여 중국의 정치안보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국가 대전략으로 변모하였다.6) 이러한 중국의 대담한 경제·외교 전략은 미국에 대한 전 세계적인 차원의 도전이 시작되었다는 강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고, 동시에 트럼프 시기 들어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미중 관계의 새로운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고 보인다. 동시에 중국은 점차 기존의 미국 중심의 강대국 관계에서 벗어나 미국과 평등한 강대국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시진핑 시기들어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 기존의 불균등한 관계에서 보다 평등에 기초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수립하자고 과감히 제안하였다. 이는 미중 간에 서로 대항하고나 충돌하지 말고,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면서,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평등한 관계를 구현하자고 하였다. 소위 말하는 ‘세력전이’에 수반하는7)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겠다는 의지이다.8) 물론 미국은 이러한 시진핑의 제안을 거부하고,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 트럼프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였다. 중국은 아울러 강대국 패권질서와는 다른 보다 민주적이고 평등에 기초한 새로운 국제관계를 제안하였다. 중국은 그간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이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체제 순응적인 국가란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는 보다 평등성에 기초한 다극화된 국제질서였다. 여기서중국은 발전, 평화, 협력, 공영이 새로운 시대정신임을 강조하였다. ‘상투’적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중국은 결코 강대국이 된다고 할지라도 힘으로 약소국을 압박한다던가 헤게모니적인 국가가 되지 않겠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의 국제적인 신뢰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특히 사드사태를 경험한 한국민의 입장에서는 수궁하기 어려운 주장이기도 하다. 중국은 더 나아가 “인류운명공동체”론을 통해 중국이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는 더 이상 ‘민족국가’ 단위의 이기적인 정치체로 나뉘어져 각축하는 세계가 아니라 인류를 하나의 단위로 보는 운명공동체로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는 이제 상호간에 서로 연결(inter-connectivity)되고 있으며, 네트웤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 ‘세계화’가 진행된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로서는 대단히 참신하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로 돌아선 트럼프의 미국과 대비되고 있다.   III. 시진핑 외교에 대한 도전: 미중 전략경쟁의 시동 시진핑의 대담하고 공세적인 외교로의 전환은 강력한 국제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시작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 발표한 그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이자 현존 국제질서의 도전자로 규정하였다.9) 공개적으로 중국과 전면적인 전략경쟁을 벌릴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미중 간에는 지속적으로 갈등과 경쟁이 확대되어 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세계가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는 두 개의 경제, 혹은 이를 더 넘어 두 개의 세계로 재편하는 decoupling의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시진핑 시기 보여준 중국 외교의 모습은 국제적인 영향력의 확대와 더불어 새로운 단계의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외교는 이제 초강국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덩샤오핑 체제의 유산과 그 이후 전개되어 온 정치개혁의 흔적들이 지워지고 있다. ‘민주체제’의 평화성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일반 서구 국제정치이론은 이러한 시진핑 체제의 변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 2기의 시작인 2018년 중국 외교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은 미국 트럼프의 당선이후 미중 간 “전략경쟁”이 노골화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기존 국제질서의 도전자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무역전쟁이 가열되었다. 그러나 2019년 들어서기까지 불분명했던 것은 미국의 의도와 의지의 수준이었다. 2019년 중국 외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러한 미국의 의도와 의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제 미국은 “전략경쟁”을 분명히 의도하고 있고 심지어는 체제경쟁의 단계로 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보다 분명해졌다. 이는 추후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된다고 할지라도 장기적인 과정일 것이며, 무역과 금융분야를 넘어서 군사 부문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의 경쟁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최근 미국의 군사안보외교 보고서들은 중국에 대한 적 개념과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맛대응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점차 경제 분야에서 군사안보 분야로 중국에 대한 전선을 확대할 것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여전히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고, 지속적으로 싸우는 장기적인 항전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러 관계를 거의 준동맹의 수준으로 격상하여 미국에 대항하는 것, 유럽에 대한 접근과 각개 격파, 일대일로의 지속적인 추진과 확대, 북한에 대한 정치적인 포용강화, 지역협력과 다자주의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정책 추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외교에 또 다른 뜻하지 않은 도전이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이다. 중국의 초기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방식은 중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사회주의의 체제적인 문제가 잘 드러난 폐쇄적 정보운용, 권위주의 체제의 특성으로 인한 문제 감추기로 초기 상황인식 실패, 사후 경직된 대응 등이 지적되고 있다. 