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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분열의 미국 사회와 포스트트럼프 시대, 바이든 행정부는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저자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발간호
    2021-01
    2021년 1월 6일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정 짓는 절차를 앞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의 폭력사태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성난 군중이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으로 여겨지던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모습은 대중매체와 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세계로 전달되었다. 영국과 캐나다, 독일 등 미국의 우방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미국 민주주의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며 심각한 우려를 표방하였다. 트럼프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은 미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과 리더십의 붕괴를 보여주는 최악의 사태이다. 미국의 진보매체 일각에서는 큐어넌(QAnon)과 프라우드보이즈(The Proud Boys)와 같은 극우성향의 트럼프지지자들을 사건의 주동자들로 지목하고 있으나 상황 전체를 그들의 책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지지자와 반트럼프 세력 간의 대결 속에서 극심한 국내적 분열의 양상으로 전개된 2020 미국 대선은 바이든의 승리로 귀결되었지만, 트럼프는 2016년보다 천만 표 이상 증가한 7천4백만 표 이상을 획득하여 그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등 접전주에서의 승부가 민주당으로 기울어 선거의 승패가 가름되었음에도 선거부정을 빌미로 트럼프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으며, 증명되지 않은 의혹은 트럼프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선거결과에 대한 일련의 소송과 기각으로 이어졌다. 이전에 형식적으로 진행되던 선거 이후의 절차들을 둘러싸고도 분열의 양상은 약화되지 않았으며, 급기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관과 선동 속에서 트럼프 지지시위대에 의한 국회의사당의 폭력적인 점거라는 파국으로 귀결되었다. 결국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은 극우세력에 의한 우발적인 돌발행동이라기보다는 잠재되어 있던 미국 사회의 분열이 노골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 표면화된 결과이다. 파국의 원인에는 극심한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이를 제대로 관리, 해결하지 못한 미국 정당들의 무능력, 그리고 노골적으로 분열을 조장한 트럼프의 리더십이 중첩되어 있다. 다양한 민족적 뿌리를 가진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미국의 태생적 출발은 정치적으로 통합을 중요시하는 풍토를 가져왔고 사회·문화적으로는 다양성의 인정과 관용, 그에 기반을 둔 다원주의를 중요한 덕목으로 이어왔다. 이러한 미국 사회의 덕목은 최근 이를 위협하는 변화에 봉착하였다. 2001년 전대미문의 911 테러, 2008년 경제적인 불황을 가져온 금융위기는 외부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용도를 크게 낮추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더해 소수인종 대통령인 오바마의 등장은 스스로를 미국 사회의 주류라 여겼던 백인계층, 특히 백인노동자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2016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 사회는 기존에 이념적으로 갈라졌던 당파적인 양극화에 더해 성별로, 연령별로, 거주지역별로, 인종별로 트럼프에 대한 지지여부를 중심으로 극심한 사회적 분열을 겪었다. 이러한 미국 사회의 분열은 이를 제도적으로 조정하지 못한 정당의 무능력으로 그 효과가 더욱 배가되었다. 권력분립의 제도적인 틀 속에서 사회갈등을 논의하고 해소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정당들은 그 자체로 정파적 양극화의 대변자가 되었으며, 그러한 경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극심해졌다. 민주·공화 양 당으로 갈라진 정파적 양극화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노골화된 정체성을 앞세운 정치로 인해 더욱 극단화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를 중심으로 결집한 공화당에서 더욱 현저하게 나타났다. 강성의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트럼프에 의해 장악된 공화당은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더욱 정파적인 의원들로 구성되었고, 사회분열과 갈등을 제도적인 틀 내에서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는 중립적인 목소리는 크게 약화되었다. 유권자 차원의 분열과 극단적인 정당 양극화의 심화는 2020 미국 대선과정에서도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었다. 지지세력 결집에 집중한 트럼프의 노골적인 캠페인 전략은 유권자들을 트럼프 지지자와 반트럼프 세력으로 양분시켰고, 코로나에 대한 대처와 경제불황, 이민문제 등 사회의 모든 현안을 정파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정파적 양극화는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와 불신의 감정과 결합되어 현안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지지와 불신임 간의 세력대결이 선거 내내 이어졌고 결과에 대한 수용 역시 정파성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급기야는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트럼프 지지시위대에 의해 국회의사당이 폭력적으로 점거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제 막 취임한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무엇보다도 트럼프 행정부 시기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미국 사회의 분열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현재의 미국은 극단적 정치와 문화전쟁, 그리고 경제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으로 인해 그 분열의 양상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2020 대선결과는 인구학적으로 보면 여성과 소수인종, 고학력백인, 대도시거주자,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한 반트럼프 연합, 그리고 남성, 저소득백인, 시골지역거주자,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지지세력으로 양분되어 그 균열의 양상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알리는 취임식은 미국 사회 분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이의 치유를 위해 통합이 절실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과거와 같이 수많은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펼쳐지지 못했지만, 대통령 취임식은 통합과 화합의 기치 아래 이전보다 더욱 경건하고 절실하게 치러졌다. 트럼프의 불참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있었지만, 민주·공화의 당파성을 넘어서서 전직 대통령들과 의회의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였다. 취임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무엇보다도 통합(unity)과 미국 민주주의의 복원을 강조하였다. 이제 출범한 새로운 행정부에게 통합의 과제는 단순하지만 그 해결은 쉽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사회의 통합을 위해 한편으로는 트럼프를 지지한 세력을 포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반트럼프 선거연합으로 뭉친 바이든 지지자들을 정책적인 협력집단으로 결집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무엇보다 큰 고민은 전자에의 집중이 반트럼프 선거연합이라는 지지자들은 느슨한 연계를 와해시킬 우려가 있는 반면, 후자에의 집중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는 점이다. 선거연합으로 더욱 이질화된 민주당 내부를 다독이면서 동시에 초당적인 통합을 이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통합에의 일차적인 열쇠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트럼프 선거연합으로 집결한 민주당 내의 느슨한 가치연합을 정책적 협력으로 이어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질성이 강한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의 반트럼프 선거연합이 더해지면서 그 이질성이 더욱 높아졌다. 특히 샌더스와 워런 등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자리를 두고 경쟁하였던 후보들이 반트럼프 선거연합을 통해 바이든을 지지하면서 민주당 내부의 진보적인 정책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따라서 행정부 인선과 정책적인 측면에서 소수자집단과 진보진영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실제로 그러한 선택은 바이든 행정부의 구성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선은 여성과 소수인종들을 대거 등용하면서 과거 어떤 행정부보다도 높은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상원의 인준과정이 남아있지만 국방장관과 재무장관, 그리고 국가정보국장 등 요직에 흑인과 여성을 역사상 최초로 임명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다양성의 존중과 통합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취임 직전 발표된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그 규모가 예상보다 큰 1조 9천억 달러에 달하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에 한층 더 집중되어 있다. 이는 당분간 미국이 재정부채보다는 경제부흥에 집중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2008년 금융위기에서 재정부채에 대한 우려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결과 이들을 민주당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던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취임 첫날 서명한 17건에 달하는 행정명령에도 이민과 환경문제에 대해 소수자집단과 진보진영이 요구해왔던 내용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민과 관련한 행정명령은 모두 5건으로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의 강화, 이슬람 국가들로부터의 입국제한 철회, 국경장벽설치 중지 등 규제를 강화해 왔던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을 되돌리며 이민문제를 전향적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환경오염에의 우려를 안고 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추진된 송유관 건설을 재검토하고 규제를 강화하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 사회의 분열은 그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인 변화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극심한 당파성을 자극하는 정도로 추진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도 이를 바라보는 미국 유권자들의 시각은 여전히 극단적으로 당파적인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취임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53%로 과반수를 넘고 있으나, 공화당 지지자들의 83%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고 2020 대선에서 트럼프를 선택한 응답자들에게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89%에 이른다. 선거에서 트럼프의 지지기반이었던 시골지역거주자들과 저학력백인들에게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절반을 넘고 있다.1) 이와 같은 상황이 바이든 행정부의 진보적인 정책추진을 억제하는 제약요소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코로나 위기가 초당적인 단합과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기 초기 코로나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이라는 국가적인 당면과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어려운 상황이다. 심각한 상황에 처한 코로나 위기의 극복과 경제회복이라는 국가적인 난제해결에 공화당이 당파적인 반대를 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조지아주 선거결과로 하원 뿐 아니라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갖게 된 권력구도 역시 당분간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적인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다. 더욱이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이라는 폭력적인 상황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높고, 이를 방임하고 동조한 공화당에 대한 외부적인 압박과 내부의 자성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여전히 트럼프의 영향력이 건재하고 광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시위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가져올 사회 불안정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법과 질서의 수호’를 옹호하는 정당인 공화당으로서는 당분간 이전과 같은 이전투구를 보이기 어렵다. 만일 초기의 적극적인 정책추진으로 코로나 위기에 대한 해결의 돌파구를 찾고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커다란 정책실현의 동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게 주어진 정치적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선거 직전 민주당의 기대와는 달리 의회선거는 민주·공화 양 당이 초박빙의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은 조지아주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상원에서의 주도권은 되찾았지만 하원에서 공화당과의 의석 격차는 10석으로 이전의 1/3로 줄어들었다.2) 이러한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단히 유리한 국면에 서게 됨을 의미한다. 취임사를 통해 분명히 제시했듯이 임기 초기 바이든은 트럼프와 다른 통합의 리더십을 앞세워 초당적 태도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공화당의 협조를 구하는 통치전략을 구사하면서. 국론분열의 위기극복을 위해 당파적인 다툼 역시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현재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초기 국정운영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정책결정을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점과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이라는 폭력적인 파국으로 종결되었다는 점은 분열보다는 통합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추진을 미국의 유권자들이 당분간 관망할 개연성을 높여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랜 정치적 경력의 대부분을 의회에서 보냈기에 광범위한 초당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이 민주당 내부의 이질성 극복과 초당적 협력의 창출에서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할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트럼프 이후 공화당의 변화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지지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은 트럼프 임기 내내 단합된 지지를 보여주었던 공화당 지도부를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특히 트럼프 지지시위대의 폭력적인 국회의사당 난입은 그간 ‘법과 질서 수호의 정당’으로 자임해 왔던 공화당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상원의 공화당 리더인 매코넬(Mitch McConnell)은 국회의사당 난입에서 트럼프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고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던 그래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더불어 공화당의 오랜 후원자였던 기업들이 의사당 난입을 빌미로 후원을 끊는 외부의 재정적인 압박 역시 들어오고 있어 공화당의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유산을 정리하고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공화당에게 새롭게 당을 재건할 필요성에 대한 요구를 높이고 있다. 물론 광적인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트럼프가 퇴임하면서 어떠한 형태로든 되돌아 올 것임을 천명하였고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공화당 지도부의 트럼프와의 거리두기가 선거에서의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극심한 사회분열이라는 부정적인 유산을 남겨 놓고 대통령으로서 누리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오랫동안 유지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초유의 두 번째 탄핵을 겪고 있는 트럼프에 대해 공화당 지도부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 순간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정책추진의 동력을 유지하고 기치로 내건 통합의 드라이브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리고 공화당이 트럼프의 유산을 넘어 전통적인 보수정당으로서 재편을 가져올 수 있다면 미국 사회는 다양성에 근거한 상호존중의 민주주의 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2022년 중간선거 그리고 2024년 대선 역시 극심한 분열 속에서 당파성이 지배하는 또다른 큰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https://morningconsult.com/2021/01/20/biden-favorability-inauguration-polling/(검색일 2021년 1월 21일). [2] 하원의 선거결과는 민주당 222석, 공화당 212석(1석은 미정)으로 나타났다. 직전인 116대 하원에서 민주당의 의석수는 235석이었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 연구원 편집: 장훈필 연구원 저자소개 유성진 교수는 스크랜튼학부 소속 교수로 선거와 정당연구의 권위자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Stony Brook)에서 유권자의 정당과 후보인식, 그리고 정치참여에 관한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선거, 정당, 여론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현재까지 40여 편의 연구논문을 Journal of Politics, 한국정치학회보, 국제정치논총, 한국정당학회보, 미국학논집, Asia-Pacific Social Science Review 등에 발표한 바 있다.
