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3-12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초록] 5월 총선 이후 혼란기를 거쳐 태국의 신정부가 출범했다. 태국경제는 경기부진과 지난 정부의 유산인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세타 수상은 태국경제를 환자로 비유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긴급경제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중장기적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농가부채유예, 전자지갑제도를 도입하고, 중기적으로 재조업 부문에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 FTA 네트워크 확장과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1. 새정부가 직면한 경제상황

지난 8월 하순에 취임한 세타(Srettha Thavisin) 수상은 9월 11일 의회에서 처음으로 시정 연설을 했다. 그는 태국 경제를 환자(sick person)라고 진단하면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가 발발했던 2020년 -6.1%이었고, 2021년에는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1.5%의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경제성장률은 2.6% 였는데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민간소비가 6.3% 증가했고, 상품과 서비스 수출도 6.8% 성장한 결과였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는 살아나지 않아 상반기 성장률은 2.2%로 더 낮아졌다. 상반기에 투자가 1.7%,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1.4% 증가하는데 그쳐 6.8% 성장한 민간소비가 경제를 지탱했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GDP의 90% 이상에 이르기 때문에 민간소비가 계속 증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타 수상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재 당면한 경기부진만이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임 프라윳(Prayut Chan-o-cha) 정부가 남긴 구조적인 유산을 해결해야 한다. 한 때 동남아에서 가장 경제적 역동성이 높았던 국가였던 태국은 프라윳 정부 9년 동안 저성장, 수출 부진, 외국인 투자 유입 부진, 가계와 정부의 높은 부채, 수도 방콕과 지방 간의 경제적 격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교육제도는 열악하고, 농업의 근간이었던 미작 농업의 낮은 생산성이 고착되고 있다. 태국은 장기간 중소득국에 머물러 있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

태국이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0년부터 찬오차의 쿠데타 직전인 2013년까지 달러표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이었다. 이는 말레이시아 5.1%, 인도네시아 5.5% 그리고 베트남의 6.4%에 비해서 다소 낮기는 했지만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쿠데타 이후 군부가 정부를 운영한 2014-2022년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7%에 불과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의 4.0%, 인도네시아의 4.1%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특히 동남아에서 경제적 역동성이 강한 베트남의 6.1%에 비해서는 훨씬 더 낮은 것이었다. 이 시기를 두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보면 2013-2018년 기간 태국 성장률은 다른 국가의 성장률에 비해서 낮았지만 그래도 3.2% 성장했다. 그러나 2019-2022년 기간 성장률은 -0.0%로 성장이 완전히 멈추었다. 이 같은 성장 중단은 코로나 등 국제경제환경의 악화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태국을 제외하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2% 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베트남 5.2%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태국 경제가 다른 문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남아 주요국의 기간별 성장률 추이

주: 성장률은 2015년 달러 표시 가격 기준이며,

각 기간은 시작연도부터 최종년도의 복리 평균 성장률이다.