중국의 낙후된 의료체계와 실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가 지적한 바대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중국에 의존하는 경제가치 사슬에 또 다른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미국 중심의 경제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데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즉, 미중 간의 Decoupling 현상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속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10) 이러한 사태는 당연히 중국의 국제경제에서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 다대하다. 시진핑의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지는 바다.   IV. 결론 본인의 판단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정세의 변화와 미중 전략경쟁에 근본적인 전환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다시 미중 전략경쟁과 관련한 점검과 대응에 부심하게 될 것이다. 하나는 트럼프 2기 시기에 미국이 중국을 더욱 곤혹스런 상황으로 압박할 개연성에 대비할 것이다. 미국은 조만간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서태평양 지역 배치, 중국이 핵심이익인 대만문제에 대한 개입 강화, 홍콩 등의 사태에서 보듯이 민주, 자유, 인권 등의 가치문제를 바탕으로 중국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내부적 압박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중국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2020년 중국의 외교는 대단히 중차대한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선이 치루지는 해이기도 해,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불필요한 확전을 자제하겠지만, 미국의 대권주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중국에 대한 공세를 취할 개연성이 다대하다.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개연성도 그만큼 커진다. 중국은 이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보다 구체적인 군사·안보 전략으로 전환되어 중국을 압박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아마도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서태평양 배치 계획이 조기에 공론화될 개연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이 경우,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은 극도의 갈등과 긴장 상황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향후 동아시아에서 강압적인 외교보다는 포용에 기초한 유인과 접근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북한은 중국의 완충지대이자 안전판이고, 한국은 중국이 반드시 타개해야 할 린치핀(lynchpin)이 될 것이다. 이는 중국이 향후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다만,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배치와 같은 사안은 중국이 대한국 접근을 좌절시킬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어찌되었던지 2020년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발에도 불구하고 방한 시기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시진핑의 방한, 한중일 3국지도자 회의 계기로 리커창 총리의 방한 등을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할 것으로 평가된다.   1)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22401031603013001 2)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의 DNA가 변하고 있다는 최초의 지적은 졸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07/2013040701523.html 3) 이에 대해서는 2019년 출간한 中華人民共和國 國務院新聞辦公室, 『新時代的中國國防: China’s National Defense in the New Era』 (北京: 人民出版社, 2019), pp. 11-12. 4) 이 글은 국립외교원의 『중국정세전망 2020』에 기고한 글을 요약 발제한 것이다. 5) Zhiqun Zhu, A Critical Decade (New Jearsey: World Scientific, 2019), p. 4. 6) 중국 당국은 여전히 이 일대일로에 대한 국제적인 반감과 저항을 줄이기 위해 ‘전략’이라는 개념보다는 ‘구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만, 내부 보고서들은 이미 ‘전략’으로서 이를 설정하고 있다. 7) 세력전이 이론의 원류는 A.F.K. Organsli, World Politics, 2nd edition (New York: Alfred A. Knopf, 1968). 8) ‘투키디데스 함정’에 대해서는 Graham Allison, Destined for War(Boston: Houghton Mifflin Harcourt, 2017) 참조. 9)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17/12/NSS-Final-12-18-2017-0905.pdf 10) https://www.cnbc.com/2020/02/12/coronavirus-effect-on-us-china-decoupling-versus-trade-war-milken.html 기획: 손정욱(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 김흥규 교수는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하였으며, 미국 미시간대에서 국제정치, 미국정치, 비교(중국)정치를 연구하였다. 외교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교수,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한미연합사, 국회 등에서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외교통상 소분과 위원장, 대통령직속 프로젝트 안보·국방 팀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정책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 미국 Georgetown University에서 방문학자로서 미중관계를 연구하였고, 현재 스웨덴 The Institute for Strategy and Development Policy(ISDP)에서 북중관계 연구자로 방문 중이다. 연구의 초점은 중국의 외교안보분야, 북중/한중 관계, 미중관계, 동북아 국제정세 등이다. 저서 『중국의 정책결정과 중앙-지방관계』 (폴리테이아, 2007)는 2008년 문광부 추천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다. 니어(NEAR) 재단에서 선정한 2014년 한국 외교안보부문 학술상 수상자이다. 현재 연구 분야에서 300여 편이 넘는 논문, 연구 보고서, 기고문 등이 있다. 『한국외교 2020 어디로 가야하나?』 (늘품, 2013),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안보』(동아시아 재단, 2015), "Principles and Practices in Chinese Foreign Policy-making: Implications for its South Korea Policies," “중국 핵심이익 연구 소고,” The Sino-ROK-U.S. Triangle: Awaiting the Impact of Leadership Changes(KEI, 2017), 『한반도 2022』 (서울: 사회평론 아카데미, 2019) 등의 글이 있다.