  • [JPI PeaceNet] 메가 FTA의 시대: RCEP 타결과 TPP/CPTPP의 새 국면
    저자
    유기은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발간호
    2020-27
      1. 서론 세계 최대 ‘메가 FTA’라 불리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이 지난 11월 15일 공식 서명되었다. RCEP은 2012년 협상을 시작해 8년 만에 타결된 것이며,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아세안 10개 국가가 최종 서명하였다. 한편,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또 다른 메가 FTA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후 미국이 TPP에서 탈퇴했으나 바이든의 집권으로 재가입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본 연구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협력 레짐인 메가 FTA의 등장 배경과 특징에 대해 살펴보고 아시아지역의 두 메가 FTA인 TPP와 RCEP의 내용과 특징, 영향을 분석해본다. 특히 아시아 내 경제협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가 TPP와 RCEP의 고안과 협상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두 체제는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나아가, RCEP에 서명했지만 TPP/CPTPP에는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논의한다. 2. 메가 FTA 탄생의 배경과 의의 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른 속도로 세계화가 진행되었고 특히 무역분야에서의 국가 간 교류가 세계화를 선도하였다. 국가간 무역자유화를 위해 1947년 관세장벽과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이 체결되었고 1994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창설되며 GATT체제를 이어받았다. GATT는 처음 23개 국가들로 시작하였지만 협상라운드를 반복하며 가입국이 늘어났고 WTO는 162개 회원국을 가진 범세계적 기구가 되었다. GATT/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국가들은 관세장벽을 낮추고 세계 무역을 활성화시켰지만, 그 규모가 커지며 회원국 간 의견 차이가 심해지게 된다. 2001년 시작된 도하라운드 협상은 14년간의 타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5년 성과 없이 끝나게 된다. WTO의 162개 회원국의 요구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해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였고, 결국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다. WTO의 위상이 약화되며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두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이다. 도하 라운드의 실패이전부터도 다자협상의 더딘 진행속도로 인해 국가들은 이러한 양자 FTA 이외에도 소규모 지역 협정들, 분야별 협정들과 같이 국제무역자유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했다.1)  1994년에는 47개뿐이었던 양자 FTA가 2015년에 이르러선 무려 262개에 이르렀다.2) 수많은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WTO와 비교할 때 양자 FTA의 협상과정은 매우 효율적이고 신속했으므로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주요 무역대상국과의 양자 FTA를 추진하였다. 하지만 양자 FTA들은 서로 제각각 다른 규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합된 조항 하에 많은 국가들이 협력하기에는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양자 FTA와 마찬가지로 소규모 지역협정 또한 해당 지역의 특수상황과 경제여건에 한정되는 규칙과 조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범세계적인 무역다자협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이들은 무역 협력의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무역자유화를 위한 공동의 어젠다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3) 분야별 협정은 해당분야의 무역자유화에 유리한 국가들끼리 신속하게 타결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장기적으로는 무역자유화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4) 예컨대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협정에서는 농업 분야에서 A국이 양보하는 대신 기계 분야에서는 B국이 한 발 물러서는 식으로 전 분야의 무역자유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분야별 협상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들은 자국의 입장에서 유리한 분야에 국한된 무역자유화만을 허용하게 된다. 이와 같이 WTO와 양자/소규모/분야별 FTA는 서로 상반된 단점을 가지고 있다. WTO와 같은 범세계적 기구는 그 규모가 너무 방대하고 당사국들의 요구도 그만큼 다양하여 협상의 비효율이 발생하는 반면, 거미줄처럼 형성된 양자 FTA와 소규모 FTA는 여러 국가들 간의 포괄적 합의를 도출하고 무역자유화라는 다자주의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그리하여, 기존 두 레짐의 장단점을 절충한 중간 규모의 무역레짐, TPP와 RCEP와 같은 ‘메가 FTA’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3. TPP/CPTPP와 RCEP의 현재와 미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은 2010년 미국의 주도하에 12개 아시아 태평양지역 국가들이 협상을 시작하였다. TPP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Pivot to Asia)’정책의 일환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의 무역권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미국이 적극적인 참여를 선언하면서 TPP는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12개 국가가 2016년 협정에 서명하였다. 하지만 TPP에 대한 미국의 국내정치적 지지는 약한 편이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TPP서명은 강행했지만 끝끝내 임기 내 의회의 비준을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그동안 불공정한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위협받았다고 비판하면서 TPP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었고, 결국 트럼프 집권 첫날인 2017년 1월 23일 미국은 TPP에서 탈퇴하였다. 미국의 탈퇴 이후 나머지 11개국만이 남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미국의 탈퇴 이후, 냉각된 분위기였던 CPTPP는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트럼프의 자국중심 외교로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정과 CPTPP 등 다자기구에 미국이 다시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5)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일한 바 있고 중국 견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바이든은 인권, 환경, 노동 기준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무역 장벽을 낮추는 포괄적 무역협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의 CPTPP 재가입을 단정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들이 존재한다. 첫째, 바이든 행정부가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정치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TPP에 대한 국내의 의견이 분열되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대당인 공화당의 협조를 받아 가까스로 TPP 협상을 추진했지만 정작 그의 당인 민주당은 이에 부정적이었다. 여론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의 중산층 가운데 상당수는 자유무역으로 경제적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다. 둘째, 바이든은 코로나-19 (COVID-19) 극복과 경제회복 등 시급한 국내문제를 먼저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국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무역을 위한 새로운 다자협정에 가입하는 것은 대중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자연스레 CPTPP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오바마 정권 당시 TPP를 설계한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 웬디 커틀러는 “바이든 정부 출범 즉시 CPTPP에 복귀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하며, “바이든은 당분간 국내 문제에 전념할 것이며, 당장 다자 무역 체제 복귀보다는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는 일부터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6) 한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은 TPP협상보다 조금 뒤인 2012년 협상을 시작하여 지난달 타결되었다. RCEP은 일본의 주도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아세안+6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로 시작하였으나 인도가 작년 정상회의에서 불참을 선언하면서 15개 회원국이 남았다. RCEP은 TPP에 비해서 무역 자유화 수준이 낮지만, 거대 경제인 중국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RCEP은 미국이 주도하는 TPP와 비교되어 왔기 때문에, 경쟁국인 중국이 RCEP에서 가지는 주도권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미국의 적극적인 TPP 참여가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만큼 중국도 이에 대항하는 기구로서 RCEP을 고안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RCEP 일본의 주도로 시작되었고 협상과정에서 중국보다는 아세안의 역할이 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RCEP 회원국들은 애초에 아세안이 공고히 해온 지역협력을 아세안+3, 아세안+6로 확장해가자는 의미에서 RCEP을 추진했다고 알려져있다.7) TPP/CPTPP에는 아세안 국가들 가운데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4개국만 참여한 반면, RCEP에는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필리핀까지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참가했다는 점은 RCEP 내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이 보다 단결된 의견으로 협상을 이끌어가는 것이 가능했으리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 RCEP의 15개 회원국 간에는 이미 30개가 넘는 양자간 FTA가 발효된 상태이다. 하지만 아직 양자 FTA가 체결되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에는 RCEP을 통해 양자 FTA를 체결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장 차이로 한-일 FTA가 중단되었고 한-중-일 FTA는 아직 협상 중에 있지만, RCEP으로 한일, 한중일 간 FTA가 체결된 셈이다. 또한 RCEP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기존 양자 FTA에서 누락되거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예를 들어, 2007년 발효되었지만 시장개방의 폭이 제한적이었던 한-아세안 FTA는 이번에 일부 상품시장 개방율을 80%대에서 90%대로 높였다. 자동차·부품, 철강 등 우리나라 핵심 수출품목 뿐만 아니라, 섬유, 기계부품, 의료위생용품 등 유망 품목의 아세안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합의하였고, 우리나라도 열대과일 일부 품목을 추가 개방했다.8) 다만, TPP/CPTPP에 비해 RCEP의 시장개방 정도가 낮은 수준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TPP/CPTPP의 경우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및 정보통신 생산과 서비스에 대한 자유화에서 비롯해 환경, 노동 등의 규범적인 부분까지 총망라한 고도의 협정인 반면에 RCEP은 기존의 양자 FTA를 통합, 보완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유화 수준을 높이고 협상범위를 다양한 범위로 확장시키는 것은 RCEP이 진정한 의미의 아시아 무역 협력체가 되기 위해서 가입국이 앞으로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4. 한국의 메가FTA 참여 한국은 RCEP에는 가입했지만 TPP/CPTPP에는 가입하지 않았고 협상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은 CPTPP 가입여부에 대해 고민해왔지만, 2018년 한일 무역갈등을 겪으며 (미국의 탈퇴로 사실상 일본이 주도하게 된) CPTPP 가입에 대한 논의도 중단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CPTPP 가입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 RCEP 가입을 통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의 다자적 통로가 마련되었고, 이를 계기로 CPTPP 가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주지하듯이, RCEP은 CPTPP에 비해 시장개방도가 낮아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CPTPP 가입이 필수적이다. RCEP에 포함되지 않은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등 미주국가들과의 무역활성화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 노동 등 CPTPP가 포함하고 있는 선진화된 국제규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CPTPP 가입 추진에 있어 중요한 것은 CPTPP가 RCEP과 대립하거나 경합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TPP/CPTPP는 미국의 영향력을, RCEP은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기구이며 이 두 경제 대국이 다자기구를 통해 세력화하고 있다는 것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잘못된 오해이다. 오히려 미국은 TPP 탈퇴 이후 재가입을 주저하고 있으며, RCEP 협상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적었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7개 국가들은 RCEP과 CPTPP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CPTPP에 재가입하는 때를 기다려 같이 합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한국은 미국의 가입과 상관없이 독립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첫째,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은 현재 CPTPP 가입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미국의 시급한 국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순위이므로 CPTPP 가입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미국이 CPTPP에 재가입할 경우, RCEP과 CPTPP를 통한 미중 경쟁에 대한 국제적, 국내적인 우려가 커질 것이며 그 때 뒤늦게 CPTPP에 가입하는 것은 한국 정부에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이 CPTPP에 가입하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신속히 가입을 추진하여 우리가 CPTPP를 통한 무역자유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나아가 향후 RCEP과 CPTPP 체제 하 무역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아시아 지역 두 메가 FTA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1] “Global Trade After the Failure of the Doha Round.” The New York Times, Jan. 1, 2016. https://www.nytimes.com/2016/01/01/opinion/global-trade-after-the-failure-of-the-doha-round.html (접속일: 2020.12.18.) [2] World Trade Organization, “Regional Trade agreements,” https://www.wto.org/english/tratop_e/region_e/region_e.htm (접속일: 2020.12.18.) [3] Vinod K. Aggarwal, 2016, “Mega-FTAs and the Trade-Security Nexus: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TPP) and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AsiaPacific Issues, No.123, p. 2. [4] Vinod K. Aggarwal and Ravenhill, J., 2001, “Undermining the WTO: the case against ‘open sectoralism.’” AsiaPacific Issues, No. 50. [5] Robert Kuttner. “Where Does Joe Biden Really Stand on Trade.” 2020. 10. 7, The American Prospect. https://prospect.org/economy/where-does-joe-biden-really-stand-on-trade/ (접속일: 2020.12.18.) [6] “한국 CPTPP 참여, 美 복귀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 , 2020.11.26. (접속일: 2020.12.18.) [7] Jeffrey D. Wilson, 2015, “Mega-regional Trade Deals in the Asia-Pacific: Choosing Between the TPP and RCEP?”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Vol.45, No.2, p.351. [8]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879953&call_from=rsslink (접속일: 2020.12.18.)   기획: 유기은 박사후 연구원 편집: 장훈필 연구원 저자소개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University of Iowa)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국제법과 국제조약, 정책과 조약의 전파, 권위주의 국가의 인권조약 가입과 준수 등이 주요 관심 분야임.