자료: 세계은행 자료 이용 필자 계산

2. 수출 경쟁력 하락은 저성장의 원인

태국경제 부진의 1차적인 요인은 수출경쟁력 하락에 있다.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 주요국은 모두 수출주도형 공업화로 성장했다. 태국의 상품 수출의 GDP 대비 비율은 2022년 58.0%로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보다는 낮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비해서는 더 높다. 수출의존도가 높다고 알려진 우리나라의 41.1%에 비해서도 높으니 태국 경제의 성과는 수출부문의 성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수출이 이렇게 중요한 가운데, 프라윳 정부가 출범한 2014년 2,275억 달러였던 수출은 2022년 2,871억 달러로 600억 달러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4년부터 2022년 기간 태국의 상품 수출은 연평균 2.6% 증가했는데 이는 이 기간 베트남의 12.2%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고 말레이시아 4.9%, 인도네시아 5.4%, 필리핀 3.7%에 비해 모두 뒤진 실적이다. 태국의 수출경쟁력이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은 농수산물, 농수산물 가공제품,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수출제품이 다각화되어 있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가 전자산업 특히 반도체 의존도가 높고,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이 아직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자랑할 만한 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농수산물 수출은 2018년 188억 달러에서 2022년 214억 달러로 증가했으나 올해 8월 말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미세하나마 감소했다. 태국의 오래된 속담 “(강)물에는 고기가 있고, 들에는 쌀이 있다”는 표현처럼 쌀 농사는 태국을 상징하는 산업이었지만 쌀 수출은 지난 수년 동안 부진해, 2018년의 57억 달러에서 2022년 40억 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1차 자원을 가공한 농수산물 가공제품 수출은 2018년 327억 달러에서 2022년 393억 달러로 증가하여 농수산업 종사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올해는 8월말까지 5.4% 감소했다. 태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지체되어 중소득국 답지 않게 2021년 전체 고용의 31% 정도가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태국보다 1인당 소득이 훨씬 더 낮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그리고 심지어는 베트남에 비해서도 더 높은 것이어서 농수산물 부문의 수출부진은 저소득층에게 큰 타격이 되었고 농가는 막대한 채무를 안고 있다.

동남아 주요국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2014-2022)

자료: 세계은행

일반 공산품 수출도 부진했다. 전기전자 제품의 수출은 2018년 509억 달러에서 2022년 606억 달러로 호조를 보였지만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훨씬 더 취약하고 올해 들어서는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한 때 세계 컴퓨터하드디스크(HDD) 생산의 중심국이었던 태국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컴퓨터 수요가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 수출도 지난 5년 동안 7.3% 증가하는데 그쳤고 특히 승용차 수출은 2018년 111억 달러에서 2022년 63억 달러로 대폭 감소했고, 태국이 자랑하는 픽업트럭 수출도 2018년 79억 달러에서 76억 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섬유 및 신발제품 수출도 2018년에서 2022년까지 2.6% 감소했는데 올해는 8월까지 13% 이상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수출부진, 즉 수출경쟁력 하락은 무엇 때문일까? 수출상품의 품질을 제고하지 못했고 동시에 수출구조를 고도화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는 바로 태국의 산업계 나아가 국민적 혁신역량의 부족 때문이다. 한 국민경제의 성장은 생산요소, 즉 노동과 자본의 축적과 총요소생산성의 상승으로 가능해진다. 선진국이 될수록 인구 증가율이 낮아지고 투자를 통해 축적되는 자본은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태국의 인구 증가율은 동남아에서 가장 낮은 편이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투자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 직접투자가 둔화되었다. 따라서 총요소생산성의 상승이 중요하지만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사회적 생명력이 부족하다.

태국은 입헌 군주제이지만 국왕의 권력이 강한 나라로 왕실과 군부 출신의 관료가 협력하여 국가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방을 통해서 수혜계층으로 등장한 방콕 중심의 중산층이 이 지배구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체제는 매우 굳건하여 정치경제사회는 경직적이고, 사회적 유동성은 낮았다. 그 결과 농민과 노동자의 권익은 보호되지 못했고 부와 소득의 격차가 개선되지 못했다. 나아가 경제적 격차는 인적자원 개발 지체라는 중요한 부작용을 낳았다. 세계지적재산권협회(WIPO)가 매년 조사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혁신능력 순위에서 태국은 2023년 세계 132국 중 43위이다. 혁신 역량은 다양한 지표로 평가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인적자본과 연구역량이다. 태국은 이 부문에서 74위이다. 다국적기업들은 태국에서 숙련 기능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인적자본과 R&D 역량이 취약한 국가에서 첨단기업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태국의 주요 산업에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태국경제의 주요한 구조적 문제이다. 태국은 1960년대 경제개발에 관심을 가질 당시 수입대체형 공업화를 선택했다. 외화절약을 위해 수입공산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자는 것이었다. 국내 생산은 태국 기업인이 담당해야 하지만 태국경제를 장악하고 있던 화교기업은 주로 서비스 산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수입대체를 위해 일부 제조업 분야에 진출할 때도 외국기업과 합작을 했다. 수출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태국에 진출한 다국적 제조기업은 내수 시장을 장악했다. 소비재에서는 서구 기업이 그리고 전기전자와 자동차의 경우 일본 기업이 태국의 산업지형을 결정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경제발전의 이륙단계에서는 필요한 조건이 되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국내시장이 작은 도시국가가 아닌 한, 일정한 발전 단계에 이르러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이 산업 주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이들의 전략이 태국 경제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예컨대 태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는 세계 전략 속에서 태국에서 생산할 차종을 결정한다.