  • 한미 FTA 재협상 전망과 과제
    저자
    김석우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발간호
    2017-30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 FTA 재협상 문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은 한국 정부에 이익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의 대 한국 확장억지 정책을 확고히 하는 안보적 이익을 한국 정부가 얻은 것이다. 또한 전시 작전권 이양과 한반도 통일 환경 조성에 있어서의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관한 지지를 얻어내는 외교적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두 가지의 부담도 안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 증액과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한 것이다. 특히 한미 간 경제 무역 관계에 관하여 공동성명에서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킨다는 내용과 “진정으로 공정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공동성명이 7시간 지연된 이유로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하여 “자유로운 무역”을 삭제하자고 요구한 것과 연관시켜 분석하면 이러한 내용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그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유무역은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공정무역은 덤핑과 정부보조금 지급과 같은 불공정 무역관행을 철폐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지속적인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 경제의 성장과 패권유지라는 정책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동해왔다. 미국 행정부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의 근본 원인을 다른 국가들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에서 찾으려고 한다. 미국 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뛰어난데 다른 국가들이 투명하지 않은 형태의 시장개입을 통해 미국 상품과 서비스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덤핑과 정부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외국 상품들의 대미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한미 FTA 재협상 요구에 반영되어 있다. 한미 FTA 발효 후 한미 양국 간 무역량은 증가하였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세계무역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무역량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기인하여 양국 내 상호 시장점유율도 증가하였다. 그리고 양국 간 상호 투자도 다소 증가하였다.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그러나 미국 측 입장에서의 문제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증가한 사실이다. 2011년 116억 달러였던 대미 상품 무역 흑자는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5년에는 258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동 기간 미국의 대 한국 서비스 무역 흑자가 다소 증가하여 141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상품 무역과 서비스 무역을 모두 고려하면, 2011년 6억 달러에 그쳤던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2015년에 117억 달러로 증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행정부가 한미 FTA로 인하여 미국의 손해가 커졌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과제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경우,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절차적 문제와 더불어서,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고, 어떤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에 관하여 한국 정부는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고려하여 한미 FTA 재협상에 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첫째로,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화당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존의 공화당 행정부보다는 보호무역적 성향이 강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외쳐온 미국중심주의적 외교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TPP 탈퇴와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결정하였다. 자국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국제기구와 협약을 파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가 미래에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최종적으로 종료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재협상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현재의 한미 FTA 협정문에 기초하여, 한국 정부가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그에 응할 것인지에 관한 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한미 FTA 종료라는 위험을 고려해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적 색깔과 자국중심적 경제 운영의 기조를 면밀히 검토해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FTA 재협상보다 먼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는 NAFTA 재협상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한국 정부는 한미 FTA 실행 5년간에 발생한 다양한 경제적 효과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상품 무역과 서비스 무역,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서의 영향을 각 분야별로 분석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측에서 관심이 많은 자동차, 철강, 농업, 서비스, 의약품 등에서의 수출입 동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게 어떤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를 끼쳤는가를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한 추세 분석뿐만 아니라 요인 분석과 미래 추세 예측 분석 등을 통하여 한미 FTA의 중장기적 효과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현 한미 FTA 협정에서 유예된 부분들이 개방될 경우의 효과와 문제도 같이 분석하여、한미 FTA 재협상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어떻게 미국 측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가도 준비해야 한다. 셋째로, 한국 정부는 2006년 시작된 한미 FTA 협상 당시와 현재 상황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유사한가를 고려해야 한다. 2006년 시작된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대립으로 인하여 많은 비용을 지불하였다. 찬성과 반대 진영이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발생한 비용이다. 친미와 반미, 개방주의와 보호주의, 수출산업과 수입경쟁산업, 행정부와 의회 등의 다양한 진영 간 대립과 경쟁으로 인하여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경험하였다. 이에 더하여 광우병과 독소조항, 그리고 미국 측 요구였던 ‘4대 선결조건’ 등의 사안들이 중첩되면서 혼란과 대립은 증폭되었다. 따라서 한미 FTA 재협상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러한 대립과 경쟁을 축소시키려는 노력이 강구되어야 한다. 대립과 갈등을 축소시키는 방안으로 한국 정부는 잘 준비된 협상, 투명한 협상, 국민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협상, 국회와의 협력을 구축하는 협상, 국제규범과 원칙에 부응하는 협상 등의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넷째로, 한국 정부는 한미 FTA의 5년간의 실행 경험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판단하면,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매우 심각한 부정적 효과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당초 우려했던 과도한 대미 의존은 발생하지 않았고, 한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되었던 투자자 국가 소송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미 수출은 전체적으로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이뤄졌다. 다만 우리가 미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농업 부문과 서비스 부문, 의약 부문 등에서의 수입은 증가하였다. 따라서 한미 FTA 재협상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은 이런 부분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한미 FTA를 추진할 때 한국 정부는 한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서비스 산업 경쟁력 증대,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증대 등을 통한 한국 경제의 질적 발전을 궁극적인 목표로 채택하였다. 5년간의 짧은 경험 때문에, 이러한 장기적 목표가 달성 과정에 있는지 평가하기는 이르다. 다만 이러한 목표는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제가 추진해야 할 방향인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이렇게 채택된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간 통상관계는 상호 이익 증대를 위하여 확대 심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 이익에 관한 고려보다는 절대 이익에 대한 고려가 앞서야 하는 이유이다. 한미 양국 정부 모두 자신의 국내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갖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미 FTA를 통한 경제적 이익은 정치적 이익으로도 환원될 것이다. 그리고 흔히 이야기되듯, 한미 간에는 경제적 이익 이외에도 안보적 이익과 가치 공유 이익이 존재한다. 이런 측면을 한국 정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다양한 경제적 공세에 종합적으로 대비해야만 한다. 한미 FTA 재협상뿐만 아니라, 미국 행정부는 한국에 대하여 환율과 관련된 압박, 무역장벽과 관련된 압박 등 다양한 경제적 압박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하여 당당하고, 투명하고, 치밀한 준비가 이루어진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現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정치학석사, 노스캐롤라니아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학, 국제정치경제,비교정치학, 경제학 등이며 주요 저서로는 『국제통상의 정치경제론』(1998), 『현대 국제정치 핵심논쟁 12제』(공저)(2001), 『한국의 통상협상』(공저)(2004), 『국제정치경제의 이해』(2016) 등이 있음.
