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2-08
정한범 (국방대학교)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은 동아시아에서의 협력과 상생을 위하여 1990년대부터 다양한 동아시아 협력체 구상을 제안해 왔다. 최근 협력의 시대를 뒤로하고 강대국 간의 세력경쟁이 격화되면서 한반도 주변에 안보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과거 수십 년의 세계적 풍요와 호황을 이끌었던 다자협력의 틀은 급속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보편적 다자협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세계무역기구 (WTO)는 사실상 그 기능을 정지하고 있고, 국제연합을 통한 안보협력도 새로운 진영 간의 대립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다자협력의 틀이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국가 간의 다자협력은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만의 소다자협력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소다자협력체들에 대한 반응은 아직은 혼재되어 있다. 특히, 중국과의 밀접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미국 주도의 소다자협력체 참여에 딜레마적 상황을 맞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과의 소다자협력에 대한 이상적인 긍정적 전망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적인 부정적 전망이 혼재하고 있다.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의 협력에 기대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원칙적으로 강대국 간의 전략경쟁에 휘말리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 양 진영으로부터 불가피하게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는 국익의 입장에서 정책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외교적 균형감을 유지하되,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낙오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만, 중국을 겨냥한 군사안보 지역협의체에 대한 참여는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보의 문제는 가능한 미국과의 양자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안보와 관련된 미국 중심의 공급망과 가치사슬에는 가능한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중국과의 문제는 별도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서 해결해야 한다. 일본과는 경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안보문제는 군사대국화의 길로 가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차

1. 머리말

2. 자유주의 패권의 종말과 대전환의 시대

3. 미국의 출구전략과 소다자주의의 대두

4. 동아시아 차원의 지역협력 전략

5.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