태국 내 다국적기업은 끊임없이 투자환경 개선을 요구한다.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이 그 하나이다. 이 때문에 태국은 최저임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세타 수상도 지적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태국의 최저임금은 하루 300바트에서 337바트로 12% 인상되는데 그쳤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태국의 인적자본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국적기업의 기술이전은 쉽지 않다. 자동차 산업이나 전기전자 산업에서 다국적기업은 태국의 지원산업의 기반 취약을 들어 자국의 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한다. 이 때문에 다국적기업의 기술은 다국적기업과 관계회사들 내부에서 순환한다. 태국이 스타트업을 강조하지만 국제 금융시장 분석기관인 CB Insight에 따르면 2023년 10월 현재 태국에는 시장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3개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 16개, 인도네시아 8개 등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계속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자, 자동차 부문을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문에서 투자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투자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양호한 투자환경에는 당연히 인프라 개선이나 저임의 노동력이 포함된다. 문제는 태국보다 투자환경이 더 양호한 국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3. 세타 정부의 정책적 노력

태국 경제를 ‘환자’ 라고 진단한 세타 수상은 시정연설에서 단기정책과 중장기정책을 제시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 16세 이상 전국민에게 1인당 10,000바트를 지급한다는 전자지갑제도는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과 카자흐스탄에 대해 내년 2월말까지 비자면제 조치를 취했다. 또한 긴급히 국민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디젤과 LPG 가스 요금을 동결하고 전기료를 인하했으며, 방콕에 최근 개통한 전철노선 두개에 대해 거리와 관계없이 20바트의 단일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농민 200만명 이상에 대해 10월 1일부터 원리금을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그가 시행하기로 한 농가부채 유예, 전자지갑제도 등에 대해서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주사한다” 거나 재정조달에 문제가 많을 것이고 포퓰리스트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세타 정부의 경기 대책

