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0-16
이동률(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탈냉전 30년 중국의 외교 담론,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 및 전략의 진화1)

전후 국제체제의 저항국이었던 중국은 개혁개방과 탈냉전 30년을 거치면서 국제체제 주도국의 위치에 올라섰고 이제는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개혁(全球治理体系变革)’을 주창하면서 기존 국제규범과 질서의 변혁을 모색하는 초강대국의 문턱에 진입하였다. 중국 외교는 다양한 화두와 담론을 제시하고 활용하는데 능하다. 그동안 중국의 외교 담론은 국력증강, 국제적 위상의 변화와 일정한 보조를 맞추며 진화해 왔으며 중국의 국제체제와 질서에 대한 인식과 전략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즉 건국이후 줄곧 ‘반패권주의’를 기치로 제3세계의 리더로서 저항국가의 역할을 자임해왔던 중국은 1980년대 ‘독립자주외교(独立自主外交)’, 1990년대 ‘책임대국론(负责任的大国)’, 그리고 21세기 ‘평화굴기(和平崛起)’와 ‘평화발전(和平发展)’론을 거쳐 시진핑 시기에 와서는 ‘중국특색의 대국외교(中国特色的大国外交)’를 제시하는 진화를 거듭해왔다.

특히 중국은 1990년대 초반 탈냉전과 천안문 사태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 개방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국제환경이 제공한 전략적 기회를 효과적으로 포착하여 ‘상대적 부상’을 성취하였다. 즉 지난 30여년 중국이 부상을 실현한 주요한 역사적 변곡점에는 기성 패권국인 미국의 공백과 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사건,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에게는 위기와 도전이었으며 역설적으로 중국에게는 경제성장, 그리고 국제 위상과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시, 공간을 제공하였다. 중국은 각 ‘역사적 기회’ 시기 마다 그 시점에 적합한 외교 담론을 제시하고 기존 국제체제에서의 역할과 활동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중국은 ‘중국위협론’에 대응하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담론, 이른바 ‘책임대국론’을 들고 나왔다. 중국은 실제로 ARF와 CTBT 등 안보와 인권영역의 국제기구로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기존의 국제경제기구에서 이익만 추구하는 무임승차국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책임대국의 위상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 이면에 중국은 탈냉전 초기 미국의 단극질서 구축과 중국의 상대적 전략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에 중국은 국제체제의 다극화를 주창하면서 1990년대 중반이후 이른바 ‘일초다강(一超多强)’론을 통해 ‘일초(一超)’인 미국의 “패권적 행위”를 견제하는데 공동의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상정되는 ‘다강(多强)’들 특히 러시아, 프랑스, 인도, 아세안(ASEAN)과의 관계 발전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단극체제를 견제하고자 했다. 중국은 1997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도 미국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책임대국의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했다.

2001년은 일반적으로 9.11사건으로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준 해로 기억되지만 중국에서는 ‘세계화의 해’로 일컬어지고 있다. 중국은 국제기구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에서 소극적 참여, 적극적 참여를 넘어 급기야 주도적 참여국가로 극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 특히 2001년 9.11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매몰된 시점을 전후하여 중국은 역내 다자체제를 주도하려는 행보를 구체화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WTO 가입을 통해 국제체제의 전면적 참여를 실현하는 한편, 상하이협력기구(SCO) 창설, 북핵 6자회담 주최, 보아오 포럼 개최, ASEAN과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 등을 통해 역내 국제기구에서 주도국으로서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중국은 기존 국제 체제의 수혜자임을 인정하는 한편, 후발참여국으로서 기존의 제도와 규범은 사실상 중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것이며,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인식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자바오(温家宝)총리는 2006년 4월 호주 방문시 “중국은 국제체제의 참여자, 옹호자, 그리고 건설자”라고 언급하여 중국이 국제체제에 대해 갖고 있는 복잡 미묘한 속내를 보여주었다.2)

그리고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중국이 국제체제와 질서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새로운 변화를 야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중국은 국제경제 질서를 주도하던 서방 경제 강국들이 2008년 경제 위기의 충격으로 쇠퇴하고 있는 반면에 일부 개도국들이 신흥시장(the emerging market)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 특히 2008년 G20 정상회의 출범을 기존 국제경제체제의 중대한 변화의 징후로 해석하고 기대감을 표명했다.3) 세계경제위기는 미중 양국관계에서 유지되어 왔던 ‘미국 주도와 중국의 전략적 수용과 대응’이라는 기존의 관성으로 부터 미묘한 변화를 초래하였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실패와 미국 힘의 상대적 쇠퇴를 반증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전략적 호기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4) 특히 중국은 그동안 국제정치 경제질서의 개혁에 대해 공정, 합리 평등, 호혜, 조화 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담론을 제시하는 단계에 있었다면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이 보다 명료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G20 회의의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인민은행장은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였고, 중국 국무원은 2020년 전에 상하이에 세계 무역 및 해운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 기념비적 국제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중화민족의 부흥’을 공공연히 주창하기에 이르렀고, 부상에 대한 자긍심과 기대감이 중국인들 사이에 한껏 고양되었다.