  • [JPI PeaceNet]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과 국제다자주의에 대한 전망
    저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발간호
    2020-26
    1. 서론 2020년 11월 11일, 미국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Joe Biden)은 전 세계에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하였다.1) 2020년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꺾고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2)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 내 인종문제, 반(反)트럼프 정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확진자 및 사망자 수 증가, 경기침체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하여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였다. 하지만 이번 2020년 미국 대선은 미국인들 외에 전 세계사람들의 이목도 끌었다. 미국이 과연 국제사회로 복귀할 것인지 여부가 이번 대선의 결과에 달렸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은 자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글로벌리더로서 국제무대에 나서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 규모의 위기가 발생하였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공조를 이끄는 글로벌리더는 부재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 코로나19 위기 와중에 필요했던 국제다자협력 역시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바이든이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2021년부터는 미국이 국제무대에 복귀하고 글로벌리더로서의 역할을 다시 맡게 될 것인가? 바이든 행정부 아래 미국이 보일 행동은 국제다자주의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본 원고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전망해보도록 하겠다. 2. 대통령 후보로서, 그리고 당선인으로서 바이든이 국제협력에 관해 보인 행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미국은 다수의 국제기구 및 국제협약에서 탈퇴하였다. 우선 2017년 1월 취임 직후 트럼프는 1월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재협상을, 1월 23일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에서는 미국이 탈퇴한다고 선언하였다. 이처럼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연달아 지역무역협정의 재협상 및 탈퇴를 공식화한 이유는 미국이 가입 혹은 가입 예정인 무역협정들이 미국에 불리하게 설계되어있으며 이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주기 (혹은 주게 될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3) 이어 트럼프의 미국은 다자무역체제보다는 미국의 힘과 권위를 보다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양자무역체제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트럼프는 2019년 11월 5일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Accord)에서도 탈퇴한다고 유엔에 통보하였으며 2020년 11월 4일에 공식 탈퇴하였다. 이어 자신의 임기 내 마지막으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는 계속해서 파리기후협약이 미국에 불공평한 협약이었으며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었다며 자신의 선택을 옹호하였다. 이에 맞서 바이든은 자신이 미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취임 첫날 미국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시키겠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트럼프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중국에 편향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2020년 7월 6일 세계보건기구로부터 미국이 탈퇴한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질세라 바이든은 이번에도 자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자신의 임기 첫날 미국이 세계보건기구에 재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미국의 세계보건기구 탈퇴는 그 효력이 1년 후인 2021년 7월 6일 발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바이든이 2021년부로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것이 확정된 상황이라 미국이 공식적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탈퇴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는 2020년 11월 9일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하였다.4)  이외에도 트럼프는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띤다는 이유로 2018년 10월 12일, 미국이 유네스코(UNESCO)로부터 탈퇴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2019년 1월 1일부로 공식 탈퇴하였다.5) 바이든의 경우 아직까지 미국이 유네스코에 복귀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지만 바이든의 당선 직후 유네스코 측에서는 미국이 신속히 재가입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6) 이처럼 바이든은 미국 대선 이전부터 자기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트럼프가 탈퇴한 국제기구 및 국제협약에 미국을 되돌려 놓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국제사회는 바이든의 당선을 환영하며 미국의 조속한 복귀를 희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든은 과연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대통령 후보 및 당선인 시절 하였던 발언대로 미국을 국제다자주의체제로 복귀시킬까? 3. 바이든 행정부 아래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보일 행보 그렇다면 바이든은 2021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후 자국우선주의를 버리고 국제다자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인가? 더 나아가 바이든의 미국은 트럼프의 미국과 달리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부활시킬 것인가? 앞서 살펴본 대통령 후보, 그리고 당선인 시절 바이든의 행보와 발언들을 살펴보면 앞으로 미국이 글로벌리더로서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물질적 지원(예를 들면, 국제기구에 가장 많은 액수의 분담금을 지급)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다시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전 세계가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바라던 이유이며 모두가 희망을 가질 여지를 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바이든이 과거에 보인 행보에 비추어 볼 때 2021년부터 미국이 적극적으로 국제무대에 복귀할지, 국제 다자협력체제의 재건을 추진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볼 수 있다. 우선 바이든은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상대적으로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2020년 대선 후보로 나선 이후부터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예로 바이든은 2020년 2월 시진핑 중국 주석을 불량배(thug)라고 불렀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트럼프가 중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칭찬하자 바이든은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를 비판하였다.7) 이외에도 2020년 8월 바이든은 중국 정부의 신장지역 위구르인 탄압 정책을 두고 집단학살(genocide)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하였다.8) 이러한 대중(對中) 발언들 외에도 바이든은 그가 대선 후보이던 2020년 상반기, Foreign Affairs지에 기고한 글에서 지속적으로 민주주의 국가 간의 유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9)  즉, 바이든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여 민주주의 국가 간에 다자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민주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점에서 바이든이 추구하는 국제다자협력은 민주주의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우리는 보다 명확히 파악해야할 것이다. 더불어 바이든은 미국인들, 특히 미국 중산층이 세계경제 속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 및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바이든은 미국이 5G, 인공지능(AI), 및 고속철도 등의 부문에서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한편, 본 기고문에서 바이든은 계속해서 중국을 언급하며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더군다나 바이든은 미국이 중국 내의 인권침해 문제 및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절취 문제 등에 대해 더욱 강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어서 2020년 7월 11일, 바이든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대선 공약을 내걸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였으며 대통령 당선 직후 이 공약을 재확인하였다.10)  더불어 바이든은 미국이 무역협정에 가입하기 전에 첫째, 미국 노동자에 대한 투자를 늘려 그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둘째, 무역협상 자리에 노동자와 환경운동가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11) 이러한 발언들 역시 바이든이 다자협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더불어) 미국과 미국인들의 이익을 결코 등한시 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미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바이든은 2020년 11월 15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체결하자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여 국제무역 규칙을 새롭게 쓰겠다고 언급하였다. 즉, 미국이 중국을 비롯하여 RCEP에 가입한 국가들과 협력하겠다는 의중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TPP 복귀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바이든은 이에 대해 아무런 공식발언은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바이든은 미국과 미국인의 이익 외에도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이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외교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특히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이든이 민주주의 국가 간의 협력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예로 바이든은 2021년에 민주주의 국가 간의 정상회담(Summit for Democracy)을 개최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12) 이처럼 바이든의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이들 간의 다자협력체제를 굳건히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이 중국과 같은 비민주주의 국가들과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비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이든은 미국이 비민주주의 국가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협력을 모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국은 중국이 참여하는 RCEP에 참여하겠다든지 RCEP 국가들과 협력하겠다는 의중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민주주의 국가 간의 협력을 강조할 경우 이는 비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미국이 자신들을 국제 다자협력체제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 경우 우리는 바이든 시대의 국제다자주의 체제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추측해볼 수 있다. 첫째는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는 중국을 비롯한 비민주주의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바이든도 궁극적으로는 팬데믹과 기후변화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민주주의 국가들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이 정식으로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자신이 부통령 시절 보여왔던 행보와 같이) 중국과 비민주주의 국가들에 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 수도 있다. 둘째 시나리오는 바이든의 미국이 비민주주의 국가와는 협력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첫째 시나리오를 언급할 때도 설명하였듯이 이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비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미중무역 분쟁과 같은 갈등이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국제 다자협력체제를 이원화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팬데믹, 기후변화, 인권, 민주주의의 확산, 국가안보 등 각 이슈들을 비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할 사안과 민주주의 국가 간에만 협력할 사안으로 나눈 다음 두 가지 별도의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전 세계적 차원의 다자주의 체제와 민주주의 국가들만의 다자주의체제라는 두 개의 체제가 공존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물론 이처럼 민주주의, 비민주주의 국가를 나누어서 다자협력체제를 운영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여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가치의 보호 및 확산, 그리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는 미국의 의도 등을 고려할 때 세 번째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4. 바이든 시대 국제 다자주의체제와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그렇다면 바이든 시대에 나타날 다자주의 체제의 모습에 따라 한국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할 것인가? 우선 한국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다방면에서 국제협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한 국제협력체제가 형성될 것이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안보와 무역 등 다방면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중패권 경쟁이 지속되고 국제협력체제 또한 원활히 작동하지 않게 된다면 한국으로서도 여러모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단적인 예로, 미중 무역 분쟁의 경우 한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무역 분쟁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 이로 인한 대미(對美), 대중(對中), 그리고 제3국으로의 수출량 감소 등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이미 침체된 한국경제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무역 문제 외에도 민주주의의 확산, 인권 문제 등과 같이 가치와 관련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협력체제들이 충돌할 경우에도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강요받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강대국이 자신을 중심으로 별도의 다자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국의 바이든은 이미 민주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다자협력체제를 구축하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였다. (다만 아직은 공식적으로 바이든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은 아니므로 자신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지는 않다.) 이에 맞서 중국 역시 RCEP과 더불어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회원국 수 확대 등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다자협력 체제를 하나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내세워 미국 중심의 다자협력체제에 합류해야 할지 경제적 이득을 위해 중국 중심의 다자협력체제에 합류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2021년 1월부로 시작될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 국제다자주의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를 대비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잡힌 외교전략을 취할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1] Stefan Becket, Melissa Quinn, Grace Segers, and Audrey Mcnamara. “Biden says he told foreign leaders “America is back.”” CBS News. November 11, 2020. [2]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30일 현재까지 트럼프 미국 현 대통령은 대선결과를 받아들이기 거부하며 이에 대한 불복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다만 11월 24일 트럼프는 바이든 당선인으로의 정권 이양에 협력하겠다는 의도를 비추고 있다. [3] “Presidential Memorandum Regarding Withdrawal of the United States from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Negotiations and Agreement.” White House. January 23, 2017.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presidential-memorandum-regarding-withdrawal-united-states-trans-pacific-partnership-negotiations-agreement/. [4] 임은진. “WHO 사무총장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한 협력 기대.”” 연합뉴스. 2020년 11월 9일. https://www.yna.co.kr/view/AKR20201109163500088. [5] “The United States Withdraws From UNESCO.” U.S. Department of State. October 12, 2017. https://www.state.gov/the-united-states-withdraws-from-unesco/. [6] “Unesco seeks ‘renewed commitment’ by US for science, education, culture.” The Business Standard. November 10, 2020. https://tbsnews.net/world/unesco-seeks-renewed-commitment-us-science-education-culture-156016 [7] “Joe Biden’s China policy will be a mix of Trump’s and Obama’s.” The Economist. November 19th 2020 edition. https://www.economist.com/china/2020/11/19/joe-bidens-china-policy-will-be-a-mix-of-trumps-and-obamas [8] 안두원. “바이든도 中 때리기 “위구르 탄압은 집단학살.”” 매일경제. 2020년 8월 26일.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0/08/879830/. [9] Biden, Jr, Joseph R. 2020. “Why American Must Lead Again: Rescuing U.S. Foreign Policy After Trump. Foreign Affairs 99(2): 64-76. [10] 주용석. “車부터 비축품까지 ‘Buy 아메리칸’...바이든도 트럼프와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 2020년 11월 17일.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0111799541. [11] “Biden vows to set ‘rules of the road’ on trade.” BBC News. November 17, 2020. https://www.bbc.com/news/business-54958299. [12] Toosi, Nahal. “Are you on the list? Biden’s democracy summit spurs anxieties – and skepticism.” Politico. November 28, 2020. https://www.politico.com/news/2020/11/28/biden-democracy-summit-440819. 기획: 정승철 연구실장 편집: 장훈필 연구원 저자소개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함.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Effects of Trade Relations on South Korean Views of China,” "Economic Interest or Security Concerns? Which affected how individuals in five Asian countries viewed China in 2013?",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East and Southeast Asians’ Views of China,”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등이 있음.