  •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저자
    이수훈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발간호
    2017-29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번 회담은 북한 핵, 사드 배치, 한미 동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민감한 사안들이 즐비한 가운데 북한에 억류되었던 웜비어(Otto Warmbier)의 사망으로 인해 출범한 지 50여일 밖에 되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지난 국정공백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나타났던 ‘한국 건너뛰기(Korea passing)’현상을 ‘한국의 귀환(Korea is back)’으로 돌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본다. 다행히도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의 무례한 악수와 같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과거 뉴욕과 로스엔젤리스 등을 방문했던 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이번 미국 방문의 모든 일정을 워싱턴에 할애함으로써 정상외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상회담 주요 의제 이번 정상회담은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의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양국 정상의 첫 회담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확인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와 같은 민감한 사안의 경우에는 정상회담 전에 미 의회를 방문하여 한국의 입장을 설명함으로써 양국 정상 간의 직접적인 마찰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의제인 북핵문제와 실익에 기반을 둔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에서 도출된 두 정상의 대화는 공동언론발표로 이어졌으나 당초 예고했던 대로 별도의 기자회견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 공동성명에는 ▲한·미 동맹 강화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 발전 ▲여타 경제 분야에 있어서의 양자 협력 증진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적극적인 공조 그리고 ▲동맹의 미래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외교부장관 인사가 지연됨에 따라 양국 간 사전 실무협의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내용은 향후 두 정상의 임기의 계획과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 매우 적절했다고 평가된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으며 전시작전권 전환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번 방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그 동안 워싱턴에서 줄곧 제기되어왔던 사드 배치 지연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다만, 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같은 실익에 기반을 둔 트럼프 대통령의 논의는 피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의제는 지양하고 양국의 안보와 경제를 다양하지만 선별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 선정과 공동성명 내용은 합리적이었다고 평가된다. 북한 핵문제 문제 인식 공유 및 공조 강화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의 절반 이상을 북한 문제에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언론발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한미의 확고한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인내는 끝났다(the patience is over)”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워싱턴 정가에서 쉽게 들리는 이야기다. 최근 마이크 폼페오(Mike Pompeo) CIA 국장은 매일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를 묻는다,” 라고 했고 얼마 전 허버트 맥매스터(Herbert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누구도 취하길 원하지 않는 군사적 옵션(military option)을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CNN과 인터뷰를 한 군사관계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미국의 군사옵션들을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준비가 되어있다”1)고 했다. 위와 같은 내용을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해 미국은 “확실한 대응(determined response)”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실한 대응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얘기한 ‘누구도 취하길 원하지 않는’ 군사적 대응일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메시지는 북한뿐만 아니라 얼마 전 미국을 다녀간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도 보낸 메시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앞서 언급했던 미국의 새로운 군사옵션과 확실한 대응에 대해 논의를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에 대해 양국 간의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절대로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포괄적 전략 동맹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 강화를 대외적으로 유감없이 보여줬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 내 이미지를 상쇄시키듯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는 연일 양국 언론을 장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역 내 평화와 안보의 초석(cornerstone)이라고 표현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평상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사적공간인 백악관의 트리티룸(Treaty Room)을 소개하고 블레어하우스(Blair House)2)에 관례에 없던 3박을 허용함으로써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한국과 전 세계에 재확인시켰다. 양 정상은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실질적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동언론발표 중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사망한 오토 웜비어(Warmbier)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조의를 표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언급을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지키는 것” 이라고 하며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다시는 웜비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국제사회와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고 둘 사의의 깊은 신뢰가 쌓였다고 했다. 이와 같이 양국 간 공유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가치기반동맹(value-based alliance)이 선행이 되어야 군사 경제적 공유가치를 기반으로 한 이익기반동맹(interest-based alliance)이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한국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가치에서 동맹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웜비어 사망에 대한 조의 표명은 양국 정상회담의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공동성명에 명시되었듯 한미는 한반도 문제와 한미 연합방위에 있어 대한민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고 북핵 문제도 제재와 대화를 통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공동언론발표에서는 발표된 북핵문제에 대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공동성명에 명시가 안 된 것에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대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해 온 한미 FTA 재협상 논의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므로 이제부터 잘 준비해나가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 FTA 체결 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며 그 동안 불공정한 협정이었던 한미 FTA를 재협상하여 양국에게 공평한 협정(fair deal)이 되길 희망한다고 얘기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하면서도 상호 호혜적인(fair and reciprocal)” 한미협정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후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FTA 재협상은 공식적으로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고 일축한 동시 “그래도 시정의 소지가 있다면” 검토해 보겠다고 대응하였다.