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3-09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기획자 註] 미중 간 무역・전략・패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2022년 미중 간 무역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중 양국 둘다 상대방을 배제한 독자적인 (특히 신기술 관련) 공급망을 구축하며 디커플링(decoupling) 혹은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상반기까지의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미중 간 무역량은 전년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JPI PeaceNet은 국가 간 관계는 현재의 경제적 상호의존도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 양국 간 무역량과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증가할 것인지 감소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무역기대이론을 통해 미중관계를 전망하고 본 이론이 한국에 주는 함의도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실장(scchung@jpi.or.kr)]

* 본 JPI PeaceNet은 저자의 JPI 정책포럼 <무역기대이론(Theory of Trade Expectation)으로 살펴본 미중 관계 전망 그리고 한국에 주는 함의>를 수정·요약하였음.


Ⅰ. 서론

오늘날 미중 간에는 점차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록 경제성장세가 최근 몇년간 둔화되기는 하였으나 중국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제규모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점점 치열해지는 미중 간 경쟁으로 인해 신냉전(New Cold War)이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1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이든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왔던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 받아 계속해서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에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중국이 국제질서를 변경할 의지와 힘을 동시에 지닌 유일한 경쟁국(only competitor)이며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 중 하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out-competing China)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서 발행 이전부터 중국과의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양자 컴퓨팅 등 신기술 분야)디커플링을 통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여왔다. 이에 중국 역시 2013년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2015년 ‘중국제조 2025’ 정책, 2020년 쌍순환 전략 등을 발표하며 내수시장 발전 및 공급망 재편을 통해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각자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규모만 놓고보면 미중 간 무역량은 2022년에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1)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미국과 중국 경제가 국가안보 논리를 내세우며 필요에 따라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디커플링(decoupling)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결국 자유주의 이론에 따라 높은 무역량과 경제적 의존도가 형성되어 있는 미국과 중국은 경쟁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것을 피하고 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Ⅱ. 무역기대이론 (Theory of Trade Expectation)과 미중 간 무역갈등 전개양상 및 추세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국가 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무력분쟁 발생의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무력분쟁 가능성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경제적 상호의존도의 증가가 국가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지 감소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존재하지만 각 연구에 따라 경제적 상호의존도와 국가 간 갈등 사이의 상관관계는 다르게 나타난다.

반면 Copeland(1996, 2014)는 수시로 변동하는 현시점에서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아닌, 앞으로 양국 간 무역량이 증가할 것인가 감소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 인식이 국가 간 갈등에 영향을 준다는 무역기대이론(theory of trade expectation)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Copeland의 주장은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가 국가 간 갈등의 증가 혹은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현시점에서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은지 낮은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 무역량이 미래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아지고 현재 양국 간 무역량이 높아도 앞으로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 상대방의 비용과 편익 계산에 따라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현재 양국 간 무역량과 상호의존도가 낮더라도 앞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 이는 양국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전쟁발발 가능성이 낮아진다고도 Copeland는 주장한다. 즉, 국가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은 현재의 무역량과 상호의존도가 아니라 앞으로의 상승 혹은 하락이 예상, 기대되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2)

Ⅲ. 미중 간 무역갈등 전개양상

미중 간 무역량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에 가입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UN Comtrade 데이터에 따르면 2001년 약 1214억 USD였던 미중 간 무역량은 2022년 약 7295억 USD로 대략 6배 증가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대미 수출량(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2001년 약 1023억 USD에서 2022년 약 5757억 USD로 약 5.63배 증가한데 기인한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입량(미국의 대중 수출량) 역시 약 191억 USD에서 약 1538억 USD로 약 8배 증가하였다. 다만 여전히 중국의 대미 수출량(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중국의 대미 수입량(미국의 대중 수출량)보다 약 3.7배 많은 수준이다.