  • [제15회 제주포럼] 다자협력을 위한 새로운 구상: 팬데믹과 인본안보
    저자
    한동균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발간호
    2020-25
         [제15회 제주포럼] 다자협력을 위한 새로운 구상: 팬데믹과 인본안보1) 한동균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인류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협력 추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약한 존재지만 상호 간의 협력을 통해 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개별 국가들에 의한 자기 이익 추구는 때때로 다자협력을 훼손하고 이로 인해 인류공동체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곤 하였다. 즉, 협력은 인간답게 만드는 특성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이러한 협력 정신은 때때로 쉽게 약해지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다자협력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팬데믹 문제는 일국 차원이 아닌 국제적 협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국가들은 보호주의와 고립주의를 통해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팬데믹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국 차원의 안보가 아닌 ‘지구촌 안보(Global Village Security)’의 개념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었다. 기존 세계정치는 강대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크게 영향을 받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세계 전체가 ‘인간안보(Human Security)’와 ‘생물학적 안보(Biological Security)’를 확보하는 것이 일상생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일방주의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협력 정신을 지키기 위해 다자간 협력을 제도화하면서 인류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다자협력 메커니즘과 제도들을 구축해 왔다. UN이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과 제도의 가장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는 기후변화와 전염병과 같은 위협들은 주변 국가의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게 된다. 인간은 기후변화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추세가 계속될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를 인지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기존의 생활방식을 바꾸기를 거부함에 따라 기후변화는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과 같은 전염병 또한 인간이 자연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 인간과 자연이 각각 자신의 영역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을 시, 인간은 자신에게 해로운 바이러스와 접촉할 일이 드물지만 인간이 자신의 활동 반경을 자연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결국 인간도 자연과 함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전염병과 같이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국가 및 인간만을 안보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즉, 전통안보와 인간안보 개념은 각각 국가와 인간을 안보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인식하고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자연과 관련된 위해(危害)들을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는지까지 모색하지 않음에 따라 자연 또한 안보의 주체로 포함시키는 보다 확장된 안보개념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에 착안하여 제주평화연구원은 기존 안보개념과 다른 ‘인본안보(Humane Security)’를 제시하였다. 즉, 자연을 인간에 의한 개발의 대상이 아닌,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주체로 인식하여 인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고 남용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부터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이전 세기보다 각종 전염병이 빈번하게 창궐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자연을 과도하게 개발하고 파괴하는 인간의 행위 때문임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만 그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이 자연을 자신의 편의를 위한 개발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통한 조화를 추구해야만 인간과 자연의 안보가 동시에 성취될 것이라는 점을 인본안보는 강조한다. 이에 제15회 제주포럼은 ‘아시아 다자협력을 위한 새로운 구상: 팬데믹과 인본안보(Reinventing Multilateral Cooperation: Pandemic and Humane Security)’이라는 주제로 다자협력을 증진하고 새로운 구상을 찾아내기 위한 담론의 장(場)을 마련하였다. 저명한 세계 지도자 및 각계 각층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에서 다자주의를 재구축할 방법들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첫 번째 전체세션은 ‘팬데믹 시대, 다자협력의 새로운 구상(How to Reinvent Multilateral Cooperation in the Midst of Pandemic)’이라는 주제로 이화여대 손지애 교수가 진행하고, 반기문 前 UN사무총장과 빌 클린턴 前 미국대통령, 고촉통 前 싱가포르 총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다수 국가들이 다자협력을 제도화하고자 노력해 온 결과 전쟁을 방지하고 세계화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었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점차 고조되고 있으며, 팬데믹 대응을 위해 이러한 현상들이 더욱 확산되면서 수십 년 동안 국제사회를 지탱해 온 다자협력의 정신이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국제사회는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에 직면하여 다자주의에 기반한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다시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세션에서는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국제사회가 앞으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다자협력의 모습에 대해 논의한다. 두 번째 전체세션은 ‘팬데믹과 대가속 시대, 위기와 선택(Crises and Choices in the Age of Pandemic and Accelerations)’이라는 주제로 제주연구원 김상협 원장이 진행하고, 김성환 前 외교부장관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초국가적 전염병 발생과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등으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인류는 기존의 지식이나 정책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에 적응하고 극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즉, 모든 것이 변화하고 불확실한 현 시점에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함에 따라 이 세션에서는 오늘날 ‘가속의 시대(age of acceleration)’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역동적 안정성(dynamic stability)’을 주장한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와 원희룡 지사의 특별대담을 통해 위기 속에서 기술,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서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인류와 국가, 그리고 제주가 나아갈 낙관주의적인 미래를 논의하고자 한다. 세 번째 전체세션은 세계지도자세션으로 ‘다자협력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Towards New Leadership for Multilateral Cooperation)’이라는 주제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진행하고, 마하티르 모하맛 前 말레이시아 총리와 마테오 렌치 前 이탈리아 총리, 타르야 할로넨 前 핀란드 대통령,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주요 강대국들의 자국우선주의 정책들이 더욱 거세지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다자협력 체제는 더욱 위협받고 있다. 국가 간 심리적 거리가 확대되고 있는 현재, 협력과 상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과제처럼 보이고, 이러한 상황속에서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국제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따라서 혼란과 위기에 직면한 때일수록 변화에 소극적이어서는 안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상이 시급함에 따라 이 세션에서는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자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논의하고, 강대국들의 일방적 자국우선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중견국 간의 연대와 이를 위한 협력적 리더십에 주목할 예정이다. 또한, 제주포럼 주요 세션 중 외교관라운드테이블 세션도 주목할만 하다. 먼저, 첫 번째 외교관라운드테이블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다자협력(Changing Dynamics of Northeast Asia Multilateral Cooperation)’이라는 주제로 김숙 前 UN 대한민국 대사가 진행하고,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와 도미타 코지 주한 일본대사,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마이클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 대사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최근 일방주의적인 국가 정책들과 가속화되고 있는 미중갈등, 일본 지도부 교체 등으로 인해 동북아지역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더불어 팬데믹의 위협에 직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가 동북아지역 정세에 미치게 될 장기적 영향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세션에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들의 주한 대사를 초청하여 급변하는 동북아정세 속에서 새로운 다자협력의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각 국가의 정책적 제안을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동북아지역의 다자주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해결책을 논의한다. 두 번째 외교관라운드테이블은 ‘팬데믹 대응과 교훈(Sharing the Lessons and Experiences from COVID-19)’이라는 주제로 이수훈 前 주일 한국 대사가 진행하고, 외교부 이태호 제2차관의 기조연설, 제임스 최 주한 호주 대사와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 필립 르포트 주한 프랑스 대사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이미 전 세계 여러 국가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국가들이 이동제한, 국경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줌으로써 이번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이 세션에서는 주요국 주한 외교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팬데믹 대응에 있어 각국의 노력과 교훈을 공유하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제15회 제주포럼에서는 포럼 첫째 날인 11월 5일 ‘청년의 날’을 처음으로 개최한다. 그동안 제주포럼은 매 회마다 다수의 세계지도자와 학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초청하였지만 올해부터는 미래세대인 청년의 목소리를 청취하고자 ‘청년의 날’을 개최,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논의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청년사무국 ‘청바람’ 팀의 ‘CODE BLUE: 지구를 심폐소생 하라’ 및 ‘스뉴노멀’ 팀의 ‘청년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New 교육’, ‘정주행’ 팀의 ‘어서와, 정주는 처음지지? 청년, 제주와의 상생을 말하다’가 차례로 진행되고, 이어서 열릴 ‘JDC 청년평화토크쇼’에서는 순이삼촌 저자인 현기영 작가, 송길영 前 다음소프트 부사장의 강연과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인 수잔 사키야와 일리야 벨로코프, 코로나맵 개발자 이동훈, 탈북민 청년 유투버 강나라 등이 참여해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구현을 위한 청년들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은 2000년 6월 ‘6·15선언’ 1주년을 기념하여 2001년에 제1회 제주평화포럼을 개최한 이래 올해로 15회를 맞이하였다. 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내 담론의 장으로서 매년 5월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개최되어 오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6개월 연기된 1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개최한다. 그동안 제주포럼은 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장으로서 시의적절한 주제와 내용, 해외 정상 및 분야별 저명인사의 참여를 통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아시아 대표 공공 국제포럼으로 성장했고, 전체세션을 포함한 동시세션과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세계를 보는 통찰력 또한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최근 국제정세가 팬데믹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지만 이번 제15회 제주포럼을 통해 우리 인류가 팬데믹과 기후변화와 같은 새로운 안보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다자협력을 구상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뿐만 아니라 팬데믹 시대 새로운 국제포럼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협력과 소통의 장으로써의 제주의 이미지 확산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1] 이 글은 제주평화연구원 내부자료 및 한라일보 2020년 10월 29일자 [한동균의 한라시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기획: 한동균 박사후 연구원 편집: 장훈필 연구원 저자소개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난카이(南开) 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2019년 중국인민(人民)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 연구원 및 베이징(北京) 소재 중앙민족(民族)대학교 강사로 활동함. 주요 논문은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중국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 연구』 및 『중국과 베트남 개방정책이 북한에 주는 함의와 당위성 연구』 등이 있음.
  • [JPI PeaceNet] 러시아 ‘푸틴 체제’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한반도
    저자
    이선우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발간호
    2020-24
         러시아 ‘푸틴 체제’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한반도1) 이선우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문제제기 주지하다시피, 2020년 7월 2일 러시아는, 2024년으로 예정된 현 대통령직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푸틴(Vladimir Putin)이 연이어 6년씩 두 차례, 총 12년간 대통령직을 또다시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파격적인 헌법개정을 단행하였다. 본 개헌안은 국민투표 결과 대략 68%의 투표율과 무려 78%에 육박하는 높은 찬성률을 보이며 통과됐고, 푸틴은 이로써 ‘선거에서 패하지만 않는다면’ 2036년까지 크렘린(Kremlin)의 주인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다. 물론 필자를 포함해 일각에선 푸틴이 결국에는 종신집권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해왔지만, 그간 러시아 국내외적으로 ‘푸틴 이후’에 관한 논의들 역시 상당했음을 감안할 때, 이번 개헌이 매우 진부한 이야기의 싱거운 결말처럼 읽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권좌를 지킬 가능성을 약간이나마 지니고 있는 통치자가 스스로 권력을 포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개헌이, 10여 년 넘게 이어진 전지구적 저유가 기조 및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촉발된 서방측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 탓에 이미 경기침체가 만성화된 데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의 여파까지 겹친 초유의 악재 속에서 추진됐음을 고려할 때, 그 결과가 다소 의외인 측면도 없진 않다. 실제 나발니(Alexey Navalny)를 필두로 한 러시아의 야권 진영은 개헌의 내용상 비민주성은 물론 절차상의 불공정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해왔고, 이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만만치 않은 상황 속에서, 나발니에 대한 정권측의 독살시도 의혹까지 불거지며 최근 사태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소위 러시아의 ‘푸틴 체제’ 하에서 푸틴 대통령은 왜 현재 시점에 사실상의 종신집권을 추진하게 되었는가? 나아가, 향후 ‘푸틴 체제’와 러시아 정치는 과연 어떠한 진화 경로를 보여주게 될 것인가?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러시아가 한반도에 대해 가지는 전략적 함의는 과연 무엇인가? ‘푸틴 체제’의 현재 잘 알려져 있다시피, 푸틴은 2018년 3월 18일 치러진 대선에서 무려 76.7%에 달하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을 보이며 자신의 4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였다. 물론 해당 대승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내전’을 위시한 러시아와 서방 간의 연이은 대립구도 등 국제정치적 요인의 기여는 결코 작지 않았다.2) 특히, 미국과의 만성적 관계악화에 따른 러시아 내 반미 정서의 심화 및 이에 따른 대중 수준에서의 애국주의 혹은 민족주의 담론의 극대화가 다시금 유권자들로 하여금 ‘수호자’ 푸틴을 선택하게끔 강하게 유인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3년여 만에 플러스 성장세(1.5%)로 돌아선 경제 역시, 대중의 입장에선, 부족하나마 최악의 상황으로부터의 탈출이자 서방측 경제제재에 대한 적응의 성공으로 인지됐을 수 있다. 즉, 대선 전후의 러시아 경제 여건 또한 푸틴에게 반드시 불리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대도시의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유사권위주의적 성격의 ‘푸틴 체제’에 대한 불만족도가 여전히 낮지 않고, 이들의 재민주화에 대한 열망 역시 근본적으로 소멸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2018년에 시도됐던 연금개혁을 향한 대중들의 전국적인 불만 및 시위에서 상대적으로 뚜렷이 드러났듯, 현재의 ‘푸틴 체제’가 정치사회 및 시민사회를 압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2010년을 전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던 반정부 시위나 2011년 하원선거에서 통합러시아당(United Russia)이 보여준 비교적 저조했던 성적 등 ‘푸틴 체제’의 과거 위기 징후들은 언제든 재발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더욱이, 비록 러시아의 경제가 최근 서방측 경제제재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국제 천연자원 가격 또한 다소간의 상승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일부 호조건들을 만났다곤 하나, 유가 등이 2000년대의 수준을 훨씬 밑도는 상황 속에서 뚜렷한 성장동력을 발굴·개발해나가고 있다고 보기도 힘든 실정이다. 