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의 아베 총리와 중국의 시진핑 주석처럼 문재인 대통령도 한미정상회담에 선물을 가져가야 한다는 일각의 제안도 틀리지 않은 얘기이지만 현재 문재인 정부는 한미 경제 프레임워크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의 논리와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한미 FTA 에 따른 미국의 무역적자를 양국 정상의 공동언론발표장에서 정면으로 비판하고 새로운 협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에는 그 의지 또한 확실하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내용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고, 회담 후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무역적자 수치가 ‘창피한 경제적 실수(humiliating economic error)’라고 비판했으며, 일각에서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결국 미국 ‘국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로 귀국하는 대로 반드시 한미 FTA 관련 TF 팀을 구축하여, 재협상 가능성 여부를 검토, 대비해보고 대응전략 논의를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평가와 과제 한미 정상회담은 대체적으로 순조로웠다. 첫 정상회담을 실패하면 국내외적으로 많은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에 첫 정상회담은 대부분 실패하지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도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 속에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핵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정리했으며 동시에 민감한 사안은 제외시켰다는 점에서 형식상으로는 분명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고스란히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하여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남았다. 그 과제의 시작은 한미 간 고위급 전략협의체 구성이 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외교와 안보를 시작으로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고위급 전략협의체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의제와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에 대한 한국의 입장(stance)을 설계해나가야 할 것이다. ‘거래의 기술(The Arf of the Deal)’의 저자이자 수십 년간 트럼프 기업(The Trump Organization)을 이끈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노련한 기업가(entrepreneur)이자 국제정치의 프레임워크 내에서는 현실주의자로 분류된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파리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국제적 협의의 탈퇴도 감행하는 현실주의자이다. 부동산 개발에 집중되어 있는 트럼프기업의 수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도 없이 많은 협상을 이끌어왔을 것이고 그 능력은 양자관계에서 유감없이 발휘될 것이라고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을 국가수장이 아닌 사업가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전략도 분명히 필요하다. 이러한 상대는 법조인 출신으로서 수도 없이 많은 변호와 협상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잘 다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강화되었다는 희망적 관측(wishful thinking)은 버려야 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국정운영의 기반으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을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잘 분석하고 상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1)Barbara Starr and Zachary Cohen, “US military updates Trump's North Korea options,” CNN, June 30, 2017, , (date accessed July 1, 2017) 2)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제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외교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구입한 미국의 공식 외교주택, (Source: http://www.blairhouse.org/history/becoming-the-presidents-guest-house) 이수훈,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 새로운 국제환경 속에서 유럽연합과 동아시아의 관계
    저자
    아니발 카바코 실바 (前 포르투갈 대통령)
    발간호
    2017-28
      우리는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의 측면에서 엄청난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의 징후가 나타났고 세계화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정학적 환경의 악화도 느껴집니다. 일부 국가들은 군사비 지출의 증대를 준비 중입니다. 사이버 위협도 증가했습니다. 대중 영합적 정치는 세계 여러 곳에서 기반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환경 속에서 아시아의 평화, 안보, 번영은 시의적절한 주제입니다. 제가 가진 질문은 이렇습니다. “유럽연합과 동아시아의 관계강화는 과연 이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가?”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경제구역으로 미국보다도 넓고, 수출입액으로 봐도 세계 최대의 무역 강대국입니다. 전 세계 100여개 이상의 국가들에게 유럽연합은 최대의 수출시장입니다. 유럽연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평가되어야 하는 것은 유럽의 핵심인 유로 존입니다. 하나의 중앙은행, 단일 화폐인 유로, 그리고 단일한 금융정책을 19개국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로 존이 붕괴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한 국가가 유로 존을 탈퇴하게 되면 그 부정적 여파가 너무 커서 어느 정부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속하지만 유로 존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브렉시트 협상은 매우 힘들 것이며 영국은 다른 27개 회원국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저는 장래에 더 많은 국가들이 유로 존에 가입하리라 자신합니다. 저는 포르투갈이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 10년 간 포르투갈 총리직을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단일 경제, 통화 조약 협상의 핵심적 부분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 위대한 성취가 국제 금융체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유로는 달러와 함께 이미 국제결제통화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유럽연합이 강해지고 유로화가 국제통화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유럽연합이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대국이 되는 것이 중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국제문제에서 미국이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유럽에서는 일관된 공통의 이해와 가치에 근거하여 역내 질서를 창출해 냈습니다. 아시아에는 여러 국가들을 묶을 수 있는 일관된 역내 질서가 없습니다. 양자관계가 지배적입니다. 동아시아 국가 간 정치적 대화와 협력의 범위는 매우 제한되어 있고 오해와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조정 없이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양국 모두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양국은 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전략에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북한 레짐의 도발적 행동을 묵과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관한 한 중국은 허용할 수 없는 최저선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중국은 핵개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이웃 국가 때문에 자국의 경제, 사회적 발전과 국제사회에서의 지도력이 위협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저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유럽연합의 협력증진이 이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미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힘의 균형 구도에 유럽연합이 참여하는 것은 이 지역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유럽연합 자체가 이 지역에는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확신합니다. 유럽연합은 평화, 자유, 민주주의를 강하게 옹호합니다. 세계의 주요 상품과 서비스 제공지역으로서 유럽연합은 국제정치 현안에 대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란과 핵문제 타결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바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다자간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세계무역기구의 원칙을 존중합니다. 유럽연합은 기후변화에 대한 파리협약의 실행을 앞장 서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유럽연합은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입니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경제적, 정치적 관계는 이미 굳건합니다. 유럽연합과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었고, 유럽연합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입니다. 유럽연합과 중국의 포괄적 투자협정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유럽연합은 한국과도 전략적 동반자관계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한국에게 세 번째로 큰 수출시장입니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 미국과 별도로 동아시아에서 유럽연합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한다면 한국이 이 지역안보 문제에 관하여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자유무역 및 전략적 동반자 협정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럽연합이 주요 정치적 이슈, 국제문제에 대한 중국, 한국, 일본과의 동반자관계를 강화한다면 더 많은 협력관계가 가능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동아시아가 보다 협력적인 체제로 변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니발 카바코 실바(Anibal Cavaco Silva), 前 포르투갈 대통령