 

시진핑 정부의 강국화 담론과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

중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기회로 아시아에서의 위상을 제고해왔고, 2001년 9.11 테러 사건과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경과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빠른 상대적 부상을 성취하게 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흐름에 연동하여 중국 부상에 대한 의지를 연속적으로 외교 담론에 담아서 제시해왔으며 국제체제에서 주도국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병행했다. 그런데 연이은 외생변수의 효과에 따른 예상보다 빠른 부상은 시진핑 정부에게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도전으로 다가왔다. 중국 외교 담론은 시진핑 정부 등장 이전까지는 대체로 부상 일정과 로드맵에 적합한 논리를 제공했고, 실제로 그에 부합하는 국제체제에서의 역할과 위상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병행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앞선 언급한대로 기성 패권국인 미국의 상대적 약화라는 역사적 기회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진핑 정부는 2013년 집권과 함께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국가 비전, 담론, 전략들을 동시 다발로 쏟아내면서 강국화(强起来)의지를 대내외에 표출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이례적으로 이른바 ‘중국 핵심어(中国关键辞, key words to understand china)’ 라는 일종의 담론 해설서를 출판할 정도로 수사(修辭)와 전략의 경계가 모호한 다양하고 복잡한 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5) 이 해설서에 외교영역에 10개의 핵심어를 선별하여 제시하고 있다. 즉 ‘중국특색의 대국외교(2014년)’를 필두로 ‘운명공동체(命运共同体 2013년)’, ‘신형국제관계(新型国際关係 2017년)’, ‘글로벌 동반자관계(全球伙伴关係 2017년)’, ‘의리관(义利观 2012년)’, ‘진,실,친,성 이념(眞,实,亲,诚 理念 2013년)’, ‘친,성,혜,용 이념(亲,诚,惠,容 理念 2013년)’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全球治理 2014년)’ 까지 7개가 제시되어 있고, 나머지 3개는 ‘일대일로(一带一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기금(丝路基金)’으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제도, 구상에 관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에서는 외교 담론이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그 자체가 중요한 외교 비전과 전략으로 자리 잡은 이른바 ‘담론 외교’가 활성화되고 있다.

다양한 담론들을 복잡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갈등, 대립보다는 협력과 윈-윈을 역설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2049년 ‘중국의 꿈’ 실현을 향해 유리한 국제환경와 조건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즉 중국특색의 대국외교를 중심에 놓고 이를 뒷받침하는 두 개의 지지 기반(两个构建)으로, ‘신형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를 제시하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신형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으로 일대일로, AIIB, 실크로드 기금이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국은 동반자 관계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여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가 중국의 부상을 압박하는 것을 견제하고, 기존 국제체제의 변혁을 통해 중국 부상에 유리한 국제체제와 질서를 조성하고자 한다.

시진핑 정부의 외교 담론 역시 중국이 평화적으로 부상하는 것을 대내외에 설득하고 과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에서는 이전과 유사하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담론의 제안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담론과 전략의 내용이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설득하는 차원을 넘어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도국으로서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제시하는 차원으로 진화되고 있다. 그리고 담론의 역할이 정책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거나 설득하는 형식이 아닌 선제적으로 비전으로 제시되고 전략을 만들고 전개해가는 형태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시진핑 체제의 권력 강화를 도모하고 본격적인 ‘시진핑 신시대’를 선언한 2017년 집권 2기에서 외교 담론과 전략은 그 대상을 지역을 넘어서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였다. 18차 전국대표대(2012)회 이후 제시되었던 ‘신형대국관계’, ‘친,성,혜,용(亲,诚,惠,容 理念 2013년)’의 ‘아시아 운명공동체’는 19차 전국대표대회(2017)를 계기로 ‘신형국제관계(新型国际关係)’, ‘인류운명공동체’, ‘글로벌 동반자관계(全球伙伴关係 2017년)’,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 등으로 진화해 갔다.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신형대국관계가 국제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신형국제관계’로 확장되었다. 신형국제관계는 중국의 부상이 결코 강대국간 충돌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는 ‘신형대국관계’를 형성할 것임을 국제사회를 향하여 역설하려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 부상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국제사회 전체를 향해 설득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봉쇄의 연대를 저지하고 부상에 유리한 상황과 조건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운명공동체론도 2013년에는 ‘친, 성, 혜, 용’을 강조하면서 주변국과의 우호협력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에는 ‘인류 운명 공동체’로 진화하면서 주변 국가를 넘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담론으로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인류운명공동체는 협력 대상을 전 세계로 확대해가고 있는 일대일로에 대한 참여와 지지를 유도하는 담론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강국화 담론의 과잉은 중국의 가파른 부상과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미국 중심의 국제체제와 질서에 대한 도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탈냉전 30년간 지속적으로 기존 국제체제와 질서에의 참여를 확대해오면서, 다른 한편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현재 국제체제의 주도국의 위치를 확보한 상황에서 ‘변혁’ 의지는 향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기존 국제질서의 ‘전복’, 또는 새로운 국제 질서의 ‘창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실제 시진핑 정부의 외교 담론에서도 새로운 국제체제와 질서에 대한 청사진이나 비전은 발견되지 않고 여전히 기존 국제 질서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직면한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한 2030까지는 이 기조를 견지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시진핑 외교의 특징과 딜레마