즉 중장기적 경제 여건은 현재 결코 우호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대중들의 정권에 대한 지지세가 하락할 개연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에 따라, 푸틴은 자신의 집권 4기 시작과 함께 다시금 러시아의 정치 및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또한, 야심찬 9대 주요 국정과제 및 13대 우선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2024년까지 러시아를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재탄생시키고, 인구의 자연적 성장세를 유지하며, 생산성의 비약적 증대와 기술혁신을 공히 독려할 것 역시 천명했다. 이는 과학기술의 혁명적 혁신 및 사회경제적 발전을 자신의 4기 행정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3) 하지만, 상기 정치적 레토릭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집권 4기 통치방식에는 실상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푸틴은 국가 차원의 요직인선에 있어 유의한 변화를 꾀할 의지가 별반 강하지 않으며, 따라서 실로비키(siloviki) 등 기존의 주요 엘리트분파들 간에 배분돼있는 권력구도 역시 어떤 방향으로든 흔들 계획이 거의 없어 보인다. 예컨대, 푸틴의 집권 4기 요직인선 내역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기존 인사들이 주요 각료직 및 대통령실 요직에 그대로 유임되거나 기껏해야 서로 자리를 바꿔 임명된 경우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2020년 초에 ‘푸틴 체제’의 오랜 총리였던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가 사임하고 새로이 미슈스틴(Mikhail Mishustin)이 총리에 임명되는 등 일부 최고위층의 인적 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방·외교·내무·경제 분야 수장들 대부분이 유임되고 주로 사회부문의 장관들만을 중심으로 교체되는 양상을 보여, 이에 관해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긴 힘든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푸틴 체제’가 이른바 국가자본주의의 기조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푸틴이 상기 엘리트분파들 간 권력구도를 재편할 의향이 없다면, 이들에게 공급해오던 경제적 지대 역시 계속 이전과 유사한 방식으로 배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따른 부정부패 역시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러시아에서 국가는 여전히 전체 GDP의 70% 정도를 생산하고 있고, 대선 직전으로 비교적 최근인 2018년 2월에도 국영은행인 VTB뱅크를 통해 국내 최대 소매업체의 지분을 대량 인수함으로써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되었다.4) 더욱이, 러시아 최대의 국영 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Rosneft)의 경우, 비록 공직에선 물러났지만 현재도 실로비키 그룹 내 유력한 한 분파의 실질적 리더로 암약 중이라 평가받는 세친(Igor Sechin) 이사회 의장이 여전히 확고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푸틴식 국가자본주의의 성격은 오히려 최근 들어 이전보다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도 가능케 하고 있다. 러시아의 2020년 개헌 ‘푸틴 체제’의 정치경제적 특성들이 상기한 바처럼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가지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푸틴 자신을 포함해 정권을 구성해온 엘리트층의 이해관계들이 해당 체제 내부적으로 강하게 고착화돼있음을 뚜렷이 방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금번 개헌이 왜 푸틴의 종신집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까지 진행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포함해, ‘푸틴 체제’의 현재를 이해하고, 나아가 그 미래를 가늠해보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사실 이번 개헌 이전부터 ‘푸틴 체제’의 미래와 관련해선, 꾸준히 몇 가지 유력한 시나리오들이 제기돼왔다. 이를테면, 특정 후계자로의 권력양도, 중국식 일당독재 또는 멕시코식 패권정당, 그리고 중앙아시아식 종신집권 모델 등으로의 진화가능성을 담은 시나리오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특정 후계자로의 권력양도 모델은 여전히 그 채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만은 볼 수 없는 시나리오이다. 푸틴이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하고, 현재의 임기를 끝으로 2024년 대선부터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푸틴이 자신의 후계구도를 매우 정교하게 설계한다하더라도 아무 공직도 맡지 않은 채 2024년에 실제로 퇴임한다면, 그는 해당 후계자를 포함해 여전히 체제 내 권력의 일부분을 분점하고 있을지 모를 실로비키와 같은 엘리트분파 등 그 누구로부터도 완벽하게 정치적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5) 더욱이, 본 시나리오는 푸틴 이외의 또 다른 핵심 행위자인 현재의 주요 엘리트분파들의 이해에도 크게 부합되지 않는다. 만약 푸틴이 특정 후계자에게로의 권력양도를 기어이 선택한다면, 엘리트들로선 자신이 속한 분파가 후계자로 꼭 선정되어야 하는 불확실성에 직면해야만 하며, 후계자의 결정 이후로도 해당 후계자, 푸틴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정치세력까지 뒤엉킨 매우 불확실한 권력투쟁에 연루되지 않을 수 없게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판단컨대, ‘푸틴 체제’ 내부적으로 특정 후계자로의 권력양도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한편, 중국의 공산당이나 과거 멕시코의 제도혁명당(PRI)과 같은 강력한 일당이 주도하는 집단지도체제 또한, 비록 지금은 개헌으로 인해 그 가능성이 희박해졌지만, 한때는 ‘푸틴 체제’의 유력한 향후 모델 가운데 하나로 고려됐을 개연성이 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당내 엘리트분파들 간 합의에 의한 정부구성이나 순조로운 정권교체 등 통치리더십의 구축 및 승계의 메커니즘이 개인독재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6) 따라서 푸틴의 입장에선, 물론 본인의 권력 중 일부를 스스로 포기해야한다는 전제가 요구되긴 하나, 향후 안정적인 체제의 유지 및 자신의 영구적인 정치적 안전 보장을 위해 본 시나리오를 추진해볼 유인을 일부 가졌을 수 있다. 나아가 이는, 다른 주요 행위자인 엘리트분파들 역시 계속 정권 내 유력한 지배연합의 일원으로 남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이들에게도 상당히 유리한 선택지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 북한의 노동당이나 이라크의 바트당(Baath Party) 사례들에서 보듯 일당체제가 개인독재화하는 경우는 이론적·경험적으로 그 개연성이 꽤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성사되기 힘든 측면 또한 분명 존재한다. 즉, 특정 최고지도자가 권력투쟁을 거쳐 패권정당을 장악해나갈 수는 있어도 그 역은 잘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현 통합러시아당은 특정 대통령의 통치기반으로 탄생한 이후 사실상 그의 권력과 지배를 떠받치는 정치적 도구로서의 성격을 매우 강하게 지녀왔던 바, 여전히 중국의 공산당은 물론 멕시코의 제도혁명당이 과거 지녔던 주체성과 인민에 대한 영도력에도 훨씬 못 미치는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7) 결국 러시아에서 이러한 일당 혹은 패권정당 모델로의 진화 시나리오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그런 만큼 향후로도 채택될 가능성이 별반 높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앙아시아식 종신집권 모델로의 진화 시나리오는, 분명 푸틴과 엘리트층 두 주요 행위자들의 이해가 가장 잘 일치되는 선택지일 수 있다. 푸틴의 경우, 이미 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최고지도자의 위치에 머무르며 유사권위주의적 통치와 국가주도형 경제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어떤 정치시스템으로의 진화 경로 속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안전을 완벽히 보장받긴 어려워졌다. 즉, 푸틴으로선 자신의 종신집권이 정치적 생존을 넘어 생사의 문제에 해당할 수밖에 없게끔 돼버린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권좌를 더 지켜갈 여지가 있는 최고지도자 스스로가 이를 포기한 경험적 전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다른 한편, 현재의 주요 엘리트분파들로서도, 자신의 분파적 이해를 대변해줄 누군가가 후계자가 되지 못할 바에야 불확실성이 높은 권력투쟁을 동반하게 될 푸틴의 퇴장보다는, 차라리 그가 계속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남아 엘리트층의 이해관계를 조정·중재하는 역할을 맡아주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최근의 푸틴 입장에서 볼 때, 종신집권 프로젝트의 가동을 위한 골든타임이 결코 충분하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현재는 서방과의 대치국면 속에서 푸틴에 대한 대중의 지지세가 다시금 꽤 공고해져 있는 상태이나, 경제 상황이 유의한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이란 강력한 새 변수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과연 그가 언제까지 대중적 지지기반을 현재 수준에서나마 유지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푸틴의 종신집권을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금번 개헌은 상술한 주요 행위자들의 현상유지를 향한 선호의 합치 및 정치적 타이밍이 함께 고려된 결과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푸틴은 아마 이 개정된 헌법에 의거해, 종신집권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차원에서, 2024년 대선에도 자신이 직접 출마하려는 계획을 이미 기정사실화해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현재 푸틴은 기존의 자신을 중심으로 한 ‘푸틴 체제’의 유지 및 강화 쪽으로 향후 러시아의 정국운영 방향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볼 수 있다. ‘푸틴 체제’의 향후 진화 전망 및 한반도 푸틴이 비록 개헌까지 오는 데는 성공을 거뒀다지만, 그가 향후 종신집권이란 장기적 목표까지 실제 달성해낸다는 건 기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차기 대선까진 아직도 4년이란 꽤 긴 시간이 남아 있고, 이후로도 그가 6년씩 두 번의 임기를 무사히 수행해나갈 수 있을지 결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듯, 푸틴으로선, 현재와 같이 미국 및 서방과의 갈등국면 조성 및 이에 의해 축적된 자신의 ‘수호자’ 이미지를 일단은 자신과 ‘푸틴 체제’를 떠받치는 정당성의 자원으로 계속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우파 포퓰리즘 전략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서방측의 경제제재 해제가능성을 축소시키고 러시아 경제의 호전 기회를 제약함으로써, 푸틴의 선택지상에 일종의 딜레마를 불어넣게 될 공산이 크다. 한편으로, 푸틴은 경제발전을 통한 지지율의 제고라는 중장기적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채, 서방과의 군사안보적 대립구도 및 이의 국내정치적 활용을 통한 인기의 유지라는 중단기적 성과에 계속 의존하게 될 소지가 크다. 그리고 어쩌면 오로지 이 부분에만 의존해 무리하게 자신의 종신집권 계획을 밀어붙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 뚜렷한 경제성장의 추세가 대중들에게 체감되지 못함으로써, 푸틴은 오래지 않아 극단적으로 심화된 대중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푸틴은 집권 4기 출범과 함께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의 선전 및 이에 기반한 경제발전 비전에 대해 계속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8) 그리고 이는 상기 위험성에 대한 정권 차원의 위기의식으로부터 비롯된 바 클 것이다. 그럼에도, 천연자원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층의 지대추구를 제어하고 최첨단 분야들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데 있어, ‘푸틴 체제’가 여전히 어떤 유의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나 2010년대 중반 이후론 대외적·국제정치경제적 환경요인들 또한, 최첨단 지식산업 분야는 물론 구산업부문들에서도 역시, 러시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고양해나가기 힘들게끔 매우 강한 제약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9) 즉, 앞서 언급했듯, 러시아의 중장기적 경제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세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최근 러시아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대중의 ‘푸틴 체제’에 대한 불만이 예상보다 훨씬 더 급속하게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이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게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에 유난히 조급증을 보이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이렇듯 긴박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탓이 클 것이다. 무엇보다, 중앙아시아식 종신집권 모델은 역설적으로 중앙아시아와는 상이한 수준의 반체제 야권 세력의 존재로 인해, 러시아에선 그 실현가능성이 담보되기도 애초에 쉽지가 않다. 즉 현재는 다소 미약한 제도적 야권 세력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푸틴 체제’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거세질 시, 시민사회와의 결합을 통해, 이를 흡수하고 확대해나갈 정도의 맹아는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최근 불거진 젊은 야권 지도자 나발니를 향한 정권측의 살해기도 관련 의혹 역시 대중의 반푸틴 전선 확장에 또 다른 강력한 도화선이 될 소지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푸틴이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데까진 비교적 순조로운 행보를 걸어왔으나, 실제 이 계획을 실현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것은, 러시아의 중장기적 경제 전망이 밝지 않고 이에 따라 대중의 지지세 또한 중장기적으로 하락해갈 공산이 크단 점에서, 무척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어쩌면, ‘푸틴 체제’의 긴 미래는 펼쳐지지 못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개헌으로 인해 ‘푸틴 체제’가 적어도 한동안은 현재의 형태로 존속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 관련 지역이슈들에 있어서도, 당분간 러시아의 기존 입장들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러시아는 자국의 극동·시베리아지역 경제발전에 반드시 요구되는 동북아 안보환경의 안정 및 부분적으론 이로부터 도출되는 역내 유관국들의 경협지원 확보를 절실히 원한다. 그리고 이는, 한반도와 관련해, 그간 러시아가 북핵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도 북한과의 협력을 계속 유지·강화하도록 유인해온 동시에, 한국과도 외교적·경제적 측면들에서 공히 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하게끔 유도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 한국의 입장에선 점차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미중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동북아의 현 안보 및 무역환경 속에서, 양자 간 선택이 시시각각 강제될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선 그간 북핵에 대한 지렛대 및 최대 무역상대국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온 중국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된바, 오히려 러시아가 이를 보완해줄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동북아지역보다는 유럽 접경 및 중동에서 미국과 더 전면적으로 갈등해왔고 따라서 이 지역에선 미국과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덜 첨예한 탓에, 한국측이 경협을 제공하고 북핵에 대한 지렛대의 역할을 독려하기가 중국에 비해 비교적 더 용이해지는 측면이 분명 있다.10) 그렇다면, 한미일과 북중러 간 동북아판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한국 입장에선 상기한 바처럼 러시아 카드가 더욱 긴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물론 ‘푸틴 체제’의 중장기적 변화 및 정권교체 가능성에도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겠지만, 당분간 안보 및 경제 영역에서 공히 러시아와의 우호협력 관계를 확대·발전시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1] 본 글의 내용은, 이선우 (2019). “‘푸틴 체제’의 현재와 러시아 정치시스템의 향후 진화 전망,” 『아태연구』 26(2)를 대폭 축약, 수정 및 보완한 것임을 밝힘. [2] 장세호 (2018). “2018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 평가: 푸틴의 압승 원인을 중심으로,” 『슬라브연구』 34(3), pp. 10-15. [3] Kathrin Hille (2018). “Vladimir Putin Sets Out Ambitious Economic Goals for Fourth Term,” The Financial Times (May 8). [4] David Szakonyi (2018). “What Another Six Years of Putin Spells for Russia’s Economy,” Geopoliticus (March 12). [5] The Straits Times (2018). “Russia President Vladimir Putin to Begin Fourth Term, But What Happens in 2024?” (May 7). [6] Beatriz Magaloni. (2006). Voting for Autocracy: Hegemonic Party Survival and Its Demise in Mexico.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7] Sean Roberts (2012). “United Russia and the Dominant-Party Framework: Understanding the Russian Party of Power in Comparative Perspective,” East European Politics 28(3). [8] Президент России (2019). “Послание Президента Федеральному Собрание” (февраль 20). [9] 이선우 (2020). “‘자원의 저주’와 동아시아형 신(新)발전국가의 구축가능성: 러시아 ‘푸틴 체제’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24(1). [10] Sun-Woo Lee and Hyungjin Cho (2018). “A Subtle Difference between Russia and China’s Stances toward the Korean Peninsula and Its Strategic Implications for South Korea,” Journal of International and Area Studies 25(1).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장훈필 연구원 저자소개 2014년 영국 글라스고대학교(University of Glasgow)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7년부터 전북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들은, 비교정치체제, 비교정부제도, 러시아정치, 북한정치 등이다. 최근의 연구 업적으로는, “‘제왕’과 ‘레임덕’: 두 얼굴의 대통령을 읽는 하나의 이론적 시각” (2019), “A Subtle Difference between Russia and China’s Stances toward the Korean Peninsula and Its Strategic Implications for South Korea” (2018), “민주주의 공고화에 있어 ‘법의 지배’의 우선성: 탈공산 러시아 사례” (2017) 등 다수가 있다. 