  •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일의 해법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7-27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에 대한 문제가 한·일 관계의 상징적 현안으로 부상했다. 2016년 9월 7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는 “소녀상 문제도 포함해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향한 노력을 부탁한다”고 발언했다. 일본의 이러한 요구의 출발은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의 합의 당시 박근혜 정부가 소녀상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명문화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한국은 탄핵정국과 맞물리면서 대통령의 구체적 대응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은 일방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발표되면서 19대 대선까지 시간이 흘러가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제시한 공약에서 위안부와 관련된 한·일 간의 재교섭을 언급했지만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결정된 직후인 5월 10일 새벽에 가진 당선축하 통화에서 위안부와 관련된 한일합의는 재교섭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국민 대다수가 위안부 한일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양국은 성숙한 협력관계로 나가는데 여러 현안이 장애가 되지 않도록 역사를 직시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논리적 근거는 “한일합의는 양국이 발표한 국제적인 약속이며 한국 차기 정부에도 소녀상 철거를 포함한 한일합의를 착실히 실시할 것을 촉구할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다. 1993년 8월 4일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의 고노 요헤이 내각 관방장관이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과 사죄를 밝힌 고노담화와 1995년 8월 15일 종전기념일을 맞아 내각회의 결정에 따라 사회당의 무라야마 총리의 일본 전쟁범죄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는 일본정부의 공식견해로 수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공식적인 입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보수정부인 자민당의 아베 총리는 2013년 4월 22일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해 한국과 중국의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이후 2015년 아베 총리는 무리야마 담화를 수용한다고 했지만 일본 우익의 극렬한 반대와 정치적인 연계를 감안할 때, 아베 총리의 진의에 대해서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아베 총리는 현재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2007년 각의 결정했다”면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고 있다. 국제정치의 Two-Level Game 이론에 따르면 국제적인 협상은 (1) 국제적 협상의 게임과 (2) 국내적 비준의 게임으로 나누어지는데 협상의 수준에서 상대방을 압박하여 자신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협상결과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 결과는 상대 국가의 국내적 비준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공한 협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낮다. 협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상에서 상대방을 압박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결과를 얻는 것 보다 상대방의 국내적 여론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가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협상가의 전략이다.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가 한국의 정서에서는 수용되지만 일본의 우익에게는 수용될 수 없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나 박근혜 정부와 아베 총리의 합의가 한국의 국내여론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일본의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논리적으로 같은 연장선에 있다. Two-Level Game 이론의 시각에서 보면, 일본의 아베 수상이 고노 담화를 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면서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한일합의는 이행하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일방적 주장이다. 한국은 친일잔재를 그리고 일본은 군국주의 전범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정치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양자가 동의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는 어렵다.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합의안에는 일본의 국내여론이 수용하지 못하고 일본이 수용하고 싶어 하는 타협점은 한국에서 국내여론의 반발에 직면한다. 이러한 상호모순적인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법은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돈은 필요 없고 진정한 사과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진정한 일본의 사죄" 요구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아베 총리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인 시그널을 보내기에 부족하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의 구체적인 방법은 일본 정부가 앞으로 일본의 초·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2차 대전 당시 일본 정부가 한국의 여성들을 전쟁 위안부로 동원하는 인간성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명시하고 가르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과의 출발점이다. 길게는 수년에 걸쳐서 이루어진 여성학대의 인권범죄를 총리대신의 사과 몇 마디로 대신할 수 없고 과거 일본 총리의 언행이 그 정도의 신뢰를 줄 만큼 진중하지도 못했다. 자신의 국가가 저지른 과오를 후대에 가르치는 것이 다시는 동일한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진정한 불가역적 사과의 의사표시이다. 일본의 사과가 불가역적이어야 한국의 합의도 불가역적이 되는 것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평화와 다양성 실현을 위한 협력
    저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제5대 인도네시아 대통령)
    발간호
    2017-25
      여러분께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제주포럼에 참석하여 세계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키기 위해 여러분과 생각을 나누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저는 이번 제주포럼에 슬픔을 갖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종교적 아집에서 비롯된 이러한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비슷한 사건이 태국 방콕에서도 발생했습니다. 또한 오늘까지도 필리핀 말라위시가 IS와 연계된 단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은 슬픈 사실입니다. 사실 이런 테러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영국 맨체스터 폭탄테러를 포함해 전 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갔습니다. 이러한 사회를 현대 문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은 제한된 여건 속에서 인도네시아 반둥에 모여 1955년에 회의를 했습니다. 이날 다양한 인종, 민족집단, 종교, 신앙의 장벽을 제거했습니다. 이 회담은 또한 모든 차이를 그들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흐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이들 국가에 혜택을 주었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심지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는 별개로 새로운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회담과 늘 함께해왔고 이 회담을 마음에 깊이 새겼습니다. 이 사건을 오늘날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비교해 봅시다. 