시진핑 정부는 중국 부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담론 과잉의 부작용과 혼선을 초래하고 있으며, 초강대국 진입 문턱에서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 2016년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중국에게는 부상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신형국제관계와 일대일로 구상을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 의지로 해석하고 중국을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에 대한 공세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였다. 주변국 또한 미중간의 조기 세력경쟁이 초래할 파장에 대한 우려와 경계가 고조되면서 중국은 예기치 않은 안보딜레마에 직면하면서 부상 실현의 국제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시진핑 정부는 고도성장의 신화가 깨지는 상황에서 공산당 일당체제의 새로운 정당성의 근거를 생성해야 하는 등 복잡한 국내 정치경제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홍콩 사태에 이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의 부상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산당 체제 안정에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산당 일당체제와 시진핑 권력 강화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이라는 중국의 꿈 실현에 대한 인민들의 고양된 기대를 어떻게 조정해 갈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중국 외교는 건국이후 지난 7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일관되게 안보와 발전이라는 기본 국익 증진에 몰두 해왔다. 그리고 21세기, 특히 2008년 이후 중국은 점차 안보와 발전이라는 기본 국익을 넘어서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증진에 주목하게 되면서 외교 전략 또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은 강대국 위상에 걸맞는 외교 목표의 변화가 있어야 함에도 여전히 안보, 주권, 발전이라는 기본 국익 확보 역시 중요시 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다. 중국은 급격히 강대국으로 부상했음에도 미국과의 국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경제발전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타이완, 홍콩, 티베트 문제 등 국가와 영토의 통합이라는 기본적인 국가과제도 안고 있다.

중국은 강대국으로서 새로운 국제 표준과 가치를 제시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새로운 외교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여전히 이와 상충될 개연성이 있는 안보와 발전이라는 현실적 물질 국익을 병행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 정부가 이른바 일대일로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기여를 부각시키며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자 하지만 인접국들과 주권, 영토 등 핵심이익과 관련된 분쟁이 재차 발생할 경우 중국 인민들의 고양된 기대와 국제사회의 경계를 여하히 조율해 가는냐 하는 딜레마에서 혼선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통합의 과제를 안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과도한 강대국화 비전과 담론의 제시는 주권 및 영토문제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제약케 한다. 그 결과 중국은 해양 영유권 분쟁에서 강경일변도를 견지하게 되면서 ‘강경한 중국’이라는 공세에 직면하게 되었고 기존의 운명공동체 등 평화 발전 담론의 효과를 상쇄시켰다.

이러한 내우외환의 국면에서 중국은 최소한 2035년까지는 가능한 패권 추구 의지를 공식화하지는 않을 가성이 높으며 미국과의 갈등도 불가피하지만 불필요하게 확장하지 않으면서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 강화할 경우 체제의 취약성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이를 여하히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무리하게 권력집중을 시도하면서 ‘애국주의’를 동원하고 있는 시진핑 체제의 입장에서 스스로 주권 및 영토 문제라고 주장한 이슈인 타이완, 홍콩 등 문제에 대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고강도의 개입을 지속할 경우, 그리고 미국의 공세가 공산당 체제 자체를 위협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중국 정부가 인식하는 경우에는 시진핑 정부는 정권의 취약성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대립을 우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현재 시진핑 정부는 ‘공산당의 영도’의 강화를 주창하면서 사실상 권력을 집중하고 사회통제를 강화하는 등 체제의 경직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의 도전과 위기가 불거질 경우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합리성과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따라서 중국 대외전략의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발전전략의 성취 추이와 국내정치의 유동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그리고 미국의 공세에 대한 중국 고위 지도자들의 인식, 판단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이 부분은 이동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현대중국』 제21권 제1호 (2019), pp.1-42의 일부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임.
2) 호주 방문시 연설 전문은 温家宝总理在霍华德欢迎宴会上的演讲 http://news.xinhuanet.com/newscenter/2006-04/03/content_4379268.htm(검색일: 2007/3/15)
3) 高祖贵,魏宗雷,刘钰, 「新兴经济体的崛起及其影响」,『国际资料信息』, 第8期(2009). pp. 1-6.
4) 张家栋, 「力量对比变化, 中美关係面临新局面」,『解放日报』(2009/3/3); 陈玉刚, 「金融危机, 美国衰落与国际关係格局扁平化」, 『世界经济与政治』 , 5期 (2009).
5) 中国外门出版发行事业局, 『中国关键辞, key words to understand china』, (北京: 新世界出版社, 2019).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이동률 교수는 1997년부터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96년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대중국학회장(2018년)을 역임했다.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미관계, 한중관계, 중국의 민족주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한국과 국제정치>(2019), <일대일로의 국제정치 (공저)> (명인문화사 2018),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국제정치논총>(201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