WTO에 가입하여 세계무역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수출 주도전략을 통해 매년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2010년대에는 마침내 세계최대무역국가로 성장하였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특히 대미 수출증가를 통해 자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양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었고 미중 경제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Ferguson and Schularick 2007).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대중국 무역 적자 상승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타났으며 미국 기업이 인건비 낮고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미국내 제조업 공동화,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노동자 계층의 불만이 증가하였다. 나아가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저부가가치 공산품을 생산, 수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 고도화를 통해 점점 더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따라 과거부터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문제 삼았던 중국의 기술 탈취,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기술 탈취 의혹 외에도 계속되는 중국의 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환율조작 의혹, 쌓여만 가는 대중 무역적자 역시 미국이 더이상 상황을 좌시할 수 없게 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7년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미국은 2017년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내쫓고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경쟁자로 규정하였고 2018년 마침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2020년 1월에는 마침내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발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되는듯 하였으나 미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함으로 인해 미중 갈등은 계속되었다. 이어서 중국이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자 트럼프는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고, 중국기업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과 ‘위쳇(WeChat)’의 사용을 미국 내에서 금지하는 등 미중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나아가, 트럼프는 2020년 7월 “미국 지적재산권과 미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하였고 이에 중국도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통해 맞섬으로써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한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기조는 2021년 출범한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조 바이든(Joe Biden)은 트럼프의 America First 정책의 연장선으로 Buy American 정책을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였고 나아가 차세대 첨단기술인 인공지능, 바이오, 5G, 반도체, 전기차, 에너지, 양자컴퓨터 등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미국은 이 분야에 있어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은 유사입장국(like-minded)과 함께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민주주의 기술동맹(Techno-Democracies)’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유현정 2021).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이자 반도체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과 CHIP4 동맹을 결성하려고 한다. 점점 고조되고 있는 양안갈등 역시 미중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 미국 경제에도 불확실성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질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그동안 해외로 나간(offshoring)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혹은 국내복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미국과 유사한 입장을 지닌,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로 공장을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을 통해 신뢰가치사슬(Trusted Value Chain)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같은 경쟁국을 첨단기술 관련 공급망에서 배제, 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우방국과의 결속력은 강화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한편, 중국 역시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자신만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2013년 중국은 일대일로(BRI) 구상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함으로써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구축하려고 노력중이다. 나아가 2015년에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여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의 자급자족률을 높이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유진 2022, 26). 2020년에는 쌍순환 전략을 발표하여 “국내순환(내수)과 국제순환(수출)”을 동시에 추구하여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통해 핵심부품의 자체 개발을 위한 첨단기술력 제고를 통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내수시장을 발전시켜 경제 자립도를 강화하고자 한다 (KIEP 북경사무소 2020; 이유진 2022, 26). 궁극적으로 중국은 각종 부품과 소재, 그리고 완성품 모두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생산하고 공급하는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찬우 2022). 또한 중국은 2023년 7월, 자신이 전 세계 수요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생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와 같은 희귀금속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하며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움직임에 맞서려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2023).

다만 최근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한다며 그 표현을 교체하였다. 구체적으로, 2023년 4월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 2023년 6월 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국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for de-risking and diversifying, not decoupling이라고 발언하였다(The White House 2023; US Department of State 2023). 2023년 7월 중국을 방문한 미국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은 디커플링이 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므로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발언하였다(Shalal 2023).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디리스킹으로 대중 방침을 바꾼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 정책에 대해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한 회의감,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경제적 타격에 대한 고려 등)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민정훈 2023). 이에 따라 미국은 이들의 불만과 불안을 수용, 디리스킹으로 그 기조를 변화하였다. 디리스킹 정책을 통해 미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계속해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및 핵심분야를 보호, 미국 내 생산역량 확충, 탄력적 공급망 확보 등을 추구하되 이것이 보다 큰 경쟁, 갈등,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중 관계를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민정훈 2023).