종교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의 결과로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1955년 4월 18일 아시아, 아프리카 회담의 개막식에서 수카르노 대통령이 한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는 다른 어느 대륙보다 다양한 종교와 신앙이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전 세계로 퍼진 신앙과 사상의 탄생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교의 다양한 형식 때문에 갈라져야 하는 걸까요? 모든 종교가 전파하고자 하는 역사와 개성, 존재근거, 긍지, 목적, 진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위대한 종교는 관용을 설파하고 상생의 원칙을 따를 것을 요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각 종교의 신도들이 다른 이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의무로 모든 각각의 신도들에게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종교는 타락하고 종교의 진정한 목적은 왜곡됩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깨닫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민족적 단결의 원천이자 외국의 간섭을 가로막는 종교적 믿음의 힘은 분열을 촉발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공동의 노력으로 힘들게 성취한 자유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저는 아시아 국가의 창립자들 그리고 아시아, 아프리카 회담 회원국들의 원칙과 이상이 아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운동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극단적 운동에 대한 대응도 포함됩니다. 지금은 우리의 국가 설립자들로부터 그리고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의 역사로부터 모든 생명체가 지니는 고유한 다양성조차도 공동의 노력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고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다양성은 협력을 통해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계화는 겉으로 보기에 분리되지 않은 국경 없는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양한 문제가 출현하고 있고 국가단위를 넘어 서로 연결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 마약거래, 금융범죄로부터 테러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얽혀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중 독립적으로 각국의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문제가 있을까요? 이러한 문제가 제3세계 국가들에게만 영향을 준다고 생각지 않길 바랍니다. 선진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다면적 차원의 위기를 잘 관찰해 보십시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기후변화와 그것이 지구와 인류 문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표명해 오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께 경의와 함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최근 칸 영화제에서 고어 전 부통령께서 밝힌 입장에 동의합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기후변화의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권력이 기후변화를 멈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그저 가만히 있거나 탄소거래를 통해 기후변화문제를 상업화하는 틀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기후변화에 관련된 국제협약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2015년 파리 기후협약입니다. 이 협약은 논의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과거 교토협약이 규율해 온 탄소배출 감소를 지지합니다. 이제는 파리협약에서 정해진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적극적으로 기후정의 운동에 참여할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온실가스 배출로 대기권을 파괴해 온 선진국들도 그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합니다. 지금은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그들의 부채를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요원칙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측정하는 또 다른 방법을 고려하고, 개인당 배출속도를 동일하게 할 수 있는 국제적 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지구상의 개인들은 누구나 동일하게 대기권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로부터 72년 전인 1945년 6월 1일은 수카르노 대통령이 역사적인 연설을 한 날입니다. 이 연설에서 그는 ‘판차실라’를 제시했습니다. 판차실라는 나중에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근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판차실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의미합니다. 첫째, 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모든 이들은 아무런 종교적 이기주의 없이 문화적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신에 대한 믿음, 고귀한 인격, 서로에 대한 존중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공정하고 문명화된 인류애입니다. 이 둘째 원칙은 민족주의를 발휘합니다. 민족주의는 자유운동이고 억압에 대한 해법이고 자유에서 비롯된 위대한 영감입니다. 이 원칙을 통해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을 위한 정의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주의자들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를 함께 사랑합니다. 셋째 원칙, 인도네시아의 단결입니다. 이 원칙은 서로를 굳건히 끌어안아야 할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족주의가 국제주의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간에는 갈등이 없습니다. 국제주의의 원칙을 통해 모든 국가는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모든 국가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줍니다. 국제주의를 통해 국가는 인종 우월주의, 국수주의, 세계시민주의를 벗어나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넷째, 협의와 의견 일치입니다. 즉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는 서구가 독점하거나 서구가 만들어낸 사회적 원칙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특정 사회적 조건에 따라 시행과정에서 변화를 겪기도 했지만, 인간 본래의 조건입니다. 다섯째, 사회정의는 사회복지와 연결되어 있고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판차실라입니다. 신에 대한 믿음, 민족주의, 국제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정의. 이것은 인도네시아 민족의 삶의 방식입니다. 판차실라는 삶의 중추적 지도원칙이고, 정신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우리가 쟁취해야 할 원칙입니다. 판차실라는 보편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국제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21세기를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해법에 이르는 정신이자 원칙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아무도 증오와 갈등을 젊은 세대로 이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믿기에 우리가 갈등과 분규에 대해서는 평화의 길을 택하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서, 그리고 빈곤과 억압을 종식시키는 진지한 노력의 하나로, 저는 여러분에게 판차실라의 원칙을 아시아 국가의 삶의 방식으로 제안합니다. 저는 지금 그리고 다가올 시대에 아시아가 판차실라의 정신으로 세계의 정의와 사회복지를 위해 싸워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Megawati Soekarnoputri), 제5대 인도네시아 대통령
  •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 향후 전망과 미국-러시아 관계
    저자
    신성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연구부장)
    발간호
    2017-24
