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1-16
유기은(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주요국들은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간을 탈출하고자 하는 난민들을 긴급히 수송하고 있으며, 미군이 완전 철수하는 8월 31일까지 채 닷새가 남지 않은 시한을 앞두고 카불 공항은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을 끝내고 철군시한을 고수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내와 국제사회의 미국의 철수 결정에 대한 시각도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GDELT 기사분석을 통해 지난 15일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탈레반과 미국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본다. [집필: 유기은 박사후 연구원 (keryu@jpi.or.kr)]


1.서론

8월 15일 탈레반 무장세력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아프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을 버리고 해외로 도피했다. 지난 5월 미군과 나토군의 철수가 본격화된 지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년 동안 지속된 아프간 전쟁은 사실상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 이 기간에 2400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으며 1조달러(한화 약 1176조원)가 넘는 예산이 투입되었다.

이로부터 열흘 남짓이 지난 현재, 주요국들은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간을 탈출하고자 하는 난민들을 긴급히 수송하고 있으며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8월 31일까지 채 닷새가 남지 않은 시한을 앞두고 카불 공항은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을 끝내고 철군 시한을 고수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내와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시각도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GDELT 기사 분석을 통해 지난 15일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탈레반과 미국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본다. GDELT(Global Data on Events, Location and Tone)는 구글에서 검색 가능한 전 세계 뉴스 기사를 기반으로 각 국가 간에 있었던 사건(event)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기사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기사 중에 구글 뉴스(Google News)에 공개되는 모드 기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양이 방대하며 각국 미디어의 보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GDELT 사건 자료는 1979년 1월 1일부터 생성된 전 세계 사건이 25억개 이상 담겨있으며, 15분마다 업데이트되고 있다. 본 연구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15일을 전후로 8월 10일부터 8월 24일까지 2주간의 GDELT 자료를 이용하였다.

 

2. 탈레반의 카불점령에 대한 주요국 및 국제기구의 입장

[그래프 1]에서 탈레반 관련 전 세계 보도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면서 그 다음날부터 탈레반에 관한 기사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14일 탈레반이 언급된 기사는 1700여 개였지만 이틀 후 16일에는 탈레반에 관한 기사가 3배 이상 증가하여 5000개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래프 1] 탈레반 관련 기사 수 추이

 

탈레반에 관한 기사의 내용은 함께 언급된 국가에 따라 그 어조가 다르게 나타났다. [그래프 2]는 탈레반에 대해 부정적 어조로 쓰인 기사 수를 비교한 것이다. 탈레반과 미국의 관계에 관한 기사 가운데 부정적 어조를 띤 기사들의 수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다룬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숫자는 8월 15일 탈레반의 카불점령 이후 증가 추세에 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의 경우, 점령 이튿날인 16일에 부정적 기사의 수가 순간적으로 높아졌다가 다시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CHN)은 미국(USA), 영국(GBR), 러시아(RUS)의 16일 보도들과 비교할 때 적은 수의 부정적 기사들이 보도된 것을 알 수 있다.

탈레반의 점령 직후 전세계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곧바로 입장을 밝히는 것에 조심스러워했다. 이어 21일에는 탈레반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1일 중국 중앙방송 (CCTV)보도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20일)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왕 부장은 “아프간의 미래는 아프간 인민이 결정해야 하고 각국은 아프간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서구의 기준으로 아프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줄곧 고수하고 있는 내정불간섭 원칙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래프 2] 탈레반에 관한 부정적 어조의 기사 수

 

유엔(UN)을 비롯한 국제기구 (IGO) 또한 탈레반을 비판하고 있지만 국가들에 비해 기사 건수는 적게유지되고 있다. 유엔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재부상함으로써 사헬(Sahel) 지역, 서아프리카, 남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이슬람주의 무장 단체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였고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또한 24일 성명을 통해 “탈레반이 수도를 포함한 아프간 대부분 지역을 빠르게 점령하면서 과거의 인권 침해 양상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3. 탈레반의 카불점령에 대한 미국책임론

미국은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천조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지원했지만 결국 국익의 반한다는 판단 하에 철수를 결정했다. 바이든은 16일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의 아프간에서의 이익과 목적은 아프간이 테러집단의 베이스캠프가 되지 않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미국 본토를 테러로부터 지키는 것이지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완수하거나, 반란을 막는 것이 아니다”라고 아프간 철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바이든은 특히 20년 동안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취약함을 극복하지 못한 아프간의 정부와 군대에 대해 비판했다. 실제로 탈레반이 예상보다 매우 빨리 카불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아프가니스탄 지도부의 뿌리깊은 문제들이 20년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이 많다. 아프간 정부군의 사기 저하, 탈영, 부패, 민족 분파주의, 열악한 병참, 미 아프간 특수 작전 부대의 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과의 전투를 거부하고, 기밀을 유출하고 심지어는 무기와 장비를 판매해왔다. 아프간 국민들은 오래전부터 정부군을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아프간 지도부는 미국이 절대로 아프간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군과 정부를 개혁하려고 하지 않았고 예산은 지도부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했다.