자료: Bangkok post 다수 기사에서 발췌

중장기적으로는 세타수상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경제 구조조정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잡고 있다. 특히 첨단 제조업 부문과 녹색산업에 투자를 유치하여 태국을 FDI의 허브로 만들어 중장기적 역동성을 제고할 생각이다. 세타 수상은 “태국은 투자유치에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밖으로 나가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해외 순방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인들을 만나고 있다. UN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 가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화상면담을 했고 구글과 아마존 관계자와도 면담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9월 24일 그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로부터 50억 달러의 투자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현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영업사원(salesman)이 되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가서는 중국을 “형님”이라고 표현하며 환심을 사기에 바빴고, 일대일로(BRI) 포럼에서 연설하면서 태국 남부의 크라지협의 태국만과 안다만해에 심해항을 건설하여 양 항구를 연결하는 90킬로미터의 랜드 브리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태국 경제가 성장하여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야 투자를 할 것이다. 세타 수상은 몇 가지 측면에서 태국의 투자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 그 첫째는 FTA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국제 생산 체제에서 태국의 입지 우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세타 수상은 과거 10년 동안 태국이 어느 국가와도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는 무역과 투자의 확대에 부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태국은 아세안의 일원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와 다자 FTA를 채결했고, 일본, 칠레, 페루, 뉴질랜드 등과 양자 FTA를 체결했다. 미국, EU 등과 논의를 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향후 미국, 중국, 한국 등과 FTA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투자와 관련된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을 만나 중국-라오스- 태국 방콕의 고속철도 부설을 가속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태국의 열악한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랜드 브리지는 과거 운하를 건설하여 인도양에서 오는 선박이 말레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태국만으로 운송하여 남중국해로 북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아이디어 대신, 육상으로 철도, 도로,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인도양에서 말레카해협을 남하하는 수송로에 일대 변화를 일으켜 중동이나 인도 시장을 겨냥한 중국기업을 이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세타수상은 이 프로젝트가 “세계 최대의 메가프로젝트 중의 하나이고, 태국을 매력적인 투자대상지역으로 만들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셋째는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것이다. 퓨어타이당은 5년 내에 최저임금을 하루 600바트 정도로 인상한다는 선거공약을 제시했고, 수상 취임 후 세타 수상은 여러 차례 이를 강조했다. 당연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는데, 수상은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다국적기업들이 태국을 건너 뛰고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계획 때문이 아니고 인프라와 FTA 부족 때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타 수상의 최저임금에 대한 강조는 해외 태국 노동자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과정에 태국 노동자들이 3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20여명이 납치된 상태인데, 이스라엘에 있는 약 1만영의 노동자들이 정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태국내 저임금 때문에 귀국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최저임금의 점진적 인상은 태국에 진출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기술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임금이 높을수록 그 임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고급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타 수상의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태국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정치사회적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정부의 기능을 규제자에서 실행자로 바꾸며, 징병제 대신 모병제로 바꾸고, 법의 지배를 확립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태국의 정치경제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난 5월 선거에서 기존 체제에 불만을 품은 방콕의 젊은 층과 동북부 주민들은 전진당과 퓨어타이당을 각각 1,2 당으로 만들었으나 군부 기득권층의 저지로 1당이었던 전진당은 집권에 실패하고, 제2당인 퓨어타이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한 군부지지 정당 등 11개 정당이 참여하는 연립정권을 출범시켰다. 이 때문에 개혁은 유보되지 않을 수 없고 사회적 역동성은 제고되기 어렵다. 예컨대 집권에 실패한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폐지 등 개혁 정책에 대해서 세타정부는 극히 소극적이다. 더구나 연립정권에 참여한 일부 정당이 세타 수상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4. 시사점

태국은 아세안의 2위 경제국이지만 무역과 투자협력에서 우리와 태국의 관계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밀리고 있다. 우리의 대태국 수출은 2014년 76억 달러로 아세안 수출의 9.0%를 차지했으나 2022년 수출은 86억 달러로 그 비중은 6.9%로 하락했다. 수출의 부진은 우리 기업의 대태국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태국의 주요산업을 일본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은 태국에 진출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태국 수출확대는 우리 투자가 얼마나 활성화되는가에 달려 있다. 세타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은 다시 한번 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태국이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인데 우리도 여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는데, 그 중요한 이유는 태국의 높은 농수산물 경쟁력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세안 전체와 FTA를 체결한 것과 별개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와 FTA를 체결하였고, 필리핀과는 협상을 타결한 상태이다.  아세안 2위 경제국인 태국과도 FTA를 체결하여 상대적으로 부진한 무역과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경제운용에 태국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태국의 저성장은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지 못한데서 출발했고 수출경쟁력 하락은 경제 사회적 혁신역량을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혁신 능력은 정치경제의 지배구조 개선, 소득격차의 완화, 인적자본의 개발 등 다양한 불균형의 해소를 통해서 개발될 수 있다. 우리는 인적자원 개발로 경제성장을 해 왔다. 앞으로도 인적 자원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점점 악화되는 경제사회적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사회적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정치 경제의 지배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태국은 아세안의 중요한 일원이다. 우리는 미중 갈등의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미국은 자국시장을 보호하고 있고, 우리의 최대시장인 중국은 고성장의 시대에서 중성장 시대로 들어섰다.  우리는 한 때 중국에 최대의 무역흑자를 냈지만 중국의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올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안정적인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지난 정부에서는 신남방정책으로 현재 정부는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중요한 점은 아세안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야만 우리의 대아세안 정책이 의미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세안 제2위 경제국이면서도 아세안의 지진아로 변한 태국도 계속 성장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태국경제의 회복과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태국에 대한 인적자원 개발, 기술제고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 퇴임

– 현재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 주요저서: 아세안의 시간, 하나의 동아시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