      1. 서론 2.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 진전 현황 3. 트럼프 대통령 러시아 외교장관 면담 및 미러 정상회담 개최 예정 4. 트럼프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 선택 및 영국 맨체스터 테러 5.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 향후 전망과 미국 러시아 관계   1. 서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들이 한목소리로 러시아가 2016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부터다. 현재 미 연방조사국(FBI)과 미 의회가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데, 조사의 핵심은 당시 트럼프 선대본부 측 인사들과 러시아 측 인사들간에 미 대선 개입에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문제는 미국의 가상 적국이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인 미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서 동 사안은 최악의 경우 미국 대통령의 탄핵으로까지 갈 수 있는 중대 사안이 될 수 있으며, 미러 관계 등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문제의 진전 현황과 향후 전망을 예상해 보고 이 사건이 미국의 대러시아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파악해 보고자 한다. 2.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 진전 현황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 이전과 이후 기간 중 플린 안보보좌관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 내용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플린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해임했다. 플린 안보보좌관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통화에서 대러시아 제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펜스 부통령에게 허위 보고했다는 것이 해임 사유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선대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이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되며, 기피(recuse) 신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러한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0 취임 이후 지난 4개월간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제임스 코미 미 연방조사국장을 9차례 만나 플린 전 안보 보좌관을 그만 조사해 줄 것을 희망하고, 코미 국장의 충성서약을 요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조사 대상인지를 3차례 문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미 연방조사국(FBI) 국장을 5.9 전격 경질했다. 코미 전FBI국장은 경질 직후 자신의 지인인 컬럼비아 대 교수를 통해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작성해 두었던 메모를 언론에 공개해 주도록 요청했고 메모 내용은 뉴욕타임즈에 즉시 기사화되었다. 미 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코미 FBI 국장의 경질이 FBI의 러시아 조사와 관련 있다고 의심했다. 이 와중에 앤드류 맥케이브 FBI국장 대리는 5.11 상원 청문회에 참석하여 코미 전 FBI국장은 FBI조직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코미 FBI국장 경질 사유를 부인했다. 미 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미 언론은 이 문제를 조사할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했다. 계속되는 야당과 여론의 압박에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로버트 뮬러 전(前) FBI국장을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해임된 코미 FBI국장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시,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전 안보보좌관에 대한 조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백악관은 5.16 성명을 통해 “코미 전 FBI국장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3월말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과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에게도 “러시아와의 내통이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해 주도록 요청했는데 코츠와 로저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5.23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건 무마 요청은 해임된 코미 전 FBI국장이 3.20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직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코미 국장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관련, 해킹과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간에 부적절한 접촉을 수사 중“이라고 증언했다. 코미 전 FBI국장은 지난 수개월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몇 차례 만났으며, 면담 결과를 메모해 두었다면서 추가 폭로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코미 전 FBI국장은 공개와 비공개로 진행된 미 상원정보위 청문회에 참석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조사대상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상원 정보위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6월 중순 상원 청문회에 참석하여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 시 공모에 대해 단호히 부인하는 증언을 했다. 3. 트럼프 대통령 러시아 외교장관 면담 및 미러 정상회담 개최 예정 이러한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5.17 백악관에서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틸러슨 국무장관과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했고, 러측에서는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가 배석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지는 이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테러리즘과 항공운항안전관련 정보를 라브로프 장관에게 언급했는데 그 내용이 비밀 사항으로, 가상 적국인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제3국으로부터 입수한 비밀 정보를 공유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테러 위협관련 정보를 국제테러에 공동 대처하는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유한 것은 적절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독일 또는 G-20 정상회의 직전에 핀란드에서 푸틴 대통령과 취임 후 최초로 미러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인사들과의 면담 시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여전히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우선순위임을 보여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7월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미러 관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로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 배치, 러시아, 이란 및 러시아-시리아간 협력 관계, 사이버 공간에서 러시아의 공세적 활동,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 등이다. 부시,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시아 관계 개선 노력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트럼프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 선택 및 영국 맨체스터 테러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을 채택했다. 2001년 9.11 뉴욕 테러사건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의 중심지가 중동이 된지가 벌써 17년째다. 한반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ISIS 격퇴, 국제 테러 대처 등 당면 최대 현안 지역은 중동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5.23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테러로 최소 22명이 희생되었는데, 이제 테러리즘은 그 자체의 언어와 상징주의를 갖게 되었다(Terrorism has its own language and symbolism) 국제 테러리즘이 파리 풍자 전문 신문사를 공격하든 말리의 최고급 호텔을 포격하든 테러 폭력은 공포를 조장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맨체스터 폭탄 테러도 그런 목적으로 자행된 것이다. 5.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 향후 전망과 미국 러시아 관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 관련, 트럼프 선대위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 측 인사들과의 공모 여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인데, 향후 이 문제 조사를 담당할 특별 검사로 임명된 뮬러 전 FBI 국장의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변호사들을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인데, 뮬러 특별 검사의 조사 결과가 사건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뮬러 특별 검사를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극단적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 선거는 물론, 2020년으로 예정된 다음 미 대통령 선거까지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 의회 공화당 의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방어하지 않고 있는데,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5%대에 머물고 있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당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트럼프 대통령 방어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지속 모색할 것으로 보이는데, 핵군축, 국제 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 시리아 문제 등 대외관계에서 성과를 도출해 국내 정치적 곤경으로부터 상황 반전을 모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문제는 여전히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