  • [JPI PeaceNet] 덩샤오핑의 긴고아(緊箍兒): 일국양제와 홍콩문제
    저자
    신원우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발간호
    2020-23
    덩샤오핑의 긴고아(緊箍兒)1): 일국양제와 홍콩문제 신원우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구소 연구위원) 1.들어가며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이하 송환법) 반대 시위로 촉발된 홍콩 상황은 결국 ‘'홍콩보안법'’2) 시행으로 수렴되었다. 2020년 5월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의된 ‘'홍콩보안법'’은 결국 2020년 7월 1일부로 시행되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2019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진행되었던 홍콩의 거리는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 자리엔 ‘코로나바이러스’의 그림자가 ‘흑색의 홍콩기’3)와 함께 드리워져 있다. 지난 두 달간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세계사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등이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협정을 정지시켰으며,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폐지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대한 군사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등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공세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공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홍콩 정부는 9월 6일로 예정된 홍콩 입법원 선거를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 1년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홍콩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독특한 통치시스템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절묘한 해법으로 탄생하였고, 그에 의해 홍콩에 이식되었다. 여기에서 약속하고 있는 50년간 ‘고도의 자치권 보장’의 절반이 지나고 있는 지금, 홍콩의 일국양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왜 50년을 기다리지 않는가? 중국은 왜 범죄인 인도 법안과 '홍콩보안법'에 집착하는가? 또는 홍콩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의 추동 요인은 어디에 있는가? 와 같은 좀 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에 접근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요인들이 중국과 홍콩 관계에 지속해서 영향을 주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홍콩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뿐 만이 아니라 그 이전 즉, 19세기 홍콩이 조그마한 이주자들의 땅이었던 시절부터 중국과 홍콩 관계는 불안(不安), 불완전(不完全), 그리고 불평등(不平等)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현재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홍콩의 ‘삼불(三不) 요인’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불안(不安): 중국의 정치엘리트들의 불안과 홍콩 시민들의 불안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치엘리트들이 공유하고 있는 위협의식의 형성은 두 가지 구조적 문제로 시작된다. 하나는 지배 집단의 주류로부터 소외된 대중과의 갈등, 다른 하나는 지배 집단 내 정치엘리트들과의 갈등 문제이다. 이 두 가지 문제에서 유래한 정치엘리트들의 불안(두려움)은 중국 공산당 정치엘리트들의 방어적인 위협의식을 나타나게 한다.3)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10년에 한 번씩 다음 세대로 평화로운 권력승계를 실시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왔다. 10년의 집권 중 전반기 5년을 집권 1기 이후 5년을 2기라 할 때. 중국은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강력한 권력 공고화 작업이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5) 시진핑 체제 1기가 시작된 2013년 다음 해인 2014년에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우산 운동)가 발생하였고, 2016년에는 대만에서 반중국 성격이 강한 민진당의 차이잉원 정권이 등장하였다. 2017년 1월에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여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2017년 시진핑 2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중국이 직면한 대내외 상황은 중국 지도부의 불안을 자극하였다. 이는 시진핑 2기의 권력 공고화 과정이 덩샤오핑 이후 중국에 정착된 집단지도의 권력 공고화 과정 중 가장 강력하게 추진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즉 중국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공식 지도 사상으로 선포하고, 일국양제에 대한 일관된 관점과 대만과의 통일문제를 강조하기 시작한 2017년을 기점으로 대내외 환경에(특히 홍콩과 대만 그리고 미국) 대하여 훨씬 공세적인 태도를 구사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결국 2019년 일국양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을 계기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규모 군중시위로 터져 나오게 되었다. 홍콩 시민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불안이 서려 있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을 2003년 퉁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 시절에 이미 홍콩 입법원을 통해 제정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2009년에는 ‘반분열국가법’을 홍콩조항에 삽입하려 하였고, 2012년에는 ‘친 중국적 내용을 강조하는 애국 교육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려고 시도하였다. 홍콩 행정장관 선출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송환법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홍콩 시민들과 민주화 운동 인사들에 대한 고압적 태도와 탄압은 홍콩 시민들과 중국의 신뢰 관계를 서서히 무너뜨렸다. 특히 2015년 발생한 ‘퉁뤄완서점’(銅鑼灣書店) 관계자들이 실종된 사건은 고도의 자치를 보장받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던 홍콩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 요인은 중국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어 있던 홍콩 시민들과 그간의 대규모 군중시위를 통해 배태된 신흥 민주화 운동 세력이 반응하여 2019년 송환법 추진을 계기로 폭발하게 되었다. 요컨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상황은 홍콩 시민들의 불안과 중국 정치엘리트 집단의 불안이 충돌하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중국은 홍콩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인식하여 2020년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홍콩보안법'을 발효하였다. 3. 불완전(不完全) : 불완전한 주권과 정체성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공화(共和) 정부를 수립하였다. 그러나 이후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과 1949년까지 계속된 국공내전을 겪으며 현재까지 영토와 국민 그리고 정부의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완전한 형태의 주권을 가진 국가가 되지 못하였다. 분단국가에서 분단 상황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한쪽이 승리할 때까지 대립이 계속되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통일문제는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제정치게임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과 직결된 주권 게임의 문제가 된다.6) 중국의 경우 대만과의 통일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일국양제는 중국의 대만과의 통일에 대해 취하고 있는 일관된 정책 기조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중국은 불완전한 상태의 주권을 가진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국양제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일국(一國)을 양제(兩制)에 우선’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중국의 일국(一國) 중심의 일국양제와 홍콩 시민들의 양제(兩制) 중심의 일국양제의 인식은 홍콩과 베이징의 거리만큼 차이가 크다. 대만과의 통일은 중국이 완전한 형태의 주권국가로 나아가는 필수조건이고, 홍콩에 적용되고 있는 일국양제 통치시스템은 결국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둔 일종의 리트머스지이며, 따라서 정치적 타협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중국이 대내외적인 정치 ⋅ 경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홍콩문제에 대해 비타협적 태도를 견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홍콩 시민들이 갖고 있는 불완전한 정체성이 있다. 홍콩 시민들의 정체성 변화의 시기를 거칠게 나눠보면 세가지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이주민들의 시기이며,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홍콩을 말한다. 19세기의 홍콩은 조그만 규모의 항구 겸 어촌이었으며, 영국이 식민통치를 목적으로 홍콩을 개발한 이후 중국 대륙에서 인구가 본격적으로 유입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 홍콩 거주민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홍콩이 아닌 홍콩으로 이주해 오기 전에 살았던 중국대륙에 두었다. 두 번째 시기는 중국과의 단절의 시기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부터 냉전체제, 70년대 홍콩의 발전 그리고 1997년 영국으로부터의 반환까지를 말한다. 이 기간에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는 본인들의 정체성을 홍콩에서 찾기 시작했다. 세 번째 시기는 1997년 이후 현재까지의 시기이다. 이 시기는 97년 이전 세대와 97년 이후 세대 그리고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새로운 이주민들의 정체성이 혼재된 시기이다. 현재 홍콩 시민들의 정체성은 홍콩인, 중국인,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인, 홍콩인이자 중국인 등이 혼재되어있으며, 사회이슈에 따라 그 비율이 급격히 바뀌곤 한다. 이러한 정체성 혼란은 홍콩 사회가 사회적 이슈에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적 문제를 갖게 한다. 비록 대규모 군중시위가 일어나더라도 그에 동조하지 않은 ‘다수의 침묵하는 집단’ 역시 홍콩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97년 이후 발생한 역대 대규모 홍콩 시위들이 비록 일시적인 성과를 거두더라도 결국 실패로 수렴되는 현상은 홍콩인들의 정체성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4. 불평등(不平等) : 정치적 ⋅ 경제적 불평등7) 언론과 방송에 공개된 홍콩 시위대와 중국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일국양제 원칙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양측이 같은 주장으로 충돌하는 이유는 홍콩과 중국이 ‘'홍콩기본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홍콩과 중앙정부의 권리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기본법'(12, 26, 27조 등) 에서는 홍콩의 “높은 수준의 자치권”, “투표권”, “표현 ⋅ 언론 ⋅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 헌법은 모든 법률의 해석 권한을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두고 있다. 이것은 '홍콩기본법'의 해석 역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권한으로 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즉, 중국의 해석에 따르면 중국은 홍콩 종심법원이 가진 국가 최고권력기구(전국인민대표대회)의 입법행위에 대한 이의제기 권한을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입법행위 역시 홍콩 법원의 관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홍콩기본법' 해석에 관한 권한을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속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해석을 이용한 사례가 올해 7월 1일부로 발효된 ‘'홍콩보안법'’이다. ‘'홍콩보안법'’은 ‘'홍콩기본법' 23조’ 아래 삽입되었으며, 크게 처벌과 집행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있다. 즉 외세와의 결탁, 국가 분열, 정권 전복 및 테러 행위에 대하여 처벌하고 이를 위한 집행기구로 홍콩에 국가안보처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실 '홍콩보안법' 제정은 2003년에 중국이 홍콩 입법회를 통해 시도하다 그해 7월 대규모 군중시위가 시작되자 무산되었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에는 앞서 말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하여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홍콩과 국제사회에서는 홍콩의 일국양제에서 양제(兩制)가 실질적으로 무력화되고 일국(一國)만 남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홍콩의 선거제도 역시 불평등하다. 홍콩시민들은 실질적으로 홍콩행정장관을 직접 선출할 수 없으며, 70석으로 구성된 입법부 역시 40석에 대해서만 투표를 할 수다. 이러한 기형적 선거제도는 홍콩 시민들이 친 민주주의 성향의 정당들에 더 많은 표를 안겨주어도 결국 친중 성향의 정당이 홍콩의회 과반을 차지하게 한다. 홍콩의 불평등 요인 중 또 하나의 축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들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동부. 동남 해안 도시들에 대한 개발 정책들을 검토하면 2007년을 기점으로 이곳에 위치한 선전(深圳)과 같은 도시들의 경제 규모가 홍콩을 추월하거나 따라잡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홍콩이 누려온 중국 내의 특별한 지위가 상실되기 시작했다. 홍콩이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GDP 비율은 1997년 약 24%에서 2019년 3%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홍콩의 지위 변화는 더는 중국이 홍콩에 특혜를 부여할 이유가 사라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8) 즉 중국의 대홍콩 정책은 홍콩의 중국 내 경제적 지위가 하락함에 따라 일국양제 정책의 중심이 양제(兩制) 중심에서 일국(一國) 중심으로 변화하게 했다. 그리고 특혜가 사라지고 급격한 중국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홍콩 시민들의 기득권이 침해당하고, 본토 자본이 홍콩의 자본을 잠식해 들어감에 따라 홍콩의 부동산 가격 폭등, 경기침체,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홍콩 시민들의 중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쌓이게 하였으며 현재 홍콩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5. 덩샤오핑의 긴고아(緊箍兒)는 작동할 것인가? '홍콩보안법'의 시행으로 일국양제의 실험은 실패하였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전에 실패의 조건이 서로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무게의 중심이 일국(一國)으로 기운 것만으로도 실패라 주장하고, 다른 이는 일국양제에서 일국만이 남게 될 경우라야 비로소 실패라 할 수 있다 주장한다. 중국은 홍콩에 이식된 일국양제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운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일국양제는 결국 대만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만과의 통일은 불완전한 상태의 주권 국가에서 완전한 상태의 주권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앞서 살펴본 홍콩과 중국이 가진 세 가지 요인들을 볼 때, 홍콩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일국양제가 홍콩 반환 직후 약 10여 년간 홍콩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적용됐다는 사실 또한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일국양제는 그 자체로 모순적인 제도이다. 그런데도 일국양제가 홍콩에서 적용됐다는 것은 일국양제의 성공과 실패가 제도의 모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문제에 달려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즉 현재 홍콩의 일국양제 문제는 제도의 실패가 아닌 정책의 실패라 할 수 있다.9) 홍콩의 상황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다 코로나전염병 상황이 진정 국면이 되는 시기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환점의 시기가 오더라도 현재 중국의 일국(一國) 중심의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되돌리기 위한 방법 역시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홍콩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예를 들어 경제적 보상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휘하느냐에 따라 홍콩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일국양제의 태생적 배경을 볼 때 우리는 아시아의 슬픈 근현대사를 마주하게 된다. 제국주의 시대의 원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강들이 얼마나 될까? 일국양제는 덩샤오핑이 후대 중국에 남긴 일종의 긴고아다. 중국이 일국(一國)을 강조할수록 중국은 괴롭다. 현재의 홍콩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일국양제의 성공은 결국 중국의 인내심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덩샤오핑의 긴고아에 희망을 걸어볼 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6. 나가며 한잔, 두잔, 석잔, 넉잔, 다섯잔. 나는 취했다. 머릿속에는 고체의 웃음뿐이다. 희망은 비눗방울이다. 찰나의 춤을 추면서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문득 손가락 하나에 터져 버린다. 홍콩인의 행복은 모두 종이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이로 만든 사랑을 진실하다고 여기고 싶어한다.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지. 사람들이 지옥이라고 부른 곳에 어찌 이리도 웃음소리가 넘치는지. 홍콩을 대표하는 작가 류이창(劉以鬯: 1918-2018)의 대표작 『술꾼(酒徒:1963)』에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현재 홍콩 시민들이 느끼고 있을 좌절감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1960년대 홍콩인들이 느꼈던 좌절과 허무가 2020년 현재의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일국양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논의와 전망을 뒤로하고 분명한 것은 홍콩시민들의 마음속에 2019년 홍콩시위부터 2020년 '홍콩보안법' 시행을 거치면서 깊은 상처가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홍콩의 시민들은 이상과 현실, 이성과 감정 사이의 고뇌를 뒤로한 체 깊은 침묵에 빠져있다. 중국이 추구하고자 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이러한 홍콩 시민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어루만져야 할 것이다.   [1] 중국 명나라의 소설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손오공(孫悟空)의 머리에 뿌리박힌 테이다. 삼장법사의 제자가 된 손오공(孫悟空)을 제어하기 위한 물건으로 주문을 외우면 긴고아(緊箍兒)가 줄어들면서 머리를 강하에 조여 엄청난 고통을 준다. 여기서 긴고아는 덩샤오핑이 만든 일국양제를 상징하고 손오공은 중국을 상징한다. 중국의 일국양제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국이 고통스럽더라도 일국(一國)과 양제(兩制)가 공존하는 안전장치로 인해 결국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2] ‘홍콩국가보안법’, ‘홍콩국안법’, ‘홍콩국가안전법’. ‘'홍콩보안법'’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이 법안의 실제 명칭은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전을 수호하는 법률제도와 집행기제 수립 및 완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 (全國人民代表大會關於建立健全香港特別行政區維護國家安全的法律制度和執行機制的決定, National People's Congress Decision on Hong Kong National Security Legislation) 이다. 여기서는 편의상 국내언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홍콩보안법'‘으로 통일한다. [3] ‘흑색 홍콩기’는 홍콩시위대가 주로 사용하며, 일국양제를 기반으로 한 홍콩의 민주적 가치가 죽어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4] 손인주. 2020. “두려움의 정치: 시진핑 권력 강화의 심리적 동인.” 『한국정치학회보』 제54권 제1호, 139. [5] 조영남. 2019. 『중국의 엘리트 정치』 (서울: 민음사): 28-30. [6] 전재성. 2020. 『동북아 국제정치이론』 (파주: 한울) : 15-22. [7] 이 장은 필자가 『아시아연구』 제23권 제1호에 발표한(2020.2) 논문 “2019년 홍콩 시위의 특징과 일국양제 위기론에 관한 고찰”의 일부 내용을 요약 및 인용한 것임. [8] 여기서 말하는 홍콩의 특별한 지위는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가 아닌 GDP 비율과 같은 중국에서 차지하고 있던 홍콩의 경제적 위상을 말한다. [9] 신원우. 2020. 발표한(2020.2) 논문 “2019년 홍콩 시위의 특징과 일국양제 위기론에 관한 고찰.” 『아시아연구』 제23권 제1호. 26.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장훈필 연구원 저자소개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한양대학교에서 국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연구 관심분야는 양안관계, 남북한관계, 협상이론이다. 학술논문으로는 “Comparative Study on the Distinctive Strategies and Factors of China’s Negotiation with Taiwan and South Korea’s Negotiation with North Korea”, “2019년 홍콩 시위의 특징과 일국양제 위기론에 관한 고찰” 등이 있다.