Ⅳ. 미중 간 무역 추세 변화

앞서 언급하였듯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분쟁과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면서 주춤했던 미중 간 무역이 2021, 2022년 들어 다시 증가하였다. 무엇보다도 미중 간 전략․무역경쟁, 디커플링 논의에도 불구하고 2022년 두 국가 간 무역량은 약 7295억 USD로 역대 최고치, 특히 미국의 대중 수입량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이 정치권의 레토릭(rhetoric)일뿐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 간 무역이 처해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중 무역이 미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2017년 16.59%로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나 2022년에는 13.42%로 하락하였다. 미국의 대중 수입이 미국의 총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국의 대중 수출이 미국의 총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각각 2017년 21.86%와 2020년 8.72%에서 2022년에는 각각 17.07%과 7.46%으로 하락하였다.

대미 무역이 중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이후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이다. 대미무역은 2016년 중국의 충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20%였으나 2022년에는 11.56%로 감소하였다. 중국의 대미 수입은 2016년 중국의 총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8%였으나 2022년에는 5.66%로 하락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17년 중국 총 수출량의 23.23%를 차지하였으나 2022년에는 16.02%만을 차지하였다. 이처럼 미중 간 무역이 각 자의 전체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한 2018년을 전후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무역량으로만 살펴보면 2022년 미국과 중국은 역대최고치를 기록하였지만 2023년 상반기(1월~6월)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전년 대비 23.7%, 수입량은 전년 대비 4.1%, 대미 무역흑자량 역시 전년 대비 3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과 이로 인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등에서 기인한다 (Soo 2023).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미국 전체 무역량(특히 수입량)이 증가하였기에 미중 무역의 절대량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그동안 미국 기업들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을 고려해 무역상대를 유럽, 멕시코, 그리고 인도,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로 다각화하는 등 무역전환(trade diversion)이 발생하였다(Hufford and DeBarros 2023). 실제로 2022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가 각각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제1, 2 무역상대국으로 등극하였다(Torres 2023). 나아가 미중 간에는 칩(chip) 기술 관련 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2023년 6월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 관련 칩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또한 보였다(Fitch, Hayashi, and McKinnon 2023). 즉, 하반기 결과까지 포함한 2023년 미중 간 총 무역량은 2022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높아보인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Copeland의 무역기대이론에 의하면 국가 간의 갈등과 분쟁은 현재 그들 간의 무역량과 경제적 상호의존도 수준이 아니라 그에 대한 미래 전망이 밝은가 어두운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현재는 미중 간 전략․무역경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서로가 상대방의 총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즉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는 추세 또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미중 간 총 무역량의 절대수치는 2022년까지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이 역시 2023년에는 감소할 징후가 보이고 있다. 이는 두 강대국이 앞으로도 미중 무역에 대해 어둡게 전망하고 미중 관계가 더욱더 악화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Ⅴ. 무역기대이론이 한국에 주는 함의

미중 무역과 마찬가지로 한중 무역과 한미 무역도 2021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대중 무역이 대미 무역보다 한국에게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021년 들어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와 대중무역 흑자는 비슷해져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는 226.4억 USD, 대중무역 흑자는 243억 USD를 기록하였다. 나아가, 2022년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는 12억 USD로 급감하였으며 2023년 4월까지 대중 무역 누적적자가 100억 USD 수준을 기록하였다(현대경제연구원 2023). 이는 최근 5~10년 사이 대중 수출량보다 대중 수입량이 더 빠르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비교우위를 보였던 저위기술 제조업 부문에서의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증가, 중위․고위기술 제조업 부문에서는 대중 경쟁력 하락, 대중 수입 증가, 대중 무역흑자 감소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현대경제연구원 2023).

특히 2020년 한국 대중 수출의 31.2%를 반도체가 차지할 만큼 한국은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며(김선진․이윤정 2021)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는 많은 부분 반도체가 견인해 왔다. 즉, ‘반도체 착시’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대중무역은 이미 2021년에 적자로 전환된 상태인 것이다(황건강 2023). 나아가 2023년 1분기에도 글로벌 IT(Information Technology) 경기둔화로 인해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었으며 그 와중에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4.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상훈 외 2023).