아프간 지도부의 부패와 무능함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미군이 아프간을 탈레반에게 넘겨주고 철수를 강행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도 동시에 존재한다. 아래의 그래프는 지난 15일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미국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그래프 3] 탈레반 카불 점령 전후 미국에 대한 부정적 어조 기사 수

 

그래프에 따르면 영국과 중국, 러시아의 부정적 어조 기사 수가 탈레반 점령 이후 증가하며 특히 영국과 중국의 부정적인 기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 정확한 분석을 위해 기사의 내용이 미국에 대한 ‘비판(criticize)’ 또는 ‘비난(denounce)’으로 분류된 경우를 따로 살펴보았다. [그래프 4]가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 4] 미국에 대한 비판 기사 수 추이

 

그래프에 따르면 중국, 이란, 영국의 미국 비판기사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미국과 경쟁, 적대관계에 있는 중국과 이란, 그리고 동맹국 영국의 비판여론이 함께 증가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우선 중국과 이란은 아프간 상황을 ‘미국의 실패’를 부각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현지시각) “역사와 문화, 국민정서가 완전히 다른 나라에 외래 모델을 억지로 적용하려 하면 결국 발붙이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재차 증명”되었고 “한 정권은 인민의 지지 없이는 설 수 없으며, 힘과 군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문제만 더 커질 뿐”이라며 미국을 아프간 개입 자체를 비판하였다. 그러면서도 “미군이 급히 아프간에서 철군한 것은 이미 아프간 정세에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미군의 철군 또한 동시에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아랍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내심 반가워하고 있을 이란 또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나서 “아프간 사태는 미국의 패배”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미국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가들로부터도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기존 8월 31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연장을 요구했던 유럽 동맹국들이 우려를 표하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전하면서 “미국이 아프간 조력자들을 탈레반에 넘겨주고 있다는 비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의 각료회의 격인 EU이사회의 샤를 미셸 의장은 “G7 회의에서 여러 정상이 철군 시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나 미국이 원래의 시한을 연장하지 않자 유럽 언론들은 이번 G7 회의가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20여년 전 아프간전 파병을 결정했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미국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여 크게 기사화되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낸 성명을 통해 미국의 철군이 “비극적이고 위험한 결정”이며 “철수 결정은 ‘영원한 전쟁’을 끝내겠다는 미국의 어리석은 정치적 슬로건 때문에 이뤄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철군 결정은 세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비롯해 서구 이해관계에 적대적인 이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러시아와 중국, 이란이 이런 상황을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철수는 ‘서구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결정은 미국의 국익을 두고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바이든이 지적한대로 아프간 지도부와 정부군이 스스로를 지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1년 더, 5년 더 주둔해도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미국의 정당화 논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경쟁국과 동맹국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에게는 ‘미국의 실패’를 선전할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 된 동시에 나토 동맹국들에게는 아프간과 그 국민들, 인권과 민주주의를 포기한 책임감 없는 결정으로 지탄받고 있다.

 

[1] The GDELT Project  (https://www.gdeltproject.org/)

[2] “Why the Taliban Won And What Washington Can Do about It Now”, 2021.8.17, Foreign Affairs (https://www.yna.co.kr/view/AKR20210817109600083)

[3] ‘미국의 실패’ 강조하는 중국…아프간 미중공조 가능할까, 8.17.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10817109600083)

[4] 중국 연일 탈레반 감싸기…왕이 “제재는 문제 해결 못해” 8.21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10821019100083)

[5] UN “탈레반, 즉결 처형 등 심각한 인권침해 저질러”, 8.25.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1082562147)

[6] 아프간전 파병 英 블레어 “미 철수는 어리석은 정치슬로건 때문”. 2021.8.21.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10823041500009)

[7] Why America keeps building corrupt client states, 2021.8.22, The Economist (https://www.economist.com/international/2021/08/22/why-america-keeps-building-corrupt-client-states)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유기은 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
편집: 김소연 보조원

저자소개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University of Iowa)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국제법과 국제조약, 정책과 조약의 전파, 권위주의 국가의 인권조약 가입과 준수 등이 주요 관심 분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