  • Humane Security: nature as a sovereign subject
    저자
    제주평화연구원
    발간호
    2020-22
    Humane Security1): nature as a sovereign subject Jeju Peace Institute2) As we are well aware, the traditional concept of security covers mainly security among states. The international community could not fully deny the natural state of anarchy, which was characterized by Thomas Hobbes. Many believed that weak countries allying with the strong is the best way to secure weak countries’ national security. However, since the end of the Second World War in 1945, there has been no serious war among states. Furthermore, after the end of the Cold War, non-state threats such as terrorism, climate change, and pandemic are threatening the lives of people, replacing war among states.3) Against this backdrop, the concept of human security emerged to cover those non-traditional threats to human lives.4) It epitomized ‘freedom from fear and want.’ However, the human security concept created controversy among the members of the United Nations (UN). It underlined the importance of human rights and the need to limit the scope of sovereign rights of the UN member states, leading major powers to interfere in smaller countries’ domestic realm in the name of humanitarian intervention. Thus, smaller countries could not get on board with this concept and even opposed it. Under the leadership of 8th UN Secretary-General Ban Ki-moon, the UN issued two reports5) to reassure the member states that protecting individuals and respecting state sovereignty can be achieved at the same time, emphasizing that the two elements do not conflict with one another. Instead, the reports claim that the human security concept can reinforce state sovereignty because it seeks to improve government capacities required to address the newly emerging challenges to individuals. The reports were issued to narrow down the differences in the UN members’ views on limiting their sovereignty. Howeve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still does not fully uphold the human security concept. As a result, the function of the Commission on Human Security is in a stalemate. Under such a circumstance, the Jeju Peace Institute (JPI) would like to present the concept of Humane Security. Although the concept sounds similar to human security, it is entirely different because it deals with a separate realm and suggests a new approach emphasizing the need for harmony among humans and nature to address the pending phenomenon. Traditional security and human security concepts treated states and individuals as subjects, respectively. However, the recent COVID-19 crisis has revealed that we also need to focus on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nature for humans’ survival. It is obvious that the current COVID-19 crisis occurred not because of conflict between states or individual humans but because of disharmony between humans and nature. Therefore, with their limited analytical frameworks, traditional and human security concepts cannot fully capture and explain the ongoing phenomenon. In other words, the recent crisis has taught us to shift our worldview and incorporate nature as the new subject in the security discourse. With this new security concept, we will be able to understand the underlying causes of the newly emerging crisis and find solutions to it. Specifically, while the emergence of the human security concept has shifted our focus from states’ security to that of individuals, Humane Security shifts our focus once more toward nature. Thus, Humane Security highlights the importance of an equal and fair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nature, while also paying attention to nature’s character in generating the sources of new threats such as climate change and pandemic. In short, the Humane Security concept claims that securing nature’s security is an essential precondition for the security of both humans and nature. This new concept of Humane Security starts from the question regarding whether human beings are the sole sovereign subjects who have the inalienable right and authority to use and exploit nature, which they consider as the object, to their own benefits. However, the benefits humans obtained through such a high-handed attitude against nature came with a price as nature gradually began to lose its viability and sustainability. Consequently, nature started to respond to humans’ overuse and exploitation in the form of environmental degradation and pandemics. That is why we are experiencing challenges such as climate change and frequent outbreaks of epidemics and pandemics that threaten human lives. Under such circumstances, the traditional and human security concepts have limits in explaining the ongoing phenomenon when they only deal with issues occurring between states or non-state violent groups or individual humans. To fill in the gap between the concept and the real world, an expanded and comprehensive concept of security is necessary. To fulfill this need, we should accept nature as a sovereign subject, not as an object. In other words, humans and nature should form a relationship that mutually respects each other as equal subjects. Only when such a relationship is established can humans refrain from over-exploiting nature and seek a harmonious and sustainable relationship with it. Such a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nature will reduce and eventually bring an end to crises such as climate change and pandemic that we experience today. Refusing to accept nature as an equal partner, which shares this earth with us as equal beings, will only worsen the ongoing conflict between nature and humans. We would like to remind you that the Jeju Forum 2019 addressed 'resilience' as part of the Main Theme. Humans can use nature for their benefits, but we should also secure nature's resilience, which enables it to bounce back to its normal state. In short, we will be able to find ways to live in peace with nature and secure the safety of human lives only when we view nature as a sovereign subject and secure nature’s resilience. Such a concept will usher us into a new world of peace and prosperity. In this regard, we offer a terminology of “Humane Security” to encapsulate this new concept. Under this concept, all nations need to foster multilateralism to nourish a cooperative relationship and establish global governance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should do to achieve Humane Security is not an alliance among nations but an alliance among humans and nature as equal sovereign subjects. We suggest to intellectuals to further evolve the concept of Humane Security and expect the Jeju Forum 2020 to be a venue to discuss and elaborate on the concept.   1) Humane Security is different from Human Security. The differences are emphasized in paragraphs 5 and 6. 2) Bong-hyun KIM, President of the Jeju Peace Institute, suggested this idea of “Humane Security.” This manuscript is written by Seung-chul CHUNG based on President KIM’s idea. 3) According to Yuval Harari’s book “Homo Deus,” about 56 million people died throughout the world in 2012; 620,000 of them died due to human violence (war killed 120,000 people, while crime killed another 500,000). In contrast, 800,000 committed suicide, and 1.5 million died of diabetes. 4) Human Development Report (1994)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 5) Human Security Report of the Secretary-General (2010); Resolution adopted by the General Assembly on 10 September 2012 (2012) United Nations.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장훈필 연구원
  • Humane Security: nature as a sovereign subject
    저자
    발간호
    내용입력 기획: 편집: 저자소개
  • [JPI PeaceNet] 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전망
    저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20-21
    1. 서론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의 확산과 더불어 국가들 사이에서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있다는 진단이 널리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체제(Bretton Woods system) 구축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국제부흥개발은행(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IBRD), 그리고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을 설립함으로써 다자주의 체제를 주도하였던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도 아래 자신이 설립했던 다자주의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틈을 노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어온 각종 국제기구들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중견국들은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위기극복을 위해 다자주의 움직임을 되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국가들이 다자주의 원칙을 포기하고 자국우선주의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자주의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미국의 행보만으로도 다자주의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2. 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를 대하는 국제기구들의 자세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2020년 상반기 세계무역량은 급감하였다. 더불어,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세계무역량은 2020년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전년도 대비 낮은 추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2020년 4월 호베르투 아제베두(Roberto Azevêdo)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사무총장은 “국가들이 힘을 합한다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세계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간 협력을 강조하였다.1) 또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자간 자유무역체제 유지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성명을 2020년 5월 5일(43개국)과 5월 29일(47개국)에 발표하였다.2)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수록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자유무역체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위기극복에 필요한 식량, 의료용품, 및 각종 생필품 등이 이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제약 없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성명서에 참여한 국가들은 중국, 일본, 한국, 호주, 영국과 같은 경제·무역 대국에서부터 솔로몬제도, 베냉, 북마케도니아 등 경제·인구 소국까지 다양하다. (다만 미국은 본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한편, 세계은행은 2020년 4월 2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 25개국에게 19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3) 더불어, 개발도상국들에게 다음 15개월에 걸쳐 1600억 달러를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후속조치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국제통화기금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1조 달러 규모의 대출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해 억제 및 부채경감 기금(Catastrophe Containment and Relief Trust: CCRT)’의 규모를 14억 달러로 증대하여 저소득 국가가 부채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발표하였다.4) 더불어, 데이비드 맬패스(David Malpass) 세계은행 총재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2020년 3월 25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개발협회(International Development Association: IDA) 소속 저소득 국가들을 대상으로 채권국들이 채무상환 일시 유예 등의 관용을 베풀 것을 요청하였다.5) 이에 G20 국가들은 2020년 4월 15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며6) 동시에 민간채권자들에게도 저소득 국가들의 채무상환 유예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G20 각국 정상들은 이 이전인 2020년 3월 26일에도 특별화상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7) 특히 G20 국가들은 유엔(United Nations: UN),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국제통화기금, 그리고 세계은행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표명하였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또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G20 국가 간에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8) 더불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0년 5월 4일 ‘코로나바이러스 글로벌 대응(Coronavirus Global Response)’ 공약 추진을 통해 각 회원국 정부들과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 등으로부터 159억 유로를 모금하였다.9) 이를 통해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분배 및 경제·보건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은 유엔의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사무총장은 2020년 6월 10일 영상메세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극복, 세계경제 회복, 그리고 나아가 코로나19 2차 파동을 막기 위해 국가 간 연대에 기반한 다자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10) 마지막으로, ‘다자주의 연대(Alliance for Multilateralism)’는 2020년 5월 25일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해 국제협력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강조하였다.11) 본 공동성명에는 유럽 국가들(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중남미 국가들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 아시아 국가들(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및 아프리카 국가들(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 코트디부아르 등) 등 총 60개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서명하였다. 이들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세계보건기구, 유엔, 세계은행, 그리고 기타 국제 및 지역기구들의 활동을 지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처럼 여러 국제기구들은 전 세계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자간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책을 기획 및 시행하는 등 다자협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 3. 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를 대하는 국가들의 자세 그렇다면 과연 국제기구 외에 개별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가. 