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1-04
공민석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과 중국의 상호의존적 관계는 상호이익의 공생관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관계이기도 했다. 2007-08년 금융위기는 미국 패권의 취약성과 미중 상호의존성의 한계가 드러나는 계기였고, 미국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패권을 쇄신하기 위해 세계전략을 전환했다. 중국 또한 2007-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압력이 강화되자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미중 패권경쟁은 무역·기술 전쟁에서 통화·금융 전쟁으로, 나아가 가치와 체제의 정당성을 둘러싼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시작했고, ‘기술굴기’ 핵심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강화했다. 또 중국 기업을 미국의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려는 제재 조치를 가동했다. 중국은 첨단산업 역량과 기술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내수 중심 발전으로 전환해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더 강조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가치에 기반한 동맹관계 회복이었다. 또 강력한 산업정책을 통해 첨단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구상 또한 중요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가치동맹이 기술·생산동맹으로 진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치동맹이 기술·생산동맹으로 확대되면서 신냉전적 대립구도는 더 강화됐다. 중국 또한 일대일로 전략의 초점을 전통적 인프라 건설에서 디지털 인프라 건설로 전환해 기술굴기와 결합하는 등 미중 상호의존성의 틀에서 이탈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경쟁의 전개는 미중 상호의존성의 종언, 즉 탈동조화(decoupling)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두 강대국의 갈등을 최대한 순치시키고, 신냉전적 줄서기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전략을 기본적인 생존의 차원에서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목차

Ⅰ. 미중 상호의존성의 형성과 진화

Ⅱ. 상호의존성에 내재된 적대와 모순

Ⅲ. 미중 패권경쟁의 격화와 주요 쟁점

Ⅳ.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미중 관계

Ⅴ. 세계 질서의 진로와 한국의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