중국은 기술발전을 통해 중・고위기술 제조업 경쟁력에서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그동안은 한중 무역은 한국이 고위기술 제조업 분야, 중국이 저위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각각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 상호보완적 무역관계를 형성하였지만 최근 중국의 기술발전을 통해 이제 한중은 경쟁적 무역관계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는 한국의 대중무역 흑자 감소로 이어졌다.

한편, 중국이 쌍순환 전략 등과 같이 자체 기술력 향상 및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을 계속해서 추구한다면 세계무역시장 점유율을 놓고 한국과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KIEP 북경사무소 2020). 이처럼 대중 무역 흑자가 감소하고 세계시장에서 양국의 상품이 경쟁하는 수출경합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의 입장에서 대중무역에 대한 무역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하고 이는 앞으로의 한중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를 이끌어왔던 반도체의 대중 수출마저 계속해서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 무역에 대한 기대는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이처럼 최근 무역 추세를 살펴보면 한중 무역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한미 무역은 (한중 무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중 간에도 상호 간 무역에 대한 부정적 기대가 증가하고 있는데 무역기대이론에 따르면 이는 앞으로의 두 강대국 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이 경우 두 강대국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치・외교・군사적으로도 협력해야할 한국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즉, 한국도 무역기대이론에 따라 한미와 한중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Ⅵ. 나가며

미중 간 무역갈등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두 강대국은 독자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통해 세계경제를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경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 간 무역량은 2022년까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으며 이는 그만큼 미중 경제가 여전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하지만 무역기대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결과만 보고 (자유주의 이론에 따라) 미중이 현재의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고려하여 갈등을 피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들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계속해서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무역을 제한하려는 각종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중 무역에 대한 서로의 기대가 더욱더 부정적으로 변하고 이는 양국 간 정치・외교・군사적 갈등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미중 관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상황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미국과의 정치・외교관계가 긍정적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대미 무역흑자도 증가한만큼 향후 대미무역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반면 중국과의 정치・외교관계는 크게 부정적이지 않더라도 대중 무역 흑자 감소, 적자전환 가능성 등이 향후 대중무역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무역기대이론은 향후 자국의 상황, 국제정세에 대한 국가의 인식이 국가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는 점에 주의사항이 있다. 향후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곧 국가의 행동, 국가 간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므로 무역에 대한 기대만으로 국가 간의 관계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책결정자들은 향후 무역관계에 대한 전망이 국가 간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성은 있다.

미중이 서로를 계속해서 경쟁자로 인식하고 디커플링 혹은 디리스킹을 추구할 경우 이로 인해 국가 간 관계는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가 간 잠재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무역상황에 대한 지도자의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Copeland 1996, 40). 또한, 두 강대국은 경쟁의 속도 및 정도를 조절하며 상호 간 무역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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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고에서 언급하는 모든 무역 관련 수치의 출처는 UN Comtrade Database임 (https://comtradeplus.un.org/).

2) 그 예로 Copeland (1996, 2014)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독일, 제2차 세계대전 발발과 독일, 그리고 태평양 전쟁 발발과 일본을 사례로 제시하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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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수연 연구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 관심분야는 국제안보,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Journal of Asian and African Studies), The Impact of the US and China on ROK-DPRK Relations, 1993-2019: An Empirical Analysis using Event Data (Asian Survey), China–DPRK Relations, China’s Rise, and DPRK Aggressions toward the ROK–U.S., 1990–2021 (Asian Survey), A Power Distribution Shift between the ROK–U.S. and China–DPRK Blocs and Its Impact on Inter-Korean Relations, 1990–2021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The Effect of Partisan Identity on Individual’s Economic and Political Attitudes: An Empirical Analysis on the South Korean Case (Korea Observer)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