우선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지휘아래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부터 국제무대에서 일방주의적인 행보를 보여왔으며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그 일방주의적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4월 15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과 동시에 중국을 옹호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4억 달러 분담금 납부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어서 미국은 마침내 2020년 7월 8일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공식 통보하였다.12) 이외에도 세계무역기구와 관련해서 미국의 트럼프는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무역분쟁 상소기구(Appellate Body) 기능 마비에 일조하고, 세계무역기구가 중국과 개발도상국에 특혜를 주는 한편 미국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계속해서 미중 무역갈등을 격화시키면서 세계무역량 회복과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유지 및 재건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이 다자간 자유무역체제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2020년 5월 5일과 5월 29일 공동성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다자주의 연대’의 2020년 5월 25일 공동성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을 촉진·장려하기보다는 중국책임론 및 국제기구가 미국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이 설립·구축한 다자주의 체제를 이제는 거부하고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틈을 타서 중국은 국제기구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틈타 2020년 세계보건기구에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총 5천만 달러를 기부하였다. 더불어 중국은 (앞서 언급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이 2020년 5월에 두 차례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모두 참여하여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전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코로나19 위기를 빠른 속도로 극복해낸 중국은 2020년 2분기부터 미얀마, 방글라데시, 헝가리, 인도, 및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의료용품과 자금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20년 5월 18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앞으로 2년간 국제사회에 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13) 이처럼 중국은 전 세계 국가들 및 국제기구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함으로써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간 협력 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 외에 중견국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다자간 협력을 추구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우선 다수의 중견국들은 세계무역기구, ‘다자주의 연대’ 등이 발표하는 공동성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핀란드는 세계보건기구에 분담금 납부를 거부한 미국을 대신해 자신이 추가로 550만 유로의 분담금을 납부하겠다고 2020년 4월 15일 발표하였다.14)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 또한 2020년 6월 25일 위기극복을 위해 세계보건기구에 올해 각각 1억 5천만 달러와 5억6천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였다.15) 일본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짐바브웨, 베트남,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ited Nations Relief and Works Agency for Palestine Refugees in the Near East: UNRWA) 및 유니세프(UNICEF)에 자금을 지원하였으며, 2020년 4월에는 국제통화기금의 ‘재해 억제 및 부채경감 기금’에 1억 달러를 지원하였다.16) 같은 시기에 영국도 ‘재해 억제 및 부채경감 기금’에 1억8500만 달러를 지원하였다. 한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요하며 한국이 이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17) 또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20년 6월 26일 ‘다자주의 연대’ 화상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과 다자주의 연대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우리 정부는 국제보건규칙(IHR) 이행 개선 등을 통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강화에 적극 기여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위기극복을 위해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음을 표명하였다.18) 4. 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에서 보았듯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국제기구들, 그리고 그 회원국인 중국과 여러 중견국들은 다자간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다자주의가 오히려 쇠퇴하는 듯 보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이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간 협력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기간 동안은 서방세계의 리더로서, 그리고 냉전 이후에는 세계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의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을 거부하고 고립주의, 자국우선주의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국은 자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했던 국제기구들이 이제는 오히려 미국에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 그리고 개도국들에게 유리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이제 각 국제기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이로부터 탈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서 본 국제기구들이 운영되는데 필요한 운영자금을 가장 많이 분담해왔다. 하지만 가장 많은 분담금을 지불 해온 미국이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선언한 것처럼) 각 국제기구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다면 그 국제기구들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기구들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다자주의 움직임은 크게 쇠퇴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미국이라는 한 나라가 다자주의에서 일탈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다자주의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까지 미국이 국제정치경제적으로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할 경우 다자간 국제협력을 주도할 리더의 부재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은 각자도생을 모색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세계는 1920-30년대 전간기 때 겪었던 위기극복 실패를 답습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다자주의 움직임에서 이탈할 경우 중국이 새로운 리더로서 부상, 이 기회를 노려 미국의 리더십을 대체하려고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다른 국가들, 특히 냉전 시기부터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웠던 미대륙과 서유럽 국가들, 그리고 아시아의 일본 같은 국가들이 중국의 리더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코로나19 위기는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의 리더로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는 당장의 위기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이 고립주의로 나아가더라도 중국과 중견국들을 중심으로 다자주의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는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다자주의 움직임을 이끄는 각종 국제기구들의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다른 국가들이 그 역할을 나누어 맡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다양한 사례들에서 언급하였듯이 미국 없이도 다른 국가들이 다자주의 움직임을 이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대신 국제기구에 자금지원을 늘리고 있다. 국가들이 이러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경우 세계보건기구,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각종 국제기구들은 계속해서 위기극복을 위한 자신들의 역할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미국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떠난 자리에는 보다 분권화(decentralized)되고 민주적인 다자주의 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19) 더 이상 패권국이 일방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주도하는 다자주의 체제가 아니라 동등한 지위를 지닌 국가들이 협력을 통해 함께 이끌어나가는 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국제 다자주의 질서로 회귀한다면 다른 국가들의 재정적 부담은 줄어들고 국제기구들은 위기극복을 위한 자원을 더욱 많이 확보 및 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2020년 11월 미국 대선이 있기까지는 미국이 다자주의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일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재선 전략으로 중국 때리기 등 미국 내 코로나 확산 대응 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2022년 중간선거 때까지 선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경우 (혹은 자신은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게 될 것이니 그동안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켜왔던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 경우), 미국 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다자주의로 복귀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보여온 언행으로 비추어볼 때 실제로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보인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 트럼프를 꺾고 당선되어 그동안 트럼프가 보여왔던 고립주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철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에 있을 미국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실제로 2020년 7월 11일, 조 바이든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경제 공약을 내세우며 자신이 미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였다.20) 한편으로는, 조 바이든은 자신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이 바로 세계보건기구로 복귀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21) 결국, 국제 다자주의 체제에 대한 조 바이든의 전반적인 입장이 어떤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미국은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개발, 경제 회복,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들을 돕기 위해 다자간 국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세계는 리더십 부재 상황을 계속해서 겪고 있다. 결국, 전 세계국가들은 미국이 다자주의 체제로 복귀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최소한 당분간 (혹은 장기간 동안) 미국 없이도 다자주의를 추구하고 국제협력을 실천·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는 미국의 복귀를 기다려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과 여러 중견국들은 여전히 위기극복을 위해 다자주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부재로 인해 국제 다자주의 체제가 빠르게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은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을 것이다. WTO. “Trade set to plunge as COVID-19 pandemic upends global economy.” 8 April 2020. https://www.wto.org/english/news_e/pres20_e/pr855_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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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Coronavirus: Biden vows to reverse Trump WHO withdrawal.” 8 July 2020.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53332354. 기획: 정승철(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편집: 장훈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원)​ 저자소개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Effects of Trade Relations on South Korean Views of China,” "Economic Interest or Security Concerns? Which affected how individuals in five Asian countries viewed China in 2013?",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East and Southeast Asians’ Views of China,”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등이 있음.
  • [JPI PeaceNet] 바이든 당선 시 미국 대외정책의 방향
    저자
    Ellen Laipson (George Mason University)
    발간호
    2020-20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그가 평생 쌓아 온 외교정책 분야에서의 경험을 이번 선거에 활용할 것이다. 바이든은 다선 상원의원이자 영향력 있는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수차례 역임하기도 하였고,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부통령직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지난 수십 년간 그와 교류해왔다. 경륜 있는 정치가이자 한 개인으로서의 바이든에 대한 이러한 친숙함은 국제관계에 안정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인 불확실성과 분열 양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그의 입장은 키신저식의 현실주의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의욕적인 전략을 앞세우지 않으면서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현실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그의 입장 변화는 심지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거나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 아니더라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지해 온 민주당 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들의 주장과 대비된다. 현재 바이든은 미국의 개입에 대해 보다 신중한 입장이며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강화되어 왔다. 대선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바이든 캠프 내에서는 과거의 보다 예측 가능하고 전통적인 외교정책으로 돌아가자는, 즉 "Restoration(복원)"이라는 그의 메시지가 여전히 유용하며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캠프의 많은 고문들은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을 반영한, 보다 미래 지향적인 외교정책 메시지를 원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나 이란 핵협정 파기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단순히 뒤집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캠프는 과거의 “자유주의적이고 국제주의적”인 질서로 빠르게 복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지 않으며, 단순히 오바마 시절의 향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보다 미래 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어젠다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세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장하는 지정학의 귀환과 중·러 양국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서 민주당에서도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 바이든은 트럼프보다는 덜 적대적이지만 실제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입장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바이든의 몇몇 국가안보 분야 고문들은 바이든 외교정책의 중심에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놓이길 원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최근 중국의 권위주의 경향에 맞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에 강조점을 둘 것이다. 중국과 관련하여 최근 바이든의 유세발언에서는 인권, 홍콩 문제, 소수 민족 문제들을 중요히 다루고 있다. 근래 민주당의 국내외적 이슈에 대한 입장은 보다 진보적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은 진보적인 방향으로의 이동에 대한 요구를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민주당 내 지지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선에 대비한 정책적 논의 과정에도 관여하고자 할 것이다. 최근 국내적으로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당내 진보주의 세력이 외교정책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요구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특히 코로나 확산과 그에 따른 경제 위축, 경찰 개혁에 대한 전국적인 요구와 국내 여러 기관과 분야에서 발견되는 구조적인 인종차별의 종식에 대한 요구 때문에, 국방비 지출을 줄이고 교육, 보건, 사회정의, 기후변화 등 국내적 사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원을 배정하자는 목소리가 보다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바이든이 국제관계에 있어 새로운 접근에 대한 필요성과 당내 진보세력들의 요구를 어떻게 결합시킬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경우 국내와 국제정치 모두를 아우르는 이슈이자 진보세력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사안이며, 동시에 후보 개인이 깊은 관심을 가진 주제이기도 하다. 이것이 환경 관련 일자리 창출을 통한 미국 경제의 회복과도 연관되면 바이든의 캠페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으며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는 매력도 있다. 바이든은 그의 방대한 지식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유한, 미국 정치에서 친숙한 인물이다. 민주당 관계자 및 지지자들은 그가 오랫동안 정치 일선에서 활동했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장수했다는 점은 그의 반대세력이 현재 그의 정책적 선호와 상반되는 과거의 발언이나 입장을 찾아내기가 그만큼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당선된다면 역사상 가장 많은 나이에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그의 임기가 한 번에 그칠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부통령 지명은 이 점을 감안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외교정책 분야에서는 그가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이 그로 하여금 난해한 이슈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또한 국가안보 관련 사안에서 젊은 고문들과 관료들의 조언을 수용함에 있어서도 다소 소극적일 수 있다. * 제주평화연구원과 미국 George Mason 대학교 SCHAR 공공정책대학원은 외교부의 후원으로 2020년 5월~6월 ‘미국 대선 한미 전문가 웨비나’를 공동개최하였다. 이글은 Ellen Laipson 교수가 웨비나에서 발표한 논문(“Foreign Policy in a Biden Administration: Nostalgia or New Directions?”)의 일부를 국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미국 대선 한미 전문가 웨비나’ 동영상은 7월 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기획 감수: 한인택(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번역: 김보현(제주평화연구원 PO) 편집: 김애리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원) / 안경은 (제주평화연구원 인턴) 2020.07.16 저작권자 © 제주평화연구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자소개 現 George Mason 대학교 SCHAR 공공정책대학원 국가안보 석사과정 주임교수 및 미국 외교협회 회원. 코넬대학을 졸업하고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 행정부 및 의회에서 외교, 안보, 정보 전문가로 활동. 주요 경력으로 Stimson Center 소장(2002-2015), 미국 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부위원장 (1997-2002) 등이 있음.